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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버블: 부의 대전환

by 이성근 2021. 2. 5.

버블: 부의 대전환/ 윌리엄 퀸·D 터너 지음, 최지수 옮김/ 다산북스 |2021.01

 

 

윌리엄 퀸-현대 경제와 금융의 역사를 연구하는 경제학자. 퀸스대학교에서 재정학과 재정사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과 버블의 관계를 심도 있게 연구해 세계 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14년에 출간한 위기의 은행(Banking in Crisis)이 영국 경제사에 현격히 공헌한 책에 수여하는 워드워스상(Wadsworth Prize)을 수상해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D. 터너는 평범한 시민들이 금융 위기 시대에 피해를 입지 않고 건강한 재정적 발전을 꾀하려면 자본주의의 근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함을 깨닫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300년 경제사를 망라해 방대한 역사를 통찰한다. |||경제정책에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목받는 경제학자. 금융 시장과 버블의 관계를 주제로 활발히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퀸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제학 교수다.

 

목차

추천의 글. 경제적 운명을 가를 인사이트가 펼쳐진다!

들어가는 글

 

PART 01. 떠오르거나 무너지거나: 버블의 두 얼굴

01. 투자의 운명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 버블이 주는 긍정적 이점과 정의 |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트라이앵글 | 초보 투자자와 전문 투기꾼 | 버블을 발생하게 하는 2가지 요인

02. 합리성과 비합리성

버블의 영향력을 결정하는 2가지 변수 | 전세계 경제를 뒤흔든 사건

 

PART 02. 버블이 만드는 흥망사: 거품의 탄생

01. 시장 관리 트릭

전쟁의 대가 | 새로운 전략가의 등장 | 매력적인 투자처같이 보이는 것 | 해결의 실패

02. 왜 그들은 불리한 거래를 했는가?

자본축적 가능성만으로 가능했던 일들 | 의도적으로 버블을 만드는 사람들 | 왜 언론은 실체를 말하지 않았을까? | 분노한 투자자들을 달래는 정부의 당근과 채찍 | 기업 설립 붐이 일다

[CAUSES AND EFFECTS]

01. 소수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사건

02. 잃은 자는 시끄럽고 번 자는 입을 다물었다

 

PART 03. 넘쳐나는 유동성이 몰려간 곳: 최초의 이머징마켓 버블

01. 해외로 향하는 자본

전쟁이 끝나고 넘쳐나는 유동성이 몰려간 곳 | 현지인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시도와 결과

02. 누가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확장하는가?

주식시장을 커다란 패닉에 빠뜨린 발언 | 3가지 실패의 원인

[CAUSES AND EFFECTS]

01. 모르는 척하기에는 너무나 유혹적인 미끼

02. 은행시스템의 주요한 변화를 만들다

 

PART 04. 쏟아지는 돈다발: 투기의 민주화가 시작되다

01. 역사상 가장 거대한 버블

세상을 뒤바꾼 혁신 기술의 등장

02. 무엇이 방아쇠 역할을 했는가?

쏟아지는 광고와 심리를 건드리는 언론 보도 | 결정적 역할을 한 4가지 요인 | 비로소 드러난 미심쩍은 실체

[CAUSES AND EFFECTS]

01. 중산층부터 노동자까지, 투기의 민주화가 시작되다

02. 200년 뒤에도 남은 사회적 저축의 비용

 

PART 05. 타인의 돈을 집어삼킨 사람들: 부동산 버블

01. 짧았던 영광과 기나긴 아픔

휴머니즘의 비극 | 중산층의 아편, 수익률을 향한 열망이 만든 거대 부동산 회사 | 부동산 시장의 갑작스러운 붕괴 | 부동산 버블이 오랫동안 지속된 4가지 이유 | 과잉에 대한 대가를 치를 시간

[CAUSES AND EFFECTS]

01. 땅을 사고팔기만 해도 큰돈을 버는 레버리지

02. 금융 시스템이 만든 무대

 

PART 06. 창조적 파괴를 일으킨 대유행: 두 바퀴가 뒤바꾼 세계

01. 놀라운 혁신과 창의적 투기의 만남

불편함을 개선하고 대유행이 되다 | 수익률 1138퍼센트, 타이어처럼 부풀어 오르는 주식 |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 망한 기업과 성공 가도를 달린 기업의 차이 | 정보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눈 뜨고 당했다

 

[CAUSES AND EFFECTS]

01. 혁신과 더 큰 혁신 사이에서

02.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다

 

PART 07. 경제적 대지진이 일어나다: 금융의 중심이 무너지던 날

01. 거대한 불꽃이 피어오르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가 | 포화된 시장, 대안을 찾아 몰린 곳 부동산 시장 | 프레임워크가 주식으로 집중되다 | 이유를 알 수 없는 하락의 지속 | 스토리를 짜내고 편집하고, 시장의 아첨꾼이 된 언론

[CAUSES AND EFFECTS]

01. 악순환 속 소문에 기댄 대규모 투자가 만든 결과

02. 광란의 1920년대가 주는 2가지 교훈

 

PART 08. 정치적 목적을 위한 머니게임: 욕망과 혼돈의 기록

01. 잃어버린 시대의 시작

미국 행정부와 일본 금융시장 | 눈부신 성장의 시대가 열리다 | 돌이킬 수 없는 약속 | 민간의 필요와 정부의 욕구 | 호황의 절정 | 축제는 끝났다: 바닥 밑에 더 깊은 바닥

 

[CAUSES AND EFFECTS]

01. 정치가 만든 잃어버린 시간

02. 기술 버블과 정치적 버블의 극명한 차이

 

PART 09. 놀라운 혁신 혹은 비이성적 과열: 디지털 세계의 낙관과 회의

01. 혁신의 시작인가, 위험의 신호인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확장 | 시장을 달군 빅뱅의 등장 | 모방의 과열 | 투자자들을 매혹하는 채널의 등장 | 31억 달러에서 0달러로

 

PART 10. 누군가 잘못된 게임을 하고 있다: 경제의 초석을 흔들다

01. 해답이라고 착각한 어리석음의 산물

카산드라의 경고 |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전 세계 주거

02. ‘두말하면 잔소리투자에 찍은 발등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가 뒤바뀌었다 | 150년 만에 일어난 뱅크런과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 | 천문학적인 어리석음의 비용

[CAUSES AND EFFECTS]

01. 평범한 사람도 투기꾼으로 만드는 골드러시 심리

02. 완벽한 파괴적 모델이 주는 교훈

 

PART 11. 대륙이 움직인다: 카지노 자본주의

01. 누가, 왜 조종하는가?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중산층을 가진 나라 | 자본주의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첫 단계 | 이해할 수 없는 투자 철학을 가진 사람들

02. 프로파간다

경기 부양을 노리는 버블 판 | 하락의 징후 | 거래량의 90퍼센트가 개인 투자자

 

[CAUSES AND EFFECTS]

01. 역사는 반복한다

 

PART 12. 꿈 꿔 본 적 없는 미래: 버블 예측하기

01.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트라이앵글

블록체인 기술 | 시장을 읽는 눈 | 유용한가, 파괴적인가? | 알고리즘매매와 초단타매매의 부상

02.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2가지 질문 | 터트릴 것인가, 고통을 완화할 것인가?

03. 4권력이 있다

4권력의 역할 | 부패와 진실 사이에서

04. 얻는 자가 될 것인가, 잃는 자가 될 것인가?

