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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1.27~12.2

by 이성근 2017. 11. 26.


             11.24 내일-11.27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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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김관진 증거인멸 염려없다니, 어처구니없어 1124미디어오늘

[인터뷰] 김형태김남근·서기호 변호사 사정변화없이 구속됐다 석방, 일반인 상상못해MB향한 보복으로 보고 석방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됐다가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사건에 대해 법조계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반인이었다면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된 후 아무런 사정변화 없이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된다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김관진 수사를, MB를 향한 정치보복으로 보고 내린 정치적 판단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1(재판장 신광렬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피의자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해 피의자 김관진의 석방을 명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사유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검찰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한 입장을 통해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 활동 결과를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 2012년 선거 대비 소위 우리편 즉 친정부 성향 군무원을 확충하고 20124월 총선 관여 활동에 대해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 등을 시인하고 있으며 부하 직원 등 관련자들도 보고하고 지시받은 사실을 진술하는 등 김 전 장관의 혐의 소명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박 차장은 같은 혐의로 부하 직원인 임모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되었고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사이버 활동을 실행한 이모 전 심리전단장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인 점 등에 비춰 절대적인 상명하복의 군 조직 특성상 최고위 명령권자인 김 전 장관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증거 관계가 웬만큼 단단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현재의 법원 심사 기준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 본건에 있어서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고,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가 예정돼 있음에도 혐의에 대해 다툼 있다는 취지로 석방한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목소리는 법조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건을 아무런 사정 변화없이 구속적부심에서 바뀌는 것이 과연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구속적부심은 영장발부 이후 변화된 상황이 있을 때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 합의했거나 피해액을 공탁했을 때 석방시킨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영장실질심사하면 구속적부심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영장실질심사에서 파악하지 못한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면 모르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주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절차상 위법이 있거나 파악하지 못한 새로운 부분이 있어서라면 몰라도, 영장실질심사 때 단지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부심에서 석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그러면 영장실질심사제도가 형해화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변 설립을 주도했던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예전에 영장실질심사가 없었을 때엔 구속적부심에서 실질적인 심사 기능을 했으나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생기면서 여기서 실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구속적부심은 영장실질심사 후 사정이 바뀌었거나 합의를 했거나, 다른 정황이 나와 구속의 필요사유가 변경됐을 때 보완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웬만하면 거의 이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한 심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영장심사제도를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영장실질심사 이후 변경된 것만 반영된 것이 맞다. 이번 재판부가 일종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영장전담제도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 자체를 흔드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구속적부심을 하급심의 상급심처럼 기능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재판부 주장에 대해 충분히 다 소명됐던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김형태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이 댓글 공작에 대해 결재를 했는데, 먼저 말로 하지 않았다고 이것이 불법이 아닌가라며 다툼의 여지가 뭐가 있느냐. 김 장관이 결재했다는 것은 지시를 했다는 간접적 추론이 되며, 지시를 안했다 해도 위법한 행위를 발견한 사후에라도 막았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자기가 브이자 체크만 하고 가만히 놔뒀다는 것은 똑같은 위법행위를 방관한 것인데, 그러면 지휘관이 있을 필요가 무엇인가라며 이미 영장전담재판부가 다 판단한 것을 똑같은 법원이 사정변경도 없이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70만 건 가운데 8800건에 불과해 몰랐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양의 문제가 아니다. 단 한 건이라도 있으면 안되는 것이라며 더구나 그건 자신들이 한 것이 그게 전부인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 한 건이라도 정치관여가 나오면 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것이자 헌법적 질서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는 단순 형사범과 다르다군이 여론 형성이 중요한 민주 국가에서 조작을 통해 정치에 관여한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만, 그 전제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이런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이 눈앞에 있는데도 멋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도 영장실질심사 판사가 보기엔 범죄혐의가 있는 것은 명확했다고 밝혔다. 서기호 변호사는 소명이 어느 정도 됐는지는 기록을 봐야 한다면서도 영장실질심사 담당 판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영장 발부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영장전담판사가 보수적인 판단을 하는데, 범죄 소명이 안됐다면 영장을 발부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이 많이 나왔다. 김형태 변호사는 놓아주면 공범들과 계속 전화하지 않겠느냐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도 영장전담 재판부는 장관이었고, 휘하 부하에 대해 증거인멸 말맞추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인데, 그럴 우려가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영장전담판사가 잘못 판단한 것이냐, 그렇지 않다. 충분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사안이라며 증거인멸에는 물적 증거 은폐 뿐 아니라 증인신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있다. 최고 위에 있던 사람이 불구속 상태로 있으면 제대로 증언할 수 없다. 자신에 유리한 증인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가치가 이번 사안에도 적용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일반인에 대해서는 그런 원칙 안지키면서 재벌총수, 장관에만 적용돼야 하느냐그런 차치라면 일반인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형태 변호사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너무 중대하다증거인멸을 하게 되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안이 중대성에 비춰 구속할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구속으로 침해되는 가치가 사소하거나 개인간의 문제이면 불구속 시킬 수 있으나 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구속수사를 해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실질심사가 끝나면 변호사들도 대체로 구속적부심 신청을 하지 않는다영장법관제도를 만들었는데, 이를 존중해주지 않으면 법원자체가 우스워진다. 더구나 일반인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양지열 변호사(법무법인 가율)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평범한 피고인, 변호사였더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라며 다른 판사가 영장을 발부한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일이 구속적부심입니다. 실제로는 구속 이후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던가 하는 특별한 경우 말고는 신청 자체를 안합니다. 괜히 법원에 밉보이기만 하니까요라고 썼다. 그는 지난해 5천건이 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재판에서 구속적부심은 170건 밖에 열리지 않았다. 받아들여진 건 고작 33이라며 장담컨대 그중에서도 이번 일처럼 아무런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었는데도 풀어준 건 유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폐수사 문제를 떠나 아직도 이렇게 특별한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참 싫다고 비판했다.

 

이정렬 전 판사는 24일 아침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아무리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김관진 전 장관 같은 사건 말고 일반사건도 그래야 할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일반사건은 또 안 그래요. 그냥 비슷비슷해요. 적부심에서 받아들여주는, 석방해 주는 비율이.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리적 요인 외에 다른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서기호 변호사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본다한마디로 말해 김관진 장관 수사를 MB를 향한 정치보복수사라고 보고 구속적부심을 기각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법조기자도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예외적인 상황이라 대부분 배경을 궁금해한다법조 출입을 하면서 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김 전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왜 신청했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나 의문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고영태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구속적부심 직전 언론에서 김관진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군인이라는 칼럼이 많이 나왔던 것도 의심이 되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평당 4천만 호가 분양가 거품의 핵심은 '건축비'였다 11.24 오마이뉴스

[아파트 건축비의 비밀-1] 강남아파트, 지난 4년간 2.5배나 급등... '뻥튀기' 논란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한창일 때인 9, GS건설은 서울 강남에서 '청약 대박'을 쳤다. 분양한 서초구 신반포 센트럴자이 청약에 모두 16472(평균 경쟁률 160.081)이 몰린 것. 너도나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며, 이 아파트는 4일 만에 모두 팔렸다.

 

싸늘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이 단지가 주목 받았던 이유는 '착한 분양가(?)'였다. 신반포센트럴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4250만원, 84형이 14~15억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선 입이 떡 벌어질만한 가격이지만, '강남'치고는 오히려 저렴했다는 평이다.

 

'3.34000만원(84형을 기준 12~13억원)'은 기준금리처럼 굳어진 강남 아파트 분양가의 '공식'이다. 이제 3.35000만원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강남 분양가 상승은 '시세 상승'에 따른 것으로 생각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분양가 거품의 핵심은 아파트 '건축비'에 있다.

아파트 분양 전단에 나온 분양가는 토지비(대지비)와 건축비로 나뉜다.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이 분양가다. 아파트를 짓는데 들이는 비용이 건축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틀렸다. 건축비는 건물에 대한 미래 가치다.

 

분양가에 나온 건축비 가격이 3억이라면 앞으로 아파트 건물 값이 그 정도 될 거라는 예측 가격이다. 공사비 3억원이 든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의 건축비는 건물의 미래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공사비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건축비 책정은 그럴싸한 절차를 거친다.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은 감정평가업체를 정해 건물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게끔 한다. 감정 평가에서는 건물 공사비는 물론 주변 시세도 반영한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감정평가기준을 보면, 감정평가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은 가장 잘 팔릴 가격대에 물건 값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거래만 잘 되면 가격을 높여도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시장 상승기에는 자연스럽게 아파트 건축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감정평가사는 당연히 현재의 부동산 상승률을 감안해 물건 가치를 판단할 테니 말이다. 이를 막았던 장치가 분양가상한제였다.

 

분양가상한제란 기본형건축비를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해, 아파트 분양가가 그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경기활성화를 목적으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분양가상한제 유명무실화되면서 강남 아파트 건축비 '날개'

 

강남 아파트 건축비의 비밀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10% 이상인 경우 등 지정 요건을 무척 까다롭게 한 것. 그러면서 재건축 아파트 건축비는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특히 서울 강남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건축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5년 이후 강남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대부분 3.3당 건축비만 1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웬만한 지방 아파트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경실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으로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었던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3.3당 건축비가 1210만원에 달했다. 앞서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도 건축비는 3.31122만원이었다. 올해 분양한 단지는 더 올랐다. 최근 '로또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GS건설의 신반포센트럴자이(반포6)3.3당 건축비가 1541만원이었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건축비도 3.31388만원이었다. 해를 넘길 때마다 건축비는 거품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이니까 건물 가치도 그 정도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강남도 분양가상한제 고삐가 풀리지 전까지는 얌전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던 2013년 분양했던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3.3당 건축비가 634만원이었다.

 

강남 분양 아파트 건축비 상승률, 강남 아파트 매매가 웃돌아

 

신반포센트럴자이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나온 분양가, 빨간색 선 안이 건축비인데 최대 7억원이 넘는다. 신상호

 

2017년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건축비(평당 1541만원)와 비교하면, 건축비는 4년동안 143%, 매년 35%씩 상승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같은 기간 강남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013-1.56%로 하락했다가 20144.61%, 20157.39%10%대를 넘지 못했다. 가장 시장 상황이 좋았던 2016년에도 매매가 상승률이 10.96%였다. 매매가 상승률이 연 10% 안팎이지만, '시장가치'를 반영한다는 아파트 건축비는 매년 30% 이상 오르는 기이한 흐름이다.

 

실제 아파트 공사비를 보면, 미래가치를 반영했다는 '건축비'는 더 뻥튀기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경우, 건축비는 건설사가 책정한 공사비의 2배 수준이다.

 

서초구청에 게시된 신반포센트럴자이 감리자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공사비(건축, 전기, 통신 등)186297135천원, 아파트 설계 등 간접비는 14027040만원이다. 이 아파트(연면적, 142572.55)를 짓는데 들이는 시공비(공사비+간접비)는 전부 33625779만원이다.

 

이를 평 단가(3.3)로 환산하면, 7783059원이다. 앞서 신반포센트럴자이 분양가에 포함된 건축비는 3.31541만원이라고 했다. 건축비 가운데 순수 공사비(7783059)를 뺀 나머지 763만원이 '미래가치' 명목으로 뻥튀기된 셈이다.

 

"30년 뒤 부술 건물, 뭐가 그리 비싼가. 건설사들이 맘대로 속이는 것"

건축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결정하고, 시공사인 우리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조합이 건축비 산정을 감정평가사에 의뢰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건축비가 어떻게 책정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처럼 건설사도 잘 모른다는 건축비 책정을 두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예술작품도 아니고 오래되면 허물 건물의 값을 지나치게 높게 매긴다는 것이다.

 

김헌동 전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아파트를 예술품처럼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어차피 30년 뒤에 또 부술 건물인데 값이 왜 그렇게 높은가"면서 "미래 가치라는 명목으로 업자들이 소비자를 마음껏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본부장은 "건축비의 원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니, 건설사들이 맘대로 건축비를 늘렸다 줄였다 한다"면서 "건설사들이 숨기지 못하도록 건설원가를 항목별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도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에도 특활비가 있다?"기타비용만 1000"

[아파트 건축비의 비밀-2] 신반포센트럴자이 등 기타비 높게 책정하면서 공사비

 

'뜬구름' 같은 건축비뿐만 아니라 아파트 사업비에도 뻥튀기가 있다. 뻥튀기는 실제 공사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온다. 간접비 중 기타비용을 높게 잡는 방식인데, 신반포 센트럴 자이와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경우 기타비용이 1000억 원을 넘겼다.

 

차근차근 짚어보자. 아파트 사업비는 공사비와 간접비를 합한 금액이다. 공사비는 아파트 골조 등 실제 시공에 필요한 비용이고, 간접비는 아파트 설계 등에 필요한 비용이다. 사업비는 아파트를 설계하고 짓는데 들이는 종합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간접비 항목 중에는 '특활비'와 비슷한 기타비용이란 게 있다. 이 기타비용은 아파트 설계도 아니고, 감리도 아닌 말 그대로 여러 잡다한 '기타' 비용을 넣은 것이다. 강남 분양 아파트들은 이 기타비용을 올려 사업비를 높인다. 어떤 비용이 포함되는지도 사실 불투명하다.

 

신반포센트럴자이, 기타사업비성 경비만 1000억 넘어

신반포 센트럴 자이는 이 기타비용이 1000억을 넘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총 사업비 산출 내역서에 따르면, 이 단지의 총사업비는 336257792천원이었다. 총 사업비는 토목과 건축 등 공사비(18629713만 원), 설계와 감리 등 간접비(14027040만 원)를 합한 금액이다.

 

그런데 이 사업비 가운데 기타사업비성경비(아래 기타비용)1000억 원을 넘는다. 간접비 6개 항목(설계, 감리, 분양경비, 분담금, 보상비, 기타비) 가운데 기타비용은 11547983만 원으로 나타났다. 총 사업비(3362억 원)34.34%를 이 기타비용이 차지하고 있다.

기타비용은 제세공과금과 각종 수수료, 입주관리비 등 여러 항목이 포함한다. 항목 지정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각주에도 '수수료 등' 으로 범위를 넓게 잡고 있다. '수수료 등'이 붙으니, 건설사나 조합은 어떤 핑계로든 비용을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기타사업비 항목 기준은 건설사마다 다르고, 용어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기타사업비에 포함되는 항목도 건설사(조합) 입맛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아파트 설계나 시공하는 것도 아닌 돈이 100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사업비의 30%가 넘는 기타 비용에 대해 "최종적으로 설계 변경이 이뤄지게 되면 기타 비용 항목들은 다시 조정돼 반영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도 사정은 비슷하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총사업비 내역을 보면 기타비용은 15363113만 원으로 역시 1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 단지 총사업비(8234억 원)18.65%,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이다.

 

공사비는 공공과 비슷하지만, 기타비용으로 분양가 격차 커져

 

래미안강남포레스트와 세곡2지구 사업비 비교. 두 단지의 공사비(간접비 제외) 차이는 6~7만원 수준이었지만, 간접비를 포함하니 격차는 50만원 이상 벌어진다. .

 

이 기타비용이 없어지면 이들 단지의 공사비는 공공 아파트와 비슷하다. 세곡2지구(6단지)와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를 비교하면 뚜렷해진다. 세곡2지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지난 2014년 공급한 공공 분양 아파트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총사업비 산출 총괄표를 보면 단지의 공사비(간접비 제외)1438319원이다. 건축과 토목, 기계, 조경, 승강기를 비롯해 전기통신공사 등 순수 공사에 들이는 비용이다. 기타비용 등 간접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세곡2지구와 비교해도 큰 차이 없는 금액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세곡2지구의 당 공사비는 136만 원이다. 마찬가지로 간접비를 제외한 건설과 전기 등 공사비만 추린 금액이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비교하면 불과 7~8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그런데 기타비용을 포함한 간접비가 들어가면서, 비용 격차는 커진다. 1000억 원대의 기타비용이 포함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사업비는 1925500원이다. 간접비를 포함한 세곡2지구의 사업비는 1415000원이었다. 당 격차가 50만 원 수준으로 벌어진다.

 

벌어진 사업비 격차는 분양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세곡 2지구의 평균 분양가는 3.31200~1300만 원 수준이었지만,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3.34200만 원대였다. '기타비용'의 거품이 만들어낸 마법이라고 볼 수 있다.

 

건설사 "금융비용 등 포함된 것", 시민단체 "건설사 입맛에 맞춰 책정"

건설사들은 금융비용 등이 포함되면서 기타비용이 증가한다고 해명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에 필요한 돈을 조합(시행사) 대신 건설사가 빌리는데, 공사 기간 동안 금융비용(이자)이 포함된 것"이라면서 "금융비용을 비롯해 공공시설 건립, 아파트 브랜드 홍보 등에 필요한 비용도 포함돼 있다"라고 말했다.

해명을 정리하면, 이런저런 비용을 다 '기타비용'에 넣는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기타비용'에 대한 거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기타 비용' 논란 종식을 위해 분양원가 항목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분양가를 항목별로 공개하도록 하면, 건설사들이 맘대로 가격을 올려붙이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팀장은 "기타사업비성경비의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니까 사업성 경비를 자기네 입맛에 맞춰서 올리고 있다"면서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자율화되니까 공사비를 줄이고 간접비 부분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파트 거품을 걷어낼 수 있는 마지막 세가지

[아파트 건축비의 비밀-3] 후분양-분양가상한제- 원가공개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 높여야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경실련 등 6개 시민단체가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상호

 

아파트 건축비의 '거품'을 걷어내려면, 아파트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실시등 세 가지가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도 동의하는 해법이지만, 당장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61개 확대, 자유한국당이 발목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는 자유한국당에 발목 잡혔다. 정동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1개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월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까지 통과한 이 법안은 어처구니없게도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사위 소속인 김진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완강한 거부 의견을 보이면서, 주택법 개정안은 계류 중이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계류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동영 의원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고, 국회 법 체계나 절차상 아무 하자가 없음에도 법사위가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가 공개하면 건설사가 쉽게 폭리 취하지 못할 것"

사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축비 거품의 실체를 볼 수 있는 ''이다. 건설사들이 '영업기밀'이라며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사항이기도 하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건설사들이 어느 항목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책정했는지를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은 "원가와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놓으면 그것에 따라 건설사들이 얼마나 이윤을 가져가는지 볼 수 있다"면서 "원가를 공개한다면 건설사들이 과도한 폭리를 취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만 되면 '외벽창문-56만원, 강마루-110만원, 설치형 냉장고 452만원' 등 내 집에 들어가는 내용물이 얼마짜리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이 지금처럼 '건축비'라고 뭉뚱그려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한 것도 결국 '재벌 편들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안 통과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국토부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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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분양가상한제도 규정 완화했지만, "당장 시행 않는다"

분양가상한제도 당장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란 아파트 토지비와 건축비 등에 적정 가격을 상한선으로 정한 뒤, 분양가가 이를 초과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20154월 민간 택지에 대한 적용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면서 유명무실화됐다. 3개월 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매달 10% 이상 등 '사실상'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으로 걸었던 것이다.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이달 11월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은 완화됐다. 개정된 시행령을 보면, 민간 영역에서 분양가 상한제 지정의 필수 조건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이다. 아울러 12개월간 평균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 5:1 초과,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 등의 조건이 추가로 붙어야 한다.

 

예전보다 지정 요건이 완화되면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상한제 지정 임박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당장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 생각은 없어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기준을 완화했다고 해서 바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과열이 심각하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주거정책심의위 심의를 거쳐 지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분양제, 국감 때 단계적 도입 이후 진전 없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논의가 본격화된 후분양제도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 후분양제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단계적 시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분양 아파트부터 단계적 후분양제를 하더라도,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공공은 물론 민간도 후분양제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분양제는 지난 국감장에서 국토부장관이 수차례 공공아파트 우선 도입을 공개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 넘게 아무런 진전이 없다""민간도 후분양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를 시행하면, 아파트 층이나 조망별로 가격군이 다양해지면서,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아파트 층수나 조망 등이 소비자의 선호와 관계없이 추첨으로 결정되고, 5층이나 7층이나 가격이 똑같다"면서 "후분양제를 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고를 수 있고, 같은 단지 내 5층짜리, 7층짜리 가격도 차별화되면서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적정가격과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후분양제를 전면도입하지 않더라도, 공정별로 초기 단계에는 잘 안 팔리는 것(저층 단지 등)을 저렴한 가격에, 완공 단계에 로열층(고층)을 판다면 가격도 다양화되면서 소비자 선택권도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날의 검, 담배의 경제학] 사회적으론 백해무익, 경제적으로 무해유익 1127 이코노미스트

수출시장에서 신선 농축산물보다 담배 비중 커...흡연에 따른 의료비용 등 수조원 추정

 

담배는 건강에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4800여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의심)물질을 함유해 암 발병률을 최대 6.5배까지 높인다. 우리나라에서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한 해 수만 명에 이른다. 이에 따른 의료비용 등을 감안하면 흡연의 사회·경제적 피해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결코 무익하지 않다. 담배로 지난해 해외에서 59600만 달러(6571억원)를 벌어 들였다. 정부가 국내에서 담배로 걷는 세수도 한 해 10조원이 넘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다시 40%대를 돌파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866.3%로 고점을 찍은 후 줄곧 떨어지는 추세였다. 특히 담뱃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2015년에는 사상 최초로 30%대인 39.4%를 기록했다. 하지만 2년을 버티지 못했다. 가격 인상 효과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40.7%1.3%포인트 오르면서 도로 40%대에 진입했다. 해마다 흡연율 자연 감소분이 3%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되레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담배 소비량은 줄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172000만갑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7억갑을 넘었다.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2014203000만갑이었다가 담뱃값을 올린 2015년에는 146000만갑으로 큰 폭으로 줄었지만, 판매량이 다시 늘어 지난해(178000만갑)와 올해 모두 17억 갑을 넘었다.

가격 인상, 경고그림에도 담배 소비량 늘어

 

정부가 20152500원이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릴 때만 해도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담배 소비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시행에 들어간 담뱃갑 경고그림의 금연 효과도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고그림이 처음 등장한 지난해 12(월 판매량 29000만갑) 이후 담배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어 올해 2월에는 24000만갑이 팔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3월 이후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더니 6월에는 31000만갑이 팔렸다. 담배 소비가 늘면서 정부가 지난해 담뱃값에 부과해 거둔 담배부담금만 2963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부담금이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담배부담금은 201416284억 원이었으나 담뱃값 인상으로 201524757억원으로 급증했다.

 

크게 늘어난 담배부담금 덕에 전체 건강증진기금도 201422218억원에서 20153426억원, 201634248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와 2015년 담배 세수는 각각 123761억원, 105181억원에 이른다. 담뱃세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담뱃세가 국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2.6에서 2015년에는 3.6, 지난해에는 4로 커졌다. 부담금과 세수가 확 늘어날 수 있었던 건 담배가 세금·부담금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4500원짜리 담배 1갑에서 차지하는 세금과 부담금 비중은 73.7%(3318)에 이른다. 담배소비세가 22.3%(1007), 지방교육세 9.8%(443), 건강증진(담배)부담금 18.6%(841), 개별소비세 13.2%(594), 부가가치세 9.6%(433). 출고가 및 유통마진은 26.2%(1182). 정부가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연간 430억원가량의 세수 증대 효과가 추가로 나타날 전망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는 기존 126원이었지만 최근 일반담배의 90% 수준인 403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담배는 세금·부담금 덩어리

아이러니하게도 담배 소비 즉, 흡연율이 다시 증가함에 따라 나라 재정은 든든해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신선 농산물보다 월등히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축산식품 수출액은 총 329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9600만 달러보다 6.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담배 수출액은 59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900만 달러보다 무려 19.5% 증가했다. 전체 농축산식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1%나 된다. 담배 수출액은 가공식품 가운데 대표 품목인 음료수 17600만 달러, 라면 17500만 달러와 비교해서도 3배 이상 많다. 특히 김치와 인삼, 토마토, 사과, 닭고기 등 신선 농축산물의 수출액(47800만 달러)보다 많다.

 

한국산 담배는 세계 5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주요 시장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일본, 미국, 베트남, 호주 등지다. 특히 양담배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매년 10% 안팎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15년과 지난해 2년 연속 UAE, 일본과 함께 한국산 담배 3대 수출국 자리를 차지했다. 수출이 크게 늘면서 담배 제조사인 KT&G의 해외 담배 판매량은 이미 국내 판매량을 추월했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지난해 KT&G의 해외 담배 판매량은 2015년 대비 4.7% 증가한 487억 개비로 2년 연속 최고 판매량을 경신했다. 81208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무역의 날 행사에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KT&G 측은 몽골을 비롯해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최근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올해 상반기 역시 해외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17% 성장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금연하면 1년치 대학 등록금 벌어



이처럼 담배는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담배를 끊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처럼 경제·산업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담배를 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경제·산업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2015년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려 하자 실제로 담뱃잎 생산 농가나 산업계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담배를 끊는 사람이 늘면 단순하게는 담뱃잎 생산 농가나 담배제조사, 편의점 등 담배 판매처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0년 이상 담배와 경제의 관계를 분석한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과 프랭크 찰룹카 교수는 담배 규제가 고용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담배 업계의 주장은 대부분 거짓이며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올 초 미국 국립암연구소·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발간한 담배 및 담배 규제의 경제학보고서의 총책임자를 맡았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의 전문가 130여 명이 11년에 걸쳐 완성한 것으로, 21세기 담배 규제 정책과 효과를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00쪽에 달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난 세금은 금연 정책에 투입되고 흡연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흡연 감소가 끌어오는 경제적 효과가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보다 크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금연정책의 평가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참석차 방한한 찰룹카 교수는 담배로 인한 질병이 줄어들고 사망자가 감소하면 노동 생산성이 개선된다담배 구입에 쓰던 돈을 다른 상품·서비스에 쓰게 되고 세금 증가분이 의료·교육 등 공공 부문에 투입되면서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국의 담배 규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담배 규제의 목표는 담배 소비로 인한 폐해가 미미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의 경제적 효과는 사실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매일 태우는 흡연자가 열흘만 금연하면 45000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한 달이면 135000원을, 1년이면 162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기회비용을 고려해 따져보면 3년 금연할 경우 4인 가족이 유럽으로 여행갈 수 있는 항공기 티켓을 살 가격을 모을 수 있다. 15년 금연하면 자녀의 결혼 예식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4년 금연하면 1년치 대학 등록금을 아낄 수 있다. 이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담뱃값이 현재 가격으로 유지되고 흡연자가 매일 담배를 한 갑씩 계속 피운다고 가정했을 때 드는 비용을 기회비용으로 따져 어느 수준인지 실제로 비교한 것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5년 간 담뱃값을 모으면 1년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금액을 모을 수 있다. 17년 금연하면 4년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고, 30년이면 주택 1년치 월셋값이 나온다.

 

WHO “한국 담배 규제 이행 불성실

문제는 정부의 담배 규제 정책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경고그림을 도입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이 담배 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을 불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HO는 올해 발간한 세계흡연실태보고서에서 한국은 6개 조항 중 판촉·후원금지 조항 등 2개는 이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FCTC은 세계가 담배를 근절하기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약속한 것이다. WHO는 실용적이며 이행 가능한 6개의 담배 수요 감소 조치(MPOWER)를 선별한 후회원국의 이행 수준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2015년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담뱃값 비율이 가격 인상 전후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금연구역 정책도 미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11년부터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교육시설과 보건시설을 제외한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이 일부 허용된다. WHO는 식당·커피숍·술집 등을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담배 광고, 판촉·후원 금지 조항은 아예 이행 실적이 없거나 조저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FCTC에 따르면 모든 형태의 담배 광고·판촉·후원 활동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담배 광고와 판촉을 일부 허용한다. 또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후원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금연지원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0% 삭감했다가 뒤늦게 올해 수준으로 인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 의원(바른정당)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18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내년도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을 1334억원으로 올해 1467억원보다 134억원(10%)이 줄였다.

 

이 중 약 30억원이 질병관리본부에 흡연 폐해연구 등의 목적으로 이관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104억원 정도가 감액된 것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최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감액보다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아직 의결된 것은 아니라 정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추후 흡연율을 계속 떨어뜨리기 위해선 편의점 등에서의 담배 광고·진열 금지나 흡연 폐해 경고그림 확대 등 추가 비가격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담배산업의 규제]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400년 밀당

규제로 경쟁사 견제하고 규제에 성장세 꺾이기도 2009년 사실상 사전허가제산업으로

 

미국 팬실베니아주의 한 담배밭. 뒤편으로 담뱃잎을 말려 보관하는 창고와 농가가 보인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담배가 산업화되면서 사업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수혜이자 장애물은 역시 규제였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인 1613년 미국은 버지니아주에서 담뱃잎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400년 간 담배회사들은 규제를 만들어 경쟁사를 견제하기도 했고,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세가 꺾이기도 했다. 세계 매출 순위 1, 2위 담배회사가 있는 미국은 담배 규제 역사 역시 길다.

