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기후 운동 가이드
장호종-현직 의사이고 반자본주의 주간신문 〈노동자 연대〉 기자이다. 기후변화 저지, 의료 민영화 반대, 연금 개악 반대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다.《기후 위기, 불평등, 재앙: 마르크스주의적 대안》(공저, 2021),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편저, 2020), 《왜 핵안보정상회의를 반대해야 하는가?》(2012),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막을 것인가?》(2014), 《경제 위기, 연금 개약, 그리고 저항》(공저, 2014) 등을 썼다.페이스북: facebook.com/hojong.jang인스타그램: @rednuc
목차
프롤로그: 기후 위기, 에너지 위기, 공공요금
감사의 말
이 책의 구성
1장 정의로운 기후 해결은 무엇일까?
2장 화석연료와 자본주의의 질긴 인연
3장 기후 경고 하루 이틀 아닌데 왜 이 지경?
4장 신기술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5장 핵발전이 탈탄소 위한 선택지?
6장 그린 뉴딜과 정의로운 전환
7장 노동계급은 기후 위기의 공범인가?
8장 자본주의 농축산업과 채식 논쟁
9장 과잉인구가 문제? 탈성장이 대안?
10장 멸종이 코앞인데 어느 세월에 체제를 바꾸냐고?
부록 1 기후 운동이 추구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부록 2 기후 위기 해결 가로막는 제국주의 경쟁
부록 3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정치는 무엇인가?
찾아보기
출판사 리뷰
- 선진국 정부들이 나선다는데 왜 기후 위기는 심각해지기만 할까?
- 핵발전 방사능이랑 기후 위기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 기후 위기 멈추려면 나부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
- 전기·가스 요금을 올려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 온실가스 줄이려면 경제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그러면 일자리와 소득도 줄 텐데 …
이 책은 기후 위기 해결을 바라면서도 한 번쯤 위와 같은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2019년 전 세계에서 많은 청년이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중적이고 급진적인 기후 운동을 일으켰다. 이 운동은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기후 정의 행진이 열리게 되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오랫동안 기후 운동에 참여해 온 저자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라는 구호에 공감하면서 그 의미를 깊이 고민한다. 또,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그들의 부담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기후 정의’ 원칙이 기후 운동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왜 지금의 사회는 화석연료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30년 동안 선진국 정부와 권력자들이 여러 대책을 내놨는데도 왜 기후 위기는 더 심각해지기만 하는지를 풍부한 자료·삽화와 함께 쉽게 분석하고 설명한다.
또, 핵발전, 그린 뉴딜, 농축산업과 채식, 탈성장론 등 기후 운동 안에서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쟁점들을 ‘체제 변화’와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평범한 노동계급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투쟁한 경험을 살펴보며 그 경험에서 기후 운동이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주장이다.
저자는 ‘인류에게 시간이 없다’는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그 의미를 남 다르게 해석한다. 바로, 현재와 미래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환경 위기·재난과 함께 정치 양극화와 계급투쟁도 심화하며 근본적 체제 변화의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딜 가나 기후변화, 혹은 기후 위기 얘기를 합니다
-첫문장-
기후 위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의 끔찍한 불평등, 전쟁, 경제 불황, 팬데믹 같은 문제들을 심화시키기도 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하며 위기의 수준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그 모든 것의 ‘폭격’을 맞고 있습니다.
가정용 에너지는 필수재입니다. 정부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공급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은 물가 인상과 금리 인상으로 대중의 곤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에 단호히 반대해야 합니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처럼 개개인 소비 절약을 강조하는 정책들은 실제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만 떠안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NmtiTb_eDQ&t=30s
00:00 발제 시작
02:14 기후 재난의 사회적 요인
03:54 실패를 거듭한 30년
04:59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기후 위기
08:02 더욱 가까워진 위험
10:39 그린 뉴딜과 탈성장
13:04 혁명적 대안의 절실함
1.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https://www.youtube.com/watch?v=-CDyl9g2U9I&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2
2. 화석연료와 자본주의 – 질긴 인연
https://www.youtube.com/watch?v=74BAmF0rC4E&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3
3. 기후 경고 하루이틀 아닌데 왜 이 지경?
