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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공유지의 약탈

by 이성근 2021. 7. 10.

공유지의 약탈 가이 스탠딩 지음 / 안효상 옮김/ 출판 창비 /202107

 

새로운 공유 시대를 위한 선언

Plunder of the Commons: A Manifesto for Sharing Public Wealth

 

가이 스탠딩/영국 런던대학 SOAS 교수.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 공동창립자이자 현재 명예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제노동기구의 프로그램 디렉터, 유엔·세계은행 및 세계 각국 정부의 노동·사회 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다. 기본소득 논의의 최고 권위자로서 지난 30여년간 이론과 실험의 전면에 나서왔다. 지은 책으로 자본주의의 부패』 『프레카리아트 헌장』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 『지구화 이후의 일등이 있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상임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서울대 대학원 서양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사회당 대표, 진보신당 공동대표, 성공회대 외래교수 등으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미국사 편지』 『세계사 콘서트』 『기본소득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1960년대 자서전』 『1968년의 목소리』 『현대 사상의 스펙트럼(공역) 등이 있다

 

목차

서문

1장 삼림헌장

2장 공유지, 공유자, 공유화

3장 자연 공유지

4장 사회 공유지

5장 시민 공유지

6장 문화 공유지

7장 지식 공유지

8장 공유지 배당을 위한 공유지 기금

 

에필로그

부록 공유지 헌장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공유지의 약탈은 어떻게 불평등을 낳았는가

자본주의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대안으로서 공유는 이제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환경파괴와 경기침체의 대안으로 공유경제가 생겨났고, 디지털·환경·소득 등 다양한 부문에서 공유가 논의된다. 전작 기본소득으로 현대적 삶의 양식의 근본을 전환하는 통찰을 선보인 가이 스탠딩(Guy Standing)공유지의 약탈에서 더욱 전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공유에 대한 종합적 탐색을 시도하고 인간과 자연과 미래가 공생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공유지(commons)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적·물리적 환경을 포함해 우리가 공유하는 공적 부()를 가리키는 것으로 상당히 폭넓은 개념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특허와 저작권, 사회 기반시설, 인터넷과 방송 전파 같은 무형의 문화적·공적 자원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근대 초기에 영국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인클로저로 본격화된 공유지의 약탈은 오늘날 땅··공기 같은 자연부터 도로·교통·치안 등의 사회제도, 문화 전통과 개인정보까지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약탈 속에서 이제는 본래 우리의 것이던 공유지에 대한 기억조차 빼앗겼다. 이 책은 왕정 시대에도 취약계층의 생계유지를 위한 권리를 명시했던 삼림헌장마그나카르타의 정신을 바탕으로 공유지의 현대적 의미를 환기한다. 또한 자연·사회·시민·문화·지식 분야에서 최근 수십년간 격화된 공유지 약탈의 실상과 함께 그에 맞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저항운동을 전한다. 소수 독점세력의 손에 탈취당한 공유지를 회복할 필요성, 현재 세대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공유지의 관리, 이를 지속하기 위한 민주적 거버넌스와 공유자로서 우리의 역할을 사고하고, 공유지 기금을 통한 공유지 배당으로 미래를 모색한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가 기존의 사회복지나 경제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형태의 기본소득이 지급되었다. 전지구적 팬데믹,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 등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상황에서 공유지의 회복이 우리의 삶을 지켜줄 수 있을지 한국 사회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공유지,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

공유지의 기본 정신은 13세기의 삼림헌장마그나카르타를 소환한다. 전국토가 왕의 것이던 전제정 시대에도 취약계층의 생계유지를 위한 권리를 보장했던 삼림헌장은 왕실 숲에서 가축을 방목하고 사료를 채취할 권리, 각종 목재와 석재를 채취할 권리를 명시했고 이는 보통법(common law)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숲과 야생생물을 보호하고 관리할 감독관을 임명해 현대의 공유지 관리자, 즉 공유자(commoner) 개념을 세웠다. 공유자는 공유지에 접근할 수 있고, 생계나 생활방식을 공유지에 의존하며, 공유지의 관리·보존·재생산에 참여하는 이를 가리키므로 우리는 모두 공유자라 할 수 있다. 공유지는 공유자들이 참여하는 집단적인 활동(공유화, commoning)을 통해 존재한다. ‘공유자가 공유지에서 생계권을 갖는다는 것은 태곳적부터각인된 사회적 기억으로서 우리의 권리이자 공유지의 원칙이다.

 

이 책은 근대에 인클로저가 해당 지역의 광범위한 빈곤을 낳았듯이, 최근 수십년간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긴축을 앞세워 추진한 현대적 인클로저, 즉 공유지의 약탈이 불평등을 증대하고 사회 전체를 취약하게 만들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20세기에 자본주의 국가가 세운 방침, 즉 노동을 행하는 사람만이 공유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정당한가? 공유의 권리는 모든 공유자에게 있지 않은가? 본래 주어진 권리이자 원칙에 비추어 우리는 다시금 질문을 던져야 함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사영화와 식민화, 무차별적으로 약탈당하는 공유지

최근 수십년간 격화된 공유지의 침탈은 너무도 광범위해서 모든 부문,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지역과 도로, 광장을 매각해 도심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쇼핑몰을 짓거나 상업 행사를 위한 임대 공간을 만드는 것은 현대의 대표적인 공적 공간의 사유화’(POPS, privatization of public spaces). 거대 자본이 소유한 이런 공간은 대중이 그 공간에서 하는 모든 행위(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사진 찍는 등의)를 규제하고 통행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이는 지역의 특색을 없애며 필연적으로 사회적·정치적 활동의 제약을 낳는다. 물 공급과 운영을 사기업이 담당하면서 나빠진 수질, 고층빌딩과 광고판에 침식당한 하늘, 소음공해와 대기오염 사례 등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빼앗긴 공유지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많은 경우 사영화된 공적 공간의 소유자는 외국 자본-다국적 기업이며, 이들은 지역사회와 공유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으면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위험수당까지 챙긴다. 이것은 공유지의 식민화다.

