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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레이디 크레딧

by 이성근 2020. 7. 31.

레이디 크레딧 김주희 지음/현실문화/432

 

 

레이디 크레딧: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는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힌다. 성매매 문제는 지하경제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적 경제와 긴밀히 연동된 문제이기에, 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저자 : 김주희 여성주의 정치경제학 연구자. 여성의 성차화된 몸과 역할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으며, 특히 성차를 고안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서의 성산업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티켓다방영업에 관한 연구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며 기지촌 여성들을 만나왔다.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에 관한 논문으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사학위논문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우수학위논문상을, 한국 성매매 산업 내 부채 관계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논문으로 한국여성학회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함께 쓴 책으로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등이 있다

 

추천의 말

책을 펴내며

 

1부 성경제를 들여다본다는 것

 

1소득’, ‘부채의 이분법을 넘어

2장 성매매를 바라보는 여성주의 정치학의 역사

3장 성경제 분석을 위한 도구

 

2부채 관계의 탄생과 부채의 전략

 

4장 누가 부채를 조절하는가

5부채 관계생산 장치

3부 금융이 재편하는 성산업

 

6장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7장 채권으로 유통되는 여성의 몸

8장 합리성의 가면

 

4자유를 관리하는 여성들

 

9장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

10장 누구를 위한 자기 투자인가

11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주체

 

나가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숨은 가해자 금융을 고발하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성매매는 오히려 기업화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레이디 크레딧: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는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힌다. 성매매 문제는 지하경제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적 경제와 긴밀히 연동된 문제이기에, 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 책은 금융화를 통해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한 오늘날의 성매매를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성매매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촘촘한 현장관찰과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성매매 산업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살리면서도 그들을 지배하는 돈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분석해내는 균형감이 특히 두드러진다. 활동가 출신 연구자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저자 김주희는 티켓다방, 기지촌 등의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여성의 몸과 역할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장 활동가로서 가지게 된 문제의식이 연구자의 고민과 분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먼저 저자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 20대부터 70대까지의 여성 15명을 심층면접해 생애 경험, 이들을 둘러싼 돈의 흐름, 관련된 인간관계를 살폈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 10명을 추가로 인터뷰해 산업의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는 구매자 남성을 비롯하여 사채업자, 부동산업자, 강남 룸살롱에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 반성매매 활동가, 사채 문제 전문가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성매매 산업 구성원들이 정보 공유 및 친목 도모 목적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업소 알선 사이트, 유흥업소 구인구직 사이트 등 온라인 현장도 두루 참여관찰하며 성산업 생태계를 면밀히 살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성매매를 둘러싼 돈의 흐름을 밝히는 것이다. 저자는 신용의 민주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오늘날 성매매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무분별한 대출이 초래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성매매 산업의 연관성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모 저축은행과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판매한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을 조사하고, 해당 상품과 관련된 공판을 직접 참관하고 판결문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야말로 오늘날의 성매매 산업을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며, 성매매 여성들이야말로 금융화의 말단에서 착취·수탈되는 이들임을 증명해낸다. 가해자 처벌에만 의지해서는 성매매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이 자명해진 현 시점에서 성매매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을 시도한 이 책은 성매매 문제 해결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진보적 여성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성과와 한계를 살피고, 새로운 이론적 프레임으로 부채 관계여성 몸의 담보화를 제안한다. 2부는 부채 관계라는 개념을 통해 부채가 실제 성매매에서 어떻게 이용되며, 부채를 중심으로 성산업 내 인적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살펴본다. 차용증 채권의 순환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몸 이동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이들을 성매매에 참여하게 만드는 힘이 구성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3부는 시중 은행에서 유흥업소 특화대출상품이 만들어진 과정을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성매매 산업의 생태계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의 금융산업이 대출을 확대하고 여성 몸을 담보화함으로써 대형화·위계화된 성매매 업소의 출현이 가능해졌다는 통찰은 의미심장하다. 4부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가 어떻게 여성들을 합리적인 채무자로 만들어내는지 분석한다. 돈을 벌어 자유를 획득하려는 여성들 스스로의 의지와 담보물 역할을 요구하는 자본의 명령이 함께 작용해 형성되는 주체성을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주체라고 명명하고, 그 메커니즘과 대안을 설명한다.

 

여성의 몸은 어떻게 담보가 되는가?

금융을 살펴야 하는 이유

저자는 진보적 여성운동이 구매자, 알선자, 판매자에 성별을 부여하고 성매매를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의 문제로 규정한 것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사악한 포주비도덕적인 성구매자라는 인식은 성매매를 범죄화하는 성과를 낳았지만, 성매매의 원인을 경제가 아닌 도덕에서만 찾으려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성매매 문제는 몇몇 비도덕적인 개인과 지하경제의 문제로 축소되고, 사실상 성매매에 동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회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시장경제의 공간으로 의미화되었다. 그 결과 성차별적 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성매매 산업은 몇몇 포주와 성구매자가 체포되는 와중에도 점점 더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성매매 업소의 대형화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에 의해 성매매가 범죄화된 시점에 소위 기업형 성매매업소가 성행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성매매의 경제적 요인, 특히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인한 성매매 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모순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형 성매매 업소가 등장한 해이자 신용카드, 저축은행으로 상징되는 부채 경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이기도 했다. 저자는 기존에 노동자에게 잉여노동을 부과해 수익을 얻던 자본이 한계에 부딪치자 화폐 자체를 수익처로 삼게 되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적 움직임과 연계되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무차별적 대출이 이루어지는 부채 경제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출은 곧 대출의 부실화로 이어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저축은행과 지역 신용협동조합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는 대형 성매매 업소에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유사한 규모의 대출 채권을 묶어 상품으로 거래하는 금융기법(“풀링pooling” 기법)은 대형 성매매 업소의 등장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제 성매매 업주들은 여성들의 차용증을 모아 담보로 제출하고 막대한 돈을 대출받아 대형 업소를 차릴 수 있게 되었고, 여성들의 몸은 금융회사의 대출 채권으로 거래되기에 이르렀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성매매 산업의 공모를 보지 못한 채 개인 가해자만 벌하고자 한 노력은 결국 진짜 가해자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짜 가해자는 성매매에 투자하는 금융회사, 캐피탈업체와 이를 방관하는 한국 사회였다.

