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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톱 정원의 식물종 선정방법(라펜트)

by 이성근 2013. 6. 21.

비오톱과 비오톱 정원의 개념-조동길 원장의 비오톱 가든_1회

 

출처_월간<조경시공>2003년 5·6월호 p.57, 일본 비오톱 옥상녹화 조감도

1) Biotop은 독일식 표현 방법이며, Biotope은 영어식 표현 방법이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표현 방법을 혼용하였다

 

 

비오톱(Biotop; Biotope)1)에 대한 개념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비오톱은 조경이나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누구나가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되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비오톱의 개념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 90년대 중반부터는 비오톱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기 시작하였으며, 90년대 후반부터는 비오톱 지도의 작성에 대해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노력들은 매우 활성화되었고, 정책화되면서 비오톱 분야에서는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앞으로 비오톱 가든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비오톱 혹은 서식처에 관한 이론과 조성, 관리 등에 대해서 연재 형태로 제시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서 1회 원고에서는 비오톱과 비오톱 가든에 대한 개념들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집필 방향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비오톱과 비오톱 가든

 

비오톱의 개념

유럽과 일본에서 자연보호와 복원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 비오톱(Biotope)이라는 용어는 경관생태학의 분야에서 생성된 것이다. 비오톱의 구체적 개념을 살펴보기에 앞서 경관생태학에서 언급하고 있는 비오톱의 위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경관생태학에서 연구 대상의 위계는 아래와 같다.

 

Landsacpe = Ecopote + Anthropotope

       Ecotope = Geotope + Biotope

          Geotope = Morphotope + Pedotope + Hydrotope + Climatope

              Biotope = Phytotope + Zootope

 

(Tope)이란 접미사는 계(System)에 대응하는 공간적인 용어로서 가장 작은 균일한 공간의 단위를 말한다. Morphotope은 지구표면의 작용, pedotope은 토양의 물리화학적 작용, hydrotope은 수문, climatope은 기후 현상이 일어나는 공간을 의미하며 이들이 모여 geotope을 형성한다.

 

생태학에서는 생물사회(biocenosis), 즉 식물사회(Phytocenosis)와 동물사회(Zoocenosis)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각각 Phytotope Zootope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이들을 합쳐서 비오톱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비오톱은 생물계(biosystem)의 공간적인 개념이고 생물사회(biocenosis)의 생활공간을 의미한다.

 

한편, 에코톱(ecotope) geotope biotope이 합쳐진 것으로서 구성 내용과 구조가 균일하고 다른 에코톱과 구분이 되는 지생물권(geobiosphere)의 한 단편이다.

 

비오톱이란 어원은 독일 생물학자 Dahl에 의해 1908년에 독일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그에 따르면 ‘Biotop’생물공동체의 서식처(Lebensstaette von Biozoenosen)’이며, 예를 들어 그는 여러 종류의 지표수와 지표면을 비오톱으로 보았다. 그러나 어떤 지표수와 지표면을 비오톱으로 보고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한편, Schaeffer(1992)에 따르면 비오톱이란 어떤 일정한 생명 집단 및 사회 속에서 입체적으로 다른 것들과 구별할 수 있는 생명 공간을 말하며 또한 이 공간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성격을 가지며, 이에 따라 주변 공간들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Leser(1991)에 따르면 비오톱이란 동·식물로 이루어진 어떤 생물 사회 속에서 3차원적이고 지역적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생명 공간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또한 무생물계와 생물계로 이루어진 생명 공간을 뜻하기 때문에 비교적 동일한 생명 조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모든 자연 경관은 이런 여러 비오톱들이 모자이크 모양으로 모인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토양 성분 등 생육 조건이 좋고 거의 동일한 입지라면 대면적에 걸쳐 같은 형태의 비오톱이 형성될 것이고, 만일 작은 부분들이 서로 다양한 조건을 가진다면 아주 다양한 형태의 비오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오톱이란 개념은 몰가치적이고 중립적인 가치 개념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특별한 보전 가치가 있고 힘들여 보호해야만 하는 생명 공간을 비오톱이라고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인구 밀집 지역의 집약적 농업 경영 단지도 아무도 살지 않는 늪지대나 마찬가지로 비오톱의 한 유형일 뿐이다.

