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탑 아담 레보어 저자(글) · 임수강 번역 더늠 | 2022년 11월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 금융으로 쌓은 바벨탑
아담 레보어-정치사회칼럼니스트/저널리스트
아담 레보어는 영국 출신의 작가, 저널리스트, 문예비평가이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즈』, 『이코노미스트』, 『타임즈(런던)』, 『모노클』, 『크리틱』 등 수많은 언론에 기고했고 여러 권의 넌픽션 작품을 썼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나치와 스위스의 공모를 폭로한『히틀러의 비밀 은행가』가 있다. 그의 책은 열네 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되었다.
목차
서론
제1부 자본이 먼저다.
1장 중앙은행가들의 꿈의 은행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배상금 문제, 마법사 얄마르 샤흐트, 국제결제은행의 구상)
2장 바젤의 은밀한 클럽
(BIS를 둘러싼 독일과 미국 인맥, BIS 탄생)
3장 가장 쓸모 있는 은행
(BIS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은 독일, 미국의 BIS 불참가, 월 스트리트의 투기)
4장 나치에 이용당하는 BIS
(변질되는 BIS, 나치 독일의 자산 약탈, 유럽의 전운)
5장 합법적인 약탈
(나치의 체코 금 약탈과 BIS의 형식적 중립성, 금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BIS)
6장 히틀러를 돕는 미국인 은행가
(유럽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는 미국인, BIS 중립성의 침해)
7장 전쟁에서 돈 버는 월 스트리트
(정보전에 말려드는 BIS 총재, 전쟁을 돈 버는 기회로 이용하는 월스트리트)
8장 적과 맺은 협정
(해산 위기에 내몰린 BIS, 전후를 준비하려는 움직임)
제2부 연방제국
9장 유럽의 통합을 요구하는 미국
(유럽 재건을 향한 발걸음, 새로운 역할을 발견한 BIS)
10장 처벌받지 않은 전쟁 범죄
(나치가 세운 전후 계획, 전쟁범죄자들에 대한 면죄)
11장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독일
(독일에 유리한 유럽통합, 통합을 부추기는 미국)
12장 책상물림 살인자들의 귀환
(위기를 틈타 복귀하는 전범 은행가들, 국제금융기관으로 기능하는 BIS)
13장 솟아오르는 바젤탑
(바젤탑의 건설, 은행위기와 BIS의 자본규제)
제3부 붕괴
14장 두 번째 탑
(나치가 구상한 유럽통합, 단일통화 유로를 향해서)
15장 모든 것을 보는 눈
(세계화와 BIS의 성장, 중앙은행총재들의 끼리끼리 의식)
16장 성채 균열
(너무 커버린 국제금융계의 BIS, BIS 개혁의 길)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출판사 서평
◇ 책의 핵심 메시지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BIS와 중앙은행이 정치적인 성격의 조직이라는 점이다. 중앙은행가들은 자기들을 스스로 금융분야의 테크노크라트라고 제시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허구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이자율이나 화폐 공급량과 같은 중앙은행가들의 결정은 고도로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결정이 다수 대중에게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인 기관일 수 없다는 사실을 함의한다. 실제로 저자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 개념을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적인 통제 개념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기존의 관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 정책은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는 영역이지 일반인들이나 정치인들이 따따부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성이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의 관점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지는 내용이며,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논의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이 정부에 대해서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연준에 대해서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중앙은행 독립성 논의가 살아있는 이슈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물론 저자는 한국은행이 정부에 대해서가 아니라 연준에 대해서 독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고민 지점을 짚어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BIS가 어떤 기구인지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별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BIS는 의외로 우리 삶과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예컨대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BIS 자기자본 비율이라는 규제정책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비율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영업활동이나 손익이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잘 알려져 있지 많지만 1997년의 우리나라 경제위기도 이 자기자본 비율과 상당 정도 관련이 있다. 일본의 은행들은 1988년에 제정된 이 규정을 1990년대 초부터는 지켜야 했는데, 이것이 주변국들의 유동성 축소, 나아가 경제위기에 영향을 준 것이다.
