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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원녹지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

by 이성근 2017. 5. 9.


진정한 힐링이란? 이젠 산림복지다 부럽기만한 선진국 도시숲

 

지난 반세기동안 국내 산림정책은 전란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하려는 녹화사업이나 자원화사업 등 가시적이거나 물질경제적인 1차원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왔다. 하지만 이미 우리 일상에는 숲, 생태, 둘레길, 올레길, 등반, 산악이벤트, 가족캠핑, 주말농장, 전원생활, 귀농 등 산림이 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산림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 산림복지 개념이다. 그런데 복지하면 비용 문제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산림복지는 최소비용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최상의 복지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도시숲을 비롯해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산림청 주도로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이에 따라 산림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참고할 산림복지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가깝게는 일본, 멀리는 유럽의 프랑스, 스위스, 영국, 독일 등 해외 5개국과 국내 산림복지 현장 취재로 이뤄졌다. 7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프레시안 편집자

 

 

스위스 베른. 프레시안(이승선)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로의 전환

이미 선진국에서는 국유지를 활용해 국민의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산림복지를 제공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산림복지는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숲태교부터 숲유치원, 숲체험, 산악레포츠, 야영, 산림휴양, 산림치유, 등산, 트레킹, 산림요양, 수목장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따라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산림복지는 도시의 숲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의 혜택이 아무리 좋다 해도 경험하지 않은, 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도시민들이 특별히 시간을 낸다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일 없이 생활에서 쉽게 접근하고 체험할 수 있는 도시숲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도시숲은 도시에서 국민 보건 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하여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을 말한다.

오늘날 급속한 도시개발과 도시지역 내 숲에 대한 관리 부실로 인해 생활권 녹지공간이 부족한 실정이고, 도시생태계의 건강성 또한 악화되어 가고 있다.

 

도시생태계를 위해서 숲은 시민의 곁에 있어야 한다. 도시 안팎으로 생태계를 이루도록 잘 조성된 산림은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업이며, 시민들도 적극 참여해야 할 운동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른바 '녹색네트워크'를 구축한 도시숲 생태계의 모범사례가 되는 도시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도시숲을 비롯해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산림청 주도로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우리나라는 민둥산에 국가적으로 나무를 심는 녹화사업을 모범적으로 해온 나라"라면서 "이제 50년간 숲을 잘 가꾸어왔으니, 이제는 숲을 복지자원으로 활용할 때에 왔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최근 산림청이 주력하는 정책 목표는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태교에서부터 수목장까지", "엄마 뱃속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나 숲을 자신의 고향 삼아 전생애 동안 숲을 가까이 하면서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런던 에핑포레스트. 프레시안(이승선)

 

산림복지, 숲의 '치유 기능'에 초점

산림청이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를 표방하면서 내세우는 숲이 '치유의 숲'이다. 치유의 숲은 "인간의 고향이 원래 숲"이라는 명제가 단순히 정서적인 차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되고 있다는 발상에서 "숲의 치유 기능을 극대화한 공간"으로서 국가적으로 설립을 지원하고 있는 특정한 숲들을 말한다.

 

현재 경기도 양평에는 국내 최초의 '치유의 숲'으로 '산음 치유의 숲'이 일종의 모델케이스로 운영되고 있고, 전라남도 장성과 강원도 횡성에서도 본격 운영중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치유의 숲은 아직 전국에 몇 개에 불과하고, 지원의 수준도 크게 부족하다. '치유의 숲' 현장을 탐방한 소감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산림복지는 그 사회의 수준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숲을 찾아갈 여유를 갖기 어려운 데 어떻게 숲이 제공하는 산림복지를 누릴 수 있을까.

 

국내 '치유의 숲'들을 탐방하고 보니 진짜 산림복지는 도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그래서 더욱 '도시숲'이 아쉬워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도시숲이라고 할 만한 곳은 사실 "거의 없다"고 한다. 도시숲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시의 일부로 있어야 하고,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천연의 숲을 도시의 시민들을 위한 산림복지의 공간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시숲의 정의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도시숲이라고 하는 서울 뚝섬 일대에 조성된 '서울숲(116ha)'은 비교적 큰 도심 자연공원에 가깝다. 산림청 관계자들도 "사실상 한국에서 '도시숲'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도시 근교의 산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진정한 도시숲을 모르는 삶

그런 의미에서 산림복지 전문가들로부터 추전받아 찾아본 선진국의 도시숲들을 봤을 때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치유의 숲'을 보유한 일본이나, 유구한 역사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유럽 선진국들의 도시숲 현장을 탐방해보니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의 '불로뉴 숲'은 나폴레옹 3세가 "파리에 어떻게 도시숲 하나 없느냐"면서 "세계 최고의 도시숲을 만들라"는 지시에 따라 엄청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유서 깊은 숲이다. 기존에 있는 숲을 인공적인 조경을 가해 도시숲으로 조성했는데, "처음부터 자연이 만들어낸 숲처럼 살아 숨쉰다"는 찬사를 받는다.

 

사진찍기용 관광에 바쁜 한국인들은 파리에 가서 '불로뉴 숲'을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파리지앵은 주말이면 가는 곳이 바로 '불로뉴 숲'이다.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도시숲을 찾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취리히 실발트. 프레시안(이승선) 교토 타다스노모리. 프레시안(서어리

 

스위스는 수도 취리히의 '실발트'라는 도시숲이 대표적이다. 취리히 면적의 4분의 1 정도라는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서울숲' 같은 도심 자연공원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대한 도시숲이 아니더라도 숲과 강, 호수가 어느 도시에서나 도시 속에 녹아 들어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스위스는 산림복지를 생활공간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스위스는 도심과 떨어진 '치유의 숲' 같은 개념이 아니라 자연의 여러 가지 요소들과 마을이 한곳에 모인 세계적인 '휴양 마을'이 곳곳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숲과 계곡, 산과 호수 등으로 이뤄진 '치유의 마을'인 것이다. 휴양마을의 체계적인 관리의 모범으로 꼽히는 체르마트, 인터라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수도 베른과 호수도시로 유명한 루체른 등도 도시 자체가 휴양마을 급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는 '에핑 포레스트'라는 최대의 도시숲이 있다. 이 도시숲은 런던시가 직접 관리하면서 언제나 지역주민들이 일종의 생활공간으로서 삶의 터전으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아예 이런 '오픈스페이스' 원칙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 에핑 포레스트는 인근 주민들이 간간히 휴식을 취하러 가는 숲이 아니라, 마치 숲은 원래부터 도시의 일부라는 듯 자연스러운 곳이다.