 

영국은 162947일 식민지 미국에서 담배 경작이 증가하자 이를 제재하는 첫 규제를 단행한다. 식민지 무역을 담당하는 뉴잉글랜드컴퍼니는 메사추세츠 지역에서 의료 목적으로 소량을 생산하는 것 외에 모든 담배 경작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웃한 코네티컷 지역은 달랐다. 코네티컷에선 막 태동한 담배 산업을 애지중지했다. 코네티컷에서만 담배를 재배해야 하며 그 외 지역에서 재배하려면 허가증을 얻어야 한다고 공표했다. 허가제의 시작이다. 한동안 영국 왕실은 스스로 담배 수입 독점권을 주장했다. 제임스 1세는 자신만이 버지니아·버뮤다 지역에서 담배를 수입할 수 있다며 영국에서의 독점권을 주장했다.

 

1731년 담배 품질검사 의무화

1731년 영국은 최초로 담배의 품질검사를 의무화한 버지니아 법안을 공표한다. 담배 경작을 규제하기 시작한 지 100년이 지나서다. 버지니아·메사추세츠에 이어 메릴랜드 등에서 담배를 재배하는 경쟁 농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품질 검사를 위해 의무적으로 창고를 지으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1681년경 담배회사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대형 담배 농장이 미국 동부 지역에서만 이미 9개가 넘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사설 창고 업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이권이 달렸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15년 넘게 걸렸다. 당시 버지니아 지역에서 담배는 화폐처럼 쓰이고 있었으니 15년의 조정 기간이 결코 긴 것이 아니다. 실제로 1696년 버지니아주 법에는 주장관급 공무원 연봉을 담뱃잎 16000 파운드라고 명시했다. 18세기까지도 담배는 돈처럼 쓰였다. 버지니아 의회는 1755년 성직자들이 월급을 돈과 담배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865년 독립국 미국은 담배에 대한 규제를 판매 방법으로까지 넓혔다. 담뱃잎을 가득 채운 238l들이 통을 기준으로 매매되던 것을 경매로만 팔도록 강제했다. 메릴랜드주는 1939년 석유처럼 통으로 거래되던 담배를 낱장으로 팔도록 했고, 1947년엔 메릴랜드주립담배공사를 설립한다. 공사는 주지사가 지정한 담배 도소매상 8명으로 구성됐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이던 시절에는 담뱃세가 없었다. 주로 왕실이나 귀족이 미국의 담배를 수입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담뱃세 논의가 본격화한 건 남북전쟁 시기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자금이 필요했던 정부는 담배로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시가에만 세금을 부과했고 이어서 씹는 담배, 피우는 담배에도 세금을 매겼다. 남북전쟁이 끝나고도 5년이 지난 1880년 미국이 담배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는 3800만 달러로 나라 전체 세수의 31%를 차지했다.

 

주정부 차원에서 특별 관리를 받아온 담배산업은 1930년대 들어 미국 연방정부의 관할 아래 놓인다. 1935년 연방정부는 담배검역법안을 통해 농업부가 담배 품질은 물론이고 경매 시스템도 관할하도록 했다. 이듬해엔 생산량과 담배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농업부장관이 미국 시장의 주별 공급량을 정하게 하고 초과 생산 때는 벌금을 물리는 식으로 규제를 구체화해 나갔다.

 

1960년대 미국에선 해마다 약 15000만 파운드의 현대식 담배가 팔려나갔다. 같은 해 담배 재배 농장의 총 수입은 9억 달러였고, 담배 판매량은 연간 50억 달러에 달했다. 정부도 무려 21억 달러의 세수를 담배에서 거둬들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담배산업 관련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판매 세율이었다. 191013.6%였던 담배 판매세는 192051.1%로 크게 오른다. 이는 모두 연방세였다. 1921년 주정부 중 처음으로 아이오와주가 담배 경작 농가에 직접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고 이는 곧 다른 주로 퍼지게 된다. 1969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주가 담배에 연방세 외의 주세를 따로 부과하게 된다. 지금도 연방 정부는 물론 주정부의 재정을 책임지는 주요 세원 중 하나가 담배다. 다만 주마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다르기 때문에, 소량이라도 세금이 낮은 주에서 높은 주로 담배를 사서 이동하다가는 연방법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담배산업 태동한 메사추세츠주 담배 규제 강해



담배 규제가 더욱 강력해진 건 1960년대 이후 정설로 굳어진 담배 유해론에 기인한다. 1964년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처음으로 흡연이 해롭다는 내용의 흡연과 건강보고서를 발표했고, 이듬해 연방정부는 공중보건국장의 경고문구를 모든 담뱃갑에 인쇄하도록 했다. 담배회사들은 소송을 걸었지만 미 정부가 이기면서 이는 주정부 단위의 규제로 이어지게 된다. 1970년엔 모든 TV와 라디오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했다. 1990년에는 미국 국내선 비행기와 장거리 버스에서 흡연을 못하게 했다. 역설적이게도 미국 담배산업이 태동한 메사추세츠주가 흡연 억제를 위해 가장 열심히 뛰고 있다. 메사추세츠주는 담배 세금 인상, 금연 교육 등으로 담배 소비를 억제했다. 판매량이 1992547만갑에서 2007277만갑으로 줄었다.

 

2009년 미국 정부는 담배회사 및 로비단체의 발발에도 마침내 가족흡연방지 및 담배규제 법안을 새로 만들었다. 이 법안을 실행할 주무부처로 결정된 곳은 식품의약국(FDA)이다. FDA는 전자담배 등 새로운 형태의 담배 상품이 나올 때마다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시판하도록 허용할지 또는 규제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2009년 이후 담배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사전 허가제도로 사실상 회귀했다.

 

[박스기사] 일본의 담배 규제는 | 아직도 실내 흡연자의 천국

일본은 선진국 중에선 담배에 무척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담배에 관한 첫 규제는 상당히 빠른 1900년에 나왔다. 일본은 미성년자흡연금지법을 1900년에 발효해 20세 미만 청소년은 흡연을 할 수 없게 했다.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면 이 법에 근거해 벌금 50만엔(500만원)을 내야 한다.

 

1950년에는 담배 지방세 부과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했다. 1950년 담배 1000개비에 세금 898엔을 부과했지만,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는 한 갑당 지방세 25%, 부가가치세 8%를 부과토록 했다.

 

일본도 미국처럼 흡연의 유해성에 기반한 규제가 많고 또 강력하다. 일본은 2003년 사업장 내 흡연금지 가이드라인에 관한 법안을 후생노동성이 제정하면서 간접 흡연이 유해하다고 명시했다.

 

금연구역이 늘어나는 추세와는 다르게 일본에선 실내 흡연이 가능한 곳이 많다. 일본의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금연구역에 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내 흡연도 금지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에선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한 가게가 많다. 법안에는 사업자 등이 금연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내 담배 생산·판매는 일본전매공사가 독점 운영하다가 1985년 일본담배산업주식회사(JT)를 설립해 사업을 이양했다. 상장사인 JT는 여전히 일본 유일의 담배회사다. 일본 재무성도 여전히 이 회사 지분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담배산업 관련 법에 독점 생산, 정부의 지분 소유를 명시해놨기 때문이다.

 

[에너지 아나키스트] “1분만 투자해 습관 바꾸면 한달 전기료 5000원 절약1125 한국

지금 당장 에어컨 코드를 뽑거나 전용 누전 차단기를 내려 보세요. 한 달에 3h의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아낀다고 뭐 쓰지 마라, 하지 마라는 식으로 가족들 힘들게 해서는 오래 못 갑니다.”

2012년 여름 서울 성북구 석관두산아파트 동대표 회장을 맡은 그는 아파트 관리비가 60만원이나 나왔다는 한 주민의 하소연을 듣고 에어컨이 전기를 얼마나 소모하는지를 직접 측정해 봤다. “전력측정기로 재보니 에어컨의 한 달 대기전력이 3h였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된 아파트를 빼고 대부분 있는 누전 차단기(두꺼비집)에서 에어컨 전용 스위치만 내려도 겨울철 전기를 아낄 수 있더라고요.”

 

심 대표는 내친 김에 가정집에서 흔히 쓰는 20가지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모두 측정했다. 흔히 TV가 대기전력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최신 TV는 절전 기능이 개선돼 예상을 벗어났다. 대기전력 순위를 정리한 결과 TV 셋톱박스와 와이파이 공유기가 가장 높았다. “외출하거나 잠 잘 때, 하루 6시간만 두 기기를 꺼놓아도 한 달에 2.7h를 아낄 수 있습니다.”

 

6개월에 걸친 냉장고 실험은 심 대표 열정의 결정판이었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열지 말라는 통념을 확인하기 위해 3일 휴가 동안 냉장고가 쓰는 전력량을 측정한 뒤 평상 시와 비교해봤다. 심 대표는 깜짝 놀랐다. “냉장고 문을 여닫지 않았는데도 전기를 더 많이 먹는 겁니다. 또 한 번 확인을 했죠. 마찬가지였어요.” 자료를 찾아보고 분석을 해봤더니 냉장고 온도는 주변 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휴가 동안 집 문을 다 닫고 있어서 실내 온도가 32도 정도로 올랐고, 평상 시에는 에어컨을 틀고 창문도 여니까 실내온도가 더 낮았던 거죠.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냉장고 온도를 떨어뜨리느라 모터를 더 돌리고 전기를 더 쓰는 원리였습니다.”

나아가 심 대표는 냉장고 적정 온도 찾기에 나섰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전력측정기를 끼고 살다시피 하며 냉장실과 냉동실의 설정 온도를 바꿔가며 전력 사용량과 냉장 보관 식품의 상태를 체크했다. 화학 전공 석사 출신에 20년 가까이 산업용 윤활유 전문 회사를 다니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박테리아 검사까지 직접 했다. 그렇게 해서 냉동실은 영하 17, 냉장실은 5일 때 전기를 가장 덜 쓴다는 결론을 얻었다.

 

요즘 대부분 냉장고는 냉동실 영하 25~16, 냉장실 0~5도로 조절됩니다. 대부분 냉장고 배송 때 기사 분들이 설정한 온도를 그대로 두고 쓰죠.” 심 대표의 분석 결과 800L 용량의 양문형 냉장고를 기준으로 냉동/냉장 온도를 영하 17/영상 5도로 유지하면 영하 25/영상 2도일 때보다 한 달간 전기를 20%(겨울 7h, 여름 14h)나 아낄 수 있다. 얼음 나오는 냉온정수기도 냉장고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가급적 정수상태로 두는 것이 좋다.

 

심재철 에너지나눔연구소 대표와 석관두산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실행에 옮긴 '3+1 에너지절약운동'.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운동'의 주요 실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심 대표가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이토록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을 모셔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 절약에 대해 강의를 들으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습니다. 5,000원이라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면 99%가 귀를 쫑긋합니다. 그렇다고 생활 습관까지 바꿔가며 힘들고 불편하게 해서는 한계가 있죠. 저부터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해보고 그 성적표를 보여주는 겁니다.” ‘TV 보지 않을 때 전원 코드를 뽑아 두라고 하면 매번 귀찮게 그러느니 그냥 전기료 더 내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지 말고 절전 모드에서 가장 낮은 단계로 설정을 바꿔 놓으면 가장 높은 단계와 비교해 전력을 40% 줄일 수 있다는 게 심 대표의 요령이다.

 

심 대표는 6개월 동안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리해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 후 3개월 동안 실천해 보도록 했고, 평균 6%의 전기 절약 효과를 얻었다. 그리고 같은 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SNS 메시지를 보냈다. “3+1 운동의 효과가 없으면 제가 비용을 대겠다는 다소 무모한 약속을 내걸고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하게 해 달라고 했죠. 공무원들이 이해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전파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심 대표는 얼마 뒤 100여 명의 서울시 공무원 앞에서 3+1 운동에 대해 강연했다. 현재 심 대표와 석관두산아파트 주민들의 3+1 운동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의 중요 실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심 대표는 또 동 대표 회장을 맡는 동안 지하주차장과 가로등,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의 조명을 LED로 바꾸고, 수돗물 급수 펌프를 에너지를 덜 쓰는 부스터 펌프로 교체하고, 엘리베이터에 회생제동 장치를 달아 관리비 2억원을 절감했다. 이렇게 아낀 비용은 경비원 30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을 19% 인상하는 데에 쓰였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에너지 생산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 둘 절약하다 보면 에너지 자립까지 이르게 되겠죠.”

 

에너지 아나키스트] 내가 쓸 전기 직접 만들어난 에너지 아나키스트다

 

#1 유럽 열 효율 주택 파시브 하우스지어

경기 양평으로 이주 최우석민경씨 남매

한전과 계약 않고 태양광 전력 자체 생산

11월에 난방 안 해도 실내온도 26

 

#2 제주에 ‘e하우스지은 허경자씨

옥상 태양광으로만 전기 얻어

집에서 저장한 태양광으로

전기차 충전하니 월 교통비 ‘0

#3 ‘에너지 자치구성대골마을은

주민 49명 에너지 연구원 활동

태양광 설치위한 금융상품 추진

인건비 줄이려 DIY패널도 출시

 

최근 뜨거운 이슈인 탈원전은 딜레마적인 논쟁거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후 원전에 대한 신뢰는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전력생산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원전을 없애고 지금처럼 에너지를 값싸게 쓸 수 있을까. 대체에너지는 여전히 경제성이 없고, 화석연료 비중을 높이자는 발상은 퇴행일 뿐이다. 이런 딜레마를 벗어날 방법은 사실 단순하고도 근본적이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마구 쓰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버리는 것이다. 고작 1960~70년대 에너지절약캠페인이 해답이냐고 비웃는다면, 그 비웃음을 부끄럽게 만들 이들을 소개해 보자.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 불을 밝히고 물을 데우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에너지 독립운동가, 거대 발전산업과 국가적 송전 시스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에너지 아나키스트들이 이미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경기 양평에 에너지 자립 하우스 2채를 나란히 짓고 살고 있는 최우석(왼쪽), 최민경씨 남매가 20일 오빠 우석씨 집 거실에서 민경씨의 둘째 아이 하민군과 함께 앉았다. 바깥 기온은 0도였지만 실내 온도는 난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6도를 가리키고 있다. 양평=신상순 선임기자

 

난방 않고도 26도 유지되는 집

수도권에 첫 눈이 내린 20일 오후 4시 경기 양평군 회현리. 최우석(46), 최민경(40)씨 남매가 각각 거주하는 2층 나무집 두 채가 자리잡은 곳을 찾았다. 당시 기온은 0. 그러나 우석씨 집 안에서 기자를 맞아 주는 최씨 남매는 얇은 반소매 옷을 입고 있었다. 실내 온도는 26. 하지만 난방을 세게 했을 때 느껴지는 후끈함은 없었다. “따로 난방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 놀란 사실은 이들의 집에 한전 전기계량기가 아예 없다는 사실이다. 없다. 20133월 우석씨가 먼저 집 짓고 살기 시작할 때부터 한전과 전기사용계약을 아예 맺지 않았다. 순전히 자체 생산하는 전력으로 유지되는 에너지 독립 하우스인 것이다.

 

두 채의 에너지 독립 하우스는 벽면과 지붕, 설비실 지붕에 달린 태양광 발전기(5.5, 5.3)로 전기를 생산한다. 우석씨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면 생산한 전기를 한전의 전력망으로 보내고 한전이 주는 다른 전기를 받아 쓴다하지만 우리는 집에서 만든 태양광 전기를 태양광 인버터와 배터리 인버터를 통해 직류에서 교류로 바꿔 직접 쓰거나 배터리에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최우석, 최민경씨 남매의 에너지 독립 하우스 개요

 

태양광 발전을 한다고 모든 주택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건 아니다.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월등해야 한다. 이것이 남매 집의 비밀이다. 유럽에서 보급되는 파시브하우스(passive haus) 즉 건축물 열 성능에 관한 건축 표준을 따르는 주택으로 건설했다. 보통 겨울철 실내 온도 20도를 유지하면서 연간 난방 에너지 요구량이 평방미터()15h 이하이면 파시브하우스로 인정 받는다. 일반 주택의 난방 에너지 요구량이 150~250h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소비 에너지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단열과 기밀을 잘 해 실내의 열이 새지 않도록 하고, 단열은 뛰어나고 햇빛은 잘 투과하는 고성능 3중 창을 남향으로 내 난방에 필요한 열을 태양에서 얻는다. 또 환기를 할 때 밖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가 실내에서 나가는 따뜻한 공기의 열을 충분히 빼앗아 들어 오도록 고안한 열회수환기 장치를 더해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아파트 발코니처럼 외부로 튀어 나온 곳이나 꺾인 구역 등 실내의 열이 바깥으로 쉽게 빠져 나가는 길목인 열교를 설계 단계부터 제외했다. 이렇게 해서 난방 없이 11월의 햇빛만으로 반소매 셔츠 차림이 가능한 것이다.

 

화석 에너지로 만든 전기 대신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 5년째 살고 있는 '에너지 독립 가족' 최우석, 최민경씨 남매. 양평=신상순 선임기자

 

민경씨는 4년째인 에너지 독립 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서울에서 살 때는 난방비 아끼느라 안방, 거실만 보일러를 틀고 지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걱정이 없죠. 냉장고, 세탁기, TV, 컴퓨터 등 가전 제품을 다 쓰면서도 큰 불편이 없어요. 제가 더위를 많이 타는데, 여름에도 방에 단 작은 에어컨을 켜 공기를 살짝 식혀 주는 정도죠. 어지간해서는 여름에도 실내 온도가 26도를 넘지 않으니까요.”

 

처음에는 100% 자급자족이 가능했지만 배터리 용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바람에 최씨 남매는 20151월부터 한전의 계통 전기를 백업 시스템으로 이용한다. 계량기가 없어 한전 직원이 따로 검침을 해서 요금을 몇 천원씩 낸다. 그래도 에너지 자급률은 평균 88%.

 

대규모 발전소가 해답은 아니다

파시브하우스는 1990년대 초반 독일의 볼프강 파이스트 등 건축 물리학자들이 쾌적한 생활과 에너지 소모 감축을 모두 잡을 것인지를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2000년대에 에너지전환 운동에 동참한 이들을 중심으로 실제 건축이 이어졌고, 지금은 독일 영국 유럽의회 등이 신규 주택 건축에 파시브하우스 요건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첫 제로에너지 주택단지가 서울시 노원구에 들어서 20121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에너지 독립의 장점은 단지 수만~십수만원에 이르는 전기요금 부담이 사라졌다는 것만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적 에너지 체제에서 특정 지역에 밀집된 대형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고전압 송전탑을 거쳐 수도권 등으로 전송하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력이 낭비되고 고전압 사고 우려와 송전탑 건설 반대 같은 지역 갈등이 불거지는 일들이 생긴다. 규모의 경제와 생산성을 고려해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믿었던 이 질서에 에너지 아나키스트들은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우석씨가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다루는 태양광 인버터(노란 상자)와 배터리 인버터(빨간 상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평=신상순 선임기자

 

집집마다, 마을마다 에너지를 만들어 배터리에 저장한 뒤 자신이 쓰고 남는 전기는 이웃과 나눠 쓰거나 사고 파는 구조(마이크로 그리드)가 만들어지면 어떨까요? 국가적으로 지금 같은 거대한 전력망 관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국민은 저렴하고 환경 친화적인 신재생 에너지를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겠죠.”(최우석씨)

 

최우석, 최민경씨 남매의 에너지독립하우스 1,2호의 지난 3년 동안 에너지 현황

 

2009년 서울대 환경교육 협동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에너지 전환 운동에 참여해 온 우석씨는 파시브기술연구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검증 차원에서 에너지 독립 하우스를 지었다. “전셋값 싼 곳을 찾아 서울 외곽을 전전하는 것도 지겨웠습니다. 착실하게 월급 모아 서울에서 집 사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어렵게 집을 마련해도 전기요금 가스요금 걱정하며 덥고 춥게 살아요. 차라리 집을 짓자고 마음 먹고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찾은 것이 양평이었습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던 민경씨는 오빠의 설득에 넘어가 양평으로 왔다. “아이들에게 마당 있는 집에서 살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마땅히 방법을 몰랐는데 마침 오빠의 제안을 받고 마음이 움직였죠. 환경 지키기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고요.” 두 사람은 대지 156(515)13,000여만원에 샀다. 오빠의 집인 에너지 독립 하우스 1호는 건설비 14,000만원이 들었다. 단열재, 3중창, 배터리, 인버터 등에 투자를 한 대신 바닥 단열이나 외장재에서 아꼈다.

 

허경자 대경엔지니어링 대표가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만 살 수 있도록 만든 자신의 서귀포 자택 'E하우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로는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 저장해 둔 전기로 전기차 쏘울을 충전하고 있다. 서귀포=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태양광으로 전기차 충전까지

스마트그리드 전문 기업 대경엔지니어링 허경자(57) 대표는 지난해 5월 제주 서귀포 강정동에 ‘e하우스라는 이름의 에너지 자립 하우스를 완성했다. 대지 128(423)에 들어선 2층 집은 최씨 남매의 집처럼 파시브하우스 기술을 적용했고, 13태양광 발전기로 기본적인 에너지를 충당한다. e하우스라는 이름은 오직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만 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e하우스의 지붕 자체가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다.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거대한 패널이 지붕 위로 튀어 나와 미관 상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패널은 아예 패널 자체가 지붕이 돼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죠.”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10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아 2대의 전기차(르노삼성 SM3, 기아차 쏘울)를 충전하는 설비도 설치했다. 흔히 저녁에 쓸 수 있는 전기차 충전기가 대부분 화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한다는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7용량의 충전기로는 5~6시간, 3충전기는 10시간 정도면 전기차를 완전 충전할 수 있다. “예전 살던 서귀포 집에서 휘발유 차량으로 제주의 사무실을 왕복했을 때는 기름 값만 월 50만원 정도가 나왔지만 요즘은 집에서 충전한 전기차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제로(0)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태양광 패널, ESS, 창호, 창틀, 단열재 등 건축 자재도 모두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썼죠.”

 

20명에서 4,000명으로 에너지 자치구

서울 동작구 3,4동에 걸쳐 있는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은 마을 단위의 에너지 자치구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난 2011년부터 원전에서 벗어나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며 주민들이 에너지 절전소’ ‘에너지 슈퍼마켙등 다양한 에너지 전환 활동을 이어오면서 해외에까지 이름을 알렸다. 2015년 설립된 성대골마을 에너지연구소(리빙 랩)에는 49명의 마을 주민이 연구원으로 일한다. 화석에너지를 덜 쓰고 신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하는 모든 방법을 연구하는데, 대표적인 연구주제 중 하나가 왜 서울 도심에서는 태양광이 외면받나였다.

 

서울 동작구 성대골마을의 리빙랩 연구원들이 20일 마을 내 에너지 슈퍼마켓 옥상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소영 성대골마을 대표는 관건은 태양광 패널 설치비용이었어요. 서울시와 동작구청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9~10만원 정도는 자비 부담을 해야 하는데 이를 꺼리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동작신협 이사장을 찾아가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 보자고 설득했죠. 신협과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 신협 기금 1,000만원을 종잣돈 삼은 우리집솔라론이 탄생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300W 미니 태양광의 경우 월 1만원씩 22개월간 무이자로 갚아 설치가 가능한데, 설치 후 전기요금은 월 3만원을 내던 집이라면 5,000원 이상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주력한 주제는 ‘DIY 미니 태양광프로젝트다. 흔히 패널 값(25,000)보다 설치 인건비(10만원)가 더 드는데, 비전문가도 직접 설치가 가능토록 패널 크기를 줄이고 그림 위주의 설명서를 달아 설치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 제작회사인 마이크로발전소(대표 이기관)가 벽을 뚫지 않고 패널과 가정의 전선을 연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등의 연구원 제안을 반영한 DIY용 패널을 개발, 7월 초에 개발을 마쳤다. 이미 이 패널을 직접 설치한 가구가 20여 가구에 달한다. 주부나 70대 노인도 에너지연구소 워크숍에서 교육을 받아 1,2시간이면 어렵지 않게 달 수 있다.

 

설치 이후 유지 보수는 에너지연구소 기술팀 소속 연구원들이 출동해 해결한다. 보조금을 받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가 나중에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크고 작은 고장이나 부품 교체 등에 대응할 AS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인데, 성대골마을의 성공 비결이 바로 이런 점이다. 7년 전 처음 성대골마을에서 에너지 자립 운동을 시작한 주민은 20명 남짓이었다. 지금은 4,000명 이상이 동참하고 있다. “도시에서 미니 태양광 발전 하나 설치했다고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지는 않죠.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해 화석에너지를 줄이자는 데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런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언젠가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를 움직일 힘이 되겠죠.”(김소영 대표)

 

원전 폐지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신재생에너지는 요원하다고, 에너지 자립은 불가능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에너지 독립운동가들이 이미 에너지 신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 반대 의원 명단을 공개합니다 1124미디어오늘

자유한국당 공동발의 포기, 반대 46명 중 바른정당 1박지원 빨간 반대표는 적폐세력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통과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9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특조위원은 여당 4, 야당 4(자유한국당 3·국민의당 1), 국회의장이 1명씩 추천한다.

 

이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2기 특조위는 박근혜 정부 때 활동한 1기 세월호 참사 특조위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정조사 특위 등이 완료하지 못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된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 한 차례 1년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3일 밤 늦게까지 여야가 협상을 벌인 끝에 수정안에 공동발의하기로 한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결과 공동발의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한국당은 공동 발의 포기는 물론 사회적 참사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도 소속 의원 상당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난해 12월 환경노동위원회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총 투표수 216표 중 찬성 163, 반대 46, 기권 7표로 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46명 의원 중 45명은 자유한국당, 1명은 바른정당 의원으로 확인됐다. 반대 의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길부·강석진·강석호·권성동·김도읍·김무성·김성찬·김성태(비례대표김순례·김진태·김태흠·민경욱·박대출·박맹우·박명재·박성중·박완수·박인숙(바른정당박찬우·성일종·송석준·송희경·신보라·안상수·여상규·유재중·윤상직·윤상현·윤재옥·윤한홍·이군현·이만희·이양수·이은재·이종구·이종명·이채익·장석춘·정갑윤·정양석·정용기·정우택·정유섭·정태옥·최연혜·추경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전광판 상으론 기권한 것으로 나왔지만 추후 서면으로 찬성서를 서명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기권 이유를 해명하면서 한국당이 사회적 참사법 공동발의를 철회하기로 해서 부결이 염려돼 전광판의 빨간불을 체크하다가 정작 내가 표결하는 것을 망각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옆 좌석의 정동영 의원에게 박수를 치자고 제안하고 박수를 치다보니 표결 결과에 내가 기권 처리돼 사무처 직원에게 서면 찬성서를 서명으로 제출했다세월호 가족과 가습기 피해 가족 및 관계자들께 늦은 처리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 통과에 반대한 의원들을 향해 빨간 반대표는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했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표결한 의원 명단. 연합뉴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을 신청하거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한국당에 대해 앞으로도 한국당이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방해 세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국회의 다른 정당들이 피해자와 국민만 보고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규명하는 데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의 공동발의 포기와 관련해 이 법의 발의자로서 이름을 빼 달라고 하는 것은 역사에 다시 한번 더 죄를 짓는 것이라며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전혀 참회가 없다는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은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 관련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도대체 무슨 염치와 양심으로 세월호를 들먹거리는 것이냐한국당은 이 국면에서 입을 다물어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무 방기로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고,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는 조직적으로 세월호 유족들을 핍박했다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지속해서 방해했고 소속 국회의원들은 유족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을 한국당과 같은 집단이 정쟁의 빌미로 삼는 것은 유족들과 국민에게 또다시 절망감을 안겨줄 뿐이라며 정치에는 금도가 있어야 한다. 금도 없는 정치는 짐승의 몸부림과 다를 바가 없다. 한국당이 더는 인간성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재인의 민주주의 신념은 왜 변했나? 1126 프레시안

위험천만한 '통치자의 직접민주주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원 시절 두 차례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매번 위기에 빠진 당을 살려내고 임박한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당시 박근혜 대표가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한 말이 '정당의 책임정치'였다.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사람도 정당과 의회를 중시하는 그의 소신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 돌변했다. 20156월 국회는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정부의 시행령 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대통령은 격노하며 즉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와 정당을 "갈등과 반목, 비판만 하는 구태정치이자 배신정치"로 규정하고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겨울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보수적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경제살리기 입법 촉구 국민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대통령이 행정권력을 견제하는 정당과 의회의 기본 역할을 부정하고, 통치자가 직접 시민을 동원해 대의정치를 규탄했다. 내전(civil war)을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대통령이 대'국민' 직접정치에 나서자 지지자들과 기회주의자들이 본격적인 직접민주주의 정치운동에 뛰어들었다. 어버이연합, 자유총연맹, 재향경우회 등 190여 개 보수시민단체는 그해 10'국회개혁범국민연합'을 결성했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국회의원 국민소환 및 국민에 의한 국회해산제 도입' 등 직접민주주의적 요구를 내건 정치운동을 시작했다. 2015년 가을부터 20168월까지 전국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탄핵정국 이전 직접민주주의 운동의 주도세력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파였다.(1)

 

보수파의 직접민주주의 정치운동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탄핵 국면에서 소멸했다. 최근 검찰의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국정원과 대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돈이 국민연합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대의정치를 적대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정치운동에 대통령과 권력기관, 재벌, 친박 보수 시민단체가 합세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은 간접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한다""국민은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직접민주주의가 '행태' 수준이었다면, 문 대통령은 대의정치를 간접체제라고 규정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명시적으로 불러들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직접민주주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강한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정치인의 소신은 오래전부터 책임 있게 표출됐어야 한다. 과연 그는 직접민주주의자였을까?

