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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2.20~12.26 정경심 징역4년, 윤석열 탄핵

by 이성근 2020. 12. 20.

 

·유럽의 백신 거부 왜?

백신 거부에 대해서 : 잔말 말고 백신 맞아라

20·30대 파고드는 다단계의 검은 손

총수 범죄 재판 걸림돌돼버린 삼성 준법감시위

윤총장 징계 효력, 법원 금주 내 결론법조계선 엇갈린 전망

한국, 재정적자 선진국 최소 수준

설민석을 만능 키로 써온 방송사···벌거벗겨진 건 그들의 안일함

부익부빈익빈바이러스 된 코로나19부자증세를 허하라

김태년, ‘K방역의 치욕서울경제 보도에 혹세무민맹비판

방역 정치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의문 품는 한국인들

1022] 윤이 나는 장관 부하 아니다했을 때

“‘법관 사찰문건, 불법행위 개의치 않는 검찰 자만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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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기자인가" 외국 기자들이 본 한국 기자

사태' 촉발한 조국 수사정경심 유죄로 정당성 얻나

정경심측 "괘씸죄" 반발, 조국 "가시밭길 걸어야 할 모양"

'정경심, 동양대 표창장 위조' 판단, 어떻게 나왔나

표창장은 위조, 사모펀드는 차명거래징역 4이유

재판부 반성 않고 죄질 매우 나빠”...변호인 예단 갖고 판결

백신확보 지시했는데해명에도 꼬리 무는 비판, ?

[단독1]문재인 대통령 동문 판사들까지도 성향분석...윤석열 현행법 위반

단독2]윤석열 ‘채널A사건’ 감찰·수사 방해…검찰총장 권한 남용

[단독3]윤석열의 정치적 언행은 검찰의 공정성·중립성 훼손···국민신뢰 잃어

윤석열 죄명벌 고발혐의 (2020.12.20. 기준)

2020, 1월부터 12월까지 언론계 강타했던 사건은

 

·유럽의 백신 거부 왜?

도이체벨레·이코노미스트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속속 승인하며 국민에 대한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재, 백신 음모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대륙이 특히 그렇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각각 전했다.

 

도이체벨레 17일자에 따르면 올해 여름 코로나19 바이러스 음모론이 미국 내 확산됐다. 특히 복음주의 기독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백신에 대한 미신으로 분열됐다. 이 단체는 교리적으로 보수적인 개신교 집단을 일컫는다.

 

일각에선 우파 근본주의 목사들이 근거없는 이론을 퍼뜨린다고 비판한다. 교인들에게 공공보건 데이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전문가를 무시하도록 유도한다는 것. 일부에선 코로나19 백신이 '성서 요한게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징표'라거나 '여성들에 불임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소재 풀러신학교 마크 래버튼 총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심이 있다. 이들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벨레는 "전 세계 각국이 백신을 승인하고 보급하려는 때에 그같은 가짜뉴스는 사람들에게 코로나백신 접종을 권하는 공공보건 전문가들의 노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널리 퍼진 가짜뉴스의 내용은 이렇다. 백신은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인간의 몸에 추적가능한 소형칩을 심으려는 구실이라는 것. 또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틈타 개인적으로 착복하려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른바 '플랜데믹'(Plandemic)이라 불리는 동영상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계획적으로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이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가짜뉴스를 막느라 고전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한 교회 목사인 토니 스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한 직후부터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 주목을 끌었다. 그는 주정부가 대면집회를 단속할 때에도 대규모 예배를 강행하며 팬데믹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무시했다.

 

그는 도이체벨레에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는다. 백신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은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아프게 된다""신도들에게 백신을 맞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설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7월 퓨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0% 정도가 '팬데믹이 이른바 기득권 엘리트들에 의해 기획됐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중 36%가 이를 '사실로 믿는다'고 답했다.

백신을 둘러싼 보수 개신교의 의심은 수십년 쌓인 과학과 현대의학, 글로벌 엘리트에 대한 불신의 정점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십년 동안 홍역과 소아마비 등의 중병을 줄인 백신의 효과도 의심한다.

 

미 베일러대 학제간연구 교수이자 우파 음모론 전문가인 샘 페리는 "그들의 기본 전제는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라고며 "선과 악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믿는 우파 기독인 분파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우파 복음주의교들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성서에 근거하지 않은, 하나님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고 보고 있다.

 

이들에게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음주의파 사이에 강력한 지지세를 구축하고 있다. 4년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복음주의파 신도들로부터 최고 78%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전체 개신교들의 지지율은 54%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를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팬데믹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짜로 규정하는가 하면 마스크에 대해 말과 행동에서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 공개행사에선 계속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명성을 무시하며 "곧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백신 회의론자였다. '접종이 아이들의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가짜뉴스를 트윗에 올리며 백신에 대한 음모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윤리와공공정책센터' 부대표이자 선임연구원인 피터 웨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생산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확산시켜 일부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대륙의 백신 회의론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이 백신의 효능을 공개하자 유럽 각국의 정치권은 즉각 환영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독일 정치인들은 터키 출신 독일 국적인이 바이오앤텍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벨기에 정치인들은 자국에서 백신이 생산됐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유럽 27개국이 사용하는 데 충분한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정치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백신을 승인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 정치권과 달리 많은 유럽인들은 자부심보다는 피해망상의 감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여러 백신의 실험결과가 안정성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의심한다는 것.

 

영국 구호단체 웰컴트러스트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3명 중 1명은 백신이 일반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여긴다. 전 세계 최고 비율이다. 입소스 모리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46%는 코로나 백신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뿐 아니다. 유럽 3대 경제규모의 이탈리아에서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서유럽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최근 폴란드와 헝가리 국민 40% 이상은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 18세기 프랑스의 한 풍자만화엔 녹색의 천연두로 뒤덮인 괴물을 끌고 가는 두 명의 사악한 인물들이 주사기를 들고 아이를 쫓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프랑스의 계몽주의 지식인 볼테르는 자국 동포들이 영국에서 보편화된 접종에도 몸서리를 치는 무지몽매함에 절망했다고 한다. 볼테르는 "내 동료조차 접종을 하는 영국인을 바보 아니면 광인으로 바라봤다"고 썼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잉글랜드에서 접종 의무화를 시행하자 이곳에서도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빌 게이츠가 백신을 통해 사람 몸에 칩을 주입한다는 현재의 음모론은 '접종을 하면 머리에 뿔이 난다'고 주장했던 19세기 미신의 뒤를 잇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와 현재의 다른 점은 동기부여다. 프랑스 부르고뉴대 과학사가인 로랑-앙리 비노에 따르면 18, 19세기 접종 거부는 종종 종교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 질병이란 신의 의지로 주어지는 것, 또는 자연의 섭리에 간섭한 인간에 대한 형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적이다. 런던 퀸메리대 조너선 케네디 교수는 "백신 회의론과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공통점은 두려움이다. 좌우파의 포퓰리즘 지도자들이 다보스에 모이는 세계화 찬양론자들을 미심쩍어하는 것처럼, 백신 반대자들도 글로벌 제약사라는 또 다른 그림자권력을 두려워한다.

 

부분을 전체로 확대하는 것도 비슷하다. 물밀듯 들어오는 이주민으로 유럽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당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유럽의 모든 문제가 이민 때문에 발생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약물 오남용 문제에서 일부 거대 제약사들의 책임이 지대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약사들이 사람들의 몸 속에 추적 칩을 심으려 한다는 것으로 비화하는 건 무리다.

 

포퓰리즘과 백신 회의론 모두 전문가와 공식기구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백신 문제는 이민, 무슬림 문제와 결합하면서 증폭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에 기름을 끼얹을까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독일 보건장관인 옌스 슈판은 "백신과 관련해 신뢰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일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한다. 프랑스를 잘 아는 사람들은 백신이 도착하면 사람들이 줄을 서 접종하려 할 것이라고 본다는 것.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백신을 극찬할 때 이를 콧방귀를 뀌는 것과 주치의가 접종을 권유할 때 이를 거부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백신반대 여론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오성운동은 그동안 백신 공포를 부추기며 지지율 상승을 즐겼다. 전직 코미디언으로 오성운동을 공동 창당한 베페 그릴로는 "의무적인 백신접종은 다국적 제약사를 위한 선물"이라고 비난했다.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최근 몇년 동안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홍역이 급증했다. 오성운동이 내세운 음모론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 것.

 

이코노미스트지는 "현재 오성운동 지지자들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일반 국민들보다 더 찬성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전했다.

 

'백신거부자 : 잘못된 정보로 인한 운동에 대처하는 법'의 저자인 조너선 버만은 "오히려 향후 수개월 동안 수요 부족이 아니라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정부를 불신할 때, 비주류 견해는 급속히 확산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백신 반대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을 가능한 한 신속하고 유연하게, 실수를 최소화하면서 내놓는 것"이라며 "엘리트가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때, 포퓰리즘과 가짜뉴스가 활개칠 일은 줄어든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백신 거부에 대해서 : 잔말 말고 백신 맞아라

오늘은 백신 거부에 대한 이야기다. 백신을 거부하고 기피할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아직도 이 위험한 생각이 아직도 일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천천히 뜯어보자.

 

현대 의학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한 것 같지만, 몇 가지만 빼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병원에서 병을 다 낫게 해주는 것 같아도, 대부분의 경우 저절로 좋아지는 거다.

 

치료제라 할 수 있는 약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건 맞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그건 진짜 경기도 오산이다. 의학의 발전보다 더욱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다음과 같다.

 

1)영양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우리는 조선시대 임금에 버금가게 잘 먹고 있다. 실제 조선시대 일반 농민 중 하루에 세 끼는커녕 두 끼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 절반 이상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버텨야 했다.

현대에 이르러 영양 상태가 좋아지자, 우리의 면역력이 좋아졌다. 잘 먹으니 항체 등 유익한 균도 잘 만들어 나쁜 균이 들어와도 몸에서 이길 수 있게 됐다.

 

2)위생

오늘 경기도 어디선가 콜레라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봤다. 뉴스로 다룬다는 건 그만큼 비중 있는 사건이라는 뜻인데,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전염병들이 유행하는 건 뉴스거리도 되지 않았다. 너무 많았으니까.

 

많은 경우 마시는 물을 통해 병이 전염됐다. 깨끗한 물을 얻기가 힘들었던 과거에는 같은 우물을 쓰다 마을 전체로 병이 퍼지기도 했다. 상하수도 시설이 생기고 나서야 이런 병균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예전 방식으로 살면 친환경적이고 알러지나 공해물질로부터 벗어나 우리 몸을 건강하고 저항성 있게 유지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현대 기술은 2,000만이 수도권에 모여 살면서 서울과 경기도를 관통하는 한강을 똥덩어리로 만들지 않을 정도로 친황경적이다. 과거에 이 정도 인구가 한강에 모여 살았다면 전염병으로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백신의 중요성에 관하여

서론이 길었다. 위 두 가지 이유와 더불어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 진짜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오늘의 주제 '백신'이다.

 

백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어째 too ~ to 용법을 써야 될 것 같은).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아래 사진 한 장으로 충분하다.

출처 -

 

홍역의 경우 1958년 미국에서 76만 명이 걸리고 552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백신이 보급되고 이 사망자가 150명까지 떨어졌다. 2008년엔 6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63명은 백신을 안 맞았거나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확실하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호환마마보다도 무섭다는 천연두(small fox)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고, 평생 곰보로 괴롭게 살아야 했지만, 백신 이후 지구상에서 천연두는 걸릴 래야 걸릴 수 없는 과거의 병이 되었다.

 

나이 40줄이 된 사람들은 기억할 테지만 학교 다닐 때 1, 2명쯤 봤던 소아마비도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백신이 이토록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백신이 잘 보급되어 있다. 나라님 말씀을 잘 듣기도 하고(군사 문화의 잔재가 남아서 인가?) 예방 접종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다. 프로토콜도 좋고. 게다가 의식 수준도 높아 백신의 필요성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어 주사를 잘 맞는다. 작년 여름 메르스처럼 관리에 폭망한 일도 있지만, 사스의 경우처럼 전염병을 잘 대처해서 국제적으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맨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다 꼴지라고 자책하지만 의료 분야만큼은 선두권이다).

 

백신 거부?!

그럼에도 아직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의 선택인데 그걸 왜 간섭하느냐 하겠지만, 문제는 이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거다.

 

‘Herd immunity’라는 말이 있다. 번역하면 '군중 면역'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다음 그림을 보자.

파란색: 건강하지만 면역이 없는 사람

노랑색: 건강하고 면역도 있는 사람

빨간색: 면역도 없고 병에 걸린 사람

 

첫 번째 그림은 면역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 전염병이 걸린 사람이 출연했을 때다. 병이 삽시간에 전파된다. 특히 이러한 경우 의사를 대면하는 환자가 감염돼 다른 환자에게 퍼트리기도 한다.

두 번째 그림은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몇몇 생겼지만 대부분 면역이 없는 경우다. 역시 빠르게 전염된다.

세 번째 그림 약 70% 이상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병이 쉽게 퍼지지 않는다. 면역력을 갖춘 사람에게는 병균이 머물 수 없어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신종플루가 막 확산 되다가 어느 시점에서 수그러든 것도 이런 이유였다. 감염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항체가 생기고 또 백신을 맞아서 항체가 생기자 많은 사람들이 항체를 획득하게 되었고, 신종 플루가 전염되지 않아 점차 수그러든 것이다.

 

자신 혹은 우리 자식이 예방주사를 맞으면 사회에 병이 떠돌아도 걱정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원론적으로는 맞다. 허나 예방주사를 맞지 못하는 예외의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학적 이유에서 말이다.

 

1. AIDS 에 걸렸거나 림프종 혈액암 환자 혹은 비장이 파괴되어서(이미 가졌던) 면역력을 잃어버린 사람.

2. 백신에 들어 있는 성분에 알러지가 있어서 백신을 못 맞는 사람들 혹은 몸이 안 좋아서 제 때 백신을 못 맞은 사람.

3.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려서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생길 것 같지 않은 어린 아이.

 

 

(정부 프로토콜에는 백신을 맞는 시기가 있다. 그러니까 백신을 맞기 전 그 병에 걸리는 것이다. 옛 말에 아이들 어릴 때 밖에 데리고 다니지 말라고 하는 것 다 근거가 있다. 참고로 생후 6개월 까지는 배 안에서 엄마에게 받은 항체로 그럭저럭 버틴다)

사진이 좀 불편하지만 뇌수막염에 걸렸던 Charlotte Cleverley-Bisman

 

뉴질랜드 아이로 하필이면 뇌수막염이 유행하던 시기에 백신 접종 전 병에 걸렸다. 다행히 병은 나았다고 한다. 집단 면역이 떨어져 발생한 감염이었다. 대다수 집단이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이러한 병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집단 면역은 매우 중요하다(우리나라에서 이 병이 흔치 않아서 필수 접종은 아닙니다만 예방주사는 맞을 수 있습니다. 검색해보니 14만 원쯤 하네요).

 

그러니, 제발 예방 주사 잘 맞자. 필수 접종은 보건소에서 공짜로 해준다. 내가 보건소 근무해 봐서 아는데, 일반 병원에서 쓰는 약이나 보건소 약이나 똑같다. 웬만하면 보건소 이용하시라.

 

백신의 부작용?

백신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 얼마 전 자궁경부암 백신의 경우 일본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된 것처럼 보도되었으나, 실제로는 그냥 주사 맞고 아픈 것이었다. 주사 맞고 아픈 게 무슨 큰 부작용인지, 그걸 보도하는 언론도 그렇고(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도 이미 국가 면역으로 지정하고 백신을 맞고 있었다).

 

의외로 예방 주사를 맞은 후 열성 경련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흔치 않으니 그냥 맞도록 하자. 한 가지 더, 가끔 예방 주사가 자폐증이랑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거 아니라고 2011년 미국 질병 예방 본부 (CDC) 에서 이미 발표했다(링크). 혹시 누가 예방 주사 자폐증 이야기하면 이 사이트 알려 주시면 된다. 영어로 돼 있어서 은근히 권위도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잘못된 신념으로 아이들 고생 시키지 말자. 게다가 그 피해는 자기 자식을 넘어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퍼질 수 있다.

 

혹 아직도 백신을 거부하려는 분이 있걸랑 과학을 조금만 더 믿어보고 거대 음모론에 빠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 세계 모든 의사, 과학자를 속일 수 있을 음모 따위는 없다. 세상이 그리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거든.

 

백신의 부작용입니다

http://www.ddanzi.com/ddanziNews/125760375

 

2016-09-02/ 딴지일보

 

 

20·30대 파고드는 다단계의 검은 손

전통적 지인 확장에 더해 SNS 적극 활용자기계발과의 결합은 여전

 

텅 빈 카페에 손님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요즘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카페 2층에 자리 잡았다. 테이블 4개를 붙이자 카페가 강연장으로 변했다. 다닥다닥 붙어앉은 수강생들은 하나둘씩 노트를 꺼냈다.

19932월 서울 한양대 캠퍼스에 다단계 판매의 대학가 확산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 박민규 기자

 

노동소득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보고, 저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아야 해요.” 강사처럼 보이는 A씨가 말했다. 발성이 좋아 목소리가 1층까지 퍼졌다. “영업사원이라고 생각할 거면, 그럴 바에는 안 하는 게 나아요.”

 

우리 다단계잖아.” 누군가 다단계 판매에 발 들인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했다. 주위 시선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지난 10월 중순,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카페에는 2017명이 모였다. 선릉역에는 손에 꼽히는 다단계 업체들이 모여 있다. 테헤란로 일대 카페는 다단계 영업 금지를 써놓기도 한다. 결혼식에 다녀온 듯한 정장을 입은 사람도 몇몇 보였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강의의 요지는 간단명료했다. “7년차에 월 1000만원 대박을 할 수 있어요.” 노력하며 포기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쌓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설파했다. 강사는 우리 20대잖아요?”라며 젊음을 치켜세웠다. 그는 열정과 패기가 있고 진짜 얼굴도 예뻐, 뭐가 문제야”, “100% 믿으셔야 해요. 나의 네트워크가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이라며 동기부여를 해줬다. ‘사업초기 고생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초공사를 하는 굴착기 단계”, “파이프라인 완공했을 때, 내가 원하는 소득이 수도꼭지에서 콸콸콸 나오는 거죠라는 비유도 등장했다.

