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볍씨의 보고, 양평 토종벼 채종포 단지를 가다
다양한 토종벼가 재배되고 있는 들녘. 가을에는 황금빛 들녘이 일반적이지만,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 토종벼 채종포 단지의 논은 붉은색부터 연두색, 검은색 등 형형색색이다.
"쥐입파리벼, 쇠벤치기, 멧돼지찰, 가위찰, 흑저도…"
생소한 이 이름들은 모두 벼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확히는 토종벼의 이름이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이름·생김새가 다른 1451종의 벼가 재배됐다. 현재는 450여종만 국내에 전해지고 있다. 이중 360여종은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 일대의 ‘양평 토종자원 거점단지’에서 온전히 재배되고 있다. 재배면적만 약 10.9㏊에 달한다.
양평 토종벼 채종포 단지에 조성된 ‘토종벼 전시관’을 가기 전 지나는 다리에는 다양한 토종벼 이름이 적힌 나무 팻말이 걸려 있다.
토종벼 전시관 전경. 전시관에는 토종벼의 이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고, 토종벼 채종포를 관람할 수 있는 안내 팸플릿이 비치돼 있다.
토종벼는 일반벼와 달리 까락이 길게 뻗어 있다. 까락의 색 또한 다양한 게 특징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까락이 붉은색인 ‘족제비찰’, 까락이 검은색인 ‘멧돼지찰’, 까락이 흰색인 ‘백석(서울)’, 까락이 없는 일반벼.
토종벼 ‘치경도’를 베고 있는 현장. 토종벼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벼보다 키가 크다는 점이다.
토종벼 ‘북흑조’. 이삭이 새까맣게 그을린 것처럼 검은색을 띠고 있다.
최정민·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전국토종벼농부들은 어떤 단체인가.
10년 전만 해도 토종벼를 재배하는 농가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국토종벼농부들은 처음부터 계획한 단체가 아니라 내가 처음 토종볍씨를 이용해 재배를 시작하고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전국에 토종벼 재배를 원하는 농가들에게 해당 지역에 맞는 토종볍씨를 나눠줘 그들이 자신이 농사 짓는 지역에 토종벼를 재배하면서 교류가 이뤄졌고 지금의 전국토종벼농부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는 전국의 200여명이 있으며, 이제는 단순히 재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에게 토종벼를 소개하고 판매하려 계획하는 농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토종벼 '홍도도’
토종벼 '여수벼’
토종벼 구중도
토종벼 '동오벼’
적진주찰.
김정희 (사)가배울 상임이사 인터뷰
"토종 보전하려면 심고, 먹고, 심는 과정이 중요해요"
생명력·적응력 지닌 토종…우리 문화 집합체
토종 살리고 후세에 전달하려고 토종음식 선보여
종은 우리 여성문화와 음식문화, 공동체문화 등이 모두 담겨 있는 소중한 우리 자원이에요. 농민에게는 종자 주권을 가져다줄 수 있고, 농업 차원에서는 후세로 이어질 생명력과 적응력을 지닌 농업자원이죠. 이러한 토종을 어떻게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게 바로 가배울 토종한식당입니다.”
전남 강진 성전면 신풍마을에서 토종농산물로 만든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정희 (사)가배울 상임이사는 토종에 흠뻑 빠져 있다
살림여성주의 단체로 2010년 창립된 (사)가배울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여성학을 전공하고, 지역의 여성 단체들을 만나 여성문화를 컨설팅해주는 프로젝트를 하며 농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가배울은 어떤 곳인지.
가배울은 초창기 농촌의 문화답사 단체에서 출발했다. 그러면서 농촌 문화의 토대가 토종 농사와 토종식문화임을 알게 되고, 이후 ‘토종 살리기’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농촌 공동체 예술을 함께 살리는 활동을 회원 중심으로 해왔다. 현재 가배울에는 1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가배울에서는 토종꾸러미 만들기 등 토종식문화를 농촌 답사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활동들을 해왔다. 전남 강진, 해남, 담양, 진도 등 곳곳을 다니며 답사했고, 답사를 오면 꼭 체험 마을에 들러 농촌 집밥, 토종 된장국 등을 먹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남 강진으로 내려오게 된 이유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연구 교수로 있으면서 당시 정부에서 추진하는 양성평등 지역문화 확산사업에 참여했었다. 전국 각지 여성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컨설팅해주는 일이었고, 그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를 맡게 됐다. 자연스럽게 전국의 7~8개 지역을 돌아다니는 기회가 생겼다.
