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사이의 딜레마 저자 박상표|개마고원|2012.07.20.페이지 248
여는 글 왜 가축의 행복까지 고려해야 할까?
제1장 우리가 먹는 고기는 어떻게 사육되고 있을까?
1. 꽃등심에 숨겨진 비밀
2. 삼겹살을 좋아하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3. A4 한 장에 갇힌 통큰치킨의 외침
제2장 누가 커튼 뒤에서 이윤을 거두는가?
4. 황금알을 낳는 아우슈비츠, 도살장
5. 동물을 학대하고 괴롭힐수록 수익이 커지는 이유
6. 공장식 축산업을 부추기는 축산업 선진화 방안
제3장 공장식 축산업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
7.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신종 전염병 ‘비만’
8. ‘식중독’을 신속하게 배달해드립니다
9. 공장형 가축농장은 ‘전염병’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
10.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세균이 당신의 목숨을 노린다
제4장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11. 농부가 변해야 가축이 행복하다
12. 가축의 복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닫는 글 얼굴 있는 생산자와 가슴이 따뜻한 소비자가 만날 때
출판사 서평
가축대량생산체제의 딜레마
얼마 전 가수 이효리가 육식을 비난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녀가 가축사육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을 맡으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가 먹고 있는 진실을 보세요”라고 글을 남겼는데, 이것이 육식 자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확대해석되면서 그녀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그녀는 곧 “저는 육식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장식 사육을 반대할 뿐입니다. 잘 자란 동물을 먹는 것이 사람에게도 좋으니까요”라고 글을 남기며 논란을 진화했다.
이 책은 이효리의 이 말이 상식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사실임을 보여준다. 가축문제는 동물권리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다. 스스로의 건강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가축사육 문제는 우리 식생활의 문제이며, 우리가 사는 환경의 문제이며, 보건과 위생의 문제다.
이 책은 육식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채식이나 동물해방이 궁극적 대안이라는 이념적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저자는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서 가축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인간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란 점을 똑똑히 깨닫게 해준다.
7억2500만 마리: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죽는 닭
한국 사람들은 1970년에는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5.2㎏의 고기를 먹었을 뿐이지만 2010년엔 1인당 41.1㎏로, 40년 사이에 무려 8배나 늘어났다. 물론 미국인들에 비하면 아직도 별거 아니다. 그들은 지난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127.1㎏의 고기를 소비했다.
한국 국민은 1년에 1인당 48인분의 삼겹살을 먹고 12마리의 닭들을 먹어치운다. 그를 위해 한국에서 한 해 도축되는 닭의 마리수가 무려 7억2500만 마리다. 돼지는 1000만 마리를 기르며 그것도 모자라 세계 돼지고기 수입량 5위권에 해당하는 100만 톤을 수입하고, 소는 육우과 젖소를 합쳐 300만 마리가 산다. 이 많은 가축들은 엄청난 양을 먹고 싸는데, 우리가 수입하는 곡물의 70%가 가축사료이며, 연간 4650만 톤의 분뇨가 나온다
축산 분야의 생산력 증가는 놀라운 수준이다. 세계 인구가 두 배 늘어나는 사이 고기 소비는 네 배가 늘어났다. 현재 세계 인구의 10배에 해당하는 600억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눈부시게 발달한 축산업의 이면에는 인간 건강과 지구 환경에 드리운 짙은 그늘이 있다.
과학축산의 우울한 진실
과거에 축산전문가 및 학자들은 ‘과학축산’이라는 명목으로 공장식 축산을 옹호했다. 좁은 공간에서 밀집사육을 하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고, 항생제를 사료에 첨가하고, 병아리의 부리를 자르고, 수퇘지의 고환을 거세하는 등의 일을 한 것이다.
‘과학축산’은 전혀 과학적인 것이 아니었다. 광우병이 발생해 유럽에서 수십만 마리의 소가 죽고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다 보니 어떤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했다. 한국은 특히 심해서 가축에게 항생제를 스웨덴보다 30배, 덴마크나 뉴질랜드보다 23배, 미국보다 6배, 일본보다 2.5배 더 많이 사용한다. 당연히 항생제 내성율도 8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약을 써도 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69년 영국의 “「스완 보고서」는 가축의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 때문에 축산식품을 먹는 사람들의 세균성 질병을 치료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178쪽)
대량생산ㆍ대량유통의 축산업에서는 식중독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해마다 4800만 명의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에서 12만8000명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며, 3000명은 사망한다. 가축들은 온갖 세균에 오염되고 똥으로 범벅된 채 도축장으로 오며 한 시간에 400마리씩 도축되는 살인적인 속도 때문에 위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나친 밀집사육은 가축농장을 신종 전염병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2010년 말 구제역으로 346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되어 매장됐다. 살아 있는 채로 묻어버리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연출됐고, 새어나온 침출수가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조류독감으로는 2003년 이후 이제까지 가금류 3000만 마리가 죽었으며, 인간도 공격해 전세계적으로 583명이 조류독감에 희생됐다. 가장 인상적인 예는 신종플루라 불린 돼지독감이다. 멕시코와 미국의 돼지농장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으로 전세계에서 1만8337명이 죽었다. 원래 명칭이 돼지독감이었던 이 병은 매출 악화를 우려한 축산업계의 항의 때문에 '인플루엔자A' 또 ‘신종플루’로 이름이 바뀌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퓨 위원회는 공장식 축산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 공장식 축산방식은 돼지독감 대유행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된 콧물과 재채기 등을 통해 인간에게 독감을 전염시킬 수 있다.