 

더 직접적인 사례는 국민건강서비스(NHS,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로 대표되는 사회 공유지의 사영화다. 대처 정부에서 시작한 사영화로 2018년이 되자 NHS더이상 국립화된 공공서비스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194)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설립한 병원재단들은 최저비용 입찰가를 벌충하려 서비스 질을 떨어뜨렸고,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진의 과로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의 의료사고로 이어졌다. 노인 돌봄·우편·대중교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공적 부문의 사영화는 빈곤 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부터 삭감했고 시 외곽일수록 대중교통 운행횟수가 줄면서 취약계층의 이동과 생활의 불편이 커졌다. 민영 교도소 증가, 치안 업무 사영화에 따라 법률구조 서비스도 사영화되면서 절차를 모르고 사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더 엄격한 처벌을 받는 반면 화이트칼라 범죄는 관대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영리병원 설립을 둘러싼 논란, 심심찮게 불거지는 버스 노선 통폐합 논란과 너무도 닮은꼴이다. 한편 교육은 교육산업, 예술은 창조산업이 되어 값을 매겨 이윤을 내야만 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적자가 나면 정부는 지원금을 깎고 민간에 팔아 영리를 추구한다.

 

정보 공유지의 침탈에서 최근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기업의 발전 속에서 개인정보의 관리와 소유권, 빅데이터의 소유권 및 그 수익의 배분, 더 나아가 플랫폼의 소유권 및 운영에 관한 문제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히 유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월드와이드웹의 발명자 팀 버너스리는 소수의 플랫폼이 특정 아이디어와 견해가 웹상에 보이고 공유될 수 있는지 통제하도록 두는 것은 웹을 무기화할 수 있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우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음모론이 성행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가짜 계정이 사회적 긴장을 부추기고, 외부 행위자가 선거에 개입하고, 범죄자가 개인 데이터를 훔치는 것을 보아왔다.”(341) 2012년 구글은 구글 애널리틱스를 이용해 버락 오바마의 캠페인을 타깃 유권자 집단에 전달함으로써 선거 승리를 뒷받침했다고 자랑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사람들이 보는 것의 99%가 진실이며 가짜 뉴스는 극히 일부라고 공언했을 때조차 그 포스트에 가짜 뉴스가 붙어 있었다. 공유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는 이처럼 무수하고 일상적이다.

 

공유지 기금을 통한 공유지 배당과 기본소득

공유지 침탈의 다양한 사례는 공유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유지는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속하며 우리 모두는 집단적 부에 대해 공정한 몫을 가져야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공유지의 상업적 이용과 개발에 대한 부담금을 주 원천으로 하는 공유지 기금(Commons Fund) 조성을 제안한다. 크게 석유·천연가스·광물처럼 고갈되는 (비재생) 자원, 숲과 같이 보충할 수 있는 공유지, 공기··아이디어처럼 고갈되지 않는 공유지로 나누어 그 성격에 따라 부담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투자정책에서 생태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고갈될 수 있는 공유자산의 자본가치를 보존하며, 미래 세대가 공유지로부터 현세대와 동일하게 이득을 얻는 분배정책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현재 60개국 이상에서 운영하는 국부펀드가 비슷한 성격이며 이미 모범 사례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서방 정부가 했던 장기적 사고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예일 것”(386)이라 했던 노르웨이 기금은 북해 유전에서 나온 수익을 기금으로 조성해 이전 5년간의 투자수익을 매년 분배하면서도 자본을 보호한다. 이 기금의 운영은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단일 자원을 바탕으로 기금을 조성,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은데, 저자는 여기서 나아가 모든 공유지 이용에 대해 부과하는 부담금으로 공유지 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을 모두에게 공유지 배당을 하는 데 사용하자”(389)고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상속세와 토지가치세를 포함해 기업이 자연자원(공기·광물·)과 지식재산권을 포함해 법적·금융적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에 물리는 부담금, 탄소배출세, 금융거래세, 대기 및 수질 오염에 대한 부담금, 풍력 발전 수입, 디지털 정보 및 주파수 이용에 물리는 부담금 등 엄청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공유지 기금은 모든 공유자에게 동등하게 배당된다. 공유지 배당은 실제로 기본소득이며, 공동체의 모든 합법적 거주자에게 소득·지출·가족관계 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지급되는 소액의 정기적 지불금이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기본소득은 사회정의의 문제이고, “우리의 부와 소득은 우리 자신이 하는 어떤 것보다 우리 공동의 선조들이 했던 노력 및 성취와 훨씬 더 많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사적 상속을 허용한다면 사회적 상속도 받아들여야 하며, 기본소득을 우리의 집단적 부에 근거한 사회배당(social dividend)으로 간주해야”(414) 하기 때문이다. 부록 공유지 헌장은 이러한 공유지 운동의 가치와 원칙, 추구할 방향을 간명하게 집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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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공통재 등 다양한 역어에서 보듯 공유지는 미확정 개념이다. 대안적 생산 방식이자 수단으로서 공유지가 자본주의와 양립 가능한가, 공유지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 앞으로 논의할 것이 많다. 특히 기본소득으로서 공유지 배당은 근대사회가 구축해온 화폐경제와 노동-소유 패러다임을 뒤엎는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제다. 이론적 쟁점은 현실의 운동 속에서 정련된다. 저자는 국제적인 농민운동 조직 농민의 길’(La Via Campesina)‘38’(38 Degrees) ‘아바즈’(Avaaz)의 활동을 비롯해 우리나라 충남 보령시 장고도의 기본소득 실험(8)을 소개하면서 공유지 운동의 이해를 돕는다.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이자 저자의 전작 기본소득의 역자이기도 한 안효상이 옮긴이의 말에서 공유지 논의의 이론적 배경, 실천적 쟁점을 충실히 소개하고 참고문헌을 붙여 깊이를 더했다.

 

AGER PUBLICUS

"AGER PUBLICUS""공유지(公有地)"를 뜻하는 라틴어 법률용어로, "고대 로마에서 주로 전쟁을 통해 적()으로부터 빼앗은 국가소유의 토지"를 일컫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개인이 가지는 "사유지(私有地)"는 라틴어로 "AGER PRIVATUS"라고 불리었습니다.