        

반면 한국의 산림복지를 체험할 도시숲이나 치유의 숲은 대부분 인공적인 조림이거나, 지리적으로 생활공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산림복지를 누릴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문화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프레시안(이승선)

 

산림복지, 문화가 동반돼야 가능

도시숲을 중심으로 본 선진국과 한국의 산림복지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의미는 복합적이다. 우선 규모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무려 5000, 파리 불로뉴 숲은 850. 불로뉴 숲은 파리에서 크기로 두번째인데 이 정도다.

가장 큰 차이는 하루아침에 극복될 수 없는 역사성에 있다. 선진국의 도시숲은 천혜의 숲을 도시민의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형태로 인공적으로 조성하되, 자연의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 최소한 수백년간 지속된 이런 생태계의 조성과 관리의 결과물은 "인간까지 포함된 생태계"로서 존재하는 '숲의 복지'를 구현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도 사실 '도시숲'이 산림복지에 훨씬 어울리는 숲이라고 강조한다. 산림복지의 개념에서 도시숲을 정의하자면, 거대한 숲일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신 청장은 도시숲의 정의에 대해 "집에 나와서 5~10분 내에 갈 수 있는 숲"이라면서 "숲이 얼마나 있느냐, 어느 정도 큰가라는 양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도시화율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집 근처에 갈만한 도심 공원 자체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도시숲을 보유한 선진국들은 대체로 이런 '갈만한 도심공원'도 곳곳에 있다.

 

국내에서도 '산림복지'의 인식이 확산돼, 도시 개발의 초기부터 '도시숲'이 함께 하도록 설계되고, 기존의 도시에서는 자투리 땅이나 도시 주변에 숲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파리 불로뉴 숲. 프레시안(이승선)

 

주목되는 생활권 도시숲' 사업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지난달 24일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올 연말부터 2017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에 '생활권 도시숲'을 대거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도심에 1000개의 숲과 1000개의 정원을 만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모두 합해서 여의도 면적(2.9제곱킬로미터) 1.3배에 달하는 도시숲을 서울에 조성한다는 것이다.

 

9월 현재 서울의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45.3제곱킬로미터로 서울시 인구 1인 당 4.0 제곱미터에 그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9.0 제곱미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산림청과 지난 6월 도시숲을 활용한 산림치유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는 등 산림복지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 14.10.8 프레시안

 

 

파리의 또 하나의 '심장', 도시숲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파리 불로뉴 숲

에펠탑 근처 거대한 도시숲

'불로뉴 숲'은 도시숲 공원으로서는 "세계적인 전범이 되는 공원. 자연의 숲처럼 만든 인공정원"으로 불린다. 파리는 도처에 아름다운 자연공원이 많다. 하지만 관광지 같은 공원 느낌이 강하다. 외국의 관광객들에게는 이런 공원들은 잠깐 들러 사진을 찍거나 이곳의 높은 지대에서 파리를 조망하는 관망대 역할에 그친다.

 

하지만 불로뉴 숲에 오면 관광지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숲에 들어오는 순간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정도다. 숲이 오밀조밀 예쁘게 꾸며져서가 아니다. 도시의 삭막한 풍경에 지친 사람들에게 ", 이게 자연의 품"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우리 곁의 도시숲"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찬탄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파리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매우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훌쩍 멀리 떠날' 시간을 내기 힘든 파리지앵도 가볍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불로뉴 숲'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파리를 떠나지 않고서도 '자연의 품'을 만끽하게 할 수 있는 도시숲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파리를 찾는 한국의 관광객이면 필수 코스인 에펠탑에서 불과 5킬로미터 떨어진 불로뉴 숲이다. 하지만 이 숲을 가봤다는 한국인들은 드물다. 만일 테마관광 중 '자유시간'이 있는 관광객이라면 꼭 찾아가볼 것을 권할 만큼 멋진 곳이다.

 

모든 것을 갖춘 도시숲"

국내 산림 당국이 '도시숲' 모델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런던 하이드파크다. 하지만 파리의 '불로뉴 숲'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센트럴파크와 하이드파크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어디까지나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광장 등이 인상적인 도시공원이다. 반면 '불로뉴 숲'은 어디까지나 숲의 성격이 강하다. 면적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불로뉴 숲의 면적은 8.46 제곱킬로미터로 센트럴파크의 2.5, 하이드파크의 3.3배다.

 

파리시 녹색공간환경국 마리 파블랭에 따르면, 불로뉴 숲은 원래 왕실 소유의 숲이었다. 1852년 나폴레옹 3세가 이 숲을 도시숲으로 재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현재의 도시숲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산책로와 자전거 길 등이 사방으로 나있는 길을 합하면 35킬로미터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경주장, 승마 코스, 자전거 경주로, 카페, 레스토랑 등 시민들이 숲 속에서 즐길 다양한 서비스 시설까지 모여있는 '올 인 원'의 도시숲이다.

