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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지역과 마을

서울 혁신로드 탐방과 경의선 숲길 늘장이야기

by 이성근 2016. 11. 24.

 

서울 혁신센터 탐방을 위해 해뜨기 전에 집을 나섰다

한 사람의 지각자 때문에 차는 백양터널로 경로를 바꾸어 서울로 향했다. 

 백양터널 어귀 삼거리에서 대각선 방향 당감동과 부암동 너머 백양산 능선을 보았다. 차량 정체로 가능했던 장면 포착이었다. 산  아래 병풍을 친 아파트 단지와 단지 아래 당감동과 부암동 일원의 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 오는 곳이다. 하지만 조만간 일어날 재개발로 이 그림도 바뀔 것 같다.  지가의 상승가 택지부족이 맞물려 일어나는 현상이라 하기엔  개발세력의 끊임없는 획책과 농간  때문이다.  도적질이 따로 없다. 또 얼마나  많은 이곳의 원주민들이 떠도는 바람이 될 것인가

낙동강변 사상, 덕천, 화명으로 이어지는 수변과 금정산 가장자리도 예외없다.

 

대저에서 강 건너를 본다.

차 내에서 잠깐 탐방일정과 참가자 소개가 있었다. 나눔과 채움의 설은희 팀장이 단체 소개를 곁드린다. 나눔과 채움 ? 활동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집 수리 자원봉사를 전문으로 한다고 했는데 생소했다.   참 반가운 일이다.

문경의 주흘산을 지난다.

그리고 서울로 들어 섰다.  오가는데 반나절 이상이 걸렸다.  한강변 둔치와 부산 도심 관통 하천의 수변부 차이가 확연하다.,  그 중에서도 수변의 버들 군락의 존재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강동대교에서 잠실대교 구간 한강변이었다.  서울숲을 지나 중랑천도 예전의 탁한 물이 아니었다.   

북한산 관통터널 구기터널을 빠져 나온 은평구 녹번동에 혁신파크가 있다. 옛 질병관리본부 터에 자리했다. 시민이 공동의 조성자가 되어 함께 일상의 혁신을 일궈내는 사회혁신플랫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김병권 센터장이 소개하는 혁신센터를 보자면

" 사회혁신,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방법을 찾아서

지금 우리 삶과 우리 공동체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글로벌 장기침체 속에서 가중되는 고용불안과 수용 불가능하게 된 불평등, 전대미문의 인구구조 변동으로 인한 세대갈등과 미래불안, 이미 긴급한 현실문제가 되어버린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등 초대형 난제들이 한꺼번에 중첩되면서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아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상가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풀 수 있는 문제들만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문제 자체는 그 해결의 물질적 조건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거나 적어도 형성 과정 중에 있을 때에만 생겨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어딘가에 해법도 있다는 것인데, 이 주장이야 말로 우리가 가져야할 낙관적 마음의 최저선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대안은 있다”고 확신하고 세상을 다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전처럼 ‘완성된 개혁의 청사진’을 만들 수 없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희망의 미래로 가는 작은 이정표들을 하나씩 찾아 나가면서 미래로 가는 지도를 조금씩 조립해나가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21세기에 우리가 찾아야 할 희망의 청사진은 높은 창공위에서 모든 것을 훤히 꿰뚫어 보면서 한방에 항공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렇게 만들 수 없을지 모릅니다. 지난 세기에 미래를 약속했던 수많은 ‘완성된 개혁 청사진’은 사실 처음부터 너무 불완전한 것임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한 장의 완성된 항공사진’이 아니라 작은 이정표들을 발품 들여 찾아 나가면서 조금씩 조립해 나가는 스트리트 뷰와 같은 방식을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라고 부르기로 해볼까요?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삶을 진보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사회혁신이 절망의 큐브 속에 갇힌 우리가 희망의 창을 조금씩 열어나가게 해 줄 숨겨진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의 혁신 속에 세상의 혁신이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사회혁신이 사회전체를 한눈에 보여줄 항공사진을 찍어주는 만능키는 아니지만, 지금 서 있는 곳에서부터 스트리트 뷰를 만들게 해줄 안내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전체 부지는 총 3만평으로 1962년 지어진 건물을 포함해 총 32개의 오래된 건물과 야외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전에 사용하던 건물의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오래된 미래’를 지향하고 폐쇄된 공간이 아닌 시민을 위한 일종의 ‘공유자원’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2015년 4월 개소했고,  2018년까지 사회혁신공간데어가 위탁운영 한다고 했다.