무엇보다 BIS는, 여러 단계를 거치기는 하지만, 우리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산가격은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감독기구의 규제정책, 그리고 글로벌 자본이동 규제정책을 반영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중앙은행의 은행이라 할 수 있는 BIS의 활동과 이러저러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가상자산의 미래마저도 그것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BIS의 영향권 속에 놓여 있다. 우리가 BIS를 알아야 하는 이유들이다.
◇ 책의 개요
이 책은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와 그 한계를 다룬다. BIS는 중앙은행들의 은행 기능을 하는 기구라 할 수 있는데,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중앙은행들의 역사, 한계와도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이 책의 제목 바젤탑은 구약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을 패러디한 것이다. 18층의 원통형으로 솟아 있는 BIS 본부 건물은 탑의 모습을 닮았다. 이점에 착안하여 저자는 바젤탑이라는 조어로 BIS를 나타내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구약 성경에서 인간의 욕심을 상징하는 바벨탑이 무너졌듯이, 금융으로 쌓은 탑도 개혁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음을 바젤탑이라는 조어를 통해 암시하고 있다.
BIS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독일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BIS는 다른 곳에서 존립 근거를 찾게 된다. BIS가 찾아낸 중요한 존립 근거는 여러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을 예치 받아 그 신용으로 자금의 결제를 원활히 하는 중앙은행의 은행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급결제 기구 역할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BIS는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서 나치독일의 전쟁수행과 전후부흥을 돕고 유럽통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BIS는 민간 기구이지만 은행을 감독하고 자기자본을 규제하기도 한다. 물론 BIS의 규제는 강제력이 없다. 그러나 개별 은행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BIS가 어떻게 자기의 업무 범위를 넓혀가면서 위상을 세워나갔는지를 묘사한다.
저자는 국제결제은행의 기능과 본질이, 20세기 들어 성장하기 시작한 금융자본의 이해와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는 자본일반의 지배에서 금융자본의 지배로 넘어가는 문턱에 해당한다.
문턱을 넘어서서 금융자본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이제는 이 금융자본의 이해와 운명을 같이하는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이 탄생한다. 이 계급의 이익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조직이 BIS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물론 BIS가 여러 나라들에 적용되는 통일적인 정책을 직접 수립하지는 않는다.
BIS는 중앙은행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BIS는 그렇게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BIS는 내부적으로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위계를 철저하게 세우면서도 동시에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에 유리 한 방향으로 금융정책들이 수립될 수 있도록 조율해왔다.
BIS는 자기의 이익을 지키는 수단으로 크게 보아 두 가지의 특징적인 행태를 발전시켰다. 첫째, 비밀주의 행태이다. BIS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비밀주의를 유지해 왔다. BIS는 여러 나라들에서 수집한 통계자료나 분석보고서 등은 공개하지만 이사회나 여러 위원회의 회의록, 중앙은행들이나 국제기구들과 거래한 내용 등 핵심 사항은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둘째, 기술관료적인 전문가주의를 강조하는 행태이다. BIS의 여러 활동이나 정책은 매우 정치적이다. 그럼에도 BIS는 자기의 활동을 정치와 거리가 먼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일 처리로 포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이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BIS 개혁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최소한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BIS에 대해 비밀주의를 폐기할 것과 전문가주의를 민주적 통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책 속으로
24p 국제연합이나 국제통화기금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BIS에서 일하는 직원(특히 고위직)들 가운데 일부는 사명감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그들은 책임성이나 투명성과 같은 일반적인 관념 따위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25p 중앙은행가들은 자기들이 금융의 대제사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자면, 그들은 내부집단에서 자기끼리 선택한 소수의 엘리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신비로운 화폐 의식과 금융 의례를 감독하는 전문가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26p BIS는 설립 첫날부터 중앙은행의 이익을 확대하고 새로운 초국적 금융구조하게 연결된 기술전문가라는 새로운 계급을 탄생시켰는데, 이 전문가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BIS, 국제통화기금, 여러 나라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고위직을 넘나들었다.
