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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017. 9.17~23

by 이성근 2017. 9. 18.


           918 한겨레-중부


왜 보수매체는 친원전 환경주의자마이클 쉘렌버거를 띄웠을까917 경향

사립유치원, 수차례 입장 뒤집은 끝에 '휴업 철회' 속사정은 917 한국경제

"생활고에" 두 딸 바다 빠뜨려 숨지게 한 주부 징역 7년 매일걍제 9.17

북한 미사일 실전배치 vs. 트럼프 "산산조각낼 것" 917 프레시안

30~40대 미혼여성 138만명의 그늘 917 주간조선

 

노동자대투쟁 30, 기로에 선 노동운동 919 주간경향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아우를 수 있는 노동운동의 방향 재정립 필요

 

시혼무한(詩魂無限) , 광마의 투쟁 한겨레21 1179

-제자 김응교 교수가 본 인간 마광수독보적 윤동주 연구로 일가 이뤘으나 관용 없는 사회가 몰아낸 심약한 주변인

상처받은 자유주의자를 위한 진혼가

 

탈원전의 길 찾기](5)고리, 원전·인구 밀집도 높아후쿠시마보다 41배 더 위험918 경향

연료 1g으로 석유 8t 에너지 한국이 주도하는 인공태양’918 중앙

 

새벽에 보초 서다 관사 앞 소나무숲에 묻었다” 918 경향

-5·18 계엄군 진술 사실확인한 군 문건 발견

국정원 ‘MBC 장악깨알지시노조 자판기 운영권 박탈” 918 한겨레

 

MB국정원, KBS·MBC 간부사찰·퇴출방송장악총지휘

MB국정원 심리전단의 민낯유치하고 조잡한 우경화 여론몰이n 916

국민언론이 민중이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이유 917 미디어오늘

 

비리 설립자가 학교 주인이라고? : 사학분쟁조정위의 정치학 917 민중

한국 초미세먼지 노출도 OECD 1917 국제

배추 한 포기가 '만원짜리 배추잎' 한 장 917 충북

중소기업 추석 연휴 자금 사정은? 918 울산매일


미국의 전쟁과 여론 조작의 역사 919 프레시안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사라질 최초의 국가"

미군 고물헬기(CH-47) D형에 1500억 날린 박근혜 정부 818 한겨레

뿔난 엄마들 사립유치원, 아이들 볼모로 장사하나국공립 확대돼야


대기업이 100만원대 상여금 풀 때 노동자 21만명은 월급도 못 받는다 9.20 민중

MB 저격수 된 박원순 서울시장 920한국

'사드반대' 분신한 '독일 망명객' 조영삼씨 사망 920 프레시안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며 유서 남겨

초장수사회 일본에 넘쳐나는 공포 920 동아

보수·기독교 단체 부산퀴어축제 반대”.. 충돌 우려 922 민중의 소리

명지 더샵 ’ 23만 명 청약역대 최고 기록 921 국제

산지 개발행위 허가 절차 27일부터 간소화

카리브해 강타한 허리케인 어마"어마어마하네" 9.21 메가뉴스

 

9억짜리 아파트 50만원에 살다 -09-18 한겨레21 1180

상경한 <한겨레21> 교육연수생의 현대판 고시원셰어하우스 6주 체류기

기후변화에 대한 고의적 무지’921 경향

최저임금 7,530원보다 높은 생활임금 8,600원 확정한 지자체는? 921 프레시안

이혼, "남편 월수입 500만원은 돼야 맞벌이 찬성" 921 파이낸셜뉴스

기아차, 감산 돌입잔업 전면 중단 821 한국경제

성매매특별법 13, 미아리텍사스 사람들 "우린 막차 승객"924 중앙

죽어라 뛴 만큼 뱃살 쭉쭉 안 빠진다, 정답은 덜 먹기

개신교 총회정치의 민낯 922 경향




           918 경기-인천

       918 민중-대구매일

             918 경인-주간경향 919

             918 한국-중앙


               919 인천 -기호

                중부-경기

                  민중-대구매일

             경인-한겨레

              919 한국-중앙


             920 천지-한겨레

              기호-인천

              중부-경기

              920 민중-대구매일

                 920 한국-경인

                921 중앙-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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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1 중부-경기

             921민중-대구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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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1 경인-922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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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2 인천-중부

             922 경기-대구매일

              922 민중-경인

922 경향-주간경향


왜 보수매체는 친원전 환경주의자마이클 쉘렌버거를 띄웠을까917 경향

 

미국 청정에너지 연구단체 <환경진보>의 마이클 쉘렌버거 대표와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82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원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튜브 탈핵반대영화 한수원이 제공해신고리 5,6호기 여론 영향 미치기 위한 것?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의 저자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자문교수인 미국의 석학 리처드 뮬러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한 영화 <판도라의 약속> 시청을 추천합니다.” 9월 첫째 주 주말, 기자가 초대되어 있는 카톡그룹·밴드·텔레그램 등에 일제히 올라온 글이다. 메시지를 클릭하면 총 21편으로 나누어져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다. 전체 상영시간은 1시간2948. 영화의 일부가 아니라 전편이 올라와 있다.

 

영화는 원바로’(원자력바로알기)라는 곳에서 830일 등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바로란 어떤 단체일까. 이 단체의 정식 명칭은 원자력 바로알기 운동본부이다. “한수원 등 원자력 각 기관 노조, 한국원자력학회,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가 연합하여 결성한 조직으로서 원자력에 대해 왜곡되어 알려진 정보를 바로 잡고 사실을 제대로 알림으로써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증진하기 위해 자발적인 모금 재원을 기반으로 활동합니다.”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단체 소개다. 페이스북 게시글에 따르면 이 단체는 99일부터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친다고 밝히고 있다.

 

원전 찬성영화 홍보여론몰이?

영화 <판도라의 약속>과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영화는 2013년 작이다. 이듬해인 2014, 한국수력원자력이 영화사 측과 판권계약을 맺었다. 한수원 블로그에 게시된 영화 소개 글에서 한수원 측은 내부 사용을 목적으로 한시적 판권을 구입한 경우라 저작권상 외부 배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2년 후 그 저작권은 풀린 것일까. “우리가 요청해 한수원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은 맞다.” 원바로에 관여하고 있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동안 한수원은 홍보를 못하게 되어 있다. 정부가 못하게 한다. 우리는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받아 쓴 것이다.”

 

리처드 뮬러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영화를 권한 것은 사실이다. 98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사용후 핵연료 딜레마에서 탈출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한 뮬러 교수의 발언이다. 뮬러 교수는 영화에서는 유명한 환경론자들이 탈핵 입장에서 어떻게 원전에 찬성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영화에 주인공 격으로 등장한 인물들이 꽤 알려진 인물인 것 역시 사실이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만일 내가 생각해온 것들, 내 친구들이 생각해온 모든 것이 틀렸다면 어떻게 말할 것인가.” 석양을 바라보며 스튜어트 브랜드가 하는 독백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한 말로 알려진 “Stay Hungry, Stay Foolish”의 원작자로, 미국 반전평화운동에서 상징적 인물이다. <원자폭탄 만들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리처드 로즈, <세상을 구하는 힘>의 저자 귀네스 크레이븐 역시 이 영화에 출연해 원전 찬성으로 자신이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마이클 쉘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

 

문재인 대통령이 6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고리 5·6호기 중단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선언한 이래, 마이클 쉘렌버거는 이 사안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외국 인사가 되었다. 75, 그를 비롯한 27명의 미국 저명인사들이 탈핵정책을 재고해달라는 서한을 보낸다. 이후 그는 조선일보 칼럼 기고(724)와 인터뷰(725)에 이어 공포의 값비싼 대가라는 63쪽짜리 한국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 보고서를 다른 저자들과 함께 발표(822)한 뒤 다시 자유한국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탈핵 반대 기자회견(823)을 국회에서 열었다.

 

<판도라의 약속> 영화에 출연한 그는 나는 반핵 가정에서 자랐으며 내 부모는 1960년대 히피문화 세대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탈핵을 내 가치로 받아들였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던 그가 생각을 달리하게 된 것은 환경운동가로 기후변화 문제를 천착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라고 밝힌다.

 

쉘렌버거의 주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정한 세()를 형성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으로 알려진 제임스 러브록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원전을 지지하고 있다. 쉘렌버거와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주도한 테드 노드하우스(Ted Nordhaus)2004년 발표한 논문 환경주의의 죽음과거 회귀에 집착하는 기존 환경운동을 비판하며 기술 진보와 결합된 새로운 환경운동을 주창한다. 그리고 그 기술 진보를 대표하는 것이 원전이다. TED 강연에서 쉘렌버거는 특히 진행파·토륨 원자로와 같은 4세대 원자로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할 뿐 아니라, 폐기물의 양도 극적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지난 822, 마이클 쉘렌버거 등 <환경진보>가 한국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 펴낸 63쪽짜리 보고서 공포의 값비싼 대가’(한국어판) 표지.

 

탈핵은 시대착오적인 주장?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쉘렌버거는 725일 한국에서 그린피스 활동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그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전 재앙을 담은 <판도라>라는 영화가 개봉했고, 500만명이 넘는 한국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 뒤 반핵 후보인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하며 그린피스가 영화를 재정적으로 후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린피스를 직접 지칭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적인 환경단체들의 이사회 회원 상당수가 석유나 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회사에 고용되거나 투자, 혹은 직접 연관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그는 원전 폐기와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체 주장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 업계의 이익을 포장한 그린워시(greenwash)에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에 대해 과학적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논쟁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방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 914, ‘환경진보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주간경향>의 질문에 그린피스 측이 보낸 답신이다. 그린피스 측은 영화 <판도라>를 재정지원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환경진보 측으로부터 관련 문의를 받은 적도 없다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에 대해 그린피스와 559명의 시민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69월이며, 이때는 <판도라>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이라고 밝혀왔다. 이른바 ‘LNG 업체 배후주장과 관련해 그린피스는 석탄·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원자력에 대한 대안으로 결코 보지 않으며,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주장한다석탄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덜한 LNG과도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린피스가 생각하는 진정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은 100% 재생가능 에너지라고 밝혔다.

 

4세대 원자로 기술이 개발되면 원전의 안전성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걸까. 탈핵 논쟁에서 이른바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원전 찬성 진영의 아킬레스 건이다. 핵발전 후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여전히 강한 독성 방사능과 붕괴열을 뿜는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방사능은 서서히 약해지지만 수백 종류의 방사능 중엔 반감기가 수십만 년 이상 지속되는 종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핵발전소에서는 다 쓴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에서 6(중수로) 내지 10(경수로)을 임시저장한 뒤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최종처분장으로 보내게 된다. 문제는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전 세계적으로 가동되는 곳이 현재까지 없다는 사실이다. 흔히 핵발전을 화장실 없이 지어진 아파트로 비유하는 이유이다. 이 문제는 쉘렌버거가 주장하는 소위 4세대 원전이 나오면 해결될까. 쉘렌버거가 폐기물의 양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다. , 재처리를 통해 다시 핵발전에 투입해 순환하면 찌꺼기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문제는 아직까지 그 주장이 현실에서 실현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 <재처리와 고속로>를 펴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교수의 말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20~40년이 지나면 상용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지도 벌써 40년째다. , 아직까지 실험실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주한규 교수의 말이다. “사실 억울한 것은 우리다. 탈핵이 이뤄지는 시점이 60년 후라고 하지만 그것은 현재 신고리 3·4호기가 60년 후까지 운행된다는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한국형 원전(OPR1400)의 사용연한은 40년이다. 당장 2027년이면 전체 에너지 구성비에서 원전 비율은 대폭 떨어진다. 부품설비, 원전 서플라이체인에 있는 업체들은 그 전부터 줄도산할 것이다. 탈원전 정책이 급격한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 올해 수능부터 원자핵공학과 지원자가 대폭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하는 찬핵·반핵 양 진영은 서로 자신이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지면에서 탈핵 끝장토론을 벌였던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소회 글에서 지난 대선 때 신고리 5·6호기 재검토를 주장했던 홍준표·유승민, 백지화를 약속했던 안철수 등 정치인들이 이토록 무책임하게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할지 몰랐다건설 중단 측은 시민단체나 활동가지만 건설 재개측은 원자력산업회의,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현대건설·삼성물산 등 원전산업계 기업들에다 원자력학회 교수 집단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수매체와 경제지들이 장외에서 여론 왜곡을 더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이런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지면 탈핵을 주장했던 시민단체들만 독박 쓰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양 진영 모두 우리에게 불리한 싸움

환경주의자이면서 원전에 찬성했다고 사기꾼 내지는 변절자라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반대 케이스에 해당하니.” 그린피스 장다울 캠페이너의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원자력연구소에서 평생을 근무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그 세대의 사명감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1965년 원자력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원자력이 수력이나 화력보다 비싼데 왜 하느냐’. 당시 원자력연구소 소장이 한 답이 이것이다. ‘현재는 비싸지만 앞으로 1970년대가 되면 원전 경제성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다.’ 당시엔 원전에 대한 투자가 최선까지는 아니었지만 현명한 투자였다. 지금은 재생에너지가 그렇다.”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스웨덴에서 재생에너지를 공부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웨덴에 말뫼라는 항구도시가 있다. 원래 조선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거기에 있던 골리앗크레인이 2003년 현대중공업에 단 1달러에 팔렸다. 수많은 시민들이 눈물로 크레인을 보냈다. 소위 말뫼의 눈물이후 스웨덴은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방향을 선회해 나름 성공했다. 사실 재생에너지 분야 중 풍력이 조선과 겹친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3사가 경기가 안 좋으니 그것부터 접었다. 기존 인프라를 풍력으로 돌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3면이 바다이니 해상풍력도 가능성이 컸는데.”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도 늦지 않았고 그런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의 원자력계가 커온 자부심을 인정한다. 그런 도전정신으로 커온 산업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그걸 다시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한편, <판도라의 약속> 판권 논란과 관련, 한수원 측은 “2014년 계약은 2016년 끝났고 올해 스트리밍이나 3분 이하의 편집은 공개 가능한 것으로 재계약했다유권해석이 필요하겠지만 스트리밍은 가능하다고 계약조건에 들어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국면에서 특정 입장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의 요청이 와서 자료를 제공한 것일 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등의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립유치원, 수차례 입장 뒤집은 끝에 '휴업 철회' 속사정은 917 한국경제

내부 혼선, 정부 압박, 싸늘한 여론

유아학비 인상 등 논의테이블 참여

"·공립 확대" 주장도수세 몰려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간담회를 열어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철회에 합의한 교육부와 한유총. (오른쪽 두번째부터 차례로) 유은혜 의원, 박춘란 교육부 차관,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 안민석 의원. / 사진=교육부 제공

 

사립유치원들이 18일 예고한 집단휴업을 철회하고 정상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주말 사이 수차례 입장을 뒤집으며 혼선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와의 휴업 철회합의는 지켰으나 여론의 역풍을 자초한 꼴이 됐다.

 

혼선 키운 사립유치원 '오락가락 행보'

최악의 보육대란은 피했다. 한유총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유총 소속 전국 지회가 18일 정상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정혜 이사장은 휴업, 철회, 번복 등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불편과 혼란을 끼쳐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주말 사이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지난 15일 오후 교육부와 만나 극적으로 휴업 철회를 결정한 한유총이 합의 결렬입장을 낸 것은 토요일인 16일 오전 새벽.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번복했다. ‘을 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학비 인상 등 합의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 교육부 고위관계자 발언을 문제 삼았다.

 

교육부는 집단휴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휴업 유치원에는 우선 감사를 벌여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원감축, 모집정지, 지원금 환수, 유치원 폐쇄 등 강도 높은 행·재정 제재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한유총 내 강경파로 알려진 투쟁위원회가 무기한 휴업도 불사하겠다며 맞불을 놨지만 거기까지였다. 한유총 지도부가 일부 강경파 의견일 뿐이라며 교육부와의 합의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오락가락 번복 사태는 일단락됐다.

 

3중고에 무너진 한유총목소리 통할까

한유총 내부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도부는 지난주 정부와 물밑 접촉을 시도한 끝에 휴업 철회에 합의했다. 정작 투쟁위는 이 내용 자체를 몰랐다. 한유총 투쟁위 관계자는 교육부와 합의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합의 결렬과 휴업 강행, 무기한 휴업 검토 등 강경 메시지는 투쟁위의 독단에 가까웠다. 대외적으로는 번복이었으나, 실은 내부 교통정리에 실패한 탓에 강경파와 온건파가 각자 입장을 냈던 것이다.

정부 압박도 사립유치원들에게는 부담이었다. 교육부는 유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강력 제재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간 단일 대오를 유지하던 사립유치원들이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열한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평이다.

 

싸늘한 여론까지 더해졌다. “사립유치원이 아이들을 볼모로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여기에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에도 사립유치원 학비가 체감할 만큼 낮아지지 않았다는 학부모들의 누적된 불만이 깔려있다. 박 차관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학부모들 여론이 휴업 철회를 이끌어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휴업 철회에 따라 일단 정부와의 논의 테이블은 차려진다. 누리과정 지원금 등 유아학비 인상 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수립시 사립유치원 참여 사립유치원 설립자 기여분 및 재산권을 감안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개정 등을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사립유치원 측은 상당 부분 협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생활고에" 두 딸 바다 빠뜨려 숨지게 한 주부 징역 7 매일걍제 9.17

딸들 안고 극단 선택"아이들 연유도 모르고 목숨 잃어, 피고인 죄 무겁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 어린 두 딸을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40대 주부에게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형사1(박준용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항소심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7년을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2일 오후 2시께 버스를 타고 딸 B(6), C(11)양을 동해안 한 해수욕장에 데려갔다. 아이들에게 통닭을 사주고 해변을 거닐며 투신할 장소를 찾다가 방파제 끝에서 바다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오후 7시가 넘어서자 "산책하러 가자"며 딸들을 방파제 끝쪽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이 "무섭다"고 하자 "엄마가 있잖아"라며 안심하도록 했다. 방파제 끝 테트라포드(다리 네 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에 이르자 한쪽 팔에 한 명씩 딸을 안고 수심 약 1.8바다로 뛰어들었다. 작은딸은 그곳에서 익사했다. 큰딸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틀 만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A씨는 목격자 신고로 구조돼 며칠 만에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생활고 등 때문으로 드러났다. A씨는 어려운 형편 등으로 남편과 자주 다툼을 벌이다가 2015년께 별거에 들어갔다.남편에게 받는 생활비는 아이들 학원비, 병원비로도 모자랐다. 통장 잔고가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날이 이어지고 각종 공과금도 체납하는 등 힘든 생활을 했다.

 

재판부는 "한창 꿈을 펼치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어린 딸들이 아무런 연유도 모른 채 어머니 손에 목숨을 잃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해 죄가 무겁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당시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우울증이 있었던 점, 남편과 별거 후 큰딸 소아 당뇨증 치료비와 생활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이런 선택을 한 점, 아이들 친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하며 피고인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 미사일 실전배치 vs. 트럼프 "산산조각낼 것" 917 프레시안

맥마스터 "막다른 골목에 봉착"

북한이 지난 15일 북태평양으로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IRBM)인 화성-12형에 대해 실전 배치 단계의 전력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인사들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1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쏘아 올린 화성-12형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됐다는 점을 공개했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기동성과 은밀성을 높였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모든 훈련이 이번과 같이 핵무력 전력화를 위한 의미 있는 실용적인 훈련으로 되도록 하고 각종 핵탄두들을 실전 배비(배치)하는데 맞게 그 취급질서를 엄격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무제한한 제재봉쇄 속에서도 국가핵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만큼 전 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화성-12형 발사 이후 기뻐하는 김정은(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 노동신문

 

이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자신이 계획한 바 대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이른바 '마이 웨이'(My Way) "이라며 국제적인 제재 움직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화성-12형을 실전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미사일의 최대 고도나 사거리, 대기권 재진입 여부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16일 미국 민간단체 '참여과학자연대'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박사를 인용, 화성-12형에 정밀 조종 유도 체계가 탑재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괌의 앤더슨 공군 기지를 정확히 타격하는 능력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올브라이트 박사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서도 "화성-12형 재진입체의 표면 최대 열소비율과 총괄 열 흡수율이 1km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했을 때의 절반 수준"이라며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역시 이번 시험을 통해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15일에 발사한 화성 12노동신문

 

트럼프 "적을 산산조각낼 것"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압박 정책을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양 정상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정권이 도발할수록 더 강화된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을 받게 돼 몰락의 길로 들어설 것임을 깨닫게 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이후 외교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15(현지 시각)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북한이 다시 한 번 주변국과 전 세계에 완전한 경멸을 보여줬다""미국의 첨단무기가 우리의 적들을 산산조각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 폭격기인 B-2를 배경으로 연설한 트럼프는 "우리가 가진 (군사) 옵션이 효과적이고 압도적이라는 점을 어느 때보다 확신하게 됐다"며 군사적 선택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역시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군사적 선택지가 없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겠다. 군사적 선택지는 있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군사적 방식이 "지금 우리가 선호하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맥마스터 보좌관은 "(국제사회가) 제재를 엄격히 이행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경제적 조치와 외교적 진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문제를 뒤로 미뤄왔고 이제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다"고 말해 군사적 선택이 머지 않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역시 "더 많은 (대북) 제재가 취해질 수 있다"면서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군사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것에 열려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그는 "북한에 대해 무역의 90%, 유류 공급의 30%를 차단한 이 시점에 안보리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다"고 말하며 군사적 대응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재차 암시했다.

 

30~40대 미혼여성 138만명의 그늘 917 주간조선

그들의 미래가 위험하다



일러스트 이철원


TV 화면 속에서 한 여배우가 푸른 산 아래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그림 같은 집 발코니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비혼(非婚)을 자처하는 여배우가 사는 1200(370) 전원주택이다. 화면에는 채광 좋고 천장도 높은 시원한 거실’ ‘~~ 주방같은 자막이 지나갔다. 또 다른 비혼여배우는 “7가지 넘는 운동을 하고 지낸다며 내내 체육관을 옮겨 다니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보급 몸매 종결자라는 자막이 지나가며 하나같이 늘씬한 20~30대 여성들이 몸에 들러붙는 운동복을 입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들이 받고 있는 운동의 수강료는 420만원, 3개월 54만원이다.

 

38살 서지은씨는 리모컨을 들어 TV를 껐다. “한때 유행하던 육아 예능 프로그램 보면서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기사를 많이 읽었는데, 지금 심정이 딱 그렇네요. 똑같이 비혼이라고 하는 저와 그들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하게 되기만 해요.”

 

요즘은 미혼(未婚)이라는 말 대신 비혼이라는 말을 쓴다. ‘미혼결혼하지 못했다는 뉘앙스가 강한 단어라면 비혼은 결혼하지 않음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주체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서씨도 외출해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비혼이라고 말하곤 한다. “아직도 너 언제 결혼하니라며 묻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러면 당당한 표정으로 나는 비혼주의자야라고 답하곤 해요.”

