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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1.4.19~

by 이성근 2021. 4. 19.

 

 

5만평 공장에 사람이 없다포스코케미칼 양극재공장 가보니

 

지난 14일 전남 광양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내부에서 무인 운반기 ‘AGV’(Automatic Guided Vehicle)가 공정에 투입할 원료를 옮기는 모습. 이곳 3만톤 규모의 생산 라인에는 총 12대의 AGV가 운영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제공

 

부지 5만평, 직원 80.

전남 광양에 있는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이야기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직원이 적어 너른 부지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근로자들을 싣고 나르는 통근 버스도, 공장 부근이라면 발달하게 마련인 주변 상권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한적한 겉모습과 달리 광양 공장은 포스코그룹이 전사적인 역량을 들이붓고 있는 핵심지다. 문을 연 지 2년 만인 올해 쏟아낼 양극재만 3만톤이다. 이는 전기차 33만대분으로,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약 30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발주자로서는 무서운 기세다. 2023년까지는 연산 규모를 3배로 불려 전세계 3위권을 노린다. 이를 위해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초 12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여기에 포스코도 6881억원을 쏟아부었다.

포스코케미칼의 급성장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또 포스코그룹이 그리는 배터리 소재 사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포스코의 자신감 기술보다 운영

포스코가 배터리 양극재 사업에 뛰어든 건 2012년이다. 당시 국내 양극재 양대산맥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이미 각각 2곳 이상의 공장을 가동 중이었다. 원천 기술이 전무했던 포스코는 출발선이 꽤 뒤처진 셈이다. 포스코는 답을 바깥에서 찾았다. 2012년 이미 양극재를 개발하고 있던 휘닉스소재와 합작법인 포스코ESM을 세웠다. 이 포스코ESM2019년 포스코켐텍에 흡수합병되면서 탄생한 게 지금의 포스코케미칼이다.

이번에 공장을 공개하면서 효율화를 부각시킨 데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휘닉스 소재의 몫이 큰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의 생산성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둔 셈이다. 이상영 공장장은 증설을 할 때마다 생산성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특히 원료 투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모든 공정이 무인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에 가장 먼저 공개한 현장은 공장 2층에 있는 품질분석실. 이곳에는 17층 공정의 각 단계에서 만들어진 반제품을 공기를 이용해 쏴주는 에어 슈팅기계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분석실에서 실시간으로 품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조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 것은 포스코케미칼이 처음이라고 한다.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원료를 나르는 무인 운반기 ‘AGV’(Automatic Guided Vehicle)와 원료의 입·출고가 모두 자동화된 물류 창고도 마찬가지다. 정대헌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은 포스코는 운영에 강하다고 힘줘 말했다. “포스코의 철강 사업도 고 박태준 회장이 일본에서 기술을 받아와서 시작된 거잖아요. 생산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는 포스코가 입니다. 처음 받아온 기술을 그대로 두지 않는 거죠.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올릴지 고민하고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건 우리가 제일 잘합니다.”

 

지난 14일 전남 광양의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에서 에어슈팅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 포스코케미칼은 제품 라인 14개소와 품질분석실을 공기 이송라인으로 연결해 실시간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케미칼 제공

 

배터리 경쟁 심화포스코 미래는?

배터리 소재는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주력하는 신사업이기도 하다. 최근 포스코는 광양 양극재 공장 부근에 리튬 추출 공장을 짓기로 했다. 리튬은 양극재의 핵심 원료 중 하나다. 새로 지어질 공장은 연간 43천톤 규모로 전기차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광양 양극재 공장의 2023년 목표 생산량(9만톤·전기차 99만대분)과 거의 일치한다. 포스코는 리튬 매장량이 확인된 아르헨티나 염호에서도 올해 안에 연산 25천톤 규모의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고, 포스코는 그 원료를 공급하는 구조인 셈이다. 포스코는 불안정한 수급으로 악명이 높은 니켈도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확보되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포스코케미칼은 본다.

 

거래처 다변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포스코케미칼은 주로 LG에너지솔루션에만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도 아직 뚫지 못했다. 최근 미국 테슬라를 필두로 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경쟁이 반가운 이유다. 정대헌 사업부장은 요즘에는 완성차 업체들에서도 연락이 많이 와서 샘플을 보내주고 있다중국에서도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에서 어떻게 승부를 볼지도 문제다. 현재 양극재가 거래되는 가격은 1톤당 23만달러로, 배터리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원가 절감 압박이 양극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스코케미칼이 자랑하는 강점인 운영 효율화의 진면목도 그때 가려질 전망이다. 정대헌 사업부장은 당분간은 (배터리)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빨리 늘어나서 괜찮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 절감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며 그때에 대비해 미리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케미칼에서 생산한 하이니켈 NCM 양극재. 포스코케미칼 제공

광양/이재연 기자 jay@hani.co.kr

50짜리 도시재생슬럼가만 키웠다

[무용지물 도시재생]12개 구역, 19일 반대성명

창신동 주민 희망 1'도로확장' 주민의견 배제

도시재생지역 신축비율 4.1%청년들 마을 떠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낙후된 지역을 개선·보존하는 박원순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내세운 도시재생사업으로 오히려 슬럼화가 가속화했다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 쏟아지고 있다.

 

12개 구역이 집결한 도시재생구역 해제 연대는 오는 19일 도시재생 반대성명과 구체적인 지역별 실태 보고서 등을 오세훈 서울시장과 각 구청, 구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서계동 광진구 자양4은평구 수색14구역 관악구 신림4구역 구로구 구로1구역 종로구 창신·숭인동 강남구 일원동·대청마을 성북구 장위11구역과 경기 성남시 수진2·대평동 등 12곳이다.

박 전 시장의 서울형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가 도시재생뉴딜사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힘을 받았다. 문정부는 5년간 5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도시쇠퇴 현상을 겪고 있는 500곳을 재생시킨다는 목표였다.

 

실제 전국적으로 447곳을 사업지로 선정했고, 서울에서는 52(국가 지원 17)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됐다. 면적에 따라 사업 초기 투입되는 마중물 예산은 최소 50억원(5,우리동네살리기)부터 최대 250억원(50, 상업·업무 중심의 경제기반형)까지 지원된다. 서울시 도시계획·재생 분야 예산 또한 2019(1272억원) 이후 꾸준히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1호 도시재생선도지역인 창신동의 경우 사업 시행 전 주민 설문조사 결과 세입자·소유자 모두 1순위로 도로 확장 및 골목길 정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창신동에는 소방차조차 진입할 수 없는 좁은 도로가 방치돼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로2동에 있는 구로1구역 주민들도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대형 화재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1m 미만의 골목길로 주택들이 늘어서 있어 소규모 정비사업조차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신림4구역 주민들은 신림뉴타운 1~3구역은 재개발사업을 하는데, 우리만 도시재생으로 지정돼 소외감과 박탈감이 크다면서 노인정 하나 짓고 골목길 포장한다고 생활환경과 편의성이 좋아지느냐고 항의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1단계 도시재생활성화구역 내 신축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개발계획이 안잡힌 일반 저층주거지 신축비율 6.1%보다 낮았다. 노후도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빠져 나갔다. 창신동의 경우 201523581명에서 20202372명으로 거주민 수가 줄었다. 특히 20~30대는 6277명에서 5135명으로 감소했다. 마을 자체가 늙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개발은 제한되고 있다. 창신동과 서계동 등은 앞서 공공재개발 공모를 신청했지만 아예 심사 조차 받지 못했다. 도시재생을 위한 예산이 대거 투입된 것이 그 이유였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속에서 계획없이 시가지 확장을 겪은 한국 대도시의 경우 고쳐 쓰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대규모 기반시설 및 인프라 구축 없는 땜질식 처방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1100억 들인 창신동 도시재생"소방차도 못다녀요"

[무용지물 도시재생]서울형 도시재생 1, 종로 창신

7년째 1100인구 줄고 노후도 72% '슬럼화'

동작구 본동, 한쪽은 재개발, 한쪽은 도시재생

좁은 길을 따라서 노후화된 집들이 즐비해 있다.(사진=이데일리 하지나기자)

 

[이데일리 하지나 신수정 기자] “여기서 한번 살아보라고 했으면 좋겠어요.”(창신동에 25년째 거주 중인 송 모씨)

 

서울 1·4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을 빠져 나와 북적북적한 골목시장을 지나자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2014년 서울시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이다. 공공이 나서 추진한 마중물 재생사업은 2017년 이미 마무리됐다.

 

하지만 좁은 길에 차 한대 지나가기 빠듯해 보인다. 머리 위로는 전기줄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져 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모세혈관처럼 펼쳐져 있는 길 위로 슬레이트와 기왓장을 지붕으로 한 낡고 허름한 집들이 빽빽히 줄 지어 있다. 한참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급경사가 나온다. 계단을 따라 오르다보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길에서 만난 주민 김 모씨(68)최근에도 불이 났는데 그나마 금방 불을 꺼서 다행이지 큰 일날 뻔 했다고 말했다. 창신동에는 6m 도로가 없다. 그러다보니 소방차 등 구난차량의 진입이 어렵다.