 

혁신파크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가들과 서울 시민들이 함께 모이고(come).연결하고(Connect), 창조(Create)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사회혁신플랫폼으로 아이덴티티는 열린공간으로, 심볼의 6개 직선은 육면체 내부의 두 모서리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4개 서울시 중간지원조직 (서울혁신센터, 청년허브, 서울특별시 사회경제지원센터,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과 더불어, 문화/ 출판/ 건축/ 예술/ 교육/ 에너지/ 주거/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약 90여개 혁신단체들이  입주하여 활동하고 있다. 안내를 맡았던 그릅은 사회경제지원센터 였다. 도착시간보다 많이 늦어 상세한 소개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입주 단체 또는 기업의 일부

과연 혁신이란 무엇일까  INNOVATION

현황과 성과 향후 전망을 듣고 주마간산 격으로 주변을 둘러 본다.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체감할 수는 없었다.

혁신파크에는 전국의 수 많은 단체가 찾고 있다. 

혁신파크를 가능케 한데 일조한 사람이 박원순 시장이다. 그는 지금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계속 연결이 되고 있다.  지난 여름 박원순이  걷는 길을 읽기도 하였다.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그가 잘 풀려야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단체장의 변동이 있을 경우 전임시장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는 것이 우리의 풍토다.  2013년 서울시는 서울연구원이 진행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 및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서울혁신파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의「서울혁신파크 조성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5년 4월  문을 열었다.

나는  이 실험이 성공하기를 희망한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서울을 싫어하지만 배울 것은 많다.

빠듯한 일정 관계로 다음 행선지, 무중력지대 G밸리로 향했다. G밸리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있는 가리봉동,구로동,가산동의 영문 공통 이니셜을 딴 애칭으로 예전에는 구로공단이었다. 구로공단은 대한민국 제1호 수출산업공단인 구로공단, 지금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과 모습을 바꾼 이곳은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특별한 장소다. 1970년대와 80년대 산업화의 열기와 민주화의 열망으로 가득 차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이 패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산업화·민주화·노동의 집단기억·집단의식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제조공장 일색이었던 구로공단의 변신은 대한민국 대도시의변화가 이루어진 어디나 비슷하지만 옛모습을 잘 찾을 수 없었다.

 사전 학습 없이 방문하다 보니 무중력 G밸리가 이쓴, 곳이 이런 빌딩 인줄 몰랐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이동해서는 복도를 따라 꺽어진 곳 거기에 만화방같은 곳이  무중력지대였다.

무중력지대는 청년들을 위한 공유 공간으로 청년 커뮤니티 활동 지원, 역량 강화 교육, 일자리 지원 등을  제공함을 기본 활동으로한다.  다시말해  어른들 또는  사회통념에 관섭 받음 없이 한마디로 너거 조 대로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놀기도하고 쉬기도 하면서 세상에 도전해라는 것이다. 2015년 1월 개관했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금천구 차성수 구청장은 이런 공간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8개소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방문자의 호응이 있었고 성과가 있음이다.

 

실내 공간은 50여평에 불과하지만  구분하기 나름인 것 같다. 상상지대, 창의지대, 협력지대, 휴식지대, 공유부엌으로 나누어 공부하고 쉬고 토론하고 때로 놀수 있게까지 기까지 만들었고,  이용 경험자의 입소문을 타고 꽤나 알려 졌다.  문득 부산에서의 이같은 청년 공간은  있는지 자문해 본다.  그러면서 우리집 큰 아들을 떠 올렸다. 그들만의 문화 향유나 네트워크할  학교 밖의 적절한 장소는 부재하다.  요즘들어서는  어디서 밤을 새고 오는지 늘 새벽귀가인데, 그렇다고 촛불집회에 나간다든지 정치와 사회문제를 고민하지도 않는다.  게임방이나 만화방 말고 밤새 술판인 아들을 볼 때면 불만이다.  하지만 그 불만은 순전히 내 기준이다.