https://www.youtube.com/watch?v=IouEDW3A8to&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4
4. 신기술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Q1omM2EuS2Q&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5
5. 핵발전 - 탈탄소 위해 미워도 다시 한번?
https://www.youtube.com/watch?v=Xi5rXgljJeE&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6
6. 그린 뉴딜과 정의로운 전환
https://www.youtube.com/watch?v=gQPbEYspvcg&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7
7. 노동계급, 기후 위기 공범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2VECfu6MvvE&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8
8. 기후 위기와 농축산업, 채식
https://www.youtube.com/watch?v=t4kbhAKjcjU&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9
9. 과잉인구가 문제? 탈성장이 대안?
https://www.youtube.com/watch?v=JQPsCq-_aE4&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10
10. 마치며: 체제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없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7G98EWUpNLY&list=PLXWnWki5neClcFs8NvWNBJR6XEQgZyqvy&index=11
기후위기가 전 세계 정치 체제를 바꾼다
기후변화로 예상 가능한 정치체제 4가지
위기는 권력 집중이나 완전 해체 유발해
“담대한 전환 위해 시민 정치 참여해야”
지구의 날인 지난 4월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은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라며 환경문제에 범국민적 관심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밀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기후 위기는 자연 재난뿐만 아니라 정치경제 체제에까지 그 영향이 급속도로 파급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일어날 물 부족, 식량 부족, 생태 파괴, 해안 침수, 감염병 유행 등이 사회 불안정, 정치 갈등, 국경 분쟁, 난민 발생, 인종 청소 등 파괴적인 충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기후위기보다 인류에게 더 제한을 가할 지배적인 조건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온 제도들은 다가오는 수십 년, 더 나아가 수백 년의 시간 규모에서 생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또 그것을 거의 준비하지도 않았다. 결국 기후 위기가 일어나면 기존 정치 질서가 자기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는 정치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혼란한 상황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기후 위기로 사회가 무질서해지면, 사람들은 질서를 잡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위험과 무질서를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존재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권위적인 권력이 강제하는 질서에 복종할 수도 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이 욕망하는 지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배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이른바 대중 독재가 등장한다. 대중 독재가 민주 사회보다 재앙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믿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기후 위기는 정부가 자원을 강제로 통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민주 과정을 중단하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혼란 속에서 안전한 사회를 약속하는 정치 선동은 결국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배타적 거부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불안정한 사회는 없어져야 한다고 여길 수 있는 희생양과 적을 찾게 된다. 증오, 분리, 차별로 내달리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집단적 증오와 차별은 내부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했다. 결국 내부의 넘치는 증오를 밖으로도 투사하여 국경, 종교, 인종 등 온갖 갈등이 불거져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이런 전례가 있었다. 1930년경 대공황의 극심한 사회 혼란기에 등장한 히틀러는 총칼로 권력을 잡지 않았다. 당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은 민주적 투표를 통해 나치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교육 수준이 가장 높았던 독일 시민들이 민주 과정을 중단시키고 전쟁으로 내모는 정치 체제를 열렬히 환영하며 받아들였다. 대공황에서 선택이 이러했다면, 그보다 더 가공할 규모일 기후위기에서는 과연 어떠할까?
기후 위기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네 가지 미래
기후위기로 인해 예상되는 미래 정치 체제의 시나리오. 출처: ‘Climate Leviathan: A Political Theory of Our Planetary Future’ Geoff Mann and Joel Wainwright
지오프 만과 조엘 웨인라이트 교수는 <기후 리바이어던(Climate Leviathan): 미래 지구의 정치 이론>(2018)이란 저서에서 기후위기로 나타날 수 있는 정치 체계를 다루었다. 미래 권력 시나리오를 경제구조(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도)와 정치구조(세계 통치 권력에 대한 지지도)의 두 요소에 따라 네 가지로 전망했다. 각각 리바이어던(Leviathan), 베헤모스(Behemoth), 마오(Mao), 엑스(X)라는 상징으로 설명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 정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구약성서 욥기에서 묘사하는 괴물인 ‘리바이어던’처럼 강력한 국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후 위기 시대에서 리바이어던은 국가 규모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제국 규모의 권력을 의미한다. ‘베헤모스’도 욥기에 나오는 괴물인데, 정치적 은유로 리바이어던과 반대로 중앙 권력이 해체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마오’는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를 상징하며 ‘엑스’는 아직 출현하지 않은 미지의 정치 체제다.
