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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4~3.2

by 이성근 2019. 2. 24.


                  2.25 한겨레-한국

촛불정부라더니여전히 허울뿐인 공공기관장 공모제

블랙리스트 뿌리는 변종 엽관제낙하산 코드 인사

 

황교안 1-김진태 2, 한국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

도 넘은 '애국집회', 문 대통령에게 XXX 욕설

 

공정한 입시 따윈 불가능하다

지만원씨 탓에 거짓말쟁이가 된 사진

계좌이체, 아무거나 누르세요

·미 둘이서 종전선언하면, 우리는 진짜 나라도 아닌 걸까?

현대차·삼성·SK·롯데·LG 땅값 10년새 3배 올랐다

"5대 재벌 10년 사이 땅 44조 원 어치 사들여"

'역진 경제' 시대, 문제는 일자리가 아니다 [서리풀 논평] 소득 참사, 진짜 의미

"정말 열받아" 독일 기자 화나게 만든, '조선'의 칼럼 내용

브렉시트 하면 알거지영국서 방송 중 알몸 시위

날 찾고 지키자K팝 가사가 바뀌고 있다

김정은 담배 시중’, ‘방탄경호흥미 보도 그만

또 하나의 수치 외교부 의견서’-양승태 재판 거래의 중심에 있는 문건

 

매체 "아닌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한반도 상황 매우 달랐을 것"

트럼프 배신 코언의 '정치 핵폭탄' 톱뉴스 장식

'비핵화 담판'에 찬물 끼얹는 보수언론

정말 김정은이 판을 깼을까?

 

공안검사총리보수정당 대표황교안 그는 누구인가

14만원이었던 아로니아, 갑자기 헐값된 이유

 

한겨레가 뽑은 민중대표 48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

 

 


                 대구-국민

                   중앙-

                   2.25 내일-강원도민

                  2.26 국민-한겨레

                  경향-한국

                   대구-중앙

                   인천-국제

                  2.27 중앙-한겨레

                  국민-한국

                  인천-경인

                    기호-경향

                     대구-내일

                       2.28 주앙-한국

                        국민-한겨레

                        경향-내일

                        서울-아시아경제

                      3.1 중앙-한국

                      기호-인천

                        경인-한겨레

                      중부-서울

                    법률저널-경기

                        국민-대구


                        한국경제-경향

                       제주-국제


            경향 장도리 2.25~3.1


촛불정부라더니여전히 허울뿐인 공공기관장 공모제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에 청와대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공기관장 공개모집제도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균등한 기회 부여와 공정성을 위해 공모 방식을 도입했지만 공모와 재공모를 통해 애초에 내정된 인물을 추인하는 요식행위로 친정부 인물을 낙하산 인사로 내리 꽂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촛불 정부가 정작 전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코드 인사낙하산 인사를 되풀이하고 있어 허울뿐인 공모제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공모로 임추위 후보 추천 무력화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의 임원 공모 과정의 위법성 여부를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의심스러운 부분은 지난해 7월 환경공단 이사장상임감사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 전원을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불분명한 이유로 탈락시킨 뒤 재공모를 실시한 점이다. 1차 상임감사 공모에선 지원자 16명 중 7명이 면접 대상에 올랐으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전원이 탈락했다. 1차 공모에서 1등을 했던 지원자는 일부 위원에게 5가지 항목 모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도 탈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결국 상임감사 자리에는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유성찬씨가 임명됐다. 공단 이사장 자리도 비슷한 이유로 1차 공모에서 이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5명이 모두 불분명한 이유로 탈락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던 장준영 현 이사장이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임명됐다. 이에 환경부 안팎에서는 당초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가 1차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자 공모 자체를 무산시킨 게 아니냐하는 뒷말이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장과 한국공항공사 사장, EBS 사장 공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국립현대미술관장 모집 과정에선 석연치 않은 재평가 과정을 거쳐 합격자와 탈락자가 뒤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이용우 전 중국 상하이 히말라야미술관장은 공모에서 최종 후보 3인 중 유일하게 고위공무원 역량평가를 통과해 합격했지만 관장에는 임명되지 못했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무슨 이유에선지 합격자가 있는데도 다시 한번 역량평가를 했고, 당초 낙제점을 받고 탈락했던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가 재평가에서 최종 합격자로 결정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인사혁신처에 관장 공모에 역량평가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비난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이용우씨는 당시 입장문을 내고 촛불 혁명은 깨어난 시민국민이 이뤘는데 정치인들은 열매나 즐기며 문화예술계를 너무 쉽게 보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상반기 이뤄진 공항공사 사장 공모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가 노조 반발 등으로 임명이 무산되자 재공모를 했는데 앞선 공모에서 탈락한 4명의 후보와 함께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이 후보에 올랐다. 사실상 손 전 학장이 단일 후보로 추천돼 임명된 셈이다. 손 사장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마한 친여권 인사다.

 

EBS 사장 선임을 앞두고도 외부 개입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장 후보자 4명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실시했는데, 지난달 지원자 20명 중 최종 면접 대상자 4명이 확정됐는데도 한 달이 넘도록 정확한 면접 일정과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허울뿐인 공모제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꿔야

현행 공모제는 해당 기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후보들을 심사한 뒤 3~5배수의 인물을 추천하면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장 공모제는 김대중 정부 당시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며 추천제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뒤 노무현 정부에서 공모제로 바뀌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공모제 의무 기관을 확대하는 등 겉으로는 낙하산 인사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내정자가 공모제를 통해 임명되거나 재공모를 통해 임추위를 무력화시키는 무늬만 공모제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모두 재공모를 통해 임명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재공모를 통해 친정부 인사로 물갈이됐다. 보수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 역시 재공모 후 낙하산 인사라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추위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등 공모부터 임명까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이러한 낙하산 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임추위가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시민, 직원 등이 참여하거나 면접 등 일련의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를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시민인사청문회 형태로 인사검증 절차를 도입해 외부에서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볼만하다고 제안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과 정무적 임무를 맡아야 할 기관을 나눠서 임명 과정을 다르게 하는 방법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추위 구성을 다양화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등 보는 눈을 많이 만들어 실질적인 임추위가 되도록 해야 한다근본적으로 미국처럼 정무적인 자리, 정치적인 기준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를 명확하게 정해놓은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2.24

 

 

블랙리스트 뿌리는 변종 엽관제낙하산 코드 인사

엽관제시행 , 3000자리 대놓고 물갈이한국은 은밀히 하다 논란

 

역대 정권마다 발생했던 전 정권 사람 찍어내기, 이른바 블랙리스트논란이 문재인정부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에서 시작된 사퇴 종용 의혹은 법무부와 국가보훈처 등 타 부처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블랙리스트 논란은 엽관제(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제도)가 없는데도 정권마다 사실상의 엽관제를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개국공신들에게 돈이 되는자리를 안겨주기 위해 전임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및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촌극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엽관제는 쉽게 말해 선거에서 이긴 쪽의 국정운영에 맞춰 정부 요직을 물갈이하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3000개 이상의 자리가 물갈이된다.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를 시행하면서 공공기관장의 임기도 정해져 있다보니 이른바 정치적 재신임을 명분으로 공공기관장에게 사퇴 압박이 가해지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공정한 공기업 CEO 임명을 위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지만 권해옥 주택공사 사장, 유승규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정치인의 낙하산 행렬이 이어졌다. 2001년 이에 대한 비판 보도가 이어지자 청와대 공보실은 이전 정권에 비해 낙하산 비율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모습은 18년 만에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환경부 문건이 블랙리스트가 아닌 적법한 체크리스트라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관리 규모는 21362명이었지만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문건상의 임기만료 전 퇴직자는 5명에 불과하다. 숫자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퇴 압박이 있었더라도 이전 정부에 비해 정도가 덜하다는 항변이다.

 

노무현정부는 2004년 정찬용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이 낙하산 인사 근절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정순균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에 임명하는 등 인수위 출신 5명을 공공기관장으로 앉혀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정부는 아예 공공기관장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았다. 일괄 평가 후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미였지만 사실상 낙하산 인사가 대거 이뤄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장을 시작으로 금융 공기업과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장에게도 사표를 종용했다. 인사 내용에 있어서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라인이 대두됐다.

 

고소영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박근혜정부는 서수남’(서울대·교수·영남 출신) 인사로 비판받았다. 박근혜정부 임기 첫해 공공기관장만 125명이 교체됐고, 그 가운데 78명이 서수남 라인이었다.

 

역대 정권은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하는 인사들이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있어야 업무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되는자리마다 낙하산 인사가 어김없이 내려왔다는 게 문제다. 특히 박근혜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직권남용에 대한 엄단으로 사회적 기준이 새롭게 요구되는 만큼 정치권이 국민적 동의를 받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령 남은 임기가 짧거나 정치인 출신인 경우 퇴출을 적극 유도하고, 전문 경력이 인정될 경우 유임케 하는 식이다./ 강준구 박세환 기자 eyes@kmib.co.kr


황교안 1-김진태 2, 한국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

리얼미터 조사...황교안, 61%로 압도적 1

오는 27일 당 대표 선거를 앞둔 가운데 자유한국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황교안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또 김진태 후보가 2, 오세훈 후보가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 2022일 전국 19세 이상 한국당 지지층 7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포인트, 응답률 5.1%)한 결과, 황교안 후보가 60.7%1위를 차지하고, 김진태 후보가 17.3%, 오세훈 후보가 15.4%의 지지를 얻었다.

 

리얼리터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70% 반영비율) 결과를 추정하기 위해 한국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차기 당권은 대의원과 책임당원, 일반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모바일 투표 및 현장 투표(70%)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하여 가려진다.

 

황교안 후보는 이 조사에서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선두로 앞선 가운데, 지역별로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68.1%)을 기록했다. 이어 부산·울산·경남(64.0%), 경기·인천(62.2%), 대전·세종·충청(57.1%), 서울(55.1%) 순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67.1%), 30(60.7%), 50(57.2%), 40(56.2%), 20(46.3%) 순으로 지지율이 높았다.

 

한편, '5.18 망언'으로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 김진태 후보가 한국당 지지층 내에서는 지지율 2위를 차지한 것도 눈에 띈다. 김 후보는 오차 범위 내의 격차이지만 오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표심이 김 후보에게 결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대전·충청·세종(21.2%), 서울(18.9%),경기·인천(17.8%),부산·울산·경남(16.6%)에서 황 후보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50(20.3%)20(19.0%), 60대 이상(15.1%)에서 2위를 기록했다.

 

오세훈 후보는 지역별로는 광주·전라(28.1%), 대구·경북(12.1%), 연령별로는 30(21.9%)40(20.4%)에서 황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도 넘은 '애국집회', 문 대통령에게 XXX 욕설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보수를 자처하는 단체들이 24일 집회를 열어 "5·18 유공자 중 수천 명이 가짜"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 예상된다. 자유연대 등 보수를 표방한 단체 회원 5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오후 청계천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 공개를 요구했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광주 5·18 당시 국군 특전사들이 사망했는데, 특전사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특수 훈련을 받은 사람뿐"이라며 "5·18 유공자 4천여명 가운데 가짜 유공자가 수천 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무대에 오른 연사와 집회 참석자들이 과격한 언사를 쏟아냈다.

 

무대에 오른 한 발언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향해 "XXX"라며 욕설을 했고 참석자들도 이에 호응하며 비속어를 외쳤다.

집회에서는 또 "이해찬은 노동당 제2비서실장", "광주 시민들은 유공자 지원금 받고 살인자 될지, 떳떳한 국민 될지 선택하라" 등의 발언도 나왔다.

 

버스를 타고 집회현장을 지나던 일부 시민은 이런 광경을 보고 창문을 열어 항의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 성조기 등을 든 채 광화문대로 2개 차선을 이용해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자유민주국민연합 등이 참여했다./kcs@yna.co.kr


공정한 입시 따윈 불가능하다

뭔가 새로운 입시 정책을 만들어봐야 나중엔 또 금수저 전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은 그 어떤 입시 정책도 부자를 위한 전형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예전엔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는데.”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선배 교사가 이런 말을 할 때 힘이 쭉 빠진다. 저 말을 하는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동일하다. 특히 저런 말을 하고 나서 그냥 옛날처럼 하면 되는데라고 하는 선배와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진다.

 

시험지 유출 사건과 드라마 <SKY 캐슬>의 엄청난 흥행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고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한다. 맞다. 부자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말은 꽤 타당한 지적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수학능력시험(수능)은 공정하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증거인가?