고용촉진특별법 기준에 따르면 15~29세 사이,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 청년을 정의한다  경제적 약자’로서, 어른과 아이의 중간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해내야 하는 애매한 존재로서의 청년’. 이들은 때론 역사나 정치에 대한 관심도, 개념도 없는 덩치 큰 어린아이로 오해 받기도 한다.  멀리갈 것 없다. 우리집 큰 아들이 모델이다.  12월 군입대를 앞두고 이래저래 심사가 말이 아닐터인데 너무 몰아 세운 건 아닌지,  아들에게 장래 대응을 몰아쳤지 현재의 고민에 대해 애비로서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본적이 별로 없다. 내 아들만의 문제만은 아닌 이땅의 청년들이 당면한 공통의 현실 앞에 반성과 해법을 공유할 거리를 간만에 모색해 본다.

가산디지탈 단지 그 전에는 구로공단이었다. 엄청난 변화다.

이곳의 밤은 낮시간 유동인구는 많지만 밤이되면 적막강산이 된다. 그럼에도 무중력지대는 불이 환하고 거기에 청년들이 복닥거린다. 그 차이다.  가이드이자 주인장은

무중력지대 G밸리에 대해 청년 직장인을 둘러싼 수많은 중력을 극복할 우리만의 방법을 즐겁게 고민하는 쉼터라고 했다.

 

 

 

 

 

 

 

 

 

 

한시간 남짓 무주역지대의 존재이유와 활동 향후 계획을 듣고 다음 장소로 가면서 본 구로공단, 아니 가산G밸리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 돌아다 본다. 예전 이곳은  저인금 노동집약형 산업단지 였다.  "...1960년대 중반 90%가 국유지였던 구로구에 노동 집약적 섬유·봉제 업체가 들어섰다. 또한 재개발 과정에서 이주한 난민들이 모여 살았던 이곳은1960년대부터 수출산업단지로 조성되기 시작해 70년대 후반에는 약 11만명이 이곳에 종사하고 있었다. 80년대 부터는 재벌들이 주도하는 중공업 산업단지로 변경되었고, 1985년에는 당시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인해 구로동맹파업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개발 독재시대에 국가의 공식 호칭이었던 산업 역군은 일반적으로 공순이로 불렸다. ‘공순이’, ‘공돌이들은 오늘날 한국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현대사의 거룩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차별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그러한 역사성과 장소성은 노동운동과 문학을 꽃피우게 만든 조건이었다."

 

대표적인 소설과 시로서 "...1) 이문열-구로아리랑, 1987

구로에서 일하는 여공인 1인칭 화자는 현식이 사기꾼이라는 경찰의 주장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의 존엄을 가르쳐 준 학출(대학생 출신 노동자)이라고 주장한다. “흔들리지 않게……라는 결말은 현식이 사기꾼이었음을 반어적으로 강하게 암시한다. 내용이 화자의 대사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 소설이다.

 

2) 공지영-동트는 새벽, 1988

동트는 새벽은 대학생 주인공이 구로공단의 노동 현장에 위장 취업 후 겪는 고단한 일상과 집회[1987년 구로구청 농성 사건]에의 참여를 주된 서사로 한다. 노동자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을 통해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 되는 세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공지영의 등단작이다.

