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인천-중부
김일성 사망설'과 '김정은 위독설'의 공통점
지역 상권 흔드는 '갓물주' 연예인들... 이래서 문제다
이른바 엘리트 부모들이 더 마음의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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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한겨레 5.1 기호
4.27~5.1 경향 장도리
'김일성 사망설'과 '김정은 위독설'의 공통점
[언론개혁 13] 북한에 관한 오보의 역사... '아니면 말고'식 보도 관행 바로 잡아야
북한 지도자의 신변에 관한 보도는 거의 언제나 오보 논란을 수반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술 뒤 중태에 빠졌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들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논란이 따르고 있다.
김정은 위독설은 그가 김일성 생일이자 최대 명절인 지난 15일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김일성 시신 안치)에 나타나지 않은 일이 발단이 됐다.
지난 12일 동생 김여정이 1년 만에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직후 김정은이 중대 행사에 불참하자, CNN 보도에서 나온 김정은 위독설이 북한 권력 변동에 대한 관심을 키우면서 국내 언론에 쉽게 유입됐다. 국내 언론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전파함에 따라 김정은 신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증폭됐다.
김정은 수행하는 동생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 김정은 수행하는 동생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시각으로 22일 이후의 보도들이 김정은 위독설을 진정시키고 있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시각으로 22일 미 행정부 관계자는 정찰기 등을 통한 전파 및 영상 분석을 토대로 "김 위원장이 지난주부터 원산에 체류하고 있으며,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 등을 이용하지 않고 걷는 모습이 15~20일 사이에 포착됐다"고 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현지 시각 2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CNN 보도를 "부정확하다"고 반박하면서 "김정은이 괜찮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전 브리핑에서는 "모른다"고 답했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정보의 입수가 있었음을 반영하는 변화다.
김정은의 실제 건강 상태가 어떠하든, 이번 위독설 보도는 그간의 북한 관련 보도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그대로 보여줬다. 구체적인 출처를 내놓지 못한 채, 의문의 소식통을 근거로 제시하거나 막연히 외신 보도를 인용하는 문제점이 또다시 되풀이됐다.
그런 문제점은 CNN 보도에서도 나타났다. 21일자 인터넷판 기사 '북한 지도자 수술 후 심각한 위험··· 미국, 정보 모니터링 중(US monitoring intelligence that North Korean leader is in grave danger after surgery)'은 김정은이 위독하다는 정보의 출처로 "직접적 지식을 가진 미국 관리(a US official with direct knowledge)", "이 정보에 정통한 두 번째 소식통(a second source familiar with the intelligence)", "또 다른 미국 관리(another US official)'를 제시했다.
북한 관리도 아닌 미국 관리가 김정은의 건강 상태를 폭로한다고 해서 신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불명확하게 출처를 제시하는 것은 CNN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심 현안 중 하나인 북미관계와 관련된 보도를 하면서 신뢰성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미국 관리'를 인용한 CNN 보도는 '최고의 미국 관리'인 트럼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부정함에 따라 신뢰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위 출처들과 더불어 CNN이 제시한 또 다른 출처는 한국 매체인 <데일리 NK>다. CNN는 "이 뉴스 사이트에 따르면 김은 과도한 흡연, 비만 및 과로 때문에 심혈관계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뒤 지금은 향산군의 빌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데일리 NK> 보도 역시 출처가 불명확하다. 이 매체는 20일자 기사 '김정은, 최근 심혈관 시술 받았다 ··· 여전히 특가(별장)서 치료 중'에서 자료의 출처로 "북한 내부 소식통"을 제시했다. 출처가 불명확하게 제시된 <데일리 NK> 보도가 CNN 보도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되고, 그런 CNN 보도가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은 채 국내 언론에 의해 확산됐던 것이다.
취재원이 북한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출처를 모호하게 표기하는 게 부득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가 전파·영상 분석을 근거로 '김정은이 강원도 원산에 있다'고 말했으니, 내부 소식통을 근거로 '김정은이 평안북도 향산군에 있다'고 한 <데일리 NK> 보도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내부 소식통'의 실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위독설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북한 지도부의 내
부 동정에 관한 언론 보도들에서는 출처가 정확히 제시되지 않는다. 또 보도를 내는 매체에서도 출처 표기에 커다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또는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이라는 한마디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다 보니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북한 관련 보도에서는 오보가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에 관한 오보의 역사... 왜 그럴까
▲ 본문에 인용된 기사. ⓒ 경향신문
한편, 출처가 명확히 제시됐는데도 결국 오보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 1986년 11월 17일자 국내 언론들의 톱기사가 바로 그 경우다. 일례로, 그 날짜 <경향신문>은 검정색 바탕 위에 흰 색으로 '김일성 피살'이란 다섯 글자를 1면 상단에 큼지막하게 배치했다.
이 기사는 평양방송을 인용해 '김일성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오극렬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끄는 쿠데타군에 의해 총격을 받았으며, 후계자 김정일마저 오극렬에 의해 연금돼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방송 보도'이라는 점 외에 '휴전선 너머로 조기가 목격되고 있다'거나 '북한이 대남 확성기로 김일성 사망 사실을 알리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들까지 추가로 제시됐다. 쿠데타로 인해 몽골 총리의 방북 일정이 취소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다고 소개됐다.
그 정도 보도라면 누구라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출처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도마저 허위였다. 다음날 언론들은 전혀 다른 보도들을 내놨다.
일례로 <동아일보>는 '김일성 평양공항에 나타나'라는 제하에 "북한의 김일성이 18일 오전 10시 평양을 방문한 몽고 국가원수인 공산당 서기장 잠빈마트문흐를 평양 공항에서 영접했다고 세계의 주요 외신들과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고 한 뒤 "김일성의 피살설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며 전날 소동을 간단히 마무리했다.
명확한 출처까지 제시하면서 김일성 사망설을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근거도 없이 출처를 운운했었던 것이다. 김일성은 그로부터 8년 뒤에 사망했다.
허무맹랑한 오보는 김정일의 외국 나들이와 관련해서도 있었다. '김일성 장남 정일, 동경 IPU 참석'이란 제목의 1974년 11월 19일자 <조선일보> 기사처럼, 당시의 국내 언론들은 김일성 후계자 김정일이 리종혁이란 가명으로 국제의원연맹 회의에 참석했다는 엄청난 보도를 내놨다.
언론이 제시한 근거는, 북한대표단의 일원인 리종혁이 김정일(당시 32세)과 같은 또래인 30대로 보인다는 점, 164센티미터이자 통통한 편인 그의 체형이 김정일과 비슷하다는 점, 리종혁이 나이에 맞지 않게 거만하며 엘리트 의식을 강하게 풍긴다는 점 등이다.
언론들은 김정일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김정일 도쿄 출현설을 요란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사진 속 인물은 우리가 아는 그 김정일이 아니다. 진짜 리종혁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및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준비위원회 분과위원장 등을 맡아 남한에도 알려진 1936년 태생의 외교관인 리종혁이 당시의 리종혁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에 관한 오보 중에는 김정일 도쿄 출현설처럼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최고지도자의 생명이나 건강 혹은 북한 군부의 동향에 관한 것들이다. 특히 군부 동향에 관한 오보는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를 낳으면서 한반도 전쟁설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처럼 북한 오보 중에는 대북 관계를 악화시키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런 보도들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북한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권력자가 된 지 벌써 9년이 됐는데도 그의 아들은 누구이고 딸은 누구인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정도로 정보량이 적다 보니, 북한에 관한 오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다.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 외에 언론 자신의 문제점도 오보 양산의 원인이다. 언론사 경영진의 상업주의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있었다.
2001년에 <관훈저널> 봄호에 실린 조호연 당시 경향신문 정치부 차장의 기고문 '대북보도 오보의 위험성'은 북한에 관한 오보를 "우리 언론의 병폐인 상업주의에 입각한 선정 보도"라고 규정하면서 "타 언론보다 새로운 보도를 하기 위해 정확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용인되는 언론 풍토가 만들어낸 그릇된 관행"이라고 한 뒤 "자기 신문이 보도하지 않은 내용이 타 신문에 보도되면 확인 절차도 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 보도하는 모습도 비뚤어진 상업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비판했다.
위 글에서 말한 '상업주의'는 '검증 소홀'과도 연결된다. 북한에 관해 보도할 때는 사실 검증을 소홀히 하는 문제점이 언론사 경영진의 상업주의와 맞물리면서 오보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검증 소홀은 일부 언론사나 기자들의 이념적 편향성과도 무관치 않다. '북한은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무너져야 한다'는 확신이 검증 소홀과 오보 양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관훈저널> 2014년 봄호에 기고한 '북한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북한 관련 보도에서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특정 언론들이 지향하는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이라면서 "3대 권력세습을 한 김정은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개인 숭배와 부패 때문에 개혁·개방은 절대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검증 소홀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치권력의 영향이라는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국가들이 허위 보도를 부추기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점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권력 공고화 작업이 진행되던 1979년 연말부터 1980년 중반기에 북한 남침설의 진원지가 주로 어디였는가를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서울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운동이 박정희 구체제는 물론이고 전두환 체제에도 위협이 되던 그 시기에는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1979년 크리스마스에 남침할 거라느니 1980년 1월 중에 할 거라느니, 1980년 2월이나 3월에 할 거라느니, 5월에 할 거라느니 하는 보도들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가을에 할 거라는 설도 유포됐다.
이 해에는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유독 많이 나왔다. 일례로 1980년 7월 8일자 <경향신문> 기사 '북괴 남침 준비 끝내'는 미국 월간지 <라이징 타이드> 7월호를 인용해 "북괴는 이미 지난 4월 대규모 남침 공격 준비를 완료하고 앞으로도 대남 비정규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라이징 타이드>지 기사의 정보 출처는 "한국과 동맹국들의 정보 보고"였다.
이 당시 남침설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낸 곳이 있다. 바로 일본 정부다. 2002년에 <국제정치논총> 제42집 제3호에 실린 박선원 당시 연세대 연구교수의 논문 '냉전기 한일협력의 국제정치 - 1980년 신군부 등장과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에 따르면, 북한 남침설은 주로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 내각조사실, 아시아친선교류협회, 공안조사처 등에서 나왔다. 이 기관들이 북한 오보의 주된 생산지였던 것이다.
▲ 본문에 인용된 논문 ⓒ 박선원, 한국국제정치학회
1994년에 장수근 서울신문사 통일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이 <저널리즘 비평> 제14호에 기고한 '94 북한 관련 보도의 메카니즘 분석: 정보원의 폐쇄성으로 남발되는 추측성 오보'에 이런 대목이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94년 7월 14일자 '서방은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언론들의 보도 행태와 관련, 일종의 양심선언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언론이 북한 정세에 관해 수많은 보도를 하고 있으나 미국 언론과 심지어 미 정부까지도 북한 안에서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거의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도' 북한 속사정 아는 데가 없다, 보도에 신중해야
이 글이 나온 1994년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미국 정부는 북한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 미국 위성이 포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북한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정도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 정부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처럼 미국정부도 잘 모르는 북한 속사정을 일본 정부가 훤히 꿰뚫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1980년 당시의 일본 정부에서는 북한군 내부 동향에 관한 정보가 거의 실시간급으로 나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허위 정보를 양산했던 것이다. 한반도 냉전을 지지하는 친미 정권이 한국을 계속 통제하고 한·미·일 3국 수구냉전세력이 계속해서 이익을 누리기를 희망하는 동아시아 정치권력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한국 언론의 북한 오보 양산에 영향을 줬던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 관한 오보는 북한에 관한 정보량의 부족이나 언론의 상업주의 및 무책임과 더불어 한반도 긴장를 유지하려는 동아시아 냉전세력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양산되고 있다. 이는 북한 오보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이 언론 개혁을 위해서뿐 아니라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도 긴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김종성(qqqkim2000) 오마이뉴스
지역 상권 흔드는 '갓물주' 연예인들... 이래서 문제다
[TV 리뷰] MBC < PD수첩 > '연예인과 갓물주' 편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부동산을 향한 욕망을 상징하는 씁쓸한 표현이다. 심지어 '갓(God)물주'란 유행어가 돌 정도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건물주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꿈이 되어버렸다.
최근 갓물주 대열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스타들의 재테크 성공 사례가 잇달아 언론에 등장하고 건물이 많은 연예인일수록 능력자로 대접받는다. 이들은 어떻게 '부동산 큰 손 스타', '연예인 빌딩 부자'가 되었을까?
지난 21일 방송한 MBC < PD수첩 > '연예인과 갓물주' 편은 연예인 건물주들의 투자 방법을 들여다보았다. 연예인 건물주, 그들만의 특별한 부동산 투자법은 무엇일까?
▲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 PD수첩 >이 한국 탐사 저널리즘 센터 데이터팀과 함께 지난 5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매체에 공개된 연예인 건물주는 총 55명에 이른다. 이들은 건물 63채를 매입했다. 매매가 기준으로 거래 총 액수는 무려 4700억 원에 달한다.
분명 일부 연예인들이 고소득자임은 사실이지만,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빌딩 여러 채를 자기 자본만으로 사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고가의 건물들을 살 수 있었을까? 스타들이 구입한 건물의 등기부 등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배우 공효진씨는 2013년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37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그런데 등기부 등본엔 그녀가 해당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 26억 원을 받았다고 돼 있다. 여기에 상가보증금 3억 원을 빼면 공효진씨가 건물을 매입하는 데 쓴 자기 자본은 8억 원 남짓이다. 그녀는 2017년 이 건물을 60억 원에 팔아 23억 원의 매매차익을 남겼다.
▲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배우 하정우씨도 은행에서 고액의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산 경우다. 그는 2018년 종로에 있는 81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하면서 은행으로부터 57억 원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송파구 방이동의 127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할 때에도 은행에서 99억 원을 빌렸다.
건물 매입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70~80%에 육박하는 고액의 대출을 받고, 건물 임차인들의 보증금까지 포함하면 자기 자본금은 10% 정도밖에 안 들이는 '은행 대출' 방식은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 PD수첩 >이 한 중개업소가 소개한 매물로 은행 몇 군데에서 상담한 결과 보통 70~80%, 많게는 90%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이 건물 대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콘텐츠를 다루는 개인 방송의 분석을 들어보자.
"정책적으로 지금 아파트 쪽을 굉장히 눌러, 대출을 눌러왔잖아요. 규제를 해놨잖아요. 금융기관들, 은행이나 그런 곳들은 대출해 줄 데가 없는 거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상가 쪽이나 건물 쪽으로 오히려 레버리지(대출 효과)가 비율이 더 늘어났습니다. 더 대출을 많이 해줍니다."
▲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연예인 건물주들이 활용한 또 다른 투자 비법은 '법인 설립'이다. 배우 권상우씨가 구입한 등촌동에 위치한 건물의 소유권은 그의 개인 명의가 아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그가 사내이사, 대표이사를 지낸 케이지비필름의 소유로 나온다.
배우 한효주씨도 은평구의 건물을 매입할 적에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가족 법인을 활용했다. 배우 이병헌씨, 배우 김태희씨도 법인 명의로 건물을 사들였다. 연예인들은 왜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하는 걸까? 양은진 세무사는 세금 혜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양도 차익이나 과세의 표준이 되는 금액이 5억 원을 넘게 될 때, 개인의 경우에는 (양도소득세가) 42%예요. 여기다가 지방세 포함하면 세율이 46.2%가 되겠죠. 그렇지만, 법인의 경우에는 (법인세) 20%만 적용받거든요. 그러면 지방세 포함하면 22%밖에 안 된다는 말이죠."
이처럼 건물을 매도할 때 법인의 혜택은 크다. 한 부동산업자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이 1년 이내 건물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가 50% 부과되지만, 법인은 22%만 내면 된다. 여기에 상가임대사업의 경우 리모델링 비용, 유지보수비, 관리인고용 비용 등으로 세금을 깎아주어 실제 내는 세금은 10~15%에 불과하다.
▲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법인의 세제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임대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 역시 개인보다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임대 소득 4억 원이 발생하면 개인의 임대소득세는 1억 4800만 원이다. 반면 법인의 임대소득세는 6800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종합부동산세도 상가 건물의 경우는 기준이 다르다. 이제문 창조도시경제 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주택은 건물과 토지에 동시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가 되는데, 일반 건축물인 경우에는 건물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고 토지에만 부과가 됩니다. 근데 일반 건축물이 세워져 있는 토지의 가격이 28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아요."