 

코로나19다단계열정을 꺾지 못했다. 이날 강의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선 비대면 강의도 진행 중이다. B씨는 A씨가 활동하는 다단계 업체에 3개월 몸담았다 나왔다. B씨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성공할 수 있다고 세뇌하는 강의를 10번 넘게 들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으로 듣기도 했다라고 했다.

 

20·30대를 노리는 다단계는 오랜 사회문제다. 1990년대 대학 캠퍼스에는 다단계 판매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자보가 붙었다. 2011년 거마(서울 거여·마천) 지역에서 합숙하며 운영하던 대학생 다단계가 대규모 적발됐다. 서울시는 2018년에도 좋은 취직자리로 유혹해 불법 다단계 판매를 한 업체를 적발했다.

 

2020, 20·30대를 타깃으로 한 다단계는 어떤 모습일까.

대규모 대학생 다단계 업체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합숙 형태의 대학생 다단계 업체는 명맥만 유지한다. 2016년에는 연매출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학생 다단계 업체 6곳이 존재했다. 서울시나 경찰은 현재 연매출 50억원 규모의 대학생 다단계 업체 2곳만 부산 일대에 남은 것으로 추정한다. 사라진 조직의 일부는 보험이나 금융업으로 업종 변경을 했다. 다단계 판매원 대신 보험설계회사를 양성하고 있다고 한다.

 

업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피해신고는 감소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20대 다단계 소비상담은 2018101건에서 201979, 올해(11월 기준) 42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30대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215165113건으로 감소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 모임을 규제한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NS로 유혹

최근 20·30대 대상 다단계는 양상이 달라졌다. 다단계 확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히 이뤄진다. 선릉역 카페에서 강의했던 A씨도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한다. A씨는 3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5000명이 넘는다. 게시물마다 하트(게시물이 좋다는 의미의 표시)’500개 내외로 달린다. A씨는 스스로 크리에이터(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를 지칭)를 자처한다.

 

A씨의 게시물을 보면 드넓은 풀장과 맛집, 외제차, 명품이 자주 등장한다. 교외 운치 있는 곳에서 찍은 사진도 많다. 2019년 게시물에는 외국 관광지 사진도 눈에 띈다. 게시물 사이사이 다단계 제품이 보인다. 맛집과 여행지가 절반, 다단계 업체의 제품이 절반이다. 다단계 물건을 팔면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있고,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SNS의 다단계 업계 종사자들은 주로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을 판다. 해시태그에도 다단계 업체에서는 파는 제품명이 여러개 달렸다.

 

이들의 접근 방법은 두가지로 나뉜다. 전통적인 지인 확장에 더해 SNS를 활용한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유명인)를 포섭한다. 주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다단계 업체) 제품 리뷰를 써주면 돈을 주겠다고 접근한다. ‘다단계 사절문구를 메인화면에 써놓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만명이 넘는 C씨는 한때는 하루에 3~4번씩 다단계 업체 제품 리뷰를 써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응하려 했더니, 다단계 가입을 권유했다. 이후 다단계 관련 메시지는 다 무시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SNS에서 활동하는 다단계 판매자가 표시광고법이나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경쟁 다단계 판매자를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품 효과를 SNS에 허위·과장해 홍보했다며 경쟁 다단계 판매자를 신고하는 사례가 들어오고 있다. 판매자들 사이 경쟁이 붙어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불안정 노동공략

 

다단계는 약한 고리를 공략한다. 다단계 업체는 예나 지금이나 불안정한 노동을 노린다.

 

20078월 출간된 <88만원 세대>는 다단계 시장을 한국 경제조직의 위계에서 가장 낮은 곳이라고 비유했다. 저자들(박권일·우석훈)아무런 진입 장벽 없이 20대를 환영하고 무료로 강의도 시켜주고, 집단 합숙도 시켜주는 경제조직은 불법 다단계밖에 없다고도 했다. <88만원 세대>의 설명을 따라가면, 20·30대 취업시장이 좋지 않을수록 20·30대는 다단계 시장에 유입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2011거마대학생다단계 업체를 대규모 적발했을 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이 대다수였다. 취업이 안 돼 수도권 외 지역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많았다. 당시 경찰의 중간조사 결과, 피해자 115명 중 85%가량이 20대 초반 수도권 외 지역 대상 출신이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서울 상위권 대학 학생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피해자 대부분 경제 여력이 좋지 않았다“(수도권 밖) 지역 대학에서 올라와 부모에게 대학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받는 학생들이 제법 보였다고 말했다.

 

정부 용역 보고서에서도 다단계의 주요 타깃은 대학생과 사회 취약계층임이 드러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6년 연구용역보고서 다단계 판매 분야 실태조사를 통한 향후 법 집행 및 제도 개선 방향 연구201411일에서 2016923일 사이 보도된 1804건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다단계 피해·종사자 중에서는 취약계층 및 대학생키워드의 빈도수가 3425회로 가장 많았다.

 

최근 20·30대의 상당수도 불안정한 노동을 벗어나기 위해 다단계 업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속한 다단계 업체 회원들의 개인 SNS에 올라온 소개글 37개를 보니, 소득이 높지 않고 고용이 불안정한 중소기업에 재직한 이들(17)이 많았다.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출신도 있었다. 불안정한 비정규직·계약직(7)도 적지 않았다.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로 다단계 시장에 진입한 여성들(10)도 있었다. 소개글에는 비전이 없다”, “언제 돈을 모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담겼다. 대기업을 다니다 관뒀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소개글은 모두 유사한 논리 구조를 취한다. 불안정한 소득으로 지금 같은 삶은 살 수 없다 → ② 매해 해외여행을 갈 정도의 소득은 벌고 싶다, 혹은 향후 부모님과 나의 노후까지 책임질 정도의 소득을 벌겠다 → ③ 네트워크를 확장해 큰돈가만히 앉아서벌겠다는 포부로 이어진다.

 

이들에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 투자는 선택지가 되지 않는다. 소득이 넉넉지 않다 보니, 대출로 영끌을 해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들이기도 쉽지 않다. 영끌도 저금리로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거나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존 소득이 있어야 가능하다. 결국 적은 노동소독, 불안정한 노동 여건을 벗어나 소득을 늘리기 위해 다단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정위가 지난 7월 발표한 ‘2019년 다단계 판매업체 주요 정보 공개를 보면, 다단계 판매 후원 수당을 받은 상위 1% 판매원은 연평균 6410만원을 벌었다. 나머지 99%의 연평균 1인당 수익은 53만원이었다.

자기계발서는 늘 인기

20·30대 다단계 업계 종사자들이 SNS에 올린 자기소개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기계발이다. 자기소개에는 자기계발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담겼다. 이들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는 내 인생의 주도권’, ‘1인 기업’, ‘젊음의 비밀’, ‘플랫폼 비즈니스’, ‘열정’,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 ‘자유롭고 주도적인 삶같은 문장이 여럿 보인다.

 

자기계발서를 분석한 책 <거대한 사기극>(2013)원래 자기계발 상품의 적극적인 소비자는 영업인이라고 했다. 다단계 업계 종사자는 스스로 최고경영자(CEO)1인 사업가라 부르지만 현실은 영업사원에 가깝다. “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고도의 자극(동기부여)과 기술(관계형성), 그리고 확신(자기최면)”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고도의 자극, 기술, 확신은 다단계 판매원이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다단계와 자기계발의 결합은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 다단계 업체는 자기계발 시장의 확대와 궤를 같이 해왔다. 1990년 외국계 다단계 업체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기계발서 시장도 커졌다. 다단계 업체 종사자들의 도서 구입이 자기계발서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2010년 전후로 자기계발 비판 담론이 늘어났지만, 한때 자기계발 시장은 주춤했다. 교보문고 자기계발 서적 출간·판매 통계를 보면, 2014년과 2015년은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각각 -17.2%, -16%를 기록했다. 2014년과 2015년 출간 종수도 각각 1200권과 1220권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었다.

 

자기계발은 20·30대 다단계 영역에선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다단계 업계 종사자 SNS 게시물에는 주기적으로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모습이 올라온다. 형광펜으로 밑줄 쳐가며 책 읽는 사진도 보인다. <다시 리더를 생각한다>, <, 준비하는 미래>, <더 해빙> 같은 책이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입에 풀칠하는 고된 삶. 근근이 살다가 죽으면,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이라며 자기계발서 내용을 게시물에서 소개하기도 한다.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독서모임도 인기를 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비대면 독서토론을 하는 다단계 모임도 열린다. 20·30대가 독서모임의 주축이라고 한다.

 

일종의 막장에 뛰어든 이들은 자기 최면을 위해 자기계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중략) 자기계발을 소비한다는 것은 이들이 난국에 처해 있다는 신호다. 결국 자기계발 시장은 사회적 약자를 찾아다니며 주요 고객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거대한 사기극>, 171)

 

최근 자기계발서 판매는 다시 늘고 있다. 교보문고의 올해 126일 기준 자기계발서 판매 신장률(전년 대비)16.2%.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자기계발서의 부활은 어쩌면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다단계 시장 확장의 징후일지도 모른다.<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총수 범죄 재판 걸림돌돼버린 삼성 준법감시위

총수 관련 항목 80% 이상 미흡’, ‘경영권 승계관련 홍보비·변호사비 지출내역도 조사 못해삼성 특검, 기계적 평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사건 재판부의 권고로 만들어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 심리 결과, 총수의 경영권 승계 문제 감시는 조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만큼 부실했다. “총수를 두렵게 만들 만큼 실효적인 기구여야 재발을 방지한다는 재판부 권고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정준영 부장판사)21일 오후 29차 공판을 열고 지난 14일 제출된 준법감시위 전문심리위원 결과보고서에 대한 특검과 삼성 측 입장을 들었다.

 

하나의 보고서에 양측 해석은 갈렸다. 특검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모두 한계가 명확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종전보다 실효성이 강화됐고 지속성도 기대할 수 있다며 삼성 측 진정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총수 사익 범죄, 내부 견제 한계 뚜렷

심리 핵심은 준법감시위가 최고경영진의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행위를 예방·감시할 수 있는지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뇌물을 준 것이 사건 본질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도 준법감시위 핵심 임무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발생 가능한 위법 행위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위법 가능성이 파악되면 사실관계를 조사해 보고하고 적시에 적절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전제로 정리된 점검 항목이 크게 18개다. 심리위원들은 자체 정리한 항목에다 재판부가 특검과 삼성 측 의견을 종합해 정리한 항목 두 가지를 모두 현장 점검에 반영했다.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면서 두 항목을 종합해 16개 항목으로 정리했고, 이후 강 전 재판관이 일부 항목을 조정하면서 최종 18개 항목을 보고서에 명시했다.

 

총수 이슈와 관련된 항목은 총 9개다. 9개 점검 결과 모두 미흡했다. 이를 주장한 특검은 “‘총수와 관계사·주주 등의 이익이 충돌할 때 총수 이익과 무관하게 의사결정 할 수 있느냐는 항목에 심리위원 2명은 의견을 내지 않았고, 1명은 제도적 장치 등 대책이 없다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의 재발을 방지하는 방안도 점검 대상이었으나 준법감시위는 위법행위를 유형화해서 정리하거나 이에 따른 평가·점검 항목도 검토하지 않았다. ‘계열사 준법감시인이 총수 등의 위법을 예방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계열사 준법감시인 권한이 강화됐고 각자 임무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예방·감시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사건의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을 보면 삼성전자 준법지원인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을 조사도 하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준법감시위와 이사회에 보고한 내용도 없다. 심리위원은 이와 관련 연루된 임직원의 변호사 비용 지출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준법지원인에 물었으나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준법감시위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항목인 경영권 승계 관련해 위법하게 지출된 홍보비 여부도 마찬가지였다.

 

미래전략실 폐지 후 신설된 사업지원TF 역할도 계열사 준법지원인, 준법감시위 모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지원인은 미전실과 무관하다고 답은 했으나 자료조사·면담조사만으로 실질 역할을 확인할 수 없었다준법감시위도 사실을 파악하거나 계열사 측에 점검을 요청한 적 없다고 밝혔다.

 

실태를 열거한 특검은 준법감시위가 유리한 양형 요소가 되려면 기존 제도보다 진일보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재판부가 강조한 총수도 두려워할 정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보장됐는지가 검증돼야 한다추가적 제도 보완이나 검증이 없는 이상 명백하게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시민단체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양형 반영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재용-평범한 서민, 법적 잣대 같아야

특검은 보고서 총평이 부정에 가깝다고 본다. 준거 기준인 18개 항목을 중심으로, 강 전 재판관은 ‘9개 미흡, 7개 다소 미흡, 1개 긍정등으로 평가했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1개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특검 측 추천위원 홍순탁 회계사는 14개가 미흡하고 4개는 다소 미흡하다고 결론냈다. 특검은 삼성 측 추천의 김경수 변호사는 3개가 미흡, 7개는 다소 미흡하고, 4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데다 나머지 4개엔 점검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은 최종 판단만 고려하든, 개별 항목 평가를 다 숙고하든, 어떤 경우도 준법감시위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볼 수 없다새 제도 마련 자체에 의미를 두고 변론을 종결하면, 지금까지의 심리가 공평하고 균형감 있는 심리가 아니라 재벌 봐주기 목적의 요식 행위로 준법감시위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일지 않을까 우려도 든다고 밝혔다.

 

특검은 끝으로 최근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를 택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로남불과 뜻이 같다. 나와 너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기준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법치주의 반댓말이라며 한국 최고 기업 임원에게 평범한 필부필부들, 삼성전자 직원들과 같은 법적 기준을 적용해 법원이 법치주의 버팀목이 되는 판결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시민단체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양형 반영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삼성 특검 주장 비합리적, 위원 평가 제대로 해석해야

삼성 측은 18개 항목에 근거한 평가가 비합리적 분석이라며 대응했다. 변호인단은 일부 위원은 다른 점검 항목을 설정해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고 항목별 중요도도 서로 다르다준법감시제도 실효성은 O·X 문제처럼 항목 중 긍정 평가가 몇 개, 부정 평가가 몇 개를 합산해 종합 결과가 도출될 수 없다. 전체적인 평가가 필요하고 이래야만 풍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각 위원이 쓴 종합 결론에 방점을 찍고 강 전 재판관이 준법감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특검 주장과 반대다. 특검이 사실관계를 중시했다면 변호인단은 단서나 상황 조건에 무게를 실었다. 이를테면 계열사 준법감시협약 탈퇴 및 준법감시위의 조치 가능성에 대해 강 전 재판관은 탈퇴를 막을 수단은 없다면서 부정적 여론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탈퇴가 어렵지만 제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특검은 탈퇴에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으니 미흡하다고 평했으나 삼성은 이를 미흡하냐, 아니냐 이분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 실효성도 대외공표 외 이행 강제 수단은 없다결국 최고경영진 준법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동시에 다른 준법감시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적극적으로 감시 활동을 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 한계를 보완한다거나 과거보다 위법 행위가 어렵워진 것은 분명하다는 의견도 달았다. 변호인단은 의견을 모두 종합하면 강 전 재판관이 실효성이 종전보다 강화됐다는 긍정 평가를 냈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강 전 재판관은 지속가능성도 현행이 유지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경수 변호사는 관계사 준법지원인과 준법감시위,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지 3가지의 상호작용으로 실효성이 있고, 지속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고 결론냈다.

 

변호인단은 이어 위원들 평가를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비록 지적사항이나 보완 의견을 함께 줬지만, 평가를 종합하면 적어도 피고인과 삼성이 약속한 준법감시위 개선 내용이 허울 좋은 껍데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노력이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오후 2시 열릴 10차 공판에선 특검과 삼성 측 최후 변론과 피고인들 최후 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윤총장 징계 효력, 법원 금주 내 결론법조계선 엇갈린 전망

윤석열 지지 현수막 걸린 대검 앞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심문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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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측 수사 차질 초래, 검찰 중립성 훼손주장이 쟁점

법무부 징계 처분 효력 정지 땐 공공복리 영향맞설 듯

효력 정지 인용 땐 추 장관·문 대통령까지 타격 불가피

 

서울행정법원이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직 2개월의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을 연다. 법조계에선 인용 여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재판장 홍순욱)는 이날 오후 2시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윤 총장의 심문 출석 여부는 당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 2개월 부재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 등 검찰의 주요 사건 수사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임기제를 통해 보장하려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훼손되는 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봤다. 정직 2개월이 사실상 해임에 준하는 손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측은 법원이 윤 총장 징계를 무력화하면 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면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고 행정부의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윤 총장의 신청이 인용된다면 검찰총장의 임기가 본안 판결 이전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징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법무부 측 주장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절차적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직무정지 사건에 이어 이번 심문도 이번주 안에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이 직무정지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지난달 30일 심문을 열고 다음날 인용 결정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확정 안 된 상태에서 판단 중심으로 징계 의결이 됐다. 징계 사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도 도정 공백 우려로 불구속 상태로 직무를 수행한다. 징계는 판결보다 훨씬 약한 것인데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총장이 계속 일하면 중대한 손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 지휘권 공백 등을 보면 오히려 반대라고 말했다.