 

그러나 집에 들어오면 답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서씨는 25살 때 한 중형급 병원에 사무직으로 취업한 이래 병원 두 곳을 옮겨 다니며 사회생활을 계속해왔다. “34살쯤에 자궁에 근종이 발견돼서 수술하는 김에 회사도 그만뒀죠. 그때 연봉을 한 3000만원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퇴직금 1500만원 정도 나온 걸로 수술비 내고, 부모님과 유럽 여행 다녀오고, 영어학원도 다니며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30대 미혼여성이 구할 수 있는 직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서씨는 이전보다 조금 큰 규모의 병원 사무직으로 취직했다. 연봉은 그대로였다. 한때는 자유롭게 살려고 수원에 사는 부모님과 떨어져 직장과 가까운 서울 금천구에 원룸을 구해 살았지만, 결국 다시 수원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원룸 월세 60만원을 아끼고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살피기 위해서다. 대신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을 치른다.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해져요. 어찌어찌 모은 돈은 1억원 정도 되지만, 부모님 노후와 제 노후를 생각하면 넉넉한 돈은 아니에요. 부모님 노후는 제가 어떻게 챙긴다고 해도 저는 혼자 어떻게 늙어갈지 상상이 안 되네요.”

 

그렇다고 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특별히 하지 않는다. “38살까지 인연을 못 만났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나타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서씨에게 결혼하지 않아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건 30대 초반까지의 얘기였다. “결혼한 친구들은 저더러 즐기면서 사는 네가 부럽다고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보다 더 즐길 것이 없어요. 동호회 활동은 일시적인 거고, 여행을 가려고 해도 함께 갈 사람을 구하기조차 힘들죠. 주말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도 그뿐, 가족들끼리 아웅다웅 복작거리며 사는 것이 더 부러울 때가 있어요.”

 

우리 주변에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미혼여성의 얘기다. 미혼여성의 수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지만 여전히 미혼여성에 대한 인식은 극과 극, 단순하게 둘로 나뉘기만 한다.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아니면 좋은 직업에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화려한 골드미스’. 실제 평범한 미혼여성들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30~40대 미혼여성들을 주목해야 한다. 단순하게 보자면 이들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보다 관심받지 못한 30~40대 미혼여성의 미래는 결국 우리 사회가 20~30년 후에 맞닥뜨려야 하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미혼여성군()이 급증하는 노인층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짓누르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월급 200만원, 월셋집 전전

통계 자료부터 찾아보자. 통계청의 2015년 인구총조사 자료를 보면 30~40대 미혼여성은 1384047명이다. 10년 전만 해도 미혼여성의 수가 663513명에 그쳤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10년 새 2배 넘게 급증한 수다. 1995년과 비교하면 더욱 극적이다. 1995년 당시 30~40대 미혼여성은 247363명에 불과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30대 여성 3명 중 1, 40대 여성 10명 중 1명은 미혼일 정도로 미혼여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계층이 됐다.

 

대개 미혼여성이 늘어나는 이유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져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처음 미혼여성이 늘어났을 무렵만 해도 이 설명은 맞는 얘기였다. 그러나 셋 중 하나가 미혼인 상황에서 미혼여성=고학력·고소득등식이 무조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결과 중에 현재 일자리에서 미혼여성이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를 조사한 내용이 있다. 이에 따르면 미혼여성 평균 임금은 218.5만원이다.

 

미혼여성들이 어떤 일자리에 주로 종사하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미혼여성의 19.3%가 도·소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건이나 사회복지 서비스 일을 하는 미혼여성이 15.2%, 교육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미혼여성이 15.0%로 뒤를 이었다. 전문 자격증을 가지고 기술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드문 편이고,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여성도 4.7%로 적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일하고 있는 30~40대 미혼여성의 60%만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미혼여성의 직업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미혼여성들의 주거안정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와 동거 중이라는 30~45세 미혼여성이 65.2%에 달했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미혼여성이 어떤 형태의 집에서 살고 있는지는 통계청 인구총조사의 1인가구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해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30~40대 여성 1인가구의 20.1%만이 자가(自家) 주택에 살고 22.8%는 전세, 50.6%는 월세로 살고 있다. 전국 30~40대 가구주의 47.8%가 자가로 살고 25.1%만이 월세로 사는 것에 비춰 보면 월셋집 거주 비율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노후를 잘 준비하는 미혼여성은 많지 않다. 서울시가 40~50대 여성 1인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여성은 36.9%에 그쳤다. 노후 준비를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가 없어서’(81.2%)였다.

 

48살 전윤옥씨는 통계적으로 평균에 근접한 미혼여성으로 늙었다. 처음에는 간호사로 일하며 돈도 제법 모으고 행복한 싱글 라이프를 즐겼다고 했다. “25~26살에 결혼한 친구들은 다 저를 부러워했어요. 애 낳고 뒷바라지하다 보면 자신은 아줌마가 돼 가는데 저는 남자친구도 만나고 그 시절에 미국 여행도 다녀오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마흔이 넘자 전씨가 친구들을 부러워할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을 사고 자식들을 대학 보내고 남편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제가 부럽다고 말하는 일이 늘어났어요. 저는 그 무렵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남아 같이 살기 시작했거든요. 제 돈으로 산 아파트 하나만 가지고 늙어가는 어머니를 모시며 뒷수발 드는 일이 제 몫이 됐습니다.”

 

전씨의 여동생은 결혼하고 호주로 떠났다. 전씨의 오빠는 지방에서 명절 때만 상경해 인사드리곤 한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기에는 나이가 들어버린 전씨는 요양병원 두 곳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제 주변은 온통 골골거리는 노인들밖에 없어요.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죠.”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저는 혼자 남을 텐데 누가 저를 돌봐줄지 걱정이 돼요.”

 

나이 들수록 고단해지는 삶

통계 자료에서 보듯이 미혼여성의 삶은 나이가 들수록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해진다. 애초에 미혼여성의 수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이가 들수록 지출은 커진다. 상당수의 미혼여성이 부모와 동거 중이기 때문에 부모의 노후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독립하더라도 노후 준비는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혼자 벌어서는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혼여성의 노화(老化)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중년 미혼여성의 경제적 문제가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해 117일자로 보도한 비정규직·싱글 중년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실태라는 기사에서 여러 중년 미혼여성의 모습을 소개했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비정규직이었거나 정규직이었다가 여러 이유로 경력단절을 겪은 후 예전의 경제적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는 여성들이다. 이전까지 일본사회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중년 미혼여성을 사회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기사에서 책 르포 빈곤한 여성을 쓴 이이지마 유코씨의 말을 빌려 이 문제를 사회문제로 부각시켰다.

 

젊은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면서 미디어가 이들을 워킹 푸어(일하지만 가난한 사람)’ ‘넷 카페 난민(거주할 곳이 없어 PC방 등에서 머무는 사람)’으로 소개하자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혼 비정규직 여성이 느는 것은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여성이 일하는 방식은 비정규직과 저임금이 기본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미혼여성이 결혼하고 나면 배우자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해 문제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 미혼여성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보통 미혼여성을 보는 시각에는 미완성된 인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언젠가는 결혼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혼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노후를 맞게 될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혼여성들이 반드시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30~45세 미혼여성의 46%만이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나마도 40대로 가면 그 비중이 낮아져 25.4%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갑내기 친구인 40살 김근영씨와 조영은(가명)씨는 곧 다른 형태의 삶을 살게 될 예정이다. 조씨가 11월에 결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씨가 결혼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조씨의 연봉은 7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지금까지 모은 돈에 부모님이 보태준 돈을 합쳐 서울 시내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해 살고 있었다. 결혼할 조씨의 남자친구도 대기업에 다니며 100(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해둔 상태기 때문에 조씨의 아파트는 월세를 줄 예정이다. 김씨의 상황은 열악하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헤어진 이유 중 하나가 결혼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거였어요. 저는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고 남자친구는 계약직 기술자였거든요. 많이 노력했지만 결혼하면 더욱 빈곤해질 것 같으니 차라리 결혼하지 않고 혼자 몸이라도 잘 간수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여러 논문의 연구 결과를 보면 결혼 의향이 있는 여성의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다.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혼여성은 불안정한 노후를 염려하며 나이가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혼여성의 경제적 상황을 관찰하고 이들의 노후를 위해 정책적 배려를 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일이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미혼여성들이 받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은 거의 없다. 미혼여성들을 결혼시키는정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마다 늘어나는 미혼여성의 수를 외면하는 정책에 가깝다.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미혼여성이 의지할 만한 사회적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족에서 개인으로

미혼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적 지원은 어떤 것일까.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해 10월 가진 ‘1인가구 여성, 이기적 선택은 있는가라는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혼여성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 중에는 안정된 집을 갖는 주거 관련 정책과 더불어 공동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 관련 정책이 포함돼 있다. 또 지금껏 가족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던 사회복지 서비스를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성미산 일대를 중심으로 생겨나는 공동주택이나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 주택은 개인 공간이 있되 거실이나 마당 같은 공용 공간을 공유하면서 미혼청년들이 따로 또 같이생활을 즐길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이제 미혼여성의 삶은 우리 사회 다양한 삶의 모습 중 하나가 됐다. 성미애 한국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의 말이다.“현재 미혼여성들은 삶을 즐기고 있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이 큽니다. 제가 만나 본 미혼여성 중에는 고독사를 염려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어떤 삶의 모습이든 사회 속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보장을 받는 것, 이게 바로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이잖아요. 미혼여성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이제 미혼여성에게 필요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노동자대투쟁 30, 기로에 선 노동운동 919 주간경향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아우를 수 있는 노동운동의 방향 재정립 필요

 

198775일은 일요일이었다. 오후 3시가 가까워오면서 당시 울산 도심의 대표적 약속장소였던 주리원백화점 주변으로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백화점 옆 골목에 있는 한 디스코홀이 이들의 최종 목적지였다. 한낮의 텅빈 디스코홀을 채운 청년들은 현대엔진 노동자들이었다. 무대 위에는 현대엔진 노동조합 결성식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새로운 노동조합을 결성한 100명의 청년들과 1명의 참관인이 참석인원의 전부였지만, 이날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19877월부터 타오르기 시작해 8월의 절정기를 거쳐 9월이 되면서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기틀을 완성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막을 올린 것이다.

 

1주 전 6·29 선언을 이끌어낸 정치적 환경의 전환은 노동운동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훗날 노동자 대투쟁의 신호탄을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엔진 노조는 현대그룹 내 최초의 노조였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정공 등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노조가 잇따라 세워지고 노동운동의 불길은 울산지역을 넘어 부산과 마산, 창원 등지로 옮아붙었다. 그리고 이후 4개월 동안 전국으로 확대된 대투쟁은 400여개의 민주노조를 탄생시키며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노동운동이 시작될 기반을 만들었다.

 

당시 울산 공설운동장에 10만명에 달하는 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위력을 선보일 정도로 노동자들은 빠르게 결속했다. “머리를 기를 수 있게 해달라거나 안전화 신고 조인트 까지 마라는 등의 구호는 노동자들이 보인 힘에 비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이런 구호와 함께 나온 요구안 중의 하나가 상여금 차등지급 철폐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조차 없이 현장노동자라면 대부분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전혀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에 걸맞은 요구였던 셈이다. 인사고과에 따라 대우에 차등을 두는 고용주 측에 맞서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19879월 노동자대투쟁 당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울산공장 운동장에 모여 민주노조 결성과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극심해진 노동계층간 격차 문제

30년이 지난 현재, 노동계층 내부 격차는 노동운동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로 극심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노조를 따로 설립하는 정도를 넘어 사업장에 따라서는 반목과 적대가 일상화될 수준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술의 발달로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크라우드 노동자들처럼 새로운 노동과 노동자가 생겨나면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노동운동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데 있다.

 

노동의 비정규화가 유연화의 20세기 말 화법이라면, 노동의 탈노동자화는 유연화의 21세기 초 화법이다.” 민주노총이 9619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을 맞아 개최한 노동세계의 변화와 민주노조운동의 미래토론회에서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30년 동안 진행된 비정규화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닥쳐오는 새로운 노동 유연화의 위협에 대해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자리마저도 사라지고 오로지 건당노동력만 파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노동환경의 변화를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완전히 새로운 것만도 아니다. 소속은 되어 있지만 고용관계는 아니고, 지시는 받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업무건수별 계약관계는 곳곳에서 자리잡았다. 대리운전은 가장 가까운 예다.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이름은 노조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은 노조는 아니다. 전국 12개 지부에 1000여명의 조합원이 있지만 사측과의 교섭도, 단체행동도 할 수 없다. 노조는 8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조직변경 신고를 했지만 반려됐다. 정부가 대리운전과 같은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로선 전체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한 특수고용직과 같은 고용 및 노동환경이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는 이와 같은 변화는 노동계와 경영계를 막론하고 주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30년 전의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계의 모든 요구를 관철시킬 순 없었지만 곳곳에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일사불란하게 조직하기 시작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현재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게 만든다. 노동조합이 아예 조직될 수 없는 새로운 위협인 것이다. 김영선 연구위원은 일자리의 시대는 끝나고 오로지 일거리들로 채워진 시대가 도래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라며 위험은 일하는 개인에게 전가되지만 그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연대나 조직은 점점 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과 크라우드 노동 같은 변화가 다가올 위협이라면, 이미 한국 사회에서 뿌리 깊게 박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구분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위협이다. “19877~9월의 격렬한 투쟁의 결과 많은 기업에서 노조가 설립되거나 강화되었고 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노동자 한 사람을 뽑는 데 따르는 비용이 전보다 현저히 커졌음을 의미하므로, 기업들은 정규직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비정규직 확산은 애초 ‘1987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공회 경상대 교수의 지적이다. 물론 비정규직의 본격적인 확산은 그 10년 뒤인 1997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시작됐다. 그럼에도 1987년과 1997년 사이의 한국 사회는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를 낳게 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국대리운전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8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설립 신고서를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노동자대투쟁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

현 시점에서 노동계 내부의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조(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 논란이다. 금속노조는 자동차업계를 비롯해 중공업 등 금속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상급 산별노조다. 2015년 결성된 판매연대는 지난해 5월부터 금속노조에 가입하려 가입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속노조는 현재까지도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 판매연대는 현대·기아자동차를 판매하는 대리점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인 반면, 이들의 금속노조 가입을 반대하는 현대·기아 직영점 판매직 정규직들은 금속노조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현대차지부 등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 현장에서 대리점 소속 비정규직과 본사 소속 정규직은 판매실적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계가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면서 대리점제를 도입했고, 서로 다른 판매경로를 바탕으로 경쟁하게 된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판매 정규직 노동자들이 특수고용직 문제가 있는 대리점제를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데 맞서, 판매연대는 상급단체 가입요건을 다 갖췄는데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앞서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운동을 지지한 결과 정규직이 됐거나 정규직 자리를 지킨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진행한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바람으로 비정규직으로 남은 노동자 사이의 간극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결국 결론은 법정에서 가려질 공산도 있다. 판매연대가 서울중앙지법에 조합원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노조 집행부를 비롯해 판매 정규직 조합원과 판매연대 조합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논의기구까지 꾸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판매연대노조 관계자는 회의의 결론이 언제 날지 모르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법원에 문제를 넘긴다기보다는 금속노조가 하루 빨리 가입 승인을 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시간이 걸렸지만 회의를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어쩔 수 없이 소송에 나서기는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 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법원까지 가게 돼 안타깝다고 답했다.

 

현 정부의 친노동자 입장 활용해야

노동운동 내부에서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교적 노동계에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는 현 정부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보수정권 기간 동안 노동운동이 정부와 협상의 파트너로 자리잡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난 현실을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 등을 현재로선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고, 노사정위원회 구성과 인사에서도 노동계에 보다 가까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조건만 놓고 봤을 때는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 내부에서도 정부와 발걸음을 맞추는 문제에 대해 자칫하면 노동운동 자체의 동력을 키우지 못하고 종속적인 위치에 설 수밖에 없게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급 인사는 정치적인 해법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권과 비슷하게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더라도 어느 순간 타협하기 어려울 만큼 입장이 엇갈리는 때도 있을 텐데 그런 때의 교섭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내실을 다져놓는 것도 필요하다며 성급하게 협조 혹은 반대를 결정짓는 것을 경계했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이 점차 커져왔다는 점을 고려해 노동운동의 역할도 국가와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역할이나, 지난 30년간 꾸준히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쪽으로 이동해온 한국 사회 내부의 지향 변화를 봐야 한다는 것이 그 근거다. 국가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대신 노동운동이 앞장서 제도권 내에서 역량을 키워야 노동 유연화와 비정규직화 등 내·외부의 충격에 버틸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공회 교수는 국가의 경제적 의의와 위상이 높아진 상황은 노동운동으로 하여금 제도화에 대하여 좀 더 깊게 고민할 필요를 제기하는 것 같다노동운동의 제도화는 현재 3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왜소화되고 주변화되어 있는 노동운동으로서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시혼무한(詩魂無限) , 광마의 투쟁 한겨레21 1179

제자 김응교 교수가 본 인간 마광수

독보적 윤동주 연구로 일가 이뤘으나 관용 없는 사회가 몰아낸 심약한 주변인

 

20055<즐거운 사라> 이후 13년 만에 펴낸 신작 <광마잡담>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자신의 소설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냄출판사 제공

 

1984년 연세대학교 국문과에 신임교수가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인 박두진 교수가 떠나고 33살 젊은 교수가 온다니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그 신임교수에게 <희곡론>을 들었는데 연극사와 연극을 대하는 기본 내용을 배웠다. 수업 뒤 신임교수와 우연히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카페에서 노래한다니까 그는 카페에 와보고 싶다고 했다. 말만 그러겠지 했는데, 그는 정말 며칠 뒤 카페에 와서 한참 앉아 있다 갔다.

 

노래만 하지 말고 빨가벗고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 갖지.” 다음 수업 시간 전에 내게 엉뚱한 얘기를 하셨다. 재밌는 분이다, 학생들에게 정말 관심이 많은 교수구나, 라고 생각했다.

 

윤동주, 잘난 척하지 않는 문학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마광수 교수님의 저서 <상징시학>에 실린 논문들, 연구서 <윤동주 연구>를 읽었다. 그가 가볍게 볼 수 없는 학자임을 그때 알았다. 두 책은 지금도 읽어야 할 그의 대표작이다. 아마 이 정도로 계속 글을 쓰셨다면 그만치 비난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동주 연구>는 당시 다른 논문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인상 깊었다. 당시 윤동주 연구는 대부분 저항시인이니, 민족시인이니, 기독교 시인이니 뜬구름 퍼나르는 허황한, 논문이라기보다 주장이었다. 작품 한편 한편을 분석한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 교수님의 학위 논문은 윤동주 시 몇 편이 아니라, 당시까지 발굴된 모든 시에 나타난 별··하늘 같은 상징 등을 분류해 분석한 독보적인 연구였다. 가스통 바슐라르가 국내에 널리 알려지기 전, 자생적이고 역동적인 상징 연구였다. 외국 이론을 인용하기보다 텍스트 자체를 꼼꼼히 분석한 원전 실증주의 연구였다. 윤동주 시가 윤동주 시를 설명하도록 짜놓은 책이었다.

 

그가 윤동주를 좋아하는 것이 의아했다. 도대체 성의식을 수줍고 철저히 감추는 윤동주를 그 반대에 있는 그가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첫째 시의 핵심을 상징으로 보는 그의 미학에서 볼 때, 윤동주는 천상의 상징이나 보편적 상징을 가장 잘 이용하는 시인이었다.

 

무엇보다 잘난 척하지 않는 문학을 늘 강조하던 그의 문체 미학으로 보았을 때 윤동주는 들어맞았다. 그가 쓴 산문 윤동주 생각을 보면 그가 왜 윤동주를 좋아하는지 나온다. 마 교수님은 윤동주 문학을 이광수류의 계몽적 시혜주의와 다른 표상으로 보았다. 윤동주의 청교도주의와는 거리를 두면서 윤동주의 잘난 척하지 않는 문학을 좋아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윤동주의 표현 방식을 좋아했다. 윤동주 시의 핵심인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데까지는 마음으로만 공감했지 실천으로 함께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종이가 누렇게 변한 <윤동주 연구>를 나는 가끔 참조한다. 윤동주를 연구하고 싶다는 이들에게 세 명의 저자가 쓴 윤동주 연구서를 꼭 읽으라고 권한다. 오무라 마스오, 송우혜, 그리고 마광수.

 

대학원 면접시험을 볼 때 여러 국문과 교수님들이 앉아 계셨다. “국문과는 굶는 과라네. 왜 대학원에 입학하려 하나?” 신동욱 교수님의 이 질문에, 곁에 있던 마 교수님이 더 이상 면접할 필요 없다는 듯 두 문장으로 잘라 말했다. “이 학생은 대학원에 꼭 들어와야 합니다. 이 학생, 여러 가지를 할 줄 압니다.” 마 교수님의 강력한 추천에 다른 교수는 더 묻지 않았고, 면접도 거기서 끝났다.

 

다양한 시각, 불편했던 운동권 비판

 

19882월 연세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식날. 마광수 교수(가운데)와 흰 장갑을 낀 김응교 시인. 김응교 제공

 

마 교수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여기저기 강연 스케줄로 바빴던 것 같다. 월간 <문학사상>에 장편소설 <권태>를 연재하고 스포츠신문 등 여러 신문에 동시에 글을 쓰느라, 그의 책상에는 늘 원고지가 펼쳐 있었다. 그의 시집에서 도대체 마음에 드는 구절을 얻기 힘들었다. 표절까지 보여 실망스러웠다. 다만 그림으로도 그려서 남긴 한 구절은 그가 생각날 때마다 떠오른다. “태양빛이 너무 뜨거워 우산을 쓰니까 비가 온다.”

 

당시 마 교수님 수업은 큰 학교 강당에서 했다. 그의 조교에게 일이 생겨 내가 대신 들어가 좌석표를 따라 출석 체크를 한 적이 있다. ‘이게 무슨 수업인가하며 거의 1천여 명의 좌석을 확인했다. 그런 시대였다. 학생들과 밥이나 술을 먹으러 가면 밥값, 술값도 늘 마 교수님이 내셨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 시 오십 분저음으로 부르는 그의 가요 메들리는 괜찮았다. 무슨 뒤풀이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마 교수님의 서울 이촌동 집까지 함께 갔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밝게 울려퍼지는 겨울밤이었다. 요염한 미녀들이 이 방 저 방에서 나오지 않을까 야릇한 기대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상황은 전혀 달랐다. 그냥 땅콩에 고기에 맥주에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평범한 밤이었다. 거실에서 그냥 잠이 들었는데, 선생님이 덮어준 양털 같은 담요가 포근했다. 북엇국을 얻어먹고 너무도 평범하게 내 집인 듯 나왔다.

 

마 교수님의 대학원 수업은 자유로웠다. 창문 열어놓고 강의실에서 마 교수님과 맞담배를 피우는 선배도 있었다. 고인이 되신 하정일(원광대 교수) 형도 맞담배를 피웠던 이다. 성심리에 대해 발표하고 공부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페티시즘이며 사디즘 등을 처음 배웠다. <주역>,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고 프로이트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더욱 깊이 들어가 푸코 정도의 연구 성과를 내놓지 않으신 것이 아쉽다. 내가 <주역>과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공부를 시작한 것도 선생님 덕분이었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 이성욱 평론가는 마 교수 수업은 수업이 아니야, 그게 대학원 수업이냐, 그건 수업이 아니라 죄악이야라며 분노했지만 나에겐 가끔 의미 있는 내용도 있었다.

