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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

by 이성근 2023. 2. 10.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 금리와 인플레이션, 환율은 어떻게 당신의 부동산을 잠식하는가?

배문성 저 | 어바웃어북 | 202211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기업평가,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외국계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에서 크레딧 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재직 기간(2008~2015) 건설업 애널리스트로서 부동산 하락 사이클을 심도 있게 연구했고, 국책은행(2015~2021)에서 국내외 여러 업종의 심사평가 및 여신업무를 수행하고 <개도국은행편람>을 발간하며 글로벌 경제와 은행시스템에 관한 인사이트를 키웠다. 이후 고금리의 귀환과 채권의 시대를 전망하며 2021년 말 채권시장에 뛰어들었고, 시장에서 금리와 밀접하게 호흡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기업/산업 분석과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경력을 쌓으며 2013년에는 아파트를, 2016년에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등 다수가 외면할 때 저점에서 투자하는 안목을 발휘하기도 했다. 경제적 자유를 운운하지만 실상은 투자의 고()에 시달리는 이들로 가득한데, 금리와 자산의 상호작용을 깨우치는 것이 투자의 고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여기고 있다.

 

시중에 나온 부동산 책들이 상승기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대출 방법과 입지 소개, 정부정책 비판, 투자 성공담에 편중된 현실이 안타까웠다. 다수가 잊고 지낸 부동산 사이클의 실체와 더불어 금융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담론이 필요한 시기, 오랜 경험과 연구의 산물로써 금리와 유동성 중심의 부동산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목차

[프롤로그] 변곡점인 지금 이 순간, 부동산시장에 관한 서사를 읽어야 할 시간

*부동산과 시장을 더 깊이 공부할 결심(자산시장 인사이트 심화학습)

 

chapter 1 공급 : 네 머릿속의 지우개와 말할 수 있는 비밀

01 무엇이 집값을 좌우하는가? : ‘공급의 함정에 빠진 집값에 대한 심각한 오해

02 너희가 피(P)맛을 알아? : 공급의 Q가 아닌 P×Q를 생각하기

*전세가격이 오르내리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면?

03 공급절벽인가, 공급폭탄인가? : 서울과 대구의 아파트 공급 사례 살펴보기

*‘착공분양의 개념, 정확하게 이해하기

04 무주택자를 절벽으로 내모는 것들 : 아파트 공급에 관한 언론 기사의 함정

05 잘못 아는 것은 병이다! : 근거 없는 집단믿음의 오류, 그리고 균형 찾기

06 집값은 변해도 변치 않는 너 : 매매가격지수 실태보고 [1] IMF 때 집값은 얼마나 떨어졌나?

07 집값 통계의 배신, 그 대안을 찾아서 : 매매가격지수 실태보고 [2] 대단지 신축 아파트 실거래가로 대체하기

08 정부는 거들뿐, 공급을 좌우하는 건 따로 있다! : 알고 보면 영향력이 제한적인 정부정책

09 ‘내집마련해 주겠다는 달콤한 공수표 : 정권별 시한부정책의 한계

10 정부와 맞서지 말라? 시장과 맞서지 말라! : 정권별 매크로 환경과 부동산정책 기조 돌아보기

11 집값의 향방을 가늠하는 2개의 나침반 : 부동산 가격추이 분석 [1] ‘2×2 매트릭스로 생각해보기

*공급과 유동성, 인구와 소득 변수에 대한 고찰

12 금리가 낮을수록 작은 변화에도 시장이 민감한 이유 : 부동산 가격추이 분석 [2] 기업신용평가 모형과 채권의 볼록성

*달동네는 어떻게 확 뜰 수 있었나?

 

chapter 2 금리 : 인플레이션의 중심에서 고금리를 외치다!

13 금리가…… 어떻게 변하니? : 채권의 가격은 시장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14 아는형님들, 금리로 우정에 금 가나? : 금리 인상과 인하가 시중 유동성과 투자수요에 미치는 영향

15 애덤 스미스의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며 아침을 : 돈의 희소성을 좌우하는 금리의 속성

16 부동산투자로 인플레이션을 방어한다굽쇼? : 인플레이션과 투자에 대한 조급증

17 500일의 썸머와 WINTER IS COMING : 계절의 변화를 의미하는 금리의 움직임

18 전세, 네 안에 채권 있다! : 채권의 속성으로 분석한 아파트가격 추이

*집값의 거품은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더 떨어질까?

