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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길에서

내가 뽑은 갈맷길 100선 -갈맷길에서 부산을 보다

by 이성근 2014. 2. 16.

 

한번은 정리가 필요했다.  여러곳에 연재됐던 글들을 모아 단행본을 만들고자 했다. 갈맷길에 대한 글은 부산은행 행보(2009.9~2011.12월) 월간 산(2010.8~2012. 7), 월간 함께사는 길 (2011.1~2012.4) 등에 장기 연재된 바 있다. 이중 몇 편의 글은 공저형식을 빌어 책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공저가 주는 아쉬움은 내 이름으로 된  단행본 발간으로 구체화되었다.  욕심이었다.  흔적 남기기 또는 과시욕도 작용했다.  그것은 기존에 출판되거나 당시 나왔던 유사 단행본에 대한 불만에 기초한다. 

예컨데 길을 소개하되 죄다 긍정적인 면만 부각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아마도 출판을 의뢰받은 쪽에서의 요구사항 아니었겠나 하는 추정이지만 길이란 좋고 나쁨, 부정적이고 비판적 시각, 모두를 담는 그릇인데,  즈음에 출판된 부산의 길 관련 서적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갈맷길 홍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런 반발에 기초하여 내 나름의 시각으로  쓴 단행본 출간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더이상 미련두지 않기로 했다.  다만 지난 세월의 흔적이 안타까워 정리는 해두기로 했다.  후일 그런 기회가 오리라 보고, 나름의 몇 가지 이벤트를 생각했다.  그 중에 하나가   '갈맷길 100경'선정이다.   기준은 경관적 우수성과 상징성에 더하여 역사성 등을 강안하였다.  사실 경관적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공감을 획득하기에 조심스럽게 올려 본다.  아래 글은 공무원 교육원 강의 자료 중 일부로 그동안 쓴 글을 짜집기하여 만든 글의 일부다. 100경 선정의 도입부 글로 삼는다.

 

길, 도시재생과 관광의 연계

걷는 길에는 지켜져야 할 자연자원과 역사문화유산이 널부러져 있다. 기후변화로부터 신음하는 생명의 호소가 들리는 현장이다. 골프장 건설로 자취없이 사라질 수 있는 백양산 자락의 하소연을 경청하는 곳이다. 4대강 정비의 어처구니 발상을 확인하고 개탄하는 장소이며, 동천의 악취를 맡으며 양재천을 상상하는 길이며, 해운대 해수욕장의 즐비한 고층건물을 보며 시드니 본다이 비치를 비교함을 통해 부산의 가치와 문제를 공유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 또는 주말 한 차례 걷기를 통해 시민의 건강이 담보된다면 이 보다 큰 사회적 보험은 없다. 솔직히 우리의 도시 환경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느라 너무도 많은 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하고 빼앗았다.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은 경관을 망치고, 도시 내부의 바람길 조차 막아 버렸다. 이로 인해 도시는 미기후를 조절할 장치 조차 상실했다. 분통 터지는 일이다. 산바람이 사라지고, 해풍이 길을 잃었다. 여름 한철 도시의 내부는 달아 오른다. 10년 전, 20년 전 보다 냉난방비가 곱절로 든다.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가. 또 다른 불평등이자 양극화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부산의 길 걷기는 도시의 재발견인 동시에 재생의 모드로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추구하는 길로서 부산 그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길로서 삶의 질이 고양되고 더불어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어야 한다. 사람다움이어야 하고 정다움이 묻어나야 한다. 부산이기 때문이다. 산과 강, 바다의 도시이자 근대의 시작이 있었던 곳 또한 부산이다. 세상 어디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태종대나 이기대 해안의 절경이 있고, 개항과 광복, 한국전쟁이 남긴 흔적을 영도다리와 산복도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곳 또한 부산이다. 거기에 서민의 애환과 생활이 담겨 있고,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인간적인 도시는 역사성을 가져야 한다. 도시 공간은 시간의 일기장과 같다. 옛집과 옛길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배어 있다. 부산의 길 걷기는 이 모든 것과 만나는 길이다. 배타적 공적 공간에서 공적 향유의 공간으로 거듭남도 여럿이 걷는 문화 속에 이루어 진다. 길 걷기는 막힘과 단절에서 제기된 소통의 출구이다. 그리하여 걷다보면 안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닫혔던 것이 열린다.

