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소나무에 흰 구멍... 이러다 다 죽는다
사람도, 환경도, 나무도 살리는 친환경적인 방제로 전환해야
▲ 엄청나게 큰 거목이 잘려나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번과 2번 물관 자리 화살표로 표시된 검은 자국이 아바멕틴 농약이 나무 속에서 굳어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2015년 당시의 모습. ⓒ 최병성
제주도에서 가장 큰 소나무로 200살이 넘었다. 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했다며 지난 2015년 밑동만 남긴 채 잘려 나갔다. 재선충이 정말 소나무 고사의 원인일까? 잘린 지 약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남아 있는 나이테에서 소나무 고사 원인을 규명하는 단서를 찾았다.
위 2015년 당시 사진 속에 나이테 둘레를 따라 검은 점들이 보인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소나무에 주입한 아바멕틴이라는 고독성 농약이다.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밑동 오른쪽 중간 부위에 뚫은 구멍들이 무수히 보인다.
지난 3월, 잘린 소나무 밑동을 찾았다. 8년의 시간이 흐르며 썩어가고 있지만 놀랍게도 아바멕틴 주사 자국은 그대로 남아 소나무 고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소나무에 주입한 아바멕틴이 나무의 물관과 체관을 막았기 때문이다.
▲ 나무는 썩어가는데 아바멕틴 농약 주사 놓은 자리만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물관과 체관 자리임을 알 수 있다. ⓒ 최병성
불국사 소나무들이 위험하다
경주 불국사 경내에는 국보 20호인 다보탑과 21호인 삼층석탑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불국사의 오랜 역사와 함께한 수백 년 된 거대한 나무들 역시 문화재로써의 귀중한 가치가 있다. 시간의 흔적이 담긴 우람한 나무들로 인해 불국사가 더 빛나기 때문이다.
▲ 경주 불국사의 소나무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농약을 주입했다. 송화가루 날리면 관광객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까? ⓒ 최병성
경주 곳곳에 재선충이 퍼져가고 있다. 불국사 경내의 소나무에도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다. 불국사 뒤편 토함산의 석굴암을 향하는 길, 찬 바람 부는 차가운 날씨에도 많은 관광객이 석굴암을 찾고 있었다.
▲ 불국사 뒤 토함산 석굴암을 향하는 길의 거대한 소나무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농약을 주입했다. ⓒ 최병성
불국사와 석굴암에 이르는 길에 있는 소나무마다 흰 페인트로 표시한 작은 점이 찍혀 있다. 재선충병 예방 농약을 주입했다는 표시다. 관광지 이미지를 위해 재선충병 주사 확인 명찰을 달지 않았다. 소나무 아랫부분에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뚫은 구멍들을 확인할 수 있다.
▲ 불국사와 석굴암의 소나무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다. ⓒ 최병성
이번엔 강원도 영월군을 보자. 3월 30일과 4월 3일 군청 산림과에 영월군의 재선충병 전염 여부를 물었다. 영월군은 청정지역으로 아직 재선충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수년째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방제 계획을 설계 중이고, 4월에 소나무 주사를 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 지침에 따라, 재선충이 없는 지역임에도 재선충병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해 온 것이다.
육지 속의 섬으로 잘 알려진 영월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되었던 곳으로 국가 명승 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청령포에는 단종이 걸터앉던 소나무로 알려진 600살 넘은 천연기념물 349호 관음송과 울창한 소나무들이 가득하다. 특히 장릉 주변의 소나무들은 단종의 무덤을 향해 기울어져 있는 걸로 유명하다.
▲ 육지 속의 섬,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의 소나무 역시 재선충 방제한다며 농약을 주입하고 있다. ⓒ 최병성
영월군 산림과 담당자에게 청령포와 장릉의 소나무에도 재선충 방제를 했는지 물었다. 그곳은 문화재 구역이라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시 영월군청 문화재 담당자와 통화했다. 청령포와 장릉에 이미 수년 전부터 재선충병 방제 농약을 주입해오고 있다며, 4월에 추가로 재선충병 농약 주입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4월 말이면 송화가루가 날리기 시작한다. 경주 불국사와 영월 청령포 등의 관광지를 찾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농약에 절은 송화가루를 호흡하게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산림의 소나무는 산림청이 관리하지만, 문화재 구역 안에 있는 소나무는 문화재청이 관리한다. 문제는 소나무에 주입하는 농약이 송화가루를 통해 관광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소나무를 서서히 고사시키는 재앙이 됨을 문화재청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련기사 : 온 국민 농약 흡입 방치... 산림청이 은폐한 소나무 주사의 실체 https://omn.kr/239hu)
문화재청과 다른 방법 선택한 국립공원공단
이곳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에서 가까운 경주 남산이다.이곳 역시 심각하게 퍼져나가는 재선충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남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관리하는 지역이다.
