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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4.5~4.11 예상했지만 ..보궐선거 민주당 참패

by 이성근 2021. 4. 5.

윤석열의 사람들? 검증해보니

윤석열 수호 윤사모, 다함께자유당 창당윤석열 지지 진보그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4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 인천의 한 회사 체육관에서 열리는 행사장을 방문했다. 체육관 안에는 거대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정의력 있는 세상, 희망이 생동하는 정당! 다함께자유당(가칭) 중앙당 창당발기인 대회가운데 걸려 있는 플래카드다. 무대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자유와 정의·법치와 공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오른쪽에는 헌법수호·자유시장경제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어디에도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그의 이름이 호명됐다.

 

외교와 안보·국방, 우리 먹거리 경제를 누가 살릴 수 있을 것인가. 그 적임자가 누군가 중앙에서 홍경표 회장이 1월부터 관찰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사심을 버리고 오로지 윤석열 총장만 모시고 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 길을 오늘부터 걷습니다. 윤사모가, 우리가 드리는 겁니다. 그분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집에서 칩거하고 있지만, 이런 분이 집에 계시면 안 되겠죠? 국민이 모시고 나와야 합니다.”

 

이날 행사에서 임의 의장을 맡은 강인덕 전 인천시체육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이날 행사가 열린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 날 참석자 대부분의 연령대는 50~60대 이상의 장년층으로 보였다. 참석자 중 일부는 ‘4·15 부정선거 수개표 실현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분들이 바로 민초입니다. 기성정당이 아니라 태극기부대 활동을 하며 광화문에 나선 사람들, 지금 민초의 가슴엔 응어리가 져 있습니다. 법과 원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민은 언제든지 같이할 것입니다.” 발기인 대표로 추대된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윤사모) 홍경표 회장(54)의 말이다.

지난 327일 인천에서 창당발기인 대회를 연 다함께자유당.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주축이 된 정당이다. / 정용인 기자

 

윤사모 창당 행사장 주축은 장년층

페이스북 그룹에서 윤사모를 검색하면 윤석열을 지키는 국민들(윤지국)’이라는 모임과 이번에 다함께자유당을 창당한 윤사모가 나온다. 둘 다 비공개로 운영되는데, 전자는 53000명이고 후자는 22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윤사모에 가입하려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충효정신(忠孝精神)과 윤석열을 사랑하십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정회원으로 가입비 1만원과 회비 1만원 등 2만원을 입금하겠는지 여부를 묻는다.

민주당·정의당 관련자나 프로필 사진이 없고 실명이 아닌 사람, 회비 납부거부자는 거절·차단된다고 가입안내에는 밝히고 있다. 즉 윤사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2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모든 회비는 윤석열 관계된 일에만 씁니다.”

329일 기자와 통화한 홍 회장의 말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윤사모의 활동 중 큰 부분이 대검찰청 응원 화환 등을 보내는 일이었는데, 회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화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자 증권가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테마주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윤 전 총장의 고등학교 동창(충암고 8)이 회사의 사장이다는 등의 내용이다. 윤사모가 다함께자유당을 창당한다고 하자, 홍경표 회장의 이름도 이 증권가 지라시에 오르내렸다. 홍 회장이 모 회사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이유다.

 

나도 깜짝 놀랐다. 내 이름까지 거론될지 몰랐다. 당장 연락해 고문명단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홍 회장의 말이다.

대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자 주로 보수매체를 중심으로 윤석열의 사람들, 인맥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시 살펴보면 대부분 법조계나 언론·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및 대학교·사법연수원 동문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이 윤석열 총장과 어떤 내용으로 구체적 교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은 없다.

유튜브의 주식관련 채널에 윤석열 테마주라고 올라온 광고 영상 / 유튜브 캡처

 

정가에서는 이미 윤석열의 대권출마에 대한 생각을 밝힌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정동영·김한길 전 의원 등의 이름과 함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구() 민주노동당 그룹들과 함께 윤 총장 지지세력을 조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런 이야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는데, 내가 그런 일에 관여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330일 기자와 통화한 주 대표의 말이다.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주 대표는 내가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단체 중에 미래대안행동(미대행)이라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현 여권에 대한 비판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으니 나온 이야기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현 여권의 핵심그룹이 과거 전대협·한총련 586 주사파 출신이라며 연일 비판을 하고 있는 유튜버 유재일씨(46)가 이 단체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미대행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서민 단국대 교수나 유씨의 유튜브 컨텐츠를 보면 윤석열 총장의 대권행보에 지지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윤 총장 측에서 접촉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월단회도 주목을 받았다. 월단평(月旦評)이라는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말에서 이름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 관장이 2011년도에 만든 모임이다.

 

이름처럼 매월 첫날 모임을 갖는 문화예술계 모임이다. 월단회 측은 부인 김건희씨의 참여가 논란이 된 2~3년 전부터 (김씨는) 모임에 발을 끊고 있다라며 월단회는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고급사교모임이 아니라 서울 서촌·북촌 지역에 사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교류모임이다라고 밝혔다. 월단회 측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회사와 집이 서초동에 있는 김건희씨와는 처음부터 무관한 모임이다.

 

윤석열 가르친다는 스승 주장, 사실일까

최보식 전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자신이 만든 개인 웹사이트 최보식의 언론에서 윤석열의 멘토 A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실었다. A씨는 윤석열과 직접 만나냐는 물음에 전화를 하고 열흘에 한 번쯤 만난다. 정리를 잘하고 있고, 내가 다듬어주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인사는 유튜브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17일 이 인사 측에서 유튜브에 올린 신축년 대한민국 운세 강의를 보면 이 인사는 나는 2000년대부터 법문에서 2025년 가을, 9월에 대한민국이 통일된다고 밝혀왔다. 그때부터 대한민국은 인류 앞에 빛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인사의 주장대로라면 남북통일은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지게 된다.

사실상 신흥종교가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인사 측은 우리는 우리나라에 있는 종교를 종교라고 보지 않고 기복적인 성격의 신앙이라고 보고 있다스승님의 가르침은 어떤 예언 같은 것이 아니라 미워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전쟁하는 것이 아닌 자신 앞에 오는 인연을 바르게 대하고 함께 더불어 살자는 가르침이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그런 부분을 김건희씨나 윤석열 전 총장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이 인사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윤석열에게 별의 순간이 오고 있다고 말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26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런 사람 하나 나타나면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게 돼 있다그 파리들을 어떻게 스스로 골라 치울 건 치우고 받을 건 받는 것을 능숙하게 잘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취임사에서 자신을 국민의 지도자로 매김했고, 적어도 그때부터 대통령직을 향한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신평 변호사가 지난 3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신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떤 사람을 정치적으로 판단할 때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사람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어떤 능력을 발휘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기준 삼아야 한다라며 윤석열은 총장 취임사에서 이미 강력하게 정치참여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속단할 때는 아니다라며 시간이 지나 지지율에 걸맞은 인적 지지나 조직적 구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2030 폄하? 박노자, 지지 20대에 원래 극우논란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평소 한국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으로 유명한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가 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트럭에 올라 발언한 2030세대를 향해 본래 극우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신자유주의 보수 이념에 세뇌된 20대가 제대로 된 정치적 판단을 하지 못해 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후보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의사를 밝힌 2030세대의 영상을 공유하며 이런 발언을 하시는 분들은 실망한 문재인 지지자가 아니라 본래 극우쪽에 섰던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박노자 교수 페이스북 캡처

 

박 교수는 특히 신자유주의 레짐(가치, 규범) 밑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그 지배 사상인 신자유주의에 젖어 극우 선전을 받아들이는 것은 비교적 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30세대가 신자유주의 관념을 쉽게 받아들여 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교수는 이들이 생각하는 공정은 제가 보기엔 어떤 보편적인 시민의 정의라기보다 차리라 경쟁에서의 승패 결과를 합리화하며 경쟁이라는 과정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 개념을 말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순리대로라면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젊은 피해자들은 오른쪽 끝자락이 아니고 왼쪽으로 와야 한다이 사회가 이미 극우들이 왜곡한 개념인 공정과 효율성 등을 위주로 짜여져 있다. 왼쪽은 존재감이 너무 없고 매체력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신자유주의 피해자들이 지금 자기 손으로 미래의 새로운 신자유주의적 적폐 정권의 탄생에 일조하는 웃지 못할 비극이 벌이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신자유주의적 정당이며, 2030세대가 우파적 시각을 가진 매체와 사회 분위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시각이다. 박 교수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사건을 비롯한 부동산 이슈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박 교수가 젊은 세대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 후보를 지지하는 2030을 향한 막말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류근 시인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대 청년들의 오세훈 지지율이 60%라고 수구 언론들이 막 쌍나발을 불기 시작한다그런데 참 이상하지. 20대 청년이 그 시간에 전화기를 붙들고 오세훈을 지지한다고 뭔가를 누르고 있으면 그 청년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 얼마나 외롭길래 여론조사 전화 자동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응대를 하고 있었겠는가라고 했다.