 

강대선 창신동 공공재개발추진위원장은 창신동은 노후도가 72%에 달한다면서 주민이 원하는 도로확장과 주차장 건립은 없고 봉제역사관, 산마루놀이터, 백남준기념관, 전망대 등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창신동에는 마중물사업(200억원)을 비롯해 협력·연계사업(985억원)등 지금까지 11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봉제역사관 18억원 백남준기념관 14억원 채석장 전망대 76000만원 산마루놀이터 27억원 원각사도서관 236000만원 주민공동이용시설(4개소) 65억원 등 마중물사업 전체 예산 중 78%를 건축비로 사용했다.

 

강 위원장은 비가 온 다음날에 특히 하수구 악취가 올라온다면서 지하에 묻힌 배관이 삭아서 오물이 땅속으로 스며든 것인데, 소규모 하수관만 교체하고 말았다고 답답해 했다. 창신동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237억원을 투입해 노후 하수관을 정비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는 사이 창신동에는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베트남 사람들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201622845명이던 인구 수는 20202372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오히려 마을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창신동내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원래 살던 사람들은 불편해서 다 떠나고 70~80%는 세입자들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최근에는 베트남 사람끼리 싸움이 나서 칼부림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창신동 곳곳에는 베트남 음식점과 상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창신동 곳곳에 베트남 음식점들이 보인다.(사진=이데일리 하지나기자)

동작구 본동에는 공공재개발과 도시재생사업이 함께 진행 중이다. 한강에서 바라봤을 때 노량진 교회를 중심으로 왼쪽은 도시재생사업, 오른쪽은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2019우리동네 살리기유형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인 동작구 본동은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변화는 미미하다. 서울시 최초의 한강변 구릉지형 저층주거지 재생모델을 목표로 한 탓에 후미진 골목과 계단형 통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사 높은 언덕을 따라 차량 두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이 나 있다. 키가 작은 낡은 집들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대부분 단독주택인데다 지은 지 오래된 탓에 벽은 갈라지고 세월의 흔적을 담은 시멘트 계단은 곳곳이 부서져 있다.

 

동작구는 한강과 역사를 품은 River Hill, 본동을 비전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본동 편안하고 거주하고 싶은 생활환경을 가진 본동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본동 등 3대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낡은 주거지에는 나이든 어르신만이 남았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도시재생 협의체를 작년 4월부터 모집했지만, 거주자 대부분이 초고령인데다 300여명에 불과해 생활권자들도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금의 도시재생사업에 불만이 많다. 인근 공원에서 만난 주민 신 모씨는 인근 흑석동에는 재개발로 도로도 넓히고 집도 새로 짓는다고 하는데, 이 동네에 남은 건 낡은 집밖에 없다도시재생에 동의한 주민들은 몇몇에 불과했는데 이 사업을 누가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노들역 인근 공인중개소에서 만난 주민 박 씨는 동작 실버타운 건축할 때 재개발을 해준다고 약속해줬었다재개발이 절실한 곳에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하니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도시재생사업 취소 요청서도 구청에 제출됐다.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의 편의 개선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어 인근 공공재개발과 묶어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정재 동작구 본동 도시재생 반대위원회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의 공청회는 물론 진행상황 역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주민들의 불편이 개선되는 사업이 아니어서 취소돼야 하는데다 인근 동작구 본동 공공재개발과 함께 진행되지 않으면 개발이 불가능해 구청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동작구 본동(사진=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김포~제주 왕복 항공권이 25800LCC 눈물겨운 생존경쟁

국내선 잇단 파격할인 경쟁

인천서 하던 국제관광비행

다음달부터 김해·대구서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지방 고객을 대상으로 국제관광비행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국내선 초특가 상품을 선보이는 등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는 다음달부터 지방 고객을 대상으로 국제관광비행 상품을 잇달아 출시한다. 국토교통부가 다음달부터 지방공항에서 국제관광비행 운항을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에서만 진행하던 관련 상품을 지방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국제관광비행은 하늘 위에서 한반도와 인근 국가 해역을 관람하는 관광 상품을 말한다. 국내관광비행과 달리 국제선 노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은 기존 인천공항을 포함해 김포·김해공항에서 국제관광비행을 시작한다. 티웨이항공은 김포와 대구에서 국제관광비행 상품을 선보인다. 에어서울은 인천과 김포공항에서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국제관광비행 운항에 상당히 공들이고 있다. 두 항공사는 국제관광비행이 국내에서 처음 허가가 난 지난해 12월 이후 운항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진에어의 운항 횟수는 이달까지 총 20회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다. 제주항공도 총 19회에 이른다.

 

LCC업계의 항공권 할인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말 김포~제주 노선을 비롯해 국내 노선 총 5개의 항공권을 최저 8200(편도 총액 운임)부터 선보이는 특가 이벤트를 진행했다. 진에어도 지난달 말 1만원대 국내선 왕복 항공권을 출시했다. 부산~제주 노선은 19800(왕복 총액 운임)부터, 김포~제주는 25800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송광섭 기자][매일경제

 

사별 뒤 깨달은 것들그대 없음을 더이상 감추지 않습니다

사별 경험 책으로 낸 4인 권오균·이정숙·김민경·임규홍씨

정신적 스트레스 1위 배우자 사망배우자 먼저 보내고 마주한 삶

네가 복이 없어서편견·무시홀로 자녀 키우는 어려움 이중고

상실 후 깨달은 것들 이토록 가버릴 줄 알았다면 더 행복하게 살걸

살다 보면 원치 않은 고통에 직면할 수 있다. 시험에 낙방하거나 해고·실직을 당할 수도 있고, 질병이나 사고·상해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 워싱턴의대의 토머스 홈스와 리처드 라헤 교수가 정신적 충격에 따른 스트레스 점수를 매긴 적이 있다. 해고 47, 질병 53, 감옥 수감 63, 이혼 73점 등이다. 최고의 스트레스 점수인 100점은 배우자의 죽음이다.

 

특히 노화로 인한 자연사가 아니라 사고나 질병으로 갑작스레 사별한 이들은 배우자의 육체적 죽음과는 다른 정신적인 극심한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그런 비극적 아픔의 사례는 희귀병처럼 드문 게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늘 발생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음을 입 밖으로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충격에 따른 여러 후유증에다 사회적 편견에까지 맞서야 하는 사별자들은 감당해내기 어려운 고통에 또 다른 죽음을 경험한다.

 

그런 사별자들이 그 아픔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인터넷 사별 카페에서 만나 아픔을 나누다가 의기투합한 4명이 <나는 사별하였다>(꽃자리 펴냄)를 출간했다. 결혼 32년 만에 암으로 아내를 잃은 임규홍(65) 교수, 결혼 22년 만에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약사 이정숙(49), 결혼 17년 만에 간암으로 남편을 보낸 초등학교 영어 전담 강사 김민경(50), 결혼 16년 만에 난소암에 걸린 아내와 사별한 어학원 연구개발팀장 권오균(49)씨다. 최근 경기도 의왕시의 한 교회에서 이들을 만났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

암으로 배우자를 잃은 세 사별자는 암 투병 중인 배우자가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이미 파김치가 됐다고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도 기적을 고대했으나,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게 당하는 고통까지 가중됐다. 권오균씨는 간증치유집회에서 무조건 믿음으로 간증해야 병이 낫는다고 해서 아내는 하나님께서 낫게 해주시겠다고 했다고 간증을 한 뒤 죽어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사투를 벌일 때는 함께여서 견딜 수 있었지만, 배우자가 떠난 뒤 그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민경씨는 유일하게 잠을 잘 때만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잔 것 같아 깨어나 보면 30분밖에 지나 있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사별 뒤 명절 때 시가에 갔다가 남편을 닮은 형제들은 있는데 정작 남편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방 한구석에서 남몰래 통곡하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켰다. 집에 돌아온 그는 슬픔을 전염시키고 싶지 않아 다음 명절부터는 아이들만 보내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시어머니도 이해해주었다. 그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서 마치 남편과 마주 앉은 것처럼 한 그릇을 앞에 두거나 소주를 두 잔 따라 놓고 홀로 건배를 하며 상실감을 달래곤 했다.

임 교수는 멀리 특강을 갈 때도 운전을 해주는 등 늘 엄마처럼 돌봐주던 아내가 사라지고 나니 내가 마치 고장난 차처럼 변해버린 것 같았고, 죄인이 된 것 같아 사람들도 만날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회적 편견까지 이중고

사별자들은 상실의 고통에다 사회적 편견에까지 맞서야 한다는 게 그 무엇보다도 두려웠다. 임 교수는 여성 사별자들이 시집에서 네가 복이 없어서 내 아들이 죽었다는 어른들의 악담으로 또 한번 충격을 받곤 한다고 전했다.