2012년 그가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 "대의민주주의가 국민과 동떨어지고 있어 직접민주주의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경쟁자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단일화의 3대 조건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측은 "예산과 정책, 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당 없이는 민주주의 정치를 하지 못한다"(이해찬 민주당 대표), "문 후보는 정당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안정된 국정운영이 가능하고 정당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 후보와 차별화된다"(오영식 전략홍보본부장) 등 정당 중심의 대의정치론으로 안 후보를 비판했다. 2012년의 문재인 후보는 책임정당에 기초한 대의민주주의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2015,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회를 압박하는 보수적 시민운동에 직접 참여하고, 그의 지지자들이 직접민주주의 정치운동을 전개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입법에 관해 국회, 특히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린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의회 민주주의를 존중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적어도 2015년의 당 대표 문재인은 의회민주주의자였다.

 

촛불시위가 그를 직접민주주의자로 바꿨을까? 시위가 본격화할 당시, 대부분의 평범한 정치인들은 즉각 하야와 퇴진 등 광장의 요구를 쫓아가기 바빴다. 그러나 그는 가장 늦게까지 대의정치과정을 통한 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그는 "국회가 추천하는 국민총리가 정부운영의 중심을 잡는 과도 거국내각의 구성"을 요구했으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도 "의회가 중심이 되어 국정조사,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촛불시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른 후보들이(심지어 홍준표 후보까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국민투표 의무화 등 대표적인 직접민주주의 수단을 대선 공약으로 줄줄이 늘어놓을 때, 문재인 후보만은 '주민소환제, 주민발안제'라는 지방자치 수준의 정책만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이 된 순간에도 그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말했다.

 

대통령이 되어 어느 날 갑자기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론과 직접민주주의 필요론을 들고나오기 이전까지, 적어도 그는 '공식적으로' 책임정당과 의회를 정치에 중심에 놓는 대의민주주의자였다. 그의 숨겨진 신념이 직접민주주의였고 대통령이 되면 그때 그 신념을 드러내겠다고 결심한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한다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현재 사람들이 말하는 직접민주주의론에는 네 가지 유형의 주장이 뒤섞여 있다.

 

첫째 유형은 평범한 시민들의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직접민주주의론이다.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촛불 시위에 나선 것을 이해하는 데 복잡한 논리는 필요 없다. 이런 유형의 직접민주주의론은 민주주의 위기 순간에 들불처럼 번지지만,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시민들은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위기가 해소되면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나머지 문제는 그들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통해 대표된다.

 

둘째는 사회적 소수파 또는 약자들의 직접민주주의론이다. 대의체제 안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투입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나 제도권 밖의 진보정당에 의해 주로 제기된다. 신념화되어 있고 지속성을 갖지만, 이들의 실질적 목표는 대의체제 부정이라기보다 대의체제를 확장하는 것이다.

 

셋째, 권력자들의 직접민주주의론이다. 과거 학생운동 인맥이나 관과 밀착된 시민운동 자원을 가진 사람, 독자적인 행정자원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 돈이나 미디어, 명사 등 사회 권력자들에 의해 주도된다. 이들의 직접민주주의론은 더 큰 자원과 신분 상승을 위한 하나의 비즈니스일 뿐, 신념이나 가치가 아니다. 이들은 도덕적으로 절대화된 시민을 동원해 정치와 정당,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공공자원을 민간에 개방하라고 주장한다. 반정치적이며 신자유주의적 권력 효과를 낳는다.

 

마지막 유형은 '통치자의 직접민주주의론'이다. 통치자가 국민과의 직접 접촉을 강조하고, 자율적 결사체와 정당, 의회를 적대시하거나 우회해, 통치자 스스로 국민을 직접 동원, 호명한다. 통치자의 직접민주주의론은 내전을 부르는 자해적 정치론이며 정치와 사회를 파괴한다. 민주주의에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참담한 상황은 통치자의 직접민주주의가 정치와 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통치자와 권력자들의 직접민주주의론은 정치와 민주주의에 범죄적 결과를 낳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는 이들의 직접민주주의론이 누구의 먹잇감인지도 말해준다. 권력을 집중시키고 사유화하려는 대통령,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지지자와 신분상승을 꿈꾸는 기회주의자, 민주주의를 줄이고 싶은 권력기관과 재벌이 직접민주주의 정치운동의 뒷배였다. 이들의 목표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더 많은 권력'이다. 따라서 통치자와 권력자의 직접민주주의는 전체주의의 다른 말이고 극단적 포퓰리즘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민주주의적 소신이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그 지지자들의 직접민주주의 정치운동이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강조한다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새로운 것은 없어 보인다. 문재인의 직접민주주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통치자의 직접민주주의' 시즌2에 불과하다.

 

나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통치자의 역할에 대해 2012년과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말했다고 생각한다. 의회와 정당과 정부가 함께 일하는 것,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나눠 가진 내각이 유능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노동조합을 비롯한 결사체들이 통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등.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대선후보로, 의원으로, 정당 대표로서 주장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행한 결과가 예정되어 있는 '통치자의 직접민주주의'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나는 정치인 문재인이 그랬듯, 대통령 문재인 역시 여전히 책임 있는 대의민주주의자라 믿고 싶다.

 

(1) 국회개혁범국민연합(대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국민에 의한 국회해산제 국민소환제 외에도 중요 전과자 출마제한 불체포특권·면책특권 폐지 지자체장·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특별감찰관제 실시 국회의원 정수 감축 국회 선진화법 폐지 등을 대의민주주의 축소 및 직접민주주의를 강령으로 내 걸었다.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상위 1%가 전세계 의 절반 가져...소득 양극화 극심 1115 서울경제

미국, 백만장자 인구· 부 증가세 세계 1

밀레니얼 세대, 부모보다 돈 벌기 힘들 것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서 상위 1% 부자가 전 세계 부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14(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부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에 따르면 올해 중반 기준 전 세계 부는 280조달러(313,000조원)에 달해 1년 전보다 6.4% 증가했다. 이번 증가율은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증시 호황,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이 주도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 중에서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0.1%에 달해 금융위기 당시(42.5%)보다 부의 불평등이 심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백만장자 인구는 전년보다 6%(230만 명) 늘어난 3,600만 명이며, 이 중 1,530만 명(43%)이 미국에 있었다. 일본에는 백만장자가 270만 명(7%)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영국이 220만 명(6%)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190만 명으로 5%를 차지했다.

 

백만장자 중 한국인 비중은 2%(686,000)였다. 한국인 백만장자는 향후 5년간 총 42% 늘어 2022년에는 972,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미국은 한 해 동안 85,000억달러로 가장 많은 부를 쌓았다. 중국이 17,000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지역별 가계자산을 보면 북미에 101조 달러가 쌓여 가장 부유했고, 유럽 79조 달러, 아시아태평양(중국·인도 제외) 55조 달러, 중국 29조 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66,000억달러로 성인 1인당 16607달러였다.

 

한편, 보고서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출생)가 학자금 대출, 대출 규제, 집값 상승 등으로 부모 세대보다 돈 벌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베이비 붐 세대가 일자리, 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의 젊은 시절보다 소득, 내집 마련 등에서 성과를 덜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해적힌 세계지도 동해로 바로잡은 친한파 할리우드 배우 1126 민중

토마스 맥도넬 트위터에 정정된 독도 표기.토마스 맥도넬 트위터

한 할리우드 배우가 세계지도에 표기된 일본해동해로 바로잡은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5(현지시간) 배우 토마스 맥도넬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랑해 방향 바꾸기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올라온 사진에는 일본해(Sea of Japan)’이라고 적힌 부분에 ‘X' 표시와 함께 동해(East Sea)'라고 적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 표시 뿐 아니라 지도에 작게 그려져 있는 독도를 초록색으로 선명하게 표시하기까지 했다. 검은색 펜으로 ‘Dok-do'라고 직접 써넣기도 했다. 그는 영화 프롬다크 섀도우등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인 배우다. 인터넷 상에서는 한글을 사용하는 등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왔다.


정부도 못 막은 집값 상승, 해법은1127 프레시안

[기고] 부동산 부자만 살찌는 대한민국

지난 주 눈길을 끄는 부동산 관련 기사는 두 개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기사가 하나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가구의 실질소득 하락세는 계속 되고 있는데 그나마 플러스를 기록한 명목소득도 부동산 등 재산소득의 폭증 때문이라는 기사다.

한국감정원의 23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일 조사 기준 서울지역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0.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2 대책 발표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이번 상승은 송파구(0.13%0.45%), 강남구(0.22%0.31%), 서초구(0.10%0.15%), 강동구(0.05%0.15%) 등 이른바 강남벨트가 견인했다.

 

물론 거래량 자체가 급락한 상태라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과도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8·2 대책 이후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해 부동산 담보 대출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천명하고 대책 중 일부는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확 잡히지 않는 현상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면 당연히 부동산 부자들의 소득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통계청의 23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전국·명목 기준)4537192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소득이 이럴 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8분기 연속 감소 상태다.

 

주목할 대목은 명목소득의 증가도 재산소득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재산소득은 무려 34.4%나 폭증한 반면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은 6.2%1.6% 증가에 머물렀다. 재산소득의 폭증은 부동산과 주식 폭등에 기인한 것인데, 부동산과 주식을 소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소득 상위 20%에 포진해 있다. 자산가격의 대폭등은 부자들의 지갑만 두둑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 자산소유의 불평등이라고 할 때 부동산 등 자산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수단의 도입은 간절하다. 부동산 자산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 수단은 말할 것도 없이 보유세다. 현실화된 보유세는 부동산의 투기목적 구입 의욕을 크게 저하시키고, 가격 안정에 기여한다. 현실화된 보유세에 의해 거둔 세수는 복지 인프라 구축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보유세 현실화에 착수해야 한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정의센터장

 

현직 검사가 우병우-최윤수 말맞추기 통로 정황"안부 통화" 해명 1126 노컷

, 우 전 수석 휴대전화 24일 기습 압수해당 검사는 부인(종합)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불법사찰비선보고 의혹으로 검찰 수사대상이 된 와중에 현직 검찰 간부가 이들 셋의 말맞추기에 연루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해당 검사는 "안부 차원의 통화였다"며 부인했다. 검찰은 추 전 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뒤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 측이 현직 검찰 간부인 김모 검사를 통해 여러 차례 추 전 국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김 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법률보좌관으로 국정원에 파견됐다가 올해 검찰에 복귀했다.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이 자신들은 증거인멸 의심을 피하면서도 추 전 국장과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검사를 통로로 입을 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전 국장은 검찰 조사 중간에도 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추 전 국장의 변호인도 그 역할을 대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같은 정황을 포착해 지난 24일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본인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타고 왔던 차량도 수색했다. 당시 최 전 차장의 휴대전화도 검찰은 압수했다. 검찰은 이날 최 전 차장을 불러 조사했고, 이번 주쯤 우 전 수석 역시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김 검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친분이 있던 분들과 안부 차원의 전화를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증거인멸의 통로는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 검사는 "이에 관해 수사팀에 충분히 해명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늘푸른 -범죄 수사를 받는 자와 검가가 안부 차원의 통화?????

바꾸세-이런게 증거 인멸이 아니면 뭔가?? 법원의 영장 기각은 또 다른 범죄 아닌가???

바보-다정다감하신 검사님^^

칼마리온 -안부차원의 전화를 피의자측과 몇십차례 하냐? 요즘 많은 차량엔 위치이력 검사할수 있는 GPS내장되어 있으니 동선에 대한 해명도 해야 될것이다

 

진선미 "국정원, '4대강 블랙리스트' 만든 보수단체 지원 의혹" 1126 오마이뉴스

환경정보평가원, '4대강 반대 단체·인명사전' 만든 뒤 정부 자금 지원 받아

 

진선미 의원 진선미 의원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인물과 단체를 정리한 보수단체의 '4대강 반대 블랙리스트'가 국가정보원의 외주용역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지난 2012315일 민간단체인 환경정보평가원에서 발행한 <4대강·국책사업반대행위 단체 및 인명사전>을 입수해 공개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환경정보평가원은 2011년 국정원의 보수단체·기업의 자금 지원 매칭 대상 단체로 나타났다. 진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4대강 반대 블랙리스트 작성을 보수단체를 통해 외주화한 게 아닌지 자금의 출처와 경위 등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4대강 반대 인명사전'을 발간한 이후인 2013년 국무총리실에서 2천만 원을 민간단체 지원 명목으로 받았고, 행자부(현 행정안전부)에서도 37백만 원을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 의원은 "문화예술, 방송사, 정치인 블랙리스트 등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 공작으로 인해 제압당하고 퇴출된 인사들을 국정원 개혁위에서 공개한 바 있다""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핵심 정책 추진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블랙리스트와 불법적 행위에 대한 조사는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서 국정원이 어떤 공작을 벌였는지 개혁위원회에서는 조사 기한을 연장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강 반대 단체 및 인명 사전, 주요행위자와 단순행위자로 나눠 기록돼

 

4개강 국책사업 반대행위 단체 및 인명사전



4개강 국책사업 반대행위 단체 및 인명사전 진선미 의원실

 

환경정보평가원에서 작성한 4대강 반대 단체 및 인명사전에 수록된 인사의 기준은 2가지였다. 이들은 5회 이상 반복적으로 참여한 인사는 주요 행위자(주동자)로 나머지는 단순 행위자로 기준을 나눠 기록했다.

 

4대강 살리기 주동자인 주요 행위 단체로는 운하반대 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불교환경연대 등 12곳이었다. 4대강 반대 주동 정치인으로는 강기갑, 김두관, 김진애, 노회찬, 박원순, 손학규, 유시민, 유원일, 정세균, 천정배, 최문순 등 22명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김경재, 김정욱, 박재현, 박창근, 백낙청, 안병욱, 이상돈, 이시재, 이준구 교수 등 14명으로 나타났다. 사회 인사로는 명진, 문규현, 서재철, 수경, 지관, 지율, 최열, 염형철 등 12명이었다.

 

이외에도 4대강 반대 주요 단체별 참여자 명단과 참여 인사들의 발언한 내용들을 수록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국책사업반대행위 단체 및 인명사전을 작성한 사람은 심용식 전 시대정신 이사, 송호열 전 서원대 총장,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 이헌 전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 남동환 큐즈과학코리아 이사장, 허현준 전 시대정신 사무국장, 최성호 환경정보평가원 사무처장 7명이다. 이들은 2012316일 국책사업반대행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책사업 반대행위 인명사전' 발표 기자회견도 개최한 바 있다. <주간 경향>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중 일부는 "책 저술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명단을 만든 작성자 중 허현준 전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소통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허 전 사무국장은 청와대에서는 보수단체 관제데모 동원과 보수단체 지원을 위해 전경련으로 하여금 3년간 69억 이상을 지원토록 해 201710월 구속됐다. 허 전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권에서도 4대강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역할을 한 것이다.

 

20101119일 원세훈 전 원장은 "각 지부에서 '보 지킴이'라고 해서 우리 국가정책에 협조하는 세력으로 키워나가자. 전국 단위로 만들어서 나름대로 자긍심도 키워주고 간접적으로 지원해주고 하면 된다""바로 지원해주면 문제 생긴다. 그러니까 간접적으로 지역단체라든가 통해서 지원하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책사업 반대해온 환경 운동 단체들도 포함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단체나 인사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은 2012217"야당이 되지 않는 소리하면 강에 쳐 박아야지. 4대강 문제라 뭐 이렇게 떠들어도 뭐. 일은 죽도록 해놓고 여태까지 여러분들 보니까 일은 우리가 했는데 왜 우리 가만히 있어" 라면서 강력한 제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자에는 4대강 외에도 인천 국제공항 건설 양양 양수댐 건설 새만금 간척사업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부안 방폐장 건설 등 93년부터 20124대강까지 국책사업을 반대해왔던 환경 운동 단체들과 사람들의 명단과 발언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정비 사업이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사업으로 명칭해 200812월부터 20124월까지 약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하천 정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준설해 보를 설치하고 하천 생태계 복원을 명분으로 시도됐다.

 

당시 4대강 추진 찬성측은 '물 부족해결, 홍수피해 방지, 수질향상, 생태하천 조성 및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 효과'를 주장하며 찬성했다. 반면, 반대 측은 '수질오염, 예산낭비, 군소하천정비시급성, 홍수예방어려움'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지속적으로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포항지진에서 본 우리의 맨얼굴]‘한 글자에 나눠진 목숨의 가치 1126 경향

건물 흔들려 모두 대피하는데 관리자 너는 남아서 일해라

학부모들에게 상황문자 돌리고 민원 전화도 올 수 있으니 교무실에 남아 계세요.” 지난 15일 울산의 한 공립학교 교무행정실무원 씨는 교무실장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일어나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 정신없이 대피하던 중이었다. 이 학교뿐 아니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울산지부의 이수진 사무처장은 울산의 다른 학교 10여곳의 교무실무원들도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건물 내부가 무너지기라도 했다면, 전화를 돌리던 비정규직 행정직원들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이 사무처장은 그런 지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교의 태도에 서럽고 화가 났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위험은 낮은 곳, 취약 계층으로 쏠린다. 자연재해와 대형참사처럼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위험의 중력 법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포항 지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와 대형마트에서 그림자처럼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장치도 없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렸다는 증언들이 여러 곳에서 들려왔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고질적인 위험의 외주화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일터의 균열은 그대로 드러났다.

포항 북구의 한동대는 지진으로 건물 외벽이 무너졌다. 한동대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은 여진이 계속되던 지진 다음날, 안전점검도 받지 않은 기숙사 생활관 내부 잔해를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건물 안팎에는 거미줄 같은 금이 가 있었다. 원청 격인 기숙사 관리팀 직원들은 모두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이종희 경북일반노조 한동대분회장은 관리직들이 들어가도 괜찮다고 했지만 여진 위험 때문에 누구도 들어갈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었고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안전모도 지급되지 않았다노조가 강력하게 항의한 뒤에야 안전모를 지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포항 북구의 한 대형마트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흐트러진 진열대를 정돈하고 깨진 물건들을 치우라는 지시를 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지진에 불안했는데 울며 버텼다고 말했다. 이후 진상조사에 나섰던 마트산업노조의 정민정 사무국장은 정직원들은 퇴근하고 협력업체 직원들만 남아 잔해를 치운 것으로 확인됐다협력업체에서 직원들에게 퇴근하라 지시해도 사실상 인 마트의 허락 없이는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여진 위험 속에 텅 빈 학교에 남아 학부모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마트 진열대를 치우는 일은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이 맡았다. 그런 지시에 항의하기조차 어려웠다. 지위가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누구보다 조직에 충성해야 하는처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청은 이들을 내 직원이라 여기지 않는다. 책임은 지우되 안전 책임은 없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기울어진 권력관계는 늘 재난 상황에서 더 두드러진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응급실 이송요원과 청원경찰 등 대형병원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됐고 일부는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인천공항 검역직원들은 보호장비도 없이 일했다.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망에서 제외됐다.

       

일터의 분열은 재난을 계기로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용 형태에 따라 노동자들 사이에 장벽을 세운 탓에 신속한 대응과 일사불란한 관리감독의 빈틈이 생기고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이 사업 일부를 도급 준 경우에도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최 국장은 이마저도 유명무실할뿐더러, 서비스업이나 학교현장은 관리가 느슨해 사각지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재난정보 시스템마저 원청 정규직중심으로 짜여 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경북 김천역에서 선로 업무를 하는 코레일 하청업체 직원 2명이 KTX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지진으로 운행이 늦어진 사실을 모르고 작업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진,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의 연락체계에도 인사이더중심의 사고방식이 녹아 있다고 했다. 불법파견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한 기업들이 비상연락망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제외하는 일도 허다하다. 김 연구위원은 지자체 재난담당부서가 관할 사업장 원·하청 노동자들의 안전대응을 통합 관리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지진에서 본 우리의 맨얼굴]‘학벌 만능수능 연기에 나라가 들썩

[포항지진에서 본 우리의 맨얼굴]안전 대신 챙기는 부실시공사

[포항지진에서 본 우리의 맨얼굴]하늘에 맡긴 재난 대비정부, 지진 날 때만 법석

 

"노인 오면 장사 안 된다" "뭐하러 나다니냐" 노인 차별 사회1127 중앙





안하무인의 사회 1128 경향

올해는 교회개혁 500주년, 10월혁명 100주년, 그리고 87년 민주항쟁 30주년, 외환위기 20주년, 평택 미군기지 주민 이주 10년을 맞이한 해다.

 

나는 대학에서 학기 초 새롭게 만나는 학생들에게 역사 속의 나란 주제로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한다. 교양과목을 강의하는 까닭에 매 학기 여러 학과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할까봐, 그리고 이들에게 자신의 삶 또한 역사 속의 삶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어서 그런 과제를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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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은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태어난 이들이다. 흔히 IMF 세대라면 지금 40대 중반의 이른바 영포티를 떠올리지만, 대학생들이 제출한 글을 읽다보면 외환위기의 여파는 그들도 비켜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부모의 이혼, 가정경제 파탄 등 우리 근현대사의 사건은 그들의 삶과 일상에도 씻어낼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겼다. 최근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자 이번에 수능을 치른 이들이 스스로를 저주받은 99년생이라고 자조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직후에 태어나 초등학생 때 신종플루, 중학생 때 세월호·메르스 사태를 겪었고, 고등학생일 때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우리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그날, 그러니까 20년 전 이 무렵 수많은 이들의 삶이 행과 불행의 갈림길에 섰다. 국가경제가 파산하는 중대한 고비를 맞이했지만, 모두가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마르크스는 1844<경제학-철학 초고>에서 노동은 부자들을 위해서는 멋진 것을 만들어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행만을 만들어낸다고 말한 바 있다. 서민들이 금 모으기에 앞장서는 동안에도 권력과 부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소외 속에서도 행복했다. 중고시장에는 직장을 잃은 중산층들이 토해낸 수입 오디오와 자동차가 헐값에 쏟아졌고, 은행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이들은 집을 경매로 내놨다.

 

어떤 이들은 현금으로 대금결제를 받는 행운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부도를 내서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했다. 고유가와 고금리로 영세자영업자, 서민들이 자동차 운행을 포기했을 때, 텅 빈 도로를 내달리던 사람들은 지금 이대로라는 건배사를 읊었다는 풍문도 있었다.

 

그날 이후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졌을까. 우리 세대는 흑백TV에서 컬러TV로 방송이 변하는 것을 경험했다. 1.44MB짜리 3.5인치 플로피디스크에서 기가바이트 단위의 USB로 컴퓨터 저장매체가 변하는 것도 보았다. 우리는 정규직이 평균적인 고용형태였던 세상에서 태어나 비정규직이 일반화되는 세상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 대학생들은 처음부터 컬러TV, 테라바이트 단위가 더욱 익숙하며 정규직 채용이 평생의 소원이다. 컬러TV, 스마트폰이 지천인 세상에서 태어났으니 과연 이들은 복 받은 세대일까? 이들이 태어나서 만난 세상의 모습은 그뿐만이 아니다.

 

10년 전 한화 김승연 회장이 보복폭행 사건을 일으켰다. 2010SK그룹 일가 최철원은 노동자를 몽둥이로 때리고 맷값으로 2000만원을 건넸다. 2011년 피죤 이윤재 회장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전임 사장을 청부 폭행했고, 2012년 삼환그룹 총수 일가가 수십년간 임직원을 상습 폭행한 것이 드러났다. 2014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 2015년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몽고간장 김만식 회장이 운전기사를, 2016년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이 경비원, 현대비엔지스틸 정일선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자행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2017년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은 여직원 성추행,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운전기사 상습폭언으로 언론을 장식했다. 급기야는 경영 세습에 이어 폭행도 세습되고 있다.

 

일할수록 가난해져서 워킹푸어, 공부하면 할수록 가난해져서 에듀푸어, 집 사기 위해 노력할수록 가난해져서 하우스푸어란 말이 생겼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의 멘붕사회, 사람이 사람 대접받지 못하고 돈이 대접받는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야 우리 사회에 내일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성원 | 황해문화 편집장

 

재벌들, 김상조가 경고한 12월 닥쳤는데 자정노력 미적

공정위, 모비스가 대리점 부품 강매 논란해결 위해 신청한 절차 기각

경영진 개입 정황에도 직원 징계에 중점순환출자 지적에도 모르쇠

시민단체 자발적 개선보다 외부 규제 필요강력한 조사·처분 필요

현대모비스가 대리점 부품 강매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각하면서 재벌들의 부족한 자정 노력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정위가 재벌개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2월이 다가오고 있지만 주요 재벌들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으면서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6일 공정위가 최종 기각 처분을 내린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 개시 심의는 김상조호출범 뒤 특정 사건에 대한 대기업의 자정 노력을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현대모비스 측도 이를 의식한 듯 심의에서 여러 상생 대책을 내놓았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 “을의 눈물을 씻겨줄 최선의 방안등의 표현까지 사용하며 공정위를 설득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동의의결 개시를 기각하며 현대모비스의 자정 노력은 최종적으로 실격 평가를 받았다. 전원회의에서 나온 말들을 종합해보면, 특히 현대모비스의 노력이 평가받지 못한 이유 중에는 경영진의 문제가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경영진 차원의 개입 정황이 확인됐는데, 회사 측은 이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충분히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의 과정에서는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경영진에 대한 고발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모비스 측은 “(상생과 자정 노력에 대한) 진의를 믿어주시면 안되겠느냐며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의 자정 노력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은 향후 현대차그룹 전체를 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심의에서 현대모비스의 불공정 문제를 현대차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연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모비스는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라며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기에 1조원에 불과한 대리점 간의 거래도 중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일단 기업 가치를 키우면 승계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불공정 행위의 동기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애꿎은 하도급업체나 대리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면, 당국이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김 위원장이 수차례 지적한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순환출자는 재벌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부정한 부를 누릴 수 있게 한다. 또 한 기업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의 부실로 이어지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그룹 내에서도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개선안을) 이미 해오고 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그간 공개된 자리에서 12월을 기한으로 5대 그룹 등 대기업들의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기업들이 변화를 보이지 않자 김 위원장의 관대한 태도가 오히려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원칙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법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지분율을 유지해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지금은 재벌들의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하는 것보다 외부의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친·인척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들을 제기하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은 향후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고 자료가 확보되면 신고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나이엔 원래 아파요" 의사의 말이 더 아픈 노인 1128 중앙

<하편> 병 치료도, 돈 벌기도 쉽지 않은 노년

'15분 진료' 노인 환자에 그림의 떡 노년내과 있는 병원 6곳에 불과

증세와 처방 더 상세히 설명 필요 의료 현장에서 무시되기 쉬워

취직하려면 "그 나이에 쉬어야지 무슨 일을 하려느냐"며 무시하니

나이 탓할까 봐 아파도 말 못하고 참으며 일하러 다니는 경우 생겨

 







"병원에서 의사에게 여기저기 아픈 곳을 말하면 '그 나이엔 당연한 겁니다'라고 합니다.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고 나이 든 얘기만 하면 서운하죠. 더 잘 들어주고 알려주면 좋을 거 같아요."(70세 문희철 씨)

 

"대화를 안 해준다 이거에요. 내 병세가 이러저러하다고 말하면 들어줘야 하고, 거기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의사가 무조건 주사를 맞으라거나 그냥 처방전만 준다니까요." (80대 여성 A )

 

지난 2008년 열린 고령자 고용촉진 캠페인 'Working 60+'. 어르신들이 슈퍼맨과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홍보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후 준비가 덜 된 노인들은 노동시장에 내몰린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용률은 30.7%. 노인 10명 중 3명은 생업에 나서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불안정한 일자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림어업(38.3%)이 제일 많고 경비수위청소(19.3%), 운송건설(10.8%), 가사조리음식(8.2%)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금도 젊은 세대보다 훨씬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15~49세 전일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469000(2014년 기준)이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근로자는 그보다 100만원 가까이 적은 1496000원에 그쳤다.