31p 오늘날 BIS는 자기의 사명이 세 가지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 세 가지란, “첫째, 화폐와 금융의 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들을 돕는 것, 둘째, 화폐와 금융 영역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촉진하는 것, 셋째, 중앙은행들의 은행으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41p BIS는 세계 최초의 국제 금융기관이자 중앙은행가들의 회담장소가 될 것이다. 중앙은행가들은, 정치인들의 성가신 요구와 귀찮게 캐물으려는 언론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세계 금융시스템에 꼭 필요한 질서와 협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56p 노먼과 샤흐트는 독일 배상금 문제를 둘러싼 혼란을 교묘히 이용하여 강대국들이 BIS 창설에 참여하도록 수완을 발휘했다. 덜레스 형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유럽의 무질서를 이용했으며, 독일로 자금이 다시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수단을 구축했다. 이러한 금융수단은 너무 복잡해서 설리번&크롬웰 법률회사 밖의 외부인이 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60p 샤흐트와 노먼에게 1930년 1월 2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들은 국내법이든 국제법이든 법의 적용범위 밖에 있는 은행을 만들었다. 그날,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는 특별한 문서에 서명했다. 헤이그협약에 따라 설립된 BIS는 세계에서 특권이 가장 많고 법적으로 잘 보호받는 은행이다. 오늘날까지 유효한 그 법규들은 BIS가 본질적으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는 근거이다.
80p 월 스트리트는 히틀러의 부상을 흥분과 걱정으로 지켜보았다. 흥분한 이유는 독일에서 출현한 극단적인 국가주의와 일당제 국가가 마침내 볼셰비키의 망령을 쫓아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일에 있는 월 스트리트의 투자금과 보유자산은 정말 안전했을까?
81p 월 스트리트의 이사회나 클럽에는 여전히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다. 그것은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나 강제수용소 때문이 아니라 나치당이 아직도 위험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치당의 전체 이름은 독일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이었다.
88p 실제로 배상금 지급 종료와 금본위제 붕괴는 오히려 BIS에 호재임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BIS는 설립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그 의도란 대규모 자본이동을 보장하고 정치인과 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초국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94p 그(샤흐트)의 제국은행은 독일 유대인의 재산을 약탈하기 위한 나치의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 크리스탈 나흐트 이후 나치는 독일 유대인들에게 10억 라이히마르크의 벌금을 부과하여 네 번에 걸쳐 나누어 낼 것을 강요했다.
102p 바젤에 모인 중앙은행가들은 이상주의와 거리가 멀었지만 한 가지 바람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국제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를 바랐다. 중앙은행가들은 경제적 안정, 낮은 인플레이션, 글로벌 자유무역을 추구하면 세계인의 공통 목표인 정치적 안정과 실업률의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02p 무책임한 금융가 집단에 그런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특이한 오만함이 었다. 금융가 집단은 교묘한 술책으로 누구도 손댈 수 없고 어떤 정부도 간섭할 수 없는 자기들만의 은행(BIS)을 구축하고 나서, 자기의 존재가 나머지 인류에게 뭔가 미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11p 노먼의 우선순위는 조국의 최대 이익이라기보다는 그가 사랑하는 BIS의 독립이었다. 노먼은 독일군 탱크에 포탄이 장착되는 동안에도 은행가들의 일은 여전히 평상시와 다름없이 흘러갈 것이라고 믿었다. 아무것도 은행가들의 신성한 중립성과 상대방에 대한 신사적인 신뢰를 방해할 수 없을 것이며, 이것은 심지어 이제는 악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정권과 한판 승부가 다가오고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129p 전쟁이 터지자 BIS 관리자들은 실존적 선택과 마주쳤다. 세 가지 길이 있었는데, 첫째, 은행을 청산하는 길, 둘째, 적대행위가 끝날 때까지 규모를 축소하고 활동을 최소화하는 길, 셋째, ‘중립’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길이 그것이다. 이사들은 만장일치였다. 그들은 초국적 자본의 필요에 따라야 한다는 것과, 무엇보다 BIS가 전후 금융재건을 돕기 위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
130p BIS의 중립 선언은 금세 쓸모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맥키트릭과 은행 경영진은 BIS를 제국은행의 사실상의 하위조직으로 만들었다. 이는 타성, 수동성 또는 관료적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일련의 의도적인 정책 결정에서 비롯했다.