▲ 국립공원공단은 경주 남산의 재선충 방제를 국립공원 탐방객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 친환경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 최병성
국립공원공단은 산림청의 재선충병 농약 주사 방법을 거부했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했다. 그리고 주변 산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친환경적인 재선충 방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는 천적 곰팡이를 이용한 미생물제인 G810을 소나무에 주입했다. 국립공원공단의 선택은 성공이었다. G810은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지도 않고,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없으며, 화학농약처럼 나무를 고사시키는 약해도 없음이 확인됐다.
▲ 국립공원공단은 천적 곰팡이인 G810으로 경주 남산 소나무에 재선충병을 예방하고 나무마다 명찰을 달았다. ⓒ 최병성
특히 한태만 박사는 G810이 재선충병 예방은 물론 이미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도 치료하여 건강한 나무로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지난 수년 간의 실험을 통해 입증해냈다. 재선충병에 걸리면 100% 고사한다며 마구잡이로 벌목하고,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고독성 농약을 주입해온 산림청과 문화재청의 폭력적인 재선충 방제가 잘못임을 밝혀낸 것이다.
▲ 국립공원공단은 천적백신 G810 실험 결과, 재선충병 감염목의 78%가 치료 회복되었으며, 인체 및 주변 생태계에 해가 없고, 나무에도 약해가 없어 국립공원 재선충병 예방.치료약으로 적합하다고 이미 2021년에 밝혀냈다. ⓒ 국립공원공단
재선충병 농약이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증거
경기도 용인시 구성 행정복지타운 인근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속이 텅 비어 마치 껍질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죽은 나무가 아니다. 여름이면 싱그런 잎사귀를 자랑한다. 산림청과 문화재청의 농약 주사가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잘못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 속이 썩어 목질부가 텅 비어있지만, 나무가 살아가는데는 지장이 없다. ⓒ 최병성
▲ 속이 썩어 껍질부분만 남아 있지만, 나무는 살아있다. ⓒ 최병성
나무의 생명을 주관하는 물관과 체관은 껍질 부분에 있다. 나무 중심에 해당되는 목질 부분은 나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목질 부분이 썩어도 나무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느티나무는 활엽수이기 때문에 소나무재선충 주사를 맞지 않았다. 물관과 체관이 막히지 않으면 나무가 죽지 않는다는 증거다.
초등학생들이 보는 식물학습도감들을 찾아보았다. 예림당에서 펴낸 <식물학습도감>에 나무 나무줄기 구조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가장 바깥 부분에 표피가 있고, 바로 안쪽에 나무 잎사귀에서 만든 양분의 이동 통로인 체관,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이 이동하는 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 나무의 생명을 주관하는 물관과 체관이 바깥 부분에 있다. 이곳에 주사를 놓아 물관과 체관을 막으면 나무는 당연히 고사할 수 밖에 없다. ⓒ 예림당
학원출판공사의 <학습과학대백과>에는 잎사귀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든 영양분이 체관을 통해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이 물관을 통해 위로 올라감을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다.
▲ 앞사귀에서 만든 영양분과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이 오르내리는 체관과 물관이 표피 쪽에 위치하고 있음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 학원출판공사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농약을 주입하는 곳이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물관과 체관 부위다. 문제는 화학농약의 독성으로 인해 물관과 체관이 막히며 소나무를 서서히 고사시킨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산림청이 이 사실을 은폐해왔고, 문화재청은 초등학생도 아는 이런 기초 상식을 모른 채 귀중한 문화재인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해 고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의 소나무 농약 주입 방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드릴로 소나무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농약을 주입한다.