 

심지어 거대한 녹지 속에 폭포와 호수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호수에는 자그마한 섬까지 조성돼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춘 도시숲"답게 이른 아침부터 조깅과 사이클 등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숲에서 만난 시민 브루노 무론 씨는 부인과 함께 커다란 애견 두 마리를 데리고 "제대로 숲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 인상적인 파리지앵이었다. 그는 호수에 공을 던져 애견들이 헤엄쳐 물고 나오면 숲으로 다시 공을 던지며 애견들과 함께 달리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숲과 호수를 느긋이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는 불로뉴 숲에 대해 "언제 어느 때나 자연에 동화되는 시간과 공간을 선사하는 멋진 곳"이라면서 "주말은 물론, 시간만 되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숲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매일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단순한 휴식과 운동만으로는 제대로 풀 수 없다"면서 "엄마 품 같은 자연 속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로가 되고, 진정한 레크리에이션이 되는 느낌을 한번 맛보면 자주 찾게될 수밖에 없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파리에는 470여 개의 공원들이 곳곳에 있다. 그 중에서는 파리 최대의 숲으로 동쪽에 자리잡은 벵센 숲도 '파리의 오른쪽 허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도시숲들이 오늘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1, 2차 세계대전에 따른 파괴와 개발에 시달리던 숲들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프랑스 산림청에 따르면, 프랑스는 국가적으로나 지방자치 지역별로 산림 정책에 시민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정책결과정에 시민을 목소리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산림 개발과 복지의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이 프랑스를 '산림 선진국'으로 불리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유럽의 정원'으로 불리는 스트라스부르 오랑주리 공원

최근 한국인들의 관광명소로 떠오른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는 역시 '프티 프랑스'라는 아기자기한 마을에 관광객들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도시의 숲을 찾는 입장에서는 '의외의 득템'이 바로 '오랑주리 공원'이다. 이미 '프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스트라스부르 일부 지역은 '상술이 판치는 서울의 인사동'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 주변을 찾아보면 멋진 곳들이 많다. 스트라스부르 곳곳에 12개의 공원과 정원이 있지만 '오랑주리 공원''규모가 작은 도시숲'이라고 할 만큼 큰 규모의 도심자연공원이다. 이 곳을 찾아보면 '프티 프랑스'에서의 느낌보다 더 마음 깊이 울리는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

 

오랑주리 공원은 1804년 나폴레옹 1세의 '영원한 연인'으로 불리는 조세핀에게 바쳐졌다고 한다, 1735년 조성되기 시작한 이 공원은 처음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 공원이 '유럽의 정원'이라고 불릴 만큼 단순한 도심공원 차원을 넘어서게 된 것은 스트라스부르가 독일에 점령되는 기간에 확장됐기 때문이다.

 

1895년 스트라스부르에서 산업박람회가 열릴 때 커다란 인공호수와 폭포가 조성되는 등 숲의 규모가 커졌다. 현재 개방형 동물원과 넓은 잔디밭 운동장, 수백년 된 나무들이 즐비한 숲 등이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오랑주리 공원에는 여유있는 산책을 즐기는 노인들, 공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쉽게 목격된다.


"이게 진짜 개발"스위스의 도시숲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스위스 취리히 실발트

 

"숲은 또다른 이웃"

스위스는 "도시 자체가 숲 속에 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들이 많다. 원래 숲이었던 곳에 도시가 곁들여진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숲은 "삶의 일부로서 누리는 공간"으로서 마치 공기같은 '공공재'처럼 당연한 존재처럼 되어 있다. 숲을 즐기고 있는 한 시민은 "숲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숲은 늘 아끼고 함께 숨쉬는 또다른 이웃처럼 우리 삶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가는 시민조차 이런 답변을 하는 곳이라면, 스위스는 인공적인 산림정책을 배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스위스의 숲을 보면, 천혜의 조건을 갖춘 환경에서 이를 소중한 자원으로 세심하게 개발하고 관리해온 오랜 역사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나아가 스위스는 국가적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서 적극 개발하면서 보존하는 '개발형 보존'이 스위스의 산림복지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스위스는 아름다운 천혜 자연유산에 철도, 케이블카, 산악열차 등이 거미줄처럼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도 스위스관광청은 "환경 친화형 관광인프라가 스위스를 관광대국으로 만든 주역"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인터라켄의 숲속 전망대로 유명한 하더클룸의 산악열차는 일부 구간이 아예 산기슭에 터널을 만들어 땅강아지처럼 파고 올라간다. 터널이라는 게 산을 수평으로 관통하는 것도 생태계 파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연의 나라'라는 스위스에서 산에 오르는 교통수단을 위해 산기슭을 따라 터널을 파는 개발을 한다는 게 충격적일 것이다.

 

전국을 촘촘히 연결한 철도는 기본이고, 해발 4000미터에 이르는 험준한 산 꼭대기까지 케이블카와 산악 철도를 운영하는 스위스의 '자연 개발'"돈만 있으면, 당신의 신체적인 한계는 교통수단이 책임진다"는 원칙이 관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에 맡겨진 도시숲의 생태계

하지만 전세계를 상대로 한 관광자원과 달리, 스위스의 도시숲은 격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취리히의 도시숲 '실발트'를 중심으로 한 '야생자연공원'은 면적이 무려 1200헥타르에 달한다. 취리히 도시숲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당국의 규제가 산림경영의 기준을 독립적인 기구 '산림관리위원회'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프레시안(이승선)

 

'실발트'을 중심으로 한 일대의 명칭이 '야생자연공원'이라는 것에서 보듯 사실 이 숲은 도시숲이라기보다는 취리히 외곽에 있는 거대한 원시림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 숲 안에는 도시숲의 기능을 위한 다양한 인공적인 조경과 시설들이 갖춰졌다. 말을 타고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을 비롯해 산책로가 무려 253킬로미터에 달한다. 스위스 환경청은 "실발트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연 공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환경청에 따르면, 실발트는 지난 2009년부터 '자연탐험공원'으로 지정됐다. 자연이 무엇인지를 체감할 수 있는 공원으로서 이런 지위를 부여받는 숲은 실발트가 유일하다. 그만큼 숲의 생태계 보존이 모범적으로 이뤄지는 숲이라는 뜻이다  놀라운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인위적인 벌목이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간섭을 일체 받지 않고 이 숲에서는 생태계의 발생과 성장과 쇠락의 모든 과정을 자연에 맡겨두고 있다

               

실발트 숲을 관리하는 취리히 야생공원재단은 지난 2009년에 설립됐다. 이 재단은 취리히 시 등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재단의 기금은 재단운영 참여기관들의 지원과 시민들의 후원, 그리고 취리히 시가 속한 취리히 주의 주립은행이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야생자연공원재단 만다나 루즈파이커는 "취리히 야생자연공원에 대한 각계 각층의 후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재정적 자립도가 탄탄하다"고 자랑했다