성매매는 어떻게 합리성의 가면을 쓰는가

금융이 재편하는 성산업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화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금융화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금융기법이 성매매 산업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회사가 여성들의 차용증을 비슷한 액수끼리 묶어 담보로 받거나 대출 채권으로 거래하기 시작하자 성매매 업주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서라도 비슷한 액수의 빚을 가진 다수의 여성들을 한 업소에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과거 악덕 포주의 소규모 자영업에 가까웠던 성매매는 이제 다수의 여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 형태로 바뀌었다. 그뿐 아니라 사이즈’(성매매 산업에서 사이즈는 빚 액수와 외모를 지칭하는 데 모두 사용된다)별로 여성들이 집결되면서 성매매 산업은 최상급부터 중·하급까지 위계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위계화된 업소는 위계화된 가격과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고, 구매자 남성은 더욱 손쉽게 합리적인 소비 실천으로서 성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최상급부터 하급까지 모든 성매매 업소가 세분화된 남성 욕망을 충족시키며 고루 수익을 얻고 있다. 성매매가 범죄화된 지 15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성매매 산업은 금융화의 흐름을 이용해 오히려 고도화되고 세분화된 것이다. 이제 성매매는 과거와 달리 악덕 포주비도덕적인 성구매자와의 대면 관계에서가 아니라 비대면적·비인격적 부채 관계로 유지되는 산업이다.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 업소의 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영업팀장’,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룸살롱 에이전시등 성매매 산업의 구성원은 날로 다양해지고 그 모습을 바꾸고 있다.

 

자유로운, 그러나 파산할 수 없는 신용을 가진 채 금융자본주의 말단에 선 여성들

금융화는 성매매 여성들의 경제관과 내면까지 바꿔놓았다. 흔히 성판매는 포주가 부과한 부채 때문에 강제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성매매에서 부채가 그보다 더 복잡하게 작용함을 강조하면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생계가 어려운데도 업소에 자주 결근을 하던 여성에게 안부를 묻자, 작년에 찍은 일수만 3000만 원이 넘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는 그 여성이 마음만 먹으면 그만큼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부채를 마치 수입처럼 인식한다는 걸 보여준다. 부채 경제의 시대에 부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곧 그만큼의 신용을 얻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오늘날에 부채와 신용은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 성매매 여성들은 강압적인 포주로부터 선불금을 얻는 대신 직접 캐피탈업체나 대부업체를 이용해 자유롭게대출받고 스스로 부채를 조절한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자유롭게 자신의 재무 상태를 조절하는 존재로 바뀐다.

 

신자유주의 금융화는 채무 상환을 도덕의 문제로 규정하며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 오직 개인이 알아서 자신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이 시대에는 여성들이 학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성매매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강은의 사례 참고). 경제 논리가 도덕이 된 시대에 아무런 자산도 없는 젊은 여성들은 오직 자신의 몸을 담보로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해 부채를 갚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적참여는 무차별적 대출로 유지되는 부채 경제가 여성들에게 강제한참여와 다름없다. 부채 발행으로 유지되는 경제를 자신의 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여성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대출을 제공해 자본가와 금융회사가 수익을 얻는 약탈적 대출의 대표적인 희생자다.

 

이런 현실은 성매매 문제를 둘러싼 두 가지 여성주의적 입장 모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그동안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운동은 부채를 해결해 성매매 여성을 탈성매매 여성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룩한 나름의 성과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이 관점은 성매매 경제와 합법적 경제를 분리하는 오류를 가지며 이 시대 자본축적 방식이 여성들의 매춘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다. 또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인식하며 탈규제의 해법만을 내놓는 관점 역시 여성의 몸을 담보로 확대재생산하는 부채 경제의 동인을 간과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등에 업고 빠르게 변화하는 성매매 산업의 현황을 볼 때, 이제 성매매는 정치경제적 구조의 문제로 분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여성의 몸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숨은 가해자 금융을 고발하다

87000억 혹은 13, 때로는 30조 규모로 추산되곤 하는 한국 성매매 산업은 그간 주로 성판매자 여성, 알선자, 성구매자 남성 간 피해가해의 정치 문제로만 다루어졌을 뿐, 자본주의 경제 운동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이 책은 성산업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부채를 중심으로, 업소 창업 자금, ‘화대’, 술값, 여성들의 수입, 꾸밈 비용, 생계비 등 돈의 흐름 속에서 여성들이 즉각적으로 화폐화 가능한 존재가 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말하자면 여성이 성산업을 거쳐 상품이 되는, 상품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성매매 산업은 여성에게 낙인을 찍는 동시에 거래 가능한 매춘 여성으로 만들어 이익을 실현한다. (12~13)

 

성매매 문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슬로건은 1980년대 이래 여성주의의 진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 그러나 성매매 산업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을 결여한 반성매매 프레임 속에서 포주는 여성들을 비인격화하는, ‘도덕적결함을 가진 악마적 개인으로 가정될 수밖에 없다. 부채 문제 역시 고리대 문제와 결부되어 경제적 거래에서의 도덕성 문제로 귀결되고, 구매자 역시 여성의 성을 사는 부도덕한 남성으로 해석된다. 여성주의 정치학은 매춘 여성들을 가까스로 도덕 프레임으로부터 구출했지만, 성매매 문제를 여전히 포주와 구매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축소해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 프레임으로는 성매매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42~43)

 

 

전북 전주 선미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폐쇄됐지만 성매매는 다른 곳으로, 다른 형태로 옮겨가고 근절되지 않았다. 서울신문 DB

 

나아가 성매매에서 부채 관계를 고려한다는 것은 여성 개인에 대한 부채 예속, 구속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다음 여성’, ‘그다음 여성등 여성 일반을 성매매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부채의 전략까지 분석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채 관계에 의해 여성들은 교환 가능한 몸, 즉각 화폐화가 가능한 몸을 갖게 되고, 그 몸들의 집합소가 바로 성매매 산업인 것이다. (108~109)

 

이러한 일수 대출은 보통 룸살롱, 유흥업소 집결지 주변의 일수업자들이 취급하는 상품이며,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돈을 빌리는 동시에 집결지 거주자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 연루된 부동산업자, 인테리어업자, 임대업자들 역시 의도했든 안 했든 여성들을 성매매 집결지에 안착시키는 데 동참하게 된다. 사실상 업소 여성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는 이들의 신용 리스크를 직접 취급하는 일수업자 외에도 부동산 중개업자, 임대 소득자 모두가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성매매 집결지에 안착시키고 다양한 대출 상품을 이용해 여성들을 돈을 만들어내는 몸으로 바꾸는 데 이 지역의 공식·비공식 경제 인구가 거의 모두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135~136)

 

이전 시대 성판매 여성들의 부채는 포주와의 인격적 대면 관계에서 발생했지만, 오늘날 여성들의 부채는 증권화 기법을 통해 이 시대 투자자 주체들의 이해관계 안에 포섭되고 있다. 금융자본이 단순히 산업 영역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넘어 리스크를 가공해 투자자에게 중개하는 현대의 금융 경제 속에서 매춘 여성들의 채권은 투자 상품이 된다. 그러므로 시장을 통해 자신의 안전과 자유를 획득하고 금융시장의 위험을 계산하는 자기 의식적이고 책임감 있는 주체들부터 미등록 사채업자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금융 경제를 구성하는 다종다양한 사람이 매춘 여성들을 담보물로 만드는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185~186)

1960년대 서울 종로3가 집창촌

과거 해운대 609 모습으로 하늘색 지붕으로 된 건물들이 성매매 집결지인 해운대 609. 지금은 모든 건물들이 철거됐다. /사진=연합뉴스

 

