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2 (월, 화) 오후 10:00에 ‘쌈, 마이웨이’ 라는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촬영지인 문현동과 범일동 호천마을이 입소문을 타고 방문자들이 생기는 모양이다. 내용은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도, 남들이 뭐라던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골 때리는 성장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란다. 마침 지역의 언론에 그 촬영지들에 대한 소개글이 기사화 됐고, 참에 지척에 있는 소나무의 존재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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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부산일보의 최근 기사다. 제목은 이런 곳에 살아요?" "궁금하면 와 봐요"
'부산=바다'라는 상식을 깨는 부산의 숨은 명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 남구 문현동의 계단식 주택과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이 최근 방영돼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화제다. ...문현동 계단식 주택과 범천동 호천마을은 돈도, 빽도, 스펙도 없는 청춘들이 살고 있는 집과 아지트로 나온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최애라(김지원 분)는 "이런 곳에 살아요?"라는 물음에 "이런 데서 열심히 살아요!"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이곳은 1981년 계단식 공동주택이라는 형태로 지어진 문현동의 '한성 주택'이다. 최애라와 고동만(박서준 분) 등 네 명의 주인공이 사는 곳으로 7개의 층이 각각 튀어나온 특이한 형태와 주택 아랫길의 벽화로 인해 드라마를 본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범천동 호천마을은 네 명의 주인공이 하루를 마감하며 맥주 한잔 기울이는 아지트(남일바)가 있는 곳이다. 평상 너머로 빼곡한 집들이 별빛 같은 야경을 쏟아낸다. SNS에서는 호천마을 '야경 인증 사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구청도 이 같은 관심을 계기로 관광 명소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진구 창조도시과 관계자는 "호천마을 중에서도 만리산 공영주차장에서 바라본 야경이 정말 좋다"며 "음악회나 영화 상영 등 갖가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서 <산복도로 이바구>의 저자 손민수 작가는 "산복도로는 젊은 사람들이 자꾸 떠나서 문제인데, 씩씩한 젊은이들이 사는 곳으로 그려지니 마을 이미지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감천문화마을의 사례처럼 '가난을 전시한다'는 일부 비판도 제기된다. 문현동의 주민 정 모(65) 씨는 "여기는 100가구 정도 사는 조용한 동네인데 갑자기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배우들 뒷편 푸른색 슬라브지붕 옆에 150년 추정의 소나무가 있다. 하지만 드라마 어디에도 소나무의 존재는 없다. 혹시나 싶어 살폈지만 역시나 였다. 하기사 극중 동선이 한성주택을 중심으로 펼쳐지다 보니 카메라가 잡을 여지는 없을 것 같다. 아래 장면은 남구청에서 제공한 사진이라 했는데 지난 2014년 마을터줏대감나무 조사에서 발견한 나무다. 당시에도 생각한 바 지만 뒤틀리고 돌출된 경관을 강요하는 고층의 재개발. 재건축보다는 지형에 맞게 테라스식 연립주택이 지어졌으면 했다.
아무튼 그 드라마 촬영현장은 아래 위성 지도로 정리해 보았다.
내가 관심은 드라마에 비춰진 문현동의 모습일 뿐이고, 묵묵히 서 있는 소나무의 존재다. 딱히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폭 2m 남짓한 골목 사거리에 소나무는 서 있다.
가지 하나가 외부 압력에 부러져 사라지긴 했지만 직립하여 위로 솟구친 기상이 당당하다.
문현3동 | 수영로 65길-56 | 해송 | 150 | 12 | 2.5 | 2.8 | 14/13 |
소재지 | 수종 | 나이 | 수고 | 흉고둘레 | 수관 | 수관폭 |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예컨데 주변이 온통 개발로 흔적없이 사라지고 있는 지역이 한 두곳이 아니다. 현재 통일동산 1은 경동건설이 귀퉁이를 잘라 먹으며 부지 정지 작업을 하고 있고, 통일동산 2 너머에는 롯데 캐슬이 대연2지구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현 사거리에서 대연동 방면으로 넘어 오면 통일동산을 배경으로 들어서고 있는 고층의 아파트 건물이 크레인 더불어 보인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왠지 여기도 끝이구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 작은 동산 하나를 아파트가 짓누르고 있는 형상이다. 불괘하기 짝이 없다.
통일동산 1 경동건설 공사 현장과 대연동에서 바라 본 대연2지구 롯데캐슬 공사현장
그 기분 나쁜 기억은 대연2지구에서 초기 철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만났던 그 골목에 서 있던 소나무 때문이다. 수령은 문현동 보다 떨어진다. 하나 그 나무는 멀리 서도 보이던 자태를 지녔었다. 어떻게 살릴 수없을까. 동행했던 부산일보 기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의 바램은 대연2지구 롯테개슬 단지 안에 그 나무를 이식하여 사라진 일대의 상징목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했다. 그래서 개발로 집을 버리고 이주할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이 고향을 찾아오듯 기억할 수 있는 상징목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베어졌을 것이다. 과다한 이식비용은 그들에게 어림없는 제안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마을은 괜찮을까. 이 소나무는 계속하여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안위가 걱정된다. 참고로 아래 그림은 지난 몇 년간 문현동 일원에 내가 조사하며 발굴한 오래된 미래들의 위치다.
나는 정말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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