2. 공장식 축산방식은 한 곳에 많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육함으로써 아주 드문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3. 공장식 축산방식은 밀집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동물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4. 공장식 축산방식은 햇볕이 들지 않고 신선한 공기가 부족한 어두운 사육공간에서 병원체가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한다. 햇볕 속에 들어 있는 자외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오랫동안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 가축을 사육함으로써 독감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5. 공장식 축산방식은 똥 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가 동물의 호흡기를 공격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6. 공장식 축산방식은 살아있는 가축을 먼 곳까지 수송함으로써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동물의 질병을 퍼트릴 위험이 있다. 비행기로 돼지를 수송할 경우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169~170쪽
육류 소비의 절대량을 줄이는 일부터
이제 가축의 복지는 단순히 동물의 해방이나 동물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현실적으로 절실히 필요한 것이 되었다. 197쪽
가축의 복지가 가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가축사육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확실한 해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공장식 축산업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식품체계의 주요한 기둥”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한두 가지 기술이나 무항생제 축산 또는 유기농 같은 농업방식의 변화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축산이나 로컬푸드 운동으로 부분적인 개선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육류소비의 절대량을 줄이고 중소규모의 가족농을 육성하며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먼저 생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항생제, 화학비료, 농약, 유전자조작 씨앗에 의존하는 관행농업에서 벗어나자.
2. 가축분뇨를 거름으로 사용하고 작물을 가축의 먹이로 활용하여 농업과 축산업을 순환시키자.
3. 유기농의 상업화를 막아내고 우리 실정에 맞는 자연순환농업 모델을 만들자.
4. 가축들이 불필요한 고통ㆍ괴롭힘ㆍ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동물복지를 고려하자.
5. 농촌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 농민의 복지를 국가에 요구하자.
그에 맞춰 소비자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1. 패스트푸드를 끊고 외식을 줄이자. 여기엔 외식업의 비중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병행되어야 하며 도시의 영세 자영업자나 빈민들의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게 한 방법일 수 있다.
2.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음식을 가득 담는 소비생활에서 벗어나고, 지역 생협 회원으로 가입해 도시와 농촌의 유기순환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3. 천천히 요리하여 적게 먹자. 가축의 행복과 인간의 건강을 위한 축산을 하려면 지금보다 가축사육 규모도 줄이고 육류소비량도 줄여야 한다.
이런 방법들이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마법의 탄환’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 느린 걸음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축사육 문제를 동감하고 노력을 모아간다면 가축이 행복하고 인간이 건강한 세상이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을 폐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지구 환경을 살리고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이다. 인류는 역사 속에서 신분차별ㆍ인종차별ㆍ성차별 등 해결 불가능할 것 같은 문제들을 극복해왔다.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 얼굴 있는 생산자와, 그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 가슴 따뜻한 소비자가 만나서 힘을 모은다면 가축이 행복하고 인간이 건강해질 수 있다. 그것은 꿈이나 이상이 아니라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윤보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또 다른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48쪽
탐욕의 울타리 인간 세계에 들어온 동물들의 삶, 우리가 이룬 디스토피아 저자 박병상|이상북스|2014.11.25. 페이지 280
저자 박병상은 도시와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헤매는 고집불통의 서생.군 생활을 빼고는 태어나 한 번도 인천을 떠나지 않은 ‘환경운동을 하는 생물학자’다. 1976년 인하대학교에 입학해 학부와 석사와 박사 과정을 1988년까지 마치고, 가톨릭대학교에서 환경사회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으나 졸업하지는 못했다. 여러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생태적 시각으로 진지하게 혹 무성의하게 수행하다가 숱하게 잘렸다고 착각한다.
현재 인천 도시생태·환경 연구소 소장이다.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의 책무를 망각하고 독자와 대중에게 ‘느림의 권리’를 함부로 주장하는 이중인격의 소유자로, 후손의 처지에서 생태계의 질서를 허무는 생명공학을 반대할 뿐 아니라,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개발과 지역의 소통을 거부하는 대형 중앙 집중 편의시설, 그리고 땅의 황폐화를 부르는 단작(MONO CULTURE)을 반대한다. 대신 제철 제고장 농작물 먹기, 생태계와 문화의 다양성 회복하기,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사회의 회복을 주장하면서 언제나 힘에 부쳐 허덕거린다.
