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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가덕신공항 백년대계 우리의 미래인가

by 이성근 2021. 2. 28.

가덕신공항 백년대계 우리의 미래인가

 

가덕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찾았다. 절망했다. 공약사항이라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공약만큼은 지키고 싶었나 보다. 반면 도시공원일몰이나 4대강 복원에는 유달리 인색했던 대통령의 태도가 대비된다. 따가운 노골적 정치적 행보라고 퍼붓는 비난이나 시선 따위 아랑곳 하지 않았다.

표결에 앞서 토론이 있었다. 결과는 재석 223. 찬성 181. 반대 33. 기권 15인으로 통과 됐다. 이례적인 일들이 많았다. 국토부, 기재부, 법무부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마디로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런한가. 혹자는 절차. 검증을 무시한 올마이티법이라고 했다. 나는 그 혹자에 속한다.

 

찬성론자들이 국토균향발전과 남부권 관문공항, 심지어 유사시를 위해 가덕신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현장은 코웃음 친다. 3.5km 활주로가 새바지와 대항을 가로질러 놓이게 되는 순간 가덕의 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목을 치는 것이다. 실제 활주로가 들어설 곳의 예전 지명이 한목이었다. 연대봉과 국수봉 사이 잘록한 부분에 사람들이 터잡고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 부터이니 한참 오래된 마을이다. 거주인구는 400명이 채 안된다.

가덕신공항은 그들을 몰아 낼 것이다. 조상대대 고기잡고 물질하며 살던 사람들을 돈 몇 푼 쥐어주고 쫒아내는 것이다. 대관절 무슨 권리로 그리할 수 있는가. 보이지도 않는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을 위해 공범이 되기를 마다 하지 않는다. 이 절멸적이고 야만적 폭력을 특별법이 합법적으로 가능케 한 것이다. 주민이 복리와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구의원,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 이란 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너거가 죽어야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온다며 눈알 벌겋게 달려들었다. 수십조원의 토건 프로젝트가 일어나면 뭐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그에 동조했다.

 

그렇다. 4백명도 채 안되는, 부산 전체 인구에 비하면 손톱 밑에 떼 보다 못한 그래서 마치 열심히 먹이 찾아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 손끝으로 문질러 흔적 없이 죽이는 형국이다. 이같은 태도는 김해 돗대산 민항기 사고로 졸지에 이승을 떠난 120여명 이상 승객의 운명과 다를 바 없다. 더 이상의 희생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공항을 부르짓는 자들이 내건 명분 중에 하나다.

 

사라지는 것이 마을의 역사와 사람뿐이든가. 가덕의 촤남단 연대봉 자락과 대항, 새바지, 외항포 일원 국수봉 자락 숲과 바다는 부산 마지막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수려한 경관과 고립된 도서 지역의 생태적 자산은 아직도 미답이 많다. 틈날 때 마다 가서 살피는 해안 파식대 주변은 수달의 놀이터다. 정확한 개체수는 헤아려 보지 못했지만 흔적을 통해 유추할 때 상당히 많다. 그 수달들은 어민들의 어장을 탈취하는 단골 도둑들임에도 주민들은 같이 살아야 한다며 묵인한다. 실제 가덕은 그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어족의 보고이기도 하다. 전통어로인 육수장망 숭어잡이며 대구 등은 주민의 주 수입원이며, 낚시꾼의 출입도 빈번한 곳이다.

 

이 바다에 생태자연도 1등급 국수봉 그 옆에 남산봉 자락, 산림유전자원보호지역인 연대봉 자락의 성토봉을 파 내어 매립한다. 최대 수심 22m에 연약지반 최대 35미터 표고 40미터를 합쳐 최대 106미터의 성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활주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쪽 내해와 동쪽의 열린 바다는 원형을 상실하게 된다. 산지는 깍아서 반반하게 만들고 그 흙과 돌로 활주로 공사를 하면서 일대는 치유 불가능한 상태로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공사가 본격화되면 기존의 순환도로만으로는 물자 반입 등의 공사물량을 소화해 낼 수 없어 새로운 작업도로를 깔아야 할 것이다. 2030 엑스포 성공 개최를 위해 조기 건설해야 할 만큼 속도를 내야 할 거고 신규 도로개설은 최소 두 개 정도 놓아야 공기를 맞추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새바지에서 동선 눌차만에 이르는 동쪽 수려한 해안선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한마디로 가덕 섬 전체가 거들나는 것이다.

