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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한 컷

무너진 옹벽 쌓기

by 이성근 2016. 1. 9.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면 늘 마주하는 장면 중의 하나가 아파트 공동소유의 부지와 2층 짜리 개인주택이다.  주인은 부동산업을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이 낡은 아파트도

그 양반의 알선으로 구매한 것이다.  아무튼 늦은밤이나 아침에 일어나 식구들 몰래 창문을 열어 놓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는데 무너진 담장 너머에는 세가구가 세들어 산다.  세번째 집은 큰 개를 키우는 부자(父子)가 살고 두번째 집은 40 초반의 부부가 이제 고등학생 된 아들이 산다. 첫번째 집은 그 구성원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개를 키우는 집사내는 동물에 대한 배려가 많아 버려진 고양이 새끼를 키웠고, 그 놈이 자라 다시 새끼를 치는 형국인데 늘 고양이들이 세 가구의 통로에 놀고 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집의 아들은 곧잘 담을 넘어 다닌다.   

 

그리고 아파트 1층 회장집 아지메는 공유부지를 사유화해서 쓴다.  달랑 두동으로 이루어진  이 작은 아파트단지의 1층 거주자들이 향유하는  암묵적 특권처럼 여겨진다. 그들은 그 부지에다 갖가지 채소를 키워 낸다. 차이라면 회장집은 꽃.나무도 더불어 심는다는 것인데, 그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나 역시 옥상에 있던 화분을 이곳으로 옮기고 난 이후 가끔씩 쓰레기 버리러 가며 화분에 물을 주곤 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날 이 담벼락이 무너진 것이다.  화분 변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내에게 말했다. 화분값이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 뿌리내리고 있던 식물들을 변상해야 한다고 ... 그랬다. 제주 조릿대며, 해당화, 그리고 여름이면 노란 꽃을 피우던 원추리며 말나리는 야생에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던 것들이다.  그 시간이 얼마인데  고작 화분값이냐고... 어처구니 없었다.  거기다 블록을 대충 쌓아 미장처리한 담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란

무너진 담장은 이후 튼튼하게 재건되었다.  진작에  아니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는데 그 날림이라니  그나저나 참 서운하다.  해당화며 원추리를 이제 볼 수없다는 사실이  

 

 

 

 

 

 

 

 

 담장이 새로 서고 고양이들은 예전처럼 저들 끼리 장난을 치고 논다. 곧 봄이 오면 새로운 변화가 보이리라 . 그러면서 나도 부지의 한부분을 점거 장악해보리라

 

Billie Jean ,, The Civil 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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