‘기후 리바이어던’은 자본주의와 전 세계 통치 권력을 지지한다. 리바이어던 체제는 전 세계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인류 이익을 지키는 데 효율적이라고 여긴다. 기후위기는 지구 규모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전례가 없는 전 세계 규모로 자원을 재할당하고 합의를 이끌 지도력이 필요하다. 전 지구적으로 식량과 물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통치 권력이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등장하게 된다. 만과 웨인라이트는 책 제목인 기후 리바이어던이 기후위기에서 가장 우세한 정치 체제로 보았다.
‘기후 베헤모스’는 자본주의를 지지하지만, 전 세계적인 중앙 권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후 위기가 일어나면 부족해지는 식량과 물을 지키려고 각국은 장벽을 높여 자국 우선주의에 빠진다. 비상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 국경 봉쇄, 자원 사재기, 자국 보호 등을 포함하는 해결책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전 세계 식량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난민을 인도적으로 보호하는 데 필요한 국제협력 체계가 무너지게 된다. 우리는 기후 베헤모스 체제를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량, 에너지와 자원 대부분을 수입해야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미적거리거나 오히려 악화시켜 베헤모스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살길을 막는 중이다.
‘기후 마오’는 비자본주의적이며 전 세계 통치 권력을 지지한다. 이는 국제 협력을 하면서도 자국 내부에서는 잘 통제되는 집단주의를 추구한다. 기후 마오가 자유로운 체제보다 기후 위기에 더 효율적으로 잘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 마오는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질서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체제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나오미 오레스케스는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2015)에서 기후 위기에서 가장 나타날 가능성이 많은 정치 체제이므로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엑스’는 자본이나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인류애로 국제 협력을 추구하고 경제 토대를 지속하려는 체제다. 우리를 파국에 빠뜨리는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우리가 깨닫지 못한 가능성일 것이다. 자본주의와 기존 정치 체제를 넘어서는 유토피아를 지향한다. 유토피아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며 사람들이 그것을 갈망하고 그것을 이루려 하게 할 수 있다. 유토피아가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인류 사회가 진보할 때마다 늘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별에 닿을 수는 없지만, 별을 보며 항해를 한 옛 선원처럼 목적지에 다가갈 수도 있다.
이렇듯 다가올 정치 체제를 우리 머릿속 지도인 시나리오로 가늠할 수는 있지만,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기후 위기 대응은 지구의 물질적 한계를 문명의 토대이자 틀로 여기는 성찰, 전 지구적인 위험 관리, 기후 친화적인 경제 구축 등을 통한 담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으로 달성될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제도와 권력 구조를 만들어가는 ‘기후 위기 정치’가 요구된다. ‘민주적 논의와 합의, 그리고 이의 제도화’에 따라 기후 위기 정치의 내용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세 가지 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방법으론 저감, 적응, 무대응 세 가지가 있다. 픽사베이
기후 위기 대응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저감), 기후 위기로 인한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변화(적응) 또는 저감하거나 적응하지 않는 경우(무대응)이다. 현재 저감과 적응이 너무나 더뎌서 파국을 향해 가고 있다.
