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성 강화 사업 백지화로 ‘923억’ 날린 한수원
대구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절차 밟는다
따릉이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 민원에 사라진 대여소 65곳
새만금 및 가덕동신공항 ‘수라갯벌’‧‘가덕동 국수봉 100년 숲’ 내셔널트러스트대상
공공기관 에너지 10% 감축의무, 법원·대통령실은 제외?
파리 샹젤리제 거리처럼? 광화문∼한강 7㎞ 녹지 공원으로
기후변화 잣대 한라산 구상나무 열매 올해는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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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에 빠진 나무, 긴~ 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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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다” vs “아니다”…35년 만에 인삼밭에서 벌어진 사건
온실가스 감축 비판한 윤석열, 외교 활동에 재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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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바다에서 공포를 키우고 있는 유령
원전 안전성 강화 사업 백지화로 ‘923억’ 날린 한수원
원자로 파손 막기 위한 감압설비 설치 추진
2019년 규제기관 ‘설비 무용’ 지적에 백지화
한수원 “소요비용 정상 지출, 회수계획 없어”
고리 원전 1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강화를 목표로 900억원 넘게 투입한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CFVS) 사업’이 백지화 돼 공적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업계에서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결과적으로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 한수원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3일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CFVS 설치 사업 관련 내용’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월성 2~4호기 등 중수로 3기와 고리 2~4호기, 신고리 1~2호기, 한빛 1~6호기, 신월성 1~2호기, 한울 1~6호기 등 경수로 19기에 설치를 계획했던 CFVS 사업에 총 923억1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백지회된 CFVS 사업은 ‘멜트다운(원자로 노심부 액체화)’ 등 중대사고 발생시 원자로 파손을 막기 위한 감압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2013년부터 추진됐던 이 사업은 2019년 5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선량평가 결과, ‘원전 중대사고 발생시 CFVS를 설치해도 방사선 피폭 기준(20밀리시버트)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한수원은 2019년 11월 이사회에서 CFVS 사업을 철회하고, 대체제로 고유량 이동형 펌프를 활용한 ‘대체살수 설비’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체살수 설비는 2024년까지 각 원전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도 최소 수십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CFVS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과 한수원간에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8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납품은 물론 실물 제작 경험도 없는 업체가 19일 만에 공급자로 등록된 것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당시 “한수원이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감압설비 공급업체를 허술한 절차를 거쳐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유착 의혹은 감사원 감사로도 이어졌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탈핵부산시민연대는 한수원과 납품업체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2018년 11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 원자력업계 전문가는 “감사 결과가 최재형 감사원장이 있을 때 나왔는데, 당시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한 감사원 내부의 반발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며 “감사 결과를 끝으로 백지화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책임도, 업체와의 유착 의혹도 모두 덮어졌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2019년 무렵까지도 CFVS 설계를 포함해 자체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923억원) 금액이 집행된 것”이라며 “원전 규제기관의 입장이 사업 추진 당시와 달려져 사업을 중단한 것이고 그간의 계약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을 업체들에게 지불했을 뿐, 사업 실패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주자 사정에 의해 계약 해지된 사항으로 사업 진척도에 따른 비용이 정산됐기에 별도의 투입자금 회수 계획도 없다”고 했다.
경향 강연주 기자 김송이 기자
대구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절차 밟는다
전략환경영향평가協, 평가 대상·항목 등 담은 준비서 심의
내달초부터 주민의견 수렴… 환경부 “행정절차 적극 추진”
자원·생태·경제적 가치 증가 등 ‘국가 관리’ 필요성 크지만
‘재산권 박탈’ 우려하는 반대 주민들과의 상생 숙제 풀어야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환경부는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 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구성해 평가 대상과 항목, 토지 이용 구상과 대안 등이 담긴 평가준비서를 24일부터 심의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은 ‘환경영향평가법’ 제8조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분야 관련 민간 전문가, 지역별 주민대표, 시민단체, 환경부, 대구광역시 및 경상북도 지자체 소속 공무원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협의회는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과 관련해 대상지역, 토지이용구상안 및 대안, 평가항목에 대한 범위 및 방법 등 전략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검토 및 심의한다.
환경부는 협의회 심의가 끝난 팔공산 전략환경영향평가준비서를 환경부(me.go.kr), 대구광역시(daegu.go.kr), 경상북도(gb.go.kr) 등 각 기관 누리집과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eiass.go.kr)에 11월 초부터 14일 이상 공개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현재 팔공산은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가 나눠 관리하고 있다. 대구시가 1981년 직할시(현재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이듬해부터 팔공산 관리가 나눠지면서 각각 관리인력과 예산이 집행되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지난해 5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환경부에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달라는 건의서를 접수하며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건의에 따라 환경부는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 등의 국립공원 지정 절차도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라며 “조속한 지정을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팔공산을 대상으로 ‘자연공원법’ 제4조에 따른 자연생태계, 자연·문화경관 등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
팔공산 면적은 약 127㎢(도립공원 면적)이며 서식하는 생물은 5천295종(2019년 팔공산 자연자원 조사)에 달해 보호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면서 찬반 양론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에 찬성하는 측은 팔공산은 국내 22개 국립공원 중 8위에 해당하는 우수한 생태환경과 갓바위와 제2석굴암을 비롯한 총 91점의 지정문화재를 가지고 있어 문화적 자원도 매우 훌륭해 미래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유산인 만큼 국립공원 승격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국립공원 경제성 평가 및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위한 정책 대토론회’에서 ‘국립공원 가치와 지정효과,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문정문 국립공원공단 탄소중립전략실장은 “무등산 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승격 사례를 통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경우 경제적 가치가 약 1.9배 상승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국립공원 지정시 5년간 예산을 집중투자할 예정이고 태백산의 경우 도립공원 당시 연 24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던 것이 국립공원 지정 후 연 113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은 “지난 1980년 5월 51일 팔공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됨으로써 하루 아침에 생존권과 재산권을 박탈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는데, 주민의 동의 없이 또 국립공원을 지정하려는 행위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처사”라며 “정작 산림과 자연환경을 지켜야 할 곳은 공원으로 지정하지 않고 주민의 터전인 농토는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재산권을 제한하려 한다”라며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백지화를 촉구했다.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여론은 지역을 중심으로 높고 필요성도 충분하다고 평가되지만 전체 70%가 사유지인 점이 가장 큰 장애물로 손꼽힌다. /이곤영기자
경북매일 이곤영기자
따릉이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 민원에 사라진 대여소 65곳
직장인 박모(26)씨는 지난달부터 출근에 걸리는 시간이 7분가량 늘었다. 아침마다 이용하던 집 근처 따릉이 대여소가 갑자기 철거되는 바람에 지하철역까지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근처에 공원이 있어 인기 많은 대여소였지만 주민 민원도 많았다.
박씨는 "따릉이를 타면 집에서 역까지 3분 정도면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며 "이미 끊어놓은 정기권도 자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시민의 발로 사랑받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장사에 방해된다'는 항의에 철거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서울시의 '따릉이 대여소 철거 사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철거된 따릉이 대여소 95곳 가운데 '폐쇄요청 민원'에 따른 철거가 65곳으로 68.4%를 차지했다.
민원 탓에 따릉이 대여소가 열흘에 1곳씩 사라지는 셈이다. 이밖에 '공사로 인한 보도 점유'가 19(20.0%)건, 보도폭 등 문제로 더 이상 설치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운영 불가'는 11건(11.6%)이었다.
한 네티즌은 대여소를 새로 설치해달라고 구청에 요청했다가 "인근 아파트 주민들 반대로 이미 설치했던 대여소가 철거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인근 브랜드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전거를 '서민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유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따릉이 대여소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상가의 경우 간판이 가려진다거나 보행에 불편하다며 대여소를 철거해달라는 민원도 제기된다.
문제는 한 번 철거하면 인근에 새로운 대여소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여소를 새로 만들려면 후보지를 선정한 뒤 보도 폭을 3m 이상 확보하고 점자블럭을 침해하지 않는지, 소화전이나 전기·통신 시설을 방해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
사유지인 경우 토지 소유권자와 협의가 필수다. 그러나 따릉이 대여소가 지난해 기준 2천600곳을 넘어서면서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는 이미 포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 후보지는 이미 한계치에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따릉이가 모든 시민의 발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따릉이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도 대여소를 철거해달라는 일부 고급아파트 주민의 민원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따릉이가 혐오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님비(NIMBY)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고장난 자전거를 방치하거나 바구니에 쓰레기가 쌓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면 일부 지역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새만금 및 가덕동신공항 ‘수라갯벌’‧‘가덕동 국수봉 100년 숲’ 내셔널트러스트대상
한국내셔녈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와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은 지난 22일 문학의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시상식을 개최, 시민공모전을 통해 수상지역으로 선정된 6곳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과 가덕신공항 예정지인 ‘가덕동 국수봉 100년 숲’이 내셔널트러스트대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매년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을 통해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발굴,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시민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하는 동영상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홈페이지와 유튜브(https://youtu.be/C84fxZFPUbs)에서도 볼 수 있다.
출처 : 미디어제주
공공기관 에너지 10% 감축의무, 법원·대통령실은 제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현안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난방온도를 17도로 제한하는 등 에너지 10% 절약계획이 시행되고 있지만 특히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과 행정기관인 대통령실은 강제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실과 총리실은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에너지 절감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기관들은 ‘삼권분립 위배’를 이유로 들어 실내 온도 제한 입법이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공기관 에너지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 대상에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관위, 헌법재판소 등 500개에 이르는 헌법기관은 물론 행정기관 중 하나인 대통령실도 의무대상에서 빠졌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효율화제도’는 1996년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처음 시행됐다. 이후, 2007년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이 개정되면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적용을 받는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공공기관(중앙·지방), 국공립 대학·병원, 초·중·고교 등 전국 2만5000여 곳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18일부터 공공기관 건물의 난방 설비 가동 시 실내 평균 난방 온도를 17도로 제한했다. 공공기관 종사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근무시간 중에 개인 난방기 사용이 금지된다.
2017년 20대 국회에서도 헌법기관도 다른 공공기관처럼 똑같이 에너지 규제를 적용받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입법은 무산됐다. 양이 의원은 “에너지이용 효율화 조치는 건축물을 관리하는 국회사무처, 법원행정처 등 공공기관이나 공공사업장에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입법권·사법권 또는 삼권분립 침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이 의원이 국회 등 헌법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법원 전기사용량은 공공기관 평균사용량(54GWh)의 2배 수준인 104GWh을 사용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법원과 국회는 각각 7만1052t, 2만989t으로 공공기관 평균의 15배, 4배 수준이다.
한편, 산업부는 “에너지 위기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국회, 법원 등에 에너지 절약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총리실도 다른 공공기관과 같이 난방온도를 17도 제한하고 실내조명 30% 이상, 전력사용량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50% 이상 소등 등 에너지사용 제한 조치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경향
파리 샹젤리제 거리처럼? 광화문∼한강 7㎞ 녹지 공원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현지시간) ‘파리8구역 도심 녹지축 조성’ 사업 관계자들과 함께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광화문과 한강을 잇는 7㎞ 구간에 만들기로 한 국가상징거리를 녹지생태 거리로 조성한다. 서울시는 이 거리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같은 서울의 대표 상징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방문 이틀째인 22일(현지시간) 도심 녹지축 조성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프랑스 파리8구역 현장을 방문해 광화문~서울역~용산~한강을 잇는 ‘국가상징가로’를 녹지생태 가로로 재편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파리8구역 도심 녹지축 조성 사업은 샹젤리제 거리와 콩코드 광장을 2030년까지 도심 녹지축이자 시민을 위한 정원으로 재단장하는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과 연계해 국가상징거리 조성 사업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서울역에서 용산을 지나 한강으로 이어지는 5.3㎞ 구간 사업에 착수해 서울역∼한강대로 구간(4.2㎞) 차로를 6∼9차로에서 4∼6차로로 축소하는 대신 보행로는 폭을 최대 1.5배 확장하고 자전거도로를 신설할 계획이다. 한강대로에는 스마트 자율주행 버스전용차로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가로 시설물에 통합 디자인과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다. 지난해에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세종대로 사거리~숭례문~서울역 1.55㎞ 구간에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을 완료한 바 있다. 국회대로 7.6㎞를 지하화하고, 지상부에는 약 11만㎡의 대규모 선형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의 국회대로 상부 공원화 사업도 추진한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기후변화 잣대 한라산 구상나무 열매 올해는 '풍성’
그루당 평균 열매 120개·건전한 열매는 92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올해 봄부터 최근까지 한라산 구상나무의 열매 결실량을 조사한 결과 구상나무 한 그루에 평균 120.2개가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병해충이나 환경적 요인 등으로 피해를 본 열매를 제외한 '건전한 열매'는 구상나무 한 그루당 평균 91.8개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구상나무 한 그루당 '건전한 열매' 평균 개수는 왕관릉 일대가 197.1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큰두레왓 일대 117.1개, 방애오름 일대 106.5개, 영실 75.6개, 백록샘 51.2, 성판악 일대 39.3개였다.
윗세오름은 평균 31.4개로 가장 낮아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또 한라산 구상나무의 품종별 '건전한 열매' 비율은 기본구상나무가 81.5%, 푸른구상나무는 70.1%, 붉은구상나무는 74.1%, 검은구상나무는 87.9%로 나타나 품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건전한 열매'의 형질은 평균 무게 21.7g, 길이 67.7㎜, 둘레 25.5㎜로 조사됐다.
신창훈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장은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점차 개체 수 및 면적이 감소하는 구상나무의 지속적인 보전을 위해 구상나무의 열매 결실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므로 결실 주기와 특성을 밝히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에는 개화 시기인 봄철에 한라산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등 이상기후로 결실된 열매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라산 구상나무 열매 결실량 조사에 돌입했다.
