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서있던 은행 가로수들이 뽑혀 졌다.
은행열매들이 맺히고 그 무게로 가지가 조금씩 쳐 질 즈음이었다. 한그루의 은행나무에서 열매가 맺히는 나이는 15~20년 정도되어야 한다. 씨를 심어 손자를 볼 나이에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른다.
거리에 봄이 오는 곳을 알려주고 여름이면 그늘도 만들고 가을이 오면 잎새 노랗게 물들면서 계절을 실감하게 해주던 친구들이었다
2016년 6월8일 이 거리에서 이 친구들의 존재가 지워지기 시적했다.
범일로 102번길 12 그루와 범일로 90번길에 서 있던 스물 대여셧의 은행나무들이다.
포크레인을 동원해 그야말로 순식간에 뽑혔다.
보도를 걷어내고 작업인부들이 포크레인이 작업할 수있는 기본적 조치를 끝내면
나무 주변을 포크레인 터파기로 파 뒤빈 후에 그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면 되었다.
은행나무의 수난시대다. 전국 가로수의 16%가 은행나무다. 그래서 국가대표 가로수라고도 한다. 서울을 비롯한 72개 자치단체의 상징 나무이기도 하다. 수백년 된 노거수도 즐비하다. 부산에서는 1972년 가로수로 도입했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정했던 것은 공해에 강하고 대기정화 기능과 병충해(은행잎은 어떤 벌레도 먹지 않고 접근 조차 않는다) 와 추위에 강하며 여름 그늘제공이 좋고 미관적으로 뛰어 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시나브로 은행나무가 도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평소에는 무심하다가 열매가 익어 땅에 떨어질 즈음인 늦가을이다. 행인의 발에 짓밟히거나 자동차 바퀴에 으개진 열매에서 구린 냄새가 문제가 된 것이다. 시점은 2010년을 전후해서다. 아무튼 은행나무 열매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은행 껍질에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나무의 입장에서 본다면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책인데 사람들은 이 냄새를 역겨워 하고 코를 싸메고 비켜 가기 시작했다. 제거 민원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횡단보도·지하철역 주변 은행나무를 해마다 300그루씩 수나무로 바꿔 심기 시작했고 부산시는 2015년 봄 일부 은행나무에 열매가 맺히는 걸 억제하는 약품을 시범적으로 뿌리기도 하였다.
나무가 뿌리채 뽑히면 인부들이 카고트럭에 옮겨 심기 위해 잔가지를 쳐 내었다
암. 수 은행나무
나무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뿌리가 뜯기거나 찢겨졌다
이 자리에 선지가 얼마나 되는가
식재될 때부터 잔뿌리는 잘려져 분으로 만들어져 꼽혔다. 꼽혔다는 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이시괴어 식재되는 그때도 지금과 같이 그러하였다는 것이다. 심근성인 은행 나무가 가로수로 식재될 때 저렇듯 분으로 만들어져 얕게 심어졌다. 저렇게 뽑혀 어디로 보내어 지는 것일까
그동안 그 아픔을 견디고 착실히 뿌리를 내렸다. 태풍이 지나갈 때 마다 안간힘으로 버텼다
그랬건만 다시 뿌리 뜯기우며 뽑혀 버렸다.
그 잔해를 바라본다는 것이 참으로 못할 짓이었다.
은행나무(銀杏 - ,Ginkgo biloba)는 행자목이라고도 하며, 겉씨식물에 속하는 낙엽성 침엽수로 원래 신생대 에오세에 번성하였던 식물로, 현존하는 종은 은행나무문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린다.
인간에 의해 가로수 등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야생 상태의 은행 나무는 멸종된 것으로 몇백년간 알려져 왔으나 중화인민공화국 저장성에서 그 일부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도 오래전부터 인간의 활동이 있던 곳이라 야생의 개체라고 분명히 말하기 어렵다.
은행나무는 오래 살며 수형이 크고 깨끗하다. 그리고 가을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서 정자목 또는 풍치수,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또, 껍질이 두껍고 코르크질이 많아 화재에 강하므로 방화수로도 이용된다
|
위치 |
수령 |
높이 |
나무둘레 |
30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산99-1 |
1,100 |
60 |
14 |
59 |
서울 종로구 명륜동3가 53 |
400 |
21 |
7.3 |
64 |
울산 울주군 두서면 구량리 860 |
530 |
22 |
11.9 |
76 |
강원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190-4 |
1,000~1,200 |
18 |
14.9 |
84 |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329-8 |
1000 |
20 |
12.4 |
165 |
충북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 221-2 |
950 |
17 |
7.1 |
166 |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643 |
800 |
22 |
9.8 |
167 |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1495-1 |
800 |
33 |
13.1 |
1752 |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943 |
700 |
37 |
14.5 |
223 |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139-14 |
700 |
35 |
10.8 |
225 |
경북 구미시 옥성면 농소리 436 |
- |
30 |
- |
300 |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산51 외 2필 |
420 |
28 |
11.6 |
301 |
경북 청도군 이서면 대전리 638 외 2필 |
400 |
29 |
8.5 |
302 |
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 808 외 3필 |
550 |
21 |
10.3 |
303 |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182-1외 4필 |
500 |
31 |
9.4 |
304 |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리 산186외1필 |
- |
24.5 |
8 |
320 |
충남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 148-1 외4필 |
800 |
25 |
9.2 |
365 |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709 |
1,000 |
40 |
10.4 |
385 |
전남 강진군 병영면 성동리 70 |
500 |
30 |
6.75 |
402 |
경북 청도군 청도읍 원리 산217 |
- |
- |
- |
406 |
경남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779 |
1,100 |
- |
|
나무들이 사라진 그날 밤거리
다음날도
"...은행나무의 수난시대는 광화문 거리를 그득히 메웠던 은행나무 가로수가 사라지고 콘크리트 광장이 들어선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가로수야 원래 사람이 심은 것이라 다른 나무를 심을 수도 있지만 오래된 나무들을 뽑지 않고도 광장을 새롭게 단장할 묘안을 찾아내기 위해 충분히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았을까? 마구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가면 좋을 터인데 그런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은 왤까? 열매를 줍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기에 적절한 수거함을 두면 행인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을 수확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동네 초중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나 특별 활동으로 열매를 줍는 가을걷이를 해도 좋고, 중금속 검사를 직접 하게 하는 것도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은행 열매를 복지관 어른들에게 전달하면서 은행의 효능에 대해서도 배우는 등 이런저런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동네를 둘러보며 시민의식을 키워낼 것이다. 은행나무 건은 그렇게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풀어갈 문화적이고 생태적인 과제이지 군사작전 하듯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일은 아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적어도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은 선진국 국민/시민으로서 이제는 좀 차원을 높여 창의적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감정이 섬세한 사람도 아니고 나무를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오히려 도구적 이성이 발달한 사람이지만 수나무만 심어서 불편을 없애겠다는 우리 안의 무의식이 정말이지 염려스럽다.