1990년대까지 정부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이 아닌, 비업무용 부동산의 경우에 많은 세금을 부과해 법인의 부동산 투기를 막았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법인의 세제 혜택을 대폭 늘리면서 비업무용 부동산에 관한 규제가 사라져버렸다. 2018년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법인이 누리는 이익이 더욱 늘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 여러 규제를 내놓자 이를 회피할 요량으로 법인 설립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부동산업 신설법인 추이'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9379개, 2018년 1만145개였던 신설 부동산업 법인 숫자가 2019년에 1만4753개로 급등했다. 법인이 생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세금을 줄이거나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시중엔 부동산 법인 설립에 관한 강좌까지 판을 치는 중이다.
▲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빚을 내서라도 건물주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조건 비난할 순 없다. 더구나 연예인은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절세의 방법일 뿐, 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문제는 연예인이 건물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과정에서 지역 상권이 들썩인다는 점이다. 언론은 연예인 건물주를 '투자의 귀재', '재테크', '대박' 등 수식어를 사용한 마케팅으로 띄우면 일대의 건물 가격을 올린다. 그 다음엔 임대료 상승이 이어진다. 몇 개월 후 폭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 상인들이 떠나고 상권은 부동산 시장으로 변한다. 성수동과 용산 해방촌이 대표적인 사례다.
< PD수첩 >이 취재한 연예인 건물주 대부분은 "이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은 아니다"란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연예인은 청소년들이 선망하고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직업이다. 연예인 건물주, 시세차익, 부동산 법인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용산 나눔의 집의 원장인 김종훈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위 얘기해서 더 가난한 사람들, 2 대 8의 사회 속에서 8에 해당하는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투자냐? (그렇다면) 그건 윤리적인 투자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인 투자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최소한 연예인 분들이라면 윤리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고민하실 수 있잖아요." /이학후(cinemania) 오마이뉴스
이른바 엘리트 부모들이 더 마음의 환자”
‘공교육 모델’ 덕양중 이준원 전 교장(하)
8년간 매주 한번 ‘학부모 교실’
‘내 아이 최고’ 탈피한 부모들
자녀성장 기다리고, 학교엔 원군
“특권의식 물든 부모 우월감 탓
좋은 집안 아이들 더 억압당해
학부모는 교사 이전의 교사
부모 먼저 변해야 아이 성장해”
권위주의 없는 덕양중 교무실
교사의 업무 몰입도는 최상
“존중과 경청 경험한 교사들
주인의식으로 교육활동 앞장”
“존중과 경청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선생님들에게 더 해야죠. 저는 선생님들에게 할 얘기가 있으면 교장실로 부르지 않고 가능하면 제가 교무실을 찾아갔어요.” 이준원 덕양중 전 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1월8일 덕양중의 졸업식에서 교장 이준원(63)을 끌어안고 운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교사들도 졸업장 수여식을 마친 교장을 껴안고 흐느꼈다. 교장 퇴임식이 따로 예정돼 있었는데도 교사들은 이별을 앞두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퇴임식(2월26일)이 취소되자,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교직원들은 그날 저녁 마스크 착용 등 방역 규정을 준수한 채 학교 도서실에서 조촐한 송별식을 가졌다. 이준원이 남긴 덕양 공동체 문화인 ‘서클’로 진행된 송별 모임에는 교사와 행정실 직원, 당직 기사(숙직 담당) 등 덕양중 식구 모두가 왔다. 이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각자 교장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놓고 얘기하고, 준비해 온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석별의 정을 나눴다. “당직 기사님이 교장 선생님께 편지를 써 와서 읽을 때 모두 울었어요. 추억의 사진을 보면서도 울고요. 보내드리기가 너무 아쉬워서 오후 5시 반에 시작한 행사가 밤 11시 반이 돼서야 끝났어요.”(이병환 덕양중 교무기획부장)
―졸업식 때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교장 선생님을 끌어안고 울더군요.
“그동안 사막 같은 교직생활을 해오셨던 분들이 특히 그러셨죠. 교장과 교감, 관리자, 선배 선생님들에게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입시학원 같은 학교에서 일하면서 이게 내가 꿈꾼 교사가 아닌데 하면서 염증을 느꼈던 분들은 덕양중학교에 와서 깜짝 놀라요. 행정실 직원이나 청소하는 분들, 급식하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을 존중해야 할 동료 교사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적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만큼 대한민국의 학교 문화가 경직되어 있어요. 사실 덕양중 같은 모습이 당연한 건데 말이죠.”
“선생님은 떠나셔도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계십니다.” 코로나19로 퇴임식(2월26일)이 취소되자, 덕양중 교사들은 이날 이준원 교장을 위해 조촐한 송별식을 마련했다. 이준원 제공
교사 만나러 교무실로 가는 교장
―새로 온 선생님들은 어떤 면에서 충격을 받던가요?
“권위적이거나 계급으로 눌러서 지시하지 않고 정말 똑같은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하는 것에서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할 얘기가 있으면 선생님이나 행정실무 선생님들을 인터폰으로 교장실로 부르지 않아요. 가능하면 제가 교무실로 찾아갔어요. 아니면 메신저로 얘기하고요. 수업 사이 10분 쉬는 시간에 오라 가라 하는 게 선생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덕양중 교사들의 업무 몰입도는 놀라울 정도다. 미국의 교육 전문가인 서지오바니가 고안한 교사 몰입도 평가 설문을 자체적으로 실시(2019년 11월)한 결과, 덕양중은 4단 척도에서 평균 3.81점을 얻었다. 서지오바니는 이 척도에서 평균 3.0 이상이 나오면 ‘일 자체에 대한 몰입’이 이뤄진 학교로 봤다. 덕양중만의 독특한 교원공동체 문화 덕분이다.
“교사도 상처를 받는다. 자기를 무시하고 권위적인 자세로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교장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 교사에게도 상처를 받는다. 이보다 더 큰 상처는 학생들에게 받는 상처이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의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훈련도 함께 했다. 학생들의 삶을 잘 이해하기 위해 ‘에니어그램을 통한 학생 이해’, ‘교사역할 훈련’, ‘비폭력 대화’, ‘셀프파워 인간관계 훈련’ 연수를 진행했다. 이런 모임을 통해 교사들은 서로의 삶을 개방하고 나누는 경험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동료의 마음과 삶을 좀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겪었던 아픔을 들으면서 서로 위로했고, 업무 추진 과정에서 서로에게 미쳤던 영향들을 나누면서 자발적인 사과와 용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업무 중심이었던 학교에서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생활공동체로 거듭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을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게 되었다.”(<평화의 교육과정 섬김의 리더십>, 이준원·이형빈 지음)
“교육에서는 교사 이전의 교사인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난 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중인 이준원 전 덕양중 교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선생님들하고 ‘비폭력 대화’(마음속의 화나 폭력을 가라앉히는 대화법) 공부까지 하셨잖아요. 제안했을 때 선생님들이 흔쾌히 좋다고 하셨나요?
“물론 다 그러지는 않았어요. 저의 교육철학이나 학교경영 철학에 완전히 공감하는 선생님들에게 먼저 충분히 설명하고, 그분들이 중간 리더가 되어 또 전달하는 형태로 했어요. 톱다운 식으로 내려보내는 게 아니라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선생님들이 반대하면 기다리고 늦추거나 안 하는 걸로 하고요. 그러나 정말 의미 있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면 선생님들은 합니다. 해보라고 지시만 하고 교장이 뒤로 물러서 있으면 안 되죠. 같이 계속해야 하죠. 존중과 경청을 아이들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는 더 충분히 들어주고, 그들이 가진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자신들이 꿈꿨던 교육과정을 실천해서 그것이 현실화되는 모습을 본 선생님들은 굉장히 성장하고, 주인의식과 자발성이 생깁니다.”
‘공부하자’고 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
덕양중이 또 하나 특별한 부분은 학부모들이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 운영의 주체라는 점이다. 공식적인 기구인 학부모회는 형식이 아니라 매월 한번씩 ‘학부모 아카데미’를 스스로 조직해 공부할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한부모 가정 아이 등을 위한 ‘이모 되어주기 프로젝트’, 엄마처럼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갈등 부엌’, 건강한 간식을 제공하는 ‘휴 카페’ 등을 학부모들이 직접 운영한다. 학부모들의 이런 자발적 참여는 ‘이슬비 사랑 학부모 교실’의 열매이자 뿌리다. 이준원은 교장 첫해인 2012년 봄부터 퇴임 때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학부모 교실’에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함께 고민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교장 선생님과 내면 치유 공부를 한다는 게 쉽게 상상이 잘 안 가요.
“부임한 뒤에 선생님들한테 그런 계획을 얘기했더니 학부모 총회나 입학식에도 몇명 안 오는데 교장이 매주 한번 강의한다고 하면 몇명이 오겠냐고 부정적으로 대답하더군요. 저는 단 몇명만 와도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곤 학부모 총회 때 설명한 뒤에 신입생 학부모 중심으로 제가 직접 전화를 걸어 ‘새 교장인데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면 ‘마트에서 일한다. 빨라야 8시 퇴근이다’라고 답하는 분이 많았어요. 이에 저는 ‘자녀교육을 위한 건데 그럼 9시에 시작하면 괜찮겠냐’는 식으로 얘기했죠. 교장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마음에 감동이 왔나 봐요. 폐교 직전이어서 전교생이 140명밖에 안 되던 때인데 첫해에 40명이 신청했어요. 1년간 끝까지 수료한 분이 18명 정도였고요. 그분들이 새 학부모들한테 꼭 들으라고 입소문을 내서 그다음부터는 쉬웠어요.”
―어떤 점이 좋아서 추천했다고 해요?
“자기 내면의 아픔, 성장 과정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존감이 낮았던 것, 남편과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내면의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 것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룹으로 모여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다 힘들구나 하는 것을 알고 서로 친구가 됐죠. 같은 학년 학부모지만 나이 차이가 많게는 10살인 사람들이 수료식 때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언니한테 한 이야기는 20년 된 친구에게도 얘기 안 한 거야’라고요.”
이준원 교장이 학부모들의 변화를 위해 지난 8년간 직접 이끌어온 덕양중의 ‘이슬비 사랑 학부모교실’. 이준원 제공
―그야말로 마음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거네요.
“학부모 교실의 첫 시간은 ‘우리 아이 자존감 높이기’를 주제로 특강 형식으로 시작해요. 그러면 다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 좋은 대학 보낼까’에 대한 내용이구나 생각하면서 오죠.(웃음) 그러다 서서히 우리 아이 자존감을 방해하는 가장 큰 게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죠. 그건 바로 나, 나의 마음이구나라는 것을 직면하게 되면 대략 5회차부터는 많이 울죠. 혼자 간직했던 나만의 비밀, 나만의 아픔을 말하고 서로 듣고 하면 끊을 수 없는 동질감이 생기고 친구가 되죠. 다큐(교육방송,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영상에 나온 교장실 테이블을 만들어준 엄마들 중 2012년부터 2014년도까지의 학부모가 많았어요. 공통점은 ‘저 녀석 어떻게 하지, 큰일 났다’며 자식을 걱정했던 분들이었어요.”
―아이들 챙기고, 교사 열정 불러일으키는 일도 힘들 텐데 학부모들한테 시간을 할애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가 1980년대 후반 중학교 2학년 담임할 때 정말 마음 아픈 사건이 있었어요. 한 여자아이가 공장에 다니는 스무살짜리 남자가 맛있는 것과 신발 등을 사주는 데에 넘어가서 그 남자가 원하는 대로 성적 노리개가 됐고, 결국 가출한 뒤 학교로 안 돌아왔어요. 이 여학생은 엄마 아빠로부터 단 한번도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부모는 자식을 잘못 둬서 그렇다고 푸념했어요. 저는 속으로 ‘당신들 잘못이야. 이 아이가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으면 그런 거에 넘어가겠냐’고 생각했어요. 너무 가슴 아팠는데 해마다 그런 부모를 꼭 만나는 거예요.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바뀌지 않으면 학교에서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겠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교장이 돼서 학교 경영을 해보니까 학부모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교육과정 재구성 등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군요. 결국 근원적인 아이의 변화를 위해선 교사 이전의 교사인 학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학교가 바르게 가려면 부모가 교육철학을 같이 공유해야 해요.”
지난해 11월 덕양중 홈커밍데이의 한 장면. 덕양중은 교직원 회의도 이처럼 둥글게 둘러앉는 ‘서클’로 진행한다. 동등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서다. 이준원 제공
학교 앞에서 8년간 혼자 자취한 까닭
―그런 교육이 더 필요한 부모들은 오고 싶어도 바빠서 못 오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참석하는 건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올 수 있도록 저녁 7시 반에 학부모 교실을 시작했는데, 사실 어떤 분이 와도 괜찮아요. 누구나 다 상처가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이른바 엘리트 부모들이 더 마음의 환자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가난한 부모들보다 소위 일류대를 나오고 유학을 다녀온 가문의 자랑인 분들이 자녀를 더 힘들게 합니다. 그 아이들한테 우울증이나 자살충동도 많고요. 그분들이 받아온 교육이, 성적 잘 나오고 집안이 좋으면 특권의식을 느끼도록 부추겼기 때문이죠. 지금도 서울대 붙으면 동네에 이름 적은 플래카드가 붙잖아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월말고사 성적 1등부터 100등까지의 이름이 중앙 현관에 붙었죠. 특권의식과 우월감을 심어주는 굉장히 위험한 교육이에요. 그렇게 자란 사람들이 정치가나 고위공직자가 되면 성적이 안 좋은 사람은 사람도 아니게 되죠. 자기 아이가 성적이 안 나오면 창피하다면서 아이들을 더 억압하고요. 차라리 먹고살기 바빠서 방학을 했는지, 개학을 했는지, 숙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부모 밑의 아이들은 좀더 자율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도 있어요. 그래서 형편이 좋고 안 좋고 상관없이 학부모 교실에 누가 와도 된다고 생각했죠. 학부모 교실에서 교육철학을 공유하며 함께 공부한 부모들이 결국 저의 학교경영에 큰 지원군이 되었죠. 예를 들면 덕양중에는 왜 영어 교과서가 없냐고 누가 항의하듯 얘기하면 진짜 영어 교과서는 덕양중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맞도록 재구성한 책이라고 다른 부모들을 설득하더군요.”
이준원은 지난 8년 동안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해 혼자 자취생활을 했다. 덕양중에 온 정성을 쏟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에 대한 가없는 사랑, 교육에 대한 높은 열정을 보여주는 일례다. 전교조 선생님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인터뷰 말미에 물었다. “아니요. 저는 현재 ‘좋은교사운동’ 회원이고, 퇴임 전까지는 교총에도 소속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전교조 선생님들도 좋아해요. 교육자로서의 헌신성이나 전문성이 대부분 뛰어나거든요. 덕양중에는 여러 교원단체 소속의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서로 존중하고 협력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참스승을 만났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조세도피처로 인한 전세계 세수 손실 연간 천조 원"
세금은 문명을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그러나 모든 납세자에게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예컨대 거대한 부와 인맥을 소유한 이들은 변호사, 회계사, 대형 로펌, 안일한 정부의 조력을 등에 업고 수천조 원대 탈세를 해왔습니다.
이렇게 손실된 세수는 서민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막대한 탈세로 발생한 세수 구멍을 메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에는 정부가 도로와 학교를 만들고, 기후변화와 전염병 같은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에 대응해 쓸 재정이 부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조세도피처
전세계에 걸쳐 있는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에는 세계 경제에서 창출된 부의 10%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세수 손실로 따지자면 연간 8000억 달러(976조 원)가 넘습니다.
세계의 부자들은 이렇게 자자손손 세습할 부를 축적합니다. 현대 사회의 ‘귀족 계급’이 생겨나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악화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다국적기업들은 세금 회피로 얻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보상하거나 중소기업 경쟁자를 밀어내는 데 사용합니다.
안타깝게도 세수가 절실한 빈국일수록 국민총생산(GDP) 대비 더 큰 비율의 세금 탈루가 발생합니다. 그 결과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취약계층입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파트너 매체들이 ‘파나마페이퍼스’(Panama Papers)를 처음 보도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ICIJ는 조세도피처를 남용하는 자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부패한 정치인, 폭력조직, 마약밀매상 등 역외 회사를 활용해 돈세탁을 일삼는 범죄자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은 정치의 불안정을 부추기고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조세도피처에서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이것이 왜 심각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짚어봤습니다.
