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비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1만9800원
출판사 서평
하비가 관념적 이론과 구체적 현실을 조합하여 보여 주는 세계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익숙한 한국의 현실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으며, 그로부터 다시, 생활세계의 황폐화가 깊어짐과 더불어 반자본주의운동의 역동성은 급격히 사라져 가는 한국에서 새로운 모색의 실마리를 벼려 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의 모순을 설명하는 지적인 탐구서로서, 투쟁과 실천을 위한 이론적 자양분으로서, 하비의 이 책보다 더 뛰어난 책을 만나기란 힘들어 보인다. 제대로 생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만 할 책들이 가끔, 아주 가끔 등장하곤 한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_문강형준(문화평론가)
잇단 위기에도 불구하고 썩은 내 진동하는 권력을 도리어 더 강화하고 있는 지구 자본주의와 대면한 하비는 이 책에서 자본의 모순‘들’을 말하고, 열일곱 개나 되는 모순들을 다시 ‘기본 모순’과 ‘운동하는 모순’, ‘위험한 모순’으로 나눠 분석한다. 이것은 한 가지 목표를 겨냥한다. 그것은 적을 아는 것, 그 강점과 약점, 더 나아가 강점이 약점을 압도하거나 반대로 약점이 강점을 능가하게 될 조건들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젊은 투사들, 몽상가들이 적을 알려는 노동에 나설 때, 이 책의 필독이야말로 이 노동의 가장 든든한 시작이 될 것이다. _장석준(노동당 부대표)
하비는 이 지극한 위기의 시대에 진보와 좌파 진영이 현재의 절망적인 무능을 떨쳐 버리고 실질적인 현실의 개혁을 가져올 수 있는 유능한 정치 세력으로 다시 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시 자본축적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최근 몇 십년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지각변동의 사건들과 변화들을 정연하게 재구성하고 명쾌한 논리로 설명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은 한때 진보 및 좌파 진영의 자랑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망실되어 버린 그 ‘과학적 토론’이라는 고전적인 미덕을 다시 살리고자 하는 의미 깊은 시도이다. 함께 읽어 보자고 말씀드린다. _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여전히 우리가 자본을 알아야 하는 이유
거시적 차원에서부터 우리의 일상이라는 미시적 차원까지,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전 지구적 영역에 걸쳐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류 대부분의 삶 전체를 관장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1퍼센트와 99퍼센트라는 말로 대표되는 최악의 불평등, 한 번 쓰이고 버림당하는 ‘일회용 인간’의 증가, 무더기 해고와 대량실업, 무차별한 자연생태계 파괴 등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의 팍팍함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최근 3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발발로 그 스스로의 위기와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 이 시대의 위기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이야기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로 우리의 삶을 이토록이나 힘겹게 만든, 우리의 삶 이면에 있는 근본적 원인, 바로 이 자본주의라는 구조의 핵심적인 동력인 자본을 직시하는 흐름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위 진보/좌파 진영에서마저 ‘자본 중심적’ 연구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거나 자본의 핵심적 모순을 건드리지 않고 우회하는 경향이 대세이고, 보수적 진영에서는 이 시대의 위기에서 ‘나 만큼은’ 살아남는 방법을 설파하며 직시해야 할 대상에 장막을 친다.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이런 흐름들에 정확히 선을 그으며, 이 시대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전히 자본을 잘 알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적을 알아야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은 자본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하비의 명쾌한 자본 분석서이면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어떤 전망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실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하다.