 

또한, 흔히 비오톱하면 연못과 같이 물이 있는 공간만을 연상하기 쉬운데 이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이 없으면서도 생물들이 살고 있는 숲이나 도심내 작은 자투리땅의 녹지도 비오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오톱의 개념은 사회의 변화와 과학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바뀌고 또 세분화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생물종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생물종 보전 측면에서 비오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1950년대 이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한편, 여러 견해에도 불구하고 비오톱은 일반적으로 생활터라 할 수 있으나 어떤 생물의 생활터냐에 따라 개념 사용과 용어 사용이 달라진다. 식물종의 경우 입지(Standort), 동물종의 경우 거주지(Habitat), 개체군인 경우 데모톱’(Demotop), 생물공동체의 경우 비오톱으로 구분하여 보는 견해에 대해서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오톱조사에서 동물과 식물을 모두 포함시켜야 하나 동물은 이동하거나, 숨어있고 또 생활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식물 위주로 조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생물공동체의 서식처를 비오톱이라 하면 수면 또는 식생지 뿐만 아니라 건물이 서 있는 주거지도 하나의 비오톱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비오톱이란 주변 공간과 지형상 뚜렷하게 구분되는 생물공통체의 서식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작은누리 (명동유네스코 빌딩 옥상)_출처;월간 <환경과조경>2003년 8월호 p.79,

 

한편, 비오톱과 유사한 개념으로 서식처가 있는데, 이 두 개의 개념은 엄격하게는 분리되어야 할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생물이 살아가는 장소를 뜻하는 서식처(habitat)와 유사하게 사용되기도 한다(문석기 등, 2004).

 

하지만, 서식처는 개개의 생물종이나 개체군의 차원에서, 비오톱은 다양한 생물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 혹은 군집(community)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가 생태복원 사업에서 통나무 더미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비오톱 조성으로 인식한다. 통나무 더미는 자연스럽게 썩어가면서 긴뿔하늘소, 딱정벌레, 목수개미 등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를 제공하게 된다. , 하나의 공간에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공간을 비오톱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비오톱은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소생태계로 정의하고 있는데, ‘소생태계라 함은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간의 이동가능성 등 생태계의 연속성을 높이거나 특정한 생물종의 서식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조성하는 생물서식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자연환경보전법, 2 6).

 

비오톱 가든의 개념

비오톱은 야생생물들이 숨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야생생물들을 위한 서식장소와 먹을 수 있는 곳, 숨을 수 있는 집(은신처), 번식지 등 모든 기능을 겸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 면적이 필요하게 된다. 그 면적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없지만 작은 화분 하나, 마른 나뭇가지 하나도 비오톱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사구라이 요시오의 경우에는 서식처의 크기를 초미소서식처(super-micro habitat), 미소서식처(micro habitat), 서식처(habitat), 비오톱(biotope)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는데, 비오톱은 100여 미터부터 수 킬로미터의 범위로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보다 작은 단위의 공간들도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비오톱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서식처 계층의 대략적 크기(출처_한승완 譯, 2007, 22p.)

 

한편, 비오톱 가든은 작은 규모의 정원 만들기 컨셉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생태연못이나 옥상정원과 같이 어느 정도 규모있는 비오톱이 아니라 매우 작은 공간에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그 대상이 바로 개인 정원의 작은 공간에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을 비오톱 가든이라고 볼 수 있다. , 야생생물들을 위한 비오톱과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정원(정원,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곳) 그것이 합쳐서 만들어낸 개념이 비오톱 가든이다(조동범·조동길, 2007). 다른 말로 하면 정원에 비오톱의 기능 일부를 집어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집필 방향

이 연재는 지난 2007년에 발간된 작은 새와 곤충을 부르는 자연친화적인 정원만들기;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이하 비오톱 가든)’이라는 책에 기초하여 작성하여 나갈 것이다. 원래는 이즈미 켄지가 지은 책을 번역하여 출판하였는데, 시간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조건으로 우리나라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생물종이나 개념 등이 그대로 제시되었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이번에 원고들을 집필해 나가면서 이들에 대한 교정과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합한 생물종들을 구성하여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한편 원고 내용은 대부분 비오톱 가든에 기초할 것이나 비오톱 복원의 관점에서 생태연못이나 옥상정원 등 다양한 유형의 비오톱 복원 내용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원고를 싣는 순서는 비오톱 및 비오톱 가든의 조성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이론과 준비 과정, 기본적인 조성 방법 등을 소개하고, 이후에 비오톱 유형별 조성 방법, 그리고 생물종분류군별 조성 방법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후 마지막으로 비오톱과 비오톱 가든의 조성 후 관리에 대해서 제시하고자 한다.

 

 

 

참고 및 인용문헌

김귀곤·조동길, 2004, 자연환경·생태복원학원론, 아카데미서적.

문석기 등 譯, 2004, 생태공학, 보문당.