지인들과 업소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집단적인 성구매 실천을 통해 남성 주체성을 형성하던 이전 시대와 달리,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전달이 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남성들은 온라인 정보 창구를 경유하여 수많은 남성과 거대한 구매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특정 남초 사이트에서 룸살롱 후기 게시판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은 유흥업소 포털 사이트에도 특정 업소, 특정 여성들의 가격과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는 글을 올리면서 성구매와 관련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정보망에 집적된 후기는 정보 검색자의 임금 수준, 소비 수준에 입각해 검토되고 선택되는데, 이를 통해 남성들은 합리적으로 성구매를 실천하는 소비자의 지위를 점한다. (245)

 

해마다 터무니없는 비율로 인상되어 지금에 이른 대학 등록금은 2013년 한 해 56만 명의 대학생 채무자를 만들어냈으며, 그 결과 여자 대학생의 경우 거대한 인구 유입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성매매 산업에 주요한 인입 집단이 되었다. 이전 시대와 같은 방식의 마이킹이나 선불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빚이 있는 젊은 여성인 이들이 업소의 타깃 집단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동시에 이 여성들, 자신의 대학 공부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의 몸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강남 유흥업소에 진입해 스스로 기회를 만든 이들을 누구보다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80~281)

 

50만 원이라는 목표 금액을 계산하고 그것을 벌어들이는 데 감시나 규제의 시선이 없다는 점에서 <은주>는 이를 자유의 상태로 의미화한다. 대면 관계에 놓인 포주로부터의 선불금이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신용이었던 시절과 달리, 이제 여성들은 신용 사회안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신용을 통해, 혹은 업소에 부여된 신용을 통해 스스로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채권자는 더 이상 여성들을 일상적으로 구박하고 때로는 폭력을 일삼던 악덕 포주가 아니라 번듯한 금융회사다. (381)

 

여러 겹의 부채가 빠르게 회전하는 가운데 신용을 관리하고 자유를 확보하고자 하는 여성들 스스로의 의지와 성매매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라는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의 명령이 결합해 여성들은 파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여성의 몸을 수단화하며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자본이 허락한 자유의 기회를 통해 이들은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주체가 된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주체로서 자유 획득의 비용을 개인이 지불하도록 만드는 자본의 전략 속에서 이 시대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과 금융자본을 떠받치고 있는 합법적인 담보물이 되어 성매매 산업에 더욱 중층적으로 결박되고 있다. (388~389)[출처] <레이디 크레딧> 본문 자세히 보기|작성자 현실문화

 

성매매는 왜 한국에서 ´고수익 산업´이 됐나

한국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87000억원 혹은 13조원, 때로는 3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왜 한국에서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기업형 성매매라고 불리는 대형 성매매 업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가?’ <레이디 크레딧>이 제기하는 한국 성매매 산업의 역설이다.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선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밝힌다. 한국의 성매매 산업이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금융화를 거쳐 공적 경제에 포섭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 20대부터 70대까지의 여성 15명을 심층면접해 생애 경험, 이들을 둘러싼 돈의 흐름을 살펴본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과 다양하게 얽혀 있는 사채업자, 부동산업자, 강남 룸살롱에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 반성매매 활동가, 성 구매자 남성 등 10명을 추가 인터뷰해 전 사회가 가담하고 있는 한국 성산업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들춘다.

 

87000억원 혹은 13, 때로는 30조 규모로 추산된 한국 성매매 산업은 그간 성판매자 여성, 알선자, 성구매자 남성 간 피해-가해의 문제로 다루어져왔다. 여성주의 입장 안에서도 한쪽은 성매매를 노동으로 정의하며 자발적 의지를 강조했고, 다른 쪽에선 성매매를 폭력이라는 강제적 구조로 정의했다. 그 결과는 성매매 인정근절이라는 다른 정치적 해법으로 나타났으며, 그에 따라 성매매에 참여하는 경제적 요인도 소득을 위해서 혹은 부채때문이라는 전혀 다른 설명이 나왔다. 책에선 300만원으로 시작한 선불금(소위 마이킹’)2억원까지 늘어나 성매매에 속박되는 사례 등 당사자들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부채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성산업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하지만 책에서 더 나아가는 지점은 여성들이 경제적 주체로서 성매매에 나서는변화된 성산업의 현실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기점은 IMF 경제위기 이후 대출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다. ‘카드 대란을 촉발한 신용카드사와 은행의 가계대출 확산이 성산업의 대형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책에서 주목하는 사례는 2011J저축은행 비리 사건에서 드러난 유흥업소 특화 대출상품이다. 당시 유명 폭력조직 두목인 조모씨와 그의 부하 K는 자본금 없이 성매매 업소를 차리고 300억원 넘는 돈을 벌었다. 이 대출 상품은 강남 유흥업소 업주들을 상대로 유흥업소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선불금 서류를 담보성격으로 제출하면 돈을 빌려줬다. 여성의 몸이 신용담보가 되고, 시중 은행이 성매매 업소 경영과 결합하는 변화된 성산업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금융화 과정에선 이른바 풀링이라는 기법도 사용됐다.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헷지와 다를 게 없다. 금융회사가 여성들의 차용증을 비슷한 액수끼리 묶어 담보로 받거나 대출 채권으로 거래하기 시작하고, 성매매 업주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서라도 빚을 가진 다수의 여성들을 한 업소에 집결시킨 것이다. 규모가 커지자 그 안에선 텐프로부터 하드코어·풀방까지 위계화가 이어지고, 구매자 남성은 분화된 가격과 서비스에 따라 합리적 소비 실천으로서 성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금융화는 성매매 여성들의 경제관과 내면까지 바꿔놓았다. “최근 강남 룸살롱에는 대학의 기말시험 기간만 되면 출근하는 아가씨들이 줄어들어 영업이 어려울 정도라고한다. 책에선 학자금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남 룸살롱에 진입한 여성들 이야기를 전한다. 경제 논리가 도덕률이 된 오늘날 자산이 없는 젊은 여성들은 몸을 담보로 한 자발적성매매로 부채 갚기에 나선다. 실상은 빈곤을 타개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경제 주체가 윤리적이란 신자유주의적 도덕률이 강제한참여다. “이미 빚이 있는 젊은 여성인 이들이 업소의 타깃 집단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동시에 이 여성들, 자신의 대학 공부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의 몸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강남 유흥업소에 진입해 스스로 기회를 만든 이들을 누구보다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형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강희라는 여성의 나중에 저도 언니처럼 박사과정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그저 도덕적 타락이 아닌 복잡한 시선으로 읽게 되는 이유다.

