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없다’ 장부승 日 관서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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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8일 오후 강원 춘천시 서면 오월리 춘천호 상류에 얼음낚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겨울축제가 취소됐지만 주말 얼음낚시터는 인산인해를 이뤄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역 감염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주말인 8일 강원 춘천시 서면 오월리 춘천호 상류에는 주말을 맞아 얼음낚시를 즐기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K-방역 최고’ 국뽕에 취해 가리고 있는 진실
K-방역은 없다’ 장부승 日 관서외대 교수
“J-방역 실패 단정하기 어려워… K-방역 세계 표준 결코 아냐”
“대량검사 만능이라는 인식 개선 필요… 전문가 입 막아선 안돼”
지난해 말 서점에서 도발적인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K-방역은 없다’는 이형기 서울대 임상약리학과 교수를 포함해 15명의 공저자가 참여한 코로나 징비록이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역 대책은 물론, 방역의 정치화, 과도한 국가 개입으로 인한 인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 주요 산업국이 평가하는 K-방역 실상, 자영업자 지원 대책 실효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K-방역의 그늘진 이면을 드러냈다.
공저자 중 한 명인 장부승(48)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이번 책에 자신의 논문을 실었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19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일 양국 방역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는 “J-방역이 실패했고, K-방역은 성공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망자, 확진자, 경제성장률의 세 가지 지표로 평가해보건대 한일 양국 모두 ‘선방’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K-방역을 다른 민주국가들에게 방역의 표준모델로 내세우기 어렵다”며 “실제 여타 주요 산업 민주국가들이 선택한 방역전략은 K-방역의 퇴치 전략보다는 J-방역의 완화 전략에 더 가깝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조작한다는 음모론이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그의 논문은 진실을 찾아가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 거주 중인 장 교수와 4일 오전 화상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눴다.
▲ ‘K-방역은 없다’ 공저자 중 한 명인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4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장부승 교수 제공.
- ‘K-방역은 없다’ 작업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저자인 경북대 의대 이재태 교수가 ‘K-방역은 없다’ 작업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셔서 평소 고민했던 부분을 책에 담을 수 있었다. 정부가 K-방역 성과를 과장하고 자찬할 뿐 성찰이 전혀 없다는 데 큰 문제의식이 있다. 방역이 성공적이었다는 대만도 이렇게까지 국가가 나서서 홍보하지 않는다. 방역이 특정 정파의 성과로 동일시됐고 K-방역에 이견을 표출하는 전문가는 전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입을 닫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누구도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올바른 대안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 이견을 막아버리는 정부의 태도에 누가 실명으로 공개 비판에 나설 수 있겠나? K-방역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지나친 홍보가 효율적인 방역을 가로막고 있다.”
- K-방역은 대량검사 중심의 퇴치 전략, J-방역은 최적검사 중심의 완화 전략이 골자다. 장 교수는 책에서 ‘K-방역은 성공했고 J-방역은 실패했다’는 주장이 잘못됐음을 데이터로 검증한다. 국민 다수는 일본의 코로나19 방역이 실패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데이터를 분석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7일 평균 인구 100만명당 일일 확진수는 각각 82.68명, 3.59명(2022년 1월3일 기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당 일일 사망자를 보면 한국과 일본 양국은 각각 1.21명, 0.01명이다. 인구보정을 제거하면 한국은 1월3일 기준 하루 62.14명 사망하고 있고, 일본은 1.29명 사망하고 있다. 매우 심각한 격차다. 내 논문은 산업구조 및 소득·인구 조건이 유사한 9개국을 비교했는데, 한국은 지난해 12월 말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인구 100만명당 일일 사망자 수에서 영국을 앞지르기도 했다. 캐나다는 이미 앞지른 상태다. 산업화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현재 한국의 확진자 수는 높은 편이다. ‘K-방역은 대실패’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확진자나 사망자 수만 봐도 최근 상황은 크게 악화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자찬해온 대량검사 중심의 K-방역을 되돌아보고 방향을 전환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전 세계가 K-방역을 극찬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홍보에 중독된 결과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코로나19 병상 확보와 관련해 공공의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청와대 제공.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도 “모든 나라가 함께 코로나를 겪으니 K-방역의 우수함이 저절로 비교됐다”며 “세계는 방역 모범국가 대한민국을 주목했고, 우리는 우리의 위상을 재발견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한 언론사 사설은 “K방역을 또 자랑했지만 폭압적 영업 제한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가 20명이 넘는다”며 “최근엔 병상 부족으로 구급차 출산과 응급실 투석으로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급급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 K-방역의 대량검사 시스템은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살펴보면, 다수의 논문이 대량검사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PCR 검사를 많이 해서 확진자를 수천 명씩 찾아낸다고 했을 때,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동을 못하게 하거나 격리 치료를 해야 하는데 하루 확진자가 5000~7000명씩 나오면 그러한 조치가 가능한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초기 영국이나 일본은 대량검사를 하지 않았다. 일본은 초고령 고밀도 사회라는 제약 속에서 대량검사가 아닌 최적검사를 채택했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중증환자 관리와 치료에 집중했다. 초기 PCR 검사 기준을 높게 설정한 것도 결국 중증환자 중심으로만 병원 접근을 가능케 해 의료붕괴를 막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 대규모 인원이 선별진료소 같은 한 장소에 장시간 대기했다가 PCR 검사를 줄줄이 받는다. 그 과정에 방역 지침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나? 정부의 안일함이 감염 숙주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 PCR 검사의 부정확성과 검사에 대한 맹신을 지적했다.
“모든 진단 검사에는 오류가 있다. 시약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도 있고, 운반과 이동 과정에서 시약이 오염될 수도 있다. 다수 연구를 보면 약 10~20% 확률로 ‘위음성’ 결과가 나온다. 대량검사가 이뤄지면 위음성으로 판정되는 수는 늘기 마련이고, 이는 대량감염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하버드 등 영미 유수의 대학에서도 PCR 검사를 맹신하면 안 된다는 연구가 있다. 무엇보다 대량검사를 받아낼 치료 시스템이 전제돼야 하는데 의료자원은 한정돼 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에 ‘올인’하게 되면, 암이나 폐렴 등 다른 질병 환자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어떻게 되겠는가?”
-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본 정부가 사망자 수를 조작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음모론이다. 특히 초과사망자(excess deaths)를 계산할 수 있게 되면서 소설로 판명 났다. 초과사망자는 코로나19 발생 전 5년간의 사망자 통계치를 근거로 계산한 연간 사망 평년치와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전체 사망자 수치 사이 차이를 의미한다. 초과사망자 숫자가 코로나19 사망으로 보고된 수치를 상회하는 격차가 크면 클수록 공식 코로나19 사망자 수치에 포착되지 않은 숨겨진 코로나19 사망자가 많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초과사망자가 코로나19 사망자보다 작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물론 코로나19 초기 일본의 코로나 확진 사망자 수가 적어서 뉴욕타임스가 궁금해하는 기사를 쓴 적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에서 초과사망자 수치를 공개하고 나서는 외신에서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문명화한 국가에서 한 정부가 사망자 수를 의도적으로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일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못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 K-방역은 없다 코로나 징비록/이형기 외 15인 지음/골든타임/2021년 12월 17일 출간
-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PCR 검사를 줄여 확진자 수를 조작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 역시 음모론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확진자 수를 낮추기 위해 PCR 검사를 일부러 적게 하고 있다면, 양성판정률(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된 검사 결과의 숫자를 전체 코로나19 검사 숫자로 나눈 값)은 올라가야 한다. 감염자들이 거리에 무지하게 많은데도 의도적으로 검사를 줄여 확진자 수치를 낮추고 있다면, 실제 PCR 검사를 시행했을 때 양성으로 판정될 확률은 높아야 상식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양성판정률은 확진자 감소와 함께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확진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J-방역을 비판하는 이들 가운데 일본은 PCR 검사비가 비싸서 검사받기 힘들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허구다.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 1~2만 원만 내면 검사가 가능하다. 검사를 받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받는 이들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일본이 미워도 사실을 왜곡해서야 되겠나?”
-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K-방역 핵심으로 꼽히는 ‘대량검사 전략’이 이미 한국에서 사라졌으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J-방역의 완화전략에 수렴해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만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2020년 여름 이후 주요 산업국에서 확진자 1인당 하루 PCR 검사량(확진자 1명을 발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PCR 검사를 수행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PCR 검사의 효율성을 보여준다)은 대략 100 이하로 수렴 양상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응 초기를 제외하면, 확진자 1인당 하루 PCR 검사량이 1000명을 넘어간 적 없다. 그해 8월 이후에는 100명을 넘어간 일도 드물다. 주요 국가들이 PCR 검사량에 있어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조건 많이 검사하면 좋을 것 같지만, 최적 검사량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주요국들의 검사량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일본처럼 줄어든 것이다. 의료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확진자만 찾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의료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원을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 일본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를 어떻게 보상하고 있나?
“일본은 시간 단축 영업 등 방역에 협조하면 하루에 6만엔, 월 최대 186만엔을 지원한다. 한국은 이 액수보다 낮은 것으로 안다. 물론 일본 자영업자들도 불만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불만의 발언만 인용해 ‘일본은 자영업자 지원도 안 해준다’고 보도하는 건 선동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일본이 방역 관리 강화를 위해 감염증 관련법을 개정했을 때, 자민당은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 형사 처벌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으나 야당과 시민단체 반발로 형사 처벌 조항은 삭제됐다. 그대신 행정상의 과태료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방역에 협조하면 ‘재정상의 조치를 효과적으로 강구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이 여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
“주요 산업국들 사례를 보면, 소상공업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특히 그곳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망하지 않게 해주고, 잘리지 않게 해주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소비의 소득탄력성 차원에서도 전 국민에게 똑같이 지원금을 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코로나19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선거철이래도 경제적인 약자부터 살펴야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바람직한 해법이 결코 아니다.”
▲ 지난 3일 오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방역의 정치화라는 말도 있다. 엇나가는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전문가들이 K-방역 자찬에 심취해 있거나 또는 제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J-방역이 선방했고, 대량검사는 더 유효하지 않으며, K-방역의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의견은 전문가 다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일파’ 소리 듣기 딱 좋다. 모두가 입을 다무는 이유다. ‘K-방역이 세계 최고’라는 국뽕 신화에 찬물을 끼얹으면 민족 반역자로 낙인찍는 현상은 문제다. K-방역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잘한 것도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심각하다.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에 K-방역 상황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영미에서 더 이상 K-방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문은 나오지 않는다. 감염자 추적을 이유로 병원 진료 기록, 신용카드 내역, CCTV와 GPS 정보까지 활용하는 K-방역이 전 세계에서 환호를 받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2020년 하반기 독일에서 한국식 감염자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했다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의해 저지됐다.”
-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외교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대일 외교는 어떻게 평가하나?
“‘국내용 외교’를 했을 뿐이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첨예했을 때 주간조선에 ‘일본에 맞설 싸움의 기술’을 주제로 기고한 적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3배인 세계 경제 3위 대국이다. 일본과 한판 승부를 펼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성심을 다해 ‘팃포탯’(tit-for-tat) 전략 등을 소개했으나 일본이 타격 받을 만한 한국의 조치는 하나도 없었다. 당시 일본 내 외교 전문가들도 ‘이번에 문재인 정부와 정말 세게 충돌하는 거 아니냐’고 긴장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들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반일 외교가 아닌 반(反)친일파 외교, 즉 국내용 외교를 한다고 판단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까지 입 밖으로 꺼냈다면, 어떠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고수했어야 했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 말에 무게가 실린다.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일본을 향해 ‘트라이 미’(try me·‘덤벼봐’ 정도의 의미)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은 국제정치를 논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만 강화했다.”
- 3월이면 대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평가한다면?
“양측 다 대일외교에 구체적 대안이 없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오는 8월 광복절에는 외교 정책 그림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일본과 미국 모두 대한민국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를 주목할 것이다. 한일관계 회복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양쪽 캠프 모두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지금 이야기해봤자 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반일 캠페인으로 압박할 공산이 크고, 이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처럼 반일감정을 국내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양쪽 모두에 충고하고 싶은 것은 한일, 한미, 한중관계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반일감정을 국내에서 활용하는 국내용 외교보다 국익 차원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진영논리에 기반한 감정싸움에 휘둘려선 안 된다.”
- K-방역이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세 가지만 꼽아달라.
“첫째 대량검사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이다. 여전히 많은 국민이 PCR 검사에 맹목적 환상에 빠져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자화자찬한 결과다. 대량검사가 아니라 최적검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밝혀야 한다. 또 검사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국민이 내지 않는 검사비를 정부가 내고 있을 뿐이다. 모든 진단 검사에는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들이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일본은 감염병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한 전문가회의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코로나19 감염병대책분과회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정부 편드는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자리를 지키며 과학적 소신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데도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반대진영에서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앞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방역을 정치화한 결과다. 전문가들이 정치와 거리를 두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누구도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대는 더 그렇다.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되, 진영논리에 기반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의대 증원 이슈를 던지며 의사들하고 각을 세우고 싸우기 바빴다.”
- K-방역이 개선해야 할 마지막 사항은 무엇인가?
“종합적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방역과 사회활동의 양립을 고민했다. 중증과 무증상 경증환자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 사이에서 의료자원은 어떻게 배분할지, 방역과 경제 사이 또는 방역과 인권·프라이버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심도 있는 고민과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K-방역이 최고라는 식의 국뽕에 중독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이상○ =BEST 미디어오늘 요즘 왜 이러나. 청부 기사가 아닌지 의구심마저 생긴다.
1. 장부승씨는 방역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외교전문가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정치적 입장에 따른 것이다. 2. 장부승씨의 정치적 스탠스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그는 이미 기성매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맥락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독자 기망이다. 3. 김도연 기자의 입장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 특정인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자기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는 건 저널리즘이 발전한 나라에서는 수준 낮은 방법으로 인식된다. 한국의 방역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의도인가. 그렇다면 더 당당하게 문제제기하라. 미디어 비평지라 한계가 있다고? 그럼 이런 기사도 안 되는 것 아닌가?
ㅇㅇㅇ○-BEST 이런 개멍멍소리를 받아써주면 어떻하냐 ㅋㅋㅋ 지금 일본 상황 업데이트 된거나 좀 보고 올리지. 검사 안쳐하다가 미군부대 확진 퍼지는거 보고 오키나와 전수검사했다가 검사하는 족족 확진으로 나와서 전국검사 계속 확진자 폭발하는거 좀 봐라. 그리고 지금 서구 선진국들 하루 확진자 숫자 일일 수만명 나오는 것좀 확인해보고 말해라. 누가봐도 일본 극우머니 받아처먹은 돈에 환장한 교수나부랭이들 뻘소리를 무슨 전문가인양 다뤄주면 미디어오늘은 왜하냐? 그냥 미디어조선해
김어○ -BEST 뉴스공장이 완전 사기 치고 있다는 거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방역을 잘하고 있다는 거야? 일본한테 배워야 한다고?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네.아무도 k방역이 최고라고 안해. 지금 어느 언론에서 k방역을 좋게 얘기 하는데? k방역에 대해 긍정적인 얘길 하는 건 해외언론과 뉴스공장뿐이야. 일본처럼 방역했으면 잘한다고 했을까? 난리가 벌어졌을걸. 얼마나 신나게 물고 뜯었을까? 생명이 달린 문제잖아. 제대로 알아보고 기사를 쓰든가. 싫으면 그냥 조용히 있어. 왜 자꾸 방역을 망치려고 들어!!!!!!!
호랑○-장부승 교수 주요 업적 1. 박원순 시장 사망 당시,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서지현 검사를 저격하며 2차 가해 논란 일으킴 2. 전범국 일본의 반쪽짜리 사과인 '고노담화'를 피해국인 한국도 본받아야 한다며 괴논리를 펼침 3. 확진자 폭발하거나 말거나 일본이 방역에 성공했다는 무리수에 계속 집착함
왜 이렇게 사는지 궁금합니다. 어차피 이런 짓거리하는 데에 뭔 이유다운 이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이희○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최고수준의 방역은 어떤건가요???
그 수준의 방역을 하고 있는 나라는 어떤 나란가요???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면 국뽕에 취해 있는건가요????
기자는 진실이라는 말을 함부로 해도 되는건가요???
독일 정치인의 배우자는 누구인가
독일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사민당과 녹색당, 자민당이 연정 정부를 구성했고, 올라츠 숄츠 사민당 대표가 지난달 8일 독일 총리로 취임했다. 독일 각 정당이 총리 후보자를 내고, 연방의회 선거를 치르고, 연정을 위한 셈법에 몰두하고, 정책을 조율하고, 새 총리가 취임하는 동안 총리 배우자를 다룬 보도를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독일 언론은 정치인의 배우자에게 관심이 없다. 정치인의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총리 후보자의 정치 이력과 정책, 메시지를 분석하고 보도하기에도 충분히 바쁘다. 정보가 없지는 않다. 유력 정치인 대부분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를 공개한다. 배우자가 공적 인물일 경우에만 이름이 공개되어 있다.
물론 사생활 취재가 본업인 타블로이드지는 예외다. 유력 정치인의 배우자가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 지역 언론에도 보도된다. 하지만 그 일로 정치인의 진퇴를 논하지 않는다. 배우자의 공과 과는 배우자의 삶일 뿐, 정치인의 일과 분리되어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배우자는 같은 당 소속 정치인 브리타 에언스트다. 1970년대 후반 숄츠와 비슷한 시기에 정당 활동을 시작했고 정치인으로서 독립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숄츠가 함부르크 시장으로 일할 때도 에언스트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정부에서 자신의 일을 계속했다. 지금은 브란덴부르크주정부 교육·청소년·스포츠부장관으로 근무 중이다. 남편이 독일 총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영부인’을 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독일 사회도 ‘영부인’을 찾지 않는다.