 

대학원 수업 때 마 교수님은 운동권 학생들이 영웅 심리에 젖어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참기 힘들었다. 이 상황을 참아야 할까. 그때 수업을 듣던 공지영이 선생님께 명확히 항의했다. 용기 있게 싸우듯이 지적했다. 마 교수님은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쉬는 시간에 공지영이 말했다. “대학원 그만두려고, 더 배울 게 없어.” 정말 공지영은 그 시간 이후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소설가의 길을 갔다.

 

수갑 차고 본 TV 속 교수님의 모습

석사 논문으로 시인 신동엽에 대해 쓰려던 나는 누가 심사위원이 되어줄까 염려했다. 신동엽을 시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시대였고, 나는 스티로폼 위에 엎드려 전두환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쓰곤 했다. “신동엽 같은 시인 연구하면 취직하기 어려워라며 쓰지 말라고 진지하게 권하는 선배도 있었다. 마 교수님은 내가 신동엽을 연구하겠다고 하자 선뜻 심사위원을 맡아주셨다.

 

지도하거나 조언해주지는 않았다. 그저 맘껏 쓰라고 하셨다. 신동엽 시인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연재소설을 쓰느라 내 논문을 볼 시간도 없었겠지만, 한편으로 나를 믿었다고 생각했다. 여러 번 맘껏 써봐라고 격려해주셨다. 그가 없었다면 신동엽을 연구한 내 석사 논문은 나오지 못할 뻔했다.

 

예감대로 1989년 나는 시국사범으로 감옥에 갇혔다. 신동엽 연구 논문을 끝으로 내 인생에서 학계는 끝일 줄 알았다. 수갑 차고 법정으로 가다 복도 끝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오락프로에 나와 예쁜 여자 탤런트 곁에서 해맑게 웃는 마 교수님을 보았다. 그는 이제 스타구나, 까마득히 멀리 떨어져 보였다.

 

내가 석방돼 사회에 나왔을 때, 마 교수님은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1991)8만 부가 팔렸지만 곧 외설 시비로 법정에 올랐다. 여주인공 즐거운 사라가 교수와 자유로운 성생활을 하는 이야기였다. 소설적 상상력이었지만 그저 재미로만 읽을 수 없었고, 몇 페이지 넘기다 불쾌하고 불편했다. 왜 내가 이걸 읽어야 하지? 아직도 민주화는 멀었는데 그는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마 교수님이 주장하는 성의 자유나 지식인의 위선 문제에 동조하기 어려웠다. 얼마 뒤 그는 강의하다 체포돼 감옥에 갇혔다. 이 과정에서 나는 방관자일 수밖에 없었다. 면회라도 갔어야 했는데 안 갔다. 방관자를 넘어 인간으로서 죄송하다.

 

윤동주나 신동엽이나 김수영을 좋아하는 나야말로 마 교수님이 싫어하던 위선적 먹물일 텐데 기억해주셨다. 오랫동안 섬나라에 살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멀리 있는 나 같은 놈이야말로 밥맛일 텐데, 그는 한번 놀러 오라고 가끔 전화를 주셨다. 그게 아직 이해되지 않는다. 외로워서가 아닐까. 혹시 심심해서 전화번호부에 문득 보이는 사람들에게 전화 건 것은 아닐까.

 

30년 만에 나눈 반갑고 긴 대화

 

마 교수의 그림(오른쪽). 김응교 제공

 

마 교수님이 서울 홍익대 근처 어느 갤러리에서 광마전을 할 때 우연히 근처에 있다가 동석했다. 그는 기자들이 많이 오기를 바랐다. 기자들이 열댓 명 왔지만 주요 신문의 기자들이 안 왔다며 약간 서운해했다. 그는 신간을 내면 나에게 자주 보내주셨다. 그때마다 그림엽서를 보내주거나, 시혼무한(詩魂無限)이라고 멋지게 써서 보내주셨다. 그림엽서 중 윤동주의 시 십자가를 쓴 엽서를 보면 마음이 쓰리다.

 

그가 감옥에서 나온 지 10년도 안 돼 이 땅은 포르노로 채워졌다. <즐거운 사라>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구닥다리가 됐고, 이제는 손가락 몇 번 클릭하면 눈앞에 포르노가 펼쳐지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로 변했다. 그저 야한 소설을 써서 팔아먹은 상업적 에로티시즘의 전위로도 비난받던 그는 아예 잊혀갔다.

 

마 교수님은 윤동주가 어느 계파나 유행에 연연하지 않았다며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 했다. 그런데 그는 지독한 고독을 견디지 못했다. 늘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분이었다. 약하디약해 교수직을 던지고 치고 나가는 투사가 되지 못한 섬약한 그를 지지하는 계파는 없었고, 작가는 몇몇뿐이었다.

 

감옥에 갔다와서 그에게 우울증이 생겼다고들 신문에 많이 나오는데 사실은 다르다. 감옥에 갔다왔기에 우울했다는 흔적을 사석에선 별로 보지 못했다. 수감 경험은 그에게 그럭저럭 견딜 만한 불편이었다. 자신을 쓰러뜨린 울분(鬱憤)의 원인은 같은 학과 내에서 겪었던 아픔이라고 그는 여러 번 말했다. 믿었던 관계가 공포로 다가오자 그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수년 전 마 교수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찾아뵈었는데 생각보다 빈객이 많지 않았다. 동문들이 전날 왔다갔는지, 나는 홀로 한참 앉아 있었다. 장례식 뒤, 몇 년 지나 그가 염려돼 집에 찾아갔다. 우울증이 심했다. 베스트셀러를 냈던 분인데 삼류작가인 내게 책 낼 출판사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이젠 내 책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내겠다는 데는 신생 출판사들이야.” 그의 눈밑 그늘은 더 깊어졌고 쓸쓸해졌다. 그는 담배를 끊임없이 태웠다. 어떨 때는 입에 두 대를 물고 있듯 갈아 피웠다. 그즈음 먹는 알약이 가득 든 병과 약봉지도 여기저기 있었다. 밖에서 식사를 모시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둘만 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더 이상 그에게 가지 못했던 것 같다.

 

2016KBS에서 윤동주 스페셜 방송을 만든다 하여, 마광수 교수님을 꼭 인터뷰하라고 담당 PD에게 말했다. 마 교수님께 전화해 방송사에서 윤동주 스페셜 인터뷰를 하러 간다니까,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한번도 마음 열고 대화할 수 없었는데, 윤동주를 얘기하며 비로소 30여 년 만에 반갑고 긴 대화를 했다. 윤동주만이 그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접점이었다. 가끔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교수님 얼굴이 전화기 저편으로 환하게 떠올랐다.

 

성추행 따위랑 거리 먼 순한 분

마광수 교수님께 사랑과 격려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는 늘 남을 격려하고 잘해보라며 웃었다. 제자들이 어디에 취직했는지 비정규직인지 늘 염려했다. ‘즐거운 사라처럼 학생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 일이 있었을까. 상상으로만 성의 자유를 판타지로 썼지, 실제 성추행 따위랑 전혀 거리가 먼 순한 분이었다. 늙어가면서 그의 작고 말라가는 가벼운 몸은 우울로 채워졌다. 관용이 없고 닫힌 이 사회가 몰아낸 주변인, 그는 학내에서 겪은 실망으로 무너지고 적은 연금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마 교수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의 덕에 윤동주와 신동엽 시인 연구에 다가갈 수 있었다. 나의 윤동주 연구와 신동엽 연구의 첫 갈피에는 마 교수님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장례식에 늦게까지 남아 있던 많은 사람들은 나처럼 그에게 얻은 은혜를 뒤늦게 깨달은 사람일 것이다.

 

상처받은 자유주의자를 위한 진혼가

솔직함 전면 내세운 도발적 글로 세상과 불화했지만

남근주의적 투사와 거리 멀었던 한 전복적 로맨티시스트를 보내며

역사는 이상하게도 투사보다는 유약하지만 솔직한 사람을 한 시대의 상징적 희생물로 만드는 일이 많다. 윤동주는 바로 그러한 역사의 희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일제 말 암흑기, 우리 문학의 공백을 밤하늘의 별빛처럼 찬연히 채워주었다.”(마광수, ‘윤동주 생각’)

 

200812월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을 때, 윤동주라는 이름에 마광수를 대입해 읽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10년이 흐른 오늘, 마광수에 대한 호오를 떠나 그가 한 시대의 상징적 희생물이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 글은 유약하지만 유독 솔직했던, 똑똑하지만 어리기만 했던 희생자에 대한 제의’(祭儀).

 

속박과 굴레를 못 견딘 천생 반골

<가자, 장미여관으로> <즐거운 사라> 등을 쓴 외설적 성애작가로만 기억되지만, 엄밀히 말해 그는 개인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믿은 자유주의자였다. 그에게 섹슈얼리티는 주류 질서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는 무기였다.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적인 세상을 천박한 언어로 기만하고 조롱한 그는 속박과 굴레를 못 견딘 천생 반골이었다.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학적·자기부정적 이미지를 부끄러움의 정서라는 관점에서 탁월하게 밝혀낸 논문(‘윤동주 연구: 그의 시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을 중심으로’)으로 1983년 연세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홍익대 국문과 교수 신분이던 젊은 국문학도의 앞날은 창창해 보였다. 이듬해 33살의 나이로 모교 연세대 교수에 임용되면서 그를 괴롭힌 오랜 가난도 눅일 수 있었다.

 

마광수는 박두진의 추천으로 등단해 1980<광마집>을 펴낸 시인이었다. 1989<문학사상>에 장편소설 <권태>를 연재하고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후속작인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잇따라 펴내며 본격적으로 야한작품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도덕적 엄숙주의에 빠져 있던 당시 한국 사회에서 사랑은 관능적 욕망 자체이며 인간의 행복은 성욕 충족에서 온다는 발칙하고 자유주의적인 그의 성담론은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보수언론은 물론 여성계와 진보 진영에 이르기까지 좌우 양쪽에서 변태 교수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를 지지한 이는 거의 없었다. 또 다른 외로움의 시작이었다.

 

공화국의 번호판만 갈아끼운 유사 파시즘 시대에 문학은 상상력의 모험이자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믿을 만큼 나이브했기 때문일까. 마광수는 자신의 표현대로 수구적 봉건윤리의 척결을 멈추지 않았다. 1991년 제자와 대학교수의 파격적인 섹스와 동성애 등을 다룬 소설 <즐거운 사라>가 나왔을 때, 그는 이 문제작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것을 예감하지 못했다. 한국 사회의 이중적 성의식에 전복적인 질문을 던진 이 책은 결과적으로 윤리와 도덕으로 치장한 기득권 세력의 반격을 야기했다. 천재의 괴팍함은 용인되지 않았다.

 

믿었던 동료 교수들에게 받은 폭력

19921029, 너무나 쉽게 성을 사고파는 성매매의 천국에서 노골적으로 성을 이야기했다는 죄(음란문서 제조·반포 등의 혐의)로 그는 구속됐다. 그를 기소한 건 1만 권의 책을 읽었다는 문청 출신 검사였다. 음란물과 관련해 작가가 구속된 건 처음이었다. 1960년대 작가 염재만과 박승훈이 음란물 제조 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불구속인데다 각각 1심에서 벌금형에 그쳤다. 염씨는 2심과 3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박씨는 벌금형으로 교수직을 유지한 데 반해, 마광수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근엄한 사법부는 그에게 적의를 거두지 않았다. 1995616일 대법원은 그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지었다. 같은 해 88일 연세대는 그를 면직했다.

 

한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감옥 속 마광수는 1990년대 한국 사회의 치욕이자 복이다. 그것이 치욕인 것은 그를 감옥에 가둘 만큼 한국 문단과 지식인 사회가 허약하고 비겁했다는 점 때문이고, 복인 것은 감옥 속 작가로 인해 당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야만 시대인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화 사건 이후 그의 문학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율성은 늘 자기검열에 시달렸다. 감옥에서 나온 그를 기다리는 건 시간강사라는 신분과 울화병이었다. 복직(1998)과 재임용 탈락(2000)을 거치며 우울증은 더 심해졌다. 연세대 국문과 정교수로 복직한 2005년 그는 책 4권을 연이어 펴내며 재기에 나섰다. 마광수는 당시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우울증을 앓았냐는 질문에 감옥 갔다 온 뒤에도 앓았고 2000년 재임용 탈락 파문 때도 앓았다. 우울증 있으면 책 내기도 귀찮아진다. 또 걸릴까봐 공포심도 생긴다. 사실 이번 소설은 하나도 안 야하다. (웃음) 내부 검열이 자꾸 생기는 게 정말 두렵다고 했다.

 

솔직함을 전면에 내세운 도발적 글로 세상과 줄곧 불화했지만, 사실 그는 헌걸찬 반골보다 소심한 약골에 가까웠다. 체력장 점수가 형편없어 서울중학교에 낙방하고 대광중학교에 진학한 일, 재임용 과정에서 믿었던 후배 교수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들으며 쫓겨날 때 대거리조차 못한 일,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해 문인 단체나 어떤 패거리에도 적을 두지 않은 것, 인사하는 학생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답례했다는 일화를 보면, 그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남근주의적 투사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강퍅한 시대를 살기에는 너무 순진했고 불의한 세상을 견디기에 그는 너무 문약했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국문과에서 내쳐지며 동료와 후배 교수들에게 받은 폭력이 남은 생을 결국 파멸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사실 마광수 작품의 문학성을 논할 깜냥이 내겐 없다. 다만 문학을 쾌락주의와 경향주의로 나눌 때 마광수 문학은 말 그대로의 쾌락주의를 극단까지 추구한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논란이 된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면 거기엔 <플레이보이>를 보고 수음하던 몽정기 무렵의 소년이 있다. 극한의 고통이 극한의 쾌락이라고 본 사드와 바티에유 등의 하드고어보다 <펜트하우스>류의 하드코어만 즐비하다. 묘사 수위가 높다는 <권태><즐거운 사라> 그 어느 대목도 지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야동에 비해 결코 세지 않다.

 

물론 마광수 작품이 한낱 성애소설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반박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세상엔 우아한 소설도 필요하고 추잡한 소설도 필요하다. 더럽고 불결한 것이 거세된 사회는 파시즘 세계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기되 훈육하지 않는 문학이 좋은 문학이라 믿은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마광수라는 이름이 음란이란 괄호와 편견의 너울에서 벗어나 헨리 밀러나 장 주네처럼 나름의 합당한 평가를 얻을 날은 올까.

 

나잇값 거부하고 갑자기 죽기 택한다던

여기서 물어야 한다. 누가 더 변태인가. 문학을 배설이라 보고 자신의 상상을 소설로 써 자위한 마광수가 변태인가. 위계를 이용해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들이 변태인가. 마광수의 도움으로 연세대 교수가 된 뒤 그를 내쫓고 이에 항의하는 대학원생마저 쫓아낸 동료 교수가 변태인가. 과연 누가 더 변태적인가.

 

그럼에도 광주가 피로 물든 1980<광마집>이라는 사변적이고 감상적인 시를 분만해냈다는 점은 마광수의 시가 퇴폐적 서정성에만 머물렀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그의 자유주의에는 정치적 변화 없이 성의 자유만 구가됐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왜곡된 여성관을 가졌다는 점도 그를 온전히 지지할 수 없는 이유다. 그의 비극적 죽음 뒤 쏟아지는 추모의 말이 위선적이라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본디 장례는 망자가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것이다. 그를 나 몰라라 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나잇값을 거부하고 갑자기 죽기를 택하겠다던 전복적 로맨티시스트를 보내며 마광수의 시로 진혼가를 대신한다. “자살자를 비웃지 말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는 가장 솔직한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자살자를 위하여’, 1979) 학부 시절 그의 소설을 훔쳐 읽고 수업을 도강했으면서도 먼저 다가가 인사 한번 못 드린 수줍은 성정이 밉다.

 

탈원전의 길 찾기](5)고리, 원전·인구 밀집도 높아후쿠시마보다 41배 더 위험918 경향

세계 최다 원전 밀집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다수호기(한 장소에 여러 원전을 짓는 것)의 위험성을 잘 보여줍니다.”

 

15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만난 원자력 정책 전문가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원전이 한 부지에 많이 몰릴수록 위험은 배가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쓰나미에 의한 전원 상실로 총 6기 가운데 3기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렸고 4기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장 교수는 전력수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된다면 원전 밀집도가 더 높아지면서 인근 주민의 사고 위험 노출 가능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보적인 원전 밀집도

신고리 5·6호기가 추가로 건설되면 고리 부지에는 사용후핵연료가 남아 있는 고리 1호기를 포함, 모두 10기의 원전이 자리하게 된다. 그야말로 원전단지가 형성되는 셈이다. 반경 3안에 10기의 원전이 밀집한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전체 발전용량을 국토 면적으로 나눈 값인 원전 밀집도가 한국은 0.240이다. 프랑스(0.120)나 일본(0.111)의 두 배 수준이다. 영국(0.043), 미국(0.011)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원전이 다수 밀집돼 있는데 주변 인구까지 많으면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상당히 커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고리 원전 반경 30이내 인구는 약 340만명이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이내 인구는 17만명으로 20배 차이가 난다. 전 세계에서 원전이 6기 이상 몰려 있는 단지 중에서 주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원전단지의 발전용량이 크다는 것은 방사선 방출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고리 원전 주변에 사람이 많이 살다보니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후쿠시마보다 더 큰 피해를 부를 것이란 전망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원전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호기별로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아 동시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적다고 한다. 지진에도 끄떡없게 설계됐다고도 한다.

 

하지만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뿐만 아니라 홍수, 낙뢰, 테러, 전쟁 등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일한 외부 송전선로가 끊어져 냉각기능을 상실하는 일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2000년 이후부터 자연재해 등이 다수호기에 영향을 준 사고는 26건에 이른다. KINS다수호기 간 공유하고 있는 계통과 구조물이 있다면 다수호기 사고 가능성은 증가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보다 41배 위험성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발전용량과 반경 30내 인구수로 잠재적 위험성을 분석했을 때 고리 원전의 위험성은 3.9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의 잠재적 위험성은 0.094였다. 고리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41배는 더 위험하다는 결론이다.

 

만일 고리 1호기를 제외한 원전 9기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요인으로 모든 원전이 자동 정지하게 되면 전력망 전체가 끊어지는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원전이 동시에 멈추면 최초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최소의 전력공급도 불가능해 복구에 일주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블랙아웃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원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터졌을 때 인근 주민들의 대피 대책도 현재로선 완벽하게 나온 게 없다. 원자력안전연구소에서 만든 대피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시민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고속도로가 꽉 막히는 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은 허구가 아님을 보여준다.

 

연구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고리 원전 반경 20내에 있는 부산, 울산, 경남 양산시 등 3개 지역 인구 170만명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인 반경 20밖으로 대피하는 데 22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이다. 대피가 늦어진 것은 차량 정체 탓이다. 연구소 측은 “KINS가 방사성물질 확산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지자체나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도로망 확충뿐만 아니라 지역별 대피경로와 최적 대피경로의 선정, 주기적인 대피훈련, 최적의 구난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격납건물 기능이 상실돼야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는데 국내 원전은 격납건물 두께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약 5배로, 방사성물질 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원전 보유국들은 후쿠시마 사고 후 다수호기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엔 다수호기의 안전성 평가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이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떠나 한국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 적합한 안전성 평가 체계를 신속히 마련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료 1g으로 석유 8t 에너지 한국이 주도하는 인공태양918 중앙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핵융합발전

지난달 29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카다라슈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사현장. 두께 1.5m의 콘크리트 벽이 철근을 촘촘히 꽂은 채 지름 30m의 원을 그리며 지상 4층 높이까지 올라갔다. 높이 60m가 넘는 타워크레인 3대가 분주히 자재를 실어 나른다. 거대한 콘크리트 원통 모양의 구조물 아래는 핵융합실험로의 일종인 토카막이 들어갈 자리다. 공사현장 인근엔 한국에서 갓 도착한 진공용기 등으로 실험로를 조립하는 공장이, 그 오른쪽엔 실험로에 냉각재로 들어갈 영하 268도의 액체 헬륨을 만드는 세계 최대 공장이 들어섰다. 축구장 60개 규모인 60(18만 평)의 부지에 건설 중인 핵융합실험로 외에도 회원국에서 파견된 800명이 근무하는 ITER 국제기구 본부와 연구동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인이 실험로 기술·운영 총책임

초전도체 등 핵심부품 10개 한국산

핵융합발전은 궁극의 에너지로 불린다. 연료는 사실상 무한하며 발전은 친환경적이다. 핵융합발전의 연료 중 하나인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삼중수소는 리튬을 이용해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핵융합연료 1g은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전기료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불러일으키는 온실가스와 같은 공해로부터도 자유롭다. ()’ 하면 방사능 물질과 폭발 등 위험을 연상케 하지만 핵융합발전은 원자력발전과 달리 안정적이며 방사능 물질도 거의 나오지 않는 사실상의 청정에너지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대표적 난제(難題)인 에너지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탈원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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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국제 공조 기술 개발만큼 난제

세계 주요 국가가 힘을 모아 ITER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이유다.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평화적 목적의 핵융합에너지를 개발하는 국제 프로젝트 제안이 나왔다. 핵융합기술이 개별 국가의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실현이 어려운 거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산하에 ITER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2007년 유럽연합(EU)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인도·한국 등 7개국이 참여한 ITER 국제기구가 탄생했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6ITER에 가입했다. ITER 건설공사는 2010년 시작해 2025년 완공된다. 이후 실험을 시작해 2035년에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의 열출력을 내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55년이면 실제 발전을 할 수 있는 첫 핵융합로가 가동될 것이라는 게 ITER 측의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은 저마다 핵융합 실험장치를 건설해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과 경쟁을 같이하고 있다한국은 ITER의 핵심 회원국이다. 전체 예산 중 9%(연간 700~800억원)를 한국이 분담한다. 진공용기 본체와 초전도체 등 핵심 부품 10개도 한국이 공급한다. ITER를 이끄는 사무총장은 프랑스인이지만 ITER 운영과 기술을 책임지는 사무차장은 이경수(61) 박사다.


한국은 ITER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 우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래 에너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산업체의 기술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이외에 과학기술 강국 입지 확보와 고급 인력 양성, 온실가스 대처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이 박사는 지난 세기 인류가 의존해 온 화석연료는 지구를 오염·파괴시켜 왔고 태양광이나 풍력도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폭발이나 방사능 오염, 지구온난화의 문제점이 없이 대량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궁극의 에너지가 바로 핵융합발전이라고 말했다.

 

새벽에 보초 서다 관사 앞 소나무숲에 묻었다 918 경향

5·18 계엄군 진술 사실확인한 군 문건 발견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교도소 내에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공수부대원의 진술이 기록된 문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교도소 내에 시신을 직접 암매장했다는 공수부대원의 진술을 사실로 판단해 기록한 군 내부 문건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17일 입수한 광주교도소 사체 암매장 신고상황 종합 검토보고라는 군 문건에는 5·18 당시 3공수여단 소속으로 광주에 투입된 이모씨의 증언과 군이 이를 사실로 검증한 내용이 적혀 있다. 광주교도소 내에 시신을 직접 묻은 공수부대원의 진술이 확인된 만큼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됐다. 문건은 19891‘511분석반이 만들었다. 1988년 국회 5·18청문회를 앞두고 511일 당시 보안사가 주도하고 국방부·육본·합참·한국국방연구원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20여명의 비공개 조직이 511분석반이다.