조동범·조동길 譯, 2007, 작은 새와 곤충을 부르는 자연친화적인 정원만들기;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 도서출판 조경.

한승완 譯, 2007, 하천조성과 서식처 보전(자연과 인간의 어울림 I), 백마출판사.

 


 

조동길 원장(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 석/박사

자연환경관리기술사(76회)

 

연구활동

이상기후 대비 도시개발 환경생태계획 가이드라인 마련

새만금 생태네트워크 구축 방안 연구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가이드라인
폐도 폐선 유형별 복원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등 260여건

 

저서

생태복원 계획·설계론(2011)

유형별로 나눠본 자연환경 보전·복원관리(2011)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2007)

자연환경·생태복원학 원론(2004)

 

 

 

목표종 선정과 미니워터가든 만들기

조동길 원장의 비오톱 가든_2회

 

이번 글부터는 비오톱 정원을 만들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을 중심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비오톱 정원의 목표 및 목표종의 설정 방법, 설정된 목표종을 고려한 식물의 선정이나 환경조건 제공 방법 등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비오톱 정원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집 베란다나 창문에 둘 수 있는 미니워터가든의 조성 방법을 제시하였다.

 


 

비오톱 정원을 만들기 전 (1)

가정의 정원이든 학교의 정원이든 혹은 공원속에 만들어내는 작은 비오톱 정원이든 규모와 장소에 상관없이 비오톱 정원을 만들기 전에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목표 및 목표종 설정

어떠한 규모나 장소이든 비오톱 정원을 조성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할 것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어떠한 스타일의 비오톱 정원으로 할 것인가?

어떠한 생물을 불러들이고 싶은가?

어떠한 생물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가?

 

 

위의 세 가지 항목 중에서항목은 비오톱 정원 조성의 목표와 관련되며, ②항목은 목표종 설정과 관련된다.

 

우선, 어떤 스타일의 비오톱 정원을 만들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공간의 특성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개인의 정원을 만들 때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비오톱 정원의 유형을 선정해 나가고, 특정 사업에 의해서 만드는 비오톱 정원이라면 사업 목적에 적합한 유형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사항은 목표종 선정과 관련된 것으로, 서식을 희망하는 종과 희망하지 않는 종을 판단하는 것이다. 서식하기를 희망하는 생물종이라고 한다면, 그 생물은 무엇을 먹고 어떠한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서식하기를 원치 않는 생물종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생물들이 살지 않는 환경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식물을 싫어하며, 천적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면 좋다.

 

위와 같은 특성을 생물종의 서식환경 요구조건(habitat requirement)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처 요구조건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하는데, 공간(territory), (water), 먹이(food), 은신처(cover) 등이다. 이 네 가지 요소는 모든 생물종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서, 공간은 생물종이 살아가는 장소를 뜻하며, 물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먹이는 생물체가 성장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며, 은신처는 천적이나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소이다. 이외에 생물종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들은 그들의 특성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편, 조경을 전공하는 우리가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조경수목도감을 보면서 공부하듯 생물분류군별 도감을 구입하여 틈틈이 터득해 나갈 수 있다. 나아가서 가능한 경우라면 야생동물 전문가와 함께 많은 정보들을 교환하는 것도 이해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한편, 비교적 규모가 있는 비오톱을 만들고자 할 때나 생태공원을 포함한 서식처 복원 등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에 의해서 목표종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표종을 고려한 식물 선택

비오톱 정원의 조성 목표나 목표종이 설정된 이후에는 식물의 선택이 필요하다. 식물의 선택은 비오톱 정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윗글과 연계시켜 보면, 식물은 곤충을 포함한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때론 식물체는 야생동물에게 물을 공급하기도 한다.

 

비오톱 정원에서는 주로 먹이식물과 은신처 제공 측면에서 중요한데, 특히 곤충을 부를 수 있는 소규모의 비오톱 정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배추흰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유채를, 호랑나비나 남방제비나비 등을 위해서는 유자, 산초, 탱자나무 등을 선정하면 좋다. 다만, 나비를 불러들이고자 할 때 도시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나비들을 목표종으로 설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도시화되어 있는 생물종들은 특별한 목적의 비오톱 정원을 만들지 않더라도 기존 환경에서 쉽게 적응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화분과의 식물은 나비를 부르는 밀원과 먹이풀이 되며, 또는 새들의 은신처나 먹이 등 무엇으로도 좋다. 또한, 밀원의 경우 포인트는 겹꽃보다는 홑꽃인 것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겹꽃은 보기에는 좋지만 수술이 꽃잎으로 변화한 것이 많고 꽃가루나 꿀이 적기 때문에 비오톱 정원용으로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게 된다.

