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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음력 유월 삼일은 마누라의 생일

by 이성근 2016. 7. 6.

 

본의 아니게 술과 장마를 친구로 삼은 주간이다.  비는 시도 때도 없이 왔다. 빗발은 가늠이 안된다.   

벼루어 왔던 방충만 교체 작업을 했다.  완성도 70%,  만족도 50% 남들 하는 것 눈대중으로 보니  어려울기 없겠다 싶어 철물점에 가서 망과 고무패킹, 도르레를 사왔다.  교체를 위해 사람을 부르면 재료값에 출장비까지  사오만원 나간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은 막상 베란다 크기에 맞춰 가위질하고 네 귀를 잡는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사전에 낡은 방충망으로 연습까지 했음에도 .... 땀 비오듯 흘리며 심혈을 기울였건만  만족은 고사하고 겨우 덧붙여 해달았다.  역시 어떤 일이라도 쉬운 것은 없다. 다 나름의 내공이 있고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는 어쨌거나 수고했다며 간만에 별식으로 콩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부지런히 몸 놀려 피곤도 할 법 했지만 되려 천둥번개에 현혹되어 더욱 또렸해진 심야에 번개불 번쩍이는 그 찰나를 잡아보고자 창가에서 한동안 서성이기도 했다.

나는 천둥소리 들으면 귀가 시원하고 번쩍이는 번갯불 아래 드러나는 그 찰나의 세상 보기를 즐겨한다.

비가 정확히 언제부터 왔는지 모르겠다.  장마의 시작이랄까

언급했듯 장마기간 술 자리가 이래저래 많았다.  

부산일보 뒷편 어느 횟집의 주방이다.  찌그러지고 그얼은 냄비가 오래된 집임을 짐작하게 한다.

식기도 마찬가지다. 접시며 종지 따위가 크기와 색상이 다르다.  그때그때 사다 보충하면서 벽면 한켠을 채우고 있었다.

수정2동 부산은행 맏은편에 있는 명성횟집이다.   마지막 안주였던 문어숙회탕

여기서 2차로 부산역으로 향한다,

양버즘나무 한그루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며 지켜 보았다.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그럼에도 푸른잎 내어 이 도시를 청량하게 해주고 있었다. 도대체 그런 너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빨강숲에서는 송어회와 송머리찜을 안주로 마셨다.

술집 바닥에 그려진 이 그림이 맘에 들었다.

3차는 다랑어 횟감으로 마무리 했다.  구영기 선배와 그녀의 여동생이 합류하고 공유경제의 은진까지 모두 여섯명이 거나하게 마셨다.

초량시장통

귀가에는 늘 안개가 자욱하였다

음6월2일 창원 중리 작은할배할매 제사를 그들 사후 처음으로 모시러 갔다.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국가안전처에서 긴급재난 문자받았다.  울산 근처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재난방송을 청취하라는 거였다. 헌데  저거도 급해서 그랬는지 7.4일 2033분으로 보냈다가 다시 7.5일 2033으로 고쳐 보냈는데 그 짧은 순간 나는 분노했다. 그러니까 발생시점으로부터 하루가 지난 뒤 보낸 것에 대해서였다.
만일 고리 같은데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었다. 그런일이 일어나겠냐라고 얼버무렸지만 그놈들의 컴컴한 속을 도시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여전히 지진 대비 충실히 해서 안전하니 안하니로 초점 맞추는게 영 못마땅하다. 진도 5를 넘어 6이나 7되면 그때도 그따위 소리 할 것인가

제사는 부산서 같이 간 우리식구들이 아니었다면 썰렁했을 것 같다. 서울과 진주가 빠진 상태였다. 

이날의 제사 모심은 창원 숙모의 플레이였던 것 같다.  뜬금없이 밴드에 제사가 있다고 올리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그 전날 받았고 그기 뭔 대수냐 싶어 올렸는데 제사를 모신 다음 음복 자리에서 이런 저런 애기를 하며 현재 묘원에 모시지 못한 둘째 삼촌과 윤도 아재를 들이는 이야기 나왔다.   묘원의 존재이유를 근본적으로 묻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얽혀 있는 가지들이 많았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풀어 내는 데는 지혜가 요구되었다.   감정 상하면서 풀 것인가 아님 순리적으로 풀것인가  추측컨데 숙모의 플레이는 성공한 것 같다. 

집안의 얽히고 섥힌 감정의 고리를 끊어 내는 일, 내가 할 일인가 

집에는 한시 넘어 도착했다.  마산 회원구 중리에서 문현동까지 45분 소요했다. 시속 120km/h로 달렸다.  운전은 성서방이 했다.  어머니는 참석자가 많다며 몸을 움직잊 않으셨다. 그 분 나름의 처세다.  예컨데 앞서 있던 주례 제사에는 가지 않았던 내가 평소 가지 않았던 창원 중리행에 대한 잡음을 막기 위한 ...

귀가 후 달력을 보니 아내의 생일이었다.  그런데도 생일 준비 흔적이 없었다.  미역국이라도 끓이고자 마른미역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고 , 아침에 물었드니 그냥 하기 싫어서 안했다는 답을 들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수요일 근무는 정시까지만 하고 퇴근했다.  

마트에 들려 미역국 재료를 준비하고 케익을 사면서, 평소 아내가 먹고 싶어 하던 한우도 조금 장만했다.    

식후 촛불을 밝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두 아들놈이 영 신통찮았다.  그래도  제 엄마 생일이라고 다른날과는 달리 일찍 귀가해준  큰아들이  합류해서 식구들이 간만에 한자리에 했다.  아내는 초를 다 꽂지 않았다.  나이든다는 것이 싫다며   여자란 그런 것일까 .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에는 진짜 잘 해주꾸마라며  

Monika Martin-Massachuset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