이때 강진군 성전면의 달마지마을에서 ‘강진문화귀촌워크숍’을 진행하면서 2년 동안 달마지마을을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스쳐 지나가면 그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지만, 문화 컨설팅을 위해 굉장히 여러 번 지역을 살펴볼 수 있었고, 강진이 지닌 오래된 문화유산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고향은 서울이고, 도시에서만 살았는데,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강진에 빠져들게 됐다.
-토종이 주는 가치는 무엇인지.
토종 씨앗은 우리 농민의 주권을 확보해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일제 강점기, 미 군정기 등을 거치면서 우리 고유의 씨앗들이 많이 유출됐다. 국내에는 토종 씨앗이 20% 남짓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또 국내에서는 전 세계 씨앗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다국적 종자회사로부터 개량된 씨앗을 사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농민이 자기가 씨앗을 받지 않는다고 할 때, 다국적 기업의 종자회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토종은 종자주권과 농민주권을 모두 가져올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
또한, 토종의 가치는 기후위기 시대에 더 빛난다.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후세를 위한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가 억수로 내리자 가배울에 토종 참깨를 판매하시는 농가에서는 참깨 수확이 제대로 안 됐다. 내년에 다시 심을 종자 한 줌 정도만 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겨우 토종 한 줌뿐이지만, 이 씨앗들은 지난해 지독했던 우기에서 살아남았다. 자연재해를 견뎌낸 토종 씨앗의 적응력은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이상기후를 극복하는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토종의 또 다른 가치는 기후변화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적응력과 생명력에 있다. 개량된 씨앗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토종 씨앗이 지닌 가치는 다음 세대를 위해 전승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종을 꾸준히 심고 먹고 다시 심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토종을 보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계 각국이 함께 제정한 ‘생물다양성 협약’에서는 이렇게 토종을 심고 먹으면서 보전하는 방법을 ‘현지 보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협약에서는 토종의 이러한 근원적인 중요성을 알기에 현지 보전을 위해 각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토종을 심고 먹는 일은 어디선가 계속 이어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토종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경민 한국토종연구회장은 “토종벼가 재배벼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기능성을 중시하는 소비 시장이 형성이 되면서 지금까지의 쌀 시장과 다른 독립된 하나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소비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토종벼 재배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이 마련이 필요하다. 농가가 무작정 토종벼를 재배할 경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수확량, 병해충 등의 문제로 실패할 확률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종벼 재배 문제점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농업과기술의 접목을 꼽은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벼 재배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 발전의 한 축을 농업과학기술이 담당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토종벼 재배와 확산을 위해서는 토종벼 품종별 이해를 기본으로 하는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기술 보급을 위한 노력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재배 벼 ‘고양 가와지볍씨’
1991년 고양 신도시 개발…가와지마을 발굴
벼농사 기원 밝히는 중요한 유물
고양 가와지볍씨.
5020년전 볍씨, 고양 가와지볍씨 탄생
1991년 경기도 고양군(당시 고양군) 일산 신도시 개발을 하기 위해 한국선사문화연구소(단장 손보기 박사)에서 지표조사와 문화유적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이때 충북대학교 발굴팀(팀장 이융조 교수(현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당시 일산읍 대화4리 가와지마을(현재 일산서구 대화동) 발굴 현장의 토탄층 가래나무 층위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볍씨를 발견했다.
이때 발견한 볍씨는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가 있는 미국 베타연구소(BATA ANALYTIC INC)로 보냈다. 연대측정 결과 연구소의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보고서’(Report of Radiocarbon Dating Analyses)에 의해 고양 가와지볍씨가 5020년전의 볍씨로 확인됐다.
