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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냐 ‘우리 새끼들’이냐 4.6 경향
인간 사회의 경제에 있어서는 기계와 도구를 제작하고 조작하는 물질적 기술만큼이나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조직하는 사회적 기술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사회적 기술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것은,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역할과 자원의 배분을 사회 성원들이 그럭저럭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이다.
역사상 가장 두드러진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 온 장치는 바로 교육이다.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여 높이 쓴다는 말은 곧 훌륭하지 않은 인재를 갈라내어 배제하고 천대한다는 말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짧은 교육과 지적 능력을 탓하면서 그러한 불평등한 역할 배분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이러한 논리 자체는 어디까지나 사회 내에서의 위계 서열을 정당화하는 사회적 기술일 뿐 산업적 효율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시문을 잘 짓는 진사나리가 훌륭한 행정 관료가 되라는 법은 전혀 없다. 대학에서 플라톤을 읽는다고 훌륭한 회사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반세기 만에 고도의 산업국가로 압축성장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서 교육은 바로 이렇게 일 시킬 사람과 일할 사람을 불평 없이 갈라내는 위계적인 사회적 기술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다. 세계 최고라고 하는 대학 진학률로 나타나는 한국의 교육열은 우리가 유난히 지덕체를 고루 갖춘 인격체를 사랑하는 고상한 민족이어서가 아니라 사회 체제가 이렇게 가방끈이 짧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도록 되어 있다는 고도 성장기의 뼈아픈 기억이 낳은 과잉경쟁의 결과물에 더 가까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국·영·수가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국·영·수가 2차 산업혁명 시대의 굴뚝 공장 경영과는 무슨 관계가 있었던가? 국·영·수의 중요성은 산업의 효율성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학생들을 1등에서 꼴등까지 줄 세우는 가장 ‘변별력 좋은’ 장치였기 때문에 중요해진 것이 아니었던가?
문제는 그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이러한 역할 분담의 불평등을 훨씬 극단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염려에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비롯한 여러 기술혁신은 이미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간의 일자리라는 것을 지극히 불평등하게 양극화시키고 있다. 고액 연봉과 여유 있는 삶이 주어지는 초고숙련 전문 기능인들은 극소수이며, 압도적 대다수에게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월급 150만원짜리 일자리만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교육이 위계질서를 정당화하는 장치로 위력을 휘둘러온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자식들에 대한 더 많은 교육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현존하는 교육 체제가 이렇게 사람을 위아래로 나누는 장치의 성격을 본질적인 특징으로 삼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면, 피하지 말고 먼저 풀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산업 구조 또한 사회 성원들의 불평등한 위계제를 원칙으로 조직할 것인가? 그리고 그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기제로서 교육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 어떤 제도와 개혁을 도입한다고 해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아귀다툼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서 배제된 대다수의 인재들에게 교육이란 그저 수재들의 들러리나 서주는 무의미한 시간 낭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사회는 모든 성원들이 지위에 있어서나 역량에 있어서나 최대한의 평등을 공유하고 있어야만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에 소수의 엘리트를 갈라내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학생이 없도록 하여 모두가 똑똑해지는 것을 원칙으로 교육을 조직할 수도 있으며, 이것이 바로 핀란드 교육이 보여주는 바이다.
이것이 우리의 교육 제도가 끝없는 논쟁과 분란의 원천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고르게 더 현명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대해서는 성원들 전체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내 새끼가 남의 새끼보다 잘되는 교육 제도는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싸움밖에 벌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쪽이 현명한 미래의 선택인지는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다.
이 시대는 승자독식의 시대이지 1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리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패배한 이들은 갈수록 더 무참히 짓밟히는 잔인한 산업사회가 다가오고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내 새끼’냐, ‘우리 새끼’냐 그것이 문제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이재용과 우리는 얼마나 더 불평등해야 하나? 4.8 민중의 소리
지난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있었다. 장기형이 예견된 상황에서 이 재판의 관심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의 판결 요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박근혜가 이재용으로부터 받은 뇌물 액수는 72억 원이라는 점. 둘째, 그 외에 특검과 검찰이 기소한 200억 원이 넘는 3자 뇌물 혐의는 모두 무죄라는 점이었다.
이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이재용을 다시 구속할 근거가 생겨서 다행이다(뇌물 액수가 50억 원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함)”라는 안도의 한숨도 있고, “여전히 200억 원이 넘는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비겁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정말로 보수적으로 이재용한테 유리하게 판결을 한다 치고, 확정된 뇌물의 액수가 50억 원에 못 미친다고 인정하더라도 이재용에게 내려진 집행유예는 과연 정당한가? 우리가 지금 근본적으로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재용의 뇌물 액수가 얼마인지 세세한 법적 논쟁만이 아니다(물론 이것도 당연히 필요하긴 하다). 왜 한국의 사법체계가 이렇게 부자와 빈자 사이에서 불평등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그 불평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불평등하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기 위한 소득 5분위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경제학에서 소득 불평등을 연구할 때 많이 사용하는 기초 개념 중 소득 5분위 분류라는 게 있다.
소득 5분위 분류는 전체 국민을 소득 수준에 따라 한 줄로 쭉 세운 뒤 20% 씩 다섯 그룹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최상위 20%가 5분위, 그 다음 중상위 20%가 4분위, 그 다음 중위 20%가 3분위, 그 다음 중하위 20%가 2분위, 최하위 20%는 1분위로 분류된다.
그런 다음 각 그룹에 “당신의 가지고 있는 부(富)의 크기가 국가 전체 부에서 얼마를 차지할 것 같은가?”를 묻는다. 이때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는 자신들의 부가 미국 전체 자산 중 58.5%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위 20%가 무려 60%에 가까운 부를 독점한다니, 벌써 좀 불평등해 보인다. 그 다음 4분위, 소득 수준으로 따졌을 때 100명 중 21등에서 40등 쯤 되는 꽤 잘 사는 중상위층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자신이 차지하는 부가 20%쯤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딱 중간층인 3분위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20%에도 크게 못 미치는 12%라고 짐작했다. 중하위층인 2분위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이 고작 6.4%밖에 안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최하위층 1분위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겨우 2.9%라고 짐작했다.
조사에서 나타났듯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매우 불평등하다고 인식한다. 최상위 20%가 60%의 부를 독점하고 최하위 20%는 고작 2.9%만 갖는 사회는 실제로도 매우 불평등해 보인다. 그런데 진짜로 놀라운 사실이 있다. 앞에서 설명한 통계는 사람들의 짐작일 뿐이다. 진실은 사람들의 상상과 완전히 다르다. 실제 통계는 이렇다. 가장 잘 사는 5분위 사람들은 자신들이 58.5%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무려 84.4%를 갖고 있다. 두 번째로 잘사는 그룹은 자기들이 대략 20% 정도의 부를 갖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11.3%밖에 못 갖고 있다. 이들은 분명 중상층인데도 자신들의 상상보다 훨씬 못 사는 셈이다.
정 가운데 3분위는 12% 정도의 부를 갖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부는 전체의 고작 3.9%다. 하위층 2분위는 자기들은 그래도 한 6.4% 정도는 갖고 있다고 믿는데, 실제로는 그의 30분의 1 수준인 0.2%를 갖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최하위층은 자신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짐작이나 제대로 하고 있을까? 천만에, 최하위층의 착각도 엄청나기는 마찬가지다. 1분위는 자기들이 아무리 못 살아도 전체 소득의 2.9%정도는 갖고 있다고 믿는데, 실제 이들의 소득은 상상의 30분의 1 수준인 0.1%에 불과하다.
이게 무슨 뜻일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평등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리얼리는 “천만에요. 당신들은 몰라요!”라고 답한다. 실제 통계를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다.
우리의 사법체계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다
박근혜 1심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의 사법체계가 불평등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진실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 불평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박근혜 1심에서 삼성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뇌물이 73억 원이다. 그래서 이재용이 상고심에서 다시 구속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뇌물을 73억 원이나 갖다 바쳤는데 다시 구속(고작 5년?)하는 게 과연 평등한가?
사람들은 “그래도 구속만 된다면 다행이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인정하는 것 자체가 바로 한국 사법체계의 불평등 정도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박근혜에게 180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벌금을 미납하면 3년 노역형에 처하겠다고 한다. 3년 노역의 가치가 180억이라는 이야기다. 이게 말이 되나? “감옥에서 3년 노역하면 180억 원 주겠다”고 발표해보라. 너도나도 그거 하겠다고 자원할 것이다.
물론 노역형의 한계가 3년이라는 것을 잘 안다. 1심 재판부가 판결을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법체계 자체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평등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왜 노역형의 제한이 3년이어서, 부자들의 노역을 1년에 60억 원으로 쳐주는 황당한 불평등이 존재하는지 그 설명을 하라는 것이다.