 

도대체 정상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면 어찌 오세훈·박형준 같은 추물을 지지할 수 있는가라며 “LH 공사 직원들의 오랜 부패 행태를 문재인정부의 책임으로 단일화시키는 프레임에 속는 사람들은 어차피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류 시인은 유권자 비하라는 비판이 일자 누가 유권자 비하라고 하는가. 그냥 돌대가리들 비판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날엔 전직 일간지 기자가 오 후보 유세차량에 오른 2030세대를 향해 바보다. 면접에 오면 떨어뜨리라고 막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의현리-이제는 외국인까지 오세훈을 지지하는 선거 운동을 노골적으로 해 주네요,

ㅋㅋㅋㅋ 땡큐~~~~~~

dfgus-위에 캡션 제대로 달아 기레기야. 너가 바보네 ㅎㅎㅎ 박노자 교수 페북캡처가 아니라 아래 댓글로 싸우고 있는 전직 기자 페북이다 멍청아.

.블루블랙-박노자 교수의 지적은 언제나 정곡을 정확하게 찌르는 예리함이 있어...

 

코로나 백신 전쟁,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한다

지식재산권은 신성 불가침이 아니다

한국도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접종 속도를 올리기 위해 2차 접종용 비축분을 1차 접종에 앞당겨 사용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관련 기사 : <연합뉴스> 43일 자 '백신접종 속도전"접종간격 늘려도 효과동일-2차물량 확보 관건"') 어떤 나라는 여름까지 충분한 정도로 접종을 마칠 수 있다는데, 아직 갈 길이 먼 우리로서는 당국과 국민이 모두 초조할 만하다.

 

작년에 무얼 했느냐며 다시 정부를 책망하는 소리가 나오고,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하라는 다그침도 끊이지 않는다. 여론과 전문가의 요구,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하지만, 문제는 실용성과 효과가 아닌가. 요구하는 쪽이나 요구를 받는 쪽이나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이유 한 가지는 코로나 백신 확보가 '대한민국'의 주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이어서다. 여러 나라 사이에서 백신 확보를 위한 경쟁이 극심한데, 배분 권한은 백신을 만드는 회사와 소재지 국가가 독점한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 안에서도 정치적 압력이 있으니 그 나라 정부도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도 백신이 필요하지만, 그 사이 인류가 직면한 고통과 백신의 필요성은 말 그대로 '미증유'의 사태다. 지금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의 80%는 단 10개 나라에 속해 있을 뿐, 가난한 나라들은 2023년이 되어야 현대 과학의 성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관련 기사 : <thetricontinental> 41일 자 'The Vaccine Must Be a Common Good for Humanity: The Thirteenth Newsletter(2021)')

 

백신이 부족하다니. 이처럼 건조한 숫자가 (세계보건기구가 말한 대로) '재앙 수준의 도덕적 실패(catastrophic moral failure)'의 결과라면(관련 기사 : '"백신 불평등, 재앙 수준의 도덕적 실패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당혹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다. 또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무감각한 우리 자신의 실패라고 할 것인가.

 

지금 드러나는 이 백신 '스캔들'을 왜 도덕적 실패라 부르는가. 한 사회에서 접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공중보건 시스템과 다른 사회적 기반(예를 들어 운송이나 보관)도 필요하지만, 이번 사태의 시작은 백신 생산과 공급에 있다. 그런데 그 백신 생산과 공급이 바로 '도덕적 실패'의 진원지다.

 

아예 처음 겪는 것도 아닌바, 국제적으로 진작 에이즈 치료제와 신종플루 백신 공급에서 경험한 것이다.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을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공급하고 또 그럴 수 있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 이를 실천하는 데 무엇이 가장 어려운 일일까? 바로 약품과 백신에 걸린 지식재산권 문제다.

 

코로나도 백신이 실용화되기 전부터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지식재산권 문제를 논의했지만, 힘 있는 나라와 메이저 제약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결국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았다. 한국에서도 몇 개 공장이 이미 백신을 생산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생산 부족은 공장, 설비, 기술, 인력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전적으로 '노우 하우'를 포함한 특허 또는 지식재산권을 독점하고 이전하는 문제다.(관련 기사 : '세계는 지금 '백신 아파르트헤이트', '백신 제국주의' 속으로')

 

"미국의 시민단체 국제지식생태계(KEI)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뤄진 백신 기술이전 계약 70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술이전이 시작된 후 초도물량이 공급되기까지는 대개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백신 플랫폼의 종류, 제조 단계와도 무관했다. 결국 현재의 백신 부족과 접종 지연, 그로 인한 추가적인 코로나19 확진과 사망은, 지적재산에 기초한 독점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제약 산업과 그를 비호하는 고소득국가들이 만들어 낸, 피할 수 있었던, 인위적인 재난인 셈이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은 지난 일이라 치자. 지금이라도 지식재산권(그리고 그 근원으로서의 사유재산의 신성함)'신화'를 돌파하면 백신 생산을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세계의 팬데믹 대응은 훨씬 더 쉬워진다. 정확하게는 정부가 대응을 잘하는 과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과제다.

 

백신을 통해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것, 그 숫자 너머에 인류가 겪는 고통을 결정적으로 줄인다는 진실이 있다. 지금 우리를 포함한 인류 모두에게, 그 모든 국민국가와 그 정부에, 이보다 더 중요한 도덕적 의무가 어디에 있나?

 

늘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지만, 이 일만큼 국가권력만 할 수 있는 일이 드물다. 당장 백신을 확보하기 어려운 저소득국가는 말할 것도 없지만, 백신 확보 '전쟁'을 벌이는 힘 있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자원(백신)을 배분하는 게임을 넘어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한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한국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으며, 앞으로 다른 백신을 생산하기로 계약했다는 보도자료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런 '생산 체제'가 한국의 백신 확보와 접종에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사실. 이런 역설이 한국 안에서 코로나 백신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대하기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첫째 과제다. 국내에서 백신 확보에 애를 먹고 있으니, 이게 우리 일이기도 하다는 점, 그리고 기존 구조를 '혁신'할 필요성을 조금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간접적으로 국가와 정부에 촉구하고 떠미는 일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월 말에 발표한 요구 안 중 몇 가지를 강조한다.(바로보기 : [공동성명] 문재인 대통령은 중저소득국가의 코로나19 백신 접근권에 대해 응답해야 합니다 (2021.02.26) +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회신)

 

1) 코로나19 백신의 공급량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코로나19와 관련된 의료제품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을 일시 유예하자는 제안에 찬성을 요구합니다.

2) 전 세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개발한 백신 및 치료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WHO의 기술접근 풀(C-TAP)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요구합니다.

3) 백신 생산을 최대화해야 합니다. 국내 위탁 생산시설의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노력에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확대하도록 요구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

 

GDP 대비 가계부채 100% 육박, 경고등

부채 비율 주요국보다 25% 높고 증가 속도는 7배 빨라

조세연구원 보고서 지적 "금리상승시 경제전반 충격"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100%에 육박했다. 주요 선진국 평균치보다 25% 가량 높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전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7배 이상 빠르다. 이때문에 글로벌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상승기에 돌입할 경우, 급증한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5일 조세재정연구원의 '국가별 총부채 및 부문별 부채의 변화추이와 비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98.6%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인 63.7%, 선진국 평균인 75.3%보다 높은 수준이다.

 

단기부채 비중 너무 높아 = 보고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더 주목했다.

2008년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7.6%p 증가했다. 전 세계 평균 3.7%, 선진국 평균 -0.9%와 비교해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다. 전 세계 평규노가 비교하더라도 7배 이상 빠른 속도다.