올해의 경우 한라산 영실, 성판악, 왕관릉, 방애오름, 윗세오름, 백록샘, 큰두레왓 등 7개 지역 구상나무 자생지에서 총 100그루를 조사했다/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탄소 배출도 잡은 ‘코로나19’…국민 1명당 12.7톤 배출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한 ‘그놈’ 깨어난다 … 빙하 속 ‘고대 바이러스’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대 바이러스가 나타나 야생동물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오타와대학 스테판 아리스브로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캐나다 누나부트주 엘즈미어에 있는 북극 담수호 '하젠 호수'에서 빙하가 녹은 물이 다량으로 유입되는 지역은 바이러스 유출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되는 하젠호수에서 토양과 퇴적물 샘플을 수집해 RNA와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박테리아의 특징을 식별했다. 또 이들 바이러스가 유기체를 감염시킬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빙하와 영구동토층에 잠들었던 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깨어나 지역 야생동물 등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바이러스가 인류 최초의 것인지, 또 이런 바이러스들이 실제 감염과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개월 내로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빙하 유실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최신 연구였다고 가디언은 강조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로 사망에 이르는 일도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티베트고원의 해발 6500m의 얼음 샘플에서는 1만5000년 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당시 얼음에서는 33개의 바이러스가 식별됐는데, 이 가운데 28개는 인류가 최초로 접한 것이었다. 발견된 바이러스의 절반은 얼음이 얼어붙는 환경에서도 살아있던 것으로 추측된 바 있다.
또 2016년에는 북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탄저병으로 어린이가 사망하고 최소 7명이 감염됐다.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순록 사체가 드러났고 탄저균이 퍼져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2014년에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몰리바이러스 시베리쿰'이라는 이름의 3만년 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네덜란드 공원서 낙엽 쓸기 대신 '곤충 분해' 실험
"애써 낙엽 쓸지 마세요."
네덜란드 주요 도시인 에인트호번에서 주민들에게 송풍기나 갈퀴로 공원의 낙엽을 쓸지 말고 그대로 둘 것을 당부했다. 시 당국은 공원에 쌓이는 낙엽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겨울을 나는 곤충들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보기에는 좀 지저분해 보여도 곤충들이 알아서 낙엽을 분해하면 생태계 복원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은 낙엽을 치워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그러나 공원 낙엽은 그대로 둘 작정"이라고 말했다.
한 조경 업체 관계자도 "정원을 예쁘게 가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것을 애써 설명하고 있다"며 낙엽을 그대로 두면 여러 가지 면에서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의 원리가 작동하면 생태계 복원과 생물 다양성 보전 외에도 잡초가 덜 자라고 여름에 물을 덜 줘도 되는 이점이 있다"면서 "빗물이 금세 배수구로 빠져나가지 않는 등 자연의 순환 과정 전체가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에인트호번시는 또 주민들이 집 주변과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시 전역에 배치된 200개의 '낙엽통'에 담아 뒀다가 이듬해 봄 식수 때 토양 덮개나 퇴비로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당국자는 낙엽을 퇴비로 쓰는 데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면서, "그렇게 해야 우리가 메마르게 만든 땅이 복원된다고 설명하면 다들 이해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통 꽃 사라지겠네”... ‘망자의 날’ 앞둔 멕시코, 중국 품종 국화에 발칵
멕시코가 ‘망자의 날’을 약 7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국 개량 품종 ‘셈파수칠’이 대거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망자의 날은 죽은 친지나 친구 등을 기억하며 명복을 비는 날로, 멕시코 및 관련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행해지는 큰 축제다. 셈파수칠은 망자의 날의 상징과도 같은 꽃이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망자의 날 상징인 주황색 국화 ‘셈파수칠’(마리골드) 가 돌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산 개량 품종인 ‘셈파수칠 치노’(셈파수칠 차이나)가 멕시코 꽃집 등에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멕시코 전통 품종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현지 네티즌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들은 “우리 셈파수칠이 사라질까 봐 겁난다” “멕시코 전통 품종을 재배하는 농장에 피해가 갈 것 같다” “중국 품종은 사지 말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 품종 셈파수칠과 자국산 셈파수칠을 구분하는 방법을 상세히 공유하기도 했다.
멕시코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중국 품종은 정통 셈파수칠에 비해 꽃의 크기가 훨씬 작고 색이 옅다. 발아가 되지 않으며, 작은 화분에 담겨 판매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정통 셈파수칠은 대부분 꽃다발로 판매되며, 꽃 지름이 평균적으로 약 5cm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0년 넘게 셈파수칠을 재배해 온 마르타 베니테스 리바스는 “중국 품종은 셈파수칠 특유의 향이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셈파수칠 치노 역시 멕시코 농가에서 키워 파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셈파수칠 재배자 다니엘 구스만 크루즈는 현지 일간 밀레니오에 “중국 품종 또한 멕시코 내 많은 생산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 꽃의 원산지 역시 멕시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 품종은 셈파수칠을 관상용으로 개량한 것으로, 유전적으로 오래 살지 못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발아하지 못해 생산량이 제한적이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망자의 날은 ‘죽은자의 날’이라고도 불리는 멕시코 기념일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마지막 날인 2일은 휴일에 준한다. 관공서와 학교는 모두 문을 닫는다. 사기업과 은행은 영업하긴 하지만, 대부분 단축 근무를 한다. 망자의 날은 국내에서 약 351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코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조선 박선민 기자
생태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 자본주의의 수선이 현실적이다!
노동자는 자본가와 함께 기후위기의 공범자인가?
유 대표님께 가끔은 뵈었지만 이렇게 글로 뵙기는 처음이네요. 유 대표님을 뵐 때마다 종교 속에 기후의식을 전파하고 이를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느라 정말 애쓰신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막상 글로 쓰려니 조심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후환경운동에서 제 글은 현실타협적이고 개량주의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싶네요. 당연히 제 글은 유 대표님의 생각과도 많이 다를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렇더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실 노동쪽에 몸을 담아 왔던 저로선 유 대표님과 기후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받았던 충격이 적지 않습니다. 가령 "노동자는 생산주의, 성장주의에 사로잡혀 기후위기의 공범자가 되고 있다"든지, 전환과정에서 고용의 중요성을 말하는 저더러 "전환사회를 아무런 무리 없이 달성하는 그런 개벽적 전환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말씀들이 그런 거였죠.
체제전환이 필요하다며 탈성장과 생태사회주의를 내세우는 것도 저로서는 선뜻 공감하기가 머뭇거려지더군요. 사실 기후생태를 말하는 동네에서 체제전환이라는 말은 그냥 일상어가 된 느낌을 받습니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암묵적인 공감 사항인 것 같구요. 제가 잘못 이해했나요?
체제전환에 대한 목소리는 높고 때로는 급진적이지만 실천적인 요구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더군요. 예를 들어 탈석탄법을 제정하라든지,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로 건설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는 것을 체제전환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라는 게 반자본주의는 아니겠구요. 기후재판을 응원하고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는 것, 심지어는 일회용 종이컵 보증금제를 법대로 실행하라는 것부터 기후시민으로서 일상의 소소한 실천을 강조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의 활동은 자본주의적이기도 하죠. 어쩌면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미온적인 대응이 사고의 수준을 급진화시키면서도 현실적인 요구의 수준을 낮추는 것도 같구요.
▲지난 6월 23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청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 안양비상행동'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재난이 인류생존을 위협하고 지구의 생명 다양성을 파괴하는 의미를 전달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성장론은 유토피아론이다
제가 언젠가 유 대표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죠. 체제전환이라는 주장이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전환의 주체를 누구로 설정하는지도 모호할뿐더러 전환의 경로나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구요. 체제전환을 실천적인 흐름으로 만들려면 다듬어야 할 내용이 많다는 말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탈성장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렸으면 합니다. 길지 않는 지면인데다 아무래도 체제전환 논의는 탈성장을 화두로 시작하는 것 같으니까요.
탈성장 주장이라고 해서 흠집이 없진 않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우선은 그것이 노동을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경제성장은 괜찮은 일자리는 물론 대중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린 주요한 엔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를 기후위기의 공범자로 인식하고 고용을 '나 몰라라' 하면서 노동자를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세우기는 어렵겠죠. 임금노동은 기본적으로 종속노동이고 고용은 생산의 파생수요라면 노동을 벌레 보듯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체 일자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아무리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일이라 해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맹렬히 들고 일어날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는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된다고 주장하는 나오미 클라인의 말이죠.
저는 탈성장론이 유토피아론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득하게 가물거리는 것 같다는 말이죠.(불가피하게 외부로부터 강제될 수는 있겠지만요)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는 것 같기도 하고, 폐쇄회로에 갇혀 논리적인 자기완결성을 추구하는 것으로도 비치구요.
성장중독을 말하지 않더라도 탈성장이 정치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의제일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나 고용 감소 및 대규모 실업, 생활 수준의 하락을 노동자나 일반 국민이 수용할 것으로 비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탈성장이 오히려 불평등을 부추기고 기후위기에 대한 투자를 늦출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욱이 이 '혁명'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면 탈성장의 실현가능성은 그만큼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투자란 말이 나왔기에 하는 말입니다만 탈탄소는 탈성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 기본적으로는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일과 함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달성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정부, 그것도 자본주의 정부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이러한 투자는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입니다. 녹색 경제를 구축하려면 많은 노동 집약적 활동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죠. 녹색성장, 그린 뉴딜을 그린 워싱이라는 한 단어로 치환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탈성장(저성장)이 반드시 탄소배출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보더라도 명확하죠. 오히려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보듯 성장과 탄소배출 감축이 동행하는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이조차 탄소배출을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긴 탓이라고 주장하시겠습니다만) 오랜 시간에 걸친 정부의 단계적이면서도 강력한 규제와 지원, 그리고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되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경제성장이 아닐까요.
오늘날 자본주의가 기후위기를 낳는 악당이라는 말에 공감하더라도 "자본주의인가 아닌가?"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자본주의인가?"라고 묻는 게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자본주의를 고쳐 쓸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말씀드리는 거죠.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의 확대가 아닌,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성장에 덜 매달리더라도 평등과 연대를 지향하는, 달리 말해 시장을 사회적 통제 아래에 두는 그런 자본주의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RE 100이나 ESG 경영, 또는 사회책임투자와 같은 기업의 노력이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시장주의적 대응이라며 폄하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국가의 규제와 지원, 투자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비판은 정당하지만 자본이 탄소배출 감축에 나서는 것조차 비판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그것이 이윤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공동의 차별적인 책임의 원칙'에 비춰 본다면 더 큰 책임이 뒤따라야 하겠지요.
기후운동이 노동조합의 정의로운 전환을 껴안아야
유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노동계는 오랜 기간동안,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정의로운 전환을 자신의 지향으로 삼아왔습니다. 이를 단순히 '먹고사니즘'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아닐 뿐더러 사회정의도 아니겠죠. 사회정의를 추구하지 않는 환경운동이 환경을 지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희생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체제를 바꿔야 기후변화가 멈춘다고 주장하는 조너선 닐의 말이죠, 사실 정의로운 전환은 국제노동기구(ILO)나 국제노총(ITUC)은 물론 많은 노동조합이 수용하는 노동계의 지배적인 담론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이 지나가듯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믿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걸 저는 지금도 놀라움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설마? 아마도 정의로운 전환을 좁게 해석한 탓이 아닐까, 혼자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이 권력 관계의 변화를 외면한다든지 불평등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죠. 가령 사회적 약자층인 노동자들 - 하청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 - 의 이해를 우선하는 데 동의한다면 이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권력 관계를 바꾸는 것은 물론 불평등의 개선은 불가결한 요소일 것입니다.
가령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라는 말에서 보듯 노동전환은 산업전환의 내용과 속도에 의존합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산업전환 과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고 이는 권력 관계의 변화를 전제로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둘러싼 해석 투쟁이 치열합니다만 그것이 체제전환을 내포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적지 않죠. 당연히 노동계 내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해석 투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운동이 얼마나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느냐도 평가의 대상이겠죠. 사실 환경운동에서 노동운동이 변방을 차지한다든지 때로는 반환경단체로 비난을 받는 데는 노동운동의 대응이 지지부진한 탓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고용의 보장이나 사회안전망의 확충으로 좁게 해석하면서 막상 기후위기 대응에는 한 발을 뺀 것이 노동운동의 실상이었죠.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일부 업종 - 석탄화력발전이나 자동차 업종 - 에서나 기후위기를 발등의 불로 여길 뿐 대부분의 노동조합에게 기후위기는 강 건너 불이기도 하구요. 내 고용에 영향이 없으면 오불관언이 되고 고용전환이 닥치더라도 내 고용만 해결되면 만사 오케이가 되는 식이었죠. 이른바 현상유지적 대응이나 대응적 담론(reactionary discourse)에 그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노동운동이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 노동조합주의(social unionism)에 둬야 한다는 주장은 차고 넘칩니다. 사회적 의제를 노동운동 속에 내면화하는 것을 말합니다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노동권이 제한된 데다 무엇보다 기업별 노조라는 게 질곡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사고의 지평을 국제적으로 넓히려는 것만 해도 마치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더러 바다를 상상하라고 다그치는 꼴이죠.
행동 주체들의 연대가 없으면 기후위기는 기후파국이 된다
자본주의가 자연에 대한 약탈과 노동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면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 역시 노동과 환경의 연대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기후문제로 풀뿌리 대중운동을 건설하려면 수많은 노동자들을 끌여들여야 할 것입니다. 사실 노동자는 소비자(시민)이자 생산자로서 기후위기의 일차적인 이해당사자인데다 노동자의 자발적인 단체인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 최대의 사회단체라고 볼 수 있죠. 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를 세우는 문제이자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봅니다. 노동운동이 기후의식(climate literacy)을 높이는 과정에서 환경단체의 연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사실 '환경과 고용 사이의 갈등'은 기후위기와 마주 선 노동조합의 오래된 굴레였습니다. 그걸 해결하자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과 환경단체가 접점을 얻게 되죠. 물론 기후연대가 노동과 환경 사이의 만남만은 아니겠습니다만 이 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건 틀림이 없다고 봅니다. 연대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힘을 빌려오는 거죠. 노동조합도 혼자서 소금 가마니를 짊어질 일이 아니듯이 환경단체 역시 노동조합과 동맹을 맺으면 혼자서 세계를 구하려 들 필요는 없어지겠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모두의 참여와 협력으로 공동의 행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거죠.
