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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봄 2

by 이성근 2019. 4. 14.


봄숲의 가장자리 쯤에 아버지 어머니 계신다.  몇 차례의 호출이 있었자만 일이 바빠 갈 수 없었다.  이래저래 바빴다.  시방도 혼자서 바쁘다.  이것 저것 준비하고 성명서 작성하고 동참단체들 끌어 모아 연명틀 만들고  언론사 에 보내고 ....

4.2  그랬다 4월의 첫주 와 들째주 그렇게 보냈다

4.3 그 사이 사무실 꽃들은 만개했다.

가장 눈부신 존재는 튤립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무스카리가 보라색 꽃을 달았다.

4.4 절정이었던 벚꽃들이 한차례 비에 지고 성당의 예수는 여전히 수고하고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하는데  말뿐인것 같다.

4.5 그러거나 말거나 봄날의 풀과 나무는 주어진 계절에 충실하다 헌잎 위로 새잎 올리고 그만큼 키를 키우고 하마 이른 봄의 꽃들은 씨앗을 품어 퍼뜨렸다.

서울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에 갔다 입항한 크루즈는 늦은밤 돌아와서 확인하니 떠나고 없었다.

4.8

목련 아래 사람들이 모였다.



아무리 작고 볼품없어도 무리를 짓는다는 건 때로 아름답다.

꽃다지가 도심 한 가운데 화단을 점령하고 무리지어 핀 모습은 낯설다.  


철로변 서양민들레도 세력 확산에 열심이다.   꽃이 피고 지면서 시간이 쏜실같이 흘러갔다.  내 생에 언제 이 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  매순간이 기쁨이고 축복이어야 하는데 실제 삶은 늘 번민과 고통이다.  아주 잠깐 꽃이 피듯 아주 잠시 마음이 머물기도 하지만 돌아서면 늘 되풀이 되는 일상이다.  내려 놓고 어디든 떠나고 싶다.

아침일찍 아버지의 호출이다.  십중팔구 옻닭을 고았으니 먹으러 오라는 것이다.  모처럼 푹 자고 싶었던 계획을 지우고 부름에 응한다. 

4.14  아버지는 옻닭을 즐겨드신다.  이번엔 오가피 까지 추가했다 한다.  일에 파묻혀 지내는  자식이 평소 술 많이 마시고 몸 상해질까봐  먹이고 싶은 것이다. 거기다 심심하다.  성사방네가 발길을 끊고 안서방네도 시간내기가 쉽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겨울 어머니께 드렸던 무스카리 몇 뿌리, 어머니는 얼리지 않으려고 화분에 비닐 씌워 창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곤 무스카리의 존재를 잊었다 오늘 우연히 존재를 확인했다.  하마 꽃을 피우고 끝무렵인데, 

생명이란 기 참 질기고도 강하다.  빛도 없는 어둑한 창고에서 무스카리는 지 몸뚱아리에 저장한 영양분으로 버티면서 때맞춰 꽃까지 달았다.  빛을 보지 못해 눈부신 백색이긴 하다만  ...

사부작사부작 빗방울 떨어지는 숲으로 산책에 들었다.  초입에 라일락 만개했다.

벚꽃은 이미 진지 오래고 대신 연초록으로 숲이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아버지의 텃밭은 더이상 작물을 키울 수 없다.  대신하여 과실수들이 식재됐다. 

산딸기며 괴불주머니가 꽃을 피웠다.

산길 양지바른 곳곳에 금창초도 쫘악 깔렸다.

제비꽃

홀아비꽃대

조만간 백선도 꽃을 피우겠다

산목련도 꽃을 지우고 잎을 달았다.

봄날의 숲은 이렇듯 차분하다.  초하의 맹열한 기세도 없고 여유가 있어 좋다

칡도 줄기를 내어 뻗어 나갈 기세다.  미안했지만 그 줄기를 꺽었다.  거세 였다.   존재의 이유가 있지만  의도하지 않는  폭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초장에 그 기세를 꺽어버린 것이다.  칡으로서는 억을한 노릇이다.  주위에 달래가 수북히 피었다.  재수 하고는 몇 뿌리 거둔다.  된장국에 넣어 먹기 위해서다.  향이 퍼진다.


이 숲에 올때마다 생각했던 것   이 큰 벚나무에 알마나 많은 꽃이 달릴까 였다.  그 장관을 올해도 놓쳤다.  흉고들레 3m 쯤 된다.

그 아래 개별꽃 두어 포기 

소나무 아래 청미래 덩굴도 꽃을 달았다.

때죽나무도 조만간 흰종들을 달고 바람에 종소리 전할 것이다.

문득 이런 만남을 주선해준 아버지께 고마움을 느낀다.

이른 봄 숲 바닥을 드러내 보이던 국수나무도 울을 만들만큼 잎을 달았다.  흰꽃도 곧 피리라


수입 그라스 종 대신  대체 가능한 사초과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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