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강명세 지음/바오·2019.12
저자 : 강명세 고려대와 뉴욕의 사회과학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UCLA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UCLA에서 정치학 박사 취득 후 노동과 복지,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9년 현재까지 『민주주의 복지국가 그리고 재분배』(삼인, 2014) 등 세 권의 저서와 『민족과 민족주의』(홈스봄, 창비, 1991) 외 여러 권의 번역서를 출판했으며, 「‘촛불혁명’의 희망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2017)를 비롯하여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세종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다.
목차
감사의 글/4
서장 불평등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계급정치/8
제1장 복지국가의 미시적 기반/27
제2장 소득격차의 계급적 편향/57
제3장 무엇이 재분배를 지배하며 어떤 제도가 완화하는가?/99
제4장 민주주의는 저소득층 요구를 반영하는가?/133
제5장 재분배와 투표의 계급편향성/165
제6장 동아시아 선진민주주의 3국-일본, 한국 및 대만의 재분배 선호 비교/195
제7장 선진민주주의 정치지형의 변화/223
제8장 변화하는 계급정치와 포퓰리즘의 도전/255
제9장 왜 노동계급이 우익 포퓰리즘 정치를 지지하는가?-역설의 계급정치/287
제10장 거대변화와 미시적 결정의 상호작용/329
참고문헌/340
출판사 서평
경제적 불평등과 민주주의 위기
왜 민주주의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고 지속 또는 확대되는가. 민주주의는 다수파가 의사 결정을 주도하며, 시장은 경쟁이 지배한다. 시장의 승자는 소수이며 늘 다수의 패자가 생겨난다.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시대에는 중산층이 패자군으로 편입된다. 어느 나라에서나 복지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공급을 훨씬 넘어선다. 따라서 결국 중요한 것은 재분배정책이다.
2015~2017년 동안 1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는 데 동의한다. 소득재분배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선진 복지국가인 독일에서는 76.9%가 소득격차에 대해 우려하지만, 미국에서는 46.9%에 불과하다. 역설적으로 복지정책이 활발한 나라에서 소득양극화를 우려하는 반면, 미국처럼 불평등한 나라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유럽에서는 복지정책을 국가사회적인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지만 미국에서는 불평등을 개인적 차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금까지처럼 한국사회에 우승열패의 신화가 작동하는 한 불평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불평등이 해소되지 못하는 이유-투표와 정치참여의 중요성
민주주의에서 시장의 불평등이 해소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엘리트가 다수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엘리트는 정치자금과 미디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자원을 기반으로 다수 대중에 비해 정치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나타내는 가장 본질적인 정치행위다. 투표참여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재분배정책을 희망하는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참여율이 낮다. 한국의 경우, 저소득·저학력층은 재분배정책을 지지하는 진보정당보다는 그에 반대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이들의 투표는 자신의 계급적 이익과는 상반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고소득·고학력자가 저소득·저학력자에 비해 투표참여율이 높다면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은 누구의 요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까? 세대차이도 마찬가지다. 투표에 적극적인 세대의 요구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수요층의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과 함께 투표를 통해 정치인에게 그 요구를 보여주어야 한다.
포퓰리즘의 성장과 특징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또 하나의 주제는 포퓰리즘이다. 트럼프의 당선과 집권의 포퓰리즘의 맨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포퓰리즘 현상은 불평등 시대에 드러난 민주주의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포퓰리즘은 일국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자국의 이해에 기반을 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한국인의 소득불안을 불러온다. 위기는 두 가지 차원에서 발생한다. 첫째, 포퓰리즘은 경제적 갈등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적 갈등을 통해 기성정치를 공격하며 진입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통합과 세계화로 인해 노동계급은 이민노동자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복지정책의 무임승차자로서 복지재정을 압박한다고 호소한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나 프랑스 국민전선의 르펜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은 세계화로 인한 열패자가 갖는 경제적 상실감을 이용하여 자국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통적으로 진보정당을 지지해온 노동계급은 경제적 차원에서는 재분배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사회정치적으로는 반이민과 반톨레랑스 정신을 지지한다. 둘째, 사회적 대전환에 따른 정당전략의 변화이다. 노동계급의 전통적 정당인 사회당이나 사민당 같은 진보정당은 후기산업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증가하는 사회문화 전문직을 비롯한 중간계급의 문화적 요구를 적극 수용해왔다. 그 반면에 전통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노동계급의 경제적 선호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다. 이처럼 기존의 진보정당이 계급 재배열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사이에 포퓰리즘 정당은 기회를 맞아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었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포퓰리즘