참여의 가치를 설파하고, 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시민운동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면서, 독립운동에 이은 민주화운동이 있었기에 환경운동도 가능한 시절이 왔으니 이제 후손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환경칼럼을 연재하며, 토론회와 공청회에서 개발에 반대하는 자로 악명을 쌓고 있다.
《파우스트의 선택》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우리 동물 이야기》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 《녹색의 상상력》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등을 썼고, 다수의 공동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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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서 서평
인간의 탐욕과 몰염치가 동물들에게 끼친 가장 적나라한 보고서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7가지 죄 중 하나라는 사실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간 욕망의 결정체인 탐욕은 지금 이 세상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거대하고 거침없는 욕망에 눌려 망가진 지구 생명체들에 대한 책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렵과 채취에 의존해 먹고 살던 인류가 우연히 동물들을 ‘울타리’ 안으로 들이며 생긴 변화에서 시작해, 현재 인간의 울타리 안에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들 삶의 실상, 그리고 똑같이 자신이 만든 울타리에 갇혀 허우적대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물들을 가축화하며 인류는 가끔씩 고기를 먹게 되었지만 대신 계급과 편견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급기야 동물의 질병까지 얻게 된다. 맛난 살코기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한두 마리씩 집에서 키우던 가축들을 한데 모아 키우는 이른바 ‘산업축산’이 등장하게 되고, 그 결과 동물과 인간에게 재앙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동물의 가축화로 인한 인간 사회의 변화를, 2장은 산업축산을 도입한 배경을 살펴본다. 3, 4, 5장에서는 각각 산업축산에 편입된 소, 돼지, 닭의 사육 역사와 축산 환경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6장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애완동물의 역사와 현실을 검토하고 개고기 합법화의 문제를 따져본다. 7장은 길들여지지 않고 인간의 울타리로 들어온 동물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하는 실험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과 볼거리를 위해 동물원에 수용되는 동물들의 역사와 실태를 알아본다.
그리고 마지막 8장은 인간 그 자신이 주인공이다. 자연의 이웃인 동물들을 울타리 안에 끌어넣어 신세 망치게 한 장본인인 인간은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호사스러운 삶을 불공정하게 누리는지, 그런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반성적으로 살펴본다.
탐욕으로 만든 울타리는 결국, 인간 스스로를 옭죄는 감옥이 될 것이다!
탐욕이 이끄는 산업사회는 어느새 한계를 맞았다. 석유와 곡물 사료를 과소비하는 산업축산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남아도는 듯 보였던 세계 식량도 어느새 모자란다는 신호를 보낸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동물들의 사정도 전 같지 않다. 저자는 징후가 더 흉흉해지기 전에 동물들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의 궤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와 인간 탐욕의 역사는 인간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동물의 상황을 직·간접으로 반영한다. 그러므로 어쩌다 울타리 안에 들어온 동물들이 들려주는 애증의 역사에 귀를 기울이고 서둘러 내일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울타리 안팎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인간도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_ 추천사
《탐욕의 울타리》가 좋았던 것은 여타 동물 관련 책과 다르게 인간과 동물을 분리하지 않은 시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상을 인간 동물원이라 명명한 저자의 분석이 날카로우면서도 다른 생명체에 대한 공존의 절실함이 묻어 나온다. _임순례(영화감독, 동물보호 시민단체 KARA 대표)
가축의 잔혹한 역사와 현대 식문화의 병폐를 명쾌히 지적한 《탐욕의 울타리》를 순식간에 읽어 내렸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 산업화한 농법, 공장식 축산, 재벌 기업 제조가공 식품의 본질적인 문제점 등을 아주 평이하게 실례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대와 미래를 살아가는 이 땅 민초들의 필독서입니다. _김성훈(전 농림부 장관,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이사장)
이 책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와 거기에서 비롯된 온갖 문제를 맛깔스런 언어로 하나씩 풀어낸다. 결국 ‘탐욕과 몰염치’를 떨치고 ‘물려받은 땅에서 자연의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_강수돌(고려대 교수, 《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 저자)
책속으로
인간의 울타리, 그것도 산업축산의 울타리에 사는 동물들 삶의 실상을 접하고 처음 드는 생각은 고기 먹는 것을 당장 그만두자다. 그것이 잠시 후, 고기 소비를 줄여 보는 것으로 갔다가 먹더라도 잔혹하게 키운 고기는 피하자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고기 맛을 알아버린 사람이 고기 먹기를 당장 그만두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되어 어떤 경로를 거쳐 내 식탁에까지 이르는지 대략이라도 알아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저자의 생생한 필치로 눈앞에 훤히 펼쳐지는 울타리 안 동물들의 일상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고기를 먹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조금 잦아지면 울타리 안 동물들의 삶이 나아질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이 책에는 특히 소, 돼지, 닭의 산업축산 사육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탐욕이 인간에게 최소한의 염치마저 빼앗아간 실상을 알려준다.