조세도피처란 무엇인가요?
조세도피처는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 또는 지역입니다. 외국 사업체를 유치하기에 매력적인 조건입니다. 또 해당 지역에 설립한 회사나 실소유자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편입니다. 정보를 알아내기가 어려운 탓에 조세도피처는 ‘비밀 권역’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조세도피처는 그들이 조세도피처라는 사실을 부인합니다.
조세도피처는 어디에 있나요?
조세도피처는 세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파나마, 네덜란드, 몰타 등의 국가도 있고 미국 델라웨어주나 케이맨제도 같은 특정 지역도 있습니다.
ICIJ는 여러 곳에 있는 조세도피처를 집중적으로 취재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서를 입수했고, 연관 지역이나 문건 내용에 따라 각각 다른 프로젝트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파나마페이퍼스 프로젝트는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가 전세계 고객을 상대하며 수천 개 페이퍼컴퍼니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세운 것을 폭로합니다. 모색 폰세카는 세계 최대 규모로 손꼽히던 역외 로펌입니다. ‘모리셔스 리크스’는 각종 기업이 탈세를 위해 섬나라 모리셔스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를 드러냅니다. ‘파라다이스페이퍼스’는 로펌 애플비가 있는 버뮤다에서 일어난 비밀을 밝힙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조세도피처 니우에와 바누아투는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불법 행위를 중단했습니다. 반면 두바이처럼 불법적 부의 온상으로 급부상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국가나 지역들이 조세도피처를 자처하는 이유는?
그건 바로 돈 때문입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과정에서 개인과 기업이 내는 등록세는 조세도피처에서 큰 수입원입니다. 조세도피처는 변호사, 회계사, 비서 직종의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가령 모리셔스가 조세도피처이기를 포기한다면 당장 5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합니다.
페이퍼컴퍼니란 무엇인가요?
여기서 페이퍼컴퍼니란 조세도피처 지역의 법 적용을 받는 회사이지만 서류로만 존재할 뿐 상근 직원이나 사무실이 없는 유령회사입니다. 케이맨제도에 있는 건물 하나에 무려 1만9000개의 유령회사가 주소를 두고 있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페이퍼컴퍼니는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법인 서류상 드러나지 않습니다. 영어로는 주로 ‘셸 컴퍼니(shell company)’라고 합니다.
왜 ‘셸 컴퍼니’라고 불리나요?
빈 조개껍데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서류로만 존재하고 실제 속은 텅 비어있기 때문에 껍데기 회사라고도 불립니다.
▲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만들고 역외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출처: ICIJ / 마르웬 벤 무스타파 - 인키파다)
페이퍼컴퍼니는 어떻게 사용되나요?
합법적, 불법적 목적으로 모두 활용됩니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돈, 호화 주택, 지적재산권, 사업체, 기타 자산의 보유가 가능합니다. 또한 전세계에 불법 자금을 유통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조세도피처의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요?
돈이 많다는 것만 빼면 꽤나 평범한 이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앨라배마 주의 한 청과물 상인은 전 배우자나 옛 동업자, 세무 조사관을 따돌리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했습니다.
막대한 세금을 회피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조세도피처를 이용한 투자는 수익성이 높습니다. ICIJ가 폭로한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 명단에는 록의 거장인 밥 겔도프, 마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랜 친구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등 유명인사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비롯한 일부는 역외 투자를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이슬란드 전 총리 시그문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나이지리아 전 상원의장 부콜라 사라키 등 정치인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투자자금과 고급 주택을 숨겨왔습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전 총리의 자녀, 앙골라의 독재자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전 대통령의 억만장자 딸 이사벨 두스 산투스 등 고위층 자녀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거대 마약거래상, 은행강도, 무기밀매상, 마피아 우두머리, 뇌물 수수자 같은 범죄자들이 신분을 감추고 돈과 각종 자산, 불법 행위를 은닉하려고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하는 게 불법인가요?
간단히 말하자면 ‘아니오’입니다. 페이퍼컴퍼니가 어디에 세워졌고 어떤 식으로 법인 조직이 됐는지에 따라 불법 여부가 달라집니다.
훔친 자산을 해외에 숨기는 건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호화 요트를 사는 건 불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자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역외 자산 축적 및 소비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게끔 변호사나 회계사가 교묘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다국적기업이 조세도피처를 통해 이득을 보는 수법은?
자금이 수시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업일수록 대금 결제, 수익, 투자 등을 조세도피처에 설립한 자회사로 우회시킴으로써 거액의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거대 제약회사가 버뮤다나 네덜란드에 자회사 법인을 세운 뒤 수익성이 좋은 약의 특허를 역외 자회사에 판다고 가정해봅시다. 이후 모회사는 자회사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국에 보고하는 수익금이 줄고, 그만큼 세금을 적게 내게 됩니다. 영국 기반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제약회사들이 바로 이런 수법으로 수십억 달러대 세금 회피를 지속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세금 탈루 규모는 매년 5000억 달러(610조원)에 이릅니다. 자국에서는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도 있습니다. 애플, 존슨앤드존슨, 스카이프 등이 세금 꼼수를 쓰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힙니다.
기업들은 역외 회사가 해외자본 투자를 촉진한다고 말합니다. 이중과세를 피하려고 역외에 자회사를 세운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기방어적 주장은 과장됐거나 사실과 무관하다고 반박합니다.
기업이 ‘우리는 마땅히 내야 할 곳에 세금을 내는 것뿐’이라고 한다면?
이 주장은 기업이 사회의 책임감있는 구성원인 것처럼 포장하는 동시에 이들이 절세를 위해 법망의 틈새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도 않습니다. 세금 회피는 종종 불법 탈세로 이어지는데도 말입니다.
절세와 탈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정의에 따르면 탈세(tax evasion)는 불법 행위인 반면 절세(tax avoidance)는 세금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세금을 적게 내거나 내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 둘 사이 구분이 모호하다고 봅니다. 절세(tax avoidance)라 불리는 것도 범죄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세금 회피와 탈세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영어로는 ‘tax avoision’(avoidance+evasion)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겼다. (출처: ICIJ / 마르웬 벤 무스타파 - 인키파다)
역외 페이퍼컴퍼니는 어떻게 만드나요?
이메일이나 전화 통화를 통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ICIJ가 취재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제3자가 돈을 받고 대신 일을 처리했습니다. 애플비, 아시아시티, 모색 폰세카 같은 로펌이 고객을 대신해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작성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줍니다.
관할권마다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일반적으로 회사를 등록하려면 신원 확인 문서를 제출하고,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새 사업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조세도피처 로펌들은 굳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한편 ‘파나마페이퍼스’ 프로젝트의 폭로 여파로 세계 각지 변호사들이 고객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서둘러 움직이고 있습니다.
직접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시도를 해본 기자도 있습니다. ICIJ 제휴 매체의 한 탐사보도기자는 그의 고양이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델라웨어주에 만들기도 했습니다.
▲ 애플비는 기업금융, 은행, 신탁과 관련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이다. 영국령 버뮤다에 설립된 애플비에서 유출된 데이터를 토대로 ‘파라다이스페이퍼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출처: ICIJ / 마르웬 벤 무스타파 - 인키파다)
조세 도피를 돕는 협력자는 누구인가요?
컨설턴트, 자산 매니저, 변호사는 조세당국의 눈을 피해 돈을 숨기고 세금을 회피할 방법을 제시합니다. 회계사들은 페이퍼컴퍼니 회계감사에 서명함으로써 세금탈루에 일조합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비용은 어디에다 세우는지, 그리고 누가 중간에서 돕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색 폰세카 변호사들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수임료로 350달러를 청구했습니다.
애플비 등 파라다이스페이퍼스에 등장한 로펌들은 인기 조세도피처인 맨섬(Isle of Man)에 회사를 세우는 수수료를 2000달러로 정해두기도 했습니다.
▲ 지난 2016년 뉴스타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여러 단계를 거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을 단계별로 파헤쳐 보도했다.
페이퍼컴퍼니의 종류는?
페이퍼컴퍼니는 여러 형태로 존재하지만 ‘회사 법인’ 형태가 가장 흔합니다. 미 델라웨어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바하마제도, 니우에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때로 신탁, 재단 형태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조세도피처의 법에 따라 각기 다른 규칙을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데 신탁은 유난히 오남용이 쉽습니다. 소유자를 정의하거나 공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래된 법원칙에 의거하기 때문입니다. 신탁의 소유권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산의 법적 주인,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 자산을 실제 사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헷갈시나요? 맞습니다. 이런 복잡한 구조가 바로 세금당국, 법 집행, 탐사보도기자를 어지럽게 합니다.
차명 등기이사란?
차명 등기이사는 돈을 받고 공식 서류에 이름을 올려주는 개인 또는 회사입니다. 페이퍼컴퍼니는 노출을 피하기 위해 실소유주 대신 꼭두각시로 묘사되는 차명 등기이사를 쓸 수 있습니다. 이들은 회의록에 서명을 하는 등 행정 업무를 수행하지만 회사에 대한 실질적이거나 법적인 힘은 없습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페이퍼컴퍼니 레굴라(Regula)가 꼭두각시 이사를 내세운 게 최근 사례입니다.
페이퍼컴퍼니의 실소유주는 누구인가요?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사람 또는 회사가 실소유주입니다. 다시 말해 서류상으로 얼마나 많은 이사진, 자회사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페이퍼컴퍼니를 궁극적으로 소유한 사람 또는 회사가 바로 실소유주입니다.
내가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하고 있다면 정부는 어떻게 이 사실을 파악하나요?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비밀을 유지하는 게 예전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이미 다수의 정부가 조세도피처를 포함한 다른 국가로부터 자국민의 해외 은행계좌 정보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받습니다.
그렇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은 반드시 조세도피처에 정보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 델라웨어주 등 여러 지역이 페이퍼컴퍼니 실소유주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무기명 주식이란?
무기명 주식은 주권, 즉 물리적 증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주의 자격을 인정받습니다. 무기명 주식은 주주의 이름이 등록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이 기록으로 남지 않습니다. 범죄자들이 범죄 사실과 재산을 은닉하는 데 무기명 주식을 활용해 왔기에 현재 다수의 국가가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전가격이란?
동일한 그룹 내 두 개의 회사가 서로 거래할 때 이전가격이 발생합니다. 가령 페이스북 아일랜드 법인이 미국 법인에 서비스 또는 자산을 팔 때 발생합니다. 이전가격 조작은 내부 거래 중 자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줄여서 절세나 탈세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페이스북도 이전가격 조작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조세도피처에 묻혀 있는 돈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바로 이 부분이 비밀로 유지되기에 정확한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은 전세계 GDP의 10%, 즉 6천800조원(5조6000억달러) 정도로 보고,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헨리는 3경9000조원(32조달러) 규모라고 추산합니다.
ICIJ의 조세도피처 폭로 보도 중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파나마페이퍼스 보도는 기사에 언급된 사회 지도자들의 사퇴와 유죄판결로 이어졌고, 10억달러(약 1조원)가 넘는 환수를 이끌었습니다. ICIJ는 파라다이스페이퍼스, 서아프리카 리크스, 모리셔스 리크스에 이어 올해 초에는 루안다 리크스도 내놓았습니다.
역외 유령회사를 대대적으로 단속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돈이 흘러가는 경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힘있는 국가들이 주요 참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역외 자금은 스위스와 네덜란드, 영국의 해외 영토, 미국 델라웨어, 와이오밍, 네바다, 사우스다코타주 등으로 유통됩니다.
한편 파나마페이퍼스 보도 이후 다수의 국가가 역외탈세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조세법을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유령회사를 활용한 탈세를 막자는 요구는 미국에서도 커졌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미 하원에서 ‘기업투명성법’(Corporate Transparency Act)이 통과됐습니다.
ICIJ 국제협업 취재팀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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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칭찬하다 비판하는 유럽, 거기에 춤추는 한국
유럽이 여러모로 고뇌가 깊다. 코로나19를 맞이하며 시스템의 ‘실패’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하루 확진자가 7000명까지 치솟던 혼동의 시기가 지나고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독일 언론은 초기 한국의 방역 방식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칭찬했다. ‘롤모델’이라고까지 표현했으니, 이걸 듣는 한국인들의 벅참이란!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미세한 변화가 느껴졌다. 독일이 ‘한국식 방역’을 도입하려고 할 즈음이다. 독일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국가다. 확진자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당국에서 경찰로 정보를 넘기는 것을 두고 위법 논란이 있었다. 결국 경찰은 확진자 정보를 삭제했다. 독일은 개인정보를 모조리 털어 공개하는 한국식 방역을 끝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대신 이동의 자유를 제한했다. 지금은 암호화된 코드로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에서 개인정보보호 논란이 일면서 한국 방식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개인정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왜 그렇게 다들 정부 말을 잘 듣지?’, ‘거긴 왜 그렇게 방역을 잘한거야?’라는 물음에서 소위 아시아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한국 방역을 소개할 때마다 ‘유교’와 ‘권위주의’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서구 사회가 아시아를 보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 서구우월주의가 서려 있다.
서구인들에게 유교 사상은 아시아를 분석하는 주요한 창이다. 언급하는 것 자체가 ‘아시아에 대한 전문가성’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된 셈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언급한다. 쉬운 방법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아시아의 외피를 쓴 이들까지 이러한 선입견에 일조한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철학자인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는 독일 언론 ‘벨트’ 기고문을 통해서 “아시아 국가는 권위주의적이고 사람들은 국가 권력에 더 순종적”이라며 유교 문화를 함께 언급했다. 한 교수는 유교라는 단어를 괄호 안에 참고사항으로 넣었지만, 발행 매체는 이 단어를 부제목으로 뽑았다.
이 기고문에서 한 교수는 유럽 방식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유료기사였던 탓에 결제를 하지 않는 대부분 독자들은 ‘유교’라는 단어만 인식하고 뒤로 가기를 눌렀을 것이다. 이렇게 선입견은 또 강화된다.
▲국내 방역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마친 뒤 보호복을 벗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유럽에서 교묘하게 변해가는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함께 보이는 게 있다. 유럽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한국의 모습이다.
독일이 한국을 롤모델로 치켜세웠을 때, 한국의 미디어와 많은 한국인들이 소위 ‘국뽕’에 취했다. “(선진국인) 독일도 인정하는 한국!” 나도 그랬다. 물론 민간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정부까지 나서서 ‘국뽕’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한국을 칭찬하는 외신을 예쁘게 정리해서 널리 알리고, 한국에서 인기 있는 외국인을 이용해 홍보 영상을 찍었다. 해외문화홍보원까지는 이해한다. 그게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외교부, 행안부, 심지어 법무부까지 가세했다.
그러다 외신에서 한국을 비판하는 글이 나오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프랑스에서 한 변호사가 쓴 기고문에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항의한 것이 그 예다. 기고자는 한국을 ‘감시와 밀고에 있어 세계 두 번째 국가’라며 아시아 전체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이에 한국대사관이 대응하고,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해당 매체, 프랑스를 대상으로 격한 비난이 잇따랐다.
프랑스 정부의 공식 입장도, 매체의 사설도 아닌 외부 기고에 정부가 이렇게 반응할 일인가. 거기에 우리나라 국민까지 힘을 합쳐 항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확인하고 강화할 뿐이다.
한국을 칭찬하는 기사 하나로 모두가 한국을 그렇게 본다고 판단할 수 없다. 한국을 비판하는 기사 하나로 모두가 한국을 그렇게 본다고 판단할 수 없다. 외신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건 일반 시민들로 족하다. 정부는 조금 다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설픈 아시아 전문가들을 치우고, 분석다운 분석을 해내는 현지 전문가들을 키우는 일이다.