판사들은 “법에 충실히 판결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주장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노역형이야 법이 그러니까 넘어간다 쳐도 나머지 재벌들에 대한 판결을 보면 대부분 판사들의 재량에 의한 관대한 판결이었다. 한국의 사법부는 이 질문부터 답해보라. 왜 24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 해고는 정당한데, 전과 2범이며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여전히 그룹의 회장인가?
판사들 중 가장 심하게 이재용 편을 들었던 이재용 2심 재판부 정형식 판사도 뇌물 액수가 36억 원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뇌물액이 36억 원이면 집행유예로 풀어줘도 되나?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에게 3477만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윤 모 씨는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3500만 원이 실형인데 36억 원은 집행유예인 이 개떡 같은 기준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대법원 양형 기준 역시 3000만~5000만 원의 뇌물공여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1년 6개월을 권고하고, 1억 원 이상의 뇌물 공여자에게는 2년 6개월~3년 6개월이 기본형이다. 이거 당신들이 직접 정한 양형기준이라는 말이다.
댄 애리얼리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정확히 아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한국 사법체계의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불평등한 세상에서 사는지 진실을 측정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은, 2400원을 횡령하면 해고를 당하고 1000억 원을 횡령하면 재벌 회장으로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3500만 원을 뇌물로 주면 실형을 사는데, 36억 원을 뇌물로 주면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사실이다. 이게 바로 상상을 초월하는 한국 사법체계 불평등의 민낯이다.
우리가 새로 만드는 세상은 이 불평등함을 정의로운 평등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재용에 대한 상고심을 앞둔 우리의 주장은 “이재용을 다시 구속하라!”여서는 결코 안 된다. 대신 우리의 주장은 “이재용을 충분히 오랫동안 구속하라!”여야 한다. 상상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한국의 사법체계를 바꾸는 방법은 바로 이재용을 충분히 오래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기에 멍드는 한국..대부분 지인에 속아 '가슴앓이' 4.8 세계일보
깊어지는 사회 불신/피해사례 2016년 51만건 껑충/강력범죄보다 가볍게 봐선 안돼/타인·국가신뢰도 OECD 하위권
일확천금을 꿈꾸던 이모(59)씨는 2012년 2월 평소 잘 아는 A씨한테서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국방성에 자금을 조달하던 외국인 사업 파트너 제프리가 병원 치료를 받으려고 한국에 왔다”며 “병원비를 대신 내주면 (높은 이자까지 쳐) 갚아주겠다”고 꼬드겼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A씨는 6차례에 걸쳐 1940여만원을 선뜻 건넸다. 이씨는 두 달 뒤 다시 A씨에게 접근해 “제프리의 호텔 숙박비가 필요한데 우리가 사용하는 계좌가 세계은행에서 보증하는 특수계좌라 인출이 쉽지 않다”며 1420여만원을 받아 갔다.
사기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A씨는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테러집단인 알카에다 자금으로 의심해 묶어둔 자금을 풀려면 돈이 필요한데 다시 한번 빌려주면 그간의 빚을 다 갚아주겠다”는 이씨의 말에 속아 3870만원을 더 뜯겼다.
이런 사기행각을 펼치다 수사기관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지난달 29일 벌금형(1000만원)을 받았다.
8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2년 사기범죄 피해 추정 사례는 33만8519건에서 2014년 34만7781건, 2016년 51만5256건으로 껑충 뛰었다. 2016년 기준 사기 피해 추정 총액만 2조3804억여원에 달한다. 사기 피해자가 뜯긴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비율은 2014년 91.44%에서 2016년 83.34%로 하락세이나 여전히 피해자 대부분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평소 잘 알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의 경우 마음의 상처가 깊고 세상 자체를 불신하기도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수형 박사는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다른 범죄 피해자와 달리 ‘내가 그 사람에게 속았다’는 자책감이 커서 정신적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기범죄를 강력범죄보다 가볍다고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기 피해자가 자책감이 지나치면 우울증에 따른 극단적 선택과 심지어 강력범죄에 손을 댈 수도 있어서다. 전문가들이 개인끼리나 국민과 국가 간 불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6년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상’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 통합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타인 신뢰도’에서 우리나라는 35개 회원국 중 23위에, ‘정부 신뢰도’는 33개국 중 29위로 최하 수준이었다
(박성현의 만인보로 보는 일상사-5화)투기의 나날들 4.9 뉴스토마토
“군산 제이 부자는 / 일제 미두상 심부름꾼으로 부자 되고”
최근 몇 년 사이 인류에게 벌어진 일들 중 획기적인 한 사건을 꼽으라면 컴퓨터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의 등장일 것이다. 2009년 처음 도입된 이래 ‘혁신’으로 주목받던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투기수단으로 변질되어 작년 국내에 열병처럼 번지자 정부는 규제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은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2017년 대한민국을 휩쓴 비트코인 광풍은 이 가상화폐가 고안될 때 바탕이 된 철학이나 이상을 공유해서라기보다 월급으로 살기 힘든 현실을 쉽게 벗어나고픈 투기 심리가 확산된 탓이라 볼 수밖에 없다.
혁신과 투자, 투자와 투기 사이
2017년 12월28일 정부가 거래 실명제 실시와 거래소 폐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상화폐 규제책을 발표하자,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다른 가상화폐들의 가격 하락을 불러왔으며 뉴욕의 증권거래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을 1600% 급등시킨 주역이 한국의 투자자들로, 이들이 비트코인 거래량의 12% 이상을 차지하고 이더리움과 리플 등 다른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에도 현저히 기여했다고 한다. 2016년 말 10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 12월17일 1만9783달러로 올라 최고치를 찍었을 때도 한국 투자자들 덕분이었으니, 한국 정부의 규제책 발표가 전 세계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을 불러온 현상이 놀라울 것도 없다.
디지털 암호화를 이용한 화폐시스템인 암호화폐의 기원은 1990년대 초 등장한 사이퍼펑크(Cypherpunk)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자상의 암호화 기술을 통해 사생활과 보안성을 확보하려 했던 이들에게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권리를 침해하는 감시와 검열에 맞서고 정부와 권력구조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지향성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기존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연구자가 내놓은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이러한 지향성과 상통한다. 암호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은 미리 합의된 구조에 따라 참여자 모두가 데이터의 기록과 관리에 참여하는 공개분산장부이다. 제3의 신뢰기관 없는 완전한 P2P(peer-to-peer network, 동등계층 간 통신망) 방식의 새로운 전자화폐시스템이란, 중앙의 통제 없이, 암호화 기술을 통해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개개인 모두가 시스템의 작동을 통제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탈중심적인 사고와 평등하고 민주적인 방식을 지향하는 철학 혹은 이상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 운용과정에서 비트코인은 마약 등 불법 물품을 거래하는 ‘실크로드’라는 웹사이트에서 유일한 지불수단으로 사용되어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비트코인 재단의 창립멤버이자 비트코인 거래회사 비트인스턴트(BitInstant)의 최고경영자였던 찰리 슈렘(1989년생)은 비트코인이 마약 익명 거래에 사용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온라인 마약거래업자에게 비트코인을 팔았다는 이유로 돈세탁 혐의를 받아 체포되었고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다큐멘터리 영화 <뱅킹 온 비트코인>(Banking on Bitcoin, 2016, 감독 크리스토퍼 카누치아리)에 나온 한 인터넷기업가의 말은 인상적이다. 이 산업(암호화폐)을 일군 찰리가 한 사람에게 비트코인을 팔고 그 사람이 마약을 살 사람들에게 다시 비트코인을 팔았을 때 찰리는 감옥에 갔는데 은행가들이 세계경제를 거의 파괴해 버렸을 때는 그들 중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만)23세 청년(찰리 슈렘)은 대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감옥에 갔다, 라는 것이 그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뱅킹 온 비트코인'에 등장하는 찰리 슈렘. 사진/유튜브 캡처
투기의 심리
미국이 여러 해에 걸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반면, 한국에 상륙한 이 ‘신문물’은 그 전후맥락에 대한 이해보다는 주식투자 식의 새로운 투자 대상 개념으로 전화되어 퍼져나갔다. 비트코인이 결제수단과 같은 본래의 용도로 사용되기보다 투기성이 농후한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다보니―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도 보이는 현상이지만―블룸버그통신이 ‘그라운드 제로(핵폭탄이 터지는 지점)’라고 표현할 정도로 유독 투자 광풍에 휘말린 한국에서는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세계 평균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투기 열풍이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전혀 낯설지가 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부동산 투기로 졸부가 된 사람들을 보아오면서 서민들은 정직하게 살아 번 돈으로는 평생 가야 집 한 칸 장만하기 어렵다는 박탈감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리하여 이들은, 주가조작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이윤을 보고 부에 부를 거듭해 구축해가는 거물들이 빠져나간 후, 항상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개미군단’이라는 비하적인 호칭을 받으며 때로는 벌겠지만 대부분은 잃게 되는, 어쩌다 올 요행을 기다리는 투자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복권을 사는 마음도 본질적으로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1969년에 등장해 70~80년대(1983~1988은 올림픽복권으로 대체)를 풍미하고 90년대 즉석복권과 2000년대 로또에 밀려 2006년에 완전히 사라진 추억의 주택복권은 서민들의 소박한 희망이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원형번호판에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화살이 날아가 꽂힐 때, 일주일 동안 간직한 복권 한 장을 꺼내들고 가슴 졸이던 사람들의 설렘은 번번이 실망으로 끝나도 매주 계속 되는 일종의 작은 의례이자 일상의 위로였던 것이다.