동화 속 마녀는 헨젤과 그레텔에게 빵을 먹여 살을 찌우려 했지만 맛있는 쇠고기가 되기 위해서는 옥수수가 핵심이다.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쇠고기를 많이 먹는 미국인을 ‘움직이는 콘칩’이라고까지 했다. 호주에서 수입하는 쇠고기도 미국 쇠고기에 못지않게 부드럽다. 몽골의 소처럼 목초만 먹었다면 조금 질겨야 마땅한데 부드러운 건 도살하기 5개월 전부터 옥수수 사료를 집중해서 먹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우도 마찬가지다. 품종은 비록 다르지만 사료가 같으니 살코기가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 살코기가 부드러우면서 덩치도 크게 소를 개량할 수는 없을까? 축산과학이 나섰다. 몸집이 충분히 커질 만큼 사육 기간을 늘리면 비용도 증가하지만 살코기가 질겨질 뿐 아니라 맛이 떨어지므로 송아지의 덩치를 다 자란 소 못지않게 키우는 것이 중요했다. 산업축산은 그를 위해 소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입할 뿐 아니라 숫송아지는 일찌감치 거세한다. 그래야 움직임이 둔해져 체지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의 현주소다.
(…) 지방이 대리석처럼 물결치든, 이슬처럼 점점이 박혔든, 단백질보다 지방이 많은 살코기는 부드럽기 짝이 없지만 그런 근육을 가진 송아지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의 잔혹한 사육 방식에 의해 어린 나이에 그만 불구가 된 것이다. (…) 섬유질보다 많은 전분이 혹위에서 거품을 형성하며 부풀어 올라 폐를 압박할 경우 질식할 수 있으므로 인부는 서둘러 혹위까지 호수를 찔러 넣어야 한다. 그도 저도 귀찮으면 혹위 속을 몸 밖에서 들여다보며 해결할 수 있도록 옆구리에 구멍을 뚫는다.
그뿐만 아니다. 옥수수는 소화되며 산성이 된다. 중성이어야 할 소의 위가 산성화되면서 궤양이 생기고, 궤양은 위염과 간질환, 면역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옥수수 사료만 먹는 소는 간이 망가져 보통 5개월을 넘기기 어렵지만 강력한 항생물질이 그 위기를 넘기게 한다. 이는 항생제 내성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쇠고기에도 항생제 성분을 남길 수 있다. 그렇게 1년 이상 키우면 아직 송아지인데 어느덧 다 자란 소의 몸집이 되고 몸은 기진맥진 상태가 된다. 그 때가 대략 생후 20개월 전후다. 아래 턱 앞니의 젖니가 영구치로 바뀔 때이므로 사람과 비교하면 일곱 살 미만이다. 그 나이가 되면 대부분의 소는 이래저래 죽는다. --- p. 94-96
돼지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위아래 턱의 송곳니 여덟 개가 절단되고 꼬리도 잘린다. 마취가 먼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비용 관계로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동물복지에 어긋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과학축산은 어금니로 어미의 젖꼭지를 물어 상처 내는 걸 방지해야 하고 철분이나 영양이 부족한 새끼들이 장차 서로 꼬리를 물어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 가족농 울타리 안의 돼지나 풀밭에 방목하는 축사의 돼지에게는 불필요한 일이다. 일상이 단조로운 축사에 밀집돼 있지 않다면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2주에서 3주가 지난 어린 수컷은 거세를 한다. 청결한 상태에서 거세한 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소독하고 치료해주는 게 원칙이라고 산업축산은 복지 규정을 마련했지만, 그 실행 상황을 누가 감시하는 건 아니다. 생후 1주일 만에 마취 없이 인부의 억센 손으로 우악스럽게 작은 고환을 떼어내는 축사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새끼들 일부가 쓰레기통에 처박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손실보다 마취와 치료에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p.113-116
부리가 잘리고도 살아남은 산란용 암평아리들은 사료를 먹을 때만 불이 켜지는 어두운 양계장으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고, 거기에서 120일 동안 몸집이 불어 성숙하면 드디어 먹은 사료를 계란으로 바꾸어내는 기계로 전락할 차례다. 산업축산은 그 전에 다시 부리를 뭉툭하게 자른다. 이제 운 좋은 2퍼센트의 닭은 톱밥이나 쌀겨로 바닥을 두툼하게 만든 양계장으로 가서 짚둥우리에 알을 낳을 것이지만, 나머지 98퍼센트의 산란용 닭들은 수컷을 만나지 못한다. 산란용 닭들은 특수한 철망상자를 3층이나 4층으로 쌓은 양계장에 갇혀 죽기 전까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닭이 날개를 펴고 흔드는 폭은 대략 50센티미터 정도지만 산업축산의 철망상자는 날갯짓을 허용하지 않는다. 양계장 한 곳에서 최소 100만 마리 이상의 산란용 닭을 사육하는 미국은 보통 가로 45센티미터 세로 30센티미터의 철망상자 안에 네 마리에서 다섯 마리의 암탉을 넣는다. 대낮처럼 밝은 불빛 아래에서 처음 만난 닭들은 뭉툭한 부리로 서로 쪼아 서열을 정하지만 낳은 계란이 저절로 굴러 모일 수 있도록 20도 경사로 기울어진 상자 안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닭들은 낮은 서열의 닭을 연실 쪼아댈 게 뻔하다. 상자에 네 마리를 넣으면 1년 이내에 9.6퍼센트가, 다섯 마리를 넣으면 23퍼센트가 죽는 것으로 계산되었는데도 과학축산은 다섯 마리를 권고한다. 사료 소비량과 계란 생산량을 비교할 때 다섯 마리를 넣어야 이익이 더 나온다고 비정하게 계산한 것이다. --- p.151-152
