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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부산에서 유일한 동물원, 야생의 시선으로 보다

by 이성근 2014. 7. 20.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하고 불안하게 우리를 맴도는 늑대

 

알도 레오폴드의 수필집 ‘모래 군의 열 두달’ 1편 칠월에 이런 장면이 있다. “토끼 한 마리가 갑자기 줄행랑 치고, 멧도요 한 마리가 새침데기 애인을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는가 하면 장끼 한 마리가 풀밭 이슬에 깃털이 젖는다고 투덜거리고 있다. 종종 우리는 야간 약탈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는 라쿤이나 밍크와 맞닥뜨린다. 이따금 물고기 사냥중인 왜가리를 방해하거니 새끼를 거느리고 힘을 다해 물옥잠 둥지로 헤엄치는 어미원앙을 놀라게 할 때도 있다. 앨팰퍼꽃이나 개불알풀, 왕고들빼기 따위로 포식한 사슴이 빈둥거리며 숲으로 되돌아 가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띈다.” 1935년 레오폴드는 미국 매디슨 북서부 위스콘신 강변에 약간의 토지와 오두막을 구한 뒤 가족들과 산책을 일상화 했다. 인용한 대목은 칠월 어느 새벽에서 동트는 아침 무렵이다. 그들이 새벽나절 보았던 동물은 모두 여덟종이다. 그리고 늘 이 숫자 보다 많은 야생동물을 만나며 그들을 품고 있는 자연의 모습에 경외하고 감동하며 공존의 이유를 표나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2014년 우리는 포획되어 격리된 공간에서 평생을 지내는 수많은 야생동물을 이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동물원이라는 곳을 찾아가 유리벽 또는 담장 넘어 그들을 만난다. 한동안 부산에서는 이 조차도 없었던 세월이 있었다. 거의 10년 가량 부산은 기존에 운영되던 동물원이 운영난으로 폐쇄되면서 새로운 동물원의 등장을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초읍동 옛 성지곡 동물원 자리에 삼정 더파크가 지난 4월 개장했다. 더파크는 대놓고 ‘부산유일의 자연친화형 동물원’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부산 유일의 동물원이라는 곳

더파크는 개장부터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되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값이 어른 1만9천원, 어린이 1만5천원이다. 4인가족이면 10만원 대 수준이다. 부담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높은 가격대를 지불한 만큼의 값어치를 해내는 동물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입장료의 차이가 저렴한 곳도 많고 무료인 곳도 있기에 이용자로서는 입이 튀어 나오는 것이다. 이같은 비교에 대해 업체는 시설 투자비가 많아서 그 정도는 오히려 적정하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동물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전체 5개의 존이 있지만 실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구역은 생태동물원이라 이름붙인 워킹사파리 뿐이다. 여기에 놀이와 체험을 겸한 동물농장과 하늘목장이 있는 에코키즈랜드가 가축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신 식음료를 비롯하여 기념품 가계는 모두 20군데다. 폐장된 성지곡동물원 시절과 비교할 수 있는 새로움을 찾았지만 외형상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전체 면적 2만5천8백평에 3분1정도가 동물들이 기거하고 활동하는 공간이다. 전체 면적 4천2백50평원에 불과했던 성지곡동물원 시절에 비해면 5배 가량 확장된 상황이긴 하나 그 용도는 놀이와 체험,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주목할 것은 성지곡 배수로를 따라 배치된 동물들의 기거 장소와 면적인데, ‘사파리’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제대로 충족하고 있는가이다. 원래 safari는 스와힐리어의 여행이란 뜻으로 사냥하기 위하여 사냥감을 찾아 원정하던 일을 이르는 말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야생동물을 놓아 기르는 자연공원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차안에서 구경하는 일로 해석된다. 일테면 미국 샌디에고 동물원이라든지 캐나다에 있는 90만평 규모의 아프리카 라이언 사파리,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케냐 등이 되겠다. 국내의 경우 에브랜드의 로스트밸리가 흉내를 낸 정도이고 나머지 사파리를 들먹인 동물원은 ‘사칭’이다.

 

동물원의 동물, 행복하지 않다

현재 더 파크에는 123종 428마리의 동물이 입주해 있다. 각 종마다 서식환경이 판이하고 생태적 특성이 다르다. 동물원 측이 간판스타로 내걸고 있는 흑표범, 사자, 호랑이, 늑대, 곰, 코끼리를 비롯하여 하이에나, 코요테, 라쿤, 바바리양 등이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예컨대 늑대는 활동에 따른 이동 거리가 광범위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동물원 면적은 매우 협소하다. 일반적으로 코끼리나 돌고래, 북극곰, 유인원 등 4종의 동물은 가두어 키우기에는 부적합한 동물로 분류한다. 엄밀히 말한다면 위에 열거한 동물 전체가 이 기준에 드는 동물이다. 동물도 나름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산다. 그러나 작금과 같은 격리된 상황은 인간세상의 감옥과 같은 곳이다.