5020년 역사를 지닌 고양 가와지볍씨의 탄생은 이렇게 이뤄진 것이다. 고양 가와지볍씨의 평균길이는 7.03mm, 평균너비는 2.78mm며 오늘날 단립벼(자포니카종)와 유사하나 약간 가늘고 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재배벼
가와지볍씨는 야생벼가 아니라 재배벼로 확인된 것이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국립식량과학원 연구팀(당시 작물시험장, 팀장 박태식 박사)에 의해 벼알의 소지경에 야생벼에는 없는 인위적 채취로 인한 탈립 흔적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최초의 ‘재배벼’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소지경이란 벼의 줄기 부분과 낱알을 연결하는 부분으로 자연탈립인지, 인위적인 채취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으로, 가와지볍씨의 단면이 거칠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 가와지볍씨 탄생은 우리나라의 벼농사 기원을 밝혀줬고 더 나아가 벼농사가 청동기시대에 시작됐다는 기존의 학설보다 앞당겨서 신석기시대로 소급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한, 고양지역을 중심으로 벼농사와 함께 한강 농경 문화권이 형성됐음을 확인시켜 주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 알려진 고양 가와지볍씨
우리나라 최초의 재배벼가 발굴된 이후, 세계 곳곳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고고학회에 정평이 나게 됐다.
1994년 9월 17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1면과 12면에 고양 가와지볍씨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5000년전의 쌀 출토 <한국>-한반도 최고, 일본의 쌀 루트에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에는 “한국 경기도 고양시 가와지유적에서 출토된 쌀이 한반도에서 최고인 약 5000년전의 재배종인 것으로 이융조 국립충북대학교 교수(고고학)를 중심으로 한 연구로 밝혀졌다. 한국에서 원래의 사례보다도 약 2천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라고 소개됐다.
이어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 아수카 자료관 구가쿠 학예실장(고고학)은 한반도에서 벼농사가 약 5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뒤집은 발견이다. 앞으로 일본 연구자도 참여해 공동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며 기존 볍씨(농경 문화)가 일본에서 전해져 왔다는 설을 뒤집었다는 것을 밝힌 계기가 됐다.
이후 1997년 10월 중국에서 열린 제2회 농업고고 국제학술토론회에서도 고양 가와지볍씨가 발표되고, 사진 자료가 전시되기도 했다.
또한, 2000년 10월에는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고양 가와지볍씨가 전시되면서 조직위원장과의 토론이 진행됐고, 연구소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고양 가와지볍씨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2013년에는 고양시 600주년 기념,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과 고양 가와지볍씨의 재조명’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다양성 갖춘 토종벼부터 기능성 갖춘 특수미까지
경의 시작은 인류 탄생 이후 가장 위대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주식으로 삼는 벼의 기원은 어디까지 닿아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는 1997년 발굴된 1만5000년 전의 ‘청주 소로리볍씨’로, 중국 후난성에서 출토된 볍씨보다 약 3000~5000년 정도 앞선다. 또 1991년 발굴된 5020년 전의 ‘고양 가와지볍씨’는 한반도 최초의 재배벼로서 벼농사의 기원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농경의 역사는 5020년 전 ‘고양 가와지볍씨’까지 닿아있지만,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에 맞게 재배된 토종벼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일제강점기 시절 다수확 품종의 강제 재배, 1970년대 통일벼 개발에 밀려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토종의 정의를 내리자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나는 토종이로소이다'를 살펴보면, 토종이란 자생종과 재래종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자생종은 우리나라 자연에서 지금까지 생존해온 동식물의 총칭이며, 재래종은 사람에 의해 재배된 종을 의미하고 토종은 일반 작물보다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나 기능성 물질, 색깔, 병해충 저항성, 환경적응성이 뛰어나 육종재료로 유용하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의식주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농촌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문화상품이며, 지역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지역특화 작목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토종 종자는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로 많이 사라진 상황이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천 자채방아마을의 자채미, 김포 자광도, 남원 청보리, 순창 땅개보리, 성주 왜동보리, 함안·흑산·제천 찰보리, 소맥재래밀, 충남 재래밀 등의 중요 식량작물이 보전되고 있다.
