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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13~1.18 문정부 사실은 조중동 그리고 유튜브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by 이성근 2020. 1. 12.


                주간경향-내일

상식의 힘앞에서 무너지는 보수언론·파워 논객들

추미애의 '검찰 학살'?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고 박종철 33주기 추모제 열려... "올해가 마지막 제사"

본격화한 '집값 자금 추적' 전쟁"누구냐, !"

총선 레이스 본격화각 당이 내건 '1호 공약' 살펴보니

한국인 평균나이 42.665세 이상 고령자 800만명 첫 돌파

초토화 작전최고라고 극찬한 미 군정 수뇌부

추미애 장관 첫 검찰 인사, 여론조사 해보니 의외

여성 장관 나체사진 합성 현수막광주에 내걸려

예비후보 1200, 선거구조차 모르고 뛰고 있다

가장 보통의 차별]당신은 주류입니까 소수자입니까교차차별의 사회

조선일보 조씨에게 마음의 빚? 법 지키는 국민 우롱

오늘날 거리 정치에 '개혁'은 존재하는가

하늘 두 쪽 나도 잡겠다” “땅 소유권 국가가끝없는 강남 저격

매매허가제한마디에 조중동 부글부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보도 극과 극

부동산 그림자금융 550조원 넘었다

팔든지"갭투자자들 '양자택일'만 남아

힘없고 가난한 자의 최후우리도 언젠간 다 늙는다

하다 하다 별이번엔 '반려동물보유세' 걷겠다는 정부

민주당 지지율 30%대로 급락···첫 조사 치른 새보수당은

, 인권위 거부에도 '왜곡' 발표했다

 

"한달 200만원 훌쩍"'겨울방학 특강' 꼼수에 허리휩니다

차가운 분노만 남은 고졸 청년들

세상은 고졸 청년을 없는 존재로 여긴다

대학들이 문 닫으면 지옥문이 열린다

이 사회는 희망을 체계적으로 박탈한다

 

하루 30분도 종이 안 보는 시대종이 ‘29’ vs. 모니터 ‘6시간

햇빛값’ 6000만 원 토해낸 내집 앞 건물주님

'국정농단' 삼성 이재용 재판에 치료적 사법? 헛웃음 나온다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길 잃은 자들을 위한 편파TV’


                 1.13 중앙-한겨레

                     한국-대구

                  기호-인천

                  경인-중부

                 국민-경향

                  국제-내일

                  한겨레-기호 1.14

                   경인-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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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인천

경인-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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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민

중앙-한국

국제1.17 대구

경향-한겨레

중앙-기호

한국-경인

인천-내일


1.13~17 경향 장도리


상식의 힘앞에서 무너지는 보수언론·파워 논객들

기존 질서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는 탈진실의 시대

문재인 정부에 저주를 퍼붓는 이른바 보수 신문들

조선일보-중앙일보, 검찰 간부 인사 대학살비판

여론조사는 대통령 직무 평가’-‘여당 지지도상승

맹목적 비판으로 신뢰 상실’-‘강도 높이기악순환

손석희 사장은 앵커 자리에서 왜 물러나야 했을까

유시민-진중권 등 파워 논객 영향력도 갈수록 줄어

나의 믿음과 일치하는 뉴스만 편식해 확증편향 강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질서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프랑스어 노트르담(Notre Dame)우리들의 귀부인이라는 뜻입니다.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기 때문에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성당의 이름으로 사용합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파리 대성당)는 파리의 랜드 마크입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1831년에 쓴 소설의 제목이 노트르담 드 파리였습니다. 소설 내용을 토대로 1998년 같은 제목의 뮤지컬이 만들어졌습니다.

 

소설의 시대 배경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기 시작한 15세기였고, 뮤지컬이 제작된 시기도 공교롭게 새로운 천 년을 앞둔 20세기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 질서의 붕괴를 바라보는 불안과 새 시대를 맞는 설렘이 뮤지컬 가사 곳곳에 잘 녹아 있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막은 신부 프롤로와 시인 그랭구아르가 함께 피렌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곡조도 좋지만 가사 내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직접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피렌체와 르네상스 이야기를 들려다오

브라만스와 단테의 지옥 편을 들려다오

피렌체에서는 지구가 둥글 거라 하고

지구상에는 또 다른 대륙이 있을 거라 하네

배들은 벌써 인도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대서양을 향해 떠났네

 

루터는 신약을 다시 쓸 것이고

우리는 분열의 시대 문턱에 서 있네

구텐베르크는 세상을 변화시켰고

뉘른베르크 인쇄소에서는 쉴새 없이 인쇄물이 쏟아지네

인쇄된 시들과 연설문과 팜플렛

새로운 생각들이 모든 것을 바꾸리라

 

작은 일은 항상 큰일들의 일부에서 오는 법

그리고 문학은 건축을 파괴할 것이다

교과서는 대성전을 파괴하고

성경은 종교를, 인간은 신을 파괴할 것이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파괴할 것이다

 

탐험선은 인도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대서양을 향해 떠났네

루터는 신약을 다시 쓸 것이고

우리는 분열의 시대의 문턱에 서 있네

하나가 다른 하나를 파괴할 것이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파괴할 것이다

 

갑자기 노트르담 드 파리소설과 뮤지컬 얘기를 하는 것은 지금이 바로 그때와 마찬가지로 혼란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정보화 혁명의 충격으로 겪는 이 시대 우리의 불안과 설렘이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것과 많이 닮았습니다.

지구구형설, 신대륙 발견, 종교 개혁, 인쇄 혁명은 중세 가톨릭 교회의 권위를 무너뜨렸고 르네상스로 이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21세기 정보화 기술, 인터넷, 빅 데이터, 인공지능은 20세기까지 세계를 지탱해 온 인본주의, 합리주의, 권위주의, 국가주의 등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형이상학이 아니라 구체적인 우리의 삶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대학교수, 법조인, 의사 등 전문가들, 그리고 각 분야 지도자들의 권위와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는 장면을 매일 매일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언론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세기는 언론의 시대였습니다. 3·1 운동 이듬해인 1920년 일제는 문화통치를 표방하며 두 신문의 창간을 허용했습니다. 올해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입니다.

 

언론은 우리나라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동아일보>의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부산일보> 김주열 열사 사진 보도, <중앙일보><동아일보>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보도, <한겨레> <제이티비시> <티브이 조선>의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등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역사가 뒤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은 날이 갈수록 공정성을 잃고 정파성을 심하게 드러내며 권위와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언론뿐만이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언론이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겨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권위와 신뢰의 추락으로 인한 언론의 위기는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검찰 인사를 한 것은 18일이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빼고 대검찰청 고위 간부를 거의 다 교체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동안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 제목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19일 치]

1/정권 수사하는 윤석열 사단대학살

2/총장에 인사 귀띔조차 않고, 대검 간부 8명 전원 해체한 폭거

3/워터게이트 검사 자르고 탄핵 몰린 닉슨···그에 비견될 보복인사

35/사설/‘수사막겠다고 검사들 모조리 좌천, 지금 독재시대인가

 

[110일 치]

1/이젠 윤석열 찍어내려 抗命으로 몰아가기

민주화 외쳤던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3/, 총리 내세워 사실상 감찰 지시···총장 알아서 나가란 메시지

도둑이 수사하는 검찰 목친 격 독재국가도 이렇게는 안한다

4/검찰 빅4 모두 호남 출신···법무 가장 균형있는 인사

진중권, “이번 인사, 친문 양아치 개그, 촛불 사기 민주당에 투표하지 말아야

35/사설/꿈도 꾸면 안 될 일 해치우는 정권, 눈에 보이는 게 없나

검찰 수사라인 날린다고 비위가 사라지지 않는다

 

[111일 치]

1/‘정권수사 4중 봉쇄망치는 정권

3/윤석열 허수아비 만들기 작전···장수 날리고 칼까지 뺏는다

27/사설/“감히 을 거역”, 王朝로 돌아간 민주화 정권의 진노

 

<중앙일보>는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19일 치]

1/검찰 대학살···정권 수사 윤석열 손발 다 잘랐다

2/친문 중앙지검장·검찰국장···윤석열은 대검에 갇혔다

3/법조계 정권 수사하는 검사 치는 게 검찰 개혁이냐

30/사설/폭압적 검찰 인사 참사···정의가 학살됐다

 

[110일 치]

1/대학살 다음 날···이낙연까지 윤석열 협공

3/추미애 윤 총장이 내 명 거역검찰 지금이 왕조시대냐

진중권 추미애, 권력 사유화한 당신들이 도둑···대통령은 PK 친문 보스

30/사설/청와대 권력 수사, 잔인한 학살 인사에 흔들려선 안 된다

 

[111일 치]

1/영장 들고 청와대 간 검찰, 8시간 20분 뒤 빈손 철수

3/법무부, 윤석열 감찰 가능성···윤 총장 수사 연속성 지켜라

 

어떻습니까? <조선일보><중앙일보>가 이 정도로 심하게 비판할 정도면 정권이 흔들거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치부 기자로서 국회와 정당 관계자들, 그리고 동료 언론인들에게서 체감하는 기류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중앙일보>가 이번 검찰 인사를 너무 심하게 비판한다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론조사 결과였습니다. 한국갤럽의 2020년 첫 정례조사 결과가 110일 발표됐습니다. 1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 인사 결과도 어느 정도 반영된 여론이라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47%, ‘잘못하고 있다’ 43%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셋째 주에는 잘하고 있다’ 44%, ‘잘못하고 있다’ 46%였습니다. 긍정 평가가 늘고, 부정 평가는 줄어든 것입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셋째 주 37%에서 이번에는 40%로 올랐고, 자유한국당은 23%에서 20%로 내려갔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한국갤럽 자료

 

한국갤럽 자료

 

, 이런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조선일보><중앙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의 정권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국민이 생각한다면 여론조사가 결과가 이렇게 나타날 리가 없습니다.

물론 여론조사는 한 번으로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정확한 흐름은 이번 주 금요일에 나오는 한국갤럽 정례조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겠지요.

어쨌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이른바 보수 성향 신문의 최근 보도가 우리나라 국민 다수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보수 성향 신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를 너무 지나치게 비상식적으로 비판하는 바람에 상식적인 독자들의 외면을 받아 영향력이 줄어들고, 또 줄어든 영향력 때문에 문재인 정부를 향해 더 크게 악을 쓰는 식의 악순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맹목적인 반문재인주의에 몰입해서 갈수록 극우화하는 자유한국당 및 태극기 부대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때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던 유력한 신문들이 이처럼 권위와 신뢰를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언론의 위기가 조중동으로 일컫는 이른바 보수 신문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러분은 <제이티비시> 손석희 사장의 앵커 퇴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석희 사장은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30여년간 우리나라 언론의 역사를 농축한 인물입니다. 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나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순위에서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을 밀어내고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손석희 사장이 왜 앵커에서 물러나는 것인지 그 진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제이티비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방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회사 앞에 태극기 부대가 몰려들어 빨갱이 방송이라고 난리를 쳤다. 그런데 막상 방송을 시작하면 이번에는 실시간 댓글 창에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욕설로 댓글 창을 도배했다. 다른 의견을 달 수 없을 정도였다. 손석희 앵커가 견딜 수 없는 한계에 이른 것 같다.”

 

손석희 앵커가 조국 장관에 대한 보도와 논평을 잘못했을 수 있습니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이 손석희 앵커를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앵커가 물러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요? 방송 시청률은 오를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손석희 사장이 대표와 앵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면 대표를 포기하고 앵커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대표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만, 앵커를 손석희 사장만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제이티비시>의 처사와 손석희 사장의 선택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태극기 부대나 이른바 보수의 압력으로부터 손석희 앵커를 지켜주기에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너무 허약한 사람이었기 때문일까요? 방송 시청자나 청취자들이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앵커가 아니라, ‘나쁜 놈들을 물리쳐 줄 수 있는 확실한 우리 편을 선호하기 때문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물러난 자리를 누가 메울 수 있을까요? 메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앵커 퇴진은 한국 언론의 큰 손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이티비시 제공

 

권위와 신뢰의 추락이 언론사와 언론인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언론인은 아니지만 웬만한 언론인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진 논객들이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해 10월부터 벌어진 조국 사태에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에서 그는 일종의 균형자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리한 언행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방송 토론에서 2004년 열린우리당 4대 개혁 입법이 안 된 원인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상임위 회의장 및 본회의장 육탄 저지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부영 전 의장이 유시민 의원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내 강경파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유시민 작가와 이부영 전 의장의 주장이 배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시민 작가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유튜브 알릴레오 갈무리

 

진중권 전 교수는 조국 사태로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친문 세력과 싸우고 정의당을 탈당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인사를 극단적 용어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이른바 보수 언론이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겠지요.

 

한겨레 자료 사진

 

아무튼 유시민 작가와 진중권 전 교수 같은 유력 논객들도 시간이 갈수록 과거에 가지고 있던 권위와 신뢰, 인기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과 논객이 권위와 신뢰, 영향력을 잃고 특정 정치 세력의 앞잡이로 전락하거나 매도당하는 이런 현상은 도대체 왜 벌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정보화 혁명의 역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사람들이 확증편향으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며, 선동에 오히려 취약해지는 탈진실의 시대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쉽게 말하면 모든 사람이 모든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기존의 권위와 신뢰를 몽땅 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사람이 자신이 믿고 싶은것만을 사실로 받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점점 더 가속화할 것입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가짜 뉴스를 편식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진실과 믿음을 헷갈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보의 바다에 표류하면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추천이라는 파도를 몇 방 얻어맞으면 미지의 장소로 떠밀려 가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상식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조국 사태부터 시작해서 최근 검찰 인사에 이르기까지 과연 상식이 무엇이었는지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뒷북치기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제 생각이 옳다는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제가 생각하는 상식은 이런 것입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주의자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 주요 간부 인사를 윤석열 검찰총장의 뜻대로 한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무리한 일이었습니다.

넷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도중에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를 시작한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다섯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여러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무리한 일이었습니다.

여섯째, 조국 법무부 장관이 스스로 사퇴한 것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일곱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는 크게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여덟째,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적절한 일이었습니다.

아홉째,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의 제청을 받아 검찰 주요 간부들을 대거 교체한 것은 별문제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열째,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울산시장 경선 개입을 이유로 검찰이 조국 전 민정수석과 청와대를 겨냥해 수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열째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유재수 전 부시장을 감찰하다가 덮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상식적으로 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검찰이 내사나 수사를 하다가 덮은 수많은 사건도 같은 혐의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울산시장 경선 개입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정도면 여당의 경우는 대통령이, 야당의 경우는 당 대표가 결정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치적 관행입니다. 청와대 실무자들의 개입과 조정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물론 청와대가 경찰을 동원해서 선거 직전에 무리하게 야당 후보에 대해 수사를 하도록 시켰다면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인과 관계가 명확하고 증거가 분명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수사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수사기관의 재량입니다. 검찰의 정치인 수사에 대해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 검찰이 뭐라고 해명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상식의 힘을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이른바 보수 언론이 대학살이라며 길길이 뛰어도 다수 민심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주장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혼란스럽습니다. 기존 질서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면 세상이 망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의 권위와 신뢰가 붕괴하면 세상이 망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옛것이 가면 새것이 오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뮤지컬 1막은 그랭구아르가 부르는 대성당들의 시대라는 노래로 시작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는 설렘과 세상의 종말에 대한 불안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곡조와 노랫말이 아름답습니다. 찾아서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신의 시대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일어난 이야기

때는 1482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조각을 하고 시를 짓는

우리 무명의 예술가들은

당신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네

다가올 시대를 위해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 년을 맞지

인간은 별에 오르기를 원하며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돌 위에 돌을 쌓으며, 하루가 지나

세기가 흘러

사랑으로 세운 탑들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지

시인과 음유시인들은

노래했지, 사랑의 노래를

인류에게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노래를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 년을 맞지

인간은 별에 오르기를 원하며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 년을 맞지

인간은 별에 오르기를 원하며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성문 앞을 메운

이방인들의 무리

이 이교도들, 야만인들을 성안에 들게 하라

이 세상의 끝은

이천년으로 예정되어 있지

그건 이천년이라고

 

이 세상은 2000년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머지않아 새로운 질서가 찾아올 것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추미애의 '검찰 학살'?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실록 14] 검찰에서 크게 쓰임 받은 검사들은 따로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를 놓고 자유한국당이 고발과 탄핵 운운하고 있다. '검찰 학살'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간 검찰 인사가 얼마나 부조리했나를 되돌아보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의사와 검사의 공통점이 있다. 생명과 신체에 관한 일을 한다는 점이다. 경찰과 판사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검사의 직무는 국민의 생명 및 신체와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 검사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조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제12조 제3항이다.

 

헌법 제12조에는 7개 항이 있다. 3항 이외의 나머지 항들도 검사의 직무와 관련돼 있다. 수사나 체포·구속·압수·수색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12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조문 전체가 국민의 신체에 관한 규정임을 알려주고 있다. 검사의 직무가 국민의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헌법은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에 관한 제110조 제3항에서 비상계엄 군사재판을 단심제(1심제)로 할 수 있다고 한 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했다. 사형 제도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이 헌법 규정에 의해 판사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고 검사는 사형을 구형할 수 있다. 검사의 직무가 국민의 신체뿐 아니라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오마이뉴스

 

신체와 생명에 그처럼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므로, 검사는 필요한 '의학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그 지식을 구체적 사건에 잘 적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해서 혐의 있는 '환자'는 재판에 넘기고 혐의 없는 '환자'는 돌려보내야 한다. 법률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잘 가려내고 정확한 형량을 구형하는 것도 검사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유죄 선고를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혐의 피의자를 많이 가려내는 것도 검사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무혐의를 잘 밝혀내서 그들의 신체·생명이 부당한 침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명검사의 요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검사들이 많아져야만 국민들이 사법 서비스를 마음 놓고 받고 그 결과에도 기꺼이 승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검찰·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줄어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한민국 검사들한테는 그런 능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국민들은 그런 능력을 갖춘 검사들을 존경한다. 또 그런 능력을 갖춘 검사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검찰에서 크게 쓰임 받은 검사들

하지만, 그런 검사들은 그간 크게 쓰임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명검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만드는 자극제가 검찰 내에 별로 없었다. 그런 명검사가 된다고 해서 동료 검사들에게 크게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높이 출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검찰에서 크게 쓰임을 받은 검사들은 따로 있었다. 그간 어떤 검사들이 크게 쓰임을 받았는지는 검찰 수뇌부인 검찰총장과 검사장들의 출신지역 분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서울 연희동 출신인 윤석열 현 총장까지의 역대 총장 43명 중에서 27.9%12명은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었다. 43명 중 10명은 대구·경북(TK) 출신이었다. PKTK를 합하면 총 22명으로 51.2%가 된다. 역대 총장의 절반이 영남 출신이었던 것이다. 한편, 충청도 및 서울 출신은 각각 6, 이북 출신은 5, 호남 출신은 3, 강원도 출신은 1명이었다.

 

영남권 편중은 차관급인 검사장들의 출신지역에서도 나타난다. 2017년 기준 전국 검사 2022명 중에서 검사장은 47명으로 2.3%를 차지했다. SBS 뉴스가 역대 검사장들의 출신지역을 조사해서 2017724일 발표한 기사 '검찰의 별 검사장, 그들은 누구인가?... 345명 전수 분석'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2017년까지의 역대 검사장은 총 345명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역대 검사장 중에서 부산·울산·경남 출신은 71(20.6%)이고, 대구·경북 출신은 62(18.0%)이었다. 영남 출신이 총 38.6%였던 것이다. 한편, 호남 출신은 70(20.3%)이었다. 기타 지역으로는 서울 55(15.9%), 대전·충청 43(12.5%), 인천·경기 21(6.1%), 강원 9(2.6%), 제주 3(0.9%)을 들 수 있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양쪽에서 영남권 출신의 우세가 확연하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1992422일자 <한겨레>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이처럼 지역 편중이 심했던 것은, 영남 출신 검사들이 법률지식이 더 많고 법률적용을 더 잘하고 혐의 유무를 더 잘 가려내기 때문이 아니었다. 검사가 갖춰야 할 '진짜' 능력을 영남 출신들이 더 잘 갖췄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같은 지역 편중은 1972년 유신헌법 공포 이후인 제4공화국 때부터 두드러졌다. 정통성이 현저히 약해진 유신체제 하의 박정희 정권이 효율적인 국민 통제를 목적으로 동향 출신 검사들을 우대한 결과다.

 

1992422일자 <한겨레> 기사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18(), 검찰 3()'"박정희 정권 이후 호남 인맥은 검찰 최고 상층부 진입이 사실상 막혔을 정도로 거세당한 측면이 많다""호남 인맥의 한 중견 검사는 이에 대해 "3공화국까지만 해도 지역차별이 덜했으나 유신 이후부터 (호남 출신들이) 요직에서 배제되는 인사 관행이 굳어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인사 관행이 굳어지면서, 법률을 잘 적용하고 혐의를 잘 가려내고 재판을 잘하는 검사가 유능한 검사가 아니라, 정권 핵심부와 연이 닿고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가 유능한 검사로 통하게 됐다. 검찰 밖의 언론이나 기업에서도 그런 식으로 검사의 능력을 평가해왔다.