 

 

목표종을 고려한 환경 조건과 고려사항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목표종이 선정되었다고 하면, 이들이 선호하는 서식처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만약 목표종이 새들이라면 열매가 달리는 나무나 목욕할 수 있는 장소, 나비라면 꿀이 많은 꽃과 유충의 먹이풀이 되는 잎들, 잠자리는 밝고 트인 장소와 물확, 메뚜기라면 억새 등의 풀숲 등이 기본적인 요구조건이 된다.

 

한편, 앞서 제시하였던 목표종을 고려한 식물의 선택과 목표종을 고려한 환경조건 등을 종합하여 비오톱의 유형, 주요 생물종별 서식처의 조성 방안을 제시해 보면 <2>와 같다.

 


 

 

비오톱 정원을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생물종이 찾아와 주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생물종들은 경계심이 강해서 창가나 집안 정원에 만들어진 비오톱 정원에 접근해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천천히 여유 있게 구성해 놓고 기다려야 한다. 잊을 만하면 불쑥 정원 근처에 놀러가거나, 들리거나 하는 정도가 좋고, 목표로 하는 생물종이 찾아 왔다고 해서 소란을 피워선 안된다.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조용히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생물들은 변덕꾸러기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정원과 베란다에 놓아둔 물건을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박새 한쌍은 일부러 정원의 나무에 매달아 놓은 새집을 이용하지 않고 정원의 한구석에 방치해둔 화분 속에 알을 낳기도 한다. 우리가 평생 열심히 공부해도 그들은 생각한대로 행동해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장소에서 기대 이상의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물의 미지적 특성을 잘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오톱 가든> 저서에 있는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무엇이 비오톱 가든에 필요하며, 무엇이 필요하지 않는가는 생물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의외의 것과 의외의 장소를 이용하고 있는 생물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비오톱 가든을 만든 당신만의 발견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일견 무의미하게 보이는 것도 생물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것을 잊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생명체에 대한 미지적 특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비오톱 정원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야 한다.

 

비오톱 정원의 이해; 미니워터가든

지난 글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비오톱 정원은 작은 규모의 비오톱을 만드는 것이다. 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미니워터가든의 조성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사진 참조).

 

, 우리가 사는 가정집에서도 비오톱 정원을 만들어보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손쉬운 사례를 제시한 것이다.

 

미니워터가든 만들기 

 


준비해야 할 것 _ 수련 화분, 유목, 굵은 모래, 심을 식, 작은 물고기, 우렁이 등.

수련 화분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만든 토기 화분이 수온을 안정시킬 수 있어서, 양지에 둘 때 특히 권할만하다. 직경 50㎝ 정도가 사용하기 쉽다.

 

 


1. 유목과 고사지로 틀을 만든다. 생나무는 물을 부패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비를 맞은 적이 있었던 것을 사용하든가, 한달 정도 물에 담가둔 다음에 이용한다.

 


2. 모래를 놓는다. 굵고 표면이 거친 모래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쉽고, 수질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3~3㎝의 것을 섞어서 사용한다.

 


3. 녹조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뿌리에 붙어있는 흙은 어느 정도 물로 씻어낸 다음에 심는다.

비닐포트채로 담궈 두어도 비료분이 녹아나오지 않기 때문에 좋다.

 

 

 
4. 유목 등으로 만든 받침틀의 한편에 마음에 드는 식물을 넣어보고 배치를 결정한다.

식물의 키에 고저차를 두어서 꽃과 잎의 모양에 변화가 있도록 만들면 좋다.

 


5. 배치가 결정되었다면, 전체 균형을 고려하면서 모래를 넣어 심어간다.

 식물의 뿌리는 넓게 퍼지도록 하고 근원 부분이 그다지 깊게 묻히지 않도록 모래를 덮어나간다.

 


6. 심기를 마친 상태. 뿌리에 붙어있던 흙을 털어낸 식물은 약간 활기가 없어져 쓰러지게 되는데,

뿌리를 모래에 묻고 물을 흠뻑 주면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7. 수련화분의 80% 정도까지 조용히 물을 흘려 넣는다. 가능하면 이 상태에서 이틀에서 일주일 동안 수질의 변화를 관찰한다. 탁해지면 분으로부터 물을 넘치게 하여 다시 바꿔 넣는다.

 

 

 
8. 송사리나 백운몰개 등의 물고기를 넣는다. 작은 고기는 수온의 급격한 변화에 약하기 때문에

판매되고 있는 비닐백 그대로 수련분의 물에 띄워 놓아 수온과 맞춘 다음 방류한다.