 

이제 채권자는 더 이상 여성들을 일상적으로 구박하고 때로는 폭력을 일삼던 악덕 포주가 아니라 번듯한 금융회사다”.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에게 돈의 흐름을 보장하는,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여겨지는 신용을 지키려고 성매매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탈주불가능했던 여성들은 이제 파산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기존 성매매 논의에서 사악한 포주비도덕적인 성구매자라는 인식은 성매매를 범죄화하는 성과를 낳았지만, 성매매의 원인을 경제가 아닌 도덕에서만 찾으려는 결과로 이어졌다. 책에선 부채를 해결해 성매매 여성을 탈성매매여성으로 바꾸는 시도나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인식하는 탈규제 해법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여성의 몸을 담보로 확대재생산하는 부채 경제의 동인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성매매를 정치경제적 구조의 문제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매매 문제 해결과 동시에 여성의 몸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읽힌다.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성매매 거절에 망치로 살해

고 채준석 교수의 시신이 발견된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쓰레기 매립장.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 제공]

 

지난 3월 실종됐던 애리조나 스테이트대의 한인 채준석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2명의 10대 청소년 남녀 용의자들(본보 27일자 보도)은 채 교수를 상대로 성매매 제의를 하기 위해 그를 유인한 뒤 강도 행각을 벌이려다 거부당하자 망치로 채 교수를 무참히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은 지난 27일 수사 상황 브리핑을 통해 사건 당시 용의자들의 범행 행각과 동기 등을 공개했다.

 

셰리프국에 따르면 당시 피닉스 인근 사막 지역에서 텐트 생활을 하던 흑인 남성 제이비언 에절(18)과 백인 여성 개브리엘 오스틴(18) 지난 325일 피닉스 시내에서 채 교수를 만나 갑자기 그를 BB건으로 위협한 뒤 강도 행각을 벌이기 위해 돈을 요구했다. 이에 채 교수가 이를 거부하며 언쟁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때 에절이 망치로 채 교수의 머리를 무차별적으로 가격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셰리프국은 밝혔다.

 

용으지들은 채 교수가 사망하자 그의 시신을 자신들이 기거하던 텐트로 싸 살해 도구인 망치와 함께 인근 쓰레기통에 버린 뒤 채 교수의 차량을 타고 도주해 조지아주로 향하다가 루이지애나주에서 도난 차량을 발견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숨진 채 교수의 시신은 지난 17일 피닉스 인근 서프라이즈 지역의 광활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대대적인 수색 작전 끝에 발견됐다. / 한국일보 <구자빈 기자> 20.7.29

 

늙은 창녀의 한탄 "누가 이 짓 좋아서 하나"

한국 매매춘 1번지를 다녀오다

종로3가역 1번 출구이정근

 

지하철 종로3가역. 1-3-5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이다. 1번 출구를 나서면 금빛 찬란한 보석가게가 있고 가판대 2개가 있다. 거기에 5분만 서있어 보시라.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놀다 가요."

"쉬었다 가요."

한 두 명이 아니다.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대여섯 명이 몰려온다.

"?"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4만 원 줘요."

"3만 원."

"난 만 오천 원."

 

조선시대 육의전 거리여서 그럴까. 금방 장이 선다. 매매본능이다. 3만 원을 호가한 여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눈빛을 받은 여인이 앞선다. 뒤따라갔다. 골목길로 접어든다. 피맛골 간판이 보인다. 귀금속 상가가 즐비한 번화가와 한 블록만 사이지만 뒷골목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종로 피마골이정근

 

임진왜란 때, 충주를 접수한 왜군이 장호원에 이르렀다는 보고를 받은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갔다. 몽진이라 치장한 줄행랑이다. 분노한 백성들이 궁궐을 불살라버렸다. 경복궁이 불타버리고 임금이 창덕궁에 있던 시절. 광화문 앞 의정부와 육조에 있던 고관대작들이 임금을 알현하려면 3가와 1가 사이 운종가는 필수 코스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견마잡이의 어느 '나리' 떴다는 소리. 정승 판서가 지나가면 당상관 미만 관료는 말에서 내려 머리를 조아려야 했고 일반 백성들은 땅에 머리를 박아야 했다.

 

피맛골은 서얼과 서민들의 배설구

백성들이 그 꼴 보기 싫어 택한 길이 피맛길이다. 말 그대로 말을 피한다는 피마(避馬). 때문에 피맛길은 관료에 대한 저항의 길이었고 신분사회에 대한 분노의 배설구였다. 탁배기(막걸리) 한잔 걸치고 불평불만을 쏟아내다가 인근에 있는 좌포청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도 다음날이면 또 뿜어댔다.

 

얼마쯤 갔을까. 피카디리 극장이다. '숀 코네리' 주연의 <007 위기일발>을 개봉해 대박을 터트렸던 전설의 극장이다. 대한극장, 스카라극장, 중앙극장과 함께 외화관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시대의 물결을 이기지 못하고 멀티플렉스로 변신했다.

 

광장을 벗어난 여인이 골목길로 스며든다. 따라갈 수밖에, 여인이 모텔 앞에 멈췄다. 힐끗 뒤돌아본다. 따라 들어오라는 눈빛이다. 따라 들어갔다. 요금 받는 주인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다.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주인장의 꼼수를 CCTV가 도와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방으로 직행했다. 2평 남짓 작은 방에 침대 하나, 브라운관 TV, 정수기가 전부다.

 

"빨리 옷 벗어."

여인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재촉한다.

"시간은요?"

"30."

"그 이상이면요?"

"또 쎈놈이 왔나보군. 아이, 재수없어."

 

여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투덜거린다.

"왜요."

"추가 요금 내."

"얼마요?"

"따블."

 

천장을 쳐다보았다. 때 아니게 선풍기가 매달려 있다.

"? 돈이 없어 그래? 돈도 없으면서 뭐하러 길게 하려고 그래. 대충 하고 가. 내가 빨리 하게 해줄테니까 빨리 하고 가."

 

많이 봐준다는 투다.

"안 하고 가도 되죠?"

"안 하려면 뭐하러 들어와?"

"얘기 듣는 게 더 재밌는데요."

"씰데 없는 소리 하지 마. 하러 왔으면 하고 가야지. 어서 벗어. 벗기 싫으면 내놓기만 해."

"옷도 안 벗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기 종묘공원에 가면 공동변소가 있거든.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라도 들어가서 싸. 인생사 아귀다툼하면서 살지만 먹고 싸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 먹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싸는 건 안 돼. 처음 본 사람끼리 무슨 정이 있어? 사랑이 있어? 싸고 가면 그만이지."

 

여인이 바지 지퍼를 만진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신분을 밝혔다.

모텔 비치품이정근

 

"물어보는 건 다 말해 줄 수 있지만 사진은 안 돼. 나도 아들이 있고 손주가 있잖아. 걔들은 인터넷도 잘하고 스마트폰도 잘한단 말이야. 내 얼굴이라도 나와 봐. 어떻게 되겠어?"

 

"조금 아까 '또 센놈이 왔나보군' 하면서 한숨을 짓던데 이런 일 하면서 제일 싫은 사람은 누구에요?"

"술 취해 들어와 시간 질질 끌면서 하지도 못하고 사람 피곤하게 하는 놈이지."

"그런 사람 진짜 있어요?"