인간의 울타리에 들어온 소, 돼지, 닭에서부터 실험실의 생쥐와 돼지,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 거실이나 골목 어귀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나 고양이까지 두루 살펴본 저자의 시선은 결국 인간에게 이른다. 저자는 인간을 보호하는 자연을 보호하는 길만이 인류가 살 길이라고 한다.
2011년 10월 70억 명으로 인구가 늘어난 인간을 흔히 ‘홀로세(Holocene)의 공룡’이라고 말한다. 쥐라기에 번성했던 공룡은 한 종이 아니었는데 홀로세의 공룡은 오직 한 종이다. 공룡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구와 거대 운석의 충돌로 멸종했지만 홀로세 공룡은 멸종을 자초한다. 자신의 환경을 본격적으로 파괴한 지 500년 만의 일이다. 지질연대로 환산하면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핵과 생명공학을 앞세우는 홀로세의 공룡은 알량한 과학기술을 믿고 천년만년 살겠다고 버티지만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핵발전소가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를 보라! 사람들이 탈출한 울타리 안에서 가축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거나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가축들의 참상은 어떤 내일을 웅변하는가? 자연 앞에 미약한 존재인 인간은 예외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본문 227-228쪽
울타리 안팎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몸과 맘이 건강할 때 생태계의 산물인 사람이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구속한다. 자본과 손잡은 거대 과학이 이끄는 대로 길들여졌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인간 동물원에 갇힌 우리는 자신의 내일도 지속가능하리라 확신할 수 없다. 울타리 안의 동물들이 우리 인간의 내일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본문 270쪽
동물 인문학 글 박병상|그림 최병국|이상북스|2015.12
인간과 더불어 사는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성찰
추천의 글_ 김경집 5
추천의 글_ 이경재 8
들어가는 글 17
1장: 공존이 두려운 해충 삼총사
뼈대가 약한 존재, 그대의 이름은 모기 28/ 밀가루가 두려운 파리 31
바퀴는 집안 위생의 지표 36 / 해충 삼총사가 도시에서 사라지면 41
2장: 지구온난화와 해안개발이 안긴 겨울철새 묵시록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수지의 겨울철새 53 / 보톡스의 치명적 유혹 56
온난화, 보툴리누스, 그리고 오리 59 / 위축된 철새들의 비빌 언덕 64
개발이라는 보톡스 68
3장: 천수답이 사무치게 그리운 동물 71
논을 떠난 무자치 77 / 논둑에서 만나고 싶은 드렁허리 82
논고랑을 잃은 미꾸라지 86 / 꼬맹이들을 유혹하던 왕잠자리 92
거머리가 그리운 논배미 97 / 천수답이 지속 가능하다 102
4장: 골프장이 몰아낸 동물 107
적막한 숲을 잃은 하늘다람쥐 114 / 골프장에 가로막힌 담비 121
아스팔트가 두려운 산골 족제비 127 / 적극적 생태평화의 길 132
5장: 호수가 된 강을 떠난 물고기 137
모래 잃을 내성천의 흰수마자 142 / 촛불집회를 기다리는 꼬치동자개 147
황사를 만난 누치 151 / 투망을 비웃는 꾸구리 156
지위가 위태로운 꺽지 161 / 큰빗이끼벌레는 무죄 166
피해는 사회적 약자부터 170
6장: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원망스런 생선 175
덕장을 잃은 황태 180 / 고등어, ‘국민생선’에 등극했어도 185
모슬포는 방어를 사수하겠지만 189 / 핵발전소가 다시 폭발한다면 196
7장: 숨죽이던 터전을 떠난 맹꽁이 201
알현하기 어려운 맹꽁이 205 / 맹꽁이는 맹꽁이가 아니다 207
대체서식지는 싫어요! 210 / 여전히 보호해야 할 맹꽁이 216
도시에서도 사라지려나 218
8장: 입국사증과 달리 수난되는 안팎의 동물 223
적응력을 과시하는 겨울의 뉴트리아 229 / 주홍날개꽃매미가 전하는 메시지 235
미국에 진출한 우리의 대표 민물고기, 잉어 240 / 내일이 걱정스러운 가물치 246
애완용일 수 없는 외래동물 252
9장: 유기농업의 확산을 기다리는 황새와 따오기 261
복원다운 복원을 기다리는 황새 267
보일 듯 보이지 않아야할 따오기 276
복원은 앵벌이와 무관해야지 283
10장: 복원이 달갑지 않은 멸종 위기의 야수들 291
돌아갈 자연이 없는 호랑이 297 / 여우야 어디에서 뭐하니 304
숲을 뒤흔드는 늑대의 포효가 그리워라 311 / 복원이 두려운 멸종 위기종 318
11장: 갯벌과 더불어 사라지는 연체동물 323
하늘이 준 우리 갯벌 328 / 기가 막힌 서해안의 산낙지 335
터전 지키는 백합에 감사하며 341 / 삶터를 빼앗긴 바지락 346
겨울바다를 밥상에 끌어오는 꼬막 351 / 황금알을 낳는 갯벌 355
12장: 치르르, 맴맴, 귀뚤귀뚤, 계절을 여는 곤충 363
여치는 웬만해서 떼로 덤비지 않지, 아무렴 368 / 가로등 아래 목이 쉬는 도시의 매미 375
가을을 선언하는 귀뚜라미의 우정 380 / 사람의 계절과 곤충의 계절 386
나가는 글 389
출판사 서평
생명체에 대한 인문적 성찰을 통한 자연과의 화해