사별 뒤 2주 만에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은 김민경씨가 동료 교사들에게 사별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도 편견을 감당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는 교사들 사이에서 가족에 관한 대화가 나올 때마다 움츠러들었고, ‘영혼 없는대답을 하느라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이정숙씨는 41살에 과부가 된 엄마가 홀로되어 겪는 일들을 지켜봤기 때문에 남들의 편견 어린 시선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남편이 죽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남편에 대해 묻자 외국에 장기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을 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후회하며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 아는 언니와 왈츠학원에 갔을 때 다른 수강생이 왜 남편과 함께 오지 않느냐고 묻자 사별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에 너무도 당혹해하는 그 수강생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삶이 왜 이렇게 거지 같은 거야?”라며 엉엉 울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그는 사별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상태에선 사별을 딛고 일어서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에 공동 필자들에게 나는 사별하였다라고 당당히 고백하는 선언을 책 제목으로 삼자고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줄기 빛이 된 사별 카페

사별자들은 집중력 장애, 몸살, 불면증, 대상포진 등 온갖 후유증을 앓았다. 그런 이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찾은 한줄기 빛이 바로 인터넷 사별 카페였다. 김민경씨는 불면증으로 잠 못 들 때 사별 카페에 들어가면 한밤중에도 글이 올라온다. 같은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며 아픔을 나눴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사별한 이들을 카페에선 사별동기라고 부른다. 사별동기들끼리는 더 강한 유대감이 있다. 사별동기들은 등산이나 독서 모임, 하루 만보 걷기 등을 하며 무너진 일상을 조금씩 회복해갔다. 자녀가 없는 권오균씨는 휴일에 집에 홀로 있을 때 특히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다. 어느 날 밤 극심한 우울감을 느낀 그는 이를 사별동기 단체 대화방에 고백했다. 그러자 그들이 밤 10시에 모두 나와 외로움을 달래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사별 카페에선 슬기로운 과부생활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조금씩 치유돼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민경씨가 카페지기로 있는 사별 카페.

 

또 하나의 아픔, 사별자 자녀

사별자들은 양육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나 아빠를 잃은 아이의 상실감 또한 심각하다. 아빠를 잃은 아이는 잠자는 엄마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고아가 될까 두려워하며 남은 부모의 생존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아이도 사회적 편견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정숙씨는 10살 때 아빠의 죽음을, 20살 때 엄마와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는 “‘아비 없는 자식이란 소리를 듣지 않게 행동하라는 엄마의 말을 따르느라 바른 생활 어린이로 행동하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빠가 죽은 게 아이 잘못도 아닌데, 세상의 편견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충고보다는 한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죽음을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거나 아빠가 외국에 출장 갔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 상처가 더 깊어진다고 한다. 따뜻하고 솔직하게 말해주고, 부모 중 누군가가 죽어도 아이의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해줘야 한다는 게 사별 선배들의 조언이다.

 

내미는 손, 받아주는 손

사별자들은 스스로 슬픔에 빠져 부모·형제도 상실의 슬픔을 겪는다는 것을 간과할 때가 많다. 이정숙씨는 “10살에 아버지를 잃었을 때는 너무 어려서 뭘 몰랐다 쳐도, 20살에 엄마와 할머니를 동시에 잃었을 때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했는데도 언니들이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 괜찮은 척했다고 말했다. 그는 47살에 남편과 사별했을 때는 다르게 행동했다. 살아야겠기에 자신을 위로하는 이들을 거절하지 않고, 슬픔을 감추지도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사별 15년차인 지인을 찾아가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다. 또 이웃 부부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받아들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밥을 삼켰다. 매일 안부를 묻는 언니들의 전화를 받고, 친구들과 여행도 갔다. 그는 사별자의 형제자매와 이웃들은 사별자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여러 차례 반복해서 구체적으로 묻고, 사별자들도 이들의 손을 뿌리치지 말고 받아주어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권유했다.

 

상실 후 깨달은 것들

사별자들은 이토록 빨리 가버릴 줄 알았다면 좀 더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민경씨는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힘들면 언제든 사표 써라고 말해주는 내 편이 아무도 없는 세상에 버려진 느낌이라며 그때는 그걸 당연하게만 생각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임 교수는 이렇게 일찍 갈 줄 알았다면 돈 한푼 쓰는 데 벌벌 떨지 말고 더 충분히 즐길 걸 그랬다이제 하고 싶은 건 미루지 않고 당장 한다. 얼마 전 제주 한달 살이도 했다고 했다.

 

이정숙씨는 남편이 남긴 메모를 보니 할 필요 없는 고민의 흔적들이 있었다그렇게 떠날 줄 알았더라면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시간도, 통장 잔고도 있었는데, 가지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느라 가진 것들을 놓쳐버렸다남편도 나도 부족함 많은 사람이지만,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누리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함께 있음을 소중히 여기고 더 행복하게 누리라는 게 이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여성도 군대 가야국민청원서 불붙은 여성징병제

여성도 징병시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사흘 만에 6만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얻었다. 출산율 하락과 남녀평등 등이 주장의 근거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전 동의 100명 이상의 청원 글은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공개하는 규정에 따라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하지만 19일 오후 639분 기준 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여성도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청원인은 우선 출산율 하락에 따른 병력 보충을 위해 여성 징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시글에서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남성의 징집률이 9할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그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해 효율적인 병 구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라고 밝혔다.

 

또한 여성 징병이 성 평등과도 연결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청원자는 예전 군대와 달리 현대적이고 선진적인 병영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을 여성들도 인지하고 있다많은 커뮤니티를 지켜본 결과 과반수의 여성도 여성 징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썼다.

 

이어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따라서 정부는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군 가산점 폐지 이후 여성 징병 뜨거운 감자

(대한민국 육군 홈페이지 갈무리)

 

여성도 군대 가야한다는 주장이 본격화된 것은 군 가산점 위헌 결정 이후로 추정된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만장일치로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군 가산점제가 여성, 장애인, 미필자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후 현역 군필자에게 최대 5%까지 가산점을 부여했던 군 가산점제도는 2001년 전면 폐지됐다.

 

군 가산점 폐지 이후 남성들 사이에서는 남녀평등권 실현을 위해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자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보상도 없이 남자만 군대 가는 역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요구는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성 징병은 헌재 결정의 장벽에 부딪혀 계속 진전되지 않고 표류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까지 여성의 입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회의적인 편이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군 가산점제는 여성, 장애인 등이 공직에 입직할 기회를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국제인권기준에도 위배된다병역의무 이행자 간에도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해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남성만으로 병력 유지 불가

하지만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군 병력 감소는 자연스레 여성 징병 논의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실제로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이대로는 군 병력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198개국 중 198위에 머물렀다. 우리 정부의 공식 통계 자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상비병력 규모를 5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지금 같은 출생아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오히려 미달될 수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5815명으로 이전 년도보다 10.65% 감소했다. 남성만으로 필요 병력을 유지할 수 없는 만큼 여성 징병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도 남녀평등복무제' 제기

(대한민국 육군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군 가산점 부활과 여성 징병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군 가산점 재도입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위헌이라면 개헌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징병제를 폐지하고 기초군사훈련을 통해 남녀 모두 예비군으로 양성하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해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인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의무병제를 유지하되 의무복무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청년 세대의 경력 단절 충격을 줄이고 여성의 군 복무를 통해 병역 대상은 넓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목소리도 커해외는 여성 징병 추세

(픽사베이 제공)

 

하지만 여성 징병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분류되는 북한을 상대로 단순한 병력 증대가 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여성 징병을 위해 병영시설 개선 등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군 현대화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는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여자는 지원 복무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2010년부터 2011, 2014년 모두 합헌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 여성도 군 복무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67월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는데 당시 사회주의 정당 소속 여성 당원들이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 네덜란드도 2018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고 17세 이상의 여성은 징병 대상이 된다. 시행 이유는 양성평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또한 스웨덴은 2010년에 폐지한 징병제를 20181월 부활시키면서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스웨덴 정부는 현대의 징집제도는 성별 중립적이어야 하므로 남성과 여성 양쪽 모두 포함돼야 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bloter /김명상기자

 

 

얼마나 더 죽어야 국제사회가 움직일 것인가

3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시위대가 군경과 대치하고 있다.조 조 제공

 