19 집값을 잡기 위해 걸리버가 된 미 연준 : 한국 vs 미국, 집값과 주거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20 얼마면 되겠니, 갖고 싶은 너의 가치는? : 주식과 금의 속성으로 분석한 아파트가격

*누군가에게는 신앙이었던 자산들

21 ‘마침내종교적 신념의 붕괴’ : 가치저장수단으로 살펴보는 아파트가격 형성의 메커니즘

*다시 짚어보는 공급 확대 키워드

22 기세와 함께 춤을(현자타임을 추억하며) :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성이 심한 이유

23 내릴수록 집 사고 싶어지는 금리의 마력 : 금리가 집값에 미친 영향 분석

24 아파트가격은 풍선을 타고 : 유동성 풍선효과, 지방의 사례

*거품의 진행과정 : 폭락은 폭락의 요건이 갖춰진 뒤 발생한다!

25 금리인상에 얽힌 서로 다른 추억 : 초두효과로 바라본 금리인상의 실체

* 토지보상금이 집값 상승의 주범일까?

 

chapter 3 유동성 : 그 많던 돈들은 누가 다 먹었을까?

26 전세냐 월세냐, 그것이 문제로다! : 전ㆍ월세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

27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다? : ‘임대차2이 왜곡한 전·월세 시장

*대선 결과에 부동산 투영하기(종부세와 임대차2’)

28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 너의 원리금은? : 유동성 리스크의 의미와 똘똘한 한 채의 위험

* 부실의 사각지대 개인사업자대출

29 서서히 물들다 파도처럼 덮친다! : 영구채라 여겼던 전세보증금의 반격

*초저금리, ‘임대차2과 갭 투자 비중[2020~2021] vs 금리상승과 상생임대인제도[2022~2023]

30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기 : 금융선진화를 위한 고난의 길

31 ··일 부동산 삼국지 : 한국과 중국이 전 세계 임대수익률 꼴찌인 이유

 

chapter 4 타이밍 : ‘그래서 언제?’ _저점(Buy the Dip)을 기다리며

32 너의 미소가 나의 계좌를 녹아내리게 할 때 : 공급자 시그널 [1] 소비자잉여 관점에서의 건설사 실적분석

*부동산과 제2금융권의 화양연화

33 형님이 기침을 하면 아우는 독감에 걸린다 :공급자 시그널 [2]HDC현대산업개발이 적자를 기록할 때

34 개인투자자의 봄날은 간다 : 크립토 겨울에서 겪었던 악몽의 데자뷔 분석

35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 수요자 시그널 [1] 수요자의 외면이 극에 달할 때

36 가장 인기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비싸진다 : 수요자 시그널 [2] 서울 최선호지 신축 아파트의 반등 초입

37 잃어버린 균형감각을 찾아서 : 휘둘리지 않고 부동산 경기순환주기 이해하기

38 하락장의 두 얼굴, 그 해 우리는 : 단기 조정인가, 장기 침체인가?

39 패자의 귀환, Mean Reversion을 기다리며 : 환율은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가신용도와 부동산의 물고 물리는 위기

[에필로그] 무엇이 그들을 전사(戰士)로 만들었을까요?

출판사 서평

시장과 금리, 돈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키워야 부동산 투자에서 낭패를 보지 않는다!

무분별한 정보 취합만으로 부동산 투자에서 승리할 수 없는 이유

 

이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은 첫 장에서부터 부동산시장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지난 수 년 동안 시종일관 공급 부족’, ‘공급 절벽이라 우겨온 언론 보도를 적확한 통계와 분석으로 팩트체크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의 전례 없는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로 삼아온 것은 다름 아닌 공급 부족이었다.

당연히 주택의 공급은 부동산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하지만, 공급지표인 착공 및 입주 물량은 서울/수도권 집값이 약세였던 이명박정부 시기에 가장 적었고, 문재인정부 시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20), 그토록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근거로 삼는 향후 입주물량 통계는 엉망이라는 것(48) 등에 비춰보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공급은 가격을 좌우해온 결정적인 요인이라 보기 어렵다(24쪽 이하).

