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임소연 지음 | 돌베개 | 2022.11
저자 : 임소연-과학기술학 연구자. 서울대 자연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공대에서 박물관학 석사학위를,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기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테크놀로지와 몸, 과학기술과 젠더, 신유물론 페미니즘, 현장연구 방법론 등을 주로 연구한다. 지은 책으로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2022)과 『겸손한 목격자들』(2021, 공저) 등이 있으며, 한국 여성의 몸과 관련된 기술과 의학, 문화를 분석한 여러 논문을 『Social Studies of Science』, 『Medical Anthropology』, 『Ethnic and Racial Studies』, 『East Asia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등에 실었다. 현재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에 재직 중이다.
목차
프롤로그-성형수술과 내가 얽혀버린 이야기
Ⅰ.
청담 성형외과에 들어가다
청담 성형외과 임 코디가 되다|강남여자가 되다|엉망진창의 성형외과 현장연구를 시작하다
예쁜 얼굴의 기준은 무엇인가
양악수술의 과학적 탄생|눈과 코에서 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입 패러다임으로 개종하다
과학의 미, 미의 과학
당신은 못생기지 않았다, 예쁘지 않을 뿐|얼굴을 보는 과학적인 방법|과학의 미, 미의 과학의 핵심
수술실 스펙터클
수술은 ‘칼과 바늘’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사물, 수술실의 플라즈마|수술과 수술 사이, 간호사의 노동|수술실에서 떠올리는 실험실
누가 성형외과 의사를 욕하는가
환자를 두려워하는 의사|의사가 공격하는 의사|순수한 미용과의 거리두기|성형수술을 더 불순하게
코리안 스타일 vs. 강남 스타일
코리안 스타일 성형|코리안 스타일이 탄생하기까지|강남 스타일이 코리안 스타일과 다른 점|질문으로 답해야 할 질문
‘성형괴물’ 또는 한국의 오를랑
나의 오를랑을 소개합니다|성형미인의 다양한 이름들|‘괴물’과 ‘미인’을 가르는 얄팍한 기준|내가 한국의 오를랑을 좋아하는 이유
Ⅱ.
성형의 폭력
수술날|“치료는 폭력을 정당화한다”, 그렇다면 향상은?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현실적으로 생존하자
사이보그가 된 첫 일주일|사이보그, 꿈속에서 생존을 위해
성형 후 디스포리아
예뻐졌다고 여기지 않는 환자들|원하는 얼굴과 실제 얼굴의 불일치|원하는 얼굴과 실제 얼굴 사이, 얼굴 사진
어떤 나쁜 대상화
수술실에서 대상이 된다는 것|어떤 ‘얼평’의 불쾌함|나쁜 대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된 느낌
청담 성형외과에서 여자 되기|클럽에서 여자 되기|여자가 되는 방법들과 내가 택한 방법
Ⅲ.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성형외과에는 미인도, 괴물도 없다|남이 예쁜 것과 내가 예쁜 것은 다르다|지금 성형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포스트휴먼 시대의 에티켓
당신의 친구가 ‘성괴’가 되어 나타난다면|인간 향상 기술은 향상된 인간만 만들지 않는다|오랫동안 휴먼의 문제였던 포스트휴먼의 문제
살 선언Flesh Manifesto
트릭스터 몸|몸의 이야기에서 살의 이야기로|다양한 몸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살
에필로그-선택 이후의 삶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성형수술 코디로 취직한 과학기술학자의 ‘성형세계 참여관찰기’
2010년대 초반은 ‘성형 메이크오버 쇼’의 전성기였다. <렛미인> <도전 신데렐라> 등 쇼의 이름은 제각각이었지만 콘셉트는 같았다. 기구한 사연의 출연자들에게 전신 성형 수술을 통해 새로운 외모와 더 나은 삶을 선물해준다는 것이다. 매회 화제와 논란을 낳으며 전성기를 누린 이 프로그램들은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고 성형 부작용을 외면한다는 비판과 함께 하나둘 종영했다. 하지만 메이크오버 쇼는 사라졌어도 ‘메이크오버’(성형)와 이를 통해 사람들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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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는 과학기술자 임소연이 대학원생 시절이던 2008년부터 약 3년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디로 일하며 참여관찰해 쓴 기록물이다. 저자는 성형외과 의사와 간호사, 상담실장, 환자 등 다양한 주체를 만나 인터뷰하고, 스스로도 쌍꺼풀 수술과 양악 수술을 받으며 성형수술의 당사자가 됐다.