 

박해성

 

내신 강화했더니 비밀리에 고교등급제 시행

본고사나 학력고사로 회귀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마치 조선 왕실을 복원하자는 말처럼 들리니 아예 논외로 하자. 한때 수능이 대입의 핵심인 적이 있었다. 그때 문제는 수능이 4개 영역으로만 이뤄진 탓에 발생했다. 학교보다 학원에서 국영수, 수능 교과에만 몰입하여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수능 교과가 아닌 학교 수업은 시간 낭비였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교육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과목당 100만원 하는 과외가 성행했다. 부자들을 위한 전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래서 확대된 것이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한 수시 학생부 전형이었다. 학생부 전형의 장점은 학생들의 학교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각 고교 단위에서 우수한 학생이라면 대학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서울 학생이 아니어도 강남 학생이 아니어도 자신의 지역 고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강남 학생들과 특목고 학생에겐 큰 문제가 되었다. 그들은 역차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수능이 아닌 내신도 사교육시장의 먹잇감이 되었다. 동네마다 내신 족집게 학원이 생겼다. 대학은 고교에서 한 평가를 불신했다. 결국 고려대학교는 2009학년도에 비밀스럽게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 고려대는 특목고 학생을 더 뽑고 싶었던 것이다. 잘못은 인정했지만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즈음 시작된 학종과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전형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고교등급제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되어도 입학사정관의 평가였다거나 비교과 영역이 우수했다는 말 한마디면 그만인 전형이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인간을 수치로만 평가하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노력과 열정조차 숫자로만 증명해야 했던 시기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보니 결국 학종도 부자를 위한 전형이 되었다.

 

결국 어떤 전형에서든 늘 부자가 유리한 방식으로 작동했다. 지금이 문제이니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봐야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부자들은 자기들이 유리한 방식을 찾아냈고 가난한 자의 편이었던 전형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공정하고 평등한 입시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봐야 몇 년 뒤엔 또 금수저 전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수능도 내신도 학종도 꽤 좋은 방법이었다. 그것을 금수저를 위한 전형으로 바꿔낸 것은 제도가 아니라 우리였다. 한국인은 그 어떤 입시 정책도 부자를 위한 전형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 힘을 포기하는 것이 첫 시작이어야 한다. 그런데 연말 연초에 나간 각종 모임에서 집값과 자녀 교육에 대한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시작조차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시사인 2.22 597

 

지만원씨 탓에 거짓말쟁이가 된 사진

광수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1990년대 말을 풍미한 만화 <광수 생각>의 그 광수가 아니다. 극우 인사 지만원씨가 말한 광주 북한군 특수부대를 줄여서 광수라고 한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공동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만원씨는 광주 사태는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이 일으킨 폭동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공청회에서 광주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의원 제명 정도가 아니라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까지 나온다. 북한군 개입설은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씨도, 현장에 가서 취재한 조갑제씨도 부정하는 황당한 주장이다. 지만원씨 등이 수년째 퍼뜨려온 음모론의 하나가 되고 말았다.

 

이 음모론의 증거가 사진이라고 한다. 지씨는 19805월 광주에서 찍힌 사진을 수집해 북한 사람들 사진과 비교 분석한 뒤 북한군 600명을 찾아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명칭을 붙인 게 광수1’ ‘광수2’ ‘광수3’등이다. 북한군 사진이 모자랐는지 평범한 북한 인민이 등장하고 탈북자 54명까지 동원됐다. 지씨는 광수 사진을 찾는 기법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에서 사용하는 ‘3D 분석 시스템을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지만원씨는 1980년 광주 시민들(아래)광주에 간 북한군 특수부대라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가로서 나는 지만원씨가 2D인 사진을 왜 3D까지 동원했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사진을 증거라며 악용하는 까닭이 있다. ‘사진은 사실이다라는 대중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진은 발명 초기부터 증거능력을 인정받았고, 그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사진이 사물의 진실에 가깝다고 믿게 했다. 그래서 사진은 종종 권력자들에 의해 조작되고 변조되어 진실을 왜곡했다. 그렇다면 지만원씨도 사진을 조작했을까? 그건 아니다. 훨씬 더 교묘한 장치를 활용했다. 파레이돌리아 (Pareidolia)라는 현상이다.

 

화성의 얼굴같은 사진 음모론

아마도 수십 년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했던 사진 음모론 중 하나가 화성의 얼굴일 것이다. 1976년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가 처음 촬영한 화성 언덕 사진이 인간의 얼굴과 닮아서, 화성에 존재하던 고대 문명이 이를 새겨놓았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퍼졌다. 물론 아니다. 음모론자들의 요구에 결국 나사(NASA)는 정교한 3D 사진을 공개했고, 이는 사람 얼굴과 전혀 닮지도 않았다. 이런 믿음의 배경은 상관없는 사물의 형태 속에서 의미 있는 무엇을 발견하려는 인간 뇌의 작용인 파레이돌리아 현상 때문이다.

 

지씨는 5·18 시민군과 북한 사람의 얼굴 사진에서 비슷한 부위를 지목해, 얼굴 전체가 비슷하다고 인지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음모론이 문서 증거보다 사진 증거를 더 선호하는 것은 이렇게 대중을 속이기 쉽기 때문이다. 지씨처럼 허술한 사기극에 국회의원들까지 넘어가는 데에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유튜브의 시각적인 세뇌도 한몫했다. 지금도 유튜브를 검색하면 북한군 개입설을 담은 동영상 등이 엄청나게 공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씨 탓에 사진은 거짓말쟁이가 됐다. 아마 열 받은 사진이 그에게 당장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걸고 싶으리라. /시사인 2. 22 597/이상엽 (사진가



계좌이체, 아무거나 누르세요

 

금융위, 인프라 혁신안 발표

모든 은행에 오픈뱅킹구축타행 앱 써도 결제·송금 가능

50만원 안팎 후불 간편결제

 

은행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다른 은행의 자기계좌나 다른 핀테크 앱에서도 결제와 송금이 가능해진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와 같은 형식의 후불 결제가 50만원 안팎까지 가능해지고 선불충전 한도도 기존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최종구 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 간담회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결제 부문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권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을 구축하기로 했다. 모든 핀테크 결제사업자와 은행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계좌를 가진 고객이 은행 앱으로 은행에 있는 돈을 빼거나 이체할 수 있다. 지금은 결제·송금을 처리하기 위한 금융결제망은 은행권만 이용할 수 있고, 은행도 자기 은행 계좌 관련 업무만 할 수 있다. 금융위는 오픈뱅킹 이용료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공동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20168월부터 운영 중이었지만 이용기관이 소형 핀테크 기업으로 한정돼 있었고 이용료도 건당 400~500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도 오픈뱅킹 방식이 아닌 각 은행과 제휴를 맺어 운영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오픈뱅킹 방식을 이용해서 결제와 송금을 처리할 수 있는 지급지시서비스업’(가칭), 은행과의 제휴없이도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하면서 자금이체를 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업’(가칭)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참여기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1분기 중 세부사항을 확정하고 연내에 오픈뱅킹 시스템을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 규제는 낮아진다. 금융위는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소액 범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를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이동통신사가 월 50만원 선에서 후불결제 업무를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선불충전 한도도 기존 200만원에서 300~500만원까지 확대된다. 고가 상품 결제도 간편결제로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다. 교통카드사업자와 협의해 대중교통 이용료 결제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간편결제 단말기 보급도 촉진한다.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카드 거래를 이유로 대형 가맹점에 부당한 보상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간편결제 단말기의 무상 보급은 이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미 둘이서 종전선언하면, 우리는 진짜 나라도 아닌 걸까?

 

국가기록원

 

·미가 종전선언을 하면 그것으로 한반도 전쟁의 경험을 치른 4개국의 종전선언은 완성된다

 

청와대가 지난 25‘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전쟁의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이 나올 가능성을 언급하며 화제가 됐는데요.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다.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그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입니다. 이 말은 현재 한반도가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에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상태혹은 평화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상태로의 변화. 말 그대로라면 분명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26일 한 유력 언론은 한국 빠진 6·25 종전선언이라니,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라는 사설을 통해 이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해당 사설은 놀라운 것은 청와대가 이날(25) ‘북한·미국만의 종전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힌 사실이다. 청와대가 대한민국을 나라도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1953년 당시 전쟁 피해만 입고 통일은 없는 휴전에 반대하다 정전협정까지 불참했다정부는 지금이라도 한국 없는 종전선언은 절대 불가라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면 나중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대한민국은 빠질 수 있다고도 합니다.

 

한국이 정전협정에는 불참했지만 북·미 간 종전협정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에는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다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닌 한국은 북한과 독립적으로 종전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내포돼 있습니다. 해당 주장의 의도와는 별개로 사실관계는 한 번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한국이 통일 없는 휴전에 반대하다 정전협정까지 불참했다는 부분입니다. 해당 주장은 정전협정에 한국은 서명하지 않았다거나 이승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전협정에 반대했다는 것을 주요 논거로 듭니다. 이에 대해 한 번 따져보죠.

 

정전협정문 한국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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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953727일 체결된 한국 전쟁 정전협정문에는 한국 대표의 서명이 없습니다. 당시 협정 원문을 보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원수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평덕회’, ‘국제련합군 총사령관 미국 륙군 대장 마크 더블유. 클라크라는 서명만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서명자들의 직함을 보면 이들이 모두 군 사령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한국 전쟁에서 군대를 이끌던 사람들만 서명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은 어떤 지위였을까요?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은 당시 한국을 도와 전쟁에 참전했던 16개국 군 사령관들을 대표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도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대표자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19507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당시 국제연합군사령관 맥아더장군에게 보낸 서한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데요. 이승만 대통령은 현재의 적대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군사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잠정적 조치로서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국제연합군 사령관에게 이양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국제연합군에 넘긴 작전지휘권을 환수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정전협정문에 국제연합군 사령관과 별도로 한국군 대표가 서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이 같은 사실은 또 다른 문서에서도 확인됩니다. 공산군측은 연합군측과의 정전협정에 앞서 한국군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확인받기 원했습니다. 이를 위해 협정에 서명하기 전인 1953620, 김일성과 평덕회 명의로 된 서한을 보냅니다. 이들은 국제연합군 사령부가 한국 군대를 통제할 수 있냐?”고 물었고 당시 총사령관이었던 클라크는 한국 군대는 한국에 대한 무장 공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격퇴하기 위해 국제연합군 사령부의 통제 하에 두었다고 답합니다. 이상의 사실들을 종합하면 정전협정은 쌍방 군 사령관의 협정이었고, 당시 연합군 대표 클라크가 미국 대표가 아닌 국제연합군 사령관 자격으로 서명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왜 당시 한국군 대표였던 최덕신 육군 소장이 정전협정에 참석하지 않았느냐고도 합니다. 그런데 당시 정전협정 서명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일 오전 10시 국제연합군 대표단 수석대표 윌리엄 K. 해리슨이 조선인민군 및 중국인민지원군 수석대표 남일 대장을 판문점에서 만나 정전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어 오후 1시 경기도 문산의 국제연합군 기지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W. 클라크가, 오후 10시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이, 다음날 오전 930분 개성에서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평덕회가 서명했습니다.

 

최덕신 한국군 대표는 오전 10시에 있었던 판문점 서명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후 1시에 있었던 클라크 사령관의 서명식에는 참석했습니다. 최덕신은 자신의 저서 2의 판문점은 어디로에서 대통령이 관저로 돌아오라고 해서 갔더니 클라크 장군이 휴전협정에 사인하는 것 알고 있지. 거기 좀 나가주어야겠어라고 명령했다고 밝힙니다.

 

당시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든 한국이 정전협정에 불참했다거나 당사자가 아니다는 해석은 맞지 않습니다. 한국은 국제연합군이었고 정전협정은 당시 군 사령관들 명의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협정에 반대했다는 주장도 한국의 정전협정 불참 근거로는 미약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명섭 교수의 연구를 참고해 볼 만합니다. 김 교수는 자신의 논문 한국군은 6·25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인가?’에서 한국이 정전협정 당사자임을 부인하면 이승만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도 설명할 길이 없어짐을 논증합니다. 이승만은 정전협정 준수를 조건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성사시켰기 때문입니다.

 

·미 종전선언장에 가지 않으면 평화협정 당사자가 아닌가?

·미가 종전선언을 하면 한반도 전쟁의 경험을 치른 4개국의 종전선언은 완성된다는 청와대 주장의 근간에는 한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로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는 전제가 내포돼 있습니다. 이미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이를 정전협상 당사자국들 간의 독립적 선언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북이 종전선언에 사실상 합의했고, 한국과 중국은 이미 1979년 수교했습니다. 결국, ·미만 남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가능성 수준인 종전선언 현장에 가지 않는다고 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니다거나 나중에 평화협정에서 대한민국이 빠질 수 있다는 주장. 우리는 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18.2.26

 

현대차·삼성·SK·롯데·LG 땅값 10년새 3배 올랐다

경실련 기자회견5대 재벌 소유한 땅값 10년 전 23.9조원에서 67.5조원 토지용도, 30년간 나온 기사 없어

현대자동차와 삼성, SK, 롯데, LG그룹 등 5대 재벌이 소유한 땅값이 10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장부가액 기준 10년 전인 23.9조원에서 약 43.6조원 불어나 67.5조원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26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재벌그룹이 갈수록 땅으로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는데 정부는 각 기업이 어떤 용도의 토지와 부동산을 얼마나 가졌는지 내놓지 않는다며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난 2007년과 2017년 말 기준 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 추이. 경실련 제공

 

이들은 지난 3개월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자료 등을 자체 분석했다.

 

2017년 말 기준 현대차가 소유한 토지자산 규모는 20075.3조원에서 24.7조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4.7배 증가해 10년 새 1·2위 삼성과 롯데를 넘어섰다. 경실련은 현대차가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부지 등을 사들였다. 정부가 본래 주택용이던 땅을 한전 본사를 짓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인데, 올초 갑자기 상업용 땅으로 바꿨다고 배경을 밝혔다.