 

갈맷길을 통해서 본 부산의 길 자원

2009년부터 2012년, 부산길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갈맷길이란 브랜드를 시민공모를 통해 채택하고, 16개 구군을 헤메고 다녔다. 참으로 무수히 많은 길이 있었다. 부산시가 이에 호응하여 용역을 추진하고 전담 행정도 만들었다. 2009년 가을부터 부산길축제도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엉성하기 짝이 없던 시스템이며, 방문자 안내시스템이 해를 거듭할 수록 진화를 거듭하여 ‘이정도면’ 하고 내심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아무튼 기초지자체들로부터 추천받은 50여개의 길를 죄다 답사하고 21개를 선별하여 갈맷길이라 이름붙인 것이 2010년이었다. 하지만 그 길은 대부분 파편화되어 있는 단절구간이었다. 2011년 12월 ‘갈맷길 실시설계 최종용역보고’가 부산시청에서 있었다. 숲, 강, 해안, 원도심으로 구분되어 소개된 21개 갈맷길이 총9개 코스로 정리가 되었다.

 

노선을 잇고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면서 길 위에 선 삶이 행복했다. 그리고 나누기 위해 고민했다. 존재하는 길의 공유와 홍보였다. 전국 길모임도 이 시기에 만들어 졌다. 갈맷길이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 강릉 바우길, 북한산 둘레길, 남해 바래길, 군산 마실길 등과 어울리면서 존재감을 드러 냈다. 상호교환 방문이 이루어지면서 갈맷길의 우수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갈맷길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먼저 부산의 지형과 지리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부산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낙동정맥과 낙남정맥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낙동정맥을 따라 동행하다 남해로 유입되는 낙동강의 하류이며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이다. 식물구계지리학상으로 한반도 남해안아구, 식생지리학적 분포는 한반도 남부 도서지역의 상록활엽수림(난온대)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전반적으로 구릉성 산지가 많고 해안은 들고 남이 많은 리아스식이다 보니 경관적으로 뛰어난 곳이 많다. 기장 고리에서 가덕도까지의 해안선을 중심으로 펼쳐진 갈맷길 1구간에서 5구간은 부산 해안의 생성과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더하여 항구도시가 국제물류도시로서의 변화에 있어 이룬 것과 잃어버린 아픔도 가감없이 볼 수 있다.

 

부산해안의 지형적 특징은 남해와 동해의 점이지대로 북북동-남만서 방향의 단층선에 의해 크고 작은 만을 형성하며 이들 사이에 반도와 섬들이 분포하여 전체적으로 복잡한 해안선을 띠고 있다. 해운대의 고두말과 동백섬, 우암반도, 오륙도, 장군반도, 두송반도, 몰운반도, 가덕도와 같은 파도가 강한 외해에 면한 해안은 태종대나 이기대, 몰운대같은 해식애나 파식대 등이 발달한 암석해안이 분포하고 다대포해수욕장, 감천만, 부산만, 수영만, 송정해수욕장 등의 내만과 낙동강하구는 모래해안이 발달해 있다.

 