K(70) 씨는 지난해 말 빌딩 경비원에 취업했는데 동료보다 월급이 적었다. 40~50대 직원들은 매달 150만원을 받았지만, K 씨만 130만원이었다. 노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해고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걸 포기했다.

 

생계를 위해 폐지가 담긴 손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 퇴직 고령자를 위한 직업 훈련 활성화, 노인 고용 촉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앙포토]

 

요양원이 공립학교라면 요양병원은 사립학교

나이가 들어 신체적·정신적으로 노쇠해지면 여기저기 아프거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 연로한 부모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예외일 수 없다.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분이 생기면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하는지, 요양원이 더 적합한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자녀들의 경우 부모님을 모실 때 요양원보다 요양병원을 선호하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에 요양병원은 부모님이 아파서 모신 것이지만 요양원은 왠지 부모님에 대한 성의가 부족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요양원 입소가 요양병원보다 더 까다롭다. 까다롭다는 것은 그만큼 자격조건을 갖추어야 해 아무나 입소할 수 없다. 이렇게 자격 기준을 정한 이유는 정부의 비용보조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보조해 준다고 해서 경제적 약자에게만 요양원 입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경제력과 상관없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 정부가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요양원은 장기요양등급 1~2등급만

요양원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 중 시설등급에 해당하는 1~2등급을 받아야 한다. 요양원을 찾는 어르신 중엔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이 아닌 3~5등급인 분도 많다. 3~5등급 해당자는 특별한 사유를 제출해 시설등급변경이 되지 않는 한 요양원 입소가 안 된다.

 

장기요양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 요양등급 인정심사 신청을 해야 한다. 등급판정은 건강이 매우 안 좋다’ ‘혼자 생활하기 어렵다등과 같은 주관적인 개념이 아닌 심신의 기능상태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지표화한 장기요양 인정점수를 기준으로 따진다.

1~5등급 중 심신의 기능상태가 나쁠수록 1등급에 가깝고 좋을수록 4등급이 된다. 5등급은 4등급의 하위 단계 등급이라기보다 어느 정도 건강한 편이지만 치매가 걸렸을 때 부여되는 등급이다. 집에서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야 1~2등급이 나온다. 스스로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식사준비가 안 되는 정도를 지나 침대에서 잘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로 보면 된다.

이렇게 1~2등급이 나오면 요양원 입소가 가능할뿐더러 요양병원도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곳이 더 좋을까? 어르신마다 다르지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매일 의사의 의료적 처치와 약물투여가 필요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무조건 요양병원으로 가야 한다. 요양원에는 상주하는 의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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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여유가 많아 비싸지만 개인 간병인을 두고 쾌적한 돌봄을 받고 싶다면 요양병원이 적합하다. 몇몇 사설 요양원을 제외하고 모든 요양원은 아무리 큰 비용을 지불해도 개인 요양보호사를 둘 수 없다. 공립학교에서 학비를 남들보다 10배를 낸다고 해서 수업시간에 혼자 선생님께 특별과외를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요양병원의 간병인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면 요양원이 유리하다.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인 경우 간병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간병비만 월 60만원 이상 들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요양병원에 간병인이 있다면 요양원에는 국가 자격증을 소지한 요양보호사가 있다. 요양원은 입소자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두게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따로 요양보호사 비용을 내지 않는다.

특별히 의사 처치가 필요치 않은 분도 요양원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요양병원 소속이 아니며 외부 간병인 송출업체에서 보내주는 인력이다. 그렇다 보니 요양병원에서 통제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반해 요양보호사는 요양원 소속 정직원이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하며 책임감도 더 있는 편이다.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이면 본인의 상황에 따라 요양병원 혹은 요양원을 선택하면 된다. 장기요양등급 3~5등급은 원칙적으로 요양원 입소가 안 돼 시설 입소를 원한다면 요양병원을 위주로 알아보아야 한다.

 

요양병원 가격이 다 다른 이유

요양병원의 입원비는 월 60~70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다. 10만원이라도 비용이 싼 곳을 찾으면 좋고, 어느 요양병원이든 무조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의 합리적인 적정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근교 중형 규모의 요양병원에 가보면 모두 입을 맞춘 듯 6인실을 안내하고, 120만 원 전후의 비용을 이야기한다. 훌륭한 시설과 규모로 평판이 좋은 대형 요양병원은 이보다 비싸 월 200~400만 원 정도다. 1인실에 1인 간병을 원하면 월 700만 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상가건물에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 빈약한 조그마한 요양병원은 월 60~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월 비용은 요양병원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요양병원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혜택을 받느냐에 따라 3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혜택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요양병원의 수가와 비용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 책정되는지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요양병원의 비용은 크게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진료 및 치료비, 식비, 상급병실료 그리고 간병비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용을 많이 지불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진료와 치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비용에 상관없이 대동소이하다.

예외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월 비용을 80만 원을 내든 400만 원을 내든 받는 진료와 치료수준이 거의 같다. '포괄수가제'에 의해 진료 및 치료비가 청구되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란 환자가 가진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적 처치에 대해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 금액만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일종의 '진료비 정찰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월 60~70만 원이라는 액수를 정해 놓고, 그 금액 범위 안에서 환자를 진료 및 치료하라고 각 요양병원에 수가를 정했다. 요양병원은 얼마나 많은 의료적 처치를 했는지 원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월 60~70만 원에 해당되는 의료비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다.

뷔페식당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뷔페식당 입장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월 60~70만 원으로 정해놓고 진료와 치료에 해당하는 식사품질과 메뉴는 공단의 권장선만 지켜주면 식당 운영자가 알아서 하는 것과 같다.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 다양한 메뉴와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든, 가장 기본적인 메뉴만 내 놓든 공단에 청구하는 금액은 같기 때문에 무리하게 좋은 메뉴를 내 놓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가급적이면 원가를 줄이기 위해 공단 권장선 미만의 열악한 메뉴를 내 놓고 공단에는 정해진 금액을 청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요양병원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떤 요양병원은 최소한의 금액인 월 60~70만원을 받기도 하고, 이보다도 10만 원 정도 덜 받는 곳도 있을 수 있다. 특별히 기초수급대상자 등 정부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면 요양병원 비용이 너무 저렴한 곳은 주의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의료비, 식비 등이 정해져 있는데 원가보다 낮은 비용을 받는다면 결국 제대로 된 의료적 처치와 간병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요양병원이 손해 보면서 환자를 받지는 않는다. 터무니 없이 가격이 저렴하다면, 결국 어디에선가 손실을 보존하려고 하는데 의료적 처치와 간병이 수준 이하로 될 가능성이 많다. 비슷한 시설과 환경으로 월 비용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심한 가격 경쟁을 하는 곳보다 오히려 10만 원 이라도 더 비싼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요양병원에서 월 400만 원을 내는 환자와 월 80만 원을 내는 환자의 비용차이는 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상급병실료와 간병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용이 높을수록 의료적인 처치보다는 안락하고 편한 수발을 받는 비용이 더 크다. 4인실 미만(1~3인실) 사용시에는 상급병실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몇인실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월 45~300만 원 선이다.


간병비 또한 치료비 못지 않게 비용이 많이 든다. 한달 간병인 급료를 약 240만원 정도로 추산해보자. 11 간병을 받으면 240만 원 전액을 부담해야 하고, 21 간병은 120만 원, 41 간병은 60만 원 정도가 든다. 2인실에 머물면서 21 간병을 받으면 월 비용이 300~4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포괄수가제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비용을 내야 하는 대표적인 급여항목으로는 재활치료가 있다. 재활치료는 모든 환자가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르신들은 안락하고 편한 수발에 드는 비용을 다소 절약하더라도 그 비용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300~400만 원의 월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꼭 더 필요한 치료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 환경과 시설이 비슷한 다른 요양병원에 비해 터무니 없이 싼 곳은 피한다.

2. 기저귀 및 기타 소모품이 월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3. 6인실에 61 간병을 받고 특별히 재활치료나 보약, 영양제, 한방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수도권에서는 월 100~130만 원이 적정선이다. 물론 재활치료, 한방치료 등을 받으면 비용이 높아진다.

4. 200만 원 이상 지불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최소 월 비용이 200만 원 이상인 상급 요양병원을 선택한다. 월 평균비용 100만 원인 중급 요양병원에서 200만 원을 내고 VIP 대우를 받는 것보다 상급 요양병원에서 기본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더 좋다. 상급 요양병원이 기본적인 시설과 서비스 및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

5. 보약, 영양제, 한방치료 등에 과도한 비용을 들이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재활치료 등 꼭 받아야 하는 치료에는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6. 상급병실과 11 간병인 이용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비용도 높을 뿐 아니라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입원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높아지면 자칫 비용으로 인해 자녀들의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학생들 나쁜 일자리내몬 특성화고 교장들, 취업률로 성과급 받았다 1128 한겨레

교사가 일일이 전화해 집계하는 직업계고 취업률

4대보험 가입, 정규직 등 일자리의 질 파악 불가능

현장실습 나간 뒤 취업한 경우 유지율도 확인안돼

부실 취업률 근거로 학교 평가·교장 성과급 잔치

 

사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많은 직업계고 학생이 일자리의 질을 따지지 않고 현장실습을 나가는 이면에 한국 사회의 취업률 성과주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교육청들이 취업률에 따라 특성화고 교장들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로 학생들을 보내놓고 교장들이 그 성과에 따라 과실을 챙겨가고 있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교육부 및 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국 17곳 교육청 중 인천 등 5개 교육청이 특성화고 교장들의 성과급을 학교 취업률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해마다 전국 17개 교육청을 평가한 뒤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하는데, 인천 등 5개 교육청은 이런 예산 등을 활용해 특성화고 교장들의 성과급을 지급할 때 해당 학교 취업률을 근거로 지급액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올해 특성화고 관리자들의 성과급 지급액 기준에 해당 학교 취업률이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평가한 뒤 특별교부금을 차등해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평가 지표에도 교육청별 취업률이 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각 시도교육청이 만든 학교평가 매뉴얼에는 특성화고의 학교 역량을 판단하는 근거로 취업률이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근거가 되는 취업률 자체도 주먹구구식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20‘2017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2월 졸업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졸업자의 취업률이 50.6%“2000년 이후 17년 만에 평균 50%를 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취업률은 일자리의 질과 관계없이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지여부를 교사가 물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집계한 통계다. 졸업생이 취업한 일자리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4대 보험이 가입된 양질의 일자리인지 등에 대해 현재의 취업률 집계로는 알 수 없다. 이렇듯 허술하게 집계된 취업률이 학교 알리미 등을 통해 공시되고, 교육청·교육부에 보고되며, 학교의 취업 역량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고교생 현장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지는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직업계고 학생의 현장실습이 취업과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 통계는 없다고 밝혔다. 고교 졸업자 취업률을 높인다며 일자리의 질이 낮고 학생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업체에 학생을 보내는 것도 문제인데, 이렇게 보낸 현장실습과 취업률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정부가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권단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고교생 현장실습이 실제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진 비율을 알아보려고 각 시도교육청에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는데 부존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는 학생이 산업체에 파견돼 현장실습을 나가면 취업을 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조성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업위원장은 보통 특성화고에서 고3 학생이 산업체에 파견돼 현장실습을 나가면 취업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학교가 취업률을 조사하는 이듬해 4월까지 해당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집계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사가 직접 입력하는 취업률 집계 방식을,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국가승인통계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인권 팽개쳐진 현장실습 뒤엔MB·박근혜 취업률 성과주의

MB때 참여정부 정상화 대책폐기 취업률 목표치 제시 예산 차등지원

박근혜땐 2학기부터 조기 실습

열여덟번째 생일을 나흘 앞두고 숨진 이민호군의 죽음은 교육과 노동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의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이군은 하루 1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정규 직원이 맡아야 할 위험한 업무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이런 현장실습 관행이 기승을 부리게 된 배경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취업률 중심의 지표 관리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계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건 1973년 박정희 정부가 산업교육진흥법을 개정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조에 의한 실습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규정을 두고 있던 것을 산업보국이념에 따라 모든 실업계고에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나 실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점차 열악한 산업현장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현장실습을 교육과정으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은 참여정부 때 시작됐다. 20065월 발표한 실업계고교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은 3학년 2학기 수업을 3분의 2 이상 이수하고, 졸업 뒤 취업이 보장된 경우에만 현장실습을 보낼 수 있도록 못박았다. “현장실습은 이후 정규직 고용의 수습 기간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단기 파견으로 변질될 위험성을 차단한 것이다. 정상화 방안은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 교육계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은 급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4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포함한 29개 정책을 즉시폐기 지침으로 분류해 없애버렸다. 현장실습의 위험성을 차단할 수 있었던 제도적 장치를 학교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폐기한 셈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실업계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면서 201125%, 201237%, 201360% 등 취업률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취업률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는 통폐합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일부 특성화고를 마이스터고로 지정하면서 예산 차등 지원을 현실화했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취업률이 높은 마이스터고는 학교당 평균 82억여원을 지원받은 반면, 특성화고는 36억여원에 그쳤다. 학교들 간의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숫자 중심의 성과관리가 교육현장에 적용되면서 저임금·단순 직종을 중심으로 한 아르바이트성 현장실습 등 각종 부작용이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많다.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회 정책국장은 특히 취업률을 교장과 교사의 성과급에 반영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장실습에 대한 질적 관리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방향을 돌려놓자, 박근혜 정부는 속도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38특성화고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도입해 3학년 1학기에도 현장실습을 보낼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전국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종합고(직업반)83.8%에 이르는 522개 학교가 2학기 이전에 16237명을 현장실습으로 내보냈다. 박근혜 정부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신설하기도 했다. 숫제 2학년 1학기부터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직업훈련을 받는 제도다.

 

문제는 이런 조기 취업 정책이 질 낮은 취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작성한 ‘2013~2015년 고등학교 취업률 통계를 보면 취업률은 201344.9%에서 지난해 47.3%2.4%포인트 높아졌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오히려 30.4%에서 26.4%4%포인트 낮아졌다. 배경내 인권연구소 들활동가는 현장실습 제도 자체에 부실한 현장지도 등 취약점이 있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학교가 취업률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제도적 한계가 본격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노무사는 이명박 정부 이후 특성화고가 취업률 전쟁에 접어들었다. 다양한 진로를 스스로 모색하도록 해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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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이민호군 사망 사건에 대해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교육부와 합동 점검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빨갱이를 잡자에서 동성애를 막자 시사인

반공 이데올로기와 종북몰이에 크게 의존해왔던 자유한국당이 동성애 이슈를 부각시켜 새로운 전선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928일 아침 8, 참여자가 200여 명에 이르는 단체 카카오톡(카톡) 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헌법 개정 국민 대토론회. 퍼 날라 주십시오. 인천으로 모여주십시오. 시간이 촉박합니다. 반성경적, 반기독교적인 동성애·동성결혼, 이슬람의 대량 유입. 독소 조항들로 가득한 개헌은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반대. (중략) 연락처:○○ 목사/010- ○○○○-○○○○

 

이날 오후 인천에서 열리는 헌법 개정 대국민 토론회(개헌 토론회) 참석을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헌법 조항에 있는 양성 평등성 평등으로 변경할 경우 동성혼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개헌을 반대한다. 또 망명권이 신설되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급격히 유입될 거라고 주장한다.

 

개헌 토론회가 열린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강당 160석은 대부분 보수 개신교 단체 회원들이 차지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이 성 평등으로 변경도 고려해봐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청중 사이에서 거센 야유와 함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고성이 튀어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개신교 단체 회원들이 발언을 주도했다. “동성애 합법화 개헌을 반대한다라는 주장이 반복되자, 사회를 맡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번 나온 의견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비슷한 발언이 계속되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개헌 토론회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연합뉴스928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헌법 개정 국민 대토론회에서 개헌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인천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전국을 돌며 진행한 개헌 토론회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8월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대구·청주·제주도 등 11개 시·도에서 개헌 토론회가 열렸다. 지역은 달랐지만 보수 개신교 단체가 토론회를 점거하다시피 하는 상황은 매번 되풀이되었다. 토론회에서 만난 선교사 김다니엘씨(51)앞서 다른 지역에서 열린 개헌 토론회에도 모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성 평등용어 변경은 개헌 논의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사안이었지만 보수 개신교계에서 조직적인 반대에 나서면서 개헌 토론회를 집어삼키는 주제로 떠올랐다. 개헌특위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모든 지역에서 보수 개신교 신자가 토론회 참석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라고 밝혔다.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보수 개신교계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성 소수자 이슈가 본격적인 정치 의제로 등장하면서 보수 개신교 세력이 정치권에 전방위 압박을 가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이런 공세는 지자체가 만드는 조례부터, 법률 제정, 인사청문회, 개헌까지 의정활동의 모든 층위에서 벌어진다.

 

1019일 충남도청 앞에서 보수 개신교 단체 주최로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였다. 이 집회에는 개헌 토론회에서 등장했던 양성 평등 YES, 성 평등 NO’ 피켓이 그대로 사용됐다.

 

연합뉴스1019일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충남도청 앞에서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로 영향력 행사

국회는 주로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에 시달린다.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은 항의 전화로 한동안 업무가 마비됐다. 김 의원은 지난 5, 동성 간 합의된 성관계까지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 제92조의 6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의원실에 전화기가 4대 있는데 쉴 새 없이 전화가 왔다. 어떻게 알고 전화하셨냐고 물어보면 카톡에서 봤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군형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민중당 김종훈·윤종오 의원은 지역구에서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전단이 돌기도 했다. 지역 개신교 단체가 제작한 홍보지였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에게도 주로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보수 개신교계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군형법 제92조의 6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할 당시 김이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낸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구체적 기준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수 의견을 냈지만 김이수 후보자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라는 문자가 돌았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당시 시간당 문자를 100통가량 받은 것 같다. 문자 예시가 돌았는지 네다섯 가지로 분류되는 유형의 동일한 문자가 계속 왔다라고 말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시 문자를 받기도 했다. “한번은 여기에 반대 의견을 보내라고 안내하는 문자를 받았다. 번호가 쭉 쓰여 있고 보내야 할 내용이 딸려 있었다. 실수로 문자 폭탄을 보내라고 지시하는 문자를 나한테 보낸 것 같았다.”



헌법 개정 국민 대토론회참석을 독려하는 문자.

당초 호남 출신인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국민의당 의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투표 결과 국민의당 의석 중 절반인 20명가량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가까이서 지켜본 국회 관계자는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쏟아진 동성애 반대 문자 폭탄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6월 인사청문회에서는 군형법 위헌 의견이라든지 동성애 옹호와 관련해 문제 제기가 없었다. 이후 청문보고서 채택이 계속 미뤄졌는데 그사이 전국 순회 개헌 토론회가 있었다. 개헌 토론회를 계기로 보수 개신교계에서 동성애 반대가 뜨거워지면서 김이수 후보자한테까지 불똥이 튄 거다.”

 

보수 개신교계의 집요하고 대대적인 공세는 실제 의정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김종대 의원실은 군형법 개정안 발의 당시 최소 공동발의 인원인 10명을 채우는 데 애를 먹었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한 보좌관은 보통은 공동발의 해줄 동료 의원 10명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 이번에는 겨우 10명을 채웠다라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들이 마주하는 압박의 강도는 훨씬 세다. 국회의원 처지에서 대형 교회는 단단하게 조직된 유권자 집단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 의원은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다. 우리 지역구는 교회 연합 예배에서 기도 제목 중 하나가 동성애 반대이다. 지역에서 직접 얼굴 맞대고 활동하는 시·구의원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남권 대도시가 지역구인 한 의원실의 보좌관은 그 동네 대형교회 목사의 설교 방식을 들려줬다. “성 소수자 관련 법안이 걸려 있으면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이번 주에는 (국회에) ○○번 항의해야 하나님 앞에 올바른 신도입니다이런 식으로 숙제를 내주듯 한다.”

 

대선 토론회에서도 동성애 이슈 활용

정치권이 보수 개신교계의 압박에 수비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동성애 이슈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전선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낙마 직후 진행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동성애 이슈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인사청문회에서 전희경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찬반 의견을 묻는 등 여러 차례 관련 질의를 했다. 이채익 의원은 더 나아가 성 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동성애뿐 아니라 근친상간 문제나 소아성애, 시체 상간, 수간까지 비화될 것이다. 인간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발언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2012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성 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들이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등 국민 법상식과 어긋나는 김명수 후보자의 의식에 심각성을 제기한다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시사IN 조남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데도 보수 개신교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성 소수자 이슈를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군에서 동성애 문제가 굉장히 심하다. 국방 전력을 약화시킨다라며 의견을 물었고 문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진 이 발언에 문재인 후보 지지층이 분열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와 종북몰이의 약발은 확실히 떨어졌다. 이들 무기에 크게 의존해왔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하루빨리 다음 무기를 발굴해야 할 처지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보수 진영이 종북, 주사파처럼 촛불 이전에 주로 쓰던 두려움을 또 동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개혁 보수의 길을 가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두려움의 대상을 설정하고 책임 소재를 그 대상에게 돌리는 게 우리나라 보수가 정치를 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두려움을 설정해야 이 방식이 다시 작동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무기를 잃은 한국 보수는 이제 동성애 반대와 같은 정체성 이슈가 한국에서도 먹혀들지 시험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낙태 반대·동성애 반대와 같은 종교적·문화적 이슈를 즐겨 사용해왔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 동성혼을 인정하는 연방대법원 판결로 결정적인 패퇴를 당했다. 한국 정치는 아직 정체성 이슈로 대규모 동원을 이뤄낸 적이 없다. ‘동성애 반대가 일부 개신교 세력의 극성맞은 외침으로 그칠지, 길을 잃은 보수의 신무기로 자리 잡을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살해당한 박근혜 5촌 죽어야 할 이유 있었나 sisain. 530

재수사 중인 박근혜 5촌 살인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육영재단 폭력 사태를 이해해야 한다.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육영재단 폭력 사태를 당시 검찰 및 재판 기록을 통해 재조명한다.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박근혜 5촌 살인 사건을 재수사 중이다. 2011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수씨가 또 다른 5촌 박용철씨를 살해하고 자살했다고 강북경찰서가 결론 내린 사건이다.

 

하지만 2012<시사IN>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의 경위는 경찰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시사IN> 273친척 간 살인 사건 새 의혹기사 참조). 사용된 흉기에서 살인자로 지목된 박용수씨의 지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들의 마지막 행적이 담긴 □□노래방 안팎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수사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박용철씨의 죽음이 석연찮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박용철씨가 자신의 재판에서 유리한 증인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그 직전에 죽음을 맞았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신동욱 총재는 박근혜·박지만 남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오른쪽 표 참조). 문제가 된 신씨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였다. 2007년 육영재단 폭력 사태는 박지만이 사주하고 박근혜가 묵인했다 2007년 칭다오 납치 사건의 배후는 박지만이다 박근혜가 최태민의 친·인척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이들을 통해 육영재단을 차지하기 위해 사주했다. 이상은 허위 사실이기에 박근혜·박지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연합뉴스 200110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2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박근령·박지만씨(오른쪽부터).

 

신동욱 총재는 박용철씨와 사건 발생 1년 전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신씨가 자신의 재판 증거로 제출한 2010812일 신동욱과 박용철 간 전화통화 녹취록에는 죽는다는 말이 여러 차례 나온다. “이제 신변이 위험해졌다고 우리 조카님 같은 경우는 조카님 입만 막으면 영원히 묻을 수도 있고, 뭐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그런 상황이지 않습니까(신동욱).” “그야 뭐 판단은 제가, 뭐 그렇게, 그거야 그렇게 내가 쉽게 당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천불이 나서 제가 제 자신을 못 참겠는 거예요(박용철).”

 

신 총재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한 걸까? 박용철씨는 육영재단을 둘러싼 박정희 가문 송사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원래 박용철씨는 신 총재와 반대편에 서 있었다. 200711월 육영재단 폭력 사태 당시 박근령씨를 비롯해 박근령 측 인물들의 출근을 힘으로 막았다. 이 일로 박용철씨는 2009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신 총재가 주장하는 20077월 중국 칭다오 납치 사건에도 개입했다. 박용철씨는 칭다오 현장으로 신 총재를 데리고 갔다가 먼저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검찰 쪽 증인으로 신동욱 재판에 나왔다. 20105, 박용철씨는 신 총재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증언했다.

 

그랬던 박용철씨가 돌연 심경 변화를 토로한다. 2010728일 박용철씨는 이○○ 전 육영재단 법인실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박지만)의 지시라는 테이프가 있다라는 양심선언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부장이 당시 박용철씨와의 전화 통화에 대해 201091일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박용철씨가 신 교수를 죽이라고 박지만 회장이 이야기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 있고, 통장으로 비용을 부쳐준 증빙이 있다라고 말했다.” 육영재단 폭력 사태에서 박근령씨와 박지만 회장은 대립하던 사이였다. ○○ 전 부장은 박근령씨 측에 속했는데, 박지만 회장 측이던 박용철씨가 적진에 전화를 걸어 테이프를 언급한 셈이다.

 

이를 전해들은 신 총재가 2주 후인 2010812일 전화를 걸어 박용철씨에게 진실을 말해달라며, 안 그랬다가는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박지만 회장 쪽에 불리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입을 연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이 통화에서 박용철씨는 박지만 회장 쪽에 강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버림받았고, 거기다 소송하고 뭐 변호사비를 한 번 대줍니까? 거기서 뭐 저한테 뭐 벌금을 한번 내준 적 있습니까? 그냥 내버려놓고 사람을 나쁜 놈 만들어놓고.” 박용철씨는 20085월부터 20092월까지 육영재단 내 어린이회관 관장을 지내다 물러났다. 다만 테이프를 거론하며 말한 양심선언내용이 무엇인지는 말을 피했다. 2007년 육영재단 폭력 사태 당시, 정용희씨에게 돈 2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박지만 회장님 뜻이다라는 녹음 테이프

신동욱 총재로서는 자신의 재판에 중요한 진술이었기에, 통화 나흘 후인 2010816일에는 신동욱·박근령·박용철 세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 박용철씨는 여전히 양심선언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테이프의 존재는 인정했다.

 

상황의 변화가 생기자, 이번에는 신동욱 변호인 쪽이 증인으로 박용철씨를 다시 신동욱 재판에 부른다. 20109월이다. 법정에 나온 박용철씨는 정용희 비서실장이 나에게 박지만 회장님 뜻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내가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 테이프라고 할 것도 없고 내가 핸드폰에 녹음해놓은 것인데 핸드폰을 바꾸면서 캐나다에 가져다놓았다라고 증언했다. 또 육영재단 폭력 사태를 두고 1회 법정 진술(20105월 검찰 측 증인)에서는 정용희의 지시라고 했지만, 2회 법정 진술(20109월 변호인 측 증인)에는 정용희가 박지만의 지시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말을 번복했다.

 

신 총재 처지에서는 무죄로 한발 다가가는 듯했지만, 재판은 한동안 멈췄다. 신동욱 총재 쪽 변호인이 사임하고 각 증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해 12월까지 진행되던 재판은 20117월이 되어서야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새로 선임된 조성래 변호사는 박용철씨를 증인으로 한 번 더 불러달라고 20118월 재판부에 신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용철씨는 나타나지 못했다. 그는 96일 숨진 채 발견되었다. 다음 재판 기일은 927일에 잡혀 있었다. 신 총재는 이후 1·2·3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6개월을 복역했다.

 

201221심 재판부는, 2007년 육영재단 폭력 사태를 박지만 회장이 사주했다는 신동욱 총재의 주장만 무죄라고 판단했다. 박 회장이 2007년 육영재단 폭력 사태 이후에도 폭력을 쓴 이들에게 3억원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에 채권자도 쓰지 않은 점 등 모두 7가지 이유를 들어, 신 총재의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밖의 중국 칭다오 납치 사건등에 대한 신 총재의 주장은 모두 허위라고 적시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태민의 친·인척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4년부터 최태민의 친·인척과 연락을 완전히 단절했다는 박근혜 측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진술은 문고리 4인방이춘상 전 보좌관(201212월 사망)과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지낸 핵심 친박계 김재원 전 의원 등이 했다. 1심 판단은 3심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박근혜 대선 가도의 장애물로 꼽혔던 신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13221일 만기 출소했다.

 

육영재단 폭력 사태 경과

2007.2 신동욱·박근령 약혼

2007.7 ‘중국 칭다오 납치 사건(신동욱 주장)’ 발생

2007.11 육영재단 1차 폭력 사태 발생

2008.10 신동욱·박근령 결혼

2009.1 육영재단 2차 폭력 사태 발생

 

연합뉴스 200914일 벌어진 육영재단 2차 폭력 사태로 파괴된 사무실 내부 모습.