 

삼성은 7.7조원에서 16.1조원으로 2.1배 증가했다. 다음으로는 SK7.1조원으로 3.3, LG4.8조원으로 4.2, 롯데가 4조원으로 1.6배 늘었다.

 

경실련은 실제 토지자산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했다. “공시 자료는 장부가액 기준인데, 통상 공시지가는 장부가액의 10배 가량이다. 이 공시지가도 시세의 4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토지자산은 재벌들이 경영권 세습과 부동산 투기, 경영실적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사용된다. 재벌들이 경제 혁신의 견인차 역할보다 땅을 이용한 경제력 집중에 매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경실련은 이날 정부가 각 계열사별 토지자산과 용도 등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발표한 결과는 그룹이 보유한 자산 규모로, 그룹 내 각 계열사별 정보는 공개 대상이 아니다.

 

윤순철 사무총장은 각 기업이 가진 토지자산을 보면 이들이 땅에만 관심이 많은지 기술 투자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영업비밀도 아니고 숨길 이유가 없다. 특히 주주들이 기업 투자가치와 리스크를 판단할 근거자료라고 했다.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재벌이 왜 토지를 이렇게 많이 사들였는지, 이 땅에서 공장을 짓고 생산에 활용하는지 등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는 우리 요구에도 관련 정보를 내놓지 않고, 청와대도 소식이 없다. 1990년 당시 23개 재벌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의 43%가 비업무용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30년 동안 기사가 난 게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실련은 이날 공시대상 기업(자산 5조원 이상)이 보유한 부동산의 건별 주소와 면적, 장부가액과 공시지가를 의무로 상시 공개하도록 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5대 재벌 10년 사이 땅 44조 원 어치 사들여"

"재벌 부동산 투기가 땅값 상승 주범" 비판..."관련 규제 실시해야

경실련 "현대차그룹, 10년 사이 보유 땅 가치 5배 가까이 늘려"

경실련은 재벌이 설비투자, 인적투자 대신 땅투기에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들 5대 재벌이 1967년부터 2007년 사이 보유한 토지자산 규모는 24조 원 수준이었으나, 그 후 10년 간 사들인 땅 가치는 44조 원에 달했다는 이유다. 재벌별 보유한 땅 가치를 보면, 현대차 그룹이 2017년 말 현재 보유한 토지 자산 규모가 247000억 원으로 가장 컸다.

 

현대차에 이어 보유한 땅의 장부가액이 많은 그룹은 삼성 162000억 원, SK 102200억 원, 롯데 101900억 원, LG 63000억 원 순이었다.

 

현대차는 2007년 당시 53000억 원 규모의 땅을 보유했으나, 10년 사이 194000억 원 어치 규모의 땅을 더 사들였다. 늘어난 토지자산 규모가 10년 전에 비해 4.7배에 달한다. 현대차에 이어 지난 10년 간 보유 토지자산 규모가 커진 재벌은 삼성 84000억 원, SK 71000억 원, LG 48000억 원, 롯데 4조 원 순이었다.

 

현대차에 이어 토지자산 규모 증가배수가 컸던 재벌은 LG, 10년 사이 보유 토지자산이 4.2배 증가했다. 이어 SK 3.3, 삼성 2.1, 롯데 1.6배 순이었다.

 

현대차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땅 매입에 집중함에 따라 2007년 당시는 삼성이 보유한 땅의 가치가 가장 컸으나, 10년 사이 현대차로 바뀌었다.

 

5대 재벌의 10년 간 부동산 투자 결과. 경실련 제공

 

이들 5대 재벌 계열사 중 토지자산을 보유한 회사 순위를 1위부터 50위까지 매긴 결과, 현대자동차 106000억 원, 삼성전자 78000억 원, 기아자동차 47000억 원, 호텔롯데 44000억 원, 현대모비스 35000억 원 순이었다.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이들 5대 재벌 계열사 중 상위 50개 기업이 보유한 토지 규모 합계액은 약 627000억 원으로, 5대 재벌 산하 전체 365개 기업이 보유한 토지(675000억 원) 규모의 약 93%에 달했다.

 

경실련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연도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상위 10개 기업이 땅 1000조 원 어치 독점"

한편 경실련은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과 지난해 기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현재 보유 토지 규모 상위 10개 법인이 가진 땅 규모는 57000만 평으로 여의도 650개를 합한 크기에 달했다. 이들 땅 값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385조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1개 업체 당 평균 385000억 원 어치의 땅을 갖고 있는 셈이다.

 

10년 사이(2007~2017) 이들 상위 법인이 보유한 땅 크기 역시 커졌다. 면적 기준 개별 기업 당 보유 토지 규모는 1억 평에서 57000만 평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순 증가분인 47000만 평은 여의도 530개를 합친 크기며, 서울의 두 배 크기다. 증가액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283조 원 규모다.

 

상위 50개 법인으로 확대할 경우, 2007173조 원(32000만 평) 규모이던 법인 보유 토지 가액은 2017548조 원(11억 평)으로 약 3.2배 늘어났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시지가 기준 548조 원을 시세로 환산 시 약 1000조 원에 달한다.

 

다만 개별 법인별 보유 토지 수준을 확인키는 어려웠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국세청 자료 상 상위 10개 법인의 상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다만 앞선 자료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5대 재벌 계열사가 상위 10대 법인에 다수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국세청 기준 부동산 보유 상위 50개 법인의 토지 보유 규모. 경실련 제공

 

경실련은 "한국 5대 재벌이 지난 10년 간 땅 사재기로 몸집 불리기에 주력했음이 확인됐다""과거 노태우, 김영삼 정부 당시는 비업무용 부동산 증과세, 비업무용 토지 등 부동산 강제 매각, 여신운영규정 제한 등의 규제를 실시해 재벌의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무력화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재벌과 대기업이 본연의 주력사업을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에 몰두함에 따라 최근 10년 간 부동산 거품이 커지고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났음에도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우리 사회 불평등과 격차의 원인은 땅과 집으로 대표되는 공공재와 필수재를 이윤 추구 수단으로 이용함에 따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재인 토지를 이윤 추구 수단으로 이용하는 반칙행위 등에 대해 강력한 규제와 불로소득 환수가 필요하다""당장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이 보유한 부동산의 건별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를 사업보고서 상 의무적 공시 및 상시공개 대상으로 규정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역진 경제' 시대, 문제는 일자리가 아니다

[서리풀 논평] 소득 참사, 진짜 의미

통계청이 발표한 20184분기 가계소득 동향은 통계의 정치적 역할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 정치는 경제적 정치 또는 정치적 경제다. 모든 이들이 한 마디씩 거드는 형국이니, 정치도 그런 정치가 없고 경제도 그런 경제가 없다.

 

먼저, 통계로 전달되었으되 요약·정리·변형·추상화된 현실을 보자(관련 기사 : 저소득층 덮친 '소득 대참사').

 

"작년 4분기(10~12) 소득 하위 20% 계층(1분위)의 가구당 소득은 월평균 123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7% 감소했다. 이는 매년 4분기를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지난해 1분기 -8.0%, 2분기 -7.6%, 3분기 -7.0% 이어 4개 분기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반면 고소득층은 더 잘살게 됐다. 작년 4분기 소득 최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9324300원으로 10.4%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월평균 6885600)14.2% 뛰었다. 이들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역시 1년 전보다 8.6% 증가한 726500원에 달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여러 해석이 난무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기껏해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탓하면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공격하는 전문가가 태반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치의 한복판에 있다. 과학으로는 효과를 "아직 잘 알 수 없다"는 정도가 진실처럼 보이지만(관련 기사 : "소득주도성장 없었다 vs 효과 나올 것"경제학회서 격론), 경제적 이해, 그리고 이와 밀접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싸움이 절정이다. 훗날, 역사가는 오늘 이 국면을 '계급투쟁'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일자리가 줄어 저소득층의 소득이 떨어졌다는 설명은 그나마 논리적이다. 앞서 인용한 기사도 일자리가 소득 감소의 주된 요인이라 분석했다.

 

"20174분기 각각 1분위 0.81, 2분위 1.31명이던 가구당 취업자 수는 작년 4분기 각각 0.64, 1.21명으로 더 낮아졌다. 가구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4분위의 가구당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1.77명에서 1.79명으로, 5분위는 2.02명에서 2.07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1분위 가구가 주로 차지하는 임시직이 20174분기에 비해 작년 4분기에 17만 명 감소한 반면, 45분위 가구원이 주로 구성하는 상용직은 같은 기간 342000명 증가한 것도 계층간 일자리 사정의 차이를 말해 준다."

 

좀 더 합리적 설명이 필요하다. 일자리가 줄었다, 좋은 일자리는 더 적다,. 이런 말이 놀라운가? 처음 듣는가? 적어도, 예상하지 못했던 '참사'는 아니다. 경기가 어떻고 최저임금이 어땠다는 이야기는 제쳐 놓더라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은 모두가 불가피한 추세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하면 된다는 소리는 하나도 없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만 하는 쪽은 새삼 거론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자는 바가 한 가지 있기는 있으니, ---결의 비논리적 종착점은 늘 '규제완화'라는 신화에 이른다. 이들은 이제 더 강하게 주장하겠지만, 논리가 연결되지 않으니 감흥도 없다. 수십 년 동안 이들이 하자는 대로 따른 결과가, 오늘 이 사태의 한 가지 원인이라는 점만 짚는다.

 

대조적인 안이나 대책이라고 한들 뾰족한 수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부랴부랴 장관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근로장려금 제도를 보강하자고 한다. 딱하다. 정말 이것이 '대책'이고 ''대안'일까? 경제부처와 장관들은 믿을까?

 

자꾸 노인 일자리를 이야기하지만, 어떤 연령층이라도 좋은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들은 적이 없다. 인구당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보급률을 자랑(?)하면서, 자동화, 인공지능, 공유경제라며 있는 일자리마저 대책 없이 줄이자는 상황이 아닌가. 노동시간 단축까지 반대하면서 무슨 수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정녕 모르겠다.

 

기업 투자 활성화가 대안이라고? 무슨 좋은 방법이 있으면, 규제완화 같은 총론 말고 각론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대세는 '고용 없는 성장', 이 한 마디로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전망하고 판단할 수 있다(관련 기사 : 2년 새 23000···대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당기순이익(2133억원)2016년보다 2.6(191.4%)나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직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28). 공장 자동화로 인력 수요가 크지 않은 데다 당장 공장이 잘 돌아간다고 섣불리 채용을 늘렸다간 경영 여건이 악화했을 때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워서다.

() 중앙일보가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와 국내 100대 기업(매출액 기준) 재무제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최근 2년간 이들 기업의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80.8% 늘었으나 고용은 오히려 2.7% 줄었다."

 

누구는 '참사'라고 표현하는 현실, 그리고 그 정치를 보며, 패러다임이 진정한 문제임을 주장한다. 몇십 년째 지속하는 발전국가 모형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 양적 성장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경제주의 모델이 그대로라는 것을 절감한다.

 

낡고 전통적이라 문제가 아니라, 바뀐 세상과 맞지 않으니 문제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누구나 아는데, 말만 하니 더 문제다. 바뀐 세상,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 변화, 그중에서도 노인 인구 증가와 고령화, 초고령화다. 이제 곧 '거의 모든 것'을 압박하리라.

 

이런 눈으로 보면,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통계가 전혀 놀랍지 않다. 우리 사회에 이만큼 노인이 많았던 적이 없고,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았던 적이 없다. 가난한 노인도 단군 이래 가장 많다. 1954년 출생자가 55만 명가량, 1959년 출생자가 80만 명가량인데,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7%가 넘는다. 이제 시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피라미드 그림은 지금 만 60세부터 만 50세까지가 가장 두껍다. 10, 15년 안에 이들은 노인이 되고, 빈곤율이 그대로면 절반 정도가 통계의 소득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 대책으로 격차가 줄어들까?

 

한국 경제는 과거와 다르다. 성장과 일자리도 같지 않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는 정체 정도가 아니라 역진할 가능성이 크다. 줄고 위축될 것이다. 그 모든 '욕망''의지'가 작동해도, 지금까지와 같은 식으로 양적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단언한다!).

 

소득 격차의 진짜 의미 중 한 가지는 이런 것이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고통에 관한 한 현실 경제도 중요하지만, 또 그 때문이라도 국가와 사회 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역진에 대비하는 사회로, 나아가 이에 맞는 삶의 양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이 있을까?

 

경제지표와 통계수치가 역진한다고 곧 삶의 질과 가치가 후퇴하지는 않는다는 데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좋은 정책과 사회적 실천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더 낫게 할 수 있다. 불평등도 줄일 수 있다. 정부에 한 마디. 역진의 시대에는 경제와 일자리 정책보다 사회정책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을 더 빨리 확대하는 것. 사실, 국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그보다 더 급하다. 한 마디로, "경제를 살리는 사회정책을 넘어, 사회정책을 뒷받침하는 경제로"/ 프레시안 2.25 시민건강연구소

 

"정말 열받아" 독일 기자 화나게 만든, '조선'의 칼럼 내용

[하성태의 사이드뷰]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KBS

"그럼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건 애초에 불완전한 연구인 거네요?"