 

ager(m.)", , 토지" 등을 뜻하는 라틴어 남성형 명사로, 영어 단어 agriculture(농업)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publicus"공적(公的)"이라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 publicus의 주격 단수 남성형 형태로 ager(m.)를 수식하는 역할을 하며, 영어 단어 public(공적인)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privatus"빼앗긴, 자유가 된, 사적(私的)" 등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형용사로 영어 단어 private(사적인)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라틴어 형용사 privatus"빼앗다, 약탈하다, 자유롭게 해 주다, 석방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동사 privo(privare-privavi-privatum)의 수동태 완료분사 형태 privatus가 형용사화된 것입니다.

|작성자 반디

 

가이스탠딩은 로더웨일의 역설과 하트윅의 규칙을 이야기 한다. 특히 공유지에 대한 사적인 부가 늘어날 수록 공적인 부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를 비유하여 "인클로저의 비극"이라고 명명했다. 인클로저란 16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목축업의 자본주의화를 위한 경작지 몰수 운동으로, 자본주의 시작의 상징이다. 그는 이익집단이 자신의 '불로소득'을 위해 공유지를 사유화하고 상업화하여 희소성을 획득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하트윅의 규칙을 이야기하며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재생되지 않는 자원에서 발생한 임대수입이 단지 소비를 위해 쓰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면 소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하였다. 즉 부정적인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뤄지고 개인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해 자원을 이용하면서 소득의 창출을 중요시 여긴 것이다!

결국 공유자원은 우리가 스스로 제어하는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는 '협력''절제'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장 자크 루소가 인간 불평등 기원에서 언급했듯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결국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파생된 이론이 바로 "사슴사냥 게임" 이론이다. 두 명의 사냥꾼이 각각 토끼나 사슴을 잡을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사냥꾼들이 협력을 하게되면 토끼보다 더 큰 '사슴'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사냥꾼들은 협력을 통해 더큰 가치를 얻게되고, 여기서 우리는 이 큰 사슴이 바로 '환경'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업과 개인이 자신들에게 환경보호가 더욱 이득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면 더이상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출처] [카드뉴스]|작성자 모이라이

 

 

경의선공유지가 꿈꾸는 제3의 공간

이분법적 토지개념으로부터 주거권 지켜내기

경의중앙선 공덕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마주하게 되는 스카이라인. 밀도 높은 고층건물들 사이 어딘가 허전하게 빈 공간이 보인다. 경의선숲길로 불리는 장소다. 입구에 경의선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문이라 쓰인 검은 안내판이 눈에 띄고, 더 걷다보면 간소한 건물에 각종 조형물과 텃밭 등이 옹기종기 모인 풍경이 펼쳐진다.

 

철도시설공단의 부지이지만 건설사의 개발지연으로 황량한 공터가 돼가던 이곳에 경의선공유지를 일군 사람들이 있다. ·공유지도 사유지도 아닌 제3의 공간을 지향하는 이들은 이곳을 서울의 스물여섯 번째 자치구로 선언하고, ‘경의선공유지 시민행동을 시작했다. 경의선공유지는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간일까. 경의선공유지에 터를 잡은 이들로부터 그 답을 찾아봤다.

 

기찻길에서 26번째 자치구가 되기까지

경의선공유지는 철도시설공단이 소유권을 갖는 공공 목적의 토지다. 이곳은 1906년부터 경의선 열차가 지나는 철길이었으나 용산에서 가좌에 이르는 구간이 지하로 개발되자 공터로 남게 됐다. 이후 철도시설공단과 서울시는 MOU를 통해 해당 지역의 역세권은 개발하고, 나머지 공간엔 숲길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경의선공유지는 개발구역으로 지정돼 2012년 이랜드가 철도시설공단과 사업추진협약을 체결했고, 이랜드공덕()라는 출자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년 간 진척 없이 공터로 남아 있자 경의선공유지는 일탈행위가 일어나는 우범지대로 변모했다.

경의선공유지에는 광장, 텃밭, 공방 등 다양한 시설이 위치해 있다.

 

보다 못한 마포구 시민단체들이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경의선 포럼을 열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당시 주목받던 개념인 사회적 경제에 착안해 시민 장터인 늘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며 3년차를 맞을 때쯤 이랜드공덕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개발을 시작해야 하니 나가라는 통보였다. 경의선 포럼에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생겨났다. 원래 이 땅은 사회적 공공성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는데, 기업이 수주권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행동을 취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경의선공유지가 공유지이든 사유지이든 그곳에 공공성은 없었다. 이로부터 시민들이 직접 계획하고 활용하는 공익적 자치공간을 조성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경의선공유지 시민행동(시민행동)’은 그렇게 생겨났다.

 

201611월 시민행동은 경의선공유지를 시민들이 운영하는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로 선언했다. 국내에서 공유지와 공유경제 개념에 대한 인식이 겨우 싹트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약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지만, 여전히 시민행동에게 공유지(Commons)’라는 개념 전파는 힘든 과제다.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시민행동의 박선영 사무국장은 초기에는 국내 사업에 참고하기 위해 해외에서 공유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를 많이 찾았지만, 대부분 한국보다 소유권 개념이 유동적이고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발달돼 한국에 적용하기 어려웠다결국은 한국만의 새로운 공유지를 개척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경의선공유지 입구에 있는 '경의선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문'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

박선영 사무국장은 공유지가 도시의 완충제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인구, 시설 등 모든 면에서 밀도가 높기 때문에 공간에 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지가 많지 않다. ·공유지라 하더라도 국가와 지자체가 배타적인 소유권과 운영권을 갖기 때문에 시민의 필요에 반응하기 어렵다. 강제철거, 재개발, 주거난민 등 토지 관련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이 민간과 국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해 갈 곳을 잃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들이 자유롭게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제3의 공간, 공유지(Commons)뿐이다. 공유지는 소유자가 없는 땅이 아니라 모두가 소유할 수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의선공유지는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주거문제를 겪은 이들과 함께했다. 그 중 일부는 문제가 해결돼 공유지를 떠나기도 했다. 지금은 아현포차, 청계천 두꺼비 등의 점포를 비롯해, 청년 주거권 활동가와 여러 예술가가 이곳에 남아 있다.