 

2009.4 육영재단 1차 폭력 사태로 정용희·박용철 등 기소

2009.7 육영재단 1차 폭력 사태로 정용희·박용철 등 1심 유죄

2010.1 박근혜·박지만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신동욱 불구속 기소

2010.5 신동욱 재판의 박용철 1회 증언 육영재단 폭력 사태 정용희 주도

2010.7 박용철이 이○○에게 전화해 양심선언계획 언급했다는 주장이 나옴

2010.9 신동욱 재판의 박용철 2회 증언 정용희가 박지만 회장님 뜻이다라고 말한 녹음 있다

2011.8 신동욱 추가 구속 기소

2011.9 박용철 피살

2012.2 신동욱 1심 유죄(징역 16개월)

2012.8 신동욱 2심 유죄(징역 16개월)

2012.11 신동욱 3심 유죄(징역 16개월)

2013.2 신동욱 만기 출소

 

취재원이 말했다, “당신들 기사가 맞다. 정말 몸조심하라

 

김장겸 등 MBC 임원들, 조직적으로 휴대폰 파쇄 1128미디어오늘

부당노동행위 조사 임박, 하드디스크 파쇄기로 휴대전화 갈아버려노조 구속해야 증거인멸 막을 수 있어

MBC 기자·PD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김장겸 전 사장 등 전·현직 MBC 경영진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집단적으로 파쇄하고 새 휴대전화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증거인멸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 사건 피의자 신분인 MBC 경영진들이 조직적 증거 인멸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28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지난 814일 실무 부서에 자신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8 플러스를 파쇄하고 새 스마트폰을 달라고 요구했다. 백종문 전 부사장도 신형 휴대전화를 두 달 만에 교체했다. 지난 6월에 받은갤럭시 S8을 지난 822일 하드디스크 파쇄기로 부쉈는데 새로 받은 스마트폰은 이전과 같은 기종인 갤럭시 S8, 색상도 블루 코랄로 똑같았다.

   


MBC 기자·PD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김장겸 전 사장 등 전·현직 MBC 경영진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집단적으로 파쇄하고 새 휴대전화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증거인멸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최기화 사장 직무대행도 814일 석 달 된 스마트폰을 갑자기 해지하고 그 대신 중고 휴대전화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오정환 보도본부장 역시 같은 날 휴대전화를 파쇄했다.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817, 김성근 방송인프라 본부장은 823, 윤동렬 미디어사업 본부장은 829일 차례로 휴대전화를 파쇄하고 교체했다. 이들이 증거 인멸에 사용한 장비는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다. 투입구에 휴대폰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되지 않아 휴대폰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잘게 조각난다. MBC는 이 장비를 지난 218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노보를 통해 범죄 조직이 자신의 흔적을 성급하게 지우듯 불과 2주 만에, 사장을 포함한 전체 임원 11명의 절반이 훌쩍 넘는 7명이 자신의 동선과 행동이 모두 기록된 주요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MBC 경영진들이 집단적으로 휴대전화를 파쇄한 시기는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이들을 소환 조사할 무렵이다. 임원들의 소환 조사 이후 고용부는 김장겸·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박용국 미술부장 등 6명을 지난 9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김 전 사장은 지난 1013일에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때는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MBC 방송 장악 건과 관련해 국정원 연결책으로 알려진 전영배 MBC C&I 사장을 불러 조사한 직후였다.

   

MBC 경영진들이 지난 8월 증거 인멸에 사용한 장비는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다. 투입구에 휴대폰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되지 않아 휴대폰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잘게 조각난다. MBC는 이 장비를 지난 218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과 한 몸이 돼 MBC 내부 정보를 넘겼던 전영배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치부장은 김장겸 전 사장이라며 사실상 보도국을 좌지우지했던 무소불위의 실세 부장, 김 전 사장은 전영배의 소환조사로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두 달 만에 다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장겸 일당의 증거 인멸 및 증거 인멸 교사 행위는 형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라며 압수수색으로는 부족하다. 김장겸 일당을 구속해야 또 다른 증거 인멸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공금 유용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불법 행위를 위해 스마트폰을 파쇄하고 새로 산 자금은 다 회사 돈이었다. 신형 스마트폰 한 대 100만원, 적폐 경영진이 쓴 돈이 줄잡아 10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국 포털 의존도 1, 언론사 홈페이지 접속률은 꼴찌

디지털 뉴스 리포트, 한국 뉴스 신뢰도·언론 자유도 인식 최하위SNS 뉴스소비 줄고 메신저 서비스 주목

한국이 세계 36개국 가운데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검색엔진이나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검색·뉴스 수집 플랫폼을 통해 주로 뉴스를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77%에 달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로 뉴스를 보는 이용자가 많은 것인데 이는 전 세계 평균(30%)보다 2배 이상 높다.

 

포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한국에서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읽는 이용자는 4%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가운데 꼴찌였다. 이는 조사 대상국 평균(32%)8분의 1에 불과한 수치며 하위권인 프랑스(21%), 일본(16%)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

 

세계적으로 뉴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전통 미디어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6개국 전체 시장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률(복수응답 가능)83%로 가장 높았고, 이어 TV 73%, 종이신문(시사잡지 포함) 39%, 라디오 34% 순이다.

 

한국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84%로 국제 평균과 비슷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종이신문을 통한 뉴스소비(26%)36개국 평균(39%)보다 낮았다. 라디오 뉴스 이용률 역시 12%에 불과해 36개국 평균(34%)보다 22%p 낮았다.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뉴스 소비는 페이스북이 더 많았다. 36개국 이용자 70%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47%는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유튜브는 전체 이용자가 61%에 달했지만 뉴스 이용률은 22%에 불과했다.

 

SNS를 통한 뉴스 이용은 정체되거나 감소세에 있는 반면 메신저 앱을 통한 뉴스 소비가 늘고 있다. 36개국에서 메신저 앱을 사용해 뉴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3%였다. 한국은 39%가 카카오톡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 적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수익성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유료구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료구독 의향은 높지 않았다. 36개국 이용자 중 15%만 유료 구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유료구독 의향은 11%로 나타나 평균보다 크게 낮지는 않았지만 유료구독 의향이 매우 많다는 응답은 1% 뿐이었다. 구독의사가 있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은 점을 감안하면 유료구독 의사가 매우 낮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23%에 불과해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디지털뉴스 리포트 영문판이 선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36개국 평균인 4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이며 검열제도가 존재하는 말레이시아(29%)와 정부와 언론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슬로바키아(27%)보다도 낮았다.

 

한국의 언론 자유도 역시 뉴스 신뢰도만큼이나 낮았다. “언론이 정치권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응답은 36개국 평균이 25%였지만 한국은 11%에 불과했다.

 

언론재단은 언론 이외에도 정치, 경제, 교육, 대인관계 등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의 신뢰도 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뉴스 신뢰도는 민주주의 척도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뉴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한국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체 다변화는 공영방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36개국 평균 공영방송 뉴스의 TV이용률은 40%였지만 디지털 이용률은 20%로 절반에 그쳤다. 특히, KBS의 디지털 이용률은 18%로 영국 BBC (47%), 오스트리아 ORF (39%), 스웨덴 SVT (37%),덴마크 DR (37%), 핀란드 YLE (32%)에 비해 크게 낮았다.

 

언론재단은 지금까지 저널리즘의 디지털 혁신은 주로 신문사에 집중하여 논의되어 왔지만, 공영방송도 디지털 혁신이라는 숙제를 시급히 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뉴스를 기피하는 이유로 논쟁에 휘말리기 싫어서라는 응답이 36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30%)을 차지하는 독특한 경향을 보였다. 언론재단은 한국에서 뉴스가 논쟁의 기폭제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라며 언론이 국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한국 응답자들은 갈등을 유발하는 뉴스를 공유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론 관련 단체가 참여했다. 한국 자료는 올해 1월말부터 2월초까지 유고브(YouGov)18세 이상 성인 남녀 각각 1001명씩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원자력문화재단, 결국 이름 바꿨다 1128 경향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존폐 기로에 섰던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설립 25년 만에 간판을 바꿨다. ‘원자력자리에 에너지가 들어갔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최근 이사회 의결과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거쳐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으로 명칭과 기능을 변경했다고 28일 밝혔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영문 명칭은 ‘Korea Energy Information Culture Agency’(KEICA). 재단 측은 명칭과 기능을 변경하게 된 것은 국민들의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에너지 환경이 변화하면서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과 소통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19923월 설립됐다. 원자력의 장점을 홍보하는 게 주 업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단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사업을 하다 보니 환경단체와 여권을 중심으로 재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재단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대응책을 강구해왔다.

 

재단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를 계기로 사업 초점을 변경할 필요가 생겼다원전과 관련해선 지금까지는 원전의 필요성과 안전성 홍보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원전 해체나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롭게 바뀐 홈페이지만 봐도 재단 성격이 180도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홈페이지에 걸린 슬로건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시대를 만듭니다!’로 돼 있다. 또한 재단은 에너지와 관련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 보급과 자료 제작·배포’ ‘에너지에 관한 과학기술의 조사연구 및 보급’ ‘·중등 에너지 관련 교육 협력’ ‘에너지 개발 영향 등에 관한 학문적 연구’ ‘에너지 수출을 위한 해외홍보등을 주요 사업으로 내걸었다. ‘원자력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재단 측은 에너지와 관련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의 보급·확산을 통해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 증진을 도모하고 에너지 문화를 진흥시킴으로써 사회 공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국민과 기업이 전기요금에 3.7%를 붙여 일괄적으로 내는 준조세 성격의 전력산업기반기금(연간 약 50억원)을 재원으로 운영되며, 임직원은 30여명이다. 김호성 재단 이사장은 지난 25년간 재단은 원자력과 에너지에 관한 객관·공정 정보를 제공하면서 꾸준히 국민과 소통해왔다축적된 노하우를 에너지 전반으로 확대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보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역할과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명칭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를 마친 후 내년 초 통합이미지(CI) 선포 및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쩌다 고3대학 안 가는 선택도 있는 거죠

투명가방끈활동 청소년들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박성우, 아고, 정재현군(왼쪽부터)이 경향신문사 인터뷰실에서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부산 친구들이 놀러와서 대학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 친구는 경영학과에 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고, 한 친구는 연극영화과에 가겠대요. 면접과 답안 준비도 다 해왔다는데 거짓말투성이더라고요. 대학에 가기 위해 이렇게까지 포장을 해야 하나 싶었어요.”

 

18아고’(별명)는 대학입시를 거부한 학생이다.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아고는 입시를 거부하게 된 계기를 묻자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다던 친구는 연극배우가 꿈이지만 연기학원에서 노래와 춤, 그리고 개인기를 배우고 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자 친구는 지금까지 해온 것이 아까워 포기할 수 없다면서 울어버렸다. 초등학교부터 대안학교에 다녔던 아고는 그날 친구들을 보고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2011년 만들어진 투명가방끈은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교육에 반기를 들고 대입 불복종 운동을 하는 청소년 단체다. 아고를 비롯해 입시를 거부한 고3 학생을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지진 때문에 연기됐다가 일주일 뒤 치러지는 전국적인 소동을 지켜보며 이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경기 파주 금촌고에 다니는 3학년 박성우군(17)은 왜 입시를 거부하느냐는 질문에 왜 대학에 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학교에 다니다보니 어쩌다 고3이 됐어요. 대입 원서를 쓰려니,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안 썼어요.”

 

지난 추석 무렵 인터넷에서 유행한 말이 있다. 대학 걱정, 취직 걱정, 결혼 걱정이라며 툭툭 던지는 어른들을 비꼰 걱정은 돈으로 주세요라는 말이었다. 박군은 그 표현을 언급하면서 대학에 가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뭐 먹고 살 건지경제적인 걱정을 가장 많이 하지만, 대학을 나와도 대다수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대학에 다닐 시간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의외로 담담하셨다. “다만, 안 가면 안 가는 거지 뭐하러 선언까지 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경기 일산 정발고에 다니는 정재현군(18)의 생각도 비슷하다. “지금까지 받은 교육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 좋은 직업, 돈을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간다고 돈을 잘 버나요? 오히려 대학에 가자마자 등록금 때문에 마이너스 인생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요.” 올봄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전체 고교 졸업생의 68.9%였다. 201172.5%였던 대학 진학률은 그 후 조금씩 줄고 있다. 반면 특성화고 등을 나와 일자리를 찾은 고교 졸업자 취업률은 올해 34.7%에 달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9.8%에 달한다.

 

아고는 더 솔직한 속내도 털어놨다. “공부하기 싫은 것도 있어요. 친구들 보면 하루에 네댓시간 자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군은 음악과 철학, 사회학에 관심이 많다. 다만 그런 것을 대학이 아니라 유튜브 강의나 스터디모임을 통해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아고는 학교를 졸업하면 청소년 인권이나 페미니즘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알바 해서 여행도 가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정작 필요한 인권이나 성교육은 하지 않으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이프와 포크 쓰는 법을 배우는 식이에요. 학교는 경쟁위주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건강한 시민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들은 교육정책 담당자들에게도 하고픈 말이 많았다.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에겐 또래 젊은이들과 만날 공간이 마땅찮다. 아고는 대학에 가지 않아도 청년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에 떨어지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대안대학이나 마을 공동체에서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군은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학생에게 쏟아지는 불편한 눈빛들을 얘기하면서 학교가 다양성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고는 단 하루의 입시에 문제가 생기면 1년에서 3, 길게는 10여년이 뒤틀리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군은 한 달, 두 달 수능이 연기됐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반문했다. “시험 하나에 사회 전체가 매달리는 게 이상하죠. 경쟁과 점수따기일 뿐인 시험이 사회를 뒤흔드는 건 부당하다 생각해요.”

 

조선일보와 삼성이 진심으로 걱정스럽다 1128 프레시안

[기자의 눈] 구치소 동료 감동시켰다는 이재용, 직업병 피해자에겐 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격에 감동했단다.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신 구치소 옆방 수감자 A씨를, 이 부회장이 위로했단다. "제 동생도 그렇게 갔는데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아요. 힘내세요"라고.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살이를 하는 A씨에게, 이 부회장이 껍질 깎은 감도 줬단다. "A씨는 이 부회장이 식빵 자를 때 쓰는 칼로 직접 깎은 것 같다고 했다"라는 설명도 있다. 날카로운 과일칼은 구치소 반입 금지 물품이다. 그래서 "식빵 자를 때 쓰는 칼"이 동원된 모양.

 

최근 출소한 A씨는 "(이 부회장이) 남의 아픔을 보고 걱정해주는 데 진심이 느껴졌다"<조선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단독]서울구치소 독방 이웃이 전한 이재용 부회장 인격'아무도 안볼 때 보니'"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된 사연이다. 지난 27일 오후부터 28일 저녁까지 <조선일보> 홈페이지 상단에 떠 있었다.

 

재벌 총수가 난생 처음 만난 구치소 수감자를 따뜻하게 위로했다는 사연. 그게 과연 기사 가치가 있는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조선일보> 측은 기사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으므로, 기사를 내고 홈페이지 상단에 오랫동안 배치했을 게다.

 

구치소 이웃에게 따뜻했다는 이재용,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겐 왜?

이 부회장은 지난 825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상 위증 등 기소된 혐의 다섯 가지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이 부회장 측은 즉각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 갈 때면 자주 보는 풍경이 있다.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 직업병 피해자들의 절규다. 이 부회장 재판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결과와도 연동하는 탓에, 이른바 '태극기 부대'도 나타난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에게 쌍욕을 한 적도 있다.

 

한 씨는 199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생산직으로 입사했고, 2005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그 뒤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지금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한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가 딸이 탄 휠체어를 민다. 태극기 휘두르며 퍼붓는 폭언과 저주가 휠체어를 멈춰 세울 수는 없다. 한 씨가 이 부회장 재판을 봐야 하므로, 휠체어를 미는 김 씨의 팔 근육엔 힘이 풀리지 않는다.

 

이 부회장 인격에는 '서울구치소 독방 이웃'마저 감동시키는 힘이 있단다. 워낙 짙은 감동이어서, 출소한 독방 이웃은 유력 언론에 스스로 제보하기까지 했다. 그 힘은 왜 한혜경 씨 모녀에겐 미치지 않는가. 도무지 알 수 없다.

 

법원의 잇따른 삼성 산재 인정 판결

어차피 세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이 부회장인들, 구치소 동료와 감을 나눠먹는 자기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겠나. 이 부회장이 예상할 수 없었을 일들은 이미 한 가득이다. 한혜경 씨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대법원에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 이윤정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75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했고, 2003년 퇴직했다. 201055일 뇌종양 판정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2011년 소송을 냈다. 이 씨는 20125월 사망했으며, 유족들이 소송을 진행했다. 사망 당시 이 씨는 32살이었다. 1심 법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었고, 대법원은 다시 2심을 뒤집었다. 요컨대 이윤정 씨는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탓에 뇌종양에 걸려 숨졌다.

 

올해 들어 법원은 비슷한 판결을 쏟아낸다. 삼성 반도체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이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삼성 LCD 공장에서 일하다 걸린 백혈병 역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이른바 삼성 직업병이 잇따라 법원에서 인정됐다. 이 부회장에겐 낯선 장면일 테다.

 

법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부실하다"

이들 판결을 가로지르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법원이 삼성 산업재해를 다룰 때와 다른 대목이다. 예전에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를 근거로 삼곤 했다. 삼성 공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결과는 대체로 작업 환경과 전·현직 노동자 노동자의 질병 사이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쪽이었다. 따라서 그 결과를 근거로 삼은 판결은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의 판결은 다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의 신뢰도를 낮게 본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는 공기 중 유해인자 측정조차 하지 않는 등, 매우 부실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삼성뿐 아니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관련 판결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 다른 재판부의 판결이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은 한결같다.

 

그 맞은편에는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 백 교수팀의 삼성 반도체 공장 역학조사 결과는 삼성에서 발생한 백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한 근거였다.

 

삼성, 법원이 기각한 조사 결과 근거로 보도 반박하는 모순

그런데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자료가 삼성 홈페이지에 잇따라 실렸다. 삼성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해명하는 코너인데, JTBC의 삼성 직업병 관련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직업병이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언론 보도가 늘 정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나름의 근거를 지닌 반박이라면, 존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JTBC '삼성전자 희귀병 사망 분석' 기사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JTBC '삼성전자 작업장 '희귀병 사망자' 54명 확인' 기사에 대해 설명드립니다" 등의 제목으로 나온 반박 글은 읽기가 당황스럽다. 예컨대 이런 대목.

 

"반도체 생산라인과 희귀병 발병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돼 왔으나 국내외 여러 연구 조사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 국내 반도체 근로자의 암 사망률은 일반인 대비 0.74, 일반인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삼성 및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인정한 최근 법원 판결의 전제가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는 믿기 힘들다'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를 내세운 반박이라니.

삼성, 법원도 "특정 시민단체의 입장을 주로 이야기"했다고 보나?

삼성 측은 "국내외 여러 연구 조사"라는 표현을 썼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 조사는 산업안전공단과 백도명 교수팀이 각각 진행했다. 산업안전공단 조사는 법원이 신뢰하지 않으며, 백도명 교수팀의 조사는 삼성에게 산업재해 발생 책임이 있다는 쪽이다.

 

그렇다면, 국외 조사는 어떤가. 외국 기관이 삼성 직업병 관련 조사를 한 사례는, '인바이런'이라는 안전보건컨설팅 회사가 진행한 용역연구가 유일하다. 지금껏 알려진 바로는 그렇다. 인바이런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와 폐암환자의 소송에서 담배회사를 변호했다.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들의 고엽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전쟁참여 군인들의 건강문제는 고엽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다. 요컨대 '인바이런'은 연구 용역 발주처를 위한 맞춤형 논리를 제공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리고 '인바이런'에 연구 용역을 발주한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 측은 반박 글에서 백도명 교수를 가리켜 "특정 시민단체의 입장을 주로 이야기 해온 학자"라며 폄하했다. 백 교수는 못 믿고, 인바이런은 믿는다는 뜻인가? 백 교수 측 입장에 가까운 판결을 한 법원 역시 "특정 시민단체의 입장을 주로 이야기"했던 건가? 각각 다른 재판부가 한결같이 기각한 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만 존중하는 삼성의 반박 글, 법원이 잘못 판단했다는 뜻인가?

 

<조선>과 삼성이 모두 걱정스러운 까닭

한국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이 갑자기 이상한 기사를 냈다. 확인할 수 없는 취재원의 추정 발언을 그대로 받아썼다. "A씨는 이 부회장이 식빵 자를 때 쓰는 칼로 직접 깎은 것 같다고 했다"라는 문장. 삼성은 최근 법원 판결 동향도 파악하지 않고 쓴 글을 연거푸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법원 판결이 낯설었을 테다. 기자는 자칭 일등신문과 일등기업이 쏟아낸 허술한 글이 낯설다. 적어도 일등이라면, 설령 그릇된 주장이라도 논리는 정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삼성을 대하는 <조선일보>의 태도가, 그리고 삼성이 진심으로 걱정스럽다.

 

북한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의도는? 11.29 프레시안

미사일 발사 당일 신속 발표"미국 전역 타격 가능" 주장

북한이 정부성명을 통해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이날 1230'중대보도'에서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조선노동당의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결심에 따라 새로 개발한 대륙간 탄도 로켓 화성-15형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은 자신들이 시험 발사한 ICBM'화성-14'이라고 지칭해왔다.

 

성명은 "대륙간 탄도 로켓 화성-15형 무기 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며 "지난 7월에 시험 발사한 화성-14형보다 전술 기술적 재원과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한 무기 체계"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성명은 "1129248분 수도 평양의 교외에서 발사됐다"며 발사 장소가 평성 인근임을 확인했다. "시험 발사는 최대 고각 발사 체제로 진행됐으며 정점 고도 4475km까지 상승하여 950km의 거리를 비행했다"고 했다.

 

성명은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이번 시험 발사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성명은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위업이 실현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당일 중대보도를 통해 이를 대외에 알린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후 그 다음날 관영매체인 <노동신문> 등을 통해 이를 보도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으로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4일 시험 발사한 화성-14형에 대해 북한은 고각으로 발사했으며 최대 정점 고도 2802km까지 상승 비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8000~9000km 정도로 미국 서부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다.

 

그런데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은 14형보다 최대 정점 고도가 약 1500km 늘어났다. 이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는 1km가 넘어간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사실상 미국 본토 전역에 다다를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포함해 미사일 제원과 관련한 북한의 상세한 발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떄문에 화성-15형이 실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이모티콘 출시 6...연매출 10억 작가만 24 1129 한극경제tv

 

카카오의 이모티콘 스토어가 6주년을 기념해 지난 6년 간의 카카오 이모티콘 발전 과정과 이모티콘 시장의 성장, 올해 인기 이모티콘 등을 인포그래픽으로 공개했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 스토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매력적인 이모티콘을 도입, 간단한 방식으로 풍성한 감정을 전달하는 환경을 제공했고 지난 6년간 1,700만명이 이모티콘을 구매했습니다. 이모티콘 구매자 수는 매년 40%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누적 이모티콘 상품은 5,500여개 이상으로 6년만에 90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매월 발신되는 이모티콘 메시지 수만 20억 건에 달하며, 2,700만명의 카카오톡 이용자가 텍스트를 대신해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카카오는 설명했습니다. 올해는 오버액션 꼬마토끼&꼬마 곰(DK)’, ‘급하개?바쁘개?좋개?(펀피)’, ‘오늘의 짤(MOH Inc)’, ‘대충하는 답장(범고래)’ 등이 2017년 인기 이모티콘으로 집계됐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에 이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어린 시절을 담은 리틀 프렌즈’, 최근에는 새로운 캐릭터 니니즈를 선보이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은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카카오스토리, 다음카페, 멜론 등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에서도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했고, 문화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이모티콘을 구입할 수 있는 웹스토어를 오픈해 구매 채널을 다변화했습니다.

 

또 일러스트, 그래픽,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이모티콘을 개발하는 스토디오 X 프로젝트와 법인 또는 개인 사업자가 유료 이모티콘을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 비즈이모티콘 스토어 오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플랫폼과 창작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동시 노출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택했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 스토어는 지난 201111월 강풀, , 이말년, 노란구미 등 웹툰 작가 4명과 뿌까, 배드마츠마루 등 2개의 캐릭터 등 총 6종의 이모티콘으로 처음 시작했습니다.

올해 4월부터는 누구나 제약없이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도록 열린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웹툰, 캐릭터 작가 등 창작자들이 대거 유입됐습니다.

현재 카카오 이모티콘 작가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많으며, 1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작가들만 2017년 기준 24명에 이른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입니다.

 

김희정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장은 카카오는 플랫폼과 창작자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앞으로도 이러한 상생이 지속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땅부자'KB임대업 큰손 신한·NH

금융지주회사들이 이자 이익만 크게 낸 것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통해서도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인 덕분에 5개 금융지주가 가진 부동산 평가액만 8조원대로 뛰었습니다.

 

KB금융이 2조원 규모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금융지주사들도 빌딩 임대로 수백억대 이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올해 하반기 대형 부동산 거래로 꼽히는 옛 외환은행 을지로 사옥은 9천억원에 부영그룹과 매각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KB국민은행 명동 본점도 최근 외국계 대체투자 운용사에 약 2,400억원에 매각됐습니다

국민은행은 대신 옛 한국지적공사 부지에 2020년까지 새로 통합 사옥을 올릴 예정인데 이 부지의 공시가격만 530억원, 거래가격은 1,500억원 안팎에 달합니다.

 

이처럼 금융지주회사 계열 은행과 보험사가 보유한 영업용 빌딩은 전국 주요 상권에 분포한 덕분에 자산가치가 수천억원을 넘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금융회사들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데 이어 부동산 경기 활황까지 더해져 보유한 부동산 가치도 늘었습니다.

 

금융지주회사들이 공시한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용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격을 보면, KB금융지주가 보유한 토지만 21,396억원에 달합니다. KB손해보험 인수 이후 본사 등 보유 건물 가치까지 더해져 3조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H농협금융도 전국적인 지점망을 바탕으로 27천억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고, 신한금융은 지점을 일부 통폐합하고도 26천억 규모에 달하는 알짜 자산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은행들은 대부분 80% 이상 대출로 운용하는데 보험사 경우는 30% 정도 부동산으로 한단 말이에요. 그걸 자산 재평가하기엔 뭐하고, 어쨌든 보험료가 들어오니 1/3은 부동산에 투자하니까 그정도.."

영업용 빌딩뿐 아니라 금융회사들은 지점이 주요 상권에 위치한 덕분에 커피숍, 음식점을 비롯해 사무실 임대로도 많게는 270억원 가량의 수익을 냈습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영업지점 통폐합과 지점 매각을 이어가면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혈액형 알면 직무가 보인다CEO 가장 많은 혈액형은? 1129 동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882명을 대상으로 혈액형과 직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혈액형에 따라 특정 직무에 많이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 꼼꼼하고 규칙을 잘 준수하는 A형은 경영/사무가 24.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생산/현장(22.8%), 영업/영업관리(14.2%), 연구개발/설계(8.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활발하고 자유분방한 기질이 강하다고 알려진 B형은생산/현장이 20.1%로 가장 많았으며 경영/사무(16.9%), 영업/영업관리(15.4%), 재무회계(11%) 등의 순으로 많았다

사교성과 승부욕이 강한 O형은 영업/영업관리(25.3%)에 가장 많이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생산/현장(19.6%), 경영/사무(18.7%), IT/시스템 운영(10.7%) 등이 뒤를 이었다합리적이고 협상능력이 뛰어난 AB형은 마케팅/광고홍보(18.4%)이 가장 많았으며 영업/영업관리(15.8%), 생산/현장(15.8%), 경영/사무(13.2%) 등 순으로 종사하는 직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혈액형별 특징이 업무스타일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1.7%의 직장인이 관계가 있다’, 7.7%매우 관계가 있다고 응답해 59.4%의 직장인이 혈액형이 업무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직장생활 중 혈액형으로 인한 편견을 겪은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58.6%의 직장인이 편견을 겪은 적이 없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기업의 대표이사(CEO) 중에는 B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의 혈액형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1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형이 39%로 가장 많았으며 A형이 32.4%, O형이 11.5%, AB형이 11% 순으로 집계됐다.

 

헌혈인구 급감피도 수입할 판

헌혈 많이 하는 젊은층 줄고수혈 받아야 하는 노년층은 늘어

혈액공급도 저출산-고령화에 발목중장년층 헌혈 문화 확산시켜야

 

헌혈 인구가 5년 만에 감소한 지난해부터 혈액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3년 뒤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부터 헌혈이 가능한 인구(1669)는 주는 반면 수혈을 받아야 하는 노인 인구는 급속히 늘어나서다. 저출산 고령화로 혈액 공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통계청의 인구 추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3907만 명이던 헌혈 가능 인구는 20203922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해 2050년이면 3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헌혈을 많이 하는 16세 이상 10, 20대 인구의 급감이다. 지난해 헌혈 참여자의 73%10, 20대였다. 국내 혈액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학생과 군인의 단체 헌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세 이상 10, 20대 인구는 20001204만 명에서 2015998만 명으로 감소했다. 2050년에는 619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2015654만 명에서 20501881만 명으로 3배로 뛴다.