기고문은 기고문으로 반박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의 기고문이라면 그건 ‘국정홍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지에서 중국 정부가 하는 행동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현지에서 담론을 이끌어가는 전문가가 나서야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전문가는 하루 이틀 만에 등장하지 않는다. 외신 기자들을 불러 K-POP 투어를 해주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K-POP 투어는 제발 그만하자.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유럽과 아시아의 프레임 투쟁이 시작됐다. 싸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해 볼만하다는 뜻이다. 한국으로서는 지금이 좋은 기회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뽕’이 춤추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유럽이 트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음악을 바꿀 역량이 필요하다. / 이유진 프리랜서 기자 heyday1127@gmail.com / 미디어오늘
TV조선 기자들의 “언론탄압” 주장은 정당한가
[비평] 방통위가 비판 감수하고 ‘기회’ 준 셈인데 ‘언론탄압’ 주장은 상식 밖…과거 조건부 재승인 때는 성명 없었던 TV조선 기자들, 성명 목적 따로 있나
“정권 입맛에 맞는 방송은 공정하고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은 불공정한가. … TV조선 기자들은 전·현 정권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감시자 역할에 충실해 왔으며 사실 보도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지난 21일, TV조선 기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조건부 재승인이 부당하다며 낸 성명의 한 대목이다. TV조선 기자들은 “방통위의 조건부 재승인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2014년과 2017년 박근혜정부 시절 방통위에서도 TV조선은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심지어 2017년에는 재승인 합격선인 650점 이하인 625점이 나오며 재승인 탈락이 가능했다. 당시 방통위도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 마련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며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줄일 것’ 등 공적 책임 확보를 위한 재승인 조건을 부가했다.
그러나 2014년·2017년 TV조선 기자들은 재승인 이후 이번처럼 ‘언론자유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성명을 내지 않았다. TV조선 기자들 주장대로 “정권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감시자 역할에 충실”했다면 왜 조건부 재승인을 부가한 방통위를 상대로 동일한 비판의 잣대를 세우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자 2면에 TV조선 기자협회 성명을 “정권 입맛 맞으면 공정방송이고 입맛 안맞으면 불공정 방송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4월22일자 조선일보 2면.
TV조선 기자들은 2017년 재승인 조건을 충실히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TV조선의 법정 제재 건수가 줄어들고, 콘텐츠 투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사실이 곧바로 ‘조건 없는 재승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사인이 실시한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를 순서대로 두 곳 답해달라는 질문에 TV조선은 2017년 4위, 2018년 2위, 2019년 3위를 기록했다. ‘순위권’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8월20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출연한 문승진 TV조선 스포츠부장은 “조국 후보자의 딸은 그동안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한 번도 시험을 봐서 들어간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과 달라 법정제재를 받았다. TV조선 ‘뉴스퍼레이드’는 지난 1월31일 “감염병 대응 예산…올해 90억 ‘삭감’”이란 단독보도를 냈지만 사실 확인결과 오히려 예산은 지난해보다 165억원 증액된 것으로 드러나 법정 제재를 받았다.
TV조선은 2018년 10월18일 ‘뉴스9’에서 “아들·조카 7명 채용…노조 간부 아내 입사” 단독보도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지부장이 부인을 정규직 채용하고 본인과 부인 모두 고속 승진했으며 노조 간부가 아들과 조카를 비정규직으로 입사시킨 뒤 정규직 전환했다고 보도했지만 오보로 드러나 법정제재를 받았다. TV조선 기자들이 앞서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은 불공정한가”라고 주장했지만 실은 사실 보도 영역부터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TV조선 2018년 10월18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25일 “짜장면 가짜뉴스로 난리법석 친 여권·친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가족을 모욕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돌았다고 비판했는데, 정작 같은 달 23일 TV조선 ‘뉴스9’에서 “검찰 수사관들은 짜장면으로 점심을 시켰고 배달원은 9인분의 음식을 배달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을 한 것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방송을 했다.
설령 사실 보도라 하더라도 TV조선은 자주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예컨대 지난해 8월27일 TV조선이 “조국 qm3차랑, 자택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 중”을 뉴스 속보로 전달한 것을 두고 온전히 사실 보도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극소수일 것이다. 평창올림픽 당시였던 2018년 2월10일 TV조선의 “북한 응원단, 숙소에서 남한 방송 시청”이란 단독보도를 두고서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2018년 2월10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해 TV조선 '아내의 맛'의 한 장면.
2018년 6월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강진 살인사건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범행 방식과 배경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원조교제’, ‘몸캠’ 등 성적인 이슈와 연관 지어 자극적인 방송을 내보내 법정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8월9일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서는 일베가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의도로 쓰는 ‘전라디언’이란 단어를 자막으로 내보냈다. 모두 ‘공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장면들이다.
선정주의·노조 혐오·편파 보도 등 개국 이후 TV조선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늘 부정적이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았다. 2013년 광주민주화운동 5·18 북한군 개입설 유포,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왜곡 보도부터 2011년 12월1일 개국 당일 여당 대권 주자에게 바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자막까지 TV조선의 ‘흑역사’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TV조선 기자들의 ‘언론탄압’ 성명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TV조선 기자 입장에서 이번 재승인 조건이 유례없이 엄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TV조선 또한 한국 사회에서 유례없는 방송사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재승인 과정에서 TV조선 청문회에 나섰던 청문 주재자는 ‘재승인 거부’ 입장을 냈다. 실제로 중점심사사항인 공적 책임 점수가 과락이어서 재승인 거부도 가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조건부 재승인을 냈고, 이 때문에 언론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가 비판을 감수하고 ‘기회’를 준 셈인데, 여기에 ‘언론탄압’ 주장은 상식 밖이다.
앞서 TV조선 기자들은 2017년 7월14일 ‘TV조선 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당시 전원책씨가 진행하던 메인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은 이어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다”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당시 TV조선 기자들의 ‘용기’있는 반성과 성찰이 이번 성명에는 담기지 않은 것 같다.
앞서 방통위는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의 방송법시행령 제3조에 따른 특수관계자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를 하지 않도록 할 것, 또한 최대주주사에서 방송사로 기자·PD 직군의 직원 파견을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 아울러 재승인 후 6개월 이내에 관련 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할 것’을 재승인 권고사항으로 명시했다. 이번 성명이 이 같은 권고를 ‘언론탄압’이라 주장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길 바란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6일 오전 코로나19 경남 확진자 현황./경남도청 누리집 캡처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충격적인 장면들
소비는 줄고, 양극화 현상 일어나... 장사 포기해야 하는 사람 더 늘어난다
지난 1월 20일에 한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났고, 이후 3개월이 흘렀다. 결코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던 코로나19는 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정점을 넘어 이제 진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재난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어떻게 살고 있을까? 3월 초 자영업자들의 소식(관련 기사: 코로나19 확진자 나오자, 인근 배달업소에서 벌어진 일)을 전하고, 그 뒤 한 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필자 주변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하고자 한다.
양극화 현상... '되는 곳만 된다'
▲ 성업중인 맛집 코로나 여파에도 맛집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권성훈
3월 중순 어느 주말 저녁,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받아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20여 평의 보쌈전문 가게에 왔다. 소문이 좋은 가게답게 배달 대행 기사들이 부지런히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작은 홀에는 지금이 코로나 재난 시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손님이 꽉 차 있었다. 배달하면서 지나간 유명 치킨 브랜드의 100평 규모 가게에도 제법 많은 수의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 풀 꺾이긴 했지만, 감염자가 여전히 백 명 단위로 나오고 있었던 3월 중순이었다. 필자는 자영업의 현실을 좀 더 확인해 보고자 다른 상가 지역으로 자전거를 돌렸다.
그런데 그곳의 분위기는 달랐다. 숯불 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가게들이 밀집된 상가 지역이었는데, 플래카드에는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1+1', '2인분 드시면 3인분 더 제공'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러한 마케팅에도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홀에는 손님 없이 직원만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 옆집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아 몇 테이블에 손님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 썰렁한 모습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늘에 있음을 각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반된 모습은 향후 자영업자들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배달업은 강세? '소비력'이 떨어지고 있다
▲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하루 12시간씩 주 6일 일해서 300만 원에서 400만원 정도를 벌기도 한다. 분명 배달업은 접객외식업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4월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아보인다. ⓒ 라이더유니온
이번 재난에서 벗어나 있다고 이야기하는 배달 전문 외식업은 어떠할까?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법, 접객 외식업과 달리 배달 전문 외식업은 업소에 따라 현상 유지를 넘어 오히려 3월 매출이 올라가기는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4월에 접어들자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배달 전문 외식업체들도 상당한 낙폭의 매출 하락에 직면한 것이다. 얼마 전 필자에게 이 문제로 통화했던 지방의 한 점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4월은 전통적으로 외식 및 서비스 업계에서는 비수기다. 개학 이후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지출되는 시기이며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을 위해 각 가정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게 된다. 또한 학기 중 학생들은 방학 시즌보다 기호 식품에 소비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심지어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브랜드에 소속된 대부분 가맹점들에서 보인, 지난 달 같은 시기 대비 이번 달 매출 하락 폭은 우려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 갔다는 배달 전문 외식업종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내부적으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력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우리 브랜드만 문제였다면 원인을 더 찾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의 인적 네트워크(타 브랜드, 배달대행 업체 등) 이용해 정보를 수집한 결과, 4월 들어 외식업계 전반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통상적 수준을 넘는 매출 하락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필자는 경제 분석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수집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배달 전문 외식업계는 코로나19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가진 '배달의민족'의 정책 변경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더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이 분석이 정확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자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학원이 경영난으로 대출을 받아야 했다는 지인의 푸념, 필자의 아들이 다니던 격투기 체육관 관장이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 학교와 어린이집 개학·개원이 지연됨으로써 가게 운영과 더불어 육아 부담까지 떠안은 여성 점주들의 하소연 등이 들려오고 있다. 저 멀리에 있을 것만 같던 재난의 폭풍이 어느덧 바로 우리 옆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재난의 후유증, 이제 시작이다
▲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 piaxbay
이제 코로나19의 확산세는 확실히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경고음'들은 이번 재난의 후유증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며 그 영향력에서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말이 경제 전문가들 또는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일단 이번 재난 이전부터 포화 상태에 놓여 사회적으로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고 있던 외식 자영업자들 중,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퇴출 당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미생>에선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은 적자생존의 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족 부양을 위해 매일 십수 시간을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다.
지금 피해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의 단기적 대책은 수없이 논의되고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결국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이 다시 치열한 자영업 세계로 회귀하기보다는 다른 일자리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번 코로나19의 방역만큼 합리적이며 치밀한 중장기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사유하거나 탄식하기 위함이 아니라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의 책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 중에서
권성훈(giger) / 오마이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로 바뀐 소비 행태…한·중·일 비교해보니
코로나 19 대유행과 관련해 가장 궁금한 점 가운데 하나는 언제 코로나19의 대규모 감염 사태가 끝날 것인가이다. 미국은 아직도 정점을 향하고 있고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확진자 발생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와 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이미 공식적으로 경제 활동 재개를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다음 달에는 생활 방역 체제로 전환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이다.
한국 소비자 62%, 6개월 후 경기 회복될 듯
이런 불확실한 상황은 얼마나 계속되고 우리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5개 국가를 대상으로 소비자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인도 국민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 국민의 2/3 정도는 6개월 이상 지나야 경기가 회복하기 시작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인도의 소비자들은 앞으로 2~3개월 안에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52%로 조상 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동남아시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국민도 2~3개월 안에 경제 회복을 점치는 사람들이 51%에 달해 인도와 더불어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세 나라 가운데는 중국이 2~3개월 안에 회복을 낙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47%로 가장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2~3 개월 후에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25%로 나타났고 일본은 6%로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응답자의 41%는 코로나19 사태가 오래 지속하면서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중국의 8배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3배나 많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 침체기를 경험한 후에 느린 회복 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62%로 가장 많았다.
가계 경제 타격 최소 2~6개월
개인이나 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5개 국가 가운데 4개 국가 국민의 인식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의 소비자들 가운데 66%에서 71%는 앞으로 2~6달 정도 가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일본의 소비자들은 45%가 7개월 이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고 2~6개월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7%로 5개 국가 가운데 가장 적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경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들도 26%에 달해 6% 안팎을 기록한 다른 국가들과 대조를 보였다.
코로나19에도 돈 쓰는 곳 따로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2주 동안 평소보다 더 많이 지출하거나 적게 지출할 분야를 묻는 질문에 대해 식료품에 더 많이 지출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식료품에 대한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들은 인도네시아가 47%로 가장 높았고 인도가 32%로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홈엔터테인먼트에 더 많은 지출을 할 것이라는 사람들이 5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소비를 많이 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는 식료품으로 나타났고 가정용품도 평소보다 더 많이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는 가정용품에 대한 대한 소비가 가장 많이 늘 것으로 예상했고 일본은 식료품 소비가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경우 식료품을 제외하면 모든 분야에서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조사돼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소비가 가장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5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크게 소비가 줄어들 분야는 호텔/레저 업종으로 최대 9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사 대상 5개 국가 가운데 중국이 -49%로 감소 폭이 작았고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70% 이상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패스트푸드 식당과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패스트푸드 식당은 우리나라의 감소 폭이 -74%로 가장 컸고 가전제품 소비는 인도가 -64%로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소비행태 살펴보니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의 업종별 결제 금액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1월과 코로나19가 본격화된 3월의 업종별 결제 금액을 비교한 결과 배달의 민족 등 음식 배달 업종의 결제 금액이 가장 큰 비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음식 서비스 사용금액은 44%가 증가했고 슈퍼마켓이 33%로 두 번째로 결제 금액 증가율이 높았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화되면서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 업종의 증가율도 각각 29%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 넥슨, 넷플릭스 등의 결제 금액을 합한 인터넷 서비스의 결제 금액도 22%의 증가율을 기록해 이른바 '집콕' 현상에 따른 홈엔터테인먼트 소비 증가 효과를 입증해 주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하락한 업종도 많았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극장으로 무려 90%가 감소했고 해외여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항공산업과 면세점도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와이즈앱의 분석 서비스는 만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각 업종의 4개 상위 브랜드에 대한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 휴대전화 소액 결제 금액을 추정해 분석한 것이다. 맥킨지는 이번 조사는 3월 말을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나 봉쇄정책 그리고 코로나19의 확산 여부 등 각 국가의 상황에 따른 소비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상황의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고영태 기자kevin@kbs.co.kr
저널리즘토크쇼J] 패턴 들통 난 언론, 위기의 경제 보도
[방송 뉴스 헤드라인]
‘코로나 패닉’에 기업·당국 사투 중
생존 위협받는데... “지원대책 체감 못 해”
대기업 부도날라... 100조 투입
지난 달 취업자 20만명↓ 휴직자 역대 최대
[신문 뉴스 헤드라인]
“우한 코로나 직격탄, 한국 성장률 최악의 경우엔 0%대”
48兆 ELS에 코로나 날벼락, 잠 못드는 투자자들
생산-소비-금융 모두 ‘코로나 중병’
코로나發 고용 빙하기 온다...일시휴직 160만명 역대 최대
‘경제 불황 팬데믹’ 공포...코스피 1500선 또 붕괴
“경제 빙하기 대비해야”...자산매각 등 현금 확보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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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4월 6일자 조선일보 기사고요. <작년 정부 적자 사상 최악 기록, 눈사태가 시작됐다> 4월 8일자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그리고 <빚으로 쌓은 모래성의 붕괴, ‘1997 경제 스릴러’>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경제의 신문이고요. 이어서 패닉, 절벽 같은 아주 자극적인 단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들, 어떻게 보셨어요?
[최경영] 2008년, 2009년 금융위기 때도 똑같이 이런 단어 장사를 했었던 것이고요. 한국 신문들을 보면 지난 10년, 20년 동안 경제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거든요? 항상 최악이었고 항상 바닥이었어요. 이거는 보수, 진보를 다 떠나서 지금도 어떤 인터넷 검색 포털, 기관 검색을 해본다면 항상 수천 개의 단어가 나와요, 매년. 먼저 제목 장사를 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인 다음에 클릭을 유발하고, 그렇게 해서 그 안에 정치적인 논리를 넣는 거죠.
[이봉수] 경제 저널리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균형 감각입니다. 경제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부 사건처럼 명암이, 선악이 분명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거를 선정적으로 표현을 해서 과장 보도를 하게 되면 결국 지렛대 구실을 해서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죠. 노무현 정부 때 경제가 나빴다고 지금도 그렇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때 ’경포대‘라는 이런 낙인을 찍었죠.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다” 그런데 사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26% 성장을 했습니다. ‘경포대 ‘같은 네이밍을 통해서 이 딱지를 붙인 거죠.
[이상호] 경제가 어려운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데 최근 그 심각성을 가늠해볼 만한 자료가 발표가 됐습니다. IMF 국제 통화 기금이 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인데요.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지 헤드라인을 뽑아봤습니다. <22년 만에 역성장 우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썼습니다.