 

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단기(1) 비중이 22.8%를 차지한다. 프랑스(2.3%), 독일(3.2%), 스페인(4.5%), 이탈리아(6.5%), 영국(11.9%) 등 유럽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다. 단기 비중이 높다는 것은 유동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보다 단기 비중이 높은 주요국은 미국(31.6%)이 유일하다.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7.2%(2019년 기준). 프랑스(30.0%), 영국(28.7%), 독일(28.3%), 미국(17.3%)보다 높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당장 유동화해서 갚을 수 있는 자산 대비 부채를 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부채 위험도가 크다고 본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비슷하지만 = 조세연은 한국의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GDP 대비 43.9%(2019년 기준)로 미국(49.5%), 프랑스(45.4%), 스페인(41.6%)과 비교해 비슷하다고 봤다. 절대적인 수준에서 한국의 주택대출 관련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높다고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주택대출 증가 추세를 보면 조사 국가 중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즉 증가 속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및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전세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별도로 고려해야 할 대목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에 전세금 규모를 합산해 주택대출을 재계산하면 GDP 대비 비중이 61.2%로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용대출 규모 높아 = 조세연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대부분 신용대출)의 규모가 주요국 대비 매우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경우 GDP에서 기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급격히 늘었지만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은 되레 감소했다. 이 같은 기타대출 증가의 이면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대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기준금리 인하 및 유동성 공급 확대 등에 따른 주식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이 섞여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타대출 중 상당 부분을 주택 구매나 전세자금 용도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세연은 "부채규모가 크게 늘어난 현 시점에서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는 경우, 부채 부담에 따른 이자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 전체에 충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포스트 코로나 자본주의'의 시작...먼저 '착해지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 대대적인 자본주의 재편이 시작된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백신 도입으로 인해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계속 미뤄져 왔던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재편은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20세기 초반 두 차례의 대전(大戰)과 대불황 속에서 일구어진 자본주의의 구조적 전환까지 우리는 예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거대하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한 나라나 개인의 운명은 상당 정도 여기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끝나가는 대()코로나19 전쟁

물론 우리는 아직 코로나19의 영향권 아래 있다. 국내에서 확진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고 4차 대유행 발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장기전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보건기구(WHO)'코로나19 대유행 종식'을 선언하는 날을 과연 우리는 보게 될까?

 

하지만 지금 인류가 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해도 틀리진 않아 보인다. 승기는 잡았으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은 상태에서 갈등이 잠복된 채로 있는 것휴전 중인 분단국에서 70여 년을 살고 있는 한국인에겐 그리 낯설지 않은 상태다. 물론 종전이 선언되더라도 전쟁의 주요 당사국을 배후에 둔 소규모의 국지적 대리전은 계속되기도 하니, 질병은 물론이고 전쟁에서도 그것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 쪽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 바이러스를 적절히 통제하는 편이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우리 인류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코로나19가 무엇인지조차 잘 몰랐던 1년 전을 떠올려보라. 그 사이,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지식이 많이 축적되었고, 백신의 개발과 상용화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중이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이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각국 정부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상당한 을 갖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저마다 정책적 대응을 자국 실정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지난해 첫 번째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하게 지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코로나19의 정체와 그 영향에 대한 무지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그보다는 세심한, '맞춤형' 정책을 펼 수 있다. 요컨대, 코로나19는 계측조차 불가능한 '불확실성'(uncertainty)의 영역에서 확률적 계산이 가능한 '위험'(risk)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완전한 제압이 불가능한 상대와의 전쟁에서는 승기를 잡는 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전쟁의 국면 전환에 따라 갈등의 주된 전선도 바뀐다. 강력한 외부의 적을 두고 일시적으로 뭉치긴 했지만, 적의 위력이 떨어지면 내부의 갈등들이 고개를 든다. 이는 전쟁의 국면이 방역에서 백신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는 자신의 관할구역 안에서 바이러스 확산과 싸워 왔다. 그러나 백신의 개발과 상용화를 둘러싸고 글로벌 독점 제약사들 간에,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강대국 정부들 간에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백신의 보급과 관련해서도, 각국 정부들은 어떤 백신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를 두고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대체로 일국 정부의 관할 아래 두어질 백신의 접종 과정에서도 접종의 우선순위와 비용의 분담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형성될 것이다. 코로나19가 불확실성보다는 위험의 문제로 인식되는 상태에서는, 정부가 어떤 중요해 보이는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한다면, 그건 몰라서가 아니라 '효과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가 된다. 이제 인류의 적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같은 인류다.

 

왜 자본주의의 재편인가

이러한 상태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글로벌한 재앙이었던 만큼 사태의 재발 방지와 인류의 공존공영을 도모하기 위한 지구 차원의 논의가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인류가 현대사에서 겪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뒤에도 그런 회의들이 있었지 않은가.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러한 회의들이 전쟁을 뒷수습하는 데 그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전리품을 나누고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 특정한 책임을 지우고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결정도 내려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향후 인류가 지켜야 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경제의 영역에서 그것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재편을 의미한다. 경제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자체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경제란 결국 인간들 간의 관계로서만 존재하므로, 그러한 관계를 정의하는 각종 제도의 규정을 강하게 받는다. 제도는 경제라는 생물이 뛰어 놀면서 성장할 수 있는 안정적인 틀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또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앞으로 닥칠 모든 상황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신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수요 발생으로 경제가 과거엔 몰랐던 영역으로 발전하려 할 때 제도의 공백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고, 이때 그 공백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메워지지 않으면 경제의 발전은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말하는 자본주의의 재편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직접적으로 그것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경제가 그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게끔 제도를 재편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재편을 통해 재 정의된 조건 안에서 경제 스스로 만들어갈 변화까지 포괄할 수도 있다.

 

지금 그러한 재편이 필요한 까닭은 경제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계기일 뿐이며, 이미 자본주의는 치명적인 문제들을 노출하고 있었다. 첫째, 세계경제는 대체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공황(GFC: global financial crisis) 이후 새로운 발전의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침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둘째, 현재의 자본주의는 체제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을 낳고 있다. 크게 보아 자본주의는 인간과 자연을 혹사시키면서 두 세계 각각의 균형을 파괴해 왔다. 인간의 혹사, 불평등과 생태파괴의 심화는 그 결과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제도 개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혹시 자본주의 자체가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닐까? 이젠 사회주의에 제대로 된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우리의 미래가 새로운 '시즌'의 자본주의일지, 아니면 '진정한 사회주의'일지는 결국 갈등과 타협 속에서 우리 자신이 어떤 관계들을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

 

우리 현실에서 자라고 있는 미래의 맹아들

자본주의의 대대적인 재편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바로 지금 인류는 그러한 재편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재편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먼저, 개혁이든 혁명이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싹은 현재의 자본주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앞에서 구별한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보자. 먼저 첫 번째 문제와 관련, 경제가 침체하고 있기는 해도, 자본주의 발전을 추동하는 기술진보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유행한 4차 산업혁명 담론을 떠올려보자. 찬반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먼 미래의 일로 여기기도 하지만, 사실 이 혁명을 위한 기술적 조건은 이미 상당 부분 확보된 상태다. 우리가 그 잠재력을 폭발시킬 여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여건에서 신기술은 개발이 되어도 그 잠재력을 온전히 펼치지 못한다. 5G 기술을 둘러싸고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이 치열하지만, 정작 그런 앞선 기술로 우리가 하는 것은 아직 모바일 게임 정도를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 등을 발판으로 여객운수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리라는 기대가 낡은 기술에 익숙한 기득권 집단들의 '몽니' 앞에서 무너지기도 했다.

 

다음으로, 자본주의가 여러 부작용을 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인간들의 의식도 발달해 왔다. 노동자 혹사, 불평등, 생태파괴 같은 문제들을 '발전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부산물'로 보는 시각이 한때는 일반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남에 따라 그 확산을 막고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넓어졌다. 한 나라 안에서, 그리고 범지구적 차원에서 불평등 심화를 막기 위해 소득과 자산에 대한 세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기술적 환경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보호하며, 생태파괴에 따른 인류 공멸을 막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등의 주장은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이러한 실제적인 반성은 우리가 추구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사유로 고양되기도 했다. 이 모두는 제한된 범위에서이기는 해도 나름대로 인류가 일군 정신적 진보라고 할 만하다. 필요한 것은, 그러한 진보를 몇몇 앞선 사람들의 '취향'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식'으로 만드는 일이겠다. 한 나라 안에서는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 지역과 세계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논의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문제와 해답을 모르는 게 아니라 다만 실효성 있는 결과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대적인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해 그간 낡은 미국 인프라의 거대한 전환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혁신을 다시금 자극할 수 있다. 아울러, 장기간 시장 주도 국가로 기동한 미국에 새로운 전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가 선사한 기회?