지난달 베를린 시장으로 취임한 프란치스카 기파이. 지난해 5월까지 연방정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이었다. 기파이의 배우자는 베를린시청 소속 수의사로 공무원이었다. 지난 6월 근무시간 및 외근 수당 조작 등으로 해고됐고, 벌금형 1만 유로를 선고받았다. 형사 처벌까지 받은 남편의 잘못에 대해 기파이는 사과했을까?
기파이는 가족 문제를 파고들던 타블로이드지 ‘빌트’에 “나는 결혼했고, 한 명의 아들이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 외 사생활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답했다. 독일 정치권이 공개하는 정보인 ‘결혼 여부, 자녀 여부’ 외 가정사에 대해서는 사정이나 의견을 밝힐 이유도, 밝힐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독일은 정치인 배우자나 가족에 관한 문제를 철저히 사생활로 본다. 독일 뉴스가 재미없는 이유다. 독일은 정치 본연에 집중한다. 16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독일 정치가 이렇게 차분한 이유다. 갑자기 앙겔라 메르켈이 생각난다. 아무리 퇴임했다지만 언론에 근황 사진 하나 나오지 않는다. 지금 어디에 사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나만 궁금한가? 독일 언론은 공적 영역에서 내려간 메르켈의 사생활보다 새로운 정부의 정치에 주목한다.
대선을 앞둔 한국.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후보 배우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후보의 정책과 능력보다 가족 구성원들의 삶과 자격을 검증한다. 오랜 한국적 구조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성 배우자는 남성 배우자에 종속되어 있고, 영부인은 ‘부드러운’ 업무로 대통령을 내조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개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못하는 질긴 가족 문화이자 가부장 유산이다. 언론이든 독자든 정치인 사생활에 관심을 끊기를 간곡히 바란다. 영부인에게도 관심 주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인 본인만 봐도 비판해야 할 후진 것들이 충분히 많지 않은가.
이유진 프리랜서 기자 미디어오늘 2022.01.09
S (비회원) 1시간전 IP (211.109.x.x)
글쎄.
그들도 사람인데!
흠. 그냥 콜 걸이기만 했다면, 이색 정도로 치부했을지 모르겠다.
헌데, 이유진. 그대가 감싸주려 안달인 그 콜 걸 출신의 부인은 그것 만이 아니잖아?
그 짓으로 지위 높은 남성들을 갈아치우며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켰고, 부를 축적했으며, 입만 열면 거짓말에 여러 사기도 벌였는데, 그래도 독일인은 독일인이라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택도 없는 소리는 그만!
이봐, 이유진.
페미니즘으로는 도저히 감쌀 수 없는 여성이야, 그 여성은. 알아?
페미니즘이 아니어도 전 남친 중 하나가 기러기 남편이었던 불륜 전력이 있는 여성을 어느 여성이 따뜻하게 보겠어!
여성 문제로 가져가고 싶은 모양인데, 틀렸어. 애저녁에 틀렸다고!
제일 끔찍한 건, 트럼트 등이 그녀에게 던질 농담!
아들아, 엄마가 갚을란다” 배은심 여사 별세…각계 애도 물결
고 이한열 열사의 34주기 추모행사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열린 지난해 6월9일 오후 배은심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제 다 풀고 가거라. 엄마가 갚을란다. 한열아! 한열아! 가자, 우리 광주로!”
1987년 7월9일 초여름의 무더운 날씨 속에 열린 이한열(당시 22) 열사 장례식에서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아들 대신 싸우겠다”고 절규했다. 배 여사는 그날 이후 '6월의 어머니'가 됐고, ‘거리의 민주투사'가 됐다. 연세대학교에서 서울시청으로 이어진 장례식 길에는 1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렸고,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구호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이 열사 장례식 한 달 전인 6월9일 오후 배 여사의 넷째 중 큰아들이었던 이 열사는 연세대 정문 앞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 참석했다가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 열사는 26일 뒤인 7월5일 숨졌다. 피 흘린 그의 모습은 6월 민주항쟁의 불길이 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아들의 죽음은 배 여사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날 이후, 평범한 주부였던 배 여사는 아들 앞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아들의 장례식을 치른 뒤 배 여사는 그해 8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세상을 떠난 열사들의 유가족이 모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창립 1주기 행사에 참석했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만나 위로를 받았다. 배 여사는 ‘한열이의 이름으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해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1929-2011) 여사와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1928-2018)씨 등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 투쟁이 있는 현장이면 어디든 달려갔고, 연대했고 연행되기도 했다. 34년을 그렇게 투쟁했다.
배 여사는 유가협 회장을 맡아 자식들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냈고, 422일간 국회 앞 천막 농성을 통해 억울하게 숨진 민주열사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끌어냈다. 2009년 용산참사 소식을 듣고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2016년 백남기 농민 사망, 2017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정에서도 배 여사는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군부 쿠데타로 시민들이 희생되는 미얀마인들을 만나 “가족이나 친구들이 죽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죽어서도 함께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활동도 벌여왔다.
배 여사는 이러한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고 이소선 여사 등과 함께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배 여사는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서른세 번째 6월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배 여사는 앞서 2018년 6월 이 열사가 다니던 연세대학교와 이한열기념사업회가 함께 주관해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의 31번째 추모제에서 “민주주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범벅되어 한 발짝씩 온다. (열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믿는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배 여사는 지난 2017년 6·10항쟁 30돌을 맞아 가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아들을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좋아도 좋은 것도 모르고 항상 마음이 괴롭게 살았던 나날들”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아들을 만나면 “‘한열아, 왜 그때 그 자리에 서 있었어?' 물어보고 싶은 것밖에 없어요. 30년 동안 갖고 있던 질문. 그냥 왜 그랬느냐고 묻고 싶고, 그것뿐이에요.”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었던 아들을 만나는 데 35년의 세월이 걸렸다. 아들의 죽음 이후 “엄마가 갚겠다”며 온몸을 바쳐 투쟁했던 어머니가 이제 아들을 만난다. 아들에게 묻고 싶었다는 질문, 엄마는 이제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발인은 11일 오전 9시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이고, 장지는 광주 망월동 8묘역(예정)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어쩔 수 없이…공항 이용권 지키려 ‘유령 여객기’ 돌리는 항공사들
루프트한자, 겨울철 1만8천편 억지로 운항
대형 항공사들 관련 규정 완화 요구 나서
유럽연합은 부정적…저가 항공들도 반대
유럽 대형 항공사들이 공항 이용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손님이 거의 없는 ‘유령 여객기’ 운항을 할 상황이라며 공항 이용권 관련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항공사들이 공항 이용 권리 유지를 위해 승객이 거의 없는 ‘유령 여객기’ 운항을 계속하면서,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관련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대형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유럽 내 공항에서 확보한 이용 권리 때문에 이번 겨울철에 1만8천편의 항공기를 불필요하게 운항할 상황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루프트한자 그룹에 속한 브뤼셀항공도 올 겨울 어쩔 수 없이 운항해야 하는 항공기가 3천편에 이른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루프트한자의 카르스텐 스포어 최고경영자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항공기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유럽연합 규제 당국의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에어프랑스-케이엘엠(KLM)항공도 규정 개정을 지지하고 나섰고, 벨기에 등 일부 회원국도 여기에 가세했다. 젊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브뤼셀항공 상황을 언급하며 “유럽이 분명 기후 변화 긴급 대응 상태”라고 비꼬았다.
유럽연합은 역내 회원국에 대해 항공 시장을 완전히 자유화한 상태여서, 항공사들은 주요 공항 이용권 확보를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얼마나 많은 공항에서 더 많은 이착륙 기회를 확보하느냐가 영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기존에 확보한 공항 이용 시간을 지키려면 확보한 시간의 80% 이상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고려해 이번 겨울철에는 이를 50%로 낮췄다. 하지만 장거리 항공편이 많은 대형 항공사들은 완화된 기준을 맞추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면, 코로나 대유행 사태를 시장 지배력 강화 계기로 삼으려는 저가 항공사들은 완전 경쟁 체제의 조속한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규정 변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디나 벌레안 유럽연합 교통 담당 집행위원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현재 규정도 승객이 없는 항공기 운항을 방지할 만한 유연성을 항공사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벌레안 집행위원은 항공기 운항 통계를 보면 올 겨울 항공기 운항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77% 정도라며 이는 애초 예상치(79%)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부산 생산인구 5만여 명 급감
국가통계포털 분석 지난해 기준, 2020년 237만 명→ 231만여 명
- 감소폭 10년새 5배↑역대 최대
- 성장 동력 ‘15세~39세’ 비중 커
부산의 성장 동력이자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난해 5만5000여 명이나 급감하며 역대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특히 생산연령인구 감소분 가운데 15세부터 39세까지의 인구 비중은 67%에 달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용 악화가 제조업과 대면 서비스업 등 사실상 지역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수도권을 넘어 경남 등 인근 지역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의 총인구는 335만380명(이하 주민등록 기준)으로 2020년 말(339만1946명)보다 4만1566명(1.2%) 줄었다. 이 감소폭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15만9007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감소율도 전국(-0.4%)보다 3배 컸다. 전국의 총인구는 2020년 말 5182만9023명에서 지난해 말 5163만8809명으로 19만214명 줄었다.
특히 부산에서는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2020년 말 237만1071명에서 지난해 말 231만5587명으로 5만5484명(2.3%)이나 급감했다. 이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국가통계포털에 공시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연간 기준 최대치다. 2011년 부산지역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2010년 대비 -1만5912명)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생산연령인구는 노동력을 제공할 의사나 능력이 있는 15세부터 64세까지의 사람을 의미한다.
부산 생산연령인구 중 15~39세 인구는 2020년 말 99만1207명에서 지난해 말 95만3657명으로 3만7550명 줄었다. 이 감소 폭은 지난해 지역 생산연령인구 전체 감소 폭(-5만5484명)의 67.7%를 차지하는 규모다.
부산연구원 이상엽 경제동향분석센터 위원은 “고학력 청년층 중심의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4차 산업과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인력 공급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경제 성장을 통한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선순환 구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부산시, 서면~충무동 구간 BRT 불편 점검
부산시가 최근 중앙버스전용차로(BRT)가 개통된 중앙대로 서면 광무교~충무동 자갈치교차로 구간에 대해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모니터링은 지난해 12월 20일 서면 광무교~충무동 자갈치교차로 구간의 BRT 개통에 따른 교통 불편사항을 점검·개선하고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전문기관에 해당 구간에 대한 모니터링을 의뢰해 이달부터 8개월간에 걸쳐 전반적인 교통 상황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다. 또 교통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기관 전문가 등으로 외부 자문단도 구성해 실질적인 개선 방안도 도출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된 불편사항과 외부 자문단이 도출한 개선 방안을 수시로 파악해 즉시 개선하거나 반영함으로써 해당 구간 BRT 운영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부산시는 오는 14일 경찰, 도로교통공단, 버스조합 관계자 등과 함께 서면 광무교~충무동 자갈치교차로 전 구간(7.9km)에 대한 현장 합동점검에도 나선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모니터링으로 교통 불편사항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집을 포기했다
공공주택도 서민엔 높은 문턱인데
집값 대신 세금 깎는 공약만 보여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 가격 폭등의 최대 피해자는 무주택자들이다. 2020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전체 2092만가구 가운데 무주택 가구는 43.9%(919만가구)다. 하지만 대선 국면은 보유세와 양도세 완화와 같은 유주택자 감세 공약이 지배한다. 무주택자 대상 공약은 ‘임기 내 250만호 공급’ 정도다. <한겨레>가 심층 인터뷰한 무주택 유권자 23명은 대체로 공공주택 확대를 요구했지만, 대통령 선거로 부동산 문제가 확 풀릴 거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신혼‘희망’타운이 ‘절망’타운으로
“사전청약 처음 당첨된 순간 와이프한테 그랬어요. 우리 앞으로 몇년 동안 기념일이나 생일은 없다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내집 마련이 된 건지….”
강기웅(34)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왕 월암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에 당첨됐다. 기뻐야 하는 그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부모 찬스’를 쓰기 어려운 강씨 부부의 자산은 2천만원이 전부다. 전용 55㎡ 분양가 4억1천만원 가운데 3억9천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장기주택담보대출로 집값의 70%(2억8700만원)까지 대출받아도 1억원이 필요하다.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강기웅씨의 자택에서 강씨 부부가 쌍둥이 아들을 안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왕/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간호사인 아내는 지난해 8월 쌍둥이를 출산한 뒤 일을 그만뒀다. 강씨의 월 소득은 300여만원. 입주까지 남은 4~5년 동안 월 150만원씩 꼬박 저축해도, 모을 수 있는 돈은 7200만~9천만원 정도다. 문제는 분양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들 사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시세가 계속 뛰면 본청약 분양가가 4억5천만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요. 돈을 좀 모아놓은 사람들은 괜찮은데 절반 정도는 불안해해요.”
적지 않은 이들에게 신혼‘희망’타운이 신혼‘절망’타운이 될 수도 있다. “애들 것 줄일 수는 없고 저랑 와이프 먹고 쓰는 거 줄여서 들어가야죠.”
강씨는 “다주택자들도 다 자기 능력”이라는 주변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능력을 누가 만들어줬느냐는 거죠. 인생을 3루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안타만 쳐도 홈런이 되지만, 저는 1루에 나가는 것부터 문제니까요.”
“8억원인데, 공공분양 맞나요?”
김수영(36)씨는 내 집 마련과 출산을 함께 포기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집값이 월급 오르는 것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보고 서울에서 내집 마련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정규직 사서로 일하는 김씨 부부의 월 가구 소득은 400만원이다. 살고 있는 26㎡ 투룸 빌라의 전세보증금은 1억7천만원인데, 1억원은 대출로 충당했다. 2020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덕분에 추가 보증금 없이 전세 계약을 갱신했지만, 그 권한도 한번밖에 쓸 수 없다. 부부는 월 100만원씩 저축을 시작했다. “(계약이 끝나는) 내후년이 걱정이죠. 비싼 곳은 1억원 이상 올랐고, 평균 4천만~5천만원 오른 것 같아요.”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공공분양 주택 공급이 있다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배가량 폭등한 시세가 반영된 분양가는 평범한 30대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과 자산 대비 너무 비싸다. “경기 하남 교산은 5억원, 양주 회천은 3억원 가까이 하더라고요. 출퇴근 4시간 정도 걸려도 회천에 가볼까 했는데 대출금이 너무 부담이에요. 과천에는 8억원대 공공분양도 나오고…. 정말 공공주택이 맞나요?”
그는 대선 후보들에게 ‘물려받은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불공평한 사회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잘사는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도 운이죠. 불로소득에 대한 세율이 높아야 하지 않나요?”
진명선 노지원 김용희 기자 torani@hani.co.kr
있는 사람이 더 가져간 민간분양…44%는 여전히 내 집 없다
한국의 가구는 1980년 796만가구에서 2020년 2092만가구로 2.6배 늘었다. 하지만 내 집을 소유한 자가 비율은 같은 기간 58.6%에서 57.3%로 별다른 변화가 없다. 특히 정부의 공급대책이 집중된 아파트의 경우 서울의 자가 비율은 같은 기간 71.3%에서 58.3%로 감소했다. 공급된 아파트의 상당수가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투기 수요가 좌우하는 민간분양이 주택공급을 지배한 탓이 크다. 2005년 이후 2020년까지 전국에 주택 686만호가 준공됐는데, 공공주택은 128만호로 18.7%에 그쳤다. 특히 서울은 101만호 가운데 공공주택이 고작 12만7천호로 12.7%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시기 서울의 공공주택 공급률은 6~7% 수준으로 많게는 30%까지 올랐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민간공급이 주택시장을 주도했던 2015년과 2020년 사이 1주택자(41.7%→40.8%)와 무주택자 비중(44.0%→43.9%)은 다소 줄었지만, 다주택자 비중(14.3%→15.2%)은 늘었다.
이번 생은 코인에 걸었습니다
#대기업에 취업한 이모(28)씨. 통장에 꼬박꼬박 쌓이는 월급을 봐도 기쁘지 않다. 일찍이 사업에 눈을 돌린 지인은 자산 50억 이상, 소위 경제적 졸업을 했다. 일하면서 그 정도의 돈을 만져볼 기회가 있을까. 해외 주식, 비트코인에 이어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시장에 눈을 돌렸다. 몇 달 전부터는 정보가 오가는 오픈카톡방에 들어가 귀동냥 중이다. 화이트리스트, 민팅, 오픈씨….알아야 할 것도 많다. 매일 적어도 1시간씩은 틈틈이 NFT를 공부 한다.
더 이상 근로소득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없다. 20대 청년 10명 중 6명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키뉴스가 20대 261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자체 인식조사한 결과 ‘평생 근로소득으로 버는 것보다 주식·코인·복권·부동산으로 버는 소득이 더 많을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 62.8%가 동의했다. 매우 그렇다 29.5%, 다소 그렇다 33.3%였다. 보통이다 16.9%, 별로 아니다 16.5%, 매우 아니다 3.8%였다.