지적 능력으로 평가받는 학계와 외적 매력이 모든 것인 성형외과. 이질적인 두 세계에 동시에 속한 저자는 낯선 성형외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흥미롭게 그린다. 예쁜 얼굴의 기준은 무엇인지, ‘코리안 스타일’과 ‘강남 스타일’은 각각 어떻게 다른지, ‘성형미인’과 ‘자연미인’을 구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등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풀어낸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미의 패러다임이 눈에서 코로, 다시 코에서 입(하관)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다룬다.
2010년대 초반은 ‘성형 메이크오버 쇼’의 전성기였다. 매회 화제와 논란을 낳으며 전성기를 누린 성형 메이크오버 프로그램들은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고 성형 부작용을 외면한다는 비판과 함께 하나둘 종영했다.tvn <렛미인> 캡쳐
성형외과 코디로 일하며 관찰한 성형외과의 세계를 다룬 초반부를 지나 중반부에 들어서면 저자는 성형수술의 당사자가 된다. 수술 당일부터 수십, 수백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느꼈던 고통과 일상·심리적 변화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후반부에 접어들면 저자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성형수술이 논의되어온 틀이나 그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인종주의나 정치적 올바름, 여성주의적 시각 모두 완전히 틀리지 않았지만 완전히 옳지도 않다고 말한다. 이른바 ‘성형괴물’(지나친 성형수술로 부자연스럽거나 위화감이 드는 외모를 가지게 된 사람을 비꼬는 말)의 존재가 어떻게 ‘여성주의’를 수행하게 되는지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비록 지배적인 미의 이데올로기에 철저하게 순응하기 위해 시작되었더라도 결국 지배적인 미의 기준에서 어긋남으로써 강력한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렛미인>이 출연자의 안타까운 사연(즉 성형을 해야 하는 이유)에 집중했듯이 성형수술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주로 수술의 동기에 집중돼있다. 비판의 주류는 가부장제적 미의 규범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인식이 한국 사회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여성의 경험과 ‘선택 이후의 삶’, 여성 당사자의 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왜’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 이후) ‘어떻게’라고도 한다.
책의 제목이 <나는 왜 성형미인이 되었나>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인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책에서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양악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대에 오른 것으로 그려진다.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거나 ‘부정교합으로 평소 불편함을 느꼈다’는 등 ‘왜’에 관한 서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보다 도드라지게 서술된 것은 수술 후 가족과 의료진으로부터 받은 ‘돌봄’이다. 저자는 나아가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몸’보다 구체적인 현실로서의 ‘살’ 이야기를 더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성학과 장애학에서의 ‘몸’이 차이와 다양성에 주목했다면, ‘살’은 다양한 차이를 연결해주는 보편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살을 조정하고 몸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공유함으로써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당사자들을 연결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최민지 기자 ming@khan.kr 2022.12.02.
개학 앞두고 쌍꺼풀수술 수요↑
여름 휴가 앞두고 증가하는 가슴 성형 수요
이천수 “추남 랭킹 2위→동갑 현빈처럼” 성형 견적 3천만원 깜짝
못생겼다 놀림에 1억 3천 들여 '성형수술' 하고 퉁퉁 부은 모습 다 공개한 여성 (+영상)
학창 시절 "못생겼다"는 친구들 놀림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여성이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YouTube '整形アイドル轟ちゃん'
학창 시절 "못생겼다"는 친구들 놀림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여성이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18살이 되자마자 성형을 해야겠다 결정한 여성은 30살이 될 때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십 번의 성형수술을 감행했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외모를 갖게 된 여성은 성형수술을 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오디티센트럴(Odditycentral)은 일본의 '성형외과 아이돌'로 알려진 여성이 성형수술로 쓴 어마어마한 비용을 공개했다.
YouTube '整形アイドル轟ちゃん'
일본 여성 토도로키는 지난 10년 동안 수십 번의 성형수술에 무려 1350만 엔(한화 약 1억 3천만 원)을 들였다. 중학교 시절 토도로키는 친구들이 외모에 대해 놀리고 못생겼다고 비웃었을 때 처음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성형수술로 자신의 외모를 바꾸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던 토도로키는 점점 더 스스로 외모를 비하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자신이 가장 못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이르렀다.
자존감이 바닥을 친 토도로키는 '평범한 얼굴'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18살이 되자마자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수술을 시작했다.
YouTube '整形アイドル轟ちゃん'
쌍꺼풀을 시작으로 수십 번의 수술을 거쳐 얼굴을 싹 다 고친 토도로키는 자신의 외모 변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공개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토도로키는 현재 유튜브 구독자만 40만 명을 넘어섰다. 토도로키는 "나에게 성형수술은 나를 받아들이는 치료였고, 정상에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함이었다"며 "성형수술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성형수술이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실패를 경험했고, 다만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토도로키는 성형수술 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적 없지만 부작용으로 윗입술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얻었다.
