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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3년 3월

by 이성근 2023. 4. 3.

 

3.2

올들어 두번째 방문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 加德本色 2 준비 주요 멤버들과 찾았다. 국수봉 주능 계곡부 하단 상록활엽수림을 주 목표로 삼았다. 능선 넘어 동백군락지에 비해 방문자가 거의 없는 곳이지만 볼거리는 많다. 측정했던 거목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은 어찌 될까.
3월18일(토) 실행을 앞두고 서면 바보주막에서 출연진을 섭외하고 대강의 행사계획을 공유했다. 주내 웹포스터를 띄울 작정이다. 이런 행사 왜 하냐고 물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숲에 너무 미안해서다. 어쩌면 다시 못 볼... 그래서 국수봉 자락에 뿌리 내린 거목들의 면면을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하기 위해서다. 3.1 

3.3
3.4

출근길에 마주한 매화꽃과 동박새
퇴근길에 마주한 뿌연 달과 동백,
 
안부- 윤진화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3.5
3.6

내일 총회라고 회원 선물용으로 꽃사러 왔다가 올들어 처음 만난 목련에 혹해 막걸리 마시는 저녁 ᆢ이래 피도 되나(대연성당 앞)

민정숙 심태순과 대연동 조비량에서 

 

3.7
3.8
3.9
3.10

 

왠걸 횡재했다. 311 후쿠시마12주년 시민대행진 날짜를 잘못 알고 나섰다 헛걸음이 아쉬워 송상현 광장에서 황령산으로 올랐다. 산허리 3~4개의 사찰을 돌며 돌산공원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가지 않는 길, 호기심은 늘 새로운 것을 선물한다. 용해사 뒷편 너들겅에서 갈참나무를 만났다. 불량한 생육조건에도 불구하고 거목이 되었다. 근원부 4.5m에 지면으로부터 약 60cm 쯤에서 6개의 줄기(1,4, 1.0, 1.17, 1.1, 1.1, 1.33,1.17)로 분기하여 가지를 펼쳤다. 남북 수관폭 26m 였다. 갈참나무 치고 이정도면 또 이런 장소에서 라면 수준급이다. 왜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추측컨데 너들을 뒤덮고 있는 칡넝쿨을 비롯하여 덤불이 우거져 지레짐작 외면했기 때문이다. 의외의 수확이었다.
사실 전국적으로도 갈참나무 노거수는 흔치 않다. 거기다 그간 조사한 바에 의하면 황령산에는 명함을 내밀만한 노거수가 손꼽을 정도로 빈약하다 보니 내심 더욱 기뻣다.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이래저래 생활의 문제로 심사가 불편했었는데 갈참나무가 미소짓게 했다.
3.11

후쿠시마 핵참사 12주기,고리2호기 수명연장, 핵폐기장 반대 시민대행진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깃발로 보기 좋았다. 반가운 얼굴들과 모처럼 같이 외쳤다. 이 외침이 후쿠시마12주기 특별 이벤트라면 곤란하다. 준비하느라 애쓴 활동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쉽게도 멀리서 온만큼 멀리 가야하는 일정 때문에 뒷풀이 가지며 의기투합 뭔가를 도모할 시간은 없었다.
덕분에 영도 봉래동에서 개업을 앞둔 원지(onez) 시식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공간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수제맥주와 곁드려 먹었던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의 음식은 손님 앞에 내놔도 무리가 없다. 다만 자주 먹을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니었다.
한편 원지 방문은 시식이라는 기회도 있지만 3월18일 가덕본색 2를 앞두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렇다. '동백나무 아래, 가덕의 안부를 묻다'는 예정대로 가진다.
사실 영월 에코빌리지에서 개최되는 4박5일 생태보전활둥가 위크숍과 시기가 겹쳐 오락가락 했다만 영월행을 포기하고 3월18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1순위로 참석 기회를 준 주최측의 배려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2000.3.12 천리포 수목원의 달
3.13 김동필, 윤인규와 문현동

 

내 표현의 한계다. 어쨌든 추후 보완하기로 하고 일단 띄운다. 
시간 내어 동참하시면 좋겠다.
지난 여름 파리 프롬나드 쁘랑떼 답사하고 다짐했다. 부산도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내부적으로 토의를 거듭하며 만든 것이 부산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이다. 현실적인 난관도 없지 않아 있지만 별도의 준비위를 통해 학습을 거듭했고, 3월 30일 첫 공개 세미나를 가진다. 뉴욕과 서울의 사례를 살피고 부산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자리다.
3월30일(목) 오후 2시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3.12
 

3.13

 