▲ 드릴로 소나무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농약을 주입한다. 물관과 체관이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 최병성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이 나무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재선충병 감염목이라며 소나무들을 벌목해놓은 곳이다. 잘린 지 오래되어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나이테 둘레를 따라 농약 주입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소나무가 고사된 원인은 재선충이 아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주입한 농약이다.
▲ 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했다며 잘라 놓은 나무다. 재선충병이 아니라 재선충 예방을 위한 농약 주사가 물관과 체관을 막아 소나무를 고사시킨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 최병성
또 다른 소나무를 살펴보자. 재선충을 오래 연구해 온 제주대학교 김동선 교수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로 날아갔다. 김 교수 역시 농약 주입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기에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실 한쪽에서 수십 개의 농약 주입 흔적이 남아 있는 나이테를 볼 수 있었다. 농약을 주입한 곳에 약성분이 검게 굳어 있는 게 보인다. 물관과 체관을 막아 나무의 생장을 서서히 약화시키며 고사시키는 증거였다.
▲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주입한 농약이 소나무 안에 약해를 준 모습이다. 재선충병 예방을 위한 농약이 오히려 물관과 체관을 막아 나무를 고사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최병성
김동선 교수의 또 다른 실험 자료를 살펴봤다.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의 약해(약을 잘못 써서 받는 해)를 확인하기 위해 나무를 수직으로 자른 것이다.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한 구멍 위아래로 약해를 입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김 교수는 '제주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조사연구 및 방제전략'(제주특별자치도)에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두 권의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 소나무 재선충병 예방 주사가 나무 안에 약해를 입힌 모습. 결국 소나무재선충병 주사를 놓은 나무는 원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 최병성
그동안 산림청이 소나무를 살린다며 주입한 농약이 나무 속에 약해를 입히고 있다. 벌목하여 원목으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재앙이다. 산림청이 과연 3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 사실을 몰랐을까?
산림청 산하엔 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이 있다. 만약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기초 생물 상식을 국립산림과학원의 과학자들도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이요, 알면서도 산림청의 잘못을 대변하는 거짓 논리만 제공해왔다면 범죄가 아닐까?
문화재청은 문화재 구역 안의 소나무들을 재선충으로부터 지킨다며 열심히 농약을 주입해왔다. 그러나 산림청의 잘못을 그대로 따라 한 문화재청의 무지가 귀중한 문화재를 죽이는 데 앞장선 꼴이 되고 있다.
이제 재선충 방제 방법 바뀌어야
한국수목보호연구회 이범영은 '소나무재선충 박멸을 위한 대책'에서 산림청의 방제정책은 실패며, 이는 영원히 안되는 방법이기에 하루빨리 방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선충병 발생이 확인된 지 10년 이상이 흘렀고 그동안 '박멸'을 목표로 방제를 추진하였는데 피해가 계속 확산일로에 있는 것은 방제시책, 방제실행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10년 이상을 같은 방법, 같은 방제 체계로 추진하였는데 안 됐으면 이는 영원히 안 되는 방법이다."
▲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 방법이 실패한 것이라고 이미 20년 전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다. ⓒ 이범영
이범영의 지적 이후로도 20년이 더 흘렀지만, 산림청은 여전히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연구원도 이미 2015년 '소나무재선충병 치료법 안전한가?'에서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의 잘못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지난 30년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방제작업에도 재선충병이 확산된다면 지금의 방제방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한다.
- 미국식물병리학회는 '살충제를 통한 화학적 방제법은 비현실적이고 고비용의 효과가 없는 헛된 방법이라고 의견을 제기했다.
- 피해가 심각한 중국은 화학적 방제는 거의 하지 않으며, 생물학적인 방제를 통한 개체수 조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방제용 살충제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공개적인 논의와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증명되지 못하고 있다.
▲ 경기연구원이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가 잘못임을 세계 사례를 들어 지적하였다. 그러나 산림청은 지금도 기득권 논리에 빠져 잘못을 개선하지 않고, 국민 건강을 해치고 소나무 고사시키는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 ⓒ 경기연구원
특히 경기연구원은 '재선충 방제는 꼭 필요하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며, '물리적, 화학적 방제방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생태학적 방제방법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산림청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농약을 계속 소나무에 주입하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다.