 

2015627만 유닛(1유닛은 250500mL)이던 혈액 공급량은 지난해 589만 유닛으로 줄었다. 혈액 보유량이 3일 치 미만으로 떨어져 주의경보가 발령된 날도 잦아졌다. 2014년 단 하루도 없던 주의경보는 20154, 지난해 60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 환자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수혈할 사람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의료기관까지 생겼다. ‘수혈용 혈액 부족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다.

 

현재 헌혈받은 혈액은 크게 수혈용과 의약품 제조용으로 쓰인다. 이 중 의약품 제조용 혈액은 수입이 가능하지만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수혈용 혈액은 감염 우려 등으로 100% 국내 헌혈로 조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김준년 혈액안전감시과장은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 혈액 수입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3일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은 일본에서 중장년층 헌혈이 활발한 건 어린 시절부터 헌혈 교육을 충분히 받은 덕분이라며 헌혈 문화 개선을 위해 교과목에 헌혈을 장려하는 내용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는 중장년층이 대다수인 직장인을 겨냥해 헌혈 시 휴가 등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중장기 대책을 다음 달 발표한다.

 


오만증후군 : 권력이 뇌를 망친다 1129 민중

권력이 약이라면 그 부작용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권력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부패시킬 수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자신이 엄청난 성적 매력이 있다고 믿기까지 했다. 하지만 권력이 뇌를 손상시킬 수도 있을까?

 

작년 가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웰스파고(미국 4대 금융그룹)CEO 존 스텀프에게 웰스파고 직원 5천 명이 고객을 위해 차명계좌를 만든 일에 책임을 물으며 온갖 방식으로 그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신선한 질문과 의견들보다 더 눈에 띈 것은 스텀프의 태도였다.

 

스텀프는 분명히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의 수장이었다. 하지만 스텀프는 청문회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사과를 하면서도 반성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반항적이거나 의기양양하지도, 진정성이 없어 보이지도 않았다.

 

스텀프는 그냥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는 마치 5천 명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자기한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한 스텀프 행성에서 지구에 갓 도착해 시차에 시달리는 여행자 같았다. “지금 장난하십니까?”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들이네요같은 직접적인 비난에도 스텀프는 정신을 못 차렸다.

 

스텀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그보다 더 좋은 질문이 있다. 스텀프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권력은 환자의 공감능력을 모두 죽이는 종양과 같다

역사학자 헨리 애덤스가 권력은 마치 환자의 공감능력을 모두 죽이는 종양과 같다고 했을 때, 그는 비유를 든 것이었지 의학적인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대커 켈트너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가 수년 간 연구와 현장 실험을 통해 도달한 결론은 헨리 애덤스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켈트너 교수는 20년 간 연구를 통해 연구대상에게 권력을 줄 경우 그들이 마치 정신적 외상을 유발하는 뇌 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대상들은 더 충동적이 됐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졌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할 능력이 하락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맥매스터 대학교 신경과학자인 수크빈더 오비 교수도 최근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비 교수는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켈트너 교수와 달리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학자다. 그런데 오비 교수가 권력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머리를 자기장 뇌자극기에 넣었더니, 권력이 공감능력의 기초라 여겨지는 미러링(mirroring)’이라는 특정 신경작동과정을 저해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오비 교수의 이런 연구결과는 켈트너 교수가 명명한 권력의 역설에 신경학적 근거를 제공했다. 권력자가 권력을 얻으면 권력 획득에 필요했던 자질의 일부를 잃는 현상 말이다.

권력 획득 이후 사람의 특정 자질이 없어지는 현상은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입증됐다. 2006년 한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이마에 ‘E’를 그려 보라고 지시했다. 이는 타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실험 결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 과제에 훨씬 많이 실패했다. 자신의 관점에서 글자가 보이도록 ‘E’를 거꾸로 쓴 것이다. (2008년 올림픽에서 미국 성조기를 거꾸로 들어 화제가 됐던 조지 W. 부시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블레어 전 영국총리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두 사람은 잘못된 정보 판단을 따라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2002.9.7AP/뉴시스

 

다른 실험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림에 그려진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혹은 동료가 어떤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도 문제를 악화시킨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래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이 권력자가 되면 다른 사람을 흉내 내거나 맞장구를 치는 일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웃을 때 함께 웃고, 다른 사람이 긴장할 때 함께 긴장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런 행동은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이 경험하는 감정을 함께 느끼고, 타인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켈트너 교수는 권력을 가지면 타인의 경험을 되씹지 않는다며 이것이 공감능력의 결여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뤄지는 미러링

미러링은 이보다 더 미묘하고 감지하기 어려운 흉내 내기의 일종이다. 미러링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머릿속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 중 일부분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 공감반응을 보이며 활성화된다. 이를 대리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미러링을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오비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실험 대상들에게 다른 사람이 고무공을 꼭 쥐는 영상을 보여줄 때 활성화하려 했던 것도 뇌의 이 부분이었다. 그런데 권력이 별로 없는 실험 대상자들은 별 문제없이 미러링 반응이 감지됐다. 본인이 공을 꼭 쥐려면 필요한 신경연결통로(neural pathway)가 강력하게 활성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을 가진 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들의 뇌가 보여준 활성화 정도는 훨씬 약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미러링 반응이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의 미러링 반응은 마치 마취된 것처럼 작동이 둔화됐던 것이다.

 

실험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지속적인 권력을 주지 않았다. 다만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그들이 과거에 주도권을 쥐었던 경험을 떠올리라고 주문함으로써 권력을 지녔을 때의 기분을 되살리게 했을 뿐이었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오후를 한번 보냈다고 이들의 뇌가 구조적으로 손상을 입을 리는 없다. 그러니 (실험을 마치고) 권력을 지녔던 기분이 사라질 때쯤이면 실험에 참가했던 대학생들도 마취에서 깨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분이 오래 간다면, 이를테면 자신만만한 월가 분석가들이 분기가 거듭돼도 계속 훌륭한 실적을 올리고 이사진이 이들에게 보너스를 계속 제공하며, ‘포브스가 그들에게 일을 매우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 준다면, 의학에서 말하는 뇌의 기능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역지사지를 하지 않더라도 역지사지의 능력을 보존할 방법이 과연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오비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후속 실험도 진행했다. 오비 교수는 실험대상자들에게 미러링이 무엇인지를 설명한 뒤 의식적으로 미러링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 주세요라거나 미러링을 하도록 노력하세요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똑같았다. ‘노력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우울한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지식이 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권력이 사람의 지식이나 자질을 빼앗아 간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효율성이 높아지는 대신 더 둔해진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권력 획득 이후 어떤 자질을 잃게 되더라도 그것이 해를 끼치는 일은 적다고 얘기할 수 있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권력은 주변적인, 사소한 정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그 때문에 권력자는 더 둔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력자가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집단에 꼭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수잔 피스크에 따르면 권력자는 사람을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줄어든다. 예전에는 남들로부터 자원을 겨우 얻어내야 했지만, 권력을 획득하면 그 자원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적인 조직에는 권력의 명령 사슬의 작동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이는 뉴스 헤드라인에 임원들의 자만심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많은 리더들은 선을 넘어 비생산적인 아둔함에 빠져버리기 십상이다.

 

사람들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리더들은 점점 더 고정관념(stereotype)에 의존한다. 그리고 다른 연구들이 밝혔듯이 리더들은 눈이 어두워질수록 자신의 개인적인 통찰력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권력이 뇌를 손상시키는 현상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권력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가끔이라도 권력자에게 권력이 없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켈트너 교수에 따르면 권력은 일종의 정신 상태. 실험자들의 뇌는 권력이 없었을 당시를 기억할 때 현실과 교감했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의 뇌는 권력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성을 되찾는다. 그리고 만약 권력이 없다는 정말로 강렬한 경험을 하게 만들면, 이는 영구적인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 2월 학술지 금융저널(The Journal of Finance)’에는 놀라운 논문이 발표됐다. 어린 시절 상당한 사망자를 낳은 자연재해를 겪은 CEO들이 그런 경험이 없는 CEO들보다 훨씬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다만 논문의 공동저자인 라그하벤드라 라우 캠브리지 대학교 교수는 역으로 사망자가 별로 없는 자연재해를 겪은 CEO들이 위험을 많이 감수한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오만을 제어하는 방법이 화산 폭발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콜라 회사인 펩시코의 CEO 인드라 누이가 가끔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녀가 2001년 펩시코 이사에 임명됐을 때 얘기다. 그녀가 한껏 기가 살아서 신나게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좋은 소식을 말하기 전에 우선 우유나 좀 사와라라고 말 한 것이다. 그녀는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우유를 사왔다. 그녀가 돌아왔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한마디 했다. “그 빌어먹을 왕관은 차고에나 놔두고 와!”(편집자 주: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자랑 좀 하고 다니지 말라는 뜻의 핀잔)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인드라 누이 대표가 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현실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각인시켜 준다. 여기서 어머니는 인드라 누이가 현실에 발을 붙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책사였던 루이 하우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했듯 말이다.

 

윈스틴 처칠 전 영국 수상에게 이런 역할을 했던 사람은 그의 아내 클레멘타인이었다. “사랑하는 윈스틴, 당신의 태도가 변해서 이전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라고 말할 용기가 있었던 클레멘타인 말이다. 클레멘타인은 이 편지를 히틀러가 파리에 입성했던 당일 썼다가 한번 찢었으나 결국 다시 써서 처칠에게 보냈다. 이 편지는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남편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편지에 이렇게 적어 나갔다. 처칠이 회의에서 부하들을 너무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고, 그것 때문에 부하들이 어떤 의견도 제대로 얘기할 수 없었으며, 회의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은밀히 얘기해 줬다고 말이다.

영국의 상원의원과 외무부 장관이었던 신경학자 데이비드 오웬은 1900년 이후 영국의 수상 및 미국 대통령들의 임무수행에 영향을 미쳤던 각종 병리현상을 연구한 저서 <질병과 권력>에서 루스벨트-하우의 이야기와 처칠-클레멘타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영국과 미국 지도자들 중에는 뇌졸증을 겪은 이(우드로 윌슨 미 전 대통령)도 있었고 약물 중독인 자(안소니 이든 영국 전 총리)도 있었다. 조울증이라 의심되는 이들(린든 존슨과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전 대통령)도 있었다. 하지만 오웬은 이외에도 각종 다른 장애에 시달린 지도자가 최소한 4명이 있었고 의학계에서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웬과 그의 공동저자 조나단 데이비슨은 2009년 브레인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서 이 장애를 오만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증후군을 권력자, 특히 굉장히 성공적으로 특정 기간 동안 큰 견제 없이 권력을 누린 지도자에게 생길 수 있는 장애라 정의했다.

 

오만 증후군:당사자들은 무심하다

오만 증후군의 14가지 의학적 증상에는 남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 매우 떨어지는 현실성, 침착하지 않거나 무모한 행동, 무능함의 표출 등이 있다.

 

오웬의 주장대로 의학계에서 오만 증후군을 곧 정식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영국 왕립의학협회는 오웬이 오만 증후군의 연구와 예방을 위해 세운 단체 다이달루스 재단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오웬은 자기 자신도 오만 증후군에 걸릴 소지가 충분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오웬에게 나는 당신이 현실성을 잃지 않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중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이 뭐고,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권력자들이 참고할만한 전략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몇 가지 전략을 추천했다. 과거에 자신의 자만심을 깨뜨렸던 사건들을 떠올리는 것, 일반 서민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자기 지역 유권자들이 보낸 편지를 꾸준히 읽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오웬의 오만을 가장 많이 통제하는 것은 오만에 관한 그의 연구 자체가 아닌가 싶다.

 

오웬은 기업들이 오만 증후군과 관련된 연구에 거의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라고 투덜거렸다. 경영대학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 깔려있는 짜증은 그가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오웬이 미치는 좋은 영향과는 별개로 관련자 혹은 당사자들의 무관심 정도를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이사회와 임원회의에 만연한 이 오만 증후군이 조만간 치료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기사출처:Power Causes Brain Damage

 

교수 2명 중 1명 억대 연봉연봉킹14억원, 어느 대학? 1130 동아

국내 4년제 대학 교수 2명 중 1명은 억대 연봉을 받으며, ‘연봉 킹14억여 원을 받는 건국대 의대 교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유은혜 의원실(더불어민주당)20174년제 대학 227곳의 연봉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립대 179곳 가운데 교수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인 곳은 88(49.2%)으로 절반에 가깝다. 국공립대 역시 33곳 중 42.4%14곳이 억대 평균 연봉을 기록했다.

 

정교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대학은 21366만원을 기록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으로 꼽혔다. 이는 평균연봉이 가장 낮은 영산선학대학(1789만원)12배에 달한다. 최고 연봉자는 건국대 의대 교수로 144443만원을 받았다. 최저 연봉자는 85000원을 기록한 영남대 교수로 조사됐다. 다만 이는 해당 교수가 외부 기관장으로 옮겨 무급휴직 상태에서 받은 특강 수당을 기록한 것이다.

 

사립대의 경우 평균 연봉은 교수 직급별로 격차가 컸다.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9631만원인 데 비해, 부교수는 7466만원, 조교수는 4918만원으로 나타났다. 조교수의 평균연봉은 정교수 연봉의 51.1%로 절반 수준이다.

 

국공립대 교수 평균 연봉은 직급별 격차가 사립대에 비해 크지 않았다. 정교수 9557만원, 부교수 7842만원, 조교수 6519만원이다. 특히 국공립대 부교수·조교수는 사립대보다 오히려 평균 연봉이 높았다. 사립대 교수들의 연봉은, 정교수 1~15000만원, 부교수 5000~8000만원, 조교수는 5000만원 미만 구간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역 대학이 평균 1628만원, 광역시 9945만원, 그 밖 지역 8942만원으로 조사됐다.

 

잊혀 가는 대통령, 죽어도 살아 있는 대통령1130 중앙

전직 대통령 기념관

박정희 동상이 묶였다. 지난 1114일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이었다. 그날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정문에 세우려던 동상이다. 중앙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앞 한가운데 바닥에 먹줄 표시가 아직 남아 있다. 항의 시위가 이어지자 서울시가 심의를 거치라고 요구했다. 전직 대통령 문제가 끝없이 논란이다

하나로 모을 수 없는 평가.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한곳에 모으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경쟁적으로 기념관을 만들고 확장한다. 의욕이 앞서 문을 못 여는 곳도 있다. 경쟁자의 기념관은 방해한다. 표적이 된 전직 대통령의 지방 생가와 기념관들을 돌아봤다.



역대 대통령 기념관과 생가

 

.소박한 박정희 생가

구미 생가는 소박하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1937년까지 살았던 집이다. 과거 모습을 살린 사랑채는 나무 기둥도 없는 흙벽 초가다. 무너질 듯하던 벽이 복원되면서 반듯해졌다. 방 안에는 책상과 책꽂이·호롱불이 놓여 있다. 부엌과 외양간에 탈곡기와 지게가 보인다.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에 있는 새마을 상징 동상.

 

.지난 21일 이른 아침 문도 열기 전에 도착해서인지 인적이 별로 없다. 어린 학생이 혼자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 주변은 깨끗하다. 좁은 전시 공간에 생애와 업적들을 오밀조밀 집어넣었다. 근검 소박하던 1960년대 기풍이 느껴진다. 추모실에는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영정 사진이 크게 세워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부녀 사진이 유난히 쓸쓸해 보인다.

생가와 주차장 사이로 150m 길을 올라가니 5m 높이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서 있다. 손에 든 원고에는 국방대학원 졸업식 연설문이 적혀 있다. “평생 소원이 있다면 우리들 세대에 우리의 조국을 근대화해서 선진 열강과 같이 잘사는 나라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구미 박정희로에서 건설 중인 새마을 테마 공원의 본 건물. 2017년 말까지 완공해 18년 초 개관 예정이다. 김진국 기자

 

.새마을공원 운영 서로 안 맡으려

사무실에는 구미시 공무원 3명이 앉아 있다. 그들은 생가 바로 옆에 경상북도가 새마을 테마공원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25(76000)의 넓은 부지다. 지상 3, 지하 1층인 건물 4개 동과 야외 테마촌이 들어선다   공사장에서 만난 한 60대 남자는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정치인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경북도와 구미시의 갈등으로 임금 체불까지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운영도 불투명하다. 2009년 김관용 경북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건의해 착공했다. 당초 국비 298억원에 도와 시가 각각 286억원씩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지 매입비와 관련한 이견으로 도가 151억원, 구미시가 426억원을 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다 지은 다음이다. 한 해 운영비가 기관에 따라 36~59억원이 든다고 추산하고 있다. 구미시는 경북지사가 시작한 일 아니냐고 하고, 경북도는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없었어도 이랬을까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도 말이 많다. 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사 화해를 위해 지원하기로 약속한 사업이다. 국고 200억원과 500억원을 모금해 지은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금이 지지부진하자 2005년 노무현 정부가 국고 170억원을 환수했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09년 기념사업회가 이겨 2012년 겨우 개관할 수 있었다   그다음엔 도서관이 문제였다. 서울시는 공공도서관으로 운영하려 하고, 기념사업회는 박 전 대통령 관련 책만 전시하겠다고 했다. 도서관 없이 전시관만 열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시설 보완 공사로 휴관이다.


2년 넘게 문 닫힌 김영삼 기념관

1122일은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다. 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거제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앞에서도 추도 행사가 열렸다. 기록전시관은 생가와 붙어 있다. 부지 955(290)에 연면적 557(170) 2층 건물로 바다가 훤히 보인다. 거제시가 사업비 34억원을 전액 지원해 2010년 개관했다.

 

거제 장목면 대계마을에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김 전 대통령의 흉상과 대통령 내외의 실물 크기 사진이 있어,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바로 옆에 기록기념관이 있다. 김진국 기자 

 

전시실에는 책상머리에 써놓은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란 글자가 인상적이다. 서울대 성적표 사본, 시위 군중 모형, 뉴욕타임스 회견과 단식, 금융실명제, 군 개혁과 역사 바로 세우기. ‘대도무문(大道無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현수막이 대계(大鷄)마을과 잘 어울린다.

 

서울 동작구 상도터널 위에 있는 김영삼 기념도서관. 공사는 거의 끝났지만 2년째 문을 닫아놓고 있다. 김진국 기자

 

상도동 그의 사저와 가까운 상도터널 위에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이 있다. 지하 4, 지상 8층 건물이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두 달 전인 20159월 준공 허가와 사용 승인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취득세를 못 내 아직도 등기를 못한 채 문을 닫아놨다. 서울대와 인근 중앙대 등에 운영을 맡기는 것도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대중기념관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 모습 인형. 김진국 기자


연세대의 김대중 도서관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31월 동교동에 있던 100억원대의 아태재단 건물과 16000여 종의 장서와 각종 사료를 연세대에 기증하며 도서관 설립을 제안했다. 정부와 연세대가 60억원씩 부담해 지하 1, 지상 5층의 도서관을 지어 그해 11월 개관했다.

김 전 대통령의 유품 전시실이 있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 연구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김대중과 한반도 평화, 옥중 생활, 망명 생활, 야당사, 민주화운동, 재야운동 등 김 전 대통령과 관련한 연구·강좌들이 열린다. 연세대 북한연구원이 주도한 통일학 대학원 과정도 운영했다.

 

목포 삼학도에 세워진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앞쪽에 보이는 전시동과 켄벤션동으로 만들어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기념물은 광주·전남 여러 곳에 있다. 하의도에는 생가가 복원돼 있다. 추모관과 동상이 있다. 남악신도시 전남도청 앞에는 김대중 광장이 조성돼 있다. 지팡이를 짚은 4.3m 크기의 김 전 대통령 동상이 김대중 광장을 바라보고 있다   목포 삼학도에는 2013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개관했다. 전시동과 컨벤션동이 있다. 광주에도 김대중컨벤션센터가 2005년 문을 열었다. 대개 적자지만 지방정부들이 부담을 떠안고 자원봉사도 있어 상대적으로 운영이 수월한 편이다.


노무현의 사람 사는 마을

김해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에는 노란 바람개비가 촘촘하게 세워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운명과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의 전설이 맞물려 묘한 감상을 자아낸다. 봉하마을은 산과 논까지 모두 한 덩어리 큰 공원이다. 길가에는 몇 곳에서 추모 국화송이를 팔고 있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에 관광버스·승용차들이 20여 대 세워져 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다. 전국 사투리가 들린다.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바로 옆에 있는 휴게소. 퇴임 후 방문객들이 '대통령님, 나오세요' 하고 외치면 노 전 대통령이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당시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김진국 기자

 

생가 바로 옆 넝쿨나무 그늘에는 대통령님 나오세요란 글과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들이 전시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그 너럭바위에 이르는 15000개의 바닥돌(박석)에 새겨진 추모의 글이 큰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 부엉이 바위와 그 아래 거울못도 하나다. 누렇게 변한 마을 앞 생태문화공원()과 방앗간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가건물인 추모의 집 한쪽은 전시실, 한쪽은 추모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마당에는 그의 생애가 사진으로 전시돼 있다.

20195월 현재 추모의 집이 있는 자리에 6940(2000)의 노무현대통령기념관이 개관한다. 도로에 붙은 대지 전면은 광장이 되고, 건물 지붕을 완만한 계단 광장으로 만들어 추모와 쉬는 공간이 되도록 이루마에서 설계했다. 내년 5월부터는 대통령 집이 개방된다. 2020년까지 창덕궁 옆 한국미술박물관(1191, 360) 자리에는 노무현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16000개의 박석에 18000여명의 추모글이 쓰여 있다. 뒤편에 보이는 것이 부엉이바위다. 김진국 기자

 

현재가 없는 과거는 죽은 역사

구미를 떠나 봉하를 거치면서 보수의 위기를 실감했다. 문재인 정부여서 그런 것도 아니다. 한쪽은 과거’, 다른 쪽은 현재.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과거는 죽은 역사다. 정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난한 나라를 먹고살게 만들었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큰 업적이다. 그러나 그 후계자들은 그것만 바닥까지 파먹고 있다. 필자만 해도 60년대 어려운 시절을 살아봤다. 그러나 젊은 세대에게 배고픈 시절은 옛날 이야기다. 다른 고민이 많다. 세종대왕이 훌륭해도 그것을 현실 세계의 정치 이념으로 삼기는 어렵다.

사람 사는 세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 노무현은 살아 있다.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라고 외친다. 원칙과 상식을 강조한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참여를 유도한다. 주입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한다. 노무현재단 후원자가 5만 명을 넘었다. 자발적인 봉사자는 방문객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생가와 묘역, 잔디동산 곳곳에 긴 의자들이 놓여 있다. 사색과 대화의 공간이다. 부엉이바위에서 내려오는 방문객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홍보 영상은 대한뉴스와 스토리형 광고처럼 다르다. 기록물의 시차도 있다. 차이는 그 이상이다. 박제가 된 대통령과 살아 있는 대통령이다. 기념물부터 다르다. 한쪽엔 도서관 서가의 한구석에 먼지 쌓였을 것 같은 책 몇 권이, 다른 쪽엔 현재 베스트셀러들이 잔뜩 꽂혀 있다.

박정희를 가장 망친 건 박근혜다. 추종자들도 박정희의 꿀단지만 파먹는다. 떠먹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먹으려고 할 새로운 보수 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정권 교체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성남·의왕 등 그린벨트 푼다 bizwatch 1129

16만가구분 택지 내년까지 입지 확정

임대·분양 물량으로 '주거복지+시장안정'

국토부 "시장 상황 따라 신도시급도 가능"

 

"공공임대, 공공분양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충분한 택지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 77만가구의 공공택지 외에, 내년까지 총 40여개의 신규 공공주택지구에서 신혼희망타운 주택을 포함한 총 16만가구 분량의 택지를 추가 확보할 예정입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1129일 주거복지 로드맵 브리핑 중.

 

정부가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에는 수도권 등에 40여개 택지지구를 새로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용도의 신혼희망타운 4만가구를 포함한 공공임대 및 분양주택 16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에 필요한 땅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공공택지 개발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주변 그린벨트 지역의 개발이 눈에 띈다

 

내년까지 11만가구분, 30여곳 추가지정

국토부는 이날 우선 5700가구분인 9, 643의 신규택지 예정지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성남 금토(3400가구) 성남 복정(4700가구) 의왕 월암(4000가구) 구리 갈매역세권(7200가구) 남양주 진접2(12600가구) 부천 괴안(700가구) 부천 원종(1800가구) 군포 대야미(5400가구) 등 수도권 8곳 및 경북지역 경산 대임(1900가구) 등이 포함됐다.

 

이번에 지정된 신규택지를 모두 합치면 가구수 규모로 분당신도시(97500가구)의 절반 가량에 달한다. 정부는 이에 더해 계획대로 11만가구를 더 공급할 나머지 30여곳 택지지구를 내년까지 지정키로 했다. 이를 모두 합친 16만가구는 가구수 기준으로 분당신도시의 1.7배 규모가 된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과거 택지지구는 '베드 타운' 형태로 주거시설 위주로 지었지만 앞으로는 지역 경제기반을 확충하고 일자리, 커뮤니티 시설 등이 융합된 형태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업그레이드'된 공공주택지구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 발표한 9개 택지지구중 선정 과정에서 큰 문제가 있던 지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 등을 해제해 공공택지를 지정하는 것과 관련해 현재 서울시와도 협의하는 지역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발표한 택지는 대부분이 4000~5000가구 규모의 중소 규모 택지지만 주택 수급상황을 검토해 '신도시급' 대형 택지지구 지정도 검토할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앞서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9.1대책'에서 신규주택 공급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택지 공급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키로 한 바 있다.

 

2017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도 중단키로 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한 택촉법 폐지안은 이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여전히 실효성을 유지하고 있다.

 

주거복지도 시장안정도 "물량 앞에 장사 없다"

국토부는 이같은 택지개발로 공공분양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올해까지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17000가구를 공급해 왔지만 내년부터 2022년까지 앞으로 5년간 착공 기준 평균 3만가구씩으로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공공분양은 내년 18000가구로 시작해 2022년에는 39000가구까지 점차 분양물량을 늘려가는 것으로 예정됐다. 이를 위해 공공주택지구 내 공공분양주택 공급비율도 현재 전체의 15% 이하에서 25% 이하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4년 이후 공공분양은 전용면적 60이하로만 제한됐지만 3~4인 가구 등의 수요를 고려해 전용 60~85의 중형 공급도 재개키로 했다.

 

아울러 민간분양 측면에서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내 민간 아파트 공급을 연 85000가구, 수도권에만 62000가구 수준으로 늘려 저렴한 민영주택 분양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 8.2대책 발표 때나 최근까지도 서울지역 주택시장 불안이 주택 공급 부족에서 유발됐다는 시장 주장을 일축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공을 중심으로 저렴한 주택공급을 확대키로 한 것에서 볼 때 공급이 필요하다는 시장 지적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택지를 조성할 재원이나, 개발이 가능한 후보지 등이 모두 충분한 것으로 검토됐다""공공임대와 분양주택을 넉넉히 공급하면 무주택자들에게는 내 집 마련이 가까워지고 불안이 남아있는 서울 등지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등 신혼희망타운 대상지역(자료 : 국토교통부)

 

3차 세계대전 일자리 전쟁은 시작됐다 주간경향 1254

4차 산업혁명의 새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간의 일자리 소멸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자리 전쟁은 이미 인간에게 다가온 미래.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서 문을 연 인공지능형 무인점포 아마존 고(Amazon Go)’는 유통업계는 물론 IT업계에도 파란을 일으켰다. ‘아마존 고의 광고 영상엔 계산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 ‘Just walk out(그냥 걸어나가세요)’란 문구가 등장한다. / 아마존

 

기술의 진화는 대체로 편리함을 의미하지만, 이는 어떤 이들에겐 공포가 된다. 시작은 하이패스였다. 서산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일하는 박순향씨(43)는 지난 몇 년간 하이패스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동료들을 수없이 봐 왔다. 머지않은 미래엔 그의 일터자체가 사라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달리는 차량의 번호판을 무선통신 안테나와 영상인식 기술로 자동인식해 요금을 결제하는 스마트톨링 시스템을 도입해 2020년에는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에 적용할 예정이다. 통행요금 징수를 전면 무인화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전국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은 약 7000.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인 수납원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 역시 2심에 걸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도로공사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했지만, 신재상 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톨게이트 직원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오는 2020년이면 톨게이트 수납원이라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원래부터 수납원들이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은 아니었다. 박순향씨는 예전에는 수납원들도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했지만, 하이패스 이용률이 높아지고 대규모 톨게이트부터 차츰차츰 외주화가 시작돼 2009년 전면 외주화됐다면서 매해 한 톨게이트에서 한 명 두 명씩 감원되더니 이제 심한 곳은 채용 때부터 아예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약해 수시로 해고한다. 스마트톨링 도입 얘기에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수납원들이 톨게이트 자체를 없애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수납업무는 사라지더라도, 직종을 전환해서라도 7000여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하이패스가 사람이 하는 수납업무를 많이 대체했다고들 하지만, 그만큼 통행요금 미납도 늘어나 위험천만한 도로에서 목숨을 내놓고 이를 적발해야 했던 이들도 수납원들이었다면서 기술 발달과 편리함도 좋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동과 일자리도 있다고 말했다.