로또는 매해 판매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은 하루 평균 104억원어치나 팔려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오후 서울의 한 복권방에서 시민이 번호 기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두장의 풍경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상기시키는 장면이 하나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일보에 연재(1937~1938)됐던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는 군산의 미두장(米豆場)을 이렇게 묘사한다.
“미두장은 군산의 심장이요, 전주통(全州通)이니 본정통(本町通)이니 해안통(海岸通)이니 하는 폭넓은 길들은 대동맥이다. 이 대동맥 군데군데는 심장 가까이, 여러 은행들이 서로 호응하듯 옹위하고 있고, 심장 바로 전 좌우에는 중매점(仲買店)들이 전화 줄로 거미줄을 쳐 놓고 앉아 있다.”
이 “미두장 앞 큰길 한복판에서” 주인공 초봉의 아버지 정 주사가 “다 같은 ‘하바꾼’이로되, 나이 배 젊은 애송이한데 멱살을 당시랗게 따잡혀 가지고는 죽을 봉욕(逢辱)을 당하는”데, 그 이유는 밑천 없이 하바를 하다가 지고 나서 돈을 못냈기 때문이다. 하바꾼, 합백꾼, ‘절치기’라고도 불린 이들은 많게는 1~2원, 적게는 10~20전씩 걸고 쌀값이 오르내리는 것을 맞히는 도박꾼 즉 장외투기꾼들을 지칭하는데, 미두를 거래하는 미두꾼에서 전락해 합백꾼이 되기도 했다. 미두장 또는 미두취인소(米豆取引所, 거래소)는 쌀과 콩을 현물 없이 10%의 증거금만 가지고 청산거래 형식으로 사고파는 곳이었는데, 청산거래는 매매를 먼저 약정하고 나중에 현물과 대금을 주고받는 일종의 선물(先物)거래 방식이었다. 일제가 호남평야의 미곡을 수탈해 가는 거점이었던 군산의 미두장은 인천 미두시장의 분점에 해당하는 연시장(延市場, 소규모 미두시장)이었으나, 전국 9곳의 연시장 중 가장 번성했고 그러한 모습이 <탁류>에 녹아 있다.
군산 제일 부자는
해망동 썩은 생선 팔아서 부자 되고
군산 제이 부자는
일제 미두상 심부름꾼으로 부자 되고
군산 제삼 부자는
제 손톱 깎은 것도 내버리지 않는 구두쇠라
열 푼 들어가
반 푼 나오지 않는다
그중에서 그래도 좀 낫다는 게
제일 부자라
명절날에나
제 환갑날
이웃집에 떡 한 접시 돌린다
< … >
(‘군산 제일 부자’, 7권)
군산 출신으로 미두시장에서 일확천금을 이루었다가 파산한 인물이 있다. 군산에서 보통학교와 상업학교를 졸업한 김귀현은 일본인 대금업자 사이토의 집에서 금전출납을 맡아보았는데, 공금을 빼돌려 미두 거래를 하다가 사이토에게 들켰으나 용서를 받는다. 그러나 또다시 큰 돈을 횡령해 미두 투기로 잃은 후 사이토에게 고백하고 한번 더 용서를 받지만, 김귀현은 스스로 물러나 군산의 합백판과 연시장을 오가다가 결국 인천 미두시장에 입성한다. 1936년 2월26일 일본 육군의 황도파(皇道派) 청년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2·26사건 덕분에 거부가 된 그는 명치정 주식시장까지 진출해 명치증권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이 되는 등 대성공을 거두지만, ‘칼 물고 뜀뛰기’하는 투자방식을 답습해 3년 후에는 결국 빈털터리로 돌아갔다고 한다(전봉관, <럭키경성 : 근대 조선을 들썩인 투기 열풍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살림출판사, 2007, 133~140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전봉관씨가 쓴 책 '럭키 경성'. 조선최초의 과학적 부동산 투자의 달인 김기덕, 초호화 결혼식으로 조선을 달군 미두왕 반복창 등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성 속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진/살림출판사
일확천금 꿈의 집결소, 미두 투기장
1896년 4월1일 일본인 미곡상 14명은 인천 주재 일본영사관에서 미두취인소의 설립 허가를 받아 5월5일 ‘인천미두취인소’를 열었다. 명목상 목적은 미곡의 가격과 품질의 표준을 정해 미곡의 매집 경쟁에 따른 폐해를 방지한다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일본의 오사카도지마취인소에서 투기 거래로 파산한 일본상인들이 조선에서 재기를 꾀하고 일제가 조선의 미곡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였다.
처음에는 거래품목이 쌀·대두·석유·명태·방적사·금사·목면의 7가지였으나 이후 쌀과 콩으로 축소되었고 거래방법도 현물거래·선불거래·정기거래에서 실제로는 정기거래(장기청산거래)로만 이루어졌다. 그 이전에는 조선의 중개인을 거쳐 미곡을 일본으로 수출했지만, 인천미곡취인소가 생기면서 일본상인들이 거래와 유통을 장악하게 되고 미두취인소는 투기장으로 변모한다. 일제의 조선 병탄 이후 먹고 살 길을 찾아 인천으로 모여든 조선의 지주들이 쌀값 변동을 예측하는 도박판에 빠져들어 땅문서를 바치고 가산을 탕진하는 동안 일본인 중매점들은 쌀값을 조작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1920∼1930년대에는 일본인이 주재하는 미두거래소와 쌀클럽(미두거래를 주선)이 합작해 개장한 미두도박소가 서울에만 43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대단한 성공을 이뤘다가 빈털터리로 돌아간 유명한 조선인 미두꾼이 있다. 강화도 출신의 반복창(1900~1930) 또는 일본 이름 반지로로 불리는 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2세 때 부친이 빚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반복창은 인천으로 가 아라키라는 일본인 집에 아이를 보는 하인으로 들어갔는데, 아라키는 인천미두취인소에서 중매점(선물회사에 해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14세 때 인천과 오사카의 미두 시세를 소리쳐 알리는 ‘요비코’의 역할을 거쳐, 19세 때 중매점의 시장대리인 ‘바다지’가 된 그는 ‘반지로’로 미두시장에 데뷔하게 된다.
오사카에서 오는 전보 시세를 조작한 아라키가 취인소에 예치한 180만원 상당의 수표를 부도내고 도망간 후, 3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했던 미두시장이 다시 문을 열자 반복창은 직접 미두꾼으로 나서 일 년 만에 ‘미두계의 패왕’으로 일본에까지 알려진다. 반복창은 1921년 5월 당대의 미인 김후동과 초호화결혼식을 올렸는데, 결혼식 하객 전용 임시급행열차를 대절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미두 투기로 모든 것을 잃은 그는 1939년 10월 인천의 한 허름한 네 칸짜리 움막에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전봉관, 앞의 책, 49-77쪽). 예나 지금이나 투기를 하는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매순간 시세를 확인하고 매매를 반복하느라 사람답게 일상을 살 수 없다면, 언제든 전 재산을 잃어버릴 각오로 살아야 한다면, 최소한 가족은―혹자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러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만들지 않는 편이 좋겠다. 박성현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역사학 박사
"토할 뻔했다"... PD수첩이 고발한 '똥값아파트' 뒷얘기 4.9 오마이뉴스
[인터뷰] '아파트 가격 담합' 편 취재한 MBC < PD수첩> 김정민 PD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 PD수첩>은 지난 3일 '누가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가?' 편을 통해 아파트값 담합 실태를 고발했다.ⓒ MBC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우리 아파트가 왜 오르지 않느냐' 물었더니 주민이 멍청해서랍니다. 멍청한 주민 여러분!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 PD수첩> '누가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가' 편 보도 내용 중 일부다. 이날 < PD수첩> 취재진은 아파트값 담합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그 실태를 추적했다.