재선충은 잡지도 못하면서 더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 전 국토를 오염시키는 잘못에 대해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는 '소나무재선충과 동해안 산불을 통해서 본 우리나라의 소나무, 무엇이 문제인가'(2005)에서 현재 산림청의 농약 살포는 자연생태계 속에 화학제재의 생물적 농축만을 강화시키는 잘못이라며 생태학적 원칙에 의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소나무재선충은 이제 더 이상 한반도에서 그 자체를 멸종시킬 정도로 박멸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솔수염하늘소 또한 박멸할 수 없는 한반도 난온대 그리고 냉온대 남부/저산지 식생 지역에서 생태계 속에 적정 수준으로 공존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둘째, 기존의 어떤 화학적 방법에 의한 방제 또는 구제도 생태적 안전성(ecological security)을 확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자연생태계 속에 화학제재의 생물적 농축(biological magnification)만을 강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 재선충은 박멸도 못하면서 전 국토에 농약만 축적시키는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 방법이 중단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 김종원
60년 전에 산림청의 실패 예견한 레이첼 카슨
1962년 9월 27일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폭력적인 화학적 관점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독성 농약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가 잘못된 것임을 이미 60년 전에 지적한 것이다.
"방제 방법은 생물학적 관점이어야지 화학적 관점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적은 폭력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주의 깊게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올바른 방향을 향하는 것이다. (중략)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 살충제 같은 무기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지식과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야만적인 힘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산림청은 1988년 재선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36년 동안 고독성 농약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재선충이 방제되지 않자 최근에는 소나무 안에 들어있는 선충 살생제인 아바멕틴에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를 죽이는 살충 복합 약품 사용을 권장한다. 심지어 살충 효과가 2년만 지속되던 약제를 약효가 4년 지속되도록 강도가 높은 살충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농도의 살충제를 사용할 경우 그만큼 유독성 송화가루가 국민을 위협하는 위험성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산림청이 감춘 것이다.
▲ 나무 나이테 둘레를 따라 주입한 농약이 자른지 수년이 지나도 썩지않고 고농도의 농약 덩어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산림청이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소나무에 주입하는 농약이 오히려 나무의 물관을 막아 고사시킴을 보여주는 증거다. ⓒ 최병성
산림청이 지난 36년간 농약을 사용했음에도 왜 재선충이 더 전국으로 퍼져가는 것일까? 레이첼 카슨은 곤충들이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살충제를 바꿔가며 전국에 살포하고 있는 산림청의 잘못을 예견하듯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전염병 방역기관은 해충이 내성을 지니게 되면 지금껏 사용하던 살충제를 다른 살충제로 교체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화학자들이 아무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할 수 없다. (중략) 지금은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는 살충제라도 내일이면 전혀 쓸모없어질 수 있다. 살충제라는 무력만으로는 자연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없음을 곤충들이 증명하는 순간, 새로운 살충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엄청난 재정적 투자는 허무하게 사라진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빨리 새로운 살충제를 만들어내어 곤충들에게 뿌린다고 해도, 그 곤충들은 이보다 한발 앞서서 나아갈 것이 틀림없다."
레이첼 카슨은 농약에 내성이 생긴 더 강인한 해충들이 등장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임을 산림청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살아남은 곤충에게는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형질이 전해진다. 이들이 퍼뜨린 후손은 선조로부터 '강인함'을 물려받았다. 이들을 없애기 위해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산림청과 문화재청이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소나무에 주입하는 농약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사된 바 없다. 곧 4월 말이면 농약에 절은 송화가루가 날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 잘못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것인가? 산림청장은 국민에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 영월 청령포 안의 소나무 숲. 문화재청은 소나무에 농약 주입으로 더 이상 소나무를 고사시키지 말라. ⓒ 최병성
레이첼 카슨은 책에서 다음과 같은 경고로 마무리하고 있다.
"토양, 물, 야생동물과 인간에게 이런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후손들은 생명체를 지지하고 있는 자연계의 존엄성에 관한 우리의 관심 부족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문화재청은 역사가 담긴 귀중한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관광객들과 국민도 병들게 하는 소나무 농약 주입을 당장 중단하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 최병성(cbs50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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