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2022.12.30.
성형 중독돼 수술 100번 하자 얼굴 매번 달라져 '신분증'만 1년에 4번 교체한 여성
성형에 중독돼 잦은 수술과 시술로 인해 신분증만 1년에 4번 교체한 한 여성의 사연이 화제를 모은다.
5년 동안 성형 100번 넘게 한 여성 저우추나 / Catdumb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결국 성형에 중독돼 너무 잦은 수술과 시술로 얼굴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성형수술을 너무 많이 해 얼굴이 매번 바뀌어 1년에 신분증만 4번 교체한 여성이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캣덤은 5년 동안 성형 수술을 100번 넘게 한 18세 소녀의 이야기를 전했다.
인사이트
올해 18살인 중국 소녀 저우추나는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13살 어린 나이부터 성형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5년 동안 저우추나가 한 성형 수술의 횟수는 무려 100번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우추나는 바비 인형과 같은 외모를 선망한다며 자신이 원하는 얼굴을 갖기 위해 계속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현지에서 인플루언서로도 유명한 저우추나는 잦은 성형수술로 인해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모습이 바뀌어 팔로워들을 당황스럽게 할 때도 있다.
인사이트
너무 잦은 성형수술로 얼굴의 변화가 심해 저우 추나는 신분증을 1년에 4번이나 교체한 적도 있을 정도다. 또 성형수술로 그가 지금까지 지불한 비용도 엄청난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 매체 등에서 앞서 보도된 내용들에 따르면 그의 부모님이 엄청난 부자라 모든 성형 수술을 지불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이상 깎아낼 뼈가 없다고 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성형 수술을 한 저우추나는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했다. 수술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마취약을 맞는 일이 반복되면서 저우 추나는 기억력 감퇴 증상에 시달린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몸이 너무 좋지 못해 결국 학교를 1년 휴학해야 했다는 사실도 전해져 안타까움을 산다.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욕망과 혐오 사이 ‘성형 강국’ 100년의 혼란
성형1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간 ‘성형 미인’에 대한 비난과 ‘자연 미인’을 찬양하는 극단적 담론 사이에 모든 이의 몸이 혼란스럽게 놓여 있었다. ‘성형 미인’을 조롱하는 이들조차 자기 몸에 대한 평가가 어느 순간 삶의 성적표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성형 수술 편(2021) 화면 갈무리.
100년 전 한반도는 ‘근대적 몸’이 되고 싶은 열망이 폭발하는 곳이었다. 당시 바다 건너 미국에선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1921년 8월 뉴욕에서 성형외과 단체가 처음 만들어졌고 한 달 뒤엔 제1회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가 열렸다. 미국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하이켄은 <비너스의 유혹>에서 겉으로 무관해 보이는 이 두 사건이 ‘성형의 역사’를 조망할 관점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성형’은 태생부터 의료적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1920년대 조선인들은 성형 수술을 ‘정형 수술’이라고 일컬었다. 당시 성형 담론은 전문가들이 신문에서 황당한 상담을 해주는 정도에 그쳤다. 성형 수술을 받고 싶다는 20살 ‘곰보’ 여성의 질문에는 다짜고짜 “(수술로도) 곱게 할 수 없습니다” 같은 냉정한 답이 붙었다. 다만 외과 수술법을 소개하는 것만큼은 언론도 열정적이었다. 미용 성형은 ‘근대적인 몸’이 되는 가장 흥미롭고 과학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미용 성형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30년대 초중반 이후로 추정된다. 처음 쌍꺼풀 수술을 한 조선인은 최초의 근대 미용사였던 오엽주(1902~1987)다. 일본에서 배우로도 활약한 그는 당대의 셀러브리티였고 서구인처럼 치장하고 몸을 변형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쌍꺼풀 수술은 1930년 전후 일본에서 받았는데, 꽤 정교하게 잘 되어서 서울의 유명 안과인 공안과에서 그를 초청하여 수술 경험담을 청취할 정도였다. 오엽주의 미용실엔 배우 복혜숙·문예봉, 신문기자이자 조선 최초 여성 개원의였던 허영숙, 작가 모윤숙·전숙희, 소설가 심훈 등도 단골로 드나들었다. 근대적 신체 만들기에 관심이 컸던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 사이에서도 오엽주의 쌍꺼풀 수술은 단연 화제였으리라. 훗날 120여 명의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서울 명동 ‘마샬미용실’ 하종순 회장이 처음 미용 기술을 익힌 곳도 오엽주의 미용실이었다. 서구의 미적 기준을 중시하는 미인 대회가 미용 성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두 사람의 인연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성형 수술 편(2021) 화면 갈무리.