미얀마는 전쟁터가 아니다. 전쟁은 적어도 양쪽이 무기를 갖고 싸울 때 가능한 것이다. 맨몸으로 군경과 맞서는 상황을 어떻게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겠나?”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 중인 메코 마웅 씨의 이야기다. 그가 시위에 나간 지 두 달이 지났다. 46일까지 570명이 사망했고 2700여 명이 체포되었다(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 자료). 3월 초 SNS에서는 얼마나 더 죽어야 유엔이 움직일 것인가?’라는 해시태그가 올라왔으나 이제 미얀마에서는 우리끼리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위자는 왜 어떤 나라도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는가? 우리도 늘 묻는 주제다. 답은 간단하다. 미얀마를 위해 무언가를 해서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327일 미얀마 국군의날 하루에만 114명이 사망했다. 미얀마에서는 대학살의 날로 불린다. 3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소집되었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안보리 회원국들은 평화적 시위대를 겨냥한 폭력과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백 명의 죽음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뿐이었다. 앞서 310일 군부의 폭력적 진압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한다라는 의장 성명, 24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구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라는 입장에서도 달라진 게 없다. 두 달간 악화일로인 미얀마 사태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미얀마 항쟁은 2단계로 접어들었다. 시민들이 주도한 시민불복종운동(CDM)1단계였다면 이제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41일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2008년 군부가 제정한 헌법을 폐기하고 연방민주주의헌장(Federal Democracy Charter)’을 선포했다.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소수민족들과 함께 민주주의연방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미얀마의 젊은 세대들은 이제 누가 공공의 적인지 알게 되었다라며 로힝야족 학살 때 침묵했던 것을 반성한다. 카렌족, 카친족, 아라칸, 샨족 등 무장병력을 보유한 소수민족들이 새 정부에 참여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이들을 구성원으로 CRPH연방군이 창설되면 군부와의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미얀마의 시민 저항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앞서 시사IN은 개인이 미얀마의 민주화 항쟁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살펴봤다(시사IN706미얀마를 돕는 세 가지 방법기사 참조). 한 독자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한국지부에 직접 송금하고 싶다며 메일을 보냈다. “장기전으로 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죠.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요.” 한국 시민들의 행동은 연대 기금부터 온라인 인증샷, 해시태그 운동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본격적 개입은 또 다른 문제다. 지난 21일의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이후 진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 국제사회는 말잔치와 군부에 큰 타격을 주기 힘든 경제제재 말고는 한 일이 없다. 국제사회는 왜 미얀마 사태에 선뜻 움직이지 못할까.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전문가들에게 미얀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물었다. 개별 국가와 국제사회를 압박하기 위해 시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짚어봤다.

 

서방 연합군의 개입, R2P

미얀마 군부는 30년 넘게 자급자족해왔는데 해외에서 규탄 성명 몇 개 발표한다고 얼마나 충격을 받겠나.” 미얀마 전문가인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교수는 유엔의 구두 경고나 서방국가의 경제제재가 군부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미얀마와 교역을 중단하고, 쿠데타에 연루된 기업과 인사를 제재했지만 군부를 막는 실질적인 조치가 되지는 못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시위 초기부터 ‘R2P (보호책임 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를 요구했다. R2P란 한 국가가 집단학살·전쟁범죄·인종청소·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경우,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이다. 2011년 리비아 카다피 정권에 대한 서방 연합군의 무력 개입이 이 원칙에 근거했다. 꼭 군사적 개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엔 헌장은 개별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엔 국제 공동체가 외교·정치·인도적 수단 등으로 민간인을 보호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다.

312일 미얀마 양곤에서 유엔의 ‘R2P(보호책임 원칙)’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등장했다.EPA

 

하지만 전문가들 대다수가 미얀마에 대한 R2P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군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는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다. 그러나 미얀마 사태로 소집된 세 차례 안보리에서 중국은 오히려 쿠데타’ ‘군부에 대한 추가 조치같은 표현을 삭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CRPH를 정식 정부로 인정해달라는 미얀마 시민들의 요구도 유엔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42미얀마의 정치적 화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지 함부로 참견하거나 압박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44일 양곤에서 시위대는 중국이 유엔의 입을 막고 있는 형상의 가면을 쓰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중국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내정불간섭원칙을 고수한다. 이면에는 미얀마의 지정학적 위치와 미·중 관계가 놓여 있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이재현 박사(아산정책연구원)중국은 적대적인 세력이 국경 근처까지 오는 걸 허락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0년 미얀마에 2차 군부 정권이 들어서자 서방국가는 미얀마 군부에 이번처럼 경제제재를 가하며 압박했다. 1962년 쿠데타 이래 버마식 사회주의라는 고립 노선을 택한 미얀마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다. 중국으로선 서방 측의 미얀마 개입을 막는 것이 자국에 유리한 전략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미얀마라는 큰 완충지대를 갖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중국은 더 커졌고, ‘국경 보호라는 지정학적 이득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미얀마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이재현 박사).” 전문가들은 최대 경제협력국인 중국이 미얀마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면 어떤 조치보다 군부에 심리적·물리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은 미얀마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가 반인륜적 범죄 앞에서 유명무실했던 건 이번만이 아니다. 로힝야족 학살 보고서를 만든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김기남 변호사는 로힝야족 집단학살 때도 국제사회의 개입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살을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육군총사령관(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이다)을 처벌하려면 유엔 안보리가 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법이 유일했는데 그때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내정불간섭 원칙을 고수한다. 아래는 2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장면.Xinhua

 

안보리가 거부권에 막혀 있을 때 유엔 사무총장이 긴급 총회를 요청하거나 유엔 특사를 파견하는 등 우회적으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꼭 군사개입이 아니더라도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인 참여라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유엔 사무총장이 가지고 있는 툴 박스(도구상자)가 있는데 꽁꽁 잠겨 있다. 내년 사무총장 선거에서 재임을 바라보고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6일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원 두 명과 함께 미얀마 특별자문위원회(SAC-M)를 발족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진상조사단을 미얀마에 파견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젊은 세대가 위축되지 않고 두 달 동안이나 시민 저항운동을 이끌어간다. 군부의 예상을 초월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군사력에도 상당한 하중이 걸리고 있을 텐데 그럴수록 강한 진압을 시도할 수 있다. 내전이 발생하기 전에 유엔이 중재해야 한다.”

 

331일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도 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바다가 임박했다. 더 이상의 만행을 막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세계는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세 번째 규탄 성명이 나온 날이었다.

 

아세안, 기존 원칙 깨고 협조해야

미얀마는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 방글라데시·타이·중국·말레이시아·라오스·인도 등 인접 국가만 여섯이다. 그러나 이 나라들이 정부 차원에서 미얀마 시위를 지지하거나 군부를 규탄하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327일 미얀마 국군의날 열병식에는 러시아·중국·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베트남·라오스·타이 등 8개국이 외교사절단을 보냈다.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은 주변국들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셈이다.

 

인접 국가들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 최근에 생겼다. 327일 미얀마 군부가 카렌주 지역에 공습을 가한 후 1만명 넘는 카렌족 난민이 발생했다. 타이와 인도는 이들의 입국에 난색을 표했다. 쁘라윳 짠오차 타이 총리는 미얀마 국내 문제로 놔두라라고 말했다. 타이 시민단체 피플임파워먼트재단(PEF) 활동가 샬리다 씨는 4월 초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위해 카렌족 난민들이 집결한 접경지대의 타이 마을인 매홍손과 매사리앵을 방문했다. “타이 정부에게 난민 캠프를 차릴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으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돈과 음식, 안전이 부족하다.” 접경지역의 타이 영토로 피난한 카렌족은 모두 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샬리다 씨는 한국 정부를 포함한 각 국가들이 타이 정부를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329일 미얀마 군부의 공습 이후 타이 매홍손 강가로 피신한 카렌족 주민들의 모습.Kyodo News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은 미얀마가 가입한 유일한 지역 기구다. 그러나 핵심 원칙인 내정불간섭탓에 인권 보호를 위한 지역 차원의 협력이 가로막혔다. 60년간 이어진 내전과 로힝야족 집단학살 때도 아세안이 별다른 대응을 못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김형종 위원장(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타이·필리핀·캄보디아·라오스와 베트남 등이 독재정권이거나 권위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미얀마 군부 제재에 앞장서기 어렵다. 시민사회가 활성화된 인도는 국내 여론이 악화되니까 결국 비판 성명을 냈다. 그런 걸 기대하기 어려운 타이·캄보디아·베트남이 아세안 내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이 나라 정부들을 압박할 만한 운동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45일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가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아세안 내에서도 커진 결과다. 장준영 교수는 미얀마 사태가 아시아 민주주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내정불간섭, 만장일치제 같은 아세안의 운영 원칙에 대해 다시 합의해볼 기회가 열렸다.” 미얀마의 시민이 승리하면 홍콩·타이·캄보디아까지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군부가 승리하면 아시아 내 민주주의에 백래시가 밀어닥칠 수 있다. 미얀마를 위해서는 아세안의 협조와 개입을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유엔이 이전과는 다른 부담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군부 제재

한국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전문가 대다수가 아세안과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는 한국이 미얀마 군부 제재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312일 한국 정부는 첫 독자 제재에 나섰다. 국방·치안 분야의 교류를 중단하고, 최루탄 등 군용물자의 미얀마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적 목적의 사업을 제외하고 공적 개발협력사업(ODA) 전반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비개입을 고수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외교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군부의 자금줄 의혹을 받는 한국 기업의 철수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미진하다.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Justice For Myanmar)’와 국내 시민사회 단체는 미얀마 군부 카르텔 지도를 공개하며 포스코를 군부 협력기업으로 지목했다. 포스코의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미얀마 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슈웨 가스전 개발사업을 벌였다. 또 다른 자회사 포스코강판(포스코C&C)은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합작회사를 세워 군부에 간접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35CRPH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서신을 보냈다. “석유와 가스전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금이 군부의 폭정을 지속시키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 정부가 재개할 수 있을 때까지 판매 대금 결제를 중단하고 사업을 중단해달라.”