 

반면 정직 기간이 2개월로 비교적 짧은 데다 법원의 독립성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징계 사유인 재판부 불법사찰혐의가 있어 재판부가 다르게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징계위가 윤 총장 측에 일부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해줬다는 점도 변수다. 한 현직 판사는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은 낮지만 재판부가 무엇을 얼마나 중하게 볼지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이라며 직무정지 때보다는 인용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인용한다면 추 장관은 절차를 어겨가며 무리한 징계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직무정지 사건에 이어 두 번이나 법정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청이 기각될 경우 윤 총장은 2개월 정직 상태로 주요 사건 수사 지휘를 할 수 없고 내년 1~2월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도 관여할 수 없게 된다.

이보라·박은하·유설희 기자 purple@kyunghyang.com

 

한국, 재정적자 선진국 최소 수준

 

4차추경까지 쏟아부었지만 GDP4.2% "지출 1% 늘리면 GDP 2.7%"

OECD "더 많은 재정지출이 유일한 해법"

IMF "플러그 너무 일찍 뽑으면 심각한 피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방역지원과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우리나라도 4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기방어를 위해 재정을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당과 보수층은 '선심성 재정지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집계해보니 한국의 재정적자는 선진국 중 최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오히려 '더 많은 재정지출'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방어하기 위한 최선책은 '재정부양'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정여력이 있는 우리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선진국 재정적자 GDP 10% 상회 = 실제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10%선을 웃돌았다. 우리나라의 2~3배 수준이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일반재정수지(General Government Budget Balance) 적자 규모는 GDP4.2%로 추산됐다.

 

OECD가 통계를 집계하는 42개 주요국 중 노르웨이(1.3%), 덴마크(3.9%), 스웨덴(4.0%)에 이어 4번째로 작다.

 

특히 영국(16.7%), 미국(15.4%), 스페인(11.7%), 이탈리아(10.7%), 일본(10.5%)등 상당수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GDP10%를 초과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또 중국(6.9%), 독일(6.3%) 등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막아낸 것으로 평가되는 국가들도 재정적자가 GDP5%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방역모범국 효과도 한몫 =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내놓은 세계 재정상황 관찰 보고서(FiscalMonitor)를 보면 한국의 올해 기초재정수지 적자를 GDP3.7% 예상했다. 34개 선진국 중 키프로스(3.1%)에 이어 2번째로 작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30-50클럽' 7개국 중에서는 물론 1위다. '30-50클럽'이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를 말한다. 현재 30-50 클럽에 가입된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이다.

 

IMF는 캐나다(19.8%), 미국(16.7%), 영국(15.5%), 일본(13.9%) 등 주요 선진국 중심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늘면서 선진국 재정적자 평균치가 GDP13.1%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한국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세계 코로나19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에만 4차례에 걸쳐 총 28000억달러(30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을투입한 데 이어 의회가 9000억달러(99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 합의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2020회계연도(작년 10올해 9) 재정적자는 GDP16.1%2차대전 당시인 194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은 방역모범국 한국은 올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재정부양책(감세 포함) 규모도 GDP3.5%20개 선진국 중 핀란드(2.6%), 스페인(3.5%)에 이어 3번째로 작았다고 IMF는 추산했다. OECD가 추산한 올해 한국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3.9%32개 선진국 중 8번째로 낮았다.

 

"재정지출 계속해야" 권고 = 각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불어나고 있지만 IMF 등 국제기구들은 오히려 재정지출을 권장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014(현지시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자회견에서 "플러그를 너무 일찍 뽑으면 심각한 피해를 자초할 위험이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을 멈추지 말라고 호소했다.

 

특히 IMFGDP 1% 규모의 공공투자를 늘리면 GDP 2.7% 성장과 민간투자 10% 증가를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2000~3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높은 수준의 공공부채는 가장 즉각적인 리스크가 아니다. 단기간의 우선 사항은 재정지원을 섣불리 회수하지 않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경제적)상처를 제한하고 회복을 지속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최소한 2021년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문제를 계속 주시해야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충분한 재정정책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취지의 분석"이라며 "내년 정부의 경제정책도 이런 기조에서 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설민석을 만능 키로 써온 방송사···벌거벗겨진 건 그들의 안일함

세계사의 그랜드 마스터혹은 역사의 신’.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캡처

 

지식 교양 예능 프로그램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설민석을 이렇게 불렀다. 이 압도적인 수식어의 기능은 명백했다. ‘역사에 관해서라면 설민석은 무엇이든 알고 있고, 그 무엇도 틀리지 않는다고 우리는 믿습니다라는 선언. 지난 21일 밤 발표된 tvN의 입장은 애써 내세운 그들의 믿음을 스스로 부쉈다. tvN<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뤄진 역사적 사실 관계가 상당 부분 틀렸다는 고고학 전문가의 공개 지적에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벌거벗겨진 것은 세계사가 아니라 설민석이란 역사 강사만능 전문인의 권위를 과도하게 부여한 방송사의 안일한 태도였다.

 

설민석은 유수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20여년간 한국사 강의를 펼치며 스타 강사반열에 오른, 부인할 수 없는 수능 한국사 강의 전문가. 학부에서 연극영화과를,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수능에서 다루는 한국사 지식을 흥미롭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 지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경력과 인기가 그를 세계사의 그랜드 마스터역사의 신으로 만들어주진 않는다. 수능 강사와 역사 학자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tvN <어쩌다 어른> 34회 캡처. 방송에 출연한 스타 강사 최진기는 오른쪽 그림이 장승업의 군마도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는 현대 미술 작품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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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칼럼니스트는 강형욱이 뛰어난 반려견 훈련사라고 해서 그에게 아이들 교육 자문을 구해선 안 되듯, 강의에 특화된 설민석과 같은 지식 소매상들이 방송에서 만능 키처럼 활용되는 것이 문제적이라고 지적한다. 교양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와 지식 대중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 정보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설민석과 같은 지식 소매상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과도한 만능 전문가의 지위를 부여하며, 손쉽게 지성과 교양을 외주화”(위근우)하는 방송사의 게으른 태도다.

 

<벌거벗은 세계사>의 사고는 이미 충분히 예고됐다. 앞서 2016tvN <어쩌다 어른>에서 인문학 종결자로 불리던 스타 강사 최진기가 전공 분야가 아닌 조선 미술사를 강의하다 현대 미술품을 화가 장승업의 작이라고 소개하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그 후에도 방송사는 반성하지 않았다. <벌거벗은 세계사>를 비판한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직접 밝혔듯 제작진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서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미 대중의 믿음을 산 스타에게 맞지도 않는 모든 것의 전문가왕관을 씌우고, ‘그 무엇도 틀리지 않는 지식쇼의 권위를 스스로 연출할 뿐이었다.

 

숱한 비판들이 보여주듯, 대중이 원하는 지식의 대중화는 이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건 기이하게 부풀려진 역사의 신이 아닌, 조금 틀릴 순 있어도 친절하고 재밌는 지식 소매상혹은 조금 난해할 순 있어도 진지하고 깊이있는 전문 연구자의 보다 다양한 목소리다/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부익부빈익빈바이러스 된 코로나19부자증세를 허하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고 접종도 독려하려는 의도입니다.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에선 백신을 먼저 맞으려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대기업과 부유층이 백신을 빨리 맞으려고 로비를 벌인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돕니다. 반면, 백신은 커녕 마스크조차 귀한 곳도 있습니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를 찾은 산타는 성탄 선물로 소독약을 뿌려줄 뿐입니다. 감염병이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코로나19는 기존 간극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저소득, 취약계층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큰데요.코로나 19에 경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미국에서는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취약 계층에게 써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리포트] 뉴욕 센트럴파크에 200미터 길이의 대형 현수막이 깔렸습니다. 뉴욕의 억만장자들의 이름과 자산 규모가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현수막 가운데에 큼직하게 써 있는 '770억 달러'.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의 억만장자 120 명의 자산이 770억 달러가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돈으로 85조 원입니다.

 

[지말 핸더스/'변화를 위한 뉴욕연대' 코디네이터 : "우리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기를 원합니다. 그들이 아주 적은 돈만 지불해도 우리는 아주 많이 바꿀 수 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최대 도시 뉴욕도 직격탄을 입으면서 26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라모스/'부유세' 법안 발의 상원의원 : "뉴욕의 120명 억만장자들의 미실현 자본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뉴욕은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곳입니다."]

 

뉴욕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은 지난 봄 저점 대비 모두 60% 이상 상승했는데, 미국의 전체 주식과 펀드의 절반 이상은 상위 1%가 갖고 있는 걸로 추산됩니다. 이른바 슈퍼리치들입니다.

 

실제로 미국 억만장자 651명의 순자산은 현재 4조 달러로 추산되는데,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1조 달러, 36%가 늘었습니다. 이 기간 미국에선 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연방정부 지원이 끊기면 당장 4천만 명이 거리로 나앉게 됩니다. 이렇게 코로나19가 키운 '경제 불평등'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공개적으로는 '부유세' 도입을 지지하는 억만장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안 시몬스/금융투자회사 CEO : "앞으로 경제를 위해 써야 할 돈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부터 나와서는 안됩니다. 가장 재정적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이 내야 합니다."]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레드 옌케/자산운용사 CEO :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을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나라로 이끌고 있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최고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상, 그러니깐 '부유세' 성격이 강한 '증세'를 예고하고 있어 미국에서 부자 증세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뉴욕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더 나눠봅니다. 한보경 특파원! 미국은 워낙에 양극화가 심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더 나빠졌네요.

 

[기자] , 맞습니다.그렇기 때문에 뭐가 공평한 건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에게 물었더니, 삭스 교수는 현재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이라는 걸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제프리 삭스/컬럼비아대 교수 : "우리는 사회가 붕괴하는걸 막기 위해 이 상황을 논리적으로, 정상적으로 접근해야합니다. 몇몇 사람이 모든 걸 얻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이 모든 걸 잃을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 세금은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수입과 부의 격차를 줄이면서 수익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많이 벌었다고,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부자들이나 기업들이 돈을 안 쓰고 투자를 꺼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기업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책임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제프리 삭스/컬럼비아대 교수 : "(기업인들이나 부자들은) 영광이나, 권력, 명성, 자신들의 분야에 공헌하기 위해 일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다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동기가 돈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서 부자 감세를 해온 국가들이 적지 않잖아요.

이제는 좀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중이라고 봐도 될까요?

 

[기자] , 경기를 부양하고 투자를 늘리는 게 큰 목적이었죠.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최근 50년간 OECD 18개 회원국이 실시한 서른번의 주요 '부자 감세' 정책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부자감세 정책 이후 소득 상위 1%5년 동안 평균 소득이 0.8% 포인트 는 반면, 국내총생산이나 실업률에는 거의 영향이 없었던 걸로 분석됐습니다. 다시 말해 경제 기여는 없었고 계층간 격차는 더 키웠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부자증세'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몰고 온 '양극화'를 해결할 유일한 답은 아니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분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kbs 뉴욕 한보경 특파원입니다.

 

김태년, ‘K방역의 치욕서울경제 보도에 혹세무민맹비판

확진자 5261명 미국, 98명 한국을 백분율로 비교기본 지켜지지 않은 통계

정부 방역 실패했다고 낙인 찍어 신뢰 흔드는 게 목적인가전형적 혹세무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을 비판한 기사를 거론하며 전형적인 혹세무민형 보도행태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22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해당 기사의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며 해당 언론사가 이상한 통계로 고의적으로 맞춤형 통계를 만들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비판한 기사는 최근 한달 확진·치명률, ·브라질보다 높아‘K방역의 치욕’”이라는 제목의 서울경제 기사다. 21일 온라인, 22일 신문지면을 통해 보도됐다. 이 기사는 1113~1221일 미국·브라질·프랑스·영국·일본·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사망자, 치명률, 10만명당 확진자 등을 한국과 비교했다. 관련 증감률을 정리한 표에는 한국에서 새로 발생한 확진자는 385%, 사망자는 2300%, 10만명 당 확진자는 80%가 늘었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이 신문은 “3차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가 ‘K방역의 성과에 주목했지만 불과 한 달 사이에 한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모범생에서 낙제생으로 전락했다고 썼다.

 

김 원내대표는 이 통계대로라면 말 그대로 한국은 세계 최악의 코로나 확산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충격적 통계다. 그런데 과연 실상이 그러한가. 지금 한국이 코로나 감염 확산이 세계 최악의 수준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21일 현재 미국 신규 확진자는 40만 명이 넘고, 한국은 926명이다. 오늘은 그 아래다. 21일 기준, 미국의 신규 사망자수는 2747명이고 한국은 24명이다. 왜 이런 터무니없는 엉터리 통계가 작성되었는지 그 통계 내용을 분석해 봤더니 1113일 한국의 사망자는 1명이었고, 1221일 사망자는 24명이다. 그 사이 사망자가 23명 늘었으니 사망률이 2300% 증가했다는 것이라며 통계 맞나. 통계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악의적이고 전형적인 부풀리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신문은 같은 기간 10만 명당 확진자수 증가율이 우리나라는 80%, 71%인 미국보다 높아서 세계 최악 수준이라고 보도한다. 10만 명당 확진자수가 11133076명에서 12215261명으로 증가한 미국과, 같은 기간에 54명에서 98명으로 증가한 한국이 비교 대상이 되느냐두 자릿수와 네 자릿수라는 숫자 단위를 무시하고, 단순히 백분율로 환산해서 단순 비교하는 것이,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통계를 만들어서 이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는지 저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간다. 이것은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통계 아닌가라고 비판을 높였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김 원내대표는 그렇게 해서 K방역을 조롱하고 정부의 방역이 실패했다고 낙인찍어서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를 흔드는 것이 언론의 목적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혹세무민형 보도행태라며 정부 방역에 찬물을 끼얹는, 그리고 정부와 국민 간, 방역 전선에 틈을 만드는 보도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해당 언론사의 입장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서 해당 기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기사 일부와 인용된 표 이미지를 캡쳐해 올리면서 서울경제신문의 1221일 보도 ‘K방역의 치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한 달간 한국의 신규 사망자가 2300% 늘었다고 표기했다(2300명인줄 알았다). 대한민국의 방역이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은 신문이 1~2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이런 것 찾아 올리는 것도 지겹다고 덧붙였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

 

 

방역 정치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의문 품는 한국인들

코로나19는 우리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시사IN5월에 이어 대규모 웹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 정치가 방역과 경제, 두 가지 숙제를 제대로 풀어가고 있느냐다.

 

21세기 들어 가장 기묘했던 1년이 저물어간다. 삶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흔들렸다. 코로나19는 우리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올해 상반기에 시사INKBS는 이 거대한 질문에 답을 찾는 공동기획을 꾸렸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동균 교수,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228문항 웹조사를 설계해 5월에 조사했고, 6월에 세 차례 연속 보도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시리즈다. 가장 눈에 띄는 결론은 이랬다. 한국인들의 적극적 방역 참여는 권위주의·순응주의·집단주의와 같은 이른바 동아시아적 가치와는 무관했다. 통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변수는 민주적 시민성이었다. 이것이 높은 사람일수록 방역 참여 성향이 강했다(시사IN663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의외의 응답참조). 이 시리즈는 뜨거운 반응과 활발한 후속 토론을 이끌어냈다.

 

반년이 흘렀다. 11월에 시사INKBS는 다시 한번 대규모 웹조사를 기획했다. 261문항을 썼다. 첫째, 상황이 달라져도 우리의 결론이 유효한지 궁금했다. 5월은 코로나19 안정기로 긴장감이 낮을 때다. 2차 조사가 들어간 1123~25일은 확진자가 300명대로 치솟으며 3차 유행이 시작된 시기다. 둘째, 조사 결과가 한국 특유의 상황인지 다른 나라도 그런지 비교가 필요했다. 우리는 같은 문항으로 일본에서도 조사했다. 일본 조사의 문항 수는 239, 조사 업체는 라쿠텐인사이트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했다. 5월까지만 해도, ‘한국은 왜 방역에 성공했나라는 질문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반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가 받아든 질문은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방역전에서 가장 큰 희생은 누가 치르나? 사회는 누구의 희생부터 돌봐야 하나? 그러려면 누구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하나? 한국 정치는 이 문제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나, 얼버무리나?

 

일본과의 비교로 시작해보자. 10만명당 확진자는 129일 현재 일본이 129, 한국은 76명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1.7배쯤 많다. 상황이 나쁜 국가인 미국은 10만명당 확진자가 4427, 스페인은 3669, 프랑스는 3444, 브라질은 3109명이다. 일본도 국제 기준으로 보면 선방 중인 동아시아 그룹으로 묶이는 나라다.

첫눈에 들어오는 차이는 방역전의 사령탑인 정부에 대한 평가다(그림 1). 한국이 월등히 높다.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매우 잘하고 있다대체로 잘하고 있다합산)은 한국에서 67%, 일본에서는 28%였다. 정권의 지지율 격차 때문도 아니다. 국정수행 지지도는 한국이 44%, 일본이 35%였다. 한국이 높기는 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한국 시민들은 정부 지지도보다 방역정책 평가가 1.5배쯤 높다.

 

정부 평가의 차이는 다음 문항에서도 확인된다. 방역과 경제는 상충한다. 따라서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잡는 문제가 중요하다. 우리는 이렇게 물었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고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 시민들은 66%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은 29%. 한국 시민들은 정부의 균형감각을 신뢰한다. 일본 시민들은 정부가 경제에 신경 쓰느라 방역을 놓쳤다고 생각한다(‘과도하게 경제로 기울었다’ 57%).

 

인간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인간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고, 중요한 공적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 공동의 목표를 두고 함께 싸워나가는 경험, 공동체의 중요한 일에 참여하는 경험은 사람들의 마음을 고양시킨다. 극단적인 사례는 전쟁이다. 전시에 사람들이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힘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방역은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저강도 전쟁이다.

EPA1123일 일본 도쿄 아사쿠사의 거리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날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총 1520명을 기록했다.