 

5·18 3공수 11대대 소속이었던 이씨는 19891월 당시 평화민주당을 찾아가 교도소에 직접 암매장했다고 제보했다. 511분석반은 곧바로 이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신고 내용’ ‘탐문 결과’ ‘분석8개 항목으로 나눠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씨가 시신을 매장한 상황은 신고 내용에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다.

 

문건에는 “521일 오후 5시쯤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 철수 시 부식 냉동차에 싣고 온 시위대 40여명을 교도소 창고에 집단 수용. 522일 새벽 이들 중 중상자 4명이 죽어 있는 것을 부대 상관이 보초를 서고 있던 신고자(이씨) 4명에게 매장하라고 지시. 시체를 리어카로 운반, 교도소 구내 관사 앞 소나무숲에 묻었고 교도소 창고 앞마당 가마니에 방치되었던 피 흘리는 시체 1구를 같은 장소에 추가 매장했다고 기록됐다.

 

511분석반은 이씨의 부대원을 상대로 검증에 나섰다. 분석반은 당시 3공수 11대대 이모 주임상사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전남대에서 철수 시 검거한 시위대를 교도소로 이송했고, 다음날 아침 중상자 수명이 사망해 교도소 구내 숲속에 가매장했다고 기록했다. 매장 시체의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는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교도소 연행자 중 사망자를 계엄군이 구내에 가매장했다가 철수 이후 교도소 측에서 발굴 처리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가매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공수부대가 사망한 시민들을 병원 등으로 옮기지 않고 몰래 묻었다는 사실을 군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3공수는 1980521일 오후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옮겨 524일까지 주둔했고, 교도소 내에서는 계엄군이 철수한 직후인 1980530일 광주시에 의해 묻혀 있던 8구의 시신이 수습된 적도 있다. 당시 교도관이 최근 암매장지로 지목한 세 곳 중 한 곳도 관사 앞 비탈길이다.

 

정수만 5·18유족회장은 “3공수가 주둔했던 옛 광주교도소 안팎에서는 실제 암매장이 이뤄졌고 제보도 여러 건 있다면서 최근까지 교도소로 사용되면서 37년 동안 주변이 크게 바뀌지 않은 만큼 이번에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5·18과 관련해 행방불명자로 인정된 사람은 82명에 이르며 이 중 6명만이 유전자분석을 통해 시신을 찾았다.

 

국정원 ‘MBC 장악깨알지시노조 자판기 운영권 박탈 918 한겨레

문화방송 장악치밀한 3단계 공작

1단계, 김재철 체제 굳히기

손석희 비호” “종북 좌파 성향

국장·부장급까지 일일이 분석

눈엣가시 프로그램도 퇴출시켜

2단계, 노조 무력화

노조 위원장 교체 기획하고

자판기 운영권 박탈깨알 지시

3단계, 소유구조 개편 논의

민영화해 1공영 다민영으로계획도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여는 동안 한 시민이 이들을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MB국정원, KBS·MBC 간부사찰·퇴출방송장악총지휘

2010방송장악문건 입수

국장급 간부 전원교체·‘건전성향 인사 전진배치 등 주문

좌편향·프로그램 리스트 작성피디·작가까지 교체 강조

어용 노조위원장 지원 등 노조파괴 방안까지 상세히 제시

상당수 내용 방송사 사찰 정황문건은 모두 원세훈 보고

 

MB국정원 심리전단의 민낯유치하고 조잡한 우경화 여론몰이n 916 국민

저급한 어휘·악의적 이미지DJ 등 전직 대통령까지 조롱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외곽 댓글부대원이 극우 성향 인터넷 카페에 올린 사진들. 김대중 전 대통령(위쪽),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가운데), 법원·언론(아래쪽) 등을 헐뜯는 전방위적인 댓글 공작이 벌어진 정황을 보여준다. 인터넷 카페 캡처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과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외곽팀이 유포한 게시물의 조악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국가기관의 공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유치하고 악의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인사들은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댓글 공작의 표적이 됐다.

 

국정원 외곽팀의 한 댓글 부대원은 2011년 극우 성향의 인터넷 카페에서 100여건의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했다. 국정원이 제작한 여론조작용 합성사진을 퍼뜨린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일컬어 한반도 서남부에 위치한 즐라인민공화국 슨상교도들이 일으킨 무장폭동을 김미화해서 부르는 용어라며 김 전 대통령, 블랙리스트 방송인 김미화씨 및 특정 지역을 노골적으로 폄훼했다. 김 전 대통령이 웃고 있는 모습에 “13억 짱깨들도 인정하는 글로벌 찐따라고 적은 사진도 올렸다. 당시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추진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기부왕이라고 조롱한 그림도 있었다.

 

이 댓글 부대원은 20092010년 또 다른 극우 성향 인터넷 카페에서는 당시 야당과 야권 인사, 진보 성향의 언론과 문화예술인을 향해 삼청교육대가 부활해야 한다’ ‘쿠데타가 일어나야 한다등 과격한 표현을 거침없이 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사진을 올리면서는 지금 시점에 이 나라에 가장 필요한 지도자라고 적었다.

 

15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 댓글 공작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동시에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민간인 댓글부대와 손잡고 이런 게시물을 확대 재생산한 것으로 보고 진상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심리전단이 제작·유포한 나체 합성사진으로 피해를 입은 배우 문성근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합성사진으로 피해를 당한 배우 김여진씨는 트위터에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킬킬대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 기관의 작품이라고요라고 반문하며 그 추함의 끝이 어딘지 똑바로 눈뜨고 보고 있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언론이 민중이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이유 917 미디어오늘

[뉴스사용 설명서 (8)] 손석춘 건국대 교수, “중산층 이데올로기 대변, 공영방송과 진보언론도 다르지 않아

전날 그만둬도 다음날이면 취업할 수 있는 고졸 청년들과 지역에 남았다는 이유로 패배감을 안고 사는 지역 대학생들의 문제는 (그동안 언론이) 다루지 않았다.” 지난해 경향신문 이효상 기자가 미디어오늘 기고를 통해 밝힌 연재기사 부들부들 청년들기획 배경이다. 진보언론이 간간이 다룬 청년문제 기사에서조차 수도권 유명대학 출신만 청년으로 대표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 언론은 누구를 대변하고 있을까?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3일 저널리즘학연구소와 미디어오늘이 공동주최한 뉴스사용설명서세미나에서 언론이 중산층을 대변하고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석춘 교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간부급 기자들이 많은 관훈클럽 조차도 한국 언론이 중산층을 소비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면서 이는 광고와 관련이 있다. 구매력 있는 독자를 확보하는 게 언론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석춘 교수는 신문시장의 독과점인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물론 방송시장의 독과점인 지상파 방송사의 평균 연봉은 중산층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중산층을 대상으로 중산층이 만드는 뉴스가 과연 시민을 위한 뉴스일 수 있을까? 이 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관훈클럽이 낸 ‘21세기 한국 언론의 좌표보고서는 한국 언론은 중산층을 주된 소비자로 상정하고 있는 한편 언론인 자신들도 중산층에 편입되어 있어 주로 중산층의 의견을 대변하고 그들의 이익을 옹호한다그 결과 자연스럽게 소수 계층의 의견과 이익은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날 주죄측이 정한 발표 주제는 시민을 위한 뉴스사용설명서였으나 손석춘 교수는 시민이라는 단어가 갖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 건물을 만들고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만든 노동자, 그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외면당해온 농민, 자영업자, 청년실업자,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 등. 이들을 시민과 국민이라는 단어로는 아우를 수 없다.”

 

손석춘 교수는 민중이라는 용어가 적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왜 굳이 민중이라는 단어를 써야 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는데, 시민이라는 말은 경제적인 개념을 포함하지 못 한다면서 시민이라는 단어 사용에 노동자와 농민, 청년실업자 등을 배제하려는 논리가 작동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민중이라는 단어는 널리 쓰였다. 손석춘 교수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아일보 기자윤리강령을 만들 때 편집담당 상무가 민중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창간호에도 나온 표현이지만, ‘좌파용어이기 때문에 빼야 한다고 했다. 손석춘 교수는 김중배 선배와 내가 동아일보를 떠나자 민중이라는 말은 아주 좋았던 신문, 동아일보에서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1991년 손석춘 교수는 사주의 편집권 개입을 비판한 김중배 당시 편집국장과 함께 동아일보를 떠났다.

 

조중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손석춘 교수는 공영방송 사장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민주당과 연결된 사람이 공영방송을 이어받지 않을까.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공영방송을 통해 노사관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여나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명박 정부 이전의 공영방송 역시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을 대변하는 데 소홀했던 건 마찬가지다.

 

공영방송 내부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온다. 지난 82일 정필모 KBS 기자(방송문화연구소 연구위원)는 뉴스사용설명서 세미나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공영방송 문제의 열쇠인 것처럼 여겨지는데 개선되더라도 기계적 중립적, 형식적 보도가 될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영방송의 공적책무를 구현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늘날 민중이라는 용어는 진보언론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서도 찾기 힘들다. 손석춘 교수는 진보언론마저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한겨레 창간 때만 해도 민중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고, ‘민중기자석이라는 자리도 있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민중이라는 말을 지금 하면 낡은, 어색한 운동권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고 싶다. 1800만의 노동자, 300만의 농민, 600만의 영세자영업자, 100만의 청년실업자. 우리는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을 잃은 거 아닌가. 우리 스스로 어느새 자기검열에 빠진 건 아닐까.”

 

말의 죽음은 현실 속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민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현실은 그들을 대변하지 않는 보도로 귀결된다. “최근 한 대학생이 등록금을 못 내서 자살했다. 어떤 뉴스제작자도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부각하지 않는다. 진보언론조차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등록금이 더 오르고 누군가는 자살하는 일이 되풀이 된다. 과연 그래도 좋은 것일까.”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손석춘 교수의 해법은 민중이 스스로 민중임을 인지하는 데 있다. 그는 시민들이 스스로 민중이라는 사실,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하고, 어떤 뉴스가 노동의 가치를 망각하게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며 포털에 노사관계’ ‘노동이라는 단어로 주기적으로 뉴스를 검색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뉴스를 퍼 나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노동에 대한 적대감과 편견이 들어있을 수 있다매일 매일 의식적으로 행동할 때 민주주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분들 조차도 노동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분들조차 노동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비참한 노동현실이 개선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토론자였던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취재시스템과 지면 구성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지면구성에 맞는 취재원들을 만나다보니 민중은 취재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소멸된다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가 아니라 여성, 청년등의 섹션을 지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로 8강에 걸친 뉴스사용설명서 세미나가 막을 내렸다. 김광원 저널리즘학연구소장(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언론을 믿기 보다는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하고, 이를 통해 개혁하는 추동력을 가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원 소장은 지금까지 나온 방법들이 모이면 우리 사회는 촛불혁명과 같은 구조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봤다고 강조했다.

 

비리 설립자가 학교 주인이라고? : 사학분쟁조정위의 정치학 917 민중

 

20051214일 사립학교법 무효 장외투쟁 이틀째를 맞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앞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들과 전교조로 부터 우리아이 지키기 운동집회를 열고 사학법 무효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사립학교법은 20077월 일부개정을 통하여 임시이사의 선임과 해임, 그리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소속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에서는 사분위라고 함)를 두도록 하였다. 특히 사분위의 심의 내지 재심의 결과는 관할청을 기속한다. 사분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파격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등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경우, 그리고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판단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 가운데 하나로 이해되었지만 정치적·법적 한계를 이미 안고 있었다. 우선 사분위는 2007년 당시 천막당사를 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장외투쟁을 하던 한나라당이 얻은 여러 전리품 중 하나였다.

 

한나라당 장외투쟁의 전리품, ‘사분위  

무엇보다도 사분위는 그 명칭을 갖고 마술을 부렸다. 사분위 스스로 분규사학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 기구설치의 배경과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 역할을 사학분쟁의 공정한 조정자인 실질적 의미의 사법기관 정도로 오해하도록 유도하였다. 학교법인을 정상화한다고 할 경우 분쟁은 사실적이든 법률적이든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분위에는 그 조정 권한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만약 필요하다면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임직원과 이해관계인 등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수는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사분위가 신중하고 공정하게 심의하기 위함이지 마치 대체적 분쟁해결기관처럼 분쟁당사자들의 합의나 양보를 전제로 타협적인 이익을 조정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그 결과 사학분쟁을 조정한다는 정치적 명분 아래 학교법인의 설립자나 종전이사들에게 정이사의 후보추천을 보장하는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시간은 언제나 학교법인 설립자나 종전이사 편이 되었다. 지난 10년이 그랬다.

 

이렇게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추천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사학비리를 완벽하게 세탁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가공된 법적 고리가 이른바 ‘(학교법인)정상화심의원칙이다. ‘합의 또는 합의에 준하는 이해관계자(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종전이사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그 합의대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종전이사로 하여금 과반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하였다. 종전이사는 사학비리 등을 이유로써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기 직전의 이사들로서 비리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사를 말하는데, 사실상 구 재단의 복귀를 정당화하는 주문(呪文)이 되었다. 이들에게 이사회의 과반을 보장하는 이유를 지배구조의 큰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다는 정상화심의원칙에서의 명시적 언어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학교법인의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인적 연결로써 확보되는 지배구조라는 그 진부한 틀에서 정상화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상지학원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한 행위의 효력을 부인한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 특히 양승태 대법관의 보충의견에서 비롯되었다. 그에 의하면 국가권력이 파견한 임시이사에 의해 이사회의 조직이 전면 개편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국가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사학을 접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사학의 자율성은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은 무너지게 된다며 이런 결과는 결국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에 관한 침해로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므로 종전이사들에게 과반의 정이사를 추천토록 하여야 한다는 식이다. 돌이켜보면 상지학원 사건의 상고심은 임시이사의 행위를 다툴 소의 이익을 종전이사들에게도 인정해주고 임시이사의 권한을 새롭게 정립한 데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학의 자율성과 재산권을 빌미로 종전이사에게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다시 보장해주는 논리로 이어졌는데, 이는 그 논리가 놀라운 유추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숨긴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사분위는 정상화심의원칙을 앞세워 지난 10년 동안 60개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주도하였는데, 대학은 28곳에 이른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이 가운데 상당수 대학이 여전히 사학분규를 앓고 있다. 사학분쟁을 조정한답시고 종전이사에게 과도한 정이사 추천권을 보장한 지난 10년 동안의 사분위를 보노라면 스스로 정한 학교법인의 정상화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가치였음은 물론, 오히려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체제보다 후퇴하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사분위를 둘러싼 지난 10년의 교육왜곡은 사학의 자율성을 빌미로 형성된 주문, 즉 사학에 주인이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교육정치적 폭거나 다름 아니다.

 

정상화학교마다 이어지는 사학분쟁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사분위는 임시이사의 선임과 해임을 위한 심의기구로서의 지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학교법인의 정상화 여부는 사분위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에게 맡기면 된다.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고 판시한 2007년 상지학원 사건의 상고심은 이제 유지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상화심의원칙의 법적 기초로 작용하던 2007년 상지학원 사건의 상고심을 완전하게 뒤집은 2013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2014년 대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의 영속성도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이사의 인적 연속성보다는 정관에 의하여 보장되고, 설립 목적을 구현하는 이사의 지위 역시 인적 연속성보다는 객관화된 설립목적인 정관에 기속된다. 더욱이 설립자는 학교법인이 설립됨으로써 그리고 종전이사는 퇴임함으로써 각각 학교운영의 주체인 학교법인과 더 이상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지속되지 않게 된다 할 것이므로 설립자나 종전이사가 사립학교 운영에 대하여 가지는 재산적 이해관계는 법률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학교법인의 정체성은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이사 선임의 순결주의가 아니라 정관의 설립목적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달린 것이므로 이사가 누구로부터 선임되는지는 본질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임시이사의 교육적 판단에 학교법인의 정상화 여부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본다. 학교법인을 정상화하는 정신은 과거와 현재의 타협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토대를 둔 미래를 꿈꾸는 데 있다. 물론 이러한 정신에 기초할 때 비로소 사립학교의 자주성이 확보되고 공공성이 앙양될 것이다. 최근 혁신적 정상화심의원칙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충분히 반영하는 입법이 최소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든 아니면 국가나 사회의 공적 개입에 크게 의존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사립학교에서 강하게 주장하든 대학의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존재론적으로 구축되어 실천되지 않는다면 대학과 고등교육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사학의 모든 문제는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입장이나 정파 내지 그 합리성 여부를 떠나 대학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구축되고 운영되는지의 여부로 환원된다. 따라서 학교법인이나 이사의 구성과 권한과 관련하여 설립자 또는 상당한 재산의 출연을 감내한 기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지배구조가 아니라 학교 안팎의 교육주체 등을 중심으로 재구조화된 이사회 내지 대학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이사회가 임시이사로 구성되든 아니면 임시이사가 선임한 정이사로 구성되든 국민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할 학교 자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교육의 목적을 구현할 것이다./고영남 인제대 교수, 김해교육연대 정책위원장

 

한국 초미세먼지 노출도 OECD 1 917 국제

201532.0/최악 수준, 전문가 석탄 비중 높기 때문

우리나라가 초미세먼지(PM2.5·지름 2.5이하 먼저) 노출도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로 조사됐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7회 조사에서 12회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 도시별 초미세먼지 노출도 순위에서는 석탄발전소가 많은 충남권 도시가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17OECD가 공개한 초미세먼지 노출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32.0/OECD 35개국 중 가장 나빴다. OECD 국가 평균(13.7/)의 배 이상이며, 2위인 폴란드(23.4)와의 격차는 8.6/로 비교적 큰 편이었다.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실외 공기 부피 1당 존재하는 초미세먼지의 노출량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8년 첫 조사 후 2015년까지 17차례 조사(2014년 조사 없음)에서 12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연속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청정국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았다. 아이슬란드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88.5%, 노르웨이와 뉴질랜드는 각각 44.6%, 40.5% 등으로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는 1.5%. 조사대상 46개국 중 45번째였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신재생에너지보다 석탄 발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OECD 통계를 보면,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권 도시가 상위권에 올랐다. 서산이 38.4/PM2.5 노출도로 1위에 올랐다. 아산 천안 등 충남권 도시는 상위 15곳 중 6곳이나 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환경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추 한 포기가 '만원짜리 배추잎' 한 장 917 충북

영동지역 마트 한포기 1500원에 판매 충북 폭우·폭염으로 채솟값 천정부지

얼어붙은 소비심리유통업계도 울상

 

-연초부터 가뭄과 폭우, 폭염이 이어지면서 올해 채소작황이 매우 좋지 않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청주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찾은 주부들이 가격폭등세를 기록하고 있는 채소를 바라보면서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추석 연휴 자금 사정은? 918 울산매일

 


미국의 전쟁과 여론 조작의 역사 919 프레시안

[전쟁 국가 미국]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미국의 전설적 독립 언론인 이지 스톤(I. F. Stone : 1907~1989)"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관리들이 거짓을 유포하면서 자신들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그런 나라에는 곧 재앙이 닥친다"는 말을 남겼다.

 

1922, 만 열네 살에 기자 생활을 시작한 스톤은 이후 60여 년간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명제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정부의 거짓말을 까밝히는 것이야말로 언론인 본연의 임무라는 게 그의 언론 철학이었다.

 

그는 또 트루먼 정부 때인 1952"국내외적으로 무력에 의한 억압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더 심해졌다. 세계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내 마음대로 한다'는 오만한 자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군사력을 앞세운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치른 수많은 전쟁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스톤의 지적이 정곡을 찌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소련과의 핵 군비 경쟁을 비롯해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등 대부분이 불필요한 전쟁, 또는 해서는 안 될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전쟁에 대한 미국 국민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정보 은폐와 왜곡, 조작 등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70여 년간 미국은 국가 안보의 이름으로 수많은 전쟁들을 수행하면서 주택, 교육, 의료 등 인간 안보에 쓰여야 할 소중한 자원들을 탕진했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도 파괴됐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의 한계를,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파탄을 보여주는 사태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극단적 테러와 난민의 증가, 강대국 간 군사 대치의 심화 등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에 이르는 대중동지역은 17년째 계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난민이 사상 최대로 늘어났고,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나토와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북핵을 빌미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2차 대전 후 미국 정부의 거짓말에 의해 촉발되고 수행된 수많은 전쟁들이다. 베트남전쟁과 1,2차 이라크전쟁이 대표적이다. 이들 전쟁은 미국의 선택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전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정보 은폐와 왜곡, 조작 등을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

 

제임스 코난트가 기획하고 헨리 스팀슨의 이름으로 발표된 <하퍼스>'원자탄 사용 결정' 기사는 스톤이 말한 '정부의 거짓말' 중 선구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목표는 원자탄을 사용 가능한 전쟁 무기로 대중과 적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정부의 거짓말이 완전한 허위일 경우는 거의 없다. 진실의 외양을 갖춘다. 진실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그것이 전체적 진실인 것처럼 말한다. 핵심적 사실을 은폐하거나, 아주 낮은 가능성을 엄청난 위협인 것처럼 과장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를 국민 설득, 또는 여론 형성이란 말로 미화한다. 반면 비판세력은 여론 조작, 또는 프로파갠다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비판자들을 오히려 거짓 선동가로 규정한다. 코난트가 핵의 진실을 규명하려 한 작가 존 허시나 레오 실라르드 등 핵과학자들의 노력을 "역사의 왜곡"으로 규정한 것처럼, 정부와 비판 세력 간에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놓고 치열한 담론 투쟁이 벌어져 왔다.

 

그 결과는 대체로 정부 측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따라 미국은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졌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전쟁 이후 지금까지 17년째 대중동지역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비록 저강도 전쟁이긴 하지만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의 전쟁이다. 이른바 '긴 전쟁(Long War)'이다. 미군 지휘관들 스스로가 50년 또는 100, 몇 세대에 걸쳐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면서 일방적 군사주의가 문제의 근원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오히려 미국을 끝없는 전쟁의 수렁 속으로 밀어 넣어 왔다는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한 일방적 군사주의를 맹신한다. '전쟁 국가 미국'이 변화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지난 2002129(현지 시각)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테러를 지원하는 정권"이라며 "악이 축"(Axis of Evil)이라고 규정했다.이후 1년이 지난 2003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다.

 

정보 은폐에 의한 핵무기 정당화

스팀슨은 원자탄 사용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은폐했다. 첫째 소련의 대일 참전, 그리고 전후 미소 관계에 대한 고려가 원자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둘째 천황제 유지 보장을 통해 일본의 조속한 항복을 받아내려는 조셉 그루 국무장관 대행의 노력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우선 후자의 경우. 그루 국무장관 대행은 천황제 유지를 보장해준다면 일본이 항복에 응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트루먼에게 천황제 유지를 조건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낼 것을 촉구했다. 19451월 국무장관 대행을 맡은 그루는 1932년부터 진주만 기습 때까지 9년 이상 일본 대사를 역임한 미국 최고의 일본통이다.

 

그루의 오랜 친구인 스팀슨도 당시 그의 입장에 동조했다. 당초 스팀슨은 <하퍼스> 기사에 '천황제 유지' 논란을 다뤘으나 논점을 흐린다는 코난트의 주장에 따라 삭제했다. 원자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본을 항복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었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원자탄 사용의 진짜 목표는 소련에 대한 무력 과시였다. 예컨대 트루먼은 45515일 자 자신의 일기에 원자탄이라는 신무기가 향후 소련과의 외교 대결에서 '마스터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이른바 핵을 앞세운 강압 외교(nuclear diplomacy)를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천황제 유지' 논란이 스팀슨의 초고에 수록된 것과 달리 원자탄과 소련과의 연관성은 애초부터 언급되지 않았다. 원자탄이 소련을 겨냥한 무력 과시라는 점에 대해서는 스팀슨도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판단했던 것이다. 미국의 도덕성과 원자탄 사용의 정당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하퍼스> 기사에서 스팀슨은 자신의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았다. 반면 1948년 발간된 자신의 자서전에서는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자서전에서도 원자탄과 소련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부의 검열 때문에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 과정을 살펴보자.