"말도 마, 실컷 하구선 그것 못 했다구 준 돈 달래가지고 가는 놈도 있어."

 

"그 다음 반갑지 않은 손님은요?"

"대물이지."

"대물이라니요?"

"거 왜, 비정상적으로 큰놈들 있잖아."

"그런 사람 정말 있어요?"

"며칠 전에도 그런 사람 하나 받았는데. 딱 보니까 아니더라구. 그래서 받은 돈 돌려주면서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고 그랬지."

"그랬더니요?"

"이 사람이 눈알을 부라리면서 막 화를 내는 거야. **년들이 사람 차별한다고... 그래 무서워서 했지. 저기 저걸 뭉텅이로 바르고 했는데도 무지 아프더라고. 끝나고 그놈 간 뒤에 보니깐 쓰라린거야. 며칠 일을 못했지."

 

그녀가 가리킨 곳에 싸구려 로션 병이 을씨년스럽게 서있다.

 

죽지 못해 하지, 누가 이 짓 좋아서 하나

"나이도 있고 한데 왜 이런 일을 하세요?"

"아들 둘이 있지만 지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용돈 한 푼 안 줘, 몸은 아프지, 약값은 들어가지, 공장에 가서 일도 해보고 식당에 가서 일도 해봤지만 이젠 나이 먹었다고 안 써줘. 앉아서 죽을 수야 없잖아? 누군 이 짓 하고 싶어서 하나. 죽지 못해서 하지."

"힘든 일 하기 싫어서 이런 일 하는 건 아니에요?"

 

"부인하진 않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건데 어떡해."

"사는 사람이 먼저에요? 파는 사람이 먼저에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와 같은 소린데, 적어도 여기서 만큼은 파는 사람이 먼저야. 물론,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 예측하고 나왔지만 파는 사람이 있으니까 사는 사람이 있잖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팔라고 말해봐, 당장 성희롱 죄로 잡혀갈 거니까."

 

여인의 눈동자가 야트막한 천정을 바라본다.

원각사 10층 석탑 상륜부가 무너져 내린채 방치돼 있다. 연산 때 폐사되어 고종 34년 영국인 브라운에 의해 근대 공원으로 탈바꿈할 때까지 폐허였다, 사람들은 석탑이 있는 이곳 주변을 탑골이라 불렀다. 뒤에 남산과 명동성당이 보인다.서울역사박물관

 

'3'의 매매춘 DNA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은 손에 피를 많이 묻혔다. 가슴앓이를 하던 그의 부인 정희왕후 윤씨가 지아비의 업()을 씻기 위하여 종로에 큰 불사를 일으켰다. 원각사다. 유교 국가에서 절집은 눈엣가시. 주군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임사홍이 절집을 폐하여 궁중기생 양성소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장악원(掌樂院)과 연방원이다.

 

육림에 빠져 있던 연산의 입이 귀에 걸렸다. 채홍사를 통해 전국에서 뽑혀온 여자들이 가흥청 2, 운평 1, 광희 1천을 헤아렸다. 선발됐다고 해서 다 임금 곁에 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기에서 9등급으로 나뉘어 가무와 방중술을 익혔다. 임금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자를 지과(地科) 흥청, 잠자리를 같이하는 자는 천과(天科) 흥청이다. 승은을 입었다고 해서 왕의 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직첩을 받아야 비로소 임금의 여자가 되었다.

 

연산군의 여자들이 가무와 방중술을 배우던 자리

연산군이 강화도 교동에 위리안치 되면서 장악원의 전성시대도 끝났다. 건물은 파괴되었고 십층 석탑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곳을 탑골이라 불렀다. 여자들은 주변의 점집, 보살집, 무당집으로 스며들었다. 탑골 승방의 효시이고 퇴역 궁녀들의 안식처 정업원의 명맥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유민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사람들이 장마당에 나와 생계를 이어가듯이 호구지책으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육의전과 함께 성장했다. 물건이 모이고 돈이 흐르니 유곽이 발달했다. 그 여세는 조선왕국이 패망하고 일제강점기에 더 번창했다. 국일관, 명월관, 장춘관, 식도원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꼬리는 3공으로 연결됐다, 요정 정치의 전설, 기생 관광의 원조 오진암이다.

무작정 상경서울역사박물관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났다. 물고 물어뜯는 동족상잔은 국토를 황폐하게 만들고 국민들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았다. 뭘 해서든 먹고 살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한반도를 덮쳤다. 윤리와 도덕은 거추장스러웠다. 의정부, 동두천, 문산, 이태원에 미군 상대 양공주가 출현했다. 5.16, 농촌 경제가 피폐해지자 무작정 상경바람이 불었다. 남자들은 공장과 노동판에 흘러들어가고 여자들은 방직공장과 껌 공장에 취직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여자들은 식모살이와 가내공업으로 흘러들었다.

 

무작정 상경한 처자들, 인신매매단의 밥이었다

무작정 상경한 시골 처녀가 서울역에 내렸다. '눈뜬 사람 코도 베어간다'는 서울에 내려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서성거리면 취직 시켜준다는 사람이 접근했다. 그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얻어먹으면 야수에게 걸려들었다. 돈에 욕심을 부리는 애들은 양공주로 보냈고 인물이 반반한 아이들은 '3'에 박았다. 그밖에 신통찮은 애들은 서울역 앞 도동과 양동, 염춘교 건너 합동에 팔아먹었고 창신동 기동차 길 옆 사창가에 집어넣었다. 인신매매의 원조다.

1968년 당시 봉익동 1시 방향 건물이 공사 중인 세운상가다서울역사박물관

 

19689. 세운상가 신축을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김현옥 시장이 공사현장을 시찰 나왔다. 그가 시장이라는 것을 알길 없는 아가씨가 그를 붙잡고 '놀다 가세요, 쉬었다 가세요'라고 호객 행위를 했다. 충격을 받은 시장이 집무실로 돌아가 '3' 없애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른바 '나비작전'이다.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은 김현옥. 그는 박정희 소장이 군수기지 사령관할 때 항만사령관을 하던 후배다. 5.16 때 부산시장하면서 박정희 눈에 들어 서울시장으로 발탁됐다.

1968년 종묘 앞서울 역사박물관

 

104, 경찰 기동대 234명을 풀어 경계를 서고 236명의 철거반원을 투입해 '3' 초토화 작전에 들어갔다. 달아내고 붙여낸 무허가 판잣집이었기 때문에 합법을 내세운 강권행사였다. 끝까지 버티던 아가씨 100여 명은 노량진 부녀보호소로 끌려갔다. 작전반경엔 성당이 있었다. 창녀와 수녀. 전혀 어울리지 않은 그들이 공존하던 '3' 그 사창굴이 와해됐다.

 

그 때 뿔뿔이 흩어진 400여 명의 윤락녀들이 청량리 588로 가고, 용산역과 영등포역으로 갔다. 거기서 새끼 친 애들이 미아리 텍사스로 빠지고 천호동으로 갔다. 그 후, 종묘 공원 공사로 뿌리째 뽑혀 나가는가 싶었는데 피카디리 주변과 봉익동 일대에 살아 있다. 끈질긴 생명력이다.