모든 생명은 나름대로 가치와 의미가 있다. 우리는 동화를 읽으면서 토끼와 양을 잡아먹는 늑대를 증오하지만 그건 자연의 삶의 방식일 뿐 아니라 결코 필요 이상 잡아먹지 않는, 즉 불필요한 낭비는 없는 자연의 질서를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 환경(environments)이라는 말보다 생태(ecology)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경은 여전히 인간을 중심에 두지만 생태는 공존의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동물일까? 인간처럼 잔인하고 철없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생태’의 관점에서 여러 동물들을 살펴보면서, 때로는 동물들과 결코 친하지 못한 인간에게 성찰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묻는다. 자연이라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존의 공간에서 인간이라는 동물은 혹 스스로가 얕잡아보는 해충들보다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동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맹꽁이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는 맹꽁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자들조차도 맹꽁이가 장마철에 운다는 것,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알을 낳아 얼마 만에 성체로 변태해 사라진다는 정도만 알 뿐, 장마철 전후엔 어디에 머물며 무엇을 먹고 얼마나 동면하는지는 거의 모른다. 막 변태한 어린 맹꽁이는 어린이 새끼손톱만한데, 다음 장마철에 나타나는 성체는 45밀리미터나 된다. 그 사이의 행적은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이 책 《동물 인문학》은 인문학자 김경집의 표현대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유심히 바라보지 못한,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를 다양한 생명체들의 관점에서 파헤치고 있다. 갯벌의 연체동물에 이르기까지 생태계의 모든 동물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과연 우주가, 자연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직면한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의 복원만이 모든 생물과 평화롭게 사는 방법!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제대로 순환해야 건강하다. 순환이 원활치 못하면 병에 걸리고, 멈추면 죽는다. 38억 년 동안 살아온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개체의 삶은 짧아도 개체들이 모인 종의 수명은 길듯, 종들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수명은 더욱 긴데, 순환되는 생태계는 38억 년 동안 지구를 건강하게 이끌었다.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진화와 멸종을 반복하며 표면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숨 쉬고 먹고 배설한 이래, 지구는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면서 대기를 구성하는 원소의 균형을 변함없이 유지해 왔다며 그는 지구를 ‘대지의 여신’, 즉 ‘가이아Gaia’라고 찬미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생태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사례들을 12개 항목으로 나누어 해안, 갯벌, 논, 과수원, 골프장, 4대강, 도시 주거지 등 모든 지역에 걸쳐 많은 동물들이 우리 조상과 어떤 평화 관계를 맺고 살아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이 이 대지에 언제쯤 왔는지에서 시작해 각 동물의 생활 특성, 또 사람에 의해 어떻게 참담하게 이 땅에서 쫓겨나고 있는지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40종 이상의 동물의 생활상과 과거 개발 전의 우리 부모 세대들과 공생했던 동물들의 모습을 이야기로 전하며, 이런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의 복원만이 우리가 이 땅의 모든 생물과 평화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질병이 돌면 양계장의 닭들은 살처분을 면하지 못하지만 자유로운 삶과 휴식이 보장된 마당의 닭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약에 의존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는 대신 건강수명은 오히려 후퇴했다. 사람만이 아니다. 사람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애완동물도 그렇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겠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은 몇달 못가 멸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동물 이야기는 바로 사람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 후손의 이야기다.”