포퓰리즘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지지세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파시즘의 트라우마가 극우정당을 봉쇄해왔던 독일에서도 포퓰리즘 정당(대안정당)이 2017년 연방선거에서 12.6% 득표로 94석을 획득했다. 서구 민주주의 가운데 톨레랑스에 가장 공감해온 스웨덴에서도 2018년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스웨덴 민주당)은 19.8% 득표로 70석을 확보하여 제2당이 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극우포퓰리즘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지배를 강화함으로써 노동계급이 겪는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이 노동계급을 위한 정책에 더 많은 자원을 배당해야 한다.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겪으며 또한 세계화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노동력 수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사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저소득층 무시하면 ‘역설의 계급 정치’ 온다
노동계급이 진보정당 대신 극우 포퓰리즘 지지하는 유럽 “계급정치는 반대로 복원됐다”
상층계급이 하층계급보다 1.57배 투표…미국은 거의 30%p 격차, 소득불평등으로 이어져
민주주의는 저소득층의 요구를 반영하는가? 재분배(복지) 정책은 왜 늘 공급이 부족한가?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쓴 <불평등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투표율에서 찾는다. 어느 나라나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투표장에 많이 간다. 강 위원이 국제사회비교조사(ISSP) 통계를 토대로 9개 직업 분류에서 단순노무직과 장치조립 노동자를 ‘하층계급’으로, 전문가와 최고 관리자 집단을 ‘상층계급’으로 분류해 계급별 투표율을 계산해 보니, “상층계급은 하층계급이 투표할 가능성에 견줘 1.57배 투표”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위원은 “재분배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은 소득이 부족하고 저학력자이다. 재분배를 통해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자원과 정보가 풍부한 고학력 혹은 고소득자보다 투표에 덜 참여한다”고 밝혔다.
저소득 투표 순위에 1위가 없는 이유는 투표가 의무사항인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인 미국의 경우, 고소득자(83.3%)와 저소득자(55.2%)의 투표율 차이는 거의 30%포인트에 가깝다(국제사회비교조사 1987~2009 통계). 결과는 소득불평등도로 나타난다. 2017년 지니계수와 팔마비율로 본 소득불평등 그래프에서 미국은 3번째로 불평등도가 높다.
이 책의 논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계급배반 투표이론과는 결이 다르다. 계급배반 투표이론은 노동계급이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현상을 지적했다면, 이 책은 저소득층의 재분배 선호 성향을 전제하되, 투표로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한다.
실제로 소득별 재분배 선호율은 저소득층이 높고 고소득층이 낮다. 저소득층은 재분배를 바라고, 고소득층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저소득자의 재분배 선호율은 66.2%로 고소득자의 45.9%보다 현저히 높다. 강 위원은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의 시정을 바라는 사람의 요구보다는 재분배 재정에 필요한 조세를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며, “소수 엘리트와 정부가 결합하여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고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분배정책과 관련한 유럽의 연구도 저소득층은 과소 대표되는 반면 고소득층은 과도 대표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고 강 위원은 덧붙였다. “정치인은 투표하지 않는 사람을 대표하지 않는다. 정당과 정치인은 정책을 실현하자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투표를 동원한다. 따라서 기권자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않는다.”
한국은 저소득자 투표순위가 조사 대상 23개국 가운데 18위로 낮은 편이지만 고소득자(70.3%)와 저소득자(69.5%)의 차이는 크지 않다. 저소득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투표율이 낮은 것이다. 2017년 지니계수와 팔마비율로 본 소득불평등 그래프에서 한국은 5번째로 불평등도가 높다. 분단과 독재 등의 영향으로 정당들의 전반적인 보수성이 여전히 강해 소득에 따른 투표율 격차가 크지 않은데도 저소득층의 재분배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소선거구제의 결함으로 유권자들의 선호가 투표에 잘 반영되지 않아 온 측면도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조사 대상 23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만이 고소득자의 재분배 선호율(80.6%)이 저소득자의 재분배 선호율(73.6%)보다 높은 점이다. 한국 고소득자들의 리버럴 성향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강 위원은 “빈곤층은 여러 가지 조건이 불리해서 투표에 적극적일 수 없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요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다”며 “정치체제나 정당이 저소득층을 동원하는 데 얼마나 노력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정당은 지지자를 동원하지 않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저소득층의 재분배 욕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동원할 정당의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지금처럼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 지속할 경우 유럽처럼 극우 포퓰리즘의 출현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책은 상당 부분을 할애해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기술변화와 탈산업화, 세계화 등 거시적 변화와 이민 증가 등으로 인해 저소득 일자리를 담당해 왔던 노동계급이 더는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극우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이를 “역설의 계급정치”라고 불렀다. “포퓰리즘의 성공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계급정치는 마감했다’는 예측을 부정한다. 계급정치는 반대로 복원되었다. (…) 무역이론이 제시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은 국내적 패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사회보험정책이 보완되지 않으면 국내 정치적 불안으로 유지될 수 없다. 기술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에서 저숙련·저학력 노동자는 늘 퇴출 리스크에 직면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나 인도의 상품이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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