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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기후위기 코로나펜데믹 시대, 부산의 길을 묻는다.

by 이성근 2021. 6. 16.

고향을 떠나 부산 정착한지 50년에 가깝다. 지난 반세기를 부산시민으로 살았다. 그런데 요즘들어 이 도시가 진짜 싫어졌다. 온도시가 허구한 날 공사판이다. 타워크레인들이 도시 곳곳에 365일 서 있는 그림이 지겹다. 어떻게 빠꼼한 구석 없이 매일같이 부수고 허물며 개조가 이루어지는지 질린다고나 해야할까. 누군가는 역동성을 언급하지만 역동성 치고는 지랄 같다. 그냥 일상이 되어 버렸다. 수용 능력의 한계에 도달했다. 너무 예민한 것일까. 묵묵히 감내하고 사는 시민이 대단해 보일 정도다.

 

한때 삼포지향의 고장으로 산과 강 바다가 절묘하게 어울려 사람 살기에 그만이었던 이 도시는 현대사의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고 성장개발주의에 덧입혀 지면서 원형을 상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가변성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라는 말로 치부되었다. 도시는 원래 그런 속성을 가졌다는 말이고 그래서 늘 변화한다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런 장면들은 이 도시가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든다. 나아가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책무를 져 버린 도시같다.

부산의 고지도로부터 근현대 지도, 년도별 위성사진을 보면 이 도시의 확장성과 시가의 발달, 산지와 해안의 변화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기대어 사는 사람의 수가 2000년대를 정점으로 하향세인데다. 고령화 되고 있다. 다시말해 인구는 점차 줄어드는데 이상하게도 경작지와 삼림.녹지는 더 줄어 들었다. 반면 해안은 매립으로 원래 길이 보다 더 늘어났다. 다양한 터의 수요가 급증했고 그 터를 연결하는 도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났다. 각종 교량과 터널이 바다를 가로지르고 산지를 관통하기가 예사다.

 

차는 비미 많은가. 부산 자동차 총 대수가 2001832772대였다. 20년이 경과한 현재 2020년 기준 1429040대로 늘어 났다. 얼추 부산인구 2.5명 당 1대꼴이다. 이중 80% 이상이 승용차다. 증폭한 차량은 기존의 도로가 수용할 수 한계 폭을 넘어서 일상적 정체를 야기했다. 급기야 BRT란 것을 도입했지만 왜 BRT가 도입된 건지에 대해 따지지 않는다. 왜 란 물음이 멋쩍다. 와중에 도시의 기억이 스며든 가로수는 무단히 뽑혀져 나가 생사를 알 수 없다. 자유로운 보행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별로 문제 제기를 하는 데가 없다. 속도와 효율에 매몰된 결과다. 치명적이다.

 

건축규제의 완화는 도시의 얼굴을 바꾸었다. 수변이고 산록, 평지할 것없이 키재기 하듯 들어섰고, 이제 원도심마저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정작 그기 사는 사람들은 내키지 않는데 재개발 재건축을 들먹이며 들쑤신다. 동참 안하면 손해보고 강제수용되는 현실을 버티어 낼 재간이 없다. 그렇게 작당해서 불로소득을 나눠 먹는 개발업자와 투기세력, 허울좋은 도시계획이 야합한 결과다. 기존 마을과 골목이 있던 공동체는 간 곳 없다. 그렇다고 원주민의 재입주율이 높은가 하면 그들 대부분은 또 다른 변두리로 밀려난다.

공장용지와 택지의 부족을 핑계로 낙동강 하구역이 산업단지가 된 것은 오래다. 자로 잰 듯 직선처리 된 서부산권과 중부산권의 해안선과 수변은 이 도시가 얼마나 폭력적인 세월을 살아 왔는지 증명하는 현장이다. 들고남이 뛰어난 해안선은 능선부와 끝트머리에 겨우 그 흔적을 남겨 놓았다. 몰운대, 태종대, 이기대 등이다. 달리 말한다면 손바닥 전체 중 손톱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그냥두지 않으려 한다. 암남공원과 송도를 오가는 케이블카를 시작으로 이기대와 해운대 송림 사이 광안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가 다시 거론되고, 황령산 꼭대기에 전망탑을 세우고 전포동을 오르 내리는 케이블카 건설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둘 다 시민 반대로 백지화 되었음에도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 물밑 작업이 이루어 지고 있다. 개발업자인 아이에스동서의 자회사인 부산불루코스트는 한 차례 백지화된 경험을 학습하여 케이블카 운행 매출액의 3%를 기부하고 출퇴근 특별 할인요금을 적용해 대중교통수단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미끼를 던져 놓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30년 운영기준 생산유발효과가 123533억원 부가가치 효과 59100억이다. 총사업비는 6091억원이다. 한마디로 땅짚고 헤엄치기다. 년간 기부액인 30억은 새발에 피라고 볼 수 있다. 사업승인은 부산시가 쥐고 있고 다각적으로 고민 중이다.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실소하게 한다. 한마디로 도시 경영의 원칙과 철학, 공공재에 대한 미래 수요 세대인 차세대의 환경적 형평성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해상케이블카 승강장 두 곳인 이기대 섶자리와 해운대 송림공원은 도시공원 일몰 대상지 였다. 부산시가 사들였어야 마땅함에도 여력이 부족해서 매입하지 못했다. 대신 부산시는 이기대 일원에 보존녹지를 지정해 고층 대단지아파트나 호텔 등의 위락숙박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막았다. 막았다기 보다 시민.환경단체 등이 주축으로 참여한 라운드테이블 참여자들이 단호히 끊어낸 것이다.