1930년대 이미 조선엔 코를 높이는 융비술, 각선미를 만드는 종아리 근육퇴축술, 가슴 성형 등도 꽤 알려졌다. 모두 외모를 백인종처럼 바꾸는 수술이었다. 식민지 모던 보이들의 백인 선망은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특히 소설가 이광수는 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곤 우쭐해 하다가도 백인이 지나가면 고개를 떨어뜨리며 황인종 특유의 외모를 저주하다시피 했다. (그는 오엽주 미용실의 단골, 허영숙의 남편이었다) 김동인의 첫사랑은 금발의 ‘영국계 소녀’ 메리였다. 1920년대 우생론, 민족개조론과 연결된 인종 개량 캠페인엔 식민지 근대 남성 지식인 다수가 참여했고 좌우 성향도 가리지 않았다. 이들의 활동은 동양인의 신체를 낙후된 것으로, 서양인의 신체를 이데아로 삼은 근대 한국의 미적 기준이 탄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들 또한 서구인의 특징을 자기 몸에 적극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은 ‘허영녀’, ‘사치녀’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한국전쟁 이후 미용 성형이 대중화했지만 수술을 받는 여성을 향한 거부감은 점점 더 커졌다. 1960~70년대 한국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내핍을 강조하는 상황이었다. 정권의 뜻을 헤아린 언론은 “여대생의 정형 붐”, “30분에 1만원을 잡아먹는 젖높이기 손님”이라며 ‘허영녀’들을 비판하고, 예뻐지려고 목숨까지 바치는 여성들이 있다며 “순교 정신”이라 비꼬기도 했다. 시골 부녀까지 성형 수술을 한다며 ‘한국병’이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물결을 거스를 순 없었다. 1980년 12월 컬러텔레비전이 보급되고 개원의들이 명동, 압구정동에 병원을 열면서 연예-성형산업은 함께 팽창했다.
소비자본주의 시대가 활짝 열린 1990년대는 ‘나의 몸이 곧 나의 자아’가 되는 시대였다. 미인대회와 성형 산업의 전성시대였고 여성의 성 상품화도 극에 달했다. 미디어는 주부들도 ‘멋쟁이 신세대 미시’가 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성형 미인은 비난의 대상이기도 했다. 1996년 한 남성 댄스 그룹이 발표한 ‘성형 미인’ 가사를 보면, 직설적인 조롱으로 가득하다. “고친 얼굴인 줄 알고 난 이쁘단 인사치레를 했었는데/ 지가 정말 예뻐 그러는 줄 알고 더 이쁜 척을 하려 하지/ 어이없게.” 가사 속 남성은 성형을 “신종 전염병”이라 일컫고 똑같은 얼굴의 성형 미인들이 결혼한 뒤 2세를 낳으면 모두가 놀란다며 비웃는다.
2010년대에 이르러 한국 여성의 성형은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된다. 2013년 미국의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 게시판에 미스코리아 후보 20명의 사진이 올라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허핑턴 포스트>, 영국 황색 저널 <데일리 메일> 등은 ‘한국의 성형 광풍’이 여성들의 얼굴을 똑같이 만들어버렸다고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사실은 특정 지역의 후보들이었고, 착시일 뿐 같은 얼굴도 아니었지만 한국 언론은 ‘나라 망신’이라고 기사 제목을 달았다.) ‘페미니스트 철학자’로 알려진 마사 누스바움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한국이 “세계의 성형 수술 중심지”라며 한국인들이 서양인의 미적 이상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성형 수술 편(2021)은 “성형 수술이 통과의례가 된 나라”가 있고 “이 나라 20대 여성의 3분의 1이 성형 수술을 받는다”고 전한다. 한국을 가리킨다.