156p 이들(대기업들)은 1933년에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이후에도, 그리고 1939년에 전쟁이 일어난 이후에는 더욱 확실하게, 독일 연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거대한 이익을 얻었다. ... 나치 연계를 통해 이익을 얻은 가장 강력한 세 부문은 석유, 자동차, 그리고 은행이었다.
182p 화이트는 BIS를 ‘낮게 평가’했고 전후 유럽의 재건을 위한 계획과 관련하여 BIS가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독일이 BIS를 대우해 준 이유는 BIS를 이용해서 “금융 권력을 되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12p BIS는 덜레스, 맥클로이와 같은 미국 정책 수립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때문에 BIS는, 워싱턴으로 하여금 새롭게 통합된 유럽을 만드는 것이 자기 책임이라는 사실을 일찍 이해하도록 할 수 있었다.
218p 1948년부터 1980년 사이에, 국가은행, 각 주의 중앙은행, 연방은행(국가은행의 승계 조직)의 집행·관리이사회 임원의 39%는 과거 나치당원이었다
236p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석탄과 철강 시장을 규제했는데, 이는 이 공동체가 회원국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진 초국적인 기관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설계자이자 총재인 장 모네는 새로운 이 기관을 국민국가라는 낡은 관념을 초월하는 조직으로 보았다.
238p 모네는 1919년 파리평화회의에서 덜레스를 만났고, 두 사람은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비슷한 엘리트주의 세계관, 민주적 책임성에 대한 무시, 그리고 돈벌이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다.
247p BIS는 세계의 여러 정부에게 엄격한 정책 처방을 내리기 시작했다. 야콥센은 여전히 물가 상승의 폐해에 대해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 선출된 권력도 아니고 설명책임도 없으며 비밀로 가득한 금융기관(BIS)이 민주 정부에 대한 정책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256p 독일계 유대인 작가이자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홀로코스트를 조직한 관료들을 책상물림 살인자들이라고 묘사했다. 그들은 죽음 구덩이 위에 서 있는 벌거벗은 희생자들에게 총을 겨누거나 가스를 방출하기 위해 손잡이를 당기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저 도장을 찍고, 종이 조각을 한 정부 부처에서 다른 부처로 옮기고, 돈을 계속 돌게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 없이는 제3제국은 기능할 수 없었다.
284p 그해 말에 이르러 소비에트 블록 전체가 무너졌다. 이러한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BIS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BIS의 연결 융자는 헝가리 개혁가들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를 높여주었고, 이는 국내에서 그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로 이어졌다.
295p 유럽중앙은행은 일차적인 임무를 물가안정을 확보하는 것과 모든 정치적 압력
에서 벗어나는 것에 둘 것이다.
312p 1994년 연준이사회는 마침내 자기들에게 할당된 지분을 인수하여 BIS에 가입하고 이사회에 두 명의 이사(연준 의장과 뉴욕연준 총재)를 임명했다.
318p 금융정책, 통화정책에 대한 기술적인 결정이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초국가를 도입하는 데에 은밀하게, 그것도 종종 BIS를 통해서, 이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단일통화가 안고 있는 모순에 대한 경고는 무시되었다.
328p 유럽중앙은행은 국제법,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유럽연합을 설립하기 위해 체결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유럽중앙은행이 통화기관임과 동시에 항상 정치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다.