왜 이런가? 기후위기 대응은 불평등한 지배 구조에 따라 이해관계의 충돌과 조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투표권,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 형식적인 정치 참여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참여하지 않는 민주주의에서는 시민은 자기 결정 능력을 상실하고 주어진 정치 체제의 힘에 짓눌린다. 결국 기후 위기 대응은 소수 권력층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
‘잘 살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현실을 운운하는 지배자들에게 현실은 단지 현재의 자기 이익을 지키려는 자기 음모의 공간일 뿐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이익을 소수가 대부분 차지하는데도 위험을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해 위험을 ‘외주화’한다. 이러한 조직화된 무책임은 의사결정을 하는 권력자들이 기후위험에 처하게 될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에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당신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 모두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정치가를 포위해 들어가 압박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자각은 성찰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사회운동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기후 위기를 사회 공론의 장에서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깨어 있고 조직화된 시민들의 목소리와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윤리적 소비 수준을 넘어서는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좋은 사람은 될 수 있어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은 만들 수 없다. 개인이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는 것은 중요하지만 투표가 더 중요하다. 정치는 개인이 윤리적 자제력을 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집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규제 문제이고 학교 채식을 위한 그 지역 제철 식자재 공급은 정책 선택이며 재생 에너지 확대는 핵발전 업계의 로비를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윤리 증폭기 역할을 통해 개인이 할 수 없는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 낙관하라”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관점으로 보면 정치는 두려운 미래와 희망찬 미래 사이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2016)에서 나오미 클라인은 공포감이야말로 기후 위기로 세계가 파멸로 치닫고 있다는 참혹한 현실에 직면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했다. 공포감에 휩싸이면 달아날 힘이 생기고 높은 곳으로 뛰어 오를 힘이 생기며, 때로는 초인적인 힘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두려운 미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치적 힘이 될 수 있다. 이것으로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 기후는 자연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기에 기후 위기로 인한 파멸이 우리 운명이 될 수 없다.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고, 지금은 더욱 그래야 할 때다.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2020-10-16
<참고 문헌>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 2015,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 갈라파고스.
나오미 클라인, 2016,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자본주의 대 기후, 열린 책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20, 2050 거주불능 지구, 추수밭.
Geoff Mann and Joel Wainwright, 2018, Climate Leviathan: A Political Theory of Our Planetary Future by London, Verso Books.
1.5°C 지구 가열…진짜 위험한 급진주의자는 누구인가
화력발전소. 게티이미지뱅크
억겁의 세월 동안 태양에너지를 축적해 만들어진 석유와 석탄, 즉 화석연료를 태우면 에너지가 다시 나온다. 이러한 에너지에 기반하여 오늘날 문명이 구축되었다. 그런데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현재 알고 있는 화석연료 매장량의 대부분을 땅속에 그대로 묻어 두어야 한다. 석기 시대가 돌이 없어 끝나지 않은 것처럼 지금 시대가 화석연료가 없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여 2019년에는 590억tCO2_eq(이산화탄소 상당량·모든 종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에 달했다. 2010년과 1990년보다 2019년 배출량은 각각 약 12%와 54% 증가했다.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2000~2010년 동안 2.1%였지만 2010~2019년 동안 1.3%로 줄었다.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 부문이 약 34%, 산업 부문이 24%, 농업・산림과 기타 토지이용 부문이 22%, 운송 부문이 15%, 건물 부문이 6%를 차지했다.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에너지 공급(2.3%~1.0%)과 산업 부문(3.4%~1.4%)에서 둔화하였지만, 수송 부문에서는 연평균 약 2%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온실가스 저감의 핵심은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토양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토양 탄소 흡수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이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 따라 온실가스를 ‘순 배출 제로’(Net Zero Emissions)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순 배출량은 배출량과 흡수량의 차이이다. 순 배출 제로는 필연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탄소 배출량만큼 인위적으로 흡수하여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순 배출 제로’ 포괄하는 ‘탄소중립’으로
순 배출 제로는 탄소중립이라고도 하는데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순 배출 제로와 탄소중립은 전 지구 규모에서 같은 의미이지만, 국가 또는 지역 규모에서 다른 의미를 가진다. 순 배출 제로는 이산화탄소를 보고하는 주체(국가, 지역 또는 부문)의 직접 통제 또는 영토적 책임 하에 있는 배출량에 적용된다. 한편, 탄소 중립은 기업, 상품과 서비스 등에도 적용해 일반적으로 ‘스코프(Scope) 3’ 또는 ‘가치사슬 배출’이라고 하는, 해당 주체의 직접 통제를 벗어난 배출과 저감도 포함한다. 즉, 탄소중립에 포함되는 배출과 저감의 개념이 순 배출 제로보다 넓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전 세계 국가들에게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과 역량을 고려하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자발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2021년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이전에 발표된 NDC에 따른 203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경우 배출량은 지구 가열을 1.5°C로 막는 확률이 50%인 경우(1.5℃(>50%))나 2℃로 막는 확률이 67%인 경우(2℃(>67%))보다 크다. 이 차이를 ‘배출량 격차’라고 한다. COP26 이전 NDC를 2030년까지 유지하고 그 후에도 혁신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21세기 말이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0년 말까지 이행된 정책에 따른 2030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NDC 배출량보다 4~7GtCO2_eq 더 많다. 이 차이가 ‘이행 격차’이다. 이 경우 이번 세기말에 지구 평균기온이 3.2℃ 상승하게 될 것이다.