김경민 (사)한국토종연구회장은 “토종은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해 대대로 재배돼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적응했다는 것은 결국 우리 고유의 성질을 담아 있어 그 자체로도 유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종벼 1451종, 남은 품종 450여종
처음 연구 목적으로 한반도의 토종벼를 수집하고 분류했던 건 일제강점기 무렵의 일본 농학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06년 일제 통감부가 설치한 권업모범장은 1911~1913년 한반도 토종벼를 조사한 기록 ‘조선벼품종일람’에서 논 메벼 876종, 논 찰벼 383종, 밭 메벼 117종, 밭 찰벼 75종 등 우리나라 토종벼 총 1451종으로 소개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토종벼보다 생산력이 높은 개량종의 재배를 확대했다. 그로 인해 1912년 당시 총 재배면적의 97.2%를 차지하던 토종벼가 1920년 47.2%로 감소했고,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무렵에는 실질적으로 소멸됐다. 육종가들이 수집한 극소수의 종자만이 보존돼 오고 있다. 또 6.25 전쟁 이후 한국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자급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 1970년대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에 강한 통일벼가 등장하면서 생산량이 많지 않고 농가 재배가 보급종에 비해 까다로운 토종벼는 현재 재배 농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토종벼 생산이 많지 않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보급종 대비 수확량에서 차이가 크고, 재배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면서 “통일벼 이후 보급종에서 기존 품종의 부족한 점이 보완돼 수량은 물론 맛 벼해충 저항성이 우수해서 일반 농가에서는 토종벼 재배를 어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토종벼들
벼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조사한 ‘조선도품종일람’에 의하면 1451종에 달했으나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상황이며. 그 외 보리, 밀, 옥수수 등은 수량의 한계 때문에 또는 가격의 차이 때문에 점차 재배가 줄면서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재래종은 대부분 자가 채종을 하므로 종 순수성 보존에 한계가 있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우량품종을 저렴하게 보급한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남아 있는 쌀로 대표적인 것은 이천의 자채미와 김포의 자광도 정도다. 이천의 자채미와 자광도 모두 임금에게 진상해 수라상에 오르던 쌀로 다행히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으며, 이외에도 북흑조, 백석 등 토종벼를 재배하는 소수 농가에 의해 재배돼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종벼의 특징은
일반적인 토종벼의 특징은 키가 크다는 것이다. 토종벼는 자연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면서 개량종과 비교해 대체로 키가 크며 그 한 예로 북흑조의 경우 이삭이 검고 키가 160cm에 이른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까락(벼수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량종에는 없는 까락은 낙락 껍질의 수염으로 벼의 수분을 저장하고 병충해로부터 낟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백석의 경우 키가 크고 희며, 긴 까락과 낟알을 가졌다.
특히 최근 토종 벼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 중에 하나로 종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토종벼는 지역마다 생김새나 색, 향과 맛이 모두 다르고 품종의 이름에서 그 개성과 특성이 잘 나타난다. 까투리찰의 경우 꿩의 깃털과 같이 알록달록한 무늬가 특성이다.
토종벼가 갖는 지역성 역시 큰 특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자라거나 특정 고장에서만 재배되는 고유의 벼가 존재해 지역적 특성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 메산디의 경우 제주도 지역에 주로 밭에 삼던 벼로 알려진 벼다.