[최경영] 경제가 나쁘다고 경제 기사가 저질일 필요는 없어요. 경제가 나쁠수록 고품질의, 양질의 경제 기사를 제공하면 경제적 심리도 완화되고 그게 경제에 도움을 주는 거거든요. 경제는 항상 양면이에요. 그래서 가령 ‘환율이 지금 안 좋다’ ‘환율이 높다’ 이건 역으로 말하면 수출 경쟁에서는 유리한 거예요. 그러니까 단기적인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중기적, 장기적 관점으로 사람들이 경제에 대한 조망을 해주게 하면서 전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각과 다양성들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최욱] IMF는 기구 이름인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IMF는 우리의 힘든 시기를 표현하는 단어로 쓰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IMF라는 단어가 딱 등장을 하면 우리 또 그때처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공포심이 자동으로 생기죠.
[최경영] <대공황 이후 최악> 이런 제목을 보면 대공황처럼 최악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IMF 보고서를 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이야기를 해요. “그 정도는 아니다. 대공황 때 같이 그렇지는 않다”고요. 그래서 경제 전문 통신사 로이터 통신도 “NOT 1932년”, 즉 “1932년만큼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이야기를 합니다. 이 기자가 인터뷰를 아주 상세하게 달아놓는데, “IMF 보고서 전문을 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32년보다는 상당히, 훨씬 더 온화하다(considerably milder)”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기사에서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어요.
[이상호] 그래서 J제작진이 영문으로 된 보고서 원문을 찾아봤어요. 한국 경제가 얼마나 비관적인 전망인지 살펴봤습니다. 먼저 보고서는 “최근 석 달 동안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고 시작을 합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자체, 거시경제적 여파, 금융 및 상품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서 “10년 전 세계금융위기 때 봤던 걸 능가하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분석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표로 제시를 했는데요. 세계경제는 -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선진국의 경우에 평균-6.1%, 그 중에서 미국이 -5.9%, 일본이 -5.2%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을 했습니다. 한국이 정말 양호해요. -1.2%입니다.
[최경영] 비교를 좀 이상하게 하죠. 그러니까 원문을 보면 우리는 분명히 어드밴스드 네이션
(Advanced nation)에 들어가 있어요. 선진국에 들어가 있거든요
[강유정] 대개 언론 소비자들은 원문까지 볼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국내 언론에서 어떻게 분석하느냐를 보기 마련인데 이를테면 베네수엘라와 같은 복지 정책을 잘못 펴서 망한 국가를 얘기할 때처럼 우리보다 후진적인 국가들과 우리 정책을 비교하는 보수 언론의 기조는 많이 봤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선택적으로 오히려 빼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겁니다. 이번 경우도 선진국 안에서 -1.2%라는 경제성장률을 비교해야만 객관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이런 정보를 빼놨다는 혐의를 부정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최욱] 제가 이런 비유 한 번 해보겠습니다. 신흥국과의 비교는 저한테 누군가가 옆집에 그 중학생 철수는 1년에 키가 10cm 크는데 너는 왜 키가 안 크냐?
[최경영] 그거예요.
[이상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최근 IMF 회원국 절반이 넘는 90여 개국이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어떤 상태에 있다고 진단을 하십니까?
[이창용] 저희가 음의 성장치를 발표하니까 국내외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하는 그런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한국 경제 성장률이-1.2%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나쁘게 보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실물경제가 충격이 컸다는 겁니다. 두 번째 요인은 지금 2020년만 보면 세계경제 상황이 글로벌 경제 위기 때보다 훨씬 나쁩니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경제 활동을 허용했기 때문에 충격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지금 미국과 유럽을 보면 코로나를 막기 위해서 전면봉쇄정책을 했기 때문에 한 달 문을 닫으면 유럽의 경우는 1개월에 GDP가 3%씩 떨어질 정도로 경제 활동이 안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기다 한 가지 요인이 더 추가된 것이 중국인데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우리가 올해 1.2%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 같으면 6% 성장했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전 세계 금융위기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성장률이 9.4%였습니다. 2008년과 비교할 때 이렇게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해서 아시아의 성장률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이유로 지금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저희가 보고 있고요. 선진국보다는 양호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움을 단기에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최경영] 코로나19 사태가 만약에 마무리된다면 말이죠. 그러면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을 하십니까?
[이창용] 내년에는 이 낮은 성장률이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사태가 마치 생산 시설이 다 망가진다든지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요. 이 바이러스가 잘 컨트롤 되면 내년에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경제성장률이 -1.2%에서 3.4%로 회복될 거로 예상하고 있고요. 전 세계 경제도 -3%에서 5.8%로 회복될 거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정에는 전염병 확산이 어떻게 될 지를 전망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확실합니다. 백신이 개발된다든지 아니면 빨리 해결책이 생기면 저희 전망치보다 좋아질 수 있지만 만일 예상한 것과 비교해서 하반기부터 경제 성장이 안 일어난다면 저희가 생각하는 전망치보다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상호] 특히 한국은 수출과 무역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고 상당수 언론들이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 한국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들을 내놓습니다.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세요?
[이창용] 다시 외환 위기처럼 국가 부도 사태가 오고 그런 정도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업률도 많이 높아질 거고 파산하는 기업도 많이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금융 위기까지 올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불황이 이제 심해지는 거죠.
[강유정] 국내 언론에서는 지금 -1.2%만 거듭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장님이 보시기에는 이 보고서에서 언론에서 핵심적으로 봐야 할 게 무엇일지, 그러니까 언론에서 좀 더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요소인데 혹시 빠진 부분은 있는지 한번 짚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창용] 제일 중요한 건 지금 -1.2%가 0%가 되든지 –2%가 되든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연 여기서부터 회복이 어떻게 될 거냐‘라고 아까 하신 질문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회복이 금방 될 거라고 하면 우리가 재정을 크게 많이 안 써도 될 거고요. 그렇지만 반대로 회복이 굉장히 더딜 거라고 혹은 더 나빠질 거라고 하면 탄약도 준비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 정책을 세워야 하겠죠. 양극화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무역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황이 나빠지면 오히려 자금이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잘 매니지먼트 하면, 지금 저희가 의료기기도 팔고 여러 새 산업도 만들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잘하면 자금이 오히려 거꾸로 올 수도 있는 기회도 있기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유심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많이 낸’ 부자 VS ‘많이 번’ 부자
전 세계에서 3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숨진 사람도 20만 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27일 월드오미터 기준) 많은 사람이 나도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경제 활동도 제약받아 이중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써달라며 큰 돈을 낸 부호들이 있는가 하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재산을 많이 늘린 부호들이 있어 해외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기부 1위는 트위터 CEO 잭 도시
코로나19 재정 기부 순위 [출처:candid.org]코로나19 재정 기부 순위 [출처:candid.org]
미국의 구호단체 감시 기구 '캔디드(candid.org)'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사람은 잭 도시입니다. 잭 도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와 디지털 결제 플랫폼 ‘스퀘어’의 CEO입니다. 도시는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 어린 여성들의 교육과 건강을 위해 써달라며 본인 자산의 28%에 달하는 10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를 기부하기로 서약했습니다. 이 금액은 지금까지 개인 차원의 코로나19 관련 기부로는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구글 기부 프로그램이 9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 틱톡의 바이트댄스가 4억 1천만 달러(약 5천억 원)를, 마스터카드 기부 프로그램이 2억 7천5백만 달러(약 3천1백억 원) 순으로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대신 미국 국격 살린 빌 게이츠
거액의 기부자 가운데 낯익은 얼굴들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이번에도 일찌감치 기부 의사를 밝혔는데요.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2월 초부터 자신과 아내가 설립한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2억 6천만 달러(약 3천2백억 원)를 기부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특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단 측은 기부금이 주로 각 나라에서 질병에 취약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감염 확산을 막는 수단을 개발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는 코로나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반응 검사를 받은 사람이 5백만 명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자화자찬하자, 검사가 필요없는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며 정책의 효율성을 촉구했습니다.
거액 기부에 바른말도 마다치 않는 그를 두고 미국의 많은 언론은 대통령이 깎아내린 국격을 빌 게이츠가 살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윈
캔디드가 집계한 기부자 중 동양에서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눈에 띕니다. 금액으로는 1억 4천억 달러(약 1천7백억 원)로 12위에 머물렀지만, 코로나19 치료에 바로 필요한 의료 장비를 보내는 능력으로는 독보적입니다. 마윈은 자신의 트위터에 "하나의 세계, 하나의 싸움!"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 세계 150개 나라에 마스크와 호흡기 등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는 물론이고 중국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관계에 있는 이란, 이스라엘, 미국으로까지 물품을 보냈습니다.
일각에서는 마윈이 중국 공산당을 대신해 기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고, 마윈의 의료 물품 기부를 중국 지도부가 질시 한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보내는 마스크는 곳곳에서 불량으로 드러나는 반면 마윈의 기부 물품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고 합니다.
코로나 특수에 재산 불린 부호들
제프 베저스, 일론 머스크, 에릭 위안제프 베저스, 일론 머스크, 에릭 위안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대거 생겨나고 경기가 극도로 나빠지는 요즘 큰돈을 번 부호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부호 34명의 자산은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수천만 달러 증가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 겸 CEO인 제프 베조스의 자산은 올해 들어서만 250억 달러(약 30조 7천억 원)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아마존 주가가 급등한 결과입니다. 이어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 겸 CEO인 일론 머스크가 많이 벌었습니다. 그의 재산은 올해 들어 50억 달러(약 6조 1천억 원) 증가했는데,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와 달리 테슬라의 주가가 70% 오른 덕분입니다.
그 누구보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린 사람은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기업 줌(ZOOM)의 창업자이자 CEO 에릭 위안입니다. 그의 재산은 25억 8천만 달러(약 3조 1천6백억 원) 늘어나면서 총자산이 74억 달러(약 9조 원)에 달해 세계적인 부호 대열에도 올랐습니다.
여성이 기대하는 남성의 결혼 적정연봉 액수, 얼만가 봤더니..
남성은 본인 연봉이 4000만원을 넘었을 때 결혼할 마음이 생기고, 여성은 3600만원 일 때 결혼할 경제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다만 여성은 결혼할 남성의 연봉을 4500만원으로 기대했고, 남성은 배우자가 될 여성의 경제력이 3000만원을 넘으면 된다고 여겼다.
27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본인 연봉이 4235만원을 넘었을 때 결혼할 경제력을 갖췄다고 여겼다. 상대 배우자 연봉은 3161만원 이상으로 기대했는데, 배우자의 연봉이 본인보다 적어도 가정을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여성은 스스로 연봉이 3673만원일 때 결혼할 여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맞벌이를 해야 경제적 부담이 덜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성이 기대하는 배우자의 연봉은 4548만원으로 남성이 생각하는 적정선보다 높았다.
남성은 결혼자금으로 1억9650만원을, 여성은 이보다 낮은 1억5283만원을 준비하면 결혼할 수 있다고 봤다. 기혼자들은 1억6000만원을 적정 결혼자금으로 추천했다. 대출금을 보태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고 2억까지 모으려면 결혼이 늦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남녀 모두 소개팅 식사비는 남성이, 차나 디저트는 여성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성 64.2%는 3만1000원 수준인 소개팅 식사비를 본인이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34.0%는 각자 내는 게 낫다고 봤다. 소개팅 상대방인 여성이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은 1.8%에 불과했다.
여성 역시 64.4%는 남성이 밥값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33.0%는 더치페이, 2.6%는 본인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1만4000원 수준인 차나 디저트 계산은 56.0%의 남성이 여성이 내야 한다고 봤고, 31.4%는 더치페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성이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12.6%였다. 여성 역시 57.6%가 차나 디저트는 본인이 계산해야 한다고 봤고, 30.8%는 더치페이가 좋다고 여겼다. 남성이 사야 한다는 답은 11.6%였다.
직장 경력 3년 이상의 30~39세 남녀는 이직할 때 연봉이 500만~1000만원 상승하면 적당하다고 봤다. 500만원의 연봉 상승을 기대하는 비중은 29.3%, 1000만원은 25.8%였다. 연봉 상승도 중요하지만 좋은 직장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직장 동료 부모상(83%), 같은 부서 팀원 결혼식(79%), 입사 동기 결혼식(71%)은 직접 참석하는 걸 선호했다. 금액의 경우 직장 동료 부모상은 5만원, 입사 동기 결혼식은 10만원이 많았다. 반대로 직장동료 조부모상(53%), 같은 부서 선배 자녀 돌잔치(49%), 타 부서 동료 결혼식(44%)은 참석하진 않고 봉투만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님 용돈은 첫 월급 기념으로는 30만원, 매달 생활비는 20만원, 명절 용돈은 20만원으로 답했다. 생신은 30만원, 환갑이나 칠순은 50만원, 국내 여행은 20만원, 해외여행은 50만원 수준이 적당하다고 봤다.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9~10월 나이스디앤알에 의뢰해 전국 만 20~64세 경제생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통해 작성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오차는 ±0.98%p다. / 뉴스1) 민정혜 기자
빚 많이 져도… 비싼 집 산 사람이 승자였다
신한은행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비싼집 샀을수록 대출금 대비 집값 상승률 높아
최근 3년 사이 5억원 넘는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평균 1억8000만원가량의 대출을 받았으며, 아파트 값이 대출금의 절반 이상인 1억원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비싼 집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커서, 7억 넘는 집을 산 사람들은 아파트 매입 이후 집값이 대출금의 80% 넘게 올랐다.
27일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가 전국 만 20세~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은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는 소득 수준별 소비·지출 행태와 자산 구조 분석 등이 담겨 있다.
◇비싼 집 샀을수록 돈 더 벌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가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해보니, 지난 3년새 집 산 사람 중 5억 이상 아파트를 산 사람의 경우 아파트값이 대출금(1억8307만원)의 절반이 넘는 1억224만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이 비쌀수록 대출금 대비 아파트값 상승률도 높았다./신한은행
조사 대상자 중 2017~2019년 사이 집을 샀다는 사람은 11%, 이들 중 85%가 아파트를 샀다. 왜 집을 샀는지 물었더니 서울지역에 집을 산 사람은 ‘향후 투자가치’(22.1%)를 ‘편리한 교통’(20.5%)이나 ‘쾌적한 주변 환경’·’직장·학교와의 거리’(각 12.6%)보다 많이 꼽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뜻한 바를 이룬 듯하다. 서울에 집을 산 사람은 평균 4억7082만원짜리를 샀고, 이 집값이 21.5%(1억112만원) 오른 5억7194만원이 됐다. 다만 설문 시점이 지난해 9~10월 사이여서 코로나 사태로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되는 추세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들은 조사 당시에 3년 안에 아파트값이 20% 이상 더 오른다면 팔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아파트 구매 당시 얼마를 대출받았는지 보면, 아파트 구매가격이 높을수록 대출금의 비중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자산을 처분하는 등 자력으로 비싼 집을 살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2억원 이하 아파트를 산 사람은 구매 대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했지만, 이들이 산 아파트값은 9%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3년 사이 전국 아파트 구매자의 평균 상승률(14%)에 못 미친다.
◇고소득-저소득층 가른 것도 역시 부동산
조사 대상자 중 부채 보유율은 52.8%.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부채 절대 규모는 크지만, 기존 부채 대비 상승 비율은 소득 하위 20%인 1구간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신한은행
가구소득 구간별로 1년 새 부채가 얼마나 늘었는지 보니, 1구간(소득 하위 20%) 응답자들의 부채 증가율이 36.4%로 가장 높았다. 늘어난 부채의 절대액수 자체는 10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였지만 전년도 부채 잔액 대비 늘어난 비율이 다른 소득구간과 비교해 가장 컸다. 총자산은 1구간이 평균 9592만원, 5구간(소득 상위 20%)이 8억8294만원으로 상위 20%의 총자산이 하위 20% 대비 9.2배 많았다. 자산 구성 면면을 보면 역시 부동산이 그 차이를 갈랐다. 총자산 중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은 소득이 높을수록 규모가 크고 2019년 대비 자산 상승폭도 컸다.
