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만든 도내 보호수 해설서 오류·부실
시군 대표 수목은 누락되고
종류나 크기 정보 잘못 표기
전문가 "학술 가치마저 부족"
공익감사 청구 계획도 밝혀
경남도가 지난해 말 출간한 <경남 보호수 300선>이 오류투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남 보호수 300선>은 경남지역 18개 시군별 보호수 900여 그루 가운데 300그루를 선정해 소개한 해설서다. 경남지역 보호수별 자료(기본현황·전설·설화 등) 수집을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제작 과정에서 기초 자료조사와 검수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는 3일 "경남도가 낸 책을 보면 시군을 대표하는 보호수가 상당 부분 빠져 있다"면서 "그나마 실린 나무들도 수종과 제원을 잘못 표기한 곳이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가 보호수 도감으로서 아무런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책을 만들었다"며 "보호수가 있는 지역을 소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읽더라도 보호수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창원 사림동 느티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최석환 기자
경남도가 정리한 시군별 보호수 지정 현황과 해설 도감을 보면 명백한 사실 오류와 오자 등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책 391쪽 '거제 장목면 시방리 팽나무'는 실제 푸조나무로 분류된다. 이름과 수목 종류가 잘못 적힌 것이다. 56쪽 '창원 사림동 느티나무' 가슴둘레는 4.2m로 기록돼 있는데 직접 재보면 5.8m이다. 60쪽 '창원 신방리 푸조나무' 가슴둘레도 4.8m로 나와 있지만 실제 7m이다.
두 보호수처럼 고성 금산리 팽나무, 함양 운림리 반송, 밀양 신월리 느티나무 등도 가슴둘레가 적게는 1m 안팎에서 많게는 3m 가까이 오차가 있다.
이처럼 사실 오류와 오자도 문제지만 학술적 가치로 따져도 책에 담긴 내용은 아쉬운 면이 있다. 수록된 나무 소개 내용은 수령, 보호수 지정 날짜, 위치 등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본정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책 내용은 구체적인 나무 관련 기록보다 나무가 있는 지역 역사 서술에 치우쳐 있다.
경남도가 펴낸 나무 해설서 <경남 보호수 300선>.
경남도는 지난해 4월 에코비전21연구소(대표 이정환 농학박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예산 8100여 만 원을 들여 300부(비매품)를 발간했다. 도는 이 과정에서 조경학자 강호철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등 3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꾸렸다. 나무 현장 조사와 책 저술은 연구소에 맡겼다.
당시 자문위원들은 연구소 쪽에 나무에 담긴 기본적인 정보를 최소화하고 보호수별 고유의 정체성, 나무에 얽힌 지역 이야기를 잘 풀어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소 쪽은 집필 단계에서 관련 조언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박정기 대표는 "도 예산을 들여 책을 만들면서도 나무 선정부터 원고 작성, 사진 편집까지 모두 다 총체적으로 엉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수 보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예산 낭비 행위에 대해 경남도의회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 조경학자는 "연구소 쪽이 책 내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문적인 곳에서 책 작업을 하는 게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책에 오류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내용을 확인해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강명효 경남도 산림관리과장은 "입찰공고 후 선정된 업체와 나름대로 열심히 책을 만든다고 했는데 여러모로 안타깝다"며 "표기가 잘못된 부분은 정오표를 만들어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cs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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