그렇잖아도 바쁘신 유 대표님께 더 바빠지게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던진 셈이 됐네요. 길지 않은 만남과 짧은 대화로 제가 유 대표님의 생각을 오해하거나 오독한 지점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과거의 담론에 갇혀 미래의 전망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겠구요.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이해의 발판을 넓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박태주 60+기후행동 운영위원·전 경제사회위원회 상임위원/ 프레시안
MBC가 녹조 독소로 둔갑 보도” 조선일보 저격 기사 오히려 논란
대구MBC,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 검출 사실 연속 보도
“조선일보 기자에게 직접 찍은 사진까지 제시하고 바로잡았는데…”
국립환경과학원의 잘못된 주장 그대로 인용하며 환경단체 비판
대구MBC가 지난 7월27일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남세균) 독소가 검출된 사실을 첫 보도했다. 지난 12일엔 이승준 부경대 식품과학부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대구 달성군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된 사실을 보도했다. “고도정수 처리 뒤 녹조 독소는 모두 걸러진다”는 환경부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녹조 독소 사태 해결을 위해 환경부의 대국민 사죄 및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조선일보가 대구MBC 보도를 왜곡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조선일보 10월20일자 기사.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단독] 국립환경과학원 “MBC,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수돗물 공포감 조성”’ 기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은 MBC가 ‘남세균’이라며 보도에 쓴 현미경 관찰 사진은 형태학적으로 남세균과 전혀 무관한 물질”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사진은 이승준 교수팀이 시료를 현미경 관찰하는 과정에서 직접 찍은 것”이라면서 “MBC가 무해성 물질을 녹조 독소로 둔갑해 보도했다”는 과학원 입장을 전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일보에 “시민단체와 MBC가 공포감을 조장하고 수돗물 신뢰성을 흔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데 응분의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수돗물 안전과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공동대책위원회‧환경운동연합은 24일 공동 논평을 내고 “대구MBC가 보도한 대구 달성군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의 녹색 물질 성분 분석 결과 화면을 가지고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승준 교수를 공격했다. 그러나 해당화면 속 사진은 (이승준 교수팀 사진이 아닌)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수질연구소의 미생물 사진이다. 이는 10월21일 국정감사에서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이 해당 사진이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대구MBC에 따르면 10월12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MBC와 별도로 또 다른 연두색 수돗물 필터를 제보받았고 자체적으로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무해한 녹조류인 ‘코코믹사’로 확인됐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이에 ‘코코믹사’라고 보여준 화면을 취재진이 촬영했고, 이 사진이 ‘[심층] 대구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연두색 물질, 녹조 일으키는 남세균으로 확인’ 기사에 들어갔다. 대구MBC는 기사 속 사진에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원 조사 결과’라는 자막도,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조사 결과’라는 자막도 넣지 않았다.
대구MBC는 “사진 위치가 이승준 교수 인터뷰 바로 위에 배치되어서 마치 이승준 교수팀의 조사 결과로 일반 독자들이 착각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오해를 피하기 위해 10월 18일 온라인 기사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사진이 누가, 어떻게 찍은 사진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이승준 교수팀이 찍은 사진이라고 규정하고 이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대구MBC는 현미경 검사와 유전자 검사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이라면 과학적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낙동강 녹조 모습. ⓒ연합뉴스
환경단체들은 “조선일보는 사태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왜곡 보도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승준 교수는 문제의 사진이 이승준 교수 연구팀의 사진이 아님을 밝혔다. 조선일보 기자에게 연구팀이 직접 찍은 사진까지 제시하면서 바로잡아 줬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이 교수의 연구를 폄훼하는 왜곡 보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조선일보가 정정보도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4대강 녹조 독소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할 사태”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와 조선일보를 가리켜 “4대강 보를 사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깔려있다”고 꼬집은 뒤 “심각한 녹조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4대강 보 때문”이라며 “환경부는 ‘무조건 부정’하고 민간 연구자의 연구를 폄훼하며 공격하지 말고 4대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왜곡 보도 피해자인 과학자들에게 사죄하고 낙동강 녹조 문제에서 즉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가 반복된다고 보고 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탄소 배출도 잡은 ‘코로나19’…국민 1명당 12.7톤 배출
6억 5,622만 톤. 2020년 한 해 동안 공식적으로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입니다.
정부는 매년 직전 해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를 일단 발표(잠정치)하고, 꼼꼼히 다시 계산해서 공식적인 배출량을 발표합니다(확정치). 국내 곳곳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측정하다 보니 확정치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잠정치는 6억 4,860만 톤이었는데, 오늘(25일) 공개된 확정치는 이보다 1.2% 증가한 6억 5,622만 톤입니다. 국민 1인당 배출량으로 환산해보면 12.7톤, 그러니까 1톤 트럭 13대 분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셈입니다.
주목할 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7억 2,700만 톤)에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2018년 배출량은 세계 7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이라고 눈총을 받는 이유죠. 이랬던 배출량이 2019년에는 7억 100만 톤까지 줄었고, 1년 만에 다시 6억 5,600만 톤까지 감소했습니다.
■ '탄소 배출'도 잡은 코로나19
뚜렷한 감축 노력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건지 의문을 가지실 분도 있을 텐데요. 1등 공신은 '코로나19'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른바 '팬데믹'으로 경제활동이 둔화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자료 : 환경부)
환경부는 전력수요 감소로 발전량이 줄고 특히 석탄화력 발전량이 13.7% 감소하면서 이 분야의 배출량이 10% 넘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조·건설 분야에서는 화학에서 1.1% 증가했지만 철강에서 3.4% 감소했습니다. 도로 수송 부문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류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배출량이 421만 톤 줄어들었습니다.
이 같은 영향으로 2020년 한 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년 전과 비교해 6.4% 줄었습니다.
■ '기후악당국' 오명 벗을 수 있을까?
아닙니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는 6억 7,960만 톤으로 2020년보다 3.5%, 소폭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기 때문입니다. 역시 세계 산업계 생산 활동이 회복되고, 이동 수요도 증가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50년에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 시간표를 지키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 줄여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는 거죠.
2020년까지 2년 연속 배출량이 줄었다거나 지난해 잠정치에서 증가율만 놓고 보면 세계 평균(5.7%)보다 낮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kbs
수면 부족에 빠진 나무, 긴~ 잠이 필요하다
올해 초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은 한반도를 삼킬 것처럼 기세를 떨쳤다. 그리고 여름이 오자 서울 시내 한복판에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만큼의 폭우가 내렸다. 봄을 지나 여름까지 기후위기를 몸소 체험한 한 해가 어느덧 중반을 지나 가을이 찾아왔다. 며칠간 이어졌던 반짝 추위도 지나가고 따뜻한 햇살과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오랜만에 날씨가 주는 행복감을 맛보는 것 같다. 이런 좋은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울긋불긋 오색단풍을 감상하기 위해 등산을 간다는 뉴스가 TV를 장식하고, 붉고 노랗게 변한 나뭇잎 아래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3년간 코로나로 보낸 힘든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모두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사진의 배경이 되어주는 나무는 행복한 것일까. 말하지 못하는 나무도 따사로운 날씨를 즐기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나무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조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단풍이 드는 시기가 많이 늦어졌다는 것을.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10년 동안 전국 10개 수목원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10년 동안 3.4일, 연평균 0.34일 정도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졌다. 물론 수종별로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종에서 단풍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동부지역 산림, 중국 북동부지역 산림, 유럽의 온대산림, 그리고 중앙아시아 등 대부분의 북반구 온대지역 산림에서 단풍이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온대지역에서 가을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여름이 지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단풍이 들고 밤이 되면 갑자기 추워져 일교차가 매우 커지는 날들을 경험한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지금 현재 10월 말이 되었지만 내 사무실이 있는 관악산도 완벽한 가을의 신호는 보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가을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가을에 단풍이 드는 것은 봄과 여름철 나뭇잎을 푸르게 보이게 하던 엽록소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나무는 스스로 기온을 인지하고 날이 너무 추워지기 시작하면 수분의 흐름을 중단시킨다. 추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 나무의 뿌리부터 줄기, 가지 그리고 잎으로 이어지는 수분의 순환이 중단되면 잎에서는 더 이상 영양분을 만들 수 없게 된다. 결국 영양분을 더 만들 수 없게 된 잎에서는 엽록소가 점점 없어지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빨강이나 노랑 같은 색소들이 드러나 단풍이 드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중요한 점은 “나무가 온도를 인지한다”는 사실이다. 즉 나무가 충분히 추위를 인지해야 단풍이 나타나는 과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지 않으면 단풍이 시작될 수 없는 것이다. 태양의 움직임과 관련한 계절의 변화인 절기상 가을, 즉 백로가 지나도 날이 따뜻하다면 아직 나무에게 가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최근 들어 누구나 느끼고 있듯이 10월이 되어도 가끔 반팔을 꺼내 입을 정도로 가을이 따뜻해졌다. 오히려 여름이 길어졌다고 느낄 정도의 따뜻함이다. 그래서 결국 단풍이 드는 프로세스의 시작이 늦어져 붉은 단풍이 만개하는 시기가 늦어진 것이다. 물론 일조량(해가 들어오는 양)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위치하고 있는 중위도는 한겨울에도 빛이 적지 않은 편이라, 일조량의 변화 때문에 단풍의 시기가 급격히 변하기는 어렵다.
늦어지는 단풍에 담긴 기후위기
온난화에 따른 단풍 시작 시기의 변화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자료를 이용해서 단풍 시작 시기와 낮 기온 그리고 밤 기온의 관련성을 조사한 것이다. 즉 전 지구적으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온도와 관련이 높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낮에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밤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 중요한지를 파악해 본 것이다. 결과는 흥미롭게도 밤 기온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중위도 많은 지역에서 나타난 가을철 야간 최저기온 상승에 대해 나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로 밤이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온난화를 유도하는 첫 시작은 밤에 일어난다. 낮에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온 에너지를 밤에 지구는 다시 우주를 향해 내보내는데, 바로 그때 이산화탄소가 지구에서 나가는 에너지를 붙잡아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는 것이 온난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단풍 시작 시기의 변화에는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영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온난화로 단풍의 시작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나무, 산림, 육상생태계, 지구시스템, 나아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단풍이 늦어지면 나쁜 것인가, 아니면 좋은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단풍의 시작이 늦어진다는 것은 결국 나무의 생장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날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장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식생의 탄소 흡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를 유발하고, 온난화로 인해 식생의 생장기간이 길어지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앞에서 잠깐 언급한 일조량이다. 일조량은 매해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10년 이상의 변화 관점)에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지는 것에 크게 기여를 하기는 힘들지만, 가을철 식생의 탄소 흡수 능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가을 푸른 산은 푸른 게 아니다
이러한 특징은 필자가 몇 년 전 인공위성 자료를 이용하여 전 지구 온대지역 산림의 생장기간 및 탄소 흡수 기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을 때 확인한 사실이다. 지금 우리 머리 위 약 350㎞ 이상에서는 다양한 인공위성들이 지구의 환경 변화를 감시하고 있다. 특히 지구 식생의 초록도(greenness)를 파악할 수 있는 위성은 우리 눈으로 잎을 보는 것처럼 얼마나 식생이 ‘외관상’ 초록색을 띠고 있는지를 위성 측정값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식생의 ‘내부’ 활동인 광합성 및 생리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위성도 존재한다. 그래서 식생의 겉과 속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위성을 같이 살펴보면 일조량이 충분한 봄철은 잎의 출현 시기가 빨라짐에 따라 식생의 광합성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일조량이 충분하지 못한 가을철에는 봄과 달리 초록색 식생의 생장이 활발하더라도 실제 광합성을 통한 생산성의 증대, 즉 탄소 흡수 능력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가을철 우리 눈에 보이는 푸른 산이 기능적으로는 푸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무의 단풍이 늦어진다는 것은 결국 나무의 휴면 시작 시기가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대지역 낙엽활엽수는 가을에 잎을 떨어트리고 휴면에 들어간다. 추운 겨울을 무탈하게 지내기 위해 긴 잠을 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 동안 내한성을 기르며 더욱 건강한 나무가 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다. 사람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듯이 나무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나무도 수면이 부족하면 다음해 가뭄, 폭염, 한파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게다가 지금 더 심각한 것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봄이 빨리 찾아 올 것이라는 점이다. 가을이 늦어지고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건 나무가 잠에 늦게 들고 빨리 일어나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인지해야 할 가을의 기후위기 시그널이다. 우리가 나무의 수면시간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찬란한 오색단풍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경향
건물 최대 42m 높아지는 중구… 원도심 개발 탄력받나
부산시 건축위서 상업지역 완화
남포동·중앙동 ‘9개 블록’ 대상
“원도심 활성화에 도움” 기대 속
전문가 ‘난개발 막을 장치’ 주문
중구 “향후 추가 높이 완화 검토”
부산 중구청이 추진해 온 중구 일대 건축물 최고 높이 상향 정비안이 최근 부산시 건축위원회를 통과했다. 중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낮은 키’에 머물던 부산 중구의 건축물들이 앞으로는 더 높아질 수 있게 됐다. 중구 상업지역 건축물 최고 높이 제한이 완화돼 원도심 지역 개발이 촉진되고, 닫혔던 ‘성장판’이 열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부산시는 최근 개최된 제16회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중구 상업지역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 높이 정비 안건이 원안 의결됐다고 25일 밝혔다. 정비안에 따르면 중구 상업 지역 1.88k㎡ 중 0.64k㎡에 해당하는 구역에서 건축물 최고 높이 제한이 3~42m 상향된다. 다음 달 말 중구청이 확정된 지형도면을 고시하면 정비안 내용대로 남포동과 중앙동 일부 상업지역에서 이전보다 높은 건축물들이 들어설 수 있다.