2019년 기준 1구간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18년(5699만원)보다도 55만원 줄어든 5644만원, 2구간은 2018년(1억 5291만원)보다 177만원 늘어난 1억 5468만원으로 나타나 1구간과 2구간 모두 2018년 대비 부동산 자산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중간소득 계층인 3구간부터는 2018년 대비 부동산 자산이 1 000만원 이상 눈에 띄게 늘어났다. 3구간은 1557만원 증가한 2억 8162만원, 4구간은 2818만원 증가한 4억 848만원, 5구간은 3126만원 증가한 6억 9433만원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가구소득 1구간과 5구간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018년 11.6배에서 2019년 12.3배로 더욱 벌어졌다. /조선 김은정 기자
김현옥(polos****)박근혜 정권 당시 최경환이가 경기 부양책이랍시고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한 말 들은 사람들은 모두 부자되었구만. 역시 지구촌 최고의 부동산 투기 공화국.
김홍철(net11****)뽐뿌질 제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야 이 사람들아, 집값이 10억이 넘어가면 그게 집값이냐? 뭔놈에 아파트 가격이 10억씩이나 하냐? 월급쟁이가 10년 모으면 살수 있을 정도가 아파트 값인걸 모르나?
“코로나 시대의 4계급···당신은 어디에 있나”
로버트 라이시 미국 캘리포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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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불평등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코로나19로 미국 사회에 새로운 4개 계급이 출현했다며 계급간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라이시 교수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쓴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새로운 계급의 분열과 그 안의 불평등을 조명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계급을 4개로 구분해 설명했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들이다. 노동자의 35%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문·관리·기술 인력으로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해낼 수 있고, 화상회의를 하거나 전자 문서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라이시 교수는 “위기를 잘 건널 수 있는 계급”이라고 했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적 일을 해내는 노동자’(The Essentials)이다. 전체 노동자의 약 30%로 의사·간호사, 재택 간호·육아 노동자, 농장 노동자, 음식 배달(공급)자, 트럭 운전기사, 창고·운수 노동자, 약국 직원, 위생 관련 노동자, 경찰관·소방관·군인 등이다.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내는 이들로, 일자리는 잃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라이시 교수는 “수많은 필수 노동자들이 보호장비 부족에 시달린다. 그들은 보호장비는 물론 위험 수당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The Unpaid)들이다. 소매점·식당 등에서 일하거나 제조업체 직원들로 코로나19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지난 21일 퓨리선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직 또는 임금이 줄어든 미국인 중 ‘3개월 생활비를 충당할 만한 비상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라이시 교수는 “이 계급은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고 집세를 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중심으로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고 라이시 교수는 진단했다.
마지막 계급은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들이다. 이들은 미국인 대부분이 볼 수 없는 곳, 이를테면 감옥이나 이민자 수용소, 이주민 농장 노동자 캠프, 아메리칸 원주민 보호구역,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물리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다.
라이시 교수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계급은 가난하고, 흑인이고 라틴계이며, 불균형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인구 전체로 흑인 비율은 14%이지만, 코로나19 사망자 중 흑인 비율은 33%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크게 나타난 10곳 중 4곳은 교정시설이었다. 라이시 교수는 이 3개 계급은 정부나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할 로비스트와 정치 행동가들이 없기 때문에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시 교수는 “우리 사이의 격차를 걱정해야 한다”며 “필수적 노동자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면, 임금 미지급 노동자들이 건강보다 경제활동을 우선시해 일터로 돌아간다면, 잊혀진 사람들이 그대로 잊혀진다면,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부동산 자산 격차가 부익부 빈익빈 키웠다
ㆍ신한은행 ‘보통사람 보고서’
ㆍ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 486만원…상·하위 20% 자산 격차 9.2배
ㆍ1구간 부채 잔액 972만원 늘어…“2금융 이용 많아 이자부담 우려”
지난해 고소득 가구의 부동산 자산이 오르는 동안 저소득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감소해 격차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구간별로 하위 20% 가구의 1년간 빚 증가율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27일 만 20~64세 경제생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0’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조사 대상을 소득 수준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인 1구간의 월평균 소득은 189만원, 상위 20% 가구인 5구간은 902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86만원으로 전년 대비 10만원 늘었다.
5구간 가구의 평균 자산은 8억8294만원으로, 1구간 가구(9592만원)보다 9.2배 많았다. 격차를 만드는 요인은 부동산 자산이다. 1구간의 부동산 자산은 평균 5644만원으로, 총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8.8%였다. 5구간의 부동산 자산은 6억9433만원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78.7%에 달했다.
부동산 자산 격차는 1년 사이 더 심해졌다. 1구간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2018년 5699만원에서 1년 후 55만원이 감소한 반면, 5구간은 2018년 6억6307억원에서 3126만원이 올랐다. 1구간과 5구간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018년 11.6배에서 지난해 12.3배로 늘었다.
고가 주택, 특히 아파트는 사는 데 돈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가치도 많이 올라 고소득 가구의 자산 증식을 도왔다. 이들이 최근 3년간 7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은 평균 1억9864만원이었으나, 집값은 대출금의 84%인 1억6629만원이나 올랐다. 같은 기간 5억~6억원대인 아파트를 사는 데는 대출금이 평균 1억8307만원 필요했지만, 아파트 구매가 상승분은 1억224만원으로 대출금의 56% 수준에 달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구매한 2억원대 아파트의 집값 상승은 크지 않았다. 아파트 구매 시 대출금은 1억2717만원에 달했지만, 집값은 1626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저소득 가구는 부채 부담을 덜지 못했다. 전체 가구 중 부채 가구 비율은 52.8%로 2018년(57.2%)보다 줄었다. 2~4구간 가구 중 부채 보유 가구 비율은 5%포인트 이상 감소한 반면, 1구간 부채 보유 가구 비율은 2.2%포인트 감소(36.8%→34.6%)하는 데 그쳤다.
1구간 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은 2018년 2674만원에서 지난해 3646만원으로 972만원 늘었는데, 이는 4구간(768만원) 및 2구간(478만원)의 상승분보다 높았다.
3~5구간 가구들은 80% 이상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답한 반면, 1구간의 은행 이용률은 66.7%에 그쳤다. 1구간은 저축은행(8.4%)이나 대부업체(2.8%)에서 대출을 이용한다는 응답률이 다른 구간 가구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1구간의 부채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2·3금융권 대출 이용 빈도가 높아 이자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작년 한해 최악의 살인 기업 1위는?
"1위는 대우건설, 산재사망 노동자 7명 전원 하청 노동자"
2019년 가장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은 기업은 어디일까.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으로 이뤄진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캠페인단이 산재 피해 유가족 모임 '다시는'과 함께 27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2019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는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우건설"이라고 발표했다. 사망한 노동자 7명은 전원 하청 노동자다.
노동자 많이 죽는 기업은 건설기업, 그 중에서도 하청 노동자에 사망 집중
대우건설이 건설기업이고 산재사망 노동자 전원이 하청 노동자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날 캠페인단이 '살인기업'으로 발표한 13개 기업 중 8개가 건설기업이었다. 발표에 포함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48명 중 33명은 하청노동자였다. 남은 15명 중 4명은 이주 노동자였다.
대우건설 다음으로 노동자가 많이 사망한 기업은 현대건설 6명(하청 5명), GS건설 5명(하청 3명), 롯데건설 4명(전원 하청), 한신공영 4명(전원 하청), 수성수산 4명(전원 이주노동자) 순이었다. LG화학 3명(전원 하청), 은성산업 3명(하청 2명), 서희건설 3명(전원 하청), 유원조경개발 3명, 중흥토건 3명(하청 2명), 포스코건설 3명(전원 하청), 한화 대전사업장 3명도 노동자가 많이 죽은 기업으로 선정됐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건설사들이 거의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고 있다"며 "건설 노동자의 한 명으로서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9 최악의 살인기업으로는 포스코건설이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대우건설은 2011년과 2014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 노동자 산재 사망은 한국인보다 6배나 높은 비율로 일어난다"며 "우리도 안전하게 죽지 않게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이날 선정식에서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산재사망이 많은 기업으로 발표됐다. ⓒ프레시안(최용락)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은 마사회와 고용노동부
캠페인단은 이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은 기업은 아니지만, 노동자 산재사망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한국마사회와 고용노동부에 '2020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시상했다.
마사회는 작년 11월 고 문중원 기수를 포함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2005년 개장 이래 7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반성하거나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노동부는 2019년 한해 104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그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가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직종과 목적 등을 제시하면 노동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정하는 제도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이직, 재고용, 이탈 신고 등 모든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위험하고 힘든 일을 시켜도 외국인 노동자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캠페인단은 "마사회는 문중원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적폐·비리의 온상인 공공기관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고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캠페인단은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얻으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중대재해기업 처벌,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개혁 입법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며 "정부와 국회는 생명존중 사회, 노동자의 산재사망을 줄일 수 잇는 사회를 만들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캠페인단은 '2019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조치현황'을 근거자료로 하청업체의 산재사고사망재해를 원청업체 산재사고사망재해로 합산해 이번 통계를 작성했다.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韓진단키트 80% 불량' 日가짜뉴스…진원지는 한국?
日언론, '한국 진단키트 70~80% 불량' 기사 한국 종편채널 인용
'검체 보관용기'와 '진단키트' 엄연히 달라…"키트·배지 구분 못하나"
유튜브, SNS 등 통해 일본 내 불신 여론 확산…"이런 걸 수출하다니"
(사진=일본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중국에 이어 '한국 진단키트'에 결함 속출, 70~80% 불량 발각'(일본 '고고통신' 기사 제목)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과 함께 세계적 주목을 받는 가운데, 일본의 언론과 누리꾼들이 '한국산 진단키트의 70~80%가 불량'이라며 국산 진단키트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진원지는 한국의 한 종편방송사였다.
지난 25일 일본 언론사 '고고통신'은 한국의 한 종편방송 보도를 인용해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에서 다수의 불량이 확인되고 있다"며, "(한국 종편방송)보도에 따르면, 불량 진단키트를 공급받은 보건소에서 불량품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재 유튜브, SNS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일본 내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이 기사에서 불량으로 지목된 '진단키트'는 다름아닌 '검체 수송 배지(검체 보관용기)'로 국내 종편방송사가 검체 수송 배지 불량 관련 기사의 제목을 '[단독]노랗게 변한 '불량 키트'…무더기 적발'로 보도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검체 수송 배지'는 의료기관에서 의료 전문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위해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검사기관(장소)까지 옮기거나 보관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진단키트'와는 엄연히 다르다.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 진단키트는 불량'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사진=자료사진)
'검체 수송 배지 불량' 관련 보도는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한국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기기 제조업체 '아산제약㈜(경기도 화성시 소재)'이 제조·판매한 '검체 수송 배지' 중 일부 제조번호(제조일자 4월1일)에서 변색하는 품질 불량이 있어 4월 16일부터 '영업자 자진회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보도 이후 해당 종편 방송사는 식약처가 밝힌 생산날짜(4월1일) 이외에 다른 날짜, 다른 생산라인에서도 검체 수송배지 불량 사례가 속출했다는 뉴스를 '[단독]노랗게 변한 '불량 키트'…무더기 적발'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로 24, 25일 양일간 방송에 내보냈다.
이 기사는 '불량 검체 수송배지가 더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지만, 제목에선 '불량키트가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밝히고 있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대해 국내 누리꾼들은 "키트랑 배지 구분도 못하는 기자들이 **글 적네. 뇌피셜 쓰는 니네들이 무슨 언론사냐?"(jae***), "검체 수송 배지인데 왜 검사 키트라고 제목을 달았지? 둘은 엄연히 다른 건데 모르는 사람들은 오해하게 기사를 써놨네. 요새는 기자도 바이럴 마케팅을 하나"(ver**) 등의 비판여론을 쏟아냈다.
문제는 종편방송사의 보도 이후, 일본 언론사가 '中国に続き今度は韓国の検査キットに不良品続出 7~8割が不良と発覚(중국에 이어 '한국 진단키트'에 결함 속출, 70~80% 불량 발각)'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보도를 인용 보도했고, 현재 이 기사가 일본인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를 접한 일본인 누리꾼 Pi****는 "한국에서 감염자가 음성이 된 후 다시 양성이 되는 이유를 알았다. 엉터리 검사 키트 때문"이라며, "귀중한 세금으로 엉터리 검사키트를 대량구입한 주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이유를 알겠다"고 썼다. 이외에도 "이런 것을 수출하니 신용도 없다. 언제나 있는 일"(M*), "검사키트의 검사키트를 말들라"(SA*****), "일본에는 흘리지 마라. 쓰레기다"(菊千***) 등의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왔다.
CBS노컷뉴스 송정훈 기자
황국신민·군사독재 바이러스에 감염된 학교
‘어서 개학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다. 너무 오래 쉬다 보니 잊었다. 학교는 역시 힘든 곳이었다. 학교는 달라진 게 없었다.
개인 사정으로 병가를 쓰느라 3월에 한 번도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후 학교에서 전체 교사가 모여 교사회의를 한다기에 어떤 얘기가 오갈지, 교육청에서 특별한 전언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다친 데가 낫지 않았지만 출근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2019학년도를 정리하고 2020학년도의 변화에 대해 각 부서에서 전달 연수를 했다. 그 가운데 생활지도부장의 발표가 가장 놀라웠다. 올해 교복 착용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신체의 자유 속박하는 구시대 규칙
내가 다니는 학교는 2019년 서울시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편안한 교복 공론화’를 거쳤다. 교복이 조금 편한 디자인으로 바뀐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등교 맞이’도 계속되었다. 교복 착용과 화장, 염색 등을 선도부가 단속했다. 올해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었다. 교복을 입고 온 다음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생활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매 수업시간 학급별로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의 수를 세어 통계를 낸다고 한다. 그 통계를 바탕으로 ‘엘리트 학급’이라며 학급 시상도 한단다.
이 지침에 왜 우리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려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미 서울의 70% 가까운 학교가 체육복을 포함한 생활복을 교복으로 인정하고 등하교도 가능하도록 교칙을 개정했다. 지난해에 ‘편안한 교복 공론화’를 거친 학교 중 90%가 교칙을 개정해 체육복을 교복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자신도 학생들의 반발이 많을 것 같다며 걱정이 된다고 했다. 대체 누구의 지시와 결정이었을까. 교장의 지시에 반발하지 못하는 교사들은 학생의 반발은 무시한다.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이렇게 결정했으니 따르라고 하면 개학한 후 한동안 학생과 교사 사이에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왜 교복을 안 입었느냐” “빨리 갈아입어라” “다음 시간이 체육이에요” “그러면 다음 시간에 입었어야지” “교복이 불편해요” “네가 교복을 줄였겠지” “처음부터 작았어요” 같은 대화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탓하고 학생은 교사를 탓하고. 대체 무엇을 위해, 어떤 교육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체육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걸까. 학교 측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 학교는 특성화고여서 나중에 회사 면접을 볼 텐데 평소 단정하게 교복을 입지 않으면 면접에서 피해를 본다.” 이 설명대로라면 학생들은 1학년 시작부터 언제일지 모를 회사의 면접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다.
감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괴로운 시절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극복해가고 있으며 언젠가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 학교를 멈추게 한 바이러스도 이겨낼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학교를 감염시켰던 황국신민 교육과 군사독재 시절의 바이러스는 아직도 남아 있다. 이 구시대의 바이러스는 대체 언제 사라질까. 코로나19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새롭게 맞이할 학교라면 더 자유로운 곳이었으면 좋겠다. 감염병의 위험과 공포에서 벗어난 것처럼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던 구시대의 규칙에서 벗어난 학교이길 바란다.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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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지낸 이용선 "토지공개념 개헌하자"
[당선자와의 대화] 양천을 3수 끝에 당선 "한국 빈부격차, 부동산 등 자산격차에서 발생"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양천(을) 선거구에서 당선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우리 사회 빈부 격차는 임금 격차보다 주로 부동산 등의 자산 격차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토지공개념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시민·통일·노동운동 등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을 당선자가 27일 "토지공개념을 빠르게 정착시켜 부동산이나 투기 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자. 그게 어렵다면 토지공개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지난 2018년 3월 문 정부 청와대가 제출한 개헌안에 포함돼 보수 진영의 반발을 샀다.
이 당선자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당선자는 "우리 사회 빈부 격차는 임금 격차보다 주로 부동산 등의 자산 격차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토지공개념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면서 "이대로 계속 격차가 심화된다면 자원의 생산적 흐름도 막히고 국민들의 박탈감만 커진다. 특히 청년들에겐 평생 일해도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토지공개념은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일반화돼 있다"라며 "사회주의라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4.15 총선 전인 지난 2월 이인영 원내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 개헌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명시하자고 운을 띄운 바 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즉각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비난했다.