이 책은 1장에서 선동적인 정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첫걸음으로 부동산시장의 맥거핀(MacGuffin)이 되어버린 공급의 허와 실을 집중 해부한다.

 

금융(부채와 금리)은 어떻게 미래 집값의 추세를 읽는 가늠쇠가 되었나?

금리가 부동산시장의 수요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금융기관의 대출 없이 모아둔 현금만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로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대출을 일으킨다. 뿐 만 아니라 대출은 전세계약을 할 때도 빈번하게 활용된다. 문제는 대출이 곧 부채라는, 너무나 당연하기에 간과하기 쉬운 위험천만한 현실이다. 지금처럼 금리가 폭등하면서 이자부담은 회색코뿔소(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예상은 하고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가 아닌 블랙스완(예상치 못하여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게 되는 위험)이 되어버렸다. 이 책이, 가계부채발 리스크가 나라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이유다(277).

그런데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장은 이상하리만치 금융(부채와 금리)’이 주택수요를 좌우한다는 점을 무시해왔다. , 대부분의 국민이 서울 요지의 신축 아파트를 원하지만 정부가 그에 대한 공급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집값이 치솟았다는 주장을 무한반복해온 것이다. 하지만 집을 살 때 레버리지(차입, 대출)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수요 측 금융을 무시할 수 없다(7). 결국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마침내집값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금리였음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두 번째 챕터에서 금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집값의 추세를 조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아파트가 전체 주택시장을 지배하는 국내 현실을 반영하여) 시장금리와의 밀접한 역학관계를 바탕으로 아파트의 가치를 구하는 모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179).

아파트가격=A+B+C

A : 현재의 사용가치, ·월세(채권), B : 향후 임대수익 상승 기대(주식)

C : 소유 프리미엄 및 희소성 가치 부여()

, 국내에서 주택, 특히 아파트에 내재한 채권과 주식, 금의 속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로서 매크로 관점에서 오랫동안 국내 부동산시장의 특이점을 연구해온 저자만의 탁월한 해석능력이다.

 

유동성 위기는 어떻게 악화되고 또 언제 수그러들 것인가?

집값의 오르내림이 결국 돈의 흐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

 

이 책이 3장에서 다루는 유동성(liquidity)은 쉽게 말해 현금혹은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부동산시장에서 현금흐름이 막혔다는 것은, 단편적으로는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가격을 낮춰 보유한 집을 팔아야 하거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이 급증하면, 유동성 위기국면에 처했다고 말할 수 있다.

팬데믹을 전후로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중에 엄청난 돈을 풀었고, 사람들은 돈뭉치를 들고 레버리지 효과를 꿈꾸며 부동산과 주식, 암호화폐 시장으로 달려갔다.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이른바 영끌족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다. 물론 초저금리 유동성 파티가 지속된 500여 일 동안 급등한 자산가격이 단기 거품일 거라는 경고음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파티에 취한 사람들에게 그만 정신차리세요!”라는 메시지를 힘주어 전하기에는 경고음의 볼륨이 턱없이 작았다.

그런데, 중앙은행을 비롯한 금융/통화 당국과 자산시장 전문가들은 ‘500일의 썸머의 끝자락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 ESG 이슈 등으로 인한 유동성 혹한기가 찾아올 것임을 진정 예견할 수 없었을까?(134) 이 책은, ‘500일의 썸머가 지난 2022년에 ‘Winter is coming’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너무 늦은 처사라고 일갈한다(144).

 

마침내찾아온 붕괴의 마침표는 언제 찍힐 것인가?

저점과 반등의 시그널을 포착하는 안목 키우기

 

500일 넘게 이어져온 썸머 페스티벌은 어느새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짧은 가을은 온데간데없이 서리발 차가운 겨울이 불쑥(!) 찾아왔다.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과 대외 여건을 차분히 분석하건대, 이 책은 초고금리와 고환율, 인플레이션의 고통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길 것이라고 관측한다. 아울러 국내 부동산시장에 국한해 전망하자면, 침체의 강도가 2009~2013년의 흐름과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379).

아무튼 어느덧 긴 겨울이 찾아왔으니 이제부터 한동안 아예 투자 마인드를 접어야 할까? 저자는 이 책 마지막 챕터의 도입부에서 투자계 구루 존 템플턴 경의 문장을 인용한다(321).