 

그같은 분위기에서 검사가 출세하는 방법은 명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정권 핵심부나 검찰 수뇌부와 어떻게든 연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노력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출신인 경우에나 이런 노력으로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잘하는 의사보다는 대통령이나 병원장과 친한 의사들만 승진하고 그런 의사들이 주요 수술을 맡는다면, 그 병원은 머지않아 환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대한민국 검찰'에서는 '수술 실력'이 아니라 그 외적인 요소에 의해 검사들의 출세 여부가 결정되곤 했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검사, 검찰 구성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감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유성호

 

잘못된 인사 관행은 김대중 정부 때도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호남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는 명분하에 호남 출신들을 중용했고, 이는 불공정한 관행을 혁신하기보다는 오히려 영호남 대결 구도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때는 물론이고 노무현 정부 때도 그런 관행이 제대로 해소될 수 없었다.

 

지금 검찰개혁은 '공수처법 통과'라는 산을 이미 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산 앞에 서 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도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여전히 수사권을 행사한다. 또 일반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 수사의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또는 고소인의 불복 등을 이유로 검찰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도 검찰이 여전히 국민의 신체와 생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검찰의 불공정한 인사 관행이 하루빨리 혁신돼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민들의 신체와 생명이 더는 불필요한 위험에 내맡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인사가 혁신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유능하고 정직한 검사들이 검찰총장직과 검사장직으로 대거 진출한다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법적 결과에 승복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추미애 장관의 인사 개혁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검찰 본분에 부합하는 훌륭한 검사들이 주요 요직으로 진출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검찰이 '안전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좀더 철저한 인사 개혁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김종성(qqqkim2000) 오마이뉴스


고 박종철 33주기 추모제 열려... "올해가 마지막 제사"

 

12일 오후 서울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3주기 추모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종철열사 기념사업회 김세균 이사장 성하훈

 

3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박종철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1987년 한국사회 민주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고 박종철 열사의 33주기 추모제가 12일 오후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살해당했던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종철 열사의 선후배들과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민주진보진영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박종철 열사를 기렸다. 박종철 기념사업회 김세균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박종철 열사가 한국 민주 제단에 몸을 바친 지 33년 긴 세월이 지났다""이 시점에서 박종철 열사가 꿈꿔왔던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적 민주주의 성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기에 오는 분들이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을 받들어 활짝 핀 민주주의 사회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추모만 하지 말고 가슴에 새겨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당시 항의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진압에 고통을 당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박종철 열사가 민주주의와 자유의 소중함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지선 스님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사명이 한 가지 더 남아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자유가 남아 있는 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발전시켜야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요청했다.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뀐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해 말 설계가 확정돼 늦어도 올해 말에는 새 단장을 위한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지선 스님은 또 "박종철 열사가 폭압과 압제에서 죽임을 당했지만 역사와 함께, 민중과 함께, 약한 사람들에게 광명이 됐다""추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슴에 새겨서 민주화, 인권, 평화통일이 될 때까지 생활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심에 따른 민주화가 생활화돼서 떨쳐 일어나 박종철을 추모하자"고 말했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에서 "1월 어느 날도 춥지 않은 날이 없었는데, 이 좁은 방에서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라며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버린 제2의 박종철이 136명이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136명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유감을 나타내며 "16대 국회부터 관련법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독립을 저해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빨갱이라는 인식을 갖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광화문에 태극기와 성조기 들고 다니는, 우리나라 독립을 저해했던 친일파와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후예들이 자한당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4월에 있을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본격화한 '집값 자금 추적' 전쟁"누구냐, !"

"누구냐, "

20대 중반 직장인이 있습니다. 지난해 초, 서울 강남에 있는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샀습니다. 자금의 80%"부모님에게 빌렸다"라고 신고했습니다. 분명히 "빌렸다"라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원금과 이자를 갚은 내역은 없었습니다. 또 다른 10대 미성년자는 40대 부모님과 함께 12억 원짜리 집을 샀는데, "그동안 자기가 저금해온 4억 원을 집 사는 데 보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갓 직장을 구했을 20대가 8억 원을 빌려 강남에 집을 사고, 10대 미성년자가 저금했던 4억 원을 집 사는 데 보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적어도 '수학적'으로는 가능성이 '0'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통계학적'으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겠지만요.) 그래도 여전한 찜찜하고 석연찮은 느낌,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곱씹어볼수록 더 궁금해집니다. '은밀하게 뒤에 서 있을 거 같은 존재', 그가 누군지 말이죠.

그래서 국토부가 관계기관들과 합동으로 조사해봤습니다. 서울 지역에서 이뤄진 주택 매매를 분석해봤더니, 대략 35% 이상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실거래 조사 1차 조사 결과-19.11.28. : 주택 거래 1,536건 중 '탈세 의심'으로 국세청 통보 532,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 23,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10')

 

100건 가운데 1~2건이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100건 중 35건이 수상하다면 그것은 규칙성을 가진 '필연'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국토부는 이 같은 '필연'들이 집값 상승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칼을 빼 들었습니다.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말이죠. "실제 돈을 댄 전주(錢主)누구냐, "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국토부가 베일에 감춰진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들고나온 '방법론'은 단명합니다. 한 마디로 "밝고", 두 마디로 "투명하고", 세 마디로 "단호하게"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음지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며,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투명하게 공개해,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집 사는 들어가는 돈을 증여나 상속을 받는다면, 그것을 누구에게서 받는지 상세히 밝히게 했습니다. "누구에게 돈 받았어? 부모? 형제? 친척? 부부? 그것도 아니면 팬?" 돈을 건넨 주체가 누군지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단순히 증여·상속 금액만 기재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돈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 소상하게 다 밝히라는 것입니다. 당장 돈을 주려던 사람은 움찔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실제로 취재해 보니 특히 사업하는 분들의 부담이 커 보였습니다. 어느 유통업자는 "돈을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사업하며 자금을 여기저기서 융통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에 대한 자금 추적이 들어오면 솔직히 매우 부담스럽다. 싸늘하게,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돈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세금 액수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가령, 부부간에 서로 증여했다면 6억 원까지는 면세, 즉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 직계존비속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면세 범위가 5천만 원까지로 확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1억 원 이하는 10%, 1~5억 원 20%, 5~10억 원 30%, 10~30억 원은 40%, 30억이 넘어가면 무려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더욱이 미성년자라면, 면세 범위는 2천만 원으로 더 좁아집니다. 집을 사라고 주는 돈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는 것입니다.

이처럼 국토부가 돈을 준 주체가 <누구냐>를 철저하게 따지는 것은, 그만큼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돈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돈을 쉽게 주지 못하는 일종의 '진입 장벽'을 만들어두면, 자연스레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집값 안정에 도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주택취득자금 출처 공개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누가 준 것인가?"뿐 아니라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도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주택 구매자금 중 현금과 그와 비슷한 자산은 '현금 등'으로 뭉뚱그려 기재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앞으로는 현금/기타 자산으로 나누고, 더 나아가 기타 자산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적시하게 바꿨습니다. 현금과 비슷한 자산 있다면, 그것이 금괴이냐, 비트코인이냐 이거까지도 명확하게 밝히라는 것입니다. 예상 가능한 모든 '꼼수'도 다 찾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런 자금을 <어떻게> 주고 또 받는지도 설명하게 했습니다. 계좌 이체했는지, 보증금·대출 승계인지, 아니면 현금으로 준 것인지도 밝혀야 합니다. 만약, 현금으로 집값을 냈다면 "오늘처럼 첨단 IT 금융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왜 그 무거운 돈다발을 끙끙거리며 어렵게 싸 들고 가서 건넸는가?" 그 이유까지도 적어내야 합니다. 기록에 남지 않는 현금 거래까지 빠짐없이 확인해, 틈새를 주지 않겠다는 국토부의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상 범위도 기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 원 이상 주택 + 비규제 지역 6억 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했습니다. 이 범위에는 웬만한 수도권 주요 지역은 다 들어갑니다. 사실상 수도권 집값은 어떻게든 진정시키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어느 부동산 전문가는 "적어도 4월 총선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동작 그만' 하라는 것이다. 꼼수 부리지 말고, 시쳇말로 '밑장 빼기' 하지 말고 가만히 숨만 쉬고 있으라는 거 같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주택취득자금 종류, 마련 방법 공개



",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겄습니다."

이처럼 신고 절차는 매우, 매우 깐깐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입증하는 과정은 더 촘촘해졌습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이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무려 15종에 달하는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내게 한 것입니다. 증빙서류만 15종이나 되니,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조차 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현재는 자금조달계획서만 우선 제출하면, 추후 지자체가 그 계획서를 보면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싶을 경우, 신고인에게 서류를 요청해 받아서 보는 방식으로 검증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 의지에 따라 조사 강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9억 원이 넘는 주택은 예외 없이 정해준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내라고 규정을 강하게 정한 것입니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금융기관 예금이 있으면 예금잔액증명서와 잔고증명서를, 주식 매각대금이 있다면 주식거래내역서(잔고증명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현금 등 기타 항목을 기재했다면 소득금액증명원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증빙서류를 제시하고, 만약 회사에서 지원을 받았다면 그에 맞는 증빙서류도 당연히 내야 합니다. ,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금융거래확인서,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사실상 모든 것을, 빠짐없이, 전부 다 검증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관점

정책이란 것은 결국, 특정 목적지를 가기 위한 수단이고 도구입니다. 그럼 이번 정책의 최종 목적지는 무엇일까요? 어느 전직 고위 공무원이 과거 언론에 투고했던 글을 보며 그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 문제에서 진보란 자신의 정직한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자기 노동에 기초하지 않은 부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며,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자식에게는 부모의 지위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는 제도를 만들자는 기획(企劃)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없이는 아무리 개인이 죽어라 뛰어도 그는 다람쥐 쳇바퀴 속에 있을 뿐임을 대중이 알아야 한다."

 

"노동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이나 다른 이가 건네준 부(집값)에 대해서는 증여세·상속세 등 세금을 부과하고,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경제적 출발점이 차이 나는 (증여나 상속) 것을 막자. 그리하며,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로 대표되는 사회의 경제적 계급을 극복하자." 이런 취지가 이번 부동산 대책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그것을 시스템으로 제도화해 개개인이 겪을 상실감과 좌절감을 최소화하자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구절과도 맥이 이어집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정책을 두고도 당장 '반시장적인'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언제까지 부동산 시장을 투기 대상으로 단정 짓고, 규제 일변도 정책만을 펼칠 것인가",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집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고, 내 집 마련 꿈을 꾸는 무주택자는 잠재적 투기꾼인가?", "집을 가진 사람은 적폐이고 물리쳐야 할 대상인가?", 이 같은 부정적 평가가 쏟아집니다. 심지어 "현금 부자들만 행복해지고 정작 피해는 서민만 본다.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 정책이다."라는 혹독한 비판도 나옵니다.

 

'국민' 앞에 선 정책

1961, 로렌츠란 미국 기상학자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 변화를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초깃값인 0.506127을 넣자, 천둥·번개가 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로렌츠는 잠깐 쉬었다가 다시 작업했는데 이때는 소수점 이하를 일부 생략하고 0.506을 초깃값으로 입력했습니다. 0.000127이라는 극히 작은 값의 차이, 하지만 결과는 완벽히 달랐습니다. 천둥·번개에서 '아주 맑음'으로 예측 결과가 뒤바뀐 것입니다. 모든 시스템이 똑같은 상황에서, 소수점 여섯 자리에서 한 반올림만 했을 뿐인데 결과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로렌츠는 2년 뒤 이 같은 사실을 연구 결과로 발표했고, 훗날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까? (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란 주제로 강연하며 일반에게도 '나비 효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구성 요소가 비교적 단순한 계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운동'을 카오스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부동산 시장은 카오스를 넘어선 '복합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합계는 구성 요소, 그러니까 '수많은 변수가 상호 작용하는 계'입니다. 금리, 유동자금, 교육, 교통, 사회문화, 출산율, 기수 등등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며 영향을 주고 또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누구라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다만, 국민의 냉엄한 평가는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시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말한 '신 앞에 선 단독자'처럼 국민 앞에 다시 섰습니다. 정부의 이번 승부수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시청자 여러분의 관점에서,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잘 지켜보겠습니다./한세현 기자 SBS 뉴스

 

총선 레이스 본격화각 당이 내건 '1호 공약' 살펴보니

오늘(12) 뉴스룸은 첫 소식으로 석달 정도 남은 총선 화두를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국회를 뒤흔든 이른바 '패스트트랙' 정국이 사실상 내일이면 정리가 될 걸로 보입니다. 그럼 이제 '총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죠.

기자]

 

내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나면 총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본회의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올라갑니다. 회의를 마친 뒤 민주당은 오는 수요일쯤 1호 공약을 발표하며 총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1호 공약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카테고리로 청년, 경제 관계 등이 있다""청년 주거, 생활비 절감 등이 연관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 문제를 고려했을 때 청년 주거에 관한 공약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30만 원 지급을 내세웠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권 심판론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이미 공약 1호로 공수처법 폐지를 내세웠습니다. 당초 부동산 등의 정책을 검토하다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편 정의당은 벌써 청년기초자산을 마련해주는 제도를 1호로 발표하며 청년 표심 살리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새로운 보수당도 이번 달 중에 청년을 중심으로 한 1호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jtbc

             

한국인 평균나이 42.665세 이상 고령자 800만명 첫 돌파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51849861명으로 1년 전(51826059)보다 23802(0.05%) 늘었다   전체 주민등록 인구 수는 지난 2008년 통계청에서 행안부로 관련 통계가 이관돼 작성·공표된 이래 가장 많다.

 

하지만 증가율은 매년 둔화해 역대 가장 낮았던 2018(0.09%)보다도 더 낮았다    주민등록 인구 중 거주자는 51349402(99.04%)이었다.   거주지를 신고하지 않았거나 해외에 장기 체류해 거주불명자로 등록된 인구는 426726(0.82%), 재외국민은 73733(0.14%)이다.

 

성별로는 여자가 25985045(50.1%)으로 남자(25864816·49.9%)보다 12229명이 더 많았다. 50대 이하에서는 남자 인구가, 60대 이상에서는 여자 인구가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8667377(16.7%)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40(8383230·16.2%)와 합하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307071024(13.6%), 20681356(13.1%), 60631651(12.2%), 70세 이상 5481299(10.6%), 104959010(9.6%), 10대 이하 4166914(8.0%)순이었다

 

평균 연령은 42.6세로 0.5세 올라갔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년 전보다 38만명 늘어 800만명을 돌파했다. 노인과 아동 인구 비율의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5%0~14(12.5%)보다 3.0%포인트 높아졌다.     65세 이상 비율은 20160~14세 비율을 처음 추월한 뒤 2017년 그 격차를 1.1%포인트, 2018년에는 2.0%포인트 벌어졌었다.  

 

21대 총선에 '18세 선거권'이 적용되면서 투표할 수 있는 2001년생 인구는 558704명이었다. 20021~4월생까지 합하면 고교 유권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행안부 측 설명이다. 평균 연령보다 낮은 지역은 총 7개 시·도였다. 세종(36.9), 광주·경기(40.8), 울산(40.9), 대전(41.3), 인천(41.6)이다.

 

1년 전보다 주민등록 인구가 늘어난 시·도는 총 5곳이다   경기가 162513명 늘어난 13239666명으로 집계됐다. 세종(26449), 제주(3798), 인천(2384), 충북(755) 순으로 인구 증가폭이 컸다   반면 서울이 가장 많은 36516명 빠져나갔다. 부산(-27612), 대구(-23738), 전북(-17915), 대전(-15066), 전남(-14225) 등의 순으로 인구가 줄었다. ··구 중에서는 전년 대비 63곳이 증가하고 163곳이 감소했다.


초토화 작전최고라고 극찬한 미 군정 수뇌부

미 군정주한미군사고문단, 5.10선거 반대 범죄자로 취급 드러나

제주4.3평화재단, 미국 현지조사 결과 38000매 관련 기록 입수

 

19491싹쓸이(cleaning-up)’와 로버츠 장군의 최고 수준의 사고(top level thinking)”라고 극찬한 내용을 기록한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 /사진=제주4.3평화재단

 

미 군정과 주한미군사고문단은 5·10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치범수준을 넘어 범죄자로 취급했으며, 제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초토화작전을 훌륭한 작전으로 평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조사연구실(실장 양정심) 주도로 지난해 미국자료현지조사팀(팀장 김기진) 3명을 구성, 6개월 동안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중심으로 43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관련 기록 38000여 매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현지조사팀이 이번에 확보한 자료 중에는 미군정과 군사고문단 수뇌부의 인식을 직접 기록한 자료들이 많다. 특히 조사팀은 이런 정보를 미 정부 및 군 최고 수뇌부가 공유, 인지하고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연합군최고사령부(Supreme Commander for the Allied Powers, SCAP) 자료에 따르면, 미군정의 최고책임자인 하지(Hodge) 중장은 남한의 단독선거를 앞둔 194833UN임시위원단과 덕수궁에서 가진 회의에서 정치범(political prisoner)’에 대한 정의를 놓고 극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UN임시위원단은 남한의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으니 그들을 정치범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지는 선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파괴하는 자들을 어떻게 정치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동기는 정치적일지 모르나 범죄자일 뿐이다라며 강력하게 맞섰다.

 

임시위원단은 우익세력이 그런 행동을 해도 마찬가지냐고 따졌고 하지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사팀은 이같은 자료를 근거로 “‘정치범범죄자는 대응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의 이 같은 답변은 510선거를 반대한 제주지역에서 미군의 지휘 아래 한국 군경과 우익단체에 의한 무차별 학살이 저질러지게 된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남한에 진주했던 24군단의 상위기관인 미 극동군사령부(Far East Command, 일명 맥아더사령부) 문서에 의하면 4·3봉기가 일어나고 한 달가량 지난 19485월 제주에는 미군 70명이 주둔하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4872일자 미 국무부 문서에는 하지의 정치고문 제이콥스(Joseph E. Jacobs)는 제주의 최고지휘관 브라운(Rothell H. Brown)대령의 보고를 바탕으로 제주도민의 80%가 공산주의자와 관계되어 있거나 공포 때문에 그들과 협조하고 있다고 국무부에 보고한 내용도 담겨 있다.

 

제주를 방문한 로버츠 장군. 주한미군사고문단장이었던 그는 한국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송요찬 연대장은 대단한 지휘력을 발휘했다. 이런 사실이 신문과 방송 대통령 성명에 의하여 대대적으로 선전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역사문화아카데미 자료집

 

주한미군사고문단장 로버츠(Roberts) 공한철 등 미군 보고서에 제주도에서 소위 초토화작전을 의미하는 싹쓸이(cleaning-up)’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에 의하면, 로버츠 준장은 1949128공산주의자들을 싹쓸이하기 위해 제주에 1개 대대를 추가 파병하겠다는 채병덕 참모총장의 서한에 대해 최고 수준의 사고(top level thinking)”라고 극찬했다.

 

극동군사령부 정보요약 보고에서도 우익세력의 행위에 대한 하지의 답변과는 달리 미군은 1949220일 제주에서 민보단이 76명의 주민들을 창으로 찔러 살해했을 때 그들에게 주의(brought to the attention)’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짓고 있다.

 

극동군사령부 문서 1949721일자에는 유재흥 대령의 귀순공작과 사면정책에 의해 하산한 사람들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2000명의 공산주의자들(Communists)에 대한 재판이 제주도에서 최근 진행되었다. 350명의 사람들이 사형을, 1650명이 20년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 43 군사재판 수형자 중 일부가 지난해 한국 법원에 의해 무죄나 다름없는 공소기각과 국가보상판결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당시 미군은 공산주의자들이란 누명을 씌우고 불법적인 재판과 가혹행위를 가해도 용인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사팀은 미군 최고수뇌부의 이런 인식은 공산주의자는 통상의 법률적 방법으로 다뤄선 안 된다던 이승만의 인식(1948515일자 극동군사령부 문서)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이승만이 극동군사령부 정보국 담당자와의 면담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4·3평화재단은 이번 조사에서 38500여 매의 기록물을 모두 스캐너를 이용해 수집함으로써 ‘4·3 아카이브구축의 토대도 마련했다.   미국자료 조사는 20014·3위원회가 실시한 이후 18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그때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출간된 위원회의 미국자료집은 NARA의 분류체계에 따른 출처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증거자료로서의 가치가 반감됐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해당 문서들의 출처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증거력을 되살린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2001년에는 주한미군정청·주한미군 등 남한에 진주했던 미군정·미군 문서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이번 현지조사에서는 미 극동군사령부, 연합군최고사령부, 국무부 등 상위기관의 문서들을 중점적으로 조사·수집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미 육군정보참모부 문서에는 비밀해제가 안된 제주 관련 파일들도 파악되어 비밀해제를 신청했지만 조사팀의 귀국 때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 NARA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30년이 지난 공문서들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방대한 문서들이기에 인력의 부족이나 혹은 정치적 이유 등으로 비밀해제가 되지 않은 문서들도 많이 있다.  

4·3평화재단은 올해도 미국자료현지조사팀을 가동, 미군자료의 비밀해제 요청을 계속해가면서 조사대상을 NARA 이외에 미육군군사연구소, 트루먼도서관과 미국 소재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4·3평화재단은 올 연말에 이번 수집자료와 이전에 입수한 자료 가운데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43 미국자료집을 편찬할 예정이다./미디어제주)홍석준 기자

 

추미애 장관 첫 검찰 인사, 여론조사 해보니 의외

 

부정평가에서는 '매우 잘못했음'40.0%, '대체로 잘못했음' 7.0%로 나타났다. 긍정평가에선 '매우 잘했음'29.9%, '대체로 잘했음'13.6%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지역별로 Δ대전·세종·충청 Δ대구·경북 Δ부산·울산·경남, 연령별로 60대 이상, 50, 20, 성별로 남성,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과 중도층,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대다수이거나 다수였다. 중도층의 경우 부정평가 52.4%, 긍정평가 39.9%로 중도층의 절반 가량이 검찰인사에 대해 잘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긍정평가는 호남, 40대와 30, 진보층, 민주당 지지층에서 대다수이거나 절반 이상이었다. 경기·인천(부정 43.4% vs 긍정 45.5%)과 서울(46.0% vs 44.1%), 여성(43.9% vs 41.4%)에서는 긍·부정 평가가 비슷했다.