< PD수첩>이 고발한 실태는 사뭇 충격적이다. < PD수첩> 보도에 따르면 담합은 부녀회가 주도했다. 부녀회는 치밀한 행동지침에 따라 움직였다. 먼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저가의 매물을 지운다. 그리고 비협조적인 부동산 중개업자의 접근을 막고 우호적인 중개업자를 통해 매물을 비싸게 올린다. 이 과정에서 '똥값', '멍청한 주민' 같은 원색적 표현이 거리낌 없이 등장했다. 이런 조직적이고 치밀한 행동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방송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당장 국토교통부는 5일 공인중개사협회와 함께 공인중개사에 대한 집값 담합 강요 행위를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여러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별반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 가져다줬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권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까?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서 '아파트 가격 담합' 편 취재를 맡았던 김정민 PD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와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우선 취재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한 달 반 동안 취재를 진행했는데, 공인중개사와의 인터뷰가 많이 어려웠다. 우리가 접촉한 공인중개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를 꺼렸다. 입주민을 떠올리며 공포에 휩싸인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말 한마디조차 쉽게 하지 못했다. 동의 하에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음성변조를 약속했음에도 혹시라도 이런 낱말을 사용했다가 본인임이 드러날까 불안해했다. 이토록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했던 건 자신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는 인식 때문 아닐까 한다."
김정민 PD의 말대로, < PD수첩> 방송에 등장한 수원 광교의 모 부동산 업자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망보고 있어요. 누가 어디 갔는지까지 다 망보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이쪽으로도 다니면 안 돼. 이쪽은 입주자들이 다 보고 있잖아요. 공개적으로 했다가 죽을 일 했어요? 문 닫아야 돼요, 생업인데."
- 혹시 부녀회가 취재를 눈치 채고 압력을 가하지 않았나? 또 제보자가 부녀회로부터 보복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부녀회의 압박은 없었다. 또 어려움을 호소해 온 제보자들은 아직 없다. 방송 후 취재원 중 많은 분들이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 물론 항의한 분도 없지 않았다."
- 아무리 고가의 아파트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는 게 정상 아닌가?
"(보통의 시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재화 가격이 내려가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아파트 시장은 특별하다. 아무래도 아파트란 재화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파트는 싸다고 잘 팔리지 않는다. 그보다 다소 비싸도 호가가 상승하면 이를 시세로 인식하고 잘 팔린다. 무슨 말이냐면, 당장 3억에 나온 A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B아파트가 4억이지만 5~6억으로 오를 것 같다면 웃돈을 주고라도 B 아파트를 산다는 말이다.
게다가 아파트는 거래량이 많은 재화가 아니다. 거래 자체가 빈번하지 않기에 한 채만 거래가 성사되어도 이게 기준점이 된다. 이런 이유로 매도자들이 담합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쉬운 재화가 아파트다. 그리고 입주민들이 생각하는 집값의 기준은 '강남'이다. 강남의 C아파트가 20억이니까 우리는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아파트값 담합, 대한민국 병들게 만들 수 있어
- 방송에선 아파트 가격 담합에 따른 피해는 결국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언급하지 않은 또 다른 폐해가 있다면?
"담합은 실수요자들이 필요 이상의 비싼 돈을 들여 집을 사게 만든다. 여기에 담합이 통한다는 인식이 좁게는 서울, 넓게는 나라 전체로 퍼지면서 불로소득에 무감각해진다. 정부는 근로소득을 장려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전반에 활기가 돈다. 또 불로소득에 대해선 세금으로 귀속하는 게 정의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근로소득을 어리석은 행위쯤으로 보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일해서 얼마를 번다는 걸 터무니 없는 사고로 치부한다는 말이다.
부녀회는 스스로를 불로소득이 가능한 혜택 받은 집단으로 인식했고, 그래서 불로소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들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담합을 독려하고 온라인에서도 공공연히 이런 주장을 했다. 여기에 (입주민들은) 박수치며 환호했다.
처음 접했을 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병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로소득의 달콤함을 맛본 이들은 일해서 돈 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땀 흘려 노력하는 걸 소중히 여기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담합행위가 공론화되지 않고 시정되지 않으면, 그래서 이번에 체감한 실태를 더 젊은 사람들이 체감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고 보았다."
- 진행자인 한학수PD는 클로징 멘트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과연 이 전 정권과 달리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국민들이 준엄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번 정부에서는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보는가?
"관료들의 정서는 체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0~20년 전 관련 주제로 방송을 준비했던 선배들은 관료들이 잘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 취재를 통해 만약 아파트, 부동산 가격 정상화 기회가 있다면 지금이 마지막일 것이란 확신을 얻었다. 부동산 시장, 특히 집주인들은 이른바 '부동산 불패'를 의심하지 않았다. 새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당시 혼란을 겪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한다는 걸 고민하지 않았다. '잠깐 정부가 나서도 이번만 넘어가면 그만이다', '다시 우리 세상이 온다'는 믿음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 정권마저 서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미 체화된 부동산 불패 신화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차기 정부는 더욱 손쓰기 힘들게 된다."
- 언론이 부동산 불패신화를 조장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번에 비중 있게 취재한 부분이 바로 언론이다. 언론에서 부동산 호재를 강조하면 가격이 오른다. 반대로 부정전망을 내놓으면 떨어진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호재를 예상하는 언론이 훨씬 많다.
취재 중 만난 전문가 한 분은 신문, 특히 몇몇 경제신문들이 노골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한 기사를 쓴다고 했다. '어느 지역에 호재가 있을 것'이라고 방향을 잡고 '이 호재로 모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예정된다'고 쓰며 특정 아파트를 홍보하는 식이다. 취재 중 접촉한 모 경제신문 기자는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기도 한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다. 일부 경제지들이 부동산 시장을 부추기는 행태를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방송엔 나가지 않았지만 A교수는 부동산 관련 기사에 사용한 낱말들을 긍정/부정으로 분류하고, 논조를 긍정/부정으로 객관화했다. 이어 객관화된 자료를 부동산 가격과 연동시켰더니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담합은 심리를 파고든다. 그런데 심리를 부추기는 데 언론이 영향을 미쳤다. 주류 신문과 경제지들의 광고주가 대기업 건설사다. 따라서 이들의 이해에 눈감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주제를 더 파고들까, 아니면 거래 왜곡으로 방향을 잡을까 고민하다가 통일성을 위해 언론 문제는 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후속 보도를 한다면 다루고자 한다."
아파트값 담합 이면에 도사린 '천민 자본주의'
- 방송 이후 포털과 소셜 미디어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청자 반응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반응을 꼽는다면?
"'토할 뻔했다'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 스스로 취재를 시작하면서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리 아파트 몇억 가야 합니다'는 글을 목격하고, 여기에 반응이 있는 걸 보고 놀랐다. 그러나 한 달 넘게 취재하면서 무뎌졌다. 7명이 취재를 맡았는데, 팀원끼리도 어느 지역이 담합효과가 큰지 알아보다가 10억, 12억 하니까 '싸네' 하고 넘어가더라. 그러다 '언제부터 10억을 싸다고 했을까' 하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아마 입주민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여긴다.
방송 후 다양한 경로로 반응을 청취한다. 그런데 이번만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집주인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방송을 비웃었다. '정부 정책 실패를 부녀회 탓으로 돌린다', 혹은 '정당한 재산권 행사인데 사회주의를 하자는 거냐'는 식의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곳을 벗어나 인터넷 포털, 주변 지인, 소셜 미디어 등의 반응은 달랐다. 많은 분들이 분노했다. '대한민국의 천박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불편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부녀회나 입주민들이 바깥의 시선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보도 이후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집값 담합 강요 행위를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보는가?
"지금 정부가 마음먹고 나서지 않으면 실효성은 없으리라는 판단이다. 부녀회나 집주인들에게 또 한 번의 승리의 증거가 될 뿐이다. 언론에서 크게 다루고 정부가 나섰지만, 곧 관심은 잦아들 것이기에 지금만 넘기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식의 반응이 또 나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자존심을 걸고 매달려야 한다. 앞서 관료를 잠깐 언급했는데, 관료는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런데 지금은 관료들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 세금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 만큼은 관료들이 내놓은 정책이 시장에서 어떤 비웃음을 사는지 절감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 시장경제를 훼손하라는 말이 아니다.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그 어떤 왜곡 없이 아파트 시장이 시장 원리에 따라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라는 말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유야무야 넘어가면 두고두고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이명박, 기소 직후 페이스북 성명…"이건 무술옥사다" 4.9 newsis
구속기소 1시간30여분 만에 입장문 공개
"표적수사 10개월 지속…가히 '무술옥사'"
"정치보복 넘어 자유민주주의 와해 시도"
다스 삼성 소송비 대납·특활비 의혹 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구속되기 전 작성해 놓은 심경문을 자신의 SNS에 뒤늦게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나를 구속기소해 이명박 정부가 한 일을 적폐로 만들었다"며 검찰 수사와 기소는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전 대통령은 9일 오후 3시3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이 시작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검찰이 이날 오후 2시 110억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자신을 구속기소한 지 1시간30여분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이 목표다'는 말이 문재인 정권 초부터 들렸다"며 "어느 정도의 한풀이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제가 지고 가야할 업보라고 생각하며 감수할 각오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만 이건 아니었다. 저를 겨냥한 수사가 10개월 이상 계속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댓글 수사로 군인과 국정원 직원 200여 명을 수사받았고 이명박정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100여명 넘는 사람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가히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하다"고 평했다. 이는 무술년인 2018년 이 전 대통령 지인들이 줄줄이 조사, 구속되는 현실을 꼬집어 쓴 말로 해석된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안보 최일선에 섰던 국정원장과 청와대 안보실장, 국방부장관은 대부분 구속 또는 기소되는 실정"이라며 "외국에 어떻게 비칠지, 북한에 어떤 메시지로 전달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정적인 화풀이고, 정치보복인가보다 했지만 이명박 개인을 넘어서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맹공했다.