다시 뜨고 있는 ‘토종 벼’
토종벼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소비트렌드에 따라 식량 자체로서의 가치보다 다른 측면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부각해야 한다. 최근 소비트렌드는 건강식품, 전통식품 재료, 이야기가 담긴 문화상품으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토종작물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잘 맞는 틈새 또는 차세대 상품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는 “토종벼는 일반 재배벼와 아예 결이 다르다”면서 “단순히 쌀이 갖는 기능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토종벼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성격을 활용한다면 그 어떤 농업 자원보다 더 가치가 있고 활용도가 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상기후 등으로 기존 품종의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토종벼를 활용해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은 “토종은 특히 재배종과 달리 환경 저항성과 병충해 저항성 등을 지니고 있다”며 “재배종에 없는 부분을 토종에서 끌어와 재배종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자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종‧특수미 등 다양성 선호하는 트렌드 변화
한편,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현재 웰빙 트렌드 확산과 고령화에 따른 건강 기능성 식품 고성장세가 지속됨에 특수미 시장도 토종 벼와 더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혼식쌀 비율은 20%로 그 중 흑미의 비율은 23%로서 흑미 중심을 벗어난 다양한 유색미 기능성 품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기능성식품 산업화 증가에 따른 의약보조, 미량원소 고함유 및 특이전분 기능성쌀 등 작물 소재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에선 농촌진흥청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관계자는 “기능성 품종을 이용한 특수미 대중화 및 신사업분야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다양한 기능성분 함유 쌀 및 업체 맞춤형 가공용 쌀 수요에 대응한 원료곡 생산단지 조성 및 안정적 농가소득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기능성 및 가공용 쌀의 부가가치 향상 및 쌀 소비확대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
현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유색미 계열 녹미(녹찰계통 밀양 252호), 흑미 계열(보석흑찰 수원 512호, 신농흑착 전북2호, 조생흑찰 밀양 194호), 적미 계열(적진주찰 수원 524호)와 향미 (설향찰 수원 442호, 아랑향찰 밀양 146호, 향철아 수원 562호), 찰벼(동진찰 익산 425호, 백옥찰 밀양 225호, 보람찰 익산 568호, 운일찰 운봉 52호, 청백찰 철원 77호, 화선찰 수원 384호) 등을 보급하고 있다.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설 곳 잃어가는 ‘외래품종’
그간 국내 소비 시장에서 밥맛 좋은 쌀로 평가를 받으며, 일반 쌀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며 시장에 선보이고 있던 아키바레, 고시히카리 등 외래 벼 품종 재배가 줄어들고 있다.
외래 벼 품종을 심었던 일부 지역에서 알찬미‧참드림 등 밥맛 좋은 국산품종을 재배하면서 정부의 벼 외래품종 대체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은 오는 2024년까지 벼 외래품종 재배면적을 1만ha까지 줄인다는 목표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1만ha 줄어든 4만7000ha까지 감축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벼 외래품종은 아키바레‧고시히카리‧히토메보레‧밀키퀸 등 대부분 일본품종이다. 이들 외래품종의 재배면적은 2018년 7만5706ha, 2019년 6만5967ha으로 감소세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벼 재배면적 72만6432ha의 7.9% 수준인 5만7246ha까지 줄어들었다.
2020년 기준 외래품종별 재배면적을 보면 아키바레가 4만4757ha로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 고시히카리 9766ha, 히토메보레 2385ha, 밀키퀸 214ha, 기타 126ha 순이다. 지역별로는 경기‧충북이 전체 외래품종 재배면적 5만7246ha의 77.8%인 4만4538ha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진청은 국내 벼 재배면적 가운데 외래품종이 차지하는 면적을 매년 1만ha씩 감축해 2024년에는 1만ha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벼 외래품종 대체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올해 외래품종 재배면적을 지난해(3만6379ha)보다 12.5%(4552ha) 줄어든 3만1827ha까지 축소하고, 충청북도는 지난해(8159ha)보다 14.2%(2185ha) 줄어든 7000ha까지 각각 감축시킬 예정이다.
‘최고품질 벼’의 기준을 살펴보면, 밥맛은 국내에서 최고인 '일품벼‘보다 좋아야 하고, 쌀 외관 품질은 '아키바레’보다 좋아야 한다. 또 도정 특성은 왕겨 껍질이 얇고 쭉정이가 적어 도정 시 쌀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도정수율 75% 이상, 완전미도정수율 65%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농가에서 농약 없이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도록 병해충저항성 유전자를 최소한 2개 이상 가져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통해 지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최고품질 벼 품종은 총 18종이 개발됐으며 최근 안평과 알찬미가 추가 선정됐다.