 

공유지는 땅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이분법적 토지개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선영 사무국장은 토지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대상이고, 그 가치를 지불하고 소유하는 자가 권리를 가진다는 인식을 젠트리피케이션·무분별한 재개발 등 주거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런 인식 속에서 공간을 소유한 건물주와 자본을 가진 기업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의선공유지 개발권한을 가진 이랜드공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 업체는 개발을 수년간 지연하면서도 공간 관리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박 사무국장은 이런 경우 사업자로부터 개발 권한을 회수하는 일몰 규제가 시행돼야 하지만, 이랜드와 철도시설공단이 체결한 계약에는 관련 규정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시민행동은 시민과 함께하는 지식커먼즈광장을 넘어 숲길로 시민커먼즈센터일시적 사용(점유)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경의선광장이라는 세 개의 기조를 마련해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유지 담론을 확대하고, 토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되찾아 궁극적으로 토지 소유의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는 게 목적이다. 박선영 사무국장은 땅이 없는 사람은 계속해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없애고자 한다땅을 갖지 못한 사람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땅을 소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향후 시민자산화와 토지공개념 법제화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에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실제로 주거권 문제를 겪은 사람에게 공유지는 적절한 대안일까. 현재 이곳에서 아현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전영순, 조용분 씨는 원래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아현초등학교 옆 노점상 골목에서 약 25년간 가게를 운영했다. 이들이 사비를 들여 장사할 터를 다듬고, 여러 상인들과 함께 청과물, 주류 등을 팔며 상권을 형성했던 시간 동안 마포구는 노점상 시설 이용료 외에 어떤 것도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인근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자 상황이 바뀌었다. 포장마차는 유해업종이며, 주변 교통도 불편하게 만들기에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조 씨와 전 씨는 타협점을 찾고자 애썼다. 마포구 측에 업종을 변경해 영업하겠다고 제안했고, 가게를 철거할 테니 저금리 대출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20161월과 6월 두 차례에 거친 철거 명령이었다. 강제철거는 8월의 어느 새벽 집행됐다.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공간을 잃고 방황하던 그들에게 현재 시민행동 대표이자 당시 노동당 서울시 위원장이었던 김상철 씨가 경의선공유지에 다시 터를 잡고 영업할 것을 제안했다. 아현포차가 경의선공유지 식구가 된 후, 포차 단골손님과 시민 등으로 조직된 아현포차 지킴이는 시민행동 연대에 참여하며 아현포차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집회를 진행하는 등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전 씨와 조 씨에게 아현포차는 생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고, 손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추억을 쌓았던 곳이었다. 전 씨는 돈을 많이 버는지 여부를 떠나 경의선공유지에서 가게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젊은 손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지금도 가게 안에서 어르신 모임 장소인 늘장마루를 운영하며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경의선공유지는 서로 연대하며 희망을 나누는 창구다. 강제철거 피해보상과 책임소재 규명 등 아직도 해결할 문제는 많이 남아있지만, 그 문제를 마주할 수 있는 힘은 이곳에서의 생활이다. 전 씨와 조 씨는 아현포차 사장님으로서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공연과 전시를 준비하고, 대화를 나누며 문제에 다시 맞설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조 씨는 여기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여기서 더 소외된 환경의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며 공유지에서 연대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조용분 씨가 운영하는 아현포차의 모습

 

공유지는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경의선공유지에서도 현실적인 문제는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공간 사용 주체들 간 진행하는 반상회에서의 의견 차이다. 박선영 사무국장은 함께 쓰는 공간이니 수평적 운영을 하려 노력하지만, 오랜 시간 공간을 사용하며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조금씩 배타성이 생기게 된다며 내부적으로도 이상적 공유지와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의선공유지가 진정으로 시민들의 공공성을 대변하는가에 대한 지적도 많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행동이 해당 부지에 대한 권한이 없음에도 비합법적인 점유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나 서울시, 철도시설공단, 이랜드공덕 등의 이해관계로 공유지의 처리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시민행동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시적 점유를 지향하며 사회적 공감대의 폭을 넓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특히 인근 거주민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공유지 내에 시민들의 자율 텃밭을 조성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등 조금씩 공유지의 기능을 증명하고 있다.

 

다른 단체와의 협력에 대해 박선영 사무국장은 시민행동이 문화연대, 문화도시 연구소 등 다양한 주체들의 네트워크로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철거 관련 투쟁, 도시 재생이나 개발 등 주거 문제 뿐 아니라 사회문제 전반으로 관심의 폭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26일 경의선공유지 내에서 창립총회를 진행한 연구자의 집은 이러한 네트워크 확장의 결과다. 연구자의 집은 교수, 대학원생, 시민 등이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기획을 맡았다. 박 사무국장은 앞으로 커먼즈(Commons)라는 개념을 토지뿐 아니라 지식,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예정이라며 경의선공유지가 커먼즈 운동의 성공적인 시도로 남아 앞으로 더 많은 공유지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그간 땅에 금전적 가치를 매기고, 소유하고, 다시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상식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면서도 이는 오늘날의 불평등하고 제한적인 토지 소유 구조의 뿌리다. 토지 소유자와 세입자가 나뉘는 구조 속에서 경의선공유지는 단순히 같이 쓰는 땅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경의선공유지는 우리에게 폭넓은 연대를 통한 기존의 소유 구조 극복을 제시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주거권을 지켜내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된다.

서울대 저널 1532019.03.02 김지은 기자(kje198@snu.ac.kr)

 

공유지의 비극

1968년도 [사이언스]에 실렸던 하딘의 논문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개인주의적 사리사욕이 결국엔 공동체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뜻을 가진 공유지의 비극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목초지를 모두에게 개방하게 된다면, 그 목초지는 공유지가 된다. 소를 가진 사람들은 그 곳에서 자신들의 소를 키울 수 있게 된다.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소를 늘리려 할 것이다. 최대한 많은 소들을 공유지에서 키우게 된다면 그만큼 소 사료 값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목초지에 자신의 소를 늘려간다. 한 마리, 한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기겁하게 된다. 공유지는 과도한 방목으로 먹을 풀이 없어져 소들이 모두 굶어 죽거나 병에 걸리고 만다. 이렇듯 공유지의 비극은 개인의 이익과 권리를 추구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교훈을 준다.