지난해 한국에는 ‘묻지마 투자’ 광풍이 불었다. 20대도 뛰어들었다. 개인 투자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겼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20대가 가진 국내 주식 계좌 수는 249만2000여개였다. 60대(249만1000개)를 넘어섰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따르면 회원 연령대는 20대가 31%로 가장 많았다.
고모(25)씨는 대학 졸업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 중이다. 그의 집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는 항상 실시간 코인 차트가 그려져 있다. 바쁜 와중에도 코인 관련 뉴스와 유튜브를 챙겨본다. 고씨는 “불로소득을 통해 근로소득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유는 실제로 코인 투자로 빠른 시간 내에 돈을 번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청년은 경제적 이익과 도덕성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할까. 적지 않은 청년이 도덕적인 정치인보다 경제를 살릴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약간 비도덕적이라도 경제를 살릴 것 같은 정치인에 투표할 건가’는 질문에 긍정 답변한 청년은 35.3%를 차지했다. 그렇다 27.6%, 매우 그렇다 7.7%였다. 아니다 31.8%, 매우 아니다 16.1%, 보통이다 16.9%로 집계됐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행복이 재산과 근소한 차이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행복 34.9%, 재산 32.2%, 자아실현 21.8%, 명예 6.9%, 건강 4.2% 순이었다.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9.5%였다. ‘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아니다 23%, 매우 아니다 6.5% 이었다. 그렇다 36.8%, 보통 19.9%, 매우 그렇다 13.8%으로 집계됐다.
취업준비생 황모(25)씨는 “돈이면 다 된다. 한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연애고 결혼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면서 “부자가 되면 사람들이 알아서 친해지고 싶어 한다. 돈만 있다면 인간관계, 사회적 위치, 취직 여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주식으로 300만원을 600만원으로 불린 친구를 봤다. 나는 300만원이 없었기에 할 수 없었다”라며 “그 친구에 대한 부러움은 물론,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주식을 했어야 했다고 계속 자책한다”고 털어놨다.
최병섭 인천대학교 상담심리 연구원은 “청년들이 물질에 집착하는 이유는 불확실한 사회, 미래와 연관되어있다”면서 “열심히 하면 보상받기를 원한다.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직장 취업, 집 한 채 사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좋은 차, 명품을 갖는 게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자각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불확실함이 가상화폐 투기로도 이어진다”면서 “다만 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출수록 남과 비교하면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우울감, 부정 정서로 이어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金등어·金징어 ‘국민밥상 깐부’로 돌아오나
‘국민 수산물’인 연근해 고등어와 오징어가 대거 돌아왔다. 지난해 고등어 어획량은 전년보다 51% 늘면서 국내 고등어 대부분을 위판하는 공동어시장의 총위판액이 5년 만에 3000억 원을 돌파했다. 오징어는 최근 고수온 영향으로 어획량이 주춤했지만 연간 어획량은 3년 전보다 31% 증가한 6만여 t을 기록했다.
암 등 중증질환 대비 고액의 실손보험은 다시 생각해야”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
“소수의 과잉진료 억제해
다수의 편익 돌아가도록
설계한 것이 4 세대 실손
병원 자주 안 갈 땐 유리
가장 심각한 비급여 관리
관련기관 모여 답 찾을 듯”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올해 평균 14.2% 오른다. 2009년 9월까지 판매한 1세대 실손과 2009년 10월부터 2017년 판매한 2세대 실손 가입자 2700만명의 보험료는 16% 인상된다.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3세대 실손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률은 8.9%이다. 지난해 7월부터 판매한 4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
실손보험 가입은 3900만건으로 사실상 전 국민 보험으로 불린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보험료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정반대다. 지난해에도 실손 보험료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오르고 있다. 보험료 수입보다 손해보험사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였다. 보험료를 1000만원 걷어 보험금으로 1310만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액이 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물론 보험사는 보험료를 받아 사업비로 쓰고 다른 곳에 투자도 하기 때문에 손해율이 높아졌다고 곧바로 보험사 적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형 손보사는 해마다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로서는 해마다 오르는 보험료가 부담스럽다. 금융당국과 손보사들은 새로 나온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해 가입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반 소비자로서는 귀찮기도 하고, 보험은 무조건 옛날 것이 좋다거나, 계약조건이 달라지면 자신에게 뭔가 불리해질 것 같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갈아타기를 꺼린다. 4세대 실손보험의 뼈대 만드는 역할을 했던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51)에게 합리적인 실손보험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실손 보험료는 계속 오르나.
“보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3년 통계를 보면 매년 실손 보험료는 13%씩, 보험금 지급은 16%씩 올랐다. 손해율을 낮추려면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구조가 됐다. 특히 비급여 부문 보험금 지급이 급속히 늘고 있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병원 치료 후 영수증을 보면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급여와 본인부담금, 비급여 등 세 가지로 구분돼 있다. 건강보험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가를 제대로 적용했는지 등 심사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리가 철저하다. 그런데 비급여가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실손 보험금은 심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비급여 진료 항목은 대부분 표준화하지 않은 것이고, 병원마다 편차도 크다.”
- 보험금 급증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단순하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손해율의 분모를 보험료, 분자는 보험금이라고 한다면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줄어들면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소수의 가입자가 과당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독식하는 행태는 큰 문제다.”
- 손해율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것 아닌가.
“보험사들도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1세대 실손은 제도권 내 보험이 아니었다. 보험사가 자기 마음대로 판매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표준화가 됐고 3세대, 4세대로 발전하면서 실손보험에 대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의료행위는 현장에서 이뤄지는데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백내장 수술은 최근 다초점 렌즈 삽입이 대중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급속한 고령화 진전에 따라 의료수요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그래서 꾸준히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암 등 중증질환 대비 고액의 실손보험은 다시 생각해야”
- 4세대 실손은 어떤가.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가입자라면 4세대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 치료나 입원을 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할인한다. 다만 병원 이용이 잦다면 할증돼 보험료가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됐다.”
- 무조건 갈아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선택의 문제이다.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진료를 자주 받는다면 4세대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불가피하게 질병을 앓고 있고 병원에 자주 가는 가입자라면 1, 2세대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이 어떤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어쩌면 조삼모사 같다. 매달 보험료를 더 내면 병원비 부담은 덜어질 것이고, 보험료 덜 낸다면 나중에 병원 갈 때 부담금이 늘어날 것이다.”
- 나이 많은 1, 2세대 실손 가입자는 앞으로 병원 갈 일이 많아질 텐데.
“고령일수록 병원에 가거나 큰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부분까지 지나치게 많은 실손 보험료를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컨대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환자로 산정특례자 등록을 하면 본인부담금이 5%(희귀난치질환은 10%)로 낮아진다. 암에 걸렸을 때에 대비해 실손보험에 든다는 건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국가에서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
- 실손은 중병 걸렸을 때를 대비하는 용도가 아니라는 뜻인가.
“큰 병에 걸렸을 때 부담을 덜기 위해 실손에 가입하려 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60% 중반대에 그치는 만큼 치료비를 보전하는 차원이라고 여기면 된다. 다만 경증이라도 비싼 비급여 약제를 쓰고 싶다면 실손이 필요할 수 있다.”
- 기존 가입자는 여전히 4세대 전환을 꺼린다.
“시간이 좀 지나면 늘어날 것이다. 3세대 실손도 초기에는 가입률이 낮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났다. 4세대는 지난해 7월 나왔으니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4세대 가입이 저조했던 이유는 3세대 실손에 대한 보험사들의 절판 마케팅 탓도 있었다. 4세대 실손이 보험료는 낮지만 자기부담금이 많고 할증이 된다는 등 단점만 부각시켜 3세대를 판매했다. 4세대는 소수의 과잉진료를 억제해 선의의 다수 가입자에게 편익이 돌아가도록 설계한 실손이다.”
- 과잉진료는 해결 방안이 없을까.
“현실적으로 보험업계에서 과잉진료를 막을 방법은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급여 항목인데, 정부에서 비급여를 공개하고 보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안다. 비급여에 대한 공적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만으로도 진전된 것이다.”
- 백내장 수술이 특히 심각한데.
“보험금 누수와 손해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2017년에는 도수치료가 문제였는데 최근에는 고가의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이다. 지난해 지급된 보험금 12조원 가운데 1조원 이상이 백내장 수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암보다 더 많을 것이다. 급여는 수가가 정해져 있지만, 백내장 수술은 비급여라 마땅한 기준이 없다.”
- 청구 전산화는 어떤가.
“실손보험금 청구를 전산화하면 일단 가입자가 한결 편리해지고, 소액 누락 사례도 사라질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전산화하면 표준 양식을 통해 개별 자료를 데이터화할 수 있고 일부 심사가 가능해진다. 핵심은 비급여 관리이다. 과도한 의료 공급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현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정부는 뭐하고 있나.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 정책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 보험업계, 의료업계 등이 참여해 비급여 관리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
“암 등 중증질환 대비 고액의 실손보험은 다시 생각해야”
손보업계,‘적자’ 울상 짓곤‘호황’에 잔칫상…도덕 해이 ‘눈총’
적자라며 실손보험료 두 자릿수 인상 불구 실제로는 꾸준한 호황 구가
금융소비자연맹 “보험료 누수는 해결 못하고 손해율 책임 소비자 전가”
손해보험 업계는 실손보험 탓에 적자에 직면했다고 울상이다. 이로 인해 올해 실손보험료는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몇 해 전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졌다면서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자와 거리가 멀다. 손해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2010년 이후 손보업계는 꾸준히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개된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당기순이익이 7668억원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 26%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순이익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았던 2018년에도 1조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 손보업계 2위권 현대해상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3061억원이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30% 넘게 늘어난 4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받아 여러 분야에 투자한다. 투자 결과 이익을 내기도 하지만 손실을 보기도 한다. 삼성화재는 2020년 외환 거래에서 2067억원, 파생상품 거래에서 1177억원 손실을 냈다. 현대해상도 외환 거래와 파생상품 거래 손실액이 각각 3800억원, 2373억원이었다.
업계 선두권 손보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해마다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결과만 보면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잘 투자해서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실손보험료 인상을 줄기차게 주장해 관철시켰다. 손해율이 상승한 주된 요인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 의료 탓이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보험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손보사 책임도 작지 않다.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한 채 판매를 승인한 금융당국의 방관도 문제다. 자신들의 책임은 외면한 채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든다.
실손보험료는 올해 평균 14.2% 인상된다. 가입자 3900만명 1인당 1만원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4000억원 가까운 거액이다. 보험료 인상으로 손보업계의 이익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익이 늘어나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고 임직원 급여도 올려줄 수 있다. 손보사 임직원은 다른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고액 연봉자이다. 지난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직원 평균 연봉은 9000만원을 넘는다. 남성 직원은 삼성화재 1억2284만원, 현대해상 1억1400만원이다.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삼성화재 19억7400만원, 현대해상 17억8600만원이었다. 침묵하는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한 금융의 탐욕과 약탈적 속성을 보는 듯하다.
손보업계는 인프라도 풍부하다. 손보사들이 분담금을 갹출해 운영되는 손해보험협회를 비롯해 화재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보험연수원 등이 있다. 공적인 기능도 있지만 사실상 주주인 보험사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 기관이 내놓는 연구자료는 보험료 인상의 근거가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소비자보호 부서가 있지만 보험 유관기관이 내놓는 자료를 검증하는 수준에 그친다.
보험은 보험사에 정보가 집중되고 소비자는 알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성이 큰 업종이다. 연구기관을 등에 업은 보험사가 이런저런 근거를 들이대면서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면 소비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를 만류하는 시늉만 하는 데 그친다. 그나마 일부 소비자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보와 자료가 부족해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실손보험료를 대폭 인상한 손보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난 10일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손해는 보험료를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익은 임직원이 나눠 갖는 것은 이율배반적 소비자 배신행위”라며 “보험사들이 보험료 누수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불투명한 손해율만을 핑계로 손쉽게 보험료를 인상해 손해율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안호기 논설위원/경향
단언컨대 '괴롭히려고' 낸 소송입니다
[소셜 코리아] 노조 파괴하는 무차별 손배소… 쟁의행위 범위 넓혀야
▲ 쌍용자동차 국가피해자와 국가손배대응모임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파업 당시 경찰과 쌍용자동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발생한 47억 원과 매년 불어나는 지연 이자로 인햔 고통을 호소하며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과 손해배상가압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9.12.19 ⓒ 이희훈
노동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신청, 일명 '손배가압류'를 막아보자며 만든 시민단체가 있다. 바로 '손잡고'다. 손잡고는 매달 노동 현장 간담회를 진행한다. 쌍용자동차, 아사히글라스, CJ대한통운, KEC 노조원들과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손잡고 현장 간담회에 참여한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적게는 몇 억, 많게는 몇 백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피고라는 것. 재산에 가압류를 당한 사람도 있고, 이미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어 월급 중 상당액을 회사에 자동 납부 당하는 사람도 있다. 노조 파괴 사업장으로 유명한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노동자들도 이 모임에서 만났다.
간담회 때마다 현장에서 투쟁해야 할 노동자들의 입에서 '소가'니, '조정'이니, '감정'이니 하는 법률용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쩌다 이들은 소송의 굴레에 갇히게 되었을까.
손해를 입혀 청구한 게 아니냐고?
손잡고가 조사한 2020년 11월 기준, 양대 노총 소속 노동조합 및 조합원 개인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658억 원을 웃돈다. 제보되지 않았거나 양대 노총에 소속되지 않아 누락된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2017년 6월 말 기준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약 1867억 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금액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청구 이유는 다양해졌다.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청구한 건 외에도 모욕, 명예훼손으로 청구한 것도 12건에 이른다. 청구 대상도 특수고용 근로자, 노조 없는 노동자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까지 확대되고 있다(2020 노동권과 손배가압류-소송기록 분석 자료집2020. 11. 30. 손잡고).
▲ 연도별 사업장 손해배상 청구액(2020 노동권과 손배가압류-소송기록 분석 자료집) ⓒ 손잡고
손해를 입혔으니까 회사가 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배가압류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언컨대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이다.
삼성그룹의 2012년 노사전략 문건에는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를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라고 적혀 있었다. 2011년 10월 유성기업이 만든 '유성노조 가입확대 전략' 문건에도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징계책임을 묻는 징계절차의 진행과 동시에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의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일반 조합원들의 압박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됨. (유성노조 가입확대 전략 문건)
우리의 소송 구조에서 돈이 있는 자는 소송을 하기가 쉽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소가(소송을 제기해 얻으려는 경제적 이익)는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해액은 중요하지 않다.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부르는 게 값이다. 이 소가를 기준으로 여러 소송 비용이 결정된다. 기업은 피고를 마음대로 정할 수도 있다. 실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 중 일부만 특정해서 피고로 세울 수 있다.
손해배상의 책임 구조도 기업에 유리하다. 공교롭게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부진정 연대책임(각자가 손해배상액의 전액을 책임지는 구조)이라는 것이 판례와 통설이기 때문에 피고가 된 각자가 청구액 전액에 대한 배상 부담을 지게 된다. 쉽게 얘기하면 회사가 지목한 몇몇 개인들만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노동자 중 일부를 특정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위축시키고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
구체적인 실행 과정을 보자. 노조가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하면 회사는 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재산을 가압류한다. 가압류는 가압류를 당하게 되는 사람 모르게 신청인과 법원의 판단만으로 이뤄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재산이 없는 사람에게 가압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피소는 그 자체로 두렵고 번거로운 일이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수임료 등의 각종 지출이 생긴다. 가압류를 당하면 당장 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통장 가압류를 당하면 사실상 금융생활이 불가능하고, 전세권에 가압류를 당하면 이사하는 게 불가능하다.
회사는 불안감에 휩싸인 조합원들에게 접근해서 '소를 취하해 줄 테니 노조를 탈퇴하라'는 요구를 한다. 노조를 탈퇴하는 조건으로 피고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몫은 남은 피고들에게 가중된다.
한 사업장의 경우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100여 명이었는데, 이후 회사는 노조에 남은 30여 명만을 상대로 손배가압류를 실행했다. 이후 7명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하자 그들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하고 가압류를 해제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담보 재산이 많을수록 회사에 유리한 건데, 노조 탈퇴 직원에게 소 취하와 가압류 해제로 담보 재산을 스스로 줄인다. 이 정도면 소권(訴權) 남용 아닌가.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불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 중 기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백이면 백 법원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왜 회사 손을 들어주는 것일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노조가 파업을 했고,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으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쟁의행위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노동조합법 제2조)이고, 우리 헌법은 이러한 업무 저해 행위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취지는 단체행동권 행사의 당연한 결과로 발생하는 사용자의 손해, 업무 방해에 대해 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조법 제3조가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것도 헌법에 연유한다. 민법상 법익 침해는 불법행위가 되지만 대등한 노사 관계를 위해 불법행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 노동3권, 노조법 제3조의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노조법 제3조의 "이 법에 의한 쟁의행위"를 정당한 쟁의행위로 축소 해석하고, 노동조건과 무관한 파업(판결에 따르면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여기에 속한다)을 불법파업으로 간주하며,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다.
▲ 대법원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어서 지나친 손배가압류가 남발되고 노동3권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셔터스톡
이런 이유로 손잡고는 노조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노조법상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를 좁게 해석하여 경영권에 대한 노동쟁의는 노동쟁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리해고나 아웃소싱 반대 파업을 경영권에 대한 노동쟁의로 보기 때문에 그 파업은 불법행위이고 회사에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지위 변동을 수반하는 경영권의 행사는 노동조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다. 그 외의 경영권 행사도 근로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이번 개정안은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경영권 행사를 포함한 노사관계 전반에 관한 분쟁도 노동쟁의에 포함했다.