222일 한 시민이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EPA

 

포스코는 가스전이 민선 정부 시절에도 추진해온 사업이며 수익은 국책은행에 입금되기 때문에 군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포스코강판은 MEHL과 사업관계를 정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기업 철수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권위주의 혹은 독재정권과 합작사업을 하면 안 된다같은 국제규범이 확립되어 있지도 않다. 현지 교민들의 생계도 걸려 있다. , 기업 처지에서는 합작 상대방이 독재정권이라고 해서 반드시 투자 자본을 철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당 정권이 민간인 학살 같은 국제법적으로 처벌 가능성이 있는 비인도적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좀 다른 상황으로 봐야 한다. 이양희 특별보고관은 한국 기업들은 2017년 로힝야 학살 사태 당시에도 계속 미얀마에서 영업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쿠데타가 일어났다. 군부에게 수익을 줄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하거나 실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로힝야 사건 때부터 군부를 추적해온 김기남 변호사는 포스코의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들어가 있는 기업들이 미얀마에서 군부와 결탁하거나 군부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면, 한국 시민들 역시 미얀마 상황에 대해 직간접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4월까지 진행해 포스코 본사에 직접 전달한다. 보이콧 운동과 비슷하다. 김형종 위원장은 미얀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유엔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철회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이 어렵겠다는 자각이 들 정도로 여론이 형성되고,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는 게 필요하다. 국민 공감대가 모여야 개별 국가와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유엔이 움직이지 않고 국가가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울 때, 고립된 미얀마 시민들을 범지구적 차원의 이슈로 만드는 건 국제 여론이다. 그 공감대를 이어가는 것은 시민들의 작은 힘이라는 것을 미얀마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시사인 김영화 기자

 

연금과 정년에 관해 알아야 하는 것들

연금 내 불평등은 노동시장 불평등에 따른 고용불안정과 임금격차를 그대로 반영한다. 젊었을 때 노동시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시 지역가입자)이 국민연금에서도 사각지대에 남는다.”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노인들이 폐지를 수거해 고물상에 넘기고 있다.시사IN 윤무영

 

한국은 노동조합이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들이 정년 연장 반대 시위에 나선다. 이 차이는 왜 발생할까?

 

정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정년은 강제로 고용계약을 종료시키는 나이를 뜻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에서 정년은,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와 연동된다. 노동자의 권리 개념이다. 정부가 정년을 늦추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따라서 늦춰진다. 이때 정년 연장은 연금 받지 말고 더 일하라는 의미가 된다.

 

공적 연금은 시민들이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뒤에도 생계를 보장받게 하는 제도다. 취지상 은퇴 연령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일치하는 것이 표준적인 모델이다. 한국은 법정 정년이 만 60세인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현재의 만 62세에서 2033년 만 65세로 늦춰질 예정이다. 표준 모델에 따르면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늦춰야 할 것 같지만,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런 표준 모델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다. 법정 정년인 만 60세까지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노동시장 중심부에 있는 이들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12~19쪽 기사 참조).

 

설령 노동시장 중심부만 정년 연장의 혜택을 입더라도, 정년이 늘어난 이들이 그만큼 보험료를 더 낼 테니 연금 재정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국민연금은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착시효과일 뿐, 본질적으로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정을 더 심화시키는 조치다라고 연금 전문가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말했다. ? “보험료 납부 시점과 연금 수급 시점은 다르다. 정년을 연장하면 납부자들이 늘어나니 단기적으로는 보험료 수입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들이 몇 년 뒤 수급자로 전환되면 새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급여에 산정되므로 연금 수급액이 오른다. 게다가 현재 국민연금은 자신이 낸 돈의 2.6배를 돌려받는 구조다. 국민연금으로서는 100을 받고 260을 내줘야 하니 결과적으로 연금 재정에 부정적이다.”

 

누군가는 정년 연장을 국민연금 재정과 연결짓는 일에 화가 날지도 모른다. 국민연금은 1988년 소득 대비 연금급여 비율(40년 가입 기준, 이하 소득대체율) 70%에 소득 대비 보험료율(이하 보험료율) 3% 체제로 출범했다. 이후 두 차례 연금 개혁으로 현재 보험료율은 9%이고 소득대체율은 2028년 이후 40%가 된다. 그런데도 연금 재정이 불안정하다니, 나라에 도둑놈이 많거나 국민연금공단이 기금 운용을 잘못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독일도 2001년 연금 소득대체율을 70%에서 53%로 낮췄고, 2030년 이후엔 43%로 더 낮춘다. 다른 나라들도 연금 계산식을 바꾸거나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등 연금 개혁을 추진해왔다. 인구가 늘어날 때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연금으로도 문제가 없었지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연금의 보장성보다는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출산율은 최저인데, 연금 보험료율마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2018년 기준 보험료율은 독일이 18.6%, 스웨덴은 21.7%, 일본은 18.3%, OECD 평균은 18.4%). 사실 소득대체율 40%의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당장 두 배 가까이 올려야 재정 균형이 맞는다. 이대로라면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되는 2057년 이후 미래세대는 소득대체율 40%를 적용받기 위해 소득의 30% 이상을 연금으로 내야 한다.

 

물론 적게 내고 많이 받는지금의 연금이 현 세대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연금 개혁은 늘 인기 없는 주제다. 가뜩이나 현재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은 월 542000원으로 용돈 연금이라는 비아냥을 받는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재정 고갈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오히려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의 소득대체율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니고 국제 평균에 가깝다. 그럼 우리는 왜 외국처럼 연금이 빵빵하지않나? 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15년 정도로 30년을 훌쩍 넘어가는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짧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은 40%이지만 실질 소득대체율은 20% 초반에 머무르는 이유다.

 

오건호 위원장은 연금 수급액은 소득대체율과 가입 기간의 결합으로 정해진다. 아무리 소득대체율이 높아도 근속연수가 짧아서 가입 기간이 짧아지면 받는 금액도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누구의 연금 수급액을 끌어올릴까? 가입 기간이 긴 사람들의 수급액을 끌어올린다라고 말했다. “가입 기간이 짧고 소득이 낮으면 내는 보험료도 작고 받는 연금액도 작아진다. 연금 내 불평등은 노동시장 불평등에 따른 고용불안정과 임금격차를 그대로 반영한다. 젊었을 때 노동시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국민연금에서도 사각지대에 남는다.”

202026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민들이 연금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 Photo

 

하위 계층 노후 보장 위한 기초연금

사각지대의 핵심은 지역가입자. 국민연금 가입자는 크게 사업장가입자(1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와 노동자), 그리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사업장가입자인 노동자는 보험료 절반(소득의 4.5%)을 사업주가 내준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노사는 보험료 80%를 국가가 지원해준다(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같은 지역가입자라도 농어민의 경우 국가가 최대 50%까지 보험료를 지원한다. 그런데 도시 지역가입자에 대한 지원은 없다.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 납부 예외를 신청한 사람 중 상당수가 도시 지역가입자다. 영세 자영업자,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도시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농어민보다 낮은데, 이들만 소득의 9%를 고스란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차별이다(오건호 위원장).”

 

세계 각국은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하위 계층의 노후 보장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이러한 흐름을 재조준화라고 한다). 보험료를 일정 기간 납부한 뒤 돌려받는 연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조세를 기반으로 한 연금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기초연금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납부예외자가 328만명(15.1%), 13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가 106만명(4.9%)에 달하고,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50%대에 머물며, 국민연금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국민연금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많은 한국에서,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면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은 하위 계층의 노후 보장에 특히 중요하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발표된 뒤 문재인 정부는 네 가지 연금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30만원인 기초연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이조차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정년 연장만으로 은퇴 뒤 소득 크레바스(빙하 표면에 생긴 깊은 균열)’를 논하기에는, 그 뒤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시사인 전혜원 기자

 

한국 언론자유지수, 3년 연속 아시아 1

국경 없는 기자회, 2021년 언론자유지수 발표한국, 세계 42

저널리즘이 일정 수준 이상 차단된 국가·영토, 조사대상의 73%”

국경 없는 기자회(RSF)20일 전 세계에 발표한 ‘2021년 세계언론자유지수순위에서 한국이 42위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언론 자유가 높은 나라로 꼽혔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해 경제 수준에 비해 언론 자유가 열악한 국가였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참여정부 수준을 회복해 201941, 202042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최고 순위는 200631위다.