이 당선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에서 활동하는 등 시민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2011년엔 민주당과 시민사회 주도 정당이 합쳐진 민주통합당에서 시민사회 몫 공동대표를 지냈다. 지난 2018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일했다.
- 개혁 과제를 꼽자면.
"토지공개념을 빨리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는 주로 임금 격차가 아니라 자산 격차에서 비롯된다. 부동산 등 자산 격차가 심화되면 자원의 생산적 흐름에도 방해가 되고 국민들의 박탈감만 커진다. 특히 청년들 입장에서는 평생 일해도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을 준다. 게다가 철도니 지하철이니 GTX니 제2공항이니, 전국이 온통 개발 얘기를 할 땐 그 격차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에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세게 하지 않았나. 우리 지역만 해도 경인 고속도로 주변 지상 공원화 사업이 아직 준공조차 안 됐는데 벌써 땅값이 두 배로 올랐다. 그러면 거기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다 죽는 거다. 임대료만 오르고 원주민이 쫓겨나는 이런 불행한 일들이 전국에서 벌어진다. 물론 국가 입장에선 국민의 이익을 위해 SOC 투자와 개발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그 개발 이익이 땅을 가진 지주나 특정 집단에만 쏠리는 현상은 옳지 않다. 토지공개념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전체 국민에 돌아가야 할 개발이익이 소수에만... 토지공개념 개헌하자"
- 토지공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미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이를 개헌에 포함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사회주의'란 비난을 받았다. 개헌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 저항을 해결할 방법이 있나.
"토지공개념은 서구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토지공개념이 마치 사회주의로 오인되고 매도되고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 개념이 처음 나온 게 1989년 부동산 폭등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부터 이미 토지공개념은 의제화됐고, 관련된 3법(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도 나왔다. 하지만 그 중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초법은 위헌 시비에 휘말려 무력화됐고, 개발이익환수법은 위헌 결정을 받진 않았지만 2004년 이후로 아예 적용이 안 되고 있다. 현실성을 갖추고 위헌 시비에 걸리지 않는 정교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 개헌을 하자는 건가.
"이인영 원내대표도 총선 전에 한 번 이 문제를(토지공개념 개헌) 말하지 않았나. 이번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개헌이 어렵다면 개헌을 하지 않고도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법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생각해 보면 경제민주화도 헌법상 조항만 있었지 제대로 구현되지 못 하다가 최근 대형마트 거리 제한 등의 구체적인 법과 제도가 생기면서 비로소 실현됐다고 볼 수 있다. 토지공개념도 충분한 사회적 논쟁을 거쳐서 실효성 있는 제도로 안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폐해가 심각한 만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토지공개념 3법 중 개발이익환수법의 경우엔 위헌 판결을 받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면 충분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개발 이익을 100% 환수하긴 어렵겠지만 적정한 선을 만들어야 한다. 균형 발전이 진행되면서 어떻게든 개발이 이루어질 텐데, 그 개발 이익은 전체 시민을 위한 이익이 돼야 한다. 일부 소수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되는 건 불공정하다."
- 토지공개념은 부동산 문제와도 연결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거래 자체를 제한하고 대출 규제 등을 통해 금융을 통제하는 지금의 방식은 극약처방이다. 오래 가기는 어렵다.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나가는 게 더 정상적인 해법이다. 다만 부동산이 너무 극단적으로 폭등했기 때문에 긴급 조치가 나왔던 거라고 본다."
- 그러나 이낙연 국난극복위원장 등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종부세 완화를 거듭 시사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싹 없어졌지 않나. 그 발언의 의도는 집 1채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 이번에 집값이 많이 올라 종부세 기준을 넘겨 버린 1인 가구 1주택자의 경우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게 건별로 접근하면 자칫 부동산 정책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 부동산 세제 정책은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하는 게 옳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묘하게도 민주 정부 10년 주기가 부동산 광풍 주기와 맞물려 어려움이 있었던 측면도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전 세계 부동산이 폭락했는데 한국의 부동산은 폭락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노무현 정부 당시엔 정말 인기가 없었던 정책이었지 않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 전반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시민사회 비판 약화? 정치권이 의제 흡수한 것"
- 경실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시민사회에서 오래 일하다 지난 2018년 6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발탁돼 2019년 7월까지 있었다. 뭐가 다르던가.
"청와대에선 크게 세 가지 역할이 있었다. 하나는 시민사회수석이란 이름에 걸맞게 시민사회·종교계와 소통하는 임무였다. 두 번째는 지난 보수 정권 10년의 세월 동안 생긴 큰 갈등들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거였다. 쌍용차나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드, 파인텍 등 문제를 중재했다. 세 번째는 각계의 민원 등을 제도 개혁으로 연결시키는 일을 했다. 이 부분이 특히 시민사회 때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어떤 제도든 가치와 이해 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3법을 보면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인권 침해의 큰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 타다 금지법도 마찬가지다. 공유 경제와 혁신 경제에 대한 요구가 있는 반면 택시 같은 전통 산업과 상생하면서 가는 길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선 우버가 플랫폼이란 입구를 틀어쥐고 기존 택시 노동자를 장시간 저임금 사업자로 전락시키는 약탈적 모습이 재현되자 뒤늦게 제재에 들어갔다. 우리는 나름 소통을 통해 해법을 잘 찾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사회 출신들이 청와대에 대거 들어가면서, 비판적인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두 번의 민주 정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었다. 두 가지 측면으로 본다. 하나는 시민사회 리더들이 국회나 정부로 들어간 게 사실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이 좀 둔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 둘째는 그간 시민사회가 내놓은 의제들을 제도권이 흡수해 버린 측면이 있다.
실제 과거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초기에 사회 의제를 선점하고 주도한 건 시민사회였다. 금융실명제나 토지공개념도 그랬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시민사회를 따라가기 바빴다. 그런데 어느덧 정치권이 시민사회가 그동안 제기한 의제들을 많이 법과 제도 안으로 가져왔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시민사회의 차별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진보 정부의 경우 더 그렇다. 위에서 예를 든 데이터3법 논쟁을 봐도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를 정부안보다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정도이지, 전혀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다. 질적 차이가 아니라 양적 차이만 있는 거다. 과거처럼 시민사회의 강력한 활동들이 눈에 덜 띌 수밖에 없다. 물론 시민사회는 앞으로도 건전한 개혁의 동반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제도적 지원과 소통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활동하고 싶은 국회 상임위가 있나.
"1순위는 국토교통위원회, 2순위는 외교통일위원회다. 국토위는 앞서 말한 공항 주변 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토지공개념과 관련이 있다. 통일운동도 오래 해온 만큼 외통위에 간다면 문재인 정부 임기 2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돌파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김성욱(etshiro) / 오마이뉴스
'부부의 세계' 김희애 응원 이유… "무임승차자 응징심리"
‘사회 금기 파괴’에 관심과 비난 함께 쏟아지지만
드라마 ‘부부의 세계’ 시청률 25% 돌파 고공행진
가족주의 강한 한국에선 “도덕적 용납 못해” 여론
유럽 등 개인주의 성향 강한 국가들은 관대한 편
프랑스선 외도한 정치인이 오히려 당당한 문화
이혼제도 ‘유책주의’→‘파탄주의’ 전환 요구도
불륜’으로 떠들썩했던 4월이었다. JTBC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방영 8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불륜불패’라는 방송 드라마의 성공공식을 또 한번 입증했다. 며칠 전에는 한 배우와 가수가 과거 불륜 관계였다는 의혹에 입방아에 올랐다. 지상파 방송에 등장한 한 신혼부부는 멀쩡한 가정을 파탄 내고 불륜으로 맺어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폭로되며 화제가 됐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불륜은 폭발적 관심과 따가운 비난을 동시에 받는 ‘핫한’ 소재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왜 불륜에 뜨겁게 반응하는 걸까.
사람들이 불륜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금기’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형법상 간통죄는 지난 2015년 폐지됐지만 결혼과 가족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규범이다. 실제로 2013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세계 40개국의 불륜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불륜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배우자의 외도에 관대한 편인 영국(76%), 독일(60%), 프랑스(47%) 등 유럽은 물론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74%), 일본(69%)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륜은 결혼으로부터의 일탈”이라며 “불륜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욕망을 해소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 통념상 불륜을 용납하지 못하지만 일탈을 꿈꾸는 심리가 불륜 소재 드라마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김희애와 박해준 / 사진=JTBC 홈페이지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불륜이라는 일탈을 실행으로 옮겼다가는 사회적 지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곽 교수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응징심리’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규범은 구성원들 모두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며 지켜갈 때 유지될 수 있는데 불륜은 이러한 대열에서 혼자 이탈하는 행위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심리는 ‘배신에 대한 분노’다. 곽 교수는 “인간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배신”이라며 “‘나도 배우자에게 배신당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피해자의 감정에 이입하고 분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 분석했다.
그렇다면 우리와 달리 배우자의 외도에 관대한 나라들의 이유는 뭘까. 설문조사 결과 불륜에 대한 분노 수치가 가장 낮게 나타난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설문에 응답한 프랑스 시민의 40%는 ‘불륜은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사립대의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가족주의’보다 ‘개인주의’ 정서가 강하다”며 “때문에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분위기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1994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당시 혼외자가 있다는 보도에 “사실이다.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또 2010년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영부인 카르라 부르니가 각자 서로 다른 상대방과의 불륜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재임 당시 혼외정사로 딸을 얻은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점차 전통적 가족관이 희미해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불륜에 대한 인식은 변할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불륜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거 불륜 드라마에선 남편의 외도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여성상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부부의 세계’ 지선우(김희애)처럼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여성 캐릭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인철 법무법인 리 변호사도 “부정적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간통죄가 폐지됐듯 이혼 제도 역시 바뀌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의 이혼소송제도는 일방적 축출이혼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혼인관계를 파탄 낸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혼인관계가 와해될 경우 쌍방 모두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다. 파탄주의가 무분별한 이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변호사는 “외도 배우자에게 물리는 높은 사후 부양료와 손해배상액 등의 장치를 도입하면 파탄주의 제도 아래서도 축출이혼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했고 개인주의가 확산한 만큼 이혼제도도 파탄주의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열광하는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불륜행위를 처벌해달라’며 간통죄 부활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코로나19의 또 다른 피해 '가정폭력'…이혼도 급증
격리조치로 집에서 함께 생활…가정 내 음주도 원인
남아메리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프로비덴시아 지역.
산티아고 내 부촌으로 꼽히는 이 지역의 자치단체장인 에벨린 마테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격리조치 이후 가정폭력 신고가 5배나 폭증했다"고 밝혔습니다. 격리 이전 20일과 격리 이후 20일간의 가정폭력 신고 건수를 비교했더니 500%가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격리조치로 집안에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과 우울, 가정 내 음주가 심해진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칠레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 런던 경찰 "가정폭력 4천여 명 체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외출 제한과 격리 등의 강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가정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24일 영국 런던경찰청은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진 3월 말 이후 가정폭력 혐의로 4천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런던경찰청은 "가정폭력 피해자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집을 떠나도 된다"며 "이 경우 코로나19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지난달 40세 여성과 7살 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동거남의 소행으로 밝혀졌는데, 이 남성은 다툼 끝에 이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격리조치가 시행된 후 20일 동안 18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전 배우자에게 살해됐습니다.
미국에선 외출 제한령 발효 이후 가정폭력이 최대 24%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스페인에서도 외출 제한령 초기 첫 두 주 동안 가정폭력 전화 신고는 12.4%, 온라인 상담 건수는 27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중국, 봉쇄 풀자 이혼 신청 쇄도
중국에선 봉쇄 조치가 풀린 뒤 이혼 신청이 크게 늘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산시성 시안, 광저우성 선전 등 대도시에서 지난 3월 관공서가 다시 문을 열자 이혼 신청이 쇄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달 치 이혼 업무 예약이 이미 다 찼다는 것입니다.
중국 항저우의 한 심리상담사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후 이혼 상담이 크게 늘었다"면서 "부부가 수개월 동안 집에 함께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갈등과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가 마작을 너무 많이 한다", "쇼핑하는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스크를 친구에게 함부로 나눠줬다" 등과 같이 사소한 갈등이 발단이 된 게 많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습니다.
● "아이들도 가정폭력에 노출"
유니세프는 '코로나19 유행 기간의 아동 보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돌봄시설이나 학교가 폐쇄되고, 부모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아동 학대·가정 폭력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정폭력 우려를 상기시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 휴일인 4월 13일 온라인 생중계 방식의 훈화를 통해 "가정에서 아이들과 노인들을 돌보는 수많은 여성이 있다"며 "그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의 희생자가 될 위험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각국 정부가 외출 제한령 기간 가정폭력에 희생되는 여성들을 보호·지원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 세계 많은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모든 계층의 지도자와 가족들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가정폭력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일 수 있는 아이들이 휴교 때문에 조기에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닫혔다고 우려했습니다.
출처 : SBS 뉴스
균형 잃은 나팔수들 강성발언에… 중도표심 잃고 '폭망'
[심층기획-보수 유튜브에 발등 찍힌 보수정당]
패스트트랙 정국·조국사태·장외투쟁 등 / 여야 극한대립 속 공격 선봉으로 활용 / 의원들 줄지어 출연, 文정권 의혹 제기 / 黨 엄호 속 ‘신의 한수’ 등 급성장 했지만 / 공천과정 압력·망언후보 두둔 도 넘어 / 지지층 확장은커녕 중도층 되레 잃어 / 黨 “정론지로 과대평가” 때늦은 후회
“미래통합당은 폭망했는데, 보수 유튜버만 급성장했습니다.” 미디어 담당 업무를 해온 통합당의 한 당직자가 4·15총선이 끝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던진 말이다. 2018년 김성태 원내대표가 보수 유튜버와 처음으로 합동방송을 한 뒤 사실상 ‘한 팀’으로 움직여온 통합당과 보수 유튜버의 명암이 엇갈렸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은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조국 사태’, 장외 집회·투쟁 때마다 보수 유튜버를 홍보 채널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보수 유튜버는 지난해 내내 이어진 여야의 극한대립 속에서 구독자 수를 대폭 늘려가며 유튜버 정치·사회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수도권, 30·40세대로 대표되는 중도층 표심 공략에 실패하자 당내에서는 보수 유튜버와의 연대와 그로 인한 강경 지지층의 결집이 오히려 당의 확장성을 가로막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합당은 민원 해결, 보수 유튜버는 나팔수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구속에 이르게 한 힘의 첫째는 광화문 국민, 둘째는 우파 유튜버입니다. 우파 유튜버를 공격하는 세력에 대한 차단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보수 유튜버가 제기한 ‘노란딱지’ 문제에 공감하며 한 말이다. 노란딱지는 폭력적이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건을 다룬 콘텐츠에 붙는 것으로, 노란딱지가 붙을 경우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도 광고 수익이 10분의 1가량 줄어든다. 보수 유튜버들은 진보 유튜버 시청자들이 의도적으로 노란딱지 신고를 넣는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에게 보수 유튜버에게 집중된 노란딱지의 편향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통합당의 지원사격 속에 급성장했다. 한국당은 보수 유튜버의 취재 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국회 방문 허가증을 적극적으로 발급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국회 안에서 이뤄지는 한국당의 회의와 각종 기자회견,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 현장 등을 적극적으로 중계했다. 유튜버들은 장외 집회와 황교안 전 대표의 단식 농성 등 현장을 생중계하며 지지층의 집회 참여를 유도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취재에 나선 진보성향·보수성향 유튜버들끼리 충돌해 국회 사무처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한국당 의원 39명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고성국TV·펜앤마이크TV과 인터뷰했으며 곽상도 의원이 12번으로 출연 횟수가 가장 많았다.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딸 등 친인척 관련 의혹을 주장했고 해당 영상들은 적게는 5만회에서 많게는 59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여야 극한 대립 속 성장한 보수 유튜버
29일 ‘한국 톱 100 유튜브 채널’ 통계를 집계하는 ‘유튜브 랭킹’ 사이트에 따르면 뉴스·정치 분야 중 지상파·종편을 제외한 유튜브 채널 중 보수 성향의 ‘신의한수’가 구독자 123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채널이 구독자 118만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던 ‘알릴레오’ 프로그램을 중계하던 노무현재단 유튜브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 수 상위 3∼10위 중 3위인 딴지방송국(76만7000명)을 제외한 나머지 채널이 모두 보수 성향 유튜브로 분류된다.