 

스팀슨 기사가 발표된 직후 그루는 스팀슨에 편지를 보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스팀슨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만일 트루먼이 천황의 지위를 보다 일찍 보장해 주었다면 "원자탄은 전혀 사용될 일이 없었고...세계 모두가 승자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맥조지 번디에 따르면 당시 스팀슨은 "그루가 옳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스팀슨과 번디는 당시 마무리 단계에 있었던 스팀슨의 자서전에 그루의 '천황제 유지를 통한 조기 항복' 노력을 새로 써넣었다. 나아가 스팀슨은 그루의 시도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며" 그 자신도 트루먼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적었다. 심지어 "언젠가 역사는 미국이 무조건 항복을 고집함으로써 전쟁을 오래가게 했다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쓰기까지 했다.

 

자서전에서는 소련과의 연관성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454월부터 "원자력에 관한 미국 정책의 핵심적 문제들이 소련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이 분명해졌으며, 트리니티 실험의 성공 소식을 접하고 미국 지도자들은 드러내놓고 만족감을 표했다는 것, 그 이유는 원자탄이 소련의 침공에 대비해 서방이 간절하게 원하는 군사적 "평형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나 원자탄과 소련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딱 여기서 그친다. 그 이유는 미 국무부의 사실상의 검열 때문이었다. 당초 자서전 원고에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보낸 911일 자 스팀슨의 메모가 포함돼 있었다. 소련과의 치명적 핵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소련과 직접 솔직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건의였다.

 

이와 함께 스팀슨은 번스 장관의 국무부가 "원자탄을 일종의 외교적 무기로 간주"하고 일부 국무부 인사들은 "원자탄을 비장의 외교 무기로 활용하려 하며 (중략) 미국 정치인들은 원자탄을 엉덩이 밑에 깔아놓고 소련 협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스팀슨과 번디는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이 부분의 초고를 조지 마샬 국무장관에게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파악한 마샬은 당시 국무부 정책기획단장을 맡고 있던 조지 케넌에게 자문을 구하게 했다. 초고를 읽은 케넌은 격노했고 스팀슨에게 다음과 같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만일 이러한 발언들이 스팀슨 씨의 공식 전기에 수록된다면 상당수 독자들은 원자탄 투하가 소련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에서 결정됐으며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미국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결론 내릴 것으로 심히 우려됩니다. 그러한 생각은 바로 공산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토록 자주 우리의 '핵 외교'를 얘기해 왔으며, 미국이 핵폭탄으로 세계 전체를 위협하려 한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역사학자 바튼 번스타인에 따르면 케난 자신도 46년 말 미국의 원자력 국제 관리 계획을 소련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암묵적 핵 위협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즉 미국 정부는 실제로는 핵 위협을 가하면서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 위선적 행동을 한 것이다)

 

결국 이 내용은 스팀슨의 자서전에 실리지 못했다. 역사학자 바튼 번스타인은 만일 이 내용이 자서전에 수록됐다면 미국의 원폭 결정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원자탄 사용의 진짜 목적이 소련에 대한 무력 과시라는 관점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965, 가 알페로비츠가 <핵 외교 : 히로시마와 포츠담>을 출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다. 스팀슨 기사를 기획한 코난트의 의도는 단순히 '히로시마'라는 과거의 원자탄 사용을 정당화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미래에도 언제든 원자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를 미국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특히 소련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코난트는 스팀슨에게 보낸 편지에서 "원자탄 사용에 반대하는 프로파갠다가 저지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원자탄 개발로 확보된 미 군사력의 강점이 약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원자력 국제 통제에 관한 협상을 타결시킬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우리가 다량의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 전쟁에서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소련에 인식시킨다면 소련은 결국 원자력 통제를 위한 국제기구 창설이라는 미국의 제안에 응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겉으로는 원자력에 관한 국제 통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소련에 대한 무력 위협을 작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미국 정부가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인정하거나 비판자들의 비판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의도와 결의에 대해 소련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셈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미국은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히로시마를 타격했으며, 앞으로도 원자탄을 정당한 전쟁 무기로 사용할 것임을 적들에게 각인시킨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수 개월 후 코난트는 미군 최고 교육기관인 국방대학에서 군 장성들과의 비밀회동을 갖고 미군 고위의 "공식 소식통"이 미래의 전쟁에서 핵무기가 "군사적으로 필요할 경우"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공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팀슨의 기사가 이러한 미군 방침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핵무기는 정당화됐고 미국의 세계 지배를 위한 핵심적 수단이 될 터였다.

   

미국은 히로시마가 안전하다고 했지만 원자폭탄을 맞은 히로시마는 사실상 폐허나 다름 없었다. 사진은 원폭 투하 이후 히로시마의 모습 위키피디아


일방적 군사주의의 실패와 지속

2차 대전 후 미국의 대외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군사주의(militarism)'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으로 세계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 미국의 의지란 세계를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미국 지도부의 이러한 목표는 실현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막대한 전쟁 특수로 미국 경제가 되살아났을 뿐 아니라 원자탄이라는 절대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으로 독일, 일본 등 적대국은 물론이고 영국, 소련 등 동맹국의 경제도 폐허가 된 반면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막강한 생산력을 확보했다. 미국 자체는 물론 영국, 소련 등의 전쟁 물자 대부분, 심지어 독일의 전쟁 물자 일부까지도 미국이 생산한 탓이다. 게다가 미국은 독립 이후 단 한 차례의 전쟁에서도 패배하지 않은 무패의 신화를 자랑하고 있었다. 멕시코전쟁(1846~48)으로 미국 영토를 3분의 1 이상 늘렸고, 스페인전쟁(1898)으로 필리핀과 푸에르토리코, 괌 등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를 획득했으며, 1차 대전을 통해서는 세계 최대의 채권 국가가 됐다. 여기에 핵무기까지 독점했으니 세계 패권을 향한 미국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군사력의 우위가 곧 정치경제적 지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19498월 소련의 핵실험으로 미국의 핵 독점이 무너졌다. 10월에는 중국 대륙이 공산화됐다. 국민당 정권의 중국을 아시아 및 세계 경영의 파트너로 삼으려 했던 미국의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게다가 세계 자본주의 복원의 핵심 파트너인 서유럽의 경제 회복이 지지부진했다. 이른바 '달러 갭(dollar gap)'이다. 미국은 과잉 생산된 미국 상품을 해외에 팔아야 했다. 당시에는 서유럽이 가장 유망한 소비시장이었다. 하지만 서유럽에는 미국 상품을 살 달러가 크게 부족했다.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서유럽은 살길을 찾기 위해 제3의 길을 모색했다. 미국과 소련 모두로부터 거리를 둔 사회주의, 또는 중립주의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지도부에게 이는 미국의 국익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었다. 서유럽이 독자 노선을 걷는다면 미국의 과잉 생산력을 해결할 방도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책으로 나온 것이 국가안보회의 문서 68(NSC-68)이다. 19504월에 작성된 이 극비문서는 군사력의 대대적인 증강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연간 국방비를 기존의 3~4배로 대폭 늘리는 한편 병력 규모도 2~3배로 늘려 유럽에 배치하자는 것이었다. 서유럽에 대한 경제원조 계획인 마샬 플랜으로도 이룰 수 없었던 서유럽의 경제 부흥을 대대적 군사 원조로 완성하겠다는 속셈이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고, 서유럽의 독자 노선을 가로막는다는 '이중 봉쇄(dual containment)'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국민이 전시도 아닌 평시에 대대적 국방비 증액을 위해 기꺼이 세금을 더 내며, 자국도 아닌 타국(서유럽) 방위를 위해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는가. 그러나 미국 정부는 군부와 학계, 교육계 등의 저명인사들을 동원해 결국은 NSC-68을 관철해 낸다. 있지도 않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19506월 발발한 한국전쟁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미국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일성 주도의 통일을 위한 내전이 아니라 스탈린 지시에 의한 세계 공산혁명의 전주곡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대대적 재무장에 대한 미국 국민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이로써 냉전은 미소 간의 정치외교적 대결에서 군사적 대결로 전환된다. 이른바 냉전의 군사화다. 1953년이 되면 미국의 군사력은 타국의 어떠한 추종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누린다. 당시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군사력은 라이벌 소련보다 최소 9배 이상 강력했다고 한다. 세계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다. 1996년 클린턴 행정부가 천명한 '전 부문에 걸친 군사력의 압도적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는 이미 이때 시작된 것이다.

 

소련은 치명적 군비 경쟁에 돌입했고 결국은 스스로 붕괴한다. 한편 미국은 세계에 대한 무분별한 군사 개입, 즉 일방적 군사주의에 돌입한다. 베트남전쟁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전쟁은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프랑스 군이 패배하면서 끝날 수 있었다. 뒤이어 열린 제네바회의에서 합의한 2년 내 남북 베트남의 총선거가 실시됐다면 말이다. 이 합의를 파기한 것은 미국이다. 총선이 실시된다면 공산주의자 호치민이 통일 베트남의 지도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아이젠하워 정부는 합의 이행을 거부했고, 미국에 거주했던 가톨릭 신자 응오딘지엠을 앞세워 남베트남에 반공 정권을 세웠다. 그 결과는 20여 년에 걸친 처참한 전쟁이다. 핵무기 등 압도적 화력의 미국은 보잘것없는 무기를 가진 농민 게릴라들의 항쟁을 꺾지 못했다.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반대도 한몫을 했다. 1968년 테트(구정대공세)의 여파로 그해 3월 존슨 대통령이 재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베트남전쟁의 승패는 결정 났다. 압도적 군사력의 미국이 베트남 인민의 강인한 독립 의지에 패배한 것이다.

 

19714월 워싱턴에서 벌어진 베트남전 반대 시위. 위키미디어커먼스

 

베트남전쟁은 압도적 군사력만으로는 정치적 승리를 거둘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즉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임을 드러냈다. 따라서 베트남전쟁은 2차 대전 후 지속돼온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를 포기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1969년 집권한 닉슨은 키신저와 함께 데탕트를 추구했다.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중국과는 관계를 정상화하며, 소련과는 핵 군비통제 협상을 시작하는 등 현실주의 외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닉슨-키신저의 현실주의 외교는 1976년을 고비로 파탄에 직면한다. 우선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로 19748월 사임한다. 1975년에는 훗날 네오콘의 수장으로 활약하는 도널드 럼스펠드와 딕 체니가 포드 행정부의 핵심 요직에 진출한다(럼스펠드는 백악관 비서실장, 체니는 국방장관). 이들은 키신저의 백악관 안보보좌관 직을 박탈하는 한편, 중앙정보국(CIA)의 소련 군사력 평가를 '미국과 대등'에서 '미국보다 우위'로 바꿔치기 한다.

 

원래 소련 군사력 평가는 CIA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CIA의 당초 군사력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럼스펠드 등은 외부 전문가들로 별도의 팀(Team B)을 구성해 소련의 군사력 위협을 과장했다. 외부 전문가가 CIA 고유 기능인 군사력 평가를 맡는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당시 CIA 국장이었던 윌리엄 콜비는 이에 저항하다 결국은 쫓겨났고 후임 조지 H. W. 부시가 이를 승인함으로써 소련의 군사력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됐다. 이와 함께 소련과의 군비통제 협상(SALT 2)도 무산된다.

 

그리고 1981년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소련과의 군비 경쟁은 다시 격화된다. 특히 이때부터 미국이 전력을 기울인 것은 전략방위구상(SDI)으로 알려진 미사일 방어망의 구축이다. 미사일 방어망은 72년 요격미사일금지조약(ABM) 위반이다. 이 때문에 클린턴 정부 때까지 미사일 방어망 구축은 조심스럽게 진행되지만 2002년 부시 행정부가 ABM조약을 파기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사실 미사일 방어망은 1960년대 말부터 미 군산복합체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것만큼 오랫동안 커다란 이윤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네오콘 등 전쟁 세력이 소련과의 군비 통제 협상에 반대하고 레이건 정부에서 대대적 군비 증강에 나선 것도 미국의 안보 때문이 아니라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고 보는 편이 현실에 부합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퇴임사에서 경고한 군산복합체의 위험, 군산복합체에 의한 미국 경제의 군사화는 1970년대가 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미국 경제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1989년 냉전의 종식은 미국이 군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2의 기회였다. 실제로 미 국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냉전 종식에 따른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19911월 미군이 이라크군을 공격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미 국민은 베트남전쟁 패배 이후 최초의 대규모 전쟁에서의 승리에 환호했고, 군부는 자신감을 되찾았으며, 군산복합체는 그동안의 재고 무기들을 처리하는 한편 미제 무기의 대외 판매 기회를 얻었다. 군사주의가 다시 득세한 것이다.

 

1차 이라크전쟁(걸프 전쟁)은 과연 불가피한 전쟁이었을까? 뒤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미국이 선택한 전쟁이었다. 그리고 미국이 1979년부터 10년간 은밀히 지원한 1차 아프간전쟁과 함께 현재 대중동지역의 내전과 혼란을 초래한 씨앗이었다. 결국 미국은 결코 군사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전쟁들 배후에는 전쟁을 가능하게 한 미국 제도권의 치밀한 여론 조작이 있었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사라질 최초의 국가"

[복지국가SOCIETY] 문재인케어, 스웨덴에서 배워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최단기간에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실현한 국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제도 도입 12년 만이다. 그러나 저부담-저급여 구조로 인한 저조한 보장률로 선진국보다 자기 부담 비율이 높고 보장의 혜택이 적어 가계의 재정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책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우리와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과는 여러 면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진짜 100만 원 상한제 하는 스웨덴

스웨덴은 고부담-고복지의 대표적 국가이다. 조세 방식에 의한 의료 보장 체계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로 의료 공급 체계는 우리나라와 반대로 80% 이상이 주로 공적 부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의 지방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주민의 건강 관리이다. 따라서 지방 정부는 주민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민간에 맡기지 않고 직영으로 병원을 운영하며,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의 거의 90%를 의료기관 관리와 의료 서비스 제공에 사용한다. 의료 서비스가 대부분 민간 부문에 의해 제공되며 때로 주민의 건강 복지와 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벤트성 행사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기도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과 스웨덴을 비교해보면, 평균 수명이나 유아 사망률 등 의료의 질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의료 장비, 병원수와 병상수 등 의료시설의 양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스웨덴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당 의사 수나 간호사 수 등의 의료 인력은 스웨덴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평균 재원 일수는 스웨덴이 우리나라보다 낮은데, 이는 의료 자원이 우리나라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청와대

 

시민들이 질병의 예방과 건강 유지를 위해 가장 먼저 접촉하는 의료와 공중보건, 즉 보편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고 효과적인지를 뜻하는 1차 보건의료 접근성 및 품질(HAQ) 지수 평가에 의하면, 스웨덴은 4위이고 일본은 11, 우리나라는 23위이다(2015년 기준, 195개 국가 대상). 특히 의료 보장 차원에서 의료 혜택의 범위와 정도는 두 국가 간에 큰 차이가 있다.

 

스웨덴에서 의료는 기본적으로 무상으로 제공되며, 의료비 개인 부담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훨씬 낮아 국민은 의료비에 대해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의료비의 부담은 빈부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약간의 진료비와 약값을 내는데, 이 금액은 연간 약 56만 원을 넘지 않는다. 외래 진료는 연간 약 19만 원. 입원은 일일 17000원 정도이다. 약제비는 연간 약 38만 원 정도가 자기 부담의 상한액이다. 중증 질환의 경우 때로는 수천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우리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18세 이하는 응급 의료를 제외하고 모두 무료이다. 치과도 무료이다. 돈이 많이 드는 치아 교정도 무료이다 보니 스웨덴에 오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이의 치아 교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스웨덴에서는 상병수당도 지급된다. 질병이 들어 휴직을 하면 급여의 80%가 제공된다. 심지어 자녀가 입원해서 부모가 휴직을 해도 자녀를 돌보기 위한 수당이 지급된다.

 

물론 이런 혜택이 공짜로 제공되는 건 아니다. 스웨덴의 의료는 세금에 의해 지탱되는데, 세금 부담이 좀 많다. 수입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국민에게 소득세 30%가 부과된다. 간접세인 소비세도 25%에 이른다. 세금 부담은 많지만 만족도는 높다. 자신이 낸 만큼 충분히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오히려 더 낼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그 근저에는 이런 제도를 관장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스웨덴의 고령화와 노인 케어에서 우리가 배울 것들

올해 하반기 들어 이미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14%가 돼 본격적인 '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2000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7%'고령화사회'로 접어든지 17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앞으로 9년 후인 2026년에는 노인인구의 비율이 20%'초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되기까지 총 26년이 걸린 것이다. 이에 비해 스웨덴은 일찍이 1887년부터 고령화가 시작되어 2015년 초고령사회로 되기까지 127년이 걸렸다. 현재 스웨덴은 노인 케어 부문에서 국제적으로 최상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늘어만 가는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 기회의 공평성과 노인 케어에 대한 문제 등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일본도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이고도 질 높은 의료 및 요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스웨덴의 사례는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의 고령화는 만성질환의 증가에 따른 의료비 증가와 노인 케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스웨덴에서는 1980년대부터 노인 케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시도가 계속되어 1985년 스톡홀름에 정신과 의사에 의해 세계 최초의 치매 노인을 위한 케어 시설이 탄생했다. 이후 이것이 그룹 홈(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이후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등을 기초자치단체인 코뮨이 일괄하여 전개하고 관리하고 있다.

 

1992년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의 감소로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를 통합해 하나의 행정체계로 일원화함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일대 개혁을 단행했다. 광역자치단체가 담당했던 노인요양 및 복지 서비스 업무를 분리하여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뮨으로 이관했다. 그리고 각 코뮨은 독자적인 징세권을 갖고 노인 관련 업무에 대한 재정과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에델 개혁'으로 노인 케어의 대상을 65세 이상에서 80세 이상의 후기고령자로 전환하고 시설 위주에서 재가 케어로 전환하여 삶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소요 예산도 절감하도록 한 것이다. 노인이 되면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가능하면 자기가 살던 집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가 필요하다(ageing in place). 이 점에 있어서 중앙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에 관한 정보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주민의 생활을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노인 케어와 관련한 모든 정책은 재가 케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노인케어에서 시설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요양원을 서비스 하우스라고 하며, 가능하면 집에서 모든 케어가 가능하도록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재가 케어 지원센터를 두어 주민들의 노후를 돌보고 있다. 서비스 하우스라고 하는 노인 시설에 가보면 시설에서 제공하는 가구가 아니라 집에서 평소 자기가 사용하던 가구를 가져오는 게 인상적이다. 평소 자기가 사용하던 가구는 잔존 능력 자극과 훈련에도 도움이 되고, 환자가 예전의 기억을 되살린다든가 경험을 되새기는 역할을 하며 시설 수용으로 인한 위화감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스웨덴은 치매 관리에 있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올바른 치매 환자 케어를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치매 노인 관리에 있어 특기할 만한 점은 왕실이 선두에 나서 치매 노인 케어에 관한 연구와 교육, 시설 운영, 각종 프로그램 개발 등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나서 치매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일찍이 실비아 왕비가 주축이 되어 관련 재단을 설립하고 치매 노인 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양질의 프로그램 보급과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실비아 왕비가 설립한 '실비아 헤멧' 재단에서는 '실비아 너스'라는 치매 전담 간호사 제도를 시행하고, 스웨덴 최고의 의과대학인 캐롤린스카 대학과 협조하여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 전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실비아 왕비는 자신의 어머니가 치매로 어려움을 겪자,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생겨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치매 환자 케어를 지원하기 위한 왕립재단을 만들고, 스웨덴 최고의 인력과 노하우를 동원한 치매 관련 연구와 전문 간호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게다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치매 시설의 운영에까지 관여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실비아 왕비는 우리나라에도 치매 관련 프로그램 보급을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다녀간 적이 있으며, 전 세계에 스웨덴의 선진 치매 관련 노하우와 교육 콘텐츠를 보급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2008년 방한한 바 있는 스웨덴 실비아 왕비. 실비아 왕비는 치매 노인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 최저의 출산률과 세계 최고의 고령화 진전 국가다.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콜만 교수는 이를 '코리아 신드롬'이라고 명명하고, 한국이 저출산 및 고령화로 사라지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학자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핵폭탄보다 더 파괴력이 클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핵도 문제이지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정치, 경제, 산업, 의료, 복지 등에 대한 문제의 해결도 시급한 사안으로 대대적인 개혁과 개편이 필요하다. 이 거대한 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만성적인 불황과 대혼란에 직면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스웨덴에서 복지국가 정치의 중요성을 배워야

지금 우리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자녀 교육, 연금, 의료, 노후의 요양, 실업 등의 문제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일찍이 사회 전체가 제도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안은 별로 없다. 스웨덴은 개인 성취 지향의 미국과 달리 공동체 지향의 복지선진국으로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을 실시하며 출산이나 실업 등에 대해 갖가지 수당을 보장하여 남녀가 평등하게 근로하며 큰 어려움 없이 자녀를 교육하고 양육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스웨덴에서 교육비는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무료이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언제든지 자기가 원할 때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졸업 후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힌다든지 직장 생활을 하다가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스웨덴의 사회 제도 전반에 흐르는 기조는 평등이다. 스웨덴에서는 480일의 유급 육아 휴가가 인정되고 있는데, 부부가 절반씩 1년 정도 육아 휴가를 얻는 게 일반적이다. 남성의 육아 휴직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부부 평등으로 남성도 여성과 똑같이 육아와 가사에 참여한다. 항간에 '스웨디쉬 대디'란 말이 회자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합계출산율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다. 탁아소 등의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무리 없이 육아에 임할 수 있다. 무조건 출산을 장려하기보다 이런 제도를 갖추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반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에서도 선진국의 의료 관련 제도나 서비스 체계를 참고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본을 통해 많은 부분을 도입하고 참고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도 급격한 고령화와 더불어 급증하는 의료비 및 보험 재정의 고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민간 위주의 서비스 공급 체계에도 많은 모순점이 생기고 있다. 지금의 체제로는 대량의 의료난민과 재활난민이 생기리라는 걱정도 있다. 일본의 이런 아픈 한계는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급증하는 고령화와 더불어 우리나라도 전면적인 의료전달 체계의 개편과 수가 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하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민은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금의 체제로 국민이 만족할 만하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제도와 서비스의 체계는 다르지만 각종 지표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법률과 제도를 만드는 정당 정치의 투명성과 정치가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2016년도 국가 청렴도 순위에서 스웨덴의 국가 청렴도는 4위이고 우리나라는 52위였다. 세금을 더 내려고 해도 정당 정치와 정치인을 믿지 못해서 그 혜택이 돌아올까 국민이 걱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증세를 통한 복지국가는 성립될 수 없다.