 

sihlwald.ch

 

실발트, 산림교육의 원조

실발트는 산림교육이 시작된 원조이기도 하다. 1986년 탄생한 실발트의 산림학교에서는 겨울철을 제외한 연중 내내 각급 학교에서 산림교육을 의뢰하는 산림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루즈파이커는 "산림학교의 학습 지향점은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기쁨을 주는 것인지 체험하게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실발트에는 아침부터 사냥개 같은 덩치 큰 개들을 몰고 다니며 신선한 공기를 만끽하는 사람과 숲 속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훈련이 잘 된 개들을 구호 하나로 불러 모은 빌 토머스 씨는 "이 숲처럼 도시 가까이에서 원시림에 온 듯한 착각을 주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평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숲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까?

 

'지나'라는 예쁘장한 암캐 한 마리와 여유있는 산책길에 나선 루시아 모키아 씨가 답을 해주었다. "숲이 가까이 있어도, 숲을 자주 찾아오고 싶은 마음과 여유가 없으면 어려울 것"이라면서 "숲이 얼마나 사람과 교감하는 존재인지를 체득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숲 정책이 남다르다는 것은 "스위스 공원 네트워크"라는 시스템이 잘 보여준다. 실발트를 비롯한 자연공원 19개를 함께 묶어 국가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다. 스위스 산림청의 리자 니코드는 "이 시스템이 지향하는 3대 목적은 '가장 자연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를 보존하고, 점검하고 발전시킨다', '환경교육을 증진시킨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과 산림산업의 진흥을 강화한다'라고 소개했다.

 

스위스 공원 네트워크의 티나 뮐러는 스위스의 자연공원''자연문화유산'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자연문화유산이 시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주민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고, 운영 주체에도 지역사회의 참여가 상당한 수준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주민이 합심해 일궈내는 산림복지

스위스는 도시숲의 모델 정도가 있는 나라가 아니다. 치유의 기능을 가진 산림복지 시설이 자연문화유산으로서 자리잡은 곳이라고 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인구 6000명의 체르마트는 알프스 산의 신비한 암석 봉우리 마테호른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마테호른 하나로 한 해에 1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광지가 된 것이 아니다.

 

일대의 청정 자연을 보존하는 데 지자체와 주민이 똘똘 뭉쳐 노력을 하고 있다.1961년부터 주민투표를 통해 마을 내에서 휘발유를 사용하는 차량이 운행될 수 없도록 했다. 전기로 운영되는 소형 자동차만 허용된다. 전세계 관광객이 몰리면서 체르마트가 오염이 되어가자 지난 2002년부터 체계적인 '환경 보존' 계획이 수립되고 철저하게 실천되고 있다. 이 마을에 있는 건물들 상당수가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

 

융프라우로 가는 길목으로 유명한 인터라켄 역시 도시 전체가 숲과 호수가 어울어진 휴양도시로서 잘 가꿔지고 보존되어 있다. 인터라켄을 기점으로 한국인들이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융프라우요흐의 수천 미터 산봉우리보다, 그 주변에 펼쳐진 장대한 숲과 계곡, 하이킹 코스 등이 훨씬 '산림복지 휴양'의 개념에 어울린다.

 

베른 프레시안(이승선)

 

스위스의 수도 베른은 도시 전체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자연과 인공물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도시 전체를 감싸고 도는 아레 강과 숲 속에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물과 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도시 자체가 휴양지라고 느껴질 정도로 '자연 도시'라는 감동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곳의 장미공원에는 숲 속에 촘촘하게 잔디가 박힌 넓은 잔디밭에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맘껏 뛰어놀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손수 만든 도시락을 먹으며 자녀들이 뛰노는 모습을 한가롭게 지켜보고 있는 엘리자베스 리카리 씨는 "한국에서는 잔디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곳이 많다"며 말을 건네자 놀라워 하면서 "숲은 늘 자유스럽게 우리를 반겨주는 곳이 아니냐"고 의아해 했다. 호수의 도시로 유명한 루체른 역시, 거대한 루체른 호수를 중심으로 사방이 숲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휴양도시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목장 선진국' 스위스

스위스는 숲을 자연문화유산처럼 생활 속에서 누리고 있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문화를 반영한 것을 보여주듯, 죽어서도 숲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이 '수목장' 분야에서도 스위스를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스위스의 수목장은 독일로도 수출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수목장은 한 개인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우엘리 자우터 씨가 개인 사업으로 시작한 수목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최대 100년을 보장하는 수목장림 관리에 대한 신뢰였다. 이에 대해 자우터 씨는 스위스 정부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정부가 관리하는 수목을 100년간 임대해 쓰는 방식으로 이 난관을 돌파했다.

 

21년 전인 1993년 자우터 씨가 수목장 사업에 뛰어든 사업 초기에는 수목장림 관리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아 호응이 낮았지만, 정부가 관리를 맡게 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는 스위스 전역 26개 주 70여 곳의 수목장림으로 확대됐다.

 

자우터 씨가 대표로 있는 프리트발트(평화로운 숲이라는 의미) 사는 사업 영역을 독일까지 확장해 수목장림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알려진 것처럼 누구나 수목장 계약 시점으로 "100년 관리"를 보장받는 게 아니다. 해당 수목장림이 설립된 후부터 100년이 보장되는 것이다. 프리드발트 사의 사비네 웨버 씨는 "만일 30년이 지난 수목장림에서 어떤 나무를 지정해 수목장림을 한다면, 그 나무의 보장기간은 70"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드발트 사의 수목장림 판매방식에 따르면, 어떤 집안에서 한 개의 나무를 사면 그 나무에 10번째까지 가족의 수목장을 치를 수 있다. 문제는 나중에 묻힐 가족의 경우 이 나무의 관리가 보장되는 기간은 매우 짧거나 기간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목장 가격도 싼 편이 아니다. 기본적인 수목장 나무 구입비는 4900 스위스프랑(540만 원)이다. 비싼 것은 한 개에 1000만 원이 넘는다. 프리드발트 사가 운영하는 최초의 수목장림은 스위스 동북쪽 보덴호를 바라보는 마메른이라는 조그만 마을 뒷산에 있다. 그런데 수목장림이라는 것도, 그리고 수목장 나무라는 것이 특별히 거창한 모습이 아니다.