실수를 피하는 유일한 길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큰 실수다.”

이번 혹한기는 매우 길고 매섭겠지만, 저점(buy the dip)의 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불변의 시장원리를 부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반등의 시그널을 포착해 적확한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이 책은, ‘오류투성이의 수요/공급 팩트체크’(1)에서 시작해 금리와 집값의 함수관계’(2) 유동성 위기의 원인과 해법’(3)을 거쳐, 마지막 챕터에서 한발 앞선 투자 타이밍을 잡는 혜안을 터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전체를 이해하는 힘을 키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이기는 투자는 힘에서 비롯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시중에 쏟아져 나온 부동산 도서들처럼 어느 지역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등의 정보를 찾는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도서들에 적힌 정보들이 진즉 옳았다면, 해당 도서를 쓴 저자와 읽은 독자는 모두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어야 하지 않을까? 한 채에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집값에 담긴 메커니즘은 그런 식의 정보취합으로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정보가 널려있다 해도 어떤 게 맞는 것인지 알아낼 도리가 없다. 이 책이 제시한 39가지 항목은, 전례 없는 상승과 하강, 그 변곡점의 순간에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모범답안이다. 39가지 투자덕목(!)은 부동산에 국한하지 않고, 자산시장 전체를 이해하는 힘을 키워준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주창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은 이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에 그대로 투영된다. 물론 시장을 읽어내는 힘을 기르는 결심은 독자의 몫이다.

 

봄날은 간다이영애, 아는 형님아형들과 함께 부동산 공부를!

영화, 드라마, 문학 그리고 투자계 구루들을 통해

예측이 어려운 부동산시장에서 혜안을 터득하는 즐거움!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를 접한 사람들은 다소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부동산 책 표지에 웬 곰?! 그렇다. 책의 제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표지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포스터를 패러디했다. 탕웨이의 자리에 곰 한 마리가, 박해일 대신 타노스의 모습을 한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보인다. 책장을 펼치면 본문은 한술 더 뜬다. 드라마 태조 왕건의 궁예(김영철)가 주택시장을 과열로 이끈 주범으로 잘못 지목된 다주택자의 비애를 이야기하고(23), 영화 봄날은 간다의 순박한 상우(유지태)가 급등한 금리와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어떻게…… 금리(시장)가 변하니?”라며 되뇌는 장면을 통해서는 고금리 시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투영한다(116). 금리 변동에 담긴 복잡한 메커니즘을 영화 500일의 썸머와 미드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스타크가문의 가언(家言) ‘Winter is coming’을 동원해 풀어내는 저자 특유의 위트 넘치는 서술방식을 접하다보면, 부동산 책이 아니라 마치 흥미진진한 블랙코미디 대본집을 읽는 착각마저 든다.

 

뿐 만 아니라 금리 변동이 유동성과 투자수요에 미치는 영향같은 딱딱하고 복잡한 주제들을 설명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의 아형 캐릭터들을 재밌는 캐리커처로 담아낸 장면(128), 아파트 분양시장의 신조어가 된 선당첨 후고민을 뜻하는 선당후곰을 묘사한 곰 캐릭터(223), 히스토리 채널의 전당포 사나이들을 통해 자산마다 제각각인 유동성의 특성을 분석(56)해내는 등 기상천외한 얘기들로 가득하다.

 

공급 부족하지 않은데 집값이 올랐던 이유

2020년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언론에서는 ‘공급 부족’을 이유로 꼽았지만 배문성 애널리스트(사진)의 생각은 달랐다. 집값은 한 요소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배문성씨는 2019년에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스스로 집계한 데이터들과 분석 틀을 통해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0년을 맞으며 집값은 배씨의 전망과 반대로, 마치 날개 돋친 듯 치솟았다. 거의 모든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반토막” 난다거나 “감소세로 돌아섰다”라며 집값 상승을 예측했다. 이는 시민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배문성씨는 이른바 ‘공급부족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공급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적 통계로 확인되는 2020~2021년의 입주 물량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많은 수준이었다. 이렇게 공급이 넘쳐났던 상황에서 집값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화두를 걸고 고민한 결과가 그의 최근 저서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이다. 실증 통계도 넉넉하게 담고 있다. 책 제목에는, 시민들이 언론이나 전문가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그를 만나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거짓 정보’가 범람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문제부터 언급했다.