생태형 별로는 조생종으로 ‘운광’, ‘해담쌀’, ‘진광’, ‘해들’, 중생종으로 ‘고품’, ‘하이아미’, ‘대보’, ‘해품’, ‘청품’, 중만생종으로 ‘삼광’, ‘호품’, ‘칠보’, ‘진수미’, ‘영호진미’, ‘미품’, ‘수광’, ‘현품’, ‘예찬’이 개발됐으며, 현재 최고품질 쌀 중 ‘삼광’(만세보령쌀, 서래야쌀, 아산맑은쌀), ‘영호진미’(안동 양반쌀)는 우수 브랜드 쌀로 선정돼 소비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에선 수요자(농업인, 소비자, RPC)가 선호하는 최고품질 벼 품종을 개발하도록 수요자와 함께 개발하는 육종시스템을 도입해 경기지역의 ‘고시히까리’와 ‘아키바레’를 대체할 수 있는 ‘해들’,‘알찬미’ 품종을 개발했다.
외래품종 대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키바레는 국산 품종 알찬미‧진수미‧참드림‧삼광벼 등으로 대체 중이다.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는 국산 품종 해들‧청품‧해담쌀‧맛드림 등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들 국산 품종은 병해충에 약하고 잘 쓰러져 재배하기 어려운 외래품종과 달리 병해충 저항성이 우수하고 잘 쓰러지지 않아 재배하기 쉽고 수량도 많다.
한창본 전남 장흥 고대미 재배 농민 인터뷰
전남 장흥군 용산면 관지리 일대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논을 볼 수가 있다. 바로 붉은색 논이다. 이달까진 아직 덜 익어 주의 깊게 봐야 눈에 들어오지만, 9월 초가 지나가면 확연히 붉은 낟알과 긴 까락이 논을 적색으로 한가득 채운다.
눈길을 사로잡는 붉은 논의 주인은 바로 장흥에서 고대미(古代米)를 재배하는 한창본 씨다. 붉은 낟알은 고대미 중 ‘적토미’다. 서울에서 농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해오던 그는 고대미에 푹 빠진 지 올해로 벌써 22년째다.
국내에 현재 남아 있는 토종벼는 400여종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본래 전국 각지에 다양한 종류의 토종벼가 있었다는 기록이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농학자들의 자료에 남아 있지만 아쉽게도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직후 대부분 소멸해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 씨는 일본으로 건너간 토종벼 중 지금의 고대미를 발견하고 어렵게 볍씨를 구해 장흥에 뿌리를 내리게 했다. 그리고 이 고대미 중 붉은쌀, 녹색쌀, 검정쌀을 각각 ‘적토미’, ‘녹토미’, ‘흑토미’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한 씨는 토종벼 재배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생산량이 일반벼보다 눈에 띄게 적고, 재배 방식도 관행 재배와 달라 녹록지 않았다고.
“적토미 같은 경우 지금은 한 마지기에 5가마 정도 나오는데, 초창기에는 1가마 겨우 건졌어요. 일반벼가 7~8가마 정도인 점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차이죠. 이는 야생벼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적토미가 지금 우리 땅에서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 현재 논밭은 각종 화학비료 등으로 지나치게 비옥하죠. 적토미는 조금이라도 비료가 들어간 땅에서 키가 180㎝까지 자라요. 토종벼를 재배하기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한 작업은 땅을 척박한 자연의 상태로 돌리는 일이었습니다.”
한 씨가 고대미를 재배하는 논의 논둑에는 풀이 무성하다. 바로 옆 논과 비교될 정도로 벼도 듬성듬성 심겨 있다. 토종벼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재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덤으로 유기농산물 인증도 받아 자연농법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화학비료는 전혀 쓰지 않고, 벼 포기 간격도 넓게 이앙해요. 야생에 가깝게 재배를 하는 것이죠. 이러니 처음 고향에 내려왔을 때 마을 주민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어요. 지금 방식으로 자리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죠.”