성동교 위 기동차 동대문에서 출발한 기동차가 뚝섬을 향해 달리고 있다. 뒤따라오는 차는 합승버스. 기동차는 전차와 차종도 다르고 운영주체도 달랐다. 2시 방향 건물이 한양대학교다

서울역사박물관

 

"이런 일 몇 년이나 됐어요?"

"그런 걸 왜 물어?"

여인이 짜증을 낸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멍석을 깔아 주었다.

 

집을 나온 촌닭, 서울역에 내리다

"새벽에 서울역에 내리니까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사람이 붙는 거야. 잘생긴 놈이었어. 낯선 땅에 내려 갈 곳도 없는데 살갑게 대해주니까 무장해제 돼버린 거지. 순진한 촌년이었지. 따라가서 밥 한 끼 얻어먹은 게 엮인 게지."

"그 다음 어디로 갔어요?"

"지금 남대문경찰서 뒤쪽 도동 골방으로 끌고 가서 쳐 넣더라고."

"그래가지고요?"

"다짜고짜 치마를 벗겨, 좋은데 갈려면 딱지를 떼야 한다고."

"잠자코 있었어요?"

"발악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주먹질이었어. 눈탱이가 밤탱이 되었어."

"지금도 미워하세요?"

"소도둑놈처럼 험악하게 생긴 놈이라면 저주하겠지만 그래도 잘 생겨서 그런지 미워하는 마음은 없어. 여자들이란 애나 늙은이나 잘 생긴 놈한테는 약하단 말이야."

 

여인의 입가에 미소가 내려 앉는다.

 

고령화 사회의 웃픈 신 풍속도

"나이가 몇이라고 하셨죠?

"내 나이 칠십이 넘었지만 여기선 중닭이야. 팔십대도 있다구."

"육십대는요?"

"걔들은 영계지."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젊은 애들은 잘 벌어 집도 사고 그런 애들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못 벌어."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그만 하시지 그래요."

"여긴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잖아. 마누라가 죽어 상처한 사람, 늘그막에 뜻이 맞지 않아 황혼 이혼한 사람, 젊었을 때 가족에게 못되게 굴어 집에서 쫓겨난 사람, 그런저런 사연 많은 사람이 이 근처 쪽방에 700명이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뚱아리 보시한다고 생각하고 일해. 그게 위안이 돼."

 

고령화 시대의 신 풍속도다.

 

추임새가 있고 음향이 좋은 방

그 때였다. 옆방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린다.

"방음이 전혀 안 돼 있네요."

"그게 우리에겐 좋아."

"왜요?"

"옆방에서 내는 소리가 상승효과를 내거든. 옆방에서 추임새를 넣고 음향을 넣어주니까 빨리 하고 내려오더라구. 히히히."

"저게 진짜 하는 소리에요?"

"진짜가 어딨어? 그냥 소릴 질러주는 게지."

"남자가 알면 기분 나쁘잖아요?"

"남자들도 알면서도 좋아 하더라고."

"손님을 해주기도 하지만 돼버릴 때도 있어요?"

"있지. 뭔가 끌리는 손님이 오면 '하면 안 돼'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돼버릴 때도 있어. 걔하고 마음은 따로 노는가봐."

"왜 하면 안 되라고 하세요?"

"하고나면 축 처져 일을 못하겠어. 그것도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나봐."

 

여인의 모습이 웃프다.

피카디리 광장이정근

 

"여기도 종묘파와 피카디리 파가 있다면서요?"

"종묘 공원에 박카스 팔고 막걸리 파는 여자들이 있었어. 그 여자들이 술친구 해주고 노래방에 따라가고 그래서 오천 원도 받고 만 원도 받고 그랬어. 그런데 공원에 공사판이 벌어져서 그 여자들이 지하철 역사 안으로 스며드니까 역 직원이 쫓아내고 경찰이 단속해, 지금은 종묘 앞 대명상회에 진을 치고 있어. 걔들하고 우리는 물이 달라. 우리는 술 한모금도 안 하고 딱 그것만 하고 끝인데 걔들은 술 먹고 수다 떨고 같이 놀고 그래. 우리가 화끈파라면 걔들은 질퍽파지."

"그 여자들이 이쪽으로 오면요?"

"머리채 잡히고 난리나지. 텃세라 하면 이 바닥에 제일 셀걸."

 

"외국인도 있나요?"

"이북에서 온 탈북녀는 없는데 조선족은 몇 명 있어."

"경찰이 단속하나요?"

"피카디리 앞에서 사복 입고 서 있다가 우리가 손님 데리고 모텔로 들어가면 뒤따라와서 문 따 게 하고 남자 여자 다 경찰서로 데리고 갔어."

"그래서요?"

"벌금 냈지. 이래 봬도 나라에 세금 내는 애국자라고."

"그건 세금 아니고 벌금이잖아요."

"벌금이나 세금이나 그게 그거지. 기사 쓰려면 똑바로 써, 요새 기자들 보니까 완전 쓰레기들이더라고. 테레비에 나와서 하는 소리 들어보니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이제 그만 하셔도 되지 않느냐'라는 투로 이야기 하는데 그런 우라질 놈들이 어딨어. 지 애미가 그렇게 당했어도 그렇게 말하려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놈들이야."

 

여인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우리 입에 할머니들을 올리는 것 자체가 그분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지만 말 나온 김에 한마디 하겠어. 우리야 자발적으로 하지만 그 할머니들은 강제로 끌려갔잖아.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겠어. 과부 속은 과부들이 잘 안다고 그 할머니들 속은 우리가 잘 알아. 아무 관련 없는 사람하고 그 짓 한다는 게 얼마나 고역인줄 알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우리야 돈 벌기위해서 한다지만 그 할머니들이 무슨 죄야? 나라가 힘이 없어 그 할머니들이 끌려가서 고초를 겪었는데 한을 풀어주어야 할 나라가 할머니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 두 번 울린 게지."

 

여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16.01.24 이정근(ensagas)편집: 이준호(junolee) 오마이뉴스

 

청량리 집창촌(전농동 588번지) 르포

588 창녀촌 마지막 절규, 그녀들은 끝내 기구했다

강제철거에 유리문 매미처럼 사투시행사·업주 간 조폭·폭행·비리 난타전

 

강제 퇴거를 당한 성매매 업소의 모습은 폐허와 같았다. 업소 전면에 설치됐던 유리문은 사라지고 거울은 깨져있었다. 업소 내부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하다 버리고 간 각종 생활용품과 집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사진은 강제 퇴거된 성매매 업소 외관의 모습(), 성매매 여성들이 머물던 방(아래 왼쪽),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던 방(오른쪽) 스카이데일리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 곳을 찾아봤다. 한 여성이 유리문 뒤에서 기자를 반겼다. 최미영(32·가명) 씨였다. 손님이 아님을 안 그녀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녀에게 이곳을 떠나면 별 다른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 씨는 없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갈 곳 없으면 영등포로 가면 그만이라고 했다.