둘째, 손해배상의 면책범위를 확대했다.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도록 했다. 예컨대 노동조합이 회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폭력이나 파괴를 주되게 동반한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셋째, 개별 노동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했다. 노동조합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주체다. 또한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하여 쟁의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쟁의행위는 집단적인 행위다. 이는 쟁의행위가 보통 노동조합의 결의와 지시에 따라 통일적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실태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쟁의행위나 노동조합 활동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개별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 단체의 책임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노동조합의 통제에서 일탈한 개별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인정되도록 했다.
그 외에도 노조법 개정안에는 △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 △ 영국 법령처럼 노동조합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금액의 상한 설정 △ 쟁의행위 원인과 경위나 배상의무자의 경제적 상태에 따른 손해배상액 감면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대표발의하여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발의된 개정법안 감감무소식
노조법 개정안과 별도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가 등의 괴롭힘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집회나 파업과 같은 시민들의 공적 참여를 위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략적 봉쇄소송'(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SLAPP)은 재판청구권을 남용하여 시민의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목적과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또는 근로자의 기본권을 행사한 개인, 노동조합 또는 비영리단체를 피고로 하여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려는 목적을 가진 민사소송"을 "괴롭힘소송"으로 정의한다. 법원은 괴롭힘소송으로 판단하면 각하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두 법안 모두 감감무소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사용자의 재산권 보호와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법리를 근거로 노조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존의 법리나 법 해석은 악의적인 손배가압류를 막기는커녕 부추기는 효과만 낳았기 때문에 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조그마한 위법이라도 있을 경우 사용자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고, 법원은 그 청구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노동3권은 헌법 속의 장식물로 전락하고 있고, 노동자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쟁의행위를 이유로 사측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바람에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가족의 해체와 신용불량, 파산 더 나아가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은 조합비 고갈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ILO, UN "파업권 제한하는 손배소 악용 막아야"
현재 우리나라 법체제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신청 취하를 대가로 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재산권 보호에 치우쳐, 근로자가 노동3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3권의 행사를 제한하지 않되 사용자의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는 새로운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제한 법리가 필요하다.
▲ 유성기업이 손배가압류를 악용해 노조를 파괴하려고 했던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2019년 1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2017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보고서는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손배·가압류가 파업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2017년 10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는 "손해배상 청구는 쟁의행위 참가 근로자를 상대로 한 보복 조치"라며 "파업권이 효과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파업권 침해에 이르게 되는 행위를 자제하고, 쟁의행위 참가 근로자에 대해 이루어진 보복 조치에 대한 독립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ILO 29호, 87호, 98호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의결된 지금 시점에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 ⓒ 오마이뉴스
코로나19, 인간을 각성시키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2년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대면사회에서 비대면사회로, 업종 간 희비 교차, 실업자 증가, 소득 불평등 심화, 국가의 역할 강화, 공공의료의 중요성, 노인을 중심으로 한 많은 사망자 발생, 방역 통제 강화와 맞물린 개인의 자유와 인권 침해 논란 등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완전히 벗어날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새로운 재앙이 아니라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확실치 않고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코로나19는 그 뒤에도 독감처럼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가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을 잘 몰랐던 탓도 있고 상대방이 워낙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역사는 한마디로 바이러스의 도전과 인간 응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벌어진 이러한 역사 속에서 확실한 교훈과 지혜를 얻는 개인, 국가만이 더 일찍, 그리고 더 확실하게 코로나19의 굴레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제때 혁신적으로 변화하면 코로나 시대 극복 가능
첫째, 때를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때론 혁신적 변화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시로 유전자 변이를 통해 자신의 몸을 변화시킨다. 그동안 알파, 베타, 감마, 람다, 델타 등 많은 변이주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델타, 오미크론 등은 강세를 떨치고 있고 나머지는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효과적 변신을 한 변이만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감염병에 응전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백신을 무력화하거나 치료제가 잘 듣지 않을 때만 이들은 자손을 계속 퍼트릴 수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오미크론은 숙주를 덜 죽이면서도 전파력은 강해 변이종 가운데에서는 지속가능한 생존에 최적화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스크의 중요성을 알고 코로나 감염이 언제 잘 이루어지는지를 잘 파악해 이를 실천에 옮기는 유형의 인간은 감염 위험이 확 떨어지고 그렇지 못한 유형의 인간은 감염되거나 감염으로 사망까지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 인원제한 조치와 영업금지 내지는 영업시간 제한 업종에서 일하는 종업원과 업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재빨리 변화해 업종 전환을 한 경우는 그래도 내상을 덜 입었다.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업의 희비도 엇갈렸다.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일찍 성공한 제약·바이오기업은 대박을 터트렸고, 그렇지 못한 곳은 새로운 도약 기회를 얻지 못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들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 대비해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였다.
누가 더 빠르나, 인간과 바이러스의 대결
둘째, 속도가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증식 속도가 빠르고 한꺼번에 많은 자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이러스가 지닌 최대의 강점이며 인간에게는 무서운 위협이 된다. 변화무쌍한 변신 능력, 즉 놀라운 유전자 변이 능력과 빠른 증식 속도, 그리고 하나가 숙주 세포에 들어가 순식간에 수백, 수천 개가 되어 다시 다른 세포로 침입하는 능력을 모두 지닌 이런 바이러스는 감염병 병원체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인간 사회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재빨리 효과적 백신을 다량 구입해 빠른 속도로 1·2차 접종과 부스터샷을 시행한 국가와 그렇게 응전하지 못한 국가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했다. 그 간격은 사망자 수와 감염자 수, 그리고 유행 탈출 시기의 차이로 나타났다.
셋째,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 재난에서는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간에게 각성시켰다. 백신과 치료제가 있든 없든 코로나19는 유행 초기부터 소통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많은 사례를 보여주었다. 전문가들과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반과학적 행동을 하는 이들과 집단이 세계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이웃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백신 무용론을 펼치고 백신 부작용을 과대 포장해 퍼트리는 것을 물론이고 심지어는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등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지침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비상식적으로 반발하거나 집단행동을 벌이는 일들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일이 각종 대형 재난과 대유행 감염병 시대에는 늘 있어온 것이긴 하지만 최근 발달한 1인 미디어,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더욱 기승을 부렸다. 감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이런 인포데믹, 즉 정보감염병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인간, 가장 정교한 소통 능력 갖추고도 가짜뉴스로 인간 공격
인간은 생명체 가운데 가장 정교한 소통 능력을 지니고 있다. 현대 들어와 정보통신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인간의 소통 능력은 빛의 속도로 천문학적인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다른 동물과 식물, 세균 등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사실 바이러스는 소통 능력이 없는 생명체이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일부 인간이 보여준 것은 소통이 아니라 반(反)소통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공동체에 병원체보다 더 악영향을 끼친 독이었다.
이 때문에 국가는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가짜뉴스, 허위뉴스, 조작뉴스, 정보감염병과 싸우느라 힘을 분산해야만 했다. 코로나 음모론자와 이들의 음모론에 빠진 군중은 실제 행동에 나서 백신 거부 시위를 벌이거나 방역 지침 거부를 공공연하게 외쳤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나중에 코로나에 감염돼 숨지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그 해악이 비수가 되어 자신을 찌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세력들이 인간이 발달시켜온 소통 능력과 수단을 정부와 이웃들을 향해 사용했다. 이들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무한 자유를 떠 받들고 반과학주의를 표방했다. 또 선동과 조작, 과장, 허위와 진실 섞기, 사이비 전문가 동원 등 교묘한 방법으로 대중을 현혹시켜 코로나 확산에 일등 공신 노릇을 했다.
우리나라도 이르면 2월중 오미크론 변이주가 우세종이 되는 새로운 국면의 코로나 유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금보다 확진자 수가 더 크게 급증하면 이들은 또 어떤 주장을 펼쳐 코로나 방역을 훼방 놓을지 염려된다. 백신 맞고 3개월 만에 위암 4기에 전이까지 생겼다는 황당한 주장과 백신에 미생물이 잔뜩 들어 있다는 일부 의사의 섬뜩한 주장 등이 계속되는 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드세고 우리의 코로나 응전은 힘이 빠지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교훈을 확실히 깨닫는 것, 즉 각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새기자.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프레시안
미국 덮친 반세기 만의 인플레이션, 못 잡을 수도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일시적 인플레이션’ 견해를 선회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양적완화가 종료되며, 기준금리도 0.75~1%로 인상되리라 예측된다. 그러나 임금 상승 문제가 남았다
2021년 10월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항 터미널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컨테이너 운송용 화물트럭.ⓒAP Photo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1970~1980년대 이후 거의 반세기 만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도 함께 왔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5월이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집계한 그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시기(2020년 4월)보다 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두 배 이상 상회한 수치였다. 농산물과 석유처럼 가격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지수’도 전년 4월 대비 3% 오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인플레이션은 시장 전반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경우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든다. 널리 알려져 있듯, 가격은 대체로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다면(초과수요) 가격이 올라간다. 사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붙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급이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면(초과공급) 가격은 하락한다.
2021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의 큰 상승도 수요와 공급 불균형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해 들어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크게 오르면서 확진자가 줄고 대면 접촉 제한도 완화되었다. 경기회복으로 가계 수입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억눌렸던 수요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자유롭게 사람들과 만나고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의 기회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 미국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던 개인 소비지출이 같은 해 3월 이후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공급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소비는 마음만 먹으면 바로 다음 날이라도 재개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장사를 못해서 문 닫은 가게나 공장을 다시 돌려 공급을 늘리려면, 짧든 길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갈 수 없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급 차질이 여러 층위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생산의 기초가 되는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과 비교했을 때 2021년 4월 당시의 원유(브렌트유 기준) 가격은 약 25%, 구리 가격은 약 75% 올랐다.
운송비용도 뛰어올랐다. 선복량(선박의 적재능력)이 물동량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기준, 1300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해상운임(40피트 컨테이너 기준)이 2021년 4월엔 4500달러 수준으로 폭등했다. 어렵사리 운송을 마친 이후에도, 포화상태인 항만에서 화물을 수용하지 못해 선박이 2~3주가량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팬데믹 기간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 노동자들 가운데는 회복 조짐이 역력한 2021년 들어서도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감염 우려, 돌봄노동 부담,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재산 증가 등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상점과 공장은 수요 회복에 따라 노동자를 구하기 시작했다. 노동자가 줄면 그만큼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2021년 4월 기준, 일자리 919만여 개가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 조짐이 나타나자, 팬데믹 기간 연준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단들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1년 7월15일 미국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REUTERS
그간의 ‘디플레이션 공포’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여러 정책 수단을 가동해왔다. 우선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준금리가 낮으면 다양한 시중금리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낮으면 경제주체들은 저축을 줄이는 반면 더 많은 돈을 빌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시중으로 나온 자금이 소비·투자로 이어진다면 수요를 진작할 수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 이외에도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도 수행해왔다. 중앙은행인 연준이, 시중은행 등이 보유한 미국 국채 등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채권을, 시중은행들은 ‘돈’을 갖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이렇게 확보된 돈을 대출해서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 연준이 실행한 이런 정책 수단들은 팬데믹 기간에 미국 경제가 수렁에 빠지지 않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경제가 활성화되며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나고,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서 이를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리를 올리는 한편 양적완화로 시중에 흘러간 돈 역시 다시 회수해야 한다(통화 긴축정책)는 것이다.
연준은 2021년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연준은 공급이 수요만큼 늘지 못해서 물가가 오르는 ‘병목현상’이 곧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급 정체가 중고차 등 일부 상품에서만 일어나고 있으며 그나마도 완화 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지표에서 인플레이션율이 높게 나타난 것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물가상승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상을 회복하기 시작한 2021년의 물가를, 비정상적으로 물가가 낮았던 2020년과 비교하니 ‘너무 많이 올랐네’ 하는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2021년 11월 이전의 연준이 우려했던 것은 오히려 ‘경기회복 시기에 자연스레 발생하는 일시적 물가상승을 통제하다가 회복기의 미국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해 8월27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앙은행이 일시적 요인(공급 정체에 따른 인플레이션) 때문에 긴축을 시행할 경우, 그 효과가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데,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섣불리 긴축정책을 시행했다가 이후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디플레이션 공포’ 역시 파월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물가하락은 언뜻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물가의 지속적 하락은, 같은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점차 늘어난다는 의미다. 결국 가계와 기업은 점점 소비와 투자에 돈을 덜 쓰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물가가 더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요 부족을 낳아 경기침체로 귀결된다.
2000년대 들어, 특히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었다. 중앙은행들은 디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병행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시사IN〉 제445호 ‘디플레이션 공포, 무엇을 할 것인가’ 기사 참조). 2021년 여름에도 파월 연준 의장은 “1990년대 이후의 호황기에도 인플레이션율이 2%를 넘지 못했다”라며, 인플레이션보다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파월의 예상과 달리 2021년 여름을 지나면서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만한 조짐이 나타났다. 2021년 11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해 같은 시기(2020년 11월)보다 6.8%, 근원물가지수도 4.9%나 오른 것이다.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용도 안정되지 않았다. 2021년 11월의 컨테이너 해상 운임은 같은 해 4월보다 2배 이상 올랐다. 결국 파월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지난 11월30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파월은 “이제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버려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2022년 경제 전혀 알 수 없다”
파월의 입장 선회는 2021년 12월14~15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구체화됐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시중은행으로부터 매입해왔다(양적완화). 그만큼의 돈이 시중은행 금고에 쌓인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같은 해 11월엔 1050억 달러, 12월엔 900억 달러어치만 시중은행들로부터 매입했다. 11월과 12월에 각각 채권 매입 규모를 150억 달러씩 줄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는 30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연준이 1월엔 (2021년 12월의 9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 줄인 600억 달러, 2월엔 300억 달러 규모의 채권만 매입하게 된다. 3월의 채권 매입 규모는 0달러다.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것이다. 당초 연준은 올해 6월에 양적완화를 끝낼 계획이었다. 그 시기가 3월로 당겨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해 인상될 가능성도 커졌다. FOMC는 매 분기 18명의 위원이 예상하는 금리 인상을 점도표로 발표한다. 이번 점도표에 따르면, 다수의 FOMC 위원은 올해 미국 기준금리가 0.75~1.00%로 오르리라고 예측했다(2021년 12월 말 현재 0.25%). 2021년 9월까지만 해도 다수 위원이 ‘2022년에도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파월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임금 인상’이라는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를 가진다. 물가상승 시에 노동자들은 임금 상승을 요구한다. 임금을 올려 비싸진 물가를 상쇄하기 위해서다. 임금이 인상된다면 기업은 그만큼의 비용 상승을 상품 가격에 반영한다.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유발한다.
2021년 12월15일 FOMC 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파월은 “현재까지 임금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주요한 원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악순환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임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2021년 10월 임금은 1년 전보다 약 10% 상승했다. 특히 구직자에 비해 일자리가 넘쳐나는 노동시장 상황은 임금 상승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노동의 가격, 즉 임금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다면 현재 연준이 발표한 수준의 처방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파월은 장고 끝에 드디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첫수를 놓았다. FOMC 회의 직후 파월은 “누구도 2022년 또는 그 이후에 경제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겸손이었을지 고해성사였을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사인 주하은 기자
검증 끼어들 틈 없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
인과 관계 검증 부족한 보도에 우려 제기
“정해진 결론 갖고 쓴다는 인식도 느껴져”
“2022년 자극적 보도보다 검증 우선되길”
지난해 국내 언론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 만큼이나 백신 접종 후 사망 소식을 주요하게 다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향한 이들이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쓰는 일부 언론에 비판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인과관계 검증 노력이 부족한 채 속보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 접종 첫날인 지난해 2월27일 서울 중구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해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국민청원발 기사
1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사는 중앙일간지 11곳과 경제지 8곳에서 총 2만9205건 보도됐다. 이 가운데 결과 내 재검색을 한 결과 ‘접종 후 사망 원인’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기사는 37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과 관련한 보도가 얼마 있었는지를 키워드로만 분석한 수치다. ‘접종 후 사망 원인’에 검색 결과에 재차 ‘국민청원’을 키워드로 추가해 검색해 집계된 기사는 111건이었다. 접종 후 사망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보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담아내는 기사에 치우쳤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수치다.
대표적으로 △181cm의 건장한 30대 아들이 백신을 맞고 식물인간이 됐다는 소식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2주 만에 쓰러졌다가 숨진 어머니 이야기 △모더나 3차 접종을 맞고 심장마비가 온 삼촌에 대한 글 △학원을 보내기 위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가 뇌사 상태에 빠진 중3 딸에 대한 소식 등이다.
해가 바뀌어도 이 같은 보도 유형은 이어졌다. 연초에는 모더나 접종 후 원인 미상으로 심정지가 왔다는 부친에 대한 소식과 화이자 3차 접종을 한 가족이 백신을 맞은 뒤 2시간여 만에 사망했다는 주장 등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언론에 보도됐다.
