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것이 도시공원이냐
도시공원 일몰이 1년 남았다.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인데 날은 저물어 가고 있다. 전혀 방도가없는 것도 아니건만 서로 딴 생각을 하다 보니 도대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발등의 불이 된 일몰제는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아니고서는 해결이 난망하다. 절망적인 사실은 정부의 대책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데 있고 부산시의 노력도 더이상 없다는데 있다. 거듭 주장하는 바 도시공원 부지 중 사유재산권 침해가 없는 국공유지는 10년 유예가 아니라 실효제외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놨던 대책은 10년 유예다. 그럼 10년 지나고 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부산의 경우 국공유지가 전체 일몰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둘째,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반영하여 타도시계획시설처럼 50%의 국고지원이 이루어 져야 한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집단이 국회이건만 개점 휴업이 계속되고 있다.
공공시설 들어설 자리 없다는 이유로
손쉽게 도시공원 개발 유혹에 빠져
채워야 효율적 활용이라 착각하지만
도시공원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축복
이런 판에 심기 불편한 일들이 생겨난다. 그렇다. 하나라도 더 보태어도 부족한 터에 슬그머니 편법으로 도시공원을 갉아 먹거나 파먹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관행화되었다. 도시공원은 언제든 용도를 변경하거나 시설변경을 통해 기관의 마음먹기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이다. 그동안 부산지역 도시공원 안에 이러 저런 시설의 필요를 명분 삼아 잠식된 공원부지는 5개구 8개 공원 202,870 ㎡에 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시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던 부산시민공원의 국제아트센터 건립계획 같은 것이다. 공원의 생성과 존재이유를 무시한 마구잡이 시설의 도입은 공원의 정체성까지 위협했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넣다 보니 공원의 유지관리를 위해 진짜 필요한 시설은 넣을 수가 없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그 외 공원들은 각종 전시 교육장, 심지어 주차장까지 공원부지를 이용했다. 그러고 보면 금정산 장전공원 특수학교 건설 또한 이 범주에 속한다. 본격적 건설이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부산대는 시민이 알지 못하는 사이 부산시교육청과 협약까지 맺었다. 무책임한 처사였다. 판을 다 짜놓고 수용하라는 것이었는데 건설의 찬반 논쟁과 갈등은 노정되어 있었다.
도시공원 존재의 기본정신은 건강한 자연상태를 유지하면서 도시민의 여가를 돕는 것이다. 그런데 다들 착각하고 있다. 마치 도시공원을 개발 유보지 정도로 여기고 있다. 아무 것도 기여하지 않는 땅으로 취급하고 개발되거나 건물이 들어가야 공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 같고 가치롭다고 오판하고 있다. 하지만 공원은 결코 노는 땅이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능력과 가치를 몰라주고 평가 절하한다. 아니 할 말로 대책없는 미세먼지 문제에서 가장 효과적 역할을 수행하는 일등공신은 도시공원이다.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축복이 도시공원이다. 그런데 그 축복을 걷어차는 것이 발전이라 맹신한다.
한걸음 더 들어가보자. 부산대의 금정산 장전공원 특수학교는 왜 숲을 헤치고 들어와야 하는가. 환경단체가 터무니없는 반대를 주장하는가.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특수학교가 도시 내부에 자리 잡지 못하게 만든 우리들의 지독한 이기와 편견이다. 돌아보면 빈집과 폐교는 나날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초고층 아파트는 넘쳐나는데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시설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도시공원을 기웃거리고 손쉬운 카드만 내미는 폐단이 생긴다. 안타까운 노릇은 이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지혜 동원 능력과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찬반이 평행성을 달리는 것은 대안 모색을 등한시하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묻는다. 만만한 기 도시공원이냐고 그래서 생태 환경의 입장에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서있는 숲을 밀어 버리고 특수학교가 들어온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일인가. 그 입지가 그 학교 학생들에게 진정한 기회요인일 수 있는가. 또 그 물음에 자유로울 수 있는가. 혹자는 부산대 특수학교는 자연친화형이라서 또 소외된 집단의 치유와 교육을 위하기 때문에 파괴가 아니라고 합리화 시킨다. 하지만 진실은 수많은 나무가 베어지거나 이식된다. 그 과정은 거기 뿌리 내리고 살던 오래된 미래인 나무라는 생명체를 집단 중환자로 만드는 일이다. 도대체 이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비롯되었는가. 슬프게도 도시공원 일몰은 이런 갈등을 다양한 형태로 일상화 시킬 것이다. 암담하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 도시의 공원일몰이다. 당신도 벼랑 끝에 선 나무다.
부산일보 로컬터치 /이성근(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2019 6.21
도시공원 일몰제 예산, 4조 6,000억원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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