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팽나무’처럼…강남 재건축단지에서 367살 느티나무 살아남았다
1981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
재건축 추진되며 구청·조합 갈등
최근 수년간 법정서 ‘이전 논란’
“역사성 갖춰…이식 땐 훼손” 판결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위치한 수령 367년 된 느티나무 모습. 이 느티나무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로 재건축 조합이 2020년 서울시에 보호수 이식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성동훈 기자© 경향신문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수령이 367년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주변은 온통 아파트 건설로 분주하지만 펜스에 둘러싸인 느티나무만은 늘 제자리다. 흉고둘레는 3.5m, 나무의 높이인 수고는 23m나 된다. 아파트로 치면 7~8층 정도 높이다. 서울시 보호수(서22-7)로 지정된 느티나무다. 현재 총 204주인 서울시 지정 보호수 중 하나다.
이 느티나무는 300년이 훨씬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수년 동안은 개발 논리에 휩쓸려 이전 논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사연은 이랬다.
1982년에 지어진 신반포15차아파트 주민들은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다. 아파트 44동과 45동 사이에 느티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신반포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인 1981년 서울시로부터 보호수로 지정 받았다. 2017년쯤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재건축조합은 수차례 서초구에 보호수 이식이나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위치한 수령 367년 된 느티나무 모습. 이 느티나무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로 재건축 조합이 2020년 서울시에 보호수 이식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성동훈 기자© 경향신문
반면 서초구청은 ‘나무의 키만큼 뿌리가 땅속에 뻗어 있어서, 보호수를 이식할 경우 나무가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재건축조합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초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수령이 오래되고 키가 큰 보호수 이식은 훼손 위험이 커 원칙적으로 이식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며 “당시 구청은 보호수를 잘 보존하며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건축인가를 내줬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은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에 서울시 위임을 받은 서초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재건축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중앙행정심판위는 보호수 이식 없이 재건축을 하는 계획안으로 사업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위치한 수령 367년 된 느티나무 모습. 이 느티나무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로 재건축 조합이 2020년 서울시에 보호수 이식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성동훈 기자© 경향신문
재건축조합은 느티나무를 꼭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법원으로 사안을 가져갔다. 재건축조합은 법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뚜렷하지 않다”, “생육상태가 극히 불량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경관침해 가능성이 있어 보호수 지정 목적이 사라졌기 때문에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야한다”는 등의 논리를 들고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재건축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20년 11월 판결문을 통해 “오래도록 끈질긴 수명을 통해 보호수 지정 당시는 물론 서울 서초구의 역사를 돌이켜 보게 하는 역사성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새로운 지지대가 필요할 만큼 꾸준한 생장(을 하고 있고)”, “수고가 높고 흉고둘레가 두꺼운 편이어서 이식을 할 때 훼손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호수의 존재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상당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가 갖추어졌기 때문에, 이 사건 구역 주민들의 부담하게 되는 법익의 제한이 그다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용산 아세아 아파트 부지 내 '나무 한 그루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앞 아세아아파트 부지에 969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 부지는 과거 용산 미군 부대와 국군 복지단 등 군부대 용지로 쓰이다가 지난 2001년 특별계획구역으로 결정됐다.
새 아파트는 최고 32층 규모로 지어진다. 전체 건립 물량 중 819가구는 일반 분양되며 150가구는 기부 채납돼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된다. 면적은 전용 84~137㎡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 건설 부지 안에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토지 정리 작업을 완료한 상태인데, 뽑지 않고 그냥 놔뒀다. 이 나무가 아파트 완공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을 지, 아니면 공사 과정에서 제거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신반포15차 재건축 아파트 부지 안에 있던 363년이 된 느티나무도 뽑혀질 위기에 처했으나 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 위치에 그대로 남아있게 됐다. 높이 23m, 둘레도 4m에 달한다.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 때문에 공사 추진이 어려워지자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달라는 행정심판 청구를 제기했었다. 원래 있던 아파트단지의 상징물이었지만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됐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재건축 과정에서 공간 사용에 방해가 되니 단지 내 보호수를 다른 곳에 옮겨심거나 보호수 지정 해제를 해달라는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 요구를 거부한 서울시의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위치에 보존해 공유할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크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명섭 중앙행심위 행정심판국장은 “개발과 보호는 서로 공존하는 가치이므로 이번 결정을 통해 3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보호수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고 지정 목적대로 현재 장소에서 안전하게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투리경제=윤영선 SNS에디터] ysun05@jaturi.kr 2021.02.27
청와대 반송·우영우 팽나무 등 천연기념물 된다
문화재청, 오는 30일 지정 예고키로
청와대 회화나무·말채나무 등 6그루
청와대 경내 녹지원의 반송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다. 문화재청 제공
청와대 경내에 있는 노거수 여섯 그루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이후 청와대 경내에서 국가지정문화재가 지정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기초적인 조사·연구도 배제한 채 급하게 개방한 청와대는 개방 이후 훼손 논란이 일어났고, 역사성·상징성 등의 보존을 위한 대책 마련 요구가 제기돼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될 청와대 경내의 말채나무(왼쪽)와 용버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24일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가 이날 개최한 회의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우수한 청와대의 노거수 6주를 ‘청와대 노거수군’이란 명칭으로 오는 30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노거수는 녹지원의 반송 1주, 녹지원을 둘러싼 숲의 회화나무 3주, 상춘재 앞의 말채나무 1주, 여민관 앞 버들마당에 있는 용버들 1주다. 반송은 경복궁 후원의 융문당·융무당 주변에서 자라온 나무로,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수관폭)이 크고 수형이 아름다워 청와대를 대표하는 노거수다. 문화재청은 “한국 근현대 역사적 현장을 지켜온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라고 할 만하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노거수들의 청와대 내 위치도(왼쪽)와 회화나무. 문화재청 제공
회화나무 세 그루는 경복궁 후원의 본래 식생을 추정할 수 있는 주요 수종으로 평가된다. 녹지원 인근 숲의 나무들 중 가장 키가 크다. 상춘재 앞의 말채나무는 자생 수종으로. 지금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적이 없는 희소한 나무다. 오늘날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종이며 전체적 모양이 아름답고 생육상태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말채나무는 나뭇가지가 말의 채찍으로 사용됐으며, 조선 후기의 어학사전인 유희의 ‘물명고(物名攷)’에도 여러 내용이 기록돼 있다. 용버들은 고대부터 승천하는 용을 상징해 왕실에서 애호하던 수종이다. 청와대 용버들은 북악산에서 시작한 실개천 습지 인근에 산다는 생물학적 희소성도 지니고 있다.
문화재청은 “청와대 개방 이후 경내의 노거수에 대한 조사와 보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왔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생육상태, 문헌, 사진자료 등을 수집하는 등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 등 역사적 문헌 기록들을 통해 약 300년 동안 보호돼온 경복궁 후원이 청와대로 이어져 온 숲의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번 청와대 노거수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면 청와대 권역은 역사성이 함축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특히 녹지원 일원은 향후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예술복합 공간으로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노거수 군’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화제가 된 경남 창원시의 ‘창원 북부리 팽나무’도 청와대 노거수들과 함께 오는 30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
경향 도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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