백신 접종이 갑작스런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인지 청원 글만으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이 검증을 빠뜨리고 일방 주장만 옮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팩트가 중요한데 대부분 기사는 항상 ‘코로나19 백신 맞고 얼마 만에 사망’에만 주목했다”며 “인과 관계가 있다면 나가는 게 맞는데 기사들을 다 읽어보면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사망한다는 얘기는 기사 내용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근거 없이 함부로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가짜뉴스가 돌 때는 담당하고 있는 부처에서 정확한 얘기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망 인과 관계 부족한 기사들 즐비”
외신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문제를 다룰 때 ‘extremely rare’(극히 드문)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관련 기사를 총 702건 보도했다. 이 가운데 extremely rare라는 표현은 202건의 기사에 담겼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기사의 28.7%가 극히 드문 사례라고 보도된 것이다.
한창훈 전문의는 “실제로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사망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의료 종사자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도 있다”며 “예를 들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이틀여 만에 심근경색이 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 일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우리사회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피해를 겪으신 분들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 일을 겪은 분 대부분이 피해 원인을 어딘가에서 찾는 게 일반적 심리”라며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굳게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의학적 입장에서 볼 때 대부분 상황을 보면, 명백히 다른 의학적 이유가 있다”며 “안 좋은 일을 겪은 분들은 심리적으로 그렇게 반응한다고 해도, 기사는 의학적 검증을 빠뜨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백신. 사진=Gettyimagesbank
“정치 기사나 백신 기사 다를 바 없어”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지난 2020년 4월 ‘감염병보도준칙’을 제정한 바 있다. “감염병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 자문을 구한 뒤 작성하도록 하고, 과도한 보도 경쟁으로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보도 전 충분한 교육을 권고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보도 과정에서 이 같은 권고와 준칙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의료계 평가다. 의료계는 올 한해 사라진 검증 과정을 되살리고 자극적 보도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창훈 전문의는 “자극적이지 않은 단어를 썼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 보면 항상 ‘최악’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느냐”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으면 기사화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탁 교수는 “사망 소식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국민 입장에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백신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한다면, 최소한 그 반대되는 입장도 분명히 실어줄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 기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입장이 있고, 그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미 정해진 결론을 갖고 기사를 쓴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김탁 교수는 “정치 기사는 개별 기자 성향에 따라 내용과 톤이 많이 달라지지 않나. 코로나19 백신 보도도 하등 다를 바 없었다”며 “의학 기사는 의료 공공성을 고려해 기사가 나와야 한다. 공공성이 고려되지 않는 기사들을 더 많이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교수는 “제일 좋은 것은 객관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는 학회,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하면 관련 학회 등 공식 단체에 검증을 구했으면 한다”며 “그 다음 예방접종피해보상위원회 같은 곳들에 의견을 물어 보도하는 게 올바른 순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조준혁 윤유경 기자
철 지난 색깔론 ‘멸공’, 조선·동아는 왜 정용진‧윤석열 응원했는가
‘멸공’이라는 단어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발단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소셜미디어였는데요. 정 부회장은 1월6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메시지와 함께 ‘#멸공’이라고 올렸습니다. 1월1일 숙취해소제 사진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메시지와 함께 ‘#멸공’이라고 올리고, 1월2일에는 젓갈 사진에 ‘새해 첫 젓갈’ 메시지와 함께 ‘#멸공’이라고 또다시 올렸습니다. 인스타그램은 ‘폭력 및 선동’을 이유로 해당 게시물을 모두 삭제 조치했고, 이에 정 부회장이 반발한 겁니다.
인스타그램은 익명 신고나 AI 시스템 감지를 통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 게시물 삭제에 대해서는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했고, 게시물은 모두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1월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과 함께 다시 ‘#멸공’이라고 올렸고, 이후 중국 내 반감을 우려해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기업총수 소셜미디어에서 번진 ‘멸공’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로 떠오른 멸공 논란을 키운 건 윤석열 대선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1월8일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든 사진과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이란 해시태그를 함께 올렸습니다. 달걀의 달은 영어 ‘달(Moon)’로써 문재인 대통령, 파는 지지자를 비하하는 의미이므로 ‘달파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멸치와 콩은 ‘멸공’으로 해석되며 정용진 부회장을 지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윤 후보는 필요한 물건을 샀을 뿐이고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나경원 전 의원과 김연주 상근부대변인, 김진태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 등을 잇따라 소셜미디어에 올려 ‘멸공’을 강조했습니다. 반공주의를 기치로 내건 독재정권 시절에나 주로 쓰이던 ‘멸공’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각종 해석이 이어지자 언론도 ‘(야권의) 멸공 챌린지’라 부르며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 ‘정용진 부회장 소셜미디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월6~11일)·신문 지면(1월7~12일) 보도량(방송단신 0.5건 처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의 경우 한겨레가 12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조선일보 9건, 경향신문 8건, 중앙일보 7건, 동아일보‧한국일보가 각각 6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방송은 JTBC가 5.5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이어 MBC 5건, SBS 4건, TV조선 3.5건, 채널A‧MBN이 각각 3건순으로 보도했고, KBS가 1건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특정 사안을 보도하면서 보도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도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지 여부일 텐데요.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번진 멸공 논란은 정 부회장이나 정치권 입장을 단순전달하거나 여야 정치공방을 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용진 오너리스크’ 전하지 않은 종편3사·조중·매경
멸공 논란이 이어지면서 1월10일 신세계 주가는 6.8%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의도와 달리 논란이 있어 멸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KBS <신세계 주가 급락… “멸공 언급 그만할 것”>(1월10일 박대기 기자)에서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주가하락은) K뷰티와 면세사업 등 중국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업체들과 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 당일 신세계 관계자 설명대로 LG생활건강 주가가 13% 이상 하락했고,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 주가도 3% 이상 하락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JTBC 보도는 신세계 측 입장과 달랐는데요. <주가 급락에 불매 움직임… “멸공 발언 안 할 것”>(1월10일 이새누리 기자)에서 JTBC는 “신세계의 모체는 백화점 사업”이므로 “화장품 회사와 비교할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도 당일 “경쟁사인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주가는 1%대 하락”에 그쳤다며 “멸공 논란이 ‘오너리스크’로 작용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신문 중 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 방송 중 TV조선‧채널A‧MBN은 정용진 부회장발 오너리스크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철 지난 정치권 색깔론‧이념논쟁 비판
▲ ‘색깔론 비판’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월6~11일)·신문 지면(1월7~12일) 보도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멸공 논란이 더욱 문제가 된 건, 논란이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에서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힘 정치인 소셜미디어로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대선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에 ‘멸공’을 연상케 하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멸공을 직접 언급하면서 소모적인 색깔론과 이념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더군다나 ‘멸공’은 반공주의를 기치로 내건 독재정권 시절, 인권 침해나 민주화 인사 탄압을 정당화할 때 주로 언급됐기 때문에 결코 가볍고 쉽게 거론될 수 없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신문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 방송 중 MBC‧SBS‧JTBC‧TV조선‧채널A만 색깔론 비판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여적-멸공 챌린지>(1월10일 차준철 논설위원)에서 “철 지난 ‘멸공’을 띄우고 그것을 또 정치인들이 챌린지로 퍼뜨리다니, 재미는커녕 씁쓸하다”며 “색깔론을 부추겨 표를 얻으려는 심산이라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여가부 폐지’에 ‘멸공 챌린지’, 윤석열 퇴행 어디까진가>(1월10일)에서 “(윤석열 후보가) 전통 지지층인 강성보수의 재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불어놓고 집권세력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시대착오적 캠페인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BS는 <정치권에 튄 ‘멸공’ “증오 키우는 무리수”>(1월10일 김형래 기자)에서 “멸공 논란 자체가 우리 사회의 증오를 키우는 무리수라는 지적”, “(정치권에서) 논란을 주고받는 자체로 정치권 전체에 혐오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색깔론 비판 않고 정용진‧윤석열 응원한 조선‧동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색깔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 활동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만물상-정용진의 멸공>(1월10일 김광일 논설위원)에서 윤석열 후보와 정용진 부회장 소셜미디어 활동을 우호적으로 언급하며 “(멸공은) 사변(한국전쟁)을 겪은 뒤 냉전의 한복판을 살아가던 우리 국민에겐 절박한 사회적 다짐 같은 구호”였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멸공’이 갖는 어두운 의미는 외면한 채 말입니다. 심지어 “야권 관계자들이 릴레이하듯 멸치‧콩 사진을 올리며 윤(석열) 후보와 정 부회장을 응원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이 5년 내내 북한 김정은에게 저자세로 끌려 다닌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라는 해석까지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와 함께 조선미디어그룹에 속한 TV조선은 <앵커의 시선-가벼운, 한없이 가벼운>(1월10일 신동욱 앵커)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북한에게 저자세로 일관한 데 대해 국민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며 조선일보와 동일한 주장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한 재벌 총수가 공산주의를 타도하자는 옛 구호 ‘멸공’을 올리고, 조국 전 장관이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하자, 반격하듯 나선 것”은 “그저 웃어넘기기엔 뒷맛이 씁쓸”하다며 조선일보와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 1월12일, 색깔론 강조하며 정용진 부회장 응원한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보다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정용진 ‘좋아요’>(1월12일 송평인 논설위원)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대놓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용기 있는 기업인”이라며 응원하고 있는 칼럼입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이승만이 공산화를 막은 것은 그의 모든 과(過)를 상쇄할 공(攻)”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우고, 독립군 토벌 등 친일이력으로 비판받는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을 칭송했습니다. 심지어 “색깔론이 철 지난 게 아니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위협, 시진핑의 동아시아 위협을 보면서 공산주의 경각심을 잃은 게 철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멸치나 콩을 사서 은근히 지지를 보내는 것으론 부족”하다며 “정 부회장처럼 기죽지 않고 ‘노빠꾸(no back)’하면서 선명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색깔론을 비판하기는커녕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응원하고 부추긴 것입니다.
근거 부실한 의혹 제기한 MBN‧조선일보
▲ 1월7일, 근거 부실한 의혹 제기한 MBN
멸공 논란을 전하며 근거가 부실한 의혹을 제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MBN은 <픽뉴스-멸공 또 멸공>(1월7일 박은채 기자)에서 “(정 부회장) 게시물 두 개가 모두 삭제된 데다 정부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삭제 요청을 많이 하는 편이다 보니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우리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만 5만 건 이상으로, 미국이나 독일, 일본에 비해 압도적”이었는데 “이마저도 35%는 구글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정부가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7일) 검찰이 (정 부회장) 통신기록을 조회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 의구심”이 더해지는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반공이든 뭐든 개인의 생각인데 그거를 검열에 가까운 저런 일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고 말했는데요. 정 부회장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에서 삭제됐다 복구된 것을 ‘검열’로 보는 뉘앙스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러나 MBN 보도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구글 자회사가 아닙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플랫폼’ 소속 소셜미디어입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삭제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를 언급하는 건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검찰의 정 부회장 통신기록 조회가 인스타그램 게시물 삭제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정확한 근거 제시가 필요한데요. MBN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정부의 게시물 삭제 요청’이나 ‘검찰의 정 부회장 통신기록 조회’가 이번 인스타그램 게시물 삭제 및 복구와 연관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참고로 MBN과 같은 매경미디어그룹에 속한 매일경제는 <한국 정부 요청으로 구글 콘텐츠 5만4000개 지웠다>(2021년 5월9일 홍성용 기자)에서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는) 개인정보 보호‧보안을 위한 삭제 요청이 43.5%”로 가장 많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콘텐츠 삭제 요청이 도드라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행정기관을 통한 사적구제 관련 제도가 발달해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멸치‧콩 샀다”… 정용진발 ‘멸공’ 논란, 정치권으로 확산>(1월10일 김형원‧김승재 기자)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2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주요 대기업 10곳의 CEO(최고경영자)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참석 대상 기업에 신세계그룹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멸공 논란’의 여파”라고 해석했습니다. 근거는 “이 후보와의 간담회 대상 기업에서 신세계가 제외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익명의 정치권 발언이었는데요. 그러나 경총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신세계가 제외된 것은) 경총의 24개 회장단사가 우선 참석 대상이기 때문에 제외됐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직도를 살펴보면 신세계는 회장단사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경총 관계자와 통화 내용과 경총 조직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기업 10곳 CEO 부르며 재계 순위 10위인 신세계는 제외”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월 6~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2년 1월 7일~1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헌법재판관의 책상머리 판결이 외면하는 ‘절규들’
[세상에 이런 법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2021년 12월23일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위헌소송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헌법 위에 법 없고, 헌법 아래 법 많다.’ 헌법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엉뚱한 내 질문에 대한 후배의 답변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건 아주 간명하게 헌법의 위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법이 사람을 옥죄는 도구로 잘못 사용되고 있을 때, 우리는 헌법을 떠올리며 헌법의 가치를 짓밟고 있는 법의 잘못을 외친다.
사용자의 일방적 근무시간 변경,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무면허 건설기계 조종 강요, 협박성 발언, 보호 장구 미지급, 동료의 끔찍한 산재 사망 목격 등 제각각 직장을 옮길 이유가 차고 넘쳤다. 하지만 직장을 옮기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 이주노동자 5명은 한국의 법이 사람을 옥죄는 도구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며 외쳤고, 절박한 마음에 2020년 3월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는 산업연수생제도가 시작된 1993년부터 줄기차게 문제가 되었다. 근로기준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2004년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자유가 박탈된 이주노동자들은 여러 인권침해 사례의 피해자로 등장했다.
한국 정부가 지정 알선한 사업장에서 4년10개월간 일했는데 3년 동안의 임금을 받지 못했지만 비자 연장을 못 받고 빈손으로 출국을 강요당하는 이주노동자, 영하 20℃의 한파에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주노동자 등의 사연들을 접한 시민들은 부끄러움을 느꼈고 부당한 현실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용허가제의 민낯이 세상에 알려지자 ‘의도적 눈감기’로 일관했던 주무 부처 고용노동부도 국책연구원인 한국노동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2021년 10월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방안 연구’라는 연구원의 최종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근로자의 권익보호라는 관점에서 사업장 변경 사유와 사업장 변경 횟수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도록 하여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이동권 자유를 보호하도록 한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이동권 자유를 제한한 현행 제도의 개선에 착수한 직후인 지난 12월 초 헌법재판소로부터 선고기일이 통지되었다.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을 지키지 않고 늑장을 부린 헌법재판소가 야속했지만 그래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죽지 않기 위한 절규’
지난 12월23일 헌법재판소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헌법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기각결정을 내렸다. 사업장의 안정적 운영과 외국 인력의 효율적 관리만 알뜰히 챙긴 7명의 헌법재판관들은 과연 이주노동자와 밥 한 끼 먹어본 적이 있을까?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된 기간은 고작 4년10개월, 직장을 옮기려 하면 고용노동부로부터 새 직장을 알선받는 3개월은 일을 못하고 옮긴 직장이 지금보다 노동환경이 더 좋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건 ‘죽지 않기 위한 절규’라는 사실.
헌법재판관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면 중소기업 다 망한다’는 괴담만 글로 읽어낼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절규를 들을 수 있었다면 이런 불량 결정문이 세상에 나올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시사인 최정규 (변호사·⟨불량 판결문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38층부터 16개 층 '폭삭', 텅 빈 내부
“닷새에 1층씩 올려”…무리한 시공이 ‘참사’ 불렀다
출처 : SBS 뉴스
부울경 10대 기업 시가총액 1년 새 57%나 늘었다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한 적이 없다”
‘위드 코로나’는 성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 ‘어떤 위드 코로나를 할지’가 관건이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고, 자율적으로 행동을 변화시켜야 하며,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 12월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방역 대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백신도 맞을 만큼 맞았고 고대하던 ‘단계적 일상회복’도 시작됐는데, 2021년 연말은 2020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으로 인해 일상이 중단되고, 사랑하는 가족을 얼굴도 못 본 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중환자 병상은 여전히 모자라고 의료진은 지쳐 쓰러지고 있다. 머뭇거리던 정부가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자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며 거리에 나왔다. 지난 2년 동안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겨울 최대 1000여 명에 불과했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이번엔 7000여 명으로 외려 7배가량 더 많아진 것이다. 최근 일일 사망자 수도 70명을 상회해 이전 유행 최대치의 3배 이상 발생했다. 백신접종 덕분에 확진자가 늘어난 만큼 사망자가 늘지는 않아 다행이지만, 종종 ‘집단면역’으로 불리며 기대해왔던 유행의 안정적 통제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3차 접종(부스터샷) 집중 시행으로 확진자 수도, 사망자 수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지금 상황은 백신접종을 개시할 당시 우리가 기대했던 풍경이 아니다. “터널의 끝(2021년 1월11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은 여전히 안 보이며, “짧고 굵게(2021년 7월12일 수도권 방역특별점검회의)”는 빈말이 된 지 오래다. “마지막 고비(2020년 12월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도, “마지막 거리두기(2021년 10월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도 없었다. ‘백신 맞으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약속은 높은 수준의 백신접종률과 거리두기 협조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감염 규모 급증과 방역 규제 재도입이었다.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이번 위기가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2021년 12월11일)”하라며 부스터샷 접종과 거리두기 강화를 주문했다. 전 세계적으로 다시 번지고 있는 전파력 높은 오미크론 변이는 이 주문마저 공언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2021년 1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터널의 끝”을 언급했다.ⓒ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은 종종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증거로 활용된다. 정치권과 언론과 전문가 집단은 일제히 ‘위드 코로나’가 시기상조였다거나, 섣불렀다거나, 준비가 부족했다며 정부 정책을 성토하고 나섰다. 감염 규모가 의료 대응 역량을 넘어가는데도 미리 마련해둔 비상계획 발동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를 ‘잠시 멈춤’ 또는 ‘속도조절’이라 부르고 싶어 하는 눈치이지만, 여론은 후퇴나 실패 또는 포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부가 말하고 시행한 ‘단계적 일상회복’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이상적으로 ‘코로나19와의 공존’은 어느 정도 감염 확산을 용인하되 미접종 고령층 감염 등 ‘위험한 확진’과 그로 인한 사망을 막는 데로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돌리는 것이다. 그간 특정 계층에 쏠린 방역 조치의 비용을 모두가 공평하게 지는 방식으로 바꾸며, 감염 시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회적·심리적·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등 장기전에 적합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소위 방역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모순적인 정책과 발언을 이어왔다. 정책의 목적과 수단, 정책에 대한 소통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계속 발견되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용어 자체가 문제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기 사흘 전인 2021년 10월29일, 중대본은 “단계적·점진적”이고 “포용적”이며 “국민과 함께하는”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일상회복의 핵심은 접종률, 병상 여력, 중증 환자·사망자 수를 중심으로 유행 규모를 평가한 후 기존 방역 조치를 서서히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행계획 문건의 70% 이상이 거리두기 개편에 할애되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의료 대응체계 구축, 백신 및 치료제 활용, 입국 관리에 대한 내용이 조금 곁들여졌다.