 

무인화, ‘일자리 전쟁의 전초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전면 무인화하는 스마트톨링 계획은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미래도로 정책방향인 트랜스로드(TransRoad) 7대 비전과 함께 발표됐다. 자율주행·인공지능(AI)과 융합(Trans)해 기존 도로를 초월(Transcend)하는 새로운 도로를 만든다는 뜻으로, 최근 부쩍 많이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과도 맞닿아 있다. 국토부는 2035년까지는 도시부 도로까지 완전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AI를 이용한 인공지능 도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쉽게 말해 빅데이터를 통해 교통체증 전반을 관리하고 자율주행차의 기반을 닦겠다는 것인데, 특징적인 것은 이렇게 쏟아지는 미래 도로구상에서 사람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은 요금수납원의 일자리가 위협받지만, 앞으로는 소멸되는 일자리가 도로교통 전반으로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3차 세계대전은 일자리 전쟁이 될 것이다.” 2년 전,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업 갤럽의 CEO 짐 클리프턴이 내놓은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가 언급된 이후 유독 국내에서 불 붙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논의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보스포럼에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4차 산업혁명이 내용적으로 3차 산업혁명과 구분되지 않고, 때문에 지금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은 실체가 불분명한 유행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주간경향> 칼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이세돌 9·알파고의 대국과 4차 산업혁명 관련 각종 공약이 쏟아진 대선을 거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이자 기술발전의 메시아수준으로 한껏 부풀려져 호명되는 와중, 이런 기술이 빠르게 대체할 인간의 일자리 소멸에 대한 공포 역시 커지고 있다. 아직 그 실체가 불분명한 개념이라 할지라도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모종의 변화가 이미 노동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인화 바람이다.

 

이마트24가 운영 중인 무인 편의점. 이마트24는 전국 4곳의 직영점포를 무인 편의점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 이마트24 제공

 

프렌치프라이를 포장하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직원에게 시급 15달러를 주느니 35000달러짜리 로봇 팔을 사는 게 낫다.” 지난해 5,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의 전 최고경영자 에드 렌시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노조연맹체들이 최저시급 15달러 운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하며 나온 발언이었다.

 

맥도날드에 아직 로봇 팔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사람의 일을 일정 정도 대체하는 키오스크(무인 주문 및 결제 단말기)는 속속 확대되는 추세다. 맥도날드는 지난 6월 미국 내 2500여개 점포에 올해 안에 키오스크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무인주문기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며 여론은 들끓었지만, 이런 비판 여론에도 맥도날드의 주가는 치솟았다.

 

무인화 바람의 최전선은 유통업계다. 지난해 말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인공지능형 무인점포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를 열었다. 이 매장의 특성을 상징하는 광고문구는 ‘Just walk out(그냥 걸어 나가세요).’ 아마존고에는 점원은 물론 계산대도 없다. 때문에 계산을 위해 줄을 설 필요도, 지갑을 열 필요도 없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등록된 QR코드를 스캔해 매장에 입장하고 물건을 고르면, 인공지능 딥러닝 알고리즘과 센서기술 등으로 어떤 물건을 골랐는지 파악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아마존은 현재 기술력을 테스트하고 있는 아마존고의 시범 운영을 마친 뒤 이를 실제 매장에 적용하고, 올해 5월 인수한 홀푸드 식료품 매장에도 이런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국내 유통가에서도 무인화 바람은 진행 중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전국 430개 매장 중 200개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고, 내년에는 전체 점포의 절반이 넘는 25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리아 역시 전국 1350개 매장 중 45%에 해당하는 610개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아직 시범 운영 수준이지만 직원이 아예 없는 전면 무인 점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세븐일레븐이 업계 최초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고, 뒤이어 이마트24 역시 전주 교대점, 서울 조선호텔점, 성수백영점, 장안메트로점 등 4개 직영매장을 무인 편의점으로 운영 중이다. 출입구 앞에 부착된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찍고 들어간 뒤 무인계산대에서 셀프 결제하는 방식으로, 4곳 중 2곳은 심야시간 위주로, 2곳은 24시간 무인 점포로 운영한다. 유통업계에선 이 같은 무인점포 기술이 상용화되면 우선적으로 인건비가 더 많이 투입되는 심야시간대 야간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문형 경제의 등장, ‘땜빵 노동의 단면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의 기술들이 상호 융·복합돼 함께 진화하고,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의 영역에 ICT 기반의 서비스가 융합되고 있는 점을 꼽는다. 일례로 자율주행차 기술을 이용해 무인 운송시장 선점에 나선 기업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구글이며, 아마존 역시 드론을 이용한 배송시스템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단 업종과 업종, 기업과 기업의 경계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의 경계 역시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공급자가 수요자가 되기도,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노용관 KDB산업기술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고용변화 전망보고서에서 기업 간의 물리적 경계가 약화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엄격한 구분이 사라지는 등 전통적인 노동환경에 큰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기기를 기반으로 한 주문형 경제,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의 부상이다. 빈방과 빈집을 공유하고 연결해주는 에어비앤비’, 차의 빈 자리를 공유하는 우버는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 거래 당사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은 점차 배달이나 가사노동, 법률 및 컨설팅 상담, 잔심부름에서 반려견 돌봄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어떤 면에서 이는 4차 산업혁명보다 일찍 다가온 미래다. 워킹맘 박은영씨(36)는 한 달에 두 차례씩 어플을 통해 가사도우미를 구하고 밀린 집안일을 맡긴다.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아예 입주 도우미를 구해 육아 및 가사일을 맡겼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이후엔 바쁠 때만 종종 시간제로 사람을 구하고 있다. 4시간에 4~5만원대로 청소나 빨래 등의 집안일을 맡기는데, 부담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하는 게 장점이다. 김씨는 입주 도우미를 썼을 때는 의견 충돌이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해결을 하고, 사람을 구하고 자르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면서 필요할 때만 일회성으로 사람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공유 없는 공유경제라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Uber

 

이런 주문형 경제의 부상은 남아도는 시간과 재화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디지털플랫폼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공유경제로 각광받았지만, 동시에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임시고용 형태를 확산시키며 전통적인 일자리 개념 역시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긱 이코노미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즉석으로 섭외해 공연을 하는 (gig)’에서 유래한 말로, 필요할 때마다 단기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를 활용해 일을 맡기는 형태를 지칭한다.

 

이런 일자리의 등장은 한쪽에선 찬사를, 다른 한쪽에선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맥킨지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GDP의 약 2%에 해당하는 27000억 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54000만명 정도가 실업기간 단축이나 추가 소득 확보 등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일자리가 가지는 근로시간의 유연성 덕에 경력단절 여성이나 전업주부, 은퇴자들에게 노동시장 재진입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공유개념 무너진 공유경제

그러나 필요에 따라 일회적으로 일을 맡기는 이런 일자리가 극단화된 불안정 노동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 클릭 몇번으로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편의성과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반대로 이 같은 시간제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전일제 가사도우미 일자리를 대체한다면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수입과 고용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받는 셈이다.

 

이런 방식의 공유경제가 더 이상 대안적인 플랫폼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시민 테크놀로지적 전망’(<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 북바이북)이라는 글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주축으로 하는 공유경제에서의 공유개념은 아직도 유효한가라고 반문한다. “무늬만 재화와 노동을 나눌 뿐, 나눈 것의 민주적 분배와 보상이나 사회적 증여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오늘날 공유의 실체라는 것이다. 일례로 모든 운전자를 기사로 만들겠다’ ‘차의 빈 자리를 택시로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우버의 경우 초창기에는 디지털플랫폼을 매개로 남아도는 재화와 서비스 활용을 최적화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동 이용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시장을 잠식해 우버가 뻗어나간 곳의 택시산업을 줄줄이 무너뜨리고 있다.

 

노동자를 고용 없는 개인사업자 일꾼으로 추락시키는 이런 일자리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이들을 내몰고 있는 문제도 있다. ‘배달 앱의 등장 이후 배달 노동자들이 더 이상 식당이나 업체에 고용되는 게 아니라 배달대행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의 개인사업자로 급격하게 전환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나 산업재해 등에 있어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한 논쟁은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영국 런던 고용재판부는 최근 우버 운전사들이 낸 항소심 재판에서 우버 운전사는 자영업자가 아닌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종업원이라고 운전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심에서 우버 운전사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해 최저임금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우버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광석 교수는 이들 플랫폼은 분 단위로 쪼개어 자원과 노동을 찾고 제공하면서 극한의 노동시간 관리 경제를 구현하고 있다“‘인간 시장이 되어가는 플랫폼에 대한 브로커 독점적 소유를 배제하고, 이용자들의 공통규범 아래 노동과 자원의 이익을 어떻게 재전유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시간제 일자리와 실업률 착시 현상

이런 일자리들이 각종 고용지표에서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는 점도 문제다. 노용관 선임연구원은 미국 내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어도 임금상승률이 증가하지 않는 원인이 긱 이코노미를 비롯한 저임금 임시직 고용 증가에 있다는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실업률은 200910%에서 20164.9%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임금상승률은 2.5%에서 2.2~2.5%로 정체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9월 발표한 최근 선진국의 임금 역학보고서에서 실업률이 경기침체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임금상승세는 지지부진하다선진국의 실업률은 표면적으로만 치유(surface healing)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3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비자발적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꾸준히 상승했고, 때문에 선진국의 실업률이 지난 10년 사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임금 상승 등 경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자발적 파트타임 노동자는 취업자로 간주돼 실업률 추계에서 빠진다. 국내에서도 주당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본다. 실업 통계의 함정으로, 이런 비자발적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정확한 고용상태를 반영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IMF 보고서는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향상을 넘어서지 못하면 지금의 저물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봇에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도래와 맞물려 논의기본소득 실험도 유럽에서 시도

70년 후인 2090, 미래 도시는 4개의 계급으로 나누어진다. 가장 상층부에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소유한 플랫폼 소유주가 있다. 그 아래는 플랫폼 스타라 불리는 정치엘리트와 소수의 창의적 전문가가 위치한다. 다음은 법인격을 지닌 고성능 인공지능 로봇인 인공지성계급이다. 가장 밑바닥 계급은 보통의 시민들이 속한 프레카리아트’. 인간의 노동이 대부분 AI로 대체된 사회에서 임시계약직이나 프리랜서 형태의 단순노동에 종사하면 근근이 먹고 살아간다. 현재의 노동시장은 인공지성을 제외한 세 개의 계급으로 나눠져 있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인공지성이 프레카리아트의 일자리 대다수를 대체한다. 인간과 로봇의 일자리 전쟁, 결과는 0.01% 99.9%의 초계급 사회다.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에 현대중공업이 설치한 산업용 로봇. / 경향신문 자료사진

 

프레카리아트계급으로 전락하는 시민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할 이런 미래도시 예측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유기윤 교수 연구팀이 지난 1년간 일종의 문헌·추론 연구방법인 휴리스틱 방법론을 통해 도출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4차 산업혁명 전망에서 주로 언급되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플랫폼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의 가장 디스토피아적 청사진인 셈이지만, 연구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시민이 프레카리아트 계급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확률로 치자면 99.99% 이상이라는 음울한 전망을 내놨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프레카리아트의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프레카리아트(Precariat)란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처음 주창한 개념으로, ‘불안정하다(Precario)’는 뜻의 이탈리아어와 플로레타리아트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인간의 노동이 대부분 AI로 대체된 사회에서 임시계약직이나 프리랜서 형태의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지칭한다. 최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17 아시아 미래포럼참석차 방한한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교수는 역사상 매우 특수한 계급인 프레카리아트가 문화·사회·경제·정치적 시민권을 잃어버린 데다, 어떤 정당도 이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문제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유기윤 교수팀이 전망한 미래 계급사회의 묵시록이 아니더라도,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급격한 변화가 인간의 노동과 삶에 미치는 음울한 전망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저자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7월 한국 방문 당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앞으로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수십억 명의 사람을 직장에서 내쫓아 전혀 쓸모가 없는 거대한 계급을 창조하고, 독재정권의 출현을 더 쉽게 해줄 수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소수 자본주의 엘리트들이 전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런 비관론에 대응하는 해법도 다양하게 도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봇세논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논의를 주도적으로 꺼내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최첨병이라고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라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2로봇이 (인간과) 같은 일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로봇세를 도입해 이 재원을 자동화에 따라 실직한 노동자를 재교육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로봇세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로봇세 도입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봇세란 쉽게 말해 일터에 로봇 등의 첨단시설을 도입하면 이에 비례해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첨단시설 도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근로소득세 역시 줄어드는 만큼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세, 실직한 노동자를 위해 써야

아직까지는 해외에서도 로봇세를 도입한 나라는 없지만, 유럽의회는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유럽의회는 올해 초 인공지능 로봇에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기술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로봇시민법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로봇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전자인간이라는 법 인격을 부여해 로봇세를 징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기본소득 실험도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맞물려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핀란드는 올해 1월부터 내년까지 2년간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매월 560유로(7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 주민 250여명 역시 올해부터 2년간 매월 960유로(120만원)의 정액 급여를 받는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처음 태동했던 독일에서 이뤄지고 있는 노동 4.0’ 논의 역시 주목받고 있다. ‘노동 4.0’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유연한 노동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경제정책 플랫폼으로, 독일 정부는 2015년부터 노동조합과 전문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이 대화 플랫폼을 통해 논의한 노동정책 방향 과제를 노동 4.0 백서로 펴냈다. 기술의 급격한 진화 및 자본의 이익에 고삐 풀린채 휘둘리는 4차 산업혁명이나 기술 변화 거부가 아니라, 합의와 조정을 기반으로 새롭게 미래 노동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신호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변화와 기본소득 도입방향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 정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이 공동으로 디지털 사회의 좋은 일자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독일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변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의 투명한 공유, 변화 방향에 대한 사회적 대화, 교섭이 이뤄지기 위한 조건들을 노··정이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지진 피해 교훈으로 삼는다

활성단층 26건 천연기념물 지정지진 현상과 단층활동 이해의 장으로

 

지난해 416, 일본 서남부 규슈 구마모토현에 규모 7.3의 강진이 덮쳤다. 247명이 지진으로 인해 사망했고 2700여명이 다쳤으며, 이재민만 18만명 이상 발생한 큰 사건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재민을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키는 한편, 지진 방재를 위한 현장 연구를 바로 시작했다.

 

지진 48시간 만에 긴급 보고서 공개

본진(本震)이 터지기 이틀 전인 지난해 414일 밤 920분쯤, 구마모토 마시키정에 규모 6.2의 전진(前震)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기관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산하 지질조사종합센터(GSJ)는 활성단층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진앙이 구마모토현의 활성단층인 후타가와 단층과 히나구 단층에 가깝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바로 긴급조사팀을 꾸렸다. 긴급조사팀은 다음날인 415일 구마모토현 인근에 도착했다. 그리고 16일 새벽 125, 본진이 구마모토현을 덮쳤다. 같은 날 오전 10시 긴급조사팀이 진앙지인 마시키정 인근에 도착했고 8시간가량 현장조사를 마친 뒤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긴급조사팀의 활동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본진이 발생한 지 48시간 만인 418일 새벽 1시쯤, GSJ 현장조사팀은 긴급 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해 지표가 갈라진 지역과 기존 활성단층 조사로 알고 있었던 활성단층의 위치가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활성단층 인근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충분히 경각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하자 박근혜 정부는 기상청을 통해 꾸준히 지진 피해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일본처럼 정부 차원에서 학자들을 파견해 지진의 발생 원인을 연구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몇몇 지질학자들의 건의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긴급 예산을 편성해 활성단층 조사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는 항공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자료는 국가 활성단층 연구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826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성 외곽에 위치한 망루의 모습. 지진의 여파로 기단이 붕괴된 상태 그대로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백철 기자

 

한국의 지진 방재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7개월 만인 올해 4월이었다. 지진과 가장 연관성이 있는 활성단층에 관한 연구는 올해 7월이 되어서야 연구기관이 선정됐다. 활성단층 지도와 함께 지진 대비에 중요한 자료가 될 국가지진위험지도와 관련한 사업은 연구기관 선정조차 하지 못한 채 올해 편성된 예산 10억원이 그대로 내년 예산으로 넘어갔다.

 

현재 지진방재 연구사업의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의하면 지진방재 연구가 몇 달 지체된 이유는 부처 간의 의견 조정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다. 활성단층 연구의 경우 행정안전부, 지질자원연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상청 4군데에서 공동으로 조사 추진이 결정됐고 부처 간의 의견 조율이 끝난 것이 올해 5월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사업 추진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부처별로 낸 대책이 일관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주 지진이 터지고 위에서 대책을 내놓으라 하니 부처별로 대책을 중구난방식으로 냈다. 어떤 부처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있어서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각 부처의 생각도 다 다르고 정작 중요한 연구엔 예산이 삭감도 되고 5월이 되어서야 행안부를 중심으로 의견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연구를 늦췄다고 하긴 애매하지만 그 시간이 조금 아까운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지진 전문가들은 포항 지진이 터지기 전까지는 경주 지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97, 행정안전부는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경주 지진 1주년을 맞아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국가 지진방재 연구사업에 참여한 국내 전문가들과 해외의 지진 전문가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언론에서도 경주 지진 1년을 맞아 경주 현장을 취재한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국제세미나가 개최된다는 보도가 많은 곳에서 나왔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전문가 씨는 실제 세미나의 현장 분위기를 보고 경주 지진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향후 지진 방재대책에 대한 여러 가지 계획이 이야기됐고, 국내 전문가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외국 전문가가 지적하는 등 의미있는 내용이 많았는데 정작 취재기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세미나가 열린다는 기사만 많았지 세미나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 언론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복구에만 급급, 보존은 무관심

반면 구마모토 대지진은 1년 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현 차원에서 꾸준히 세간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117일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역 일간지인 구마모토일일신문(熊本日日新聞)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상이 구마모토현 마시키정에 나타난 후타가와 단층대의 활성단층 세 곳을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이미 현 차원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었다.

 

일본이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활성단층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26건의 활성단층을 천연기념물로 보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516000여명이 사망한 고베 대지진의 진원지인 노지마 단층의 일부가 1998년에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노지마 단층의 경우 일본 정부에서 단층 주변에 전시관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어긋나 있는 당시 단층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지하로 내려가 단층의 밑부분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문화유산 온라인은 노지마 단층에 대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현상으로 지진 현상과 단층 활동을 이해하는 모습의 장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저장해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지진 이후 복원 중인 문화유산 구마모토성도 복원작업을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꾸준히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자는 구마모토성을 방문했지만 지진의 여파로 성 안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성 바깥의 무너진 망루 등은 일부러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관리소 측에서 자리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 성 인근에는 구마모토 대지진을 잊지 말자는 캠페인 포스터 등을 쉽게 볼 수도 있었다. 구마모토현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기무라 요지(木村洋志)지진으로 성이 무너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진 피해를 잊지 말자는 교훈이 되고 있다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대도시에서는 지진의 교훈을 잊은 경우가 많다. 더욱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라도 지진 피해를 잊지 말자는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지진 전문가 씨는 한국의 지진 대책은 복구에만 급급했지 기억과 보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씨는 일본처럼 지상에 드러난 단층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수는 없지만,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집을 그대로 보존해서 미래 세대에게 지진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의 장으로 쓸 수 있다.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정부에 지진으로 무너져 복원이 힘든 집 한 채라도 보존하자고 건의를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지진에 대해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한 번 눈으로 보는 게 교육적 효과도 좋고 관광자원화에도 도움이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병하 위민정신사라진 경찰의 영웅 만들기 시사저널 1467

흉상 제막식 이철성 청장 불참치안감 추서, 비석 오기 등 바꾸지 않아

지난 1122일 오전 11시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지방경찰청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1980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강제진압과 발포명령을 거부했던 고 안병하 전남경찰국장(경무관)의 흉상 제막식이다.

안 경무관의 흉상은 청동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제작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사적지 표지석과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 등을 만든 김왕현 동신대 산업디자인과 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 교수는 훌륭한 분의 흉상을 제작하게 돼서 영광이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 경무관의 부인 전임순 여사(85)를 비롯한 유족들과 5·18민주화운동 단체장, 경찰유족회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했다. 안 경무관의 삼남 호재씨는 유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아버님께서 살아 돌아오시지는 못했지만 흉상으로 예전 직장에 복귀하셨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안 경무관의 흉상은 전남경찰청 1층 로비에 세웠다가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이 복원되면 전라남도경찰국 건물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경찰청은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안 경무관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시민을 보호하고 경찰 정신을 지킨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1122일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고 안병하 경무관 추모 흉상 제막식 © 사진=정락인 제공

 

정권 바뀐 후 챙기기 나서

지금까지 경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5·18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5·18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했다. 그리고 경찰의 명예를 지킨 안병하 경무관과 그의 가족들을 외면했다. 이랬던 경찰청이 올해 들어 안병하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왜 그랬을까. 정치적인 맥락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지난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경찰에 인권 친화적 경찰을 구현하라고 주문했다. 5·18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임명된 이철성 청장은 현 정부에서 입지가 약하다. 끊임없는 교체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언론에서 안병하 경무관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안 경무관은 독재에 항거하고 불의에 맞섰던 5·18시민정신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던 위민정신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그때부터 경찰청은 안병하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여주기식에 급급하다 보니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행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고인에 대한 예우는 엉망이라고 표현될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경찰 역사는 미군정청을 포함하면 올해 72년이 된다. 지금까지 경찰을 빛낸 많은 인물이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경찰영웅칭호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안병하 흉상 제막식은 72년 경찰 역사상 가장 의미 있고 상징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다수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경찰청 공식행사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행사 준비 과정이나 행사 진행은 전남경찰청행사로 축소된 모양새였다. 이철성 경찰청장뿐 아니라 경찰청 차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운대 경무인사기획관(치안감)이 참석했으나 청장을 대신해 인사말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여러 일정상의 이유를 들었으나 처음부터 경찰청장의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남경찰청은 흉상 제막식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별도로 안 경무관 관련 사진 2장을 보냈다. 문제는 이 중 시사저널에서 보도한 사진을 타 언론사 보도용 사진으로 배포한 것이다. 유족에게 받은 사진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사진 도용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남경찰청은 유족에게 사진을 받아서 배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해명했다. 확인 작업을 소홀히 하면서 고인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에 흠집을 내고 말았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 한 번만 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경찰청은 안 경무관의 예우에도 소홀했다. 안 경무관은 보안사에 끌려간 후 직위 해제될 당시 치안감 승진 대상 1순위였다. 그는 강제해직된 뒤 25년 만인 2005년 순직자로 인정받아 국립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관례대로라면 순직자에게는 1계급이 추서된다. ‘명예로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예우하는 차원에서다.

 

안 경무관은 순직자로 인정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경무관이다. 유족들은 그동안 수차례 치안감으로 추서해 달라고 경찰청에 요구했으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영웅으로 흉상 제막식을 했지만 그의 계급은 여전히 경무관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지금까지 특진 추서는 재직자에 한해 공무상 사망일 경우에 해당됐다. 퇴직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치안감) 추서가 안 됐었다. 연초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 최근 인사처에서 통과됐다. (경찰청) 인사과에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안 경무관 유족들은 경찰청에 서운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한다. 진즉 추진했다면 흉상 제막식 때는 치안감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 경무관은 국립 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 잠들어 있다. 그런데 묘비를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순직이 아닌 별세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부인 전임순 여사는 순직 발표 전에 이장 날짜를 잡으면서 별세로 표기했다. 당시 경찰청에서도 다 알고 있었는데 이장하고 바꾸지 않아 지금까지 이렇게 된 것이라며 지금 경찰청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장 후 경찰청에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별세로 표기된 것이 지금까지 방치됐던 것이다.

 

서울 현충원 경찰묘역에 있는 안병하 경무관 묘비. ‘순직이 아닌 별세로 표기돼 있다. © 사진=정락인 제공

 

전남경찰청 ‘5·18보고서일부 왜곡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함평경찰서 소속 4명의 경찰관이 순직했다. 전남도청 인근 노동청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시위대 버스가 경찰 저지선으로 돌진하면서 발생했다. 이들의 시신 중 2구는 사망한 지 7일이 지나서야 수습됐다. 그때까지 기동복을 착용한 채로 현장 근처 길가에 방치됐다. 사후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순직 처리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경찰관 신분으로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다가 사망하였기 때문에 순직 처리가 안 된다는 황당한 이유로 반려됐다고 한다. 나중에야 간신히 현충원에 안장됐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들의 희생정신 또한 널리 알리고 최고의 예우로 대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평가나 조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경찰청은 나 몰라라 했다. 살아생전 안 경무관은 이들 부하들의 순직을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강제해직,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투병생활, 감시 등으로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평소 가족들에게 순직한 부하들을 챙기라는 유지를 남겼고, 지난 513일 시민단체인 SNS시민동맹과 고 안병하 유족 공동주관으로 37년 만에 ‘5·18광주민주화운동 순직경찰관 추모식을 개최했다. 여기에는 경찰유족회, 광주시청 관계자가 참석하고, 5·18기념재단 등에서는 추모 화환을 보냈다.

 

경찰청, 전남경찰청, 함평경찰서는 이날 행사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며 동료들 일이었는데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경찰 측에서 추모식 행사를 위해 나온 직원이 없어 현충원을 담당하는 동작경찰서 정보관이 추도사를 대신 낭독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추모식 다음날 부랴부랴 이철성 청장 이름으로 추모화환을 묘소에 가져다놓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얼마 후 더 깜짝 놀랄 일이 생긴다. 1011일 전남경찰청은 ‘5·18민주화운동 과정 전남경찰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경찰이 보고서 형식으로 5·18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는 순직경찰관 4명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안호재씨의 말을 인용해 이들에 대한 추모행사도 언급돼 있다. 그런데 추모식 주체를 경찰유족회로 적고 있다. 마치 경찰단체가 추모행사를 개최한 것처럼 안씨의 말과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강성복 전남경찰청장은 흉상 제막식에서 전두환 회고록이 사실을 왜곡하면서 경찰과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남경찰청이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왜곡하면서 시민단체의 순수한 뜻과 안 경무관의 유지를 훼손한 결과를 낳았다. 경찰의 이중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안호재씨는 흉상 제막식에서 “37년 전인 1980년 아버님과 전남경찰국 직원들은 광주에서 시민의 목숨을 구하고, 경찰의 명예를 지키려 경찰관의 본분을 다했다그러나 치안본부는 아버님과 전남경찰국 직원분들을 버렸다고 말했다.

 

안병하 경무관은 진정한 5·18의 영웅이다. 하지만 이런 영웅을 대하는 경찰은 진정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성복 전남경찰청장이 정치적인 상황과 시대의 이슈에 편승해 자신들의 치적 쌓기나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안병하 경무관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도 이제 뼛속 깊이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순직자에게는 정권에 상관없이 최고의 예우를 해야 한다.

 

여성의 분노가 이끈 고발의 시대

웨인스타인 효과가 낳은 성폭력의 방아쇠

한샘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원래는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복직을 앞둔 여성을 향해 직장 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얘기들이 돌았다. 그래서 여성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건의 내용을 알렸다. 한샘 케이스는 직장 내 성폭력을 고민하게 하는 대표적 사건 중 하나로 확대됐다.

일부에서는 한샘 사건을 '미투(#Metoo)' 캠페인과 관련 짓는다. 살면서 여성이 겪었던 성추행 혹은 성폭행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는 캠페인이 '미투' 캠페인이다. ‘사후공개라는 키워드는 그간 침묵하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걸 뜻한다. 경찰청 통계는 그런 변화의 움직임을 방증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2012341건이었지만 지난해 545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몇 년 새 보인 증가를 두고 단순히 사건 자체가 늘었다고 평가하기 보다 음지에 묻힐 지도 모를 사건을 고발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피해자들의 자각이 중요한 동력이었단 얘기다.