 

스웨덴에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직자는 공무 수행에 대해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국회의원은 정책을 입안하는 데 단 한 사람의 보좌관도 없이 의정 활동을 혼자서 수행한다. 그렇다고 스웨덴의 국회의원이 다른 나라의 국회의원보다 일을 덜 하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도 없다. 그저 정치가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책으로 생각하고 아무런 특권 없이 그 힘든 일들을 감당해 나간다.

 

물론 스웨덴이라고 해서 모든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교육비가 무료라고는 해도 교사의 질에 큰 문제가 있다든가, 이혼율이 높기 때문에 모자 가정도 많고,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은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1992년에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시작된 의료 개혁(에델 개혁)의 내용은 비용의 효율화를 목표로 한 민영화인데, 이 때문에 오히려 지출이 더 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국가, 민주국가, 복지국가이다. 고복지-고부담과 함께 경제의 고성장이 양립하는 체제로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룬'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나라로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의료 분야에서도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눈부신 성과와 세련된 다양한 의료의 질 개선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각종 국제적 지표에서 드러난 높은 성과가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문재인 케어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분명 참고할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남상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유한대학교 U-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스웨덴 룬드대학 보건과학연구소 초빙연구원)

 

미군 고물헬기(CH-47) D형에 1500억 날린 박근혜 정부 818 한겨레

항법장비도 없는 시누크 14대 구입

3년만에 기체 노후 개량 중단결정

김관진 국방이 도입검토 구두 지시

 

박근혜 정부 시절 군 당국이 평균 45년 된 중고 미군 헬기를 구입하고 운영하는 데 총 1500여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최근 이들 헬기가 노후화돼 성능을 개량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열린 합동참모본부의 전략업무현안실무협의회에서 2014년 도입한 시누크 헬기 14대에 대한 성능개량사업을 구입 3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18일 밝혔다. 이 헬기 14대는 2014년 우리 군이 대당 575000만원가량, 805억원을 들여 구입한 것으로 이를 운영할 부대를 별도 증설하는 비용 등을 더하면 총 사업비는 1496억원에 이른다. 헬기들은 구매 당시 생산된 지 평균 45년이 지난 상태였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사업타당성 조사를 해보니 대당 166억원을 들여 성능을 개량하더라도 기체 노후화로 남은 수명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군은 판매 당시 지피에스(GPS)가 연동된 항법장비를 제거한 채 헬기를 넘기면서 이를 별도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20127월 미군으로부터 중고 헬기 판매 제안을 접수한 직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구두로 전력소요검토를 지시했다며 관련 공문도 함께 공개했다. 이 의원은 졸속구매와 예산낭비, 무기획득체계 붕괴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다음달 열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뿔난 엄마들 사립유치원, 아이들 볼모로 장사하나국공립 확대돼야 918

18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정부-한유총 졸속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대통령님, 우리도 떼쓰면 되는 겁니까? 한유총 원장들이 전국에서 수십 명, 수백 명이 모여 집회를 합니다. 수만 명의 아이들의 유아교육권을 손에 쥐고 국공립 유치원도 늘리지 마라’ ‘ 사립 유치원도 국공립만큼 지원 많이 주라’ ‘우리 회계 감사 강화 받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이 사태를 가지고 누구보다도 이 문제의 당사자들인 엄마와 아이의 목소리를 하려고 모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사립유치원 원장님들은, 왜 이 (국공립 확대) 공약 이행에 그렇게 기를 쓰고 반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듣기로는 당신들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받지 않을 권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라로부터 돈을 받고 감독은 안 받겠다는 건 대체 무슨 도둑놈 심보입니까? 그렇다면 유치원 사업 말고, 다른 돈 되는 사업을 하십시오. 아이들은 당신들의 비즈니스 대상이 아닙니다.”

 

사립 유치원이 집단휴업 철회를 두고 오락가락한 끝에 결국 휴업을 하지 않기로 한 18,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앞에는 사립 유치원 원장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뿔난 엄마’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아이를 부둥켜안고 가을 뙤약볕 속에서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청와대 앞까지 나온 이들은 바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소속 회원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당사자들이 관련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해 만들어졌으며, 장하나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서 시작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엄마 10여 명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집단 휴업 예고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보육과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얼마나 훼손됐는지에 참담해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공립 유치원 확대 공약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4, 3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신애씨는 기자회견에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명분 없는 휴업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다. 휴업을 예고하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하는 척 포장했지만, 학부모의 마음을 이용하여 본인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장사 행위를 했다. 더 이상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유치원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온 가족이 동원돼 여기저기 추첨하러 다녀야 하고, 연년생 두 아이를 사립 유치원에 보낼 경우 한 달에 100만 원까지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국공립 유치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사립 유치원이 누리과정지원금과 교사인건비 등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지원을 받으면서 정부의 회계 감사를 안 받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따져 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은 독박 육아때문에 현장을 찾지 못한 회원들과 전화로 연결해 발언을 듣는 새로운 방식의 기자회견을 열어 시선을 끌었다. 5, 3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고은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이날 스마트폰을 통해 사립유치원과 국회의원, 정부를 강하게 질책하는 발언을 하며 문 대통령의 국공립 확대 공약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진정으로 유아교육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이기심, 엄마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아무 힘이 없는 존재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한 채 오히려 사립유치원 이익집단에 기생하는 정치인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져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한유총이 표밭이라 생각하는 정치인들, 겉으로는 나라 위해 일하는 척하면서 지역구 돌아가면 사립유치원 원장들 뒤에서 표 계산만 하고 있는 배지들 정신 차리라대한민국 엄마들 표가 한유총보다 훨씬 더 많다. 엄마들은 그림자가 아니다. 엄마들도 이렇게 모이고 뭉쳐서 목소리를 낸다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대표는 여론이 잠잠해진 사이에 정부와 원장들이 밀실에서 협상해서는 절대 안된다엄마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해 3대 요구안을 내놨다. 국공립 확대, 사립 공공성 강화, 당사자 참여 보장이 그것이다. 이 단체는 특히 사립유치원의 재무회계규칙 개정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회계 감사를 강화하고, 국공립유치원처럼 회계시스템·인사시스템·입학시스템을 구축해서 전산 상으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이 끝난 뒤 화난 눈’ ‘지켜보는 엄마 눈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공 운수노조 보육교사협의회 등 관계자들도 참석해 연대 발언을 진행했다.




 

대기업이 100만원대 상여금 풀 때 노동자 21만명은 월급도 못 받는다 9.20 민중

 

명절 대목이라는 말은 잊혀진지 오래다. 한산한 재래시장.양지웅 기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하다. 100만원이 넘는 추석 명절 상여금을 받는 대기업 직원이 있는가 하면, 명절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밀린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상반된 처지 때문이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공개한 고용노동부의 ‘20178월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노동자 21만여명이 총 8909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 임금체불액 규모는 경기, 서울, 경남, 경북, 부산 순으로 많았다. 고용노동부는 911일부터 29일까지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체불임금 중 지도 해결된 금액은 절반에 못 미치는 4360억원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현재 환노위에 임금체불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 사업주의 체불임금 청산계획서 작성과 제출을 의무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해당 법안이 조속히 통과해 임금체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둔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만 놓고 보자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에 허덕이는 열악한 노동자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편이다. 지난 18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기업 규모별 상여금 규모는 대기업이 평균 133만원, 중견기업이 123만원에 달했다. 중소기업은 61만원 수준이었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직원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1.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정기상여금 규정에 따라(38.1%), 직원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18.7%), 직원들의 추석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17%) 등 순으로 조사됐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다는 응답자가 42.6%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지급 여력 부족(33.3%) 경영실적이 나빠서(17.6%) 연말 상여금을 지급해서(4.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또한 올해 추석에 직원들에게 선물을 줄 계획이 있는 기업은 전체 기업 중 6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MB 저격수 된 박원순 서울시장 920한국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 취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47개월 만에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박 시장이 ‘MB 저격수로 부상하고 있다. 문성근, 김미화 등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 연예인 조사에 이어 박 시장의 고소고발로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면서 정치인 박원순의 존재감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 시장이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11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을 공안2(부장 진재선)에 배당했다고 20일 밝혔다.

 

박 시장은 전날 이 전 대통령 등을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서울시와 함께 국정원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11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박 시장 비판 여론 조성을 위한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고 확인한 데 따른 조치다.

 

박 시장은 이 전 대통령 고소고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명박 정부 시절 나와 가족, 서울시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음해는 법률을 무너뜨린 중대한 범죄 행위이며 민주주의와 국가의 근간을 훼손한 정파적 공작이라고 고소 경위를 밝혔다. 대통령이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는 이 전 대통령 측 반응에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장도 전직 대통령을 고소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맞받아치는 등 강공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새 정부의 적폐 청산정치보복이라는 야권 반발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보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불행한 선택을 해 국민적 아픔으로 남아 있는데 국가 근간을 해친 사건을 밝히자는 것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전 대통령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논평을 내면서 내년 지방선거 3선 도전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는 박 시장에게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 시장은 19일 이 전 대통령 고소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3선 출마 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출마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사드반대' 분신한 '독일 망명객' 조영삼씨 사망 920 프레시안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며 유서 남겨

사드 반대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외치며 분신한 '독일 망명객' 조영삼(58)씨가 숨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조씨가 20일 오전 934분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 의견을 중심으로 검시관, 과학수사팀, 병원 측 의견을 들어 부검이 필요한지를 판단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전날 오후 410분께 마포구 상암동 한 건물 내 18층 야외 테라스에서 인화물질을 몸에 뿌리고 불을 붙여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경남 밀양이 거주지인 조씨는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제목의 글이 적힌 종이 4장도 남겼다. 조씨는 비전향 장기수였다가 북한으로 간 이인모(1993년 북송, 2007년 사망)씨로부터 19952월 초청 엽서를 받고 독일과 중국을 거쳐 밀입북해 그해 811일부터 96일까지 북한에 머물렀다. 조씨는 이후 독일로 돌아가 체류하다가 2012년 귀국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초장수사회 일본에 넘쳐나는 공포 920 동아

일본 노인 22.3%65세가 넘어서도 일한다. 남성의 경우 70세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이 근 20%에 이른다.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27.7%로 세계 최고다. 일본 총무성이 18경로의 날을 기해 발표한 내용이다. 15일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전 기자회견장에서는 외신기자들에게서 각이 선 질문이 빗발쳤다. 많은 노인이 일하는 이유에 대해 특히 유럽 기자들은 고령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기 때문 아니냐, 사회복지가 불충분하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고용 고령자 4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인 것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본인이 일하고 싶은 시간대에 일하고 싶어서1위를 차지한 설문 결과를 소개했지만 기자들은 수긍하지 못하는 듯했다.

 

노년 근로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손 부족으로 허덕이는 일본의 경우 노인들이 일을 해줘야 사회가 돌아간다는 현실도 있다. 지난해 아베 신조 총리가 ‘1억 총활약 사회를 내걸고 노인과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주창하자 일각에서는 죽을 때까지 일하란 말이냐는 반발도 들려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일을 통해 삶의 보람을 찾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11일 출범시킨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도 장수사회 일본의 좌표를 찾기 위한 시도다. 이 회의 멤버로 초빙된 라이프 시프트(100세 시대)’의 저자 린다 그래턴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00세 시대에는 60, 65세 은퇴란 있을 수 없다며 일하는 방식의 설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 뒤에도 새로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 생애를 통해 배우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맞아 위기의식을 토로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2025년 문제’, ‘2035년 문제등 인구 피라미드에서 읽어낼 수 있는 미래상은 암울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군사안보 전문가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조차 일본 최대의 안보 위기는 인구 문제라고 지적했을까.

이거 등골 서늘해지는 책이에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사이키 슈지 총무성 통계조사부장은 미래의 연표라는 책을 소개했다. 8월 취임한 노다 세이코 총무상이 직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책에서 제시된 연표를 따라가다 보니 공포감이 몰려온다.

 

‘2020, 일본 여성의 절반이 50세를 넘긴다. 2024년이면 전 국민의 3분의 165세 이상이 된다. 2025년엔 임종을 맞을 장소가, 2027년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지고, 2033년이면 세 집 중 한 집이 빈집이 된다. 2039년이 되면 시신을 처리할 화장장이 부족해지고, 2040년이면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한다. 2042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정점을 맞이한다.’

책은 처방전도 제시했다. “고령자를 삭감하자는 항목도 있다. 고령자의 정의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 셋째 아이부터 국가가 1000만 엔(1130만 원)씩 지원해 줄 것도 권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에 고령화율 14%에 이른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다. 일본이 고령화율 7%에서 14%까지 가는 데 24년 걸렸지만 한국은 18년 걸렸다. 같은 구간을 프랑스는 114, 스웨덴은 82, 미국은 69년 걸려 지나갔다. 더군다나 한국의 현재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은 그래도 1.44는 된다. 머지않아 우리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미래를 맞게 된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부디 희망이 보이는 길을 찾아내 주길 비는 마음이다




보수·기독교 단체 부산퀴어축제 반대”.. 충돌 우려 922 민중의 소리

성소수자에 강한 거부감 표시, 23일 맞불집회 및 1인시위 열기로.. 경찰 8개 중대 배치

 

부산기독교총연합회,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부산지역 46개 단체가 부산퀴어축제에 반발하며 2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오는 23일 해운대역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동성애 반대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민중의소리

 

부산기독교총연합회,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부산지역 46개 단체가 부산퀴어축제에 반발하며 2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오는 23일 해운대역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동성애 반대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기타

 

부산서 기독교·보수단체 등이 성소수자(Sexual Minority)들의 행사인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공개적으로 예고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해운대 구청이 행사를 불허해 논란이 일었으나, 오히려 동성대 반대종교 단체 등의 반발로 인한 충돌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부산지역 46개 단체는 2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발대식을 열었다. 이들은 이 주 토요일(23), 해운대 구남로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동성애자들의 부산퀴어축제를 반대한다며 해운대역 광장에서 레알러브 시민축제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퀴어축제가 성도덕에 반하는 행동으로 공공질서를 해친다는 점과 어린이·청소년 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전 세계적 감소 추세에도 한국에서는 200015명에서 2015185명 등 감염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성애·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헌법 개정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국가인권위의 헌법기관화역시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용운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동성애는 성 중독이다. 이를 확산 옹호 조장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에이즈로 죽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퀴어축제에 대해)온 부산시민이 지탄하고 거기에 부정적으로 이야기해서 오히려 동성애로부터 젊은 사람들이 탈출하게 도와주는 것이 그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로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결성된 시민연대는 퀴어축제 장소가 보이는 맞은 편에서 4천여 명 규모의 맞불 행사를 열어 동성애의 위험성’, ‘에이즈 위험국가등을 알리고 반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독교와 보수단체의 이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퀴어축제 행사와 모두 겹친다. 퀴어 축제 측은 안전하고 원만하게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나, 기독교 및 보수 단체가 돌발 행동에 나선다면 참가자들 사이에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단체의 집회장소 간격은 대략 200여 미터. 이외에도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 측은 퀴어축제 부스가 설치될 광장과 해운대 일대 퍼레이드 구간 곳곳에 1인 시위자를 배치키로 한 상황이다. 예고한 행사 규모도 4천여 명에 달한다.

 

사태가 이러하자 경찰도 양측의 충돌을 대비해 적극적인 집회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질서 유지 차원에서 8개 중대, 400여 명의 경력을 현장에 투입해 양측을 차단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주최 측과 충분한 협의를 하고 있고, 안전한 집회가 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과 대구에서 퀴어 행사가 있었으나 부산서 같은 축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진보적 시민사회 등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행사를 반기고 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새민중정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부산녹색당 등 연대단체는 지난 17일 해운대 구청 앞에서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고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광장은 다양한 목소리를 포함해야 한다며 성공적인 행사를 기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해운대 구청이 두 차례에 걸쳐 부스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 허가를 불허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벌어졌다. <관련기사:홍준표 토크콘서트는 되고, 퀴어축제는 안 돼?>퍼레이드 행사는 경찰의 집회 신고 접수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퀴어축제 조직위 측은 원만한 행사 진행을 위해 과태료를 물더라도 부스 설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14일 부산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지역 시민사회, 진보정당 등이 해운대 구청 앞에서 부산퀴어문화축제 허용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명지 더샵 ’ 23만 명 청약역대 최고 기록 921 국제

평균경쟁률 133 1 기록

- 2블록 99195 1 ‘최고

- 84A형엔 13만여 명 몰려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분양에 229000여 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청약시스템 도입 이후 최고 청약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부산 지역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약 70만 명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통장가입자 3.5명 중 1명이 청약을 신청한 셈이다. 이에 따라 꺼져가던 부산 아파트 분양 시장이 되살아날 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2블록과 3-1블록을 합해 219233(해당지역 기준)이 몰려 평균경쟁률 133.021을 기록했다. 기타지역을 합하면 139.401이다. 블록별로 보면 2블록이 790세대 모집에 108393(해당지역 기준) 몰려 평균 137.201을 기록했으며, 3-1블록은 858세대 모집에 11840명이 청약해 129.1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균 경쟁률만 보면 5231을 기록한 명륜 자이에 한참 뒤지지만 청약자 수로 보면 기타지역까지 합해 229734명으로 18만 여 명이 청약해 부산 최고 청약자를 불러모았던 명륜 자이를 크게 넘어섰다.

평형별로 보면 99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87세대를 모집한 2블록의 경우 17015(해당지역 기준)이 몰려 195.57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3블록 역시 99188.051로 평형별 최고 경쟁률에 올랐다.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린 평형은 세대수가 가장 많은 84A 형으로, 두 블록을 합해 136727(기타 지역 합산)이 청약했다.

 

이처럼 유래 없는 청약자 수를 기록한 가장 큰 요인은 저렴한 분양가였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929만 원으로 중도금 이자와 발코니 확장비를 감안해도 84기준 32000~36000만 원 수준이다. 명지국제신도시 기존 아파트가 3.3당 평균 1300만 원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1억 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이에 따라 특별공급 발표 이전부터 웃돈(프리미엄)1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다 1군 브랜드, 대단지, 더블역세권(예정) 등 각종 흥행요소가 버무려진 것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이 같은 유래 없는 인기로 향후 강서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지 개발행위 허가 절차 27일부터 간소화

부산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

- 경사도 기준 평균 17변경

- 행정관청 허가 2회서 1회로

 

그동안 관련 법률에 따라 이원화됐던 개발행위 허가 시 경사도 및 임상 산정방법이 일원화된다. 이에 따라 산지에서의 개발행위 허가 과정이 간소화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오는 27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발행위를 허가할 때 대상토지의 경사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최대경사도(16.7) 30% 이상은 형질변경 제외에서 평균 경사도 17도 이내일 것으로 변경된다. 그동안은 가장 가파른 구간이 해당 기준을 넘어서면 토지 내 다른 구간의 경사도가 낮더라도 허가를 받기 어려웠으나 평가 기준이 평균 경사도로 바뀌고 기준 경사도도 소폭 상향조정되면서 구간 내 다소 가파른 곳이 있더라도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임상 산정기준도 토지 내 나무의 지름, , 나무 간 거리 등을 따졌던 입목본수도 70% 이상은 훼손하지 아니할 것에서 나무의 높이, 종류, 부피 등을 고루 따지는 입목축적도 80% 이내일 것으로 변경된다.

 

특히 지금까지는 산지 개발행위 허가 시 산지관리법에 따라서 개발행위허가를 받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시 한번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기준이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일원화되면서 절차도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번에 시 조례도 개정하게 됐다산지가 많은 부산의 특성상 영향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개정 이전부터 문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지적재조사 사업지구와 등록사항 정정 대상토지도 추가된다. 이전에는 장부상 토지 구획과 실제 구획이 달라 수정과정을 거칠 경우 이 같은 내용이 토지대장상에만 표기됐다.

 

또 시는 그동안 상위법에만 명시돼 있던 상업지역 내 숙박시설 및 위락시설 이격거리 관련 조문을 조례에도 추가해 기준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카리브해 강타한 허리케인 어마"어마어마하네" 9.21 메가뉴스

NASA, 위성사진 공개녹색이 갈색으로 바뀌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얼마 전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위성사진들을 공개했다. IT매체 씨넷은 20(현지시간) NASA 공식 트위터를 인용해, 태풍 어마 상륙 전후 카리브해 섬나라 바부다와 버진아일랜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초대형 태풍이 어떻게 카리브 해 국가들의 모습을 바꿔놨는지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사진=NASA

 

첫 번 째 사진은 카리브해 바부다 섬의 모습으로, 왼쪽은 태풍 어마가 상륙하기 전의 827일 촬영된 사진이며, 오른쪽은 어마가 휩쓸고 간 912일의 사진이다.

 

사진=NASA

 

NASA는 어마 상륙 전후의 버진아일랜드의 사진도 공개했다. 버진 아일랜드도 역시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푸르렀던 섬 전체가 순식간에 갈색으로 변해 버렸다. 이는 허리케인 어마가 몰고 온 강력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울창했던 식물들이 뽑혀나가 땅바닥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바닷물이 섬 전체에 유입되면서 염분으로 인해 나뭇잎들도 시들었다고 NASA는 밝혔다.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버진고다 섬을 825일과 910일에 촬영한 모습 (사진=NASA)

 

영국 캠브리지 대학 생태학자 에드먼드 태너(Edmund Tanner)NASA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변화는 영구적이지 않아야 한다, 그는 섬들이 다시 자기 색을 되찾기까지 약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리브 섬들 중 일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식물이 다시 자라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폭풍으로 유입된 바닷물이 뿌리를 내린 나무를 죽일 수도 있다. 그런 나무는 복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빈곤의 평등 한겨레21 921

문학은 이제 사회적 잉여들의 몫이 되어가는 듯하다. 극소수 베스트셀러 문인들을 제외하고 절대다수의 문인이 글을 써 기초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제는 정상이 됐다. 문학 자체의 내적 빈곤화와 문학 같은 것의 사회적 소구가 점점 희박해져온 외적 상황이 상승적으로 결합한 결과겠지만 그것이 한 사회의 품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님은 틀림없다.

 

여성 문인에게 가해진 갑질낙인

이런 빈곤의 평등 시대에 남녀가 따로 없겠지만 그래도 남성 문인들은 본업에 충실하기 힘들지언정 팔 걷고 나서면 여러 인맥·지연·학연 등을 통해 한 가족을 먹여살릴 방편을 찾기란 그럭저럭 가능해 보인다. 여성 문인들은 좀 다르다. 번듯한 직장을 가진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없는 비혼 여성 문인들의 삶은 본업을 지속하건 작파하건 한계생활을 면치 못한다.

 

기본적으로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 그것도 문필업을 병행할 정도로 여유로운 일자리는 지극히 희소하다. 간혹 그런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동일 노동에서 남녀 임금 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적 고용 환경은 그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홀몸의 싱글이라면 어떻게든 근근이 한 몸 처신은 하겠지만, 아이()나 부양가족이 딸린 싱글맘이라면 삶의 팍팍함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SNS 친구들 중 그런 여성 문인은 한둘이 아니다. 가혹한 삶의 조건에서 한때 한국문학의 빛나는 가능성이었던 그들의 문학적 재능은 시나브로 시들어간다.

 

이 상황을 잘 반영하는 상징적 해프닝이 있었다. 1990년대 큰 화제를 일으킨 베스트셀러 시집을 냈던 한 여성 시인이 SNS에서 한 호텔에 호텔을 홍보해주는 대가로 1년간 객실 하나를 제공해달라고 했다. 그것이 한 신문 기사로 보도돼 적잖은 논란이 됐다.