패널인 최욱이 물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명백한 방법론(方法論)적인 한계"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지난 11일부터 무려 17개 기사를 쏟아낸 '공정성 잃은 지상파' 연재 기사. 논란이 된 이 시리즈의 근간이 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는 도리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혹독하게, 총체적인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24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조선일보>의 이 연재를 다루며 "지상파 시사 보도, 정말 편향됐을까?"라고 물었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는 이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의 윤석민 교수가 직접 출연했다.

 

윤 교수의 출연을 두고 최욱은 "교수님이 나오신다는 얘기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 방영 초기 <조선일보> 출신인 현직 국회의원이 출연, 반론을 펼친 적은 있지만 윤 교수의 스튜디오 출연은 확실히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윤 교수는 출연 의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번에 제 연구 논란을 둘러싸고 여러, 주로 미디어 비평지로부터 많은 질책 또는 비판들이 나왔는데 제가 일절 응답하지 않았어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요청이 왔을 때는 수준 높은, 품격 있는 토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연구 교수까지 비판한 <조선일보>의 이상한 해명

그래서일까. 패널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사안에 따라 수긍과 해명을 오가던 윤 교수는, 의외의 배경까지 털어놨다. 앞서 <조선일보>"윤 교수 측이 먼저 연구비 지원을 신청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3<저널리즘 토크쇼 J>는 보도자료와 예고 영상 등을 통해 해명과 달리 연구 자체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의 의뢰로 이뤄졌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유시민의 이유 있는 일갈... '조선일보' 반응이 궁금하다).

방송에서 윤 교수는 지난해 9월 당시 <조선일보>로부터 취재 관련 전화를 받고 일주일 이후 직접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으로 제안이 오고 간 이후 <조선일보> 측에서 연구 제안서를 요청, 공식적으로 제안서까지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이 연구를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가 발주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저널리즘 토크쇼 J> 측에 내놓은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더해, 윤 교수는 <조선일보>가 최초 기사에서 발주처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다.

"그건 사실하고 완전히 다릅니다. 저희가 원래 주어진 연구 일정을 많이 넘겼습니다. 그래서 이제 일단 내용이 끝나자마자 정말 참고문헌도 못 딴 상태로 연구 보고서 초안을 일단 넘겼고, 그런데 그게 기사화 됐죠.  그래서 저도 '?' 깜짝 놀란 상태에서 전화가 막 쇄도했습니다. '연구비 어디서 받은 것이냐?'라는 질문이 와서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그 순간 바로 우리 연구진과 상의해서 우리 언론정보연구소라는 홈페이지에 '이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 연구소에서 얼마에 후원된 것이고, 지원된 것이고 그다음에 연구 기간은 어떻게 됐고 연구 인력은 어떠했다'는 사실을 바로 밝혔기 때문에 그걸 감추려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요."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KBS

정리하자면, 공식적으로 연구 제안서까지 오고간 연구에 대해 <조선일보>가 최초 기사에서 발주처를 빼버렸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조선일보>는 참고문헌 목록도 표기되지 않은 보고서 초안을 가지고 17개에 달하는 대대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지상파 공격'에 나선 셈이다. 윤 교수는 이러한 <조선일보>의 물량공세를 예측이나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이랬다.

"그거를 어떻게 예측을 하겠습니까? 이번에 보도된 것처럼 굉장히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가 될 거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윤 교수의 '해명'에 앞서, 패널들은 <조선일보> 연재의 편향성은 물론, 연구 자체의 방법론적 한계를 강하게 제기했다.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 비판 그대로, 편향되고 한계가 분명한 보도와 연구를 통해 지상파의 편향성을 지적한 아주 우스운 상황이랄까.  같은 관점에서, 패널인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와 정준희 교수는 <조선일보><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일부 진행자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과거 막말, 팟캐스트 진행 이력을 걸고 넘어진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 사람의 출신이나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으로 중요한 가치들을 부각시키고 그 기준으로 일관되게 사회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 주류 언론이나 기성 언론인들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그런 언론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해왔거든요.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계속 과거, 표현들 가지고 자격, 자질을 따지는 것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제 '너무나 조선일보의 의도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현주 교수)

"이분들이 현재 지상파로 진출하게 된 건 마치 정권 창출에 굉장한 기여를 했기 때문에, '공적'을 인정받아서 그 자리를 얻은 것처럼 얘기되는 측면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 부분은 뭐 알아봐야겠지만, 제가 보기엔 대중의 반응이 없었다면 올라오지 않았을 일들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 대중의 반응이 예를 들면, '막말에 반응하는 것이냐' 아니면 나름의 '새로운 저널리즘 양식에 반응하는 것이냐'라고 했을 때, 저는 후자의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보는 거예요." (정준희 교수)


독일 기자는 왜 <조선일보>에 분개했을까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해당 연재를 작성한 기자에게 기사의 기획 의도와 해당 연구에 <조선일보>3000만 원을 지원한 사실에 대해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돌아온 대답은 "조선일보 입장은 칼럼과 사설을 통해서 확인해 달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물론 인터뷰는 거절했다. 17개의 기사 중 <조선일보>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칼럼은 12일자 한현우 논설위원의 <'권력의 스피커' 라디오>라는 '만물상' 칼럼이었다.


"캐나다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귀에만 의존하는 라디오는 청취자 참여도가 낮아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매체'라고 했다(중략). 문재인 정부 들어 라디오의 '권력 우호적 성향'이 심각해졌다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밝혔다. (중략)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도 언론인데, 언론이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지 않고 그 나팔수로 나선다. 도리어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을 공격한다. 권력의 나팔수만이 아니라 방패까지 자처한다. 나치의 선전책임자 괴벨스는 '대중은 처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고 했다. 우리 라디오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부러 소개한 이 칼럼에 대해 독일인 패널인 안톤 숄츠 기자는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 숄츠 기자는 "이런 얘기 들어보니 정말 열 받아요"라며 "왜냐하면 이런 건 사실 독일에서 거의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분개했다.


"어떤 사람이 나치(Nazi)와 비교하면 어떤 재단, 사람, 방송국이라도 법적인 문제도 생길 수도 있고, 이건 우리나라에서 되게 민감한 부분인데요. 이거는 오버뿐만 아니라 정말 좀 센스가 없고.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내용, 나치 이런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이런 말 절대 안 할 것 같아요."


'괴벨스'를 비교한 칼럼에 대해 패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윤 교수는 "제가 조선일보 담당자 만나면 우려 하시는 바 여기서 나왔던 토론을 잘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을 읽어보면 확연하게 다가오는 이 칼럼은 그 만큼 <조선일보> 기획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칼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어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15일자 <미디어오늘><'공정성 잃은 지상파' 조선일보의 빅픽처>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가 향후 임시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을 골자로 한 통합방송법안을 뒤흔들기 위한 정쟁 수단이나 협상 수단으로서 이 연재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내용이다. 여기까지 들은 숄츠 기자는 급기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KBS

"박근혜 시대, 그리고 이명박 시대 그때는 되게 보수적인 트렌드(trend)가 있었잖아요. KBS, MBC에서도 그것 때문에 파업도 엄청 심하게 했잖아요? 그때도 혹시 <조선일보>에서 이런 비판이 있었어요? 아니면 갑자기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지금 더 진보적인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만약에 그렇다면 이게 제일 편향성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아까 얘기했던 대로 잘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조선일보>에 대해서."

마치 <조선일보>'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와 같은 의도적 편향에 대한 물음이랄까.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병문안을 해 화제를 모았던 MBC 이용마 기자를 만났다. 암투병 와중에도 한국사회와 공영방송에 대한 제언을 아끼지 않은 이 기자는 인터뷰 말미 선후배 기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이야말로 지금, 당장 한국의 언론 전체는 물론 <조선일보> 기자들이, 데스크가 새겨들어야 할 제언이 아닐까.

"마음껏 나래를 펼쳐라. 자기들이 원하는 것. 얼마든지 찾아서 해라. 다만 시각을 분명히 하자. 누구의 관점에서 쓸 것이냐. 이게 기득권자들의 관점에서 쓸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 기사를 쓸 것이냐. 이걸 이제 정해야 돼요. 그걸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아마 '기레기'라는 소리 계속 나올 겁니다. (웃음)"

 

브렉시트 하면 알거지영국서 방송 중 알몸 시위

케임브리지대 페미니스트 경제학 교수

방송 중 브렉시트가 영국을 알몸 만든다시위

브렉시트 강경파 존슨 전 외무장관 동생도 동참

 

8<비비시> 라디오 방송에서 알몸 시위를 한 빅토리아 베이트먼 교수. 유튜브 영상 갈무리

 

8<비비시> 라디오 방송에서 알몸 시위를 한 빅토리아 베이트먼 교수.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달 8일 영국 <비비시>(BBC) 라디오 스튜디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빅토리아 베이트먼(40)이 생방송 인터뷰 중 갑자기 코트를 벗었다. 맨살에 쓴 브렉시트가 영국을 알몸으로 만든다는 문구가 드러났다.

 

베이트먼 교수의 알몸 시위는 브렉시트 후 영국 경제를 비유하는 의미였다. 그는 영국에서 탈출하는 기업과 노동자가 늘면 경제는 알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주택부터 국민보건서비스(NHS)까지 많은 문제가 있지만 유럽연합(EU)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라며 브렉시트 반대 이유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 장면은 유튜브 영상을 타고 확산됐다. 그는 자신의 행동 이유에 대해 왜 브렉시트가 영국에 나쁜지 수천마디 말을 했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로 압축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천년간 남성들은 여성들이 그들의 몸으로 뭘 할지를 통제해왔다.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영국에서 가장 우울한 정치적 주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쓰는 게 무슨 잘못인가라고 했다. 트위터로는 페미니즘과 경제학 상징을 결합하기 위한 시도였다고도 했다.

 

베이트먼 교수는 20167월에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항의하는 뜻으로 알몸 시위를 했고, 대학 행사에서도 그랬다. ‘알몸 경제학자란 별명이 붙었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의 동생 레이첼 존슨이 방송에서 알몸 시위에 동참하면서 그의 인터뷰는 더 화제가 됐다. 책 편집자이자 주요 뉴스 패널로 활동하는 존슨은 15<스카이 뉴스쇼>에 출연해 베이트먼에게 감명받았다며 상의를 벗었다. 주요 부위를 가리는 옷을 착용한 후 촬영한 녹화 방송이었다. 레이첼 존슨은 브렉시트의 강력한 지지자인 오빠와 달리 브렉시트에 반대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날 찾고 지키자K팝 가사가 바뀌고 있다

교육 비판허세 과시사랑 타령 넘어 자아 찾기 강조 노래 잇달아

 

K팝 신인 아이돌그룹인 있지(맨 위부터), 스트레이 키즈, (여자)아이들. 'Z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은 모두 노래에서 내 기준으로 날 사랑하자고 노래한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한국일보 자료사진

 

#1. “네 기준에 날 맞추려 하지 마, 난 지금 내가 좋아하는 나는 나야”. JYP엔터테인먼트(JYP)에서 올해 새로 선보인 신인 아이돌그룹 있지(ITZY)는 최근 낸 데뷔곡 달라 달라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사랑 따위에 목매지 않는다. 기죽지 않고 남 신경 쓰고 살긴 (시간이) 아까워라고 외치며 당차게 무대를 누빈다. 원더걸스와 트와이스를 배출한 JYP에서 당당함을 앞세운 걸크러시(여성들에 호감을 사는 여성을 일컫는 말) 콘셉트의 여성 그룹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있지가 지난 14일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공개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1,400만건을 넘어섰다. K팝 아이돌그룹 데뷔곡으로 역대 최고 수치다.

 

#2. 노래 속 여성은 립스틱과 귀걸이, 하이힐 그리고 핸드백에서 존재감을 찾지 않는다. 아이돌그룹 CLC는 지난달 낸 앨범 넘버 원타이틀곡 에서 나를 찾자고 당부한다. “청순하다거나 섹시하다는 인사치레도 거부한다. 이들이 원하는 건 바로 아이 러브 미(I love me)”.

 

사랑 보다

유행가는 다 사랑 노래다? 편견이다. 자아 찾기를 주제로 한 노래가 K팝에 쏟아지고 있다. 세계를 누비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너를 사랑하라는 뜻의 러브 유어셀프를 주제로 시리즈 앨범을 낸 뒤 자아 찾기 유행이 확대되고 있다.

 

아이돌그룹 (여자)아이들은 아이 메이드(I made)’를 제목으로 한 앨범을 26일 냈다. JYP의 또 다른 남성 신인 그룹인 스트레이 키즈는 아이 엠(I am)’을 주제로 지난해 세 장의 시리즈 앨범을 발표했다. 나를 찾는 과정과 성장통을 음악에 녹였다. 사랑과 이별 또는 유혹 대신 나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루는 게 요즘 K팝의 추세다.