방역전에서 시민들은 일종의 전시 고양감을 경험하는 것 같다. ‘마스크를 쓰는 이유로 여러 문장을 제시하고, 얼마나 공감하는지 물었다. 분석을 총괄한 임동균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를 쓰는 이유로 모두 7개 문장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 국내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문항이 유일하게, 방역 참여 정도와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 마스크를 공동체에 대한 기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방역에 더 열심히 참여했다. 이 맥락에서 마스크는 감염 예방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서서 어떤 상징이 된다. 마스크는 공동체의 중요한 싸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경험, 무언가 공적으로 중요한 일에 참여한다는 경험을 상징한다. 이제 마스크는 감염 예방을 넘어 의미가 확장된다. 그것은 공동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매일 수행하는 의례다.

 

방역을 대하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

전시 고양감은 방역전에 대한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어진다. 한국 시민들은 확진자 숫자와 방역 지침 정보에 매우 관심이 많다(그림 2). 확진자 숫자를 매일 확인한다는 응답이 66%.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현재 몇 단계인지 신경 쓰고 확인한다에는 91%, ‘지침에 따라 행동한다에는 96%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96%. 사는 지역의 거리두기 단계를 실제로 물어봤더니 정답률이 매우 높았다.

이제 우리는 상반기 조사의 핵심 키워드인 민주적 시민성에 도착했다. 5월 조사에서 우리는 민주적 시민성의 측정 문항으로 아래의 일곱 문항을 주고 이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아래 문항을 중요하게 보는 성향이 강할수록 방역에 참여하는 성향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1. 선거 때 항상 투표한다.

2. 법과 규칙을 항상 잘 지킨다.

3. 정부가 하는 일을 늘 지켜본다.

4. 사회단체나 정치단체에서 적극 활동한다.

5.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6. 조금 비싸더라도 정치, 윤리, 환경에 좋은 상품을 선택한다.

7. 나보다 못사는 사람들을 돕는다.

(8. 지역 혹은 동네의 발전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참여한다. -11월 조사에 추가)

 

이 문항들은 민주적 시민성 중에서도 특히 시민적 의무를 측정한다. 전시 고양감은 특히 시민적 의무감을 자극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민적 의무감이 높은 사람들이 공동의 과제인 방역에 더 적극 참여한다. 11월 조사에서도 이 경로는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림 3을 보면, 시민적 의무감이 높을수록 방역 참여 점수(방역 지침 10개를 주고 응답 결과를 지수화했다)가 더 높다. 5월에 이어 11월에도 둘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니, 한국의 방역 성공을 설명하는 매우 유력한 경로다.

일본은 이런 경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시민적 의무감은 방역 참여 정도와 유의하지 않았다. 이것은 일본이 한국보다 시민적 의무감이 더 낮다는 직접 비교가 아니다. 좀 더 적절해 보이는 설명은 이렇다. 일본 사회에 비해 한국 사회가, 시민적 의무감을 발휘할 공동의 도전과제로 방역전을 받아들이는 성향이 더 강하다. , 지금을 저강도 전시로 인식하는 경향이 한국이 더 크고, 일본은 더 작다.

 

반면에 일본은 여기에서 아주 흥미로운 차이를 보입니다.” 임동균 교수는 ‘Right 1(권리 1)’이라고 임시로 이름을 붙여둔 데이터 꾸러미를 지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민적 권리의식 문항이다.

 

우리는 5월 조사에서 민주적 시민성이 한국의 방역을 이해하는 열쇠라는 답을 얻었다. 5월에는 시민적 의무 문항만 넣었다. 11월에는 여기에 더해 시민적 권리의식 9개 문항과, 시민적 참여 경험 6개 문항을 더 넣었다. 시민성의 요소로 시민적 의무’ ‘권리’ ‘참여를 모두 측정하여 더 입체적인 그림을 얻었다. 일본에서는 권리 문항의 두 꾸러미 중 하나인 권리 1’이 높을수록 시민들은 방역에 덜 참여했다.

 

권리의식이 약할수록 정부 말을 잘 듣고 방역도 잘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방역은 일부 서구 지식인들이 말하는 동아시아적 모델로 설명할 여지가 있어요.” 임 교수가 말했다. “한국은요?” “한국은 아닙니다. ‘권리 1’과 방역 참여는 무관해요. 아주 뚜렷하게 작동하는 건 시민적 의무감, 그중에서도 ‘Duty 1(의무 1)’입니다. 이게 높을수록 시민들은 방역에 더 참여합니다.”

연합뉴스 1127일 코로나19 확진 학생이 나온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전수조사를 받기 위해 운동장에 줄지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의무 1’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매우 강력하면서도 효과가 폭넓은 재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무 2’는 효과가 약하거나, 때로 반대이기도 했다. 시민적 의무감, 시민적 권리의식, 시민적 참여가 엮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우리가 찾아낸 핵심 발견이자 다음 차례에 다룰 2부의 중심 주제다. ‘의무 1’의무 2’, ‘권리 1’권리 2’의 차이도 거기서 다룬다. 2부를 미리 요약하면 좋은 시민이야기다.

 

여기서는, 한국은 시민적 의무감이 높을수록 방역에 적극적인 경향이 있고, 일본은 권리의식이 낮을수록 방역에 적극적인 경향이 있다는 점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이것은 이른바 국민성에 대한 묘사가 아니다. 한국은 시민적 의무감이 높아서 방역에 성공하고, 일본은 권리의식이 낮아서 방역에 성공했다는 결론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한국 사회에서는 시민적 의무감 수준이 방역 참여를 결정하는 변수로 의미가 있고, 일본 사회에서는 시민적 권리의식이 변수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과의 비교는 비교적 뚜렷한 결론 하나를 보여준다. 방역이라는 도전을 받아들자, 이를 공동체의 과제로 사회 전체가 몰입하는 일을 한국이 더 잘 해냈다. 전쟁의 비유를 계속 사용하면, 전시 총동원 역량은 한국이 더 높았다. 한국 사회는 방역에 더 몰입하고, 마스크를 일종의 공동체 의례로 받아들이며, 시민적 의무감을 무기로 더 잘 동원했다. 이 과정을 이끈 사령탑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람들을 공동체의 과업에 몰입하도록 이끄는 전시 정치가 제대로 작동했다.

여기까지가 우리 이야기의 동화 같은 대목이다. 어쩌면 전시 총동원은 지나치게 성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길한 변화 하나를 먼저 보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정부가 적발해 처벌해야 한다는 문장을 주고 찬반을 물었다(그림 4). 일본은 4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은 무려 89%. 5월 조사 때는 47%였다. 반년 전 한국 시민들은 지금 일본 시민들과 의견이 같았다.

 

전시 총동원의 정치가 너무 많은 것을 압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시 정치의 책무는 총동원 말고 또 있다. 보급이다. 전시에는 최전방에 나선 총알받이들이 고립되고, 취약한 구성원들은 후방에 낙오된다. 고립과 낙오 문제를 해결하려면, 안전한 본진에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어려운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 방역과 같은 저강도 전시 국면에서 보급이란, 방역정책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로 지원이 흐르도록 만드는 일이다. 전시 총동원의 정치와는 다른 맥락에서, 전시 보급의 정치가 작동했는지 따져봤다.

 

우리는 더 팍팍해지고 있다

 

누가 최전방에 고립돼 있는가. , 누가 후방에 낙오되고 있는가. 우리는 사회 각 부문의 손실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지원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림 5전적으로 지원상당 부분 지원을 합친 응답 비율이다. ‘적극 지원으로 표기했다. 한국 시민들이 적극 지원에 찬성하는 대상은 자영업자(45%), 비정규직 노동자(44%), 청년 구직자(35%), 중소기업(30%), 정규직 노동자(23%), 전문직 종사자(16%), 공공부문 노동자(13%), 대기업(9%) 순서다. ‘지원 대상 빅3’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구직자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방역전 최전방의 무기인데, 그 무기는 사실상 자영업자의 손실과 고통을 연료로 굴러간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경기 후퇴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는다.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이들은 일감이 줄어들면 바로 수입이 줄어든다. 청년 구직자는 채용 빙하기를 지나고 있다. 한국은 노동시장이 괜찮은 일자리와 불안정 일자리로 양극화된 나라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라고 부른다. 이런 이중구조에서 청년기의 기회를 놓쳤다가는 평생 불안정 일자리 트랙에 머무르는 일이 생긴다. IMF 외환위기 시절에 한 세대가 통째로 이런 좌절을 겪었다. 비정규직과 청년 구직자는 방역전 후방에서 낙오하는 중이다.

 

한국은 일관되게 일본보다 지원 의사가 박하다. 자영업자는 45%(한국) 72%(일본), 비정규직은 44%(한국) 69%(일본), 청년 구직자는 35%(한국) 56%(일본), 중소기업은 30%(한국) 66%(일본)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지원 의사가 가장 인색해지는 대상은 대기업인데, 이마저도 한국은 9%이고 일본은 33%. 이것은 한국 사회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징후일까, 아니면 그저 한국과 일본의 뿌리 깊은 문화적 차이가 드러난 것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5월의 1차 조사로 돌아간다. 그때도 한국 사회의 지원 성향이 박했다면 이것은 한·일 고유의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년 동안 지원 성향이 내려갔다(그림 6). 5월의 1차 조사에서는 청년 구직자와 공공부문은 빠져 있다(당시 조사를 설계한 우리도 청년 구직자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못했다는 증거다). 자영업자는 557%에서 1145%, 비정규직은 58%에서 44%, 중소기업은 51%에서 30%로 적극 지원 응답이 낮아진다. 변화의 방향이 일관되고 변화의 크기도 크다. 우리는 더 팍팍해지고 있다.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어서 지원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일까. 우리는 이런 질문도 던졌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사람도 있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중 어디에 가까우십니까?” ‘도움을 받아야 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51%였다. ‘도움을 줄 수 있는 편응답은 49%였다(그림 7). 49%는 우리 예상보다 꽤 높았다. 한국 시민 중 절반은 그래도 이 재난에서 여유가 있고 도움을 줄 위치에 있다고 느낀다(일본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편’ 58%).

전체 응답자 중 54%가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다(일본은 줄었다’ 32%). 둘 중 한 명이 소득 감소를 경험하는 힘든 현실에서도 우리 사회는 도움을 줄 위치라고 인식하는 절반을 가졌다.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자산은 실제 지원 의사와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19 피해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내 세금을 올린다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그림 8). 누군가를 도왔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넘어, 그 비용을 내가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고 직접 물어본 것이다. 찬성은 29%, 반대가 56%였다. 놀랍게도, 찬반 의견은 소득수준과는 무관했다. 월소득 200만원 미만 그룹에서 찬성은 24%, 700만원 이상 그룹에서 찬성은 25%였다. 그러니까 비용을 지불할 역량과, 비용을 지불할 의사는 신기할 만큼 상관이 없었다. ‘코로나19 피해자를 돕는다는 명분을 명시적으로 제시한다 해도, 세금 인상에 동의하는 비율은 제한적이었다(일본은 더 낮아서 18%만 찬성했다).

 

임동균 교수는 세금 변수를 분석하다가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스트레스가 높거나, 경제 상황에 불안감이 높거나, 정치 성향이 보수이거나, 국내 확산세가 위험하다고 느낄수록 세금 인상에 부정적입니다. 대체로 상식적인 결과이지요. 그런데 여기다가 정부 신뢰도 변수(공적제도 신뢰. 10점 만점으로 측정했고, 한국은 4.8, 일본은 4.1점이다)를 추가하면 앞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다 사라집니다.” 무슨 뜻일까. “불안감이 높거나 확산세를 위험하게 느낀다고 곧바로 세금에 적대적이 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원인들이 정부 신뢰를 낮추고, 그 결과로 세금에 적대적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정치가 잘 작동해서 정부 신뢰를 높일 수 있으면 이런 부정적인 연쇄반응을 중간에서 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정치가 중요하다는 얘기죠.”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여 정부 신뢰가 높아지면, 시민들은 자원을 배분하자는 제안에 더 호의적으로 바뀐다. 심지어 당신의 주머니를 더 열라는 제안마저도 그렇다. 인간이 그저 경제적 동물이기만 하다면, 세금 인상은 어떤 변수도 작동하지 못하는 굳건한 반대의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공동체에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우리의 데이터는, 정치가 신뢰를 받을수록 사람들이 코로나19 피해자들에게 주머니를 열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시사한다. 이것은 전시의 보급 정치가 작동할 사실상 유일한 경로다. 더 걷어야, 더 줄 수 있다.

 

하지만 정치가 성공한 결과로 얻어지는 게 신뢰인데, 바로 그 신뢰가 성공을 위해 필요한 전제다. 이런 선순환은 쉽지 않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악순환이 전형적이다.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디서 걷어서 누구에게 주자는 식의 전시 보급 정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시 보급 정치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고립되고 낙오된 피해자들은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시기에 세금과 관련하여 어떤 주장이 더 적절한가?”라고 물었다. “증세할 때다12%에 그친다. “감세할 때다42%, “세금을 건드릴 때가 아니다47%. 정부가 보급 정치를 제대로 해낼 것이라는 신뢰가 부족할 때, 시민들은 차라리 감세를 통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싶어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세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국가의 역량을 분명 떨어뜨린다. 이런 여론 지형에서 전시 보급의 정치는 고장 난다. 이 경로에서 최전선의 고립과 후방의 낙오는 그대로 방치될 것이다.

 

여기에다 악순환 고리 하나가 더 중첩되어 있다. 전시 보급의 정치가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령탑의 선택은 전시 총동원 정치로 한층 더 기우는 것이다. 방역 총동원이 대단히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방역이 다른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최우선 순위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87%가 방역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영업자들도 81%가 경제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고 답해 차이가 크지 않았다. 서구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임대료 투쟁이 정치 이슈로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정치적 결단과 준비 없이 흘러간 시간

 

이 구조는 안정적인 듯 보이지만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전시 총동원의 정치는 지속적인 방역 성과를 유지해야 하는데, 전시 보급의 정치가 고장 나면 바로 그게 문제가 된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던 1119,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를 2단계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1.5단계로 어정쩡한 선택을 했다. 자영업자 피해가 이미 한계선상이라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제약됐다. 그 결과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인 현재의 3차 유행으로 돌아왔다. 안정기인 여름 동안에 전시 보급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위기의 초입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급진적으로 높일 때 정부가 느낄 부담은 지금보다 줄었을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악순환이다. 보급의 정치가 취약하면, 사령탑의 선택은 총동원 정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총동원 정치는 보급의 정치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무너진다. 방역이라는 단일 목표에 공동체를 집중시키고 거기서 일종의 전시 고양감을 주는 총동원 정치는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 대성공 덕분에, 전방의 고립과 후방의 낙오를 돌볼 보급의 정치가 긴급하다는 압력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해서 보급선이 취약해지자, 이제 거꾸로 총동원 정치를 제약하기에 이르렀다.

시사IN 신선영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가운데 127일 밤 서울 신촌 일대가 한산한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질문에 매달려 있었는지 모른다. 분명 방역과 경제는 상충관계가 있다. 경제를 위해 방역을 완화할지, 방역을 강화해야 결국 경제에도 좋은지, 이 둘 사이의 선택이 코로나19 시대 한국의 공적 논쟁을 지배했다. 여기서 방역 우선이라는 강력한 합의가 최전방에 고립된 자영업자들까지 납득시키며 한국 사회를 지탱해왔다.

 

우리의 데이터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은 두 차원의 정치를 다루는 문제다. 방역이라는 공동의 과업에 시민을 몰입시키는 동시에, 방역전의 희생자들을 돌보는 자원 배분에 시민이 동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상충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선순환 관계다. 자영업자와 같은 최전방을 넉넉히 지원할수록(‘전시 보급의 정치’), 결정적인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전시 총동원 정치’). 하지만 이 선순환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았다. 여름의 안정기는 사실상 정치적 결단과 준비 없이 흘러가버렸다. 이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면, 두 정치는 서로를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진입한다. 11월의 데이터는, 한국 사회가 이 악순환의 입구에 서 있는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우리의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다. “1997IMF 외환위기와 지금 중에 언제가 더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하나?” 응답자 중 62%가 코로나19 위기를 더 어려운 시기라고 꼽았다(그림 9). 외환위기를 직접 경험한 40대 이상으로 갈수록 오히려 코로나19 위기를 더 심각하다고 봤다(4067%, 5066%, 60세 이상 72%). IMF 위기 대응도 공동체의 고양된 일체감으로 출발했다. 그게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 위기는 사회가 낙오자들을 챙기지 않는다는 나쁜 사례를 남겼다. 이후 한 세대 동안 각자도생의 원리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이번엔 다를까? 우리는 이번엔 제대로 된 경로를 잡고 있나? 5월의 데이터보다는 11월의 데이터가 더 심각하게 던지는 질문이다. 악순환을 빠져나올 방법이 있을까. 그 답을 찾는 이야기가 2좋은 시민의 주제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1022] 윤이 나는 장관 부하 아니다했을 때

1022일 목요일

대검찰청을 상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1022. 검찰 안팎에선 일찌감치 오늘을 앞두고 윤석열 총장이 국감에서 폭탄 발언을 내놓는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며칠 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라임·가족 수사에서 배제하는 두 번째 수사지휘권까지 행사했는데, 윤 총장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편파 지휘” “중상모략등 험악한 말을 주고받으며 강을 건넌 사이라 어떤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지긋지긋한 막장 드라마를 이어가던 -윤 대결의 분기점이 될 적당한 무대가 마련된 셈이었다.

 

예상대로 작심 발언이 쏟아졌다. ‘한마디 한마디를 발라내면 모두 기사 한 꼭지가 될 법했다. 윤 총장은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고, 심지어 추 장관의 수사 지휘가 위법·부당하다고 했다. 예상마저 넘어선 답변은 국감이 거의 끝날 무렵 나왔다. ‘정치 참여 여부를 묻는 질의에 윤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윤 대결의 귀결이 어디에 이르렀는지 말해주는 대답이었다. 국감은 예비 정치인윤석열의 데뷔 무대가 되었다.