“자본축적의 경제적 엔진이 현재의 위기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이론들을 ‘자본 중심적’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위험하고 우스꽝스러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근시안적이다. 이런 연구들이 없다면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오독하고 오역하게 될 것이다. 잘못된 해석은 잘못된 정치로 이어져 축적의 위기와 거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고통을 경감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심화하는 결과를 몰고 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반자본주의운동의 경우 자신이 정확히 무엇에 맞서고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째서 반자본주의운동이 이 시대에 타당성을 갖는지, 다가올 고난의 시대에 인류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려면 어째서 이런 운동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분명한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41~42쪽)
자본의 모순으로 읽는 이 시대의 위기와 반자본주의의 희망
하비는 이 책을 통해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자본의 작동이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많은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분석한다.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의 평을 빌리자면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로 인한 생활세계의 황폐화와 반복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자본의 동학’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비는 이 책에서 자본이 갖고 있는 모순 열일곱 가지를 추출하고 이를 기본 모순,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기본 모순’에서는 가치(사용가치, 교환가치), 화폐, 사유재산, 자본주의 국가, 노동, 분업, 독점과 경쟁 등 마르크스의 《자본》의 주요 토픽이자 자본이 기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내용들을 지금의 사례들과 함께 명쾌하게 설명된다. ‘움직이는 모순’은 일종의 하비식 사회비평 혹은 문화비평으로 읽어도 좋다. 지리적 경관, 스펙터클, 정보, 기술, 비물질 노동, 대중문화, 소셜 미디어 등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자본 모순의 변증법적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탁월하게 논평하고 있다. 나아가 ‘위험한 모순’에서는 복률 성장의 한계, 자본과 자연의 관계를 논의하며 자본이 지구라는 생태계 자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진단으로 나아간다.
하비가 자본의 모순이라는 프레임으로 자본의 동학을 설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본의 모순이 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본은 하비가 이 책에서 강조하듯 그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위기를 만들지만, 이 위기는 자본에게 혁신의 계기이자 전환의 국면이 되어 왔다. 자본은 위기를 계기로 끝없이 스스로를 변주하고 혁신시키며 그 생명력을 끈질기게 이어왔다. 하지만 이 위기는 또한 자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위협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하비는 자본이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자체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입장에는 확실히 선을 긋는다. 하지만 하비는 “위기가 자본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는 혼란스러운 과도기적 국면이라면, 이는 사회를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사회운동들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국면도 될 수 있다”(45쪽)라며 이 책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 이 책은 열일곱 가지 자본의 모순을 통해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정확하고 명쾌하게 분석하면서도, 자본이 갖고 있는 자체적인 모순을 통해 자본의 약점을 발견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방향을 짚어내는 것을 매번 잊지 않는다. 총체적 위기의 상황에서 절망적인 무능을 보이는 좌파와 진보진영에게도 정확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를 살아내는 우리 앞에 던져진 책
이 책을 통해 자본의 동학,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이 사측의 대량해고 때문에 장기농성을 벌이고 아주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도심재개발로 인해 용산참사라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공적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많은 영역이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사유화되고 있으며, 저축은행 사태로 수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질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지 않고,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청년들의 취업은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대표되는, 도박판에서 벌어질 것 같은 투기보다도 더한, 투입되는 노동 없이 돈을 버는 일은 이제 아주 소수의 사람들의 배만 불리지만 그에서 이득을 얻기 힘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아주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어떤 모습을 보아도 많은 사람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야말로 우리는 총체적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여파는 개인의 책임으로 다가온다. 열심히 노력해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영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힘든 것이라고 비난당한다.
하지만 요컨대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우리의 삶이 팍팍한 이유가 ‘나’에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보이는’ 세상의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자본이라는 엔진을 정확히 대면하고 분석해, 그 엔진으로 나아가고 있는 털털거리고 있는 고장 난 이 자본주의 사회를 직시하자고 말한다. “희망은 모순 속에 숨어 있다”는 브레히트의 말을 하비가 인용한 까닭이다. 하비는 결국 최종적으로 혁명적 휴머니스트로서의 마르크스와 그람시를 소환한다. 하비는 결코 자본주의가 그 자체의 동력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는 자본의 모순을 이해하고 이를 정확히 볼 수 있다면 바로 그 안에서 반자본주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종말은 바로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호소한다. 자본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우리의 집합적 행동과 실천으로 반자본주의를 향한 장기전에 나서자고 말이다.