 

프레시안(이승선)

 

그냥 2~3헥타르의 숲에 소비자가 한 나무를 사면, 그 나무 뿌리 주변에 죽은 이의 골분을 묻고 나무에 일정한 표식만 물감으로 칠해놓을 뿐이다. 인위적인 시설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국내 수목장림처럼 식재한 나무가 아니라 숲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자란 자연목이라는 점이 무게감을 더해줄 뿐이다.

 

웨버 씨는 "수목장의 개념은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정신의 실천"이라면서 "일부 여유있는 소비자들은 좀 더 멋있는 나무를 사고, 좀 더 꾸며진 수목장림을 택할 뿐"이라고 말헀다.

 

국내에서는 2004년 김장수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식이 경기도 양평의 고려대 연습림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 것을 계기로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이후 지방자치단체나 사설업체가 운영하는 수목장림들이 생기면서 현재 50 여곳이 생겼다. 그 중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곳은 2009년 개원한 경기도 양평의 하늘숲추모원이 유일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수목장림이 20여 곳이다. 하늘숲추모원의 경우, 가족목은 1년 사용료와 연간 관리비를 포함해 15년 기준으로 2325000원의 비용이 든다. 산림청은 수목장림을 2017년까지 23(국립 5, 공립 18)으로 늘릴 예정이다.

 

일본 '도시숲' 관리 철학"손대지 않는다"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교토 타다스노모리와 오사카 부민의 숲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모가모신사 경내에 위치한 교토의 '타다스노모리'. 프레시안(서어리)

 

일본에서 취재팀이 택한 지역은 간사이(관서) 지방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모가모 신사 경내에 위치한 교토의 '타다스노모리', 그리고 아홉 곳의 국립 공원으로 구성된 대단지 공원 '오사카 부민의 숲' 등 유명한 도시숲이 밀집한 지역이다.

 

오사카와 교토는 일본의 대표적인 대도시다. 2010년 기준으로 오사카 인구는 2700만 명, 교토 인구는 1500만 명으로, 순위로 따져도 일본 안에서 각각 3, 7위를 기록한다.

 

타다스노모리와 오사카 부민의 숲은 이 같은 대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도시숲 모두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내 거리에 있어 도시민들의 생활권 안에 있다. 일을 마친 저녁이나 한가로운 주말에, 큰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신의 숲' 교토 타다스노모리

교토의 타다스노모리는 번화가에서 버스로 고작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때는 지난달 16일 오전. 교토 가와라마치 역에서 버스를 타고 시모가모진자마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도 못 뜰 만큼 따가운 9월의 태양이 내리쬐었다. 저 앞에 그늘이 보인다 싶어 뛰어갔더니 이곳이 바로 '시모가모 신사'의 입구였다. 바깥 날씨와 다르게 신사 입구에서부터 시원하고 상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시모가모 신사는 교토에 있는 2000여 개 신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신사다. 이끼 낀 건물의 지붕, 빛 바랜 나무 기둥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신사 부지를 지나 하늘천() 모양의 대문 '토리이(鳥居)' 쪽으로 향하자 뒤로 울창한 숲길이 보였다. 가운데 보행길을 사이에 두고 하늘을 향해 쭉쭉 가지를 뻗은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취재팀을 맞은 신사 홍보 담당자 히가시라 마사후미 씨는 "2000년 전의 원시림을 최대한 보존해 나무들 대다수도 600년 이상되었다""걷다 보면 이 숲이 가진 오랜 세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은 '원시림'이지만, 원시 상태 그대로 방치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문객들이 보기 좋고, 걷기 좋게 숲길이 널찍하게 나 있었다.     

히가시라 씨는 타다스노모리 숲을 시모가모 신사가 재단을 만들어 관리한다고 했다. 운영비는 재단이 직접 산림보존회나 시모가모신을 숭배하는 단체들, 그리고 일반 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마련한다. 타다스노모리 씨 역시 '신직'에 있는 이다.

 

지자체나 국가가 아니라 신사가 숲을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이 힘에 부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히가시라 씨는 '씨익' 웃음을 보였다.

 

"일본의 신도는 일본의 역사와 함께하는 고유의 신앙입니다. 숲이나 산, 나무, , 바람에 신이 있다는 자연숭배가 신도 사상의 근간을 이룹니다. 그러니 신사와 신사 주변 숲은 하나로 여겨 신사에서 관리하게 된 것이지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배경 속에서 신사가 주변 숲까지 직접 관리하게 됐단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타다스노모리뿐 아니라, 여타 신사 주변 숲도 신사가 직접 관리·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도 그는 설명했다.

 

시모가모신사의 히가시라 마사후미 씨가 취재진에게 타다스노모리를 안내하고 있다. 프레시안(서어리)

 

그들의 '도시 숲' 관리 철학 "최대한 손 대지 않는다"

이처럼 숲 역시 신의 영역이므로, 신사에서는 도시 개발 등의 이유로 숲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단지 한 세대의 인간만을 위한 자연이 아닌 만큼, 최대한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게 타다스노모리 운영의 철학이다. 숲 어디에도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나 조형물이 없다. 서울 도시숲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아스팔트 길이나 반짝이는 조명같은 건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훼손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먼 과거엔 약 495만 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원시림이었던 타다스노모리는, 중세 한 때엔 '전란'으로 크게 훼손된 적이 있다. 이어 메이지 시대 정부 정책으로 도쿄돔 3개 수준인 약 124100제곱킬로미터 규모로 그 면적이 크게 감소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메이지 시대까지만 해도 신사를 나라가 관리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책 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신사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관리가 힘들어진 정부가 관리 권한을 각 신사에 넘겼죠. 지금은 모든 신사 주변 숲이 종교 법인으로 됐기 때문에 정부가 개발 압력을 넣을 수 없습니다."