 

여성 장관 나체사진 합성 현수막광주에 내걸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등은 지난 11일과 12일 서구 풍암동 5층 건물에 외벽을 모두 가릴 정도 크기의 선정적인 대형 현수막이 걸려 선거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독자제공). 2020.01.13.

 

집값·더불어민주당 비판 문구

자치단체장 얼굴 선정적 합성

 

광주의 한 건물에 현직 장관과 자치단체장을 여성의 나체에 합성한 선거 비판 현수막이 게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과 12일 사이 광주 서구 풍암동 한 5층 건물에 외벽을 모두 가릴 정도 크기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여성의 나체 사진에 현직 장관과 자치단체장의 얼굴이 합성 돼 있었다.

 

또 현수막에는 미친 집값, 미친 분양가, 느그들은 핀셋으로 빼줄게, 예비 후보 인간쓰레기들등 자극적인 문구가 게시돼 있었다. 다른 세로형 현수막에는 미친 분양가, 미친 집값’, ’○○○ 너도 장관이라고 더불어 미친이라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현수막은 지난 주말 사이 걸렸으며 현재는 철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에 관련된 게시물일 경우 허위 사실과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곳에서 운동을 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공보물을 살펴본 뒤 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직 장관과 자치단체장의 얼굴을 합성했기 때문에 명예훼손 등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당사자의 고발 등이 있을 경우 사법당국에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뉴시스>


예비후보 1200, 선거구조차 모르고 뛰고 있다    

총선 선거구 획정, 진보-보수 힘겨루기 경쟁으로 확전

선거법 완패한 한국당, 진보진영 의견에 강한 반발

"226일 전엔 확정해야" 국회 9개월째 위법 중

 



1200여명의 예비후보들이 4.15 총선을 향해 뛰고 있고 후보등록이 채 석 달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선거구 획정은 깜깜무소식이다. 선거구 획정을 놓고 어느 때보다 진보-보수간의 힘겨루기가 뚜렷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포함한 공직선거법을 저지하지 못한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호남지역구 고정 등 진보진영 주도의 선거구 획정을 반대하고 있어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13개월전 선거구획정위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12개월전에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현재 국회는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1대 총선에서는 애초 지역구 수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결국 지난 1227일에 변경하지 않기로 등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뒤늦게 통과되는 바람에 선거구획정도 같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보진영(4+1 협의체) 연대로 선거법이 통과된 후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선거구 획정 논의에 적극 나섰다. 호남지역의 선거구를 줄이지 않으려는 진보진영 주장에 보수진영이 반대하는 모양새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17개 시도의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구획정 기준이 되는 선거구의 인구 하한선을 합의해 선거구획정위에 보내줘야 한다. 선거구획정위가 이를 토대로 인구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한 후 확정,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선거구 획정관련해 의견 말하는 김재원 | 10일 서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열린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 정당 의견청취' 회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오른쪽)이 위원장의 참석자 소개 도중 마이크를 켜고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김세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장은 지난 10"226일부터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에 들어가 그전까지 획정작업이 완료돼 국회의장에도 통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선거구 획정이 끝나야 해 국회에서의 지역구별 정수와 인구 하한선 합의는 최소한 2월 중순까지는 끝내야 한다. 한달 정도의 여유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2월 하순(19대 총선)이나 3월 초순(17, 20)에 선거구가 획정된 과거의 사례를 반복하게 되면 선거 자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반면 신인이거나 도전자에겐 불리하다는 것이다. 예비후보들은 주로 도전자들이다. 이들은 피선거권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자는 1206명에 달한다. 선거구 253개에 4.8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한 지역의 선거구만 달라져도 주변 선거구까지 합해 3~4개의 선거구가 변화되는 만큼 실제 선거구가 확정되면 이해관계가 얽히는 선거구는 수십개에 달할 전망이다.

 

현역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으로 대외 인지도가 높아 선거구 획정이 다소 늦어진다 하더라도 도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선거구획정은 4년마다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을 자극하여 전체적으로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매 선거 때마다 선거구획정이 원칙과 기준에 따른 법적 과정이 아니라 현직의원들 간 밀실야합의 결과로 비춰지고 후보 등록일에 임박해서야 선거구획정이 이루어짐으로써 도전자의 선거준비를 가로막고 현직의원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지역별 의원정수 기한내 통보 없으면 현행대로 선거구 획정 해야"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가장 보통의 차별]당신은 주류입니까 소수자입니까교차차별의 사회  

가해·피해자 따로 없는 차별

교차 차별 세상 사는 우리들

 


서울 유명 사립대에 다니는 강하루씨(25·가명)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을 앓고 있다. 강씨는 병력 때문에 소외당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10만 컸어도라는 말을 듣곤 했다. 대신 그는 특권행 스펙인 학벌을 가졌다. 과외를 구할 때 대학 이름을 말하는 순간 선망 어린 시선을 받는다.

 

남중·남고 시절 여성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적은 없다. 친구들이 여성에 대한 성희롱·성차별 발언을 할 때도 별생각 없이 들었다. 당시 교실엔 성소수자 혐오발언도 많았다.

 

박지영씨(34·가명)는 지방국립대를 졸업한 공무원이다. 학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서울 유명 대학을 졸업한 직장 동료들이 대학 이야기를 꺼낼 때면 자격지심이 든다. 임신·육아를 거치며 경력이 단절된 선배들을 보면서 여성 차별을 실감한다. 여성·지방 출신인 박씨는 서울에서 소수자. 비정규직을 대할 때는 정체성이 바뀐다. 박씨는 기회비용과 노력 측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경향신문은 이달 초 성별, 학력, 지역, 성적 지향, 장애·질병, 경제력, 외모, 나이 등 다양한 범주에 든 7명을 만났다. 장애를 가진 고학력 남성, 지방대를 졸업한 정규직 여성, 고학력 부유층 성소수자 남성 등이다. 이들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차별·특권 원 그래프차별·특권 리스트를 작성했다. 7명 모두 사회에서 정한 주류와 소수자의 경계를 오갔다.

 

리스트를 쓰던 강씨는 차별 경험은 굉장히 구체적으로 생각났는데, 특권은 좀 추상적으로 떠올랐다인식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특권을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이라고 했다. 책에 따르면 인식하지 못한 특권은 타인과의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요인이 된다.

 

인터뷰 대상자 중엔 완전한 주류도 완전한 소수자도 없었다. 이들 모두가 현실에서 동등한 존엄과 권리를 누리고, 같은 정도의 차별을 받는 건 아니다. 어떤 소수자성은 더 큰 박해와 배제에 시달린다. 7인의 인터뷰는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 하나쯤 줄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 걸 보여준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교차차별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할 때다

 

장애여성으로 차별받다로스쿨 졸업밝힐 땐 역전

서울 소재 대기업 정규직인 50대 미혼 여성 황미희씨(가명)는 사내에서 종종 여성차별을 겪는다. 전통적인 성역할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끼리 연수 갔을 때 한 상사에게 여자가 밥상은 안 차리고 떠들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황씨는 결혼은 해야 한다는 통념을 따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그만 결혼을 포기해라였다. 직장에서 그는 미혼 여성이라는 소수자다.

 

결혼 포기해차별당한 여성

대기업 정규직 입장에 서면

비정규직은 퇴근할 생각만 해

 

황씨는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지위에서 특권을 느낀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인 우리와 구분한다. “비정규직은 애사심이 없어요. 어떻게든 오후 6시 땡 치면 퇴근할 생각만 해요. ‘우리15~20분이라도 더 일하다가 퇴근하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이들을 볼 때는 요즘 애들은 잘해주면 보답을 안 한다는 편견에 빠진다. 회사에서도 어린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는다.

 

법전원 졸업한 중증 장애인

고학력이라는 배경 없었다면

살기 더 힘들지 않았을까 씁쓸

 

문화진씨(33)는 사회에서 규정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중학생 때부터 휠체어를 탔다. 문씨가 입학할 때마다 부모는 학교를 찾아가 우리 아이가 몸이 불편하니 봐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대학에 가자 차별은 더 심해졌다. 듣고 싶은 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는 강의실에서 수업이 열렸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여성으로 겪는 차별은 더하다. 지하철을 탈 때 왜소하고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나이 든 남성에게 막말을 들었다. 장애인 콜택시 기사는 결혼은 했냐. 아이는 있냐. 세상에 태어났는데 결혼 한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문씨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취급 안 받으려고 밖에서는 눈에 힘을 주고 다닌다.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고학력자라는 특권을 누린다. 서울 상위권 대학, 지방 국립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문씨의 전동 휠체어엔 출신 대학 마크가 붙어 있다. 문씨가 밖을 다닐 때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한 어머니가 보험용으로 붙였다. 문씨는 고학력이 특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시선이 바뀔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제게 이런 배경이 없었다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더 힘들지 않았을까 씁쓸해요.”

 

2001년 탈북한 김혁씨(38)도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소수자 정체성과 고학력자라는 특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김씨는 남한 사회에서 처음으로 일한 아이스크림 유통업체에서 임금 차별을 겪었다. 남한 출신과 똑같이 오전 430분 출근, 오후 6시 퇴근했다. 남한 출신은 100만원, 김씨는 60만원을 받았다. 자동차 정비 일을 할 땐 동료들이 무의식 중에 내뱉는 우리’ ‘너네라는 단어에 소외감을 느꼈다.

 

남한 문화를 이해하고 동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2005년 서울의 한 대학에 진학했다. ·박사 학위를 받아 지금은 남북 교류협력 분야에서 일한다. 박사 학위가 생기자 주변 시선이 달라졌다. 김씨는 성공한 북한이탈주민 케이스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훨씬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차별받은 사람은 그 편견을 비판 없이 내재화하기도 한다. 충남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허종득씨(31·가명)는 지방대생에 대한 편견 때문에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학과 수석 졸업, 공모전 수상경력, 자격증, 인턴 경험을 갖추고도 서류전형에서 10번 중 8번꼴로 떨어졌다. “운이 좋아업계 50위권 안에 드는 한 중견기업에 취업했다. 한 상사는 네 학벌로는 오기 힘든 회사에 붙었으니 열심히 버텨라라는 말을 격려의 의미로 건넸다.

 

허씨는 자신을 차별하던 이들이 지방대생에게 보인 편견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꺼내보였다. 그는 서울권 학생들과 지방대생들은 출발할 때부터 수준에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라 했다. 회사에 들어온 대학 후배에게는 우리 학벌로는 들어오기 힘든 회사니 열심히 하라고 자신이 들었던 말을 그대로 건넸다.

 

30대 성소수자 나강남씨(가명)에게 성적지향을 숨기고 이성애자인 것처럼 연기하는 건 디폴트(기본값)”. 어렸을 때 친구들은 행동이 온화한 나씨에게 남자가 왜 이래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씨는 스스로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 직장도 성소수자 정체성을 밝힐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선택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성소수자 정체성을 어디까지 터놓고 말해야 할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씨는 성소수자임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에서 무력감을 느끼지만 이른바 명문대학벌이 자신을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믿는다. 취업이 잘 안되자 학벌주의가 강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회사에서 남성을 선호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생물학적 남성인 내가 유리하겠다며 다행이라 여겼다. 여유 있는 집안 사정도 나씨에게 특권이었다. 나씨는 대학 등록금 전액을 부모가 지원해줬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수없이 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모의 경제력을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진 혜택이라 여겼다.

 

차별하고 차별받는 고정관념의 세상

경향신문이 만난 7명이 작성한 차별·특권 원그래프를 보면 이들 모두 어떤 면에서는 특권층이면서,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원그래프에 성별, 학력, 지역, 성적지향, 장애·질병, 경제력, 외모, 나이 등 8개 범주를 두고 각각 자신이 차별받는지, 특권을 누리는지 표시했다. 특권을 누린다면 그래프 중간 수평선을 기준으로 위쪽에, 차별을 받는다면 그래프 아래쪽에 표시했다. 작성 결과 7명 모두 어떤 범주에서는 차별받는 위치에, 어떤 범주에선 특권을 가진 위치에 교차적으로 놓였다. 이들 모두 완전한 주류혹은 완전한 소수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성소수자인 나씨는 성별, 성적지향(성소수자) 범주에서만 차별받는 위치에 표시했다. 학력(유명대), 거주지(강남3), 장애(비장애인) 등 나머지 범주는 모두 특권층에 속했다. 크론병을 앓는 강하루씨(25·가명)는 장애, 외모(작은 키) 범주에서는 차별층에 속했으나 학력(유명대), 거주지(서울권), 나이(20), 경제력(중산층)에서는 주류였다. 북한이탈주민 김씨는 성별, 성적지향, 학력, 나이, 장애 범주에서는 주류였지만 거주지(북한이탈주민), 경제력(중산층 이하), 외모에서는 소수자라고 느꼈다.

 

차별과 특권을 가르는 기준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다. 고정관념에 따라 사람들은 차별을 받기도, 특권을 누리기도 한다. 흔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성 고정관념이다. 성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특권을 얻거나 무리 없이 살아간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차별받거나 불편을 감수한다.

 

여성, 남성보다 힘 쓰는 일 못해

남자가 왜 상담사 하려고 해

성별·학력·지역·성적 지향 등

사회의 편견·고정관념에 따라

특권을 누리거나 차별받아

여성은 남성보다 성 고정관념으로 차별당하기 쉽다. 남성인 강씨는 대학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남성이라는 이유로 쉽게 일자리를 얻었다.

 

학교 측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힘쓰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남성 위주로 뽑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건강한 여성들이 (크론병 환자인) 저보다 체력이 좋을 것이다. 제가 하기에도 큰 무리 없는 일이었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자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회사 동료들에게 여자치고 키가 크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황씨가 하이힐을 신을 때면 남자 동료들은 옆에 서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여자는 남자보다 키가 작아야 한다는 통념에 기반한 차별이었다.

 

남성 역시 사회적 기대·시선 때문에 차별당한다. 청소년 상담사인 나씨는 일을 구할 때마다 남자가 왜 상담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남자를 뽑아서 데었다(해를 입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상담사 취업에서 우대받았다고 전했다. 전형적인 남성성에 대한 기대도 불편하다. 상담사 연수를 가면 남성은 여성보다 힘이 세고 책임감이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힘쓰는 일, 발표, 조장 등을 떠맡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 남성은 소수였지만, 대개 나씨와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기혼을 정상이라 보는 고정관념은 미혼자를 차별한다. 나씨는 30대 중반이 되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결혼은 안 할 거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남자는 혼자 살면 추하다는 차별 발언은 덤이다. 황씨도 친척들로부터 빨리 결혼해야 한다. 조금만 더 늦으면 애 있는 남자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한다거나 아픈 사람은 우울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도 당사자를 힘들게 한다. 강씨의 크론병은 겉보기에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질환 때문에 수업에서 조퇴할 때는 주변에서 자신을 멀쩡한 애가 왜 저러지라고 쳐다보는 것 같다. 아픈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어떤 때는 아픈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편견, 차별받는 사람도 길들인다

스펙 중시 문화도 차별과 특권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 편견은 능력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능력주의란 누구든지 주어진 능력과 노력에 따라 높은 지위와 학력 등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미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대물림이 심각해진 사회에서 이 같은 믿음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없다. 조금의 노력으로도 큰 성취를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노력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의 사회문화적 기반을 고려하지 않는다.

 

편견이 강화되면 차별받는 사람도 그 편견에 동화되고 길들여진다. 황씨 회사는 주요 부서에 유명 대학 출신을 배치하고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비인기 부서에 배치했다.

 

황씨는 명문대생이 머리가 좋은 건 사실이다. 업무능력에 아예 차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일하게 경쟁을 통해 뽑힌 이들이 업무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출신 대학을 이유로 부서 배치에 차별을 두는 것은 편견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차별 겪지만내면의 색안경들여다보지 못해

거주·출신지에 대한 편견도 차별과 특권을 만든다. 박지영씨(34·가명)는 강원도 출신인 자신을 시골 처녀로 보는 시선이 불편했다. 그는 서울 사람들이 지방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지방 사람들은 모두 사투리를 쓴다거나 순진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다고 했다. 황씨는 경상도 여성은 사납다는 편견을 가졌다. 반면 흔히 부자 동네로 인식되는 서울 중심부에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권이 된다. 문씨는 거주지에 서울 강남구라고 기재할 때마다 남다른 시선을 받는다.

 

타고난 정체성만으로 차별·특권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 김씨는 북한이탈주민 여성에 대한 남한의 편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북한 여성을 흔히 생활력이 강하다고 표현한다. 이 말은 칭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북한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말이다. 그럼 남한 여성은 생활력이 약한가?”라며 북한 여성을 소개할 때도, 결혼 상대로 여기는 것보다 돈을 내고 만날 수 있는 상대 정도로 인식하는 모습이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무원이 예쁘면 비서실로 발탁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높은 사람들의) 측근이 되니 승진도 빠르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서 심하진 않지만, 농담처럼 외모 평가를 하기도 한다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칭찬이나 평가가 기분 나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경우 간접차별에 맞닥뜨린다. 간접차별이란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누군가에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문씨가 대학 시절 강의실 문제로 원하는 강의를 듣지 못한 게 간접차별에 속한다. 그가 변호사 시험을 칠 때마다 매번 집에서 가까운 시험장을 찾기 위해 직접 법무부와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도 그렇다. 장애인은 이동이 어렵고 불편하다는 점을 법무부가 감안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고사장을 지정해 벌어진 문제였다.

 

여성에다 장애인이라면 차별이 가중된다. 문씨는 여성 장애인이 신체적으로 남성 장애인에 비해 근력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남성 장애인이 취업에서 유리한 것 같다고 봤다. 남성 장애인보다는 여성 장애인, 더 나아가 어린 여성 장애인이 길거리를 다닐 때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차별은 어떻게 왜곡된결과를 만드나

능력주의로 포장된 스펙문화

사회문화적 기반은 고려 안 해

주요 부서 인사에 유명 대학 출신

출신지 따라 순진” “사나워

편견에 길들여지면 차별 악순환

 

차별과 특권을 결정하는 근거는 빈약하다. 이를 조장하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대개 허구다. ‘경상도 사람은 사납다는 말은 모든 경상도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북한 여성은 생활력이 강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따른 구별이 얼마나 불합리한지는 많은 연구가 입증해왔다.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자 존 달리와 패짓 그로스의 1983년 연구에서 연구진은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나라는 아동에 대해 설명했다. 한 집단에는 한나가 고소득층이라고 했고 다른 집단에는 저소득층이라고 설명했다. 한나가 저소득층이라고 들은 집단은 한나의 능력을 더 낮게 평가했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불합리한 판단과 행동을 이끌고 차별로까지 이어진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쳐 현실화되고 차별의 악순환을 만든다. 유명대생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고정관념을 얻는다. 인턴, 공모전, 과외 등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고정관념은 현실이 되고 재강화된다. 부정적인 편견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그 관념을 내면화해 행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2006년 여학생 225명에게 수학시험을 두 번 치르게 했다. 두번째 시험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글을 읽게 한 집단은 첫 시험에 비해 틀린 문제가 5~10개 정도 늘어났다. ‘수학과 성별은 관련 없다는 글을 읽은 집단은 틀린 문제가 5~10개 줄었다.

 

차별과 혐오는 한국 사회에서도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혐오차별 국민인식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4.2%)이 혐오·차별표현을 경험했다. 특정 지역 출신(74.6%)에 대한 표현이 가장 많았다. 페미니스트(69.4%), 여성(68.7%), 성소수자(67.7%), 노인(67.8%), 이주민(66.0%)에 대한 표현이 뒤를 이었다. 혐오·차별표현은 이를 듣거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응답자들은 위축감(50.5%)과 공포심(53.1%)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혐오·차별표현을 당하거나 들을 수 있는 사람이나 장소를 피하게 되고(73.4%), 자유로운 표현이 위축(52.5%)된다고 답했다.

 

누구나 피해자이자 가해자 돼

차별과 특권 동시 자각필요

 

차별은 누구나 겪지만 공기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차별하고 특권을 누리는지 의식하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 장애인들은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어 차별을 느끼지만 비장애인들은 계단을 오를 때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경향신문이 만난 7명 중 대다수가 이번 인터뷰로 자신이 가진 차별과 특권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나씨는 차별·특권 리스트를 작성한 뒤 나의 소수자성을 생각했지 그 반대인 면들은 잘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차별을 지양하려면 누구나 자신이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교차성을 인지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제대로 깨닫고 차별·특권 감수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할퀴고 스스로도 다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내전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하면 안된다는 것에 100% 동의하지만 장애인이 내 주변에 있다면 태도가 바뀐다. 생각과 행동의 괴리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자신이 선 자리를 정확히 인지해 차별과 특권을 동시에 자각하고, 이 자각을 삶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끝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차별구분 못했던 20년 전

지금은 유아용품 성별 고정관념문제제기까지 나아가

차별행위 관련인권위 진정 사건 흐름 분석

무엇이 차별인가에 대한 인식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미혼·용모단정 우대같은 노골적인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시절도 있다. 장애인들의 투쟁을 거쳐 장애인차별금지법 같은 관련 법령이 생기면서 장애인 차별에 관한 인식이 확산됐다. 최근엔 성별 차별을 문제화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차별이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차별행위 관련 진정 사건 흐름을 분석했다. 인권위 진정은 크게 인권침해차별행위두 분야로 나뉜다. 2001년 전체 진정 중 인권침해 관련이 619(77.1%), 20022214(79.4%)이었던 데 비해 차별 관련 진정은 200153(6.6%), 2002136(4.9%)에 불과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설립 초기엔 사람들이 무엇이 차별인지도 잘 몰랐다. 차별에 대한 인식이 없다보니 관련 진정이나 상담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2003국민 차별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심각한 차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20.9%가 장애인 차별을 꼽았다. 이어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18.5%), 전과경력에 의한 차별(8.7%) 순이었다. 채용공고 등의 용모단정한 자가 차별이냐는 질문에는 차별이라고 보지 않는다’(77.4%)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성별이나 외모, 나이 등을 이유로 가족이나 회사 등에서 이뤄지는 차별은 농담혹은 어쩔 수 없는 구분정도로 여겼던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결과다.

