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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이전 흔적

범종단 생명평화순례 구포역~을숙도(2011.8.20)

by 이성근 2017. 9. 25.

낙동강 하구 둔치 귀화식물 조사와 관련 누군가 혹은 어느 집단에서 일대를 조사한 흔적이 있는지 검색하다 오래 전 작성했던 글을 만났다. 다시 옮겨 싣는다   

5대 종단(원불교, 불교, 천도교,개신교,카톨릭) 종교인들이 자연의 신비와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모색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 8월16일 우포늪을 시작으로 주남저수지. 김해 주촌 구제역 매몰지 > 낙동강 하구역 > 고리핵발전소 > 한진중공업을 20일(토)까지 순례하는 일정이었다.  수요일  안하원 새날교회 목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들의 길 안내를 맡아줄 수 없냐고 ,  뜬금없는 요청이었지만  안내를 맡기로 했다.  한동안 낙동강을 비롯하여 4대강 사업 반대활동에  대한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현장으로 멀어질 수록 강의 아픔에도 무디어 졌다.  늘 마음 뿐이었다,  일들이 쌓여 있었지만 그깟 하루 농땡이 친 것으로 하자며 ...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약속 장소에 갔자만 어라? 아무도 없다.  이거 참 딴에 맘 먹고 부지른 떨며 나왔는데 ... 

 안목사가 연란을 취해 본다.  조금 늦어진다기에  구포역전 근처 옛날추어탕 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먹을 만 하다. 내 표현으로는 '괜찮네' 정도인데 우수하다는 뜻이다. '아 좋네'는  이른바 죅이 준다는 수준인데 가끔씩 표현한다. 음식에 대해 크게 까탈스럽지는 않으나 맛의 등급에 대해서는 좀 인색하다고나 할까   

 이 집의 추어탕 맛보다 마음에 와닿은 것이 있다면 식당 벽면에 큼지막하게 달려 있는 액자 속의 문구 때문이었다.  밥집치고 이런 문구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기분좋은 아침을 먹었다.  약속시간 보다 한 시간 뒤에 도착한 순례단과 수인사를 나누고 현장으로 갔다.

 11시30분까지 에코센터까지 가야한다기에 코스 반을 뚝  잘라  낙동대교를 기준으로 맥도생태공원에서부터 발걸음을 옮겼다.  4대강 사업의 실체를 가장 근접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습지를 잔디깔고 이런 저런 체육 시설물을 배치하고 역부러 습지 식물들을 옮겨다 심었다.  관찰하라고 ...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지못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류의 생태공원은 가족들과 한때를 보낼 수있는 소풍장소 이상도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범종단 생명평화순례단은 초증학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중고생,대학생, 청년 일반을 두루 대상으로 하였다.   

 염막 둔치 가장자리로 향하는 트럭들의 행열들, 건너편 삼라둔치 역시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습지를 헤집고 다녀 올 봄부터 엉망이되었다.

 낙동강사업 부산권사업 구간은 대부분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보호구역이다. 2008-09년에 실시된 문화재청의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 대한 정밀조사에서도 그 중요성이 입증되어 부산시가 제출한 문화재보호구역 해제안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었다. 그럼에도 사업은 강행되었다.

낙동강사업 부산권 구간에서 이루어 지는 각종 준설, 둔치절개, 제2하구둑 건설 사업은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된 낙동강하구 일대의 심각한 훼손을 불러 올 수 있는 사업으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언론을 통해 홍보되고 있는 4대강의 모습은 늘 시민을 기만한다.   국민의 70%가 반대했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90%를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왠지 하늘도 무심하지 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입안에 맴돈다 .지금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홍수와 자연생태경관 파괴, 수질악화, 역행침식, 탁토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누가 낙동강을 강이라 부를 것인가. 함안과 합천보를 비롯하여 12개의 보가 들어선 낙동강은 '낙동1호수' 또는 '낙동2호수'로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그 현실이 어처구니없고 기막힐 따름이다.  

 가던 길에 멈추어 서서 5분 정도 덤프트럭 행열을 지켜보자고 했다. 

 포크레인이 거침없이  퍼 올리는 준설토들은 강둑의 살점인 동시에 강에 기대어 살던 뭇생명들의 터전이다.

 그러는 사이 경주마들이 질주 한다. 

 얄궂은 일이다.

 염막을 지나고 있는 순례단원들

 걷는 내내 낙동강의 상처가 보였다. 그 신음소리 잠시라도 벗어나고자 한컷 담았다. 포크레인도, 부도저도, 덤프도 안보이는 이 짧은 구간

 하지만 그 시간은 몇 분 되지 않았다. 

 하구둑 보조수문 6기 건설공사가 일어 지고 있는 명지와 을슥도 일웅도 구간

 1987년 건설된 하구둑 그때도 개발론자들은 엉터리 거짓말을 했다. 하구둑을 만들면 새는 더 많이 오고 물은 더 맑아진다 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들의 거싯은 한결같다.  거기다 언론의 모습 또한 닮았다.   뻔뻔한 세월이다.  

포크레인 너머 하구둑은 오늘의 낙동강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마지막 구비를 돌아  일웅도로 향한다.

 일웅도 역시 온전하지 못하다. 정부 조사결과에도 “비오톱 보전가치 평가도 1등급, 생물서식상태 평가도 1등급, 비오톱 서식지 평가도 1등급, 철새서식지 평가도 1등급 등 핵심생태 거점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290억원의 국민혈세로 일웅도를 친수개발 중심의 3류 놀이공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친수가 필요한 구간은 따로 있다. 부산시는 일웅도 사업을 ‘일웅도 생태복원을 통한 철새도래지 기능회복’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비엔날레관, 청소년수련관 등을 비롯하여 카누공원, 요트공원, 수변에 인접한 산책로 등의 사업은 생태복원과 무관한 토목공사ㆍ친수시설 위주의 사업으로 오히려 철새서식지를 파괴하는 반생태적 사업이다. 또한 일웅도 사업은 정보공개도 없고, 어떤 시설이 조성될 것인지에 대한 최종 설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언제 공사가 이루어졌는지도 몰랐다.  어느날  일웅도로 가는 길은 막혔고 그 안에서는 겨우 터잡아 뿌리내리던 버들이며 아카시들의 학살이 이루어 졌다.  그래서 시방은 저렇듯 황하다.  일웅도에 터잡고 살던 삶이며 맹꽁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맡은 안내구간은 여기까지다.  낙동동변의 아름다움 대신 아픈 현장만 보여 주었다.  마음이 무거운 발길이었다.  단지 그들을 안내해주는 것만으로 그간의 불성실(?)을 위안 삼고자했던 마음 또한 씁쓸할 뿐이다. 젠장 거기다 수고했다고 차비끼지 챙겨주니...  

 이날 늦은 점심은 부산지역 목회자들이 준비했다.

A Horse With No Name -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