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 차라리 건드리지 않았으면”
정종수 한국수목안전진단협회장 인터뷰
출처: https://blog.naver.com/ciliede/222850912616 창원 북부리 동부당목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102-1 팽나무 수고 16m 마무둘레 6.8m 수령 500년
“‘우영우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되면 엄청 좋아진다? 천연기념물이 된다고 나무 상태가 좋아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과잉보호로 더 안 좋아진 사례도 있어요.”
2022년 8월9일 경기도 하남에서 만난 정종수(사진) 한국수목안전진단협회장이 말했다. 그는 1975년 산림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2006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장으로 퇴임하기까지 산림청과 문화재청에서 관련 일을 해온 노거수(수령이 많고 커다란 나무) 전문가다.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나무 170여 그루에 대해 최근까지 10차례 이상 조사, 안전진단, 기술지도 등을 했다. 2013~2017년 문화재청이 위촉하는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수년이 흐른 뒤에야 이상 발견
정 회장은 “천연기념물 노거수를 직접 보면 차라리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복토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대로 둔 채 예산에 맞춰 약을 치고 거름을 주는 건 나무에 안 좋다. 나무에 과다한 영양제를 주면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고 그 자체로 태풍에 부러질 수도 있어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를 검토하는 강원도 강릉 오죽헌 율곡매를 예로 들며 천연기념물 관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남 구례 화엄매, 순천 선암매, 장성 고불매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매화로 꼽히는 율곡매는 2017년 갑자기 수세(나무가 자라나는 기세나 상태)가 약해지더니 2021년 나무의 90%가량이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율곡매는 주변 땅을 파보니 밑으로 하수관 등 여러 종류의 석물(돌) 위에 (나무가) 얹혀 있는 상태였다. 물 부족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천연기념물이라고 약도 주고 자주 관리했지만 정작 중요한 땅 조사는 못했던 것이다. 상태가 악화되면 기술자를 불러서 나무 상태가 어떻냐고 물어보고, 그땐 이미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는 게 지금의 노거수 관리다. 건축·토목 쪽에서 하는 사후 복구 방식을 살아 있는 생명에게 적용한다. 사전 예방 중심으로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노거수 등에 흔히 쓰는 ‘외과수술’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외과수술’은 나무의 썩은 부위를 맨살이 나올 때까지 긁어서 우레탄 같은 것으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 썩는 걸 지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나무는 부패(상처)를 구획화(CODIT·코디트)해 스스로 보호한다는 사실이 1979년 확인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가 외과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문제는 외과수술 뒤 수년이 흘러야 나무에 이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문화재청도 조사한 바 있지만, 벚나무·팽나무·버드나무류 등은 파고드는 종류의 해충 피해가 심해 외과수술을 하면 병균에 더 좋은 상태(산소·습도)가 된다. 서울 여의도동 윤중로에 외과수술을 받은 뒤 썩어가는 왕벚나무들이 그 증거다.”
전문적으로 노거수 관리할 연구소 필요
정 회장은 “지금 노거수 관리 체계는 ‘국가유산관리청’과 같은 식의 관리 공단을 만들거나 전국 문화재연구소를 이용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지침 개발이 가능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 그래야 장기적인 접근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나무의 구멍이나 상처는 노인의 주름처럼 자연스러운 것인데 잘 모른 채, 불편해하고 민원을 넣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글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
'우영우 팽나무' 마을 주민들 "천연기념물 지정 좋지만, 재산권 침해 반대"
천연기념물 지정시 건축행위 제한…주민들, 재산권 침해 우려
창원시 "주민들 의견 중요…잘 수렴해 좋은 방향 나갈 것”
출처 https://blog.naver.com/kiraraa/222833596683
“마을 당산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은 좋지만, 마을에 개발을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 전부 반대할 겁니다.”
20일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팽나무가 있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의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말이다.
문화재청은 동부마을 팽나무가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인한 건축행위 제한 등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동부마을 팽나무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도 지난 9일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천연기념물 지정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시는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각종 문화재 보호사업이 시행되고, 마을에는 팽나무에서 매년 진행되는 당산재 제례행사비, 편의시설 건립 등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 13조에 따라 문화재 일대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사항도 발생한다. 문화재 구역 경계에서 500m 이내로 1~3구역 등으로 나눠 각 구역에 대해 건축행위의 조건부 제한이 생긴다.
인근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있는 신방리 음나무군(1964년 천연기념물 지정)의 경우에는 1구역(문화재 기준 40~100m)은 2층 이하의 건축물만 증·개축 허용하고 있다. 2구역(100~200m)과 3구역(200~500m)은 창원시 도시계획조례 등 관련법 안에서 건축행위를 허용하지만, 2구역에서는 5층 이상 공동주택 및 바닥면적 660㎡ 이상의 공장시설은 영향검토 대상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boimnet/222825431020
동부마을은 30여가구 70여명이 거주하는 농촌마을이다. 팽나무가 있는 언덕 주위로 마을이 형성돼 천연기념물 지정 시 대부분의 가구가 환경보존지역에 포함된다.
마을회관에 있던 또 다른 어르신은 “개발을 제한한다고 하면 (천연기념물 지정을) 절대 반대할 것”이라며 “나무만 잘 보호할 수 있게 하면 되지, 작은 마을에 뭘 하려고 그렇게 하나. (건축행위 제한 구역) 20m도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어르신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문화재청은 오는 24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동부마을 팽나무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 안건을 검토·심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안건에 대해 문화재위원 과반수가 찬성해 가결되면 한 달간 천연기념물 지정예고를 하게 된다.
창원시는 지정예고 기간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문화재위원들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지정 여부를 심의·의결해 확정한다. 창원시는 올해 11월 이후 천연기념물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시에는 좋지만, 아무래도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면 지정이 어렵지 않겠냐”며 “지정예고시 주민설명회를 더 개최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부마을 팽나무는 2015년 창원시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수령은 5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16m, 둘레 6.8m에 달해 같은 종류의 팽나무 중에서도 비교적 크고 오래된 나무에 속한다.
‘우영우’ 드라마에서는 8회에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노거수로 등장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위기로부터 마을을 지켜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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