2005년에는 노동현장에서의 차별이 주목받았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원인이었다. 당시 입법 절차를 거치던 이 법은 고용계약을 체결한 지 2년이 넘은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을 쉽게 해고하는 법이 될 것이라며 비판받았다. 이에 2003, 2004년 각각 358, 398건이었던 차별행위 관련 진정이 2015년에는 1081(19.7%)을 기록했다. 1081건 중 503건이 고용에서의 차별을 이유로 채워졌다.

 

비정규직보호법에 노동 주목받고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관련 진정 1년 새 ‘2배 이상늘어

2008년에는 차별행위 관련 진정이 처음으로 전체 진정의 20%(1380, 21.9%)를 넘겼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이유였다.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이 법은 2008411일부터 정식 시행됐다. 2007256건이던 장애 차별 관련진정이 이해에 640건으로 늘었다. 관련 법령이 생기면서 장애인 차별은 법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차별을 인지 못하는 경우 많아

논의 확대 위해 금지법 제정 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여성 및 성소수자 등 타고난 성별과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문제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올해 첫 인권위 진정은 색깔 고정관념 등에 의한 성차별적 유아용품의 유통 행태를 시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사회 양극화로 앞으로 더욱 다양한 차별이 등장할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성차별 문제는 남녀 간의 대립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 문제도 실질적 평등을 위한 길은 멀었다이주자, 난민에 대한 차별 문제 역시 중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사람들은 차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무언가 억울하고 부당한데 남들은 괜찮다고 하니 차별이라 생각하지 못하기도 한다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 같은 차별 경험에 이름을 붙여주고 사회적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보라·탁지영·고희진 기자 purple@kyunghyang.com



조선일보 조씨에게 마음의 빚? 법 지키는 국민 우롱

[아침신문 솎아보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엇갈린 평가한겨레·경향은 검찰개혁 강조, 조선·중앙은 윤석열·조국 대비시키며 공세

14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첫 번째 질문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하느냐(MBN)였다. 두 번째 질문은 윤석열 총장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MBC)였다. 최근 법무부의 검찰 인사 논란에 대한 입장(서울신문),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평가(BBS불교방송) 등 이날 기자회견 질문에선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최대 관심사였다. 15일자 전국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도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래는 1면 머리기사 제목.

 

문 대통령 검찰개혁, 윤석열 총장이 앞장서야”’(경향신문)

인사 프로세스 역행윤 총장에 옐로카드’(국민일보)

대통령 인사안 가져오라는 윤석열초법적”(동아일보)

검찰 개혁 기회는 주겠다, 부동산 투기 끝까지 잡겠다, 대북 정책 그래도 가겠다(서울신문)

윤석열엔 개혁 앞장서야조국엔 마음의 빚”(세계일보)

윤석열엔 초법적조국엔 마음의 빚”(조선일보)

윤석열엔 초법적조국엔 마음의 빚”(중앙일보)

검찰권력 여전히 막강윤 총장에 개혁 고강도 압박(한겨레)

대통령 선택적 수사, 국민 신뢰 잃을 것”(한국일보)

 

15일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1.

 

15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 1.

 

보수언론은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부각하며 대통령의 분노와 함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연민을 대비시킨 점에 눈에 띄었다. 조선·중앙일보의 경우 1면 머리기사 제목이 윤석열엔 초법적조국엔 마음의 빚”’으로 약속이나 한 듯 똑같았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은 제목에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참석해 예정됐던 90분을 넘겨 110분 동안 진행됐으며 모두 22명의 기자가 질문 기회를 얻었다.

 

사설에 담긴 신년 기자회견 평가는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부인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국민이 충격을 받은 부분은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유재수 감찰 무마라는 청와대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수사를 받는 당사자인 대통령이 수사 라인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밀어붙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내 인사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한국은 대통령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문제없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조국 전 장관을 가리켜 특혜, 반칙, 파렴치 행위가 드러났고 뇌물수수 등 12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를 향해 대통령이 마치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한 듯 말한다. 법원도 조씨에 대해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런 조씨에게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졌다니 법을 지키며 사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씨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나라를 두 동강 내고 국민을 거리의 싸움터로 몰아간 사람은 바로 대통령 본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민 전체보다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논리로 일관했다. 지난 7일 내놓았던 신년사와 마찬가지로 냉철한 진단이나 자성은 찾기 어려웠다며 신년 기자회견을 혹평했다. 대통령의 마음의 빚발언에 대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다. 배우자 정경심씨의 공소장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취득하고 허위 서류를 자녀 입시에 활용한 범죄 등이 적시돼 있다. 이로 인해 마음의 고초가 가장 컸던 이들이 국민이다. 이를 외면한 조국 감싸기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은 (협치) 실패의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렸다. 국회의 무책임, 결국 야당 탓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말로는 민생경제가 어렵다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길 바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문화가 달라지길 바란다며 선거 중립 의지를 의심케 할 야당 심판론을 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북정책에선 여전히 낙관론에 기댔고, 경제에 대한 자찬도 여전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신뢰와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말해야 할 검찰총장이 제3의 장소에 인사 명단을 가져와야만 의견을 말할 수 있겠다고 한다면 초법적 권한, 권력을 누린 것이라는 문 대통령 말은 윤 총장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다만 문 대통령은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해 여지를 뒀다고 해석했다.

 

한국일보는 또한 “(청와대는) 검찰의 과잉 수사가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여러 도덕적 하자에도 불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밀어붙여 극심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야당과 반대 진영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전 장관 가족의 불공정 입시 논란으로 상처받은 청년들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회견에선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점이 주목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로 국민에게 신뢰를 얻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검찰총장이 앞장서야 검찰개혁이 가능하다고 다그쳤다고 평가했으며 대통령은 최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싼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에 이제는 달라진 세상이라며 윤 총장을 사실상 질책했다. 총장과 장관이 검찰 선후배였던 시기에나 통했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이번 회견에선 노동·환경·교육·복지 등 사회 분야 현안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국민 관심을 모을 정책 어젠다가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언론과의 문답이 비교적 생생하고 자연스러웠던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기자회견에서 재차 표명됐다고 밝히는 한편 북미협상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앞세워 북미교착을 뚫어보겠다는 구상은 각별히 주목할 만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의 답은 어느 때보다 협치에 모아졌다. 민생과 멀어져 일하지 않는 정치는 사실상 폐장된 20대 국회로 끝나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나아가 (대통령은) ‘(총선 후)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할 수 있다며 협치내각 문호를 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여당 책임은 일언반구도 없이 야당의 발목 잡기만 부각시키면 야당 인사 중 내각에 함께할 수 있는 분이 있으면 노력하겠다는 협치 발언을 누가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신년 회견은 긴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난 뒤에 이뤄졌다. 권력기관 개혁의 첫 고비를 넘었지만, 노동존중사회 약속은 흐트러졌고 체감경제는 냉골이 많고 수도권·지방 균형발전과 사회적 대타협은 겉돌고 있다집권 4년차는 성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 한겨레·경향신문은 덕담에 가까운 평가, 한국·동아일보는 비판적 평가, 조선·중앙일보는 지면 곳곳에 감정이 묻어나는 비난에 가까운 비판적 평가를 보였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오늘날 거리 정치에 '개혁'은 존재하는가

[시민정치시평] 개혁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열망

노무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과 박근혜 탄핵은 오늘날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양분된 거리의 정치를 해석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오늘날 거리의 정치에 '개혁'은 존재하는가. 근대의 사회운동들은 거리의 정치에서 제도변화의 기운을 가져왔다. 40시간 노동제, 호주제 폐지, 대통령 직선제, 장애인 이동권 쟁취 등으로 표현된 거리의 운동들은 모두 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제도적 의제들을 던졌다. 거리의 정치에 개혁은 있는가라는 물음은, 오늘날 거리로 집결한 이들이 변화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제도적 상이 있는가라는 물음과 연관된다.

 

결단의 시대   

이 물음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변화시킬 제도적 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무언가 다른 것을 바꾸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물음이 오늘날 우파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정치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트럼프를 당선시킨 분노한 백인노동계급들에게 개혁해야 할 제도란 무엇인가? 난민 배척을 요구하는 유럽 신흥 우파들에게 가해지는 지적 중 하나는 이들이 어떤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파 포퓰리즘은 구체적인 제도개혁의 쟁점들이 아니라 국민국가의 추상적 주권 요구, 혹은 국민의 자격 요구라는 형태를 취하며 폭발하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 사회에서 진짜 국민은 누구인가?', '멕시코 이주민은 미국의 국민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 난민과 이주민 배제의 문제는 이 '진짜 국민'을 재정의하는 데서 나온 파생물에 가깝다. 이 물음은 사회 구성원 자체를 심판한다는 점에서 총체적이며,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구체적인 실천 과제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시민참여형이라기보다 시민총동원형에 조응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들은 문명의 위기나 국민국가의 몰락이라는 종말론적 서사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과잉-종교화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과잉-종교화의 한 축에 놓인 것이 오늘날 광화문으로 모이는 '태극기 부대''개신교 우파'의 무리들이다. 광화문은 입법기관이 있는 곳도, 개혁의 제도적 부처들이 모인 곳도 아니다. 청와대를 인근에 둔 광화문은 오늘날 모든 불만을 수렴하는 정치의 성지(聖地)로 작용하고 있다. 어떤 개혁 과제도 없이 모든 것을 총체적 결단으로 환원시키는 묵시록적 시대감성이 이 공간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 묵시록적 감성의 기저에 놓인 것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탄핵이라는 순교자 서사다. 시민들의 공론장 참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별 시민들의 자아를 공적 세계로 연결하는 내밀한 서사구조가 필요하다. 20세기 후반에 그 서사의 핵심 위치를 차지한 것이 각각 '근대화''민주화'의 시대정신이었다. 산업역군에서부터 민주화 세대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대 이행은 그 시대상들을 공유한 이들의 자아 감각을 거대하게 확장시켰다. 2010년대를 넘어 이 비대해진 자아에 훼손이 가해지자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새로운 순교자 서사가 등장했다. 이들 서사는 개혁이라는 시대 진전의 과제와 연관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반대로 새로운 시대의 시민들은 무엇을 통해 공적 세계에 연결되는가라는 물음을 동반한다.

 

뉴미디어 시대의 내밀한 연결        

개별 자아와 공적 세계 간의 연결이라는 화두는 단연 미디어 환경을 고려케 한다. 태극기부대의 탄생 초기에 화두가 되었던 미디어가 바로 카카오톡 단톡방이었다. 최근 버닝썬 약물강간 사태와 대학 내 성희롱 사태에서 회자되듯, 단톡방은 폐쇄성과 친밀성에 기반해 작동하는 반()공공적 매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폐쇄성과 친밀성의 보이지 않는 연결망들이 전국에 산개한 남성들의 연대를 가능케 한 네트워크가 되었다는 점이다.

 

비슷한 것이 태극기부대에도 작용했다. 이른바 '샤이 보수'라는 말이 있듯, 대통령 탄핵은 우파들의 내밀한 비공개적 교신을 필요로 했고, 여기에 가장 먼저 응답한 것이 단톡방이었다. 단톡방의 교감이 거리의 운동으로 전환하면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하자 이제 우파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섰고, 여기에 다시 유튜브 언론이 가세했다. 유튜부는 최근 브라질 대선에서도 비주류 극우파 후보를 당선시키는 등 우파 포퓰리즘의 부상에 강력한 동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유튜브와 우파 간의 연계성에 대해 그간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다. 요컨대,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우파 콘텐츠를 연결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이용자들의 눈앞에 우파 콘텐츠가 펼쳐진다. 그러나 유튜브 사는 이를 부인하며 이용자들이 사이트에 오래 접속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추천시스템의 메커니즘이며, 우파 콘텐츠의 연결은 이 알고리즘의 우연한 결과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유튜브 이용자들을 스크린의 세계로 잡아두는 특정 경향의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오늘날 그 중심에 묵시록과 음모론의 콘텐츠들이 있다. 유튜브 이용자들은 이 콘텐츠들의 세계를 통해 우파 정체성의 거대한 관계망에 연결된다.

 

그 반대 방향에 최근 해시태그 운동 등으로 나타나는 온라인 액티비즘의 흐름이 있다. 해시태그 운동의 특징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그것이 '검색용 정보''결속용 메시지' 사이를 오간다는 점이다. 예컨대, '문단__성폭력''#BlakLives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검색을 위한 단순 정보라기보다는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행동용 메시지에 가깝다. 대중매체의 시대는 대중이라는 익명의 집합체를 상대로 콘텐츠를 송신하던 시대였다. 그것은 송수신관계의 일방향성을 수반했고, 그 관계 내에 어떤 긴밀함도 포함하지 않았다. 반대로 SNS는 팔로워 관계와 해시태그 등을 통해 이 익명적 관계망에 균열을 내며 등장했다. SNS의 송수신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단순한 익명성이 아니라 팔로잉 관계의 내밀성이다. 이 내밀성에는 여러 요소들이 포함된다. 유사한 경험의 공유가 있을 수 있고, 같은 정체성의 집단일 수 있다. 같은 대상을 좋아하거나(팬덤), 같은 정책의 수혜자일 수도 있다. 해시태그는 이 공유된 내밀성을 폭넓은 공적 토론의 장으로 견인하며, 이를 통해 그 경험들이 열린 공간에서 직접 말할 수 있게 한다.

 

오늘날 이러한 온라인의 관계망들을 벗어나서 공론장의 구도 변화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운동의 반향이 역동적일 때 우리는 해당 행위집단이 공유한 경험의 결속력과 절박함이 강렬했음을 확인한다. 온라인의 관계망들은 먼 곳으로 흩어져 있는 익명의 많은 이들을 같은 경험, 혹은 같은 시대과제 앞에 연결시키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그 경험이 미래의 새로운 시대상과 연결될 수 있는 제도개혁의 쟁점을 수반하는가, 그들이 공유하는 경험의 목소리가 누구를 대변하는가 하는 점이다. 개혁이란, 대의되지 않던 이들을 공론장으로 견인하는 변화를 뜻할 것이다. 광화문으로 몰려드는 개신교 우파들에게는 어떤 개혁과제가 있을까? 서초동의 검찰개혁 이후 민주화는 누구를 대변하게 될까? 개혁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열망이다. 그것은 변화될 새로운 시대상을 요구하며,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갈망한다.

고태경 문화연구자 / 프레시안



하늘 두 쪽 나도 잡겠다” “땅 소유권 국가가끝없는 강남 저격

조지이스트(Georgeist)의 귀환’.

노무현·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

뿌리는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

 

강남에 살 이유 없다던 장하성

11억 시세 차익이중성 드러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14일 신년 기자회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내놓은 대표적 개혁과제는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었고. 핵심은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시세차익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보유세를 강화해 집값을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청와대의 이정우 정책실장과 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수현 당시 비서관이었다. 경북대 교수였던 이 실장은 헨리 조지(1839~1897)진보와 빈곤을 국내에 알린(1989) 대표적 조지이스트였다. 헨리 조지는 불평등과 빈곤의 원인을 토지 사유로 보고 토지공개념을 주장했다. 이 실장은 월간조선(2004)과의 인터뷰에서 토지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은 철저히 밝히고, 토지에선 초과이득이 나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했다.


진보 정권 인사들의 강남말말말

 


정부 허락 받고 집 사라? 청와대 초헌법적 발상

눌러도 집값 뛰니 강남으로특목고 없앤다니 강남으로

시장과 전쟁 선포냐더 센 규제 불안감에 수요자 우왕좌

'지라시' 부인 5일 뒤 살아난 허가제국토부 당혹

 

많은 논란 끝에 조지이스트의 이념은 이듬해 1월 종합부동산세로 현실이 된다. 그러나 아파트값은 서울 강남을 필두로 오히려 치솟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욱 강력한 정책으로 강남을 겨냥했다. 노 대통령의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20057),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20058) 등 발언이 나온 것도 이때다.


2006년 정부는 다시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7곳을 버블세븐지역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규제책을 내놨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다른 정부 실세들의 강남 사랑이 민낯을 드러냈다. 당시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부 정책은 문제가 없으나 부동산 세력이 문제다, 지금 집 사면 낭패를 볼 것이라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다(200611). 하지만 그의 부인 명의로 강남에 아파트 2(36·54평형)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20073월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보유세를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으면 강남을 떠나라고 했다. 당시 그는 버블세븐 지역인 용인에 ‘64평형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강남의 32평형 아파트보다 훨씬 싸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강남에 대한 현 정부 인사들의 모순된 행태도 만만치 않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저도 강남에 살기에 드리는 말씀”(20189) 발언으로 유명세를 떨친 장하성 주중 대사의 아파트는 최근 3년 사이 107000만원 올랐다.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 도입을 주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 아파트도 104000만원 상승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1912월 조사).


20195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로 발표된 신도시가 강남권 수요를 흡수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강남이 좋으냐고 반문해 대중들의 반발을 샀다. 중산층들이 왜 강남으로 몰리는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 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인사들의 조지이스트 소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급기야 15일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발언까지 나왔다. 19세기의 유령이 21세기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매매허가제한마디에 조중동 부글부글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 시장을 거슬러 성공한 정책 없는 법조선 인터넷에서 독재국가단어도 보여한겨레, ‘청와대 안에서 논의된 적 없다강 수석 해명 전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지를 밝힌 뒤 청와대 참모들의 관련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매매 허가제언급이 파장을 부르면서 청와대는 강 수석 사견이라 선을 그었다. 대체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보수성향 신문들은 초법적’, ‘위헌적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매매 허가제언급은 15일 강 수석이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부동산 대책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강 수석은 “(집값이)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된다는 발상도 하는 분들이 있다“(집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을 거래할 때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허가를 받도록 하는 주택거래허가제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을 검토하다 무산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KBS라디오(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대출규제, 거래질서 확립, 전세제도와 공급대책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자 경향신문은 1면 하단에 집을 투기 수단 삼는 사람에겐 매매 허가제 도입 주장도 있어기사에서 두 참모진 발언을 전한 뒤, 6면 관련기사(‘주택거래허가제참여정부 때 중도 포기국토부 검토 안 해”)에서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주택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도입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정부는 대신 자금출처 조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확대하고, 증빙자료 제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 내달부터 한국감정원과 함께 조직을 구성해 직접 부동산 가격 신고와 주택구입 자금조달계획서 등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증여세 탈세나 다운계약 등 편법 거래를 잡아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 1면 기사는 부동산 정책 수단 아직 많다는 김 실장 발언을 헤드라인에, 강 수석 발언(“매매허가제 검토 해볼만”)을 부제에 달았다. 한겨레는 강 실장 발언과 관련해 그는 방송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매매허가제와 관련해 실제 청와대 안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그만큼 부동산 안정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1면 기사(부동산 극약처방 매매허가제까지 떠보는 )청와대가 강력한 대책을 찾는 과정에서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낮은 수위에서라도 검토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강 수석이 극도로 민감한 정책을 놓고 방송 인터뷰에서 실언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매매 허가제 시행 국가에 대한 사례 조사 정도는 해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도 전했다. 강 수석이 여론을 떠 보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3(매매 허가선 그었지만시장선 슈퍼대책 나올 것초조) 기사에서 부동산 업계는 반()시장적이고 위헌적인 규제라며 반발한다면서도 법조계에서는 운영 범위와 대상에 따라 위헌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위헌 논란은 제도 설계에 따라 시각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서울시나 강남 3구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땐 사유재산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노희범 법무법인 제민 변호사)는 의견과, “모든 주택이 아닌 투기성이 아주 강한 지역이나 시세 차익이 일정 범위를 넘어선 지역에 한해선 규제가 가능할 것”(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이라는 의견을 함께 전했다.

 

116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들은 청와대가 초헌법적 발상을 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각 신문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사를 배치하는 1면 톱(좌측 상단 머리기사)에 중앙일보는 정부 허락 받고 집 사라? 청와대 초헌법적 발상”, 동아일보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공개 허론한 강기정기사를 올렸다.

 

중앙일보는 이어 반시장 부동산 정책이라는 주제로 2, 3, 4, 5면을 할애했다. 3면 기사(“하늘 두 쪽 나도 잡겠다” “땅 소유권 국가가끝없는 강남 저격)진보 정권 인사들의 강남말말말이라며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들의 발언을 한 데 모아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주택매매 허가제라고? 대한민국 헌법이 안중에도 없나)주택매매 허가제는 내 집을 마음대로 팔 수도 없다는 의미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하려다 사유재산권 침해 등 위헌 논란에 거둬들였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문재인 정부가 같은 제도를 다시 거론했다. ‘투기란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다가 실수요자마저 집을 제대로 팔지 못하고 애꿎게 다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정책을 철회한 이유라며 이명박 정부는 강남 인근에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을 지어 집값을 잡았다. () 투기자로 규정해 혐오스러운 적으로 만드는 부동산 정책만으론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시장을 거슬러 성공한 정책은 없는 법이라 주장했다.

