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5일
간만에 절영해안 길을 걸었다. 신정 연휴의 갑갑함도 풀겸 묵혀 둔 책도 받을 겸 나선 길이었다. 흰여울마을에서 목적지 동삼동 중리 카페 리케리온까지 왕복 4.2km 정도 ...남항 묘박지며 저물녁 중리가 만들어 내는 빛깔이 좋았다.
5개월 만에 받으러 갔던 책은 공원이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라는 부제가 달린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 ’(한숲/ 온수진)인데 주인장이 저자 싸인까지 받아 둔 책이다. 저자는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끼던 서울시 공원녹지 전담 공무원이었다. 그는 공원이 지루해진 것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즐거운 혁신을 말했다.
그렇다면 부산의 공원녹지는 어떤 길로 가야하는가.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결정권을 견지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이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부산에도 열정을 가진 인자들이 있다. 문제는 그들의 열정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여전히 개발지향의 하부구조로서 기능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그것은 이 도시의 주류들이 시방 어디에 목을 메고 있는가에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만남이 필요한 것이다. 4월 보선을 앞두고 여러 주자들이 명함을 내밀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들 중 누구도 박원순시장과 같은 마인드나 철학을 가진 사람이 없다. 부산시민의 불행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한다. 진짜 역같은 일이다.
되돌아 오는 밤길, 흰여울마을에서 건너다 보는 송도 이진베이시티가 눈을 찌른다.
1월 6일 오전 12:03 ·
어쩌다 보니 사무실에 여러 종류의 참나무들을 키운다. 예전에 도토리 알박기 할 때, 또 서울 노을공원에서 보내준 도토리들 틈틈히 알박기하고 남은 것 사무실 빈화분에 그야말로 박아 둔 것들이 봄이면 잎을 달아 내어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 참나무들 중에 지난해 여름 故 박원순시장님 묘소갔다가 참나무 한 그루 모셔왔는데, 여직 잎이 새파랗다. 이 엄동에 신갈, 갈참, 상수리, 졸참, 굴참 죄다 잎이 진지 오래인데 왜, 어째서 인가? 라고 되묻게 된다. 암만 고쳐 생각해도 떨굴 수 없는 억울함 때문인가 ?
식물 표찰에는 종명대신 박원순 참나무라 적어 놨다.
소탈하지만 치열하게 살며, 녹색의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그가 그립고 보고싶다 .
1월 9일 오전 12:34 ·
칼럼 한번 써 볼려고 다시 신공항 예정지 가덕도 대항을 찾았다. 마을 뒷편 국수봉 자락에 있는 당산과 당산목 팽나무 ...마주보다가 나무 형상이 슬픈 소의 얼굴을 새기고 있었다. 신축년이라 했건만 조만간 마주할 , '환란(患亂)을 예고함인지 울상이다.
겨울 햇살이 붉은 빛으로 얼안을 물들이고 저녁 연기도 몇개 피어 오르지만 그래서 더욱 정겹게 보이지만 기약할 수 없다. 대항마을은 2020년도 어촌뉴딜 300사업 신규대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이제 쓰잘데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가덕도 인구는 법정마을 모두를 합쳐 3,700명(2020년12월 기준)이 못된다. 그중 대항과 새바지, 외항을 다 합쳐봐야 400명이 안된다. 그런데 약 3,390,000명으로 추정되는 부산 사람들이 겪는 비행 탐승 불편해소와 지역 발전을 위해 대항을 통째로 갈아 엎는 개발을 시민의 이름을 빙자하여 사활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로 지역 하나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입장을 바꾸어 대항이 내 고향, 내가 사는 곳이라면 함부로 그런 입을 놀릴 수 있을까 .
새로난 길에 내걸린 가덕 유관기관단체를 망라하여 공동명의로 내걸은 현수막의 문구 "가덕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살 권리 쫌 주라"는 절규가 차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시내까지 따라 왔다.
1월 10일 오후 11:12 ·
한수원이 생수도 만들어 공급하길를 바란다. 공급 수원은 월성핵발전소 삼중수소 함유된 지하수로 하고 공급대상은 멸치 1g 수준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카이스트 교수와 조중동 그리고 그걸 또 받아 쓴 잡다한 언론사에 최소 12.3년간(삼중수소 반감기)년간 의무적으로 마시게 했음 좋겠다. 더이상 기만하지마라.
1월 13일 오전 2:44 ·
부산시청 앞에서 열었던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부산지역 시민사회 단체 및 정당 기자회견은 예상했던 대로 ' 가덕신공항 "찬성" vs "반대" 타이틀을 달고 보도 되었다.