 

흔히들 검사가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비극의 원인으로 추 장관의 거친 행보를 든다. 물론 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의 우여곡절을 되새겨보면, 윤 총장을 키운 8할은 여권의 비일관성이었다.

 

법조 출입을 시작한 2019년 초만 해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적폐 청산의 선두에 있었다. 없던 4차장까지 신설해 몸을 불린 서울중앙지검은 직접수사를 최대치로 행사하고 있었다. 여권은 이때 검찰의 직접수사가 과도하다고 하지 않았고, ‘피의사실 공표가 과도하다고 하지 않았다. ‘적폐 청산수사의 주역들은 몇 개월 뒤 조국 수사의 주역이 되었다.

 

20196월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되기 전후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장모 관련 의혹은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윤 지검장 결혼 전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보수언론 사주와의 만남도 여권에서는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내용이었다. 하지만 윤 지검장이 총장 후보 4명 중 한 명으로 추천되고 결국 총장으로 임명될 때까지 아무도 징계감이라며 해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한 여당 의원이 그에게 사람을 가려 만나라라고 한 게 그나마 직언한 편이었다.

 

윤 총장은 오늘 국감에서 <중앙일보> 사주와의 만남을 묻는 여당 의원에게 선택적 의심이 아니냐,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시지 않았냐고 답했다. 여권의 비일관성이 윤 총장에게 정치적 자산이 된다는 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12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 정직 2개월을 재가하고 추 장관이 사의를 표하면서 지난 1년의 -윤 드라마가 끝나간다. 다가올 새해에 여권의 검찰 개혁이 대결해야 할 상대는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누적된 여권의 비일관성일지도 모른다.

임재우 <한겨레> 기자 abbado@hani.co.kr

 

“‘법관 사찰문건, 불법행위 개의치 않는 검찰 자만에서 비롯

박용현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총장, 문 대통령 징계 재가로 사실상 불신임받아

법적 근거에 따른 대통령 결정, 사법부 번복하기 어려울 것

 

민주적 통제-독립성 충돌, 검찰 권한 분산하면 해소될 것

권한 그대로 두고 독립 강조하면 검찰공화국 따로 두는 셈

공수처 견제받으면 정치권력-검찰권력 결탁 이유 사라져

다음 총장 비검사 출신임명하고 제왕적 권한 분산시켜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재판이 22일 열렸다. 검찰총장 징계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이어져온 이른바 -윤 갈등이 정점을 맞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도 눈앞에 다가왔다. 역시 올해 내내 산통을 겪다 지난 10일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로 고비를 넘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의 사고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현직 검사들이 검찰 수사 대상자한테 룸살롱 접대를 받은 게 드러났고, 희한한 접대비 계산법으로 면죄부를 자가 발급하는 구태가 뒤따랐다.

 

-이렇게 검찰개혁, 검찰의 중립·독립성,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한 해 내내 화두가 됐다. 서로 얽혀 있는 실타래니 해법도 연결돼 있을 것이다.

검찰이 공수처 등 외부의 감시·견제를 받게 되면 정치적 수사를 할 수 없게 되고, 정치권이 검찰을 부당하게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검찰권이 오·남용돼 장관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도 줄어들고, 장관이 정당하지 않은 개입을 한다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된다. 민주적 통제와 검찰 독립성 사이의 갈등은 검찰의 힘을 빼고 다른 권력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가동되면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연구팀장, 경찰개혁위원회 위원, 한국형사정책학회장 등을 지낸 서 교수는 검찰개혁을 고민해온 대표적 학자다. 윤 총장 징계, 공수처 출범,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21일 경희대 제2법학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윤 총장 징계 사유를 어떻게 보나.

가장 큰 것은 판사 사찰문제다. 지난 정부부터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가 문제 됐고, 검찰이 현 정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개인정보를 수집해 리스트를 만들고 인사관리에 참조한 것 때문에 기소됐다. 올해 초에는 경찰에서 검사들의 인사검증을 위해 세평을 수집한 게 불법행위라고 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렇게 검찰 스스로 불법시해왔던 행위를 대검찰청 차원에서 한 걸로 봐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당연히 해임감이라고 본다. 대검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자신감이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합법적 권력이 힘을 받으면서 검찰이 점점 최고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는데 그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내고 현직 대통령들 자녀도 사법 처리하고 전직 대법원장도 구속했다. 그렇다 보니 판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불법적 방법까지 과감히 선택하는 자신감, 그래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자신감, 판사들을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도 좋다는 자신감이 충만하지 않았겠나. 그 결과 저런 사고를 치게 된 것이다.”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 양형이 나왔는데.

징계위는 징계 사유 하나하나가 중하고 해임까지 갈 수 있지만 임기제 총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총장이기 때문에 일반 검사들의 불법행위나 처신 문제보다 훨씬 엄격하고 가혹하게 다뤄야 한다. 징계위 결정에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윤 총장이 끝까지 법적으로 다투겠다고 했기 때문에 법원 손에 맡겨진 상황인데, 듣기로는 법원에 두 기류가 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망신을 당한 법원이 검찰에 대한 반감이 심하면서 그에 못지않게 청와대에 대한 반감도 크다고 한다. 그래서 법원이 쉽게 징계위 결정을 번복할 수 없는 정도의 양정을 고민한 게 아닌가 판단한다.”

 

법관대표회의도 판사 사찰 의혹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판사들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수사를 받아 보면서 검사들이 저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수사하는구나하는 것도 깨달았지만 검사실에 불려가 조사받아 보니 꼼짝 못 하겠구나하는 두려움도 커졌다고 본다. 또 법관도 옷 벗고 변호사 생활을 하게 될 텐데 검찰 조직과 척지고 미움을 받게 되면 변호사 하기가 쉽지 않다. 법관대표회의가 공개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표면적 이유는 재판부 독립 침해 우려였지만 판사들도 검찰 조직과 정면대결하는 데 부담감을 느껴 피해 간 게 아닌가 한다.”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재판은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번 직무정지는 징계 결정 전이었지만, 이번엔 징계 사유를 절차에 따라 심도 깊게 논의했고 대통령이 징계를 시행한 상황이다. 사법부가 행정부 내부 절차와 법에 근거해 내린 징계 결정을 함부로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가처분 결정으로 윤 총장을 복귀시키면 본안 판단이 임기 안에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징계 결정 자체가 사실상 무효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윤 총장의 소송전을 두고 개인의 권리라는 시각과 인사권자에 대한 항명이라는 시각이 대립하는데.

이 정도면 사실상 대통령의 불신임을 받은 것인데, 다른 총장 같으면 벌써 사표를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김각영 총장은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통령 한마디에 사표 쓰고 나갔다. 정무직이기 때문에 개인이 약간 억울한 게 있더라도 임명권자의 불신임을 받거나 검찰 조직에 누가 되고 검찰권 행사에 불신을 야기할 상황이면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소송전이 권리냐 항명이냐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개인적 판단으로, 윤 총장의 태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인과 부인, 장모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고 계속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나름 방어할 수 있고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할 기회라도 있지만 사표 내고 나가는 순간 광야에 홀로 서는 것이다. 윤 총장은 본인이 살기 위해 검찰 조직 전체를 끌어안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징계 과정에서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나왔다.

검사 출신 장관이 징계를 추진했다면 이런 반발이 안 나왔을 것이다. 판사 출신 장관이 와서 검찰 조직 총수를 건드리는 것을 대개의 검사들이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 폐쇄적 엘리트주의다. 또 동원된 관제데모 성격이 강하다. 검사들이 정말로 징계가 부당·불의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직을 걸고 사표를 내면서 항거하는 검사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검란이라는 것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윤 총장 견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검찰개혁이란 주제는 묻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장관 입장에서는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하는데 총장이 길목을 차지하고 앉아서 사사건건 방해하고 발목을 잡으면 장관이 할 수 있는 게 뭔가 반문하고 싶다. 오히려 검찰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그 이외의 것은 일체 거부하고 저항하는 윤 총장의 검찰주의 행태를 보며 국민들도 검찰 조직의 민낯을 새삼 확인했다고 본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제2의 검찰개혁 추진의 동력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와 검찰의 중립·독립성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검찰의 중립·독립성도 중요하지만 이차적인 가치라고 본다. 민주주의 원리는 권력의 분립이고 견제와 균형이다. 과도한 권력을 가진 검찰을 그대로 두고 중립·독립성을 강조하면 말 그대로 대한민국 안에 독립된 검찰공화국을 따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금도 검찰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는데, 전혀 간섭할 수 없도록 해버리면 권력을 마음대로 남용할 때 어떻게 어떻게 할 건가. 여기에 대한 답이 없다. 그래서 일차적 가치는 과도한 권력을 분산시키고 시스템 안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정상적 법집행기관으로 원위치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중립·독립성도 보장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권력이 검찰권력과 결탁하면 못 할 게 없었다. 검찰을 동원해 뒷조사하고 죄 없어도 기소해 재판대에 올리면 회복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검찰권력의 남용을 공수처 등 외부 기관이 적절히 견제할 수 있게 되면 정치권력이 검찰권력과 결탁할 이유가 없어진다. 민주적 통제와 검찰 독립성 사이의 갈등은 검찰의 힘을 빼고 다른 권력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가동되면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검찰을 사법기관으로 보고 독립성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과거부터 검사가 판사에 준하는 준사법기관이라면서 자꾸 독립성을 주장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독일도 우리와 제도가 비슷하지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나 유럽인권재판소는 검찰을 사법기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가 사법기관의 속성 세가지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법기관은 행정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외부로부터의 업무상 독립성, 사건 당사자로부터의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법원을 보면 우선 행정부로부터 독립돼 있고, 법원 내부적으로 아무리 상급 판사라도 다른 재판에 간섭하지 못하고, 법관은 원고·피고로부터 떨어져 제3자로서 재판한다. 반면 검찰은 행정부 소속인데다,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업무상 철저하게 상관의 지휘·감독에 묶여 있고, 수사·기소 대상자를 공격하는 당사자 신분이지 독립된 제3자가 아니다. 행정공무원인 검찰에 대한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감독은 정부조직법상 원리로 보나 민주주의 원칙으로 보나 너무나 당연하다.”

 

정치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작동할 수 있다는 의구심도 있다.

과거에는 검찰 출신 장관이 비공식적으로 전화나 구두로 검찰을 지휘했다. 지금은 공개적으로 공식 서류로 한다. 검찰이 제대로 하고 있는데 부당하게 개입하기 위해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당한 지시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장관이 잘못된 수사지휘를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정권이 지고 본인이 지는 것이다. 장관이든 정치권력이든 검찰이 하는 일에 부당하게 간섭하면 앞으로는 공수처 수사 대상도 된다. 또 역대로 보면 검찰이 그 이익을 보장해주는 정치세력과 결탁해, 검찰개혁을 요구하거나 검찰 이익을 침해하는 집단을 친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 상황을 보면 검찰의 칼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뻔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혐의가 있는 곳을 겨누는 게 아니고 검찰을 개혁하려는 쪽을 향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고 하지만 결국 검찰의 이익을 침해하는 세력을 향한 검찰권 행사라고 본다. 죄가 있든 없든 검찰이 수사·기소하면 당사자는 타격을 입고 검사는 책임을 안 진다. 그러니 정치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수처가 필요하다.”

 

공수처라고 해서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도 있는데.

공수처가 설치되면 대통령의 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수처가 정치적 의도로 수사를 하면 검찰의 감시·수사 대상이 된다. 공수처가 무리한 수사를 하면 그에 대한 고소·고발이 당연히 검찰에 들어갈 것이다. 반대로 검찰이 그런 행태를 보여도 마찬가지가 된다. 수사권이 다원화되고 기관간 경쟁관계가 생기면 있는 범죄를 덮는 것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개혁에서 중요한 게 공수처 설치다.”

 

민주적 통제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는 대안적 방안은 뭐가 있을 수 있나?

법무부 기조실장, 검찰국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비검사 출신으로 바꾸고, 검찰국을 제외하고는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들을 다 복귀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법무부-검찰 동일체 의식을 깨고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확실히 매듭지을 수 있다. 나아가 다음 총장은 비검사 출신으로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을 총장으로 임명하면서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는 것은 애초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셈이다. 동시에, 검찰 조직을 좌지우지하는 제왕적 총장의 지위를 약화시켜야 한다. 수사지휘권, 인사·징계권 등 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고검장급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가능하다면 고검장이나 지검장도 외부 인사로 임명했으면 좋겠다.”

 

개방직화하면 집권세력과 가까운 인사들이 임명될 수 있지 않나.

그런 부작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유능한 사람을 모셨는지 측근을 꽂았는지는 공개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얼마든지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검찰은 젊어서부터 검찰조직의 가치와 철학을 주입받은 동일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외부에서 많은 사회경험과 보다 개방적인 사고·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면 조직문화도 훨씬 민주적이고 유연해질 수 있다. 또 검찰권한이 내부적으로도 분할되는 효과가 있다. 검사 각자가 독임제 관청으로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도 나아질 것이다.”

 

검찰개혁이 성공하려면 검찰을 개혁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들이 중대한 역사적 학습을 했다고 생각하는 게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과 그 이후 검찰의 행태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의 인기를 얻으면서 검찰개혁이 좌초됐다. 국민들도 이제 검찰이 제자리를 찾았다고 신뢰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 신뢰가 바로 무너졌다. 비비케이(BBK) 사건을 덮고 노 대통령에게 보복 수사를 하고 보수정권과 유착해 반대 세력을 탄압했다. 검찰이 완전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보고 검찰개혁은 검사들을 믿고 맡겨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깨달은 것이다. 그런 바탕에서 검찰개혁이 촛불집회에서 제1의 과제로 나왔던 것이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정상적 법집행기관으로 원위치시키는 제도적 개혁 없이는 검찰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수처 설치, 수사·기소권 분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요구와 바람 때문에 그나마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진전될 수 있었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강용석 변호사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강용석 변호사가 체포된 이유는 경찰이 네 차례 출석요구를 했는데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급체포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어쩌면 그가 가상현실의 덫에 걸린 것은 아닐까.

요즘 경찰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 ‘유튜버 아무개씨가 당신을 고소했으니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나는 담당 경찰관과 일정을 조율한 뒤 출석하곤 한다. 유튜버 아무개씨들이 나를 고소하는 죄목은 주로 모욕죄. 내가 유튜브에서 그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이 골자다.

 

유튜브 채널에서 저잣거리의 말들이 사용되는 것이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튜브에서 남을 욕하는 것이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애써 변명하자면 그 유튜버들이 떠드는 이야기들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참혹해서,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곤 한다.

 

그 유튜버들은 세월호와 천안함, 대구지하철 참사 등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거나 심지어 성희롱적 발언까지 일삼았다. 이 같은 물의를 빚으면서 유튜브로부터 영구 퇴출당하기도 했다. 어떤 만화가 출신 유튜버는 고 백남기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그림으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놀랍게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그림으로 고소당한 그 만화가는, 자신이 국가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탄압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소장에 적힌 바에 따르면, 내가 그로부터 고소당한 이유는 ×한다는 표현 때문이다. 남의 명예를 아무렇지 않게 훼손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욕설을 들을 때 모욕감을 느낄 권리는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로 남을 고소하는 이라면, 적어도 자신에게 걸린 고소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가 탄압받았다고 말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말끝마다 본인을 시사만화가로 칭하는데 시사만화가는 특권계급이라 높은 수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고 평범한 서민들에겐 그럴 권리가 없다는 것일까?

 

심지어 법조인이면서 유튜버인 어떤 사람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채널의 강용석 변호사가 128일 경찰에 체포됐다.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인데, 그가 체포까지 된 이유는 경찰이 네 차례나 출석요구를 했는데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황당한 것은 이에 대한 강용석 변호사와 가로세로연구소의 반응이다. 그들은 경찰의 강 변호사 체포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봐도 폭력이고 우파 탄압이며, 우파 유튜버들을 박살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닌데도 이렇게 조사한다는 것은 윗선에서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세연 측은 이 사건을 긴급체포라는 어휘로 규정한다. 가짜뉴스다. 긴급체포는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고, 법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여유가 없는 경우에 먼저 체포를 한 후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는 제도. 강 변호사는 경찰의 소환요구에 네 차례나 불응했다. 결국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그를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 긴급체포의 정의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가세연 측은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데 왜 긴급체포를 하느냐라고 항변했지만 이 또한 가짜뉴스였던 셈이다. 가짜뉴스를 뿌리다가 잡혀갔는데 잡혀가면서도 가짜를 뿌려댔다.

 

가짜뉴스로 잡혀가면서도 또 가짜뉴스

우파 유튜버든 누구든 고소장이 접수되면 경찰은 조사해야 한다.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조사와 재판을 받아봐야 아는 것이다. ‘진짜 독재정권(우파 유튜버들은 독재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당시엔 이런 법적 절차도 생략되었다.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기보다는 정보기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잡아다가 고문하면 충분했던 것이다. 우파 유튜버들은 현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진짜 독재정권하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그들은 독재의 자도 꺼내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파 유튜버들은 현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스스로 다음과 같은 가상현실을 만들어낸다.

“4·15 총선은 대규모 부정선거다.” “정부의 방역 정책은 국민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무능을 숨기기 위한 방역 농단이다.” “마스크 물량이 동났을 때 약국에서 이를 공급해준 이유는 공산주의 배급제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 정부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려는 것은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포석이다. 그리고 지방분권 개헌의 목적은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여 나라 전체를 적화통일하려는 음모다.”

 

이로써 그들이 가짜뉴스를 뿌려대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지지층들을 현혹시키는 가상현실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슈퍼챗등 물질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용석 변호사 체포 사건은 이 간편한 설명과 어딘가 어긋나 보인다. 그래도 명색이 변호사인데, 소환에 계속 불응하면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크게 특별한 사례도 아니다. 혹시 어차피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테니 뭉개다가 체포당하면 가세연의 인기를 높일 수 있다고 계산했던 것일까?

