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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오래된 미래

기구한 운명의 효암마을 살구나무

by 이성근 2014. 7. 27.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교리에 있는 흙시루 란 음식점 마당에 있는 살구나무 한 그루가  방문자의 눈길을 끈다.  원래 있던 곳은 같은 군내 장안읍 효암마을 바닷가 근처였다고 한다. 두 나무가 한 쌍ㅇ드로 자라왔지만 2006년 고리핷발전소 확장공사로 인하여 한 그루가 죽고 나머지 한 그루가 고사  위기에 처했을 때 흙시루관계자가 이를 알고 이곳으로 이식했다고 한다.

흉고직경 2m20cm, 높이 15m인데 수령은 35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실 살구나무 노거수는 흔치 않다.  2006년 문화재청이 우수 유실수 노거수로 지정된 서울 은평구의  응암동(이상길)의 185년짜리 노거수가 천년기념믈로 지정 된 바 있다. 2013년 서산시가 운산면 원평리 서해안청소년수련원 내 수령 200년 이상된 살구나무를 신규 보호수로 지정 고시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기장 교리의 살구나무는 나이나 생육상태로서는 최고의 수준이다.

더욱이 기장 교리 살구나무의 경우 외형상 수관폭이 매우 넓고 수형이 미려하고 아직도 건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일려져 있지 않다. 나아가 그 어떤 지위도 부여받지 않고 있다.   한편 대개의 노거수가 이런 저런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교리 살구나무의 경우는   안타깝고도 기구하다. 

살구나무가  원래 살던 효암마을은 이제 지도에서 사라졌다.  살구나무는 직선거리로 약11km 내륙으로 옮겨졌다.  뿌리째 뽑혀가는 상황속에서 사람이었다면 항변했을 것이다.  마주하고 있던 나무는 그 과정에서 사라졌다.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신고리 1.2호기가 가동중에 있다.   봉대산이 어머니 품같이 포근히 감싸고 있어 겨울이면 따듯하고 여름이면 끝없이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 시원했던 마을이다. 미역, 전복이 특히 많이 나 조선시대에는 전복 진상지로도 유명했다. 당시 마을 이름이 '극동'이었다 효암주민들은  임랑마을로 이주당했다.  

 

 효암 넘어 울주군 서생면 비학마을의 경우 세번째 이주를 강요받은 마을이다. 어릴 때 고향(고리)을 빼앗기다시피해서 이곳(비학)으로 옮겨와 이제 겨우 정이 들만한데 또 나가라고 한다 며 주민들은 울분을 토했고,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서 좋을게 뭐 있어예.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대가라고는 고작 6개월에 전기세 37000원 지원해주 고 어쩌다 애들 장학금 10만원 정도 주는 것뿐인데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말못하는 살구나무는 어땠을까

마을이 신고리 핵발전소 건설계획이 수립(2000년 8월 확정)되기 전 마을에는 이웃한 길천과 함께 11기의 환경 방사능 감시기가 1976년부터 설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감시기는  마을과 1~1.5km 떨어진 외진 곳에 설치 되어 있었다. 뿐 아니라 모든 기기가 지상으로부터 1.5m 높이에 설치돼 평균 0.007~0.12mR/h 의 자연방사능준위를 유지할 뿐 실제적인 방사능 유츨 기능과는 거리가 말었다.  80년대 말 부산 YMCA강당에 그 사연을 고발하는 발표회가 있었지만  겹겹으로 사무실을 에워산 전경들에 의해 발표회는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했다.  그때의 목소리를 시로 남긴 바 있다.

 

효암리멍텅구리(방사선탐지기)

 

무슨 기계며 무엇 때문에 설치하는지도 몰랐어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지

처음에는 하도 시끄럽게 울어서 잠도 못자고

고장난 줄 알고 몇 번이나 철거시켜 달라고 요구하니

구식이라 원래 소리가 난다고 하는기라

나중에사 알았는데 그놈의 측정기가

뻴간불 빤짝이며 빽빽거리며 울때는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이라는 경보음인기라

한전가서 따지고 항의 안했나

이놈들 우리가 못배웠다고 영어며 전문용어 섞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우리가 뭘 알아야제

그러면서 먼저 있던 담당자는 딴데 보내고

새로 온 놈은 자기는 잘 모르는 일이라카고

오리발 내미는데 얼마나 부아가 치미노

한전 본사 올라가 대장 잡고 이야기 하니

그럴 리가 없다며 전자식으로 기계를 바꾸더만

헌데 이놈은 또 완전 멍텅구린기라

작년에는 비가오나 태풍이 부나 일년내 0.009더니

올해는 지금까지 자나깨나 0.008인기라

이럴 수도 있냐고 물으니

그냥 믿어달라데

신통치 않는기라

최근에 우리 마을서 암으로 여덟명이 죽었는데

내 아무래도 저놈의 핵발전소 때문이지 싶어

안그렇나 마을하고 핵발전소하고 이백미터 거리니,

 (1993)

 

 

효암리 김만규

 

세월이 가면 다 잊아 뿌겠지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저 놈의 바다

아내를 도라이로 만들고 새끼들을 죽인 저 바다

허지만 저 바다가 내 밥줄이고 직장인걸

그래 지금도 모르겠어

우리집안 외가 모두 아무 이상이 없는데

망할놈의 저 핵발전소가 들어선 뒤

수시로 뜨거운 물 나와

한겨울에도 목욕탕에 들어간것만 같은

그 바다에 자맥질하고 고기 잡은 죄밖에 없는데

첫째 둘째 한 살을 못넘기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어

용하다는 병원 큰 병원 다 찾아 다녀도

아무도 자식놈 죽어가는 이유를 모른다고

다만 뇌가 이상하다고만 하더만

알고보니 내 새끼들도 영광 그 사람 아처럼

무뇌아였어(1993)

 

그때 그 양반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고리 해역에서 전복이며 소라를 잠수질 해서 잡고 살았다.  고리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핵발전소는 자체 가동의 안전상 주변 바닷물보다 6~7온도가 높은 물을 초당 617t씩 바다로 내보내고 있다.  그 물속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는지 제대료 규명된 적은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현재 4기의 원전 온배수로 인해 바다표면 온도가 1상승하는 범위는 배수구를 중심으로 북동쪽으로 최대 3.5, 남서쪽으로 2.8에 이르는 면적 12.7인 타원형 수역이다. 여기에 신고리 1·2호기가 주변보다 9높은 물을 초당 99.4t 방류할 때 표층수온이 1상승하는 범위는 북동쪽으로 5.4, 남서쪽으로는 3.1로 확장된다. 영향권의 넓이도 지금보다 65% 늘어난 21로 커진다.  원전이 모두 가동했을 때 영향권은 여름 30, 겨울 52로 넓어진다.

 

신고리 1·2호기 온배수 영향권에는 미역·다시마·전복·우렁쉥이 등을 기르는 양식장이 50여개 자리잡고 있다. 한수원쪽은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에 끼칠 영향은 배수구 주변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환경변화에 시달리고 있는 동해에 온배수가 새로운 스트레스로 작용할 때 초래될 장기적인 수온 상승작용에 주목했다.

김영환 충북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온난화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온배수로 그 상승폭이 늘어나면 예측 못한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화력발전까지 합쳐 20여곳에서 연안에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그 파급효과가 국지적으로 그치지 않고 의외로 멀리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물리학자들은 바닷물은 수온이 매우 안정해 바닷물 온도의 1변화는 육상에서 10이상의 변화와 맞먹는다고 한 바 있다. (2004년 한겨레 신문)

 

출처ㅣ

누구라도그러하듯이 - 배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