 

주석

사진 출처

 

출판사 서평

- 버블은 어떻게 돈의 흐름과 부를 좌우해왔는가?

- 누가, 왜 버블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 조그만 버블의 불꽃은 어떻게 화염이 되었다가 붕괴하는가?

- 버블로 무너진 기업과 승리한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 버블로 이득을 얻는 사람과 돈도 명예도 잃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시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것인가?

 

실물경제와 반대로 흘러가는 증시와 부동산을 두고 버블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은 아직 이성적이므로 판단은 이르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지금은 버블인가, 아닌가- 현 사태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고, 감당할 수 없는 부채는 결국 누군가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믿을 만한 지름길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거인의 어깨가 있다. 사회적 변화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전 세계 경제는 대전환기를 맞아왔다. 코로나 19가 지핀 경제 변화는 씨앗의 형태가 다를 뿐, 역사상 최초의 현상이 아니다. 버블: 부의 대전환사회적 이슈와 변화에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눈앞의 상황을 판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예측하며 행동해야 하는지, 통찰을 제공하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이 책은 파이낸셜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역사를 뒤바꾼 지각변동이 만드는

부의 상승과 하강, 욕망과 혼돈이 한눈에 펼쳐진다!

버블: 부의 대전환은 인류 최초의 버블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뒤흔든 버블의 사태를 살펴본다. 파리와 런던, 중남미, 뉴욕, 도쿄, 실리콘밸리, 상하이 등 300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일어난 거대한 호황과 폭락의 시대를 방문해보며 그 원인과 결과를 밝혀본다.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입었는지, 권력가?정치인?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본다. 이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도대체 왜 시장이 부풀어 올랐다 꺼지는지, 왜 어떤 거품은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반면 어떤 현상은 재앙에 가까운 수준으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몸살을 앓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장에서 이상 현상이 처음 불꽃을 피워내는 시점을 알아보는 데부터 시작한다. 저자들은 경제가 위험을 내재한 채 덩치를 키우다 한순간 터져버리는 현상을 두고 불에 빗대어 설명한다. 실체가 있고, 파괴적이며, 누군가 꺼뜨리지 않는 한 영구히 존재할 수 있고, 한번 발생하고 나면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불과 마찬가지로 버블도 3요소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불은 산소, , 연료라는 3요소가 충분히 주어진다면 조그마한 불꽃을 일으키고 곧 큰불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화재가 시작되고 나서는 이 3요소 중 하나를 제거함으로써 진압할 수도 있다. 버블의 발생과 소멸 역시 불과 마찬가지다. 바로 투기, 시장성, 신용’ 3요소가 비이성적 패턴을 가지면 버블이 발생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이 거대한 삼각구도를 저자들은 버블 트라이앵글이라고 말한다. 버블: 부의 대전환은 이해하기 쉬운 다양한 사례와 비유로 300년 금융의 역사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대서사를 펼친다. 신기술 또는 정치적 이니셔티브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는지, 어떻게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는지, 어떤 사회적 파장과 결과물을 남기는지 버블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자 대기록이다.

 

현대 경제와 금융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영국 경제사에 현격히 공헌한 책에 수여하는 워드워스상을 수상해 커다란 주목을 받은 존 D. 터너와 경제 정책에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목받는 경제학자 윌리엄 퀸은 평범한 시민들이 금융위기 시대에 피해를 입지 않고 건강한 경제적 발전을 꾀하려면 자본주의의 근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함을 깨닫고 책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들은 버블: 부의 대전환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그 속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와 대처방안에 관해 명쾌하고도 흥미로운 지적 여정의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버블의 두 얼굴, 떠오르거나, 무너지거나!

향후 10년 경제적 운명 앞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흥미로운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역사상 위대한 작곡가 게로르크 헨델과 보이밴드 웨스트라이프의 리드싱어 셰인 필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다. 헨델은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한 존경받는 클래식 작곡가 중 한 명인 반면, 필란은 영국 보이밴드 멤버다. 그런데 다른 차이점도 있다. 바로 둘 중 한 명은 버블로 전 재산을 잃었고, 다른 한 명은 버블이 터지기 전에 빠져나와 훌륭하게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버블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책은 생생히 보여준다. 버블은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게 하고 세계 경제의 대흐름을 뒤바꾸는 파괴력이 있다. 하지만 모든 버블이 파괴적이지는 않으며 어떤 버블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혁신을 촉진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래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기도 한다.

개인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버블이 일단 터지면 언론은 돈을 잃은 사람들의 불행을 다루는 수많은 글을 내놓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옳은 결정을 내려 돈을 벌었고, 이들은 계획에 대해 더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버블의 영향력과 파괴력이 야기한 생생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오늘날 우리가 알아야 할 중대한 시사점을 깨달을 수 있다. 버블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버블로 인해 왜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지 밝히며 거대한 흐름에서 패자로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버블에 대비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 누가 버블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급변하는 시장을 현명하게 헤쳐갈 놀라운 인사이트!

왜 한 번도 주식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걸까- 단지 친구가 좋다고 한다고 해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한 번도 가보지도 않은 나라에 세워진 회사에 큰돈을 투자하는 등 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투자 철학으로 소중한 자산을 잃는 걸까- 저자들은 평범한 사람을 결국 투기자로 만드는 심리와, 투기를 조장하는 권력가들의 실체,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언론의 면면에 대해서도 낱낱이 분석한다. 놀랍게도 300년 버블의 시기 동안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수많은 뉴스와 신문,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시장이 악화되는 동안 진실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말들만 계속 싣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평가하기보다는 은행가, 상인, 정치인들이 하는 주관적인 말들을 그대로 보도했다. 심지어 광고성 정보를 마치 객관적 사실인양 실었다. 또한 많은 권력가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찬양하는 말들을 쏟아냈으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 버블을 조장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버블이 커지는 동안 상황을 해결하기보다 가담하려 한 언론가?정치인?권력가들의 면면들을 들추며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버블을 조장하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밝은 눈으로 시장을 판단하라는 날선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 언론, 정책 입안자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 버블을 만드는 거대 권력과 그 영향력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고 도래할지도 모를 위험을 경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까지도 아낌없이 담았다.

 

300년 인류 역사를 관통하며 버블이 야기했던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과 야망, 놀라운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중대한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금융과 경제의 지식과 면면만 살펴볼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사회, 기술, 심리, 정치과학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개인의 정신적 모델을 각자 형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아야 한다. 버블: 부의 대전환은 커다란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경제의 운명을 가르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되어줄 것이다.