 

“기자들은 대다수가 여러 부서를 돌아가며 순환근무를 하니 부동산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한 사람이 드물다. 그들이 의견을 묻는 전문가들의 풀(pool)도 매우 제한적이다. 일정한 전문가들만 취재하다 보니 부정확한 내용의 기사들이 양산되었다. 예를 들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는데, 그 ‘공급’이 도대체 뭐냔 말이다.”

 

주택 공급이란 팔 집이 시장에 나온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 다른 뜻도 있나?

주택의 공급은 대체로 인허가, 분양, 착공(공사 시작), 준공(공사 완료), 입주 등의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가 모두 공급의 범주에 들어간다. 또한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갈 때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또한 공급의 기준이 인허가인지 착공인지 입주인지에 따라 공급량이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무조건 공급이 부족하다고 단순하게 몰아갔다. 실제 통계를 보면, 인허가로나 준공 내지 착공 기준으로나 문재인 정부 시절 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상당히 확대되었다.

 

현실의 아파트 시장에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자체로 공급 부족이 증명된 것 아닐까?

공급 부족론의 문제는 주택 수요가 일정하다라는 잘못된 가정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사실 주택 수요는 들쭉날쭉하다. 2022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년도(2021)에 비해 얼마나 줄었는지만 봐도 그렇다. 수요의 변동이 극심하다면, 가격 상승을 공급 탓으로만 돌리는 논리에는 엄청난 결함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 자체가 적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왜 거의 모두가 공급 부족론으로 쏠렸을까?

2017~2018년에는 전문가들의 집값 전망이 오른다’ ‘내린다가 반반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데다 이후 공급될 물량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과 일부 지역의 집값이 거침없이 올라버리니, 전문가들 역시 놀랐을 것이다. 결국 지금처럼 너무 강한 수요에 비해서는 공급이 부족한 것 아닐까정도의 의견을 내며 공급 증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본인도 놀랐나?

그렇다. 2019년에는 ‘(다른 지역은 물론) 서울 아파트 가격도 더 오르긴 힘들다라고 판단했다.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와 거의 차이가 없이 붙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 가격이 이제 조정을 받겠다(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세나 하락세로 돌아선다)’라고 판단했다. 실제로도 조정이 약간 일어났다. 그러나 2020년 들어 기준금리가 0.5%(201910월에는 1.25%)까지 내려가면서 집값이 치솟아버렸다.

집값은 단순히 수요-공급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금리와 자산의 가격은 반비례한다.연합뉴스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와 붙어 있어서 집값이 조정될 것으로 봤다’는 배문성 애널리스트의 발언은 주택시장에 대한 그의 시각을 관통하고 있다. 그는 집값이 단순히 수요-공급에 따라 널뛴다고 보지 않는다. 주택은 ‘(금융)자산’으로, 자산의 속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자산의 가격은 그 자산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따라 오르내린다. 예컨대, 돈(원금)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률(금리)이 일반적으로 10%라고 치자. 이런 상황에서 어떤 투자자가 특정 자산(증권이든 부동산이든)으로부터 매년 10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면 그 자산의 가격은 얼마로 평가해야 할까? 대략 1억원이다. 일반적 수익률이 10%인 상황이라면, 1억원을 투자할 때 대체로 100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연간 수익률이 20%로 올라간다면, 해당 자산의 가격은 5000만원으로 떨어진다. 5000만원만 투자해도 연간 10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와 자산의 가격은 반비례한다. 금리가 오르면(내리면) 자산 가격은 내려간다(올라간다).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도 비슷한 틀로 설명할 수 있다. 10억원으로 산 주택을 남에게 빌려줘서 얻는 연간 수익이 2000만원이라면, 임대수익률(임대수익/매입가*100)은 2%이다. 그런데 다른 자산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예금만 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률(예금금리)이 4%라면, 10억원이란 이 주택의 가격은 유지될 수 있을까? 배씨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주택 이외의 다른 자산이나 은행엔 5억원만 투자해도 2000만원(5억원의 4%)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주택에 투자할 돈을 다른 자산으로 옮기며, 이에 따라 집값은 떨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7월 임대차 2법이 시행됐다.연합뉴스