부산의 해안은 한반도 해안의 모든 지형적 특색이 골골이 숨어 있는 박물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고남이 뛰어난 리아스식 해안에다 30여개의 유.무인섬, 그리고 해식애와 해식동, 강하구, 갯벌, 모래사주 등 다양한 경관이 연출될 뿐 아니라 공룡들이 뛰어 놀던 까마득한 시대까지 부산의 해안은 담고 있다. 동남해안을 아우르는 지리적 여건에다 이 땅의 산과 강을 대표하는 큰 강과 정맥의 시작과 끝이 부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어느 지역보다 일찍 항 포구가 발달했다. 먼 선사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땅에서 흥하고 망했던 문명의 스펙트럼을 부산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장소들은 조상들이 즐겨 찾았던 부산해안의 ‘구포 팔대’에 다름아니다. 구포(九浦)는 기장의 아홉 포구인 화사을포(火士乙浦)-고리, 월내포(月來浦)-월내, 독이포(禿伊浦)-문동, 동백포(冬柏浦)-동백, 기포(碁浦)-이동, 이을포(伊乙浦)-이천, 무지포(無知浦)-신암.대변, 공수포(公須浦)-시랑리, 가을포(加乙浦)-송정을 말함이며, 팔대(八臺)는 기장 시랑대, 해운대의 동백섬에 각자된 해운대, 남구의 이기대와 신선대, 동구의 영가대, 영도구의 태종대, 사하구의 몰운대, 강서구 가덕도의 연대를 일컷는 표현으로 부산의 해안 절경을 상징하는 곳이다. 이들 지명은 옛부터 시인묵객이 즐겨 찾던 장소였으며, 갯가 사람들의 생활공간인 포구였다. 부산해안 갈맷길 칠백리 ‘구포팔대 칠십이경을 찾아서’ 란 탐방 프로그램이 등장한 배경이다. 칠십이경의 경우 전구간에 걸쳐 이렇다 할 이름은 없으나 누가 보더라도 그 풍광에 매료되는 곳으로 하여 작명이 이루어 져야 할 곳이다. 주목받지 못했던 장소에 대한 의미부여가 이 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두송반도 말단부 의 뛰어난 조망점이라든지, 이기대 공갈바위나 공룡바위 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습지’나 강하구 같이 시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어 주목받는 장소가 된 곳도 포함된다. 진해 용원에서 을숙도까지의 낙동강하구 칠십리 갈맷길은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인식되던 하구습지가 생태관광단지로서 거듭날 수 있는 여지를 품고 있는 지역에 해당된다. 이렇듯 갈맷길은 부산 해안선이 간직한 벨트에서 새로운 보석들을 찾아 연계한 길이다. 3면이 바다인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바다는 지역마다 다른 빛깔이다. 부산의 바다는 무슨색일까. 이 차별성과 특성을 갈맷길은 담아야 한다.

 

1886년 일본제국주의는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해군성 수로국을 통해 전 연안을 실측했다. 당시 작성된 부산항 해도는 부산의 해안이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25년 전 자연미인 맨얼굴의 부산해안이 다시 그 얼굴로 돌아가기엔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 흘렀지만 2013년 부산 해안선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와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내륙으로 들어서면 6-1 코스와 8코스는 낙동강과 수영강을 중심으로 호소의 형성과 굽이친 그 역사 문화적 흐름을 담고 있다. 이 지역 역시 비록 개발에 의해 많은 부분 원형을 상실하긴 했지만 이야기들은 유구하다. 6-2코스와 7코스, 9코스는 금정산을 중심으로 한 산지 축이 보여주는 부산의 속살들이다. 골골이 숨어 있는 전설과 마을의 생성이 길을 따라 열린다. 최근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연동하여 개설돤 초량 이바구길과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탐방객들의 증가는 갈맷길이 자연경관만을 중심으로 펼쳐진 길이 아님을 읽게 한다. 모두에 언급한 대로 길에 사람이 없다면 그 길은 생명을 다한 것이다. 이처럼 길은 사람살이이의 모든 사연과 역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릇이 크고 깊을 수록 담긴 이야기 또한 구수하고 맛있을 터, 시방 부산의 이야기들이 갈맷길을 통해 익어가는 중이다. (갈맷길에서 부산을 보다 中) 

 

1-1구간

1) 월래역                                                                                                      2) 월래항

  3) 월래 해수욕장                                                                                            4) 임랑해수욕장

  5) 온정~이동 사이 자연발생유원지와 망향바위

 6) 한국유리 뒷길 해변 -안위소(일광팔경 중 玩月井波)                                          7) 소설 갯마을  이천 당집 (이을포)

 

1-2구간

 

8) 죽성 두호포구

8) 죽성 국수당

9)죽성교회

10) 월전 바람의 언덕

11) 대변 멸치잡이

11) 연화리 서암  적선대(謫仙臺) 읍파정(揖波亭) 자리

 

 

12) 오랑대 초입

 

13) 거북바의~동암 구간 비포장 도로

 

14) 시랑리 해동용궁사

 

15) 시랑대

16)시랑산에서 바라본 공수마을 야경과 저물녁

17) 기장미역

18) 공수해안

19) 공수 들머리~송정 구간

 

20)송정해수욕장

 

                                21) 구덕포 300년 와송

 

22)청사포 300년 망부송

 

23) 해운대 중2동 문텐로드 구간

24) 해운대 중2동 미포5거리에서 미포 내리막길

 

2-1구간

 

 

 

 

 

 

 

Stand By Me - Liz Mcco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