 

 

책 속으로

팬데믹 사태로 인한 변화의 불씨로 인해 부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뜨겁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눈이 필요하다. 부자가 되고픈 열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큰 거품을 만들어내 결국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블을 만들어낸 세 요소는 영원히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이 가운데에서도 미래에 대한 낙관유동성은 언제든지 소멸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거대한 금융위기,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막기 위한 중국 정책당국의 금리인상은 버블을 붕괴시키기에 족했다. 현재의 상황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두고 전문가들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코로나 쇼크 이후의 자산 가격 상승은 과거 주요한 경제적 변화가 촉발됐던 시기들과 어떤 공통점과 차별점이 있을까? 그리고 정책당국자들은 물론 기업인, 개인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취해야 할까? --- 7~8쪽 중에서

 

물론 모든 버블이 매번 2000년대 주택버블만큼 파괴적이지는 않으며, 일부는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버블은 3가지 점에서 유용하게 작용한다. 첫째, 혁신을 촉진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래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한다. 둘째, 버블로 인해 탄생한 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은 미래에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버블이 이 신 기술을 다른 산업 분야로 옮겨가기 전까지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 셋째,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없었던 기술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역사상 발생한 버블 중 많은 경우가 철도, 자 동차, 광섬유, 인터넷과 같은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닷컴버블 동안에 성공을 거머쥔 벤처 자본가인 윌리엄 제인웨이(William Janeway)는 버블이 없었더라면 경제적으로 유익을 가져다준 몇몇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20쪽 중에서

 

우리는 버블이 일어나던 시기에 언론인, 정치인, 논평가의 글과 연 설 등까지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버블이 발생하는 동안 그들은 무엇 을 말했는가?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가, 반대로 문제를 더 키우고 가담 하려 했는가? 우리는 권력자의 목소리만 듣고 싶지 않았다. 버블에 휩 싸여버린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두었다. 누가 고통을 받았고 누 가 혜택을 얻었는가? 우리는 금융 경제학자로서 우리의 분석이 그저 일반적인 설명의 나 열로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각 버블의 규모와 그로 인한 피해의 규모를 정량화해보기를 원했다. 잘 알려진 버블의 경우에는 이런 과정이 비교적 간단했지만, 덜 알려진 버블의 경우에는 마치 먼지로 뒤덮인 문서 저장고에 처박혀 있는 오래된 기록을 찾아내듯 발굴하고 재구성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 40쪽 중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의 불행을 다루는 수많은 글이 나오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 수많은 다른 투 자자들은 이 계획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고, 그런 사람들은 자신 이 돈을 벌었다고 떠벌리지 않았다. 계획의 특수 내부자들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옳은 결정을 내려 돈을 벌었고, 이들은 금융계의 중심 밖에 있으면서 계획에 대해 더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는 기록이 있다. 투자자의 20퍼센트를 차지한 여성들 역시 잉글랜드 은행과 로열 아프리카 회사 주식 투기에서 남성보다 더 큰 수익을 거 뒀다고 추정되고 있다. 또한 유태인 투자자들 역시 폭락 직후 주식을 싼값에 사들임으로써 일반 사람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뒀으며, 위그 노 교도들도 비교적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알려져 있다. --- 77~78쪽 중에서

 

이때 성공적인 철도 투기를 위한 간략하고 확실한 지침서, 철도 투기자를 위한 비망록, 철도 주식으로 돈 버는 법과 같은 수많은 인기 투자 지침서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역시 당시 투기가 민주화되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른 유명한 버블 관련 에피소드들과 마찬가지로 철도 버블에서도 역시 순진하고 아마추어적이며 돈은 없던 개미들의 주식투자에 초점 을 맞춘 이야기들이 많다. 일부 당대 사람들은 철도 주식에 대해 떠들 고 다니던 아마추어 개미들이 결과적으로 주가를 올렸고, 철도 주가가 폭락할 때에는 또 공포에 떨면서 뛰어들어 폭락세에 힘을 실었다고 주 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부분 풍자 언론과 당대의 문학 에서 주로 나온 주장일 뿐이다.

철도 역사가들의 말에 의하면 가난한 사람보다는 여성이나 성직자 와 같이 주식 투자 경험이 없던 투자자들의 투자 참여가 있었고, 특 히 중산층을 비롯한 평민 졸부들이 개인투자자의 핵심 축이었다고 한 다. 일례로 샬럿 브론테나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와 같은 문학계 거장들, 그리고 찰스 다윈과 같은 저명한 과학자들도 철도 투기에 참여했다. --- 134~137쪽 중에서

 

버블 기간 동안 언론매체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대체로 신문은 시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고, 대신에 은행가, 상인, 정치인들이 하는 주관적인 말들을 그대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당시 존 브룩스(John Brooks)라는 한 기고자가 쓴 당 대의 금융사에서는 수수께끼 같은주요 은행가 또는 비즈니스 리더 가 럭셔리 크루즈를 타고 유럽을 여행하면서 마지못해각종 금융지 저널리스트들에게 코멘트를 제공한 대서양 횡단 선박 인터뷰의 출현 을 조롱하듯 묘사했다. 1929년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한 발언들이 한결같이 긍정적이어서 이들에게 번영의 노래 합창단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신문 들은 시장이 악화되는 동안 진실을 보도하기보다는 이 번영의 노래 합창단이 내뱉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말들만 계속 실었다. --- 232~233

 

기술 버블과 정치 버블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기술 버블은 막대한 양의 돈이 매우 혁신적인 경제부문으로 유입되면서 형성되는데, 그 결과 버블이 없었더라면 자금을 조달받지 못했을 기업들 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사회에 유익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정치 버블에서는 이러한 유익은 전 혀 없으며, 돈은 일반적으로 긍정적 외부성을 별로 창출해내지 못하는 경제 부문으로 유입되곤 한다. 일본 버블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이러한 대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 278쪽 중에서

 

미국 호황기에 사람들이 투기꾼으로 바뀐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들이 미래 집값 상승을 낙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61 2003년에 진행된 미국의 4대 대도시에 거주 중이면서 집을 산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집을 살 때 그 집에서 살게 된다는 기쁨보다는 미래에 오를 가격을 기대하면서 집을 산 경향이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설문의 응답자 중 90퍼센트 이상이 향후 10년간 최소한 3배 이상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이 장기적 기대가 미국 주택매매 수요를 늘린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물리적인 부동산을 사길 원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모기지담보부증권이나 부채담보부증권을 통해 주택시장에서 투기를 할 수 있었다. --- 339쪽 중에서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자영업자, 가정 부, 농부, 수박 장사꾼 등이 본업은 포기한 채 매일 주식거래에 매달리 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시민 10명 중 1명꼴로 주식거래에 뛰어들었다. 2005년 중국 시민들의 저축액 7퍼센트가 주식시장에 투자됐는데, 2007년 말에는 30퍼센트가 투자되었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이 좀 이해할 수 없는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주식을 랜덤으로 골라 산다든지 주가가 행운의 수여서 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일부 사람들에게 주식시장은 카지노와 도박이 불 법이던 중국에서 도박 욕구를 합법적으로 풀 수 있는 장이나 마찬가지였다.

--- 364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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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며 주식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부동산 과열에 주식시장도 버블이라는 사람도 있고, 주식시장에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았고, 부동산도 한차례 더 오를 거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정책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고 기회와 위기를 판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버블, 부의 대 전환>은 인류 최초의 버블부터 현재까지 300년 역사를 뒤흔든 버블 사태를 살펴보며, 버블은 무엇인지, 버블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지, 버블과 경제를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다.

 

버블이란 단어가 자산 가격의 호황과 불황을 버블이라고 부르게 된 배경에는 17세기 초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뜻대로 하소서>의 유명한 구절 '온 세상이 무대요'에서 버블이라는 단어를 마치 비눗방울처럼 깨지기 쉽고 공허하고 쓸모없는 걸 뜻하는 동사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이후 버블은 '기만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버블, 부의 대 전환>은 버블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분석 프레임워크로 '버블 트라이앵글'을 제시한다. 투기, /신용, 시장성이라는 삼면과 정점에는 정책 또는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 버블의 연료가 되는 것은 돈과 신용이다. 버블은 사람들이 어딘가 투자할 만큼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서 경제 사이클에 돈과 신용이 충분히 돌고 있을 때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시장성과 이익을 보겠다는 목적 하나로 자산을 매수/매도하는 투기가 더해지면 버블의 기본 프레임이 완성된다. 부가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정부의 정책에 따라 버블을 촉발하게 하기도 한다.