 

공유지의 비극, 그리고 오스트롬

오스트롬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한 달에 한번 꼴로 글을 쓰는 바람에 때를 놓친 감이 있지만 엘리노어 오스트롬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대부분 언론은 최초로 여성이 상을 받았다거나 정치학자가 경제학상을 받은 점을 화제로 삼았고 일부 언론은 그의 수상을 금융위기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가 위기를 맞자 공동체적 해법을 제시한 그가 수상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노벨상도 시류를 강하게 탄다. 1997년 수상자는 하버드의 로버트머튼과 스탠퍼드의 마이런 숄즈 교수였다. “머튼 교수와 숄즈 교수는 파생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경제학에 선구적인 기여를 했다. 이들의 혁신적인 연구는 지난 20년간 파생금융상품시장을 급속히 확대하는 데 실질적으로 공헌했으며,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위험관리(헤징) 기법을 제공했다는 것이 스웨덴 한림원의 시상 이유였다. 그러나 97년 미국 월가를 강타한 롱텀캐피털매니니먼트(LTCM, 헷지펀드)의 설립자가 바로 이들이었고 당황한 한림원이 이듬해 비주류 경제학의 상징이랄만한 아마티야 센교수를 선정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파생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식’, 즉 블랙숄즈 공식은 이번 금융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 솔즈 교수는 또 다시 비주류 학자에게 노벨상을 안긴 셈이다.

 

공유지의 비극의 비극

경향신문 1013일자 2

 

오스트롬교수가 기여한 분야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문제이다. 1968년 생물학자인 개럿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은 논술 시험 때문에 우리나라 고등학생들도 잘 알 만큼 유명하다. 공유의 목초지에 양들을 마음대로 놀게 한다면 결국 풀이 고갈돼서 모두 손해를 볼 거라는 얘기다. 하딘의 말을 빌리면 이 문제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때 언제나 발생한다.

 

그러나 이 공유지의 비극은 한국에서 그야말로 비극을 겪고 있다. 어느 고등학교 교과서나 참고서, 심지어 대학의 경제학 교과서들도 이 비극이 사적 소유(private property)’의 도입으로 해결된다고 설명한다. 공유지를 농부들에게 고르게 나눠 준다면 자기 목초지가 완전히 말라 붙을 정도로 양을 풀어 놓지는 않을테니 상황 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하딘이 인클로저 운동을 예로 들었고, 결국 사적소유를 전제로 하는 시장에 모두 맡기라는 말이니 경제학자들은 또 얼마나 기꺼울 것인가.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 보면 이 해법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중세시대 내내 공유지를 운용했는데 그 때는 왜 멀쩡했는가? (그래서 하딘은 두 번째 논문에서 규제 있는 공유지의 예를 들고 있으며 첫 번째 논문에서도 국가(리바이아탄)와 사적 소유라는 두 개의 해법을 제시했었다) 또 있다. 만일 농부들이 주상복합빌딩을 세우면 큰 돈을 벌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목초지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사적 소유는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게 된다.

 

이런 과잉 단순화의 비극은 코즈 정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역시 노벨상을 받은 코즈가 어떤 외부성 문제도 사적소유가 확립된 경우 개인에게 맡겨 놓으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코즈 정리에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이들이 기회비용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부러 무시했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관련된 문제만 맞닥뜨리면 고전을 읽지 않는 경제학자들의 고질병이 도지는 셈인데 우리 학생들은 그 결론만 알고 있으니 어찌 하랴.

 

비극은 또 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오스트롬이 공동체 소유를 대안으로 내 놓았다고 보도했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물론 오스트롬이 제시한 문제 해결의 조건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감시비용, 당사자들 간의 신뢰(즉 사회적 자본), 외부자의 배제 등은 공동체에 유리한 항목들이다. 하지만 모든 병에 다 듣는 만병통치약이란 없다고 오스트롬은 단언한다. 자연자원의 성격과 소유형태, 집합 행동의 원리를 모두 고려하여 최근 그가 내 놓은 것이 사회-생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분석을 위한 일반 체계”(2009)이다. 4대강 정비사업 추진자나 녹색성장의 주창자들이 꼭 읽어야 할 글이지만 아무래도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요, 개 발에 편자일 듯하다. 정태인 경제평론가 PD저널 2009.10.27.

 

공유지의 비극

몰디브가 가라앉지만 특정국을 고소할 수 없는 현실,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 가능할까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행진 중인 환경운동가들. REUTERS/ PAWEL KOPCZYNSKI

 

정치를 변화시켜 기후를 구하자!”(Change the Politics, Save the Climate)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환경주의자들은 변화해야 할 것은 기후가 아니라 정치라고 외쳤다. 이번 총회는 시작부터 역사상 가장 난해한 대화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세계에서 온 선진국·개발도상국·극빈국 등 각국 정치가, 기후과학자, 경제학자 등의 목소리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밥 딜런이 약 40여 년 전에 핵전쟁 등 인류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담아 부른 노래 <소낙비가 내려요>(A Hard Rain’s Gonna Fall)가 이번 총회의 비공식 축가로 채택됐다. 그러나 노래는 같이 따라 불렀지만, 임박한 지구 대재앙을 막기 위한 공동 대오에 지구촌 정치가 쉽게 일치단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분명히 있다. 지구온난화가 공유지의 비극’(또는 부정적 외부효과)이라고 불리는,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집 앞에 있는 파티장에서 흘러나오는 소음, 비료공장에서 바람을 타고 집으로 날아오는 암모니아 악취, 이런 것들이 해결하기 곤란한 부정적 외부효과. , 한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에서 초래되는 비용의 일부 혹은 전부를 다른 사람들이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햄버거를 사먹을 때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의도하지 않았던 부산물을 발생시킨다. 탄소를 배출해 인류의 공유지인 지구를 조금씩이나마 더 뜨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의 경우, 이용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하거나, 알면서도 아무런 대가와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기 이익에만 급급한 행동을 하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네 인간들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마지막 하나 남은 자연자원이 다 고갈될 때까지 번식을 해나가지. 당신네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제 자연자원이 고갈되지 않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뿐이야. 인간이란 지구의 병적인 존재야. 너희들은 전염병이라고.”

 

당면한 지구환경 위기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기심을 버려라” “방탕한 (자동차·전력) 소비를 줄이자고 고귀한 호소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공유지에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대규모 탄소 배출 때문에 몰디브가 완전히 물속에 가라앉아 21세기 아틀란티스 섬이 될 운명에 처하고, 방글라데시의 쌀 재배지 절반이 물밑에 가라앉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함에도 몰디브와 방글라데시는 미국을 고소하기 어렵다. 물론 자신의 행복이 위기에 처하면 분명히 행동을 바꿀 것이다. , 온실가스가 미국 대기층에만 남아 존재한다면 미국은 곧바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탄소 배출 분자는 국경을 개의치 않는다. 지구온난화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이것들이 의미하는 건 바로 시장 실패. 시장주의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이기적이고 합리적이고 자유로운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마구 뿜어낸 탄소 배출로 인해 우리 스스로의 둥지를 더럽히는 시스템”(‘공유지의 비극’, 개릿 하딘, <사이언스>, 1968)에 갇힌 셈이다.