 

 


9. 우렁이는 자웅동체이고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2마리로 충분하다. 물에 뜨는 부초도 더해주면 수온의 상승을 막고, 미니 생태계의 네트워크도 보다 복잡해지므로 안정되기 쉽다.

 


10. 햇볕이 좋은 장소에 둔 물확의 미니 워터 가든. 키가 큰 마디풀, 황색의 꽃을 피우는 금불초, 하얀 꽃을 피우는 붉은골풀아재비, 아마존 프로그비츠 등 양지를 좋아하는 수초는 그 종류가 풍부하다.

 

 


송사리가 헤엄치는 모습은 시원하다.우렁이는 미니워터 가든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민물새우 등도 녹조류를 잡아먹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사진출처 : 조동범·조동길 譯, 2007, 작은 새와 곤충을 부르는 자연친화적인 정원만들기;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 도서출판 조경. pp.42~43)

참고 및 인용문헌

김귀곤·조동길, 2004, 자연환경·생태복원학원론, 아카데미서적.

문석기 등 譯, 2004, 생태공학, 보문당.

조동범·조동길 譯, 2007, 작은 새와 곤충을 부르는 자연친화적인 정원만들기;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 도서출판 조경. 

 

 

 

 

 

비오톱 정원의 식물종 선정방법

조동길 원장의 비오톱 가든_3회

지난 글에서는 비오톱 정원을 만들기 전에 미리 알아 두어야 할 사항들 중에서 비오톱 정원의 목표 및 목표종의 설정 방법, 설정된 목표종을 고려한 식물의 선정이나 환경조건 제공 방법 등을 제시하였다.

 

비오톱이나 비오톱 정원을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서 어떤 목표종을 설정하느냐는 조성 이후의 효과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식물종을 중심으로 하여 도입할 종의 선정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비오톱 정원을 만들기 전(2)

 

식물종 선정 방법

식물종 선정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에서 제시하고 있는 비오톱 정원을 위한 식물종 선정 방법이다. 두 번째는 최근 생태복원 및 조경 분야에서 많이 수행하고 있는 생태적 목적으로 조성되는 비오톱의 조성을 위한 식물종 선정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은 우리가 대학에서 배우는 일반화된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미리 알려둔다. , 생태복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일반론적인 원칙과는 달리 원예종의 활용을 긍정 측면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비오톱 정원이라는 다소 특정화된 개인 정원의 조성을 위해서 필요하다.

 


 

 

1) 비오톱 정원을 위한 식물종 선정 방법

내 손으로 만드는 비오톱 가든에서는 식물종의 선정에 있어서 원예식물의 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은 원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비오톱 정원을 위한 식물종 선정 방법을 정리하였다.

 

비오톱 정원에서 이용하는 식물은 화원에서 손쉽게 팔고 있거나, 근처 공원이나 제방 등에서 살고 있는 듯한 보편적인 식물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이 우리들의 집 주변에 보통 재배되고 있는 식물을 어떻게 이용하고, 가혹한 도시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한 식물을 우리의 생활공간에 잘 끌어들임으로써 주변의 생물도 배려하는 평범한 일생생활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도시 생태계를 재구성한다

주변의 환경을 다시 보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주택지나 도시의 식물은 약간의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본래 있었던 산과 강, 수림과 숲, 초지 등의 야생식물이 모습을 감추고 그 대신에 여러가지가 원예, 조경용 식물과 귀화식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원래 있었던 식물도 가로수와 정원식물로서 조금은 살아 남아있지만, 밝은 곳이나 어두운 곳, 습한 곳이나, 건조한 곳, 각각의 환경에 맞춘 원예식물이 본래의 식물 대신에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아주 적은 고유 식물과 다른 나라로부터 온 원예식물 등으로 이루어지는 기묘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한 장소에서 참새나 직박구리, 배추흰나비 등 야생동물과 곤충 등이 어렵사리 생활하고 있다. 물론 도시생태계의 식물종이 일부의 자생종과 귀화한 식물종들이 우점하고 있어 야생동물들은 도시화된 야생동물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생태학적 지위가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를 들어 직박구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비교해 보자. 야산에서 살고 있는 직박구리라면 산벚나무 꽃과 꿀을 먹고 버찌를 먹고 있을 것이다. 매실이나 다래의 열매, 가막살나무나 딸기의 열매도 매우 좋아한다.