 

1세대 아이돌그룹인 H.O.T.(맨 위부터)2세대 아이돌그룹인 빅뱅 그리고 3세대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

 

’Z세대특징청년 실업 불안 반영

이전 K팝과 비교하면 요즘 노래들의 메시지 변화는 두드러진다. 1990년대 활동한 1세대 아이돌그룹(H.O.T.젝스키스)이 학교 폭력과 획일화된 공교육 비판에 주력했다면, 2000년대 중반 등장한 2세대 아이돌그룹(빅뱅)은 허세(Swag)를 강조했다. 당시 사회문화적 화두가 반영된 결과였다. 2010년대 초중반 이후 데뷔한 3세대 아이돌그룹(방탄소년단)은 곡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걸 넘어 내 기준으로 날 지키려 한다. 누구보다 나만의 기준이 중요한 ‘Z세대(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의 문화적 특성이 담겼다.

 

3세대 아이돌그룹이 자아 찾기에 골몰하는 데는 사회적 문제가 된 청년 실업에 대한 불안과도 무관하지 않다. 취업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은 자신을 증명하는 데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해 몸과 마음이 허기진 이들의 갈증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는 K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누구보다 자아실현의 욕망이 큰 청년이 속수무책으로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소모품 취급받는 게 현실이라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남이 아닌 내 기준으로 나를 찾고 사랑하자는 노래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려고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았지만 무용지물로 인식되는 허무함의 반작용으로 나를 지키려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판계에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 참 좋다등의 에세이가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주목 받는 것과 비슷하다.

 

많아지는 걸크러시’ K

내 기준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란 시대의 화두에 맞춰 여성 아이돌그룹의 노래도 진취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성 아이돌그룹은 남성 팬덤 확보 등을 이유로 남성 아이돌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랑 노래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여성을 앞세워 제 목소리를 찾게 하는, 화제가 된 유명 스포츠 의류 캠페인 광고처럼 미투이후 여권 신장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가요계에서 마마무를 비롯해 (여자)아이들 등 걸크러시 콘셉트의 그룹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정은 담배 시중’, ‘방탄경호흥미 보도 그만

북미정상회담 시속 67km 느린 열차 탓 불편벌써부터 흥미위주·지엽적 보도, 본질에 집중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열차편을 이용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현지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흡연하는 모습, 경호팀의 움직임, 머리 모양 등 흥미위주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느린 열차 때문에 중국인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측면이 강조된 보도도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협상내용 등 본질과 맥락에 맞는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온라인 기사 담배 문 김정은, 재떨이 두 손 받쳐든 김여정에서 이날 새벽 530(현지시각 새벽 330)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가 중국 남부 난닝역에 정차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플랫폼에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일본 JNN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JNN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는 동안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두 손으로 재떨이를 공손하게 받쳐든 모습도 보였다며 김 위원장이 숨을 크게 내쉬고 눈가를 두손으로 비비는 장면도 포착됐다고 썼다.

 

국민일보 같은날짜 온라인 기사 김정은, 열차 세우고 흡연두 손으로 재떨이 든 김여정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던 평양발 특별열차에서 잠시 내려 담배를 피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애연가로 알려졌다고 썼다. 이 신문은 일본 TBS방송이 26일 중국 난닝시의 한 기차역에서 촬영한 김 위원장과 일행의 휴식 장면을 방영했다며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두 손으로 재떨이를 들고 김 위원장의 꽁초를 받았다고 썼다. YTN도 이날 오후 이 영상을 방송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동당역에서 내린 뒤 포마드로 앞머리를 뒤로 넘긴 모습도 보도됐다. 연합뉴스는 26일 오전 김정은, 열차로 66시간만에 베트남 도착전용차로 하노이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출발했을 당시 입었던 검은색 모직 코트를 벗은 채 인민복 차림이었으며, 내렸던 앞머리도 포마드를 이용해 뒤로 넘겼다고 썼다.

 

도쿄방송이 26일 방송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흡연하는 모습과 김여정 부부장이 재떨이를 가져다 주는 장면. 사진=TBS JNN 영상 갈무리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방탄 경호단도 집중 보도했다. MBC226초짜리 온라인 영상뉴스 김정은 방탄 경호단...오늘도 뛴다에서 김정은 전용차가 동당역을 출발할 때 경호단이 일부 거리를 뛰어가다 멈추고 뒤에 오는 차량에 일제히 탑승하고 함께 뛰어가는 장면만 따로 구성해 올렸다. MBC김 위원장의 방탄 경호단은 오늘도 예외 없이 김 위원장의 차량을 에워싸고 달렸습니다라고 전했다. YTN김정은 호위무사 방탄 경호단철통 방어 눈길리포트에서 김 위원장이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방탄 경호단은 어김없이 인간 방패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쿠키뉴스, 서울신문도 온라인에 기사를 실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편을 이용해 중국의 철도를 관통해 이동하다보니 생기는 중국인민들의 불편을 강조하는 보도도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 26일자 4시속 67느릿느릿 김정은 열차에중국인들 부글부글에서 김정은의 열차 평균 시속이 중국 고속철의 5분의 1 수준인 66.8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나는 길목마다 기존 중국 열차들은 무더기 운행 취소 사태가 빚어졌다고 썼다. 조선은 전체 여정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만명이 직간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 네티즌이 세계의 악인(김정은을 지칭)이 강대한 중국 땅 위를 기어다니고 있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한국일보는 지난 24일자 기사에서 불편과 불만을 감수한 이유를 두고 철도를 통한 대륙 연결에 대한 북중의 의기투합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26일자 1김한솔 보호단체 이번주 중대발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후 그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단체 천리마 민방위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에 중대한 발표가 있겠다고 예고했다고 썼다. 조선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금주 후반,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주는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김한솔의 육성 증언이나, 다른 고위급 북한 망명 인사가 전격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내용이 불확실한 내용을 추정한 기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평화체제 구축에 역사적 전환점을 앞두고 지나치게 이벤트나 가십거리로 만들고 선정적 보도하는 건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비핵화 개념정리도 필요하다. 빅딜·스몰딜 같은 주관적 용어도 자제해야 한다. 비핵화는 실패한다는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보도도 부적절하다. 객관적인 협상 분석에 치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26일 보도한 영상뉴스 '[핵심영상] 김정은 방탄 경호단..."오늘도 뛴다"'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또 하나의 수치 외교부 의견서

양승태 재판 거래의 중심에 있는 문건

외교부는 과거사 해결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23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를 외면했던 아베 정부가 부랴부랴 한국에 강제징용 관련 협의를 제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난 215<한겨레21>과 만난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협회 회장이 한국 외교부에 한 주문이다. 지난해 1030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근거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 피해자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가해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조언도 했다.

 

일본 정부의 적반하장 격 공격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6624일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하지만 외교부의 태도는 우쓰노미야 변호사의 기대와 거리가 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6일 독일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협의 요청에 계속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일본은 앞서 131일 한-일 국장급 회의에서 한-일 청구권 협상에 따른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다. 아베 정부는 일본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의를 거부한다는 식으로 공격한다. 전쟁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외교부는 왜 일본 정부가 제안한 협상에 소극적일까. 외교부가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의 사법 농단 수사 결과에서 대략적인 배경은 추론할 수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외교부는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를 들쑤셔 강제징용 재상고심에 개입하도록 했다. 외교부는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린 2012524일 대법원1(주심 김능환 대법관)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이런 취지의 보고를 했다. -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제 피해자의 개인청구권까지 모두 소멸됐다는 게 박정희 정권 이후 외교부가 유지해온 기본 시각이었다. 이는 -일 청구권협정에도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의 해석이다.

 

검찰은 외교부의 충동질이 박근혜 정부 초기에 본격화한 것으로 파악한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는 외교부가 2012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해 8월 이 전 대통령이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려고 뜬금없이 독도를 방문하는 등 대일 강경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이런 분위기는 이듬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확 바뀐다. 김앤장 고문을 지낸 윤병세씨가 20133월 박 정권의 초대 외교부 장관에 취임하자 청와대에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윤 장관은 앞서 김앤장 고문으로 있을 때 김앤장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철주금을 위해 따로 꾸렸던 법률팀을 합쳐 만든 강제징용 재판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앤장에 둥지를 튼 외교부 전관들도 가세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20131월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인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와 윤병세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의 면담을 조율했다. 무토 전 대사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책을 쓴 극우 인사다. 유 전 장관은 나중에 2015년 한-일 포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설명한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박 전 대통령

외교부 보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탓으로 보인다. 그러다 2013년 여름 서울고법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신일철주금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리자 외교부의 행보가 빨라졌다. 외교부는 대법원에 ‘2012년 대법원 판결은 외교적,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대법원 판결이 회부되어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또 청와대에도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한-일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다.

 

결국 2013121일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윤 장관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불러다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입법·사법·행정부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이 점을 각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배상 판결 확정시 정치적, 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해지므로 사법적 해결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실을 고려해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그러자 차 전 법원행정처장은 왜 이런 얘기를 2012년 대법원 판결 때 안 했느냐. 브레이크를 걸어줬어야지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모임에서 강제징용 재상고심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유도하고 동시에 재판 진행을 지연시키면서 원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 취하를 유도하는 투 트랙방식이 결정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처럼 청와대와 사법부를 들쑤셨던 외교부는 정작 박 전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기 지시한 2015년 무렵에 슬그머니 발을 빼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한-일 청구권협정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의 연관성을 인식한 뒤부터 적극적인 대책을 독려했지만, 외교부는 전범기업의 편을 들고 있다는 비난이 두려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가 주도한 201512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외교부는 더욱 몸을 사렸다. 대법원은 강제징용 재판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위해서는 외교부 의견서가 필요하다고 압박했지만 외교부는 의견서 제출을 차일피일 미뤘다.

 

검토에서 입장 바뀐 외교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810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그러자 청와대는 외교부 당국자를 불러다 강하게 질책했고, 결국 20161129일 외교부 의견서가 대법원에 제출됐다. 양승태 대법원은 이 의견서를 근거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했으나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 등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강제징용 재상고심은 김명수 대법원장 때인 2018727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이 확정됐다.

 

검찰은 사법 농단 수사 초기 외교부 압수수색 때 입수한 이 의견서가 일본 전범기업에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돼 강제징용 재판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10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의견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천정배 민주평화당 위원이 의견서 철회 여부를 묻자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이 의견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취지의 일본 정부 입장을 부정하지 않는 내용을 담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음을 의식해 유감의 뜻까지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는 사법 농단 수사가 끝난 지금 5개월 전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한겨레21>218일 이 의견서의 철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외교부가 이 소송과 관련해 제출한 문서는 특정 주장에 대한 의견이나 입장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외교부 소관 업무와 관련된 참고 정보를 취합, 정리한 것으로서 내용적으로 철회 내지 변경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의견서가 개인청구권에 대한 여러 해석을 담았을 뿐 특정 의견을 강조하거나 지지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외교부의 설명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견서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뒤집으려는 목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외교부 의견서가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에 유리한 내용이라고 분명하게 적었다. 검찰 관계자는 여론을 의식해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았겠지만 내용은 전범기업에 유리한 게 맞다고 말했다.

 

검찰 외교부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

의견서 철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제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기존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지다. 개인청구권 소멸 문제는 앞으로 일본 정부와 협상할 때 기본 원칙이 되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외교부 당국자에게 개인청구권에 대한 외교부의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게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라고만 답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대리하는 최봉태 변호사는 외교부 안에는 여전히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도 소멸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핵심 보직에 있다. 외교부가 일본과의 협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이다. 전직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재판 거래로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부추긴 외교부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정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21 125119.2..22



매체 "아닌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한반도 상황 매우 달랐을 것"

문 대통령은 어떻게 2차 북미회담을 실현시켰나

'Moon Miracle', 'Mr. Impossible'로도 표현

                

     

내셔널 인터레스트 홈피 캡처

"만약 청와대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은 지금과 매우 달랐을 것이다. 문 미라클(Moon Miracle)은 진짜다."