 

1121, 미국 TV 앵커 중 신뢰도가 높은 인물이었던 찰리 로즈(75)CBS에서 해고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로즈가 8명의 여성을 성희롱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AP연합

 

폭로 하루 만에 해고된 미국의 대표 TV앵커

우리도 성폭력, 성희롱 문제의 고발이 이슈지만 미국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투(#Metoo)' 캠페인 그 자체가 미국에서 시작한 바람이다. 1121, 미국 TV 앵커 중 신뢰도가 높은 인물이었던 찰리 로즈(75)CBS에서 해고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을 방문했던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심도깊은 11 인터뷰를 해오던 대표주자가 로즈였다. 위상이 확고한 언론인이었지만 CBS는 해고의 이유로 "매우 불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행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로 전날인 20, 워싱턴포스트는 로즈가 8명의 여성을 성희롱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로즈와 일하던 3명의 여성을 실명으로, 5명의 여성을 익명으로 등장시켰다. 1990~2011년 사이에 당시 21~37세였던 여성들은 원치 않는 성적 유혹과 신체적 접촉을 로즈로부터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로즈의 쇼 프로그램 제작에 참가하거나, 참가를 희망하는 여성들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했던 주변 직원들의 목격담도 취재했다. 그 결과 로즈의 성희롱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도했다. 불과 하루 만에 미국의 대표 언론인은 자신의 경력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최근 권력을 쥔 남성들이 했던 추악한 성적 행동이 미국에서는 계속 고발당하는 중이다. 로즈의 추락은 그런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웨인스타인 효과'라고 부른다. 201710월 헐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인 하비 웨인스타인을 둘러싼 스캔들이 표면화되면서 시작한 말이다.

 

웨인스타인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기네스 펠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을 포함해 수십 명의 배우와 모델이 웨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밝혔다. 웨인스타인은 권력 관계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신인 여배우가 문제를 제기하면 몸값이 비싼 변호사를 통해 찍어 눌렀다. 다시는 업계에서 일하지 못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사용했고 그게 먹혔다. 첫 주연을 따낸 기쁨도 잠시, 웨인스타인의 요구를 거절했던 기네스 펠트로는 당시를 기억하며 주연 자리를 내놔야 하는 것 아닌지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웨인스타인 효과 이후 헐리우드와 방송계의 주요 인사들이 성추문 가해자로 고발당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방송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이제는 정치까지

불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웨인스타인의 피해자들이 털어놓으면서 '미투' 캠페인은 시작했다. 웨인스타인과 스페이시를 향한 고발이 방아쇠가 됐다. 고발은 언론과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정계를 들썩이고 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 보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로이 무어 전 판사는 40대 여성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여성은 자신이 14살 때 무어 후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무어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무어는 "40년 전의 일을 이제와서 되짚는 여성을 믿을 수 없다. 정치적 사건이다"며 저항하고 있다. 고소가 알려진 뒤부터 여론조사에서는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지금 헐리우드에서 시작해 확산된 미투 운동은 소셜 채널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중이다. 성폭력방지 비영리단체인 RAINN(Rape, Abuse & Incest National Network)에 따르면 1998년부터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을 신고한 여성은 미국 내에서만 1770만명에 달한다. 그리고 이 중 94%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용기에서 시작한 웨인스타인 효과는 이런 비극적 성폭력 문제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배우들을 지켜야 할 입장에 서 있는 에이전시도 거물의 권력에 굴복했다. 에이전시는 소속 배우의 개런티를 통해 수입을 얻는다. 웨인스타인과 대립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건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었고 그래서 침묵을 택했다. 여성들의 용기있는 고발이 계속되자 그는 자신이 공동으로 설립한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해고됐다.

 

웨인스타인 다음은 또 다른 거물 배우였다. 미국의 유명 드라마 시리즈인 '스타트렉'에 출연했던 안소니 랩(46)은 자신이 14살 때 유명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58)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을 소화하고 있던 스페이시는 시즌6에서 바로 하차했고 에이전시와의 계약도 해지 당했다.

 

너도 떨고 있니?” 성폭력 고발 캠페인에 숨죽이는 유명인사들

내일 아침 신문 기사에 누가 또 등장할지웬만한 유명 남성들은 다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연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성폭력 고발 캠페인에 관해 워싱턴의 한 정치평론가가 내놓은 말이다. 미국에선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메가톤급 성추문 사건이 불거진 이후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과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피해 사실을 커밍아웃하면서 영화계는 물론 정계와 언론계에 이르기까지 폭로의 불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수십 년 동안 공인(公人)으로 활동해 온 인사들도 언제 불똥이 자신에게 튈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과거를 꼼꼼히 살피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파문의 확산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미 정계에서 번지고 있는 성추문 폭로전의 파장은 그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만만치 않다. 민주당 소속 현역 상원의원인 앨 프랭컨(미네소타주)은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리앤 트위든을 11년 전에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급히 사과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트위든은 모델 활동을 하던 2006년 프랭컨과 함께 중동으로 미군 위문을 다녀오던 비행기 안에서 자신이 잠든 사이 프랭컨이 가슴에 손을 대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연예인 출신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오른 프랭컨의 자수성가 이미지가 한 방에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내에서 성폭력 폭로 기자회견이 줄을 잇고 있다. 성폭력 폭로를 담은 미국 매체들 © 사진=AP연합

 

언론계도 강타한 성추문 폭로

하지만 미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성추문 스캔들은 프랭컨 의원보다 먼저 터진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인 로이 무어(70)의 성추문이다. 무어는 38년 전 10대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최초 보도 이후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수없이 등장하면서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1979년 지방검사 신분이었던 무어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4명의 당시 10대 미성년자 소녀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무어는 거센 후보직 사퇴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쇄도하는 비난에도 본인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처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21, 최근 성추문 폭로에 관해 우리 사회와 여성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폭로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지만, 무어 후보에 관해선 그가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1212일 치러지는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는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만약 무어 후보가 이곳에서 패배한다면 미 연방 상원 의석은 공화당 51, 민주당 49석으로 좁혀져 국정 운영의 핵심 관건인 과반수 확보가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해 향후 트럼프 행정부 국정 수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등에서 완패한 공화당이 이번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패한다면, 이는 내년 중간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불거지는 성폭력 폭로 캠페인이 정계 구도도 바꿀 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미 전역을 휘몰아치고 있는 과거 성폭력 고발 허리케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를 보도하고 있는 언론계도 여지없이 강타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가장 영향력 있는 100에도 선정된 유명 토크쇼 진행자이자 언론인인 찰리 로즈(75)도 최근 8명의 여성들이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CBS방송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낙마했다. 당시 나이가 21~37세였던 해당 여성들은 로즈가 방송 제작 등을 함께하면서 직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조연출로 일한 한 피해 여성은 로즈가 자신의 몸을 수차례 더듬었고, 출장지에서는 자신을 호텔 방으로 부른 뒤 나체로 나타났다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로이 무어 미 상원의원 후보의 5번째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 © 사진=EPA연합

 

나도 당했다캠페인, 트럼프 정조준

성추문 스캔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를 거쳐 지난해 NYT에 합류한 베테랑 기자인 글렌 트러쉬(50)도 최근 과거 성추문이 폭로되자,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주로 언론 경력이 짧은 20대 후배 여성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여성은 5년 전 술집에서 트러쉬가 강제로 허벅지를 만졌고 키스를 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엔 유명 기자인 트러쉬의 영향력이 두려워 성추행을 문제 삼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계를 시작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이 정계와 언론계는 물론 재계와 학계 등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성폭력 고발 캠페인의 확산이 그동안 인종 갈등에 대한 저항과 함께 미국 사회문화의 변화를 상징하는 거대한 흐름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특히, 과거 성폭행이나 성폭력을 당했지만 권력이나 지위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 여성들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와인스타인 고발을 계기로 더욱 용기 있게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1121여성은 매우 특별하다. 많은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매우 특별한 시기라며 이런 것들을 공유하는 게 여성과 사회 전반에도 좋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성폭력 폭로 캠페인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1122일 장문의 팩트 체커(Fact Checker)’ 기사를 통해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 분량만 12375자에 이르는 이 보도에서 WP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13명의 여성들의 이름과 이들이 제기한 혐의, 그리고 목격자 또는 증인들의 주장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이번 기사는 공화당 로이 무어 상원의원 후보의 미성년 성추행 의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옹호하는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성추문은 지난해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 과거에 연예 매체 진행자와 나눈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백악관은 여전히 이들 여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어디까지 파문이 확산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당했다는 성폭력 고발 캠페인의 총구가 다시 최고 권력자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왜 너는 나를 미워하는가 한겨레21 1189

홍성수 교수가 말하는 지구화 시대의 비국민 혐오 메커니즘

 

홍성수 교수가 지구화 시대의 비국민 혐오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다. 영국에선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국민투표 이후 이주민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혐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선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뒤 인종차별이 심해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에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자주 나온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이주민을 희화화, 범죄자로 대상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뿌리는 좌절과 분노

혐오 문제가 한국 사회의 공론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 반()다문화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나면서다.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이자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몰아가는 혐오표현이 이때부터 나왔다. 더불어 2010년께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혐오표현이 이슈화됐다. 2016년에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하던 여성혐오의 논의가 활발해졌다.

 

혐오의 탄생과 성장의 배경에는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좌절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분노의 화살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향하게 마련이다. 이들은 주로 공격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적 소수자다. 사회적 소수자는 성별이나 인종, 민족, 성적 지향, 출신 지역, 종교, 장애 등 특정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집단을 뜻한다.

 

혐오표현은 크게 네 가지로 나타난다. 차별적 괴롭힘, 편견 조장, 멸시, 증오 선동이다. 이 중 차별적 괴롭힘이란 고용·서비스·교육 영역에서 소수자에게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이뤄지는 성차별적 게시물 공유, 인종차별적 농담, 성적 비하 발언 등이 해당한다. 미국 등 차별금지법이 있는 곳에서는 이를 규제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나아가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온라인 혐오표현의 영향 조사를 보면, 피해를 입은 소수자 집단은 낙인과 편견으로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돼 소외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이들의 비율은 장애인 56.3%, 이주민 42.6%, 성소수자 43.3%였다.

 

그들을 코너로 몰자

그렇다면 혐오에 맞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코너로 모는 전략이 필요하다. 혐오에 맞서려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모일 때 한 사회에서 혐오를 몰아낼 수 있다.

 

MF졸업 뒤 정부곳간 지키기집착증, 저성장·양극화 불러12.1 한겨레

외환위기 20년의 트라우마

 

긴축재정트라우마에 갇힌 정부 가계빚 늘고 기업 투자처 못찾아도

국가부채 강박증 탓 재정지출 꺼려 2008년 금융위기 뒤 장기 저성장

IMF, 지속성장 위한 재분배정책 강조 한국에 매년 적극적 재정 운용권고

 

재정 여력이 있는 나라마저도 국가채무를 줄이려는 게 바람직한가. 이런 나라들은 부채와의 공존을 선택하는 게 좀더 나은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불평등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다. 각국 정부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펴야 한다.”

 

지난 20166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조너선 오스트리 조사국 부국장은 신자유주의는 과대평가됐나란 보고서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아이엠에프가 지난 수십년간 교리로 받들던 시장만능주의(신자유주의) 사상에 따라 각국에 제시한 권고에 대한 자기반성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엠에프의 변화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재정 건전성 확보에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침체된 경제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무게를 둔 것이다.그러나 20년 전 아이엠에프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재정 긴축과 시장 개방, 노동 유연화 등의 이행을 핵심으로 한 굴욕적인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우리나라는 당시 아이엠에프가 강요했던 정책 기조의 상당부분을 답습하고 있다. 아이엠에프 위기 때 만들어진 트라우마가 깊숙이 박혀 있는 탓이다.

과도한 부채 강박증이 낳은 후유증

아이엠에프에서 돈을 빌린 뒤 불과 3년여 만인 2000124일 한국 정부는 아이엠에프 조기 졸업을 선언한다. 아이엠에프에서 빌린 돈을 예정된 일정보다 앞서 모두 갚아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세계 경기 회복세에 올라타 수출이 크게 늘면서 달러가 국내로 쏟아져 들어온 영향이 컸지만 양호한 국가재정 상태도 한몫을 했다. 금융과 산업 부문에서 발생한 거대한 부실을 재정으로 메우면서 위기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었다. 19983월 기준 금융기관이 떠안은 부실 여신(3개월 이상 연체 대출)118조원으로, 당시 국내총생산(GDP)20%에 이르는 규모였다. 여기서 건전 재정의 신화가 탄생했다.

 

이후 정부의 예산 당국자들은 입버릇처럼 복지예산 확대 등에 대한 요구가 빗발칠 때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선 재정이 최후의 안전판이라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꺼렸다. 이런 기류는 잠재적 통일비용과 미래의 공적연금 지출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논리로 더 공고해져왔다.

 

그러나 과도한 재정 보수주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부작용은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작된 최근 10년여간의 장기 저성장국면에서 도드라졌다. 가계는 빚더미에 짓눌리고 기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을 쌓아놓고만 있을 때도 정부는 부채 증가에 강박증을 보이며 재정 건전성에 집착했다. 자연스레 가계와 기업에다 정부까지 경제의 3대 주체가 모두 돈 쓰기를 주저하면서 저성장의 골은 더욱 깊고 넓게 파였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 정부의 한해간 지출과 수입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금순환표만 보면 한숨만 나왔다. 재정은 안 쓰고 (대출규제 완화로) 가계에 빚을 내도록 해 경기를 끌고가려는 구상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급기야 아이엠에프도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이 앞다퉈 재정을 풀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데 견줘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건전한 재정을 갖고 있는 한국 정부가 돈 쓰기를 주저한다고 판단했다. 이 기구는 매년 내놓은 한국경제연례협의보고서(Article )의 핵심 권고 사항에 빠짐없이 적극적 재정 운용을 담았다.

 

국가채무(D2)비율 추이는 한국 재정당국의 재정 보수주의가 얼마나 과도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저성장 위기를 지나오면서도 4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은 2008년 위기 전에는 6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90% 수준에 이른다. 많은 나라들이 나랏빚을 내서라도 실업 구제 등에 재정을 적극 투입했다면 한국 정부는 금고를 움켜쥐고만 있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저소득 가구의 소득 여건은 개선되지 못했다.

 

달러가 최고인식 속 수출기업에 쏠린 정책

1997년 위기는 말 그대로 환란이었다. 달러가 부족해 국가부도 사태가 초래됐다는 의미다. 1990년대 국내 금융기관들은 해외에서 낮은 금리로 단기자금을 빌려와 국내 기업에 고금리로 장기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다 1997년 초부터 타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위기가 터지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돈줄이 막히게 됐고 국내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부도사태를 맞았다. 그해 123일 아이엠에프와 양해각서를 맺은 뒤 정부가 주력한 모든 해외 협상은 단기자금의 상환 연장이나 탕감, 아이엠에프 등이 주기로 한 달러를 약속한 일정보다 더 빨리 들여오는 것에 집중됐다.

 

자연스레 정부 당국자들로선 묻지마에 가까운 달러 확보에 나서게 됐다. 단기외채에 견준 외환보유액은 1990년대엔 0.4~0.7배 수준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증가해 2016년 말 현재 3.5배에 이른다. 외환보유액이 1년 내 갚아야 할 외채를 모두 갚고도 두배 남짓 더 많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2008년 위기 당시에도 순식간에 외환보유액이 수백억달러나 크게 줄어드는 등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선 비교적 외환보유액을 넉넉히 갖고 있을 필요는 있다그러나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그 자체로 (채권 발행에 따라) 줘야 하는 이자와 같은 직접 비용 외에도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을 쓰지 못하는 기회비용도 크다고 말했다.

 

달러 부족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한 문제점은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둘러싼 비용과 편익 논란 외에도 한국 경제를 좀더 불균형적으로 몰아가는 양상을 낳는다. 달러를 벌어 오는 수출 기업에 대한 국가 자원의 쏠림이 그 예다. 재정이나 정책금융 외에도 각종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정책은 지난 20년간 수출 제조업에 쏠려 있다. 이런 자원 쏠림은 상대적으로 내수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고 국내 수요 기반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달러 유출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 경제가 2008년 위기 이후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고 있을 당시에도 2014년까지 한국은행은 자본 유출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게 한 예다. 당시 김중수 한은 총재 등은 미국이 제로금리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자본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최소한 미국보다 2%포인트 정도 더 높게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금리인하 여론에 맞서 버텼다. 소극적 통화정책이 장기 저성장을 부추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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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가파른 둔화또다른 위기 우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연구센터장은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그 부정적 파급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현실 가능성이 낮은 과도한 우려는 통화정책의 실기를 가져와 전체 국민경제의 고통을 늘릴 수 있다과거 물가 수준이 0% 수준에 수렴하고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도 한은은 자본 유출 우려를 앞세워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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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성 잃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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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가명·31)씨는 지난 7월 보험회사 정규직 사원과 공공기관 인턴사원 채용 전형에 지원해 두 군데 다 합격했다. 공공기관 인턴 3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지만 탈락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실제로 인턴 동기 7명 중 1명이 탈락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보험회사 월급에 비교하면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데다,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도 심씨는 공공기관을 택했다. “큰 사고 치지 않으면 정년(60)이 보장되잖아요. 대기업 다니면 50살을 넘기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고요. 보험업계는 수명이 더 짧다고도 하고요.”

 

1997년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 전반에 드리운 가장 큰 상흔은 역동성의 저하다. 더이상 위험을 안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에 겪은 기업 도산과 실업의 고통이 깊이 새겨진 탓이다. 199712월부터 19984월까지 월평균 3천곳 이상 기업이 문을 닫았다. 종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수치였다. 실업률도 19987월에 역대 최고인 7.7%까지 치솟았지만 해고된 노동자 중 4분의 1만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지난 20년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더 고착화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날로 커졌고 그 결과로 고용이 불안하거나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비중이 적지 않다. 반면 사회안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견줘 취약하다. ‘괜찮은 일자리의 비중은 늘지 않는데 사회안전망이 깔리는 속도는 더딘 탓에, 냉혹한 현실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몸부림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5살 남승훈(가명)씨의 원래 꿈은 임상심리사가 되는 것이었다. 우울증을 앓던 친구의 자살을 옆에서 지켜본 일이 계기가 됐다. “(꿈을 이루려면)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 하고 그 뒤에도 3년간 수련기간을 거쳐야 하더라고요. 그렇게 10년간 공부해도 초봉은 2천만원대 초반이에요.” 오랜 기간 공부만 하기엔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남씨는 대세를 따라 안정적 일자리인 공무원으로 을 갈아탔다. 25살 함수현(가명)씨도 군대를 다녀온 뒤 7급 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든 경우다. “월급은 안정적으로 나오는데 장시간 노동, 치열한 경쟁이 없더라고요. 또 공무원은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잘리지 않잖아요. 연금제도가 잘돼 있어 노후 걱정도 없고요.”

 

언제 직장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공시생열풍을 낳았다. 공시생이란 임용고시, 5급 이상 공무원,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을 말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가구소득계층별 미취업 청년 특성을 보면, 지난해 미취업(실업비경제활동인구) 졸업생 가운데 공시생은 281천명으로 미취업자의 21.2%를 차지했다. 특히 대졸 이상 미취업자 10명 중 7(68.7%)이 공시생이었다.

 

전반적으로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는 부진하고 저축률은 오르는 추세가 이어져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불안감은 부동산 투자 열기에서도 엿보인다. 대기업 과장인 최민수(가명·43)씨는 지난 5월 빚을 내어 4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최씨와 아내, 아이 셋은 40평 규모인 꼭대기층에 살고 1~3층은 임대해 월세를 받는다. 1층은 상가, 2~3층은 투룸으로 만들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단독주택에 살며 뛰어놀도록 하고 싶었는데 노후가 불안하잖아요. 임원이 되지 않으면 회사 계속 다니기도 만만치 않고 55살까지 버틴다고 해도 그 이후는 막막할 수밖에 없죠.”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로 벌이들이는 소득은 늘어나는 데 견줘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로 살아가면서 버는 돈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대출에 쏠렸던 금융권 대출이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이라는 대안을 찾고, 정부나 가계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소득 부진을 메우려 하면서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중병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솔직히, 민주노총은 부족하다 1130 프레시안

[민주노총을 말하다] 유의미한 사회운동세력이 돼야 생존 할 수 있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하고, 노조 없는 현장을 조직하고, 세월호에 대해 발언하고, 빈민과 장애인 투쟁에 연대하고, 지역에 밀착해서 시민들을 만날 겁니다. 우리 노조는 '이 사업을 지역에서 해보자', '저 현장도 연대해야 한다'며 조합원 동지들을 귀찮게 할 겁니다. 동지들은 이런 노조에 가입한 겁니다.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나는 조합원 교육을 돌아다니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또 이런 이야기도 종종 한다.

 

"아마도 노동조합뿐일 겁니다. 보통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 스무 살 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삶의 가치관이 확 변하고, 윗사람에게 '이것은 부당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설득해보고, 나 같은 사람들이 수 십 수 백 만 명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노조뿐일 겁니다."

 

내가 속해 있는 노조의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라면 무슨 조직인지 다 안다. 사실 노조는 복불복이다. 어떤 조합원들은 운이 좋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10%밖엔 안 되고, 그중 민주노조는 절반밖에 안 된다. 그중에서도 현장과 지역에서 제대로 된 운동을 하는 노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경쟁과 차별과 혐오가 내면화된 사회,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이 '특권'이 돼버린 시장,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장시간-저임금-고강도 노동과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이미 자리를 잡아버린 현장. 이런 사회, 시장, 현장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운동을 하는 노조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어떤 조합원들은 억수로 운이 좋다.

 

그런데 아직 자신이 없다. 내가 몸담은 노조를 그렇게 소개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노총 소개는 그렇게 못하겠다. 왜냐면, 민주노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고민하고, 노동 뉴스에 온몸이 반응하는, 한마디로 머릿속이 노동노동한 노조 활동가가 보기에도 솔직히 민주노총은 부족하다(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말이다). 냉정하게 보면, 지금 민주노총은 사회운동의 중심에 있지 않다.

 

내가 보기에 민주노총이 (많은 측면에서) 내부를 혁신하고 (당면한 정세에서) 입장과 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실패해왔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지금 과잉-대표돼 있다. 많은 순간 주저했고 고립됐다. 안팎의 비판과 대안을 꽤 자주 무시했다. 싸워야 하는 정세에 가열차게 투쟁하지 못했다. 충분히 연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틀에 박힌 '진보정당 통합'을 정치지침으로 관철하려고 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뒤쳐졌다. 비정규직 운동에서, 여성혐오와 인종혐오라는 문제에서, 사드(THAAD)와 탈핵이라는 쟁점에서, 여기서도 저기서도. 지금 민주노총은 사회운동의 대부분의 지점에서 시민(인 조합원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기회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했다.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라는 정세, 이명박-박근혜 정권이라는 극우정권을 어렵게 끝낸 뒤 다가온 기회의 시기다. 사회운동의 여러 주체들은 '지금 당장'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태어나면 출생신고, 입사하면 노조가입'이 상식인 분위기까지 왔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를 자임하고, 관리자계급이 적폐청산과 대안사회를 이야기하는 지금, 민주노총은 뛰어다녀야 한다. 적폐의 대상과 대안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이때 시민을 설득하고 조직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은 더 뒤쳐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대표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바람은 하나다. 나는 민주노총이 '유의미한 사회운동세력'이 되면 좋겠다. 왜냐면 민주노총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가장 완벽하게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부터 '권리 없는 정규직 신의 직장' 공무원과 교사까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조직이다.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할 연대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조합원(인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주체도 민주노총이다. 사회운동의 한복판에서 가장 조직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제출하고, 시민(인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며,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권이다.

 

민주노총이라는 판을 새로 짜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번 민주노총 직선2기 선거는 민주노총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네 후보조가 비슷한 구호를 외치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여전히 진보정당 통합에 목을 맨 후보조가 있고, 총론도 투쟁이고 각론도 투쟁인 후보조가 있고, 민주노총을 정부의 정책파트너로 인식하는 후보조가 있다.

 

이런 선거판에서 기호 4번 조상수-김창곤-이미숙 후보조는 '연대노총''사회세력화'를 제안한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1~3번과 4번 후보조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민주노총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고, 노동자운동이 사회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단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새판을 짜야 한다. /박장준 노조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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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000만원 원천징수, 종교인 5만원-직장인 9만원 12.1 한국

소득세법 개정안 입법예고

연소득 4000만원은 22배 차이 /공제 비율 큰 기타소득 항목 늘리고

저소득 보조금 EITC 혜택도 적용 /종교인에 특혜 누더기 과세논란

 

내년 1월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더라도 목사 등이 납부할 세금은 동일한 소득의 일반 직장인이 내고 있는 세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자신의 소득을 월급쟁이와 같은 근로소득으로 신고한 경우에만 지급하려 했던 정부 보조금 근로장려세제(EITC)’도 그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 종교인에게만 이중 특혜가 주어지며 누더기종교인 과세란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는 30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엔 종교인소득 간이세액표도 포함됐다. 간이세액표는 종교단체가 매달 종교인 소득을 지급할 때 소득과 부양가족 수에 따라 얼마를 원천 징수할 지를 정리한 가이드라인이다.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4인 가구(20세 이하 자녀 2) 기준 연 소득 5,000만원(417만원) 종교인은 월 5730(지방소득세 미포함)을 원천징수세액으로 자동 납부하게 된다. 가구 조건이 동일한 연 소득 4,000만원(333만원) 종교인의 원천징수세액은 월 1,220, 연 소득 2,000만원은 ‘0이다.

 

이는 같은 소득의 월급쟁이와 비교하면 세 부담이 크게 낮은 것이다. 국세청의 ‘2017년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 5,000만원 근로소득자가 매달 부담하는 원천징수세액은 9510원이다. 이는 같은 조건의 종교인(5730)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더구나 연 소득 4,000만원 근로자의 원천징수세액은 월 26,740원으로, 종교인(1,220)22배에 달한다.

 

이처럼 종교인과 일반 근로자간 세금 격차가 큰 것은 소득 공제 혜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종교인은 소득세를 납부할 때 세목을 근로소득기타소득중 선택할 수 있는데,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소득의 최대 80%를 필요경비로 인정 받는다. 예를 들어 4인 가족(20세 이하 자녀 2), 소득 5,000만원 종교인의 과세표준(세율이 적용되는 과세대상 소득)은 총급여(5,000만원)에서 필요경비(2,900만원)와 인적공제(900만원=150만원X6자녀는 각각 2명치로 계산)를 제한 1,200만원이다. 반면 일반 근로소득자는 과표가 2,875만원(5,000만원-(근로소득공제 1,225만원+인적공제 900만원))이나 된다. 한 세무사는 비과세 항목에 종교 활동비마저 포함되며 종교인의 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기타소득으로 소득을 신고한 종교인에 대해서도 EITC를 지급하고 종교단체가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을 때 부과하는 가산세도 2년간 면제해주는 내용에 합의했다. EITC는 저소득 근로가구(연간소득 외벌이 2,100만원, 맞벌이 2,500만원 미만)에 최대 현금 2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EITC는 종교인이 자신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교인이 기타소득으로 신고납부할 때도 EITC를 지급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고, 개정안은 결국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간이세액표상 원천징수세액은 말 그대로 간이세액이라 이를 토대로 연간 세부담을 도출할 순 없다연말정산에서 보험료의료비교육비까지 따져봐야 정확한 세 부담을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영만·북항·강서 액상화 지진위험지대 12.1 국제

부발연 지진재해 지도 첫 제작

- 규모 6.5 ~ 6.8 가정한 평가

- 매립지·퇴적층 취약 드러나

 

- 백양산·황령산 산사태 우려

- 해운대·기장 일대 산도 타격

 

낙동강 하구 퇴적층인 강서지역과 북항, 광안리·해운대 같은 매립지 일대가 지진이 났을 경우 액상화에 따른 재해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부산시 지진재해 지도에서 공식 확인됐다. 지역별 지진재해 위험 정도를 표기한 지도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연구는 액상화 지진동 산사태 지진해일 4개 부문으로 분류해 각각의 지진재해 위험 정도를 조사했다.

 

지하의 물이 솟구쳐 올라 모래 지반과 섞여 땅이 마치 액체처럼 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과 관련해선 강서구 평야 지대와 낙동강 하구 일원, 매립지인 부산항(북항), 수영만 일대가 재해위험이 컸다. 이곳은 오랜 시간 퇴적을 거치면서 기반암 노출이 드물고, 지하수위가 다른 곳에 비해 높아 액상화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진동 측면에서 보면 강서구 서부산 유통지구, 사상구, 동래구, 부산항, 수영만 일대가 최대지반가속도(지진파에서 계측된 최대가속도로 실제적인 지진력)가 높아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진으로 산사태가 났을 땐 백양산, 황령산 엄광산(서구) 일대와 회동수원지 인근 장년산 개좌산 장산 달음산 등 해운대·기장 일원의 산이 위험했다. 지진해일 부문에서는 규모 6.5의 지진이 일본 대마도 동쪽 근해에서 발생해 3.5의 지진해일이 일어난 2007년 실제 기록을 근거로 위험값을 산출한 결과 낙동강 하구의 퇴적삼각주와 강서구 녹산·신호산업단지, 사하구 신평·장림산업단지, 부산항(북항), 수영만 등 지역이 쓰나미로 침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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