그는 자신이 받고있는 혐의에 대한 입장도 구체적으로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을 떠나 정치를 시작할 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며 "임기 중 어떤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일도 없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산 330억원을 기부해 학생들을 돕고,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중 받은 월급 전액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다"며 "무엇이 아쉬워서 부정한 축재를 하고 부당한 뇌물을 받겠냐"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그는 먼저 "저는 다스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가족 기업이기 때문에 설립부터 운영과정까지 경영상 조언을 한 건 사실이다"고 전제했다.
서울=뉴시스】 검찰이 9일 110억원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성명서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를 통해 "검찰의 기소와 수사결과 발표는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이며 이명박을 중대 범죄의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은 악으로 적폐대상을 만들었다" 라고 밝혔다. 2018.04.09.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photo@newsis.com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다스 주주들의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실질적 소유권'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더구나 다스 자금 350억원 횡령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에는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처음 들었다"며 "소송비 대납을 요구하거나 보고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이라며 "당시 이 회장은 IOC 위원 신분이 박탈될 위기에 있었고,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하게 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각계 건의를 받아들여 사면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보고받거나 지시한 일이 결단코 없다"며 "그러나 직원들이 현실적인 업무상 필요에 의해 예산을 전용했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권의 하수인이 돼 헌정사상 유례없는 짜맞추기 표적수사를 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는 제가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의혹들이 법정에서 그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덧불였다. 이 전 대통령은 끝으로 "그렇기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에 깊이 분노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16개 범죄혐의를 적용받아 구속기소됐다. 앞서 그는 지난달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이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2일 구속됐고, 이후 검찰 방문 조사를 거부했다.
연금저축 年225만원 납입…월 실수령액 따져보니 4.8 한국경제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017년 연금저축 현황 분석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금저축 적립금은 128조1000억원(계약수 699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118조원 대비 8.6% 증가한 금액이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이 94조9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대부분(74.1%)을 차지했다. 신탁이 16조8000억원으로 13.2%, 펀드가 12조2000억원으로 9.5%였다.
최근 3년간 신탁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2015년 14.1%→ 2016년 13.7%→ 2017년 13.2%)한 반면, 펀드 비중은 지속 증가(2015년 8.1%→ 2016년 8.2%→ 2017년 9.5%)했다.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60만3000명을 기록했다. 전년의 556만5000명 대비 0.7% 늘었다.
지난해 연금저축 총 납입액은 10조2000억원으로 계약당 연간 납입 금액이 225만원을 기록했다. 연간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인 400만원 이하 납입계약이 대부분(90.2%)이고 400만원 초과 납입계약은 9.8%에 불과했다.
지난해 연금저축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은 2조1000억원(71만3천건)으로 전년 대비 29.8% 증가했다. 계약당 연금 수령액은 연간 299만원(월평균 25만원)이었다. 국민연금과 연금저축에 모두 가입한 경우에도 월평균 수령액은 61만원으로 1인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104만원)의 59% 수준에 불과했다. 연간 수령액 200만원 이하 및 200만~500만원인 계약이 각각 52.3%, 28.9%에 해당하는 등 500만원 이하가 대부분(81.2%)을 차지했고 1200만원 초과 계약은 2.4%에 불과했다.
연금 수령 방법은 확정 기간형이 전체의 66.0%를 차지했다. 종신형이 32.4%, 확정금액형이 1.4%로 뒤를 이었다. 노후를 책임지기보다 노후 소득을 일부 보전하는 역할로 쓰인다는 의미다. 지난해 연금저축 신계약 건수는 총 36만2000건으로 전년(43만건) 대비 15.8% 감소했다. 해지계약 건수는 총 32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4.6% 줄었다. 중도해지 금액은 총 3조2000억원(해지환급금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高價 1주택에 보유세 인상 추진…‘제 2의 종부세’ 파동 일어나나 문화 4.9
- 재정개혁특위 오늘 출범
盧정부 땐 조세 저항 등 초래
“투기근절 약발 안 먹힐 수도”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으로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 인상 안이 거론되면서 ‘제2의 종부세(종합부동산세)’ 파동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종부세를 도입했을 때 시장가격 왜곡, 조세 저항 등 파동이 일어났던 게 단적인 사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와 비교해 부동산 가격 안정과 투기 근절에 큰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서다.
재정개혁특위는 9일 1차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들의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위원장으로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과 국세행정개혁 TF(태스크포스) 단장, 더불어민주당 공정과세 실현 TF 외부위원을 역임한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력하다.
강 교수는 지난해 한 공청회에서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낮고 복지 지출은 취약한 나라”라며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기조에 따라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9월 한국경제학회 정책세미나에서는 참여정부 수준(1∼3%)의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을 거론했고, 실거래가 반영률을 80∼100%로 적용하면 최대 8조6000억 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지난 연말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 발표하면서 공평 과세와 주거 안정을 위해 재정개혁특위 논의를 바탕으로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보유세 인상 논의는 다주택자 중심으로 소득세·법인세 인상과 같이 ‘부자 증세’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른바 ‘똘똘한 1채’로 불리는 고가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고가 1주택자를 겨냥한 세제에도 변동이 생겼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올해 초 보유세 개편과 관련해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제도 고민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근간으로 제시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투기근절이 자사고 폐지 등 교육정책과 엇나가면서 약발이 안 먹힐 수 있다”며 “보유세 개편은 제도를 신중히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그린벨트 내 '노인요양원' 증축 가능해진다...학교 기숙사도 증축 허용 4.9 아주경제
학교 내 기숙사 용적률 250%까지 확대
신혼부부·다자녀가구, 아파트 특별공급 인터넷청약 허용
연합 기숙사[사진=교육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그린벨트 내에 노인요양원을 증축할 수 있게 됐다. 또 대학교 등 학교 기숙사의 용적률도 최대 250%까지 허용되는 등 증·개축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타 지역 학생의 기숙사 부족 현상도 해소될 전망이다.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를 위한 아파트 특별공급의 경우, 인터넷청약이 가능해졌다. 청소년수련원에 일반인의 숙박도 허용된다.
국무조정실은 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38건의 '국민불편 영업·입지규제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우선 그린벨트 내 노인요양병원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노인요양병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내 신축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설치된 5개 노인요양병원의 시설 개선과 증축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또 상반기 중 학교 내 기숙사 용적률을 250%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국토계획법시행령을 개정한다. 대학교 등은 하반기부터 기존 기숙사를 증·개축 할 수 있다.
