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2009) 황령산에 중턱에서 봄을 맞아 싹을 틔운 식물이 있나 낙엽밭을 살피던 중 갑자기 이놈이 튀어 나오는 바람에 식겁(食怯)했습니다. 지도 놀랐는지 허둥지둥 줄랭랑친다는 것이 지가 나왔던 굴로 도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독이 없는 놈입니다. 그리고 지도 봄이니까 나왔던 걸음인데 어쩌겠습니까만 마주치는 일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누룩뱀(Elaphe dione) 이란 이름은 술을 담그는 누룩처럼 누룩뱀 색깔이 비슷해서 생긴 이름입니다. 금화사·석화사·밀뱀이라고도 한다. 몸은 굵은 원통모양이다
늙은 누룩뱀의 눈물 / 손세실리아
그거 알아? 전 세계 3천 여종의 뱀 가운데
누룩뱀을 포함한 0.3%만이 모성애를 가졌다는 거
산란 즉시 줄행랑인 대부분의 뱀과는 달리
친친감고 빙빙 돌면서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거
그러다가 체온이 떨어지면 잠시 외출해
나뭇가지에 납작 엎드려 햇볕을 쬐기도 하지만
몸이 덥혀지면 먹이사냥도 마다한 채
새끼들 곁으로 서둘러 돌아온다는 거
저 없는 사이 적의 표적이 될지 몰라 그런다는 거
부화된 새끼가 스르르 길 떠날 때까지 보호한다는 거
그러다 쇠잔해져 맹금류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는 거
50년 전 인삼장수에게 핏덩이 떠맡긴 여자
밥은 굶어도 사람 찾기 방송은 챙겨보는 여자
죽기 전에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여자
왜버렸어 울부짖는 자식과
미안하다 잘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고갤 못 드는 출연진을 지켜보며
동병상련이 되고 마는 여자
다음 주 예고가 끝나고 엔딩자막이 사라질 때까지
자릴 뜨지 못하는 여자 오늘도
차디찬 마룻바닥에 우그려 눈물바람이었을 그 여자
누룩뱀만도 못한 시절을 살다가
늘그막에야 누룩뱀으로 돌아온 바로 그 여자
나를 낳은... 곡절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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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사람의 문학』,『창작과비평』 등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기차를 놓치다』가 있다.
발표지면:『불교문예』 2008년 여름호
재수록: 일본 시전문지 :『PO』2009 겨울호
Paul Mauriat - When A Child is Born(나자리노)
출처: 다음 블로그 음아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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