 

미국 안보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26(현지시간) '문 미라클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었나(How the “Moon Miracle” Made the Second Trump-Kim Summit a Reality)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 구축에 대한 공로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재자(peacemaker)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없었다면 북미관계가 지금처럼 개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또 한국정부 고위관료의 말을 인용해 "문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자신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명예와 명성을 얻고 노벨상을 받는 것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가 원하는 건 한반도 종전이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을 '미스터 임파서블'(Mr. Impossible)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최근 동북아 상황은 2017년말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북한은 1년 넘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았고, 핵실험도 안 했다.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과 워싱턴의 한가운데 있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은자의 왕국(Hermit Kingdom)과 다른 관계를 맺을 일생일대 기회가 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를 친밀한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튼 남북대화의 물꼬는 두 정상이 비무장지대에서 악수하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무산될 뻔한 1차 북미정상회담을 열리게 했고 덕분에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대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문 대통령은 수십 년간 지속된 북미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북한 비핵화 이상의 것을 생각하고 있다""남북경협에서 나아가 북한이 미국과 EU, 일본, 그외 다른 나라와 비즈니스를 하는 변화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을 긍정적 의미의 민족주의자로 평가하며 "그는 외부 세력의 개입없이 자국민의 힘으로 남북분열 국면을 타개해나가길 바란다. 아울러 청와대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은 지금과 매우 달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트럼프 배신 코언의 '정치 핵폭탄' 톱뉴스 장식

개인 변호사의 '트럼프 스캔들' 의회 증언, 북미정상회담에 찬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 핵폭탄'이 미국 의회에서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벌였던 온갖 의혹의 뒤치다꺼리를 해온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27(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을 증언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시켰다고 자부해 왔지만, 정작 자신을 겨냥한 '핵폭탄'을 피하지 못한 채 김정은 위원장과 '핵담판'을 하게 되는 처지가 됐다. 코언의 증언은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찬을 끝낸 2시간 쯤 뒤에 시작됐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의회 청문회를 생중계와 톱뉴스로 보도하면서 북미정상회담 흥행은 '폭로 증언'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국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고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해 북한에 양보하고 큰 성과를 거둔 것처럼 과대포장한 '하노이 선언'을 발표하도록 합의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주류 언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민주당도 이런 경고를 이용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7(현지시간) 상원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해 항복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엉성한 합의를 대가로 우리의 지렛대를 팔아 치울 준비가 된 것 같다"고 공격했다.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전 11(우리시간 오후 2)부터 단독. 확대정상회담과 오찬을 거쳐, 오후 2(우리 시간 오후 4) '하노이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언의 증언 내용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의 회담에서 불리한 입장이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7(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온갖 스캔들 의혹에 대해 폭로하는 증언을 쏟아낸 뒤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을 감고 있다. AP=뉴스

 

"코언의 증언, 흥미롭지만 새로운 증거 제시는 없었다"

코언의 의회 증언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에게 온갖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이다. 주요 증언은 4가지다. 코언은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경쟁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의 이메일이 해킹돼 폭로되기 전에 사전에 보고를 받고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언은 힐러리 후보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수천 건이 해킹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 당시 비공식 참모였던 로저 스톤이 트럼프 후보에게 며칠 내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을 타격할 엄청난 양의 이메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전화 내용이 스피커폰을 통해 흘러나와 자신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자료는 러시아 해커한테서 얻은 것이었다.

 

또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 개발을 추진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이던 20161월부터 6월까지 적어도 6차례 이상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과 관련한 협상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측에서는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은 20161월까지 추진됐으며, 대선후보가 된 후 러시아와 사업 거래는 없었다고 밝혀왔다. 당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 폭로는 중대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코언은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 논의가 선거 기간 중에는 없었다고 의회에서 위증을 했다가 법원에서 3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러시아 커넥션' 의혹 자체에 대해서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프가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도 의심할 만한 정황을 증언했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이 힐러리 후보에게 흠집을 낼 정보를 가진 러시아 관계자들과 20166월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트럼프 주니어가 사무실에서 "회의 준비가 다 됐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 좋다. 알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커넥션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지 못했다는 점에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코언의 증언은 흥미로웠지만, 새로운 것은 없었다"고 다소 실망한 반응을 보였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의 입막음을 위해 자신이 먼저 13만 달러를 주고 트럼프 측으로부터 11장의 수표를 받았다고도 폭로했다. 코언은 지난 201781일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기업집단) 재무책임자의 서명이 적혀있는 수표 사본을 제시하기도 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성추문 여배우들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한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자신이 의회에서 위증하도록 지시하고, 학교 성적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500여 차례나 협박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트럼프가 졸업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자신의 성적을 공개하지 말도록 위협하는 편지를 썼다고 증언하면서 편지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언은 이런 여러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는 인종주의자이며, 사기꾼(conman)이고 협잡꾼(cheat)"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 의원들은 코언은 이미 의회 위증 등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거짓말쟁이라면서 그의 증언을 일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언이 의회 위증, 탈세, 은행사기, 선거자금 위반 등으로 중형을 피하기 어렵자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뮐러 특별검사와 거래해 징역 3년으로 형량을 줄이는 대신 또다시 위증을 하는 것이라고 트위터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이승선 기자 프레시안

 

'비핵화 담판'에 찬물 끼얹는 보수언론

섣부른 북미정상회담 '실패' 관측 보도...트럼프 "서두를 생각 없어"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7(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출처=노동신문) 뉴시스

 

북미 정상의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회담 결과에 찬물을 끼얹는 보수언론의 보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앞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 가운데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하는 보수언론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28일자 사설 <2차 미북회담 '핵무기 우라늄 시설' 신고 검증 폐기 합의해야>에서 "김정은이 이번에도 고철이나 다름없는 '영변 플루토늄 시설 동결 정도'로 대북 제재 허물기에 나서는 것이라면 그의 비핵화 약속은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전술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2차 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북핵 생산 기지인 우라늄 농축 시설과 수십 발의 핵탄두를 전부 신고 검증 폐기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시한을 명시하는 것이라며 "신고·검증·폐기를 약속해도 그 시한이 10, 20년이면 소용이 없다. 그 사이에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고 만다"고 강조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이번 '하노이 선언' 실패를 점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널A <뉴스A>27<‘하노이 담판빅딜될까... 협상 최대 변수는?>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에 북미가 잠정했다는 미 온라인매체 복스의 보도와 관련해 “<복스>가 보도한 잠정 합의안대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미국과 우리 모두의 완벽한 실패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도 지난 27일자 <영변 핵시설 관련 구체 조치 적시 그칠듯>에서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명기하는 비핵화 조치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핵 리스트 신고, 검증이 빠진 불완전한 합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핵화의 정의를 넓게 해석하는 타매체와 비교하면 이는 비핵화의 기준을 높게 설정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앞서 25일자 <비핵화 개념 공유 영변 핵폐기 합의 비핵화 로드맵 제시>에서 영변 핵심 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한다는 데 합의하고 구체적 행동 계획이 합의문에 담긴다면 성공"이라며 "영변 이외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핵미사일 시설과 핵물질 핵무기 등 폐기는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다뤄질 고난도 작업"이라고 했다.

 

<한겨레>27일자 <‘적과의 대좌’ 260일 만에정상국가 관계로 가는 큰 걸음>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압박과 유혹에도 센토사 합의를 지켜낸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때 이른 비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을 두고 제각각 보도가 나오자 지난 27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스물딜은 성공하지 못한 회담이고, 빅달이 되어야 성공한 회담이냐"고 반문하면서 "천리 길을 가기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28일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김정은 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에 앞서 서두를 생각이 없다""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 감사하다며 비핵화 조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은주 기자 nanda324@pdjournal.com



정말 김정은이 판을 깼을까?

2차 핵담판 결렬, 한반도 정세 안개속

'빅딜''스몰딜'도 없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틀간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도 예상 못한 '합의 결렬'로 마무리됐다. 세계적 관심과 기대가 쏠린 회담이었던 만큼 실망스러운 결과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을 설명하는 기자회견 뒤 곧바로 전용기로 베트남을 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체류 일정은 2일까지이지만 북미 협상과는 무관한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양국 정상의 태도는 신중하고 사려깊었다. 27일 만찬 회동을 시작으로 28일 오전 진행된 단독회담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 한마디 없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진지하게 예우를 갖췄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로 부르며 "통 큰 정치적 결단"을 추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하지 않을 거면 여기 왔겠냐"고 적극적 의지도 보였다.이 같은 분위기는 오후 들어 업무오찬과 합의문 서명식 취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전됐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한 회담 결렬 사유는 '북한 탓'으로 기운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앞서 "모든 제재를 해제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200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으로 채택된 10여개의 대북 제재를 일괄 해제해야 비핵화 조치에 나서겠다는 말을 한 셈이 된다. 김 위원장이 선()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에 이 같은 무리한 요구를 실제로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의 의제를 세분화하고 수위별로 맞교환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강조해 온 북한의 일관된 접근법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만큼,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가 '전면적 제재 완화'를 요구한 북한 쪽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석연치 않다. 오히려 실무회담을 통해 도출한 밑그림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원했다면 합의문에 서명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 합의문에 서명하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사전에 '잠정 합의안'이 마련됐음을 시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최대 쟁점인 영변 핵시설 폐기에 "완전히 동의했다"면서 "그러나 영변 핵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까지 수용할 각오로 하노이 담판에 나선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에 대한 폐기까지로 수위를 높여 협상을 어렵게 했다는 뜻이 된다.

 

폼페이오 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좌하기 전부터 결렬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미국 여론을 고려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승부사' 이미지를 사전에 계획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당초 이는 협상 전략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됐으나, 합의문 서명이 무산된 뒤엔 한껏 높인 비핵화의 문턱을 북한이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장을 뜨겠다는 뜻을 담은 결렬의 예고편이 아니었냐는 쪽으로 바뀌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협상 결렬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하게 따질 수 없어 북한 당국이 회담 결렬에 관한 입장을 낼지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됐음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헤어지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라 샌더스 대변인 인스타그램 갈무리

 

'시계제로' 한반도, 대통령 역할론 부상

국제적 부담 속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8개월 만에 재회한 회담이 결렬되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빨려들었다. 물론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2017년 전의 상황으로 북미가 회귀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기는 무리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일어서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호적으로 마무리했다. 악수도 했고 서로 간 따뜻함이 있었다"고 밝혀 대화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선 "지금 말하긴 어렵다. 조만간 열릴 수도 있지만, 올해가 지나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혀 '톱다운' 방식의 북미 협상이 새로운 동력을 찾을지는 불투명해졌다. 전면적 제재 완화와 영변을 넘어선 일괄 비핵화라는 최대 수위의 합의가 쟁점으로 형성된 이상, 단계적·동시적 해법이 효력을 유지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양측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한미 정상회담을 배치해 한반도 정세 변화에 속도를 높이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최소합의 즉 '스몰딜'마저 불발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만이라도 숨통이 트이길 바랐던 문 대통령의 처지가 난감해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제재 완화 문제가 결론 나야만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대기업 대북 투자와 같은 것들이 결정되는데 제재 완화가 하노이에서 가닥을 못 잡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4차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북한으로서는 없어졌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오히려 중요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한국 정부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보다는 평양에 비공개라도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북한의 정확한 의중 파악을 강조했다. / 임경구 기자 프레시안 3.1

 

공안검사총리보수정당 대표황교안 그는 누구인가

미스터 국가보안법별명 붙던 대표적 공안검사

친구였던 고 노회찬 의원와 검사-피의자로 만나기도

박근혜에게 발탁돼 법무부장관·국무총리 승승장구

탄핵 상처 봉합하고 보수진영 리더될지 기대·우려 교차

 

자유한국당을 2년간 이끌 새 사령탑으로 27일 선출된 황교안(62) 신임 대표는 입당 44일 만에 제1야당 대표에 오르며 화려하게 정치 행보를 시작하게 됐다.

 

공안검사법무부장관국무총리라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온 황 후보는 사법고시 23(연수원 13)에 합격해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검찰에서 대검 공안 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구고검장을 역임하는 등 공안통 경력을 쌓았다. 1998년 공안 수사의 교과서로 불리는 책 <국가보안법 해설>을 펴내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또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민영 교도소인 소망교도소를 운영하는 기독교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를 맡은 바 있다.

 

그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기고등학교 72회 동창이기도 하다. 노 의원은 과거 <한겨레> 인터뷰에서, 1989년 노동운동으로 구속돼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다가 옆 방의 공안 검사황교안과 조우한 일화를 떠올린 바 있다.

 

수사 끝나는 날 황교안이 나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포승줄 다 풀고 수갑 다 풀고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마시며 황교안이 어떻게 지내냐고 묻길래 저는 걱정하지 말란 뜻에서 서울구치소가 새로 옮겨가서 겨울에 덜 춥고 괜찮다고 했더니 황교안은 그게 문제다라면서 자기가 거기 지을 때 가서 구치소라는 게 이렇게 따뜻하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또 저에게 하더라.”

 

황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던 20057월 국가정보원 도청 자료를 통해 폭로된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 사건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았다.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서면조사만 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등 삼성 쪽 인사 모두를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엑스파일 내용을 보도한 이상호 <문화방송>(MBC) 기자와 녹취록 전문을 실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201729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1년 부산고검장으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일하던 그는 2013년 박근혜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청문회 과정에서는 과거 담마진(두드러기)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변호사 시절 16개월간 수임료로 16억원을 벌어들여 전관예우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9년 쓴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 4·19 혁명을 혼란으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한 사실이 드러나 역사관도 논란이었다.

 

그는 장관 시절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 수사와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하면서, 보수 진영에 확고한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이어 2015년 국무총리로 발탁된 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차분히대응하면서 보수층의 마음을 산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01612월 국회에서 가결되고, 20175월 대선이 치러질때까지 약 5개월 간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자연인이 된 그는 줄곧 보수진영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렸다. 정치 참여를 저울질하던 그는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로 일찍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이후 이번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지난달 자유한국당에 전격 입당하며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절차에 문제가 있다” “태블릿 피시 조작 가능성이 있다등 탄핵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말을 하며 보편적인 민심과 간극을 드러냈다. 황 대표가 탄핵으로 갈라진 보수진영을 통합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과제를 해낼 수 있을지 보수진영 안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14만원이었던 아로니아, 갑자기 헐값된 이유   

충북 아로니아 재배 농가 316100과원 정비사업 신청

농가 "근본적 대책 아니다" vs 정부 "시장에서 수급조절 필요"



단양군 내에 내걸렸던 현수막. [독자 제공]

 

창고 보관 중 곰팡이가 핀 아로니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11천원 '헐값' 전락 아로니아"재배하느니 뽑아버리겠다"

충북 아로니아 재배 농가 316100과원 정비사업 신청

농가 "근본적 대책 아니다" vs 정부 "시장에서 수급조절 필요"

 

'왕의 열매'인 아로니아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불과 6년 전 134만원 사이를 오갔던 아로니아 가격이 공급량 급증과 시장수요 급감으로 최근 몇 년새 가격이 1천원대로 곤두박질치면서다. 1일 충북도에 따르면 아로니아 나무를 뽑는데 필요한 비용(1600만원)을 지원하는 정부의 과원 정비지원 사업에 신청한 도내 재배 농가는 모두 316곳에 1001955. 지역별로 보면 단양이 136곳에 41140를 차지해 전체의 41%나 됐다.