현재 학교 밖 기숙사의 경우, 법적 용적률 최대한도인 250%까지 허용한다. 하지만 학교 내 기숙사는 이 적용을 받지 못해 불편을 겪어 왔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학교 내 기숙사의 용적률을 200%로 정한 바 있다.신혼부부·다자녀가구 등을 위한 아파트 특별공급에 인터넷청약이 가능해진다. 현재 아파트 특별공급은 현장청약만 가능해 국토부가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청소년수련원 내 가족 단위 숙박도 가능해진다. 현재 청소년수련원 숙박은 청소년이나 법인·직장 등 단체사용(연수활동)만 가능하고, 개별·가족 단위 이용은 불가능하다.이에 여성가족부는 청소년활동진흥법을 개정, 수용인원의 40% 범위에서 개별숙박도 허용키로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56개 도립·군립공원 내 입지·건축제한도 완화된다.초등학교를 비롯해 △농수산물보관시설 △작물 재배시설 △공중화장실의 면적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그간 도립·군립공원의 건축제한 규정이 국립공원과 동일해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자연공원법을 개정, 도립·군립공원의 경우 지역 특성에 맞게 해당 지자체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다만 난립공사 가능성이 있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나 환경부장관 협의절차를 거쳐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무인도에도 생태복원·산책로 설치 등 공공목적 사업과 기존 건축물 개·보수가 가능해진다.현재 절대보전·준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무인도서에서는 재난대응목적 외 개발행위가 일절 금지됐다.마을협의회나 어촌계만 가능했던 농어촌체험·휴양마을사업을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도 할 수 있게 된다.현재 2대뿐인 '식육자판기' 보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식육자판기의 영업신고가 간소화되기 때문이다.정부는 대통령령 이하 규정 정비의 경우 상반기 중, 법률정비는 하반기까지 각각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페트병 종사자가 들려준 재활용 대란의 진실은? 4.10 미디어오늘
[인터뷰] “환경부·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부적절한 기준 잡아”…공제조합 “각종 연구로 축적된 방식”
이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폐비닐’ 문제로 시작했지만, 스티로폼과 폐플라스틱 수거 문제로도 확산됐다. 이중 PET병은 폐비닐이나 스티로폼과 달리 쉽게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정작 PET병 역시 일부 재활용 업체에서는 수거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받는 폐 PET병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버려진 PET병을 부산항을 통해 수입한 총량은 5343톤”이나 된다. 한국 재활용품의 수입을 거부한 중국도 일본의 폐 PET병은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PET병에 대한 수거를 거부하고 일본산 PET병을 수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국산 PET병은 돈이 안 되고, 일본산 PET병은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양국의 PET병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디어오늘은 지난 5일, PET병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관계자 ㄱ씨를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ㄱ씨에 따르면 일본의 PET병과 한국 PET병의 가장 큰 차이는 PET병에 붙은 ‘라벨’이다. 환경부 고시 제2017-140호(포장재 재질 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환경부는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 PET병 포장재를 비중 1미만의 비접착식 재질과 수분리성 접착식 재질로 설정했다.
그리고 재활용이 어려운 2등급 포장재로 비중 1미만의 비수분리성 접착식과 비중 1이상의 비접착식 재질로 설정했다. 즉 접착식이건 비접착식이건 비중을 기준으로 재활용 등급을 나눈 셈인데, ㄱ씨는 사실상 비중 1미만의 비접착식 재질은 유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1등급은 비중 1미만의 접착식 재질이 유일하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ㄱ씨는 이것이 국제기준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PET병에 접착제를 바르면 분리가 어려워서, 재활용 업자들이 이를 분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ㄱ씨는 “우리나라 PET병 라벨은 심하게는 스티커로 되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80도로 물을 끓이고 그 안에 양잿물(가성소다)를 넣어 다시 30분을 끓여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고시에서 재질의 비중이 중요하게 취급된 이유는 재질의 비중이 물의 비중인 1보다 가벼우면 물에 떠서 분리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ㄱ씨는 페트병과 포장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더 비용이 많이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차피 포장재를 PET병에서 분리하기 위해서는 양잿물을 써야 하고 양잿물의 비중은 1이 넘기 때문에, 양잿물을 기준으로 비중을 계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PET병 포장재는 비중이 1이 넘지만, 접착제를 바르지 않고 바로 뜯을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도 용이하고 처리 비용도 덜 들다고 ㄱ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PET병 라벨 재질 기준으로 일본의 PET병은 재활용 2등급 밖에 받을 수 없다.
그러면 환경부는 왜 기준을 비중으로 잡았을까? ㄱ씨는 “환경부 밑에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이란 단체인데, 환경부가 포장재 재질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일종의 전문가 집단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서 기준을 잡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ㄱ씨는 “15년 전부터 이 PET업계에 본드를 사용하지 말라는 방침이 있었다”며 “그것이 전 세계의 방향이기도 했었고, 따라서 우리도 이걸 준비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환경부가 고시를 내버리면서 본드를 써야 하게 만들어놨다”며 “PET병을 생산하는 업체는 본드를 쓰는게 1등급이기 때문에 아무리 환경에 좋지 않다고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제조합 측은 ㄱ씨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공제조합 연구소 관계자는 “재활용 현장에서는 비중을 이용해서 재활용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절취선 라벨을 넣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분리 선별을 해서 배출을 하기 때문에 특수하게 운영하는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비중을 기준으로 재활용을 분류한다”고 주장했다.
공제조합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 하나의 기업이 원하는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면 전국의 PET병 재활용 사업장이 거기에 맞춰서 다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수십년 간 PET를 생산한 제조업체와 협회, 사업장이 각종 연구를 통해 도출한 축적된 자료”라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로 사과 재배지, 대구→정선·영월로 북상 한겨레 4.10
통계청,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 현황
주요 농작물 재배지역, 남부서 충북·강원으로 옮겨가
21세기 후반기엔 남한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듯
25조 퍼붓고도 `최악 고용쇼크` 4.11 매일경제
3월 실업률 4.5% 17년만에 최고
◆ 17년만에 최악 실업 ◆
지난해 정부가 25조원에 육박하는 나랏돈을 일자리 정책에 쏟아부었음에도 사상 최악의 `고용절벽` 상황이 3월에도 계속됐다. 돈 퍼붓기식 미봉책을 구사할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8년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자 수는 현재 방식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3월 기준 최고치인 125만7000명에 달해 석 달 연속 100만명대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4.5%로 3월 기준으로 2001년 5.1%에 이어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작년 3월에 비해 12만명 되레 늘어났다. 지난해 정부는 본예산 17조1000억원과 `일자리 추경` 7조7000억원 등 총 24조8000억원을 일자리 정책에 투입했다. 중장년층의 임시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고용 기업에 재정·세제 지원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나랏돈 풀기는 `반짝 효과`로 끝났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작년 9월 31만4000명을 정점으로 이후 석 달 연속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작년 1월 수치가 나빴던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1월 33만4000명으로 반짝 높아졌다가 2월 10만4000명, 3월 11만2000명으로 다시 `쇼크` 수준으로 급감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고용창출 효과가 미미한 원인으로는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오히려 줄이는 `정책 엇박자`가 꼽힌다. 작년 7월에 올해 최저임금을 사상 최대폭인 16.4%나 올리기로 결정한 이후 고용수치들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 소식이 전해진 작년 6월 이후 올해 3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매장 판매원, 제빵사, 자동차 정비사 등 서민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줄어든 상황도 계속됐다. 또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 있는 제조업은 고용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전부 단기 정책으로만 구성됐는데도 단기 효과마저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 주도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노동시장에서 비용을 높이면서 채용을 늘리라는 모순적인 정책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과 기업에 재정·세제 지원을 하는 기존 정책을 답습한 3조9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지난 5일 내놓고 국회 통과에만 집중해 왔다.
조선·문화일보, 해외 전문가 발언 자의적 해석·왜곡 논란 410 미디어오늘
문재인 정부 비난 논조 맞춰 과도한 끌어다쓰기 지적…해외 전문가 “이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고 있는 일부 보수 언론들이 취재원 발언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사의 문 정부 비판 논조에 맞춰 발언 취지와 맥락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신보영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6일 “중국 측의 충격적 文정부 평가”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 특파원은 “지난 3월 마지막 주 중국 민·관 인사들이 대거 미국 워싱턴을 비공개 방문했다”며 “여기에는 정지용 중국 푸단대 한국·북한 연구센터 소장 등을 포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안보 정책에 조언하는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신보영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6일 “중국 측의 충격적 文정부 평가”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충격적인 것은 이 인사들이 워싱턴에서 언급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라며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특징을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너무 이상적이며, 둘째 너무 순진하며, 셋째 너무 책임자가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 특파원은 “청와대 국가 안보실의 한 비서관에 대해서는 ‘오만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 등장하는 중국의 정지용(국문명 : 정계영) 푸단대학교 교수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한 뒤 “이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모든 사실을 날조하고 문화일보에 싣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정확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그랬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정 교수는 자신이 이메일로 기자에게 항의한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 △워싱턴에서의 일정과 일정 중에 있었던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됐다 △기사에 이름을 내면서 당사자를 인터뷰하지 않고 보도한 것은 개인에 대한 부당한 모독이다 등을 주장하며 기사 삭제 및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7일) 오전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통화했는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중국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편집 과정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너무 미안하고 당혹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7일 오전 해당 기사에서 정 교수 이름과 직함을 삭제했다.
조선일보 보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자 1면(“‘한국 정부가 美싱크탱크 검열’…워싱턴이 발칵”)과 3면(“‘文정부의 블랙리스트’… 美싱크탱크들 한미硏 쇼크”) 기사에서 청와대를 비판했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 지국장은 이 기사에서, 워싱턴 외교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보수 진영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 등을 교체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충격을 받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9일 “이 기사 내용 중에는 워싱턴 전문가들의 발언을 조선일보 논조에 맞춰 과장해 인용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강 지국장은 대북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가 ‘한국의 진보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 토론을 검열하려 하다’라는 글에서 “KIEP(대외정책연구원)가 부적절한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점에서 고발을 해야 한다.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는데, 정작 스탠턴은 트위터로 직접 기사 수정을 요구했다.