이번 기자회견에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아직까지 조직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기에 개인자격으로 참여했다. 그래서 발언도 자제했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가덕 대항 주민은 반대하는데, 그들의 동의없는 특별법이며 조기건설이 어떤 명분과 정당성을 가지는가이다. 나아가 거기에는 우리가 미쳐 만나지 못했던 다른 생명들도 있다. 그렇게 짓밟을 권리가 대관절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야만적 침탈이며 파괴이자 시대 역행이요 모독이다.
어쩌면 부산에 유일하게 남은 원형의 땅이기도 한 가덕도는 이미 부산신항건설로 3/1이 날아가버렸다. 영화의 전당 앞 나루공원에 이식된 팽나무는 그 상실의 적나라한 증언이다. 기어코 가덕의 목을 따야하는가.
1월 20일 오전 1:29 ·
지난해 이맘때 태종대 재선충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2019년 늦가을부터 모니터 한 결과였다. 산림청과 문화재청, 부산시와 시설공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환경단체 전문가와 공조하겠다 하였으나 여름을 넘기며 제대로 된 결과 공유도 없이 유야무야 됐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자위해보지만 두고 보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뭔가.
바람도 쐴 겸 현장을 확인하고 선상에서 서쪽 해상을 보았다 . 멀리 몰운대와 경도 너머 가덕 국수봉과 연대봉 사이 새바지가 실루엣처럼 보였다.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밀어 붙이는 현장이다.
관련하여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탄소 중립을 언급하며 필요한 사업이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가덕도 신공항 촉진 특별법을 대표 발의 한 바 있다. 뭘 하자는 것인가. 현장도, 4.7 보궐선거도 갑갑하다. 언론의 태도도 마뜩찮다.
내일 부산시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가덕신공항 예정지 일원에서 건설 당위성과 향후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선상 브리핑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너무 뻔한 그림이다.
태종대 순환도로 곳곳에 내걸린 건설 촉진 현수막을 보며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버스 차창 넘어 정류소 마다 붙어 있는 건설 촉진 홍보물 ...24시간 안전하고 소음없는 ... 소음 ? 얼마나 이기적인가. 사람 한테만 안 시끄러우면 소음에 문제가 없단 말인가. 환경영향평가 ?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1월 21일 오후 5:54 ·
신임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게 가덕 신공항 예정지 '생태환경 가치와 기후위기 탄소중립에 대한 토론'울 제안한다. 어제 한 장관은 인사 청문회를 통해 "물류 처리 과정에서 화물차가 내뿜는 온실가스, 미세먼지 역시 국가적 부담"이라며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앞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를 포함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심하게 보면 말장난이고 기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김해공항 이용 국내.국제 운항 편수 총 4만9632편이다. (2018년 6만 3482편) 모르긴 해도 가덕신공항은 2018년 김해공항 이용편수 보다 훨씬 높은 목표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 배출되는 것은 뭔가? (가운데 그림은 지난해 4월 봉쇄령이 발효된 유럽의 대기상황)
예컨대 다양한 운송수단에 있어 비행기는 시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운송수단이다. 유럽 환경청에 따르면 비행기를 타고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285g이다. 이는 버스(68g)의 약 4배, 기차(14g)의 20배에 이르는 수치다.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0년 이후 국제항공운송부문의 탄소배출 동결을 목표로 하는 ‘국제항공 탄소상쇄 감축제도(CORSIA)’ 이행을 결의한 바 있다.
한편 신공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파괴와 손실, 조성 후 이용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그 외 여러 문제가 있다. 아무튼 청문회 전 한 장관은 “...코로나가 창궐하는 근원으로 생태계 파괴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훼손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를 말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가져올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래서 동료 의원 48명과 '기후위기 비상대응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지 않은가.
그래 다 좋다. 지금 중요한 것은 환경부의 수장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부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환경보전과 규제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그 가늠자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심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더욱이 선거를 앞두고 이전투구판처럼 아전인수식 해석과 그에 촐삭거리는 부화뇌동도 경계한다. 부디 오명의 전철을 밟지 말고 혜안을 견지하기 바란다.
