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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풀과 나무

맨드라미

by 이성근 2019. 8. 13.


Celosia argentea var. cristata 비름과

계관(鷄冠계두(鷄頭)라고도 한다. 열대 인도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줄기는 곧게 서며 높이 90cm 정도 자란다. 흔히 붉은빛이 돌며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모양 또는 달걀모양의 바소꼴이며 잎자루가 있다. 꽃은 78월에 피고 편평한 꽃줄기에 잔꽃이 밀생하며, 꽃색은 홍색·황색·백색 등이다. 화피조각은 5개로 바소꼴이다.

 

편평한 꽃줄기의 윗부분이 보다 넓어지고 주름진 모양이 마치 수탉의 볏과 같이 보인다. 열매는 달걀모양이며 꽃받침으로 싸여 있고 옆으로 갈라져서 뚜껑처럼 열리며 35개씩의 검은 종자가 나온다. 꽃은 지사제로 약용하거나 관상용으로 이용한다. 꽃말은 열정이다.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 이승희

 

죽고 싶어 환장했던 날들

그래 있었지

죽고 난 후엔 더 이상 읽을 시가 없어 쓸쓸해지도록

지상의 시들을 다 읽고 싶었지만

읽기도 전에 다시 쓰여지는 시들이라니

시들했다

살아서는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내가 목매달지 못한 구름이

붉은 맨드라미를 안고 울었던가 그 여름

세상 어떤 아름다운 문장도

살고 싶지 않다로만 읽히던 때

그래 있었지

오전과 오후의 거리란 게

딱 이승과 저승의 거리와 같다고

중얼중얼

폐인처럼

저녁이 오기도 전에

그날도 오후 두시는 딱 죽기 좋은 시간이었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울어보았다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문학동네, 2012.

 

 

머나먼 옛집 - 정병근

 

땡볕 속을 천 리쯤 걸어가면

돋보기 초점 같은 마당이 나오고

그 마당을 백 년쯤 걸어가야 당도하는 집

붉은 부적이 문설주에 붙어 있는 집

남자들이 우물가에서 낫을 벼리고

여자들이 불을 때고 밥을 짓는 동안

살구나무 밑 평상엔 햇빛의 송사리 떼

뒷간 똥통 속으로 감꽃이 툭툭 떨어졌다

바지랑대 높이 흰 빨래들 펄럭이고

담 밑에 채송화 맨드라미 함부로 자라

골목길 들어서면 쉽사리 허기가 찾아오는 집

젊은 삼촌들이 병풍처럼 둘러앉아 식사하는 집

지금부터 가면 백 년도 더 걸리는 집

내 걸음으로는 다시 못 가는,

갈 수 없는, 가고 싶은

 

맨드라미-송선헌

 

꽃이지만

닭 벼슬 모양으로 출세를

붉음이란 주술로

액운을 물리치던 너를 보면

장독대 신당에서 정화수에 의지해

무한정 신께 비시던... 자식들을 위해

낮은 우리 어머니

고운 어머니가 생각나

울컥하는 눈물방울

메모리.

 

 

맨드라미- 유홍준

 

여섯 살이었다 꽃이 예뻐

꽃이 좋아 장독대 옆 맨드라미 꽃밭에

가서 놀았다

볏 붉은 맨드라미 잡고 흔들어 댔다

눈이 부셔 눈이

아파 눈이

자꾸만 눈을 비볐다

밤 꼴깍 지새우고 병원에 갔다

돋보기 쓴 의사 양반 눈 크게 뜨고 내 눈속에서

티끌만한 맨드라미 씨를 찾아냈다

비빈 맨드라미씨

밤새 비빈 맨드라미씨

벌써 하얗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내 눈 속에 빨간 꽃을 피우고 있다고 했다

어떤 꽃은 한 번 피우면 평생 지지 않는다고 했다




  주홍 주먹맨드라미  사진출처: 네이브 블로그 꽃삼매 (이하 모두)

  줄맨드라미

    여우꼬리맨드라미                                                                                         드레곤브레스


추억 - 허니비씨스터스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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