▲ 조선일보 9일자 1면.
스탠턴은 “기사에서 잘못 인용된 다음 사항을 편집자들에게 수정해줄 것을 요청해도 되느냐”며 “1. 나는 KIEP의 고발을 요구하지 않았다. 2. 어떤 누구에게도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일 오후 현재 해당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에서 “KIEP가 부적절한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점에서 고발을 해야 한다.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는 대목은 삭제됐다.
조선일보가 같은 기사에서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이 “학문의 자유를 지키려는 갈루치(USKI 이사장)와 나살(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을 응원한다”고 했다고 전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겨레는 “글의 전체 맥락을 보면 오히려 논지를 거꾸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누치 소장이 같은 트위터에서 “맨스필드에서도 학문의 자유를 주장한다. 조슈아(스탠턴)가 경고음을 울리는 것을 칭찬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든 다른 누구든 나한테 학문을 할 돈을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나는 ‘검열’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자누치 소장은 한국 정부를 비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트위터 내용은 조선일보 논조와 다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0일 통화에서 “발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논조대로 과장해서 인용하는 것이라면 이는 취재 윤리 위반”이라며 “많은 언론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취재원 멘트와 인용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 분명히 밝힐 필요도 있다. 기자들이 발언 취지나 맥락을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일 계속되는 김기식 의혹에 청와대 ‘금융개혁 좌초될라’ 412 미디어오늘
[아침신문솎아보기] 조선 “김기식, 친여매체만 골라 해명 인터뷰”…경향 “도덕성 의심받는데 개혁 추진할 수 있나
‘외유성 출장’으로 논란이 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추가 의혹이 터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거듭 ‘사퇴는 없다’고 선을 긋고 김 원장에 대한 공세를 ‘금융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 시절인 2013년 효성그룹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으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혔다. 조선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 자료를 확인한 결과 효성 감사를 맡았던 삼정KPMG 강아무개 부회장은 2013년 12월20일 김 원장에게 4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강 부회장이 국회의원에게 고액 후원금을 낸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 12일 세계일보 2면 진기사
김 원장은 강 부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기 40여일 전인 2013년 11월1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효성, 2004년 이전에 분식회계 신고하기 전에 감사했던 데가 안건(회계법인)인데, 그 뒤에 옮겨가서 삼정KPMG가 효성그룹 (감사를) 했지 않느냐”며 “분식회계는 그 뒤에 발생했다”고 삼정KPMG를 비판했다.
또한 김 원장은 2015년에는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아내에게서도 4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대학교 후배”라고 말했지만 야당은 “조 전 부사장이 학연 때문에 후원금을 낸 것이라면 굳이 아내 이름으로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더구나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조현준 효성 회장을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였다”며 “그런 사정을 알 만한 김 원장이 조 전 부사장 측에서 후원금을 받고, 그와 다투던 조 회장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촉구한 것은 ‘이해 상충’”이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막판에 정치 후원금 수억원을 자신과 가까운 단체나 의원·보좌진 등에게 선심 쓰듯 나눠준 것”에 대해 “도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마지막 해인 2016년 1월부터 5월말까지 김 원장의 정치 후원금 수입 총액은 3억7254만원인데 이 기간 중 후원금 3억6849만원을 사용했다. 특히 임기 마지막 달인 5월에 1억8900여만원을 집중적으로 썼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구체적으로 보좌진 6명에게 국회 사무처에서 지급하는 정식 퇴직금과 별개로 퇴직금 명목으로 200만~500만원씩 총 2200만원을 정치 후원금으로 지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박홍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에게 200만원씩, 우원식·김현미·이학영 의원 등에게 100만원씩 총 16명에게 2000만원을 보냈다. 조선일보는 “김 원장이 소장을 지낸 더미래연구소 이사로 함께 활동한 의원 등 대부분 김 원장과 가까운 사이”라며 “일종의 ‘후원금 품앗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도 5000만원 기부했고 이 돈이 다시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이자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로 흘러갔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기 종료 때 남은 정치 후원금은 소속 정당이나 공익 법인에 기부하거나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데 김 원장은 거액 후원금을 막판에 다 쓰고 잔액 405만원만 더불어민주당에 넘겼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 12일 조선일보 5면 기사
조선일보는 김 원장이 친여당 성향 매체만 골라 ‘해명 인터뷰’를 했다면 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조선일보는 김 원장이 삼정KPMG, 조 전 부사장 아내 등에게 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19대 의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정치 후원금으로 독일 등을 다녀온 데 대해 “관례적으로 쓴 것이고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날 김 원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선일보에 “정말 문제가 없다면 앞에 나와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며 “해명만 하고 숨어버리니 의혹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중앙일보는 김 원장의 과거 발언을 통해 그의 ‘이중성’에 대해 공격했다. 이 신문은 “부메랑 된 4년 전 김기식 발언”이란 기사에서 “공직자들에겐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면서 자신을 향해선 딴판이었다는 비판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2014년 10월24일 국감에서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에게 “민원 부서에 소속돼 있는 특정인이 특정한 어떤 기관을 상대로 반복해서 강연 요청을 받고 강연해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 원장은 다음해 9월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더미래연구소에서 ‘미래리더 아카데미’란 강좌 사업을 시작해 3년간 수강료로 2억5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 12일 경향신문 만평
김 원장은 2013년 10월22일 국감에서 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에게 ‘정관 협력방안에 관한 논의’를 한다며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1만2700원을 법인카드로 쓴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하지만 그는 19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 비서와 유럽출장을 가는데 정치후원금을 사용했고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당내 모임에 전달했으며 보좌진에겐 퇴직금 명목으로 2200만원을 계좌이체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로비성 출장 의혹’, ‘출장 중 관광’, ‘거짓 해명 논란’ 등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김 원장 역시 그 잣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에 대해 이 기사를 통해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금융감독원이 현행법상 민간기구라서 금감원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금감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당연직 금융위원이고 금감원이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예산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쓴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아 4급 이상은 재산신고를 하고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의 재산신고 내용은 공개된다. 업무 내용 역시 금융검찰이라 불리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동아일보는 “여권은 19대 국회 때 ‘금감원장을 포함한 차관급 인사까지 인사청문회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고 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 출장 건의 경우 인사청문회에 올랐다면 검증 조항에 올랐을 것이라는 게 동아일보가 취재한 정치권 인사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검찰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뇌물과 직권남용 혐의로 김 원장을 고발한데 대해 조만간 수사를 착수할 예정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김 원장이 당시 지워·영향력에 관한 판단, 우리은행·한국거래소 등 피감기관들이 해외 출장을 지원하게 된 과정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이 증명돼야 한다.
김 원장이 이런 상황에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야당은 ‘김기식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다. 여기엔 범진보로 분류되는 평화당·정의당도 가세하고 있다”며 “김 원장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개헌과 추가경정예산안, 남북정상회담 등 산적한 현안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정치권을 멈춰 세운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장에게는 그 어떤 공직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더욱이 전임 금감원장이 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사퇴한 마당”이라며 “그 자신이 흠결을 안고, 도덕성에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 12일 동아일보 3면 사진기사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 원장의 사퇴는 없다며 김 원장에 대한 비판을 ‘금융 기득권세력의 저항’으로 규정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겨레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취재한 뒤 “청와대가 이처럼 ‘김기식 지키기’에 나선 것은 김 원장이 금융개혁의 적임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취업청탁 의혹으로 취임 6개월만에 조기퇴진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 원장까지 ‘불명예 퇴진’할 경우, 금융개혁이 좌초하고 인사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경향 사설]‘여비서’ 부각한 한국 보수언론과 야당의 수준 4.12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진보야당인 정의당은 김 원장 자진사퇴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50.5%)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금감원장이 도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선 정상적 업무수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과 야당에서 제기해온 ‘여비서’ 프레임의 폭력성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김 원장 문제의 핵심은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간 데 있다. 수행한 보좌진이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본질 호도이며 해당 비서에 대한 인권침해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 김 원장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하며 ‘여비서와 연구원 직원 4명 동행’이란 부제를 달았다. 5일 오후 인터넷에 출고된 기사는 주제목이 아예 <김기식, 여비서 동반 해외 출장…정치권 “이런 경우 못 봤다”>였다. 해당 기사는 ‘#여비서와 출장’이란 해시태그(게시물 검색을 돕기 위해 # 뒤에 연관 단어를 적는 메타데이터)까지 달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9일 “해당 비서는 정책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었고, 이 인턴은 수행 이후 9급 비서가 되고, 6개월 만에 7급 비서로 승진했다”고 주장했다. 승진 배경에 뭔가 작용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선 ‘女인턴동반 황제외유 온국민이 분노한다’는 손팻말을 들었다. 이후 여비서 프레임은 다시 언론으로 넘어갔다. 문화일보는 10일자 초판에 ‘SNS에 올린 女인턴 로마 기념사진’이라는 제목 아래 비서 얼굴이 절반만 모자이크 된 사진을 실었다가 다음 판에 삭제했다.
