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가족의 달이 맞는 것 같다. 2주 전부터 이야기 되어오던 어버이날 가족식사는 삼촌의 의령 마라톤 대회와 연결하여 고향방문으로까지 이어졌다.
출발하기 전 아침에 간단하게 막내아들의 생일축하가 있었다. 생일선물을 요구하는 막내더러 부부가 답했던 것은 어버이날 선물은 ? 이었다. 샘샘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건 부모님들께도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빚을 내어 선물하거나 용돈을 드릴 수도 없는 일이라 한 며칠 전전긍긍했다. 아내가 작은 봉투를 하나 마련하는 것을 얼핏 보긴 했지만 ... 그래서 오월은 마음 불편 달이기도 하다.
부모님들과 삼촌내 진주 아제가 가족묘원으로 먼저 향했고 큰 여동생네와 막네동생도 동참했다. 원래 단촐하게 식사나 같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내의 선동?에 의해 고향으로 모이게 됐다. 이런식의 만남이 좋을 수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공식 벌초는 아니지만 온 김에 주변을 정리한다고 낫 몇 자루로 웃자란 풀들을 베어냈다.
다들 개운해 했다.
거기에다 어버이날 꽃을 놓고 그야말로 약식 문안인사를 올렸다.
자식들은 부모님께 꽃을 선물했지만 아버지·어머니는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저승에 계신 조부님과 조상님들에게 꽃을 올렸다. 솔직히 부담스러운 나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나선 길이었고 간만에 고향의 봄과 골목에 마음 빼앗겼던 날이었다.
번개치기로 나선 걸음이기에 이렇다 할 제물은 차리지 못했지만 소주 한잔 올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짓이 그 어느때보다도 정성어린 모습이었다.
미루어 짐작컨데 어머니 필시 조상님들 손주들 잘 챙겨주이소 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안 봐도 척이다.
유세차 이런 것도 없었다. 입향조 고조에서 증조 아버지 두루 인사올립니다 로 어버이날에 충실했다
묘원은 웃대부터 37세손 까지 배치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별도로 직계 조부의 묘가 있다.
당신 살아 계실 때 이 터는 아니었지만 웃대 조상들 모신 산소를 늘 다듬었다 . 하기사 그때는 그렇게 베어낸 풀을 소 먹이감으로도 주면서 별도의 꼴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결과적으로 일거 양득이었다고나 할까
어버지는 조부에게 어떤 불효를 지었을까
생존해 계셨다면 올해로 100세가 된다.
황사기 있는 하늘이건만 초록은 빛났다
나선 걸음에 작은 할배와 할매 묘도 들렸다. 이 산소는 진짜 오랫만에 들렸다.
간만에 인사를 올렸다.
묘원 주변에 5월의 꽃이 도처에 피었다. 조카 나정이가 그중 제일이다.
꿀풀
선씀바귀
골무꽃
엉겅퀴
백선
뱀딸기
찔레
꿩의 다리
다음 행선지 정하기 원래 의령읍으로 나가 소바를 먹기로 했는데 이동 시간이 있어 송산으로 정해졌다
30~40년 전 이 집 주인이 바뀌기 전 고기를 사러 오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달랐다 그 맛이, 더 라고 붙인다. 마트에서 사 먹는 고기 보다 맛있는 이유는 뭘까
계산은 총무인 아내가 함으로써 삼촌과 아제가 내가 사는 것으로 잘 못 알았다. 형제들이 매월 얼마씩 곗돈을 적립해서 오늘 같은 날 사용하는데 본의아니게 큰 조카가 내는 것으로 비춰졌다. ㅡㅡ 그랬으면 좋으련만
창원 삼촌과 진주 아제를 배웅하고 송산2구 이모댁으로 갔다.
이모집은 언제 봐도 정겹다
골목과 집뒤 풍경이 한 주간의 피로를 걷어가는 듯 했다.
이모는 계시지 않았다.
Everybody Loves To Cha Cha Cha - Sam Cooke -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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