저자소개: 데이비드 하비
1935년 영국 출생. 정통지리학을 자신이 평생 정진할 학문으로 삼은 뒤 오늘날 급진 지리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인 비판적 지성이다. 마르크스주의에 있어서 그의 주요 기여는 시공간에 대한 탐색과 상호 연관에 있어서이다.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은 그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공간보다는 시간을 중시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시공간 모두에 걸쳐 스스로를 전개해나간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심각한 이론적 결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보완하려는 시도는 레닌의 제국주의론에서 이루어진 바 있다. 하비는 이러한 선행하는 성과를 바탕으로 시공간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역사(시간)지리(공간)학을 일반이론으로까지 이끌어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의 관심 분야 또한 사회이론, 정치경제학, 지정학, 문화변동론 등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다. 급진적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지리공간의 문제에 깊이 천착해온 그는 『신제국주의The New Imperialism』『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 An Enquiry into the Origins of Cultural Change』『희망의 공간Spaces of Hope』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도시의 정치경제학The Urban Experience』『지리학에서의 설명들Explanation in Geography』 『도시와 사회정의Social Justice and the City』『신자유주의』『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등의 책을 썼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볼티모어 지역사회 운동에 뛰어들기도 했고 1987년부터 1993년까지는 옥스퍼드 대학 지리학과에서 할포드 매킨더(Halford Mackinder) 석좌교수직을 맡았을 때는 옥스퍼드 자동차 산업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뉴욕시립대학(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대학원에서 어린 학생들과 격의 없는 토론과 변함없는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인류학 교수로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 이 시대 자본주의의 위기
서론 모순에 관하여
기본 모순
첫 번째 모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번째 모순 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화폐에 의한 재현
세 번째 모순 사유재산과 자본주의 국가
네 번째 모순 사적 전유와 공동의 부
다섯 번째 모순 자본과 노동
여섯 번째 모순 자본은 과정인가 사물인가?
일곱 번째 모순 생산과 실현의 모순적 통합
움직이는 모순
여덟 번째 모순 기술, 노동, 일회용 인간
아홉 번째 모순 분업
열 번째 모순 독점과 경쟁: 집중과 분산
열한 번째 모순 불균등한 지리적 발전과 공간의 생산
열두 번째 모순 소득과 부의 격차
열세 번째 모순 사회적 재생산
열네 번째 모순 자유와 지배
위험한 모순
열다섯 번째 모순 무한한 복률 성장
열여섯 번째 모순 자본과 자연의 관계
열일곱 번째 모순 인간본성의 반란: 보편적인 소외
결론 행복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미래를 위하여: 혁명적 휴머니즘의 약속
에필로그 정치적 실천을 위한 아이디어
옮긴이의 말
주( y)
참고문헌과 더 읽을거리
소비에 놀아나지 말고 사용가치 중심 경제로 한겨레 1121
지난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공장 옥상에서 경찰 특공대가 노동자들을 쫓고 있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 데이비드 하비는 “몰인정하고 규제되지 않는 사유재산과, 민중의 행복이 아닌 자본을 지원하는 데 헌신하는, 갈수록 독재적이고 군사적인 색채가 짙어지는 경찰국가의 권력 사이의 모순 속에 문명이 빠져 죽지 않게 하려면 혁명적이든 개혁적이든 급진적인 의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노동과 세계> 제공
조증에 걸린듯 들뜬 소비주의 대신 필요한 사용가치 제공하는 쪽으로 생산을 합리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대안정치는 장기적 야심 품어야” 올해 79살의 영국 마르크스주의자 그람시의 혁명적 휴머니즘 불러내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문득 뇌리를 스치는 질문.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우리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나. 기술이 발전하는데 왜 우리는 더욱더 시간이 부족한가.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의 17가지 모순>(원제: Seventeen Contradictions and the End of Capitalism)에서 이렇게 답한다. “노동자 다수는 갈수록 과시적 소비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면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고 있다.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인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들은 과도한 장시간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기술 덕분에 충분히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사람들의 노동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지금 입고 있는 옷,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낡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광고 역시 자본의 전략임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싫어한다. “자본주의의 경제적 합리성은 상업적인 부를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를 도와주는 (전자 은행업무와 신용카드,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전자레인지, 세탁건조기, 진공청소기 등과 같은) 노동·시간절감 기술의 은총을 입어 생산의 노역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결사와 자기 창조에 능한 개인들이 비자본주의적 대안 세상을 건설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팍팍해지는 삶과 늘 부족한 시간의 원흉은 다름 아닌 자본이라는 게 올해 79살의 노익장, 데이비드 하비의 진단이다. 자신의 전공인 지리학과 마르크스주의를 접목해 공간의 정치경제학을 개척한 세계적인 비판적 지성인 하비의 이 책은 신자유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자본 그 자체의 속성과 본질을 파고드는 보기 드문 저작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사유에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좌파들이 공장 노동자들의 작업장이나 노동시장에서의 투쟁에 집중하느라 더 중요하고 커다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소득의 약 3분의 1을 주택에 지출한다. (…) 노동이 아무리 노동시장과 생산의 지점에서 전투에서 승리하여 임금에 대한 상당한 권리를 획득하더라도, 이 성과의 대부분을 주택을 구입하는 데 다 쏟아부어야 할 수도 있다. (…) 사용가치로서 노동이 생산 영역에서 획득한 것을 지주, 상인(가령 전화회사), 은행(가령 신용카드), 변호사와 거간꾼들에게 다시 빼앗기고, 그 나머지 중 큰 덩어리는 세무당국에게 가게 되는 것이다.”