하지만 ‘성형 강국 한국’의 ‘자연 미인’ 사랑은 지대하다. 만화가 마인드시(C)가 2014년 발표한 웹툰 <강남 언니>, <강남미인도>에는 성형 수술한 여성들이 서로의 똑같은 얼굴을 보면서 짐짓 자기가 더 낫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자연 미인’ 앞에서는 열등감을 토로하는 상황 등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작가는 여성 혐오가 아니라 성형 산업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자연 미인 > 성형 미인 > 못생긴 여자’라는 식으로 여성을 위계화했다는 비판도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성형 미인’이란 딱지가 붙은 여성들이 나라 안팎으로 과도하게 대상화, 희화화 되었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3년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일하며 현장을 참여 관찰한 과학기술학자 임소연은 ‘성형 미인’에 대한 뿌리 깊은 대상화를 비판한다. 그는 최근작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에서 오늘날 한국 여성들이 성형하려는 이유가, 백인 여성을 닮으려고 하는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탓이 아니라 그저 ‘예쁜 한국 여성’이 되고 싶어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의 몸 변형에 대한 한국의 남성 지식인들이나 서구 지식인들의 ‘비평적 관심’은 연구자의 눈으로 볼 때도 왠지 불편한 것이었다. 임소연은 ‘성형 미인’에 대한 그들의 대상화가 성형 수술을 한 ‘당사자’들의 목소리와는 결코 연결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지식 권력을 쥔 그들의 시선은 어쩌면 지적으로 우아하게 포장한 모멸과 천대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한국에서 미용 성형 수술이 흔한 것만은 사실이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의 2011년 조사를 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성형 수술을 받은 횟수가 약 13.5건으로 세계 1위다. 그러나 이 통계는 성형외과 전문의만을 대상으로 해서 실제론 훨씬 더 많은 성형수술이 이뤄진다고 보아야 맞는다. <성형>을 쓴 여성학자 태희원은 “한국 사회에서 성형은 이미 일상화되고 정상화되었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한국’에서 이제 미용 성형은 죽을 때까지 이뤄지는 중단없는 자기 개조 프로젝트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 성형외과 의사의 유튜브를 보았다. 그는 미용 성형 수술이 삶을 바꾸는 데 부차적인 수단일 뿐이며, 먼저 자신의 마음을 돌보라고 조언했다. 수술로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독자에게 ‘마음의 미를 취하라’고 답변하던 100년 전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간 ‘성형 미인’에 대한 비난과 ‘자연 미인’을 찬양하는 극단적 담론 사이에 모든 이의 몸이 혼란스럽게 놓여 있었다. ‘성형 미인’을 조롱하는 이들조차 자기 몸에 대한 평가가 어느 순간 삶의 성적표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성형 수술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는 모두 몸 변형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산다.
강남 성형외과 광고판. <한겨레> 자료사진
*참고자료 : 1964년 1월11일치 <경향신문>, 1966년 7월3일치 <조선일보>, 1968년 3월12일치 <동아일보>, 1979년 3월23일치 <동아일보>, <예쁜 여자 만들기>·<육체의 탄생>(이영아 지음),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마사 누스바움·솔 레브모어 지음, 안진이 옮김)
한겨레 이유진 | 토요판 선임기자 :2022-12-13
“한국인 명품소비 세계 1위…부의 과시·외모 중시 풍조”
美 CNBC, 모건스탠리 자료 분석
지난해 1인당 40만4000원 써…미국 34만8000원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샤넬 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인이 지난해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 CNBC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적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 원)로 추산했다. 이를 인구 수로 환산하면 1인당 325달러(약 40만4000원)로, 중국 55달러(약 6만8000원)와 미국 280달러(약 34만8000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한국 내 명품 수요가 구매력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가구의 순자산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2021년 11% 증가했다.
여기에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도 명품 수요를 늘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명품업체들이 유명인사를 활용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한국의 유명 연예인이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명품 구입 열풍이 지속되는 것은 부의 과시가 다른 나라보다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CNBC는 “한국인들은 명품 구입을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이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인의 22%만이 ‘명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본의 45%, 중국의 38%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어’는 한국 내 지난해 2분기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카르티에의 리치먼드 그룹도 지난해 한국 내 매출이 2021년과 2020년보다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한 지역 가운데 한 곳이라고 전했다.
프라다는 중국의 지난해 매출이 봉쇄정책으로 7% 감소했으나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강한 매출 상승세가 이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2023-01-13
외모 차별 없앨 수 있을까
사회에 만연한 외모 차별, 외모지상주의를 개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 문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한 것 아니냐고 염려도 하시는데 사실 생김새를 가지고 차별하는 것은 우리 시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성경에서마저 외모를 근거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곳곳에 등장하니까요. 일례로 창세기에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 라고 직설적으로 꾸짖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인간이 지닌 여러 속성 중 외모를 의도적으로라도 평가절하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니게 된 생김새에 대해 차별을 용인한다면 인류가 추구하는 사회적 공정이나 형평성과는 맞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외모와 관련된 문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가치를 폄하하기 위한 논리들이 흔히 전개되어 왔습니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분석해서 외모 차별은 남성 권위주의 사회의 폐단일 뿐이라고 주장하거나 대중매체에서 예쁘고 잘생긴 인물들만 앞세워서 생긴 문화적 부작용이라는 견해들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여성분들도 못생긴 남자보다는 잘생긴 남자들에게 눈길이나 마음이 더 가지 않으시던지요? 성경 말씀이 기록되던 시대에도 대중매체가 발달했을까요.