왜 그럴까? 물질적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기술도 상당히 확보했고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깊어졌는데도, 왜 우리는 끝내 자본주의의 본격적인 재편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 재편이 지금 자본주의의 위기 타개를 위해 필요한데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편의 방식·범위·속도, 그리고 재편에 필요한 비용의 분담 등을 둘러싸고 각국 정부 사이에, 그리고 개인과 기업 사이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결국 탈퇴한 것,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한편으론 테슬라와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말들을 쏟아내면서도 동시에 자사의 전기차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그런 이해관계 대립의 표현이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고 그들 사이의 관계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은 피튀기는 자본 간 경쟁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기존의 거대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저항하기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이 전기차 도입에 완전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은 더 많은 잉여가치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신기술 도입에 나선다고 했지만, 현대의 독점기업들은 기술을 독점하고 그 도입을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조절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 거대기업들은 자신의 ‘(신기술 도입) 일정에 정부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전기차의 도입은 차량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쓸 만한 배터리의 개발이 무엇보다 급선무이지만, 충전소 설치 등의 인프라 건설도 뒤따라야 하며, 그 사업성이 불명확한 도입 초기에는 이 역할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맡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독점대기업들과 정부는 화석연료를 쓰는 기존 차량을 소유한 대다수 납세자들의 여론을 세심하게 조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체계를 얼마나 그에 맞게 재편하느냐에도 달려 있다. 이것은 한 나라의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제기구가 나서서 기후변화에 관한 여론을 환기하고, 세계경제포럼 같은 민간단체도 장단을 맞춘다." (김공회, '4차 산업혁명',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그 실체와 의미, <의료와 사회> 6, 2017, 18-19.)

 

바로 지금이 그간 미뤄졌던 자본주의 재편을 단행하기에 적기인 것은 그래서다. 코로나19는 자본주의가 현재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거기 관련된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 대립 때문에 미뤄지고 있는 조치들을 비로소 시행할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왜 그러한가? 위 인용문에도 쓰여 있듯 현재 요구되는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는 한 나라나 특정 개인 또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사실상 인류 모두의 동시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데, 마침 지금 인류 모두가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적으로부터 기습공격을 받아 비슷한 처지가 되었다. 여러 주체들 간의 세세한 차이들보다는 공통점이 부각되고 있다. 모든 나라가 동시에 극심한 경기후퇴를 겪으면서 산업부문 간의 차이도 줄고 경기순환도 과격하게 동조화되었다. 보통 큰 전쟁 이후에 중요한 국제적 협약들이 맺어진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자본주의를 더 스마트하게, 더 푸르게, 더 책임 있게?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라는 배경에서 자본주의의 재편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맞고 있는 두 측면의 위기, 곧 발전의 동력은 떨어지는 반면 부작용은 점차 커지고 있는 현재의 추세는 어떻게 반전될 수 있을까?

 

첫째, 새로운 기술들이 상용화되려면 그에 맞는 적절한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정부의 계획적인 대규모 투자가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모든 나라에서 경제가 마치 융단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파괴된 상태이므로,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입은 모든 나라에서 필요하다. 기왕 쓰는 돈이니 과거로의 회귀(business as usual)보다는 그보단 나은 방식의 재건(BBB: building back better)이 낫다.

 

BBB는 이미 2015년 국제연합(UN)에 의해 채택된 재난감축전략으로서, 코로나19의 범지구적 유행 이후 새삼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이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채택하고 있는 입장인데, 그런 취지를 담아 그는 지난달 말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무려 2.2조 달러의 재정을 들여 운송, 수도, 통신·전력망, 보육, 직업훈련 등 미국의 경제 인프라 전반을 정비하겠다는 것인데, 이 계획엔 최첨단 디지털·모바일 기술이 그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친환경 전기차가 일반화할 기반을 닦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의 경제매체 <블룸버그>의 대표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미스(Noah Smith)가 바이든의 위 계획을 '우리의 미래 경제의 필요에 부합하도록 나라를 개조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것은 그래서다. (원문 바로보기) 우리의 '한국판 뉴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투자가 가능하려면 투자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이를테면, 대체로 기능은 비슷하지만 경합하는 여러 기술들 가운데 무엇을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할 것인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불평등 심화, 생태위기, 노동환경 악화 등 자본주의 발달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국제적 협의가 긴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교통정리'를 위한 국제적 논의들이주로 강대국과 글로벌 독점 대기업들 간의잇따를 것이다.

 

보통 이런 논의들은 결실을 맺기가 아주 어렵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류 모두가 코로나19라는 범지구적 수난을 겪은 뒤이기도 하지만, 때마침 최근 수년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던 요인들도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브렉시트(Brexit) 문제가 일단락되었고,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보다 예측 가능한 인물로 바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집권 직후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했고, 덕분에 지구의 생태위기에 대한 국제적 논의도 급물살을 타리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무산된 대서양 양안에 위치한 강대국들 간의 다른 협의들도 (형식이야 바뀔 수 있겠지만) 재개될 것이다.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이 대표적인데, 이는 단순한 자유무역 협정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양 지역의 규제(=제도)체계를 일치시키자는 기획이었다.

 

이러한 국제적 공조 분위기 확산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환경규제나 노동자 보호,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한 합의가 빠르게 진전되리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탄소배출 관련된 규제는, 비록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은 강력해서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선진 각국에서,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이미 강화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자국에서 탄소 관련 세제를 강화하는 안을 올해 예산안에 포함시킨 상태이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에 탄소국경세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빠르게 진행 중인데, 대표적인 예가 ESG 경영의 유행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약자로, ESG 경영이란 환경, 노동, 사회 등 비재무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기업을 경영하자는 원칙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그저 '우리 잘 해보자'는 식의 기업들의 자정 노력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점차 많은 기업들에 강제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몇몇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하여금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지수'를 내게 하고 금융기관이나 각종 투자회사들이 거기 입각해 투자결정을 내린다면, 환경이나 인간(노동자) 파괴에 무감한 기업은 분야와 업종에 상관없이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몇년 전만 해도 ESG는 한국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화하자, 빠른 시간 안에 ESG는 기업 경영의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pixabay

 

그러나 계속해서 불균등하고 불평등하게!

이렇게 재편된 자본주의는 분명 지금보다 더 스마트하고 더 푸를 것이다. 분명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도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의심을 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인프라 투자야 경제발전에 기여하겠지만, 환경과 노동자를 보호하고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흔히 경제발전의 성과를 갉아먹는 '비용'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 비용은 결국 강대국의 독점 대기업과 부자들이 부담할 것인데, 과연 이들이 위와 같은 변화를 허용할까? 허용한다. 허용할 뿐 아니라 지금 논의를 주도하는 게 그들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찌 보면 이것은 매우 간단한 문제다. 어차피 비용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나만 부담하면 아깝지만, 우리 모두가 부담하면 아무도 부담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가 부담하는 것? 세금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가가 정한 환경기준이 낮은데도 굳이 친환경적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A)이 있다고 하자. 이 상품은 보통의 상품보다 비용이 많이 들 것이며 그래서 가격도 높은데, 그런데도 이걸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으니('착한 소비') 생산도 소규모나마 이루어진다. 이제 국가가 더 높은 환경기준을 모든 기업에 강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기업의 비용이 위 A기업 수준으로 오를 것이다. 그러면 모든 기업이 같은 처지가 된 것일까? 아니다. 높은 환경기준에 맞춰 일찌감치 자체적인 기술과 공정을 발달시켜 온 A기업이 비용 우위를 갖는 게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A에겐 새로운 상황이 이롭다고까지 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선진국 수준의 환경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 이득을 보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 논리를 확장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산출하는 ESG 지수에 연동된다고 해 보자. 그러면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넣지 않아 ESG 지수가 낮은 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런 기업은 계속해서 높은 비용을 감내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노동이사제와 같은 제도도 보통 선진국에서 잘 확립되어 있으므로, 이 또한 선진국들이 유리할 것이다. 혹시 이를 통해 국내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이 강제되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이른바 '경제민주주의'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외부로부터 강제되는 것을 온전한 의미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가야 할 길?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이 길만이 우리가 갈 길이다자본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한 그렇다. 이상에서 스케치한 자본주의 체제의 재편은 직접적으로는 이 체제가 직면한 위기를 해소하는 방책으로서 추구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그간 축적되어 왔지만 온전히 실현되지는 못했던 자본주의의 '진보적인'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실질화한다는 의의도 갖는다. 현재의 자본주의 재편 작업이 성공할 경우 우리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풍요롭고 스마트한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또한 그곳은 분명 이곳보다 더 푸르고 더 책임 있는 곳이리라. 이러한 기대는 자본주의 재편의 역사적 정당성을 이룬다.