334p 양적완화로 알려진 자산 매입은 시중은행 대차대조표의 자산·부채 규모를 팽창시킬 것이고, 유동성을 증가시킬 것이며, 대출 확대를 부추길 것이다. 이는 결국 소비지출,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동시에 미국, 영국, 일본, 유럽중앙은행은 초저금리의 느슨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이와 같은 통화정책을 펴는 나라에서 단기 투기자금을 만들어 내는데, 이 자금은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면서 전 세계로 흘러나간다. 단기 투기자금은 그 자금이 유입된 나라에서 자산 거품을 일으키고 환율을 왜곡하여 말레이시아 링기트와 한국의 원화와 같은 통화를 더 비싸게 만들어 이들 국가의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
349p BIS는 수십 년을 거치면서 생존해왔다. BIS는 불투명성과 비밀주의에 의해, 그리고 법적 면책특권의 보호막 뒤에 숨는 방법에 의해 그 본질을 유지해 왔다. 기술관료들은, 엘리트 의식이 강한 소수가 일반인들에게 설명책임을 질 필요 없이 글로벌 금융을 관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BIS에 대한 보호는 이러한 믿음을 영구화시킨다.
361p BIS의 자산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 있겠지만, 더 많은 활동가들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BIS가 수행하는 역할, BIS의 비밀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이해함에 따라, 그들은 BIS의 운영, 역할, 그리고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 점점 더 의문을 가질 것이다
368p 정보와 자본이 매우 빠르게 흐르는 시대에, 시민들이 자기 삶을 지배하는 힘 있는 기관들에게 더 많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월 스트리트조차 몇 주 동안 점령될 수 있는 시대에, 바젤탑은 더 이상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BIS 모르면 사회 양극화 이야기 할 수 없다“
아담 레보어의 <바젤탑>(더늠 펴냄)이 국내에 번역돼 30일 출간된다. 이 책은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은행(BIS)을 다룬다. BIS는 1930년 헤이그협정을 모체로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금융기구로서 중앙은행 간 정책협력을 주요기능으로 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은행 기능을 하는 기구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1975년 연차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이후 1997년 1월 정식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러한 BIS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기구다. 어떤 조직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 하는 일들은 우리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대표적으로 BIS에서 제시하는 '자기자본비율', 즉 은행들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BIS에서는 은행들에 대출할 때 위험 가중자산의 일정 퍼센트 이상 자본을 보유할 것을 요구하는데, 보통 8%를 제시한다. 즉 어떤 은행이 100억 원의 위험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은행은 최소 8억 원의 자기 자본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경우, 1997년 IMF 때 이 기준으로 은행들이 퇴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BIS는 여러 단계를 거치기는 하지만, 우리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산가격은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감독기구의 규제정책, 그리고 글로벌 자본이동 규제정책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중앙은행의 은행이라 할 수 있는 BIS의 활동과 연결돼 있다.
<바젤탑>은 그러한 BIS의 역사, 그리고 본질적인 한계를 다룬다. 그러면서 BIS를 왜 우리가 알아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어낸다. <프레시안>에서는 이 책의 역자인 임수강 경제학 박사를 인터뷰했다. 임수강 박사는 금융기관에서 실무경험이 많은 인물로 국회와 연구원 등에서 금융경제를 연구하고 정책 등을 만들어왔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우리나라에 BIS를 제대로 소개한 책 거의 없어"
프레시안 : 아담 레보어의 <바젤탑>이라는 책을 번역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 금융으로 쌓은 바벨탑'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임수강 : 이 책은 중앙은행의 은행이라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대한 역사를 다루는데, 1930년 창설부터 현재까지 BIS 역사 전체를 서술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저널리스트가 수년 동안의 조사를 거친 다음 쓴 이 책은 국제결제은행과 중앙은행의 역사를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국제금융이라는 배경 속에서 역사소설처럼 엮는다.