 

아시아에서 언론지수 양호를 기록한 국가는 올해도 한국과 대만(43)이 유일했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하락한 67위를 나타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대만·뉴질랜드(8), 호주(25)를 가리켜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자유의 모델이다라고 호평하며 이들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언론인들의 임무 수행을 막지 않고, 언론인들이 정보를 전달할 때 정부 당국의 주장이 들어가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디자인=이우림. 미디어오늘

 

중국은 177위로 올해도 최하위권이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지도자가 된 이후 온라인 검열과 감시, 선전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감독하는 중국사이버스페이스관리국(CAC)은 광범위한 조치를 통해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 98900만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 19 팬데믹 역시 중국이 온라인상 정보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기제로 활용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179위였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북한을 가리켜 이웃인 중국으로부터 검열 기법을 배울 필요조차 없는 곳이다. 오랜 기간 자국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통제로 세계언론자유지수 최하위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북한 주민들은 해외에 본사를 둔 언론사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강제수용소에 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보다 낮은 나라는 왕정국가 에리트레아(180), 20년 전 체포된 언론인 11명의 생사도 알 수 없는 곳이다.

 

이밖에도 홍콩은 80, 싱가포르는 160, 베트남은 175위를 나타냈다. 미얀마는 140위였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해 아웅산 수치 시민 정부는 가짜 뉴스와 싸운다는 명분으로 뉴스 포함 221개 사이트를 차단했다. 그러다 2021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이곳의 언론 자유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미디어 폐쇄 조치, 언론인에 대한 대거 체포, 검열 등 과거 군부가 자행하다 지난 2011년 해제됐던 암울한 관행이 되살아났다고 우려했다. 올해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는 () 가짜뉴스법안으로 문제가 된 말레이시아(119)였다.

2021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색이 짙어질 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곳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

 

지난해에 이어 세계언론자유지수 1위는 올해도 노르웨이였다. 뒤를 이어 핀란드가 2, 스웨덴이 3, 덴마크가 4위를 기록했다. 독일은 13, 영국은 33, 프랑스는 34, 이탈리아는 41위였으며 미국은 44위로 한국보다 낮은 순위를 보였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미디어의 자유도를 측정하는 글로벌 지표는 작년보다 0.3% 하락했다. 이 척도가 만들어진 2013년 이후 12%나 하락한 수치라고 전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거짓 정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저널리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차단된 국가나 영토가 조사대상의 73%로 집계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올해 지수를 보면 전 세계 저널리즘이 처한 상황은 크게 악화됐다고 평가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언론인들이 정보에 대해 접근하고 이를 보도하는 것을 가로막는 기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란(174)에선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를 축소하기 위해 취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관련 보도에 나선 언론인을 법정에 세웠다. 이집트(166)에선 오로지 보건부가 제공한 것 외의 팬데믹 관련 숫자는 보도하지 못하게 했다. 브라질(111)에선 의학적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치료제를 홍보했다. 올해 세계언론자유 지도에서 흰색(언론 자유 좋음’) 국가는 180개국 중 12개국(7%)에 불과했다.

 

2002년부터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180개 국가의 언론 자유 정도를 나타내며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전 세계 18개 비정부기구와 150여명 이상의 언론인·인권운동가 등 특파원들이 작성한 설문을 토대로 매년 순위를 정하고 있다. 해당 설문에서는 다원주의와 언론의 독립성, 언론 활동과 자기 검열 환경, 법적인 틀, 투명성, 뉴스와 정보의 생산을 지원하는 인프라의 질 등을 평가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 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은 2021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저널리즘은 거짓 정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환기가 불충분한 실내공간에서 기침 후 2분 뒤 바이러스 확산 정도를 나타내는 시뮬레이션.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17일 동안 80명이 확진된 전주피트니스센터 관련 감염 사례

 

부동산 부익부 빈익빈자산 많을수록 빠르게 늘었다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대 주식투자 비중 가장 많이 증가

오는 6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로 폭증한 것으로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동향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달 129건에 비해 6.3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경제충격으로 가구 소득이 2018년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자산 규모는 늘었는데, 자산이 많은 가구의 자산 증식 속도가 빨랐다. 요인은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 지난해 주식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로, 젊은층이 주식 열풍을 주도한 사실이 통계로도 나타났다.20일 신한은행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1’을 발표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전국 20~641만명을 대상으로 전자우편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지난해 경제활동을 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8만원으로, 2019(486만원)보다 1.6% 감소했다. 2016(461만원) 이후 2019(486만원)까지 증가하다가 지난해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줄어 2018년 소득 수준(476만원)으로 내려앉았다.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83만원으로 전년보다 3.2% 줄었다.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895만원으로 0.8% 감소했다.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4.9배였다.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1’ 

 

지난해 경제활동 가구의 월평균 부채 상환액은 43만원으로 소득의 9%를 차지했다. 2019년 비중(8.4%)보다 늘었다. 대출 상환액의 절반이 넘는 52.2%(225천원)가 주택담보 또는 전·월세 자금 대출이었다. 대출 상환액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통장(8.1%), 현금서비스(7.0%), 보험계약대출(4.9%)의 비중이 2019년보다 늘었다.

 

지난해 경제활동 가구의 총자산은 43809만원으로, 2019(41997만원)보다 4.3% 늘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76%에서 지난해 78%로 증가했다.

 

지난 3년간 총자산이 많을수록 자산 규모는 더 빠르게 늘었다. 하위 20%의 총자산은 20182838만원에서 지난해 2715만원으로 4.3% 줄었다. 반면 상위 20%의 총자산은 같은 기간 109568억원에서 지난해 12374만원으로 9.8% 늘었다. 두 계층의 자산 격차는 201838.6배에서 지난해 44.3배로 벌어졌다.

 

부동산 자산만 보면, 자산 하위 20%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18703만원에서 2020600만원으로 14.6% 줄었지만, 자산 상위 20%의 부동산 자산은 같은 기간 88138만원에서 98584만원으로 11.9% 늘었다.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1’ 

 

설문 응답자 가운데 지난해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의 비율은 38.2%, 전년(29.9%)보다 8.3%포인트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39.2%가 주식투자를 했다. 20대는 2019년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주식투자자 비중이 가장 낮았지만 지난해엔 주식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30대에서 주식투자의 비율은 38.8%로 전년보다 10.5%포인트 늘었고, 40(38.5%)50대 이상(37%) 주식투자 비율도 각각 8.2%포인트, 3.7%포인트 증가했다.

 

주식투자자의 마이너스통장 부채 잔액은 평균 337만원으로, 2019(349만원)보다 소폭 줄었다. 연령별로는 20대 부채 잔액(131만원)이 전년(75만원)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석달 만에 엇갈린 판결 왜재판부 국가면제 여부는 각국 법률 아닌 국제관습법 따라야

국가면제권 예외 인정 땐

강제 집행 과정 외교 충돌

·일 합의, 구제 수단 인정

외교적 해결 가능판단해

석달 만에 엇갈린 판결 왜재판부 국가면제 여부는 각국 법률 아닌 국제관습법 따라야

위안부 피해자들 항소 땐

대법원에서 판단 받아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재판장 민성철)21일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유족 등 20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일본에 대한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재판의 선결 쟁점이 된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국가면제권을 인정할 수 있어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을 근거로 국가면제권의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을 인용했다. 이탈리아 법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자국민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독일 정부의 이탈리아 내 재산 강제집행을 승인했다. 독일은 이탈리아가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2008ICJ에 제소했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독일군의 행위가 주권적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불법적인 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인권에 관한 국제조약 등 강행법규를 위반한 행위에 국가면제를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ICJ201212 3의 다수의견으로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에 관해 국가면제를 부정하는 것이 (국제관습법상)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뒷받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사례 등을 토대로 재판부는 현시점의 국제관습법이 주권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를 인정하고 있기에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이 한국 법원에는 없다고 봤다.

석달 만에 엇갈린 판결 왜재판부 국가면제 여부는 각국 법률 아닌 국제관습법 따라야

재판부는 또 국가면제를 인정해 외국을 상대로 금전지급 의무를 부과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외교 관계의 충돌이 야기된다면서 기본적으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책 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일본의 행위가 주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군의 요청에 따라 조선총독부 등 당시 행정조직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차출, 일본군이 주둔한 위안소에서 성관계를 강요한 것은 공권력을 행사한 주권적 행위에 속한다주권 행사가 강행규범을 위반했다면 위법한 주권 행사가 될 뿐이라고 했다. 위법한 주권 행사일지언정 주권적 행위는 맞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최후의 권리구제 수단인 재판청구권을 막아 헌법에 위배된다는 원고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행사로 볼 수 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구제 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피고 정부 차원의 사죄와 반성의 내용이 담겨 있고,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피고 정부가 자금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그 재단이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 사업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위안부 한·일 합의는 현재도 유효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피해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고, 대한민국이 기울인 노력과 성과가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를 회복하는 데는 미흡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위안부 문제는 한국, 일본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외교적 교섭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 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은 한국이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피고(일본 정부)와의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대내외적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성공의 조건, 사회적 책임

[ESG 혁명]

신호 대기 중 운전석 아빠는 뒷자석 어린 아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 아이는 "착한 사람이요"라고 대답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업을 떠올리던 아빠는 조용히 정지선 뒤로 차를 움직인다. 성공한 직장인이라 할 수 있는 회사 상무는 커피, 케이크를 살 때마다 개인용 용기에 담아간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귀찮지 않을까?'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답하듯 "귀찮아도 해야지!"라고 말한다. 유기견을 키우고 있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은 나이 많은 강아지는 은근히 신경 쓸 게 많다고 우려하는 동료에게 "그렇다고 그냥 둬? 힘들어도 챙겨야지!"라고 말한다.