 

3) 신경숙-외딴방, 1995

유신 말기 구로공단[동남전기 주식회사]에서 일하면서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던 3년 남짓[1978~1981]의 세월에 관한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이다. 외딴방은 외딴 방 시절의 과거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집필하는 의 현재 시간이 교직되며 진행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형식 실험을 수행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개발 독재의 뒷받침을 받고 진행된 천민자본주의의 추악한 뒷모습을, 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YH사건, 그리고 12·125·17에 이은 광주 학살과 삼청교육대의 인권 유린을 그 어떤 폭로 수기보다도 더 생생히 드러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4) 이인휘-내 생의 적들, 2004

이인휘는 우리 시대의 역사적 전환기였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517일부터 현재까지, 한 사내가 살아 온 24년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엮어 그 시절을 거쳐 온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24년은 어떤 세월이었냐고 묻고 있다. 작가 이인휘는 국가보안법이란 올무에 걸려 한 청년의 삶이 찢겨지고 뒤틀려지는 과정과, 그가 자신의 삶을 일그러뜨린 의 실체를 더듬어 가면서 자신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를 저 위대한 연대의 투쟁과 사랑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내 생의 적들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대학을 자퇴하고 노동 운동에 투신했던 작가의 경험이 곳곳에 녹아 있다. 지난 1984년 구로공단에 자리를 잡은 이인휘는 진보 생활 문예지 삶이보이는창(19986~)을 만들어 6년 동안 이끌어 왔다.

 

5) 박찬순-가리봉 양꼬치, 2006

가리봉 양꼬치2006조선일보신춘문예 등단작이다. 구로공단의 가리봉오거리 시장통, 쪽방에서 쪽방으로 이어지는 중국 조선족의 삶을, 고난 앞에 늠연한 한 젊은이의 내면을 통해 자연스레 녹여 낸 작품이다. 유목과 경계의 문화에 주목하는 작품의 주제를, 노린내를 없앤 가리봉 양꼬치의 근원으로부터 풀어내고 있다.

 

6) 황석영-돼지꿈[중편구로공단의 노동 실태[르포], 1973. 잃어버린 순이, 1974

황석영은 1973년 구로공단 전자산업 회사에 위장 취업해 일단 30원짜리 직공 시다노릇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지금의 통합민주당 대표인 손학규와 가리봉동 벌집[작은 쪽방]에서 살았다. 이러한 경험은 1973년 중편 돼지꿈과 르포 구로공단의 노동 실태, 1974년 공단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잃어버린 순이로 결실을 거둔다.

 

 

7) 조세희-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978

난쏘공으로 불리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공간적 배경은 빈민과 공장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산동네 철거촌이다. 소설 속에 구체적 지명이 나오지는 않지만 조세희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무악동, 동대문구 면목동, 구로구 가리봉동, 인천 동구 만석동 일대를 취재해 글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우화적 기법으로 난쟁이 일가로 상징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파헤친다. 특히 난쟁이의 왜소하고 어눌한 모습을 통해 당시 광포한 산업 사회로 접어든 1970년대 우리 사회의 허구와 병리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8) 공선옥-수수밭으로 오세요, 2001·가리봉연가, 2005

수수밭으로 오세요는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강필순이 첫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그녀를 불쌍히 여긴 의사 남편과 재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장편 소설이다. 지식인과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 사이에 놓인 격차가 잘 드러나 있으며,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대안으로 어미 마음을 강조한다. 유랑가족가리봉연가는 병든 오빠를 고쳐 주겠다는 거짓 약속만 믿고 한국 남자와 결혼한 고달픈 처지의 조선족 여인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9) 양귀자-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1987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도시 하층민의 정직한 노동과 삶의 애환을 통해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고발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회의 회복을 모색하는 원미동 사람들연작 중 한 편이다. 주인공 임씨에게 연탄값 80만 원을 떼어 먹은 쉐타공장 사장이 야반 도주해 더 크게 공장을 차린 곳이 가리봉동으로 등장한다.

 

10) 박범신-나마스떼, 2005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네팔 남자와 미국에 살다가 귀국한 한국 여자의 사랑을 중심 줄거리로 삼아 외국인 노동자 문제, 인간의 구원 등을 다룬다. 이주 노동자들의 비극적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 경제 제일주의와 이주 노동자에 대한 국가 정책을 구체적이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1) 박노해-가리봉시장[노동의 새벽], 1984

1970~1980년대 구로구 가리봉시장을 배경으로 하여 부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을 노래한 시이다.