 

자신들이 문재인 독재 정부에 저항하다가 탄압당했다는 서사를 그들의 구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렇게 하는 경우, 법원의 판단을 받을 때 손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왜 고려하지 않았을까?

 

지금으로서는 강용석 변호사가 남들에게 제공해온 가상현실에 스스로 사로잡힌 것이 아닌가, 상상해볼 수밖에 없다. ‘가상현실의 덫이다.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의 괴리가 커질 때 그 기획자들은 지지자들을 현혹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그 가상현실에 사는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를 뿌린 사람들은 자신이 발송한 그 가짜뉴스를 본인도 믿게 되는 벌을 받는다. 인지부조화를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 역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진짜 독재권력들이 언론탄압과 통제에 너무 심취하다가 언제 시민들이 정권에 불만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해버렸던 것과 비슷한 경우다.

 

실제로 제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부터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던 민경욱 전 의원은 이제는 백악관 앞까지 날아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부정선거의 큰 파도를 헤쳐 나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과 트럼프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이른바 민트 동맹으로 불러달란다.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그 가짜뉴스가 진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강용석 변호사의 긴급하지 않은 체포사건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너무 멀리 나가버린 가상현실 세계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조짐일 수 있다. 사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을 들어가 보면 명예훼손이든 모욕죄든 고소를 당할 여지가 충분해 보이는 영상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너무 당당하게 특정 개인들에 대한 비방과 유언비어를 올려놓고 호객행위를 한다. 이런 행위들에는 후과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꼭 법적인 대가가 아니라도, 인간사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고 부당한 이득에는 무리한 수법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 드러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시사인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그게 기자인가" 외국 기자들이 본 한국 기자

"지금 한국의 기자실에서 기자들이 큰 소리를 내지만, 실제를 들여다보면 권력 기관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 멍멍 짖으면서, 자기한테 힘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꼴이다. 실제로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모른다. 기자들이 보도 자료를 제공받는 형식을 보면 (관공서가) 닭에게 모이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방식으로는 기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출입 기관에 의해) 콘트롤 당할 것이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사 출입처 제도와 취재 관행 연구' (박재영·허만섭·안수찬 공동연구. 2020.10. 97)

 

<뉴욕타임스> 최상훈 기자의 말이다. 한국의 기자실, 출입처의 행태,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보도 양태 등은 상식적인 기자라면 국적이 어디건, 기이하고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다. 보도자료를 베끼기 하는 한국 기자들 모습을 본 한 일본 기자는 "그게 기자인가"라고 되물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게 보도자료다. 보도자료 원고가 기사 형식으로 나온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보도자료를 '복붙'(복사 + 붙이기)해서 기사를 쓴다. 이거 보고 놀랐다. 그게 기자인가. 일본에도 보도자료가 나오지만 (기사) 원고 형식이 아니다. 기사는 우리가 직접 정리해서 쓴다. 그런 경우에도 보도자료에 없는 것을 찾아내서 쓰는 것이 기사의 부가가치이고 그만큼 특종이 되는 거니까, 남들 다 쓰는 걸 안 쓰려면 취재를 더 해야 한다. 전화하거나 찾아가거나 집에 가거나."- 카미야 타케시 <아사히신문> 기자. (위의 책 99, 100)

 

외국 기자들이 본 한국 기자

존 헨리 <가디언> 기자는 파리에 주재하는 교육 담당 기자다.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교육부를 출입하는 교육담당 기자인 셈이다. 위에 소개한 '언론사 출입처 제도와 취재 관행 연구' 팀이 영상으로 이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한국의 출입 기자들은 출입처 기자실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라고 설명하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두 번이나 강하게 부정을 했다고 한다.

 

"<가디언>의 교육 스페셜 리포터가 얼마나 자주 교육부를 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교육부에서 특별한 발표가 있는 경우, 아마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곳을 찾아갈 것이다. 그런 일이 없다면, 교육 스페셜 리포터는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많은 시간을 교사, 부모,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보낸다". (위의 책 92)

 

한국 기자가 보는 자신들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한국 언론의 비극이 여기 있는 것 같다. 기자는 엄청 많은데, 한 매체의 기자가 많은 게 아니라, 매체들이 많고, 각 매체의 기자는 적다. 그러니 120명이 넘는 국토교통부 출입 기자들이 부동산 기사만 쓰고, 기자단 전체를 통틀어 교통이나 항공 기사 쓰는 기자는 극히 드물다. 어느 출입처나 마찬가지겠지만... 이건 비극이다. 출입처마다 보도되지 않은 영역이 있다."- 국토교통부 출입 기자 (위의 책 69)

 

국토부 출입 기자들이 '부동산 기사'만 쏟아 내고, 교통이나 항공 문제는 거의 무시하는 이런 행태를 위의 책은 '뉴스 홍수' '뉴스 사막'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출입처 제도와 거기에서 만들어 내는 결과물은 언론이라 칭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 상당수다. 기사 '편식'에다 '복붙' '자판기'의 역할까지 하다 보니 기사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많은 경우 제목, 사용하는 단어, 문단의 배치까지 거의 똑같다.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는 라파엘 라시드 기자(영국 프리랜서 기자)가 지난 3월 패션잡지 <엘르>(ELLE)에 기고한 '라파엘의 한국살이 #7 -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는 한국 기자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글이다.

 

"팩트와 루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한국의 뉴스, '좋아요'와 클릭 수에 목매는 한국의 미디어와 관련한 다섯 가지 경험들"에 대한 글은 한국 기자들 모습이 어떠한지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은 형편없다! 뉴스를 아무리 읽어도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도무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한국 미디어는 정도를 넘어섰다. 독자를 기만한다고밖에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다섯 가지 문제에서는 참담한 수준이다. 팩트 체크의 누락, 사실의 과장, 표절, 사실을 가장한 추측성 기사, 언론 윤리의 부재. 매일 뉴스를 읽을 때마다 적어도 이 중 하나의 문제와 맞닥뜨린다. 얼마나 부정확한 팩트들이 넘쳐나는지! 기사 곳곳에서 부정확한 인용구나 숫자들을 발견하는 건 굉장히 흔한 일이다. 정부나 기업이 주는 보도자료에 대한 의심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냥 '복붙'이다. 팩트 체크가 없다."

 

폐쇄적인 통로 완전히 열어야

물론 훌륭한 기자, 좋은 기사도 많이 있다. '좋은 기사'로 뽑혀 상을 받는 기사들,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의 아픈 곳을 보고, 사회 정의를 지향하면서 정확성과 공정성을 두루 갖춘 품격 있는 기사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그레셤 법칙처럼 포털에 노출되는 압도적 다수의 기사는 거짓, 왜곡, 선정, 정파적 보도 등 '악화'가 넘쳐난다. 그게 한국 언론의 얼굴인 것처럼 비치게 되니 "한국의 언론은 형편없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다.

 

더군다나 법조기자단처럼 기자단, 출입처가 폐쇄적·배타적·독점적으로 운영되면서 권력 집단이 되다 보니 이런 행태가 외국 기자들 눈에 조롱거리로 될 수밖에 없다.

 

기자실, 출입처 제도를 개혁하는 하나의 방안은 기자단, 출입처라는 폐쇄회로 속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를 완전히 열어 놓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2007년 시도하였다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전 언론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당한 '개방형 브리핑' 제도다.

 

한국 언론의 오랜 악습이자 잘못된 관행인 지금의 기자단, 출입처 제도는 그렇게 열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법조기자단 등 일부 출입처의 완고한 관행도 오래 가기는 어렵다. 디지털 혁명의 창조적 파괴가 온갖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시기에 구시대적인 폐습이 계속 남아 있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기자단이 기자실 출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법적 판단이 이미 19년 전에 내려졌다. 20013월 개항을 하루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출입 기자단이 기자단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마이뉴스> 기자를 브리핑실에서 몰아냈다. 당시 상황을 <미디어스>가 최근 자세하게 전했다(<미디어스> 2020.12.04. '기자단, 기자실 출입 방해해선 안된다'19년 전 판결').

지난 2001329일 인천공항 기자실을 방문한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에게 공보실 직원이 "등록된 기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호

 

이 기사에 따르면,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와 <오마이뉴스>20015월에 '기자실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냈다. 가처분 신청의 요지는 인천국제공항 출입기자단은 출입기자실을 배타적으로 점유하거나 사용할 권리가 없으며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로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해 그해 7월 인천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권순일)"출입 기자단 간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층 출입기자실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위 장소에서 취재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라며 '출입 및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구호로만 외치는 언론개혁 위험

한국 언론의 신뢰도 하락, 정파적 보도 등 여러 문제들이 첨예하게 노출되면서 '언론에 대한 책임 묻기'의 한 형태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지난 5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1%"'허위·조작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민정 한국 외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찬반을 두루 다루면서 "분명한 것은 무책임한 언론보도로 인한 개인의 인격권 침해 폐해가 심각할수록, 법적 책임을 강화해 언론의 책임성을 강제해 내려는 입법적 시도와 사회적 압력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20. 10월호 35).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마법의 개혁 방안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도입 자체가 억제책과 방향성이 될 수 있으며 하나의 개선책으로 필요한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

 

이 밖에도 한국 언론 곳곳에 비정상과 잘못된 관행들이 눈덩이처럼 쌓여 있다. 부정확한 신문 부수, 그것에 바탕을 둔 정부의 홍보비 집행, 광고와 협찬의 강제적 할당과 배정, 선정적 보도와 정파성을 증폭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포털.

 

언론개혁은 단숨에 뿔을 뽑아내듯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구호'로만 외치는 언론개혁은 위험하다. 민간의 영역인데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여러 비정상과 관행들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것이다. 탑을 쌓듯 갖은 정성과 노력, 끈기가 필요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와 참여가 필요하다.

|정연주(jung46)/ 오마이뉴스

 

사태' 촉발한 조국 수사정경심 유죄로 정당성 얻나

지난해 10월 첫 공판12개월 만

역대급 사건 빈번한 다사다난 재판

법원에서 징역 4법정구속까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1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11.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검찰 개혁 목소리가 확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조국 일가 수사'에서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실형 판결을 받으며 수사 정당성을 일부 인정 받은 모양새가 됐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권 남용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공모했다는 판단까지 내놓았다.

 

다만 정 교수 측이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여권 등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항소심 등이 이어지면서 과잉 수사가 이뤄졌다는 논란 역시 해소되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이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3800여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는 지난해 89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고 이후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시작됐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검찰은 같은 해 827일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과 관련된 대학과 사모펀드 업체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 수사는 초기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 전 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지휘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가라앉지 않은 논란이다. 야권 등에서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로 '윤석열 찍어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윤 총장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일부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정 교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지난해 96일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사문서위조) 혐의로 처음 불구속 기소됐다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해 99일 조 전 장관 임명을 재가했으나, 923일 조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이후에도 그의 자녀와 부인, 동생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어갔다.

 

이후 조 전 장관은 1014일 검찰개혁 추진상황을 발표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라고 말한 뒤 법무부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021일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 달 24"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구속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해 1111일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 14개 혐의를 적용해 정 교수를 추가기소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114일 첫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고, 같은 해 1231일 뇌물수수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른바 '법원의 시간'이 된 이후에도 정 교수의 사건은 유독 다사다난했다. 첫 재판이 시작되고 선고가 나오기까지 약 12개월의 시간 동안 정 교수 재판에서는 역대급 사건들이 빈번했다. 두 차례에 걸쳐 정 교수를 기소한 검찰은 재판 도중 사문서위조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하려 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같은 사건으로 또다시 공소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장과 검찰은 서로 고성을 주고받는 등 격렬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갈등은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서 일단락됐다. 새 재판부는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2개의 사건과 14개 혐의 사건을 병합한 뒤 함께 심리했다.

 

정 교수의 재판에는 조 전 장관과 5촌 조카 등 수많은 관련자들이 증인석에 섰다. 조 전 장관도 직접 아내의 법정에 섰으나 '형사소송법 제148'를 이유로 진술을 전면 거부했다. 정 교수는 재판 도중 보석을 청구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정 교수는 구속된 지 약 200일만인 지난 5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이후 불구속 재판을 받던 정 교수는 지난 9월 재판 도중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7개 혐의 모두를 유죄 판단했고, 사모펀드 관련 혐의도 일부 유죄 판단했다. 또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유죄, 증거은닉·위조교사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과의 공모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허위내용이 기재된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기로 조 전 장관과 공모하고, 이에 가담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뉴시스 leech@newsis.com

 

정경심측 "괘씸죄" 반발, 조국 "가시밭길 걸어야 할 모양"

정경심 실형 선고에 당혹"즉각 항소해 다투겠다"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혐의 등이 인정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판결을 듣고 당혹스러웠다""고등법원에서 다퉈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 판결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특히 입시 비리와 관련된 부분, 양형에 관한 의견, 법정 구속의 사유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입시 비리 부분은 전부 유죄가 선고됐는데 수사 과정부터 저희가 싸우고자 했던 예단과 추측이 법정 선고에도 선입견과 함께 반복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많은 입증 노력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검찰 논리 그대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유죄를 판단할 때는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실 하나하나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부인될 수 있는지가 판단돼야 하는데 (이번 판결은) 검찰의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정황증거만 나열됐다. 하나의 추측과 예단, 의심을 가지고 유죄 판결에 이른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무엇보다 수사 과정부터 압도적인 여론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려 했던 노력이 오히려 형량에 불리한 사유로 언급되면서 마치 괘씸죄로 적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헌법의 원칙에 따라 무죄 판결을 받은 사유까지 법정구속이나 양형의 사유로 삼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해서 정 교수의 억울함과 이번 판결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밝히겠다"고 했다. 아울러 "사문서위조의 유죄 판결 부분은 (재판부가) 그동안 검찰이 주장했던 여러 가지의 의심스러운 정황만 나열했다""무죄의 가능성에 관해 충분히 판단이 내려졌는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사건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와 공판에 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죄와 책임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임정엽·권성수·김선희)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징역 4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3894만 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와 관련해서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사모펀드와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 결과가 알려지자 정 교수의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무도 큰 충격"이라면서도 "검찰수사의 출발이 된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만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보다. 더욱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라며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국 전 장관도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이번 정 교수 판결로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정경심, 동양대 표창장 위조' 판단, 어떻게 나왔나

 

[분석] 일반 상장과 다른 표창장·주민번호 기재가 근거... 압수된 PC, 위법 수집 증거 인정 안돼

검찰의 완승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재판장 임정엽)23일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입시비리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관련기사 : 정경심, 징역 4·벌금 5... 법원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인정" http://omn.kr/1r44m).

 

주목할 부분은 재판부가 '정 교수가 딸 조민씨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혐의는 검찰과 변호인이 가장 첨예하게 다퉜던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검찰의 주장 상당수를 합리적 근거로 받아들였다.

 

이 가운데 특히 조씨의 표창장이 다른 동양대 상장 형태와 다른 것 압수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딸 조민 상장 위조 관련 파일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증언 등이 주된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근거] "조민 표창장, 동양대 일반 상장과 달랐다"

재판부는 "조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에 날인된 총장 직인의 인영 형태가 동양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총장 직인의 형태와 다르다"고 했다. 검찰은 앞선 재판에서 "조씨의 표창장에 찍힌 총장 직인이 실제와 달리 약간 직사각형 모양으로 늘어져 있었다"면서 "정 교수가 상장을 위조하는 과정에서 직인을 붙이고 늘이다가 변형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총장 직인 부분은 아들 조아무개씨의 최우수상 상장 스캔파일 중 해당 부분을 캡처해 그림파일로 만든 다음, 이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파일에 붙여 넣어 출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비롯해, 정 교수가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조씨의 입시 제출 서류마다 조씨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기재된 점도 주요한 판단 근거가 내세웠다. 재판부는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에는 이름 옆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으나, 동양대 다른 상장·수료증에는 수상자 또는 수료자의 주민번호가 기재돼있지 않다"면서 "피고인이 2013616(자신의 자택에서) 허위 작성하거나 기재사항을 추가한 동양대 어학교육원장·영어영재교육센터장 명의의 연구활동확인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십 확인서에는 조씨의 주민번호가 기재돼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조씨의 표창장과 동양대 다른 상장 또는 수료증은 상장 상단의 일련번호의 위치, 상장번호의 기재 형식 등이 다르다"면서 "동양대 2기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수료식 때 실제로 수여된 상장 및 수료증의 발급일자도 (조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발급일자와 다르다"고 말했다.

 

[근거] 정경심, 2013616일 상장 위조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권우성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이 20136월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아래 의전원)20146월 부산대 의전원에는 제출된 반면, 2013328일 차의대 의전원에는 제출되지 않았던 것도 위조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의 표창장을 2013616, 즉 차의대 의전원 입시 이후이자 서울대 의전원 입시서류 제출 직전에 위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나, 2012년부터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근무한 직원들 모두 최우수봉사상이라는 제목의 상장을 본 적이 없다는 점과 (차의대 입시서류에 제출되지 않은 것을) 종합해서 볼때, 조씨가 20129월경 동양대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 검찰의 주장대로 조씨의 표창장은 차의대 입시 이후인 20136월경 정 교수가 위조했다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압수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1호의 2013616일자 사용 내역에 비추어 피고인은 서울대 의전원 입시서류 제출 마감일 2일 전인 2013616일 해당 PC를 이용해 일련의 (위조) 작업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압수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1호에서 정 교수 아들 조씨의 동양대 최우수상 상장 스캔본·'총장님 직인.jpg' 파일·'조민 표창장 2012-2.pdf'파일 및 당시 정 교수가 나눈 카카오톡 캡처 파일과 조씨의 다른 인턴십 확인서 파일 등이 나왔는데, 해당 자료들을 통해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1호에서 발견된 인터넷 접속기록, 저장된 파일의 사용 내역, 해당 PC에 정 교수 가족들 관련 문서가 다수 발견된 점을 근거로 해당 파일 작성자가 정 교수라고 지목했다.

