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늦으리, 공원일몰제
2020년 7월 1일 부산에서 사라질 도시공원과 유원지를 호명해 본다. 송정, 해운대, 청사포, 동백, 이기대, 신선대, 황령산, 대연, 문현, 어린이대공원, 화지, 괴정, 당리, 함지골, 송도, 암남, 진정산, 몰운대, 가덕, 대항, 화전, 금정산, 병산, 달음산, 불광산….
빚더미 떠안은 지자체 일몰제 대응 한계
대책 마련은커녕 뜬금없는 평가만 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가로운 국토부
공원 일몰제 방치는 환경 파괴 명심해야
이 공원들은 오는 10월 2일 국회 대토론회를 전후해 입법화되지 못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맞닥뜨려야 한다. 그것은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의 영구 불행이자 기후변화시대 지구온난화 대응 탄소저장고의 상실에 더하여 미세먼지와 폭염 완화, 도시민의 신체와 정신을 단련시켜주던 녹색 궁전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이 시점에서 뭔가 의미 있는 탈출구를 열지 못한다면 우리는 벼랑 끝에 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목을 맨다. 하다못해 1년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소망해보기도 했다.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던가. 지난 3년의 행보를 뒤돌아 봤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을 만들고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부산시민행동을 조직했다. 일련의 활동을 통해 여러 도시가 현장과 현실을 직시했고, 한심하기 짝이 없던 부산도 ‘공포 도시(공원포기도시)’라는 오명을 벗게 되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매입 재원의 부재는 결국 부산의 도시공원 상당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시급하다. 유감스럽게도 이 정부는 더 이상 도시공원의 일몰에 마음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추석 전날 국토교통부가 뜬금없이 보도자료를 냈다. 내년 7월 실효대상 1766개 공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대응을 잘하고 있는 우수 지자체를 발표했다. 인천과 대전, 제주를 언급했지만 실상 대다수 지자체의 경우 예산 투입이 10%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는 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거돈 시장이 97% 사수를 천명했던 부산의 경우 예산투입률은 3.7%에 불과하다. 예산투입률이 이토록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1995년 공원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양하면서 도로 등의 타 미집행시설과는 달리 공원 조성은 전혀 재정지원이 없는 채로 빚더미만 떠안았기 때문이다. 물론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별도의 재원 마련과 대책을 고민하지 않고 방기했던 부산시의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원 조성 예산이 지원되었다면 또 달랐을 문제이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광역시·도가 예외 없다. 현재 재정자립도 30% 미만 자치단체가 수도권이 28%(69개 중 19개)이며, 비수도권은 72%(174개 중 126개)에 달한다. 그래서 사유지 매입 예산 지원 없이는 문제 해결이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시민행동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핵심 법안을 정리해서 정부와 국회에 제안해왔고, 국회는 정쟁을 넘어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안 법안 발의에 동참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이 발의에 동참하기로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은 답이 없다. 지자체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전에 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주체가 이 고비를 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참에 유일한 걸림돌은 국토부다.
일몰시한은 오늘부로 정확히 286일 남았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가롭다. ‘돈이라도 주고 어느 지자체가 더 열심히 하나’를 따진다면 몰라도 정작 정부가 마련해야 할 대책은 없이 이따위 평가만 하고 있으니 혀를 차다 못해 화가 날 뿐이다. 대관절 뭘 하자는 것인가.
헌재는 2005년 판결문을 통해 “다양한 보상수단 등의 실질적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도시공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라”고 입법자인 정부와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도시공원 일몰은 발등의 불이다. 한시가 급하다. 이 불을 끄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별일 없을 거야”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무수히 많은 현장의 단절과 생태 교란, 경관의 이질화를 강제당한다. 무상으로 누려왔던 혜택의 박탈과 더불어 환경 민주주의의 상실이라는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 후대에 짓게 될 이 크나큰 과오를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 도시공원 일몰의 방치는 명백한 환경 파괴다./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B.J. Tomas)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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