2023 부산 생물다양성 탐사 1차 전체회의 시민운동지원센터 5층 혁신홀
3.14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 개최에 대한 부산일보 보도 이후 부산 진구청이 지역주민의 뜻을 모아 강력 저지한다는 대응 방침을 밝혔다.
"철거 대신 유휴공간을 활용한 하늘공원 등 녹지공간 등이 조성 될 경우 기본적인 생존권 위협은 물론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지역민의 삶을 짓밟는 것이다."
특히, 김영욱 구청장은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는 뉴욕, 서울, 파리 등과 지역 여건이 전혀 다른데도 해당 지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 등이 없이 공원화하자는 일방적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근시안적인 무지의 극치"라며 "그런 논리를 주장하는 그분들의 집 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숲이 자리잡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궁금하다. 도시경관 저해, 도시단절 뿐만 아니라 빛공해, 소음공해, 사생활 침해 등이 예견되는데도 존치를 계속 주장한다면 지역민과 함께 강력한 대응 논리로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 피력했다
과연 그런가 . 김영욱 구청장의 표현대로 지역주민의 삶을 짓밟기 위해 하늘 숲길을 만들자고 한다면 또 지역민의 삶을 궁지에 몰아 넣고 열악하게 만들 목적이라면 세미나의 개최 목적과 포럼의 존재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포럼이 추구하는 그림은 김 구청의 표현과는 정 반대의 목표를 추구한다. 오히려 경관의 회복이고 연결이며 쾌적성을 제공 오히려 지역민의 삶이 더 좋아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활성화다.
안타깝게도 이런 논의의 장은 한번도 없었다. 무엇이 일방적인가. 화 내지 말고 와서 듣고 경청하고 문제가 있다 느끼면 반론을 제기하는 모습이기를 희망한다. 포럼은 30일 1차 세미나 이후에도 길게는 분기별 짧게는 격월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3.17
 
 
김상화, 정남준,천기호와 더불어 행사 점검 회의를 하며
 
어쩌면 가덕100년 숲과 동백군락을 보는 것도 올봄이 마지막 일수도 있다. 예정대로라면 저 아름답고 건강한 숲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슬프고 애가 탄다. 그래서 같이 볼 기회를 만들었다. 내일이다. 시인들의 시낭송과 연주자들과 노래 그리고 100년 숲에 대해, 신공항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각자 먹을 것을 챙겨 오시면 된다.
교통편이 아주 안좋아 고민하던 차에 선뜻 편도 전세 버스(돌아오는 차량은 시내 버스 이용 ) 제공 후원자도 생겨 무척이나 고맙다. 또 수제 막걸리인 '동백'도 동백1917에서 후원했다. 3.17
 
 
 
동백나무 아래 가덕의 안부를 묻다. 加德本色 2는 참가자 모두에게 행사 개최의 목적을 명확히 공유했다. 그럼에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반역의 굴레는 거침없다.
그 현실 앞에서의 무력감은 가슴을 아리게 했다. 선하디 선한 마음의 소유자인 대금연주자 김현일의 갑작스러운 연주 중단과 뒤이은 심경 토로는 모두의 마음이기도 했다. 나는 그가 흘린 눈물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마음을 추스린 뒤 연주는 다시 재개되었고 나는 그에게 땅에 떨어진 동백꽃 하나를 건냈다.

 

좀 더 편케 다니기 위해
좀 더 풍족해지기 위해
기꺼이 학살에 동의했다.
그리하여 가덕 100년 숲과 바다를 능지처참, 도륙하여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극의 주연, 혹은 엑스트라가 되어
한 아름 곰솔, 두 아름 졸참나무, 세 아름 고로쇠나무
한낮에도 어둑한 동백숲
그 아래 별처럼 반짝이는 노루귀, 바람꽃들
베어내고 뿌리 채 뽑아내어 수장시키거나
활주로 아래 묻어 버릴 생목숨들의 아비규환
거기 당신의 침묵과 동의가 몰살의 근거가 된다면
(이성근 詩 '내 이름을 빼라' 중간 부분)
 
가덕본색은 가덕의 빛깔이 지금 이대로의 모습대로 온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명한 연례행사명이다. 내년 이맘때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 3.19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이 있어 다시 올린다.
확실히 좋다.
아무튼, 시간 기억했다가 더불어 나누는 말들 공유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희망이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일이고 과정이라 본다.
포스트 하단부 길 바깥의 사람들이 다음 주 초에는 어떻게 바뀌는지 눈여겨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3.21
 
3.22 석갑주, 천기호와 더불어
 
 
경성대 방문 후 다음 약속까지는 두 시간이 남아 황령산으로 향했다. 바람고개를 돌아 동천고로 내려오는 코스로 ... 지난 밤부터 내린 비가 골짜기 마른 계곡을 적시고 안개속을 들낙날락 하는 숲의 모습은 맑은 날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그러다 또 호기심이 발동해 이것저것 살피다 보니 ... 이런 만나야 할 사람을 잊고 있었다. 허급지급 산을 내려와 미안하다고 곧 도착한다고 하면서도 ... 자꾸만 뒤돌아 보았다. 한 그루 나무 때문이었다. 3.23
 
 
 