이번 정비로 최고 높이가 상향되는 구역은 남포동과 중앙동의 9개 블록이다. 정비 과정에서 일부 블록이 세분화되면서 총 13개 블록에 새롭게 최고 높이가 지정됐다. △보수대로44번길 일대(24→66m) △국제시장 일대(30→48m) △용두산공원 북동 측 대청로 일대(54→72m) △용두산공원 남서 측 일대(30→48m) 등이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전까지 용두산공원 일대를 비롯한 원도심 경관 보호 등을 이유로 제한된 건축물 최고 높이는 중구 지역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중구 상업지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는 2017년 일부 조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부산시가 2010년 정한 기준의 영향으로 상향에 한계가 있었다. 건축물 높이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자 중구청은 건축물 최고 높이 상향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 높이 정비용역’을 추진해 왔다.
당초 중구청은 이번에 심의를 통과한 정비안보다 상향 폭을 더 높이려고 했다. 재개발·재건축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고도 제한이 더 완화되야 한다는 여론을 고려해서다. 앞서 3월 용역 중간안 공람 과정에서 중구 주민 704명은 중간안에 나타난 상향 폭이 낮다며 ‘도시균형 발전을 위해 고도제한의 획기적인 완화를 요구한다’는 연대 의견을 중구청에 제출(부산일보 4월 7일 자 2면 등 보도)하기도 했다.
원안보다 고도제한을 더 풀려면 근거가 되는 부산시의 기준 높이 자체가 먼저 바뀌어야 했다. 마침 부산시가 12년 만에 시 차원의 건축물 높이 기준을 전면적으로 손보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연구용역이 3차례 유찰되면서 지연됐고 중구청은 계획을 바꿔 원안대로 정비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정비안 확정이 늦어지면 용두산공원 공영주차장 복합개발 등 최고 높이 정비안과 연관된 각종 사업도 덩달아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부산시의 새로운 기준 높이를 자신들의 정비안에 반영하기 위해 잠시 중단했던 용역을 재개했고 지난달 부산시 건축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최고 높이 정비가 원도심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도시 경관 훼손과 난개발 등을 막는 다양한 장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개별 건축물의 사업성 향상에 치중하기보다 인구 유출로 활력을 잃어 가는 원도심 지역 자체가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산대 부동산학과 서성수 교수는 “경관심의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도시 경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개발부담금 부과 등을 통해 고층 개발로 얻는 이익을 소수가 독식하지 못하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추후 부산시의 높이 관리계획 재정비가 이뤄져 준거 높이가 상향되고 추가적인 고도 제한 완화의 근거가 마련되면 최고 높이 상향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진봉 중구청장은 “그동안 중구는 높이 제한에 갇혀 상업지역으로서 경쟁력을 잃어 가고 북항시대와 연계할 수 있는 시설을 건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번 정비로 침체된 중구 개발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여우다” vs “아니다”…35년 만에 인삼밭에서 벌어진 사건
평화롭던 경북 영주의 한 인삼밭. 올해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7,000m² 규모가 넘는 밭 곳곳이 파헤쳐져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고, 꼿꼿해야 할 인삼 줄기들은 누군가 지르밟은 듯 누워있습니다.
10월 말, 이곳 밭은 수년을 공들여 키운 인삼 수확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 엉망이 된 밭을 보며 농민은 망연자실합니다.
한상순/ 농민
"인삼을 키우려면 토지를 관리하는 데에만 2년이 걸리고, 심고 수확까지 5년이 걸립니다. 총 6~7년을 가꿔왔는데, 완전히 망친 거죠. 농협 쪽에서도 이 정도 크기의 인삼은 상품 가치가 별로 없다고….
줄기가 꺾이면서 인삼에 영양분 공급이 안 되다 보니까 제대로 자라질 못한 거죠."
농가에서 촬영한 여우의 모습.
농민은 올해 6월 말부터 해 질 무렵이면 여우들이 인삼밭에 자주 나타났다며, 인삼밭을 망친 범인으로 ‘여우떼’를 지목합니다.
"인삼밭엔 풀이 우거지고 비를 막는 시설들을 설치해놔서 여우들이 굴을 파놓고 살기엔 최적이었던 거죠. 여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피해가 점점 커져서 그냥 넘어가기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야생동물을 보존해야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농작물이나 닭을 기르는 주민들한테 피해를 많이 주고 있어요."
방사된 여우들. (출처=KBS 자료화면)
이 여우들의 정체는 멸종위기종 1급 ‘붉은 여우’입니다. 국내에 100마리 미만의 개체가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여우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소백산 일대에 붉은 여우 30마리를 방사했습니다. 공단에 따르면 한 쌍의 여우가 인삼밭 일대에 정착했고, 새끼 6마리를 낳으면서 총 8마리의 여우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인삼밭 내 CCTV에 촬영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붉은 여우, 오소리, 꿩, 고양이.
농민이 피해를 호소하자 국립공원공단은 인삼밭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녹화된 영상을 확인해보니 여우뿐만 아니라 여우는 물론, 오소리와 고양이, 꿩, 생쥐도 이곳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국립공원공단 측은 "다른 야생동물이 CCTV에 촬영되었기 때문에 지금 현재로서는 어떤 동물에 의해서 훼손이 됐는진 명확하게 판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공단의 이러한 입장을 두고 농민은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그는 "35년간 인삼을 재배하면서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었다"며 "이 부근에 여우를 방사한 직후 이러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참고 참다가 피해가 너무 커서 보상을 요구하니까 다른 동물이 그랬을 수도 있지 않냐고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전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은 경북 영주시와 야생동물 전문가, 인삼 전문가, 보험사 손해사정사 등과 함께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후 여우의 소행인 것이 밝혀진다면 마땅한 보상책을 강구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인 취재진을 보고, 농민들은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인근에서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넋두리가 이어졌습니다. 멸종위기에 빠진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하겠지만, 농작물 피해를 방관할 수는 없겠지요. 야생동물과 농민들이 공존할 수 있는 보다 더 촘촘한 방안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주현지 local@kbs.co.kr
온실가스 감축 비판한 윤석열, 외교 활동에 재뿌리나
외교부, 태평양 도서국과 부산서 외교장관회담 개최…기후변화 논의와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 동시에
제3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 기념 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기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했지만, 외교부는 오히려 이를 활용해 기후 위기로 인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태평양 도서국가들과 부산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며 국제사회의 중견국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한편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 외교부는 이날 오전 부산에서 태평양도서국 12개국의 총리, 외교장·차관 및 대표들,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 사무총장과 한자리에 모여‘제5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및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설명했으며, 태평양도서국측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평가하고 기후 재원 접근성 제고를 위한 협력 확대를 희망하였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가한 12개 태평양도서국은 나우루, 니우에, 마셜제도, 마이크로네시아, 바누아투, 솔로몬제도, 쿡제도, 통가, 투발루,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피지 등이며 한국은 이들과 지난 2011년부터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특히 기후 변화가 급속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회복력 있는 푸른 태평양을 위한 비전 : 자유, 평화, 번영” (Vision for the Resilient Blue Pacific : freedom, peace and prosperity)이라는 주제로 개최됐으며 박 장관은 태평양 지역의 장기 개발 전략인 '2050 푸른태평양대륙전략'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동 전략의 중점 분야에 부응하는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 전략은 태평양 도서국과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자치령 2개로 구성된 태평양 지역 주요 협의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에서 채택됐으며 한국은 해당 포럼에 기후변화 및 해양오염 대응 등을 위해 2022년 현재 연 단위로 15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2008년 이후 지금까지 1240만 달러를 기여했다.
이렇듯 한국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태평양도서국과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며 국제사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당시 설정했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임 정부가 했던 일이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부정하고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외교부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이들 국가와의 회담을 부산에서 열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금번 외교장관회의 개최지인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태평양도서국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 비판 발언이 태평양도서국의 반감을 산다면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후 위기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엑스포 유치는 여당과 부산시뿐만 아니라 정부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취약 요인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정제된 언행이 필요해 보인다.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
탄소중립 정책 컨트롤 타워 출범했으나…"친기업 '다걸기' 조직" 비판
탄소중립 싱크탱크의 변질…시민·노동 대신 원전·4대강 인사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출범…탈원전 백지화 기조 재확인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26일 공식 출범했다. 탄녹위는 출범과 함께 노후원전 계속 운전, 민간주도 탄소중립 기술 혁신 등을 통한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다만 탄녹위 구성원에 민간위원의 수가 대폭 줄어들고, 시민·사회·노동계 등 인사가 배제된 채로 출범하여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구성한 위원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찬 감단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공동 정부위원장), 김상협 카이스트 글로벌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장(공동 민간위원장)을 비롯해 위원들인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과 교수(분과위원장), 신현석 부산대 건설융합학부 교수(분과위원장), 정병기 녹색기술센터 소장(분과위원장),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김지희 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종수 세계자연보전연맹 이사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성북구 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첫 번째 탄녹위 전체회의를 개최해 민간위원장 및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대통령 소속의 탄녹위는 올해 3월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 총리와 김상협 카이스트(KAIST) 녹색성장지속발전 자문역이 탄중위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위원회는 부처 장관 등 21명의 당연직 위원과 32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탄녹위는 향후 새정부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추진전략을 심의하고 부문·연도별 감축목표, 감축수단별 구체적 정책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과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탄녹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과 기술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된 전략에는 원전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활용을 통해 '실현가능한' 전원믹스를 구성하고, 규제개선 등을 통한 민간 주도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운영허가 만료 원전의 계속 원전과 30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20기 폐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탄녹위는 지난 정부의 전략을 두고 "단기간 내 압축적 논의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부족하여 실현 가능성이 미흡한 한계"가 있었고 "탈원전 정책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수단 경직화 및 구체적 실행방안 부족과 함께 산업계를 비롯하여 국민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평해 차별점을 강조했다.
이에 탄중위는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계획 수립"과 "원전 확대 및 재생에너지와의 조화 등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에 근거한 합리적인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생태계 복원, 수소산업 등 핵심산업을 육성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100대 핵심기술을 직접 육성하는 등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투자 방침도 전략에 포함됐다.
탄녹위에 포함되는 민간위원의 수는 76명에서 32명으로 대폭 축소돼 논란이 됐다. 탄녹위는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로 개편"을 위해서 위원 수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새로 선임된 민간위원들 중에도 청년·노동계·환경단체를 대표하는 이는 상대적으로 적어 위원회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녹위의 근거가 되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전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했지만 새정부 탄녹위에서는 배제된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탄녹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아예 노동계를 배제"했다며 이번 탄녹위 구성은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와 친기업 정책의 국정과제 실현이라는 잘못된 정책방향이 탄녹위의 인적 구성과 역할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전 정부 때 만들어진 현행 탄소중립 목표가 "과학적 근거도 없고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라든가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를 하면 그것이 주는 국민들의 부담이 어떤 것인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혁신과 기술발전이 따라야 된다"면서 "그것이 우리의 먹거리 산업으로 돼야만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열네 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면서 강력한 탄소중립 실현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불편함을 보람으로 바꿔내 주신 국민들의 참여와 노력만큼, 탄소중립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기대했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에 대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문 대통령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국가 명운 걸린 일"
프레시안 이상현 기자 및 오마이뉴스 유창재
합천댐 수상태양광시설 본 환경운동가들 "어마어마하다"
경남지역 활동가 10여명 현장 방문... "수달이 살 정도... 수질오염 우려 없어“
▲ 합천댐 수상태양광 시설.ⓒ 이유진
"어마어마하다. 입이 벌어질 정도다. 언론을 통해 크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 와서 보니 정말 거대하다."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 시설을 둘러본 환경활동가들이 한결같이 보인 반응이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와 공명탁‧임종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이상용 한국생태환경연구소 부이사장 등 10여명이 26일 현장을 찾았다.
호수 수면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에 수질 등 환경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들은 현장을 살펴보고 "우려할 게 없다"며 "오히려 다른 호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설비용량 41MW 규모로, 국내 최대를 자랑하고 있다. 이 시설은 탄소중립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상업 운전은 올해 1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연간 6만명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합천군민 전체(4만 3000명)가 가정에서 사용하고도 남는 양이다. 이 정도 규모이면 연간 미세먼지 30톤과 온실가스 2만 6000톤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 시설 견학.ⓒ 윤성효
이 시설은 주민 참여로 이루어졌다. 댐 인근 합천군 봉산면 20여개 마을 주민 1400여 명으로 구성된 마을공동체에서 약 31억원을 모아 투자했고, 발전 수익의 일부를 나눠 가지고 있다.
현장을 살펴본 활동가들은 수상태양광발전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설물 부표에 수달(천연기념물)의 배설물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도 한 가지 근거가 됐다.
박종권 대표는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질이 좋다는 의미다"며 "그것만 봐도 호수에 태양광발전시설을 해도 수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태양광발전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와서 봐야 할 것 같다"며 "전기를 생산하는 현장을 직접 보면, 특히 태양광발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몇 차례 에너지 파동이 있었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태양광과 풍력은 신이 인간한테 준 선물이다"며 "재생에너지는 가격 변동도 없고 안정적이다. 우리가 안심하고 믿을 건 태양광과 풍력이다"고 강조했다.
태양광시설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앞으로 임하댐에도 수상 태양광시설을 설치한다고 하는데, 저수지 등에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합천댐에 매화 문양의 태양광시설을 해놓으니 관광자원도 되고 있다"고 했다.
이상용 부이사장은 "현장에 와서 보니 안심해도 될 거 같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서 수질, 생태 등 35개 항목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며 "발전시설 소재로 인한 유해중금속 오염이라든지, 물에 유해 요소가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냥 물 위에 패널을 만들어 띄워 놓는 형식인데, 그렇게 하다 보니 대기오염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탄소중립 실천에 기여하는 시설이다"고 했다.
조류 배설물에 대해 이 부이사장은 "서해 풍력‧태양광시설에서 조류 배설물을 걱정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여기는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호수 위에 새가 날아다니고 있지만 배설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했다.