 

단양은 아로니아 재배 농가가 390139에 이르는 도내 제일의 아로니아 재배지다. 그러나 절반 가까이 되는 농가가 이번 과원 정비지원 사업에 신청했다. 신청 농가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내달까지 밭에 있는 아로니아 나무를 모두 뽑아낼 예정이다. 사실상 재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시장수요가 떨어지고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어려워진 농가가 버티지 못하고 정비지원 사업에 신청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단양에 이어 사업 신청이 제일 많았던 곳은 영동 7617989, 옥천 35118575, 보은 221127, 괴산 1366251, 진천 1033191이었다. 청주 932267, 충주 827700, 제천 52401가 그 뒤를 이었다.음성군은 1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도내 아로니아 재배 농가의 2530% 정도가 정비지원 사업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음성은 재배 농가가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여서 이번에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원 정비사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며 일부 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문철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농민회 사무국장은 "정비지원 사업으로 농가에 지원되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농민단체들은 FTA 체결의 영향으로 2015년부터 본격화한 분말 형태의 외국산 물량의 국내시장 잠식이 근본적인 가격 폭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산 분말 수입으로 시장 가격이 폭락했고 이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에 정부는 분말 수입 증가로 인해서 국산 아로니아 가격이 하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단기간에 재배가 확대돼 국내 생산이 과잉됐고 최근 아로니아를 대체하는 다른 건강식품들이 출현하면서 소비가 위축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원 정비사업과 더불어 아로니아 소비 활성화를 위해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홍보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vodcast@yna.co.kr





이 땅의 모든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내 정치경력은 3·1운동으로 시작되었다. 대중운동의 힘이 내 존재를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인 기자 님 웨일스를 통해 세상에 털어놓은 회고담 <아리랑>에서 혁명가 김산은 밝혔다. 정확히 오늘로부터 100년 전 조선에서 벌어진 기미년 31일의 싸움이 당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집약적으로 드러내어 주는 말이다.

 

그날, 식민지 백성들은 새로운 근대주체로 다시 태어났다. 글을 배운 학생들은 격문을 쏟아냈고, 글을 못 배운 이들은 다른 이에게 물어서라도 민족자결주의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땅을 빼앗긴 농부들은 분노했고, 착취당한 노동자들은 파업했으며 상인들은 상점문을 걸어 잠갔다. 가부장제 아래 가장 약한 존재였던 여학생과 기생들이 남자보다 앞장서서 용기를 냈다. 얼굴 없던 이들이 얼굴을 드러냈고, 말 없던 이들이 말을 쏟아냈다. 수직적으로 짓누르는 식민지 권력에 맞서 조선의 2백만 민중은 수평적으로 연대하며 운동을 발전시켜 갔다. 3·1운동의 흐름 안에서 본격화된 학생운동, 여성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 사회운동은 이후 100년 동안 대한민국을 진보시킨 원동력이 됐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는 33인이지만 계획에 가담한 이들까지 확대하여 민족대표 48인이라고 통칭한다. <한겨레>3·1운동 100주년을 맞아 1919년 사회지도층이 아님에도 만세시위를 주도했던 이들을 톺아 민중대표 48을 선정했다. 자유와 평화를 희구했던 평범한 영웅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재판기록 등 3·1운동에 참여했음을 확인할 공식 기록이 있는 이들 가운데 사진이 남아있는 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검토했다. 여기 소개된 48인의 민중대표는 그나마 얼굴과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던 이들이다. 기미년 3월 조선 역사에는 이름도 얼굴도 없이 잊힌 독립운동가들이 수백만이었다.

 

만삭의 운동가, 기생, 여학생까지전면에 나선 여자들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은 충남 천안에서 시위를 주도한 유관순(당시 나이 17), 황해도 개성에서 시위를 주도한 전도사 어윤희(38)와 신관빈(34) 등 여성 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방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함께 지냈던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경기도 파주에서 310일과 26일 만세시위를 주도했던 임명애(33)가 임신한 몸으로 수감되었던 까닭이다. 농사를 짓는 임명애와 남편 염규호(39)는 격문을 만들어 등사해 배포하며 수백명 군중을 이끌었다. 임명애는 징역 16개월, 염규호는 1년형을 받았다. 그해 10월 임명애는 보석으로 잠시 풀려나와 아기를 낳고 11월 아기와 함께 재수감됐다. 서대문형무소의 혹독한 겨울밤을 산모와 아기가 견딜 수 있었던 건 유관순을 비롯한 여성 동지들이 돌봐주었기 때문이다. 임명애의 회고에 따르면 추운 감방에서 잘 마르지 않고 얼기만 하는 기저귀를 유관순이 몸에다 감아 체온으로 녹여주었다고 한다.

 

수원의 기생 김향화(23)8호 감방의 원년멤버다. 329일 자혜병원으로 정기 건강진단을 받으러 가던 길에 김향화를 비롯한 수원기생조합 소속 기생 33명은 만세시위를 벌였다. 당시 조선 기생들은 일본 경찰조차 화류계 여자라기보다는 독립투사라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표현할 만큼 절개가 높아 사상기생이라고 불렸다. 수원뿐 아니라 진주, 통영, 해주에서 기생들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세브란스병원 견습 간호사 노순경(17)은 동기인 김효순(17)·이신도(17)와 종묘 앞에서 만세운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붉은 글씨로 조선독립만세라고 쓴 깃발을 만들어 시위를 주도했다가 8호 감방에 끌려왔다. 간호사들도 독립운동에 나선 여성들의 한 축이었다. 5일 경성의 만세시위에 참여했다가 집행유예를 받은 원산 구세병원 간호사 탁명숙(26)은 그해 9월 사이토 마코토 총독에게 폭탄을 투척하고 도피한 강우규 의사의 도피처를 주선하기도 했다. 결혼 뒤 제주도에 정착한 탁명숙은 제주 4·3사건 뒤 부모 없는 아이가 도처에 생겨나자 제주보육원을 설립해 1972년 별세할 때까지 헌신한 인물이기도 하다.

 

3·1운동을 통해 역사의 전면에 처음 나선 여학생들은 결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부산의 만세운동을 주도한 일신여학교, 개성 시위를 주도한 호수돈여학교, 광주 시위를 주도한 수피아여학교 등 여학생들은 3·1운동기에 헌신하며 다른 운동주체들을 이끌었다. 여학생 시절부터 민족운동에 열심이었던 박현숙(23)과 박애순(23)1919년 각각 평양과 광주에서 만세운동이 처음 논의될 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수피아여학교 학생 윤형숙(19)310일 광주 시위대의 선봉에 섰다가 일본 순사의 장도에 왼팔을 잃고도 피 묻은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더 크게 외쳤다는 설화적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후 고문으로 오른쪽 눈마저 실명해 평생 고통받으면서도 문맹퇴치운동에 헌신했다.

 

가장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인 김마리아(28)의 삶도 어쩌면 1919년에 결정됐다. 김마리아는 일본의 조선인 유학생으로서 2·8독립선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선언서를 국내로 몰래 들여와 3·1운동을 촉진했다. 3·1운동이 시작되자 도쿄의 여학생들과 서울의 여학생들을 한데 묶어 조직했고 그 때문에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뒤 모진 고문을 당했다. 4개월 만에 출소한 김마리아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애국부인회 조직에 적극 나섰다가 재수감됐다. 그는 이때 얻은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삶과 죽음을 오갔고 개인으로서의 삶은 포기해야 했다. 국외에서 3·1운동을 촉발시키고, 운동이 벌어지자 국내에 들어와 이를 추동하고, 운동이 지나간 뒤에는 그 가치를 이어 독립운동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김마리아는 남녀를 넘어 3·1운동의 정신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라고 할 만하다.

 

3·1운동 1주년을 맞은 192031일엔 배화여학당 학생들이 학교 뒤 언덕과 운동장에서 조선독립 만세를 외쳤는데, 소은명(14)·소은숙(16) 등 어린 학생 24명이 모두 구속되었다. 일제가 조선의 여학생들을 얼마나 두려워하게 됐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열혈청년들의 격문 3·1운동은 지도부가 없는 운동이었다.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유통해 기틀을 마련한 민족대표들은 있었지만 그들이 첫날 연행된 뒤 시위군중 하나하나가 운동을 만들어갔다. 쏟아져 나온 격문과 지하신문들은 군중들이 스스로 학습하며 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19193~7월 사이에 발간된 국내외 지하신문만 60종을 넘길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조선독립신문>31일부터 천도교 쪽에서 발간했는데, 발간 주체가 체포되면 다른 사람이 발간을 이어갔다. 경성서적조합 서기 장종건(24)은 이종일(61) 등 천도교 인사들이 붙잡혀가자 3호부터 이 일을 맡아 하다 체포됐다.

 

학생들은 격문 제작의 주된 참여층이었다. 경성고보 학생 박노영(19) 등은 동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분기하라는 취지의 격문을 만들어 800매를 배포해 징역 2년형을 언도받았다. 경성공전 학생 양재순(21)과 직물업에 종사하는 김호준(20)도 합심해 제군의 심령에 있는 철함 대포로써 하면 천하의 무엇인들 이를 부숴버리지 못하겠느냐는 격문을 등사·배포해 붙잡혔다. 배재고보 학생 장용하(21)와 이춘봉(19)조선독립은 확실하므로 이때 우리 동포는 죽음을 기하고 분기하라는 격문을 서울 시내에 수십매 뿌렸다. 중앙학교 학생인 유연화(20)이 기회에 조선을 일본통치 하에서 떠나 완전한 독립국이 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격문을 집집마다 배포했다.

 

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협박문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쌀집에서 일하는 청년 이두현(17)·서빙고리의 각 상점은 문을 닫고 이민(동네 사람) 전부가 조선독립만세를 높이 부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통고문을 동네 사람들에게 보내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인천 객줏집에서 사환으로 일하던 임갑득(16)인천에 있는 상업가 여러분이 철시하지 않으면 인천시가는 초토화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호기롭게 상인들의 철시를 촉구했다가 붙잡혔다.

 

격문보다 친절하게 만세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경기도 광주의 농부 이시종(19)은 문자를 잘 모르는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조선독립신문>을 읽어주며 오늘까지는 면사무소에서 일본일을 하고 있었으나 조선이 독립하면 부역·세금 등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가 잘 알지 못하는 글자는 또 다른 농부들이 곁에서 알려주며 함께 읽어나갔다. 시흥에 살던 서당 생도 권희(19) 역시 기존의 국한문 혼용 독립선언서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직접 통고문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이 회람할 수 있게 마을 어귀에 놓아뒀다. 어려운 현안이 생겼을 때 누리꾼들이 이해를 돕는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과 닮아 있다. 3·1운동으로 붙잡혀온 시위군중들이 신문 과정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운동 지도층이 아니라도 많은 이들이 파리강화회의를 비롯한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는데, 이처럼 함께 학습하고 깨우치며 운동했던 결과일 것이다.

 

학생은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노동자들은 동맹파업

사회변혁 꿈꾼 청년들을 통해

조선인 심정을 이해한 외국인은

일제 학살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학생운동을 돕거나 무료변론 했다

“3·1 대중운동의 힘이 내 존재를 뿌리부터 뒤흔들어놓았다

혁명가 김산의 말처럼

당시 학생 여성 농민 노동운동은 대한민국을 진보시킨 원동력이 됐다

 

일신의 영달보다 민족을 생각한 공복 대부분의 관리들은 일제에 부역하길 택했지만 갈림길에서 민족을 택한 이들도 있었다. 덕수궁파출소의 순사보였던 정호석(33)35일 아침 경찰서장에게 아이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휴가를 얻었다. 정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손가락을 깨물어 광목에 피로 태극기를 그리고, ‘대한국 독립만세라고 적어 깃발을 만들었다. 그리곤 딸이 다니는 마포 흥영여학교에 찾아가 딸과 딸의 친구들, 교사들을 이끌며 만세시위를 벌였다. “신문에서 이번 (파리)강화회의에서 약소국을 독립시킨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조선도 독립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했다고 정호석은 검찰 신문에서 말했다.

 

몇몇 마을의 구장(이장)들은 만세운동을 진두지휘했다. 경기도 양주 연곡리 구장 안종규(30)는 그의 형 안종태(33)와 함께 1천여명을 이끄는 대형시위를 벌였다. 양주 평내리 구장 이승익(44)은 구장인 탓에 쓸데없는 유언비어에 열중하지 말라는 하세가와 총독의 유고를 동네사람들에게 읽어줘야 했는데, 이를 읽어주다가 되레 분노한 군중들과 만세시위를 벌였다. 일본인 헌병 주재소를 습격하여 불을 지르는 등 어느 동네보다 뜨거웠던 경기도 수원 장안면의 경우도 석포리 구장인 차병한(35)이 이웃들과 논의해 주도한 것이었다.