하지만 11월1일부터 시작했다는 ‘단계적’인 거리두기 개편은 새롭지 않다. 이미 2021년 초부터 거리두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델타 변이가 촉발한 4차 유행으로 인해 본격적인 시행은 미뤄졌지만, “접종률, 병상 여력, 중증 환자·사망자 수를 중심으로 유행 규모를 평가한 후 기존 방역 조치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11월 이전부터 있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의 예외 조항이 확대되어왔고 백신접종자 인원 제한 면제도 새로울 게 없다. 10월에 4명 모임을 6명으로 확대한 것은 일상적인 거리두기 조정이고, 11월에 6명 모임을 10명 모임으로 확대한 것을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지칭한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사실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방역 기조 전환 논의에 흔히 쓰이던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위드 코로나’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나 방역 포기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으며, 방역 긴장감을 이완시켜 성공적인 일상회복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일상회복’이 단지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저 ‘단계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는 것 외엔 정부가 사용을 경계하는 위드 코로나와 다를 게 없다. 백신접종률이 충분히 오르기 전엔 위드 코로나에 대해 검토하는 것조차 꺼리던 분위기는 정부가 방역 기조 전환을 단순히 방역 완화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방증이 된다.
2020년 12월27일 경기 시흥시에서 운영을 시작한 ‘제1호 경기도형 특별생활치료센터’.ⓒ시사IN 신선영
단계적 일상회복에 포함된 여러 조치들도 정부가 장기전에 적합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단순히 감염 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는 데 관심이 쏠려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방역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유행 규모의 기준은 확진자 수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일일 1만명의 확진자까지도 감당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하루 7000명 수준의 확진자 발생에도 의료체계 한계를 훌쩍 넘겨 비상계획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확진자 수 자체보다 접종 효과가 감소한 고령층 위주로 유행이 확산되면서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진 것이 문제였다. 이에 따라 사망자도 예상보다 더 많이 발생했고 0.3%까지 떨어졌던 확진 치명률도 1.9%까지 올랐다.
‘사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방역 단계를 조정한 것은 자연스러운 조치였지만, 정부의 확진자 위주 소통은 ‘1만명까지 감당한다더니 7000명도 못 버티냐’는 식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잠시 멈춤’을 도입한 이후인 2021년 12월22일, 김부겸 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하루 1만5000명 규모의 확진자도 감당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방역패스 확대 역시 정부의 정책 목표와 수단이 일치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백신접종률이 낮거나 접종 대상이 아닌 20세 미만 아동·청소년 사이에서 코로나19 발생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거리두기 재강화가 발표된 2021년 12월16일 기준, 전체 연령에서 코로나19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3.1명인 반면, 0~19세 연령대에서는 10만명당 16.1명이었다. 이는 20~59세의 10.7명보다 훨씬 높고 60세 이상 17.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위주 감염 확산이 의료체계에 주는 부담은 고령층에 비해 매우 작다. 20세 미만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0.05% 미만이며, 지난 12월 말 현재 1100여 명 이상의 위중증 환자 중 20세 미만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즉, 병상 부족이 당면한 문제인 상황에서 청소년 접종률 제고를 통해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개인에겐 접종이 이득이 될 수 있지만, 불필요한 갈등 유발을 감수하면서 추진하기에 방역패스는 좋은 정책이 아니다. 이 역시 정부가 중증 환자·사망자 수를 줄이려는 정책 목표를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취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충분한 인식 전환이 수반되지 않은 ‘위드 코로나’는 ‘방역 완화’와 동일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상회복 후퇴는 없다”라고 말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재도입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이후 다시 규제를 도입해야 했을 때 원망은 대통령을 향했다.
어떤 ‘위드 코로나’를 해야 하는가
2020년 11월3일 서울 남대문 일대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코로나19와의 공존’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백신의 효과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듭된 변이로 인해 감염병을 퇴치하는 선택지가 사라졌고, 각종 사회경제적 피해로 인해 고강도 방역이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 최소화’로 대응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를 할까 말까’는 더 이상 물을 이유가 없다. ‘어떤 위드 코로나를 할지’가 관건이다. 크게 세 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감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백신접종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고, 혹시 걸렸더라도 재택치료 확대, 중환자 병상과 인력 확보, 효과적인 치료제 도입을 통해 사회에서 소화해낼 수 있는 의료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는 인식 전환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자원을 양보할 수 있도록, 위험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꾸준히 제공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살릴 수 있는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를 나누는 분류체계(triage)에 대한 법적·윤리적 토대가 갖춰져 있나? 재택치료를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는 준비되었으며 인식 전환은 충분히 이뤄졌나? 필요한 사람만 격리하고 필요한 사람만 검사받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나? 질병(오미크론 포함)에 걸리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탓이 아니라는 인식이 충분히 퍼져 있나? 이러한 질문에 치열하게 답해갈수록 바이러스의 존재가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 날이 더 빨리 다가온다.
두 번째는 위험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감염 확산은 필연적이다. 현재 거리두기 강화로 감염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향후 거리두기 완화와 맞물리면 폭발적인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영국·미국·이스라엘·덴마크·독일 등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바이러스 재유행을 주도하며 고강도 방역을 다시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규모 유행은 의료 대응만으로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활동 반경을 줄일 필요가 있다. 위험의 크기에 반응하는 것 역시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상’에 포함되는 행위다.
다만 지금처럼 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장기화 국면에선 개개인이 위험과 이득을 평가하여 자기 활동을 결정하게 해야 한다. 연령, 건강상태, 가족구성, 직업, 활동 반경, 백신접종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인 개인의 위험을 일일이 규제할 수 없다. 활동의 이익 역시 개개인에게 의미가 달라서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해줄 수 없다. 위험 수용능력을 키워가는 한편 그 아래로 위험의 크기를 줄이는 노력은 반드시 같이 가야 하며, 자율의 영역을 늘려서 규제의 공백에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평등 해소다. 지난 2년,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유행 규모가 작았을 뿐 아니라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지만, 특정 계층에 부담이 몰려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기간 집합금지·영업제한의 영향을 받은 고위험시설 자영업자들,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은 대면 서비스업 종사자,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 방역 담당 공무원, 보건소 직원들,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취약계층 학생들이 있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소위 ‘고위험’ 활동이 놓여 있던 사람들의 인내도 길어졌다. 감염자들은 필요 이상의 사회적·심리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섬세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방역 강화에 따르는 재정지원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장기화 국면에선 손실 보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폐업, 업종 전환 및 재취업 지원을 확대하고 기본적인 안전망 보강을 통해 전환 중 탈락하는 분들의 생계 곤란을 최소화하는 등, 장기화 국면에 맞는 경제 대책도 필요하다.
한 가지 더, 국제적인 불평등 해소도 중요한 과제다. 백신접종률이 낮고 유행 통제가 어려운 저소득 지역에서 변이가 발생하여 소위 ‘선진국’을 위협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모두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태도로 팬데믹에 대한 글로벌 공동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성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진정한 위드 코로나를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겨울에 했던 실수를, 또 이번 겨울에 한 실수를 계속 반복해선 안 된다.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또는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상을 정확히 정의한 뒤 그에 맞는 대책을 다시 마련해나가야 한다.
시사인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쏟아지는 여론조사 인용, 이런 보도는 위험하다
오차범위 내에선 우열 가릴 수 없어, ‘앞선다’ ‘역전’ ‘골든크로스’ 보도 여전
여론조사 결과 성별·지역별로 함부로 쪼개선 안돼…하위표본 분석 사례수 제시해야
올해는 3월9일 20대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같은날 재보선에 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크게 세가지 선거를 치른다. 특히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오고 제3지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승세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만 여론조사 인용보도에도 보도준칙이 있는데 일부 언론사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독자들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
오차범위 내에선 앞설 수 없어
지난 11일 중앙일보는 “이재명 36.5% 윤석열 36.9%…하락세 멈춘 尹 3주만에 역전”이란 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율을 역전했다고 표현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인데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앞선다는 표현을 써선 안 된다. 하지만 이 신문은 본문에서도 “불과 0.4% 포인트 차이지만 지난 12월 셋째 주 조사 이후 3주 만에 윤 후보가 이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 중앙일보 11일자 보도 갈무리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오차범위 내 접전인 상황을 ‘역전’이라고 단정한 언론보도에 대해 심의를 하고 있다.
지난 4일에도 11개 언론사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이내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간 우열을 단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주의’ 조치했다. “이재명 38% 윤석열 36%…이재명, 5%p 상승하며 순위 역전”(연합뉴스 지난해 12월9일) 등 UPI뉴스, 강원도민일보, 광주매일신문, 대구일보, 아시아뉴스통신, 전국매일신문, 전남매일, 전북중앙신문, 천지일보, 광주일보 등이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다루며 ‘역전’ ‘골든크로스’ 등을 제목 또는 내용에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지난 2016년 12월 한국기자협회 등 5개 협회가 제정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16조(오차범위 내 결과의 보도)를 보면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하고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수치만을 나열해 기사제목을 선정하지 않도록 했다. 통계적으로 오차범위 내에 있는 건 ‘앞선다’고 할 수 없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태다.
성별·연령·지역별 하위표본 분석 조심해야
지난 11일 뉴스핌은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간 단일화 적합도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 연령별, 지역별 두 후보에 대한 응답자 비율을 각각 자세하게 보도했다. 전체 표본이 1003명, 표본오차는 95%에 신뢰수준에 ±3.1%p로 여타 조사들과 비슷했다. 여기서 오차범위는 전체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대한 오차범위일뿐 세부 하위항목인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들여다볼 경우 표본이 감소하기 때문에 오차범위는 더 커지게 된다.
뉴스핌은 “지역별로는 서울,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앞섰고, 경기, 대구경북(TK), 부울경(PK) 지역에서는 윤 후보가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만으로 지역별 격차를 단정할 수 없다.
뉴스핌은 “서울은 안철수 49.9%, 윤석열 37.4%다. 경기·인천은 윤석열 41.4%, 안철수 41.3%를, 대전·세종·충청·강원은 윤석열 52.9%, 안철수 33.2%를 선택했다. 광주·전라·제주는 안철수 55.9%, 윤석열 30.8%이며 대구·경북은 윤석열 46.2%, 안철수 35.7%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은 윤석열 45.5%, 안철수 37.4%로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해당 여론조사 집계표를 보면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 서울지역 표본은 204명, 경기·인천지역 328명, 대전·세종·충정·강원지역 138명, 대구·경북지역 86명, 부산·울산·경남지역 128명이었다.
이 여론조사의 전체 표본 1003명에 대한 오차범위가 6.2%(±3.1%p)이기 때문에 표본이 80여명에서 200여명 수준으로 떨어지면 오차범위는 훨씬 커진다.
▲ 한국갤럽 지난 7일자 여론조사 집계표. 맨 오른쪽에 지역별 표본오차를 별도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여론조사 집계표에 성별·연령·지역별 오차범위를 별도로 공지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7일자 한국갤럽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인 조사에서 지역별 표본오차는 서울 ±7.1%p, 인천·경기 ±5.5%p, 강원 ±17.9%p, 대전·세종·충청 ±9.7%p, 광주·전라 ±9.8%p, 대구·경북 ±10.1%p, 부산·울산·경남 ±7.9%p, 제주 ±26.2%p로 나타났다.
뉴스핌 여론조사의 경우, 지역별 오차범위를 계산하지 않은 채 특정 지역에서 후보간 우열을 단정할 수 없다. 특히 “경기·인천은 윤석열 41.4%, 안철수 41.3%”라며 윤 후보가 높다고 보도했는데 오차범위 안에서 격차가 명백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적합도가 높다고 표현할 수 없다.
지역별 여론을 보도하려면 해당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더 정확하다. 지난 3일 KBS부산, 부산MBC, KNN 지상파 3사가 여론조사업체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를 진행했다. 부산지역 만 18세 이상 시민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로 나타났다.
청년층 민심을 보기 위해선 해당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물었다.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p로 이재명 후보가 27.7%, 안철수 후보 20.2%, 윤석열 후보 16.2%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전체 유권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중 20대 표본만을 떼어서 ‘20대 여론이 어떠어떠하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통계적으로 한국리서치 조사가 더 유의미하다.
한국기자협회 등이 만든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 제23조(하위표본 분석 주의)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 하위표본으로 나누어 추가 분석한 결과를 보도할 때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차이를 부각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하위표본 분석의 경우 비율 수치와 함께 하위표본 분석에 사용된 사례수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하위표본에 대한 내용을 전하면서 사례수를 별도로 제시한 언론보도는 거의 찾을 수 없다.
보도준칙에선 “극히 적은 하위표본의 결과치를 비율로 환산해 퍼센트로 제시할 때 유권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외로’ ‘기대에 못 미치는’ 주관적 표현 자제해야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안 후보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도 의외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우세했다”거나 “특히 20대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11월30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며 “이 후보가 윤 후보에 우위를 보이기는 했지만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으면서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성과에 따른 지지율 확장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 제19조(주관적 표현 자제)를 보면 조사결과에 대해 ‘의외의’, ‘예상을 넘는’, ‘기대에 못 미치는’ 등 주관적일 수 있는 표현은 가급적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 외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주관적인 견해나 판단을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는 장슬기 기자
코로나19 3년 차, 키워드로 본 국가별 대응 전략은?
2021년 12월3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서 ‘새해맞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REUTERS
한국인들 머릿속에 심어진, 국가별 코로나19 대응의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이를테면 스웨덴은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을 추구하는 나라다. 일본은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적이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마스크 쓰지 않을 자유’를 인정한다. 싱가포르는 ‘방역 포기’를 선언했다가 유행이 다시 번지자 정책을 후퇴시킨 국가다.
그러나 이 스테레오타입만으로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을 이해하는 일은 ‘각주구검(刻舟求劍)’과 같다. 팬데믹은 여러 번의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닷물이고 인간이 그 물 위를 항해하는 배라면, 국가별 배의 현재 위치는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 3년 차에 접어든 2022년, 국가별 현황과 전략은 2020년이나 2021년 어느 순간 살펴본 그것과 다르다.
모든 나라들의 목표는 같다. ‘피해를 최소화하며 파도 넘기.’ 항해 기술도 서로 별다르지 않다. 부스터샷을 포함한 백신접종 확대, 검사 확대, 의료체계 정비 등 우리가 그간 알고 있던 것 이상의 뾰족한 묘안은 없다. 각자 처한 바다 위 좌표에 따라 전략의 우선순위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하나 다른 것은 ‘선장’의 항해 철학이다. 어떤 가치와 마음가짐으로 배 위의 국민들을 설득하고 단결시켜 2022년 코로나19 파도를 넘으려 하는지
영국
일일 신규 확진자 수 21만8724명, 사망률 1.1%, 백신접종률 70%(1월5일 기준)
키워드: 더 나은(better), 부스터(booster)
지난해 12월31일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22년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에서 새해 벽두를, 지난해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은(incomparably better)”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근거는 ‘백신’이다. 존슨 총리는 1·2차 백신접종률 목표 달성을 축하하면서 국민들에게 부스터샷(3차) 접종을 강력하게 권했다. 권고의 표현은 거의 ‘협박’에 가까운 수준이다. “아직 백신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모든 분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병원에 가는 사람들을 보세요, 그게 당신일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에 있는, 부스터를 맞지 못한 사람들의 비참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보세요. 바로 당신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총리는 권했다. “체중감량이나 일기 쓰기보다 훨씬 쉬운 새해 결심을 하십시오. (부스터샷 접종) 방문 센터를 찾거나 온라인 예약을 잡으세요.”