 

재판부는 관련 근거를 종합해 "피고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공소사실의 핵심은 조씨의 표창장 하단의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및 총장 직인 부분이 아들 조씨의 최우수상 상장 파일에서 유래된 것인지 여부"라며 "총장 직인의 생성 사실이 인정되면, '총장님 직인.jpg' 파일을 생성하게 된 구체적 경위 및 방법에 대한 증명이 일부 부족하더라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근거] "정경심, 표창장 발급 권한 없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받아 징역 4, 벌금 5억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사모펀드 혐의는 대부분 무죄를 받았다. 선고 직후 김칠준 변호사가 법정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받아 징역 4, 벌금 5억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사모펀드 혐의는 대부분 무죄를 받았다. 선고 직후 김칠준 변호사가 법정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이밖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양대 총장 최성해로부터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발급할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동양대의 부서장에게는 강좌를 수강하지 않았거나, 그에 대해 아무런 기여가 없는 사람을 수상자로 선정할 권한이 위임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컴퓨터로 문서작업 및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없는, 이른바 '컴맹'이라는 변호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과거 문서 작업을 봤을 때, 그가 문서를 스캔하고 스캔한 문서에서 특정 부분을 캡처하거나 오려붙여 다른 파일에 삽입하는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압수된 PC 1호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변호인들의 주장도 반박했다. 해당 컴퓨터에서 발견된 전자파일들 및 관련 포렌식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표창장의 외형이나 관련 증인들의 증언 등 전반적인 것을 고려했을 때 정 교수가 조씨의 표창장을 위조한 사실이 충분하게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동양대 관계자가 위와 같은 작업을 거쳐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할 이유가 없다"면서 "1차 표창장(조씨의 표창장 원본) 및 이를 촬영한 사진파일의 원본을 모두 분실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전혀 믿을 수 없다"라고 정 교수 측 주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해당 혐의를 두고 "동양대 표창장은 조씨가 실제로 동양대에서 성실하게 봉사활동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민이 의사가 되어서도 봉사정신이 투철할 것이라고 오인하게 했다"라며 "(정 교수는 위조 서류를 제출해) 입사평가자들의 평가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강연주(play224) / 오마이뉴스

 

표창장은 위조, 사모펀드는 차명거래징역 4이유

재판부, 11개 혐의에 유죄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 뒤 검찰의 수사 계기가 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사모펀드 비리 혐의가 대부분 유죄로 인정되면서 15개월간 진행된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법원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전부 유죄, 사모펀드 관련 범행과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유죄 판단을 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정 교수 쪽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위법·강압 수사의 결과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창장 위조, 논문 1저자입시비리 전부 유죄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의 딸이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7가지 인턴십과 체험활동 증빙은 모두 정 교수가 꾸며낸 허위 서류라고 판단했다.

 

법정에서는 물론 장외 공방도 뜨거웠던 동양대 표창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 교수가 위조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정 교수 쪽은 애초부터 정 교수 피시에서 나온 표창장 관련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피시에서 딸 표창장에 들어간 동양대 직인 파일 등이 복원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핵심은 동양대 표창장 하단의 총장 직인 부분이 (정 교수의) 아들의 동양대 상장 파일에서 유래된 것인지 여부라며 정 교수가 아들의 상장에서 직인을 오려내 딸의 표창장 파일을 만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법정에서 표창장 위조를 시현했고 재판부는 가정용 프린터로도 표창장을 출력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동양대 외부인 포상 결재권은 총장 또는 이사장에게 있다며 최성해 동양대 총장한테서 표창장 발급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정 교수 주장도 일축했다.

 

고등학생이던 딸 조씨가 장아무개 단국대 교수의 논문 1저자로 등재된 것도 조씨가 논문 작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지만 조국 전 장관이 장 교수 아들의 인턴 활동 및 논문 작성을 지도해준 것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다며 한영외고 재학생 부모들 간의 스펙 품앗이가 존재했다고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이 일부 관여했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에서 딸 조씨는 세미나에도 참석하지 않고 확인서를 받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정 교수 부부는 세미나에 참석한 여학생 사진까지 제시하며 딸이 맞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딸 조씨는 뒤풀이 참석을 위해 휴식시간 이후 세미나장에 왔을 뿐 인턴 활동을 위해 세미나 시작 전에 온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인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활동 모두 허위라고 결론지었다.

 

법원은 정 교수가 조씨의 거짓 스펙자료를 서울대·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해 이들 학교의 정상적인 입학사정을 방해(업무방해)했다고 인정했다. 조씨는 현재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 중인데 재판부는 당시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대학교 총장 이상의 표창장 수상 경력이 없었다조씨의 최종 점수와 최종 합격을 하지 못한 16등의 점수 차이는 1.16점에 불과해 (동양대) 표창장 수상 경력이 없었다면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조씨가 최종 합격하지 못한 서울대에 대해서도 서류평가 당시부터 증빙서류의 경력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조씨는 서류평가에서 결격 처리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딸과 제자를 학교 교재개발사업 연구 보조원으로 허위 등재해 1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은 혐의(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했다.

 

대여 아닌 투자횡령은 무죄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코링크피이)에 투자한 뒤 컨설팅료 명목으로 15700만원을 받은 횡령 혐의는 무죄였다. 앞서 공범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횡령죄 무죄를 선고받은 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조씨 재판부는 정 교수가 코링크피이 실소유주인 조씨에게 5억원씩 두차례 건넨 10억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로 봤지만, 정 교수 재판부는 투자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지 남편의 5촌 조카라는 이유로 아무 담보를 제공받지 않고 5억원의 거액을 대여했다는 것은 일반적 거래관행에 맞지 않고, 투자금임을 전제로 운용현황에 관한 대화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투자금에 대한) 10% 수익금을 주기로 약정한 게 코링크피이에 현저히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매월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건 조씨의 횡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범인 조씨의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정 교수도 무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발탁되고 연이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시점에 정 교수가 친동생과 지인 2명의 차명계좌로 주식거래를 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금융실명거래법 위반)는 대부분 유죄였다. 정 교수는 모든 차명거래가 불법은 아니다라며 투자 연습 삼아 거래한 것이란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을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자 차명계좌를 사용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재산증식의 투명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없는 공직수행에 대한 요청을 피하려 한 것으로, 처신의 부적절성뿐 아니라 죄책도 무겁다고 판단했다. 5촌 조카 조씨에게서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아 주식거래에 활용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시장경제질서를 흔드는 중대 범행이라며 대부분 유죄를 선고했다.

 

증거인멸 일부 무죄공소권 남용 주장은 기각

조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뒤이어 닥쳐온 검찰 수사를 대비해 정 교수가 증거를 없애려 한 행위에는 증거인멸·은닉·위조 교사 혐의가 적용됐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가 코링크 직원들에게 동생 관련 기록 인멸을 지시한 혐의만 유죄로 봤다.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씨에게 정 교수 집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교수실 컴퓨터 은닉을 지시한 혐의는 정 교수는 김씨와 함께 증거를 은닉했으므로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본인이 숨겼으므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조 전 장관 부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수집이 위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는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표창장과 각종 경력 위조 증거가 나온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임의제출 받으면서 사실상 강압이 있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강사휴게실 피시의 정보 추출을 완료한 뒤 5개월이 지나서야 당시 임의제출에 동의한 휴게실 관리 조교에게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교부한 것은 형사소송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절차 하자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통한 형사 사법 정의 실현에 반한다며 강사휴게실 피시에서 나온 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재판부 반성 않고 죄질 매우 나빠”...변호인 예단 갖고 판결

법정구속 이유 4분여 이례적 설명

조국 SNS “큰 충격시련 더 겪을 운명

단 한번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 적이 없고, 범행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하는 임정엽 부장판사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그는 정 교수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자신의 딸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로 보이게 할 목적으로 자신과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했다대학 입시부터 의전원 입시까지 이어진 범행 동기나, 목적 달성을 위해 구체화되고 과감해진 범행 방법 등에 비춰 볼 때 범행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범행이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훼손했다고도 했다. 임 부장판사는 오랜 시간 동안 성실히 준비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서울대 의전원, 부산대 의전원에 응시했던 다른 응시자들이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했다입시비리 관련 사건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 요구와 실제 유사한 사건들의 형량을 비교해도 피고인의 범행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재산 증식의 투명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없는 객관적 공직 수행에 대한 요청 등을 회피했다고 일갈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어 청문회가 시작될 무렵부터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자신의 입시비리 혐의에 관해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해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해, 진실을 얘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등 정 교수와 다른 주장을 했던 사건 관련자들이 정 교수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게 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법정구속할 때는 재판장이 증거 인멸의 위험성이 있다고 간단하게 사유를 밝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약 4분간 법정구속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에겐 더욱 가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법정구속이 합당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하는 듯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법정구속 사유로 인정했고 정 교수가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허위 진술을 권하는 등 증거 인멸 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

 

다시 구속되는 상황이 되자 정 교수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재판장이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정 교수는 잠깐 머뭇거린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변호인이 대리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재판장이 안 된다고 하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고 법정 경위의 안내에 따라 구치감으로 향했다.

 

선고 뒤 정 교수 쪽 김칠준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압도적인 여론 공격에 스스로 방어하면서 했던 노력들이 오히려 피고인 양형에 불리한 사유로 언급되면서 실체적 진실이 부정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검찰의 주장과 정황 증거만 나열돼 추측과 예단이나 의심을 갖고 유죄 판결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며 항소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도 페이스북에 “1심 판결 결과, 너무도 큰 충격입니다. 검찰 수사의 출발이 된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만 다행입니다. 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봅니다.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습니다라고 썼다.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사건을 담당한 검찰 수사팀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죄와 책임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옥기원 기자 jyy@hani.co.kr

 

 

백신확보 지시했는데해명에도 꼬리 무는 비판, ?

청와대, 대통령 비공개발언까지 공개하며 백신 늑장 대처보도 반박

명쾌하지 않은 해명에 의혹 잇따라여당의 언론 탓, 대결구도 만들어

청와대가 백신 확보의 지연을 추궁하는 언론보도를 연이어 반박하고 있지만, 오히려 꼬리를 무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22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보도였다. 조선일보([단독] “백신 확보 몇번을 말했나, 뒤늦게 참모진 질책)는 백신 확보가 늦어진 뒤에야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진을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잠깐만요대통령에게 백신 직언 2, 소용 없었다)는 문 대통령이 지난 2, 6월 신속한 백신·치료제 확보가 필요하다는 직언을 듣고도 곧바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까지 공개하며 조선·중앙 보도를 반박했다.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요약해 전하면서 이상은 대통령의 백신관련 행보를 최소한도로 정리한 것이라 전했다. 대변인이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한다며 정리한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4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코로나 치료제·백신개발 산학연병 합동회의주재 치료제와 백신 개발 확실히 돕겠다410일 빌게이츠 빌&멜린다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통화하며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및 개발협력 확대 합의 412일 문 대통령 지시로 코로나 치료제 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구성 발표 414일 국무회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 내 바이오 의약 수준을 높이는 계기 삼아야 한다고 국무위원에게 강조 7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출범이 백신·치료제 지원 역할 해줄 것721일 내부 참모회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한 사실 보고 받고 충분한 물량 공급당부 98일 국무회의에서 국립보건연구원 아래 국립감염병연구소 신설 백신개발 지원 등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대응능력 높여 달라915일 내부 참모회의 코박스, 글로벌 제약사 등을 통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해 두라1015일 경기도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노바백스 같은 글로벌 백신회사들과 위탁생산을 협의하고 있는데 생산물량 일부를 우리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게 되면 백신 안정적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코로나가 지나가도 백신주권 위해 끝까지 개발하라1118일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바이오산업 행사 백신 치료제 개발 진척 보여 빠르면 올해 말부터 항체 치료제와 혈장 치료제 시장에 선보일 것1124일 내부 참모회의 최선을 다해서 확보하라1130일 내부 참모회의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마라1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보고 받고 재정 부담이 커도 백신 물량 추가확보를 지원해주도록 하라

 

그러나 청와대 해명은 또 다른 의문을 자아냈다. 대통령은 수차례 백신 확보를 지시했는데 참모진이나 당국에서 이를 따르지 않았냐는 것이다. 청와대 해명 직후 JTBC(“문 대통령, '백신 확보' 수차례 지시참모들 긍정보고”)문 대통령이 가을부터 빚을 내서라도 백신을 확보하라고 여러 번 지시해왔는데, 그때마다 잘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만 올라왔다는 여권 관계자들 설명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늑장 질책했다고 보도했던 조선일보의 경우 다음날인 23코로나 백신 도입과 관련한 정부의 늑장 대처 실체가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단독] 해외백신 도입 9월에야 지시한 대통령, 11월에 발동 건 공무원)했다. “문 대통령 발언·행보 13건 가운데 9건은 코로나 백신 개발(7)SK바이오사이언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 생산(2)에 관한 내용이었다. 국제 공조와 수입을 통한 해외 백신 확보보다 백신·치료제 자체 개발’, 이른바 ‘K백신을 강조해온 것이다이라며 백신·치료제 자체 개발을 강조하고, 화이자·모더나 등은 뒤로한 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올인한 것도 K방역 과신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차라리 역적 되는게 낫겠다골든타임 놓친 백신TF 속사정)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6월 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해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는데, TF를 실무자들에게 떠넘겨놓고 자기는 빠져버렸다정부 고위관계자주장이다.

 

강 대변인은 이를 두고 지난 424일 출범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범정부위원회는 그동안 백신 개발과 도입을 논의하고 추진해왔다. 범정부위원회에는 청와대 사회수석이 계속 참여해왔다“‘백신TF에 청와대가 손 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백신 확보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7월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연구가 가장 빨랐던 시점이라며 정부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3단계 연구가 끝나는 시점이 아스트라제네카는 10월로 예상했는데 중간에 임상이 멈춰져 12월로 미뤄졌고 그 사이에 화이자, 모더나가 캐치업을 하면서 역전됐기 때문에 정부 판단에 상당히 어려움을 준 것이다. 결과론적인 판단의 미스라는 것이다.

 

대통령·청와대 비판에 초점을 맞춘 보수 매체가 무리한 보도로 방역정책 신뢰를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일례로 대통령이 백신 확보 직언을 듣지 않았다는 중앙일보 보도의 경우 인터뷰 당사자가 왜곡 보도라고 입장문을 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감염병·재난대응 보건의료혁신TF 위원장)23일 입장문에서 직언을 했다” “소용 없었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며 위중한 코로나 상황에서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언론보도로 인해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애초에 백신 확보와 관련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다 언론 비판에 중점을 두거나, 해석 여지를 남기는 대응이 의혹에 힘을 싣는 측면도 있다. 책임론·실기론은 부정하면서 밝히고 싶은 내용만 말하는 방식은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23일 청와대 핵심관계자와 기자들의 대화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915일 내부 참모회의 이후 적극적 확보 기조가 이어졌냐는 질문에 전날 대변인 브리핑 후반부를 확인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브리핑 후반부에서 청와대는 오늘 대통령께서도 5부요인 초청간담회에서 언급하셨듯이 백신에 재정과 행정을 지원한 생산국이 자국에 먼저 접종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카타르,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이 발 빠르게 백신 물량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진 만큼, 손 쉽게 반박할 수 있는 주장이다. 이미 다수 언론에서 이를 지적했는데 더 설명할 게 없다는 입장이 나온다면, 또 다른 공방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비판에 열 올리는 여당 태도는 청와대 해명을 비판 세력과의 대립 구도처럼 만들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과 일부 언론은 근거 없는 괴담과 왜곡된 통계까지 동원하며 국민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터무니없는 공포와 혼란을 조장하는 주장과 보도에 대해 우선은 원내행정실과 대변인단 등이 사실을 근거로 단호히 대처하고 당 조직을 통해 진실을 전국에 알려드렸으면 한다고 언론에 경고장을 날렸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단독1]문재인 대통령 동문 판사들까지도 성향분석...윤석열 현행법 위반

 

경기신문 법무부 검사징계위 의결서 단독 입수 공개

법관의 개인정보 수집.배포 판단.. 윤석열 총장 정직 2개월 운명 가를 뇌관

24일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유지'냐 아니면 '현직복귀'냐의 운명이 갈리는 날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홍순욱 부장판사)는 오늘 오후 3시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의 2차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재판부가 지난 221차 심문 진행 뒤 양측에 보낸 질의서를 보면 질의 항목 7가지 중 5가지가 징계 사유나 절차에 관한 것으로, 특히 재판부 분석 문건과 채널A 감찰·수사 방해 등 윤 총장의 징계 사유에 관한 주장을 소명하라는 구체적인 질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 분석 문건'의 경우 윤 총장 측과 법무부 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인 만큼 2차 심문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며, 윤 총장 정직 2개월 인용·기각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경기신문은 24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의결서 내용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법관의 개인정보 수집.배포와 관련한 의결서 내용을 집중 보도하고 채널A사건 관련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정치활동 중립에 관한 내용 등을 연이어 보도할 예정이다.

 

경기신문이 입수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의결서 내용 중 재판부 분석문건과 관련 "징계혐의자(윤 총장)20202월경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 담당자가 징계혐의자가 직접 관여해 기소한 이른바 울산사건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의 재판부 재판장인 김미리 판사에 관해 정봉주 전 국회의원 관련 사건 등 주요 정치적 사건의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여부, 가족관계, 세평등을 작성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이를 비롯해 유재수 사건재판부 손주철 판사,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건재판부 김선희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 사법농단 사건재판부 박남천 판사, 윤종섭 판사, ‘손혜원 전 국회의원 관련 사건재판부 박성규 판사 등에 관해 주관이 뚜렷하기 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성향파악 어려우나 연로해 보이는 느낌등과 같은 세평과 주요 정치적 사건의 판결내용, 개인적 취미, 판사 블랙리스트인 물의 야기법관 해당여부, 대통령 취임시 기준 법원의 경희대 출신 부장판사급 이상 현황 등 판사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그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명시했다.