 
해운대 달맞이에 잠시 기거하던 여우가 강원도 정선 어느 곳에서 폐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 방사지 소백산으로 부터 25km 떨어진 곳이라 했다. 사인은 폐부종 등 호홉기계통의 문제라 했다. 이해가 잘 안되지만 한동안 그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달맞이길을 오려내렸기에 여우의 죽음에 여러 생각이 겹친다. 어쩌다 어쩌다 ....
한편 옛 동료 울산경제신문 박철종 논설실장이 올린 페이스북 사진을 보고 예전에 부산시에 건냈던 말이 떠올라 다시 한번 제안해 본다. 한때 길이 일터 였던 적이 있었다. 갈맷길이며 해파랑길 조성에 관여하고 그 길을 시민들과 공유하던 시절이었다.
무슨 행사 끝이었지 싶은데, 점심자리 겸해 술잔 나누던 시 간부들에게 진지하게 제안했다. 시사이드 개발이 언제될지도 모르는데 2만평이 넘는 나대지를 그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밀이나 보리밭으로 조성한다면 대박 난다고, 확신한다고 했었다.
십 몇년 전 제안이었지만 그때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탄소흡수원으로 기능할 것이고 경관적으로 오륙도와 어울려 멋진 그림이 될 것이다. 부산관광공사나 부산시가 토지소유주에게 양해를 얻고 부산걷는길연합 등 시민들과 같이 힘을 보탠다면 기대이상의 효과를 누릴 것이다. 배끼 가마이 잘 있는 황령산 봉수 전망탑 같은 거 만들라고 시민들과 싸우지 말고, 어요
3.25
 
김산아와 동백 1917에서
3.25
 
 
 
혹느릅나무를 만나 혹(惑)당했다. 지난주 보았던 갈참나무를 다시 보러 갔다가 화살나무인 듯한 나무를 만나 잠시 흥분했다. 황령산에 숨은 보물을 찾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도그럴 것이 근원부 둘레가 1.7m에다 수고 5m 수관폭 5.7m 이니 관목류인 화살나무 치고는 역대급이라 판단했다. 어처구니없는 오판이었다. 아직 잎나기 전이라 수피며 가지에 붙어 있는 코르크질의 날개 때문에 잠시 눈이 멀었다. 하기사 얼핏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 자세히 보면 틀리다.
아무튼 주변을 살폈지만 혹느릅나무는 이 산중에 딱 한 그루 있었다. 예전에 황령산 사자봉 주변에 있던 화살나무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서운하고 멋적은 마음, 막 피기 시작한 비목나무의 꽃으로 지웠다.
사자봉에서 황령산의 동서 풍광을 살폈다. 동쪽 금련산 남동사면에 졸지에 흉물로 전락한 금빛 지붕의 스키돔이 있고 그 너머 시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뭉개버린 해운대 엘시티가 보인다. 저기에 500실 이상의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리고 황령산 정상부 봉수대 앞 25층 높이의 봉수전망탑이며 로프웨어(케이블카의 일종)가 시책으로 업자의 이해에 답하고 있다.
하산은 로프웨어 시종점 지역인 전포동 레포츠공원 방면으로 잡았다. 로프웨어 운행구간은 직선거리 500m 남짓이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를 ... 흐린 하늘에 기어이 비가 뿌렸다. 3.26

 

예고한 대로 지난주 소개한 웹포스트어서는 시민들이 동서고가 금 밖에 서있지만 이제는 고가숲길 안으로 들어왔다.
더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위해 30일(목) 14시 세미나를 개최한다. 발제원고들이 재미있고 솔직하다. 시간 같이 즐겼으면 한다. 부산의 미래 아닌가
박창희 칼럼] 동서고가로와 '15분 도시', 그 유쾌한 상상

센텀 롯데시네마 8관 한반도 국립공원 3부 사람人 시사회 

3.28

 

3.29

 

시작은 좋았다. 부산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의 결과에 대한 평가였다. 두 분의 발제(우신구 / 조경민)와 토론, 그리고 플로어 질의응답이 끝날 때까지 ...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세미나 도입부와는 달리 존치반대를 주장하러 왔던 지역주민들까지 발제 내용에 수긍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강조했던 부분이 지역의 이해에 대한 수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럼의 지향성을 저버리진 않았다.
어쨌든 대단히 유의미한 역사적인 날이라 규정한다. 갈 길이 멀고 품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문득 생각한다. 우리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포럼은 열려 있다. 동참을 희망한다. 제일 아래 사진은 파리에 있는 프롬나드 쁠랑데의 교각 하부 상가다. 지역민들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의 창출을 여기서 읽었다. 3.30
 
3월 마지막 밤은 기장에서 보냈다. 후배들이 세미나 준비한다며 애썼다고 몸보신 고기로 정담을 나누다 왔다. 봄이 익어 간다. 달도 차오르고 ... 아침 달력을 4월로 바꾼다.
화가 정영모의 고향이야기 ..바람이 부는가. 동백의 가지가 마음가는 곳처럼 나부낀다.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만개한 동백을 보니 새삼 기약없는 가덕의 동백도 눈에 밟힌다. 오늘이 만우절이라 했던가. 시방 벌어지고 있는 일들,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기장에서 재송 지나 동래구간차창 넘어  내 눈길이 가는 곳 

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