 

한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직박구리는 왕벚나무 꽃의 꿀을 먹고 그 버찌를 먹으며, 미국산딸나무와 피라칸사스나 라즈베리 열매를 먹기도 한다.

 

아울러 큰줄흰나비가 사는 모습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야산의 큰줄흰나비의 유충은 좀냉이나, 갯갓냉이의 잎을 먹어가며 성충이 되고, 숲가를 날아다니면서 엉겅퀴나 미역취 등의 꿀을 먹는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큰줄흰나비의 유충은 크레송이나 한련 등의 잎을 먹어가며 성충이 된다. 건물의 그늘을 날아다니면서 아게라텀이나 양미역취의 꿀을 먹으며 살아간다.

 

이것을 좀 더 과학적인 말로 바꿔 말하면야생식물 대신에 생태적 지위가 같은 원예식물을 이용한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생태적 지위는 니치(niche)라고 하는데, 생물공동체나 군집에 있어서 생물종이 달성해야 하는 기능적인 역할을 말한다. 좀 더 친근한 생물종을 이용하여 예를 들면, 논의 생태계에서 개구리를 포식하는 뱀과 백로, 메뚜기나 거미를 포식하는 개구리와 직박구리와 같은 생물종이 먹이연쇄로 보면 같은 먹이자원을 이용하는, 서로 동일한 생태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생태적 지위의 개념은 다양하고, 단순히 서식지에서 종이 점하는 위치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는가하면, n개의 환경요인을 각각 축으로 하는 n차원은 다각체의 부분 집합이라고도 정의한다.

 

 

주변의 균형도 생각해 보자

학교의 정원이나 공원의 한편에 비오톱을 만들고 본래의 자연으로 복원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례이다. 훌륭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의 정원을 과거의 생태계로 되돌리기 위해서 원예식물 재배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혹시라도 호랑나비가 아무리 많이 온다고 해서 개인 정원에 산초나무나 귤나무, 탱자나무, 거지덩굴을 빽빽하게 심으며 생활했으면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동박새나 휘파람새가 온다고 해서 근세를 어수선할 정도로 무성하게 하는 것도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도시의 작은 생활공간 속에 원형적인 자연을 끌어들인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적합지 않아서 어딘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공원과 같이 어느 정도 큼지막한 면적이라면 그것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즈미 켄지는 지금까지 언급한 관점과 같이 도시지역에서 비오톱 정원을 조성한다고 하면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조경 혹은 생태복원 분야에서 조성하고 있는 접근 방법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도시내 균형적인 공간의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지역과 기후에 따른 식생지역의 차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도시에 사는 야생생물에게도 좋고, 사람도 살기편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야생식물이 해왔던 것과 동일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원예식물을 잘 조합하여 도시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보기에 아름답다고 느끼며, 쾌적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만으로 정원과 가로나 공원, 그리고 옥상에도 여러가지 식물을 심어 왔다.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야생생물들은 그러한 식물들을 이용해가면서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원예식물을 심는 경우에도 주변의 야생생물도 조금 이용하기 쉽도록 배려하면서 조합을 연구하면 좋을 것이다.

 

엄밀한 의미의 비오톱(생태적 목적의 서식처)과 같이 외국식물은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도시 생태계를 적절하게 재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포인트는 두 가지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하면, ①구하기 어려운 야생식물은 사용하지 않고, ②야생생물 대신에 생태학적 지위가 같은 원예식물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비오톱은 원래 들새와 곤충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며, 야생식물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생물들의 서식지이다. 따라서 원래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야생식물을 심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근처의 숲이나 강 주변으로부터 개인의 정원으로 가져와서 옮겨 심는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자연파괴를 진척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야생식물과 동일한 역할의 원예식물을 정원에 심어 사람과 생물에게 모두 바람직한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야생종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원예종을

예를 들면 장딸기와 멍석딸기 대신에 블랙베리와 라즈베리를 심으면 새들도 불러들이기 쉬우면서 잼도 만들 수 있다. 전부 수확하지 않고 반은 주변의 야생생물들을 위해서 남겨 두면 좋다.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나비나무라고도 부르는 부들레아(Buddeja), 나무수국이나 둥근수국(Hydrangea involucrata) 대신에 떡깔잎수국(Hydrangea quercifolia), 산나리나 점박이나리 대신에 루레브를 사용한다. 무언가 우아하면서 생물들에게도 바람직한 정원이 보일 것이다. 원형 혹은 전형적인 척하며 근처의 숲으로부터 가져온 야생식물을 정원에 심어도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일본의 경우 조금 눈에 띄는 야산이라면 10m 사방 숲 속에 30종에서 80종에 가까운 식물들이 생육하고 있는 것은 거의 당연하다. 그러한 것을 전부 가져와서 작은 정원에 심는다고 해도 그렇게 잘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식물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넓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생산성이 훨씬 더 높은 원예식물을 잘 조합하는 정원 쪽이, 보다 주변의 야생식물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 비오톱적인 가치가 높은 정원이 될 수 있다.