 

2000년 대 전 세계를 강타한 부동산 버블은 아일랜드,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 거의 동시에 부동산 버블을 겪으면서 전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 대해 대출 기준을 완화한 결과 주택 담보대출이 전례 없는 수로 증가하며 수입이 적은 사람도 집을 사게 되었다. 그러나 모기지론을 쉽게 받을 수 있었던 빈곤층은 부동산 버블과 몰락에 의해 서브 프라임 버블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퇴직 후 연금처럼 월세를 받겠다는 생각에 주택을 좋은 투자처로 인식한 중산층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며 구매가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처분하기도 하고, 채무불이행자가 되기도 했다. 신용으로 불을 지핀 주택 붐은 궁극적으로 해소되었어야 할 불평등을 되레 증폭시키고 말았다.

 

우리는 빨리 부유해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버블의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나 극소수에 불과하다. 버블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특권적 정보를 가진 내부 관계자들이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해 다른 투자자들이 눈 뜨고 당하기도 한다. 정보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시장인 것이다. 경제의 혼돈 뒤에 남은 막대한 사회적 불평등과 낭비된 비용은 인간의 어리석음이나 비이성적인 광기의 산물이 아니다. 신용대출과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푸는 해답을 엉뚱한 데서 찾는 정부의 어리석음이 낳은 산물이다.

 

<버블, 부의 대 전환>에서 저자는 금융과 경제의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 기술, 심리, 정치 과학에 대해 이해하고, 투자자 각자의 정신적 모델을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역사를 돌아볼 것을 당부한다. 흐름을 읽는 자만이 부를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돈을 잃지 않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시한 '버블 트라이앵글'의 세 변의 요소가 충족된 상태인지 따져보고 정치적 혹은 기술적 요소의 불꽃을 경계하며 정치 체계의 구조에 대해 점검하면서 시장을 관망해야 한다. -작성자 네이브 블로그 테소로

 

잃은 자는 시끄럽고 번 자는 입을 다물었다

코로나19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물경제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데, 부동산·주식 시장은 활황이다. 이를 놓고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버블에 대한 우려를 하고, 다른 한쪽에선 아직까진 버블이 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고, 이에 따라 불어나는 부채는 언젠가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가를 누군가는 치르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광경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 책은 인류가 처음으로 겪은 버블부터 현재까지 300년간 경제 흐름을 흔들어왔던 버블사태를 전반적으로 짚어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은 사람과 손해를 입은 이들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현대 경제와 금융의 역사를 연구해온 저자 존 D. 터너와 경제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경제학자 윌리엄 퀸은 독자들이 금융 위기를 마주하더라도 피해를 보지 않고 그 안에서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썼다.

 

책은 다소 생뚱맞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역사상 위대한 작곡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과 웨스트라이프의 리드 싱어 셰인 필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한 클래식 작곡가이고, 다른 한 명은 영국 보이밴드의 멤버라는 차이도 있지만, 버블이 이들에게 준 영향도 달랐다. 헨델은 주식시장에서 버블이 터지기 직전 이를 팔고 나와 수익을 창출했지만, 필란은 주택을 사기 위해 돈을 대출받았다가 주택시장 버블이 터지면서 개인파산에 들어갔다.

 

이처럼 버블은 긍정적·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기존에 확보된 것 외에 자원을 추가 투입해 낭비하게 하고, 세계 경제의 일정한 흐름을 뒤집어 놓는 힘이 있다. 반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혁신을 불러오거나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장려해 미래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시장에서 위험이 덩치를 키우다 한순간 터지는 현상을 불에 빗댄다. 실체가 있고, 파괴력도 강하고, 누군가 꺼뜨리지 않는 한 계속해서 존재하고, 한번 발생하면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 닮아있다. '버블 트라이앵글'은 저자들이 버블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투기, 시장성, 신용의 3요소가 비이성적 패턴을 보이면 버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삽화, 표와 함께 버블이 어떻게 생기고, 엄청난 크기로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작아지는지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주식 또는 집을 사는 데 관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을 투기자로 만들어 버리는 심리와 투기를 조장하는 권력가들의 본모습,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언론의 면면도 보여준다. 300년 동안 버블의 시기에서 단 한 차례도 언론 보도,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은 시장의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광고성 정보를 객관적인 사실인 것처럼 싣기도 하고, 많은 권력가들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고 찬양하는 말을 쏟아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지어내서 버블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 책은 신기술의 등장이나 정치 구도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폈다. 특히 마지막 장은 최근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2017년 암호화폐 버블의 경우에도 지난 300년 동안 나타난 모든 금융 버블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인 생명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 닷컴버블이나 다른 기술 버블과 달리 주식투자보다는 벤처투자가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의 특성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버블로 보지 않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아파트를 사려고 하거나, '빚투(대출받아 투자)'로 주식에 열을 올리는 이들이 이 책을 본다면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 나를 믿어야 할까. 시장을 믿어야 할까.

 

저자들은 금융, 경제 지식과 면면만 살펴보는 게 아니라 사회, 기술, 심리, 정치과학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은 버블 트라이앵글의 세 변인 투기·시장성·신용의 3요소가 충족된 상태인지를 살피고, 정치적·기술적 불꽃을 경계하면서 '화재 안전 검사관'이라도 된 듯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앞서 언급한 '버블 트라이앵글'1720년부터 변함없이 투자자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투자자 개인의 정신적 모델을 각자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이같은 과정을 거치기 위해선 역사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초부터 현재까지 300년 버블의 역사무엇이 버블을 만들고 누가 이득을 챙겼나

퀸스대에 재직 중인 경제학자 2명이 집필한 <버블: 부의 대전환>의 원제는 ‘Boom and Bust’, 호황과 불황이다. 번역서는 버블 붕괴 이후 부가 어디로 재분배되는지 알려주는 듯한 부제를 붙였지만, 이 책에는 돈 버는 방법이 실려 있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블에서 이득을 보는 건 노련한 투자자, 전문가, 내부 관계자들이다. 이들이 쌓는 부는 성급하게 버블 시장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물론 모든 초보 투자자들은 자신이 성급하지 않고, 시장에 대해 많이 공부했으며,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2005년쯤부터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중국 주식시장에 모인 투자자들이 그랬다. 택시기사부터 벨보이까지 모두 주식시장에 대해 이야기했고, ‘행운의 수여서 혹은 시진핑의 생일이라서 주식을 샀다. 카지노와 도박이 불법이었기에, 주식시장은 중국인들의 도박 욕구를 해소하는 합법적인 터전이 됐다.

 

이 책이 사용하는 버블의 정의는 가능한 범위를 뛰어넘는 상향세를 보이다가 결국엔 무너지는 가격 움직임이다. 불이 나려면 산소, 연료, 열이 필요하듯이, 버블에도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먼저 산소에 해당하는 시장성자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용이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고가의 미술품은 자유롭게 사고팔기 어렵기에 버블이 되기도 어렵다.