 

특히 재판부 분석 문건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2개의 문건으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 먼저 작성돼 있다가 특수사건 재판부 분석에 해당하는 내용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해당 내용은 대검 공공수사부에 분리, 배포과정에서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의 문건이 작성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A, B는 윤 총장의 지시로 특수사건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에서, 공안사건는 대검 공공수사부가 자료를 수집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취합해 작성후 윤 총장에게 보고하고, 지시에 따라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각각 전달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해 문건 작성 주체 및 경위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은 윤 총장 등으로부터 자료수집 지시를 받은 적도, 대검 수정관실에 자료를 보낸 적도 없다는 주장으로, 윤 총장이 반부패강력부에 자료 수집을 지시하고 수정관실의 취합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

 

더욱이 징계위는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및 배포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른 대검 수정관실의 분장사무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다 재판부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을 단정적으로 규정해 법관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했다.

 

징계위는 가령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 4명에 각 징역 16, 집행유예 4(19, 경찰관에 2~3주 상해 가한 사안, 검사 실형 구형)”이라는 부분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요구 위법성, 시위 위법성, 경찰의 고충에 2~3주 상해를 입어 검사는 실형을 선고했음에도 전교조에 대한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으로 보인다전교조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학생운동 지지 좌익 판사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거나 세월호생존자 및 가족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2차 책임까지 인정’ ‘우리법연구회 출신역시 해당 법관을 손쉽게 규정짓기 위한 정보에 해당한다면서 그밖의 재판부 분석 문건 내용도 해당 정보를 제시하면 일반인이 그 법관의 이미지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내용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모욕적이고 명예훼손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과 동일한 ‘00대 출신 중 부장판사급 이상 5이라는 정보의 경우 해당 대학 출신 법관 명단을 별도 관리하며, 배석판사급, 단독판사급, 부장판사급 등으로 분류해 관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주요 판결에 각종 정보가 결합돼 특정 대학 출신, 대통령과의 관계, 박사모의 소란행위, 백남기 유족 편향등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데다 국가기관에서 수집, 배포되기에 매우 부적절한 특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이같은 지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한 행위라며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기준으로 성실의무위반 중 직권남용으로 인한 권리침해에 해당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로 해임에 해당하고,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에 따른 부당항 행위에 해당하며 고의가 있는 경우로 해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밀 엄수의 의무 위반 중 개인정보 부정 이용 및 무단유출에 해당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로 해임에 해당한다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기준 비위사실은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위반에 해당하고 사안 중대(고의) 또는 반복된 경우로 정직 이상에 해당한다고 비위사실별 양정기준을 명확히 했다.

 

징계위는 어떤 경위에서든 법관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에 관한 개인정보를 수집, 배포하는 것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징계양정 기준상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지만, 유례없는 사건이고 많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정직2개월에 처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이주철·김기현 기자 ]

 

1004-와 이런데도 징계정지 신청을 받아준거야 와

셔틀-, 요즘 같은 때 이런 언론이 존재하다니! 감사합니다! 윤석열은 사퇴하고 사법부를 탄핵하라!

세이튼-민족정론지가 하나더 탄생인가요!

난세국복-윤석열 범죄가 차고 넘치는데 긴급구속을 안합니까??

유유-경기신문의 진실된 보도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도 많은보도 부탁드립니다.

짱돌-검찰개혁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리카-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찰 미쳤네요

바른세상-경기신문응원합니다.❤❤

 

단독2]윤석열 채널A사건감찰·수사 방해검찰총장 권한 남용

경기신문 법무부 검사징계위 의결서 단독 입수 공개

채널A 사건에 대한 조직적인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 입증

윤석열 검찰총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대검 감찰부의 감찰 및 수사를 방해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신문이 입수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의결서 내용 중 채널 A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 관련 “20197월경 징계혐의자(윤 총장)가 검찰총장이 된 것을 계기로 당시 있었던 검찰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종래 특수수사를 주로 담당했던 이른바 특수통검사들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검찰청의 주요 보직에 전보(승진)된 결과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구성된 것으로 검찰청 내외에 알려졌다고 적혀있다. 이어 징계혐의자(윤 총장)2006년경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이 총괄하는 수사팀에서 한동훈(사법연수원 27)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함께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하여 친분을 가져왔다며 한동훈이 징계혐의자의 핵심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고 명시했다.

 

감찰 방해와 관련하여 “202042일 대검 감찰부(감찰부장 한동수)는 법무부로부터 검언유착 의혹(이른바 채널A 사건’) 관련 진상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받고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진상조사를 위한 감찰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사건 번호를 부여, 정식으로 감찰에 착수했고 한동수 감찰부장은 47일 휴가 중인 징계혐의자에게 한동훈에 대한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개시 사실을 보고했다고 적었다.

 

특히,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에 감찰개시 사실을 보고한 후 한동훈 등의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 감찰 및 수사를 동시 진행해 증거자료를 신속히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윤 총장이 한동훈에 대한 신속한 감찰 및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대검 차장검사를 통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한동수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징계위는 징계혐의자는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5,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4조를 위반하여 대검 감찰부에서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 사건을 부당하게 중단시킴으로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수사 방해와 관련해서는 당시 윤 총장이 대검 부장회의에 위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지휘를 위임하고, 자신은 관련해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므로 위 진정에 따라 자문단 소집 여부 역시 대검 부장회의가 결정해야 하나 2020619일 개최된 대검 부장회의는 자문단 소집 여부를 결정하지 아니했다고 명시했다.

 

윤총장은 한동훈에 대한 형사사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앞서 64일 공문으로 지시한 내용을 스스로 번복해 619일에 자문단 소집을 결정하고 29일 자문단 위원 선정을 위해 대검 소속 부장(검사장) 및 일부 과장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반발한 서울중앙지검이 위원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대검 부장(검사장)들도 절차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이를 거부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자 대검 일부 과장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자문단 위원 선정을 위해 자문단 소집을 강행하기도 했다.

 

징계위는 “616일은 물론이고 619일 대검 부장회의 개최 당시에도 자문단 소집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 이날 부장회의에서 자문단 소집이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징계혐의자는 자문단 소집을 고집하면서 형사1과장과 함께 자문단 후보 명단을 일방적으로 준비했다고 봤다. 이어 결국 징계혐의자는 취급 중인 사건관계인과 직연 등 친분관계 기타 특별한 관계가 있어 수사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사건을 회피하거나 행동강령책임관으로 하여금 직무 공정성을 확인 점검받는 등 대검훈령(‘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른 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채 최측근인 한동훈에 대한 정상적인 수사진행을 방해 또는 지연할 동기로 부당하게 지휘 감독권을 남용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단독3]윤석열의 정치적 언행은 검찰의 공정성·중립성 훼손···국민신뢰 잃어

경기신문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의결서 단독 입수

징계위, “징계 비위사실 중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은 명확

경기신문은 윤석열 총장의 재판부 분석 문건채널A 감찰·수사 방해에 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의결서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는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이 명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의 경우에도 비위 사실이 명확해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경기신문이 입수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 의결서 내용 중 징계 비위사실-‘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에는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과의 대화 내용을 꼬집었다.

 

의결서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10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국정감사를 받던 중 법사위원으로부터 "지금 여론에서 대통령 후보로 여론조사까지 되고 있는데 임기 마치고 정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윤 총장은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의결서에 나와있다. 이와 관련해 징계위는 "다수 언론과 국민들로 하여금 윤 총장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할 것임을 기정사실화 하거나 시사한 것으로 인식하게끔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윤 총장은 주요 여론조사 기관에서 시행하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유력 후보로 꾸준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유력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고, 202083일 대검찰청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발언이나 언론 사주들과의 만남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검찰 업무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시켰다고 봤다.

 

의결서 중 징계 비위 사실 인정 및 징계 양정의 이유를 보면 징계위는 징계혐의자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위 발언에는 정치라는 말이 일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나 징계혐의자에게 질의를 한 국회의원을 포함한 여러 국회의원은 징계혐의자의 발언을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사 표시로 받아들였고, 많은 국민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징계혐의자가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징계혐의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진 문제이다. 그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의 한 사람인 징계혐의자가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에 어떤 제한을 가할 수는 없다그러나 징계혐의자가 검찰총장의 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긍정하는 것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국회 발언 이후 징계혐의자의 발언이나 행동은 그것이 검찰총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은 그 발언과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징계혐의자의 퇴임 후 정치활동 가능성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사건 수사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일선 검찰청에서 아무리 공정하고, 정치적인 중립과 형평을 고려하며 수사를 하여도 그 결과에 대해 정치적 목적과 동기를 쉽게 결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검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함으로써 전체 형사사법질서를 혼란케 할 수 있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위사실 인정 이유를 밝혔다.

 

징계위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징계혐의자는 정치적 중립에 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징계양정 이유를 명확히 했다.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써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법도 검사는 직무 수행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윤리강령 제3조 제1항에서도 검사는 정치 운동에 관여하지 않으며, 직무 수행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형사사법기능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종국적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지켜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기현 기자 crokim@kgnews.co.kr 2020.12.24.

 

니도 기자냐?-이런 글을 쓰는 니가 기자냐? 챙피하지도 않냐 ?

호시우보-"독재권력에겐 시민이 저항하고 민주정부에겐 기득권이 저항한다"

정말 기득권 세력인 검찰,사법부,언론 최후의 발악입니다.

힘들지만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힘들지만 지치지 말고 끝까지 민주시민의 단합된 모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경기신문 널리 홍보하겠습니다. 경기신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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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월부터 12월까지 언론계 강타했던 사건은

[기획] 조선일보 100년부터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과 삼성전자 상무의 기자증까지 2020년 언론계를 돌아보다

1월 손석희 없는 JTBC

12일 신년토론을 끝으로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뉴스룸에서 퇴장했다. JTBC손석희없는 한 해를 보내며 뉴스시청률·신뢰도·영향력 등 각종 지표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JTBC 구성원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뉴스이용자들도 손석희의 빈자리를 느꼈을 한 해였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재난방송에 강했던 그의 부재는 아쉬웠다. JTBC는 뉴스 방향을 합리적 진보로 명시했고, 권석천 JTBC 보도총괄은 지난 5손석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구성원들을 독려했지만 아직까지 재도약의 모멘텀은 오지 않았다. 누군가는 유튜브로, 누군가는 MBC, 누군가는 JTBC에 남았다. 손석희 없는 언론계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2월 청주방송 이재학PD, 세상을 떠나다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14년간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프리랜서이재학 PD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의 처우개선을 건의한 뒤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고, PD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PD청주방송 노동자였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PD1심 패소 판결 직후인 24일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청주방송은 유족에게 PD가 부당 대우를 받았다. 잘못된 해고 과정을 겪었다며 공개 사과하고 지난 7월 이PD는 정규직PD로 명예복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1821개 지상파방송사업자 162개 방송국의 재허가 공통조건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방안 마련을 명시했다.

 

3월 조선일보 100

광복 이전엔 일제, 이후엔 권위주의 정부, 북한의 세습 독재와 싸웠다. 운동권 좌파의 괴담과도 맞섰다. 진실을 수호하기 위해 시대와 맞서고 시대를 이끌어온 100년이었다.” 35일 창간 10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가 지난 100년을 자평한 대목이다. 100주년 사설에선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7월 서울시청 사무실에 무단침입, 문서를 몰래 촬영하다 걸려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1월 조선일보는 고 박지선씨 모친이 작성한 유서 내용을 유족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단독공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시사IN이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서 조선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1위였다. ‘꺼지지 않는 등불이 누군가에겐 흉기다.

지난 4월 채널A 사과방송.

 

4월 채널A ‘검언유착의혹

방통위는 지난 420일 채널A 재승인을 의결하며 재승인 철회권 유보조건을 걸었다. 취재윤리 위반 건, 일명 검언유착의혹이 향후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전 신라젠 대주주를 상대로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유시민 등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게 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며 채널A 기자를 지난 8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해당 기자는 6월 해고됐다. 이 사건은 검찰과 함께 검찰 출입 기자를 향한 사회적 불신을 높이며 검찰 기자단 해체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해당 청원에는 22일 현재 31만 명이 참여했다.

 

5프로듀스101’ 순위조작 PD의 결말

프로듀스101’ 시리즈 순위조작에 의한 사기 및 배임수재,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엠넷 안준영PD에게 1심 법원이 지난 529일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오디션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메인PD의 결말이다. 지난해 시청자들의 문제 제기로 드러난 이 조작사건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프로그램 포맷으로 시청자를 기만한 것이어서 사회적 공분이 컸다. CJ ENM은 이 사건을 ‘PD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었으나 엠넷 아이돌학교에서도 순위조작이 드러난 상황이다. 지난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억울하게 탈락한 연습생이라며 투표조작 피해 연습생들 이름을 공개했다. 그리고 올해 엠넷의 야심작서바이벌 아이돌 오디션 아이랜드성적은 처참했다.

 

6월 뉴스 신뢰도 최하위, 슈퍼챗 세계 1위 가세연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에서 한국이 조사대상 40개국 중 언론 신뢰도 21%로 올해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국을 가리켜 전통적인 TV 뉴스 시청자들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 하락하고 있다. 유튜브가 뉴스에 점점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슈퍼챗을 가장 많이 받은 유튜브 채널 1위는 가로세로연구소, 22일 현재 106800원 수입을 기록했다. 지난 713일자 ‘[충격고발] 문재인 알고 있었다!!! 박원순 성범죄!!!’ 영상은 1999271원의 슈퍼챗 수입을 올렸다. 기성 언론의 낮은 신뢰도를 발판삼아, 일부 유튜브들이 가짜뉴스와 혐오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현실이다.

가로세로연구소의 고 박원순 시장 관련 콘텐츠 썸네일.

 

7YTN·서울신문 정부지분 매각 논란

정부 고위관계자는 75일 미디어오늘에 현 정부는 언론사 인사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때문에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도 없다며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지분 30.95% 매각 방침을 밝혔다. 창사 이래 늘 공영적 소유구조였던 YTN은 노사 모두 매각 반대입장을 냈고 한국경제신문은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신문 1대 주주 기획재정부는 지난 626일 서울신문 주식 30.49%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혀 현재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협상 중이다. 정부의 언론사 지분 소유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함께 건설자본이 소유한 신문·방송의 문제점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된 사건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8월 조국백서와 조국흑서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811일 일명 조국백서를 펴내고 대부분의 언론이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해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며 사실 보도, 진실 보도를 외면했다. 이 과정에서 오보와 왜곡보도가 넘쳐났고 인권침해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진중권씨 등은 일명 조국흑서를 펴내고 뉴스공장·알릴레오는 물론이고 대다수 진보언론까지 (조국 수난극이라는) 거대한 허구를 날조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MBC,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편을 드는 수호 방송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두 책 모두 공통적으로 언론을 문제로 꼽은 대목은 상징적이다. 이런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과 가족을 향한 왜곡보도에 하나하나 따박따박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9월 법무부가 쏘아 올린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

법무부가 92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내놨다. 상법상 회사인 언론사도 법 적용대상으로 오보에 대한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보도에 따른 손해의 5배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기자협회·언론노조 등 언론 관련 단체는 언론자유 위축을 비롯한 역효과를 우려하며 반대했고 민변과 언론인권센터 등은 피해구제를 위한 증액 배상에 찬성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2010~2019년 언론 보도 손해배상소송 인용액은 1990년대나 2000년대에 비해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개정안 찬반 다툼보다 중요한 건 이번 입법 논란을 계기로 어떤 방식으로든 비현실적인 언론 보도 피해 위자료를 높여야 하고, 왜 언론을 향해 여론이 징벌을 요구하는지 언론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연합뉴스

 

10월 삼성전자 상무의 기자증

삼성 간부라고 했는데 출입 기자로 왔다 갔다 하고 계시더라고요.” 107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폭로로 삼성전자 상무의 기자증이 드러났다.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 32번을 받았던 A씨는 2016년 초 삼성 대외협력팀 대관 담당 상무로 채용된 그해 6월부터 코리아 뉴스 팩토리출입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최근 1년간 100차례 국회의원회관에 드나들었고, 방문은 국정감사 전후로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해당 임원은 사의를 표명했다개인의 일탈로 정리했다. 이 사건은 기자증이 손쉬운, 음성적 대관을 위한 도구로 일류기업에 의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국회는 1022A씨를 공문서부정행사죄·건조물침입죄 등으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으며 현재 수사 중이다.

 

11MBN 업무정지 6개월, 그리고 재승인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투자자본금 556억 원을 편법 충당하고 수년간 회계 조작을 벌이고 이를 은폐해온 MBN에 대해 10306개월 방송 전부 업무정지행정처분을 의결했다. MBN은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역대 방통위 제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였지만, 동시에 승인 취소를 요구했던 이들에게는 방송통과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더불어 방통위는 1127일 역대 최대인 17개 조건을 걸고 MBN의 종편 사업을 재승인했다. 올해 문재인정부 첫 종편4사 재승인심사 결과 4사 모두 재승인을 받으며 종편 퇴출을 주장해온 언론 운동진영의 구호는 갈림길에 섰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원장은 종편·보도채널에 대해 허가냐 등록이냐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12월 트로트와 함께, TV조선의 반전

지난 3미스터트롯이 시청률 35.7%(이하 닐슨코리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올해 지상파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KBS 추석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시청률이 29%였다. 그리고 1217미스트롯2’ 첫 회는 27.1%(1·2부 합계)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TV조선은 지상파·종편 통틀어 중장년층 시청자 비중이 가장 높다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냈다. ‘미스트롯2’ 직전 편성된 메인뉴스 뉴스9’ 역시 178.9%, 249.2%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텐트폴효과를 보고 있다. 출범 초기 예능·드라마 없는 유사 보도 채널이란 조롱을 받던 TV조선이 이뤄낸 반전이다. TV조선의 시청률 고공행진은 방송계 전반의 트로트 열풍과 함께 지상파의 규제 완화 목소리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