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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코뿔소 뿔이 확 작아졌다…코끼리 상아 사라지듯

by 이성근 2024. 2. 15.

열대 섬에 쥐가 침입하면 물고기 성격이 바뀐다

산호 가지에 난 조류를 뜯어 먹는 자리돔과의 소형 물고기 주얼 담셀피시’. 집쥐의 유입은 이 물고기의 영역 지키기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레이철 건 제공.

사람이 생태계에 끼친 영향은 먹이그물을 타고 퍼져 상상하기 힘든 변화를 일으킨다. 18세기 유럽의 선박에 편승한 집쥐가 인도양의 외딴 산호초에 유입되면서 벌어진 일은 그런 예다.

쥐는 어린 바닷새와 알을 공격했고 새의 배설물이 유일한 영양원이던 산호초의 조류와 그것을 먹고살던 물고기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영국 랭커스터 대가 주도한 연구에서 열대 섬에 들어온 집쥐가 그 섬 주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음이 밝혀졌다.

인도 원산인 곰쥐(집쥐 속)는 세계에 널리 퍼져나갔다. 열대 섬과 산호초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침입한 집쥐를 퇴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레이철 건 랭커스터 대 박사(현 독일 튀빙겐 대) 등은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환초 3곳에서 쥐가 침입한 섬 5곳과 한 번도 쥐가 들어오지 않은 섬 5곳을 대상으로 주얼 담셀피시란 물고기의 영역 지키기 행동을 조사했다. 자리돔과의 이 물고기는 산호초 가지에서 자라는 조류를 뜯어 먹고 사는 농부로 자신의 밭을 맹렬하게 지키기로 유명하다.

대양에서 물고기 등을 잡아먹은 바닷새는 섬의 둥지에 날아와 쉬면서 배설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영양분 공급이 어려운 대양 섬에서 바닷새의 배설물은 유일한 영양원이다.

그런데 침입한 집쥐가 알과 새끼를 공격하면 바닷새 집단은 붕괴하게 된다. 연구자들이 조사한 쥐 서식 섬의 바닷새 밀도는 집 없는 섬보다 720배나 낮았다. 구아노 영양분 공급이 격감하면 빗물을 통해 주변 산호초에 주던 비료도 줄어든다. 산호초로 흘러드는 질소의 양은 쥐 서식 섬에서 251배나 적었다.

산호 가지에 자라는 조류를 먹는 초식 물고기에게 쥐의 침입은 나쁜 소식이다. 영양 부족으로 먹이인 조류가 잘 자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소출이 적으니 밭을 넓힐 수밖에 없다. 농부 물고기의 영역은 쥐가 없는 섬에서 0.48였지만 쥐 서식 섬에서는 0.62로 훨씬 커졌다. 넓은 영역을 전처럼 악착같이 지킬 수도 없어졌다.

쥐가 침입해 산호의 조류가 빈약해지면 이를 먹는 물고기의 영역을 지키려는 의욕도 떨어진다. 레이철 건 제공.

건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쥐 없는 섬의 주얼 담셀피시는 비옥한 자신의 영역을 공격적으로 방어한다방어하는 데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쥐 섬의 물고기는 덜 공격적이다. 그는 조류 밭에서 얻는 영양분이 거의 싸울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향은 농부 물고기의 행동 변화로 그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다른 산호 종의 확산, (악착같은 방어가 사라진 영향으로) 다른 산호 물고기 분포, ‘애향심을 잃은 담셀피시가 앞으로도 살아남을지 등 훨씬 넓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쥐 침입의 영향은 단지 담셀피시의 공격성 변화에 머물지 않고 생태계 전반에 미친다. 필립 버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건 박사는 농부 물고기는 조류를 뜯어먹어 이루었던 산호와 조류의 균형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공격성이 떨어지면서 다른 물고기가 산호를 이용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생태계는 장기간에 걸쳐 미묘한 균형을 이룩했기 때문에 어떤 교란도 생태계에 연쇄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Ecology & Evolution, DOI: 10.1038/s41559-022-0193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2023-01-06

 

코뿔소 뿔이 확 작아졌다코끼리 상아 사라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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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두루미의 배설물 은혜 갚기매일 천연비료 6포대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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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생태계에 매일 질소 24살포하는 셈

 

양산꼬리치레토종 도롱뇽 발견되자마자 멸종 위급빠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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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꼬리치레도롱뇽(붉은 점)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노란 점)의 분포지역. 아마엘 볼체 외 (2022) ‘동물학 연구제공.

숲의 보석팔색조는 북상 중, 설악산서도 호오잇

번식울음은 514일부터 들리기 시작해 86일까지 이어졌는데 절정에 이른 날은 63일이었다. 팔색조는 보르네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겨울을 나고 우리나라, 중국 남동부, 대만, 일본에서 번식하는데 6월 초·중순 산란한다.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1045971.html

야생 한국표범 근친교배 비상동물원서 수혈할까

표범의 땅국립공원 표범 절반에서 뭉툭 꼬리, 흰 발 등 특이 형질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1030234.html

앞발 끝이 흰 러시아 표범의 땅국립공원의 한국표범. 야생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질로 근친교배의 결과이다. ‘표범의 땅국립공원 제공.

표범은 몸길이의 절반이 넘는 길고 굵은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러시아 표범의 땅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한국표범(아무르표범) 가운데 꼬리가 스라소니처럼 뭉뚝하거나 짧은 개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게다가 집고양이처럼 발끝이 흰 표범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야생에 없는 이런 형질은 근친교배의 명백한 증거로 낮은 유전다양성이 한국표범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동북부 아무르호랑이 평균적 사촌관계면역력 약화 우려

1030마리 급증했으나 절반 이상이 인척 관계

근친교배 부작용 우려러시아 집단과 교류 절실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1026107.html

세계에 550마리 미만이 남아있는 아무르호랑이는 한반도 등 대부분의 서식지를 잃고 95%가 러시아에 서식한다. 중국 동북부 집단이 중요한 이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천년 전부터 채취한 진귀 한약재, ‘칙칙한애들만 살아남아

티베트 고산식물 천패모, 채집 심한 곳일수록 눈에 안 띄는 위장 색 진화

같은 천패모라도 채집압력이 낮은 곳(왼쪽)과 높은 곳의 색깔은 전혀 다르다. 채집되지 않기 위해 위장 색을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양 뉴 제공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71641.html

사람의 자연 이용은 진화의 방향도 바꾼다. 큰 개체 위주로 남획하자 참조기는 살아남기 위해 점점 잘아지고 상아 채취가 계속되자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늘어난 것은 그런 예다.

 

충직한 일부일처제앨버트로스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상고온 해에 이혼율 8배 증가암컷이 주도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1020775.html

남반구 대양에 사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가 번식기를 맞아 구애 행동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 새의 가장 충직한 일부일처제를 흔든다. 프란세스코 벤투라 제공.

새들 가운데 가장 큰 날개로 대양을 활공하며 먹이를 찾는 앨버트로스는 장수하며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는 바닷새이다. 그러나 수온이 상승해 먹이 찾기가 힘들어지고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서 금실이 깨어져 이혼이 급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