 

둘째로는 버블의 연료가 되는 돈과 신용이다. 시중에 투자할 만한 자본이 충분히 풀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낮은 이자율과 느슨한 신용조건이 이러한 배경을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열에 해당하는 요소는 투기. 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큰 액수에 팔기 위해 집을 산다면 그것이 투기다. 여기에 기술혁신 혹은 정부 정책이라는 불꽃이 더해지면 불이 나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저자들은 지난 300년간 세계사의 버블을 살핀다. 스페인,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중남미 국가들이 19세기 초반 독립을 선언하자, 영국에는 중남미 광산 투자 붐이 일었다. 최초의 이머징 마켓버블이었다. 영국의 풍부한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면 중남미의 금과 은을 더 많이 채굴할 수 있다는 유혹에 1824~1825년 사이 624개의 회사가 생겼다. 도로망이 부실하고 숙달된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현지 사정을 무시한 투자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1840년대 중반 영국의 철도 광풍에는 증기기관차라는 신기술이 불꽃 역할을 했다. 철도 회사 수백개가 인가받았고, 신규 철도 계획안 수백개가 의회에 제출됐다. 저자들은 이때 투기의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본다. 이전까지 버블 투자가 돈을 모두 잃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류층의 일이었다면, 주식 액면가가 낮은 데다가 분할 불입할 수 있었던 철도 주식은 중산층부터 노동자까지 누구나 살 수 있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14000달러를 버는 캘리포니아의 멕시코 출신 딸기 농부가 724000달러를 대출받아 집을 샀다.

 

버블이 해로운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쏟아진 거액의 투자금이 해당 산업의 혁신적인 기술 프로젝트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자전거 버블은 자전거, 자동차, 오토바이 등 이동수단에 대한 창조적 파괴로 이어졌다. 2000년대의 닷컴 버블 역시 몇몇 정보통신 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

 

최초의 버블 이후 다음 버블까지는 한 세기가 걸렸다. 1929년 월스트리트 버블 붕괴 이후엔 50년간 잠잠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6년에 한 번꼴로 버블이 발생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 은행 등 금융시장 규제완화, 알고리즘·초단타 매매 성행 등이 원인이다. 저자들은 지금 세계 경제가 거대한 불쏘시개 통이라고 표현한다.

 

1989~1990년 일본의 주식·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 누구도 회의론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신분 노출에 부담을 느끼던 회의론자들은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뒤에야 텔레비전에 출연했다. 지금 한국의 주식시장 주변에는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낙관이 넘친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차분하고 심지어 음울한 비관에도 귀 기울여야 할 시기다./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핸드리크 포크 / 플로라와 바보들의 수례/ 1640/ 목판에 유채

얀 브뢰헐 2/ 튤립 광풍 풍자화 /1640 / 패널에 유채

필리프 드 샤파뉴 / 바니타스 /1671/ 판자에 유채

 

tulip bubble

역사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튤립의 판매를 둘러싸고 일어난 투기 현상. 16세기 중반부터 튤립이 인기를 끌면서 일어났으며, 최초의 경제 버블 현상으로 평가된다. 튤립의 구근이 높은 계약 가격으로 팔리다가 1637년에 튤립의 가격 구조가 붕괴되면서 많은 투자자가 파산하였다.

버블의 탄생 : 유명한 최초의 버블들

원제 : FAMOUS FIRST BUBBLES : THE FUNDAMENTALS OF EARLY MANIAS

 

피터 가버(Peter Garber)-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버지니아, 로체스터, 브라운 등의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도이체 방크의 글로벌시장리서치센터에서 글로벌전략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현재도 국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다수의 논문들을 활발하게 집필하고 있다.

 

목차

추천사

역자서문

서문

 

버블에 대한 해석

 

튤립매니아 전설

1. 정치, 경제적 배경

2. 튤립매니아에 대한 전통적 이미지

3. 튤립매니아 전설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4. 선물시장과 공매도에 대한 지배층의 시각: 팸플릿의 원천

5. 선 페스트의 창궐

6. 변형된 튤립

7. 튤립구근 시장, 1634~1637

8. 데이터의 특성

9. 붕괴 이후의 튤립가격

10. 18세기 및 이후 시기의 구근가격

11. 이 에피소드는 튤립매니아였나

 

거시적 버블

12. 서론: 미시시피버블과 남해버블

13. 존 로, 미시시피버블과 남해버블의 펀더멘털

14. 존 로의 금융활동

15. 미시시피 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재논의

16. 로의 그림자: 남해버블

17. 남해회사의 금융행위

18. 남해회사의 펀더멘털

19. 결론

 

참고1 | 대중적인 경제문헌들에 나타나는 튤립매니아

참고2 | 17세기 튤립가격 데이터

 

출판사 서평

17세기 네덜란드 튤립시장에서 일어난 튤립버블!

튤립버블 당시 튤립 구근(bulb) 하나를 사들일 돈이면 24톤의 밀, 48톤의 호밀, 살진 황소 4마리, 살진 돼지 8마리, 살진 양 12마리, 와인 2, 그 외에 맥주, 버터, 치즈, 옷감 상당량, 침대에 은 술잔까지 사고도 남았다는 이야기는 투기자들의 광기에 대해 경고할 때마다 요긴하게 인용되곤 한다. 한 달 만에 50배 이상 급등하던 튤립구근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고 한동안 네덜란드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공황상태로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현재의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건들의 일차적인 요인으로 심리작용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되는 증거들은 최소한 초기의 버블들이 펀더멘털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버블들은 근원적으로 금융과 경제의 상호작용에서 유래했으며 심리작용은 기껏해야 배경으로 작동했을 뿐이다.p.13

 

나는 튤립투기를 연구하기 위하여 수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튤립 투기자들이 연속적 안정시장에 의존했다는 참고문헌은 본 적이 없다. 이것은 파이낸셜 타임즈 논설 작성자가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튤립버블 에피소드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보다 더 극명한 예는 없을 것이다. 튤립버블 에피소드는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수사학적 장치일 뿐이다. 이제 튤립매니아 이야기는 그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상관없이 자신의 논지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꾸밀 수 있다고 느끼는 신화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p.25

 

튤립매니아라는 경이로운 이야기는 명백히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버블이라고 외치고 싶은 사람들이 거부할 수 없었던 조악하게 지어낸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계몽적 이용을 위해 너무나 완벽했으므로, 금융적 종말을 두려워하는 투자자들로 채워진 세계에서 금융도덕가들은... p.91

 

풍요와 거품의 역사 : 돈이 지배한 광기와 욕망의 드라마 2018 07

저자-언론인 생활 중 대부분을 경제 분야 기자로 보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경제와 금융 쪽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역사책을 들춰 보는 게 취미다. 혼자서 경제와 역사를 넘나들며 공부하던 중, 자본주의 성립 이전부터 이미 인간과 인간이 만든 조직은 이념보다는 돈 문제에 훨씬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이나 전쟁 등을 결정할 때도 돈 문제가 미치는 영항은 매우 컸다. 흔히 알려진 대의명분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거나 정부 정책의 큰 물줄기가 변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 분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의 개념도 인류의 역사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돈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안재성의 이야기탐욕의 역사안재성의 金錢史(금전사)세계일보에서 연재 중이다. 이번 책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그동안의 연구와 집필의 산물이 담겨 있다. 돈과 경제의 발전 및 변화 등을 여러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하는 한편, 풍요와 거품을 좇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경제와 역사 사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기사를 마감하고 나면 여전히 역사책과 경제 책을 넘나들며 흥미로운 글거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목차

서문 - 탐욕이 만들어 낸 풍요와 거품

 

1부 고대 제국을 취하게 만든 풍요와 거품

 

1장 메피스토펠레스도 혀를 내두르는 가짜 돈’, 지폐

2장 국채 유무有無로 갈린 포에니 전쟁의 승패

3장 황금으로 그리스를 농락한 페르시아

4장 그라쿠스 형제는 어째서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

5장 돈을 향한 어리석은 집착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로마 귀족

6농지 개혁으로 슈퍼스타가 된 카이사르

7장 로마 제국을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은 하이퍼인플레이션

 

2부 제국을 일으키거나 쓰러트린 돈에 얽힌 사연

 

1장 국채를 마구 남발한 하늘이 보낸 역병,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28세기 최첨단 산업이었던 해적업과 이탈리아의 해상 상인들

3장 일종의 창고업이었던 최초의 은행

4장 제후들은 어째서 유대인 보호권을 탐냈을까?