 

그러나 늘 그렇듯 자본주의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다. 기업의 윤리성, 그것을 강제하는 시민의 감시와 참여, 적정 수준의 근로조건, 생태적 생산, 생태적 소비와 생활양식지금까지는 좋기는 하지만 굳이 갖추지 않아도 되는 미덕들을 자본주의는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킨다. 그럼으로써 누구에게도 강제하진 않지만 끝내 모두가 그런 미덕들을 갖추고자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방법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돈벌이가 위의 모든 과정을 추동하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를 친환경적이고 친인간적으로 만드는 작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득이 인류 모두에게 골고루 향유될 것 같지는 않다. 탄소배출 비용이 높아지면 궁극적으로 탄소배출이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개선될 지구의 환경 자체는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도꼭 그렇지는 않지만있겠다. 그러나 그것을 누리기 위해 누군가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이 많거나 기업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 탄소소비가 많은 국민들, 새로운 기술 표준을 습득하는 데 느리거나 핵심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민들이 그럴 것이다. 그들은 더 쾌적하고 인간적인 환경에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혹사당하게 될 것이다.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프레시안

 

코로나 봉쇄 기간 유럽 가정 파고든 한국 식품

유럽의 대부분 나라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죠.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한국의 맛이 유럽의 가정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리포트]파리 시내의 한국 마트.통행금지 시간 직전에 프랑스인들이 몰려듭니다.

[사라 : "매운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지는 않지만, 떡볶이와 비빔밥, 두부튀김 요리를 하려고요."]

요즘엔 손님의 절반 이상이 현지인입니다. 유학생들이 돌아가고 한국 식당들도 문을 닫아 걱정이 컸던 지점장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전혜경/한국 마트 지점장 : "김치를 담그려고 하는데 고춧가루는 어떤 걸 써야 해? 배추를 소금에 얼마나 저려야 돼? 이렇게 대화도 바뀌었고..."]

한국인이 거의 없는 소도시에서는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고, 주변에 팔기도 하는 프랑스인이 있습니다.

 

["신김치 같네요. 약간 단 신김치."]

한국을 가본 적도 없이 온라인을 통해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고춧가루는 꼭 한국산을 씁니다.

 

[니나 프나투/발효음식 동호인 : "제가 발효 제품에 관심을 두는 것은 훌륭한 맛도 있지만, 건강에도 좋은 점 때문입니다."]

지방 특산품을 주로 파는 식료품점에도 고추장과 참기름 같은 한국 식재료를 취급하는 곳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한국산 식재료를 프랑스 음식에 사용하는 가정도 하나둘 생겨 나고 있습니다.

[카롤린 브라미·코린 브라미 모녀 : "한국 식재료들은 유럽이나 프랑스 요리와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봉쇄가 계속된 지난해 김치를 포함해 한국 식재료들의 유럽시장 수출이 크게 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로랑 트레가로/

료품 백화점 구매책임자 : "제게 K팝이나 K푸드는 처음 듣는 것이었지만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국산들은 이제 한국의 국경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봉쇄로 가정식이 늘어난 유럽인의 식탁에 한국 식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12억 아파트가 공시가격 15억이라고?

ㆍ서울 서초·제주 지자체장 재조사요구

ㆍ현실화율을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으로 잘못 해석

숙박장을 공동주택 산정도 틀려업소가 불법 전용

최근 일부 매체들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정부의 잘못된 산정기준으로 인해 폭등했다면서 보도한 기사의 제목들. 이 같은 보도에 여론이 악화하자 6일 국토교통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폭을 기록한 뒤 공시가격이 적절하게 산정됐는지를 놓고 정부와 일부 지자체 간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몇몇 사례를 제시하며 공시가격 산정에 오류가 많다고 주장하고 나선 뒤부터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날 해명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 6일 긴급 브리핑에서 이들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양측 중 누구 말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그간 깜깜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시가격 산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은희 현실화율 과다” vs 국토부 거래가격 의심

조 구청장은 “(공시가) 현실화율이 90%를 넘는 곳이 다수 확인됐다며 서초동 A아파트, 우면동 B아파트, 잠원동 C아파트, 방배동 D아파트 등 4곳의 경우 현실화율이 108~126%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일단 틀렸다. 공시가 현실화율이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의미한다. 조 구청장은 이를 실거래가격 대비 공시가격으로 해석했다. 실거래가는 간혹 금액을 잘못 적은 오기의 사례도 있고, 세금회피 목적의 다운계약 등 이상거래사례도 있어 시세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토부는 서초구가 제시한 A아파트 등의 실거래가가 유독 낮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서초구는 A아파트(80.52)20201012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공시가격이 153800만원으로 훨씬 높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동일 평수는 올 1717억원에 거래됐고, 80.53는 같은 달 하반기에 2건이 각각 17~18억원 선에서 거래됐다. 국토부는 “A아파트의 전세가액(11억원) 등을 볼 때 126000만원이 적정 시세가 아니다라며 이상거래가 아니었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초구 관계자는 1월에 거래된 가격은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에 참고해야 하므로 제외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잠원동 C아파트(117.1)의 경우 작년 6173000만원에 거래됐고, 공시가격은 187000만원으로 산정돼 서초구가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준공연도와 면적이 거의 같은 인근 아파트들은 작년 4분기에 대부분 25억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 근처 단지들이 가격이 비슷비슷하지만 C아파트가 위치나 교통이 나아 1억원 정도 오히려 가격이 더 높다고 밝혔다.

 

원희룡 서민 부담 늘어” vs 국토부 “99%가 재산세 줄어

원 지사는 제주도 납세자의 6분의 1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 초과해 상승했다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빌라의 공시가격이 집중적으로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제주도 공동주택의 51.2%는 공시가가 하락했고,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은 52.8%가 공시가가 하락했다제주도는 주택 99%가 공시가 6억원 이하라 1주택자는 올해 재산세 부담이 줄었다고 밝혔다.

 

원 지사가 공시가 오류의 대표적 사례라고 제시한 제주의 한 아파트의 경우 ‘1·4라인은 공시가가 올랐고, ‘2·3라인은 공시가가 내린 게 문제가 됐다. 1·4라인은 ‘33평형’, 2·3라인은 ‘52평형이다. 국토부는 해당 아파트들의 실거래가와 시세를 보면 지난해 중형인 1·4라인은 가격이 올랐고, 대형인 2·3라인은 가격이 내렸다시세에 변동이 생기면서 같은 아파트라도 라인별로 공시가가 달라진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가 숙박업소 11곳에 대해 공동주택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했다고 주장한 것에도 국토부는 반박했다. 해당 업소 11곳 중 10곳은 본래 등기부에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등록돼 있는데 업소에서 건물을 용도와 다르게 불법 전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나머지 1곳은 숙박업소가 맞아 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건물의 불법 용도를 감시하는 건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깜깜이 공시가문제 개선해야

조 구청장 등이 공시가격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고나온 것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결국은 공시가 문제보다는 지역 내 세금부담 상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공시가 제도가 물론 허점이 있긴 해도 이렇게 정치적으로 주민들을 선동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간 산출 근거 및 과정 등을 놓고 문제가 제기됐던 현행 공시가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 제도의 문제는 한국부동산원이나 국토부 외에는 누구도 공시가가 어떤 근거로 어떻게 산출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올해처럼 공시가가 급등하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만과 의혹을 품기 쉽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제도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로 대학 가면 장학금... 이러니 지방이 소멸하는 것"

<지방부활시대> 쓴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속담은 옛말이 아니다. 전국 223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가까운 97개 도시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향한다. 텅 빈 마을을 보고 '골다공증 걸린 한국'이라는 한탄과 자조가 쏟아진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펴낸 <지방부활시대>는 지방소멸시대에 대한 역설이다. 지난 1, 한 시간여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먼저 한국 사회가 매우 희소한 질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어촌 지역은 점점 더 위축되고 대도시 지역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건 전 세계가 공통적이에요. 하지만 한국처럼 수도 서울이라는 한 곳에 모든 권력과 자본과 문화가 모두 집중된 그런 나라는 없습니다."

 

장 교수의 지방소멸 핵심 처방 "서울에 기대지 마라"

왼쪽은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오른쪽은 장 교수가 펴낸 책 <지방부활시대> 앞표지장호순/당진시대미디어협동조합

 

'지역사회''언론'을 주제로 한 우물을 파온 장 교수의 '지방분권론'은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지방소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신선하다. 그는 '왜 지방부활을 위한 수많은 대안이 실현되지 못하는가'를 한참 동안 설명했다.

"최근 지방소멸 문제, 서울과 지방의 균형 문제를 다루는 언론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대안은 새로울 게 없어요.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 대학을 육성하고, 서울에 있는 것들을 지역으로 분산해야 하고... 그동안 해왔던 얘기뿐입니다."

 

그가 내놓은 핵심 처방은 '서울에 기대지 말라'는 것이다.

"왜 지방분권이 실현되지 않았을까요. 지역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서울 사람들이 해결해 줄 거라는 의식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서울 사람들이 지방의 문제를 해결해줄까요? 역사를 보면 한 국가 내에서 한 지역의 문제를 이웃 지역에서 해결해 주지 않아요. 다른 나라의 문제를 옆 나라가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해결해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 지방은 소멸하지 부활하지 않는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제입니다."