 

, 우리가 비오톱 정원을 만든다고 하여 주변의 야생식물을 가져오는 것보다는 주변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목적으로 하는 비오톱 정원에 부족한 종들을 생태적 지위를 고려하여 원예종들로 도입하는 것이 좋다. 식물과는 달리 야생생물에겐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여 살아가는 행동권(home range)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굳이 비오톱 정원까지 도입을 하지 않아도 주변 녹지나 산림 등에서 이용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즈미 켄지는 도쿄 시부야 주변의 건물 옥상에 비닐 시트로 연못을 만들어, 조름나물과 물파초를 심고 어딘가에서 가져온 장수잠자리와 물장군, 거기에 송사리 등을 키우고 있는 사람을 안다고 하였다. 근처에 그 종류들이 전혀 남아있지 않는 장소에 희귀한 생물들을 선택했다는 점에서이것을 비오톱이다, 자연보호 활동이다라고 할 수 있다거나 없다고 할 수 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즈미 켄지의 경우에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름나물과 물파초는 대체 어느 곳으로부터 온 것인지. 사가지고 왔다고 해도 업자가 인공배양한 것이라든지 하는 것이다. 확실히 말하면 개인 정원에 비오톱을 조성함으로써 남획과 생태계 교란 등의 자연파괴가 이루어지게 됨을 우리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비오톱이 아니라 비오톱정원을이라는 슬로건을 이즈미 켄지는 10년 전부터 계속 개인전과 TV 그리고 신문 등에서 호소해 왔던 것은, 지금에서야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경솔했던 비오톱 만들기에 의한 자연파괴를 걱정했던 것이라고 회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서 비오톱이나 비오톱 정원의 조성에 대해서 늦게 시작한 만큼 훗날 우리나라도 이러한 후회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구하기 어려운 야생 동식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구하기 어려운 야생식물이라고 했지만, 이는 식물만이 아니라 당연히 동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이즈미 켄지는 환경성의 레드데이터북에 실려있는 멸종위기종을 어떤 국립공원 등지에서 가져와 자신이 만든 비오톱에 보호하고 있다는 둥의 변명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지정된 멸종위기야생동식물종이나 문화재보호법에 의해서 지정된 천연기념물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서 야생동식물의 채취, 포획 등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묘한 점이 있어서 송사리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 갑자기 인기가 생겨, 열대어 판매점 등에서 지금까지 없던 고가로 거래가 되기도 한다. 비오톱을 만드는 사람도 앞서서 사들여 방류한다든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야생지에 몰려들어 남획해 간다든지 한다는 것이다. 그 탓에 동해 쪽에 살고 있는 송사리가 관동 지방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빙하기 이전부터 계속 축적되어왔던 지역 나름대로의 특성이 어느 사이엔가 뒤죽박죽 되어버리는 셈이다. 생태학적으로 보면생물학적 침입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전적 교란과 침입종화 되어 생태적 문제점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보호라고 하는 것은 미묘한 작업이다. 송사리가 사라졌다고 해서 송사리를 방류한다면 그러한 단순한 행위가 무심코 자연파괴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왜 다시금 송사리 예를 들었는가 하면 식물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비오톱  세트라는 이름으로 식물 종묘가 몇 종류 시판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억세 외에 네가래나 노랑어리연꽃 등과 같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있는 종도 포함되어 있다. 그 멸종위기종은 합법적으로 손에 넣어 번식시킨 것이지만 아무래도 산지가 불분명한데다 유전적 다양성조차 없는 클론 개체의 하나인 것이다.