 

32세의 그녀가 사창가 생활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용산역 사창가에 있다 이곳저곳을 떠돌았고 청량리에 정착한 것은 3년 전이라 소개했다.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빚 때문이었다. 최 씨는 잘 벌 때는 한 달 1000만원이었고 강제집행이 진행되는 현재도 300만원이상 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빚은 다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병을 앓는 어머니의 병원비와 동생이 진 빚을 대납해주다보니 여전히 빚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는 사연이었다.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 가정환경이 좋은 사람이 있겠느냐는 짧은 말이 기구한 인생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는 생각만큼 난장을 피우는 진상손님은 없다면서 돈만 있다면 이 생활을 하지 않겠지만 이제 와서 다른 직업을 갖기에는 너무 늦었다. 평범한 직업을 갖고 한 달에 200만원에서 300만원을 벌면서 동생의 빚을 갚아주며 생활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청량리588’ 성매매 업소 주변에는 업주 및 여성들과 시행사 측의 갈등을 드러내는 글귀가 여기저기 보였다. 현재 남아있는 업소 측은 CCTV를 통한 감시와 강제집행을 진행하는 업체 측의 비리와 관련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집행업체 관계자는 조직폭력배가 개입됐다는 등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스카이데일리

 

일반적인 성매매 집결지의 경우 찐떼’, ‘와리란 이름의 수수료를 업주에 지급하는 구조다. 손님으로부터 받은 화대의 일부분을 업주에 제공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곳은 월세와 유사하다. 매달 월 200~300만원을 지불하고 화대 전액을 여성이 취하는 구조다.

 

한 여성은 이곳처럼 업주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 없어 다른 곳에가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사비용 지급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떠난 여성들 중 상당수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주들은 보상금 문제를 지적했다. 매월 1500만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보상금이 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들은 청량리4구역을 둘러싼 비리문제를 밝히고 떠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은 상태다. 청량리4구역 강제집행을 담당하는 업체가 조직폭력배와 연계됐으며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경찰까지 포섭했다는 주장이었다. 보상비 등의 지급대상자를 부풀려 돈을 빼 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들과 한통속이라 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업주는 자신들과 친했던 업주들은 이주보상비를 두둑하게 챙겨주는 등 일관적이지 못한 행태를 보였다면서 과거 588업주였던 원로상인 중 한사람이 조폭행세를 하고 다녔는데 그 사람이 중심이 돼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이들이 챙긴 뒷돈의 실체에 대해 궁금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사업 시행업체 알바트로스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업주들도 부정과 관련한 그 어떤 명확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세입자로 있는 여성들의 경우 이주보상비 대상이 도심재개발 사업계획이 결정된 지난 1997년 이전 전입자에만 해당되는데 그러한 여성들은 소수다고 해명했다.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17-03-13

[이슈 포커스]-전국 집창촌 잠입르포(-지방)부산 완월동, 대구 자갈마당생존의 밤꽃 불야성

 

경찰 뜰때만 소등 사실상 고개숙인 법치몸 때워야 사는데 왜 불법이냐

관광 명소인 부산의 해운대 옆에는 집창촌 ‘609’가 있다. 업소 여성들에게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묻자 모른다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에겐 생존의 문제가 우선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전국 곳곳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이른바 성매매 집결지(집창촌, 사창가)가 존재한다. 서울의 청량리 588과 미아리 텍사스촌, 인천 옐로하우스, 대구 자갈마당, 파주 용주골, 전주 선미촌, 부산 609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이 시행된 이후 그 규모와 수가 대폭 줄었지만 그 명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에 이어 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과 대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 609대표 관광명소 해운대지근거리, 가이드 동반 외국인 관광코스 눈쌀

 

현재 부산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로는 완월동해운대 609’ 등이다. 부산의 3대 집창촌이라 불렸던 범전동 300번지는 현재 재개발로 사실상 소멸됐다. 완월동 역시 시 차원에서 문화의 거리 조성 등 도시정비계획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과 시 차원에서 이뤄지는 계획에도 불구하고 완월동과 해운대 ‘609’는 여전히 부산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로 밤이 되면 뭇 남성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60950여개 업소가 성행했으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20여개 정도 가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609를 처음 와봤는데 생각보다 작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예전엔 50개 업소가 성황을 이뤘지만 지금은 20개 정도로 줄어든 것이라고 대답했다.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되묻자 그런 건 내 알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 것 같아 발걸음을 돌리자 오빠 어디가. 놀다가야지라며 불러 세웠다. 얼마냐고 묻자 그녀는 “15분에 7만원이다. 30분도 있고 한 시간도 있다“30분은 12만원, 한 시간은 18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609를 나섰다. 시계를 보니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들어설 때와 달리 불이 꺼진 업소가 눈에 띄었다.

 

부산 완월동국내 최초 계획 집창촌’, 경찰차 뜨자 일제히 소등진풍경

 

부산을 대표하는 성매매 집결지는 609외에 완월동이 있다. 국내 최초 계획 집창촌인 완월동은 남포동에서 송도 방면으로 가는 길목인 충무동2가에 위치해 있다. 최근 완월동은 시 차원에서 추진중인 도시정비계획 일환으로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609와 달리 완월동은 밤 12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쇼윈도의 붉은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그 규모가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부산 최대의 성매매집결지로 불린다.

삼삼오오 모인 남성들의 발걸음이 수시로 이어졌고, 남성들이 탄 차량 행렬로 늦은 밤임에도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특히 완월동은 여느 성매매 집결지와 달리 중장년 여성들의 호객 행위로 거리가 떠들썩했다.

 

40~50대 아주머니들의 호객은 적극적이다 못해 치열함마저 감돌았다. 지나가는 남성들을 불러 세워 쇼윈도안의 여성들을 보고가라고 얘기하는 건 점잖은 축에 속했다. 팔짱을 낀 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호객을 하는 50대 여성은 기자가 지나가자 팔짱을 끼며 서비스 죽인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여기서 놀다가라고 말했다. 둘러보고 온다고 말하며 발길을 재촉하자 노골적으로 결혼할 것도 아닌데 놀다가려면 우리 애들만한 애들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남성들을 붙잡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더욱 치열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해주는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다른 업소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는가 하면 시간과 가격까지 최대한 맞춰주겠다고 설득하는 곳도 보였다. 일부 업주는 우린 외국인 안 받아서 깨끗하다라고 말하며 차별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업주들 간 과도한 호객행위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목격됐다. 자신의 가게 앞을 지나가는 남성을 맞은편에 있던 다른 업주가 끌고 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기자가 완월동을 한 바퀴쯤 둘러보고 나올 때쯤 갑자기 업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붉은 조명을 끄기 시작했다. 순간 불야성을 이루던 완월동은 이내 암흑에 휩싸였고 떠들썩하던 골목도 조용해졌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빽차 떳다!”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완월동은 부산시가 추진하는 도시정비계획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존을 위한 밤꽃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완월동이다. 스카이데일리

 

진풍경을 목격한 기자는 업주에게 왜 소등 하는 것이냐고 묻자 경찰차가 순찰을 나왔기 때문이라며 경찰차가 순찰을 돌면 불을 끄는 것이 관례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경찰차가 등장한 직후부터 퇴장하기까지 업소들은 모두 불을 끄고 커튼을 쳤다. 하지만 경찰차가 퇴장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거리는 다시 불야성을 이뤘다.