지역주민 참여 사업과 관련해 그는 "발전시설의 상업운전으로 수익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이곳에 발전소가 처음 들어서려고 했을 때 인근에 있는 주민들이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반대했던 주민들도 지어 달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권기동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합천댐지사장은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녹색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국내 최대의 친환경‧주민참여형이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태양광 현장은 환경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며, 수질과 어류‧조류 등 생태계 영향이 없이 녹색 에너지 전환을 구현해 내고 있다"며 "환경단체가 직접 현장에 와서 확인한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
콘크리트에 갇힌 대구 중구 가로수, 끔찍합니다
[고발] 일부 가로수, 보도블록 턱받침으로 줄기 흘러 넘쳐... 구청에 문의하자 "방법 찾아보겠다“
▲ 대구 중구의 기로수가 뿌리째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길을 걷다가 가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했다. 너무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같은 장면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 22일 대구 중구 가로수길에서 만난 가로수 모습이 그랬다.
대구 중구 가로수는 나무 주변까지 모두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다. 보통 가로수는 정사각형 땅에 심어 비가 오면 그곳을 통해 최소한 빗물이라도 머금을 수 있게 만들어둔다. 심지어 그 공간도 너무 좁아 면적을 더 넓혀주거나, 포장이나 인도 블록 없이 가로수들로 길게 연결된 화단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확인한 대구 중구청 가로수들의 처지는 상당히 비참했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죽지 않고 잎을 피워낼 수 있지?
가로수는 극한의 인내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간혹 쓰러질 조짐을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뿌리가 썩어가고 있는 가로수도 있었고. 가로수를 이렇게 관리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가로수길을 더 관찰했다. 공평네거리에서 봉산육거리 680미터 구간 가로수들을 거의 대부분 조사했다. 이동하면서 확인한 가로수 모습은 더 참혹했다.
심지어 보도블록 턱받침으로 줄기가 흘러내리면서 자란 가로수들도 있다. 그 모습으로 추정해 볼 때 한두 해 그렇게 자란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몇년 동안을 그런 상태로 자랐다는 이야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가로수의 공익적 기능은 참으로 다양하다. 도시의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맑은 공기를 내뿜는다. 더구나 여름엔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가로수 밑으로 사람을 모이게 만든다. 도심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경관적 기능 또한 가로수의 중요한 역할이다. 무엇보다도 회색빛 도시에 녹색이 존재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녹색의 아름다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심리적 안정감도 준다.
이처럼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하는 가로수들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전깃줄과 접한다고, 가게 간판을 안보이게 한다고 강전정을 통해 가지들을 너무 심하게 잘라내 가로수를 흉물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대구 중구의 가로수들은 줄기 자체가 제대로 자랄 수 없게 혹은 뿌리가 제대로 자랄 수 없도록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었다. 이건 테러에 가까운 일이다.
가로수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가로수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이 보인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저런 대접을 받게 된다면? 가로수를 담당하는 구청의 공무원들과 전깃줄 관리를 하는 한국전력 담당자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뿌리가 전체적으로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가로수들.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이에 대해 24일 대구 중구청 공원녹지 도시재생과 담당자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내년 건설과에서 도로정비를 할 때 함께 교체 시공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너무 안일한 거 아니냐. 그때까지 나무를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 우선 뿌리 부분까지 막아놓은 콘크리트라도 뜯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재차 묻자 그제서야 "논의해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미국에서 만난 가로수들은 꽃밭과 함께 물을 잘 머금을 수 있도록 웅덩이 식으로 애초부터 설계됐다. 똑같이 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가로수들이 숨 쉴 공간이라도 열어줘야 한다.
대구 중구청의 발빠른 대처를 촉구한다.
▲ 인근 지자체인 대구 수성구청이 가로수를 관리하고 있는 방식은 분명히 다르다. 이것도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가로수. 충분한 빗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창호
▲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미국의 가로수. 적어도 이런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윤만식
정수근(grreview30)/ 오마이뉴스
30㎞ 반경 100만명 사는데”…고리원전 안 핵폐기물 저장 강행
한수원 ‘건식저장’ 28일 이사회 상정할 듯
주민단체 “임시 아닌 영구 처분장 될 것” 반발
영구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오른쪽)과 내년 4월로 설계수명이 만료돼 계속운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원전 안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는 계획을 곧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안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을 28일 열릴 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져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건식저장시설은 현재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물속에 담아 두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 지상에 보관하는 시설을 말한다. 국내에는 중수로형 원전인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만 설치돼 있어, 고리원전에 설치되면 경수로형 원전의 첫 건식저장시설이 된다.
고리 원전 주변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한수원은 오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해 확정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앞서 지난달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고리원전에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사업 일정을 수립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리기본계획은 2031년부터 고리·한빛원전 등의 기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보고 원전 사업자에게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확보 전까지 한시적으로 원전 부지에 건식 저장시설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단체들은 “한수원이 ‘임시시설’ 또는 ‘부지 내 한시적 저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고준위핵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은 고사하고 중간처분장 부지 선정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고준위핵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이 될 것”이라며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해 왔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26일 오전 울산에서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연 뒤 오후 경주의 한수원 본사를 찾아가 사업 강행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민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리핵발전소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반경 30km)에 울산시민 약 100만 명이 살고 있어 사고시 그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리를 시작으로 부지 내 한시적 저장시설 건설이 이어지면 울산은 고리, 신고리, 월성, 신월성 총 16기의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에 둘러싸인 말 그대로 방폐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수원이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추진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대해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수립돼 무효”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도 진행 중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세계 온실가스 농도 사상 최고치…"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있어"
세계기상기구 연보…메탄 농도 증가 폭 40년만 최대
"육지와 바다 이산화탄소 흡수 역할 못할 수도…일부는 배출원 전락"
기상청 고산기후변화감시소, '올해의 관측소'로 선정
세계 온실가스 농도 사상 최고치…© 제공: 연합뉴스
6대 온실가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대기 중 농도가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27일 기상청과 WMO '온실가스 연보'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7ppm로 재작년보다 2.5ppm 높아져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는 각각 1천908ppb와 334.5ppb로 재작년보다 18ppb와 1.3ppb 높아지며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새 기록을 수립했다.
이 3가지 온실가스 농도는 '인간 활동이 자연적 균형을 깨뜨리기 시작하기 전'인 산업화 이전에 견주면 각각 149%, 262%, 124% 짙어진 것이라고 WMO는 설명했다.
이산화탄소에 이어 기후변화 두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메탄의 경우 작년과 재작년의 전년 대비 증가 폭(18ppb와 15ppb)이 WMO가 온실가스 농도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최대였다.
메탄 농도 전년 대비 증가 폭. [세계기상기구(WMO) 제공.]
WMO는 "2007년부터 메탄 농도가 증가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습지와 논 등 자연방출원인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작년과 재작년 메탄 농도 급증이 '기후되먹임'(climate feedback)을 나타내는 현상인지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면서도 "열대습지가 (현재보다) 더 습해지고 더워지면 (메탄이) 더 방출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후되먹임은 기후체계 내 한 과정의 결과가 다른 과정에 변화를 촉발하고 그것이 다시 처음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와 한국 안면도·고산 대기 중 메탄 농도. [기상청 제공. ]
메탄은 대기 중 양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적지만 같은 양일 때 기후변화를 더 크게 일으킨다. 다만 대기에 남아있는 기간이 10년 이하로 일반적으로 5~200년, 길게는 1천년까지 대기에 남는 이산화탄소보다 짧아 기후변화를 빠르게 막으려면 메탄을 집중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메탄 농도가 기록적으로 증가하는 등 주요 온실가스 농도의 지속 상승은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면서 "화석연료 분야에서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등 효과적인 방법들이 존재하며 이를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정부 또 최하위권... 한국, 눈 떠보니 후진국
기후위기 피해 '낮은 곳'에 집중... 탄소 기득권에 맞서 정치 세력화하자
▲ 포항시 남구 주택가 침수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9월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주택가가 침수됐다. ⓒ 연합뉴스
2022년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기상재해가 발생했다. 8월 서울시 동작구에는 하루에 381.5mm의 물폭탄이 떨어졌으며, 9월에는 5등급 태풍 힌남노가 초래한 물난리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심해지는 기상재해 피해에서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의 반지하 주택 침수 사고와 포항의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는 기상재해의 피해가 '낮은 곳'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켰다. 낮은 곳의 피해는 단지 물난리가 저지대에서 발생한다는 물리적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또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계층 사다리의 낮은 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기후 재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여름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을 침수시킨 대홍수를 보면 낮은 곳을 향하는 기후 재난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6월 중순에 시작된 우기 동안 일부 지역에는 평년보다 8배나 많은 비가 내렸다.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었다. 온난화로 인해 파키스탄의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몬순이 강해져 강수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몇 달간 지속된 폭우로 1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5천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3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영국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온실기체 배출량이 미미하지만 홍수 피해를 입었다"라며 "기후변화를 발생시킨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파키스탄에 배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24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자프라바드에서 한 이재민 가족이 가재도구 등을 짊어지고 폭우로 침수된 지역을 지나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6월 이후 우기 동안 903명이 홍수와 관련해 사망했고 129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2.8.25 ⓒ 연합뉴스
국가 간 온실기체 배출량의 차이에 근거해 기후 정의의 문제를 제기한 제이슨 히켈의 연구를 보면 파키스탄 정부의 주장이 근거가 없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1850년부터 2015년까지 위험한 수준의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각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파키스탄의 책임은 0%에 가까운 반면 미국과 EU 28개국은 각각 40%와 29%를 차지했고, 북반구 선진국 전체의 몫은 92%에 달했다.
신림동의 반지하방과 파키스탄의 침수 피해는 기후 정의가 시대적 과제임을 상기시킨다. 기후변화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보다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기후 재난의 억울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새 정부, 미흡한 기존안 더 후퇴시켜
2021년 8월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가 처음 공개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가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라며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화석연료 연소와 토지 이용 변화 같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이 분명하며, 현재의 대응 노력으로는 파리협정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2.0℃ 기온 증가 억제가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온난화가 2010년도에 벌써 1.1℃에 이르렀으며, 현재의 속도가 지속되면 남은 0.4℃도 조만간 초과하게 된다.
IPCC 보고서에서 산업화 기준 연도로 설정된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인류는 이산화탄소를 총 2390Gt(기가톤) 배출했다. 1.5℃ 범위에서 아직 배출해도 되는 남은 이산화탄소량은 2020년 기준 500Gt 정도로 추정된다. 2019년 한 해에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이 45Gt이었으니 기온 증가를 1.5℃로 제한하고자 할 때, 앞으로 2019년 배출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20년부터 11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빌 게이츠 같은 기술 낙관론자들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의 실현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앞으로 배출량 감소 속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제거하여 배출량을 상쇄시키는 기후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세계기상기구(WMO)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요 국제기구들과 함께 발간한 최신 자료 <유나이티드 인 사이언스(United in Science) 2022>를 보면 기후위기를 제때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의 근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현재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국가별로 자발적으로 정한 온실기체 감축 목표(NDC)를 제때 시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100년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3.0℃(평균 2.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파리협정의 2℃와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배출량 저감 목표치를 각각 4배와 7배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것은 고사하고 제시된 목표를 제때 달성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서 가장 앞서가던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파동을 겪으며 기존의 기후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협정은 예정된 실패를 향해 추락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길을 잃은 기후 정책의 대표적 사례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천명하였으며, 기존의 NDC 목표를 상향하여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기체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주요국의 NDC 목표를 비교해보면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감축량과 실행가능성 차원에서 미흡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아래 그림). EU 등 선진국들의 2030년 배출량 목표치는 현재의 배출량과 2050년 제로 순 배출량을 연결하는 일직선상에 근접하지만, 한국의 목표치는 해당 직선을 크게 벗어나 있다. 2030년 이후 배출량 감축 속도를 올리고 산림이나 탄소포집저장(CCS) 등의 제거 기술을 활용해 줄이지 못한 배출량을 상쇄하겠다고 하지만 실행가능성이 낮은 계획이다.
▲ 주요국의 파리협정 NDC 및 탄소중립 목표 비교(자료 출처: 세계기상기구, United in Science 2022) ⓒ WMO
지난 정부의 NDC 목표가 선진국 수준에서는 미흡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은 기존안도 후퇴시키는 계획이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기존 목표 30.2%에서 21.5%로 줄이는 반면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8%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온실기체 감축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한다.
높은 곳에서 길 잃은 기후 정책
한국이 주요국 중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신규 투자가 최하위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지위를 고착화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선택이다. 또한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결책 없이 원전 발전 비중을 늘린다면 원전 안전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된다. 뿐만 아니라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탄소국경세와 RE100이라는 장벽에 막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에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EU의 녹색분류체계에 비해 기준이 낮아서 원전 수출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실토할 정도로 졸속으로 추진되었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은 분명한데 왜 기후 정책은 길을 잃게 된 것인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 시스템의 기득권 세력이 올바른 기후 정책의 수립을 방해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보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직후 석유기업에 불리한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텍사스 주지사는 "석유기업 편에서 연방정부와 에너지 전쟁을 불사하겠다"라며 "워싱턴 DC에서 발사된 적대적 공격으로부터 석유 및 가스기업들을 보호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한때 주가 폭락으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던 화석연료 기업들은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가디언>은 주요 석유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195개의 대형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기사의 표현대로 석유 기업들은 '탄소 폭탄'을 터뜨려 대재앙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 그린피스와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4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9월기후정의행동'이 주최한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이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번 행사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기후변화 관련 행사다. 2022.9.24 ⓒ 연합뉴스
지난 9월 24일 180여 개의 사회단체가 참가한 '기후정의행진'이 내건 세 가지 슬로건(△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은 기후위기를 불평등 문제와 연관된 체제의 위기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왜 기후위기가 체제의 위기인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탄소 폭탄을 터뜨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석유 기업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신자유주의 체제는 자본 축적의 위기를 노동과 자연의 착취를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이 체제는 1%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동시에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를 초래해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촘스키의 말처럼 1%의 엘리트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99%에 대한 '계급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다시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의 하위 90%는 1975년부터 2018년까지 총 47조 달러에 해당하는 부의 손실을 경험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억만장자들의 부는 무려 12배가 증가했다. 이렇게 불평등한 경제 시스템의 지속불가능한 성장 과정에서 초래된 기후위기는 이제 신자유주의적 계급 전쟁의 피해자들을 '기후 프롤레타리아'로 만들고 있다.