미국
일일 신규 확진자 수 106만5763명, 사망률 1.5%, 백신접종률 62%(1월5일 기준)
키워드: 의무(obligation), 지식(knowledg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022년 새해를 앞두고 부스터샷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21일 대국민 연설 내용 중 ‘부스터’ 단어가 총 13번 등장했다. 부스터를 포함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의 ‘의무(obligation)’로 표현했다. “백신 미접종자들에게는 여러분 자신과 가족, 그리고 제가 이 말로 비난받으리란 걸 알지만, 국가에 대한 의무도 있습니다.” 그는 백신접종을 ‘애국적 의무(patriotic duty)’라고도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미크론 위기를 맞은 2022년 새해가 2020년 3월과 다를 수 있는 차이점을 세 가지 말했다. 첫째는 백신, 둘째는 의료적 준비(가운·마스크·인공호흡기·병상 등), 마지막으로 ‘지식(knowledge)’이다. “우리는 오늘날 2020년 3월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예로 든 것이 ‘학교 개방’과 ‘어린이 예방접종’이다. “지난해까지 우리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학교를 폐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5~11세 어린이 예방접종, 검사 확대 등 학교를 계속 개방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 학생이 양성 판정을 받아도 학교 전체를 폐쇄하거나 학생 전체를 격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국
일일 신규 확진자 수 175명, 사망률 4.5%, 백신접종률 84%(1월5일 기준)
키워드: 제로 코로나(淸零), 봉쇄(封鎖)
2022년 1월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방향은 ‘제로 코로나’ ‘무관용’ 전략으로 불린다.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 BBC 등 서구 언론들은 ‘중국은 왜 제로 코로나 전략을 고수할까’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 정치 시스템의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해 만든 서사의 일환’이라거나 ‘2월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노력’ 등이 ‘제로 코로나’의 이유로 분석됐다.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전략이 오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12일 중국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우리의 정책은 ‘감염 제로’가 아닌 ‘역동적 제로화(다이내믹 리셋)’다”라고 밝혔다. 중국 공중보건 전문가 량완녠 박사는 “둘은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감염자 한 명이 발생하는 것까지 예방할 수는 없지만, 감염 사례가 발견되면 신속하게 감염병을 근절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명칭이 어떠하든, 중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2020년과 2022년의 코로나19 대응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국가다. 여전히 조기 발견과 격리, 지역 봉쇄를 주 전략으로 삼는다. 지난해 12월22일에는 도시 내 누적 확진자가 250명을 넘어서자 인구 1300만명의 시안을 봉쇄했다. 공항과 도로를 폐쇄했고, 가정마다 이틀에 한 명씩 생필품 구매를 위해서만 외출 허락을 내렸다.
독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 5만13명, 사망률 1.6%, 백신접종률 71%(1월5일 기준)
키워드: 연대(Solidarität), 속도(Tempo)
현재 독일에서 백신 미접종자는 영화관·극장·식당 출입 등은 물론이고 출근, 대중교통 이용도 제한을 받는다. 오스트리아, 그리스에 이어 유럽연합(EU) 내 세 번째로 백신접종 의무화 법안도 마련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커지자 지난해 12월28일부터는 접종 완료자와 감염 완치자들도 실내외 사적 모임에 10명 인원 제한(14세 미만 어린이 예외)을 받게 되었다.
지난해 12월31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신년사에서 말했다. “요즘 우리 사회가 ‘분열되어 있다(gespalten)’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는 함께 서 있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연대, 서로를 돕는 의지, 더 가까워지고 엮이는 새로운 움직임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 연대의 움직임 중 하나로 숄츠 총리는 백신접종을 이야기했다. “며칠 내로 예방접종센터나 진료실에 예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중으로 미루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예방접종을 하신 모든 분들도 가능한 한 빨리 부스터, 세 번째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촉구합니다. 이제 속도가 중요합니다.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2021년 12월31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신년사가 TV 방송을 통해 발표되었다.ⓒEPA
일본
일일 신규 확진자 수 672명, 사망률 1.1%, 백신접종률 79%(1월5일 기준)
키워드: 신중(愼重)
지난 1월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오미크론 위기에 대해 아래와 같은 대응 기조를 밝혔다. “최악을 상정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지난여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다가 겨울 들어 100명대로 급감한 일본은, 새해 들어 다시 감염 확산세로 들어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6차 유행(제6파)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2월21일 기자회견에서 ‘예방·검사·조기 치료를 위한 포괄 강화책’을 이야기했다. 포괄 강화책 첫 번째는 3차 접종을 앞당기는 방안이고, 두 번째는 먹는 치료제 제공이다. 머크사와 화이자사 치료제를 각각 160만 회분, 200만 회분 준비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PCR 검사 확대다. 이제껏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에 대한 무료 검사가 제한적이었는데 기시다 총리는 이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일일 신규 확진자 수 464명, 사망률 0.3%, 백신접종률 87%(1월5일 기준)
키워드: 공존(living with Covid-19)
싱가포르 보건부 홈페이지에는 ‘코로나와 함께 살기’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크게 걸려 있다. ‘위드 코로나’ 노선을 세계에서 맨 먼저 선언한 싱가포르는 동시에 감염 곡선의 내리막길에서 가장 방심하지 않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27일 확진자 수가 5324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세를 기록해 지난해 말 하루 확진 500명 안팎으로 안정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승리’ 혹은 ‘극복’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14일 옹예쿵 싱가포르 보건장관은 국민들에게 코로나19 TF 기자회견에서 당시가 잠깐의 휴식기임을 주지시켰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자전거는 완만한 경사 위에 있고, 브레이크가 가볍게 밟혀 있으며, 승차감이 편안합니다. 우리 의료진들도 이 때문에 교대로 휴가를 가고, 가족과 재회하며 쉬고 있습니다.” 곧이어 다음 파고를 경고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큰 오미크론 파도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델타도 그러했듯이, 우리는 오미크론과 함께 사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프랑스
일일 신규 확진자 수 6만7461명, 사망률 1.2%, 백신접종률 73%(1월5일 기준)
키워드: 의무(devoir), 제재(sanctions)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2022년을 ‘모든 가능성의 해’로 규정했다. 그 가능성 중 하나로 ‘코로나19 종식’을 꼽았다. 낙관적 시나리오의 전제조건으로 그 역시 국민들에게 백신접종을 설득했다. 민주주의와 자유만큼이나 시민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했다. “(백신접종에서는) 의무가 권리보다 우선합니다.”
지난해 12월27일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오미크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 강화를 발표하면서 ‘제재’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그간 백신접종 혹은 검사 음성을 증명하던 ‘건강 패스’가 1월15일부터는 무조건 백신접종만이 인정되는 ‘백신 패스’로 강화된다. 코로나19 검사 음성 증명서가 있어도 백신접종 완료자가 아니면 식당, 극장, 영화관, 박물관 등에 입장할 수 없게 된다. 새해부터 3주간 주당 최소 3일 원격근무가 의무화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도 다시 강제되었다. 카스텍스 총리는 특히 위조 패스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이것은 시민으로서 공화국의 법을 피해 가는 것 그 이상입니다. 매우 비난받아야 합니다.”
2021년 12월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상점에서 보안 요원이 방역 패스를 확인하고 있다.ⓒAP Photo
스웨덴
일일 신규 확진자 수 9793명, 사망률 1.2%, 백신접종률 71%(1월5일 기준)
키워드: 재정지원(ekonomiskt stöd)
스웨덴은 흔히 코로나19 자연감염 집단면역을 추구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상황에 따라 강화하거나 완화하며 감염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스웨덴 정부는 지역사회 전파가 증가하고 의료서비스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추가 감염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20인 이상의 실내 모임은 ‘착석’ 참여자에게만 허용되며 백신 미접종자 모임은 최대 8명으로 제한된다. 500명 이상의 실내 공공 모임과 행사 참여에 백신접종 증명서가 필요하고, 식당·나이트클럽 등에서 그룹 간 1m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
최근 스웨덴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아플 때 집에 더 쉽게 머물 수 있기 위한’ 재정지원이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감염자의 수당 지급을 위한 진단서 요건을 폐지하고, 감염 아동에 대한 임시 부모수당이 확대되었다. 감염 확산으로 학교나 유치원이 휴교할 때 부모가 받는 혜택 범위도 넓어졌다.
핀란드
일일 신규 확진자 수 1만7047명, 사망률 0.6%, 백신접종률 75%(1월5일 기준)
키워드: 빛과 어둠(valot ja varjot)
“팬데믹 2년, 우리는 빛과 어둠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신년사 첫 문장이다. 백신접종의 시작, 일상의 재개, 서로 간 연대를 ‘빛’의 사례로 꼽았다. 의료시스템 마비, 경기 둔화, 돌봄과 학습 공백으로 인한 장기적 대가를 ‘어둠’의 예시로 들었다.
2022년의 코로나19 대응 과제로는 백신접종 확대, 의료 대응과 사회 개방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했다. “예방접종은 연대의 문제”라며, 글로벌 백신 공평성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마린 총리는 2022년을 함부로 낙관하지 않았다. 이렇게 끝을 맺었다. “2022년도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해입니다. 밝은 날이 어두운 날보다 많을 수 있도록 정부와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시사인 변진경 기자
1인당 70만원 더 내야"…'71조 이자폭탄' 덮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1%에서 1.25%로 올라서 이른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연 1.25%로 인상했다. 올해 기준금리를 연 1.75~2.00%까지 올릴 경우 단순계산으로 가계 이자비용은 사상 최대인 7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대출자 1인당 이자비용은 52만~69만원까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한은 금융안정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이자 비용(기준금리 연 1.00% 기준)은 57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020년(53조2000억원)과 비교해 4조5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올해 금리가 서너차례 인상되면 이자비용은 68조450억원(기준금리 연 1.75%)~71조4930억원(기준금리 연 2.00%)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이자 비용은 한은이 집계한 이후 최대였던 2018년(60조4000억원) 수준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작년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1990만 명)이 그대로 있다면 1인당 이자 비용은 2021년 289만6000원에서 올해 341만9000~359만3000원으로 불어난다. 1인당 이자비용으로 52만3000~69만7000원 더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추정치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0.75~1.00%포인트 추가로 올려 연 1.75%까지 높인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한국경제신문이 한은과 전문가 도움을 받아 산출한 금액이다. 작년 가계대출 평균 추정치(1784조원)에서 금융위원회의 목표치 상단(5%)까지 늘어난 1874조원으로 잡았다. 금리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한은 추정치인 73.6%를 반영한 금액이다.
이날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올린 한은이 올해 모두 서너 차례 금리인상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도 지난해 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 직후 “중립금리(물가안정·완전고용 상태의 장기 균형금리)를 비롯한 여러 지표와 여건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앞으로 한두 번 더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에 따라 현재 연 1.0%인 기준금리가 내년 말 연 1.5%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시장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올 3월에 Fed가 금리인상에 나서 연내 3~4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한은의 '매파(통화긴축)' 정책에 힘을 싣는 배경이 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Anyone-지금 폭탄은 불꽃놀이 수준이고, 올해부터 미국이 금리 올리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폭탄이 날라오는 걸 대비하라는 경고메시지이다.
청솔 -불쌍한 기자야 폭탄은 무슨 폭탄? 아는 단어가 폭탄밖에 없냐? 병아리 눈물만큼 오를 뿐인데, 곧 죽을 것처럼 엄살을 떨고있니?
파워렌져 -아니 제길...기준금리가 무슨 빤스 고무줄도 아니고...이 기자는 소설을 써도 되도 않는 소설을 올릴 경우 라는 식으로 기사를 써서 올려놨냐. 아니면 말고냐? 정치인들이랑 매한가지.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양반아 정신 차리고 기사써라.
우담바라 -강제로 다 억누르다 지 퇴임하니 다 맞춰놓고 갈려고 저러는거지 개혁이란건 단 하나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박근혜만 불쌍하네 각종 연금 개혁하려다 욕만 뒤지게 얻어먹고 세금에 환장한 문재인
jho**** 결국 돈 없는 자들만 죽는 거지.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자영업자는 사망 확인.
새롬-벼락거지들 미소짓고. 영끌족 울상, 문재인도 미소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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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sg 프로필google 대표계정 입니다.Byunsg2시간 전
@새롬 그건 니생각이고.ㅋㅋㅋㅋ 과거 데이터 봐라 금리로 집값 잡나.
최초 승소] 검찰 예산의 빗장을 처음으로 풀었다
수십 년 동안 굳게 잠겨 있던 검찰 예산 정보의 '빗장'이 풀렸다. 대한민국 검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뉴스타파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예산 자료를 공개하라며 검찰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최초로 이겼다.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2개월 만이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검찰이 공개하게 된 예산은 ①특수활동비, ②특정업무경비, ③업무추진비의 세부집행내역(집행 일자, 장소, 명목, 금액 포함)과 지출 증빙자료(지출결의서, 신용카드영수증, 세금계산서, 현금수령증 포함)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한 자료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에 쓰라는 특수활동비가 검찰총장, 검찰 간부들의 용돈, 회식비 등 쌈짓돈으로 유용되지는 않는지,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검찰 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일대 사건이다.
뉴스타파는 시민단체와 함께 2019년 11월 18일부터 2022년 1월 11일까지 786일 동안 수행했던 행정소송 1심 재판 과정을 정리했다.
뉴스타파·시민단체의 '검찰 개혁 협업 프로젝트 : 예산 감시'
2019년 가을,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서초동을 휘감았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검찰 조직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검찰 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먼저 검찰이 쓰는 예산의 투명한 공개에서부터 감시 활동을 시작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국회마저도 이미 특수활동비를 공개했고, 모든 정부 부처 장·차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데 검찰만 예외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2019년 10월 18일 : 대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
2019년 10월 18일,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 (뉴스타파 자문위원)가 협업 단체를 대표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며칠 뒤, 검찰은 관련 정보를 비공개한다고 통보했다.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범죄의 수사 등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는 사유를 붙였다.
이 전가보도(傳家寶刀)의 비공개 논리를 앞세워 검찰은 매번 예산 공개를 회피해왔다. 지금까지 어떤 기관도 건드리지 못했다. 검찰의 상부 기관인 법무부도, 국정감사를 하는 국회도 검찰의 내밀한 예산 자료는 볼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 예산은 그야말로 '1급 성역'이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이 성역에 도전장을 내기로 했다.
▲ 대검찰청의 '정보공개 거부' 결정문
●2019년 11월 18일 :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상대 정보공개 행정소송 제기
검찰이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2주가량 지난 2019년 11월 18일, 하승수 대표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소장 말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알권리와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수사에 방해된다'는 명분을 핑계로 삼아 주권자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검찰의 행태를 이제 멈추게 해달라는 상식적인 요구였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내세운 피고는 두 명이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이들이 수장으로 있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쓴 세 가지 예산, 즉,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가 소송의 대상이었다.
▲ 정보공개 행정소송 소장의 첫 번째 쪽에 두 명의 피고가 적시되어 있다.
그렇게 검찰 예산의 공개를 둘러싼 우리나라 최초의 행정 소송이 시작됐다. 원고 측에서는 하승수 대표가 법정에 나갔고, 피고인 검찰 측에서는 대검 공판송무부 소속 검사 등이 맞섰다. 소장이 접수되고 두 달 뒤인 2020년 1월 16일, 대검찰청 공판송무부가 행정법원에 이번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냈다. 모두 8쪽 분량인데 간단히 줄이면 이렇다. '수사에 방해돼서 공개할 수 없다.' 검찰은 줄곧 이 주장을 반복했다.
●2020년 7월 9일 : 정보공개 행정소송 1차 변론 (재판 개시)
소송 제기 8개월 만인 2020년 7월 9일, 1차 변론기일이 잡혔다. 검찰 측에서는 4명의 소송 수행자가 법정에 출석했다. 첫 번째 재판에서부터 재판장은 '공개를 거부한 정보를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가 직접 보고 검찰의 비공개 주장이 타당한지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검찰 측은 정보 제출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검토 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첫 재판은 이렇게 20여 분 만에 끝났다.
▲ 정보공개 행정소송의 1차 변론조서
●2020년 10월 27일 :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의 '부존재' 주장
이후 재판의 양상은 특수활동비와 그 집행 내역의 존재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대검찰청이 쓰는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상당한데, 2017년 160억, 2018년 127억, 2019년 10월까지 83억 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 특수활동비 변론 과정에서 '치명적인 거짓말'을 저지르게 된다.
두 번째 재판을 이틀 앞두고 있던 2020년 10월 27일, 검찰은 행정법원에 '준비서면'을 냈다. 준비서면은 재판에서 자신이 주장하려는 내용을 정리해서 법원에 미리 제출하는 문서다. 역시 내용의 대부분이 '수사에 방해돼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길게 풀어 쓴 것이었는데, 특히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찰에서 특수활동비를 쓰기는 하는데, 검찰에는 집행과 관련한 정보는 없다. 없는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냐'는 것이다.
이 같은 '정보 부존재' 주장은 9개월 전인 2020년 1월 16일, 검찰이 행정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도 일부 반복된 바 있었다. 그런데 이번 준비서면에서는 한 발 더 나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정보가 검찰이 아닌 감사원에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전개했다. 검찰은 감사원에 '검찰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정보를 보내 달라'며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2020년 11월 9일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 일부 열람
2주 뒤 검찰은 '특수활동비 정보의 부존재'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다. 2020년 11월 5일,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정치자금으로 쓴다.', '측근이 있는 검찰청에 더 많은 특수활동비를 준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020년 11월 9일,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대검찰청을 방문했고, 검찰은 '자신에게 없다'던 특수활동비 관련해 극히 일부 자료를 열람 형식으로 의원들에게 보여줬다.