 

모두가 성공을 주제로 한 광고 이야기다. 성공은 착하게 살아가며, 귀찮거나 힘들어도 환경을 위해 개인 용기를 들고 다니고, 생명 존중을 일상에서 묵묵히 실천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공존 능력,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성공에 필요한 요소라는 것에 다수가 공감하겠지만, 성공의 조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회 구성원에게는 범위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권, 환경, 평화 등 인류 공동의 가치를 보호·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 거창하게 보이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참여하고 일상에서 실천함으로써 가능하다. 물론 귀찮고 힘이 든다. 의도를 의심받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이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약속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관점에서 공존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겠다는 약속들이다. 정치권, 자본시장, 기업 현장, 직업,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일상생활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시민단체가 주도해 온 ESG 캠페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말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모두가 대상에서 주체로, 거창한 담론에서 생활 밀착형 이슈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 책임 캠페인의 역사는 20006월에 도입된 인사청문회 역사와 그 기간이 우연하게도 겹친다. 총리, 장관 인사청문회가 능력 검증의 자리라고 여기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인사청문회가 정쟁이라는 인식에서 잠시 떨어져 생각해보자.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는가? 그리고 꼭 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지는 않았는가?'를 인사청문회 검증 절차를 요약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 준수 여부가 인사청문회의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라는 의미다. 인사청문회가 무서워 총리, 장관 자리를 마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서글프다. 정치와 정부 정책이 사회제도와 관행이 사회적 건전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지향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 검증의 중요성은 더 부각된다.

 

모든 ESG 행동 약속은 환영받아야 하고 소중하다. 더 나아가 그 약속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로 모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특히 정치와 정부 정책이 그래야 한다. 공존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은 누군가는 소외되어 있고,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환경 정책 등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인권 영향을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갖출 수 있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존의 능력 또는 사회적 책임이 정치인뿐만 아니라 모두의 성공 조건 또는 척도가 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적절한 정치·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김용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 프레시안

 

 

코인으로 갈아탄 영끌

버블의 다른 이름은 탐욕이다. 본질 가치가 없는 재화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버블은 커진다. 내 뒤에 누군가가 내 물건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가능하다.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기대를 더욱 부풀린다. 내 물건을 사줄 더 큰 바보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의 순간이 지나면 가격은 폭락한다. 결국 자신이 바보였음을 인증하게 된다. 버블이 낀 시장은 도박장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귀족이나 자산가들이 양파 뿌리같이 생긴 화초의 알뿌리에 열광했다. 이른바 튤립 버블이다. 튤립은 유럽에는 없던 꽃이었다. 오스만제국에서 들여온 튤립은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취미가 되었다. 그러다 희귀하거나 변종인 튤립의 수요가 늘면서 튤립의 알뿌리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너도나도 사재기에 나섰다. 한 달 동안 몇천퍼센트나 상승하기도 했다. ‘황제라는 튤립의 뿌리는 집 한 채 가격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다 알뿌리 가격이 높다고 깨닫는 순간이 오자 더 이상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가격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본전의 1~5%만 건졌을 뿐이다.

 

버블은 욕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노린다. 튤립 버블이 발생한 다음 18세기 남해회사 버블이 발생했다. 그때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도 투자대열에 참가했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도박판에 줄을 선 것이다. 참담한 실패였다. 뉴턴은 말했다. “나는 천체의 운동을 계산할 수 있었으나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이젠 달라졌을까.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상통화(코인)시장은 활황이다. 한국의 가상통화 거래액이 국내 주식투자와 해외 투자액을 합한 금액보다 많다.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알트코인은 시가 총액이 지난해 말보다 5배 커졌다.

 

알트코인 가운데 대표종목인 도지코인의 상승률은 미친 수준이다. 도지코인의 가격은 올해 초 0.47센트에 불과했으나 묻지마 투자로 40센트에 근접했다. 8000% 이상 폭등하는 상황이다. 시가총액은 영국과 프랑스 대형투자은행보다도 높다. 열풍에는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역할이 크다. 그는 도지코인을 우리 모두의 가상통화라고 말하는가 하면, “가상통화거래소에서도 거래돼야 한다고 주장해 폭등세에 불을 질렀다.

 

도지코인은 2013IBM과 어도비 출신의 개발자가 만들었다. 비트코인 열풍을 풍자해 재미 삼아 개발했다고 한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보다 위험하다. 비트코인의 수량은 2100만개로 한정된 데 반해 도지코인의 발행수량은 무한대다.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코인의 사용 목적도 없다. 하루에도 수십퍼센트씩 등락한다. 가상통화 전문가들도 위험성을 경고할 정도다. 그런데도 도지코인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시장도 마찬가지다. 도지코인의 거래대금(지난 16)17조원에 달했다. 같은 날 코스피 거래대금(15조원)보다도 많다. 코인시장이 비트코인이 아니라 위험 덩어리인 도지코인이 주도하는 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코인 투자자들 가운데 2030세대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월 가상통화 앱 순이용자는 300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2030세대는 59%에 달했다는 통계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위험한 코인에 인생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귀에는 코인 성공담만 들릴 뿐이다. ‘코인으로 수십억원을 벌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집도 사고 차도 샀다는 등의 소문들이다. 이들은 코인세상에 동참하지 않으면 자신만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싸인다. 이른바 포모(Fearing Of Missing Out·FOMO)증후군에 빠지는 것이다. 적어도 남들만큼은 따라가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 같다며 코인을 사들인다.

 

부동산 폭등은 코인에 올인할 구실을 만들어주었다. 젊은 세대는 부동산 가격을 내리겠다는 정부를 믿었다가 벼락 거지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누가 무어라고 하든 코인 거지는 되지 않겠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벌어서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을 코인을 통해 돌파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부동산에서 실패했으나 코인에서만은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수저 바꾸기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고 있다.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붕괴되고 흙수저와 금수저의 삶이 고정되고 있다. 꿈과 희망이 삭제되자 한탕주의가 꿈틀대고 있다. ‘노력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더 멀어진 것 같다

박종성 논설위원 경향 2021.04.21.

 

종부세 대상은 1%? 24%?여야, 제 논 물대기 계산법

팩트 체크

여당, 납세자를 총인구로 나눠 1.3%

정부, 9억 초과 공동주택 대입 3.7%

야당, 서울 고가아파트만 추려 24.2%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처음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도입될 때는 상위 1%만 내는 부자세였는데 이제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내고 있으니 대상자를 줄여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종부세 완화주장이다. 2005년 첫 도입 때 36441명에 불과했던 종부세 납부자는 지난해 667천명으로 늘었다. 15년 만에 2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종부세 대상자를 단순 숫자로 나타내긴 쉽지만, 이 대상자가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따져보려면 종부세를 내는 사람 혹은 종부세 대상 주택의 비율을 구해야 한다. 오랜 종부세 논란 속에서 여당과 야당, 언론, 심지어 시민단체도 제각기 원하는 결론을 위해 각자의 기준에 맞춰 비율을 만들어 왔다.

 

최근 4·7 재보선을 계기로 종부세가 논란이 되면서 여야 정치인과 정부 당국자들의 종부세 비율관련 발언도 쏟아지고 있는데, 1%대부터 24%까지 천차만별이다. 가장 정확한 종부세 대상자 비율을 구하려면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 수전체 주택 소유자 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연도의 이 통계 수치는 2년 뒤에 공개된다. 따라서 최근 급등한 집값과 개정된 종부세법을 반영한 최신 비율은 이 방법으로 구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각자 입맞에 맞춘 통계 백가쟁명이 펼쳐지는 것이다. 국세청의 종부세 담당 공무원은 종부세 대상자가 몇 퍼센트인지는 우리가 생산할 수 없는 통계라며 정치권에서 각자 필요한대로 모수를 찾아 계산하기 때문에 (종부세 비율이)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가 됐다고 곤란한 기색을 드러냈다. 과연 종부세 대상자는 몇 퍼센트일까?

 

종부세는 1%?’15년 사이 바뀐 모수

지난해 11월 김태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종부세 폭탄논란에 대해 종부세 대상은 1.3%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2020년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 667천명을 우리나라 총 인구로 나눈 수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쪽 인사들은 종부세 대상자 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에 대한민국 인구를 넣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수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1%만 내는 세금이라는 표현은 민주당 쪽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레토릭이다. 하지만 종부세를 처음 도입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의 ‘1%’는 김태년 전 원내대표의 계산법과 다소 달랐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6억원 초과로 낮췄던 2006년 건설교통부의 공통주택가격 공시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종부세 부과 대상인 6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14740호로 전체의 1.6%를 차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모에 총인구가 아니라 전국의 공시대상 공동주택 수인 8713829호를 넣어 계산한 것이다.