 

기자가 지나가자 한 업주는 “7만원에 해줄게. 더 돌아봤자 다 똑같다라고 말하며 불러 세웠다. 업주에 따르면 완월동은 20분에 8만원, 30분에 12만원, 한 시간에 18만원이었다. 쇼윈도에서 여성을 선택한 뒤 건물 내에 위치한 방안에 들어가 서비스가 이뤄지는 형식이다.

 

취재를 위해 화대를 지급하고 쇼윈도 뒤편으로 연결된 내부로 들어가자 양 옆으로 여러 개의 방문이 보였고 어디선가 여성의 야릇한 교성이 들려왔다. 여성의 안내에 이끌려 들어간 방 안에는 TV와 침대, 옷장, 서랍 등 기본적인 가구들이 비치돼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오빠 먼저 들어가서 씻고 나와라고 말하며 욕실로 밀어 넣었다. 다급하게 여성을 불러 세워 기자임을 밝히고 성매매 대신 해당 시간 동안 인터뷰를 요청했다. 잠시 고민을 하더니 돈은 지불했으니 정해진 시간동안만이라는 조건을 달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경찰차가 등장하자 완월동 집창촌의 불이 전부 꺼지는 이색 광경이 벌어졌다. 업주들에 따르면 경찰이 나타나면 불을 끄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경찰차가 사라지면 완월동은 이내 다시 불야성을 이룬다. 스카이데일리

 

자신을 S라고 밝힌 그는 당초 룸살롱에서 일하다가 술 마시는 것이 힘들어 완월동으로 왔다고 전했다. S씨는 어려서부터 가정 불화 때문에 힘들었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은 이혼했고 그 이후에 가출해 지금까지 독립해서 살고 있다. 알바만으로 집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어 어쩌다보니 성매매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언제까지 완월동에 있을 생각은 없다. 빨리 돈을 모아서 이 바닥 뜨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다 됐는지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마지막으로 성특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질문에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다른 곳은 이만큼 돈을 벌기 힘들다성매매를 관두면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돈만 받고 영업을 계속하는 언니들이 더 많다고 답하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

 

완월동을 나서는 길, 야심한 시각임에도 여전히 불야성을 이뤘고 거리는 호객하는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관련 종사자에 따르면 완월동은 현재 50여 곳의 업소에서 200여명이 넘는 여성들이 일하는 중이다.

 

최근 부산 서구청은 성매매방지대책협의회와 TF팀을 구성해 도시환경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월동 폐쇄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여성인권시민단체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구체적인 재활지원 계획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자갈마당한국 손님 진상많고 외국인 노동자들 방문 늘었지만 깔끔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 시행 10년을 맞아 2014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국내에서 있는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는 총 44개다. 그 중 한곳은 대구의 집결지 속칭 자갈마당이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옛날에 이곳에 자갈이 많이 있어서 자갈마당이라고 불린다. 현재는 자갈이 없어지고 자갈마당이라는 이름은 대구의 집결지를 뜻한다.

 

대구의 집결지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했다. 대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 파주와 달리 대구 집결지는 주말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대구 북구 태평로와 북성로3길 양쪽에 성매매 업소가 줄을 지어있다. 차가 들어가자마자 5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차를 두드리며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오빠 놀다가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두 길로 나눠진 대구 집결지를 차로 한 바퀴 돌고 주차를 하고 잠시 쉬었다. 그 사이에 중년의 여성이 차량으로 접근했다.

 

호객을 하는 여성은 차에 가까이 와서 경찰이냐고고 질문을 했다. 기자가 경찰이 아니다고 답하자, 바로 성매매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0만원에 40분이다면서 서비스가 죽여준다고 말했다.

 

다시 핸들을 돌려 집결지 안으로 향했다. 수십 개의 성매매 업소 중 손님이 없는 한 군데를 골라 주차를 하고 유리문 너머로 들어갔다. 이곳 역시 서울과 시스템은 유사했다. 남성들은 화대를 지불하고 건물 내 2층으로 여성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30대 중반의 H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H씨는 대구에는 젊은 사람들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우리나라 손님은 진상손님이 많은데 반해, 외국인은 깔끔하다고 덧붙였다.

 

집결지에 들어오면서 몇몇 외국인들과 마주쳤다. 주로 동남아시아 출신들로 보였다. 한 자리에서 관찰한 결과 내국인 비율과 외국인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구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곳 집결지를 찾는 국내 남성이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H씨는 자기가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경황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다방에 처음 일하게 됐다그 뒤로 전국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이곳까지 흘러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이곳에 일하면 쉽게 돈을 많이 번다고들 많이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일반 직장인보다 많은 평균 500~600만원 정도를 벌지만 내가 다 가져가는 것이 절반 정도도 안 된다고 전했다.

 

대구 자갈마당에서 만난 한 여성은 성매매여성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한다. 한달 500~600만원을 벌어도 포주에 떼주고 개인 용품을 사면 실제로는 절반 정도 겨우 남는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들이 버는 돈의 절반은 업주가 가져간다. 또 일하면서 필요한 비품 등은 개인적으로 사야 되기 때문에 실제 여성이 손에 거머쥐는 돈은 그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H씨는 옛날처럼 강제로 어디 잡혀서 성매매를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케이스다배운 것도 없는 데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살 수 있는데, 왜 이게 불법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발적 성매매 처벌의 합헌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성특법이 생긴지 10년이 넘었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H씨는 대외적으로 보이는 집결지는 축소 됐을지 몰라도, 음성적 성매매가 더 활성이다이거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처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이럴 바에야 공창제를 도입해서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고, 위생관리도 철저히 했으면 한다고 이어갔다.

 

이날 기자가 만난 여성 중 색다른 얘기를 꺼낸 이도 있었다. W씨는 사실 집결지에 일반 남성만 오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많은 장애인들도 온다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같은 경우에는 성욕을 어디에서 해소해야 하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몇몇 장애인에 대해 언급했다. 전동 휠체어가 없던 시절, 몇몇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이끌고 간호 보조인과 함께 집결지를 찾은 적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W씨는 장애인 분들이 와서 직접 성행위를 하는 분도 있지만, 아닌 이들도 많다그분들이 오시면 저희와 함께 속에 있는 이야기도 하고, 정 불편하신 분들은 손으로 서비스를 해준다고 말했다./임현범·정성문기자(hby6609@skyedaily.com)16-04-11

 

17-3-08 서우석 안준희 등(117-142) (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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