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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한 컷

백합이 피는 이상한 1월에

by 이성근 2020. 1. 19.


어머니 생신이라 본가에 갔다 담벼락에 꽃망울 단 백합을 보았다. 지면에서 한뼘 쯤 될라나. 백합은 키가 어느 정도 커야 꽃망울을 단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 보았던 백합은 잘못됐다. 내가 꽃이 핀 백합(Lilium .나리꽃)을 보는 날은 할배 재사날인 음 6월29일, 그러니까 통상 7월말을 전후한 때이다. 제사지내러 온 친척들이 평상에 둘러 앉아 그해 핀 백합에 대해 덕담을 나누며 집안 대소사를 의논한다. 가끔씩 솔부엉이가 장단을 맞추기도 한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2020년 1월 들어 이상 개화 상태의 백합을 두번이나 마주한 것이다. 앞서 MBC 방송국에서 만난 (1/9) 백합은 만개한 상태였다. 고개를 갸웃했다가 두번째 만남에서는 분명 정상이 아닌 세월임을 확신한다. 낙동강 하구에 때 아닌 제비의 등장이 기쁨이 아니듯 뒤돌아 볼 때가 되었다. 어쩌면 이미 너무 멀리 온 것인지도 모른다.


총선 뜀박질이 본격화되고 있다.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예비후보들이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기후위기를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환경의 위기, 우리 삶의 근원적 위기를 외면하고 토건개발주의에 매몰되거나 편승한다면 후보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해야 한다.

이 시간 이후로 나는 약속한다. 4.15총선에서 환경을 말하지 않는 후보는 여.야를 막론하고 자격미달이라고 규정하겠다.


                                                  You Don'T Have To Say Love Me - Dusty Spring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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