또 역사 속에 등장하는 미녀들의 인물화를 비교해봤더니 미녀의 기준이 따로 있지 않고 시대나 환경에 따라 변하더라고 하거나 지구촌 특정 지역에서 행해지는 목이나 아랫입술을 늘리는 등의 신체 풍습을 예로 들면서 아름다운 신체 기준은 집단마다 다르다는 주장들도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외모의 아름다움은 보편적이거나 일관성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주관적이며 심지어 그 기준을 임의로 규정할 수도 있으니 그로부터 파생된 외모 차별 현상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는 얘기이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식의 논리를 펼치다 보면 우리는 곧장 이율배반에 빠지고 맙니다. 여러분은 꽃 한 송이를 고르거나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할 때도 더 예쁘거나 더 귀여운 개체로 선택하지 않으신지요? 게다가 그런 행동은 누구에게서도 비난받지 않을 만큼 당연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는 그런 선택 본능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맞는다면 우리는 누군가를 아름답거나 못생겼다고 인식할 때마다 자신에게 주입된 미적 감각의 오류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살아야겠지요. 어떤 분들은 화원에서 꽃 하나를 고를 때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꽃은 정말 예쁜 것이 맞는 걸까 "라고 고민을하면서요. 사회 공정성을 위해 우리가 모두 이런 희극적 상황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까요.
외모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그 논리적 배경에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것이 외모 논쟁의 현실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외모 차별은 성경에서도 우려할 만큼 해묵은 사회적 이슈였지만 그와 관련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는 불과 60년 전 무렵에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전의 학자들은 외모 차별에 대해 연구하는 것 자체를 학문적으로 불결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김진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과장 전국매일신문 2022.08.16
한편 9호 외모 [2022] 김원영, 김애라, 박세진, 임소연, 안진 저 외 5명 | 민음사 | 2022년 09월
저 : 김원영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탄다.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인정투쟁―예술가 편] 등에 출연했다.
한편에는 장애, 질병, 가난을 이유로 소외받는 동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좋은 직업, 학벌, 매력적인 외모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진동하듯 살면서, 또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장애인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을 여러 매체에 글로 썼다. 지은 책으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인문의학』(공저) 『희망 대신 욕망』이 있다. [한겨레]와 [시사인], [비마이너] 등에 글을 쓴다. 2019 년 [시사IN]에 ‘김초엽, 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를 연재했다.
저 : 김애라
어른이 되고 나서도 늘 십대들의 성장소설이나 성장 드라마에 끌렸고, 대학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십대들과 놀고, 시간을 보내고, 또 이들을 연구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십대 여성의 디지털 노동과 ‘소녀성 산업’에 관한 연구》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변화에 따른 여성의 일과 문화, 정치 참여 그리고 성별 관계에 관한 젠더 분석이 주 연구 분야이며, 최근에는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디지털 문화, 디지털 성폭력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함께 지은 책으로 《원본 없는 판타지》,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공저),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공저)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탈코르셋’, 겟레디위드미: 디지털경제의 대중화된 페미니즘〉, 〈기술매개 성폭력의 ‘실질적’ 피해와 그 의미〉 등이 있다.
목차
9호를 펴내며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원영 외모라는 실체에 관하여
김애라 메타버스 아바타의 상태
박세진 패션 역주행에 대처하는 법
임소연 K-성형수술의 과학
안진 왜 TV에는 백인만 나올까?
이민 전시되지 않는 몸들의 삶
정희원 지속가능한 몸 만들기
박정호 얼굴을 잃지 않는 대화
김현주 비누거품 아래, 죄와 부채
일움 외모 통증 생존기
참고 문헌
출판사 리뷰
지난 몇 년간 외모와 몸을 둘러싼 담론과 운동과 경험을 고백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주목받았다. 그런데 여전히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 인문잡지 《한편》은 외모지상주의를 누구나 비판하지만 누구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현실에서 시작한다.
외모는 그저 굴레일까? 외모를 언급하지 않고, 외모의 차이를 인지할 수 없는 세상이 살기 더 좋을까? 《한편》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따라 외모의 자리에 다양한 ‘보이는 것’을 넣어 봤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외면과 내면, 얄팍함과 깊이의 이분법을 가로지르며 사회학에서 인류학, 의학, 과학기술학, 장애학, 미학, 문화 비평까지 외모에 관한 열 편의 글을 실었다.