 

가리봉 시장에 밤이 익으면,/ 피가 마르게 온 정성으로/ 만든 제품을/ 화려한 백화점으로,/ 물 건너 코큰 나라로 보내고 난/ 허기지고 지친/ 우리 공돌이 공순이들이/ 싸구려 상품을 샘나게 찍어 두며/ 300원어치 순대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구경만 하다가/ 허탈하게 귀가길로/ 발길을 돌린다”[부분]

 

 

2) 조기조-구로동 아리랑[낡은 기계], 1997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비애감과 탐욕스런 공장주에 대한 원망을 형상화한 시이다.

 

구로동 구종점 네거리 인력시장/ 가로등은 꺼지고 해는 높았는데/ 아라리요 아라리요 얼굴보고 골라가고/ 쓰라리요 쓰라리요 덩치보고 골라가고/ 팔려가지 못한 사람들 진눈깨비로 서성이네/ 중략/ 일하고 싶네 일하고 싶어 젊어서 일해야지/ 늙어서도 일할 팔자 일하다가 죽고 싶네/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요 쓰라리요/ 혼자 남은 내 발길은 공단 쪽으로 돌려지는데/ 일하던 우리 공장은 문 닫은 지 석 달째라/ 아라리요 쓰라리요 쓰라리가 지라리요/ 밀린 월급 떼어먹고 도망간 사장님은/ 십리도 못 가서 새 공장을 차렸다네.”

 

3) 임성용-하늘공장, 2007

구로공단과 안산공단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한 적이 있는 시인은 극한의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이론적인 차원에서 목격하거나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인 체험에 근거함으로써 시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높이고 있다. ‘노동문학의 소멸과 같은 담론의 가당치 않음을 단박에 증거하고, 노동문학이라는 존재의 이유를 몸으로 깨닫게 하는 힘으로 충전된 시집이다. 그는 1992년부터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발간하는 문예지 삶글에 시와 소설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제11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연기 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먹이고/ 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갯짓에 실어 보내야겠다/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중략/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르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땀내 나는 향기를 칠하고 하늘공장에서 퇴근하는 길/ 지상에 놓인 집 한 채가 어찌 멀다고 이르랴.”

 

4) 김사이-초록눈, 숨어 있기 좋은 방, 머물기 위해 떠나다[반성하다 그만 둔 날], 2008

반성하다 그만 둔 날의 현장은 1980년대 노동 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이었으나 이제는 잊혀 버린 역사를 간직한 첨단 아울렛 몰이자, 소비문화와 재개발 정책으로부터 소외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인 가리봉동이다. 김사이의 시에서 소위 노동 해방 문제나 노동문학의 소재지로서의 가리봉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노동자들의 모습이 노동 해방 따위의 개념어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사이의 시는 현재적이다. 그녀의 시는 정치적 구호보다도 삶 자체가 더 정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가리봉오거리 가는 공장들 담 아랜/ 우울한 가슴들이 다 모였다/ 담벼락에 달라붙어 눌은 먼지들 빈 담뱃갑/ 썩은 나뭇잎 비닐봉지 팔다리는 물론, 머리 없는 나무들/ 한겨울 매일같이 옷깃 세우고 지나다닌 길/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저 그러려니 사는 게 그러려니 하면서 -초록눈부분

 

누가 어디에 사냐고 물어 볼 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람들/ 내 고향보다 더 허름한 빈민촌 같아/ 자꾸 자꾸 눈에 밟히고 불편하면서도/ 무슨 짓을 해도 티가 나지 않을 것같이 거리낌 없었던/ 떠나고자 몸부림쳐도 구로동이었다/ 내 시가 시작된 곳/ 젊음의 덫이기도 했던/ 이 거리 구석구석 몸에 새겨졌다/ 떠나야겠다/ 시가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 -머물기 위해 떠나다부분

 

5) 송경동-무허가[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2009

송경동의 시에는 고단한 노동, 힘겨운 밥벌이, 그러고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의 아픔과 눈물, 싸우고 터지는 삶의 모습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용산4가 철거민 참사 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 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 카메라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중략/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가 있다.  그와 이곳을 소재로 하거나 주제로 한 영화도 꽤 있다. "... 1) 김응천-불타는 소녀, 1978