 

116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2면 기사(총선서 집값 책임론터질라, 위헌조치도 서슴없이 거론)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폭등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극단적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 초고강도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집값을 낮추는 장기적 실효적 대책보다는 강남과 강북, 지방을 편 가르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며 부동산을 정치 이슈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치' 때문에 이제 서울에 집 가진 사람은 모두 죄인이 됐다는 최민섭 도시정책학회장(서울벤처대 교수) 발언을 전했다. 같은 면에 실린 또 다른 기사(실수요자들 한국이 공산주이 국가냐부글부글)인터넷에서는 제도 도입 가능성과 영향을 두고 주택 거래 비하기가 올 것’ ‘집 사려던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볼 것등 강 수석 발언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공산 국가’, ‘독재 국가라는 단어도 보였다. 몇 시간 뒤 청와대가 허가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자, ‘부동산 정책을 장난하듯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엔 정부가 주택허가제를 도입하려는 수순일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이러다 주택 몰수제도 나올 것이라는 등 부동산 정책을 우려하는 글도 많았다고 전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등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호르무즈 해협 파병 보도 극과 극

동아일보 미국에 동맹국 입장 확실히 하라

진보언론 정당한 근거 없는 파병은 안 된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이란이 반격하며 중동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파병까지 원한다고 밝혔다. 보수언론은 미국에 파병을 통한 동맹 의지를 밝히라 주문했고, 진보언론은 근거 없는 파병은 안 된다고 맞섰다. 보수언론은 파병이 확실시됐다는 주장을 이어가지만, 다른 언론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지난 9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

 

파병 보도발단은 KBS.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저녁 KBS ‘뉴스9’ 리포트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한 간접 형식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처음 공개 요청했다. 다음날인 8(현지시각)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 주둔기지 2곳에 미사일을 쐈다. 9일자 종합일간지는 이 소식을 보도했다.

 

지난 7KBS '뉴스 9’에 출연한 해리스 미 대사

 

보수언론은 미국과 관계를 의식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파병 규모와 시기, 방법 등을 신중히 검토하되 동맹에 기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호르무즈 파병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동맹 현안을 둘러싼 미국의 불만을 잠재울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우리 정부에 파병을 강력히 요구했다. 파병은 한미동맹의 견고성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자 동아일보 사설

 

지난 9일자 세계일보 사설

 

파병을 주장하는 동아일보는 한국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커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KBS 리포트에 출연해 파병을 주장한 해리스 대사가 내세운 근거와 같다. KBS도 해리스 대사 발언을 비판 없이 그대로 내보내 따옴표 저널리즘이란 비판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은 지난해 712일 처음 나왔다. 이때도 동아일보는 유일하게 파병을 주장했다.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해 713횡설수설코너에서 일부 우려섞인 표현을 하면서도 원유의 7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나라(한국)가 남 일처럼 나 몰라라하고 무임승차만 바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썼다. 송 위원은 진보 진영이 파병에 무조건적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위해 이라크 파병까지도 결정했다고 했다.

 

지난해 713일자 동아일보 칼럼

 

반면 진보언론은 미국이 부른 이란 보복에 한국군 파병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미국이 부른 이란 보복은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전면전 가능성까지 감도는 상황에서 우리 군 병력을 보낼 경우 원치 않는 희생만 강요당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반드시 미군과 공조할 이유는 없다. 한국군 파병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자 경향신문 사설

 

보수언론은 파병 긍정론을 이어갔다. 지난 11일자 정부, 호르무즈에 청해부대 배치 가닥이라는 조선일보 보도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9일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청해부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로는 파병이 결정된 것처럼 읽힌다. 동아일보도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 호위체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인 청해부대 활동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사는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근거로 보도했다.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1

 

같은 날 정부가 청해부대 우회 파병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종합편성채널 3(TV조선·채널A·JTBC) 등이다.

 

반면 한겨레는 청해부대 파병이 유력했지만, ‘신중론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지상파 3(KBS·MBC·SBS)사는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해온 청해부대를 호르무즈에 보내는 형식의 파병을 유력하게 검토해왔지만, 미국-이란 갈등이 악화하자 신중론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자 한겨레 6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시각 15일 새벽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 이 사안을 논의한다.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 소속 A기자는 지금은 어떤 형태의 파병도 가닥을 잡을 때가 아니다. 신중해야 한다“14일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호르무즈 파병을 주요 의제로 이야기한다. 이 회담 후 가닥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부동산 그림자금융 550조원 넘었다

9개월간 80조원 증가, MBS 합치면 670조원

해외 사모펀드 투자급증 ... 5년새 6.6배 늘어

금융감독당국, 종합관리시스템 마련 착수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55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도 안돼 80조원 가량 늘어나는 등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권 수준의 높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영역에서 이뤄지는 투자와 대출 등의 금융중개활동을 말한다.

 

15일 내일신문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20196월 기준 5549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초 20189월 기준으로 분석한 4749000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사이에 80조원이 증가했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펀드와 부동산신탁 등과 관련 대체투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20189)부동산·특별자산 펀드 부동산신탁 P2P부동산대출 PF대출(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채권보증 유동화증권 등으로 파악했다. 내일신문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부동산·특별자산 펀드와 부동산신탁이 각각 31조원, 26조원 증가하는 등 전체 증가규모의 71.2%를 차지했다. 비은행권의 PF대출도 66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 확대는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었다. 201513498억원에서 2019555435억원으로 4.25배 가량 늘었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모펀드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8405억원에서 규제완화 시점인 2015122837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투자규모는 532069억원으로 2014년 대비 6.6배 증가했다. 공모펀드의 경우 20148644억원에서 20157661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고 2019년에도 23366억원으로 증가폭이 크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 위기에 더 취약하다. 최근 라임 펀드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감독당국이 실태파악에 들어갔을 정도로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다. 원금 상환이 어려워 만기가 연장된 독일 헤리티지DLS 사모펀드는 최근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경우 어떤 식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지 감독당국이 파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시스템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미국이나 유럽은 금융기관 간에 어떤 파생거래가 있고 대차거래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정확하게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어떻게 파악할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자본시장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2757000억원이다. 금융투자회사 중심으로 규모를 산정했기 때문에 금융권 전체의 규모와는 차이가 크다.

 

금감원은 부동산 펀드만 포함시켰을 뿐 특별자산 펀드를 제외했고 부동산 유동화증권에 1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시켰다. MBS는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비교적 안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금감원은 포괄적인 위험성을 고려한 것이다. 금감원 기준을 적용해 MBS를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포함시킬 경우 전체 규모는 670조원으로 증가한다.

 

신용상 위원은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설정이 필요하다그동안 관리되지 않았던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말쯤 부동산 그림자금융과 관련된 연구용역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익스포져 및 위험요인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다양한 금융회사가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얽힘에 따라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실물경제 위기, 금융으로 번지나│① 부동산 그림자금융] 부동산시장 하락시 670조원 영향 해외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급증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팔든지"갭투자자들 '양자택일'만 남아

"살든지 9억 원 넘는 고가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은 당장 다음 주부터 전세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고가의 아파트가 있으면 그냥 그 집에 살면 되지 갭 투자하겠다고 남의 집에 전세를 살 경우 그 대출까지 해주는 싹을 잘라 버리겠다는 겁니다.

 

리포트 -시가 9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이달 20일부터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전세 대출을 받을 때 이용하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한 공적 보증이 막힌 데 이어,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민간 보증까지 제한됩니다.

 

, 전세를 살면서 9억 원 넘는 집을 사면 기존의 대출금을 즉시 갚아야 합니다. 전세로 다른 곳에 살면서 고가아파트를 사는, 전세금을 이용한 갭 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이미 서울 강남 4구에선 아파트 매매의 60% 이상이 갭 투자인 상황.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고가 전세 사는 사람들까지 정부가 다 보호할 수 있겠느냐, 그런 얘기죠. 그 사람들을 강남에 전세 살게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냐"

 

전세 대출을 받은 뒤에 자기 집값이 뛰어서 고가주택 보유자가 되면 대출 연장이 되지 않습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때문에 전세를 살아야 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재직 증명, 자녀재학증명서 등 서류를 통해 철저하게 실수요란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서울 강북에서 강남으로 가는 등, 서울시와 광역시 안에서 이동하는 건 실수요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 안에서도 교육환경 때문에 이사하거나 집이 잘 안 팔려 세를 주고 따로 전세를 사는 사람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안명숙/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우리 집을 팔고 저 집을 다시 사고 이런 것들에 대한 이사 날짜 상황, 조건을 맞추는 게 쉽지 않거든요. 결국 어떻게 되냐면 반전세로 가야돼요. 나머지 차액만큼은 결국 월세로 조달해서 더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거죠."

 

정부는 대출을 누르지 않으면 결국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져 갭 투자를 유발하게 된다면서 실수요자라고 해도 고가 주택만큼은 대출을 동원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규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은행이 석 달에 한 번씩 확인해 위반 시 곧바로 대출을 회수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 이용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힘없고 가난한 자의 최후우리도 언젠간 다 늙는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만큼은 마지막 자존심이었기에 혼자서 힘겹게 해결해보려 했습니다. 그렇게 넘어지길 수차례. 몸은 망가져 갔지만 내가 넘어졌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노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그래서 의료진도 간병인도 환자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저가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할머니들의 증언입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자식들의 얼굴에 눈물이 흐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간병의 시간, 한 푼이 아쉬워 싼 병원에 모셨던 자식들은 자책합니다.

 

요양병원 비용 한 달에 60만 원~30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

늙고 병들어 홀로 거동할 수 없는 부모를 자식이 집에서 모신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가는 곳이 요양병원인데, 이곳의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 달 기준으로 지방은 60만 원대도 있고, 서울·수도권은 120~200만 원대, 쾌적하고 살뜰히 관리해주는 곳은 3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병원별로 비용이 차이가 큰 주된 이유, 바로 간병인 비용에 있습니다. 입원했는데 거동과 기본 생활이 힘들 경우, 간병해줄 가족이 꼭 한 명씩 함께 있듯, 장기간 입원해 있는 노인 환자의 경우 간병인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간병인은 의료인도 아니고, 간병비는 건강보험도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환자 6명당 1명의 간병인을 고용하는 곳과 10명 당 1명의 간병인을 쓰는 곳, 병원 전체에 1~2명의 간병인이 있는 곳에 따라 병원비가 달라집니다.

 

환자유치 위해 간병인 비용 할인"정부 관리의 문제"

낮은 가격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저가 요양병원의 함정은 여기에 있습니다. 간병인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최소한의 야근자만 병원에 남습니다. 낙상 위험 있는 환자를 기저귀 채워 침대에 묶어 놓는 게 다반사이고, 수시로 흘러내리는 가래를 제대로 빼주지 않아 환자는 숨 쉬는데 고통을 느끼며 힘겨워합니다. 통증을 호소하면 수면제를 처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죠.

 

이런 일부 요양병원의 문제에 대해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요양병원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서 생긴 문제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요양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이용자 입장에선 요양병원 입원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이 요인들이 겹쳐서 결국은 환자는 남용, 병원은 낮은 질의 서비스로 상업화된 문제가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지능력도 언어능력도 떨어지는 노인 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제대로 자식들에게 표현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그렇다고 싼 병원에 부모를 모신 자식들만을 탓할 수 있을까요.

 

'공급 과잉' 의료 서비스 질 저하 국민 건강 악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자식이기에, 늙어가는 부모를 돌봐야 할 때가 올 겁니다. 우리도 언젠간 다 늙습니다. 거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또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기저귀를 차고 침대에 묶여 죽음을 기다리는 비극이 계속돼서는 안 됩니다. 요양병원 공급 과잉으로 인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는 국민 건강의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저가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고만 있습니다. 대체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우리 사회는,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이효연 기자belle@kbs.co.kr

 

하다 하다 별이번엔 '반려동물보유세' 걷겠다는 정부

농식품부 동물복지종합계획 "후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이게 뭔 X소리" 황당 반응

 

지난해 62일 서울 종로구 북인사광장에서 열린 '동물 불법도살 금지법 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한 반려동물 너머로 손 피켓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다. 애견카페를 중심으로 견주들의 반발이 확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2020~2024년 동물복지종합계획을 통해 2022년부터 반려동물보유세나 부담금, 동물복지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반려동물 관련 세금 부과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거둬들인 돈을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와 전문기관 설치·운영비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해마다 유기동물 개체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가 일정비용을 부담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다만 농식품부는 이 방안이 큰 반발을 살 수 있어 장기 과제 또는 국회 논의를 전제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꾸준히 늘면서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빠르게 변화했다""방향성은 맞다고 보고 논의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은 (반려동물에 대한) 세금을 통해 갈등과 비용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우리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를 통해 체계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에 과세하는 나라는 독일·싱가포르·네덜란드·핀란드 등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36개 국가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명목 좋은 약탈" "해외로 뜨고 싶다"

정부가 반려동물에 보유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애견카페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이게 뭔 X소린지... 명목 좋은 약탈이다" "해외로 뜨고 싶네요. 정말" "바보 같은 논리 뭐임?" "유기견들은 입양도 더 안 되겠네요" 등이다.

 

아울러 "세금 내면 동물병원도 의료수가 기준도 맞추고 진료비나 수술비도 국가가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동물병원마다 비용 천차만별로 해놓고 정립도 안 돼 있는데 세금만 걷겠다니, 허투루 돈 나갈 게 눈에 보인다"는 등 대책 미비와 관련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한편 "잘 다듬어 통과되기 바란다"는 긍정적 의견도 일부 있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반려동물보유세 추진 절대반대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날 오후 6시 기준 16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아마도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버려지는 아이(반려동물)들이 더 많아집니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안은 어떤 분 머리에서 나오는 건가요?"라며 "어제 뉴스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적습니다. 현실을 좀 보세요. 어처구니없는 법안 만들어 은근슬쩍 통과시키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비난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민주당 지지율 30%대로 급락···첫 조사 치른 새보수당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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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며 자유한국당 지지율과 4.6%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처음 조사에 포함된 새로운보수당은 5%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13주차 주중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 주 대비 4.1%포인트 하락한 37%로 조사됐다. 4주간 40%대 초반을 유지했던 지지율이 30%대 후반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중도층과 보수층, 진보층, 30대와 60대 이상, 40, 20, 50, 경기·인천과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서울 등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하락했다. 호남과 충청권에서는 상승했다.

 

한국당 지지율은 전 주보다 1.1%포인트 상승한 32.4%를 기록해 30% 초반을 이어나갔다. 한국당은 진보층, 30대와 60대 이상, 50, TKPK, 경기·인천에서 상승한 반면, 보수층, 40, 충청권과 호남에서는 하락했다.

 

처음 조사가 이뤄진 새로운보수당은 5.3%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당 지지율 3위를 차지했다. 새보수당은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충청에서 가장 높은 지지(9.5%)를 얻었다. TKPK, 경기, 서울 등 전국에서 4.9%~6.2%의 지지를 받았다. 호남에서는 0.8%만이 새보수당을 지지했다. 연령별로는 20대 지지율이 6.7%로 가장 높았으며 40(6.3%)30(4.9%) 등의 순이었다.

 

정의당이 4.8%, 바른미래당이 3.7%의 지지율로 뒤를 이었다. 민주평화당 지지율은 2.2%, 민중당과 우리공화당은 각각 1.5%의 지지율은 기록했다. 대안신당은 1.1%로 조사돼 원내정당 중 가장 낮은 수치로 출발했다. 무당층은 9.9%로 나타났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 인권위 거부에도 '왜곡' 발표했다

이틀만에 침묵 깨고 진실규명 나선 인권위

"인권위원장이 답변해달라" 요청 내려오자 인권위 "규정상 안된다" 거부 회신보내

다음날 또다른 공문 보냈다가 돌연 취소해달라 전화 걸어

"공문 폐지해달라"고 요청한 날에 국민앞에 "인권위 조사 착수 가능" 왜곡 발표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조국 가족 인권침해 조사 청원'을 공문으로 내려보낸 것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인권위가 침묵을 깨고 진실 규명에 나섰다.   인권위가 공개한 공문은 청와대의 기존 해명을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인권위의 답변을 왜곡해 발표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파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인권위장이 조국 청원 답해달라" 요구에 인권위 거절, 다음날 공문 또 보내

인권위는 지난 7~13일 날짜별로 청와대와 주고받은 공문의 일시와 내용을 16일 공개했다. 청와대의 해명이 나온 직후 언론들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던 인권위가 이틀 만에 침묵을 깬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7일 인권위에 대통령 비서실 명의로 "조국 가족 인권침해와 관련한 국민 청원의 답변 요건이 달성됐으니,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답변을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독립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청와대 국민 청원에 답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임에도 청와대가 이를 해달라고 특별히 요청한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다음날인 8일 회신 공문을 보내 '거부' 의사를 명백히 했다. 인권위는 위원장의 직접 답변이 어려운 것은 물론, 청원자가 익명이기 때문에 진정 제기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진정제기 요건을 갖춰 행정상 이송(이첩)이 이루어져 조사개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진정으로 접수해 조사가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에 따라 진정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제출된 경우에는 각하된다는 규정도 덧붙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통상의 경우 인권위법상 각하 형식 요건을 설명하는 단순한 안내를 했다""익명 청원은 조사할 수도 없다. 요건을 갖춰야지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안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권위가 이를 통보한 다음 날인 9, 청와대는 또 다른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조국 가족 인권침해 관련 국민 청원을 이첩한다"는 내용과 함께 청원 내용이 첨부돼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첩 공문을 보낸 당일 인권위에 전화를 걸어 "착오가 있었다"며 돌연 공문을 폐기해달라고 구두로 요청했다. 이에 인권위는 "부처 간 주고받은 공문은 구두상 폐기가 불가능하며,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야 한다"고 이번에도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이로부터 나흘이 지난 13, 청와대는 인권위에 "9일자 공문이 착오로 송부된 것이므로 폐기를 요청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인권위는 당일(13) 청와대 요청을 받아들여 9일 받은 공문을 반송처리했다.

 

뒤로 폐기해달라 수습한 날, 국민앞에서 인권위가 조사할 것처럼 곡해해 발표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 소통센터장이 13'조국 장관 임명 촉구 및 임명 반대 청원'에 대한 조치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문제는 청와대가 인권위에 "이첩이 착오이니 폐기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며 수습하던 13, 국민에게는 전혀 다른 맥락의 왜곡된 발표를 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개되는 엠바고 자료에서 '조국 가족의 인권침해 안권위 조사 청원에 대한 답변'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SNS를 통해 영상을 공개했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영상에서 "청원과 동참하신 국민들의 청원 내용을 담아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원에 공문을 송부했다""인권위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수된 위 청원 내용이 인권 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전후 맥락상 이는 명백히 왜곡된 답변이다. 인권위가 청원 답변을 해달라는 청와대의 1차 요구도 정식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2차로 내려보낸 이첩 공문은 회수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인권위는 조사 개시의 원론적인 규정을 안내했을 뿐이었지만, 청와대는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표현으로 가능성을 부여했다. 강 센터장은 말미에 "참고로 인권위법 제32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익명으로 진정이 접수될 경우 진정사건을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명으로 진정을 접수해야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표 직후 청와대가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실명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는 보도들이 쏟아졌지만 청와대는 당일 발언을 수정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뒤로는 인권위에 공문을 폐기해달라며 수습을 하던 청와대가 당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왜곡된 발표를 한 배경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애초 청와대가 인권위원장에게 이례적으로 직접 답변을 요구한 것부터, 인권위가 불가 방침을 밝혔음에도 다음날 또다시 이첩 공문을 내려보낸 것 자체가 독립 기관인 인권위에는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권위도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가 마치 조국 일가에 대한 인권위 조사를 예고한 것 같은 영상을 내보낸 데 대해 인권위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연이어 긴급 대책 회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인권위의 의도와 무관하게 곡해된 내용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인권위 핵심 관계자는 "제가 해석하고 가치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저희는 이런 이런 경우에 조사가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절차를 안내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CBS노컷뉴스 조은정·김태헌·박지환 기자

 

 

"한달 200만원 훌쩍"'겨울방학 특강' 꼼수에 허리휩니다

학원가 특강마케팅 과열 양상문제풀이·특목고 대비 등 무한 개설 가능

학원비 올려놓고 수강생 빽빽, 학부모들 "환기 안되고 비상상황도 걱정"



"방학 특강비 200만원 결제한지 보름도 안지났는데, 설연휴 특강 신청하라는 공지가 쏟아지니 또 몇십만원 우습게 깨지겠네요."(대치동 고2 학부모)

 

겨울방학을 맞은 학원가에 '특강마케팅'이 과열양상이다. 방학 때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잇따른 교육입시정책 변화 속에 올 겨울 학원가의 특강경쟁이 더 공격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둔 이모(경기 일산)씨는 이번달 수학·과학학원에서만 학원비로 162만원을 냈다. 방학특강과 주말반 수업이 포함된 금액인데, 여기에 영재고 입시 대비용 수업까지 추가해 24만원을 더 냈다. 이씨는 학기 중 학원비로 110만원 정도를 썼는데, 방학이 시작된 이후 220만원까지 올라갔다.