패션, 성형수술, 다이어트에서
바디프로필, 메타버스까지
2022년 신상 외모 이야기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로 이어졌다. 장애와 함께 사람들은 어떻게 소통하는가? 비장애인 배우는 장애인 연기를 어떻게 펼치는가? 다양한 논의 중에서 《한편》이 받아적은 생각거리는 이렇다. 이상하고 ‘못생긴’ 주인공도 등장할 수 있을까?
‘외모’ 편을 여는 김원영 작가의 「외모라는 실체에 관하여」는 누구든 외모를 초월할 수 없다는 문제를 직시한다. 추한 외모를 자기 정체성으로 삼는 것은 가능한가의 질문을 던지며 외모 가꾸기와 잘 살기를 연결하는 이 글은 ‘외모’ 편의 바탕을 이룬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활동가 일움의 「외모 통증 생존기」는 ‘외모 통증’이라는 문제를 꺼내 놓는다. 외모 강박을 토로하거나 꾸밈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는 일은 하나의 쳇바퀴를 이루고 있다. 꾸미려는 욕망을 억누르지 않고, 그 쾌락과 고통을 이야기하자는 제안이 ‘외모’ 편을 닫는다.
‘겉모습’ 이야기로 들어가면 아바타와 패션을 만난다. 여성학 연구자 김애라의 「메타버스 아바타의 상태」는 아바타 플랫폼인 ‘제페토’의 현장을 연구한 기록이다. ‘나만의’ 아바타로 걸그룹 체험을 하는 10대 유저는 과연 몸을 초월하는가? 메타버스에서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변함없는지를 확인해 보자.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의 「패션 역주행에 대처하는 법」은 하이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의 로라이즈 룩을 비평한다. 자기 몸 긍정주의로 나아가는 패션의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멋진’ 몸을 자랑하는 모종의 반동이라는 것. 겉모습 꾸미기를 둘러싼 즐거움과 수고로움을 함께 생각하는 두 편이다.
과학기술학자 임소연과 TV 교양프로그램 피디 안진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외모와 함께 작동하는 인종 개념을 살펴본다. 임소연의 「K-성형수술의 과학」은 인종‘과학’으로 등장한 성형수술의 발전사를 탐구한다. 오늘날 K-성형 과학은 ‘자연스러운 한국인의 얼굴이 아름답다’고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상적인 신체 비율을 상세하게 정의하는 과학기술과, 예뻐지기 위해 성형외과 문턱을 넘는 사람들이 맞물리는 현장 이야기를 필독할 것. 안진의 「왜 TV에는 백인만 나올까?」는 미디어의 인종 재현을 콘텐츠 생산자의 관점에서 성찰한다. 백인 스테레오타입 재생산과 방송가의 ‘성공 공식’은 무슨 관계일까? 제목에 담긴 질문의 답을 들으면 미디어 소비자들 또한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디어에 포위된 우리가‘얼굴을 잃지’ 않으려면?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이 들기까지 세상의 이미지, 스마트폰 이미지에 포위된 우리들. 너무 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료인류학 연구자 이민의 「전시되지 않는 몸들의 삶」은 비만이 의학적 범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비만 당사자의 언어로 포착한다. 체질량지수, 체성분 분석, 기성복 표준 사이즈 등 ‘평균적 몸’으로 정의되는 수치와 자기 전시 문화가 가린 몸들의 삶 이야기다.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의 「지속가능한 몸 만들기」는 ‘바디프로필’ 유행이 추구하는 신체 상태를 가감 없이 비판한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건강의 핵심은 몸의 균형이므로,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한 거부, 두려움을 구체적인 습관 만들기로 풀어 나가자는 실천편이다.