1월23일
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가. 대꾸할 가치가 없는 기사 인가. 지난 월요일 시사저널이란 주간지가 부산지역 시민환경단체가 의견을 보탠‘부산광역시 조망관리 관리 방안’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진단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항 재개발지를 포함 주변을 마천루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 그렇지 못하게 된 상황을 탓하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다
1월 25일 오후 4:52 ·
살아 내기와 살아 남는다는 것은 어떤 차이를 가질까. 페친 한 분이 밀린 월세 때문에 우울하다 했다. 나는 로또를 사고 싶다고 답했다. 그래서 걸리면 뚝 떼내주고 싶었다. 나 역시 맘이 편치 못하다. 작은 시민단체들은 더 힘들다. 인건비며 월세 등 고정적 지출은 어디나 같은데 이렇다 할 지원이나 대책은 없다. 그야말로 사각지대가 따로 없다.
활동가들은 감내할 뿐이다. 그러면서 할 소리는 해야 한다. 오늘의 위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가시 돋힌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이다. 두려운 것은 우쨌거나 살고보자며 대규모 개발이 선거판에 횡횡하는 것이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흉흉한 세월이다.
사무실을 나와 근처 자성대 공원으로 향하는 길, 가끔 가던 맥주집이 문을 닫았고 성벽에 뿌린 내린 나무들도 위태롭다. 어떤 것들은 성벽의 안전상 가차없이 베어졌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안녕을 기원한다.
1월 26일 오후 1:29 ·
의혹과 부실이 산을 이루던 대저대교 건설과 관련해 환경 단체와 부산시가 합동으로 진행하던 조류 분포 조사가 중단됐다. 그렇지 않아도 조사 방식, 예컨대 1회 조사만으로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제대로 된 데이터를 구하기 힘들다며 참여 자체가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승승의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그 조사가 이루어 지던 때, 수변 청소를 한다며 고니들을 쫒아 낸 것이다. 안 그래도 부산시의 행태에 불만이 고조되던 하구시민연대가 더는 못참겠다며 발끈한 것이다. 긴급 기자회견 개최의 이유다.
관계 기관은 통상적이고 일상적이라 하지만 상식 밖이다. 상식이 존중되지 않기 때문에 무시되고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상식이란 것이 뭔가. 월동지에서 철새들의 일상과 터전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재보호구역이 된 것이다.
관련하여 상징적 사건이 있다. 그 첫째가 왜 을숙도(명지) 대교가 직선이 아니고 반원형인가. 둘째 왜. 명지주거단지는 15층(명지신도시 20~30층) 이하인가. 답은 겨울철새 때문이다. 나는 그 한 가운데 있었다, 그래서 낙동강 하구를 지금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로부터 20년 뒤 하구의 공존과 평화는 얼마나 진전이 있었나. 부산시 규탄 받아 마땅하다. 사과하고 수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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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
길 건너에서 JB하우스에서 발생되어도 그럴려니... 하지만 의외로 코로나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출근을 하니 은행 직원 중 한명이 확진자로 판명되어 영업중단에 들어 갔다. 전직원 2주간 자가격리에 들고 내일부터 대체 인력이 투입된다고 했다. 사무실은 은행 건물 4층에 있다. 우리 팀장은 재택근무에 들었다. 오늘 내일 중으로 건물 전체 소독을 한다고 하지만 왠지 찝찝하다. 소식을 접했던 지인들이 이참에 설 까지 팍 쉬라며 진담 반 농 삼아 안부를 묻지만 1월은 정산과 계획서 제출이 맞물려 있는 때라 여의치 못하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 인력도 없다.
1월 28일 오후 11:30 ·
오늘은 집에 가지 않는다. 내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 지어야 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이 손이 잡히지 않아 그냥 내팽개쳐 두고 빈둥거렸다. 그렇다고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 젠장 이 난리통에 어딜 간단 말인가. 그래서 그냥 어영부영 그러다 막판 날밤 샐 각오로 일하다 말고 요란한 바람 소리에 잠시 접어두고 달을 본다. 하 그참 저 달....어딜 보고 있나
1월.31일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친히 부산까지 납신 통영 송언수 국장이랑 남해 문찬일 국장 더불어 바보 주막서 한잔하고 2차 갈데가 없어 서면시장통 칼국수로 마무리 했다. 코로나 전이었다면 자정까지 달리고도 부족해 필시 그 다음차까지 갔을 만남이었다.
세 사람은 길에서 만나 그 연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언덕이 되고 있다. 헌데 남해 문국장의 근황은 우울했다. 새로운 터전이었던 찜닭집이 코로나 등의 이유로 버티고 버티다 폐업을 했다는 것이다. 달짝한 봉하막걸리가 쓴 맛이 났다면 오버한 것일까.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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