책속으로
호주 원주민은 사막을 횡단하다 파리 떼를 만나면 몸을 맡긴다. 손을 아무리 휘둘러도 소용없던 백인 의사 말로 모건은 달려드는 파리 떼로 괴로웠는데 몸을 맡긴 원주민은 어떠했나? 자전적 소설, 《무탄트 메시지》에서 말로 모건은 탄식한다. 귀와 콧구멍까지 들어간 파리들이 찌든 땀을 모조리 핥아 먹자 몸은 깨끗해지고, 더 먹을 게 없는 파리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 게 아닌가. --- p.35
알도 레오폴드는 새끼들과 뛰어노는 늑대 무리를 우연히 발견하곤 늘 그래왔듯 총알이 다 떨어지도록 쏘았다. 이윽고 의기양양 죽어가는 늑대 무리에 다가갔더니, 이런! 눈에 맹렬하게 비치던 초록빛 불꽃이 서서히 꺼지는 게 아닌가.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대지의 윤리’를 제창하는 자연주의자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1872년 중반,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미국 옐로스톤에서 관광객 운집을 염두에 두고 사슴 잡아먹는 늑대를 모조리 없앤 적이 있다. 그러자 놀랍게 늘어난 사슴들이 풀을 거침없이 먹이치우더니 속절없이 죽어갔다는 게 아닌가. 지금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다른 곳의 늑대를 데려와 사슴의 수를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 p.315
기생충 학자 서민은, 구충제와 소독된 식품으로 기생충이 사라지면서 사람에게 없던 고질병이 생겼다고 말한다. 우울증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그것이다. 그런 이른바 ‘문명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기생충을 일부러 감염시키는 치료가 있다는데, 신문지 뭉치 한 방에 몸이 으스러지는 파리, 모기와 바퀴가 사라지면 인간은 그만큼 건강해질까? 얼마나 건강해질는지 알 수 없지만, 해충 삼총사가 모조리 사라진 사회에서 이야기는 무척 줄어들 거 같다. 약을 뿌리고 또 먹는 인간은 무척 쓸쓸해지겠지. --- p.43
1992년 4월에 발생한 LA 폭동에서 한 거리의 소년은 생중계되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나는 소리만 들어도 무슨 총인 줄 안다”고 자랑했다. 그 방송을 본 미국의 생태운동가는 청소년이라면 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인지 알아야 할 시절이 아닌지 개탄했다는데, 우리는 어떤가? 속도와 경쟁은 소외를 낳는다.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길 바라는 생태운동가는 학교에 틀어박힌 아이의 손을 잡고 자연으로 나가자고 부모에게 제안했다. 다채로운 생물이 어우러지는 자연에 머물다 보면 이웃을 따뜻하게 이해하면서 배려하는 생태적 감성을 함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리라. --- p.143
4월에서 7월이면 바위나 큰 돌 아래 둥글게 알을 붙여 낳는 꺽지는 수컷이 알 보호를 자청한다. 부화한 뒤에도 새끼들이 바위틈을 떠날 때까지 적극 보호하는데, 자연은 꺽지의 부성애를 한껏 이용하는 동물을 등장시켰다. 수컷이 지키는 바위틈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꺽지 알 주변에 제 알을 붙여 낳는 감돌고기가 그들이다. 꺽지보다 빨리 부화하는 감돌고기 새끼들은 스프링으로 튀듯 잽싸게 바위틈을 빠져나가는데, 이후 뒤늦게 부화하는 어린 꺽지를 조심해야 한다. 저보다 작은 물고기를 한입에 삼키며 무럭무럭 자라는 꺽지는 치어 때부터 무시무시하다.--- p.164
킬로그램 당 100베크렐이 일본의 수산물의 방사능 기준치인데 우리가 그 기준을 따른다. 하지만 체르노빌 이후의 어린이와 성인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조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전쟁 방지를 위한 의사회’는 생각이 다르다. 성인은 8베크렐 어린이는 4베크렐 이하일 때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축정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주장한다. 그 기준을 적용받는 독일인에 비해 우리와 일본인이 방사능에 10배 이상 저항력이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바다에서 잡아들이는 생선을 독일인보다 더 먹는데, 명태와 대구와 고등어 외에 방어를 추가해야만 한다 --- p.180
플루토늄은 무척 무겁다. 쇠가 더 가벼우니 후쿠시마 해안 아래 상당히 가라앉았을 텐데, 바닥에 많은 어패류가 알을 낳으며 산다. 커다란 어류의 주요 먹이인 까나리와 오징어도 바닥에 사는 종류인데, 덩치만큼 먹는 양도 상당한 방어는 제주도에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오호츠크 일원의 태평양으로 회유하는 도중에 동해안이나 후쿠시마 앞바다를 경유하며 바닥의 어패류를 허겁지겁 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플루토늄까지. 중성자가 느닷없이 하나 추가된 플루토늄은 알파선을 내뿜는데, 반감기가 무려 2만 4000년 이상이다. 전문가는 반감기의 20배 기간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대략 50만 년이다. --- p.192