 

이런 생존환경은 본디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사람 의존형 동물로 전락하게 만든다. 달리 할 일도 없다. 생체리듬도 깨어 진다. 심하게는 사람처럼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늘 엎드려 있거나 구석진 곳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 때로는 ‘상동증’같은 동작을 수없이 되풀이 한다. 동물원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생기없는 동물과 불결한 관리시설은 동물의 야생성을 배려하지 않음으로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이이지만 귀결되는 것은 시민의 외면과 관리운영업체의 적자 누적으로 이어진다. 동래동물원이나 성지곡동물원이 걸어 간 길을 삼정 더파크라고 자유로울 수 없다.

 

1. 동물원 이름

대구달성공원동물원

광주우치공원동물원

전주동물원

대구시 중구

광주시 북구

전북 전주시

9천173

12만1천302

12만5천380

2. 소재지

84종 1430

137종 630

100종 710

7종

13종

20종

무료

1500 / 700

1300 / 400

3. 면적

대전오월드동물원

서울대공원동물원

어린이대공원동물원

대전시중구

경기도 과천시

서울시 광진구

58만3천57

282만

53만8천88

4. 보유종 및 마리수

130종 600

348종 2천970

109종 3천5백

21종

69종

18종

12,000/ 6,000

3,000/ 1,000

무료

5. IUCN 선정 멸종위기종

에브랜드동물원

청주랜드동물원

삼정 더파크

경기도 용인시

충북 청주시

부산시 진구

8만2천

1만3천895

8만5천334

6. 입장료

201종 2천280

84종 1천430

123종 428

33종

14종

 

7,000

1,000 / 500

19,000/ 15,000

표-1 국내 주요지역 동물원 현황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시설이다. 인간에게 호랑이, 늑대, 흑표범을 우리에 집어넣을 권리란 없다. 있다면 그럴 수 있는 물리력 뿐이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동물권은 사실상 아주 최근에 생겨난 ‘인간의 자각’이다. 오늘날 아프리카 지역 사람을 잡아다 족쇄를 채우고 우리에 넣고 전시를 한다면 세계 인권사에 유래가 없는 폭거로 규정돼 온 세계가 분노할 것이다. 그런데 그 아프리카 사람과 전 세계 1만여 동물원과 1천개를 족히 헤아리는 해양수족관에 전시된 동물들의 삶은 다르지 않다.

 

진정한 관계 맺기

동물원에 왜 가는가. 그것도 아이들 손을 잡고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가. 말로는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좁디 좁은 우리에 갇혀 체념한 듯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동물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고 생명윤리에 위배되는 것이다. 동물원에서는 동물이 행복해야 한다. 나아가 그 동물이 본디 있던 야생의 서식지가 건강해야 한다. 동물원의 역할은 종의 보존을 제대로 하고 당면한 야생의 위기를 알려내는 창구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1960년대 중반부터 방행하고 있는 적색자료집( Red Date Books)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임계점을 넘어 멸종으로 치닫고 있음을 경고한지 오래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의 멸종속도는 이전보다 1000배 정도 빨라졌다. 서식지의 오염과 파괴, 무분별한 외래종 유입, 질병과 기후 변화의 영향은 조류 1만여 종과 양서류 5천여 종, 포유류 5천여 종을 멸종위기로 몰아 넣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은 대부분 무시되거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무지하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때마침 올해 강원도 평창에서 12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의 핵심의제는 생물다양성 20대 목표 이행에 따른 중간점검과 목표달성 로드맵 마련에 있다. 이해관계자의 인식제고, 서식지손실저감, 지속가능한 어로.농업.양식.임업, 생태계. 생물다양성오염원 관리, 보호지역확대, 멸종위기종관리, 생태계복원(15%이상) 등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민간동물원에 이같은 의제를 들먹인다는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만 그럼에도 부산 유일의 동물원 더파크는 “동물의 보호와 보존, 번식활동을 이어나가는 한편 사람들의 즐거운 문화생활을 지원하며, 동물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선순환 할 수 있는 통합적인 자연문화 컨텐츠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지켜 볼일이다. 아니 시민들이 먼저 그런 동물원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요구해야 한다. 다카기진자부로는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통해 세계관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자연이 소비와 즐거움의 대상으로 전락함을 경계했다. 동물원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또 다른 종과 더불어 살고 공동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동물원은 입장료의 절반을 동물복지에 재투자하고 보다 앞서 동물의 복지를 중심에 둔 동물원 따라잡기를 해야 한다.

 

도시는 생물다양성에 큰 위협적 존재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생물자원의 보존 필요성을 교육할 수 있는 곳이다. 글의 도입부에 야생의 경이를 깔았던 것은 동물원이란 테마를 통해 우리가 회복하고 복원시켜야 할 ‘오래된 미래’를 되짚어 보기 위함이었다. 사람이나 야생동물 모두, 기댈 수 있는 건강한 자연이 없다면 피폐해 질 수 밖에 없다. 시방 낙동강하구에는 지구상 통털어 불과 3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가 하구역 개발로 길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다.

 

노래출처: 광주지인의 다음 블로그

Melvin Taylor / Blue jeans bl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