저자가 BIS의 역사를 통틀어서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BIS나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중앙은행가들은 자기들을 스스로 금융분야의 테크노크라트로 제시하면서 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프레시안 : 작가가 궁금하다. 아담 레보어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임수강 : 국제 금융기구를 조사하다가 우리나라에 BIS를 제대로 소개한 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해서 읽었는데 BIS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국내에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저자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저자가 직접 소개하는 바에 따르면 영국 출신인 저자는 여러 언론에 기고하는 금융전문 저널리스트이고 작가이며 문예비평가이다. 그의 책은 열네 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프레시안 : 책은 국제결제은행(BIS)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국제결제은행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임수강 : BIS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관리할 목적으로 1930년에 설립되었다. 설립을 주도했던 인물은 잉글랜드은행의 몬태규 노먼 총재와 독일 제국은행의 얄마르 샤흐트 총재였다. 저자에 따르면 BIS를 설립할 때 독일 배상금의 관리는 형식상의 목적일 뿐이었고 진정한 목적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성가신 요구에서 벗어나서 금융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국제 금융조직을 만드는 데에 있었다.
BIS의 공식적인 임무는 중앙은행들의 협력을 촉진하고 국제금융 업무에 추가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BIS는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상업은행 기능을 수행하고, 법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상업은행들에 대한 자기자본을 규제하며, 연구기관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BIS의 핵심적인 임무는 중앙은행들의 조율을 통해 금융정책에 대한 통일적인 견해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
프레시안 :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이 탄생하면서 이 계급의 이익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조직이 BIS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실제 가지고 있나.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임수강 : BIS는 세계 중앙은행가들의 사교 클럽처럼 보이며 실제로도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BIS가 실질적인 힘을 가진 기관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 있다. BIS나 중앙은행가들은 실제로 BIS가 금융정책에 영향을 줄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럼에도 BIS가 금융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금융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BIS는 겉으로는 매우 느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위계가 철저한 조직이다. BIS에서 거대 중앙은행 주도로 형성된 통일적인 정책 방향을 개별 중앙은행들이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중앙은행가들 사이의 끈끈한 동질감도 이례적으로 강하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들이 BIS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천이라고 본다.
"중앙은행은 독립적 기관이 될 수 없다"
프레시안 : 작가는 중앙은행가들이 BIS에서 갖는 모임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모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런 이유가 있는가.
임수강 : 저자가 중앙은행가들이 BIS에서 모이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모임의 행태 때문이다. BIS 중앙은행 총재회의는 설립 이후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추구해왔다. BIS는 여러 나라들에서 수집한 통계자료나 분석보고서 등은 공개하지만 이사회나 여러 위원회의 회의록, 중앙은행들이나 국제기구들과 거래한 내용 등 핵심 사항은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비민주적인 행태를 부정적으로 본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정치에서 벗어나려는 중앙은행 총재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BIS가 설립 초기부터 정부와 정치의 간섭에서 멀어지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금융자본의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프레시안 : 우리는 중앙은행, 즉 한국은행의 독립을 당연시 생각한다. 정치적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만 바라보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권이나 정치권에서 독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게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임수강 : 중앙은행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인 기관일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기존의 관념과 어긋나며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 정책은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는 영역이지 일반인들이나 정치인들이 가타부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중앙은행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경제만을 보면서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사실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성이라는 개념은 시대를 달리함에 따라 강조 정도가 달랐다. 예컨대 1960년대라면 정부와 정치에서 중앙은행이 독립한다는 관념은 이상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금융자산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1990년대 들어서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 주장과 금융자산가 계급의 이해에 모종의 연계가 있음을 함의한다.
프레시안 : 저자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이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이유가 있는가.
임수강 : 이자율이나 화폐 공급량과 같은 중앙은행의 중요한 결정은 고도로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결정이 계층에 따라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상이한 이해가 걸려 있는 정책을 기술적인 계산이나 준칙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은 처음부터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프레시안 : 저자의 논리를 연장하면 한국은행이 정부에 대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독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왜 중요한지 궁금하다. 또한 실제로 연준으로부터 한국은행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기준금리 인상을 봐도 쉽지 않을 듯하다.