사회학자 박정호의 「얼굴을 잃지 않는 대화」는 현대인의 대화에서 핵심은 서로 ‘얼굴을 살리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쪽팔리는’, ‘체면을 잃는’, ‘망신당하는’ 상황은 왜 그토록 아찔할까? 이 글을 읽으면 얼굴에 ‘나’가 담긴다는 게 무슨 뜻인지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독립큐레이터 김현주의 「비누거품 아래, 죄와 부채」는 몸을 씻고 향을 더해 주는 비누를 들여다본다. 성형수술에서 추출한 제1세계인의 지방 조직으로 만든 비누가 있다. 목을 축이고 손을 씻을 물도 없는 제3세계를 상기하며 한 예술가가 제작한 비누다. 이때 비누거품이 씻어 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 속으로
나의 지금 겉모습은 내가 살아온 긴 시간을 겹겹이 두르고 있다. 그래서 나의 겉모습은, 불
분명한 내적 가치나 ‘영혼’ 따위 이전에 존재하는 ‘나’라는 실체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통과하며 마주한 각종 사건과 경험이 통합되어 있을 겉모습을, 존재 전반을 반영하고 있을 나의 이 외모를, 우리는 용기를 내기만 한다면 제대로 응시할 수 있다.---「김원영, 외모라는 실체에 관하여」 중에서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나의 전통적 자아나 일상을 드러낼 공간이 필요 없다. 기본적으로 나의 대리이지만 나와 전혀 달라도 되는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나는 제페토에서 어떤 사람이 될지를 새롭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김애라, 메타버스 아바타의 상태」 중에서
어떤 옷이 내 삶의 방식이나 가치 기준에 맞는지 탐색하는 데는 정보를 찾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없으며 남들이 좋다는 옷, 멋지다는 옷이 나에게 맞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삶이 주어지는 동안 적당한 옷을 계속 찾아가는 일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할 거다.---「박세진, 패션 역주행에 대처하는 법」 중에서
수치화된 ‘매력적인 여성의 얼굴’은 ‘아름다움’에 관해 무엇을 알려 줄까? 인종 간 위계가 사라진 세계화된 미인의 얼굴은 어떤 얼굴이 아름다운지를 말할 뿐 그 얼굴이 왜 아름다운지는 말하지 않는다. ‘째진 눈이나 뭉툭한 코, 앞으로 튀어나온 턱’은 왜 미인이 아닌가?---「임소연, K-성형수술의 과학」 중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백인에 대한 한국 시청자의 호감은 새롭지 않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국뽕 콘텐츠에서 재현되는 외국인의 모습은 7년 전 연구에서 도출한 백인의 정형화된 이미지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 문화에 격렬하게 공감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과장되어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이것이 백인이 텔레비전에서 타자화되는 방식이다.---「안진, 왜 TV에는 백인만 나올까?」 중에서
내가 만났던 연구 참여자들은 하나같이 ‘옷이 없는 순간’에 자신의 뚱뚱함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맞는 교복이 없어서 따로 맞춤 제작을 해야 했던 경우, 취업 면접을 앞두고 깔끔한 블라우스 한 장이 없었던 경우, 헬스장에서 대여해 주는 운동복 중에 자신의 사이즈가 없었던 경우, 유니폼이 맞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던 경우, 결혼식이나 상갓집에 갈때 요구되는 정장을 구할 수 없던 경우 등이다. 삶의 일상적 의례를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옷을 구할 수 없을 때 뚱뚱한 사람들은 사회적 장에서 조용히 배제되고 설 자리를 잃는다.--「이민, 전시되지 않는 몸들의 삶」 중에서
얕은 층의 근육이 뚜렷하게 보이려면 남성은 10퍼센트, 여성은 15퍼센트 이하로 체지방률이 내려가야 한다. 대회에 나가는 보디빌더들이 시도하는 이런 수치는 평균적인 체성분으로 사는 일반인에게 당연히 무리가 가는 목표다. 근육 윤곽이 잘 보이는 것이 왜 건강미의 상징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나브로 이 일(바디프로필 촬영)에 가담하고 있다.---「정희원, 지속가능한 몸 만들기」 중에서
무언가를 주는 것은 나 자신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말을 줌으로써 나를, 나의 얼굴을, 그리고 얼굴로 표현되는 신성한 자아를 준다. 아무리 사소한 대화라고 해도 상대방은 내 말에 실려 오는 나의 얼굴을 받고, 이어서 자신의 얼굴도 내게 내놓는다.---「박정호, 얼굴을 잃지 않는 대화」 중에서
21세기 비누를 둘러싼 소란을 만든 이는 독일 출신이자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퍼포먼스 제작자, 음악가, 시각예술가인 율리안 헤첼(Julian Hetzel)이다. 헤첼은 2019년 「셀프(Self)」라는 프로젝트로 ‘러쉬’나 ‘딥디크’ 같은 화장품과 향수 매장을 연상시키는 스토어를 열어 비누를 판매했다. 125그램, 20유로에 판매되는 비누 포장지에는 ‘셀프’ 로고와 인간 비누(Human Soap)라는 문자가 간결히 담겨 있다. 성형수술로 추출한 제1세계 인간 지방 조직으로 제작한 비누였다.
---「김현주, 비누거품 아래, 죄와 부채」 중에서
나는 내가 선택한 옷을 입고, 얼굴과 머리를 다듬고, 내가 가기로 한 곳에 서 있다. 퀴어 페미니스트로 스스로 정체화하면서 나는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외모 통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일움, 외모 통증 생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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