 

배문성 애널리스트가 추적한 2010년대의 데이터에 따르면 줄곧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예금금리와 비슷함)보다 1%포인트 남짓 높았다. 기준금리가 3%대인 경우(2011)의 임대수익률은 4%대였다. 팬데믹으로 기준금리가 0.5%까지 낮아진 2020년의 임대수익률은 1.5% 정도로 산정되었다. 그런데 배씨가 집값 하락을 예측했던 2019년 상반기의 임대수익률은 1.8%로 기준금리(1.75%)붙어 있었. 이에 따라 그는 임대수익률이 1%포인트 정도 더 오르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임대수익률은 임대수익/매입가×100’이므로, 임대수익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대수익률이 상승하려면 매입가가 하락해야 한다.

 

지금까지 봤듯이, 배씨에게 주택시장의 상승·하락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금리다. 그는 이명박(2008.2~2013.2), 박근혜(2013.2~2017.3), 문재인(2017.5~2022.5) 정부 시절의 금리와 주택시장 추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들은 경기 활성화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경기가 좋아지려면 내수와 수출 중 하나는 괜찮은 상태여야 한다. 수출 상황이 열악하면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부동산시장을 띄울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수출 호조 덕분에 부동산 활성화로 내수 부양을 무리하게 도모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10~2011년 중 다섯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부동산시장은 하락·침체기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수출 부진에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자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나 내렸다. 이로써 부동산시장은 회복·상승기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다. 그러나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여건이 조성되면서 1.75%였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하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 1.25%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잠시 침체되었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다시 수요가 붙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2020년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준금리를 0.5%까지 확 끌어내리자(20205)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택가격 폭등이 진행되었다.”

13일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시사IN 신선영

 

같은 해(2020) 7월에 시행된 임대차 2법이 아파트 전월세와 매매가격을 오히려 더 올려버렸다는 지적이 있다(임대차 2법은 기존 세입자가 계약의 2년 연장을 요구할 때 임대인은 1회에 한해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규정했다(계약갱신청구권). 이를 통한 재계약의 경우 임대료 상승 폭이 5%로 제한되었다).

 

금리를 낮추면 전세가(전세보증금)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금리인하와 집값 상승의 메커니즘과 비슷함). 이런 와중에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전월세 급등을 오히려 촉진해버렸다.

 

입법 취지는 전월세가 안정이었는데, 어쩌다 그런 역효과가 유발된 것인가?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모두 100세대로 구성된 A라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전세 시세가 10억원이라고 치자. 매년 A 아파트에선 40세대가 다른 아파트로 이사 간다. 반면 A 아파트로 들어오려는 수요는 매년 50세대에 이른다. 이처럼 임대 공급이 40세대에 불과하지만 수요는 50세대에 이르니, 경쟁률은 1.251이다. 20205월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렸기 때문에 이후 전세가 폭등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데 임대차 2법 덕분에 기존 세입자들은 전세가를 5000만원(10억원의 5%)만 더 올려주면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A 아파트의 세입자 대다수가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 아파트의 전세 공급은 40세대에서 예컨대 10세대로 줄어들게 된다. 수요 역시 줄긴 할 것이다(다른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 역시 전세가를 5%만 올리면 해당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A 아파트가 서울 강남이나 목동처럼 교육 여건, 교통 등 인프라가 좋은 곳이라면 임대 수요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예컨대 50세대에서 40세대로). 결국 공급이 40세대에서 10세대로 크게 떨어진 반면 수요는 50세대에서 40세대로 약간 감소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로써 A 아파트의 전세 경쟁률은 41로 껑충 뛴다. 이로 인해 A 아파트에 새로 입주하는 세입자의 신규전세가는 이전의 10억원에서 예컨대 15억원 수준(그러나 기존 계약자들은 105000만원) 수준으로 폭등할 수 있다. 또한 아파트는 가장 비싼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면 이보다 저렴한 다른 지역의 가격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샤넬 가방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 하위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쉬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당시 아파트 전반에서 신규 전월세 가격이 폭등해버렸다.

 

임대차 2법이 불타는 주택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인가?