 

만세운동의 주인공, 농민 만세운동의 큰 물결을 이끌어간 이들은 역시 농민이었다. 조선총독부 자료를 보면 3·1운동 피검자 19525명 중 직업별로는 농업이 55.3%로 가장 많다. 강원도 화천에서는 마을 유지인 64살의 농부 김창의가 조선독립만세라고 쓴 기를 세우고 시위를 벌였고 제주 조천리에서는 김시은(29) 등 농민들이 장날을 이용해 만세운동을 벌였다. 평북 안주의 농민 박의송(33)도 동네 사람들과 시위를 벌였는데 그는 실형을 선고받자 이 좋은 기회에 자유 독립의 희망에 대해서 세계 공법에 의해서 동정을 표시하는 것이 하등의 죄 될 것이 아니므로 무죄 백방하길 바란다고 상고했다. 경북 안동의 농부 조수인(38)도 동네 사람들과 헌병주재소를 습격하는 등 시위를 주도했다. 경기도 강화의 유봉진(32)은 농민이 아니지만 대다수가 농민이었던 지역 시위를 이끌어 징역 2년형을 받았고, 전북 익산의 교사 출신 문용기(41)는 일제의 무차별 발포로 사망자가 속출한 44일 장날 시위에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연설을 하다 헌병의 장검에 태극기를 들고 있던 두 팔을 모두 잃고 끝내 숨졌다.

 

농촌 지역의 3·1운동 중에는 한때 의병으로 활동하다 의병대가 일제에 의해 박멸되다시피 한 뒤 은거하던 이들이 앞장서는 경우도 있다. 강원도 김화의 객줏집 주인 김연태(40)는 구한말 의병 출신인데, 동네 사람들과 헌병주재소를 습격하는 등 이 지역의 시위를 이끌었다.

 

조직된 노동운동 서울의 학생들은 노동자 계층과의 연대를 통해서 운동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봤다. 조선약학교 학생인 김공우(17)는 휘문고보 학생인 정지현(21)으로부터 서울에서 학생이 주동하여 조선독립운동을 개시하였으나 힘이 미약하여 이 기회에 노동자계급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니 노동공보인쇄물을 각 곳 노동자에게 배부해 이들에게 독립운동을 권유하라는 요청을 받고 잡화상 배희두(16)와 함께 노동회보를 배포했다. 아울러 322일에는 봉래동 공터에서 노동자의 독립운동 참가를 촉구하는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노동자 엄창근(38)과 직공 임춘식(18)도 이 대회에 참석해 독립만세를 외쳐 모두 1~2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시위보다 동맹파업을 통해 독립 의지를 나타내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 것 같다. 3·1운동을 전후해 일제에 저항하는 조직적인 파업 양상은 뚜렷해진다. 8일 용산 인쇄공 200명이 파업한 것을 시작으로 동아연초회사, 경성철도국, 서울 시내 전차 종업원들이 잇따라 파업에 나섰다. 320일엔 충남 직산금광 노동자가 학생들과 함께 시위에 나섰고 22일엔 서울지역의 일반 잡역 노동자 300여명이 파업했다. 당시 시위에 나섰던 용산기관차 화부 견습공 차금봉(21)이 식민지 노동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며 1920년 조선노동문제연구회 발기인으로 참가하고 나중에 조선공산당 책임 비서가 되는 과정을 보면, 3·1운동이 사회 변혁을 꿈꾸는 청년 운동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짐작할 만하다.

 

조선인의 자유에 공명한 외국인들 평화의 정신을 담은 3·1운동은 조선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조선인보다 더 깊이 조선인의 심정을 이해한 외국인들도 있었다. 세브란스 의전의 프랭크 스코필드(30·캐나다) 박사, 한국명 석호필3·1운동 당시 수원 제암리 학살만행을 전세계에 알렸다. 미국인 선교사 조지 섀넌 맥큔(47), 한국명 윤산온3·1운동 당시 기독교계 학생들의 운동을 독려한 것은 물론, 학생들을 숨겨주어 일본의 눈엣가시였다. 3·1운동의 직접 관련자는 아니지만 일본의 후세 다쓰지(39) 변호사는 2·8독립선언 가담 학생들의 무료 변론에 헌신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대표자라 할 만하다. 세 사람은 모두 한국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았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

3.1운동 100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선조들의 피로 되찾은 이 나라를 더욱 정의로운 민주국가로 가꾸어 우리와 미래 세대 온 인류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이 선언을 발표한다.

 

100년 전 오늘, 조선의 민중들은 일제의 억압에 맞서 평화롭게 일어섰다. 후손들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기 위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 순간까지 일제의 총칼 앞에 섰다. 제국주의의 군화 발에 아래 쓰러져가면서도 우리 선조들은 배타적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남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부여된 권리를 우리 자신은 물론 온 인류가 함께 누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3.1운동은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결을 이끄는 겨레의 횃불이요, 만인의 자유와 평등, 인류 행복과 세계 평화로 가는 길을 비추는 등대다. 지난 100년 우리 겨레가 걸어온 역사의 깊은 어둠, 거센 격랑 속에서도 이 불빛은 변함없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왔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고통 받을 때에도, 수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이역만리에서 온갖 수난 속에 죽음을 맞았을 때에도 온 겨레의 가슴에 품은 3.1운동의 빛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전 세계를 휩쓴 냉전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온전한 독립 국가를 세우려던 꿈은 또 다시 외부 간섭에 직면했고, 이념대결의 벽에 가로 막혔다. 우리 자신의 책임도 크다. 남과 북으로 외세가 갈라놓은 대로 갈등하고 대립하다가 끝내 전쟁까지 치렀다. 그 후 60여년 이상 불안정한 휴전 상태에서 남과 북은 대결과 적대를 계속해 왔고, 한반도와 그 주변은 열강의 군비가 집결한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다. 분단체제는 민족의 자유로운 발전을 가로막고 모든 이들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위협해왔다.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의 막다른 길목에서 결코 주저앉지 않았고, 우리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절망하지 않았다. 선조들이 피워 올린 3.1정신의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 끝내 새 길을 열어왔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우리는 맨 손으로 세계가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취를 이루었다. 온갖 독재와 억압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존중받는 민주국가로 가꾸었다. 4.19, 5.18, 6.10, 촛불시민항쟁에 이르는 민주 항쟁의 역사가 입증한다. 녹슨 분단의 장벽도 8천만 겨레의 손으로 함께 걷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오늘 한반도를 뒤덮은 한 겨울의 냉기를 떨쳐내고 평화 번영 통일의 봄을 열어가고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 식민지배에 맞서 목숨 바쳐 싸웠던 독립투사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이 강토를 지키고 이 나라를 자유롭고 평등한 행복의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스러져간 모든 영령들을. 나라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던 식민과 분단의 긴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아왔고 끝내 오늘을 일구어온 모든 평범한 사람들,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 자매와 형제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역사의 여러 구비에서 중국으로, 러시아로, 미국으로, 일본으로, 5대양 6대주 세계 곳곳으로 떠나가 온갖 설움을 겪어야 했던 동포들을, 그리고 우리를 찾아와 이 땅에 뿌리내리고 동포로 이웃으로 함께 살게 된 모든 이들을.

 

이제 이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자. 평범한 이들이 지키고 건설해온 이 땅 위에 주권이 바로 선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자. 뿌리 깊은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국가, 민의를 왜곡하는 정치를 바로잡자. 시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저마다의 차이가 존중받고,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역동적인 시민의 민주주의를 꽃피우자.

 

모두가 존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모두가 실질적인 평등을 누리는 세상을 열어가자.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로잡아 모든 경제주체에게 공정한 기회와 일할 권리를 보장하자. 아무도 탈락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며 균등한 삶을 누리게 하자. 무분별한 개발과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파괴되어온 생태계를 보전하고 모든 면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발전시키자.

 

이제, 함께 평화를 누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자. 전쟁을 끝내고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추자. 분단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자.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항구적인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 가로막힌 교류와 협력의 길을 열어 한반도에 상생의 공동체를 건설하자. 온 겨레의 지혜와 힘을 모아 평화 번영 통일의 길을 열자.

 

식민 지배 과거사 왜곡을 바로잡자. 나라의 주권과 자결권을 민주적으로 바로 세우자. 군사주의와 패권주의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새롭게 구축하자.

 

우리 스스로 평화가 되어 지구촌에 공존의 희망을 열어가자. 진정으로 독립된 민주국가, 복지국가, 문화국가, 평화국가로 이 나라를 가꾸어 나가자. 국제사회에 인도와 정의를 확립하는 일에 국경을 넘어 협력하자. 세계를 평화의 동산, 인류와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조화롭고 공존하는 풍요로운 생명공동체로 가꾸어가자.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에 제안한다. 우리는 한일관계가 불행하고 어두웠던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러자면, 먼저 식민 지배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특히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 노동자 등에 대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해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일본 평화헌법은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100년의 꿈인 동양평화의 초석을 놓기 위해 손을 맞잡자.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한반도 주민들은 지난 60여년을 불안정한 휴전체제에서 살아왔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사는 이들을 볼모로 하는 어떤 종류의 무력사용에도 반대한다. 우리는 오직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북미 협상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모든 양자-다자 협상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이제 평화에 기회를 주자. 불신과 적대가 아니라 이해와 존중이 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온 인류 앞에 함께 입증해내자.

 

8천만 겨레여, 전 세계의 자유민이여

우리가 꿈꾸어오던 인도와 정의의 시대가 아직 오지는 않았다. 물질문명이 고도화되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지만, 억압과 차별, 분쟁과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인류문명을 파멸시킬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와 파괴적 군비는 증가해 왔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새로운 억압과 가난을 낳기도 했다. 무분별한 개발은 지구를 병들게 했다.

 

그러나 다른 세상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온갖 퇴행과 절망을 딛고 수많은 희생과 죽음을 넘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원래부터 지닌 인간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세계, 아무도 차별당하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계,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세계를 열고자 하는 인류의 의지가 굽힘없이 새 길을 열어왔다.

 

지금 한반도가 새 시대의 문 앞에 서있다.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전쟁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와 동아시아, 핵무기와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다. 모두를 위한 나라를 바로 세워 동아시아에 평화의 시대를 열고 온 세계와 함께 행복을 누리려 했던 100년의 꿈, 힘으로 억누르지 않는 세상을 향한 인류의 꿈이 있기에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3.1운동이 등불이 되어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밝은 미래를 향해 즐겁고 기쁘게 함께 나아가자 2019. 3. 1.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용기있는 삶을 응원합니다

191931, 대한의 독립을 선언하는 3.1 만세운동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펴집니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 조직하고 참여하여 두 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만세 운동과 자랑스러운 독립선언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헌신과 그 가족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3.1운동을 만든 자랑스러운 이들과 머나먼 이국땅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헌신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의 독립을 위해 최후의 1인까지 남아 피를 흘릴 것을 다짐한 이들,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독립유공자 후손들 자부심보단 부끄러운 가난

2015, 광복 70주년 당시 한국일보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모임인 광복회원 6,830명 전원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5.2%가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광복 이후에도 독립유공자 후손의 삶은 힘겹습니다. 최근까지도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못했던 유족들은 더욱 곤궁한 삶을 살고 있으며,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유족들도 있습니다. 현재 관련 법규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손자녀까지입니다. 흥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손자녀 평균 연령은 72세입니다.(2017년 기준) 하지만 그 아래 세대, 증손, 고손인 청소년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제대로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실제 학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청소년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많습니다. 청소년인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가난과 굴곡진 가정사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독립운동을 한 선조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저는 독립유공자의 5대손입니다"

19193.1만세운동에 참여하셨던 제 외고조할아버지는 본격적인 항일투쟁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하여 만주에서는 무장독립투쟁을, 이후 간도에서는 중학교 교사로 독립군 양성에 힘쓰셨습니다. 모진 핍박을 이겨내고 드디어 광복을 맞았지만 저희 가족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이념대립, 6.25전쟁, 중국과의 외교 단절 등으로 저희 가족은 중국에 머무르며,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했습니다. 광복 후 70여 년이 지나서야 외할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오셨고, 몇 년 뒤 저희 어머니도 대한민국에 오실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교사였던 어머니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셨고,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고 형과 저를 낳으셨습니다. 하지만 소작 농사로는 도저히 먹고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형과 저를 할머니 손에 맡기고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가셨다가,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돌아오셨습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최근부터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예우와 지원이 늘었다고 무척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 하지만 관련법에 따라 독립유공자 후손 4·5대인 어머니와 고등학생인 형과 저는 국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현재 저희 가족은 국가지원을 받고 있는 할머니 댁에 의존하여 살고 있습니다. 제게도 꿈이 있습니다. 가수입니다. 하지만 이 꿈도,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는 마음 놓고 꿀 수가 없습니다. 제 노래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저는 멋진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by ()흥사단 카카오 같이가치


It's Just The Sun (Don McLean)(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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