 

물론 몇몇 국가와 환경주의자들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으로 지구온난화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시장주의 교과서 속 세계와 달리) 인간은 또한, 모두가 이타적으로 협조함으로써 각자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장 좋은 상태를 만들 수 있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최정규 경북대 교수는 <이타적 인간의 출현>에서 “(우리는) 시장은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타적인 협조 행위는 흔히 발견된다. 소수의 사람들이 약속을 어기고 공유지에서 맘껏 자기의 배만 채우고 있을지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약속을 지켜 공유지를 관리해나간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 인간의 혈관 속에는 선천적으로 이타심이 흐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구온난화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사회적 문제라도 이타주의에 의존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찰스 다윈은 인간의 기원에 관한 어느 글에서 고결한 도덕적 가치를 지닌 사람이 많은 집단은 그렇지 못한 집단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항상 다른 사람을 도울 자세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이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 또한 자연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비록 누구나 다른 국가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고만 한다는 시장주의자들의 가르침은 암울하지만, 지금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인간의 현실은 따뜻한 것일지도 모른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2009-12-23

 

 

공유지와 커먼즈 운동 도시의 공유지

공유지란 무엇인가

 

내 꺼, 니 꺼. 내 땅. 내 집. 죽기 전에 땅과 집 앞에 나의란 말을 붙여볼 수 있을까? 사유재산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익숙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유, 공유지란 개념은 낯설기 그지없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내가 소유하는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우리 모두에게 권리가 있는 공간을 떠올려 보자. 무엇이 있을까?

 

관련자료

국토연구원 < 도시재생을 위한 유휴 국·공유지 활용 활성화 방안 >

- 외곽확산형 도시개발로 도심 내 유휴 국공유지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유휴 국공유지를 사회적 투자의 관점으로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발전과 도시재생을 꾀하고자 함. 영국, 일본의 정책분석 및 정책방향 제시.

 

▷​김성원 < 마을공동체와 도시공유지 텃밭놀이터 >

- 도시의 산업화, 구조화로 공터와 마당을 잃은 도시민에게 필요한 도시 속 공유지의 사례들을 보여주고 함께할 만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슬라이드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http://www.dosi.or.kr/

- 보행권확보운동, 마을만들기 운동, 생활문화운동의 3가지 방향을 가지고 도시환경과 도시민의 삶의 질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로, 서울광장 만들기 운동, 주민참여 한평공원 만들기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인천 배다리, 경의선공유지관련 내용이 들어있는 <걷고싶은 도시>2016 여름호

 

▷​2017 서울도시농업박람회 국제컨퍼런스

- "공유지 운동과 도시농업현장워크숍 후기

 

▷​기타 관련기사

- “빈 국공유지, 임대기간 늘리고 임대료 낮춰 청년창업 공간으로 만든다.“

- 경의선 공유지 커먼즈 운동

 

 

독일 베를린 : 프린체신가르텐 (Prinzessinnengarten)

-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살기를 고민한다. 도시에 버려져 있던 6,000의 공간을 노마디쉬그린이라는 단체가 텃밭으로 만들어 2009년부터 운영 중이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상자텃밭으로 시작해 현재는 텃밭 생산물로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수시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텃밭을 운영할 자원봉사자도 모집하며, 홈페이지( http://prinzessinnengarten.net )를 통해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모리츠플라츠역(Moritzplatz) 바로 앞에 위치.

 

▷​독일 베를린 : 템펠호프 공원 (Tempelhofer Feld)

- 서베를린에 위치한 옛 공항으로, 통일 후 폐쇄되었다가 공원으로 재개장하였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을 이유로 개발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주민 투표로 공원으로 결정되었다. 특별한 시설 없이 활주로를 포함한 예전 공항 모습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덴마크 : 돔오브비전 (Dome of visions)

- 건물과 건물 사이, 건축 예정이 있는 텅 빈 땅에 변화 가능한 건축물인 돔을 세우고 다양한 문화, 예술 이벤트들을 채워 사람들이 오가는 생생한 장소를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 3층높이의 돔 모양 온실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기후변화, 건축과 도시의 삶 등 여러 가지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http://domeofvisions.dk/참조.

 

▷​영국 토트네스 가든 트레일 (garden Trail)

- 토트네스의 커뮤니티 가든을 소개한 길. 둘러보는데 20여분 정도 걸린다. http://totnestrust.org/wp-content/uploads/2016/07/Totnes-garden-Trail-Board_25-May.pdf 가든 트레일과 비슷하게 마을 안의 작은 녹지를 연결하는 포레스트 가든 트레일(forest garden Trail), 이더블 트레일(Edible Trail) 등도 있다.

 

프랑스 파리 : 라 흐시클레리 (La Recyclerie)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곳. 카페이기도 하고 펍이기도 하면서 공방이기도 하고, 도시 텃밭도 운영하는 그런 곳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방과 까페의 다양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 4호선 종점 Porte de Cilgnancourt역에서 나와 뒤를 돌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 홈페이지 http://www.larecyclerie.com/ 참조.