5장 향신료 무역이 탄생시킨 최초의 보험

6돈 문제가 부른 4차 십자군의 비극과 비잔틴 제국의 몰락

7장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긴 메흐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공략

 

3부 근대까지 이어진 탐욕과 기만의 민낯

 

1장 스페인을 부흥시키고 몰락시킨 금화의 양면

2장 환상이 불러온 탐욕과 광기, 튤립 버블과 미시시피 버블

3장 증세 논란이 유발시킨 프랑스 대혁명

4장 나폴레옹 황제를 탄생시킨 아시냐 지폐

5장 자국의 침략군을 지원한 영국 베어링스 은행

6장 선진국 중앙은행은 왜 민간은행으로 출발했을까?

 

4부 왜 우리는 여전히 풍요와 거품을 꿈꾸는가

 

1대공황이 대공황으로 발전한 이유는?

2장 냉전의 승부를 가른 미국의 장기 호황과 한국 전쟁

3장 거짓 연금술과 탐욕이 빚은 비극, 글로벌 금융 위기

4장 암호화폐의 위험한 매력과 불분명한 미래

5장 성공한 독일 제4제국, 유로존

 

이미지 출처

참고 문헌

색인

 

출판사 서평

튤립 버블을 지나 비트코인 열풍까지돈 문제를 통해 바라본 탐욕의 역사

역사를 움직이는 요소에는 전쟁, 정치, 사상, 철학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은 역사 전면엔 덜 등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대의명분이나 정치 철학 등으로 포장된 역사적 사건들 이면에는 언제나 돈 문제가 얽혀 있기 마련이었다. 이 책은 사실상 역사를 움직여 온 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재해석한 독특한 책이다.

 

돈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릴 정도로 경제적 요인은 개인은 물론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둘러싸고 로마와 카르타고가 벌였던 포에니 전쟁은 흔히 군사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하기 쉽다. 로마가 카르타고에 비해 우수한 병력과 훌륭한 지휘관을 많이 가졌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관점은 기존의 역사책에서 흔히 보이는 해석이다. 하지만 실제로 로마와 카르타고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원인은 긴 전쟁 기간 동안 쌓인 의 처리를 두고 보인 두 국가의 해결 방법 차이였다. 오랜 기간 동안 전쟁을 벌인 로마와 카르타고는 늘어난 전쟁 비용을 부담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결국 카르타고는 부족한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속주의 세금을 늘리는 방안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증세는 속주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와 반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카르타고는 이 반란을 진압하는 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기원전 249, 카르타고는 드레파나 해전에서 처음으로 로마에 대승을 거두고도 제해권을 장악하기는커녕 오히려 해군을 감축시켰다. 늘어나는 전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증세 대신 국채 발행을 택한 로마는 빌리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부유층의 반발을 억누르고 효과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 결과 해전에서 대패하고도 오히려 함대를 재건해 결국 1차 포에니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국가의 빚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카르타고는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도 그 승리를 이용하지 못한 반면, 카르타고보다 선진화된 경제 개념을 가지고 있던 로마는 이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한 덕분에 전투에서 패배했음에도 결국 전쟁의 승자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채 발행이 모든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일까? 로마 제국의 후신이라 할 수 있는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국채를 너무 남발해서 문제가 된 경우이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과거 로마 제국의 영토를 거의 대부분 회복한 업적 덕분에 대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러한 표면적인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유스티니아누스는 역사상 아주 뛰어난 위인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결코 대제라 칭할 수 없는 인물이다. 오히려 역사가 프로코피우스가 자신의 저서인 [비잔틴 제국 비사]에서 칭한 것처럼 하늘이 보낸 역병이라 불러야 할 정도였다.

유스티니아누스가 제국에 그다지 도움도 안 되는 불모지를 정복하는 동안 동로마 제국은 막대한 빚을 져야 했다. 결국 유스티니아누스는 대제라는 불멸의 칭호를 얻고 죽었지만 그의 후임 황제들은 황실의 국고에 금은보화 대신 갚아야 할 국채 증서만 가득 쌓여 있는 걸 보고 망연자실해야 했다.

 

장밋빛 환상이 빚어낸 풍요와 거품들

종이로 금을 만들고, 꽃 한 송이로 저택을 구입하다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 움직이기는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황제나 귀족 등이 경제 논리에 따라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면 일반 시민들은 정책 방향을 틀게 만드는 여러 경제적 사건과 연관되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먹고사는 문제는 개개인에게 일순위에 해당하는 관심사다. 그러다 보니 과거 역사적으로 크게 문제를 일으켰던 경제 사건에 일반인들이 관계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튤립 버블과 미시시피 버블이다.

 

튤립 버블은 실론 섬 등을 정복한 뒤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면서 부국이 된 네덜란드에서 1630년대 불기 시작한 튤립 투기 열풍을 일컫는다. 당시 튤립은 유럽에 처음 소개되는 진귀한 꽃이어서 상당한 고가였다. 그러자 튤립 정원을 가꾸는 게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점점 더 좋은 품종의 희귀한 튤립을 찾기에 이르렀다. 한번 튤립에 명품 이미지가 생겨나자 잘 키운 튤립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졌고,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튤립 거래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보니 고급 품종의 튤립인 경우, 저택 한 채 값에 맞먹기도 했다. 결국 유럽의 어떤 왕족이나 귀족도 튤립을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치솟자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순식간에 터졌다. 저택 한 채 값이었던 튤립의 가격이 양파 가격 정도로 곤두박질쳤고, 그 결과 무수히 많은 파산자가 생겨났다.

 

튤립 버블이 개인의 투기와 욕망이 반영된 결과물이었다면 미시시피 버블은 좀 더 복합적인, 국가에서 주도한 일종의 사기극이라 할 수 있다. 루이 14세 이후 왕위에 오른 루이 15세는 막대한 국가 부채를 떠안아야 했다. 이때 존 로라는 인물이 어린 루이 15세와 섭정이었던 필리프 공 앞에 나타나 "종이로 금을 만들면 된다"고 설득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던 필리프는 존 로의 요청대로 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프랑스 식민지인 루이지애나의 독점 개발권을 허가한다. 이 독점 개발권을 가지고 존 로는 미시시피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식민지를 개발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던 프랑스의 국채를 미시시피 주식회사에 건네고 대신 주식회사의 주식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루이지애나는 기반 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고, 당연히 어떠한 수익도 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미시시피 주식회사에 제대로 된 실적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는 파산했고 투자자들 역시 투자금을 몽땅 날려야 했다.

 

이 밖에도 나폴레옹 황제를 탄생시킨 아시냐 지폐의 발행,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한 경제적 배경,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등을 흥미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다루고 있다. 고대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에서부터 대공황과 최근의 비트코인 열풍, 유로존에 대한 전망까지 경제적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모두 다룬 이 책은 역사적 사건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세계사를 보여 준다.