 

히가시라 씨는 되도록 숲 그대로를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해 죽은 나무까지도 웬만하면 그대로 쓰러진 자리에 둔다고 했다. 그가 이 얘길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지난해 불어닥친 큰 태풍 때문에 허리가 꺾인 나무들이 놓여져 있었다. 마침 쓰러진 나무들 주변에 터전을 만들어 사는 너구리 무리들이 지나갔다. 타다스노모리 숲엔 이처럼 너구리가 많아, 너구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졌다.

 

"비장한 마음 먹고 숲에 갈 필요 없어숲은 일상"

울창한 숲길을 걷는 내내 새 지저귀는 소리, 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공기도 상쾌하지만 오랜만에 도시 소음이 아닌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으니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경쾌한 웃음소리와 조잘대는 소리도 들렸다. 신이 깃든 신성한 곳에서 떠들어도 되는건지 히가시라 씨에게 물어봤더니, 그가 작게 웃었다. 그는 "이곳은 엄숙한 곳이 아니"라고 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지만, 그렇다고 비장한 마음을 먹고 와야하는 곳이 아닙니다. 타다스노모리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도심 속에 이정도 규모의 숲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그림도 그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는 마음 편히 방문할 곳이지요."

 

그의 말대로 연못가엔 노인 10여 명이 타다스노모리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고 있었다. 간사이 지방에서 사는 이들로 꾸려진 그림 동호회 회원들이다. 한 회원은 "그림을 그리러 종종 이곳에 온다""올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고 상쾌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특히 주목됐던 것은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방문객이 꽤 많았단 점이다. 아울러 신사의 방문객 대부분이 노년층일 거란 예상과 달리, 히가시라 씨는 이곳 방문객의 70~~80%20대 여성이라고 했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산책하러 잠깐 들르는 식이지요. 일본에서는 영적인 기운이 많은 곳을 '파워 스팟(power spot)'이라고 부르는데, 시모가모 신사도 그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업이나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젊은 여성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곳에 많이 옵니다. 신사 입구에 '아이오이노 야시로(相生社)' 라는 아주 조그만 사당이 있는데, 짝궁을 찾아주는 걸로 유명해 많은 젊은이들이 좋아합니다."

 

타다스노모리는 원시림으로 보존 가치가 크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삶에서 유리돼있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일상 한 가운데 자리하며 그들에게 산림 복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어떤 곳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사람들이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도심숲의 전형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9개 국립공원으로 이루어진 오사카 부민의 숲 중 하나인 호시다원지. 프레시안(서어리)

 

오사카 부민의 숲"평등한 숲을 지향합니다"

교토가 타다스노모리 덕분에 도심숲으로 유명하다고 한다면, 오사카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자연 관광 단지로 알려져있다. 오사카만에 펼쳐진 자연 습지와 같이 자연 자원을 활용한 단지가 잘 조성돼있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그중 '오사카 부민의 숲'은 오사카에서 손에 꼽는 자연 관광지로, 특히 도시 근교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오사카 부민의 숲은 한 군데가 아니라 도시 곳곳에 퍼져 있다. 오사카 부(일본에서 ''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를 가리키는 행정구역 단위를 뜻한다. 오사카 부와 쿄토 부 두 곳이 있다. 편집자)가 기존 아홉 개의 국정 공원(우리나라 국립 공원 개념. 편집자)을 부 차원에서 정비한 것이다.

 

현재 오사카 부민의 숲은 부가 선정한 산림관리회사인 '녹색공사'2006년부터 총괄 관리하고 있다. 취재진은 지난달 17, 숲 방문에 앞서 녹색공사의 임원들인 쓰치야 케이스케 씨와 이와미 미야코 씨를 만나 숲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녹색공사는 오사카 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청소, 안내, 시설 유지 등 숲과 관련된 모든 관리를 맡고 있다. 이들이 숲 운영 시 가장 우선시하는 원칙은 '평등''안전'이다. 쓰치야 팀장은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노약자와 장애인들도 숲 이용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또한 개발이 아닌 보존에 방점을 맞춰 운영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이나 예나 개발을 하자는 사람은 많지만, 지키자는 차원에서 국정 공원으로 된 것이니만큼 최대한 보존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운영하는 도시 숲

오사카 부민의 숲은 아홉 곳 모두 각기 특색이 다르다. 전통 문화 체험 공간으로 유명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생태 학습장으로 유명한 곳도 있다. 숲을 인위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서도 이용객을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은 결과다.

 

각 숲의 프로그램, 이벤트 등은 대개 자원봉사자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숲을 좋아하고 자주 찾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녹색공사와 함께 또는 자율적으로 모임 및 회의를 거쳐 기획안을 만든다. 이후 기획안이 공사 등의 허가를 통과하면 실제로 운영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쓰치야 팀장과 이와미 씨는 자원 봉사자들이 숲 운영에 적극 참여하는 점을 큰 자랑거리로 여겼다. 봉사자들은 이벤트 기획뿐 아니라 직접 숲 해설을 하거나, 환경 관리에도 나선다. 쓰치야 팀장은 부 차원의 보존 노력 덕분에 부민들도 스스로 숲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수준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복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거 같습니다. 한국이 지금 그렇듯, 일본도 1970년대 오사카 산을 다 깎은 후에야 그것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사카 부에서는 '녹화 구상'이라고 해서 도시 내 녹지 구역을 3배 이상 늘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이 홍보가 되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의식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암벽 등반 코스와 '별의 그네'라는 유명한 다리가 있는 '호시다원지(星田)'. 프레시안(서어리)

 

바쁜 일상 속 '깜짝' 등산 가능한 호시다원지

녹색 공사의 추천을 받아 취재진은 암벽 등반 코스와 '별의 그네'라는 유명한 다리가 있는 '호시다원지(星田)'를 직접 찾아가 봤다. 오사카 중심지인 난바 역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곳으로 키사이치 역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 열에서 나와 주택가 바로 옆 산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금세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쉼터와 어린이를 위한 암벽 등반 시설이 잘 갖춰진 사무소에서 '별의 그네'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다만 공원보다는 등산로에 가까우니 운동화를 꼭 신길 권한다. 정상까지는 줄곧 오르막을 타야 하며, 경사가 심하지는 않아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한국의 산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있다면, 일본 전체가 화산지대인 만큼 고사리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한참 숲을 즐기던 즈음, 10여 명의 노인이 인사를 해왔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왔다는 이들 중 한 명은 이날이 무려 101번째 부민의 숲 방문이라고 했다. 오사카에 산다는 그는 "오사카 부민의 숲의 다른 코스도 많이 갔지만, 이곳(호시다원지)은 특히 걷기가 좋아 많이 왔다"고 했다.