 

그는 지역 인재를 서울로 많이 보내는 학교가 '좋은 학교'로 평가되는 현실을 예로 들었다.

"무작정 서울 상경하거나 서울에 정착해 성공한 모델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죠. 지방의 엘리트들도 '지방은 소멸하지만 나는, 내 자식들은 서울 가서 성공할 수 있어' 하고 생각하죠. 지방에서 '좋은 학교'의 기준은 아이들을 서울로 많이 보내는 학교죠. 지방정부에서는 그런 학교에 수많은 지원을 하고, 서울지역 대학에 다니는 학생을 위한 기숙사도 만들어주고 장학금도 주죠. 지역에 남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열등감을 주는 일인데도 말이죠."

 

역대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장 교수는 정책 주도 세력이 누구인가를 중심으로 주제를 풀어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 정책은 핵심 공약으로 항상 등장했고 추진됐죠.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요. 왜일까요? 노무현 정부는 정책을 주도한 사람들이 지방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니 내용도 진정성이 있었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죠.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진정성이 없는 정치적 수사와 속 빈 공약으로 채워졌어요. 그러다 보니 지방 사람들도 큰 관심이나 기대를 하지 않게 됐죠."

 

"지방대학=문화적 열등감 상징... 청년이 가장 큰 희생자"

 

그는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법 개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으로 진전이 있긴 하지만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인해 훼손되긴 했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가 뿌려놓은 씨앗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때에는 '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죠. 하지만 기대가 현실화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방자치법 일부를 개정하고 자치경찰제도 도입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서울과 지방의 구조를 바꾸는 것까지 이르지 못했어요. 새롭고 안정적, 효율적, 경쟁력 있는 지방분권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어요. 지방분권 개헌조차도 추진이 되지 않았어요."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이희훈

 

장 교수는 <지방부활시대> 책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문제를 예로 들며 '서울에 있는 진보 좌파들의 지방에 대한 배신' 또는 '자해성 정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부동산 문제만을 보면 여러 가지 정부 대책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에게 물어봐도 얻을 수 있는 답변입니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왜 그렇게 과도하게 비쌀까요? 투기, 금리에 핵심이 있는 게 아니라 서울에 너무 집중돼 있기 때문이죠. 돈도, 문화도, 직장도, 학교도 서울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서울에 몰릴 수밖에요.

 

근본 대책은 뭐냐. 결국은 서울을 분산시켜서 지방의 청년들이 서울로 가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병행돼야죠. 그런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죠. 해법으로 내놓은 게 수도권에 신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니 자해하는 거예요. 너무 비만해서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데 더 비만해지는 거죠."

 

그는 "지방소멸시대의 가장 큰 희생자는 청년"이라며 청년들을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문화 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지방대학 육성과 좋은 일자리를 지역에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빠진 게 있어요. 지금 청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돈 없고 배고프고 집이 없는 것보다, 주류에서 멀어져 비주류가 되고 사회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정부에서 많은 돈을 들여 재래시장에 청년 창업하게 하는 사업을 많이 했는데 성공한 게 거의 없어요. 문화적인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정책을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각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문화적인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이미 지방대학이 문화적 열등감의 상징이 돼버렸거든요."

 

"미디어 권력 분권 위해 '지방 독립투쟁' 나서야"

KBS 여의도 사옥 전경KBS

 

그가 내놓은 지방소멸 원인과 지방부활 방안은 모두 '언론'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으로 만들어 지방소멸을 부른 주원인으로 주저 없이 언론을 꼽았다.

"한국의 언론은 지방분권에, 지방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서울 대 지방을 보면 인구는 14로 지방에 사람이 더 많아요. 인구로만 보면 지방이 훨씬 유리하죠. 80%의 사람들이 지방 사람들인데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대부분 언론이 서울의 기득권 수호에 매몰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을 대변하고 지역의 이익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언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언론들이 없다는 거예요. 서울 중심 언론이 서울공화국 체제를 호위해줬죠."

 

그는 이 책에서 미디어의 분권을 제2의 민주화운동, 독립투쟁이라고 썼다.

"지금 전국의 모든 시민이 언론에서 서울시장 선거 뉴스를 보고 있어요. 충남이나 대전에 살면서 충남도지사나 대전시장 이름은 몰라도 서울시장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죠. 한국에서 민주화 투쟁이 있었지만, 미디어 영역에서는 지방 사람들이 자기 주권을 n분의 1만큼 행사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 표를 다 서울 사람들이 행사하고 있어요. 이제 독립운동을 할 수밖에 없어요."

 

미디어 분권을 어떻게 실현하자는 걸까?

"미디어 권력 구조를 지방분권 구조로 바꿔야 정치 권력도 지역 중심 권력으로 바꿀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우선 KBS, MBC 방송 정도만이라도 지방분권을 할 필요가 있어요. 방송국 이사회와 각종 미디어 정책 기구 이사회부터 지역 인사를 배치하라는 겁니다. 고향만 지역 출신인 사람 말고요. 또 포털 사이트에 일정 비율의 지역 뉴스 게재를 의무화하라는 겁니다."

 

장 교수의 책은 '당진시대 방송미디어협동조합'에서 펴냈다.

"이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지난 5년간 지역 언론에 쓴 칼럼을 수정·보완해 새로 정리한 겁니다. 그래서 책도 지역 주간지와 같이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 당진의 지역 언론 미디어협동조합에서 출판업을 하고 있어 이곳에 책을 맡겼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제 편리함을 위해서 서울 출판사를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언론 분야도 서울 집중도가 높지만, 출판업도 서울 또는 수도권과 다름 없는 파주에 쏠려 있더군요."

 

그의 지방부활 시대를 위한 마지막 당부의 말은 지역주민들을 향했다.

 

"지방민들의 봉건적인 사고방식을 바꿔야만 기대하는 지방부활 시대가 가능합니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지방분권 청사진도 필요하긴 하죠. 궁극적으로는 지방 사람들이 자기 지방의 문제를 나를 위해서, 내 후손을 위해서,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방독립투쟁이 필요합니다."

지방부활시대 오마이뉴스/심규상(djsim)

 

투표율 50% 넘으면 우리가이긴다?막판 조직표 결집에 사활

투표율 놓고 여야 모두 동상이몽

국힘은 정권심판론에 기대민주 지지층 결집할 것

4·7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 동화면세점과 노원구 상계백병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으면서 투표율 50% 고지를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저마다 유리하다고 해석하며, 막판 표 결집에 사활을 걸었다.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 50% 넘어서나

사전투표율이 재보선 가운데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면서 최종 투표율이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3일 진행된 이번 사전투표율은 20.54%로 역대 재보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보선 투표율 역대 최고치는 201410·29 선거다. 당시 사전투표율은 19.4%에 최종 투표율은 무려 61.4%였지만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경북 청송·예천의 기초의원 선거였다. 20194·3 국회의원 재보선(경남 창원성산, 통영고성) 투표율은 51.2%, 20174·12 국회의원 재보선(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53.9%를 기록했지만 지금까지 투표율 50%를 돌파한 광역단체장 재보선은 없었다.

 

50% 넘기면 여야 누가 유리할까

국민의힘은 투표율 50%를 넘길 경우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권 심판여론을 최대한 투표장까지 끌어내야 여권의 조직표를 압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남은 변수는 투표율 뿐이다. 민주당의 조직력을 감안했을 때 투표율이 50%를 넘어가면 그때부턴 우리쪽 표라며 높은 사전투표율을 감안했을 때 안정적으로 투표율 50%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60%가 넘어가면 표 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이 결집할수록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구도 대결이 심화되면서 우리쪽 지지층이 결집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은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한 조직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실제 투표장으로 향하는 적극 지지층 결집 정도에 따라 역전승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도 엇갈린 전망 - “야권 투표 동력 높다” vs “민주당 이탈표 적극성 낮다

전문가들도 높은 투표율이 어느 쪽에 유리할지를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야권 지지층에서 적극 투표하겠다는 의사가 1015% 꾸준히 더 높게 나타난다야권보다는 여권의 투표 동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 등 여권 이너서클의 힘이 빠지길 바라는 세력 등 여권 내부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층의 적극성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짚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선거의 전국민적인 열기를 봤을 때 대선이나 총선과 비교해봐야 하는데 사전투표율이 그리 높다고 볼 수 없다민주당에서 오세훈 후보로 이탈한 층은 투표의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본투표에서 각각 지지층만 결집하고, 이탈층은 기권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장나래 서영지 기자 wing@hani.co.kr

 

미얀마 시민의 생명을 위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

한나유리 제공

 