 

책속으로

자코뱅 당의 마라 및 로베스피에르나 그 뒤를 이은 지롱드 당의 총재정부는 모두 급한 대로 아시냐 지폐를 마구잡이로 찍어 내 병사들의 급료와 무기 구입비 등을 지급했다. 이미 "지폐는 소유한 기초 자산만큼만 발행해야 된다"는 건전 재정의 기조는 사라지고 없었다. 궁하면 즉시 사기라는 악질적인 수단에 호소한다는 점에서는 부르주아나 국왕 및 귀족들이나 결국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국가를 위해 내가 세금을 더 내야겠다"는 발상은 그들의 머릿속에 없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아시냐 지폐를 어찌나 남발했는지 1796년 아시냐 지폐의 발행을 중지하면서 시중에 도는 지폐를 토지와 교환해 줄 때, 실제로 지급한 토지는 지폐 액면가의 겨우 3.33%에 불과했다. 무려 기초 자산 대비 30배가 넘는 액면가의 지폐를 뿌린 것이다. p.198~199

 

미국 정부는 다양한 안을 검토한 끝에 그 돈을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에서 빌리기로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1803년 초부터 전쟁 중이었다. 불로뉴의 병영에서는 프랑스의 영국 침공군이 한창 훈련 중이었다.

루이지애나 매입 대금을 미국 정부에게 빌려주면, 당연히 그 돈은 프랑스로 흘러간다. 이어 영국 침략 자금으로 전용될 게 뻔했다. 이처럼 반역 행위란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베어링스 은행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출을 실행했다. 그들은 이자 수익에만 흥미를 둘 뿐, 조국에 대한 위협에는 무관심했다. 특히 베어링스 은행의 고위층은 "프랑스군에게 날개가 없는 이상 그들이 도버 해협을 건너 쳐들어올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p.212~213

 

놀랍게도 21세기 들어 독일 제4제국이 등장하는 분위기다. 그것도 매우 성공적이다. 요새 독일은 총칼을 쓰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유럽 각국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 합법적이기에 세계 각국의 비난 세례를 뒤집어쓸 염려도, 무력 침공을 받아 붕괴될 위험도 없다. 따라서 작금의 성공 가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독일 제4제국을 탄생시키고, 나아가 눈부시게 성공시킨 기구는 바로 유로존이다. 그리고 독일이 유럽의 부를 합법적으로 훔쳐 가는 도구는 유로화다. p.282

그래도 집을 사시겠습니까? : 1991년 일본발 버블경제의 경고 저 : 최경진출판사 : 이담북스 2011 12

 

최경진- 건국대학교 중퇴

와세다대학교 문학부(일본문학) 졸업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석, 박사 과정수료

스위스재보험회사 동경사무소

스위스재보험회사 서울사무소

) 미국 트랜스아메리카생명보험 서울사무소 대표

 

목차

버블경제(Bubble Economy)란 무엇인가?

1. 버블경제에 대한 정의

2. 거품경제의 역사

(1)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2) 프랑스의 "미시시피계획"

(3) 사우스 시 컴퍼니(The South Sea Company) 버블사건

(4) Internet Bubble

3. 버블경제의 성향

(1) 버블경제의 징조

(2) 버블경제에서의 매스미디어의 역할

 

버블경제에 대한 인식

1. 일본의 버블경제는 언제인가?

(1)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ion)

(2) 일본의 주식가격

(3) 일본의 부동산가격

(4) 일본의 골프회원권가격

2. 일본 버블경제에 대한 인식은 언제부터인가?

(1) 미디어의 버블인식

(2) 경기호황과 버블에 대한 인식도

(3) 일본 교과서의 버블 인식 정도

 

버블경제의 배경

1. 미국의 경제상황

(1) 미국의 주요경제지표

(2) 일본에 대한 압력

2. 프라자 합의(Plaza Accord)

 

버블발생의 형성요인

1. 엔화의 가치절상

(1) 엔 환율의 추이

(2) 대미 무역수지차 추이

(3) 일본 전체 무역수지 차의 추이

2. 저금리 정책

(1) 금리인하

(2) 주식투자증가

3. 금융규제의 완화

 

자산가치의 폭등

1. 부동산가격의 폭등

(1) 일본의 공동주택의 역사

(2)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

(3) 부동산가치의 폭등

2. 주식가격의 폭등

(1) NTT주식공개

(2) 주가의 상승

3. 골프회원권가격의 급상승

(1) 일본 골프의 역사

(2) 일본 골프업계 현황

(3) 골프회원권가격의 급상승

4. 높은 생활비, 소비의 증가

(1) 동경의 높은 생활비

(2) 고가 수입품의 증가

 

버블의 한가운데에서

1. 버블 시의 사회상

(1) 버블 시의 패션과 유흥

(2) OL(Office Lady)의 추억

(3) 고급품 지향

(4) 나의 버블 체험기

(5) 버블 시의 TV드라마와 스포츠

2. 자산격차의 발생

(1) 주식소유자의 분포

(2) 대도시와 지방의 토지자산 가치의 격차

(3) 격차발생에 대한 세론조사(世論調査)

 

버블의 제거

1. 일본정부의 버블제거 정책

(1) 토지거래 감시구역제도 도입(1987. 9)

(2) 금리의 인상(1989. 51990)

(3) 부동산 관련 융자 총량규제(1990. 4)

(4) 토지기본법(1989. 12. 22 시행)

(5) 토지세제개혁

2. 거품제거정책의 효과

(1) 부동산

(2) 주식가격

(3) 골프회원권

 

버블경제 붕괴의 영향

1. 국부의 감소

2. 기업에 끼친 영향

(1) 이자 부담의 증가

(2) 평가익의 감소와 불량자산의 증가

(3) 구조조정(리스토라, リストラ)

(4) 기업도산의 증가

3. 개인에의 영향

(1) 고용과 소득의 감소

(2) 개인소비의 감소

(3) 주택대출과 주택구입에 끼친 영향

(4) 젊은 층의 취업과 생활에 끼친 영향

 

소비자금융시장의 급팽창

1. 일본 소비자금융시장의 성장과정

2. 일본 소비자금융시장의 현황

3. 소비자금융시장의 문제점

(1) 금리 문제

(2) 소비자금융광고 문제

(3) 자기파산의 증가

(4) 다중채무자 문제

4. 일본정부의 지도

 

버블경제 붕괴 후의 사회상

1. 어느 사회과목 교사의 기억

2. 버블을 예측한 투기사

3. 도심파와 지방파

4. 브랜드제품의 리사이클 샵

5. 병들어가는 청소년

6. 격차사회와 소자녀화(少子女化)

7. Working Poor

8. 갑작스러운 해고통보

9. 욕망의 경제학

 

일본의 버블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암시

1. 당시 일본과 한국의 사회현상 비교

(1) 당시 일본의 상황

(2) 한국이 당시의 일본과 닮은 현상

2. 향후 우리의 문제점

(1) 가계부채 문제

(2) PF대출 연체와 부실채권 발생

(3) 청년실업과 미혼율의 증가, 출생률 감소 현상

3. 제언

(1)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

(2) 가계부채 대책

(3) 가계소득의 유지

(4) 세수(稅收)의 확대

(5) 서민금융의 지원확대

(6) 사회통합

출판사 서평

2011년 대한민국에 재연되는 '일본 1991'

1991년 일본, 세계제일이라는 자부심과 끝날 줄 모르는 자산가치의 상승은 일본인에게 이곳이 마치 지상낙원이라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본인들은 도쿄만 팔아도 미국의 전 국토를 사들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몇몇 경제전문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호는 계속됐다. 그때가 바로 버블의 한가운데였음을 미처 알지 못하고서 말이다.