불타는 소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누이이자 공장에서도 맏딸 같은 역할을 해 내는 여공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구로공단 아아공장의 여공들 속에 김기숙이라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여공이 있다. 기숙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숙은 보수가 좋아지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자꾸 빗나가는 여공들을 바로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여공들과의 갈등 속에서 경영주에게 여공 교양 강좌에 대한 문제와 시청각 교육 문제들을 제안하지만 거부당한다. 그래도 그녀는 여공들과 경영주 사이에서 자기의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

 

2) 이상빈-어둠을 뚫고 태양이 솟을 때까지, 1987

구로구청 항쟁은 피로 쟁취한 직선제 개헌이 후보 단일화 실패라는 작은 약점으로 인해 미리부터 패배감에 젖어 있던 대선 정국에 다시금 민중 항쟁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였으나, 정치권은 선거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고 다시 피어오르는 민중의 분노는 외면했다. 민중의 절규는 3일째 유래 없는 잔혹한 진압으로 막을 내리지만, 움직일 수 없는 부정 선거의 증거와 민중의 분노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남았다.

 

3) 박종원-구로아리랑, 1989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과 함께 노동자로서의 계급적 각성과 저항 의식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무대는 구로동의 공단 사거리에 있는 아세아 패션이라는 중소기업이다. 생산직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박봉이라고 알려진 곳이 이런 봉제 공장이라고 한다.

 

4) 김선민-가리베가스, 2005

가리베가스는 가리봉동의 변화를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김선민 감독의 구로에 관한 연작들 중 한 편이기도 하다. 이전부터 구로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 내온 김선민 감독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결들을 따라 작업해 왔다. 가리봉동 쪽방에 살던 선화는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가리봉을 떠난다. 대신 그 자리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온다는 설정을 통해 가리봉동의 주역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줬다. 김선민 감독은 실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로 생활한 경험이 있다.

 

 

5) 김홍준-장미빛 인생, 1994

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무시하고 호헌을 발표한 1987413일부터 서머 타임을 개시한 511일까지의 약 한 달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구로구 가리봉동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당대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심야 만화방이란 특수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그 존재론적 부각을 통해 근대화의 혜택에서 밀려난 하층민들의 인생을 차분하게 반영하고 있다.

 

6) 이장호-바람 불어 좋은 날, 1980

서울 변두리 개발 지역의 풍경을 그린 영화이다. 덕배, 춘식, 길남은 중국집, 이발소, 여관에서 일을 하며 우정을 나누면서 살아간다. 순박한 덕배는 구로공단의 여공 춘순과 상류 사회 출신의 명희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폭행 사건에 휘말린 춘식은 교도소로, 길남은 군에 입대하여 덕배와 헤어지게 된다. 덕배는 좋은 날에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7) 이세룡-내 친구 제제, 1989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각색한 작품이다.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다쳐 실직한 후 제제 집안의 비극은 시작된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제제와 일본 사람 무도 아저씨와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그려 낸 작품이다.

 

8) 이창동-박하사탕, 1999

1980년대라는 시대의 폭압을 견뎌낸 한 남자가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역추적한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가리봉동은 주인공이 너무나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로 나온다. 영화는 1999년 봄 영호가 가리봉 봉우회의 야유회 장소에 나타나 철로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1979년 바로 그 장소에서 영호와 첫사랑 순임이 수줍은 듯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봉우회는 구로공단의 야학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만든 친목회이다. (출처: 노동문학의 산실, 구로공단과 가리봉동 [勞動文學産室, 九老工團加里峯洞]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구로공단은 지명에서 지워졌지만 그렇다고 G 밸리가 이곳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이 거리의 방황하는 청년들, 오갈데 없는 청년들이 무중력지대로 모아는 것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또 우리는 가고 있다.

다시 한강을 건넌다.

 

 

 

  

 

 

 

 

 

 

 

 

 

 

 

 

 

 

 

Poor Man's Moody Blues - Barclay James Harv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