그렇다. 안 그래도 금리인하로 전월세가 오르는 와중에 임대차 2법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전세 공급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전월세가 폭등은 매입까지 자극했다. 된서리를 맞은 세입자들은 임차료와 집값 폭등을 구조적 상승으로 받아들이며 심각한 공포를 느꼈다. 열받은 세입자들이 영끌과 갭투자로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집값이 더 올랐다.

 

그렇게 광풍이 몰아치던 와중인 2022년 상반기부터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었다. 지금은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글쎄. 우리는 금리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금리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모른다. 다만 임대수익률과 기준금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추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10여 년의 추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보다 대략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를 보면, 임대수익률이 2% 정도로 기준금리(3.5%)보다 오히려 1.5%포인트 정도 낮다. 결국 집값 하락이 멈추려면 기준금리가 낮아지거나 임대수익률이 높아져야 한다.

 

기준금리가 단시일 내에, 예컨대 올해 하반기까지 크게 낮아질 것 같지는 않다.

기준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임대수익률이 높아져야 집값 하락이 중단된다. 임대수익률 상승의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임대료 인상, 다른 하나는 집값 하락. 첫 번째 가능성인 임대료 인상부터 검토해보자. 과연 집주인들이 경기침체기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을까? 어렵다. 소득이 상승해야 임대료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주식·부동산 시장은 물론 수출 대기업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문에서 일하는 고소득자의 수입 역시 오르기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임대료는 오르기 힘든 여건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집값 하락으로 임대수익률이 올라가는 경우다. 개인적으론 올해는 부동산시장에서 조정이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 본다.

 

전세 문제가 가계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가는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2021년에 전세가가 지나치게 올랐다. 그때 계약한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서 나가려고 하면, 집주인(사실상 채무자)이 전세가를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전세가가 확 떨어진 지금 상황(예컨대 10억원에서 7억원으로)에서, 집주인이 전세가의 차액(신규 임차인으로부터 7억원을 받는다고 해도 10억원에서 3억원이 모자란다)을 현금으로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집주인들은 2021년 즈음에 올려 받은 전세가를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투자에선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돌려줄 수 없게 된다면, 무서운 이야기다.

이런 집주인들에게 마지막 수단은 집을 파는 것밖에 없다. 더욱이 일부 지역에선 이미 집값이 2년 전의 전세가보다 낮다.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회 전반적으로 세입자들이 전세가를 제때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데 따른 돈맥경화가 발생할 수 있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 등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집주인)가 지고 있는 전세·준전세 보증금 부채가 100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집주인들의 급매가 한꺼번에 몰려나와 버리면 집값 하락의 속도와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집주인들이 안 좋은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팔자에 나서면 그나마 다행인데, 내가 아는 지금 추세로는 대다수가 기다려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그런 기대가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분양시장의 가늠자로 평가받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시사IN 신선영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미분양 주택의 정부 매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부동산발 채권시장 위기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선 어쩔 수 없지 않나?

어느 정도 동의한다. 윤석열 정부의 최근 부동산 관련 조치를 두고 둔촌주공 구하기라는 식으로 많이 이야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둔촌주공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스(PF)가 우리나라의 모든 PF 대출 중에서 가장 우량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가장 우량한 둔촌주공의 PF 유동화 증권(건설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채권)마저 잘 거래되지 않으면 다른 건설사업은 볼 것도 없다라는 심리가 조성될 수 있다. 150조원 규모의 PF 대출 부문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둔촌주공 같은 몇몇 우량한 사업장에서라도 괜찮다로 방향을 잡아줄 정책적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국적으론 1, 서울은 반년 정도다. 초기에 약을 너무 세게 처방하면, 증세가 더 나빠진 이후엔 어떤 약을 사용해야 할까? 정부가 하락장 초입부터 너무 많은 수단을 동원해버리면 나중에 사용할 카드가 소진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가져야 할 정책 기조가 있다면?

한국 정부는 부동산시장에서 어떤 사태가 벌어지면 그에 맞춰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 규제 강화, 급락이 염려되면 완화책을 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억제책을 사용해도 시민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기대한 만큼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시간 지나면’ ‘버티면’ ‘정권이 바뀌면규제를 풀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 같은 큼직한 정책에서만이라도 정권이 교체되든 않든 큰 기조는 유지된다라는 신뢰를 시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시장에 예측 가능성이 생기고, 정부의 정책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시사인 이종태 선임기자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