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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한 컷

꽃 단장 시내버스

by 이성근 2015. 12. 19.

 

부산 영도구 태종대공원에서 남구 대연동을 오가는 101번 시내버스 안.

꽃기린, 테이블야자, 아이비 등 화분 20여 개가 버스 창문틀마다 가지런히 자리잡았다. 칙칙하리라 예상했던 버스 안을 가득 채운 건 싱그러운 꽃향기다. 잔뜩 굳었던 승객들의 얼굴에도 금세 미소가 번진다. 101번 시내버스의 별명은 '달리는 정원'. 각종 꽃과 풀로 실내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서민의 발' 부산 시내버스가 이색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시내버스 이색변신 눈길
풀·꽃 장식한 101번 버스
향기나는 화분 42번 버스
'산타버스' 70번 버스도


화초를 가득 실어 실내 정원처럼 꾸미거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낸 버스들이 속속 등장해 승객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신한여객㈜의 101번 시내버스가 '달리는 정원'으로 변신한 것은 김규영(53) 기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난 8월부터 101번 시내버스 운전을 맡은 김 씨는 꽃과 풀이 담긴 작은 화분들을 버스 곳곳에 설치했다. 버스 안에서 깨지지 않도록 부드러운 플라스틱 용기에 화분을 넣어 단단히 고정했기 때문에 안전사고 염려는 없다.

가족들과 함께 태종대로 여행 왔다는 김희옥(42·여·경기 의정부시) 씨는 "버스에 올랐을 때 눈앞에 정원이 펼쳐진 듯해 산뜻한 느낌을 받았다"며 "손님에 대한 배려와 친절함이 저절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정숙(61·여·부산 영도구 청학동) 씨도 "버스를 탈 때마다 멀미를 느끼는데 이 버스를 타면 불쾌한 느낌을 잊게 된다"며 "베란다 정원을 옮겨 놓은 느낌이라 더욱 친근하다"고 활짝 웃었다.

즐거운 건 승객만이 아니다. 101번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도 신바람이 난다. 김진육(59) 씨는 "승객들이 '꽃밭에서 내리고 갑니다'라고 인사할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한여객㈜ 소장 신종곤(52) 씨는 "승객들과 기사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너무 좋아 정원 버스를 확대 운영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화여객㈜의 42번 시내버스도 '향기 나는 버스'로 유명하다. 이종득(60) 기사는 수십 개의 화분을 버스에 싣고 올해로 7년 째 달리고 있다. 율마, 재스민, 백송 등 다양한 식물들의 향기에 승객들은 호평 일색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부산 영도구에서부터 부산 서구 동대신동 산복도로를 오르내리는 '산타 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남부여객㈜의 70번 시내버스 김이순(58) 기사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12월 빨간색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물들과 조명으로 내부를 꾸미고, 어린이 승객을 위해 500여 개의 선물을 손수 포장해 나눠주기도 한다. 그의 '산타버스'를 타기 위해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버스를 기다리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산타버스가 속칭 '대박'을 내자 버스 회사가 직접 이색 버스 운행을 지원하는 경우도 생겼다. 태영버스㈜는 7년여 전부터 매년 12월 회사 버스 70대 중 10대 정도를 '산타버스'로 운행하고 있다. 태영버스㈜ 송강식 차장은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사들이 안전운전에도 더욱 신경을 쓰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2014.12.1

1년 전 이맘때 이 뉴스거리를 부산일보에 제보했고, 바로 기사화 됐다. 오늘도 이 버스를 타게 되었다.  신선함이란 이런 것 아닐까. 기사의 친절은 당근, 승객이나 기사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드는 것. 101번 버스의 무사고 안전 운행을 기원해 본다.

Na na na na, na na na na, hey hey-ey, goodbye...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 - S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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