많은 생태학자들은 지금을 ‘제6의 멸종’에 접어든 시대라고 경각심을 전한다. 지금부터 2억 5000만 년 전 분포하던 생물의 거의 90퍼센트를 사라지게 한 대멸종을 비롯해 가장 최근인 6500만 년 전의 대멸종까지, 4억 4000만 년 전부터 5차례 지구의 생태계를 강타한 대멸종은 화산이나 운석과 같이 급격한 환경변화가 원인이었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한다. 한데 현재 진행 중인 ‘제6의 멸종’은 순전히 사람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자연의 흐름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탐욕스런 개발행위로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있다는 경고다. - 본문 220쪽
생물이 지구에 등장한 지 38억 년 이래,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명멸했을까? 학자들은 3000만 종의 100배, 대략 30억 종에 달할 것으로 막연히 추산한다. 대략 100년에 100종이 새롭게 진화했다면 같은 기간에 99종이 멸종한 셈인데, 최근 멸종 속도가 5만 배 이상 높아졌다고 전문가는 추산한다. 게다가 순전히 사람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런 추세로 멸종이 진행된다면 지구에는 오로지 사람만 남을까? 아닐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아닌가. 생태계의 도움 없이 생존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겠지. - 본문 284쪽
우리 인간은 방사될 호랑이를 어떻게 맞아야 하나? 불행하게도, 수천 개의 덫으로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맞이하던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거닐 때 호주머니에 곶감을 넣어야 했을까? 세계 최고의 밀도를 자랑하는 고속도로와 국도, 심산계곡까지 훼손한 스키장과 골프장은 ‘자연의 이웃’이 진저리치는 아스팔트를 거미줄처럼 펼쳐놓았다. 조각보가 된 금수강산은 호랑이 한 쌍이 필요로 하는 400제곱킬로미터의 생태계를 온전하게 보전하지 못한다. 좁은 산하에서 가족을 건사할 수 없는 호랑이는 안전한 증식장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축내며 일생을 보낼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떤 생명공학자가 백두산호랑이를 복제하겠다고 자청한 적 있다. 거참! 고양이의 난자에 호랑이의 체세포 핵을 넣고 사자가 임신하는 방식이었는데, 다행인가? 실패했다. 아니 시도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 본문 302쪽
여우는 교활한가? 대개 깔끔한 오소리 굴을 차지하는 여우는 오소리가 나간 사이 일부러 자신의 배설물을 흩어놓는다는 걸 관련학자는 실증적 예로 든다. 지독한 냄새에 진저리를 치며 오소리가 떠나는 걸 알기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여우는 교활하기보다 영리한 걸 테지. 둔갑술이 묘하다던데, 야음을 틈타 인가 근처 들판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며 들쥐나 토끼들을 잡아먹는 모습을 멀찍이 본 사람의 착각이 아닐지. 아무튼 인간이 붙인 부정적 상징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땅의 전설을 풍요롭게 만든 여우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칠흑 같은 밤, 굽이굽이 고개를 넘으면 보였던 불빛 희미한 오두막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 본문 305쪽
10년이면 바뀌던 강산이 요즘은 3년이면 뚝딱인데, 요즘 도시 매미의 한살이는 고달프기 짝이 없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표토층이 뒤덮이지 않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개발을 위해 뽑히는 나무를 용케 피해야 삼복의 햇볕을 만끽할 수 있다. 산성화가 심화된 대지를 뚫고 나무줄기로 오른 수컷에게 주어진 시간은 달포. 일가를 이루려면 시간 내에 짝을 기필코 찾아야 하는데 어찌 사생결단하지 않을 수 있으리. 어쩌면 도시라서 매미는 더 시끄럽게 우는 걸지 모른다. 자동차 소음으로 뒤덮인 작은 녹지에서 경쟁마저 치열하므로. - 본문 377쪽
출처: 다음 블로그 음악과 여행 Philip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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