미얀마의 모든 도시에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무장군인들은 심지어 임산부의 머리를 쏴 죽였다. 어린아이와 스님, 의료진도 총으로 쏜다. 너무나 무력하고 절망적이다.” 미얀마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한나유리 씨가 315시사IN에 현지 소식을 전했다. 그는 군부에 반대하는 게시물을 올려 체포 대상이 된 후 피신 중이다. 하루 전날 미얀마 군부는 양곤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가 발생한 21일부터 316일까지 사망자를 최소 183명으로 집계했다. 한나유리 씨는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들만 기록한 숫자이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는 그 이상일 것이다. 군인들이 시신을 은폐한 사례도 많다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희생자가 늘고 있다(시사IN704미얀마의 시민저항이 전 세계에 미칠 영향기사 참조). 국제사회가 이를 규탄하고 있지만 사태는 악화일로다. 언론사 강제 폐쇄와 민간인 불심검문도 이뤄진다. 또 다른 시위자는 쿠데타 세력이 인터넷을 차단했다. 다른 시위대와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군인들은 주로 인터넷이 끊긴 밤 시간대에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나유리 씨가 보낸 사진에서 미얀마 시위대는 타이어·안테나·드럼통·도마 등을 방패 삼아 거리로 나서고 있다. 피를 흘리고 쓰러진 시위자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자 315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를 위한 민족동맹(NLD)’ 진영은 군부를 향해 내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내에서 미얀마어 강사로 활동하는 박성민씨(27)는 미얀마의 지인에게 받은 현장 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유한다.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미얀마 친구들이 언제까지 우리가 유엔을 기다리겠나. 알아서 싸워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그 후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는 메시지가 수십 개씩 쇄도했다. 안타까움을 담아 온라인 해시태그(#prayformyanmar #savemyanmar)에 동참하고, 군부 규탄 시위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한다.

 

이것으로 우리가 미얀마 시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피를 멈출 수 있을까. 시사IN은 미얀마 현지와 국내 미얀마 지원 단체와 두루 소통하며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한국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모색해봤다. 코로나19로 통행길이 막혔지만 미얀마의 시민들과 연결될 방법은 충분히 있었다.

한나유리 제공 미얀마 연예인 한나유리 씨가 보내온 사진. 시민들이 시위 희생자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1. 시민 연대 기금

미얀마 시민들은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으로 군부에 맞선다. 관공서·병원·은행·철도 등에서 파업으로 군부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다. 현재 공무원 10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일반 회사원과 공장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미얀마 활동가와 연구자 대다수가 이 운동이 오래 버텨야 군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생활고다. 재한 미얀마인 웨 느웨 흐닌 소 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파업에 두 달째 참여하고 있다. 싸움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생계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군부는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들을 기숙사에서 강제로 쫓아냈다.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는 CDM에 동참하는 공무원들이 계속 파업할 수 있도록 모금 운동을 진행 중이다. NLD 한국지부와 미얀마 이주노동자, 유학생, 국내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정범래 공동대표는 모금 10여 일 만에 25000만원을 모금해 현지에 송금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312일 소모뚜 주한 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운영위원장, 얀 나잉 툰 NLD 한국지부장 등 한국에 있는 미얀마 민주화 활동가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 수배되었다. 시민불복종운동 중인 미얀마 공무원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다. 정범래 대표는 이렇게 수배령까지 내린 걸 보면 공무원들의 불복종운동이 군부 세력에 실제로 큰 타격을 주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재한 미얀마인들의 페이스북 메시지 창마다 ‘SOS’ 요청이 쌓여 있다. 2004년 한국에 정치적 망명을 온 소모뚜 씨는 지인으로부터 턱에 총알이 관통해 치료비가 필요하다’ ‘장례비를 지원해달라는 메시지를 여럿 받았다. 2009년 한국에 온 유학생 웨 느웨 흐닌 소 씨도 비슷하다. 방탄 헬멧, 마스크, 고글, 카메라 장비, 타이(태국) 유심카드(미얀마 군부가 국내 인터넷을 끊은 후로 타이 유심카드가 있어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가 특히 필요하다고 한다. 감옥에 구금된 시위자를 위한 법률 지원을 요청하는 메시지도 많다. 미얀마의 한 시위자는 우리는 코로나191년간 수입도 없고 봉쇄된 채로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이 쿠데타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충분한 보호장치나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해외주민운동연대(KOCO)3111차 연대기금으로 모인 1900만여 원을 미얀마 시위대에 전달했다. KOCO2012년부터 미얀마·캄보디아·타이 등 아시아 8개국의 시민조직과 연대하는 국내 단체다. 강인남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미얀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기금 마련이라고 했다. “이번 민주화운동이 성공하려면 시위가 오래가야 한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무너지면 다시 세우고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 진지전을 하는 힘은 결국 돈이다.” 이 밖에도 모금 활동이 따비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람예술학교, 5·18 기념재단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로 돈을 보내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파업과 시위로 은행 업무가 마비된 데다 군부가 쿠데타 이후 현금인출기 인출 한도를 50만원(원화 기준) 정도로 제한했다.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등에게 개별로 요청이 들어와도 송금이 어려운 이유다. 강인남 대표는 지금 미얀마에 현금과 달러의 씨가 말랐다고 한다. 돈을 보내는 경로들도 탄로 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돈을 보내지 못하더라도 적립해둘 필요는 있다. 여러 활동가들은 이번 시위가 끝난 후 미얀마에 식량 위기와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사IN 신선영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소속 NLD 한국지부, 재한 미얀마 노동자·유학생은 매주 일요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맨 왼쪽이 얀 나잉 툰 NLD 한국지부장).

시사IN 조남진 312일 미얀마청년연대 회원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승려가 미얀마 민주화 기원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 온라인 연대 활동

부산의 한 카페(홍지컴퍼니)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응원합니다라고 쓴 커피잔 홀더를 제작했다. 이 이미지가 미얀마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 200만 팔로어를 둔 미얀마인 익빤세로 씨가 사진을 공유하면서다. “이 혁명의 와중에서 한국이 너무나 고맙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경험이 있어 우리를 정신적으로 지지해주는 나라다. 미얀마 소식을 지켜보며 세계로 알리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군부 규탄 집회를 열고, 일반 시민들이 미얀마 민중가요를 불러주었다. 마스크에도 ‘Save Myanmar’라고 써서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이 혁명이 끝나면 두 나라의 관계가 달라질 것 같다.” 12만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 1300여 개가 달렸다. 312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승려들과 미얀마 유학생, 활동가들의 오체투지 행진이 있었다. 여기에도 미얀마 시민들의 응원과 감사가 쏟아졌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의 또 다른 무대다. ‘거리 시위대가 싸우는 동안 키보드 파이터들이 SNS로 도움을 호소한다. 한나유리 씨는 일주일 전 시위에 나가 최루탄에 중상을 입은 후 키보드 파이터로 나서고 있다. “말 한마디라도 해외에서 우리를 지지하는 걸 보면 큰 힘을 얻는다. 우리가 고립되지 않고 함께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는 한국 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연대 움직임들이 일일이 기록되어 있었다. ‘최근 미얀마 위기는 19805월 광주에서 일어난 시민혁명과 닮았다. 한국인들은 불의를 참지 않고 우리와 연대하고 있다(310일 대한민국 국회의원-재한 미얀마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 대해).’ ‘한국은 거의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316일 대한불교조계종 미얀마 민주화 기원 입장 발표에 대해).’

 

현지 언론도 탄압받고 있다. 39일 미얀마 군부는 독립언론 미얀마 나우를 포함해 언론사 5곳을 강제 폐쇄했다.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시위 현장을 보도해온 매체였다. 경찰은 미얀마 나우편집국을 급습해 일부 기자들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시사IN이 미얀마 활동가를 통해 현지 기자들의 상황을 들어보니, 언론사가 폐쇄된 기자들은 SNS로 시위 현장을 보도하고 있었다. 한 프리랜서 기자는 기자들 모두 낮에 취재하고 밤에는 다른 곳으로 도피 중이다.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군부의 인터넷 차단이 보도를 막는 장벽이다. ‘기술적인 지원이란 타이 유심카드 등 인터넷 우회접속에 필요한 장비를 뜻한다. 시위 현장을 취재 중인 한 사진기자는 방탄조끼가 필요하다고 했다. “군인들의 체포와 위협으로 기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스케이트 탈 때 쓰는 헬멧을 쓰고 있는데 총격이 자주 발생한다. 목숨을 걸고 보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언론인 37명이 체포되었다고 보고했다.

 

시사IN 이명익

해외주민운동연대 강인남 대표는 미얀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은 기금 마련이라고 말했다.