소음 없는 공항을 이야기 하며 천성 주민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게 건설과정에서 일어날 파괴라면 완공 후 서서히 나타날 문제, 예컨대 동서로 길게 놓인 해상 구조물이 야기할 문제인데, 신항 건설후 해류의 변화가 야기한 해양생태계 교란과 미세 지형 변화는 가덕 사람들은 다 아는 문제이다.

 

추진론자들은 시물레이션을 통해 자신있게 말하지만 가덕 일원의 해역인 낙동포주변과 낙동강하구에 가해질 급격하고도 점진적인 지형변화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조류의 움직임이 전에 없던 큰 구조물에 의해 운동성이 변경되고 그 힘은 다른 엉뚱한 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인근 해역의 서식생물의 변화는 부산신항 건설과 녹산공단 건설 후 나타난 저질의 변화와 지역민 주요 채취 어패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수면 상승과 더더욱 강력해진 태풍의 잦은 내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 가능한 그 모든 문제는 기술적으로 공학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도 기만적 표현에는 대꾸할 가치조차 잃게 만든다. 그래서 절망한다고 했던 것이다. 말마따나 대규모 자연개조를 전제로 한 개발사업은 일시적 효과는 있을 것이다. 개발수요란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예측 시나리오를 가늠한다면 궁국적으로 신공항과 같은 거대 토건프로젝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렇다 이 프로젝트의 수혜는 궁극적으로 누구인가이다. 만에 하나 내걸었던 주장대로 제대로 되지 않고 문제가 첩첩으로 중첩되어 발생할 경우 그때는 누가 책임지는가. 대통령, 총리, 관계 장관, 표결에 찬성한 여야 국회의원, 부산시장? 누구인가.

가덕 대항은 그렇게 밀어 붙이고 짓밟아도 되는 곳인가. 부산의 미래를 걸고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면 현장의 생태환경적 진실, 장단점, 향후 리스크나 기회요인, 대안적 의견 등에 대해 시민적 의견수렴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그러기 위해선 숙의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안중에도 없고 발붙일 자리도 없다. 기가 찰 노릇은 이미 다했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정치집단과 부산시, 지역언론을 비롯한 개발 추진집단과 여기에 4,7 보선은 어떻게든 현국면을 벗어나보고자 하는 시민적 코로나 극복 정서를 부추겨 선거 쟁점 선점이슈로 삼고, 정치적 타결을 노골화 했다. 서글픈 사실은 이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관련 전문학자들의 존재이다. 다양한 의견이나 주장이 자유롭게 펼쳐져야 함에도 함구하고 있는 것은 함부로 말했다간 매장당하거나 따돌림 이지메 당하는 왜곡된 지역 정서 때문이다. 지역 신문 방송에 등장하는 기사와 여론은 공항 건설을 기정 사실로 하고 융단폭격하듯 기사를 만들어 냈다. 중앙 언론의 문제제기는 중앙 독점주의로 되받아 쳤다. 이에 반하는 주장은 반 부산적 행태로 비난받았다. 이견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며 너거는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로 일관했다. 이제 만족하시는가

우리는 가덕의 생태.환경적 진실도 모른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특별법이 환경영향평가를 내걸고 있지만 그 평가의 전제가 뭔가. 공항을 만들기 위한 평가 아니든가. 그런데 요즘 우리가 목도하는 환경영향평가들의 결과가 어떤가. 거짓과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유야무야 되는 꼴을 수없이 봐왔지 않는가.

기후위기 시대, 환경의 정의란 무엇일까. 그린뉴딜을 주창하고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천명한 마당에 그에 역행하는 개발사업은 어떤 정당성을 가지는가. 그렇다고 절차와 과정에 충실했나.

과연 가덕신공항은 부산이 가진 저성장 부진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일취월장 만병통치약인가. 추진론자들이 말하는 89조 유발효과 일자리 53만개 등 각종 기대효과가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툭 툭 떨어지는 그런 장밋빛 미래가 오기나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가덕신공항이 부산의 미래를 여는 만능키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나는 자신이 없다. 목이 떨어진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 전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