 

희귀한 식물을 싼값에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며 남획의 방지도 된다고 볼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을 생태학습원에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는데, 이런 식으로 팔리는 것은 절대 비오톱에서는 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학교 비오톱 등에서 어쩔 수 없이 심는 경우에는 밖으로 반출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쏟아야 한다. 이러한 것이 야생화되어버리면 보기에는 귀중한 종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부활한 것처럼 보이지만 송사리의 예와 같이 본래 남아있어야 할 각각 지역의 특징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네가래나 낙지다리, 노랑어리연꽃 등의 멸종위기종도 싼 값에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이 즐기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비오톱에 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지역 나름대로의 변이차가 교란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과 종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동일한 기능의 원예식물을 고른다

그러면 실제로 비오톱 정원을 만들 때에 곤란하지 않도록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예를 들면 숲 가장자리나 길 주변에서 살고 있는 장딸기나 멍석딸기는 숲의 나무들에 착생하여 나지의 지면을 덮는 기능이 있다. 동시에 그 꽃은 나비나 벌을 위한 밀원의 기능을 하거나 열매는 새들을 위한 먹거리가 되고, 서식지나 번식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나비를 부르는데 효과적인 거지덩굴도 그 종류의 하나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을 정원에 재구성할 필요가 있을 때 즉 나비나 새를 부르고 싶다거나 트렐리스로 집의 벽면을 덮고 싶다든지 정원수 밑의 지면을 덮고자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장딸기나 멍석딸기가 역시 좋을 것이며, 혹여 칡이나 거지덩굴을 꼭 심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원예종이라고 해도 원래의 야생종은 숲 가장자리에 살아왔던 블랙베리나 라즈베리, 돌발인동, 클레마티스 등을 심으면 동일한 생태학적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야생종보다도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야생생물에게도 풍부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원예식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하자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특히 개인 정원에서는 채취에 의한 자연파괴를 막기 위해 야생종 대체 역할을 하는 원예종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예종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면에서도 좋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비오톱 정원에서는 사계절 꽃피는 성질이 강하고 밀원으로서도 높은 기능을 하며 과실 수확량이 많은 것, 무늬가 있어서 야생종과 구별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재배 관리에 수고가 별로 들어가지 않는 것 등의 특징을 가지는 원예식물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기피되는 것으로서는 겹꽃종과 같이 보기에는 좋지만 꿀과 화분이 적고 과실도 달리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생물에게 저해, 촉진 작용을 가져오는 강한 타감작용(allelopathy) 효과를 갖는 식물에 관해서는 각각 정원의 목적에 맞춰 별도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원예식물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비오톱 정원에서 자라는 원예종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번식성이 강한 원예종을 이용하여 씨앗들이 밖의 자연적인 공간 등에 침입하지 않도록 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오히려 도심내 자연공간에 침입종이 되어 또다른 교란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오톱 정원과 같이 작은 공간에 도입되는 종들을 번식기를 고려하여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2) 생태적 역할을 강조한 비오톱의 식물종 선정 방법

생태적 역할을 강조한 즉, 엄격한 의미에서 비오톱 공간을 조성 혹은 복원하고자 하는 곳에서 식물종을 선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생종의 사용이다.

 

앞서 비오톱 정원을 위해서 원예종의 역할을 강조하였으나, 생태적 비오톱 공간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자생종의 사용이다. 자생종은 귀화종과는 달리 우리나라 혹은 우리나라의 한 지역에서 나서 자라 온 식물종으로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응해 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서식해온 야생동물과 가장 안정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흔히 비오톱 복원이나 생태공원 등의 조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사항이기도 하다. 자생종의 이용은 생태적 측면에서 기존의 수종들과 조화를 잘 이루며, 귀화종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타감작용 등의 발생이 적어진다.

 

다음으로 염두에 둘 것은 앞서 비오톱 정원을 위한 식물종 선정 방법에서도 송사리를 비유하면서 예시한 바 있는데, 자생종이더라도 가급적 비오톱을 조성·복원하고자 하는 지역 인근에서 식물종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습지비오톱을 조성할 때 많이 사용하는 갈대의 경우, 중부지역에서 비오톱을 복원하고자 한다면, 복원하고자 하는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공급이 되어야 하지만, 전혀 다른 지역인 남부지역 같은 곳에서 도입하게 되면 동일한 종일지라도 유전적 차이에 의해서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역과 기후 조건 등을 고려한 식물 선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식물은 강수량과 기온 등의 기후 조건을 비롯한 다양한 인자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서식하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던 식물종들을 도입하게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비오톱에서 원예식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장점

 

·비교적 야생화하기 어렵다.

·야생화되어도 반입 등 확실히 원예종임을 알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생종과 구분이 용이하다.

·가급적 관상 가치가 높고 어수선해지기 쉬운 비오톱의 장소(풀숲) 보다 친숙해지기 쉽게 연출할 수 있다.

·잔존하고 있는 식물과 교배하기 어렵고, 유전자 교란 우려도 없다. 야생종보다도 생산성이 높고, 새들과 곤충의 먹이로서도 좋은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과실과 화훼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입수하기 쉽고 심는 것도 간단하다.

 

_ 조동길 원장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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