 

김태년 전 원내대표의 계산법으로 따져도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난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국세통계를 보면, 종부세 납세자는 2017331763, 2018393243, 2019517120명으로 총인구 수 대비 0.65%0.76%1%까지 꽤 가파르게 올라왔다.

 

 

분모도 분자도 부실한 통계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할 때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3.7%”라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대상자는 34%이라며 이 수치를 인용했다. 3.7%1가구 1주택 기준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 524620호를 전체 공동주택 14205075호로 나눈 수치다. 계산법으로만 보자면 15년 전 건교부의 방법과 일치한다.

 

문제는 이 숫자가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1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의 합산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 과세기준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분자에 ‘9억원 초과 주택 수만 넣으면 역시 종부세 대상인 다주택자의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이 빠진다. 게다가 한 사람이 집 여러 채를 가진 경우나 집 한 채를 2명 이상의 사람이 나누어 가진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분모에 전국 공동주택 수를 넣은 것도 한계점이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최신 수치인 2019년 주택소유자 수는 14335723명이다. 같은 해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는 총 517120명으로 전체 주택소유자의 3.6%가 종부세를 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종부세 납부자 비율은 이미 2019년에 3.6%에 이르렀는데 국토부와 홍 부총리는 부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3.7%라고 주장한 셈이다. 최근 3(20172019)간 전체 주택소유자 대비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 비율은 꾸준히 늘어왔으니, 올해는 홍 부총리가 말한 34%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종부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최근 올해 서울 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율이 24.2%로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종부세를 내야 한다상위 1%가 내는 세금이라던 종부세가 현 정부 들어 중산층세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서울 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 406167채를 서울 내 전체 공시대상 아파트 168864채로 나눈 값이다. 종부세 부담이 큰 서울, 그중에서도 아파트만 똑 떼어서 종부세 대상을 추린 것이다.

 

숫자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일종의 착시를 부르는 통계라고 볼 수 있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 가운데 집을 2채 이상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는 201963%, 201868%에 이른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 가운데 집을 6채 이상 가진 사람도 201914%, 201816%나 됐다. 서울 내 아파트 24.2%가 종부세 대상에 속한다고 해도 이 아파트들을 소수의 다주택자가 소유하고 있다면, 서울에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의 비율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마치 서울에 사는 4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를 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수치를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김 의원이 지적한 대로 종부세 대상자가 서울에 몰려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서울 집값이 집중적으로 오른데다 애당초 한국이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지역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전국 공시가격 9억 이상 공동주택 524620채 가운데 412970(78.7%)가 서울에 몰려 있다. 2006년에도 건교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은 전체 14740호로 수도권에 99.7%14329호가 집중되어 있고 지방은 411호에 불과하다지역별로는 서울이 77.8%(109456), 그중 강남, 서초, 송파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가상통화 거래대금 5개월 새 5폭증

과열 경고 이어져은성수 금융위장 가상자산까지 보호할 수는 없어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불면서 코인 거래대금이 불과 5개월 사이에 5배 넘게 불어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2일 가상통화 거래 분석사이트 크립토컴페어는 전 세계 주요 가상통화 거래소들의 지난 3월 한 달간 거래대금을 29930억달러(33479698억원)로 집계했다. 지난해 105577억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5개월 만에 거래대금이 5.4배 불어난 것이다.

 

크립토컴페어 자체 분류에 따른 상위권 거래소의 지난달 거래대금은 25000억달러로 한 달 사이에 5.9% 늘었다. 나머지 하위 거래소들의 거래대금은 4930억달러로 2월보다 29% 증가했다. 크립토컴페어는 자체 기준에 따라 거래소를 AA, A, BB, B, C, D, E, F 등 총 8개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B등급 이상이 상위 그룹이다. 국내 거래소 중에는 2월 기준으로 고팍스(A등급)와 실명계좌를 갖춘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BB등급) 5곳이 상위 그룹에 속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통화에 대해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고, 오는 9월 가상통화 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하루에 20%씩 급등하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더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문자폭탄'의 근원지'문파(文派)' 카페의 작동 원리

문심(文心) 반하는 이슈 터지면 '문자행동' 개시

카페·커뮤니티에 의원 연락처는 물론 '답변'까지 캡처해서 공유

번호 차단하는 의원 늘자 지역구 사무실 방문하는 문파도

'지령 받았다'는 의혹엔 "철저히 개인 판단에 따른 것" 강조

순수한 '덕질'이라지만 어느덧 제도권 정치에 주요한 변수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자칭 '문파(文派)' 얘기다. CBS노컷뉴스는 수백통 문자폭탄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실체를 3차례에 걸쳐 본격 파헤친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지지자(문파)들에게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 게시판은 산소와 같은 공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하루종일 문 대통령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고, 그에게 해가 될 법한 이슈라고 판단하면 단체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독려하는 것도, 거슬리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 연락처와 문자메시지 샘플을 공유하는 것도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나도 보냈다' 릴레이문자폭탄 '답장'까지 공유

문파는 주로 다음(Daum)에 있는 문 대통령 팬 카페나, '클리앙'과 같은 친문(문재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뉴스를 접하고 의견을 공유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상 교류도 활발하다.

 

'문자폭탄'과 같은 집단행동이 펼쳐지는 건 최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조국 반성문 발표'와 같이 문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이슈가 터졌을 때다.

 

여러 카페와 커뮤니티 등을 살펴본 결과, 문파들은 게시판에 관련 뉴스와 함께 자신의 분석이 담긴 의견을 올리면서, 문제를 야기한 의원들에게 항의성 문자메시지를 보내자고 권유하고 있었다.

 

자신이 의원에게 직접 보낸 문자를 예시로 올려두는 경우도 많았다. 공격 대상 '좌표'를 찍고 지원군 참전을 요청한 셈이다.

최근 재·보궐선거 이후 문자행동에 적극 나섰다는 한 40대 지지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자 보내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라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집중 포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4~50명 리스트를 만들어 단체로 보낸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180명의 연락처는 이미 카페나 커뮤니티에 나돈 지 오래다. 자칫 잘못된 번호로 '오폭'이 될까 싶어, 댓글을 통해 친절히 번호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게시판 곳곳에는 의원들로부터 실제 받았다는 답장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도 눈에 띄었다.

 

후원계좌 '폭탄입금'까지진화하는 문자폭탄

최근에는 문자폭탄 등 온라인 행동에서 나아가 오프라인 항의로 이어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의원들이 몇몇 전화번호에 '수신차단'을 걸면서 이제 문자폭탄만으로는 압력을 주기 어려워지자 이들의 의사 전달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

 

카페 게시판에서는 삼삼오오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방문 일정을 잡는 지지자들의 움직임을 심심찮게 엿볼 수 있다.

후원계좌에 욕설을 의미하는 '18'씩을 입금한 후 환불을 요청해 의원을 괴롭히는, 과거 유행했던 방식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세대'를 자처한 또 다른 40대 지지자는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문자폭탄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는 뉴스를 보면 '우리를 신경은 쓰고 있구나'를 알 수 있고, 또 나 혼자만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배 격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인터넷 카페와 병행했던 '지역 조직' 중심의 오프라인 모임은 점차 흐려지는 추세다.노사모 출신으로 문 대통령 통합 팬클럽 '문팬' 대표를 지냈던 김기문(57)씨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20년이나 지났으니 지지 방식도 바뀌지 않았겠느냐""그나마 문팬이 노사모 활동과 비슷하게 온·오프라인을 겸비했지만 이제는 모임도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지령 받았다?'문파 "철저히 개인 판단 따른 것"

·하부 조직이 뚜렷한 과거 방식과 달리, 문파는 온라인 중심의 '흩어진 형태'로 커뮤니티를 구성한 터라 스펙트럼이 넓은 반면, 구심점은 비교적 크지 않다는 특징을 보인다.

 

일각에선 소수 지령을 통해 단일대오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항변이 뒤따르는 이유다. 한 열성 지지자는 어떤 포식자 앞에서도 기죽질 않아 지구상 가장 용감한 동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오소리'를 문파에 빗대 "우리는 이니(문 대통령) 말도 안 듣는 문꿀오소리"리고 밝혔다.

 

인터넷상에서 일부의 선동이 있을 순 있지만,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기문 전 문파 대표 역시 "개인이 모이니까 단체로 보이는 것일 뿐, 철저하게 개별 행동"이라며 "실체가 없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다. 그래서 막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강성당원이 특정 기계를 이용해 문자폭탄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실체는 없다.

 

최근 문파들로부터 문자폭탄 세례를 받은 한 초선 의원 측 관계자는 "문자폭탄 내용은 서로 비슷하지만 표현 등은 조금씩 다 달라 기계로 돌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김기용·김광일·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