임수강 : 저자는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에 대해 주로 얘기한다. 저자가 얘기한 내용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는 크게 세 가지 차원이 있다. 정부와 정치에서 독립, 다른 중앙은행의 영향에서 독립, 시장(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자본이 장악한 은행, 돈을 많이 끌어다 쓰는 기업 등)에서 독립이 그것이다. 우리는 중앙은행 독립성 개념을 첫째의 의미로 주로 사용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독립성 개념이다.
저자는 미국 연준과 주변국들 사이의 이해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주변국들이 어쩔 수 없이 연준의 영향을 받아서 자국에서 불리한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연준의 양적완화이다. 양적완화의 결과 주변국들은 필요 없는 달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 돈은 부동산 투기에 활용되었다. 그런 면에서 주변국 중앙은행은 연준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이 정부에서는 독립했지만 연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연준에서 독립하는 것이다.
물론 주변국들이 연준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하려면 자본이동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자본자유화의 정도가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여 위기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ATM 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연준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는 자본자유화 만능이라는 교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워싱턴 AP=연합뉴스)
"BIS를 모르면 사회 양극화를 이야기할 수 없어"
프레시안 :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국제결제은행은 대중들이 잘 모르는 곳이다. 그다지 우리 삶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곳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임수강 : 우리는 BIS가 우리의 삶과 별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BIS는 의외로 우리 삶과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예컨대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BIS 자기자본비율이라는 규제정책을 잘 알아야 한다. 잘 알려져 있지 많지만 1997년의 우리나라 경제위기도 이 자기자본비율과 상당 정도 관련이 있다. 일본의 은행들은 1988년에 제정된 이 규정을 1990년대 초부터는 지켜야 했는데, 이것이 주변국들의 유동성 축소, 나아가 경제위기에 영향을 준 것이다.
무엇보다 BIS는 우리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은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감독기구의 규제정책, 그리고 글로벌 자본이동 규제정책을 반영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중앙은행의 은행이라 할 수 있는 BIS의 활동과 이러저러하게 연결되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자산 가격의 변동은 사회 양극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BIS를 모르면서 사회 양극화를 얘기할 수는 없다.
심지어 가상자산의 미래마저도 BIS의 영향권 속에 놓여 있다. 가상자산의 가격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BIS 견해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책의 또다른 부제가 '금융이 무너지는 시기,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이렇게 단 이유가 무엇인가.
임수강 : 이 부제는 원저에는 없는 것을 역자가 따로 단 것이다. 최근 금융과 부동산 가격이 붕괴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가격 붕괴가 중앙은행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프레시안 : 책 제목을 '바젤탑'으로 지은 이유가 무엇인가. 흡사 과거 바벨탑을 연상케 한다.
임수강 : 바젤탑은 구약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을 패러디한 것이다. 18층의 원통형으로 솟아 있는 BIS 본부 건물은 탑의 모습을 닮았다. 이점에 착안하여 저자는 바젤탑이라는 조어로 BIS를 나타내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구약 성경에서 인간의 욕심을 상징하는 바벨탑이 무너졌듯이, BIS도 개혁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음을 바젤탑이라는 조어를 통해 암시한다.
프레시안 : 저자는 국제결제은행의 개혁을 강조하면서 지금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것을 할 수 있는가.
임수강 :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서 BIS와 중앙은행들의 비밀주의, 기술관료주의(전문가주의), 정치적인 독립 개념을 비판한다. 당연히 저자가 제시하는 개혁의 방향도 그가 비판하는 내용의 연장선상에 나온다. 구체적으로 BIS에 대해 비밀주의를 폐기할 것과 기술관료주의(전문가주의), 정치적인 독립을 민주적 통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는 BIS와 중앙은행 개혁을 위한 활동 방향도 제시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사회 활동가들이 BIS의 운영과 역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 활동가들은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치인들에게 BIS와 중앙은행을 더 책임 있는 민주적 조직으로 만들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한 압력은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말씀 감사하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