 

예비 고등학생 B양의 부모(서울 길음동)1월 학원비로 총 250만원을 썼다. 하루 종일 학원에서 학생을 관리해주는 수학 윈터스쿨이 115만원이고, 영어와 수학 선행 수업료가 각각 40만원이다. 주말에 다니는 국어와 과학은 30만원, 25만원이다. B양의 어머니는 "고교 진학을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학원비를 아까워 할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강남의 한 입시학원 관리자는 "방학특강이 정규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다 보니 학생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봐야 한다""학원에 따라 문제풀이반, 복습반, 특목고 대비반, 경시대회반 등 이름 붙이기에 따라 무한정 특강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선임연구원은 "평소 정규 수업은 학원 측과 강사가 일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지만, 특강의 경우 수업료 대부분을 강사가 가져가는 구조"라며 "그렇다보니 강사들도 특강 홍보에 열을 올리고, 최대한 많은 수강생을 끌어모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학 기간 수강생이 몰리다 보니 학원비를 더 지불하고도 면학 분위기는 악화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예비 중학생 딸을 둔 박모(경기 수지)씨는 "학부모에게 안내도 하지 않고 수업시간을 하루 40분 늘리면서 학원비도 10만원 이상 올려받았다""방학이라 가족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었지만 며칠 학원을 빠져도 학원비는 절대 깎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예비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대치동)"새벽부터 줄을 서 유명 학원의 강사 특강을 신청했는데, 한 강의실에 2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몰아넣고 수업을 하더라""공간이 비좁고 환기도 잘 안돼 한겨울에 학생들이 땀을 흘리고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데 이건 공부가 제대로 되는건지, 비상 상황에 대피나 할 수 있는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내 학원 강의실은 적정 규모와 수용인원이 규정돼 있고, 학원비(교습비)도 각 지원청별로 상한선을 두고 있다""과도한 교습비나 학원시설 안전에 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 각 지원청 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내면 즉각 현장 점검을 통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차가운 분노만 남은 고졸 청년들

고졸 청년들의 각종 지표가 추락하고 있지만, 사회는 무관심하다. 청년 정책에서도 고졸 청년은 소외됐고, 이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차별을 내재화한 채 차가운 분노를 자아낼 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졸 청년들의 지표는 확실히 나빠졌다. 고졸 취업률이 최근 2년 사이 눈에 띄게 추락했다(그림 1참조). 대학에 진학하지도 군에 입대하지도 않은 고졸 청년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청년 비율은 201924.9%밖에 안 된다.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삼고 3년 동안 교육과정을 마친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더 가파른 하락세를 그렸다(그림 2).

 

거꾸로 대학 진학률은 올라갔다. 대학 진학률 그래프가 곧 대학 졸업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청년 비율의 추이라고 보았을 때, ‘고졸이어도 괜찮아라는 인식이 최근 2년 사이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적어도 고졸 취업 지표상으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가 지금보다 나았다.

 

지표가 이렇게 나빠졌는데도 그에 걸맞게 사회적 관심이 올라가지도 않았다. ‘학력 차별’ ‘학력 격차를 키워드로 한 언론 보도 건수를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치솟았다가 지금까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그림 3). 차별이 해소돼서가 아니다. 여전히 학력 및 학벌 차별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로 꼽힌다(그림 4).



문재인 정부 들어 청년 세대 전반의 취약성과 지원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정책 대상 범주에 고졸 청년도 들어가지만, 이들은 중심이 아니다. 많은 청년 관련 논의와 정책이 ‘4년제 대졸 청년을 중심으로 짜인다. 출발선, 임금, 처우 등 모든 부분이 대졸 청년에 비해 특별하지만 고졸 청년을 위한 특화된 정책은 없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없다. 대학 학자금 지원책이 청년층 경제정책으로 대표되고 수시·정시 논쟁이 청년들의 공정성 요구를 대변하는, 편협한 우리 사회 청년 공론장 안에서 고졸 청년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발화되지도 않는다.

 

청년오늘연구소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전문위원은 취업자, 무당파 기준 안에서 20대 고졸 남성 8, 20대 고졸 여성 8명을 표적 집단으로, 20대 대졸 남녀 8명을 비교 집단으로 선정해 2019102~10FGI (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고졸 20대는 어떤 사람들일까?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분노할까? 기사에 등장하는 청년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연합뉴스201811삼성 협력사 채용한마당에서 취업을 원하는 고교생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정책 바뀔 때마다 격랑 속 고졸 일자리

통계수치는 실제 고졸 20대도 체감하고 있었다. “제가 2017년도 졸업을 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선택권이 있었는데 지금 학교 후배한테 들어보면 학교에서도 자리가 별로 없어서 자가 취업을 해야 하는 애들이 굉장히 많고, 자가 취업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최수정·21·콜센터 비정규직).” “올해 6~7월에 모교를 방문했는데 그때는 보통 상반기 공채, 즉 국내 이름 있는 기업에 몇 명은 뽑히는데 한 명도 취업자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진학반을 9개 반 중 2개 정도에서 3~4개로 늘렸다고 하더라고요. 대학 진학이 늘어서(남세희·21·중소기업 사무직).”

 

이들이 주요하게 꼽는 고졸 취업률 감소의 원인은 정부 정책 변화다. 작고 불안정한 고졸 취업 시장에서 고졸 채용할당제 같은 정부 정책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제가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에서 고졸을 채용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서 고졸 채용 비율이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인원만큼 대졸을 채용을 해버리니까 저희 고졸이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티오가 많이 줄었어요(이민효·21·공공기관 정규직).”

 

몇몇 고졸 20대는 이번 정부가 서민층을 위해 추진한 노동·경제 정책이 고졸 취업 시장에 의도치 않게 튀긴 불똥을 맞거나 목격하기도 했다. “농협 계열사에 들어갔는데 그때 비정규직 철폐가 나왔어요. 군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는데 그 후에 그쪽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하니까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신입을 거의 안 뽑는대요. 예전보다 사람은 없는데 티오가 줄었다고 했어요. 비정규직 철폐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보니까 구멍을 작게 만든 느낌. 계약직은 가서 경력이라도 쌓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들어가서 뿌리를 박아야 하니까. 경력이 없으면 어디 가서 알바를 할 수밖에 없어서(김정식·24·대기업 콜센터).” “작년에 후배들을 뽑으려고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고3 10월부터 취업이 가능했거든요. 근데 무슨 법 때문에 20살부터 취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 대표님도 그러면 차라리 고졸 말고 대졸을 뽑는 게 어떻겠느냐고(송예나·22·중소기업 회계직).”

 

은연중에’ ‘은근하게’ ‘뒤에서차별

특별히 느껴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고졸로서 겪는 차별을 물어봤을 때 김주원씨(21·중소기업 사무직)는 답했다. 취업 시장에서 학력 차별이 완화되고 있는 걸까? 주원씨 대답의 전체 문장을 살려보자. “대졸 사원들은 아무리 낮아도 3급부터 올라가요. 근데 고졸이나 초대졸은 1, 2급부터 올라가는, 그것에 따른 연봉 차이 말고 특별히 느껴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몇몇 고졸 20대는 예외적인 몇 가지말고는 일터에서 큰 학력 차별을 겪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예외적인 몇 가지란 급여체계, 직급체계, 승진제도이다. 노동조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너네는 학창 시절에 뭘 해서, 학교를 어떻게 나왔기에 그런 걸 앉아서 하느냐라는 소리를 듣는 콜센터 직원 김정식씨 사례처럼 면전에서 대놓고 학력 차별의 언어를 내뱉는 사람들은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다만 은연중에’ ‘은근하게’ ‘뒤에서속삭인다. “고졸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대학 조별 과제 같은 걸 안 해봐서 불편한 점이 있다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닌데 소통이 안 된다고(정원석·23·주점 서빙).” “승진을 4년 늦게 한다 해도 들어오는 것 자체에서 너희는 혜택을 받았다고 은연중에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앞에서는 많이 안 하고 뒤에서 얘기를 많이 하세요(이민효·21).” “(고졸 전형으로 취업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은근히 안 좋은 소문을 흘리거나 뒤에서 약간 안 좋은 그런 걸 하거나(최수정·21).”

 

수정씨는 또래 대졸 자녀를 둔 직장 상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집 애들은 대학 나와서 독립도 안 하고 알바도 안 하려고 해. 취업 시장도 너무 작아서 차라리 너처럼 특성화고를 가서 일찍 취업하는 게 나았을 것 같아.” 그런데 후에 다시 만나면 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속삭였다. “나중에 네가 시간이나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대학은 꼭 가라. 대학은 꼭 가야지 네가 결혼을 하든 나중에 일을 하든 대학을 안 가면 되는 게 없다. 꼭 대학을 가라.”

 

연합뉴스 2019226일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총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그림의 떡인 청년 정책

대학을 안 가면 되는 게 없다라는 조언 때문에라도 주경야독을 계획해보려던 고졸 취업자들은 또다시 벽에 부딪힌다. “대학교 수업 시간이 오후 6시인데 퇴근 시간도 6시라서 맞출 수 없어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김주원·21)” “본인 월급도 가산되기 때문에 가계소득이 높게 나와서 국가장학금 신청이 안 되는데 직장 월급만으로 대학 학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친구들도 많다(이민효·21).” 특성화고 정책 등에서 장려하고 있는 선취업 후진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대표적인 청년 정책도 고졸 20대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채지영씨(20·편의점 파트타임)는 직업훈련을 위해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다가 구체적인 자격 요건을 보고 포기했다. 한 달 30만원의 지원금으로 교통비 포함 모든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교육을 받는 대신 다른 돈을 버는 일은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불안정 노동이라도 바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20대 초반부터 계속 일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고졸 청년들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직업교육만 받는 기간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근로자휴가지원 사업 등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고졸 청년들에게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아무래도 회사도 돈을 납부해야 하는 부분이다 보니까 회사한테 얘기를 해서 OK 하면 쓸 수 있는 거고 안 되면 못하는 걸로 알고 있고(송예나·22)” “정책은 만들어놓고 하는 회사는 없다 보니까 정책 있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박미정·26·중소기업 사무직)”이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있어도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고졸 남성 그룹의 FGI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언급하자 나머지 7명이 처음 듣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홍보를 잘 해주면 좋겠어요. 내가 직접 찾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찾기 편하게 해줘야 하는 것도 필요한 거 같아요(정원석·23)”라는 요구가 나왔다. 적극 홍보되지 않은 청년 정책은 오히려 불신으로도 이어졌다. “기껏 청년수당이나 뭐나 좋은 그런 건 해주니까 아는 사람만 받고 모르는 사람은 다 놓치니까 불만도 생기고 없애면 좋겠다는 말도 나오고. 그럴 바엔 차라리 없애는 것도 나쁘지 않고 안 하느니만 못한 거죠(백흥수·28·중소기업 사무직).”

 

우리는 차별에 반대한다, 일부만 빼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의롭다고 느끼는 노동 소득분배의 기준은 근무 태도’ ‘노력’ ‘업무 성과등이다(그림 5). ‘학력은 정의롭지 못한 기준이다. 세대별로도 큰 이견이 없다(그림 6). FGI 참석자들 의견도 크게 갈리지 않았다. “(대졸이 고졸보다) 1.5배 월급이 높은 거 같은데 그건 불합리해요. 일 해보고 잘하면 올려주면 되잖아요라는 고졸 장한솔씨(24·행사장 프리랜서)고졸이 일을 더 잘하고 능력이 있으면 확실히 그 사람을 더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대졸 배진주씨(26·디자인 계열 정규직)처럼 고졸·대졸 가리지 않고 대부분 능력주의의 당위성에 공감했다.

 

다만 고졸 20대 그룹은 고졸의 업무 능력이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할 때 스스로 그 영역을 꼭 실무 능력으로 구분해 한정지으려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론적인 지식은 대학 나온 분들이 세세하게 더 잘 알고 계신데 실무 쪽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고졸들이 경험이나 그런 부분이 많아서(최수정·21)”, “이론은 아무래도 더 많이 배우신 분이 할 텐데 실무는 그렇게 차이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송예나·22)”라는 식이다. 아예 배움 차이로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김하성·19·공공기관 비정규직)”라며 학력에 따른 임금·승진의 차등에 수긍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력에 따른 차별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대부분 반대했다. 반면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에는 대부분이 동의했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의 ‘20대 남자설문조사에서 같은 업무를 한다면 정규직을 비정규직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해줄 필요가 없다’ ‘오랫동안 일을 잘 해온 비정규직이면, 시험을 치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에 대해 찬반을 물었다. 다른 세대보다 20대 청년일수록 동일업무 동일임금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했다(그림 7〉 〈그림 8).

 

FGI에서도 확인됐다. 대졸 청년 신미라씨(27·IT 계열 프리랜서)어차피 급여 차이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돼도 기존에 정규직이었던 사람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자체는 나쁘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고졸 그룹에서도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 반감을 표시했다. “우리 회사가 좀 안 좋은 게 정직원과 알바생(비정규직) 대우를 이상하게 (똑같이) 해줘요. 회사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체계가 잘 안 잡힌 거 같아요(신성휘·25·중소기업 생산직).” 앞서 이들이 공감한 능력주의란 정규직·비정규직 각각의 범주 안에서만 작동하는 능력주의인 셈이다.

 

젠더 차별에 대해서는 성별로 의견이 갈렸다. 대졸이든 고졸이든 모든 청년 여성 그룹은 여성이어서 겪은 직장 내 차별 사례를 여럿 증언했다. 채용 면접 때 여성 지원자에게만 출산은 어떻게 할 거냐물어보고, 시험 승진 때보다 면접 승진 때 유독 남성 승진자가 많이 배출되고, 팀 비서직 자리가 비면 이런 건 여자가 해야지라며 연차에 상관없이 무조건 여성을 배치하는 사례가 언급됐다.

 

반면 고졸 남성들은 직장 내 성별 임금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직무 차이에 따른 정당한 차등으로 인식했다. “여성들은 사무 업무를 하니까 우리보다 받는 금액이 적은 거고(신성휘·25).”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서 우리 회사는 아예 여자한테는 안 시키고 돈을 적게 줘요. 추가근무, 야근, 지방 출장을 아예 우리 회사는 안 시켜요. 위험하기도 하고. 일이 생기면 대처 능력이 안 될 수 있어서(백흥수·28).”

 

고등학교 졸업 후 온라인 판매업에 종사해온 손재훈씨(25)는 젠더 차별이 이슈가 되는 최근 사회 분위기에 불만을 표시했다. “요새 추세가 여자가 되게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더욱더 기분을 맞춰주는 거죠. 여자가 책임감이 너무 없다고 봐요. 사내에서도 힘든 일은 피하려 하고. 굉장히 이기적이다, 자체가.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된 거 같아요.”

 

희망 없는 차가운 분노

학력, 고용 형태, 성차별에 관한 질문에 이어 청년들의 정의와 공정 감수성을 알아보기 위해 구체적인 사건 하나를 FGI 참석자들 앞에 던졌다. FGI가 진행되던 당시 한창 뜨겁게 벌어지던 조국 대란이다. 조국 장관 후보자 반대 집회에 나선 대학생들의 사진이 청년들의 분노’ ‘20대의 역습등의 제목과 함께 신문 1면에 게재되던 시기였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받은 여러 가지 특혜에 대해 누구보다 또래인 20대가 가장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 일반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고졸 20FGI 참석자들은 예상외로 조국 대란에 무덤덤했다.

 

실제 당시 설문조사 결과상으로도 ‘20대 분노설을 설명하기에 깔끔하지 않은 구석이 많았다.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수행에 적합한 인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20대 청년의 부적합(29%)’ 의견이 적합(14%)’ 의견보다 월등히 높기는 했다. 하지만 전 연령 평균(부적합 48%, 적합 18%)과 비교해보면 20대는 특별히 더 조국 후보자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 대신 판단 유보(57%)’ 비율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KBS 일요진단 라이브·한국리서치 조사, 815~16, 전국 성인 1006명 대상).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할까?

 

연령별 결과에 학력 변수를 추가하면 해석의 실마리가 조금 보이는 동시에 또 다른 질문에 맞닥뜨린다(그림 9). 이 그림을 보면 ‘20대는 20~40대 가운데 조국 대란에 가장 분노한다라는 말도 맞고 ‘20대는 20~40대 가운데 조국 대란에 가장 관심이 없다라는 말도 맞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학력이다. 20대 고졸 이하 청년은 전 계층을 통틀어 조국 장관 임명에 가장 판단 유보적이며, 20대 대학 재학 이상 청년은 전 계층을 통틀어 조국 장관 임명에 가장 부정적이다. 30·40대는 학력이 낮을수록 조국 장관을 반대했지만 20대는 거꾸로다. 학력이 높을수록 조국 장관을 반대했다. 그러니까 ‘20대가 조국 대란에 분노한다는 말은 이렇게 바꿔야 한다. ‘대학 나온(다니는) 20대가 조국 대란에 분노한다.’

 

고졸 20대는 왜 조국 대란에 무덤덤할까?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전문위원 해석에 따르면 너무 먼 곳에서 벌어지는 불합리이기 때문이다. 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불친절한 공무원 앞에서는 불같이 화가 나지만 재벌가 2세들의 상속 분쟁 뉴스에는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이번 FGI에 참석한 20대 고졸 청년들에게 조국 대란에 대한 견해를 묻자 뉴스에서 떠들어대니까 안 좋은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장 다니면서 피곤한 상태로 뉴스까지 보기에는 힘들어서 뉴스를 잘 안 보고 사니까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신성휘·25)”라거나 짜증은 나는데 직접 연관이 없어서. 재미있어요, 보면. 눈 뜨면 사건 사고 터지는데 재미있죠(김하성·19)”라고 답했다.

 

조국 대란으로 촉발된 대학가, 광화문, 서초동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였다. “취지는 좋고 참여 의지가 있으면 하는 게 맞는 것 같고(남세희·21)” “(조국 반대 집회를 벌이는 서울대, 고대 등 대학생들을 보면) 일단 제일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셨다는 생각에 조금 안타깝고 안쓰럽(최수정·21)”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느끼기 힘든 고졸 청년 처지에선 굳이 직접적으로 찾아가서 시위할 정도까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황예슬·24·중소기업 회계직).”

 

이들의 무덤덤함은 쿨함이 아니다. “맨 위가 바뀌어도 중간이 해먹고. 중간이 바뀌어도 맨 위가 해먹으니까 악순환인 거 같아요(김정식·24)”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고쳐지지 않는 걸 보면 앞으로도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 거 같아요(신성휘·25)”라는 말에서 보이듯 이들 눈에 한국 사회는 뿌리부터 썩은 구제 불능의 세계이다. 화도 희망이 있어야 나는 법이다. “의견을 피력해봤자 바뀔까 싶어서” “시위 같은 거 해봤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든 대한민국은 안 바뀌니까분노를 표출하지도 목소리를 내고 싶지도 않다는 이들의 냉소는 어쩌면 뜨거운 분노보다 더 절망적인 차가운 분노에 가깝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저소득 저학력 계층일수록 더 높은 상대적 박탈감(그림 10〉 〈그림 11)에 주목했다. 상대적 박탈감은 준거집단() 대비 자신이 희망하거나 응당 받아야 할 만큼의 보상을 빼앗기고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불만으로 정의된다. 상대적 박탈감 지수를 산출할 때 묻는 문항 속에서 나와 비교되는 남(준거집단)’이란 나와 비슷한 사람들(people like me)’이다. 분노를 일으키는 사회적 이슈조차 계층별로 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은밀한 차별에 노출되고, 청년 담론에서 소외받으며, 주류를 이루는 분노 이슈에서도 (다른 세상 이야기이기에) 배제된 이들이 바로 이 시대 대한민국 고졸 청년들이다.

시사인 변진경 기자

 

세상은 고졸 청년을 없는 존재로 여긴다

어제까지 학생이었다가 사회로 내던져진 비진학 청년들은 어떤 세상과 마주할까. 애써 진로 계획을 세우다가도 대학이라는 벽에 막힌다. 비진학 청년을 위한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시행 4년 차를 맞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사업)은 지난해 정책 대상을 조금 변경했다. 애초 29세 이하 미취업 청년에서 졸업 및 중퇴 후 2년 이상의 만 34세 이하 미취업 청년으로 바꾸었다. ‘졸업 및 중퇴 후 2년 이내 청년으로 설정한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정책 대상과 중복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점수를 주고, 특정 연령대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20대 초반·20대 후반·30대 초반 연령별로 쿼터도 두었다.

 

그랬더니 뜻밖의 결과가 일어났다. 청년수당 참여자 가운데 고졸 이하 비율이 37.5%(2018년에는 18.8%)로 훌쩍 뛰었다. 특히 20대 초반 그룹에서 도드라졌고 미취업 기간이 긴 30대 그룹에서도 대거 합류했다. 이렇게 들어온 고졸 이하 비진학청년들은 대졸 청년 주축이던 기존 청년수당 참여자들과 많은 것이 달랐다. 필요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다르고 원하는 진로 탐색·상담·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달랐다. 같은 정책을 4년간 펼쳐온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도 적잖이 당황했다. ‘청년 정책이 아직 모든 청년을 포괄하지는 못했구나.’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신규 유입자들을 탐구해보기로 했다. 청년유니온에 의뢰한 비진학 청년 사회진입 지원방안 모색연구보고서가 그 첫 번째 탐구 결과다.