 

프랑스 파리 : Les Jardins du Ruisseau

라 흐시클레리 앞 기찻길 반대편에 있는 도시 텃밭. 지역주민들이 신청하여 사용하는 공간으로 기차역 플랫폼에 상자텃밭을 배치되어있다. 회원들이 공간 입구 열쇠를 가지고 각자 관리하지만 누군가 텃밭 작업을 할 때는 열어 두고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3의 길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12213.html

 

▷​커먼즈 개념과 자본주의의 미래 (요하이 벤클러); 연속기획

<1>공유경제와 전 지구적 불평등 http://slownews.kr/50013

<2>경제적 인간에서 협업적 인간으로 http://slownews.kr/50034

<3>착취적 자본주의를 넘어서 http://slownews.kr/50036

 

커먼스 전환과 P2P; 연속기획

<1> 위키피디아와 국유림의 공통점?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8619

<2> 페이스북과 위키피디아의 공통점과 차이점?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8806

<3> 페이스북의 이익은 누구 몫이어야 할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8973

<4> 엔스파이럴, 새로운 공유 생태계가 열리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9309

<5> '우파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 몰락, 그리고 커먼스 정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9618

<6> 정치는 왜 남성 언어로만 해야 하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9926

<7> 페이스북이 '디지털 봉건주의'를 넘어서려면?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90050

<8> 카피라이트? 카피레프트? 카피페어!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90928

<9> 초국적 자본의 파괴력, 어떻게 맞설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91325

<10> 20세기 좌파와 다른, 새로운 전환을 시도한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91454

 

▷​2018 인천도시포럼 ; 인천의 공유자산과 도시에 대한 권리

<1>발제1 도시권. 커먼즈. 도시운동의 새로운 양상 http://spacebeam.net/939147

<2>발제2 인천의 공유자산과 인천시의 도시정책 http://spacebeam.net/939150

<3> 종합토론 http://spacebeam.net/939157

 

출처: 서울시 NPO지원센터

 

 

야만의 회귀 | 이상호 지음 | 예린원 |

주관적 의견 부각하는 유튜브

사악해지지 않기 위해선

가치 철학의 관점 고려해야

 

21세기 인간의 발명품 중 우리 삶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한 건 무엇일까.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보 발신자, 컨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게 해준 유튜브를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유튜브의 등장 이래로 소위 모든 개인이 언론과 매체가 되는 ‘1인 미디어’, ‘만인 미디어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소수의 언론 권력이 대중을 향해 일방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 처음에 단순히 용량이 큰 영상자료 공유 목적으로 시작했던 유튜브가 세계적 테크 기업 구글에 인수되고 세계 최대의 미디어가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유튜브는 이제 명실공히 미디어 시장의 최강자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유튜브가 말그대로 삶의 디폴트(기본) 매체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정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누릴 수 있게 된 반면, 결코 타협해서는 안되는, 손해를 보더라도 지켜내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 손상당하고 있다는 어두운 이면도 외면해선 안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가 형성한 미디어 지형도를 거시적으로 조감하고 유튜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어떻게 건전한 미디어 공유지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를 성찰한 저자 이상호의 야만의 회귀는 유튜브를 그저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기를 부추기는 유튜브 관련 대중 서적들 중에서 유독 돋보이는 저술이다.

 

 

유튜브로 인해 손상당하는 가치들

저자는 미디어 학자로서 우선 언론 매체로서의 유튜브 저널리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2020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 1위가 유튜브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전통적 매체처럼 직접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미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플랫폼에 불과한 유튜브 역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이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언론 지형에서 과연 어떤 모습과 역할로 기능하고 있는가. 유튜브의 등장으로 과거 소외되었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긍정적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차별적 비난과 모욕, 심지어 가짜를 사실처럼 호도하는 가짜 뉴스의 만연은 저널리즘을 끝없는 혼돈과 소음의 세계로 전락시켜 언론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초래했다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야만의 회귀라는 제목에서 읽히듯이 저자는 기본적으로 유튜브의 부정적 기능이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역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소수의 목소리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유튜브와 같은 저널리즘 생태계에서는 존밀턴이 저서 아레오파지티카사상의 자유 시장이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건이 거래되는 시장에서처럼 다양한 생각들이 무제한적으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장 나은 생각이 공동체에 의해 선택될 것이라 기대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의견 양극화를 강화하고 갈등이 심화되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저자는 초점을 맞춘다.

 

사상의 자유 시장이 오히려 양극화 강화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상 엄청난 미디어 경쟁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뺐어야 한다. 그래서 유튜브는 전통 매체가 견지하는 객관적 균형과 달리 주관적 의견을 부각함으로써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단순 생존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복리 증진이라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가치 철학이 전제가 되야 한다. 이 점에서 저자는 유튜브 저널리즘 위기의 문제는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리터러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가 언급한 표현처럼 유튜브가 근사한 말과 영상으로 시청자를 유인한 후 구독자를 토끼굴 속에 가두는 디지털 허풍의 블랙홀이 되지 않고 개개인의 재치와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건전한 미디어 공유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인수한 모기업 구글의 기업 모토를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사악해지지는 말자!(Don't be evil)”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 교수신문

 

 

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공유지는 없다

메이데이서평

공유지(commons)의 미국 사학자 피터 라인보우의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그의 책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감춰진 역사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 역사란 무엇인가?

 

그가 쓴 또 다른 책, 마그나카르타 선언에서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들어서) 아는 대헌장의 다른 역사를 알려 준다. 그것은 관습적으로 유지되던 공유지의 활동을 문서로 보장한 삼림 헌장의 역사다. 나무가 물질문화의 중심에 있던 중세의 숲 공유지는 땅 없는 이들이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었다. 그러나 공유지가 인클로저로 사라지는 역사적 전환기 동안 삼림 헌장 역시 잊혀지고 주로 정치적·사법적 권리만을 다루는 마그나카르타만 전해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노동력을 팔지 않고, 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집합적으로 삶을 재생산할 수 있는 권리는 잊혀졌다. 요컨대 그가 들려주는 것은 잊혀진 공유지와 그 속의 활동을 보장했던 또 다른 헌장의 역사다.

188654일 헤이마켓 봉기. 붉은색의 메이데이는 8시간제 쟁취를 위해

노동자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1886년의 헤이마켓 투쟁을 기리는 것이다.

 

녹색과 붉은색의 메이데이, “이 모든 것을 말한다

이 책 메이데이에서도 그는 그 기념일에서 잊혀진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것은 공유지의 측면에서 본 메이데이의 역사다. 그는 (1986년부터 2014년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쓴 여러 글을 모은 이 책에서 메이데이의 두 가지 측면, 즉 붉은색과 녹색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준다. 그 두 가지 색은 무엇을 뜻하는가?

 

붉은색의 메이데이는 우리가 (아마도) 잘 알고 있는 메이데이다. 그날은 18865월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하루 8시간 노동을 위한 위대한 투쟁을 기억하는 날이다. 반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녹색의 메이데이는 매우 오래 되었고 (어떤 형태가 되었든지 간에) 거의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날은 씨뿌리기와 풍요로움 그리고 싹틈의 축제이다. 이날은 사회적 재생산의 공동체 의식이다.” 따라서 그것은 로마 시대에도 중세에도 있었던, “세상에서 가장 좋은 두 가지인 자연의 사랑과 사람들 간의 사랑이 화합하는 날이다.