이 작은 사안에서 나는 생명과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극단적 사물주의와 개발논리를 본다. 삶 자체가 때론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것인데 그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해버리고 싶어 하는 무의식이 걱정된다. 거대한 4대강 사업이 국토에 가한 폭력은 이런 무의식적 강박과 닿아 있을 것이다..."/ 은행나무의 수난 (한겨레 14.10.21)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문화인류학자
어떤 지자체는 수나무만 심거나 암나무를 솎아 내어 시민의 불만을 해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반적 추세인듯 하다. 어떻게 저런 발상이 가능한지 되려 합리적이라 한다. 어처구니 없다. 무서운 자기 합리화다. 은연중에 사람을 대하는 것도 같다. 선별하는 것 못생기고 떨 떨어진 것은 가려내고 가난하고 힘없는 것은 어떻게 해도 된다는
2016. 9.1 부산일보 조방앞, 젊음의 거리로
이면도로 1차로 일방통행…인도 대폭 확대
1970~80년대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침체기에 빠졌던 부산 동구 조방앞이 젊은이들을 위한 '보행자 중심 거리'로 대변신을 꾀한다.
부산 동구청은 31일 오후 '사람 중심의 조방상권 활성화 및 보행환경 개선 사업 디자인 보고회'를 갖고 주요 디자인을 확정했다.
인도 5곳 폭 10~16m 확대
꽃길·버스킹공연장도 마련
35억 원 투입 내년 2월 완공
확정안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현대백화점과 부산진시장 맞은편 조방앞 일대 도로(5개 구간 800m)가 모두 '일방통행'으로 바뀌고 1차로로 축소된다는 점이다. 대신 양쪽 인도는 너비 10~16m로 대폭 늘어난다. 보행자 편의를 최대한 높이고 차량 통행을 최소화해 부산 대표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구간별로 빛과 물, 음악이 흐르는 이색 거리가 만들어진다. 1구간(조감도)인 범일로90번길(부산은행 범일동지점~동부산우체국)은 '꽃길'로 탈바꿈한다. 인도 양편에 다양한 형태의 화단을 조성하고 계절별 초화를 심어 사시사철 꽃향기를 풍기는 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쪽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버스킹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소공연장도 들어선다.
이번 사업의 핵심인 2구간 범일로102번길(KB국민은행 범일동지점~경남은행 범일동지점)은 빛, 음악, 사랑을 주제로 한 일명 '러브리트(Lovereet)'로 변신한다. 사거리 바닥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고, 도로 가운데에는 바닥재를 달리해 영문 'LOVE'를 새긴다. 건물 옥상이나 위성 사진에서 모양과 글자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또 대형 장미 조각 작품을 활용한 프러포즈 광장이 들어서고, 연인이 우산 속으로 들어가면 비가 내리는 '사랑의 소나기' 조형물도 선을 보인다.
특히 2구간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위해 실개천(길이 50m)이나 해수 족욕시설 중 하나도 설치된다. 1·2구간을 연결하는 3·4·5구간도 인도 폭이 대폭 늘어난다. 시기별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해 프리마켓과 예술 공연장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번 사업을 위해 1·2구간을 지나가는 버스노선과 정류장을 외곽으로 옮기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구청 측은 기존 자성공원로(범일교차로~부산진시장) 일방통행 구간을 양방통행으로 환원하고 시내버스 정류장을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고 경찰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시비 등 모두 35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이달 중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착공해 내년 2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그동안의 거리가 개발 중심이었다면 이젠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조방앞이 옛 명성을 되찾아 부산 대표 거리가 될 수 있도록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港町十三番地
銀杏竝木の 敷石道を
은행나무 가로수의 돌이 깔린길을
君と步くも 久し振り
그대와 걸어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點るネオンに さそわれながら
반짝이는 네온불빛에 이끌리면서
波止場通りを 左にまがりゃ
선창가 거리를 왼쪽으로 돌아가면
ああ港町 十三番地
아 항구의 13번지1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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