 

부동산신화는 깨어졌다

2011년 대한민국, 서울의 아파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부동산투자에 뛰어들고, 세계 곳곳에서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어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준다. 부동산시장의 팽창 덕에 가계 부채는 1,000조 원에 이르고 물가는 멈출 기미 없이 오른다.

일본의 '잃어버린 10'은 그들이 맹신했던 부동산 신화가 깨진 후의 뼈아픈 기억이다. 우리는 이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한국경제가 버블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위기가 닥쳤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아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잘 인식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의 미래에 닥쳐 올 위기상황을 예견하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한 각 가계와 기업은 이러한 버블경제를 만든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앞으로 생겨날 부채에 대한 책임이 원인을 제공한 각자에게 있다고 못박는다. 향후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상승하지 않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말하는 중요한 논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현재 향유하고 있는 자산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가지고 다음 세대를 괴롭히지 말아야 하는 논지가 그것이다. '88만 원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등의 축적이 수월했던 기성세대는 그들의 노후 보장을 다음 세대에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곧 계층 간 격차로 비화된다.

 

일본의 버블경제는 우리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그들의 1991년을 답습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

1980년대 일본의 거품 경제(1985~1991 일본의 비정상적인 자산 가치 상승 현상)

20세기 최악의 거품경제. 무려 1500조엔(원화로 약 16500)의 자산이 공중분해되었다.

 

돈 부채춤은 경제적인 여유를 과시하기 위해 여성들이 수백만엔 하는 최고급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 돈 부채를 만들어 추는 춤을 말한다. 위 사진은 버블이 한창이었을 당시 나이트클럽 모습이다.(사진-세계일보)

"어둠이 내리자 형형색색의 현란한 네온사인들이 명멸한다.

멀리 동경타워의 표시등들이 일제히 켜져 높이 333m의 탑 모양을 밤하늘에 드러낸다. 동경 롯폰기 하이유자 앞거리. 밤이 되면 젊은이들로 성시를 이룬다.

동경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일본에 관광 온 백인 흑인의 젊은이들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와국제도시 동경의 면모가 약여(눈 앞에 생생하게 나타남)하다."1987829일 동아일보 -

 

 

<19889월 발표한 세계 50대 기업 순위>

부동산 거품 일본의 실패에서 배운다] 금리 뒤늦게 올리자 줄파산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 초까지 일본은 말 그대로 '거품천국'이었다. 한국의 용인쯤 되는 지바(千葉)의 교외 지역에는 '수억 엔(수십억원가량)의 주택가'가 속속 등장했다. 미국의 베벌리힐스를 본떠 '지바리힐스'라고 불렸다. 86년부터 89년까지 일본에서 땅값이 올라 생긴 자본이득은 1452조 엔. 86년 일본 국내총생산(GDP)2.1배다.

 

경기부양 금리인하 여윳돈 과잉 부동산에 몰려

당시 일본 상황은 부동산과 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부를 손에 쥔 이들이 고급 외제차를 타고 흥청망청 즐기는 풍경이 급증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반대로 샐러리맨들의 내집 마련 꿈은 영영 멀어져 갔다.

거품경제의 시작은=83년께부터 조짐을 보이더니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본격화했다. 미국과 유럽의 요구에 따라 엔화 강세를 용인한 일본 정부는 저금리 대책으로 대응했다. 엔고로 인한 수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일 정부는 5%대였던 금리를 861월부터 87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2.5%로 인하했다. 일단 경기를 살리고 보자는 것이 당시 일본 정부의 판단이었다. 장기적으로 엔고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관심 밖이었다. 정치권도 동조했다. 지역구 수출기업 등의 압력을 의식해서다. 경기는 괜찮은데도 저금리 등 과도한 금융 완화 정책이 너무 오래 이어졌다.

 

시중에는 돈이 남아돌았다. 통화증가율은 853.8%에서 8813%로 뛰었다. 넘치는 돈들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은행들은 조달 금리보다 운용 금리가 높아지자 금융자산 및 부동산 보유 비중을 늘렸다. 개인.기업들도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다시 부동산을 사들였다. 기업들이 사들인 토지는 84년까지 매년 8500억 엔 수준이었지만 85~90년 사이에는 8배나 되는 연평균 67000억 엔 규모로 치솟았다.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도쿄를 포함한 일본 6대 도시 상업지의 평균 땅값은 85년을 100으로 봤을 때 87201.4, 90374.6으로 올랐다.

 

안이했던 대응=정부 일각에선 "이러다 큰 일 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토지 불패신화'를 믿는 목소리가 더 컸다. 또 금리를 올렸다간 경기가 고꾸라질 수 있다며 세제를 통한 투기 억제 등 미봉책에 치중했다.

 

80년대 중후반 잇따라 양도세 인상, 토지거래 감시구역제도(한국의 토지거래 허가제와 유사)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양도세를 올리자 매물이 줄어 오히려 부동산값을 부추겼다. 또 가계나 기업을 의식해 보유세 부담을 낮게 유지한 것도 거품을 키웠다.

 

과격했던 '거품 깨기'=부동산값이 너무 오르자 일본 정부는 결국 금융에 손을 댔지만 이미 늦었다. 일본은 895월부터 908월의 16개월 동안 금리를 2.5%에서 6%까지 인상했다.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180도 정책을 바꾼 것이다. 904월에는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는 총량규제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대장성 내부는 미온적이었다. "금융과 세제는 부동산 대책의 조역일 뿐 주역이 아니다"(하시모토 류타로 당시 대장상), "자유경제에 반하는 난폭한 조치"(쓰치다 마사아키 은행국장)라는 게 대장성의 속내였다.

 

그러나 하시모토는 대장성을 물러난 이후 "당시 (거품 제거를) 더 빨리 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이미 부풀 대로 부푼 거품은 금리 인상과 세제 등 전방위적 공격을 받자 일순간에 무너졌다. '열탕-냉탕'식 정책이 거품을 서서히 가라앉히지 못하고 급격히 붕괴시킨 것이다.

 

'잃어버린 10'=91년부터 부동산과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회사와 개인의 파산이 속출했다. 이후 10여 년간 장기 불황이 이어졌다. 본업을 잊고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교와(共和).아리토요카세이(有豊化成) 등 수십 개 알짜기업이 부동산 투자 실패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부실 채권의 급증으로 해마다 '금융위기론'에 시달렸다. 97년에는 야마이치(山一)증권.홋카이도타쿠쇼쿠(北海道拓殖)은행 등이 연달아 무너졌다. 경영에 책임을 졌던 기업인들이 일본식 '할복'으로 종업원과 고객에게 사죄하는 사건도 속출했다. 집값은 91년 이후 10여 년 사이 주택지의 경우 최고 60%, 상업지의 경우 80%가 폭락했다. 일 경제기획청은 93'거품 경제의 교훈과 새로운 발전에의 과제'란 경제백서에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거품의 경제적 장점은 없었다. 있다면 단점뿐이었다. 그것이 우리가 이번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2005.08.12 04:58 수정 200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