 

3. 정부 대 정부 차원의 지지

웨 느웨 흐닌 소 씨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3C’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CRPH(연방의회 대표위원회)·CDM(시민불복종운동)·Civilians(시민)이다. CRPH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선출된 NLD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한 임시정부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의 움직임 외에도 정부 대 정부 차원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 정부는 312일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미얀마 군부 및 경찰과의 교류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미얀마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국내의 미얀마인에 대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얀 나잉 툰 NLD 한국지부장은 현재 타이 국경으로 피란 가는 행렬이 많다. 한국이 타이 국경에 캠프촌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달라라고 전했다.

 

쿠데타 정부에 직접적인 손실을 가하려면 한국 정부가 더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엔 진상조사위원회 2019년 보고서는 미얀마 군부와 계약한 주요 14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이 포스코, 롯데호텔, 태평양물산 등 6개라고 밝힌다. 지난 33, 22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군부와 합작투자한 국내 기업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정부에 촉구했다. 미얀마 양곤의 시위대 조직가인 민 테인 툰 씨는 316군부와 연결된 자금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조치를 취한다면 미얀마 시민들 처지에서는 엄청난 지지 메시지가 된다라고 말했다.

 

미얀마 정세는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한나유리 씨를 통해 시위대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물었다. 단 몇 시간 만에 메일함 한쪽이 가득 찼다. “우리는 음식과 의료 도구, 텐트가 필요하다. 공장 지역의 노동자들은 하루 4달러 정도를 버는데 지금 공장이 문 닫고 몇몇 지역에서는 불이 났다. 사람들은 지금도 굶주리고 있다” “군부가 인터넷을 끊어 전국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소셜미디어만이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국의 언론들에게 부탁한다. 군에 의해 젊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전 세계가 미얀마인들의 참상을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민간인 사망에 대해 반복적으로 알리는 것이 군부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미얀마 시민들이 보낸 SOS 요청이 여전히 이어졌다. 현지 인터넷이 차단돼 연락이 자주 끊겼다. 317일 미얀마 군부는 와이파이까지 무기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인 김영화 기자

 

욕망끼리 맞부딪친 부동산 선거

ㆍ서울·부산시장 선거 중간평가네거티브 쟁점도 부동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에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나는선거가 됐다. 공약도, 네거티브의 소재도 모두 부동산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3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가진 집중유세에서 기호 1번을 표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닮은꼴은 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대표 공약은 부동산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였다. 기존 도심지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할 것을 강조했다.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며 부동산 민심을 공략했다. 대선 직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3주 사이 3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참여정부 정책 기조 유지를 택했다. ‘수요억제라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근간으로 재건축 규제 역시 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1순위 공약은 스피드 주택공급이다. 용적률 규제 완화 등 1년 내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부동산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세제 조정도 공약으로 내놨다. 서울지역 공시지가를 동결해 재산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부동산 정책만 놓고 보면 2007년 대선 한나라당 공약과 판박이다. 오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한강 주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현상도 2007년 대선 전후에 나타난 현상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부동산 정책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부동산 규제를 유지해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2007년 대선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따랐던 민주당의 선거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부동산에서 밀리면 만회할 수 없어

박 후보 역시 부동산 개발과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민간과 공공 등 사업 주체와 속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부동산 공약의 방향성은 국민의힘과 다르지 않다. 오 후보는 공시지가 동결을 내세우고 박 후보는 공시지가 인상 10% 이하 조정을 약속하는 식이다.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왜 닮았을까. 2007년 대선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 무상 교육 등 다양한 이슈가 선거판에서 다뤄졌다. 특정 공약에서 점수를 잃어도 다른 이슈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르다. 여러 쟁점이 부딪혔던 기존 선거와 달리 부동산이라는 단일 쟁점을 두고 겨루는 판이다. 부동산에서 밀리고 나면 만회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없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난 정책이라며 박영선 후보 입장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지배하는 선거에서 이미 실패한 정부 노선을 따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선거 후반을 주도한 네거티브의 쟁점도 부동산이었다. ‘악재악재로 덮는 방식이었다. 박 후보는 330KBS 서울시장 재보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조연설부터 내곡동 땅 문제, 이것은 오 후보의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태도가 문제다. 자고 나면 거짓말이라며 부동산 이슈를 공격했다.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 거짓말 프레임이라며 반박한 오 후보는 정부 방침에 의해 강제 수용된 땅을 두고 돈을 벌려고 특혜받은 것처럼 하는 것은 지독한 모함이라고 맞섰다. 내곡동 땅은 TV 토론을 비롯해 선거운동 기간 내내 다른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민주당이 전방위적으로 내곡동을 공격하면 국민의힘이 반박하는 구도가 이어졌다.

 

네거티브 선거전, 표심 못 바꿔

과열된 네거티브는 비판의 대상이지만 선거 후반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네거티브 카드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네거티브의 위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내곡동 땅을 내세워 집중포화를 퍼부었지만 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331일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서 서울시장 지지후보를 안 바꾸겠다는 응답이 86.5%를 차지했다. 리얼미터가 YTN·TBS 의뢰를 받아 329~30일 서울시민 1039명 대상으로 박·오 후보 중 지지 후보를 물은 결과 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5.8%,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2.0%로 두 후보 간 격차는 23.8%포인트였다. 네거티브 선거전이 표심을 바꾸는 데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의 내곡동 공세는 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까. 시작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329임대차 3통과 직전 전세보증금을 상한(5%)보다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격 경질됐고, 이후 임대차 3법 내로남불논란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전체로 번졌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동산 내로남불논란이 커지면서 당·정이 마련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도 힘을 잃었다. ‘선거를 앞두고 만든 정치적 대책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홍 소장은 네거티브는 당사자가 도덕적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상대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라며 박 후보의 내곡동 네거티브는 배우자 명의의 도쿄 아파트 보유와 같은 본인의 부동산 흠결을 더 부각시키는 악수였다. 도덕적 우위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네거티브의 최대치는 동반 침몰이라고 말했다. 욕망과 욕망이 맞부딪친 선거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설자리는 없었다는 얘기다./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가계 지난해 여윳돈 192대출도 끌어모아 365조 굴렸다

한은 ‘2020년 자금순환 잠정치

코로나로 소비 줄어들어

여윳돈 통계작성 이래 최대

주식시장에 83조 쏟아부어

기업도 128조 비축1년새 2

총금융자산 사상 첫 2경원 돌파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지난해 기업과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이 사상 최대로 증가한 가운데, 가계가 주식에 투자한 자금 규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이 현금·예금으로 쌓아둔 금액은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 잠정치를 보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여윳돈으로 볼 수 있는 순자금운용(운용-조달) 규모가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래 최대인 1921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00조원이나 불어났다. 재난지원금 등으로 소득은 늘었지만 코로나19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대출 등으로 끌어모은 1735천억원을 합쳐 가계는 모두 3656천억원의 자금을 굴렸다. 이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인 833천억원을 주식(국내주식 632천억원, 해외주식 201천억원)에 쏟아부었다. 늘어난 가계 빚은 대개 생계자금과 주택관련 자금으로 쓰이지만 지난해의 경우는 상당부분이 주식투자로 흘러갔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4.1%포인트 급등한 19.4%로 역대 최대로 높아졌다. 여기에 펀드를 더한 비중은 21.8%3.7%포인트 높아졌다.

 

가계 예금에서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뚜렷했다. 지난해 장기저축예금에서는 29조원이 빠져나갔다. 장기예금이 감소한 건 통계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1년 이하인 단기저축예금은 117조원 불어났다. 언제든 빼쓸 수 있는 결제성 예금 증가액은 424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비금융법인)은 반대로 자금조달을 급격히 늘려 순자금조달(조달-운용) 규모가 883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차입과 증권발행을 통해 269조원의 자금을 끌어왔다. 전체 운용자금(1807천억원) 중 현금·예금 형태로 비축한 금액이 128조원으로 전년(44조원)에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업예금도 장기에서 단기로 이동했다. 단기저축성예금은 69천억원에서 953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장기예금은 154천억원 감소했다.

 

정부 부문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채발행이 늘면서 처음으로 순자금조달(271천억원) 처지가 됐다. 소득보전용 이전지출이 급증한데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 소비와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국외부문을 포함한 총금융자산은 처음으로 2경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말 총금융자산 잔액은 27649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6%(21638천억원) 증가했다. 구성내역을 보면 주식·펀드의 비중이 22.4%2%포인트 상승한 반면, 채권 비중은 15.4%0.7%포인트 낮아졌다. 주가가 오른 덕분에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1배로 전년 말(2.12)보다 높아졌다. 순금융자산(자산-부채)2488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6조원 증가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