빙하를 향해 달려가는 타이태닉
부단한 자본 축적을 위해 인간과 자연 모두를 희생시키는 자본주의적 무한성장은 이제 경제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과 기후의 안정성을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사회-생태적 복합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불평등과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한 21세기 '기후 프롤레타리아'는 인류세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생태적 혁명의 주체로 부상했다.
이러한 사회-생태적 혁명의 첫 걸음은 높은 곳의 기득권 세력에 의해 길을 잃은 기후 정책을 바꾸는 기후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현 체제의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을 훼손하는 급진적인 기후 정책을 환영할 리 없다.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예상되는 피해를 무릅쓰고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경제성장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타이태닉 현실주의'라 꼬집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라는 타이태닉호를 침몰시킬 수 있는 불평등과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빙산의 존재를 이제 많은 이들이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침몰의 경고를 무시하고 기존 항로를 고수하는 선장에게 항로 변경을 원하는 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합리적 행동은 항로를 선회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이다.
물론 개개인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서 스스로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정치 세력화다. '기후정의행진'의 사례처럼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이 결집하여 정부의 잘못된 기후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
2050 탄소중립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더 강력한 온실기체 감축 전략을 실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대홍수여, 내가 죽은 뒤에 와라"라며 문제를 회피하는 '높은 곳'의 기득권 세력에 제대로 저항하지 않으면, '낮은 곳'의 99%가 고스란히 대홍수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가덕신공항 토지보상 앞당겨 공기 단축…정치권 입법 추진
실시계획 수립 전에 절차 착수
- 與 정동만, 野 최인호 각각 발의
- 2024년 착공으로 1년 앞당겨
- 국토부도 조기개항 의지 밝혀
가덕신공항 조기착공을 위해 내년 8월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즉시 예정부지의 토지부터 보상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보상 지연으로 건설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인데, 법안이 통과하면 가덕신공항 공기가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동만(부산 기장),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은 27일 예정부지의 보상 절차를 앞당기는 내용의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가덕신공항 부지의 신속한 보상 추진을 위해 기본계획 수립 때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는 공항시설법 제12조에 따라 기본계획 이후 절차인 실시계획이 수립 또는 승인된 경우 보상 추진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앞서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지난 26일 국회부산엑스포유치지원 특위 업무보고에서 가덕신공항 추진과 관련, “보통 보상절차가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며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곧바로 보상절차부터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8월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에 들어갔다. 용역기간은 1년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8월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즉시 보상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신속한 토지보상이 이뤄지면 착공시기를 애초 계획했던 2025년보다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의원은 “가덕신공항의 조속한 건설은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한 필수요소”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덕신공항 건설부지의 조속한 확보를 통해 조기 착공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의원도 “통상적으로 기본계획 수립 때 결정되는 공항예정지역이 실시계획 수립 때에도 변경되지 않아 보상을 일찍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에 공감하면서도 같은 법안을 따로 발의해 입법 동력을 약화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 의원 측은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정 의원에게 개정안을 같이 발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의원은 “최 의원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최 의원과 함께 가덕신공항을 조기 개항하자는 데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원들이 최근 검찰의 민주당 당사 압수수색 여파로 격화하는 여야 대치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생후 5개월 도요새, 비행 ‘세계 신기록’…첫 도전에 1만3560㎞
알래스카서 날아 11일 만에 호주 남부 도착
망망대해서 시속 51㎞로 쉬지 않고 날갯짓
수컷 성체가 지난해 세운 기록 500㎞ 넘겨
서해안 갯벌은 큰뒷부리도요가 번식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서식지이지만 한국, 중국, 북한 모두 급속히 훼손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알에서 깬 지 다섯달밖에 안 된 어린 도요새가 알래스카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남부까지 가장 긴 거리를 쉬지 않고 날아 철새의 장거리 비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뉴질랜드 도요새 보호단체인 푸코로코로 미란다 물새 센터는 25일 소셜미디어서비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큰뒷부리도요의 새로운 비행 기록이 나왔다”고 밝혔다. 센터는 “첫 비행에 나선 이 도요새는 알래스카에서 호주 태즈메이니아까지 1만3560㎞를 11일 1시간 만에 쉬지 않고 비행해 같은 종의 도요새가 지난해 세운 1만3050㎞ 기록을 깼다”고 밝혔다. 큰뒷부리도요는 태평양을 횡단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는 우리나라 서해안을 거쳐 알래스카에서 번식하는 중형 도요새이다.
큰뒷부리도요는 대양을 해마다 왕복하는 초장거리 여행자이다. 폴 반 데 벨 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첫 월동비행에 나선 어린 큰뒷부리도요 234684의 비행궤적. 새 등에 부착한 소형 위성추적장치에서 실시간으로 얻은 기록이다. 푸코로코로 미란다 물새 센터 제공.
234684라는 가락지 번호를 단 이 어린 도요새는 10월 13일 알래스카 해안을 떠났다. 알류산 열도를 멀찍이 우회하느라 경로가 길어졌는데 하와이 서쪽을 거쳐 망망대해를 평균 시속 51㎞ 속도로 날았다.
비행 막바지 남태평양에 접어들면서 아래에 키리바티, 바누아투, 뉴칼레도니아가 차례로 보이지만 내려앉지 않고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로 남하하다 23일 오른쪽으로 급선회해 태즈메이니아 북동쪽 안손스 만에 착륙했다.
떼 지어 나는 큰뒷부리도요. 상승기류를 타거나 활공하는 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다른 바닷새와 달리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한다. 이안 커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제까지 최장거리 비행 기록은 같은 큰뒷부리도요 성체인 4BBREW가 2021년 세운 1만3050㎞로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논스톱으로 날았다. 이 도요새는 2020년 자신이 세운 1만2000㎞를 갈아치운 터였다(▶태평양 1만2천 킬로 논스톱 비행 기록 도요새). 센터는 “어린 새가 성체 수컷의 기록을 납작하게 눌러 버렸다”고 적었다.
다른 큰뒷부리도요들은 6주쯤 전 월동여행에 나섰지만 이 어린 도요새는 더 오래 극지에 머물면서 지방을 축적한 것으로 센터는 추정했다. 큰뒷부리도요는 장거리 여행 전 꼭 필요한 장기를 뺀 내장의 크기를 줄이고 빈 곳을 지방으로 채워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한다.
2020년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운 큰뒷부리도요 4BBRW의 비행경로. 서해안 갯벌을 경유했다. 푸코로코로 미란다 물새 센터 제공.
센터는 “큰뒷부리도요가 호주와 알래스카 사이를 해마다 이동하면서 평생 나는 거리는 달까지 왕복하는 거리에 필적한다”며 “적어도 한 마리가 그런 대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큰뒷부리도요가 번식지로 갈 때 영양분을 보충할 중요한 기착지인 서해안 새만금 갯벌을 비롯해 중국과 북한 갯벌이 훼손돼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전 세계 바다에서 공포를 키우고 있는 유령
인간의 탐욕이 탄생시킨 폐어구 문제
▲ 폐어구에 걸린 올리브 바다거북 ⓒ 올리브 리들리 프로젝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바다 'Sea'와 음모 'Conspiracy'의 합성어)는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원인이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상 쓰레기가 아니라 어업폐기물이라고 고발한다. 바다에 떠다니는 폐그물이 해양생물을 낚아채 죽음으로 내몬다는 주장이다.
<씨스피라시>가 지적한대로 유실되거나 버려진 어구가 방치된 채로 어획을 계속하는 '유령어업' 현상[1]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2년 5월 약 14m 길이의 향유고래가 미국 플로리다 키스 열도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사체를 부검하자 뒤엉킨 낚싯줄과 폐어구가 위에서 발견됐다.[2]
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레이저강에선 최소 5마리의 물개가 폐어구에 갇히거나 익사하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3] 유령어업은 일반적인 어획과 달리 의도하지 않은 생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분별하고 파괴적이다.[4]
유령어업은 폐어구 속 미끼가 생물을 유인하고, 유인된 생물이 다시 미끼가 돼 더 큰 생물을 끌어들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5] 바닷속을 부유하는 폐어구가 해양생물의 몸에 얽히기도 한다. 포획된 해양생물은 탈진, 질식, 부상, 굶주림 등에 시달리다가 폐사한다. 어획량이 늘어 폐어구가 해저로 가라앉으면 청소생물이 사체를 분해하고, 무게가 가벼워진 폐어구가 해수면 쪽으로 떠오르면서 유령어업이 반복된다.[6]
1950년대까지는 어구에 쓰이는 그물이 천연 섬유였기 때문에 일정시간이 지나면 바닷속에서 부패됐지만, 자연분해가 어려운 화학섬유나 플라스틱류가 어구의 재료로 쓰이면서 유령어업에 의한 해양생물 피해가 극심해졌다.[7]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나일론 재질의 어구는 바다에서 분해되는 데 약 600년이 소요된다.[8]
바다가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분해하고 회복하는 기간은 연구에 따라 최소 수십 년에서 최대 수백 년인데 폐어구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게 바다로 유입돼 바다의 자정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예산을 편성해 침적 폐어구 수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력 및 예산 부족 등의 한계로 연간 발생하는 폐어구의 일부만 수거하고 있다. 수거되지 못한 폐어구는 계속 바다에 누적된다.[9]
▲ 세계 여러 지역의 폐어구 발생 현황 ⓒ FAO·UNEP
미국 국립과학원(NAS)에 따르면 매년 약 64만 톤의 폐어구가 전 세계 바다에 유출된다.[10]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적으로 연간 배 한 척당 사용하는 어구 중 최소 0.02%에서 최대 30%의 폐어구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11] 폐어구가 전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6년 간행물을 통해 폐어구가 전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부피의 7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각 지역의 연간 폐어구 추정치를 합산한 것이다.[12]
또한 UNEP는 매년 바닷새 100만 마리, 고래나 바다표범 등의 해양포유동물 10만 마리가 해양폐기물에 걸려 죽는다고 밝혔다.[13] 국제고래위원회는 사용 중인 어구, 폐어구, 기타 해양 쓰레기에 걸리는 사고를 고래목 동물이 인위적으로 죽게 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14] 미국 역시 오래전부터 얽힘 현상이 물개, 바다거북, 고래, 바다사자, 코끼리 바다 물범 등 해양 포유류의 주된 폐사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15]
바다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 폐어구에 얽혀 상처입은 물개 ⓒ GGGI
유령어업 현상은 전 세계 곳곳에서 관찰된다.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의 해변에서는 모든 거북과 40%의 바닷새 위 내용물에서 플라스틱이 주를 이루는 잔해가 관찰됐는데 이 중 21%가 어업 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16] 2014년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주의 한 해안가에서는 멸종위기 바다거북 900마리가 그물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다. 이 지역에서는 2003년에도 3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17]
2018년 멕시코 서남부 오악사카주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인근 바다에서는 참치잡이 그물에 걸려 죽어 있는 올리브각시 바다거북 약 300마리를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유력한 사인으로 어구를 꼽았다.[18]
폐어구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 연합체인 세계유령어구기구(GGGI)의 통계는 보다 자세한 피해상황을 보여준다. GGGI의 데이터 포털 2.0 서비스가 시작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1만 746개의 폐어구가 집계됐다. 폐어구로 인한 얽힘 사고에서 무척추동물의 피해가 가장 커 49만 4731건에 달했다.[19]
무척추동물에는 오징어, 문어, 불가사리 등이 있으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동물 종수의 90% 이상을 차지해[20] 유령어업의 주요 피해 대상이 된다. 다음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어류로 6056건의 피해사례가 보고됐다.
바닷가재, 새우, 게와 같은 갑각류[21] 1,450건, 생애의 50~90%를 바다에서 생활하는 갈매기, 바다오리[22] 등의 조류가 1202건으로 뒤를 이었다. 고래, 물범, 돌고래 같은 포유류 역시 101건의 피해 사례가 보고돼 유령어업이 바다생물 전체를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23]
GGGI에 보고된 폐어구는 그물(6797건)과 통발(3128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을 얽어 만든 그물과 통 모양으로 제작해 어류를 가두는 통발은 어획에 흔히 사용되는 고기잡이 도구이다. 낚싯줄(250건)을 포함해 다른 형태의 폐어구도 존재하지만 그물과 통발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었다.[24] 폐어구로 인한 해양환경 파괴는 연안과 근해 어업에서 사용되는 포획용 그물과 통발 등의 어구와 관련이 깊다.[25]
육지와 맞닿아 있는 연근해에선 자망과 들망(그물의 일종), 통발 등을 활용해 양식어업과 어선어업이 활발하게 이뤄진다.[26] FAO의 2020세계 수산·양식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수산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양식어업 생산량은 2016년 7650만 톤에서 2018년 8210만 톤, 어로어업 생산량은 2016년 8980만 톤에서 2018년 9640만 톤으로 늘었다.[27] 더 많은 수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어구 사용을 늘리면서 유령어업의 원인이 되는 폐어구가 더 많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한국 역시 폐어구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선 매년 발생하는 폐어구는 7만 5000~9만 4000톤이다. 이중 자망어업 60∼75%, 통발어업 15∼33%로 연간 폐어구 발생량의 85∼93%를 차지했다. 특히 연안 자망어업에서 연간 총 어구 유실량의 55∼70%가 발생해 압도적인 비중을 점했다. 이에 따른 어획량 피해는 약 3800억 원으로 추정됐다.[28]
해양수산부·환경부·해양경찰청이 수립한 '제3차 해양 쓰레기 기본계획(2019∼2023)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해양 쓰레기 발생량은 8만 4106톤이다. 이중 해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가 5만 444톤(60%), 육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가 3만 3662톤(40%)이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에는 폐어구가 3만 8105톤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수거되는 폐어구 양은 전체의 4분에 1에 그쳤다.[29][30] 폐어구에 의해 폐사하는 해양생물은 연간 어획량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31]
폐어구가 일으키는 문제는 유령어업만이 아니다. 폐어구에 부착된 금속 납추[32]에서 나오는 독성 성분은 바다를 오염시킨다. 또한 폐어구가 선박의 프로펠러 같은 설비에 얽히거나 잠수부의 몸에 걸려 해양안전사고를 유발한다.[33]
1993년 전북 부안군 임수도 근해를 항해하던 서해훼리호는 해면에 떠 있는 그물이 스크루에 걸리는 사고로 오른쪽으로 전복됐다. 이 사고는 29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켜 최악의 해상사고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34] 2019년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덕진호의 어선 추진기(스크루)에 폐로프가 감겨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승선원 3명이 사망했다.[35]
2020년에는 버려진 자망어구가 한일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선 부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의 프로펠러에 감겨 국가어업지도선에 예인되는 일이 발생했다.[36] GGGI는 2021년 연례 보고서에서 "해양에서 해양생물에 이르기까지 폐어구는 바다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라고 경고했다.[37]
유령어업의 대안
▲ 미국 카스코만에서 진행된 폐어구 수거사업 ⓒ GGGI
유엔은 2015년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면서 2025년까지 해양폐기물과 육지 기반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해양 오염을 예방하고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할 것을 결의했다. G7은 '해양폐기물 대응 행동계획(2015년)'을 결의했으며, G20은 'G20 해양폐기물 행동계획(2017년)',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이행체계(2019년)', '오사카 블루비전(2019년)' 등을 도입했다.