지난해 3월27일 구독자 60만명을 돌파한 신의한수는 패스트트랙 충돌과 여야 갈등 속 지난해 8월19일 구독자 80만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안 된 같은 해 10월5일 구독자 100만명을 넘겼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여권을 향한 공세와 한국당의 장외 집회 중계가 구독자 수 증가의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10월3일 한국당이 주최한 광화문광장 집회 때 신의한수 채널 일일 조회수는 500만명을 넘었다. 유튜브 랭킹에 따르면 신의한수는 월평균 약 1억5000만원 광고 이익을 얻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팔수에서 ‘플레이어’… 주객 전도된 보수 유튜버
통합당의 엄호 속에 성장한 일부 보수 유튜버는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장 임명과 운영,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던 차명진 후보의 제명에서는 ‘플레이어’로 나서기도 했다. 공관위원장으로도 거론됐던 한 보수 유튜버는 ‘김형오 공관위’의 월권을 지적하며 황 전 대표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세월호 망언’으로 당내에서 차 후보의 제명이 추진되자 보수 유튜버들은 ‘차명진 구하기’에 나서며 통합당을 압박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시청자층인 강성 보수 성향의 당원들은 통합당 게시판과 문자 전송을 통해 황 전 대표와 현역 의원들에게 제명 반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보수 유튜버를 스피커로 활용했던 통합당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중도 지지층을 끌어안아야 할 선거 때는 정작 강성 보수층을 대변하는 유튜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당과 보수 유튜버의 관계 재정립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워장은 “보수 유튜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선 보수 유튜브를 정론지로 평가하고 과대평가한 당의 잘못이 크다”며 “중도층 확장에 자신이 없다 보니 당이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더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당이 건강했다면 보수 유튜버에 이렇게까지 휘둘리거나 의존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론지와 유튜브의 강점과 약점에 맞춤한 당의 공보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그동안 보수 유튜버가 균형감을 잃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그동안은 정치권의 갈등 상황 속에서 급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보수 정당의 홍보가 아닌 우파의 건전한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총선 부정투표 의혹 몰아가기
미래통합당이 4·15총선에서 참패한 뒤 보수 유튜버와 일부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유튜브 수익’을 위한 과도한 의혹 제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29일 4·15 총선과 관련해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과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을 공직선거법,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민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후보 관계없이 관내 사전투표와 관외 사전투표 비율이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은 전국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여기에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인천범시민단체연합 회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15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 결과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유튜버들도 민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며 △투표용지 QR코드 개인정보 이용 의혹 △사전투표 조작 의혹 등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특히 김용석 변호사가 출연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4·15총선 전에는 여론조사 왜곡을 근거로 통합당 역전을 주장했지만 총선 참패 후 2주 동안 부정투표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관련 동영상 콘텐츠 21개를 올렸다. 가로세로연구소의 투표 의혹 제기 라이브 방송 때는 시청자들이 낸 자발적인 후원금 수백만원이 모금되기도 했다.
가로세로연구소가 라이브 방송으로 투표조작 의혹을 이끌어 나가자 신의한수·펜앤마이크TV·공병호TV 등 다른 보수 유튜버들도 이에 가세했다. 보수 유튜버의 사전투표 의혹을 반박해온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정당은 유튜버들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돈을 벌어야 할 목적보다 보수를 바로 세울 책임이 있다. 그래서 정당의 지도부가 유튜버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리더십이 구축된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총선 전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편 단체와 유튜버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투표조작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수 유튜버는 보수 유튜버 사이의 자극적인 투표 의혹 제기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의혹을 제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 소재가 모금 활동과 같은 금전적인 이권을 취하는 수단이 됐다”며 “관련 소송 비용을 준비한다고 시청자의 후원을 요청하는 방송이 있는데 후원을 내세운 것이 투표조작 의혹 문제 제기의 본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여성은 벗겨야 팔린다” 게임계 나쁜 법칙 언제까지…
여성 캐릭터는 ‘벗길수록 잘 팔린다’, 오랜 시간 게임업계의 불문율이었다.
설정 나이 13세, 얼굴은 앳된 소녀지만 몸은 성인 여성이다. 롤플레잉 게임 '클로저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레비아'의 모습이다. 남성 캐릭터가 "너를 길들여주겠다, 복종해라"라고 말하자 두 손이 결박된 채 묶여 있던 여성 캐릭터는 힘없이 '그러겠다'고 응수한다. 이 게임은 성인전용이 아닌 15세 이용가 등급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적과 장르, 형식을 불문하고 전 세계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외모는 하나같다. 왜곡된 몸매에 과장된 자세를 보이는 모습이 대다수다. 총탄이 날아들고 유혈이 낭자하는 전투현장에서조차 여성 캐릭터들은 ‘눈요깃거리’로 전시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설정으로 흥행을 쫓는 게임의 ‘나쁜’ 법칙이다.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유포한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면서 근절 법안까지 마련됐지만 게임이라는 가상의 현실에선 이처럼 소아성애,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아무런 제재 없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일단 여자면 ‘벗겨라’
지난 2016년 넥슨이 300억을 들여 제작한 ‘서든어택2’는 남성의 성적 환상을 집대성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장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 ‘미야’는 외모를 뽐내며 특수요원들과 총격전을 벌인다. 고도의 그래픽 기술은 몸매를 강조하는 데만 동원된 것처럼 보였다. 사연이나 서사는 뒷전이었다. 전투에서 패배할 때조차 가슴이나 엉덩이가 강조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많은 남성 유저들이 이 캐릭터의 죽음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이유다. 이 게임은 여성을 전시 상품으로 내세워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에 출시 3개월도 안돼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여성 캐릭터 묘사로 지난 2016년 7월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넥슨의 ‘서든어택2’. 출시 직후 비판의 대상이 됐던 김지윤, 미야(왼쪽) 캐릭터는 삭제됐지만, 게임은 ‘자극적으로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는지, 개연성과 만듦새가 허술하다’는 평을 받았다. 소개 영상 캡처
2013년 미국에서 출시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랜드 테프트 오토 파이브(GTA-V)’는 더 심각했다. 게임은 일부 여성 캐릭터를 매춘부나 스트립댄서로 묘사했다. 옷을 벗고 춤을 추는 여성에게 남성 캐릭터가 돈을 던져 준다거나 남성 유저에게 성매매를 권유하는 등 ‘여성 혐오적’ 설정이 난무한다.
2013년 북미에서 출시된 ‘그랜드 테프트 오토 파이브’에서는 일부 여성들이 매춘부나 스트리퍼로 묘사된다. 당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기술적으로는 눈부시게 발전했을지 몰라도 시대착오적인 설정으로 불쾌감을 안겨주는 게임”이라고 평했다. GTA-V 게임 포스터
◇ ‘미소녀’ 치마 들추기에 혈안 된 한국 게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선 ‘소아성애적’모티프까지 등장한다.‘라스트오리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어린아이의 얼굴에 풍만한 몸매를 지녔고, 모바일게임 ‘언리쉬드’는 어린 소녀가 짧은 교복을 입고 신체 부위 대부분을 노출하는 캐릭터 일러스트를 선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극중 13세 설정이지만 성인 여성과 같은 몸을 가진 ‘클로저스’ 속 레비아 캐릭터. ‘클로저스’ 캐릭터 이미지컷
‘겉모습은 10대지만, 실제 나이는 수백 살’이라는 황당한 설정으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게임도 있다. 유저들을 이를 ‘합법 로리(법적으로 문제 될 것 없이 즐기는 소아성애 설정)’라고 일컫는다. 문제가 될 경우에 대비해 해당 여성 캐릭터를 삭제한 뒤 등급 심의를 받은 뒤 ‘패치(Patch: 콘텐츠를 수정•보완하는 과정)’ 과정에서 되살려 내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해외 게임 개발자인 A(34)씨는 “함께 일하는 외국인 개발자 중 한 명이 ‘한국은 대체 왜 어린이 캐릭터의 치마를 들추고 속옷을 보이게 만드냐’고 묻는데, 너무 부끄러웠다”며 “한국에서 일할 당시 아무리 이런 설정에 문제를 제기해도 단지 ‘여성’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묵살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가슴, 엉덩이 등이 비대하게 묘사돼 기괴한 느낌을 주는 ‘라스트오리진’의 여성 캐릭터들. ‘라스트오리진’ 캐릭터 이미지컷
◇ 장군, 영웅은 남성 몫, 여성 캐릭터는 ‘내조’만
겉모습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북미 연구들에 따르면 게임 속 여성 캐릭터는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형상화될 뿐 아니라 남성 캐릭터를 보조하는 역할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배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남성 캐릭터는 78명, 여성 캐릭터는 40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가량 많다. 2014년 한국게임학회 연구에 따르면 이 게임 속 남성 캐릭터의 능력치는 여성캐릭터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여성 캐릭터를 수동적이고 소극적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게임을 자주 이용하는 방모(17)양은 “여성 캐릭터로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너는 여자니까~’ 라는 대사들이 자주 등장한다”며 “남성은 주로 전사나 장군과 같은 모습이지만 여성은 치료나 연주를 맡는 지원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한 ‘아칼리’ 캐릭터는 간호사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코스튬을 착용한다.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이미지컷
남성 사용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게임 캐스터로 활동 중인 김경우(31)씨는 “게임 속 캐릭터의 연령대를 살펴 보면 남성은 중년ᆞ노년이 많지만 여성은 10대~20대 정도로 제한돼 있다”며 “외국 게임의 경우 게임 속 이야기에 인종, 소수자, 젠더 등의 다양한 메시지를 담는 경우도 보이는데, 한국게임엔 그런 ‘문화적 코드’라고 할만한 게 거의 없다”고도 지적했다.
블리자드사가 개발한 ‘오버워치’ 속 성소수자 캐릭터. 왼쪽은 바이 섹슈얼인 ‘트레이서’, 오른쪽은 게이인 ‘솔져76’.
◇ 성별 구분 없애고, 여성 캐릭터에 서사 부여… ‘바뀌는 게임판’
최근 업계 내부에서 맹목적인 ‘벗기기’ 문화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변화의 바람은 해외에서 먼저 불었다. 미국 블리자드가 만든 ‘오버워치’는 여성 캐릭터로선 이례적으로 장애를 가진 60세 백발 노인 ‘아나’를 선보였다. 성소수자 여성 캐릭터인 ‘트레이서’가 뒤를 돌아 엉덩이를 보여주는 승리 자세로 유저들 사이에서 성 상품화라는 비판을 받자 개발진이 공식으로 사과한 후 바로 이 자세를 수정하기도 했다.
1996년 처음 출시돼 2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비디오 게임 ‘툼레이더’.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의상은 ‘탐험’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비디오 게임의 고전인 ‘툼레이더’도 20년의 세월을 거치며 달라졌다. 오지를 누비는 탐험가 라라 크로프트는 1996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 역시나 큰 가슴과 엉덩이를 드러내는 탱크톱, 핫팬츠 차림이었다. 샤워를 하며 “이미 충분히 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는 대사를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노골적인 장면들은 점차 줄어들었고 주인공의 외형도 크게 바뀌었다. 비정상적인 형태 대신 팔과 어깨인 단단하게 근육이 단단하게 붙은 모습으로 변했다. 바지도 긴 작업용으로 갈아입었다. 극중 설정에 제대로 들어맞는 외양을 뒤늦게 찾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다른 게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기게임 ‘콜오드듀티’의 최신작에서는 여성 전사 캐릭터들이 전시상황에 걸맞는 복장을 갖춰 입고 등장한다.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성별에 따른 외모 설정 차이를 아예 없앴다. 동물의 숲 이미지컷
최근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아예 캐릭터의 성별 구분을 없애버렸다. 이전 시리즈에서 여성은 원피스 차림의 소녀로 남성은 짧은 머리 소년으로 설정됐지만, 올해 새롭게 발매된 에디션에서는 얼굴, 머리 모양, 피부색, 옷차림 등을 성별, 인종의 경계 없이 유저가 직접 설정할 수 있게 됐다.
클로버 게임즈의 ‘로드 오브 히어로즈’ 속 여성 전사 캐릭터, 자이라.
◇ “이렇게 잘할 수 있는데 왜 여태 못했나?”
국내 게임 업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말 출시된 클로버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성적으로 대상화되지 않은 입체적 설정의 여성 캐릭터를 다수 선보여 이용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몸매가 부각되는 의상 대신 역할에 맞는 의상을 착용한다. 용맹한 전사, 노련한 통치자, 지혜로운 노인 등 그간 기존 게임의 여성 캐릭터에선 찾아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설정도 돋보인다.
이 게임을 즐겨 이용하는 박모(21)씨는 “여성 캐릭터의 노출 없이도 다양하고 멋진 캐릭터를 통해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왜 못했나 싶다”고 말했다. 캐스터 김경우(31)씨는 “가족들과 함께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며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평했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 속 여성 노인 캐릭터 헬가.
◇게임도 ‘미디어’, 다양성 가치 못 담아내면 도태된다
전세계 게임 산업 규모는 150조 원에 육박한다. 게임은 이미 ‘문화 컨텐츠’의 한 축이 됐다. 한혜원 이화여대 교수는 “게임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사회의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인간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문화적 축”이라 일컬었다.
게임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확연히 달라졌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69.9%, 여성의 61.3%가 게임을 이용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도태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자 김모(28)씨는 “한국 게임업계는 ‘여성 유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다”며 “성 상품화를 일삼을수록 여성 사용자는 떨어져나갔고, ‘남은 사용자라도 잡자’며 더 심하게 여성 캐릭터를 벗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 신입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예 게임 안에서 성별 구분을 없애 버리자’는 파격적인 주장도 나온다”며 “다양성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게임 속에 녹여내기 위해서라도, 20대 청년과 여성 창작자의 목소리가 제작에 고루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를 떠나 해외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개발자 A(34)씨는 “지금까지 통용되어 온 ‘벗겨야 팔린다’는 룰은 사실 가장 쉽고 저급한 방법”이라며 “성상품화 없이 게임 자체의 재미,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게 힘들기 때문에 선택한 길”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당장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캐릭터들을 모조리 없애야 한다기 보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대상화’ 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노후 주택 정비 엄두 못 내는 구도심 주민들…가설계 비용 전액 지원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내 자율주택정비사업
사업성 분석 비용 지원하고 LH가 ‘파트너’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내 노후 주거지 주민들이 소규모로 실시하는 주택정비사업의 문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사업성 분석에 드는 가설계 비용이 무상으로 지원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시행사로 참여해 사업 관리 전반을 책임진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이같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내 노후 주거지 자율주택정비사업에 대한 공공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낙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특성 상 낡은 집을 고쳐 새 집을 짓고 싶은 의지가 있는 주민들도 비용 부담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실제 자율주택정비사업에 나서는 사례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국토부는 우선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내에서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주민에게 사업성 분석에 소요되는 가설계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2018년~2019년 한국감정원 통합지원센터로 자율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상담을 신청한 건수는 1942건이었으나 실제 사업성 분석을 위한 가설계로 이어진 것은 174건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100만원 안팎의 사업성 분석 비용은 주민들이 제일 처음 맞닥뜨리는 벽이다. 국토부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상담에서 사업성 분석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로 가설계 비용 부담을 꼽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제공.
절차가 복잡하고 관리가 어려운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성 탓에 사업에 나서기가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서는 엘에이치가 ‘파트너’로 나서기로 했다. 엘에이치가 주민합의체와 공동시행약정을 체결한 뒤 ‘총괄 사업관리자’로 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한국감정원 도시재생지원처 관계자는 “기금 융자 등 자금 관리를 엘에이치가 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엘에이치 참여형’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20% 이상 공공임대로 공급할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총 사업비의 최대 90%를 연 이율 1.2%로 융자받을 수 있게 된다. 최대 70%, 연 이율 1.5%로 대출이 가능한 민간 단독 사업보다 조건이 좋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노후 주거지의 주거환경 개선 및 구도심 재생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으로 국토부는 2018년 99곳, 2019년 76곳을 뉴딜사업지로 선정한 바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빈집법’(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특정 지역에서 노후·불량 건축물의 수가 3분의 2 이상인 노후 주거지 주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실시되는 사업이다. 일반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전국적으로 23곳이 착공, 4곳이 준공됐으며, 이 가운데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내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착공 9곳, 준공 2곳으로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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