 

연구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20~29세 대학 비진학 청년 15명을 만나 진로 모색과 관련된 경험과 욕구를 듣는 FGI(Focus Group Interview·집단심층면접)를 진행했다. 취업 여부·연령별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눴지만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청년 15명은 소속과 나이를 초월한 공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기사에 등장한 청년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어제까지 학생이었다가 오늘 갑자기 사회로 내던져졌을 때 비진학 청년들은 어떤 세상을 만날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난 사회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곳, 무서운 아저씨들이 가득한 곳, 5개월 일해도 10만원을 주고는 그것도 많다고 하는 무섭고’ ‘공포스러운세상이었다. 이런 첫 사회 경험의 충격이 비진학 청년들을 장기간 방황으로 내모는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니까 두려움이 있었어요. 내가 돈 받고 일할 수 있을까, 학교처럼 실수가 용납이 안 돼서 두려움이 컸죠(김지웅·28·프리랜서 작가).” “어른들이랑 같이 일한다는 게 공포였어요. 회식 자리에서 아저씨들이 막 대하는데, 일할 때도 어려서 그런지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어요. 매일 일 나가는 게 무서웠어요(심나윤·23·마케팅 비정규직).” “스무 살이고 막내이다 보니 네다섯 달 활동하고 받은 게 10만원이었어요. 소개해주신 분께 말했더니 처음 시작한 애한테 10만원 준 게 많은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연극을 접고 부모님 댁에 잠시 내려갔어요(염지희·28·IT 업계 비정규직).”

 

경험이 적고 빈약한 비진학 청년들은 많은 경우 프리터’(일정한 직업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20대를 채워나갔다. “일단 카페. 그리고 홀 서빙. 연구원 인턴으로 일했고. 행사 알바 좀 많이 다녔고. 되게 다양한데 페스티벌, 막노동하듯이 이런 것도 다니고(이혁민·26·취업 준비).” “단기랑 현장직을 제일 많이 했어요. 행사 스태프나 무대감독이나 노가다라고 불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스무 살 되자마자 돈 벌려고 했을 때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밖에 없었어요. 알바 3개월씩 하다가 금방 그만둔 것 같아요. 계약서 쓰고 4대 보험 들고 하는 건 의류 매장에서 두 달(최민재·23·미취업).”

 

비진학 청년, 문화자본 쌓을 곳 없어

이런 프리터 생활도 어떨 땐 대학 졸업장이 필요했다. “서빙, 화장품 판매 등 전문적인 게 필요 없는 일이어도 대졸자만 뽑고 고졸은 안 뽑는다고 써놓은 게 전보다 많아졌더라고요(박다정·23·미취업).” “카페 알바 조건에도 4년제 대졸 있으면 재수 없어하면서 넘긴다던가(이영화·22·시간제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고졸이렇게 설정해놓고 봐요. 그런 데서 괜히 신경 쓸까 봐 스스로를 차단하게 되더라고요(심나윤·23).”

 

애써 무시하고 회피하며 돌아가다가도 진로 계획을 세우다 보면 꼭 대학이라는 벽에 막힌다. “치위생사가 되고 싶은데 대학을 나와야지 자격증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더라고요(민경진·21·미취업).” “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다가 항공서비스 쪽으로 갈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국내 항공사는 다 대학을 나와야 해서 외항사를 알아봐야 해요(이혁민·26).”

 

가성비를 따지며 자신 있게 비진학을 선택한 청년들도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밖 20대 초중반 청년이 배움과 교류 같은 문화자본을 쌓을 수 있는 곳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나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해진 루트인 수능-대학을 따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대학에 간 친구들 보면 대학에서 노는 풀이 다르더라고요. 관심 가는 금융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대학생만 대상으로 하더라고요. 대학에 다녔다면 가능성이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요(손지윤·20·카페 아르바이트).” “예술계는 정말 판이 좁아요. 학연과 지연으로 굴러가는. 제가 했던 연극도 A 대학 사람들이 모인 거고, 영화도 B 대학 사람들이 모인. 저는 외부인인 거죠. 그들의 커뮤니티에 끼지 못하는 상황, 배척받는 상황이 있었고(염지희·28).”

 

비진학 청년들이 그래서 공통적으로 겪는 고통이 외로움이다. “친구는 대학 가서 재미있게 많이 노는데, 나는 한두 명이 덩그러니 앉아서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차이가 느껴졌어요. 회사 다니다가도 그만두면 연락이 끊기고 하니까. 붕 떠 있는 느낌(심나윤·23).” “아르바이트가 혼자나 둘이 하는 거여서, 20대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바글바글했던 고등학교에서 바로 혼자 있게 되는 게. 일하고 나면 공허하고 그래서 종교에 의지했어요(이영화·22).”

 

이영화씨는 또 말했다. “학생 할인이 있는데 고등학생’ ‘대학생이라는 단어들도 상처였고. 학생이 아니면서 20대 초반인 나는 어디에 낄 수가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나는 이 나라에서 어떤 존재일까 싶어서 울기도 하고. 배제당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라가 나를, 없는 사람으로, 존재를 지워버린다고 해야 하나. 대학교를 안 간 20대 청년들은 설 자리가 없어요.”

 

대한민국에서는 대학을 가는 것이 너무 디폴트값이라서 그걸 치르지 않은 청년들은 이후에 어떤 걸 배워야 하는지 어떤 걸 해나가야 하는지 사회에 턱하니 놓여 있는(박다정·23)” 상황에서, 비진학 청년들이 원활한 진로 모색을 거쳐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으려면 어떤 정책 방향이 필요할까? 연구팀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 청년 정책이 조기 개입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시기를 잠재적인 정책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고등학교 졸업 직후의 청년들이 자연스레 정책을 접하고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도, 취업자도 아닌 고립된 상태로 청년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무를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특히 커뮤니티 형성이 정책 개입의 핵심이어야 한다. 비진학 청년도 배움과 또래 교류, 문화자본 축적이 가능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팀은 비진학 청년의 진로 모색-노동 이행 기간을 좀 더 길게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국토교통부의 청년 행복주택 등 대표적인 정부 청년 정책의 신청 자격이 졸업 및 중퇴 이후 2년 이내라는 제한을 두었다. 졸업 후 2년 이후면 진로 모색을 끝내고 대체로 안정적 노동에 안착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 2년 후 청년고등학교 졸업 2년 후 청년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비진학 청년에게 지금 당장 진로 모색을 끝내라는 주문은 너무 가혹하다. 연구팀은 청년 정책을 설계할 때 비진학 청년이 대졸 청년보다 더 긴 이행 기간을 가진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들이 문 닫으면 지옥문이 열린다

2020년부터 대학 정원이 남아돌기 시작하고 입학 가능 학생 수는 큰 폭으로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대학이 폐교될 경우 교원과 학생, 지역에 위기를 불러온다. 이미 몇몇 대학은 재앙에 직면했다

 

부산 중심가에서 북동쪽 기장군 방향으로 뻗은 지하철 4호선. 종점 근처 산자락에 동부산대역이 위치해 있다. 조만간 이 역의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인근에 위치한 2년제 사립대 동부산대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탓에 신입생 모집도 포기했다. 동부산대는 홈페이지에 학내 사정으로 인해 2020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은 시행하지 않습니다라는 공지 글을 띄웠다.

 

동부산대는 2015년 재단 관계자가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파면된 뒤 아직 이 돈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2018재정지원 제한 대학 2’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소속 학생들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100% 제한된다는 의미다. 마땅한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횡령보다 더 근본적인 위기 때문이다. 바로 인구 감소 문제다.

 

인구 감소로 대학이 사라진다. 교육부의 추계에 따르면 2020년은 대학 정원이 남아돌기 시작하는 해다. 이른바 대입 역전 현상이다. 그림 1을 살펴보자. 교육부가 추계하는 입학 가능 학생 수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 대학 정원을 밑돈다. ‘입학 가능 학생 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에 재수·3수를 비롯한 N수생, 기타 대입 수험생을 모두 더해 추계한 수치다. 한마디로 대학 입학 수험생 수가 향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입학 가능 학생 수는 2024년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2018년 기준 대입 정원은 497218명이다. 그러나 입학 가능 학생 수는 202142만여 명, 202241만여 명, 202340만여 명을 거쳐 202437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현 대입 정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4년 후 전국 대학은 최소 123000여 명이 미달되는 사태에 직면한다. 입학 정원 대비 약 24%가 부족한 셈이다.

 

입학 가능 학생 수는 학령인구 통계를 기반으로 추계된다. 학령인구는 해마다 태어나는 인구를 기반으로 장기 예측이 가능하다. 201959만여 명에 이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202443만여 명으로 줄어들리라는 건 인구조사 통계를 통해 십수 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20년에 직면한 대학 교육의 위기는 이전부터 대비책 마련에 고심했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학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정책에 반영된 건 참여정부 시절부터였다. 한국 고등교육은 1980년대부터 양적 확대와 1990년대 정원 자율화 정책을 거쳐 지속적으로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특히 대학 진학률이 늘면서 지속적으로 대학생 수가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출생 인구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이는 장기적으로 대입 자원의 감소를 예측하게 했다. 2004년 참여정부는 8·31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대학정보공시제, 국립대 간 통합, 사립대 퇴출제도 보완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시점이다.

 

참여정부 이후에도 대학 재정지원과 입학정원 감축 정책이 연계됐다. 대학의 자발적 협조를 정부지원금으로 유도한다는 건데, 이 같은 방식은 이명박 정부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감축 수치를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부터 시곗바늘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예상보다 인구가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연합뉴스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8월 대학혁신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5년에 처음 실시한 대학 구조개혁평가는 각 대학에 본격적으로 정원 감축 압력을 넣었다. 3년에 한 번씩 평가해 전국 대학의 정원을 감축한다는 다소 과격한 정책이지만 목표는 뚜렷했다. 3년씩 주기별로 감축 목표치를 두고, 2023년까지 총 16만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었다. 1주기(2014~2016) 목표는 2017년이 될 때까지 4만명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당시 전국 각 대학에 재정 압력을 넣으면서 총 47000여 명이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감축 방식으로 인해 대학들이 점수 따기에 골몰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 전문대학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양극화를 극대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학 측의 볼멘소리도 커졌다. 평가 자체가 부담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기존 구조개혁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박근혜 정부가 상위권 대학을 포함해 전국 전체 대입 정원을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면, 문재인 정부는 결과적으로 하위권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대학은 자율개선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안전권에 접어들었지만, 위태로운 학교는 그 위험의 크기에 따라 역량강화 대학’ ‘재정지원 제한 1유형’ ‘재정지원 제한 2유형순서로 나뉘었다. 그 결과 수도권 4년제 대학은 상대적으로 자율개선 대학 비율이 높은(87.9%) 반면 지방대학은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호남과 제주 지역에 있는 4년제 대학은 소위 안전한 대학비율이 62.5%에 불과했다.

 

문제는 2021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세 번째 평가. 올해부터 진학 가능 인구는 대폭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사실상 올해 각 대학이 어떻게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내년도 평가 결과가 좌우된다. 그런데 기준이 대폭 바뀌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8, 세 번째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정원 감소 대신 충원율을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대신, 각 대학이 충원율을 올리기 위해 알아서 대입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인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1210, 대전시 KT인재개발원에서 이 세 번째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2020년 한 해 동안 각 대학을 평가하는 기본 방향을 듣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백명이 모였다. 설명회는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과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의 연단 점거 농성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대학노조와 교수노조 측은 정부의 대학 평가 정책이 대학 서열체제를 공고화하고 지방대의 몰락을 가속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배포된 기자회견문에서 대학노조는 지방의 4분의 1, 많게는 100개 가까운 대학을 폐교로 내모는 (교육부의) 진단(대학 평가 정책)은 대학과 지역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점거농성까지 불사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교육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전국 각 대학의 생사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 100여 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주장도 허투루 듣기 어렵다. 수도권 대학, 특히 서울에 위치한 대형 종합대학은 충원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방 국립대도 안심 못해

반면 정원 미달 사태를 수차례 겪고 있는 지방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겁지겁 정원을 줄여야 한다. 정원을 줄이는 것은 대학 재정을 줄인다는 의미와도 같다. 특히 신입생 충원율뿐 아니라 재학생 충원율도 중요한 지표이므로 지방대학 처지에서는 중간에 떠나려는 학생도 붙잡아야 한다.

 

미등록 등으로 인한 지방대학의 중도 탈락 비율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아래 그림 22018년 기준, 정원 500명 이상인 전국 일반대학 가운데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을 추린 결과다. 2018년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평균 중도탈락률 4.6%를 훨씬 상회한다. 이들 20개 대학 가운데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은 세 곳에 불과하다. 대전광역시에 있는 국립대 한밭대학교마저 중도탈락률 10%를 넘어섰다. 자퇴 비율 역시 높게 나타난다. 가령 송원대(광주광역시)와 한국국제대(경남 진주)는 재적 인원 3000명이 넘는 규모가 꽤 되는학교이지만 자퇴 비율이 각각 7.16%, 7.13%에 달한다. 학생이 제 발로 대학을 떠난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 학교에 대한 비관적 평가가 많다는 의미다.

 

당장 신입생 충원율을 걱정해야 할 학교도 많다. 아래 그림 32019년 기준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을 추린 명단이다. 재단 일가의 사학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주대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20.5%에 불과했다. 한려대(전남 광양, 23.1%), 제주국제대(제주, 41.6%), 한국국제대(경남 진주, 42.6%) 역시 정원 내 모집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 대학은 사실상 위기 징후가 널리 알려진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그림 4는 전국 주요 폐교 대학 및 2019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의 분포도다.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은 2018년 평가 결과 정부가 위태로운 상황임을 공표해 긴급 처방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림 4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미 사라지거나 위태로운 대학 대부분이 지방, 특히 영호남에 자리하고 있다(전체 32곳 가운데 22).

 

문을 닫은 대학 대다수는 사학비리에 휘말린 곳이다. 가령 서남대, 한려대, 광주예술대, 신경대는 서남학원 설립자 이홍하씨의 일가가 문어발 개교를 한 곳이다(시사IN524서남대 사례로 본 비리 사학 흑역사기사 참조). 폐교한 한중대(강원 동해시)와 대구외대(경북 경산시) 역시 교육부 감사에서 재정 파탄과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폐교와 도태 위협은 비리 사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비리 사학에서 먼저 위기가 드러났을 뿐, 앞으로 5년간 이어질 입시 인구절벽 현상을 고려하면 위기에 봉착하는 대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절벽 문제는 교육 현장에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한다. ·중등 교육의 경우 일선 학교의 통폐합과 폐교가 일찌감치 진행됐지만, 동시에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더 늘어나고 교실 내 정원이 줄어들어 교육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공립학교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사학이 중심인 고등교육 현장은 다르다. 사학 재정을 지탱하는 두 축은 정부 지원과 등록금이다. 입학 정원은 등록금 수입의 원천이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충원율이 떨어지고, 이는 곧 정부 지원의 절감 위협이 된다.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 사학은 생존경쟁에 내몰린다.

 

자연스럽게 학생 허위 등록과 같은 꼼수가 횡행할 수 있다. 허위 입학원서를 접수해 일종의 유령 학생을 등록시키는 방법이다. 이미 허위 신입생 부풀리기는 수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경주대는 2017학년도 만학도 특별전형신입생을 선발하면서 허위 입학원서 400여 부를 접수해 조직적인 신입생 부풀리기를 시도하다 적발됐다. 부산경상대도 교육부 조사 결과(20193월 발표) 2016~2018학년도 신입생 가운데 지원자의 학업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29명을 허위 모집했다.

 

그렇다면 대학이 폐교될 경우 어떻게 될까. 지방 사립대의 폐교는 교원과 학생, 지역에 다층적인 위기를 불러온다. 가장 먼저 폐교 대학 교직원들의 노동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 사학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 쓰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중대는 20189월 기준 미납 급여가 430억원 규모이며, 서남대 역시 201711월 기준 330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기 전 서남대 교수가 2018년 사학진흥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남대 폐교 후 직장을 잃은 교수는 총 151명이며 이 중 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전공에 맞는 학과로 이직한 경우는 8.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811월 조사 당시 시간강사로 내몰리거나 재취업을 하지 못한 인원은 전체 응답자 중 45(72%)에 달했다.

 

폐교 여파는 지역에 장기적으로 더 깊은 상흔을 남긴다. 방치된 빈 대학은 자칫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인근 지역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역 중소도시의 경우 젊은 인구를 붙잡을 만한 유인 동기도 사라진다.

 

누구보다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쪽은 재학 중이던 학생이다. 폐교 위기에 몰린 대학이라고 해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대학 처지에서 주 수입원인 등록금을 받기 위해 마지막까지 학생을 모집한다. ‘열악한 재정으로 버티는 기간폐교사이 완충 기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폐교한 해에도 신입생이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은 결국 특별전형을 통해 인근 지역 대학에 편입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인근 대학에 편입생을 받아달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일부 대학은 해당 대학에 재학 중이던 학생의 학업 수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편입을 거부하기도 한다.

 

한중대·대구외대 1493명 갈 곳 잃어

2017년 최종적으로 폐교가 확정된 한중대와 대구외대의 경우 20182월부터 총 재적생 1493명이 갈 곳을 잃은 채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가운데 정확히 몇 명이 어떤 진로를 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부 지방대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이들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특별편입 전형이 열려도 학생 개인이 넘어서야 할 벽이 또 있다. 편입 대상 학교 구성원의 반발이다. 예를 들면 2017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재학생 일부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전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기존 전북대 의대 학생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201818일 시위에 나선 전북대 의대 학생들은 서남대는 2010년 초반부터 부실 대학으로 끊임없이 선정됐다. 이런 환경에서 교육받은 서남대 의대 학생들이 전북대 의대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라며 거리로 내몰린 학생들의 학업 자격을 증명하라고 주장했다. 폐교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지만, 그 후유증과 멍에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연합뉴스20181월 전북대 의대 학생들이 서남대 의대생의 편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졸업생 역시 각종 증명 발급이 어렵다. 학적기록을 떼어줄 직원도, 전산 기록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26일에 방문한 한중대의 경우 이미 서버 보관실이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서버에 꽂힌 하드디스크는 절도범들이 챙겨 달아난 뒤였다.

 

인구 감소라는 재앙으로 학생 수 4분의 1이 줄어든다면 결국 일부 대학의 폐교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정부 당국도 예고된 재앙을 잘 알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87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이하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를 통해 폐교 대학 후속 지원 및 자발적 퇴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폐교 후속 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하고 전문적인 법인 청산 기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폐교 교직원의 임금체불 및 기록물 보전 등을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잔여 자산 일부를 설립자가 회수할 수 있도록 일종의 퇴로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 같은 방안은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에서 이런 폐교 대응안이 담긴 사립학교법과 한국사학진흥재단법 일부개정안이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지난해 6월에 발의한 이 법안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폐교 대학 재산 청산인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사학진흥기금을 해산 법인 청산절차 지원 및 관리 자금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120일 상임위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회기 내 통과가 어려워졌고,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나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의 폐교를 피할 수 없다 해도, 가장 좋은 대안은 지방 사립대가 존속할 수 있는 활로를 찾는 것이다. ‘새로운 학생을 발굴해 교육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지방 사립대가 탈바꿈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인 학습자를 위해 학제를 전면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해외 유학생을 대폭 확보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에서 대학마다 유학생 인원을 늘릴 수 있도록 유학 비자의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201485000여 명 수준이던 외국인 유학생을 2023년까지 20만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2023년 예상 부족 정원이 약 96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학생의 부족분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상쇄하겠다는 계획에 가깝다.

 

대학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 2021년 대학 평가에서 정부는 지방 권역별 평가(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서 해당 권역 내에서 경쟁토록 하는 방식)를 통해 지방대학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원율을 내세운 이상 지방대학의 부담이 가중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모든 이들이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모든 대학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당위도 성립하지 않는다.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은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되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시사인 김동인 기자



이 사회는 희망을 체계적으로 박탈한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가난과 빈곤은 사회가 만들어낸다

생활고를 비관하여 일가족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빈번하게 신문 사회면을 오르내린다. 주검이 되어서야 사회적 존재로 그 모습을 드러낸 사람에게서 이 세계는 복지 제도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읽어내지만, 망자가 살아생전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해 왔고,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사회는 그 가능성을 어떻게 막아왔는지, 그 죽음의 의미를 읽으려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가난한 삶의 선택  

김대중 정부의 치적이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2000년에 시행되었다. 2001년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최옥란은 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당시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의 형편없이 낮은 최저생계비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당시 생계급여 26만 원을 반납하며 그 돈으로 어디 한번 한 달 살아보라 했다. 수급당사자로는 처음으로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그해 겨울 명동성당 농성을 결의했던 최옥란은 겨울과 봄의 기운이 교차했을 이듬해 3, 1년 전에 써 놓은 유서를 남기고 제도가 내모는 삶을 죽음으로 역설했다.