국회 여성 보좌진은 페이스북 익명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한 직원은 “꼭 ‘여비서와 둘이’ ‘출장 다녀와 고속 승진’ 이런 프레임 만들어야 했느냐”며 “이 직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 야당 대표와 공인된 매체가 대놓고 성희롱을 해도 참아내야 하는 직업이 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직원은 “담당 기관 관련 출장을 가도, 승진이 남들보다 조금 빨라도 ‘여자’라는 이유로 물어뜯긴다. 남자 인턴이었으면 이렇게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을까?”라고 했다. 제1야당과 보수언론의 저급한 젠더 인식이 한국 정치와 언론을 오염시키고 있다. ‘여비서’를 부각하는 행태를 당장 멈춰라. 이는 성폭력이다.
김기식을 죽이려는 자들이 누구인가? 412 미디어오늘
[기자의 눈] 김기식의 '적'들, 그리고 국회 개혁의 당위성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김기식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이렇다. 시민단체 출신 국회의원이고, 국회, 정부, 기업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사람인데, 정작 자신은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을 다녔다는 것이다. '여성 인턴' 논란은 언급할 가치가 없는 것 같다. 피감기관에 특혜를 줬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공방도 있는데, 이를 떠나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 자체부터 문제인 것은 맞다. 이 부분에 대해 김기식은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김기식이 금감원장 직을 수행하는 데 이같은 이력이 흠결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맞다.
그러나 누가 김기식을 집요하게 공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김기식은 19대 국회에서 초선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들어왔다. 초선 의원이, 그것도 비례대표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아 4년간 일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무위는 국무조정실, 국가보훈처 등과 함께 금융즉, 은행, 보험, 증권, 대부업 등 서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을 두루 다루는 곳이다. 금융 전반을 다루다보니 전문성을 갖춰야 해 국회의원들조차 정무위원직을 수행하기 까다로워한다고 소문난 곳이다.
이 곳에서 그는 재벌 저격수, 금융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 금융업 관련 모든 법안들이 김기식의 결제를 기다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김기식이 추진했던 법안 중 대표적인 게 이른바 '삼성생명법'이었다. 김기식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보험업법의 계열사 지분 보유 제한(보험사 총자산의 3% 이내) 원칙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주당 240만 원짜리 삼성전자 주식을 5만 원의 취득원가로 보유하며 총수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해왔던 삼성그룹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큰 이슈였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이 법에 대해 "이런 뒤틀린 원칙이 우리 법에 있다는 것이 잘못됐다"며 "(삼성생명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의결권·지배권 행사의 도구가 돼 있다"고 비판했다.
법안은 당시 박근혜 정권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의 힘은 약했다.
김기식은 2009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밀어붙이다 한차례 실패한 후, 그의 후임인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날치기 처리했던 금융지주회사법을 원점으로 돌리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 등을 소유한 재벌이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토대로 비금융 산업 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 이명박 정권의 '친재벌' 법안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 '재벌 특혜 법안'은 2014년 김기식 전 의원이 폐지 법안을 내면서 사라졌다.
김기식은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을 무산시켰고,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대기업은 물론 은행, 보험 등 금융계의 눈엣가시였다. 적이 많이 생겨났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번 사안을 이렇게 봤다.
"이번 '피감기관 출장' 논란은 야당이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이슈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의 관행'에 충격파를 줄 수 있는 '피감 기관 돈으로 외유' 논란을 야당 국회의원들이 제기한다? 자신들도 '피폭'될 텐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번 논란이 보수 언론 중심으로 제기된 것을 잘 봐야 한다. 김기식 임명에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누구이겠느냐. 김기식이 그동안 한 일들을 보면, 업계에서는 그의 금감원장 임명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운털이 박혀도 한참 박혀 있는 셈이다. 김기식이 적을 너무 많이 만든 것 같다."
누구라고는 지목할 수 없다. '시스템'의 저항이 느껴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한가지 더. 김기식의 임명을 두고 "잘난체 하더니 꼴 좋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때 들렸던 소리와 똑같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해성 바른미래당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이 이런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고 한다.
그는 "김기식 사태를 보면서 노무현을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03년 당시 서동구 KBS 사장 임명을 반대했던 김기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대통령을 몰아붙였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공격한 사람이 참여연대의 (당시 사무처장) 김기식 씨였다"며 "거의 겁박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매몰차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그쳐서 결국 그날 간담회는 허탈하게 끝났다"고 했다. 그는 "그날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낮은 자세로 호소할 때 반대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김기식 씨가 자기에게도 엄격하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날 노무현의 마음을 헤아리고 주변 인물들의 실체를 파악해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거짓 공세를 벌였던 전직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함께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는 이해성 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은 실소를 자아내지만, 이해성 위원장이 소개한 이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을 몰아붙였던 인사를 금감원장에 기용했다는 점 뿐이다.
금융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미움을 받는 인사', '적이 많은 인사'가 금감원장에 내정된 상황은 역설적으로 금융 개혁에 기대감을 품게도 한다. 이번 논란이 벌어지기 전 '재벌 저격수'인 그에게 기대를 품었던 인사들도 꽤 많았다. 그들은 지금 침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과거 잘못된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피감기관이나 기업 등의 돈을 받아 외유성 출장을 나선 국회의원의 사례가 수천 건이라고 한다. 정치자금을 보좌관 인센티브로 지급한 사례는 물론, 심지어 정치자금으로 가전 제품을 사들인 의원까지도 있다고 한다. '제 눈에 들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유독 '시민단체 출신'인, '깨끗해야 마땅한' 김기식만 문제될 일은 아니다. 심지어 어떤 당은 김기식 임명이 "주사파"들로 하여금 "금융을 지배"하도록 하는, 체제 전복적 나라 적화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김기식 논란은 두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재벌 금융 개혁의 당위성, 둘째 국회 관행 개혁의 당위성이다. 국회는 이번 기회에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특혜들을 근절해야 할 숙제를 안았다.
그런데 반성해야 할 자들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김기식만 몰아붙이는 상황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단독] “북, 비핵화 대가 5개안 미국에 제시했다” 413 한겨레‘
정상회담 실무접촉에서 요구
① 미국 핵 전략자산 한국 철수
② 한·미 전략자산 훈련 중지
③ 재래식·핵무기 공격 포기
④ 평화협정 체결 ⑤ 북·미 수교
주한미군 철수는 주장 안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 말 혹은 6월 초’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이뤄진 북-미 간 실무접촉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가로 5가지 안팎의 ‘군사 위협 해소 및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을 미국 쪽에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 논의 상황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11일(현지시각) “최근 북-미 접촉에서 북한이 △미국 핵 전략자산 한국에서 철수 △한-미 연합훈련 때 핵 전략자산 전개 중지 △재래식 및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북한과 미국의 수교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북한이 체제 보장 방법의 하나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은 김 위원장과 면담한 뒤인 지난달 6일 ‘언론발표문’을 통해 “북쪽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요구할 ‘군사 위협 해소 및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 쪽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면 평화협정 체결이나 북-미 수교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과거처럼 실패한 회담은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이른바 ‘북한의 시간 벌기’를 막기 위해 비핵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한 ‘비핵화 시한’과 관련해 한 소식통은 “대략 앞으로 1년 정도로 보면 된다”며 “하지만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기술적 문제 등으로 2년 정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는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정상회담에선 ‘비핵화 시한’ 및 ‘비핵화 및 보상에 대한 기본적 원칙’ 등 두가지 정도만 정하고, 구체적 로드맵은 이후 후속 실무회담을 통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은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난 10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북-미 회담은 과거 다른 정상회담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만나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것은 후속 회담에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소 문제를 두고는 여전히 평양과 워싱턴을 놓고 양쪽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의 북-미 회담 개최 가능성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정의용 실장은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이달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및 5월 말~6월 초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 교환 및 조율에 나선다. 지난 9일 취임한 볼턴 안보보좌관과의 소통 채널 확보도 방미 목적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11일 오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쪽과 예비 협의를 가졌으며 12일 오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의 3대 의제인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쪽 구상을 설명하고 북한의 기류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협상 전략에 대해서도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잡힐 한-미 정상회담에 관해서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12일 오전 열리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백악관을 통해 배포한 머리발언 발췌록에서 “수십년간 우리한테 가해진 위협(북핵 문제)을 해결하는 것보다 국무부에서 (우선순위가) 더 높은 외교적 사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과거 북한과의 협상 역사를 읽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자신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테이블에서 대충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며 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erenade - Della Re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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