 

대지와 그곳에서 자라는 것들과의 관계는 녹색이다. 타인과 그 사이에서 흩날리는 피와의 관계는 붉은색이다. 녹색은 욕망의 창조이며 붉은색은 계급투쟁이다. 메이데이는 이 모든 것을 말한다(30).

 

요컨대 녹색은 공유지를 통한 구성과, 붉은색은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관련이 있다. 메이데이가 이 모든 것을 말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메이데이를 기리는 우리에게, 그 두 가지가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다. 실제로 공유지의 역사는 그 두 가지가 분리불가능하게 뒤얽힌 역사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숲 공유지 역시 공통인과 지주의 끝없는 계급 투쟁에서 생겨난 산물이었다. 그러므로 녹색의 화합은 가능하지만, 확언하건대 이러한 화합은 붉은 투쟁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에어로빅 운동가가 만들어낸 말처럼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며 책임 없이는 꿈도 없으며 노동 없이는 생산도 없고 붉은색 없이는 녹색도 없다(59).

 

간단히 말해서 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공유지란 없다. 공유지는 아름다운 협력만이 아니라 붉은 갈등에서 생겨난다. 기존의 억압적인 질서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사회를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공유지를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 소위 혁신적인기업가들은 붉은색은 제쳐두고 녹색만을 - 주로 기술의 측면에서 - 말하는 것 같다. 엥겔스는 현명하게도 1888년에 공산당 선언영어판 서문을 쓰면서 이들에 대한 묘사를 미리 마련해 두었다. “자본과 이윤에 어떠한 위험도 주지 않고 사회적 폐해들을 제거하겠노라고 약속하는 잡다하기 그지없는 사회적 돌팔이 의사들.”

 

붉은색은 녹색을 통한 투쟁

그러니까 공유지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의 관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라인보우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공유지는 우리가 자본과 시장의 두 얼굴에 맞서 유리한 위치에서 저항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까 녹색의 공유지는 붉은 투쟁의 생산물이면서 그 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녹색과 붉은색은 서로를 보완하면서 얽혀있다. 이것은 우리가 메이데이를, 어떤 운동을 생각하고 행할 때 그것은 새로운 사회를 위한것만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사회의 창조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라인보우가 본문에서 버섯을 좋아하는 - 포자는 아직 사유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 인물로 소개한 맛시모 데 안젤리스가 자신의 책, 역사의 시작에서 말한 것처럼 “‘혁명은 공통장(commons)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공통장을 통한 투쟁이다. 이것을 우리는 이렇게 옮길 수 있다. 붉은색은 녹색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녹색을 통한 투쟁이라고. 따라서 우리는 붉은색과 녹색이 분리불가능하게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새로운 사회는 우리가 기존의 질서를 어그러뜨리는 동시에 다른 사회를 살아가는 만큼 가능한 것이다.

 

라인보우는 그렇게 붉은색과 녹색이 결합하는 순간을 다채롭고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 중 하나는 1980년 메이데이에 전직 자동차 공장 노동자였던 두꺼비씨가 야유회 탁자에 앉아 쓴 글이다.

 

여덟 시간 노동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바람과 우리의 계획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쟁취할 것이다.

 

(하략)

 

그 이상의 무언가는 무엇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인보우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노동 기사단>(The Knights of Labor)이 부른 ‘8시간의 노래’(Eight-Hour Song)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알려준다.

 

우리는 햇빛을 느끼고 싶다.

우리는 꽃향기를 맡고 싶다.

 

(중략)

 

여덟 시간의 노동과 여덟 시간의 휴식

남은 여덟 시간은 우리 자신을 위해

 

공장에, 학교에, 사무실에 갇혀 있지 않고 햇빛을 느끼는 것, 5월의 꽃향기를 맡는 것. 라인보우와 함께 <미드나잇 노츠 컬렉티브>(Midnight Notes Collective)의 구성원이었던 페데리치는 그러한 욕망, 다시 말해서 태양과 바람과 하늘에 대한 우리의 필요”, “무언가와 접촉하고 냄새를 맡고 잠을 자고 사랑하고, 닫힌 벽에 둘러싸이는 것이 아니라 열린 대기 속에 있는 것에 대한 필요가 착취에 대한 우리의 저항의 주요 원천 중 하나를 이룬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가장 초기 단계부터 우리의 신체와 전쟁을 벌여야 했던 이유다.” 우리의 신체로부터 시작되는 그러한 욕망들은 그 욕망을 억압하는 질서와 노동을 강제하는 사회를 만나 저항하지 않는 한 우리가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신체는 저항한다.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로 향한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향하는 여정

요컨대 메이데이는 노동일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실현하는 날이다. 국가가 약속할 수 있는 최선이 일자리 창출인 사회에서 그 이상의 무언가는 우리가 함께 이루어야 한다. 라인보우가 이 책에서 - 그리고 다른 책에서도 - 보여주는 것은 그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향해가는 여정이다. 예전부터 라인보우의 책을 읽을 때 받는 인상 중 하나는 여러 인물들이 정신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로 아래로부터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맑스의 자본론을 인용하면서 이런 각주를 단다. “나는 한때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독일 철도 노동자들이 최초로 이 엄청난 장(“노동일을 다룬 자본론110)을 영어로 번역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에 관심을 쏟는 사람이, 아니 그 이야기를 역사로 주목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그가 기록하는 역사는 어떤 분위기, 즉 풀뿌리들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역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어떤 것이지만 라인보우가 전하는 역사는 인디언”, “불평분자”, “동성애자”, “탈주 노예”, “굴뚝 청소부와 낙농가의 여성 노동자등을 비롯한 나라의 모든 인간 쓰레기라고 불린 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왕과 그 현대적 변형태들이 피를 수직적으로 이어 받으며 정체성을 이어간다면 싸우는 자들은 수평적으로 서로 전염된다. 라인보우의 말처럼 우리의 인간성은 단순한 유전적 계보를 넘어서는 유래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전염의 과정에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권범철 | 도시 연구자 승인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