 

그리고 2014, 송파에 살던 세 모녀의 죽음은 사회에 또 다른 계기를 마련했다. 최옥란이 국가가 보장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삶이 완전한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폭로했다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었던 송파 세 모녀는 억척스럽게 살아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삶이 있음을 사회에 알렸다. 그 결과 위기 가구들을 미리 발굴하고, 가가호호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세 모녀가 복지 제도로 진입을 고려한 상담을 받은 적이 없으며, 집세도 밀린 적이 없을 만큼 성실하게 살았지만 죽음을 선택한 이유, 그들이 품었을 삶의 절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복지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비극으로 회자되는 데 멈췄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11월 주거수급대상자였던 인천의 어느 가정의 죽음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도입한 위기 가정 발굴 시스템의 한계로만 해석하거나, 같은 달 성북동에 살던 네 모녀의 죽음도 공과금 연체내역과 같은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문제로만 짚어졌다. 복지 제도는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확대되고 보완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을 또 다시 성긴 복지제도의 그물망을 촘촘히 만드는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제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제적 '무능'을 전시해야하고,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는 불행한 삶이라는 사실이 인정받을 때 수혜의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니 제도로의 진입이 삶의 새로운 가능성으로의 진입이 아니라 삶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회적 의미로 해석된다. 절대 빈곤과 차상위 계층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은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단 사이의 선택지가 없는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이 이 세계에서 존엄하며 다양한 욕구를 지닌 동등한 정치적 주체가 아닌 시혜의 대상이 되고 복지가 그것을 제도화할 때, '복지 수급자'라는 낙인과 나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것이다.

 

가난과 빈곤은 사회가 만들어낸다

 

지난해 1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약 86만 명이다. 왕성한 경제활동 세대라고 일컫는 30~40대 취업자의 감소 추세는 지속되는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의 주당 1~17시간 단기간 질 낮은 일자리는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 고용률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지만 동시에 빈곤율 또한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 노인들은 일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1분위 소득의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19.9%로 가장 높았지만 월 임금인상률 은 1.9%로 가장 낮았다. 기업들이 노동시간 쪼개기와 같은 꼼수로 임금인상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에 따르면 소득이나 재산은 빈곤선 이하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93만 명이다.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이런 생존 경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다른 누군가가 쓰러지게 되는 이 사회 구조의 문제를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가난은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는 구조적 불평등의 구체적인 결과다.

 

이러한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일상적으로 생산되는 차별은 곧 절망과 공포의 경험이 된다. 임대아파트 거주 아동들과 같은 학군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집단 소송을 내기도 하는 세상에 사는 아이들은 생애 아주 이른 시기부터 노골적인 차별과 불평등의 감각을 축적한다. 음식배달 노동자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아파트처럼, 가난한 이들이 구체적인 삶의 터전에서 겪는 일상적 차별의 경험은 가난과 빈곤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면 이제 끝이라는 공포로 연결된다. 사회는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본인의 삶이 이전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체계적으로 박탈한다.

 

가난한 이들은 제도에 기대 살아가는 사회적 짐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수많은 사람들을 가난과 빈곤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도'가 사람들의 역량과 욕구를 짓밟고 가난과 빈곤을 개인의 무능과 태도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이들의 죽음은 '무능한 복지 수급자'로 살거나 평생을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에서 나온 '선택'이다. 그러니 사회는 그대로인데, 복지 예산을 확충하고 제도를 보완한다고 한들, 안타까운 사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들어야 하나

최근 인천의 한 마트에서 절도로 입건된 부자의 사연, 이른바 인천 장발장 사건은 미담이 될 뻔 했다. 배가 고파 우유와 빵, 사과를 훔쳤다는 고백에 사건 담당 경찰관은 국밥 한 그릇을 대접했다. 일면식도 없는 한 시민은 돈 봉투를 전하고 사라지고, 마트로 이들에게 전달해달라는 생필품이 쏟아졌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온정적인 메세지가 온라인을 도배했다. 사연이 알려진지 얼마지 않아 한 매체는 그의 사연을 추적 보도했다. 그가 택시기사로 일했을 당시 근면성실하지 않았다는 증언과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구직활동에 매달리지 않고 평소 PC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보도했다. 여론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배신했다' 내지는 '저러니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식의 비난이 쇄도했다. 국민 소득 3만 불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던 사람들은 돌연 그를 근로 능력이 있음에도 노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가짜 빈민 내지는 부정수급자라고 비난했다. 단숨에 까다로운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이 정당화되었다. 정작 대중들은 그가 어떤 삶의 경로를 거쳐 현재의 곤궁을 맞닥뜨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수급자 생활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의지만이 팽배해졌다. 그저 불쌍한 이웃이었다면 좋았을 그는 이제 동정과 시혜를 받을 자격마저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가난이 사람에게 일어나는 부당한 일, 구조적이 불평등이라는 감각, 인간답게 살 권리가 훼손당하는 일이라는 감각이 사회 공통의 것이 되지 않을 때, 가난은 개인이 태만한 탓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 '더 열심히 살면 기초생활수급자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가능성과 상관없이 맞는 말이 된다.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극단적인 선택'이라 이름 붙이며 '죽을 용기로 악착같이 더 살아보지'라며 사회의 책임을 죽은 자들에게 미룬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의 잇따른 죽음 앞에 곤궁한 가정을 더 잘 발굴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한다. 가난은 발굴할 만큼 찾기 어렵지 않다.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던진 메시지가 과연 가난을 더 잘 찾아내라는 것일까? 어불성설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 죽음이 의미하는 바를 읽어내는 수고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사회가 만들어낸 가난과 빈곤이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삶의 변화 가능성을 앗아가는지,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절망과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강요된 무능이 누군가에게는 죽음으로, 누군가에게는 공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 가원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프레시안

 

하루 30분도 종이 안 보는 시대종이 ‘29’ vs. 모니터 ‘6시간

 

2019년 한국미디어패널 조사 결과 [한국정보통신연구원]

하루에 종이매체를 보는 시간이 30분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 컴퓨터, 무선 전화 등 모니터를 보는 시간은 6시간에 육박했다.

 

18일 한국정보통신연구원이 4583가구 및 18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2019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매체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29분이었다.

 

TV 사용 시간이 3시간 2분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유선 및 무선 전화기(2시간), 컴퓨터(1시간 9), 종이매체(29) 순이었다. 201153분이었던 종이매체 사용시간은 8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률은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NS 이용률은 47.7%로 전년대비 0.6%p 감소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SNS는 페이스북이 29.6%로 여전히 1위였지만, 2017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2위로는 카카오스토리가 26.3%로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인스타그램(19.3%), 네이버밴드(10.6%), 트위터(5.3%) 순이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2014년 출시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평균 개인 휴대전화 통신비는 전년도(45800)와 비슷한 45000원으로 나타났다. 개인 휴대전화 통신비는 201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다 2016년부터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

 

햇빛값’ 6000만 원 토해낸 내집 앞 건물주님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햇빛을 쬘 권리'는 법원에서도 경제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햇빛 쬘 권리, 이른바 '일조권' 보장을 이유로 벌어지는 다툼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집 앞 건물이 불법 증축돼 갑자기 햇빛을 볼 수 없게 됐다면 상대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또 건축법을 위반해 앞 건물이 불법 증축됐다면, 이 부분을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는 있는 걸까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최신 소송 결과를 소개해 드립니다.

                  


빌라 앞 신축 건물 2불법 증축으로 햇빛 가려  

서울의 A 빌라엔 10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빌라의 창문은 남쪽으로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이 빌라 남쪽과 남서쪽에 지상 5층짜리 건물 두 동이 각각 새로 지어졌습니다.   2층 주택이 없어지고 이들 건물이 생기면서 A 빌라 사람들이 햇빛을 쬘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축 건물들은 추가로 증축이 이뤄졌고, 자연히 빌라에 비치는 햇빛도 더 적어졌습니다.

 

A 빌라 거주자들과 소유자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은 "종전에는 햇빛을 쬘 수 있었는데, 앞 건물의 건축·증축으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며 위자료를 합해 건축주들이 590만 원에서 3,150만 원의 금액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또 신축 건물들이 일조권 확보를 위해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 건축법 규정도 어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건축법은 전용주거지역이나 일반주거지역에서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 정북방향으로의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조례로 정하는 거리 이상을 띄어 건축해야 한단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어겼단 겁니다.

                  


실제로 건축법은 9m 이하 높이는 인접한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5m,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인접한 대지경계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 각 부분 높이의 50% 이상의 이격을 추가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축 건물들은 A 빌라가 건축된 대지의 경계선에 바짝 붙여 세워졌고, A 빌라와의 거리는 불과 3.56m에서 7.15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8시간 중 햇빛 비치는 시간 4시간 이하, 연속 일조시간 2시간 이하면 '심각'   

대법원은 그동안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인근에서 건물이나 구조물 등이 신축됨으로 인하여 햇빛이 차단되어 생기는 그늘, 즉 일영(日影)이 증가함으로써 해당 토지에서 종래 향유하던 일조량이 감소하는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건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니라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선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 소유자의 수인한도, 즉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따라서 소송의 쟁점은 빌라 앞에 건축된 두 동의 신축 및 증축으로 인해 발생한 일조방해가 빌라 주민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했는지 만약 그 한도를 초과했다면 건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는지 등이었습니다.

 

법원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8시부터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가운데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9시부터 15시까지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일조방해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합니다. 그 이하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다만 건물 신축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건물이 이미 다른 건물에 의해 일조방해를 받고 있거나, 또는 피해건물이 남향이 아니거나 지붕이 있다는 등으로 그 구조 자체가 햇빛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경우엔 다른 사정도 고려합니다.

 

법원은 이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빌라 2층과 3층 주민들의 경우 원래부터 해가 들지 않아 일조권의 침해가 없었다고 판단한 반면 주변 건물로 해 드는 시간이 줄어든 4층과 5층 주민들의 경우 일조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짓날을 기준으로 한 일조시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법원은 "빌라 4층과 5층 주민들은 가해건물 건축 전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이고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확보돼 있었고, 건물 신축 전 2층 주택이 있는 4년이 넘는 기간 일조권에 관해 보호받을 만한 충분한 생활이익이 있었다"면서 "가해건물 신축을 제외하면 주변 건물상황에 큰 변화가 없어 4, 5층 일조방해는 오로지 가해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가해건물 건축 후 4층과 5층은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401호는 특히 아예 햇빛을 볼 수 없게 되는 등 일조침해의 정도가 현저하다"면서 "501호의 경우 불법 증축으로 추가적인 일조침해가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2층과 3층은 애당초 총 일조시간이 4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조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어 "피해건물이 북향으로 건축됐지만, 남측 방향으로 채광이 가능한 구조라서 거실이 북향이란 이유만으로 구조가 충분한 일조를 확보하기 어렵다 볼 수는 없다""앞 건물 신축으로 개구부가 채광기능을 상실해 이 같은 일조 침해가 참을 수 있는 한도 이내라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원래 있던 단독주택은 오래됐으므로 원고들은 이 주택 철거되고 신축건물이 들어서 다소간의 일조방해가 생기리란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신축 건물이 증축 부분을 제외하곤 관련 법령을 준수했다"면서 건축주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4층과 5층 거주 주민들에게 300만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되, 재산상 손해를 각각 938만 원에서 1,554만 원씩 인정했습니다. 2층과 3층 주민들이 낸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법원 "건물주들 6,000만 원 배상그러나 도시지역 일조이익 절대적 보장은 곤란"

 

사유재산권의 보호와 환경이익의 보호는 합리적 조화가 필요하고,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특히 도시지역에선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당사자에게 일조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건 곤란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증축 부분 역시 철거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증축 부분은 사용 승인 후 불법으로 증축된 확장 부분으로, 건축법 등에 따라 위반건축물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면서 "501호는 '증축으로 인해' 가해 건물이 신축된 상태보다도 일조방해 정도가 심각하고, 증축 부분은 베란다 부분이라 철거가 용이하고 비용이 과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빌라 501호 거주자의 철거 청구 역시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건물주)들이 각각 항소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제8민사부에서 2심이 시작됐습니다. / 백인성 기자isbaek@kbs.co.kr

 

'국정농단' 삼성 이재용 재판에 치료적 사법? 헛웃음 나온다

[기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김종보 변호사... 재판부 판단이 잘못된 5가지 이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이 갈수록 가관이다. 재판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201910월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더니, 어제 재판에서는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심리위원을 붙이겠다고 한다. 아예 특정 인물(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도 정해 놨다. 헛웃음이 나온다.

 

[관련기사]

[파기환송심 4차 공판] "이재용 봐주기 명분 쌓기 아니냐" 특검, 재판부 정면 비판

 

치료적 사법을 하겠다는 재판부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근본적 성격을 오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큰 죄명이 무엇인가? 바로 '뇌물'이다. 누구에게 준 뇌물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씨에게 준 뇌물이다.

 

왜 주었는가? 자신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부당하기 짝이 없는 합병비율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키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이재용 부회장은 온 대한민국 사람들을 분노케 한 국정농단의 주역 중 한 명이다. 2016년 촛불집회는 불과 4년 전 일이다. 뇌물을 달라는 강요를 받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대법원에서 통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벌써 이 사실을 잊었는가?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기속되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잊어버렸거나 잊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국정농단에 가담한 이재용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했으니 봐주겠다는 건 마치 친일부역자가 "앞으로 대한민국 국법을 준수하고 성실히 살겠다"고 하니 봐주는 것처럼 보인다.

 

나라를 망쳐놓은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 "이익 좀 보려고 나라를 망쳐놔도 반성하기만 하면 감옥에 안가는구나"는 신호밖에 주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권력자들은 "나라 좀 망쳐도 걸리지 않거나 반성만 하면 대박을 터트린다"고 생각하고 자기 뱃속을 채우려고 할 거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가 도입된 삼성'을 위해서라면 '뇌물 줘도 감옥에 안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도 상관없는 것인가?

 

둘째,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을 잘못 적용하고 있다 제8장은 '사람'에 대한 양형기준이 아니라 '기업(또는 회사, organization)'에 대한 양형기준이다.

 

참고로 형벌은 원래 '사람'한테 부과하는 것이고 '회사'에게는 부과할 수 없는데, 회사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회사 업무에 관해 노동법, 환경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하는 경우 회사도 처벌이 된다.

 

그런데 회사를 감옥에 가둘 수는 없기에 벌금형을 물리게 된다. 다시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을 보자. 제목부터가 "CHAPTER EIGHT : SENTENCING OF ORGANIZATIONS(기업의 처벌)"이다. 서설(Introductory Commentary)에서는 아예 "이 장의 가이드라인은 회사(organization)가 피고인으로 기소되었을 때 적용한다"고 써놨다. 게다가 회사의 대표자 또는 대리인(agents)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 앞에 제시된 가이드라인(1장부터 제7)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피고인은 '이재용'이란 사람이지 '삼성전자'란 회사가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고인 이재용' 대신 '피고인 삼성전자'을 재판하려는 것 같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헷갈리고 있는 것인가?

 

셋째, 재판부는 제8장도 오해하고 있다. 다시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을 보면, "범행 당시 준법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을 경우 회사(organization)의 과실 점수(culpability score)를 깎아준다"고 정하고 있다. (USSG §8C2.5.(f)(1): If the offense occurred even though the organization had in place at the time of the offense an effective compliance and ethics program, as provided in §8B2.1 (Effective Compliance and Ethics Program), subtract 3 points.) 하지만 "사후적으로 준법제도를 도입하면 과실 점수를 깎아준다"는 규정은 없다. 그저 "(회사에 대한 벌금형을) 집행유예 할 때에는 준법제도 도입을 조건으로 할 수 있다(USSG §8D1.4)"고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했는데, 530개 회사에 대해서가 아니라 CEO개인에게 준법제도의 시행을 명령한 예가 단 1건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찾아보지 못했는데, 추측컨대 단 1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3장에 있는데, 여기에 CEO 개인에 대한 양형요소 중 '준법제도 도입'은 아예 적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기사를 검색해보면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이 적용된 사례로서 앰사우스 은행 사건(STONE AmSOUTH BANCORPORATION v. AmSouth Bancorporation, Nominal Defendant Below, Appellee.)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시다.

 

무엇보다 앰사우스 사건은 민사재판(주주대표소송)이지 형사재판이 아니다. 판결문 어디에도 미국 연방 양형기준이 거론되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적용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사후적으로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해서 앰사우스 은행(회사)의 책임을 덜어준 것이 아니라, 은행 임원들의 불법행위 당시 준법감시제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은행(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참고로 델라웨어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기업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재판부가 좋아하는 미국연방양형기준을 이재용 피고인 재판에 적용해보겠다. 미국 양형기준표(sentencing table)상 구금형은 43단계로 나뉘는데, 뇌물죄는 8단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뇌물액이 많을수록 높아지는데 액수가 350만 달러에서 950만 달러 사이면 18단계를 추가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액은 86억 원, 미화 약 740만 달러이므로 8단계에 18단계를 추가하면 26단계가 된다. 26단계 중 초범에 대한 양형은 63~78개월 구금이다.

 

치료적 사법, 좋다. 범죄자의 갱생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정농단에 가담한 사람에게까지 치료적 사법을 적용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나는 청렴 선언을 하고, 뇌물을 받지 않으며, 준법감시인의 감시를 받겠다"면서 준법제도를 도입하고 셀프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실행계획을 제출하면, 최서원씨가 "나는 더 이상 박근혜 전대통령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고, 유력 정치인과 공모하여 뇌물도 받지 않을 것이며, 국정에 개입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실행 계획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집행유예로 풀어줄 것인가?

 

준법감시제도는 '회사'의 제도이지 '이재용' 개인의 제도가 아니다. 미국 연방 양형기준도 '회사'에 대한 것이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치료적 사법이라면서 준법감시제도가 논의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 오마이뉴스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길 잃은 자들을 위한 편파TV’

레디앙 유튜브 배상훈·유하라의 편파TV’

언론의 대대적인 미세먼지 위성사진 보도는 가짜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때 막은 데이터3을 왜 지금은 주도할까? 검거 때마다 방송뉴스를 장식하는 다단계 보험사기 범죄사건, 가해자의 다수가 저소득층·청년·노동자인 이유는?

 

인터넷 매체 레디앙이 만드는 유튜브 채널 배상훈·유하라의 편파TV(편파TV)’는 기존 미디어 보도의 틈새에 주목한다. 미세먼지·와 타다논란, 홍콩 시위와 디지털성범죄 등 언론과 정치권이 크게 다루지만 쟁점화 않거나 피하는 지점을 짚는다. 형제복지원, 커버링(주류에 부합하도록, 다수가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을 표현 않기) 이슈처럼 때로 언론의 주 관심 사안을 빗겨난 주제를 선보인다. 편파TV를 기획하고 출연하는 유하라 레디앙 기자는 14일 미디어오늘에 이들 주제의 공통점은 압도적 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편파TV는 지난해 9이른바 조국사태를 첫 주제로 콘텐츠 업로드를 시작했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과 유 기자, 레디앙 고정필진이던 배상훈 범죄 프로파일러가 고정 출연해 한 가지 주제로 20분 안팎의 대담을 나눈다. 매주 2편의 에피소드를 업로드한다. 구로마을TV 서인식 대표가 촬영과 편집, 자막을 맡고 있다.

 

편파TV란 제목은 강자에 유리하게 치우친 사회를 편파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유 기자는 기존 언론은 조국 사태를 공정 혹은 불공정의 이슈로 표현했는데, ‘공정을 대체할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팟캐스트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높다. 유튜브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보수적 콘텐츠가 쏟아지고, 김어준·유시민 등 유튜버는 진보를 자처하지만 기존 민주당을 대변한다. 반면 이 두 시각에 명확하게 반대하는 이들이 갈 곳은 없다. 편파TV는 진보좌파를 위한 편파 콘텐츠다.”

 

미세먼지부터 조국 사태까지, 쏟아지는 이미지·보도의 틈새 주목

레디앙은 노동 이슈를 주로 다루는 진보 매체이지만, 편파TV가 다루는 주제는 광범위하다. 채널 소개글은 거대 언론, 방송, 유튜버들이 모두 다루는 이슈보다는 조금 덜 알려졌지만 조금 더 사회적 색깔과 의미가 있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한국당 의원의 소수자금지법에 가까운 법(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발의를 다루고, 이어서 커버링이란 용어로 편재하는 소수자성을 짚는다. 범죄 사건이 불거지면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검찰 발 언론보도로 이미지메이킹된 사안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본다.” 주제는 어떻게 정할까. 고정 패널이 수다를 떨며 던진 의견 가운데 가장 시의성 있는 것을 뽑는다.

 

(왼쪽부터)배상훈 범죄 프로파일러·유하라 레디앙 기자·정종권 편집장

 

언론사들이 유튜브에 뛰어드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수익이다. 주목도를 얻으려 자극적이거나 대중성 높은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는 고민은 없을까. 유 기자는 구독자 수를 늘리고 수익을 내야겠다는 게 목표이나, 당초 수익만을 위한 전략으로 유튜브를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소규모 인터넷 매체, 취재하고 기사를 쓸 시간도 부족하다. 힘에 부치지 않는지 묻자 유 기자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결단하기 전에 (데스크에) ‘날 갈아넣을 생각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 자체로 재미도 있고, 동기부여도 된다. 기사로 다 담아내기 힘든 중요한 문제들을 유튜브로 보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편파TV는 매주 일~월요일 2편 업로드된다 /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1.Aubrey(Bread) 2.It's Sad To Belong(England Dan & JohnFord Coley) 3.Wildflower(Color Me Badd) 4.All I Need(Jack Wagner)

5.What Can I Do(Corrs) 6.Beyond The Sea(Bobby Darin) 7.Love Grows(Where My Rosemary Goes)(Edison Lighthouse)

8.Music("Tu" cf 배경음악)(Fr David) 9.Seven Tears( Goombay Dance Band)

10.What Happened To The World That Day?(Tower Of Power) 11.Daydream("영에이지"cf 배경음악)(Lovin Spoonful)

12.Hey Paula(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삽입곡)(Paul & Paula) 13.It's A Long Road(Dan Hill) 14.Change Of Heart(Gerard Joling)

15.Both Sides Now(Judy Collins) 16.Soul Man(Sam & Dave) 17.The End Of The World(Skeeter Dav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