2019년 5월 바젤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이 포함됐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2018년 지역 내 해양폐기물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작업을 추진했고, 같은 해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역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대응 정상 선언문을 채택하며 해양쓰레기 저감 움직임에 동참했다.
전 세계적인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각국에서도 폐어구 감소 및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부처 간 협력 확대와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해양폐기물법을 개정했다. 호주는 2017년 해양척추생물에 관한 해양폐기물 영향 저감 연구 등 6대 목표와 25개 과제를 시행했으며 유럽연합(EU) 2018년 1월 순환경제 플라스틱 전략을 발표했다. [38]
한국 역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제3차 해양쓰레기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단계별 해양쓰레기 관리 강화와 과학적이고 예방 중심의 관리정책으로 전환을 목표로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전략은 발생 예방, 수거·운반체계 개선, 처리·재활용 촉진, 관리 기반 강화 및 국민인식 제고의 4단계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어구·부표에 대한 어업인의 자발적 배출 유도를 위한 보증금 제도 도입 추진,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 구축, 침적 쓰레기 및 해안 쓰레기 정화 사업 확대, 친환경 어구(생분해성 어구) 도입, 폐어망 원사 추출 등의 기술 개발 추진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39]
▲ 생분해성 어구의 수중 분해 장면. '생분해성 어구 사용 활성화 방안 연구'(심성현, 2020) ⓒ 국립수산과학원
특히 자연분해가 용이한 생분해성 어구는 유령어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분해성 어구는 자연계 박테리아, 곰팡이 같은 미생물 작용에 의해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 분해된다. 바닷속에 24개월 이상 머물면 수중 미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기 시작해 36개월 후에는 어구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2년 생분해성 어구 연구 및 개발에 착수해 2020년을 기준으로 자망 15종, 통발 6종, 기타어구 3종(붕장어 플라스틱 통발, 문어단지, 주꾸미 인공소라)을 포함한 총 24종의 생분해성 어구를 개발했다. 개발된 어구의 어획 성능을 지속적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 나일론 어구와 비교했을 때 어획 성능이 90~100%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생분해성 어구의 성능과 품질 개선을 위한 수지(원료) 개발과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수지가 1종류 밖에 없었지만, 2020년 4종의 신소재가 개발됐다. 4종류의 생분해성 어구용 수지는 기존 수지로 만든 생분해성 어구보다 강도, 유연성, 분해성, 친환경성 등이 향상됐으며 원가도 낮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40]
다량의 폐어구가 바다에 유입된 배경에는 불법 어업과 과다한 조업이 있다. 어구의 적정사용량은 5만 톤이지만 실제 사용량은 2.5배인 13만 톤에 달한다.[41] 해양자원 확보만을 최대 목적으로 두고 어구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한 폐어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바다를 무한정 활용가능한 자원으로만 보는 인간의 탐욕이 바닷속 유령을 탄생시켰고 그 유령이 전 세계 바다에서 공포를 키우고 있음을 자각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이은서·현경주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1] 폐어구로 인한 환경상의 위해 방지를 위한 환경법적 연구, 오원정, 240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KCI_FI002528087.pdf
[2] A deadly 'ghost' threatens whales in Florida waters, The Palm Beach Post, 2022.6.17
[3] 'Ghost nets': How lost and abandoned fishing gear is destroying marine wildlife
[4] GHOST FISHING: A CYCLE OF DEVASTATION, olive ridley project, 2021.11.18
https://oliveridleyproject.org/what-are-ghost-nets/ghost-fishing-cycle-of-devastation
[5] 폐어구로 인한 환경상의 위해 방지를 위한 환경법적 연구, 오원정, 240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KCI_FI002528087.pdf
[6] GHOST FISHING: A CYCLE OF DEVASTATION, olive ridley project, 2021.11.18
https://oliveridleyproject.org/what-are-ghost-nets/ghost-fishing-cycle-of-devastation
[7] 폐어구로 인한 환경상의 위해 방지를 위한 환경법적 연구, 2019.10, 오원정, 240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KCI_FI002528087.pdf
[8] 해양수산부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koreamof/222200942020
[9] 생분해성 어구 사용 활성화 방안 연구, 심성현, 2020.12.31, 3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EC%88%98%EC%8B%9C%202020-02)%EC%8B%AC%EC%84%B1%ED%98%84-%EC%83%9D%EB%B6%84%ED%95%B4%EC%84%B1%20%EC%96%B4%EA%B5%AC%20%EC%82%AC%EC%9A%A9%20%ED%99%9C%EC%84%B1%ED%99%94%20%EB%B0%A9%EC%95%88%20%EC%97%B0%EA%B5%AC.pdf
[10]Reporting and retrieval of lost fishing gear: recommendations for developing effective programmes, 2022, IMO, 2쪽 참조
https://www.fao.org/3/cb8067en/cb8067en.pdf
[11] 생분해성 어구 사용 활성화 방안 연구, 심성현, 2020.12.31, 20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EC%88%98%EC%8B%9C%202020-02)%EC%8B%AC%EC%84%B1%ED%98%84-%EC%83%9D%EB%B6%84%ED%95%B4%EC%84%B1%20%EC%96%B4%EA%B5%AC%20%EC%82%AC%EC%9A%A9%20%ED%99%9C%EC%84%B1%ED%99%94%20%EB%B0%A9%EC%95%88%20%EC%97%B0%EA%B5%AC.pdf
Abandoned, lost or otherwise discarded fishing gear, FAO·UNEP, 2009, 27쪽 참조(원자료)
[12] Reporting and retrieval of lost fishing gear: recommendations for developing effective programmes, 2022, IMO, 2쪽 참조
https://www.fao.org/3/cb8067en/cb8067en.pdf
[13] 해양환경정보포털(해양폐기물-해양폐기물 바로알기-해양폐기물 피해)
[14] 플라스틱 바다,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저(p255, p257)
[15] The Ghosts of Fishing Nets Past: A Proposal for Regulating Derelict Synthetic Fishing Nets 677
https://digitalcommons.law.uw.edu/cgi/viewcontent.cgi?article=3811&context=wlr
[16] Abandoned, lost or otherwise discarded fishing gear in Brazil: A review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530064418301081?via%3Dihub
[17] Hundreds of olive ridley turtles found dead in India, bbc, 2014.2.26
https://www.bbc.com/news/world-asia-india-26358874
[18] 멕시코 서남부 태평양서 멸종위기 바다거북 300마리 또 떼죽음
멕시코 서남부 태평양서 멸종위기 바다거북 300마리 또 떼죽음 | 연합뉴스 (yna.co.kr)
[19] Global Ghost Gear Initiative(GGGI) data portal(로그인 필요)
https://globalghostgearportal.net/public_reporting.php
[20] 무척추동물 초등과학 개념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557945&cid=47309&categoryId=47309
[21] 갑각류 해양학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84613&cid=64516&categoryId=64516
[22] 바다새 해양과학용어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79688&cid=50328&categoryId=50328
[23] Global Ghost Gear Initiative(GGGI) data portal(로그인 필요)
https://globalghostgearportal.net/public_reporting.php
[24] Global Ghost Gear Initiative(GGGI) data portal(로그인 필요)
https://globalghostgearportal.net/public_reporting.php
[25] 폐어구로 인한 환경상의 위해 방지를 위한 환경법적 연구, 2019.10, 오원정, 239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KCI_FI002528087.pdf
[26] 연근해 어업 향토문화전자대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85761&cid=64866&categoryId=64890
[27] The State of World Fisheries and Aquaculture 2020
https://www.fao.org/documents/card/en/c/ca9229en/
[28] 폐어구 발생 실태 및 체계적 관리 방향https://scienceon.kisti.re.kr/commons/util/originalView.do?cn=JAKO201625654347927&oCn=JAKO201625654347927&dbt=JAKO&journal=NJOU00292113
[29] [그들의 시선] 1톤 분량 폐통발이 올라왔다… 그들은 어쩌다 바다 청소부가 되었나, 서울신문
https://stv.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721500012&wlog_tag3=naver
[30] 제3차 해양쓰레기관리 기본계획
[31] 폐어구로 인한 환경상의 위해 방지를 위한 환경법적 연구, 2019.10, 오원정, 234쪽 참조
[32] 용어풀이: 납으로 제작된 그물을 물 속에 가라앉게 만드는 어로 도구
https://ko.dict.naver.com/#/search?query=%EB%82%A9%EC%B6%94&range=word
https://ko.dict.naver.com/#/search?query=%EA%B7%B8%EB%AC%BC%EC%B6%94&range=word
[33] 폐어구로 인한 환경상의 위해 방지를 위한 환경법적 연구, 2019.10, 오원정, 242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KCI_FI002528087.pdf
[34] 세월호 무서운 평행이론 사진으로 뒤돌아 본 서해훼리호 참사
세월호 무서운 평행이론 사진으로 뒤돌아 본 서해훼리호 참사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35] 부안 앞바다서 전복된 어선 인양…3명 사망,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90601031600055?input=1195m
[36] 폐어구가 어선의 안전을 위협한다,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
https://eastship.mof.go.kr/ko/board.do?menuIdx=263&bbsIdx=5593
[37] GGGI 2021 ANNUAL REPORT, 27쪽 참조
[38] 제3차 해양쓰레기관리 기본계획, 17-22쪽 참조
[39] 제3차 해양쓰레기관리 기본계획 27-38쪽 참조
[40] 생분해성 어구 사용 활성화 방안 연구, 심성현, 2020.12.31, 28-32쪽 참조
file:///C:/Users/euntt/Downloads/(%EC%88%98%EC%8B%9C%202020-02)%EC%8B%AC%EC%84%B1%ED%98%84-%EC%83%9D%EB%B6%84%ED%95%B4%EC%84%B1%20%EC%96%B4%EA%B5%AC%20%EC%82%AC%EC%9A%A9%20%ED%99%9C%EC%84%B1%ED%99%94%20%EB%B0%A9%EC%95%88%20%EC%97%B0%EA%B5%AC.pdf
[41] 제3차 해양쓰레기관리 기본계획, 28쪽 참조
오마이뉴스/ 안치용(carminedraco)이은서(euntto0123)현경주(ju11009)이윤진(jinnylove)
조선일보 허위보도와 환경부 장관 위증으로 얼룩진 환경부 국정감사
국립환경과학원, 대구MBC 기사에 포함된 사진만 보고 ‘남세균 아닌 일반 녹조류' 판단
조선일보, ‘대구MBC가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시켰다' 허위 보도
환경부 장관, 국립환경과학원장 잘못된 판단 입각해 국회 답변... 위증 고발 직면
2022년 환경부 국정감사가 장관과 국립환경과학원장의 위증, 그리고 조선일보의 허위보도로 얼룩진 채 끝났다. 이수진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 더불어민주당)은 환경부장관과 국립환경과학원장의 위증을 고발할 것을 환노위에 요청했고, 환경단체들은 조선일보를 언론중재위에 허위보도로 제소할 것을 선언했다. 민간연구자와 환경단체의 녹조(남세균) 독소에 대한 경고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공조하다가 환경부와 조선일보가 한 덩어리로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사태는 10월 20일 조선일보의 보도로 점화됐다. 조선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대구MBC가 남세균이라며 보도한 현미경 관찰 사진은 형태학적으로 남세균과 전혀 무관한 일반 녹조’라고 했으며 ‘대구MBC가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시켜 수돗물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보도했다. 대구MBC는 10월 12일 ‘대구시 한 가정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돗꼭지 필터에서 독소를 만드는 녹조인 남세균이 나왔다’고 보도했는데, 그 보도가 허위보도였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10월 21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종합감사가 진행됐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나온 것은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남세균 독소가 아닌 일반 녹조류로 확인됐다’고 발언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부산 연제구)은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나왔다는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다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들의 업무방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환경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장관은 그러겠다고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엉뚱한 사진 보고 잘못된 판단
그러나 환경부의 주장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주환 의원에 이어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질의에 나섰다. 이 의원은 환경단체와 더불어 4대강의 녹조 문제를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끈질기게 제기해왔다. 이 의원은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에게 ‘수돗물 필터의 실물을 검사했느냐’고 물었다. 환경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확언을 할 정도면 누구나 환경부를 과학적으로 보좌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필터 실물을 검증했을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원장의 답변은 아니었다. 김동진 원장은 ‘대구MBC가 보도한 사진을 보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이수진 의원은 ‘그 사진은 대구MBC가 분석한 필터의 사진이 아니고 대구 상수도본부의 분석 사진인데 환경과학원이 엉뚱한 사진을 바탕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조선일보가 함께 망가지는 순간이었다.