●2020년 11월 10일 : 감사원, 검찰의 문서송부촉탁에 회신
검찰의 '정보 부존재' 주장은 감사원의 회신 문서를 통해서도 여지없이 깨진다. 2020년 11월 10일, 감사원이 법원에 보낸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감사원에 해당 사항은 존재하지 않으며, 해당 자료는 소관 기관 (법무부 및 검찰청)에 요청하여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검찰이 법정에서 거짓 변론을 편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상급 기관인 법무부에 '정말 검찰에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정보가 없는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한 달 뒤, 회신이 왔다. 법무부 검찰과가 작성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 문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대검과 산하 검찰청 및 사업부서에 배정된 특수활동비의 세부 집행은 감사원 특수활동비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이를 배정받은 기관장·사업부서장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고 있음.' 즉, 특수활동비 예산 집행 내역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 법무부 검찰과에서 행정법원에 보낸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 문서
●2021년 1월 28일 : 정보공개 행정소송 3차 변론기일
검찰의 변론이 잇따라 거짓으로 드러나며 상황이 불리해지자, 검찰은 재판장에게 말장난하듯 다음과 같은 궤변을 내놓았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없다는 것이지, 사용 내역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3차 변론기일인 2021년 1월 28일, 재판부는 검찰에 또다시 자료 제출을 명령한다. 앞서 언급했듯, 재판장은 6개월 전에 열린 첫 번째 재판에서도 똑같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정확히 204일이 지나도록 검찰은 재판장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
●2021년 3월 4일 :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이번 행정소송의 피고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도 소송에 영향을 줬다. 4차 변론기일을 사흘 앞둔 2021년 3월 15일, 검찰은 정해진 일자에 재판을 진행하기가 곤란하다며 날짜를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해서 재판과 관련한 검찰 내부의 의사결정에 차질이 있다'는 사유를 댔다.
검찰의 '기일변경신청'은 이때 한 차례가 아니었다. 검찰 내부 사정 등을 핑계 삼아 네 차례 재판을 연기했다. 각 사유를 살펴보면, '재판 날짜가 대검찰청 국정감사 일정과 겹쳐서(2020년 10월 15일)', '검찰 내부 인사이동 때문에(2021년 7월 5일)', '다른 재판 때문에 바빠서(2021년 8월 12일)'라며 재판을 미뤘다. 이렇게 봄에 열렸어야 할 재판은 가을이 되어서야 재개됐다.
▲ 검찰이 행정법원에 제출한 '기일변경신청서’
●2021년 9월 9일 : 정보공개 행정소송 4차 변론기일
한없이 늘어지던 재판이 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이날 검찰은 예산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428일 만에 재판장의 자료 제출 명령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마지못한 검찰의 자료 제출은 성의가 없었다. 전체 자료가 아닌 극히 일부의 자료를, 게다가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제출했다. 검찰은 끝까지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었다. 재판부가 마뜩할 리 없었다. 당시 판사와 검찰 측 소송 수행자인 검사 사이에 오간 대화를 정리하면 이렇다.
■ 재판장 : 지금 자료 취합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신 게 벌써 1년 전이거든요. 그러면 (전체 자료) 600권 중에 그냥 2권을 무작위로 가지고 오셨다는 거네요.
□ 검찰 측 소송수행자 : 저희가 600권에 있는 업무추진비하고 특정업무경비 관련 자료를 다 뽑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재판장 : 지금 이거 2권을 제출을 하시는 것도 이 중에서 이 사건의 정보에 해당되는 것만 제출을 하셔야죠. 그 전체를 제출하시면서 (판사가) 알아서 찾아보라고 이렇게 하시는 게 아니라...-4차 변론기일 중, 재판장과 검찰 측 소송수행자인 검사 사이에 오간 대화
●2021년 11월 11일 : 정보공개 행정소송 5차 변론기일 (변론 종결)
마지막 변론기일이다. 재판장은 검찰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곧이어 짧게 말했다. "(2022년) 1월 11일 오후 2시에 선고하겠습니다."
●2022년 1월 11일 : 정보공개 행정소송 1심 선고
연일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가 찾아왔다. 소송을 제기하고 786일 동안 이날을 기다렸다.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B219호 법정. 3명의 판사가 입장했다. 긴장감으로 사위가 조용하다. 잠시 뒤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했다.
피고 검찰총장이 2019년 10월 30일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019년 10월 21일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중 '별지 2' 목록 기재 공개대상정보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서울행정법원 행정2부 이정민 재판장
간단히 말해 '예산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 당연한 결과였다. 선고 다음 날, 17쪽 분량의 판결문을 받아보니,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완전한 승소'였다. 검찰이 국민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처음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 곳곳에서 '예산을 공개해도 수사 기밀이 드러나거나 수사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수십 년 동안 국민의 알권리를 막아온 검찰의 비공개 논리가 단박에 허물어진 것이다. 막강한 권력 기관인 검찰도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보통의 행정기관'임을 확인해 주는 판결이다.
수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1심 판결문 중
우선, 대검찰청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를 '언제, 어디서, 몇 명이, 얼마나, 왜 썼는지' 등이 담겨 있는 세부 집행내역은 물론이고, 이를 증빙할 지출결의서, 내부 결재 서류, 영수증, 세금계산서 등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도 마찬가지다. 다만 재판부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한 부분이 있는데, 계좌번호·카드번호·승인번호 같은 개인식별 정보였다. 그 외에 국민의 세금으로 쓴 예산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 1심 판결문 전문 보기
소송을 맡은 하승수 공동대표는 "검찰이 특권적인 권력 집단에서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압축해 이번 판결을 평가했다.
검찰을 특별한 권력 기관이 아니라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드는 데에, 검찰을 민주화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판결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특수활동비를 포함해서 대검찰청이 쓰는 돈, 각 지방검찰청, 고등검찰청이 쓰는 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판결이 검찰을 개혁하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뉴스타파 자문위원)
문제는 검찰이 과연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순순히 예산 정보를 공개하겠냐는 점이다.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에게는 특수활동비 자료가 아예 없다'는 등의 거짓 주장을 펴는가 하면, 재판장의 자료 제출 요구마저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며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감추려 했다.
이번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공개해야 하는 예산 정보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9개월 치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 22일~2019년 7월 24일), 검찰총장(2019년 7월 25일~2021년 3월 4일)으로 있던 시기와 겹친다.
이번 검찰 예산의 공개가 검찰 개혁의 일환인 동시에 윤석열 후보의 검증의 의미를 담게 됐다. 때문에 검찰은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공개를 거부하고 항소해 국민의 알권리를 묵살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4월, 뉴스타파는 이번 행정소송을 보도 (최초 소송, 검찰 예산의 '빗장'을 풀어라)하면서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검찰 예산의 투명한 공개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시민들과 약속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항소해도 시간이 걸릴 뿐 검찰 예산의 투명한 공개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검찰을 '특별한 권력 기관'이 아닌 '보통의 행정 기관'으로 바꾸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공개 판결에 검찰이 어떻게 나오는지 뉴스타파는 시민단체와 함께 끝까지 취재하고 보도할 것이다.
▲ 가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진행한 검찰대상 정보공개 행정소송의 주요 일지
뉴스타파 임선응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잔혹사
5년 전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됐을 때, 많은 국민은 국정농단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검찰을 비판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정의와 공정은 외면한 채 정치권력과 손잡고 진실을 은폐하고, 때로는 스스로 정치권력화한 검찰의 행태와 시대에 맞지 않는 검찰권을 지적하는 목소리였다.
촛불시민의 열망을 한 몸에 안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온 국민이 ‘검찰개혁’을 핵심국정과제로 주문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완수’를 장담했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은 좌표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일부 제도적 과제는 달성했지만,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지는 못했다.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내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남긴 지금, 뉴스타파는 지난 5년의 핵심 장면들을 통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결정적 장면 1.
2017년 5월 19일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한다.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를 수행할 적임자라는 이유였다. 발표를 듣던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와’ 하는 탄성이 뿜어져 나왔다.
이 발표가 있고 얼마되지 않아 ‘윤석열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윤석열과 함께 ‘대윤 소윤’으로 불리던 윤대진 검사가 부산지검 2차장에서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박영수 특검 등 윤석열과 여러 특수사건에서 손발을 맞춰온 최측근 한동훈 검사가 3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모인 ‘윤석열 사단’은 두 전직 대통령(박근혜, 이명박), 이재용 삼성 부회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이른바 ‘적폐 수사’에 돌입한다.
결정적 장면 2.
2019년 7월 26일
대검찰청 간부 인사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에 임명한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에서 무려 다섯 기수나 내려간 파격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수사권 조정에 적극 나설 것” 등을 윤 총장에게 주문했다. 윤 총장은 “헌법 정신에 비춰서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바로 다음날인 7월 26일, 윤 총장은 대검찰청 간부인사를 단행한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 6자리 중 5자리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포진한 전례가 없는 인사였다. 심지어 공안부장에도 특수 검사 출신인 박찬호 검사가 임명됐다. ‘윤석열 사단’, 정확히 말해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특수 검사들의 전성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하지만 이 인사가 훗날 파국의 전조곡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정적 장면 3.
2019년 8월 27일
조국 장관 후보자 압수수색
2019년 8월 27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검찰이 조국 후보자 일가를 겨냥한 강제수사에 나선다. 공개 수사 첫 날에만 20곳이 넘는 압수수색이 전방위로 진행됐다. 조국 후보자 자녀 입시 의혹과 관련된 대학들, 조국 일가가 관여하거나 소유한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당시 압수수색은 박상기 법무장관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박 장관은 서울 서초구 모 호텔에서 윤석열 총장과 한시간 가량 만났다. 박 장관은 “윤 총장이 이 자리에서 조국 후보자 부인이 관련된 사모펀드 의혹만 주로 언급하며 ‘조국 낙마’를 직접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시작된 검찰 수사는 이후 끝도 없이 폭주했다. 심지어 검찰은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일 밤,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다. 소환조사 한번 없이 이뤄진 기소였다.
결정적 장면 4.
2020년 7월 2일
추미애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2020년 7월 2일,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 내용은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관여된 의혹이 있는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는 것. “법무부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는 검찰청법(제8조)에 따른 조치였다. 그로부터 세 달 뒤, 전현직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라임사건 핵심 관계자,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서신이 공개됐다. 추 장관은 두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이 라임사건 수사, 부인과 장모, 그리고 본인 관련 수사와 감찰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11월 24일, 추미애 장관은 판사 사찰, 채널A 사건 수사 및 감찰 방해 등의 이유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및 직무배제를 발표한다. 얼마 뒤 법무부징계위원회는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곧바로 법무장관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뒤, 2020년 12월 26일 업무에 복귀했다. 세 달 뒤인 2021년 3월 4일, 윤석열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를 네 달여 남기고 스스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을 떠나면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정적 장면 5.
2021년 9월 2일
고발사주 의혹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막 시작되던 2021년 9월 2일,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는 2020년 4월 총선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후보를 통해 유력 정치인들과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보도한다. 이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조성은 씨, 그는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조성은 씨는 고발장이 전달된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이 조 씨에게 전달된 때는 4월 3일과 8일. 그보다 앞선 4월 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보다 사흘 전인 3월 31일에는 MBC를 통해 채널A 이모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관련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보도됐다. MBC 보도 이후 불과 3일만에 고발장이 만들어져 야당에 전달됐고, 한 달 뒤인 4월 8일에는 최강욱,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후보에 대한 고발이 실제로 이뤄졌다. 손준성 등 검찰 관계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발장에는 윤석열 본인, 그의 처 김건희 씨, 윤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피해자로 적시돼 있었다.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1년 11월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 자리에서 그는 스스로를 “조국의 위선과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검찰개혁의 핵심 목표는 두 가지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다. 2016년 촛불정국 때도, 2017년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원하고 요구한 것은 이 두가지 목표를 완수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촛불정권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이 두가지 과제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제도개혁과 실행을 미루고 인사에서 실패한 탓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속에 제도 개혁을 통한 검찰개혁은 빛을 잃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사람에 의지한 인사·제도개혁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020년 12월, 20여 명의 국회의원들은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를 목표로 검찰청법 폐지 법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치권 내부 이견과 검찰의 반발에 부딪혀 발의도 못하고 좌초됐다.
또 다시 검찰개혁을 외치는 여당(더불어민주당)과 검찰총장 출신 인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야당(국민의힘)이 맞붙는 대선까지는 이제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뉴스타파 송원근
지난해 책 한권이라도 읽은 한국 성인 비율 절반도 안 됐다
한국의 성인층에서 지난 1년간 1권이라도 책 읽은 이는 전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읽은 책들도 2년 전에는 7권 이상이었는데, 지난해엔 네 권 정도에 그쳤다.
팬데믹 사태가 이어진 지난 1년 사이 한국 성인층 독서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다.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만 19살 이상 성인 연령층에서 1권 이상 책을 읽은 이의 비율(연간 독서율)은 47.5%, 독서량은 4.5권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8.2%포인트, 3권이 줄어들었다. 20대 청년층(만 19세 이상~29세 미만)의 독서율이 78.1%로 2019년보다 0.3%포인트 늘었을 뿐이다. 초·중·고생 연간 독서율은 91.4%, 독서량은 34.4권으로, 2019년과 비교해 0.7%포인트, 6.6권 줄었다.
종이책 독서율도 성인 40.7%, 학생 87.4%로 2년 전보다 각각 11.4%, 3.3%포인트 낮아졌다. 이와 달리 전자책 독서율은 성인 19%, 학생은 49.1%로 2019년보다 각각 2.5%, 11.9%포인트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처음 조사한 ‘코로나19 발생 이후 독서 생활 변화' 항목에 대해 성인층은 대체로 큰 변화가 없다고 답했으나, 학생층에서는 ‘독서량', ‘종이책 독서 시간'이 늘어났다는 응답이 40% 이상 나왔다. 실제 학생층의 전체 독서량과 종이책 독서시간은 지난 조사에 비해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주관적 인식과 실제 독서 생활과는 차이가 있었다.
문체부 쪽은 “독서율, 독서량, 독서시간 등 주요 지표는 수치가 낮아졌으나, 20대 독서율이 소폭 올랐고 20~30대 전자책 이용률도 높게 나타난 것 등은 긍정적 요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성인 6000명과 초교 4학년 이상 및 중·고생 33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김건희 씨는 모르는 '7시간 통화' 대부분 보도 가능
법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에 대해 대부분 방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는데요. 재판부의 판단 취지에 따르면 김 씨가 기억하지 못하는 통화 내용까지 보도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후 법적 다툼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자]MBC 방송을 앞두고 논란으로 떠오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백은종 / '서울의 소리' 대표 (CBS 한판승부) : 53차례 직접 통화가 있었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정작 통화를 한 김 씨는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YTN
김민전 교수, 尹 부인 김건희씨 두둔했나…“정권 핍박 받는 남편으로 얼마나 힘들까”
“‘반여성’ 지독하게 사용한 건 진보, 김건희씨 술집 종업원설 끊임없이 제기”
진보 진영 겨냥 “사실인지 알 수도 없는 그 과거를 캐어서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게 만들어”
“정의롭고자 하는 남편 덕에 얼마나 마음고생 했을까…어느 정도 이해된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민전(가운데) 경희대학교 교수, 김건희씨. <연합뉴스>
김민전 경희대학교 교수가 "'반여성'을 먼저 그리고 지독하게 사용한 것은 소위 진보 진영이었다"면서 "일부 유튜브를 필두로 해서 윤석열 후보 부인의 결혼 전 사생활을 캐고, 그것도 모자라 전혀 증거가 없어 보이는 술집 종업원설을 끊임없이 제기했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록 7시간을 맹공하고 있는 범여권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는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아웃사이더(혹은 비주류)여서 당을 장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후보들의 공약이 micro targeting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아울러) 유튜브, 커뮤니티 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특징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반여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며 "(김건희씨가) 젊어서 결혼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인생에 있어서 몇몇 이성과의 인연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사실인지 알 수도 없는 그 과거를 캐어서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윤 후보를 대단하게 생각한 것은 국정원 댓글에 대한 수사 때였다. 권력의 압박 속에서도 공명정대하게 수사하고자 하는 윤 검사가 검찰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면서 "잊고 있던 윤 후보를 다시 성원하게 된 것은 조국에 대한 수사 때부터였다"고 윤 후보를 지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연이어서 울산시장 선거에 대한 청와대의 8개 조직이 개입한 사건을 기소하였을 때 나는 윤 후보를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며 우리를 향해 덮쳐오는 거대한 전차를 온몸으로 막아내고자 하는 우리의 영웅으로 생각했다"며 "그런 윤 총장에 대한 권력의 탄압은 매서웠다. 갖은 밀어내기 시도에 이어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는 2020년 12월 24일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홍순욱 판사가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했을 때의 감동을"이라며 "윤 총장을 응원하고 걱정한 만큼 그의 부인에 대한 걱정도 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정권의 핍박을 받는 남편으로 인해 부인은 얼마나 힘들까 또 어떻게 이겨낼까, 걱정을 했었다"고 적었다.
그는 "또 다시 언론이 집중하고 있는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에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웬만한 무당보다 점을 잘 본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김건희씨가 정의롭고자 하는 남편 덕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보통 사람들도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또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는 점도 보고 하듯이 김건희씨도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리고 자주 보러 다니다보면, 웬만큼 스스로도 알 수 있는 경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김건희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7시간 분량 통화녹음 파일 중 김씨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 김씨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등을 제외한 부분은 방송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지만 김씨가 신청한 부분 중 수사 관련이나 사생활 부분 등과 이미 MBC가 방송하지 않기로 한 사적 대화 부분 등을 제외한 상당 부분의 방송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대선후보인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며 그의 사회적 이슈 내지 정치에 대한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MBC의 방송이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개토론 등에 기여하는 내용이기에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MBC는 오는 16일 오후 8시 20분 시사프로그램에서 김씨가 서울의소리 소속 이모씨와 지난해 통화한 총 7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방송할 예정이다.
디지털타임스 권준영(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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