대안경제로 불리는 비자본주의적 생산조직(예를 들어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하비의 쓴소리는 가차 없다. “비자본주의적 형태의 노동조직이라는 목표가 여전히 교환가치의 생산인 이상, 그리고 사적 개인이 화폐의 사회적 권력을 전유하는 능력이 제어되지 않는 이상 조합노동자, 연대의 경제, 중앙계획의 생산체제는 결국 실패하거나 자기착취에 가담할 뿐”이라는 것이다. “자본이 구축하고 있는 생태계를 깡그리 무시한 채 자본의 핵심 동학과 동떨어진 사안을 집적대는” 환경운동이나, “축적의 심화에서 자양분을 얻는” 빈곤퇴치운동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그는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포스트 구조주의의 깃발 아래 포스트모던의 단편들을 재조립한 모든 이들과 미셸 푸코 같은 사상가들로부터 지적 자양분을 얻는” 좌파들을 경멸한다. 지적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란한 담론을 대신해 그는 쉬운 언어로 미래를 향한 꿈을 꾸자고 말한다. 그 꿈의 실마리가 자본의 17가지 모순인데, 기본모순과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이라는 세 범주로 나눈다.
하비는 기본모순의 첫머리에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경제학 개념을 제시하면서,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경제 체제를 새로 짜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산을 위한 생산이라는 쳇바퀴를 돌려 조증에 걸린 듯 들뜨고 소외된 소비주의라는 강압의 세계를 유지하는 대신, 만인이 적절한 물질적 생활수준에 이르는 데 필요한 사용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합리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잉여가치의) 실현은 필요 중심의 수요로 전환되고 생산은 여기에 대응하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불어 부동산 권력을 해체하고, 불로소득계급의 능력을 억제할 것, “(국제통화기금처럼) 미국의 달러 제국주의를 지원하기 위한 (…) 모든 국제화폐기관들을 해체”할 것 등 혁명 과제를 쏟아낸다.
“오늘날의 관행을 보고 있으면 이런 해법은 비현실적이고 유토피아적인 것 같다. 하지만 대안정치는 이런 종류의 비전과 장기적인 야심을 품어야 한다. 몰인정하고 규제되지 않는 사유재산과, 민중의 행복이 아닌 자본을 지원하는 데 헌신하는, 갈수록 독재적이고 군사적인 색채가 짙어지는 경찰국가의 권력 사이의 모순 속에 문명이 빠져 죽지 않게 하려면 혁명적이든 개혁적이든 급진적인 의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언뜻 몽상처럼 보이는 원대한 목표가 거저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하비 역시 잘 알고 있다. 자본가 계급과 그들을 대변하는 국가권력과의 투쟁은 불가피하다. 프란츠 파농을 인용해 폭력의 불가피함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궁극적으로, 루이 알튀세르가 비웃었던 청년 마르크스의 휴머니즘, 안토니오 그람시의 ‘혁명적 휴머니즘’을 불러낸다.
“희망이 있다면 상황이 너무 악화하기 전에, 인간과 환경이 너무 심하게 훼손되어 더 이상 손쓸 수 없게 되기 전에 인류 다수가 이 위험을 감지하는 것뿐이다. 전 세계 대중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확한 표현대로 ‘무관심의 세계화’에 맞서, 파농의 재치 있는 표현처럼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면서, 무책임한 잠자는 숲속의 공주 놀이를 중단’해야 한다. (…) 우리에게는 빠르게 진화하는 현재의 자본의 모순을 배경으로 우리 자신의 미래의 시(詩)를 쓸 의무가 있다.”
노래출처: 광주지인
Eric Clapton / Have You Ever Loved a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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