 

유명 문인이 호텔을 상대로 방을 내놓으라 요구했으니 갑질아니냐는, 나로서는 이해 못할 반응을 비롯해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런 반응이 나온 데는 그 시인에 대한 얼마간의 부정적 평판과, 또 상당한 정도의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문필을 업으로 하는 시인, 소설가 등 문인들의 사회적 위상을 평가절하하는 경향도 상당히 작용한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이 해프닝 아닌 해프닝의 본질은 한 여성 시인의 주제넘은 갑질에 있는 게 아니라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처한 열악한 삶의 질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 생각의 근저에는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지닌 나라의 구성원들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재능과 실력에 걸맞은 기여를 하고 그것에서 삶의 만족을 느끼며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1 99라 해도 좋을 심각한 불평등 사회인 한국에서 이 전제는 사회적 부의 획기적 재분배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이 생각을 갖고 이의 실현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는다.

 

못 가진 자들의 경쟁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극소수의 다 가진 자들에게 정당한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며 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실천 대신, ‘못 가진 자들끼리 빈곤의 민주화에 더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하여 일부 고소득 노동자들,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을 누리는 공무원, 심지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 해마다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된 주거 환경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한 여성 문인의 갈망이 갑질로 표상되는 세상은 정상적 세상이라 할 수 없다. 서로의 삶을 수렁으로 끌어내려서 좋은 사회는 올 수 없지 않는가./김명인 인하대 교수·계간 <황해문화> 주간

 






9억짜리 아파트 50만원에 살다 -09-18 한겨레21 1180

상경한 <한겨레21> 교육연수생의 현대판 고시원셰어하우스 6주 체류기

낯선 사람 7명과 불편한 동거, 물건 공유하지 않고 대화는 카톡방에서

 

소설가 박민규가 월간 <현대문학>갑을고시원 체류기를 게재한 것은 20046월이었다. 박민규가 추억하는 시대는 1991년이다. 그는 소설에서 “1991년은 일용적 노무자들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갓 고시원을 숙소로 쓰기 시작한 무렵이자, 그런 고시원에서 아직도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이 남아 있던 마지막 시기였다고 말했다. 1cm 베니어합판을 사이에 두고 칸칸마다 빼곡히 남자나 여자가 들어찬 이 공간을 박민규는 세포막같다고 평했다.

고시원은 이후 마땅한 거처를 찾기 힘든 가난한 청년들과 도시 빈민의 저렴한 주거지이자, 이따금 터지는 화재 사고로 크고 작은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안전 사각지대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국민안전처 자료를 보면, 2006년만 해도 4211곳이던 전국 고시원 수는 201311232곳으로 급증했다. 이후 증가세는 한풀 꺾여 2017년 현재 고시원 수는 11800곳이다.

 

고시원을 벗어난 청년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이 모여든 곳은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등 세련된 아파트 이름이 붙은 도심 셰어하우스였다. 그 공간에서 6주를 보낸 <한겨레21> 교육연수생의 체험담을 싣는다. 청년 주거를 둘러싼 여러 고민도 함께 담았다. _편집자

 

평일 오후 셰어하우스의 현관 모습. 외출한 이들이 귀가한 저녁이면 현관은 신발로 더욱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다.

 

나는 대구에 사는 취업준비생이다. 취업에는 인턴이 필수고 그러려면 서울로 가야 했다. <한겨레21> 교육연수생에 지원했고 서류·면접을 거쳐 합격 통보를 받았다. 마지막 질문은 어디서 지낼 건가요였고 난 생각 없이 친구 집이라고 답했다. 그걸 왜 물었을까. 사실 친척도 친구도 없었다. 나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단기계약이 가능한 집을 찾았다. 보증금은 50만원을 넘으면 안 됐다. 회사와 가깝고(서울 도심이어야 했다), 여성 전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셰어하우스였다(1002호 특집 친구 이상, 가족 미만과 집을 공유하다참조). 공동생활이라면 자신 있었다.

 

723: 입주

신발이 현관에 가득했다. 미리 집 보러 서울에 올라갈 재정적 여유가 없었다. 관리인은 “11명 정원인데 지금 7명밖에 살지 않는다. 대부분 직장인이라 낮에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가장 먼저 긴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따라 들어가니 널찍한 부엌과 거실이 펼쳐졌다. 거실 옆에 자리한 안방은 4인실이다. 2층 침대 2개와 욕실이 있다. 현관 바로 앞 작은 방 2개는 2인실이다. 2인실에는 침대 2개가 있다. 현관 오른쪽 끝에 위치한 방은 3인실로, 싱글 침대와 2층 침대가 하나씩 있다. 2인실이 4인실보다 비싸고 2층 침대의 1층이 2층보다 비싸다. 조금 욕심내서 2인실을 골랐다. 문틈으로 엿본 4인실엔 옷과 수건이 옷걸이에 걸려 2층 침대 나무 기둥 사이마다 매달려 있고, 발 디딜 틈 없는 바닥과 옷 무더기가 놓인 침대가 보였다. ‘2인실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늦었지만 룸메이트가 들어오지 않았다. 룸메이트의 책상에는 경제학 책 두 권이 놓여 있었다.

 

725: 룸메이트는 보험관리사

이틀 동안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룸메이트가 환영까진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통성명 정도는 할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참다 못해 룸메이트 민주(23·가명)씨에게 말을 걸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민주씨는 보험관리사다. 책상에 놓인 전공책 때문에 대학생인 줄 알았다고 하자 민주씨가 말했다. “CM이에요, 언니. 자산관리사라고 불러요. 아직 졸업을 안 해서 토요일에는 학교 가야 해요.” 올해 초 취직한 민주씨는 빨리 정규직이 되고 싶다고 했다. 교육 업무를 하는 CM으로 보험사에 취직했지만 인턴 기간에는 보험상품을 팔아야 한다. 이 집에 사는 다른 사람들은 뭐하는지 물었다. 모르는 듯했다.

 

“8명이나 살던데.”

그렇게나요?

 

민주씨는 3개월 살았지만 친한 사람은 없다. 그는 이곳에 머문다고 했다. 그러니 3개월을 함께 산 옆방 언니와 서먹해도 괜찮다. 필요한 것은 (전망 좋은) 서울 신축 아파트 구석의 내 공간일 뿐. 민주씨는 가방을 뒤져 담배를 꺼내 들었다. 민주씨는 이후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726: 모든 대화는 카톡방에서

출퇴근을 시작했다. 공용공간인 거실과 부엌은 회사보다 불편했다. 문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긴장했다. 이 집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민주씨를 제외하고 누가 사는지 몰랐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한나절을 부엌 테이블에 앉아 있기로 했다. 하지만 잠깐의 목례만 허용할 뿐 이들에게 말을 붙이긴 어려웠다. 공동생활인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입주 이틀 만에 초대된 카톡방은 두 개. 하나는 관리인이 포함된 방, 또 하나는 입주자만 모인 방이었다. 입주 때 2만원을 냈다. , 세제, 수세미, 물티슈, 변기압축기(뚫어뻥), 휴지, 쓰레기봉투 등을 함께 쓰기 때문이다.

 

사실 대화가 없는 건 아니다. 대화는 거실이 아닌 카톡방에서 이뤄졌다. 카톡방에서 오가는 대화는 빨래 다 돌아갔으니 빼주세요’ ‘거실에 물건 치워주세요등 누군가를 향한 지적부터 ‘A팀 분리수거 완료했습니다^^’ 등 공동생활에 필요한 공지까지 내용을 불문한다. 마치 대학에서 조별 과제를 하기 싫은 조원들이 카톡을 늦게 확인하듯 대답은 주로 하는 사람만 했다. 관리인은 일주일에 한두 번 부정기적으로 카톡방을 통해 방문예정일을 공지한다. 공지한 날짜와 시간에는 입주 희망자들이 관리인과 함께 집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다. 그들이 나가면 집은 다시 고요해진다.

 

관리인과 손님이 방문할 때 문을 열어주는 것은 주로 낮 시간에 집에 머무는 현지(가명)씨다. 그는 미대 대학원생이다. 집에서는 레이스가 달린 투피스 잠옷을 입고, 샌들 구두를 신고 생활한다. 계약직 대학 교직원을 그만두고 미술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지씨는 결혼을 예정해두고 집을 구하기 애매해서 잠깐 들어온 게 이렇게 길어졌다. 3개월씩 계약을 연장하며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나이가 있으니 다시 원룸에 들어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원은 이제 1학기를 마쳤다. 현지씨는 지난해 4월 처음 입주한 3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 집에서 벌써 1년 넘게 머물고 있다. 카톡방에 공지와 규칙을 올리는 것도, 신입을 초대하는 것도 현지씨였다.

 

82: 욕실을 둘러싼 눈치게임

   

단체카톡방의 용도는 공지와 경고뿐이다. 거실과 식탁에선 그 정도의 대화도 없다. 오해는 대체로 풀리지 않는다.

 

샤워하고 나왔는데 낯선 이가 나를 불렀다. 열흘이 지났지만 이름을 알지 못했다. “머리 감고 나면 수챗구멍의 머리카락은 그때그때 빼셔야 해요.” 잔뜩 짜증 난 얼굴이었다. 몰랐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 알 길이 없었다. 카톡방 공지에 없는 규칙이었다. 생각해보면, 샤워 뒤 머리카락을 치우는 건 상식일 수도 있겠다. 셰어하우스이니 모두가 분담해야 하는 공동 작업은 필수였다. 분리배출,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욕실 청소, 거실 청소 등 여러 집안일을 담당하는 순서를 정했다.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자기 순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욕실에서 머리카락을 빼다 올려보니 욕실용품이 눈에 들어온다. 5명의 것이다. 1번 방의 3명은 안방 욕실을 쓴다. 각자의 용품은 입주 순서대로 욕조와 가까운 선반에 위치한다. 물론 물건은 공유하지 않는다. 치약도 비누도 개인 용품이다. 자신의 욕실용품을 방에 보관하는 사람도 있다. 매번 욕실에 자신의 수건을 가지고 들어간다. 출근을 위해 아침 89시에 씻는 사람이 총 3명이었다. 앞서 들어간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초조해졌다.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문을 두드려 재촉하는 일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욕실 사용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4번 방 사람이 30분 먼저 씻고 출근했기 때문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소소한 규칙은 매번 새로 생기고 조율됐다.

 

86: 누군가 있었다

주말에는 유독 집에 사람이 없다. 각자의 실내용 슬리퍼가 현관에 놓이는 일이 많았다. 주인의 부재를 뜻했다. 거실에서 책을 읽었다. 2시간 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거실로 노트북을 가져나와 드라마를 재생했다. 이어폰을 꼽고 이불을 덮어쓴 채 킥킥대지 않아도 됐다. 외부 스피커를 켜고 크게 웃었다. 전화 통화도 하고 스트레칭도 했다. 발가락도 긁었다. 드라마 한 편을 다 보고 이어서 영화를 보려는 찰나, 4인실에서 사람이 나와 냉장고 문을 세게 닫았다. 얼른 짐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816: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놓아야 하는 것

이제 겨우 패턴을 파악했다. 사람들의 퇴근 시간은 대부분 저녁 710시였다. 물론 시간은 더 빨라지기도, 늦어지기도 한다. 자정 넘어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저녁 8시쯤 퇴근하고 부엌에 들어서자 어두운 조명 아래 누군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1번 방 선주(가명)씨였다. 24. 대화를 하면서도 태블릿PC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광주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초 서울시 공무원이 됐다.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니 실수할 일도 없다. 1번 방 욕실 사용 때문에 충돌이 가끔 있지만 지금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818: 유령이 산다

동네 빵집과 약국, 큰 마트의 위치를 파악했다. 물어볼 사람이 마땅치 않아 동네를 한 바퀴 산책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뒤이어 탄 여자가 이미 내가 누른 층 버튼을 확인한 뒤 다시 휴대전화로 눈길을 돌렸다. 여자가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내가 살며시 뒤에 서자 여자가 짧게 목례를 했다. 4주 만에 처음 얼굴을 본 하나(가명)라는 이름의 3번 방 동거인이었다. 하나씨는 2인실 방을 혼자 쓴다. 방에서 잘 나오지 않아 교류가 없(는 것으로 안).

 

냉장고 칸을 보면 생활 패턴을 알 수 있다. 하나씨 칸에는 유명 커피 브랜드의 샌드위치, 고급 초콜릿, 저지방 두유, 바나나, 편의점 빵이 있다. 요리는 하지 않는다. 음식을 해먹는 현지씨의 칸에는 채소와 과일, 김치통 등이 있다. 이 집에 제일 오래 산 현지씨도 하나씨를 잘 모른다. 현지씨는 “(하나씨의) 얼굴을 떠올리려 해도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마주친 적이 없는 건 아닌데 서로 신경을 안 써서 그런가보다라고 말했다.

 

820: 아로니아 한 알

일요일 오후, 늦잠 자고 일어나 부엌에 가보니 1번 방 아영(가명)씨가 유리병에 아로니아와 설탕을 넣고 청을 담그고 있었다. 옆에 앉아 슬쩍 쳐다보니 아파트 단지 안에 장이 섰길래 아로니아를 사봤다며 한 알을 입에 넣어주었다. 블루베리처럼 생긴 게 아주 썼다. 내가 인상을 찌뿌리자 아영씨는 막 웃었다. 눈이 쭉 찢어져 인상이 세 보였는데 털털한 성격이었다. 알고 보니 다섯 자매 중 넷째였다. 아영씨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 셰어하우스를 선택했다. 그는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함께 입주한 사람들과 마음이 잘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투덜댔다.

 

처음 3명이 살 때만 해도 서로 규칙을 잘 지키고 밤마다 남자친구 얘기도 했다. 나가서 따로 스리룸을 구해볼까 생각도 했다. 점차 여러 사람을 거치며 고시원과 다를 바 없는 집이 됐다. 고시원은 1인실이기라도 하지, 여기는 좁은 방에 사람들을 몰아넣는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지금도 만원인데 업체는 사람을 더 받으려 한다. 며칠 내로 3번 방에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온다고 한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823: 공동주거의 흔한 문제들



냉장고 안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맥주캔과 빵이 있는 칸, 반찬통과 채소가 있는 칸, 두유와 초콜릿만 있는 칸도 있다.

 

퇴근 뒤 밀린 빨래를 하려고 세탁실에 갔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퇴근한 탓에 이미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문 앞에 세탁바구니를 놨다. 평일 저녁 810시에는 세탁기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조금만 기회를 놓치면 내 순서는 지나간다. 빨래 너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베란다의 좁은 건조대에 작은 틈새도 없이 빽빽하게 빨래가 널려 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살짝 밀고 내 구역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새벽 330. “욕실에 담배 냄새가 가득한데 설마 누가 담배를 피운 건 아니겠죠?” 카톡 알림이 떴다. 우리 방 민주씨는 이 집에서 유일하게 담배를 피운다. 밤에도 1층으로 내려간다. 절대 집에선 피우지 않지만 옷에 밴 담배 냄새 때문에 자주 경고를 받는다. 이런 저격성 카톡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엔 거실의 담배 냄새를 위층 소행으로 여긴 이가 경비실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평소 교류하지 않으니 오해가 쌓인다. 한번 쌓인 오해로 틀어진 관계는 이 집에선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해소할 필요도 없다.

 

카톡창에서 경고가 반복되면 퇴장이다. 여름이 오기 전에 다른 셰어하우스에서 퇴출된 사람이 이 집에 들어왔다. 현지씨는 관리인이 사람을 잘 보지 않고 들인다. 다른 곳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어딜 가든 문제를 만든다. 그때 들어온 사람은 이 집에서도 다른 방에 들어가거나 남의 물건을 만지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이 집에서도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람이 잘못 들어오면 집안 분위기는 더 안 좋아진다. 현지씨는 유독 이 업체가 다른 셰어하우스 업체보다 단기로 사람을 받고 검증 없이 사람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날이 서 있었다.

 

91: 작별

셰어하우스 생활 40일째. 오전에 조용히 방을 뺐다. 짐을 싸고 있으니 아영씨가 다가왔다. 건넨 것은 아로니아청이다. 끝맛이 썼다.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내가 빠진 방에는 곧바로 27살 중국인 유학생이 입주한다. 그들은 각자의 이유로 계속 그곳에 머물 것이다. 아파트 뒤로 또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높이 올라간 아파트 어딘가는 작게 쪼개져 또 누군가를 채울 것이다.

내가 짐을 빼자 같은 방 민주씨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방을 빼고 싶다계약금은 어떻게 했고, 얼마나 손해 봤느냐고 물었다. 이곳은 끊임없이 타협이 일어나는 공간이었다. 이 집에 머무는 이들은 포기할 수 없는 무엇 때문에 다른 무엇을 포기한다. 쾌적한 환경과 넓은 거실을 위해서는 온전한 개인 공간을, 안전을 위해서는 편한 휴식을 포기한다. 누군가는 소속의 불안정성 때문에 짧은 계약 기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조건을 위해 원래대로라면 한 가족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에서 낯선 이들과 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 아파트는 시대에 맞게 거듭난 현대판 고시원이자 각자의 욕망이 복잡하게 뒤엉킨 공간이다. 우린 이곳에 머문다는 이유로 서울시 ○○로 시작하는 그럴싸한 대기업 건설사의 대단지 아파트를 잠시나마 주소지로 사용할 수 있다. 난 자랑스러운 서울 낙원구 행복동 래미지오의 주민. 정말 그런가? 우린 일단 그렇다고 믿고 머무는 것이다./·사진 김보현 교육연수생

 

서울에서 머문 잠깐의 주거공간

아파트 집주인은 번듯한 전문직 종사자

<한겨레21> 교육연수생이 된 뒤 서울에 6주간 머물겠다고 결심했을 때 서울로 유학 간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난 후배가 생각났다. 후배도 서울에 연고가 없었다. 전화로 안부를 묻자 그는 다시 내려왔다고 답했다. 후배는 서울에서 6개월을 버텼다.

 

후배와의 통화에서 셰어하우스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서울 대학로 근처에서 두 달 정도 비는 원룸을 찾고 있던 내게 한 줄기 빛 같은 얘기였다. 바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뜨는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업체가 보유한 셰어하우스는 30채가 넘지만 6개월 미만은 애초 계약이 불가능했다. 다른 업체에 전화해보니 “3개월 미만은 계약이 안 되는데 해주겠다고 답했다. 곧바로 계약금을 보냈다.

 

두 업체는 성격이 다르다. 첫 번째 업체는 자신의 집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해(혹은 셰어하우스 용도로 집을 지어) 운영하려는 건물주와 입주자를 연결해준다. 업체는 홍보와 관리만을 담당했다. 반면 내가 거주한 두 번째 업체는 직접 아파트 몇 채를 운영한다. 여성 전용, 남성 전용으로 구분한다. 나와 같은 집에 머물며 친해진 현지씨는 아파트 분양 때부터 세놓을 생각으로 투자자 여럿이 모인 걸로 안다고 말해줬다.

 

서울로 올라와 내가 머물 공간의 주소지를 찾아갔다. 예상보다 더 큰 대단지 아파트였다. 마중 나온 관리인은 집주인 명함을 주며 “(집주인이) 아들이라고 자랑했다. 명함 속 남성은 번듯한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계약서를 썼다. 6주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임대소득 신고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서울에 잠깐의 주거공간이 필요한 경우 셰어하우스는 1순위 선택지가 된다. 거주 6주 동안 매주 네댓 명이 집을 보러 왔다.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다. 주거 대책으로 공동주거의 가능성을 내세운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속 교류도 없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고의적 무지’921 경향

2100년은 인류가 간절히 알기를 바랐던 미래다. 2100년을 예측하기 위해서 인류는 국경을 넘는 지구 공동체가 되어 미래 예측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고 있다. 덕분에 2100년은 우리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미래가 되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21세기에 일어날 기후변화와 그것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국제기구이다. 1988년에 만들어진 이 단체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전 세계의 학자들이 생산한 과학적, 기술적, 사회경제적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미래를 예측한다. 그리고 예측은 21세기의 끝, 2100년을 향해 있다.

 

IPCC2014년 다섯 번째 기후평가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학, 물리학, 해양학, 통계학, 사회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된 831명의 전문가가 작성한 이 보고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미래에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따른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예측한 네 가지 대표 시나리오다. 가장 절망적인 시나리오대로 높은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1861~1880년에 비해 2.6도에서 4.8도가량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대로 배출량 규제가 엄격히 이루어진다면, 0.3도에서 1.7도 상승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가장 절망적인 시나리오에 가까운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에 시작해 5~7년 간격으로 발행된 다섯 편의 IPCC 보고서는 한결같이 대기 중 누적된 온실가스의 증가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에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산업화 이전 시기부터 시작된 온실가스 증가는 인간의 활동에 기인했으며, 20세기 중반부터 관측된 온난화 현상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몰디브의 섬들이 곧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바다 밑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만큼이나 2017년의 우리에게 기후변화는 익숙한 미래다.

 

익숙하다고 해서 모두가 믿는 것은 아니다. 인류가 간절히 알기를 바랐던 미래는 이제 적극적으로 외면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가장 유명한 기후변화 회의론자는 아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다. 그의 트위터는 기후변화가 불완전한 과학과 조작된 자료에 기반한 것이며 사실무근이고 비싼 속임수라는 주장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주장의 뒤에는 의혹을 파는 과학자들이 있다. 과학사학자인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M 콘웨이는 기업이나 정치가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소수의 과학자들이 산업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에 대한 과학적 주장에 끊임없이 의혹을 불어넣는 전략을 통해 논쟁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가 거짓이라는 주장은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과 더불어 대표적으로 만들어진 의혹이라는 것이 그들의 책 <의혹을 팝니다>에 잘 드러나 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거친 언어에 비해 IPCC 보고서 속 언어는 매우 조심스럽다. 보고서에는 각 예측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얼마나 강력한지, 과학자들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합의에 이르렀는지, 어느 정도의 확신에 기반한 것인지, 그리고 예측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높은지 꼼꼼하게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증가하면 북반구 고위도 지방의 영구동토층의 너비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지만, 그 감소폭이 시나리오에 따라 37%에서 81%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은 중간 수준의 확신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여기에는 주장과 근거, 그리고 그 둘의 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과학의 습관이 짙게 배어 있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2100년 지구의 미래는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를 경험할 때 인간의 현재가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응답이라도 하듯, 지난 몇 주간 미국은 여러 개의 초대형 허리케인을 경험했다. 하비(Harvey)825일 미국 남부 텍사스주 걸프만에 상륙해, 하이랜즈 지역에서 1318의 비를 뿌렸다. 단일 허리케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강우량이다. 2주가 지나지 않아 어마(Irma)가 캐리비안해의 섬나라들을 거쳐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했다. 어마는 풍속에 따라 허리케인을 분류하는 새피어-심슨 풍속 스케일에서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최대 풍속이 시속 295에 달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미국 남부를 강타하고 151명의 사망자(915일 기준)를 낸 하비와 어마는 미국 역사상 가장 손해를 많이 끼친 허리케인 중 열손가락 안에 꼽히게 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뒤이어 호세(Jose)가 동부 연안에서, 또 다른 5등급 허리케인 마리아(Maria)가 남부의 바다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니 IPCC가 보여주는 미래는 그 한자어의 의미처럼 오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닌 셈이다.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로 참혹하게 파괴된 도시의 모습은 기후변화 예측이 그 어떤 종류의 미래 예측보다 절박한 것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911일 기고한 음모, 부패, 그리고 기후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후변화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의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특히 그들의 고의적 무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현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은 재난의 예방이나 대비, 복구에 대한 어떤 생산적인 정치적, 정책적 토론도 매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정확하게 예측된 2100년의 미래에는 우리가 지금 산업, 경제, 정치와 같은 사회 전반의 분야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흔들림 없이 그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겪을 험난한 고비가 예견되어 있다. 지구와 인간의 미래는 예견된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에 가까운 모습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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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7,530원보다 높은 생활임금 8,600원 확정한 지자체는? 921 프레시안

도 소속 기간제근로자 등 생활임금 적용 복지혜택 누려

전라북도 생활임금심의위원회는 21일 오전 1030분 도청 12층 소회의실에서 심의위원회를 열고 2018년 적용 생활임금을 8,600원으로 결정했다.