기온 상승은 지금까지 얼마나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축적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1000GtCO2 증가할 때마다 지구 평균 기온은 0.45℃ 상승한다. 이 관계는 기온 상승을 막으려면 누적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특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누적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탄소 예산’이라 한다. 더 높은 기온상승을 허용할수록 탄소 예산은 커진다. 탄소예산을 산업혁명 이전을 기준으로 표현할 때는 총 탄소 예산이라고 하며,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는 잔여 탄소 예산이라고 한다.
2015년 12월12일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각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파리기후협정 채택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 온도가 오르는 걸 1.5℃로 제한할 확률이 50%인 경우(1.5℃(>50%)), 총 탄소예산은 약 2900GtCO2이다.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00GtCO2으로 총 탄소 예산의 약 5분의 4에 해당한다. 이때 잔여 탄소예산은 500GtCO2이다. 2019년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50GtCO2이므로 이 수준으로 배출하면 2020~2030년 동안 순 누적 배출량만으로도 (1.5℃(>50%)에 대한) 잔여 탄소예산을 소진하게 된다.
지구가열 2℃(>67%)인 경우 총 탄소예산은 약 3550GtCO2이며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탄소예산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때 잔여 탄소 예산은 1150GtCO2이다. 83% 확률로 지구가열 2℃를 막으려면 잔여 탄소예산이 900GtCO2이고 50% 확률에서는 잔여 탄소예산이 1350GtCO2이다. 확률이 커질수록 잔여 탄소예산이 적어진다.
지구가열을 막을 수 있는 확률은 100%가 아니다. 100%로 1.5℃를 막는다고 했을 때 남아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전혀 없기 때문이다. 1.5℃뿐만 아니라 2℃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직 잔여 탄소예산이 남아있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적이지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빠르게 줄이고 운도 좀 따라줘야 지금보다 더 악화된 상태에서 멈출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게 현재 기후 현실이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시설을 예정된 수명까지 그대로 운영하는 경우,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00GtCO2에 이르므로 기온 상승 폭이 1.5℃를 넘게 된다. 여기에 계획 중인 화석연료 기반시설까지 더하면,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900GtCO2이므로 2℃에 다다를 수 있다. 기후를 안정시킨다는 것은 현재 운영하거나 계획 중인 화석연료 기반시설을 예정된 수명까지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지구가열을 2℃(>67%) 이하로 제한하면 화석연료 기반시설이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 2015년부터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좌초자산으로 인한 가치하락은 약 1조~4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상승을 막으려면 현재 파악된 석탄 매장량 약 80%, 가스 매장량 50%, 석유 매장량 30%를 사용할 수 없다. 지구가열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훨씬 더 많은 매장량을 그대로 남겨야 한다.
누적 배출량과 그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변화 (a) 지구가열 1.5℃와 2℃ 이하로 막기 위해 허용 가능한 탄소 예산. 남은 탄소 예산에 포함된 가는 선은 비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가열로 인한 불확실성을 나타낸다. 화석 연료 인프라 배출량에 포함된 가는 선은 민감도 범위를 나타낸다. (b)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상 기온 상승 간의 관계. 과거 자료(검은색 가는 선)는 1850~1900년 기간을 기준으로 상승한 관측 지상 기온 대비 과거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여준다. 색깔이 있는 부분은 지상 기온 예측 범위이며 굵은 중앙선은 각 시나리오에서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중간 추정값을 나타낸다.