 

호시다원지의 트레이드마크, 길이 280미터, 높이 50미터의 '별의 그네'에 다다르자 듬성듬성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노인뿐 아니라 젊은 남녀 커플, 어린 아이들과 함께온 가족들도 보였다. 외부에 녹이 슬게 해 내부 재료가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도록 철과 크롬을 섞어 만든 터라 다리 색깔은 예쁘게 붉었다.

 

후들거리는 다리 아래로 푸른 녹지가 한눈에 보이니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호시다원지가 오사카에서 교토 가는 길에 위치한 덕에 다리 옆 전망대에 오르니 두 도시의 시내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였다. /특별취재팀=이승선, 최하얀, 서어리 기자 14.10.16



런던 최대의 도시숲은 어떻게 세계의 모범이 됐나" 1019 프레시안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 '도시숲 관리표준' 런던 에핑 포레스트

    


프레시안(이승선)

 

숲의 운영재정, 런던도시공사가 자체 조달

'에핑 포레스트'는 영국 런던 최대의 도시숲이다. 런던 북동쪽 에섹스 지방을 중심으로 무려 240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으로 자랑한다. 남북으로 길이가 19킬로미터나 되지만, 동쪽으로는 4킬로미터 정도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숲은 원래 왕궁 사냥터였으나 1878년 일반인에게 개방되도록 한 '에핑 포레스트' 법이 채택되어 런던도시공사가 관리를 맡게 됐다. 또한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숲으로 관리한다는 '오픈스페이스 원칙'도 법으로 명문화됐다. 런던도시공사의 마크 모리스는 이 원칙에 대해 "언제나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를 즐길 장소로 공개되어야 하며, 지역주민들은 이곳에서 가축을 방목할 권리까지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햇다.

 

에핑포레스트 센터에 전시된 숲속 생물들 사진.프레시안(이승선)

 

1882년 이 숲을 찾은 당시 빅토리아 여왕은 "이 아름다운 숲을 백성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짐의 큰 기쁨"이라고 선언한 이후 이 숲은 문자 그대로 '인민의 숲'이 되었다.

 

숲의 운영 재정은 지방세나 사용료에서 충당되는 것보다 대부분 런던도시공사가 자체 조성한 기금과 수익 일부를 투입하고 있다.

 

에핑 포레스트의 관리도 자연적인 생태계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극히 제한된 주민에게 벌목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숲에는 쓰러진 나무들을 그대로 두며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에핑 포레스트 탐방객 센터의 나르질 산다는 "숲에는 온갖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벌레도 숲의 일부이죠. 숲에는 쓰러진 나무를 이용해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에핑포레스트에서 산림교육은 일상적 활동이다.프레시안(이승선)

 

에핑 포레스트 법 이후 목초 사료 공급을 위해 나무의 윗부분 가지들을 쳐내는 행위가 금지된 이후, 일반적인 숲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 숲의 특징 중 하나다. 이런 나무들은 과거에 계속해서 잘라졌던 나무의 윗부분 가지들이 커다랗게 뿌리처럼 뭉쳐있고 그 위로 새로운 나뭇가지들이 뻗어올라간 뒤 수백 년이 지난 나무들이다.

 

에핑포레스트에서는 커다란 나무가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프레시안(이승선)

 

"도시숲을 유지하는 노력이 가져온 혜택을 웅변하는 숲"

에핑 포레스트는 조깅과 산책 등은 물론이고, 자연스러운 구릉이 형성돼 있어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숲속 승마도 공사의 사전 허가를 받을 경우 허용된다.

 

숲의 산책길에서 만났던 아티브 나잡 씨는 부인과 함께 평일 오전의 숲에서 한참을 거닐고 있었다. 결혼 10년차라는 이 젊은 부부는 "평소에 이렇게 숲을 자주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어떻게 질문이 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나잡 씨는 "에핑 포레스트의 가치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대학교수처럼 거침없는 답변을 해주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는 "에핑 포레스트 법이 아니었다면 이 숲은 현재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도시에 가까운 자연의 숲을 자연 그대로 유지하는 노력은 도시민에게 맑은 공기, 영혼의 치유 등 온갖 혜택으로 보답이 돌아온다는 것을 바로 이 숲이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렇게 숲의 가치를 역설하는 한쪽에서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몰려와 '산림 현장 학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솔교사 제임스 샤프 씨는 "숲속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업"이라면서 "많은 학교들이 에핑 포레스트의 숲속 교육을 예약해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견들과 함께 코너트워터를 찾은 시민들.프레시안(이승선)

 

제대로 된 도시숲이라면 호수가 빠질 수 없다. 에핑 포레스트에는 '코노트 워터'라는 호숫가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이 호수는 많은 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땅을 파서 물길을 모아 만든 호수로 18944헥타르까지 확장시켰다고 한다.

 

에핑 포레스트처럼 거대한 도시숲은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고 방치하듯 하다가는 오히려 생태계의 다양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 커다란 나무들이 키 작은 식물들의 조망권을 뺏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들이 숲 속까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방치하면 시민들이 찾지 않는 그야말로 원시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생테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에 어느 정도의 탐방객들을 수용하느냐에서부터 접근성을 강화하는 여러 가지 시설들을 설치하는 사업도 항상 게을리 하지 않는다.