 

전라북도 생활임금심의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7,530/시급)을 토대로 한국형 생활임금 표준모델 연구 자료에서 제시한 3인 가족 기준의 기준생활비에 4년간 소비자물가와 2018년도 타 시도에서 결정한 생활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결정했으며, 이는 2018년 최저임금(7,530)에 비해 114.2% 수준이다.

 

근로자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위한 생활임금액 결정은 여러 지자체의 사례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생활임금 심의위원회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 제시를 통하여 산정했으며, 생활임금 결정에 따라 도 및 도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들은 내년에 최저임금보다 월 223630원을 더 받게 된다.

 

채준호 위원장은 ‘2018년 전라북도 생활임금 적용으로 도 및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 480여명에게 수혜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혼, "남편 월수입 500만원은 돼야 맞벌이 찬성" 921 파이낸셜뉴스

 

이혼을 경험한 돌싱남녀들은 배우자가 맞벌이를 할 경우 적당한 월수입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돌싱만의 소셜데이팅 '울림세상'에서는 이혼남녀 1410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의 맞벌이, 월수입 얼마 되야한다"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설문결과 돌싱남성의 경우 "200만원 이상(33.8%)", 돌싱여성의 경우 "500만원 이상(35.9%)"을 각각 1순위로 선택해 남녀간 생각의 차이를 보였다. 돌싱남성의 경우 금액 상관없이 맞벌이를 찬성하겠다는 비율이 돌싱여성에 비해 두배 가량 높게 나타난 것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울림세상 김정림 컨설턴트는 설문결과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통해 벌어들이는 평균수입이 남성이 높기에 돌싱여성의 경우 배우자의 월수입에 대한 기준이 높게 나타난 것 같다장기적인 경제불황과 지속적으로 치솟는 물가로 인해 순수 외벌이보다는 금액에 상관없이 맞벌이를 하는게 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돌싱남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스타트업 돌싱만의 소셜데이팅 울림세상에서 진행됐다. 울림세상은 매일 낮 12시 돌싱남녀간 11 인연소개가 이루어지는 소셜데이팅 서비스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아차, 감산 돌입잔업 전면 중단 921 한국경제

기아자동차가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별근무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감산(減産)에 들어간 것이다.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말 통상임금 1심 소송 패소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각종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이 연 900여만 대에 달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생산체제를 종합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아차는 오는 25일부터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21일 노동조합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없어지는 잔업시간은 110, 220분 등 모두 30분이다. 광주공장 기준으로 근무시간은 기존 1조 오전 7~오후 350, 2조 오후 350~1250분에서 1조 오전 7~오후 340, 2조 오후 350~1230분으로 바뀐다. 특근도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생산라인마다 다르지만 그동안 기아차 근로자는 평균 월 8~12시간의 특근을 해 왔다.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로 기아차의 국내 공장 생산량은 연간 41000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화성 소하(광명) 등에 공장을 둔 기아차의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155만 대(위탁 생산분 포함)였다. 평균 연봉이 9700만원(작년 기준)에 달하는 기아차 근로자의 임금도 연간 200만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기아차가 근무시간 축소에 나선 1차적 배경은 판매량 급감이다. 2015305만 대로 정점을 찍은 기아차의 국내외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302만 대로 꺾인 데 이어 올 들어서도(1~8)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줄어들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1심 선고가 영향을 끼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성매매특별법 13, 미아리텍사스 사람들 "우린 막차 승객"924 중앙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입구. 20일 밤의 모습이다. 하준호 기자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입구. 20일 밤의 모습이다. 하준호 기자

 
빛은 이곳을 일부러 비껴가는 듯 했다.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 적힌 표지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온통 어둠이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컴컴한 골목을 한참 걸어 들어갔다. 중간중간에는 언제든 돈을 뽑을 수 있는 현금인출기가 있었다. 건물 유리창에는 검정색 시트지가 붙어 있어 안이 보이지 않았다. 건물 입구에는 중년 여성들이 의자를 놓고 앉아 사람들의 동태를 살폈다.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군데군데 있는 폐업으로 텅빈 업소는 오갈 데 없는 길고양이들의 쉼터가 됐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일명 '미아리텍사스'를 지난 1일과 12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지켜봤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인 환승주차장에서부터 내부순환로를 따라 종암사거리까지 길게 연결돼 있는 이 곳은 고층 건물들에 둘러 싸인 외딴 '섬' 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집창촌, 2004년 9월 23일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행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의 발원지였던 미아리텍사스는 자연스러운 수순대로 퇴락했다. 이 지역이 속한 '신월곡 1구역'은 2003년부터 꾸준히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개발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재개발으로든, 정책 방향으로든 미아리텍사스는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여기서 일하는 업주·성매매 여성·마담(호객 행위를 하는 여성들)·주방 직원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곳에 남았다. 현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에는 약 88개 업소, 350여 명의 업주·여성 종업원들이 있다.
 
업주 대부분은 건물주에게 100만~200만원씩 월세를 내고 있는 세입자들이다. 1988년 당시 26살이었던 업주 A(55)씨는 처음 하월곡동으로 왔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A씨는 이곳의 한 업소에서 주방 일을 했다. 그가 기억했던 당시 미아리텍사스의 모습은 이랬다. "이 앞 큰 길(정릉길)이 원래는 다 주차장이었어요. 주말에는 주차장에 관광버스서부터 승용차까지 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고 골목 곳곳은 사람들로 꽉 찼죠. 남는 아가씨들이 없으면 업소가 일단 문을 닫아놓는데 그러면 막 사람들이 '열어달라'고 문을 두들겨요. 쿵쿵쿵…." 
 
그러다 2004년 정부의 '성매매 근절' 의지가 강하게 담긴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이곳의 번영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탔다. 이듬해에는 화재가 발생해 여성 종업원 5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업주들의 여성 종업원 감금 문제 등이 사회 이슈화 됐다. A씨도 이 시기 잠시 다른 일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3년 전 다시 이곳에 왔다. "밖에서 튀김 장사도 해보고 요양 봉사도 해보고 별 일 다 했는데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많아 그거 갖곤 생계가 안 되더라고요. 결국 가장 익숙한 이곳으로 돌아와 장사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매출이 그때의 3분의 1도 안 될 거예요. 성매매특별법 이후 단속이 잦아지다보니 사람이 뚝 끊겼어요. 이곳은 자연스레 해체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라도 밖에서 놀지, 여기선 안 놀 거 같거든요." 여기가 당장 몇 년 안에 폐쇄된다고 해도 딱히 대안은 없다. 그는 "앞 일을 생각하면 답답하긴 한데, 당장 내일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라 속수무책으로 여기 머물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골목. 인적은 드물다. 하준호 기자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골목. 인적은 드물다. 하준호 기자

 
이 곳의 산수는 '30분에 10만원'이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주로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젊은이, 일용직 노동자 등이다. 여성 종업원들은 한 달에 26일 정도 일하면 보통 200만~300만원을 번다고 했다. 대부분 나이대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중반이다. 스무 살에 이곳으로 와 지금은 고등학생 자식을 혼자 키운다는 여성 종업원 B(39)씨는 "성을 판다는 이유로 손님들은 우리를 함부로 대하고 어디서 보고 왔는지 날이 갈수록 더 과한 걸 요구한다. 특히 특별법 이후에는 요구하는 걸 해주지 않으면 '신고할테니 환불해 달라'고 협박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은 없었는지 물었다. "왜 없겠어요. 지금도 매일 생각해요. 근데 익숙한 게 이 일 뿐이고 다른 일을 배우자니 돈이 문제죠. 전 당장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어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는 생계 문제를 얘기했다. 정부나 여성단체에서 이들의 탈성매매를 돕기 위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발적 참여가 많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생계의 문제' 때문이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04년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모습. [중앙포토]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04년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모습. [중앙포토]

1968년 종로3가 성매매집결지가 옮겨가면서 처음 군락을 형성했던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를 둘러싼 과제는 아직 도처에 널려 있다.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의회 앞에선 이 곳의 업주들과 여성 종업원 350여 명 전원이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 지원' 내용의 조례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을 대변하고 있는 유태봉(71)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자율정화위원장은 "이 곳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보여주기 식'일 뿐인 조례는 필요없다. 집결지가 해체되면 알아서 사라질테니 제발 우리 좀 내버려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목소영 성북구의회 의원은 "단 한 명이라도 탈성매매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 조례를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성매매집결지만 해체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문제의식도 커가고 있다. 하월곡동 집결지 수시 단속 및 종합 합동점검 등을 실시하는 서울 종암경찰서가 최근 작성한 내부 자료에는 '청량리 588은 해당 지자체의 지원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폐쇄가 이뤄져 기존에 종사했던 성매매 여성들은 영등포·동두천 등 집창가로 분산됐을 뿐 근본 해결이 되지 않았다. 경찰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이고 유연한 관리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

여전히 명확한 해답은 찾지 못한 채 이 곳의 하루는 또 시작될 것이다. 유태봉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막차 탄 사람들이라고 보면 돼요. 앞으로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요."


죽어라 뛴 만큼 뱃살 쭉쭉 안 빠진다, 정답은 덜 먹기

인체의 에너지 자물쇠 전략

국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입사 후 체중이 불었다. 9명은 감량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나 현재 운동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출렁이는 뱃살을 줄이려면 목숨 걸고 운동해야 할 것 같은 비장한 각오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운동으로 몸무게가 확실히 줄까? 최근 유명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연구 결과는 실망이다. 운동 죽으라고 한 만큼 몸무게가 쑥쑥 빠지지는 않는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너무 과하면 정자 DNA도 깨진다. 하지만 이런 몸의 에너지보존 전략 덕분에 인간은 지구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운동-에너지-음식의 진화 원리를 알면 뱃살 줄이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보인다. 바로 덜 먹기다.

부시맨과 뉴욕 사무원 에너지 소비량 동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생물인류학 연구진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부시맨’을 찾아갔다. 부시맨은 현재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에 살고 있는 구석기 시대 원시인류와 비슷하다. 남자들은 창, 손도끼를 달랑 들고 사냥을 나선다. 동물 추적 하느라 하루 11.4㎞를 걷는 것은 기본이다. 여자들도 쉴 틈이 없다. 열매를 따거나 식물뿌리를 캐내 아이들 먹이기 바쁘다.  
 
부시맨들은 하루 운동량이 많으니 당연히 현대인들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뉴욕대학 연구진은 부시맨들의 하루 에너지소모량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는 의외였다. 하루종일 걷다시피 하는 부시맨들이 의자에만 있는 뉴욕 직장인 소비량과 비슷했다.  
 
이 의외의 결과에 놀란 다른 대학 연구진들은 좀 더 정밀한 실험을 했다. 미국, 아프리카 등 5개 지역에서 다양한 남녀 인종 332명을 모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평상시 운동정도에 따른 하루 에너지 소비량을 7일간 측정했다. 소파에서 죽치는 ‘소파족’도 있었고 하루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 ‘운동 마니아’도 있었다.  이들 손목에 운동량 측정밴드를 채웠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운동량이 적은 단계에서는 에너지소비량이 운동량에 비례했다. 즉 하루 1시간의 보통 걷기 (시속 5㎞)까지는 운동한 만큼 비례해서 에너지가 소비됐다. 살이 그만큼 빠진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에서는 운동량이 늘어나도 에너지소비가 늘지 않았다. 살이 더 안 빠진다. 그럼 운동에 쓰였던 에너지는 몸속 어디에서 끌어다 썼을까.  
 

답은 ‘기초대사량 중에서 면역소요 에너지를 줄인다’다. 그러면 면역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다. 오히려 과도한 면역(염증반응, 자가면역)을 줄여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경계선이 있다. 이 선을 넘어 운동량을 늘리면 기초대사량이 너무 많이 감소해 몸에 역효과를 준다. 그 결과 성장속도가 줄고 배란이 감소한다. 어느 정도가 건강에 좋을까. 미 대학심장협회에 의하면 천천히 뛰는 정도의 빠른 걷기(시속 8㎞)로 주당 2.5시간 운동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로도 주당 4시간을 넘어서면 운동효과는 급감해서 전혀 운동 안 하는 사람과 같다. 게다가 전문선수들도 고강도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 정자 DNA 깨짐 현상이 관찰된다. 즉 과도한 장기간 고강도운동은, 뱃살을 줄이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지만 정자, 즉 번식에까지 손해를 입힌다. 인류의 몸은 왜 이런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답은 ‘굶을 때를 대비한다’다. 즉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운동량이 많아지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호모 사피엔스는 운동을 위해 몸속 에너지원을 다 사용하지 않고 절약하는 전략을 택한다. 그 영향으로 면역이 줄어들거나 정자 DNA가 일부 조각나도 보존전략이 궁극적으로는 낫다. 왜냐면 굶게 되면 그때 태어난 새끼도 건강하게 살 확률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살아 있는 부모신체를 보전하는 고육지책이 진화에 유리한 셈이다.
 
뱃살 줄이겠다고 운동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뱃살이 줄어들지만 그 이상 운동 강도에서는 더 줄지 않는다. 에너지소비가 어느 이상 안 되도록 일종의 자물쇠 전략을 쓰는 것이 호모 사피엔스다. 그러면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에너지 보존형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 동물의 최상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어떻게 큰 두뇌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답은 쓸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용에너지 늘려 최상위 포식자 돼
불과 요리를 통해 고에너지를 섭취한 인간이 에너지 발생효율이 높게 진화할 수 있었다. [사진 김은기]

불과 요리를 통해 고에너지를 섭취한 인간이 에너지 발생효율이 높게 진화할 수 있었다. [사진 김은기]

인간이 어떻게 유인원(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을 제치고 앞으로 나서서 세상을 호령할 수 있게 됐을까.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유인원보다 오래 살고 자식도 많이 낳고 두뇌가 컸기 때문이다. 비결은 한 가지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른 유인원보다 많았다.  
 
2016년 저명학술지 네이처는 이런 가설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즉 인간 하루 에너지소비량이 유인원보다 20%(400㎉) 많았고 에너지발생효율도 높았다. 인간이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3가지다. 불을 사용해서 다양한 고칼로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사회 형성으로 식량을 나누어 먹을 수 있었고,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었다.  
 
바짝 마른 부시맨도 침팬지보다 1.6배(남), 2.4배(여) 지방이 많다. 지방 덕분에 인간은 굶을 때도 살아남았다. 그렇게 수백만 년을 지내온 인류다. 그런데 농업혁명, 산업혁명으로 먹을 것이 너무 많아졌다. 당연히 지방이 더 쌓인다. 실제로 현대인은 부시맨보다 1.8배 지방이 많다.  
 
하지만 구석기시대 몸은 이 지방을 본능적으로 비상식량으로 간주한다. 운동 조금 한다고 이걸 다 사용하지는 않는다. 결론은 간단하다. 운동으로 몸무게가 쉽게 줄어들지 않도록 인류는 진화했다. 이런 원리를 안다면 비만 해결책은 간단하다. 적게 먹어야 한다. 운동은 어느 정도까지만 감량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감량목적으로 운동에 목매지 말라. 운동이 진짜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건강이다.  
          

운동효과는 건강증진이다

운동하면 장수한다. 하버드대 미 국립암연구소 공동연구에 따르면 하루 1시간 빨리 걷기만 해도 수명이 7.2년 늘어난다. 계산해 보자. 40세 성인이 80세까지 하루 1시간만 투자하면 하루 4시간을 더 살 수 있다. 확실히 남는 장사다. 특히 장기간 운동은 심장 마비, 당뇨, 암 예방에 보증수표다. 무엇보다 근육량이 늘어나는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늘려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된다. 추천 운동 강도는 빠른 걷기(시속 8㎞)로 주당 2.5시간이다. 같은 속도보다는 강약이 반복되면 좋다. 몸이 적응하면 에너지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2015년 ‘스포츠의학 연구’ 학술지는 운동 세기를 변화시키라 권고한다. 장기 저강도 운동보다는 고강도 단기를 추천한다. 죽어라 달리고 잠시 쉬었다 다시 죽어라 달리는 반복운동효과가 2형 당뇨 인슐린 저항성을 49%나 감소시켰다. 특히 운동 초보자에게 효과가 좋다. 강한 운동으로 근육 칼슘수용체가 깨지면서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고 근육을 강하게 만든다. 운동고수들은 이미 이런 단계를 지나 적응했기 때문에 초보보다는 효과가 덜 하다.  
 
스피닝(그룹 사이클링)은 화끈하다. 30초간 죽어라 페달을 밟고 4분간 숨 고르기를 6번 반복한다. 건강에 좋다. 하지만 한번 해 보면 안다. 너무 힘들다. 특히 중장년에게는 30초간 죽어라 달리기는 쉽지 않고 위험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헬스클럽 자전거나 러닝머신은 너무 지루하다. 인내를 요한다. 계속하기 힘들다.  
 
더 재미있는 운동은 없을까. 있다. 게임이다. 동네 조기축구에서 공을 따라 뛰는 것도 고강도, 저강도의 반복이다. 휙휙 날아다니는 셔틀콕을 쫓아가는 배드민턴도 좋다.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떠들고 웃으며 달리는 생활체육이 중장년에게는 최고 운동, 최선 건강지킴법이다.  
 
실제로 국내생활체육 동호인이 운동 안 하는 일반인보다 신체나이가 무려 21년(남), 13년(여) 더 젊었다. 운동은 몸을 젊게 한다. 하지만 뱃살까지 확실하게 줄이려면 한 단계 더 필요하다. 운동 후 꿀맛 같은 밥과 시원한 생맥주 유혹을 견뎌야 한다. 대부분 여기서 실패한다. 명심하자. 피자 한 조각 더 먹으면 1시간 23분간 더 걸어야 한다. 피자 먹는 대신 운동 삼아 1시간23분 걷는다면 5시간23분 더 살 수 있다. 무엇을 해야 뱃살을 줄이고 어떤 것이 건강에 좋은지 자명하다. 먹는 유혹을 참고 빨리 걸어라.
 
미 유명작가 토니 로빈스는 이야기한다.  맛있는 음식을 인생 내내 즐기고 싶은가? 방법이 있다. 그 음식을 매번 조금씩만 먹어라.

  

개신교 총회정치의 민낯 922 경향

9월 하반기엔 개신교 각 교단의 정기총회가 열린다. 최상층부의 교회정치가 불꽃을 일으키는 계절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누가 총회 대의원으로 선정될지를 둘러싼 경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리고 총회장 등 교단을 대표하는 임원과 각 기관장 등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거의 전쟁에 가깝다. 총회 기간이 임박해지면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금품이 살포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진다. 또 계파 간의 정쟁과 합종연횡이 펼쳐진다. 한편 교단 산하 지역별 교회회의체(노회·지방·교구 등)나 사안별 기구들(위원회)에서 안건을 총회에 상정시키고, 그것에 대한 심의와 결의를 둘러싼 안건정치가 치열하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예·결산 정치다. 물론 여기서도 공방의 강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이번 각 교단의 총회들에선 교단정치가 어떤 모습으로 시민사회에 비칠까? 거의 20년 동안 사회적 신뢰도가 한국의 3대 종교 가운데 꼴찌를 면치 못해왔고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에서 여론주도층의 불신이 점점 커져 급기야는 파국적 상황이 머지않았다는 재앙담론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불신의 벽을 넘을 작은 가능성이라도 제시할 수 있을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라고 하면서, ‘개혁이라는 말을 거의 입에 달고 있다시피 한 올해 개신교 교단들은 과연 시민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만한 쓸모 있는 개혁의 깃발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예상한 대로 이번 총회들에서 주목할 만한 논점은 동성애 문제다. 한국에서 가장 큰 교파의 하나인 예장통합은 가장 강력한 반동성애 조치들을 결의했다. 동성애자나 동성애를 지지하는 이는 목사, 전도사, 장로, 집사, 그리고 대학 등 산하기관의 직원이 될 수 없으며, 신학대학 입학까지 금지하기로 했다.

 

예장합신도 그 못지않은 강경안을 결의했는데, 동성애자는 물론이고 동성애자에게 세례를 주는 것을 포함한 일체의 옹호행위를 한 이들을 면직과 출교시킨다는 것이다. 한편 가장 진보적이라는 기장 교단에서도 또다시 동성애연구위원회설립 안이 부결되었다. 연구해 보자는 안건조차 거절된 것이다. 이 주제를 둘러싼 공적 토론조차 일절 안된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런 안건은 다른 교단들에선 상정조차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최근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정국에서 드러난 것처럼 동성애자 문제는 보수주의 정치세력들에는 더 이상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양상이다. 그것은 산산이 부서져 있는 보수대연합을 극우주의 기조로 재구축하는 핵심 어젠다로 부상했다. 온건보수세력의 보수대연합 어젠다가 거의 무력한 상황에서, 극우주의적 어젠다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 하나하나에게 물으면 동성애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인권적 가치에 따라 관용은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정치적 행동을 하게 될 때는 극우주의적 혐오주의에 견인되곤 하는 것이다.

 

그것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막강한 자원을 소유한 개신교 목사들의 주류세력들이 동성애 혐오동맹으로 광범위하게 결속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극적 관용조차 말할 수 없고 그것을 둘러싼 토론조차 불허되는, 거의 맹신적 합의가 그들을 일사불란하게 엮어내고 있고, 이것이 보수주의적 정치권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개신교계 일각에서 회자되는 음모론적 얘기가 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관련 인사들이 교단정치에 관여하여 요직을 차지했는데, 그들이 바로 최근 동성애 이단론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는 국정원의 행보들을 보면 이런 음모론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든다.

 

아무튼 국정원이 개입했든 아니든 개신교 주류권 목사들의 동성애혐오론, 토론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저 맹신적 확신에 대해 시민사회는 어떻게 볼 것인가? 보수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던 2014년에도, 동성애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보는 이들과 아니라고 보는 이들의 비율은 47.1% 23.1%였다. 심지어는 개신교 신자의 경우도 39.9% 29.6%로 크게 차이가 났다. 그런데 주류 개신교 목사들은 압도적으로 동성애혐오주의 입장을 취했다. 그리고 개신교 신자의 생각을 담지 못하는 소수 의견이 개신교를 과잉대표하면서 극우적 보수대연합의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미움과 공포를 퍼뜨리는 목사들, 다수의 반대 생각조차 경청하지 않으려 하는 목사들, 공존과 상호존중의 미덕을 포기하고 적대를 퍼뜨리는 그들이 과잉대표하는 교단의 총회, 그것을 시민사회, 아니 합리적 개신교 신자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총회정치로 대변되는 개신교의 재앙은 이미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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