왜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렇게 큰 실수를 한 것일까. 환경과학원이 대구MBC나 이승준 교수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고 엉뚱한 사진을 보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말은 이렇다.
올 7월 대구MBC는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는 보도를 했다. 보도 이후 대구 가정집 수도꼭지 필터에 녹조로 보이는 연두색 물질이 끼인다는 제보가 여러 건 잇따랐다. 대구MBC는 대구 상수도본부에 공동조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독자적으로 필터를 검사해 남세균이라고 보도했다. 대구MBC의 시료를 분석한 이승준 교수는 유전자분석(PCR)을 통해 남세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대구 상수도본부는 다른 가정집의 필터를 수거해 분석했고, 이번에는 무해한 녹조류인 코코믹사라고 발표했다. 대구 상수도본부는 현미경으로 필터의 물질을 관찰해 그런 결론을 내렸다. 대구MBC는 대구 상수도본부에 가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대구MBC의 인터넷 기사 '[심층]대구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연두색 물질, 녹조 일으키는 남세균으로 확인(10.12)'에 섞여 들어갔다. 인터넷 기사의 사진에는 보통 설명을 달지만 해당 사진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해당 사진이 이승준 교수의 인터뷰 바로 위에 배치돼 이 교수 연구팀의 분석 사진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주는 면은 있었지만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대구MBC에 확인해야 할 문제였다.
네모 안의 사진은 조선일보 보도 사진, 네모 밖은 대구MBC가 상수도본부에서 촬영한 장면.
그러나 이 인터넷 기사를 본 국립환경과학원은 실제로는 대구 상수도본부의 현미경 분석장면인 그 사진을 이승준 교수의 분석 사진으로 오판했다. 대구MBC나 이승준 교수에게는 일절 확인하지 않았다. 정작 대구MBC는 해당 사진이 오해를 부를지 모른다고 판단해 며칠 뒤 기사에서 삭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해당 사진이 남세균이 아니고 인체에 무해한 녹조류라고 답변했다. 오판에 근거한 잘못된 답변이었다. 조선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잘못된 의견에 입각해 ‘MBC가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시켜 수돗물에 대한 공포를 조성한다'고 보도했다.
다시 10월 21일의 국정감사장으로 가보자.
이수진의원이 환경부와 국민의힘의 잘못을 지적한 뒤에도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상주,문경)은 이승준 교수와 박상현 조선일보 기자 사이의 카톡대화를 증거로 내세웠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와 이승준 교수의 카톡대화(10월 15일). 박상현 기자가 이 교수 답변의 의미를 착각해 오보를 낳았다.
이승준 교수가 보내온 그 카톡의 내용을 보면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아 저희 쪽에서 필터 받아서 우선 현미경으로 먼저 찍어본 사진이 맞네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10월 21일 국정감사
임이자 의원은 이 카톡 대화에서 이승준 교수가 ‘저희 쪽에서 찍은 사진이 맞다'고 한 것이 대구MBC 인터넷 기사에 들어간 대구 상수도본부 분석 사진을 자신이 분석한 사진으로 인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이 교수는 뉴스타파에 “조선일보 기자가 사진(대구MBC 보도에 쓰인 상수도본부 사진)을 보내줬는데 잘 안 보여서 제가 링크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 때 받은 링크(대구MBC의 인터넷 기사 링크)의 썸네일에 있는 사진이 제가 찍은 사진이라서 맞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승준 교수는 기사 링크의 썸네일에 자신이 직접 찍은 현미경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맞다'고 한 것인데, 조선일보 기자는 자신이 먼저 보낸 사진에 대해 ‘맞다'고 한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의 카톡은 국민의힘 의원에게로 전달돼 잘못된 주장을 계속하는 근거가 됐다.
국립환경과학원장, 국감에서 사진 오판 인정
혼선이 계속되자 이수진 의원은 국립환경과학원장에 ‘대구 상수도본부에 연락해 해당 사진이 누구 것인지 물어보라’고 요구했다. 대구 상수도본부는 대구MBC와 이미 연락해 해당 사진이 자신들의 분석장면을 찍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제서야 대구 상수도본부측과 연락한 김동진 원장은 “대구시에서는 대구 상수도본부 시험 사진으로 ‘추정'하고 있더라”고 했다. 자신들이 남세균이 아니라 녹조류라고 주장한 사진이 이승준교수가 분석한 것이 아니라 대구 상수도본부가 시험하는 사진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동진 원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덧붙였다. ‘그 사진이 어디 것인지 해당 언론사(대구MBC)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한 것이다. 김동진 원장은 이날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대구MBC가 확인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번 되풀이했다. 대구MBC가 확인해주지 않으니 자신들의 잘못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뜻일까? 그러나 대구MBC는 10월 21일 이미 ‘문제 사진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다른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보다 3일 전인 10월 18일에는 ‘대구 녹조 의심 사례 현미경 검사 적절한가?’라는 기사에서 대구시 상수도본부가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모니터에 해당 이미지가 떠 있는 장면을 방송하기도 했다.
김동진 원장은 여러 번 ‘해당 언론사(대구MBC)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 해당 취재를 한 대구MBC 기자는 뉴스타파에 “보도국장을 비롯해 기자들에게 다 물어봤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의 문의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대구MBC나 이승준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사진에 대해 문의했다면 이런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원의 담당 과장은 ‘보도 나왔을 때 사진의 위치라든가 이런 걸로 봐서는 누가 봐도 이승준 교수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따로 더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명문도 달려 있지 않은 사진을 그렇게 쉽게 단정한 것은 합리화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김동진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했고 환경부 장관까지 위증 혐의를 받게 됐다. 이수진 의원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할 것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요청했다.
조선일보의 보복성 짙은 왜곡 허위보도 퍼레이드
21일 국정감사 이후 환경단체들은 조선일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회부해 정정보도를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타파는 수돗물 필터 관련 오보를 한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에게 ‘정정보도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박 기자는 ‘당사자인 이승준 교수한테 확인을 한 건데, 당사자 말대로 보도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지'라고 답했다. 이승준 교수가 말한 대로 보도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뉴스타파의 질의 뒤 조선일보는 27일까지 4건의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들에서 내용상으로는 잘못된 기사가 나간 것을 인정하면서도 ‘오보'라는 표현은 전혀 쓰지 않았다. 기사의 팩트가 틀린 것은 대구MBC와 이승준 교수 탓이라고 했다. 대구MBC에 대해서는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구MBC와 MBC는 엄연히 법인체가 다른 회사인데도 제목에서는 ‘MBC’라고 써서 최근 여권의 ‘MBC 때리기’에 올라타는 모습도 보여줬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기사에서도 조선일보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을 여러 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0월 21일 국정감사 후 대구MBC에 대한 보복성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기사에는 심각한 사실왜곡과 윤리위반사항이 포함돼 있다.
답변 무시한 채 오보한 뒤 책임은 대구MBC에 전가
조선일보는 26일자 ‘[단독]”수돗물 남세균" MBC가 올린 현미경 사진 알고보니…’에서 대구MBC를 이 모든 사태의 원인제공자로 몰고 있다. 대구MBC가 잘못된 사진을 기사에 포함시킨 뒤 대구시가 ‘기사의 사진이 대구MBC 분석 사진이 맞냐?’고 문의했는데 ‘맞다'고 답한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대구MBC는 대구시가 문의했을 때 인터넷 기사에 잘못된 사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모르는 상태여서 그런 답변을 했지만 이후 사실을 알고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해 사진을 삭제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주환 의원을 인용해 “대구시 측 확인요청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놓고 이 사실을 숨긴 MBC가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진짜 사과해야 할 곳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에 대구MBC 기자는 사진 출처를 정확하게 말해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와 대구MBC 기자의 카톡대화(10월 18일) 대구MBC 기자가 사진 출처를 정확히 밝혔지만 박상현 기자는 이를 기사에 반영하지 않고 오보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조선일보 기자와 대구MBC 기자 간의 10월 18일 카톡대화를 보면 조선 기자는 문제의 사진을 카톡으로 보낸 뒤 ‘대구MBC가 보도한 사진은 남세균 사진이 아니라고 국립환경과학원이 이주환의원실에 답했다'고 했다. 그러자 대구MBC 기자는 “그건 우리 게 아니고 상수도본부에 신고된 의심사례를 검사한 거에요. 우리도 현장에 있었고요"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보낸 사진이 대구 상수도본부가 검사한 것이고 대구MBC도 검사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대구MBC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무시하고 20일 ‘[단독]국립환경과학원 “MBC,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 수돗물 공포감 조성"이라는 대형 오보를 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오히려 대구MBC를 ‘잘못된 정보 제공자'로 지목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논리는 대구MBC가 대구시에 ‘해당 사진이 대구MBC 분석 사진'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줬고, 국립환경과학원은 그 전제하에서 사진을 분석해 ‘남세균이 아니다'는 의견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단독]”수돗물 남세균" MBC가 올린 현미경 사진 알고보니…(10월 26일 보도)’에서 “대구MBC가 대구시에 밝힌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란 설명에 따라 국회 요청으로 사진을 분석한 과학원” 이라고 썼다.
조선은 이 기사의 사진 설명에 "대구시는 13일 이 사진의 출처를 담당기자에게 물었고, '이승준 연구팀 촬영본'이란 대답을 들었다. 이튿날인 14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구시로부터 해당 사실을 확인한 후 분석에 착수, '남세균과 형태학적으로 전혀 다른 물질'이란 결론을 국회에 제출했다."라고 썼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은 국정감사일인 21일 이전에는 대구시에 사진과 관련한 사실 확인을 한 적이 없다. 환경과학원의 담당 과장, 연구관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따라서 대구MBC가 대구시에 어떤 말을 했는지는 국립환경과학원 분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14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구시로부터 해당 사실을 확인한 후 분석에 착수"라고 써서 대구MBC가 환경과학원의 오인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기사를 쓴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에게 ‘왜 이렇게 썼냐?’고 사실확인을 했다. 그러자 그는 “본문에는 썼던 ‘국회'라는 표현이 사진설명에서 빠졌네요.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왜 날짜까지 특정해 국립환경과학원이 대구시에 사실확인을 했다고 썼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었다. 잠시 뒤 해당 기사의 사진 설명에서 위 표현이 사라졌다. 그러나 본문의 다른 대목에는 유사한 표현이 남아 있다. “대구MBC가 대구시에 밝힌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란 설명에 따라 국회 요청으로 사진을 분석한 과학원” 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조선일보 기자는 자신이 대구MBC 기자로부터 정확한 사실을 들었다는 팩트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박상현 기자야말로 정확한 정보를 숨겨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대구MBC를 잘못된 정보제공자로 몰며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박 기자는 이승준 교수로부터도 정확한 정보를 들었지만 잘못 해석해 오보를 했다. 그 오보로 이승준 교수와 대구MBC의 명예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자신의 오보 책임까지 오보의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심각한 언론 윤리 위반이다.
"또 MBC 거짓말"? 거짓말한 것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27일 박상현 기자가 쓴 [단독] 또 MBC 거짓말…대구상수도본부 “현미경 사진 제공한 적 없다”라는 기사도 실었다. 야당이 국감장에서 ‘대구 상수도본부가 제공했다'며 환경과학원을 질타했는데 대구시 상수도본부는 ‘사진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한다는 것이 기사 내용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기본 전제가 틀렸다. 대구MBC는 대구 상수도본부가 사진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MBC는 국감장의 소동을 다룬 기사에서 “문제 사진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다른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무해 녹조류 코코믹사였습니다”라고 썼다. 영상도 대구MBC가 대구 상수도본부의 현미경 분석 장면을 촬영하는 것으로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다. 따라서 ‘또 MBC 거짓말'이라는 기사는 사실왜곡에 의한 심각한 명예훼손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야당이 국감장에서 “대구상수도본부가 제공했다"며 과학원을 질타했다고 썼다. 그러나 이 대목도 왜곡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초 질의에서 “대구 MBC가 대구시 상수도본부에 가서 여러 검사 장면 촬영한 것 중 하나고..”라고 정확하게 표현했다. 이후 김동진 원장에게 ‘코코믹사 무해하다는 사진 그거 대구시 상수도본부 사진 맞죠?’라는 질문을 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대구 상수도본부에서 해당 사진을 줬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대구시 상수도본부에서 시험하는 장면을 대구MBC가 촬영한 사진이라는 의미였고, 국정감사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오인할 가능성이 없었다.
4대강 보를 지키려는 환경부와 국민의힘, 조선일보의 공조
이번 사태는 4대강 보를 지키려는 환경부와 국민의힘, 조선일보의 잘못된 공조가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보를 개방, 해체하는 작업을 주도했던 환경부는 ‘보를 지키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환경부가 제대로 검사해서 밝히는 게 맞는데 이러는 것은 4대강 보가 낙동강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증명이 되기 때문에 피해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조선일보는 보를 지키려는 동맹의 핵심이다. 조선일보는 4대강 사업 초기 비판보도를 하기도 했지만 완성 이후로는 사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끈질기게 보여왔다. 문제는 그 의지가 사실 보도가 아닌 왜곡 허위 보도로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보를 지켜서 국민이 얻을 이익이 없지 않은가? 보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는데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는 정말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국민 건강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단체와 언론에 대해 ‘가짜 뉴스' ‘괴담' 등으로 비난하는 환경부와 국민의힘, 조선일보의 잘못된 공조는 더 이상 계속돼선 안된다. 남세균 문제를 심층 보도해온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미생물학 박사)는 “중요한 건 국민 건강이다. 남세균이 종합적으로 시민들한테 어떤 영향을 주느냐, 물이든 공기든 먹거리든 뭐 수산물이든 간에 종합적으로 어떻게 시민들 입에 들어가든지 시민들 몸속에 들어가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솔직하게 찾아내서 그걸 차단을 하는 게 중요한 거다. 문제가 있는 걸 없다고 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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