 

런던도시공사의 모리스는 "에핑 포레스트의 경우 많은 시행착오 끝에 관리의 균형점을 확립했다"면서 "현재 에핑 포레스트 관리방식은 도시숲 관리의 표준으로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 141019 프레시안

 

'콘크리트 숲'에 맞서는 '거대한 도시숲'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숲 전체가 보호림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공간이다.프레시안(이승선)

 

독일 최대, 세계 최초 도시숲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4800헥타르에 달하는 독일 최대의 도시숲이자, 세계 최초의 도시숲으로 꼽힌다. 이런 위상을 간직하기까지 이 숲의 역사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원래 황실 소유의 숲이었으나 1221년 당시 프레데리크 2세가 독일기사단에게 하사했다. 하지만 카를 4세 때인 1372년 프랑크푸르트 시가 이 숲을 사들였다. 일종의 이중매매여서 기사단과 분쟁을 피할 수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시는 100년이 넘는 분쟁 끝에 1484년 상당한 보상금을 주고 기사단과의 분쟁을 마무리지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과 도시 개발로 인해 숲은 끊임없이 파괴되고 잠식되어 갔다. 당초 프랑크푸르트가 매입한 숲 중 1000헥타르가 넘는 숲이 소실되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숲 속에 난 도로다. 프랑크푸르트 숲 주변에 있는 마을들은 숲에 파묻혀 있는 듯할 정도다. 이 곳에서는 숲의 입구라는 개념보다는 사람들이 생활하기 위한 길들이 숲에 거미줄처럼 형성되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린다.

 

산책로는 물론이고 자전거 전용 숲길이 따로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옆으로 개울이 나란히 흐르는 길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길들을 모두 합하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한다. 자동차로 프랑크푸르트 숲 일대의 도로를 달려보면 가로수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나무들이 늘어섰다. 가로수 길이 아니라 숲 속의 길처럼 생각된다. 숲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도로 옆 숲속에는 도로와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끝없이 나있기도 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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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숲 도로와 나란히 길게 벋은 자전거 전용 숲길.프레시안(이승선)

 

삭막한 도시의 생명줄 같은 도시숲

숲에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사이클리스트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산책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지나갔다. 커다란 봉지를 들고 가는 한 노부부는 "버섯을 따왔다"면서 커다란 버섯을 내보이며 자랑하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 숲은 '아름다운 공원이나 산숲" 같은 느낌이 아니다. 거대한 평원에 빽빽한 숲이 들어차서 삭막한 도시에 산소공급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휴양지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이 거대도시에 꼭 필요한 생명줄 같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40대 남자는 "숲 속을 걸어서 웬만한 프랑크푸르트 일대를 다닌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숲은 그 자체가 생활 공간을 조밀하게 연결해주는 통로를 품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프레시안(이승선)

 

프랑크푸르트 시는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이 숲을 더욱 철저하게 보존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숲 전체를 보호림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발 논리에 밀리는 형국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경제수도라고 불리는 거대도시이다보니, 갈수록 현대식 건물로 뒤덮여 가는 모습이다. 이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는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도시숲이 절실하다. 그 몫을 톡톡히 해주는 것이 바로 프랑크푸르트 숲이다.

 

그런데 이 숲마저 개발논리에 호시탐탐 잠식당할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콘크리트 숲에 대항하는 도시의 허파'의 의미가 크다.

 

프랑크푸르트 숲정보센터의 케스틴 마티아스는 "숲이 파괴되면 끊임없이 다시 조림을 하면서 거대한 숲을 유지해온 것은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이 숲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루가파크.프레시안(이승선)

 

유럽 최고의 도심자연공원 '그루가파크'

에센에는 '유럽 최고의 도심자연공원'의 하나로 꼽히는 그루가 공원이 있다. 그루가 공원은 탄광지대인 루르 지방 최대 공원이다.

 

에센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졸페라인 탄광산업복합단지와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꼽히는 '레드닷디자인 어워드' 수상작들을 전시하는 '레드닷디자인박물관', 그리고 해마다 약 40여 개의 국제박람회와 전시회가 열리는 에센박람회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에센 자동차쇼, 원예박람회 등이 열리는 에센 박람회장이 그루가 공원과 붙어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공원은 출발부터가 산업공간을 인간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떠안은 곳이다. 그루가 공원은 1929년의 루르 지방 원예박람회 때 만들어졌다가 그 후 2차례 확장되어 현재 70ha의 규모를 갖추었다.

 

그루가파크. 프레시안(이승선)

 

에센이 탄광도시에서 오늘날 문화와 자연, 산업이 함께 하는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그루가 공원은 소중한 녹색지대다. 특히 도시자연공원으로서는 그루가 공원은 '유럽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식물원과 야외조각 박물관, 음악축제장, 독수리부터 사슴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 등 모든 것을 갖춘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원 중의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에는 현대식 환경교육센터인 '자연학교'가 공원에 설립돼 매년 1000회 이상 학생들은 물론 성인들의 자연학습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몬스발트.프레시안(이승선)

 

'생태휴양' 중심지 흑림

독일에서 '치유의 숲'으로 알려진 곳은 흑림이다. 독일 남서쪽 스위스와 프랑스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흑림지대는 끝없는 평지의 숲과 알프스 산맥 줄기에 있는 숲으로 이어진다.

 

남북으로 160킬로미터, 동서로 60km에 달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지역을 흑림지대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1997년 흑림의 6개 자연보호구역 2600ha를 관리하는 자연보호센터가 설립됐다. 자연보호센터의 아힘 로버는 "흑림지대가 산림복지의 산실로 자리잡기까지는 태풍 등 자연재해, 사람들의 벌목 등으로 인한 파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자연스러운 복구 노력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흑림 지역에는 생태휴양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는 지몬스발트가 있다. 지몬스발트 계곡과 숲 속에 위치한 인구 3000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마을에는 매년 마을 인구의 100배가 넘는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다. 따라서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은 '그린투어리즘'의 취지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그린투어리즘(환경친화적 여행)'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으로 '에코 투어리즘'이라고도 한다


  Susan Jacks -'I Thought Of You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