누적 배출량과 그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변화 (a) 지구가열 1.5℃와 2℃ 이하로 막기 위해 허용 가능한 탄소 예산. 남은 탄소 예산에 포함된 가는 선은 비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가열로 인한 불확실성을 나타낸다. 화석 연료 인프라 배출량에 포함된 가는 선은 민감도 범위를 나타낸다. (b)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상 기온 상승 간의 관계. 과거 자료(검은색 가는 선)는 1850~1900년 기간을 기준으로 상승한 관측 지상 기온 대비 과거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여준다. 색깔이 있는 부분은 지상 기온 예측 범위이며 굵은 중앙선은 각 시나리오에서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중간 추정값을 나타낸다.
인류 욕망과 화석연료, 그대로 그냥 묻어두자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가 이미 어디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땅속에 묻혀 있는 대부분의 화석연료는 그 곳에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풍부한 음식을 옆에 두고 스스로 배고픔을 참을 수 있을까?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가 스스로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온상승을 1.5℃에서 막으려면 2050년 초까지, 그리고 2℃에서 막으려면 2070년대까지 순 배출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지구가열 1.5℃(>50%)로 제한하는 경로에서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8%, 2035년까지 65%, 2050년까지 99% 줄어야 한다. 이렇게 초반에 빠르게 줄이고 그 이후 천천히 줄여야 하는 이유는 초반에는 과잉으로 쓰는 화석연료가 많으니 줄이는 것이 수월한 데 반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필수 불가결하게 쓸 수밖에 없는 양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 국가 대부분이 2050년 탄소중립(순 배출 제로)을 선언하면서 국제적인 논의는 2030년 온실가스 저감 목표로 옮겨졌다.
탄소를 줄이는 데는 이산화탄소뿐만이 아니라 메탄도 중요하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머무를 수 있는 수명이 훨씬 짧아 메탄 배출을 빠르게 줄이면 지구가열을 빠르게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열 1.5℃(>50%)로 제한하는 경로에서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은 2019년 수준보다 2030년까지 34%, 2040년까지 44% 감소해야 한다. 2℃로 제한하는 경로에서는 메탄 배출량은 2019년 수준보다 2030년까지 24%, 2040년까지 37% 줄어야 한다.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990년 리우 정상 회담 이후 2022년까지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회의를 27번 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배출량은 1990년 이후 2022년까지 무려 67%나 늘어났다. 1990년부터 배출량을 감소시켰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 지금 우리가 줄여야 하는 배출량 규모는 훨씬 적을 것이다.
우리는 근시안적이고 무지하고 탐욕스러워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우리는 미끄럼 타듯 완만하게 온실가스를 줄일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다 날려버렸다. 이젠 롤러코스터의 하강 경사면처럼 급격하게 줄여야 한다. 이 대응조차도 하지 않으면 곧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만 남았다. 우리는 과학을 무시했고, 우리 앞에 놓였던 합리적인 선택을 외면했다. 그 결과 시간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활동가들을 종종 위험한 급진주의자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위험한 급진주의자는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는 국가들이다”라고 했다. 탄소중립은 흥정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정치 협상과 다르다. 2050년 탄소중립은 현실 가능성, 타협 가능성과는 별개로 인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무조건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cch0704@gmail.com
참고문헌
IPCC, 2023: Climate Change 2023: Synthesis Report. A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s I, II and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ore Writing Team, H. Lee and J. Romero (eds.)]. IPCC, Geneva, Switzerland
IPCC, 2022: Summary for Policymakers. In: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P.R. Shukla, J. Skea, R. Slade, A. Al Khourdajie, R. van Diemen, D. McCollum, M. Pathak, S. Some, P. Vyas, R. Fradera, M. Belkacemi, A. Hasija, G. Lisboa, S. Luz, J. Malley, (eds.)].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K and New York, NY, USA. doi: 10.1017/9781009157926.001
'세상과 어울리기 >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적 참사 피해자 보도 -정부가 없다 (0) | 2023.12.17 |
---|---|
화석 자본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0) | 2023.12.16 |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0) | 2023.12.03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과연 ? (0) | 2023.11.04 |
중세인들 (0) | 2023.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