 

도시공원일몰제가 등장한 것은 2000년이었다. 성남시 학교부지 한 곳이 공원시설로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는 지주들의 헌법 소원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가 20년의 시한을 주어 이를 구제토록 한 것이지만 고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를 빼고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그 결정을 등한시 했다. 2017년 대통령선거는 그 숙제를 풀 절호의 기회였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전국시민행동의 공약을 수용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주최였던 국토부나 기재부 그 어느 곳도 성실하지 않았고 공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은 끝까지 침묵했다.

202071일부로 도시공원 일몰은 시작되었고 당시 부산은 영도구 전체 면적의 4배 이상의 일몰부지 중 절반 이상이 해제되었다. 문제는 남아있는 절반이 국.공유지라는 것이고 정부는 10년의 유예를 결정했을 뿐이다. 또 해운대 달맞이 공원 등은 2021년이 해제 만기가 되는 해다. 이 또한 속수무책이다. 달맞이공원이 도시계획시설에서 일반녹지로 풀린다면 거기에 고층의 건축물이 들어선다면 또 우리는 격앙하고 말 것인가.

 

달맞이에서 미포로 가면 지난 4.7 보궐 선거를 통해 쟁점이 되었던 LCT 더샾이 있다. 무려 100층대의 초호화 초고층으로 지난 2016년 특혜분양 의혹이 제기된 뒤 이렇다 할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선거기간 중에 제기되었던 박형준 부산시장의 아들과 딸의 석연치 않은 분양의혹도 오리무중이다. 무엇보다 어떻게 저런 괴물이 해운대 그 부지에 들어서게 되었나. 왜 우리는 저 괴물이 저토록 몸집을 키워가도록 바라보기만 했나. 부산사람들은 뭘 했노 하는 물음 앞에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는 LCT의 실소유주로 거론되는 이영복회장의 과거 동선이 따라 붙는다. 이영복이란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다대만덕 택지개발특혜의혹 사건이다. 1990년대 중반 백양산의 줄기 주지봉 자락 만덕동 임야와 다대포 아마산 자락 임야를 매입 한 후에 로비를 통해 불법적으로 택지로 전환한 사건이다. 두 곳 다 그린벨트였다. 이른바 부산판 수서비리라 불리우는 사건이지만 수사를 받던 도중 이영복은 도망을 쳤다가 자수했고 입을 다물었다. 도피중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영복의 침묵은 오늘의 LCT를 있게 했다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 연루된 사람들의 면면은 지역 실세들이었고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굳건하게 형성된 이들 토건 케넥션은 관료, 개발 관련 연구소, 개발업자, 지역토호,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학계, 언론 등으로 구성된 개발 연합체developmental coalition들이고 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의 존재는 부산의 미래까지도 뒤흔든다. 집요했던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막힌 반전이었다. 공식적 거론은 2006년 중국 민항기가 김해 돗대산에서 추락한 후 공식화된 노무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성 검토 지시였다. 이후 거의 18년간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입지와 공항 명칭을 둘러싼 지역 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었고, 주요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 시기마다 명암을 달리했다.

현재의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2018년 제76·13 지방선거 당시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점화됐다. 김해신공항을 고수하던 국토부는 불변의 입장이었지만, 부산 경남의 가덕 신공항 추진론자들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안전, 소음 유발, 경제성과 확장성 부족 등으로 관문 공항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시종일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국토부는 부울경 단체장 합의로 김해신공항 검증작업을 국무총리실에 맡기기로 했고, 결과는 근본적 검토에 이르게 된다. 2019년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는 근본적인 검토였다. 하지만 근본적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백지화로 해석되고 포장되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치권은 가덕도를 향해 달려갔고, 지역 언론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했다. 4.17 보궐선거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리곤 숨 돌릴 틈도 없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이 제출되었고 발의 99일째 되던 날인, 226일 국회는 재적의원 재석 229명 중 찬성 181, 반대 33, 기권 15명으로 법안을 가결했다. 앞서 대통령이 현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근 1년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제되는 때 였고, 국제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이유가 자연과의 경계를 허문 과도한 개발이 야기한 결과로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이를 더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공식화시키는 던 때였다. 실제 2차 대전 이후 전쟁이 아님에도 대륙간 국가봉쇄가 발생했고 교역은 중단되었다. 항공산업이 타격을 입고 종사자들은 이직을 했다. 국민재난 기금이 도입되었다. 백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지만 코로나19의 변종이나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을 염두한다면 또 그것이 지구적 차원이라면 대한민국의 선택은 부산의 판단은 달라야 한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19의 역습은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요구하고 있다. 가덕 신공항은 그에 역행하면서 그 이행절차 또한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이었다. 제대로 된 정보 제공과 공유 없이 가덕이 아니면 안된다며 월드 엑스포에 사활을 걸고 노무현정신을 팔았다.

추진론자들이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항하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초석으로 신공항의 존재를 역설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다. 거창하게 들먹이는 기대효과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닌 이상, 무수히 봐 왔던 거대 개발사업의 나눠먹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가덕의 생태환경적 진실은 거의 무시되었고 다루어지지 않았다. 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가덕의 존재는 지명만 남는다. 가덕의 생태경관과 문화유산은 금정산에 버금간다. 못믿겠다면 직접 가 보라. 그래서 확인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이 사업이 정말 정당한가 되물을 일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부산의 길 더불어 고민해야 한다.

이성근(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민주공원 2021 여름호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