붉은 낟알이 맺힌 적토미 재배 논
토종벼 알리기에 집중
한 씨는 이 토종벼들의 기능성에 주목했다. 수수향이 나는 찰현미 ‘적토미’는 백미보다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함유량이 많고,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이 풍부하다. 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성분검사를 실시한 결과 항암효과에 뛰어난 폴리페놀 성분을 일반쌀보다 약 200배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녹토미’는 혈당조절 천연색소인 클로로필과 마그네슘, 섬유질이 풍부하며 보통의 찹쌀보다 찰기가 강하고 감미가 있다. 중국에서 황제에 받치던 진상미로 알려진 ‘흑토미’는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돼 있어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고대미는 현재 일반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 씨는 적토미, 녹토미, 흑토미 3종에 가바찹쌀, 라이신쌀이라는 기능성 쌀을 섞어 대중적인 제품으로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적토미, 녹토미, 흑토미.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 ‘청주소로리볍씨’
선사시대 벼 기원 밝히는 중요 단서
역사 정통성 위해 ‘박물관’ 건립해야
-청주소로리볍씨를 소개한다면.
충북대학교 박물관 팀이 1997~1998년,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지금의 오창과학산업단지 지역을 발굴해 논이 있는 지표로부터 2.5m 밑으로 내려가서 찾아낸 벼로, 연대측정을 했더니 1만5000~1만7000년전에 걸쳐 있는 벼임이 밝혀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로 공인됐다. 지금껏 국제적으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받아왔던 중국 후난성 출토 볍씨(약 1만500년전)보다도 약 3000년이나 더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가 한국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도 청주소로리볍씨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로 밝혀졌고 인정돼 오고 있다. 잘린 볍씨의 소지경은 야생벼와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어서 순화벼로 판명된다. 야생벼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가지게 된 게 순화벼고, 그래서 청주소로리볍씨는 야생벼와 재배벼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 순화벼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도 청주소로리볍씨가 처음으로, 영국 BBC 뉴스에도 순화벼로 소개됐다. 청주소로리볍씨는 세계 벼 연구에 획기적인 의미를 차지함과 동시에 벼의 기원에 관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소로리볍씨에 대한 세계 학계의 평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는 고고학 개론서인 ‘Archaeology’, 한국에서도 ‘현대 고고학의 이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 책에 쌀의 기원이 ‘한국’(청주소로리볍씨)으로 명시돼있다.
각종 국제회의에서도 청주소로리볍씨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2000년 10월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에서 열린 ‘제4회 벼유전학 국제회의’와 2002년 중국 하남성 문물고고연구소 개소 5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서 발표가 진행됐다. 또한, 2002년 12월에는 ‘제 1회 국제회의 : 아시아의 선사농경과 소로리볍씨’라는 행사를 충북대학교 박물관과 청원군이 주최하기도 했다.
2003년 10월 21일에는 영국 BBC 뉴스와 인터넷판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가 발견되다’라는 주제로 보도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해 청주소로리볍씨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미국 워싱턴 D.C와 폴란드, 중국에서의 국제회의에 청주소로리볍씨가 알려졌고 2015년에는 제2회 소로리볍씨 국제회의를 청주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청주소로리볍씨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이전에는 중국 벼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학설을 분명히 뒤집은 근거가 되는 게 청주소로리볍씨다. 고양 가와지볍씨가 5020년전으로 밝혀졌는데, 청주소로리볍씨는 거기에 1만년이 더 오래됐다. 이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청주소로리볍씨는 연대가 과학적으로 분명하고 미국에서도 2군데 의뢰해서 증명받은 확실한 연대다. 세계 어떤 사람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가장 유명한 고고학 교재 ‘Archaeology’에도 쌀의 기원이 2004년 판부터 중국에서 한국으로 변경 등재되고 있다. 이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벼가 한국임을 인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주소로리볍씨 박물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 벌써 발굴된 지 25년이 돼 간다. 폐교되는 소로초등학교 분교에 박물관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발굴 당시 많은 사람들이 나섰지만 결국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재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 입구에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기념탑만으로는 연구하고 보존하는 과정이 부족할 수 있다. 볍씨가 지역의 이름을 딴 만큼 박물관은 유적 근처에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 국가에서 좋은 농토를 수용해 박물관을 짓고 소로리볍씨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길 바란다. 역사의 정통성을 찾아가는 일이다. 청주는 청원생명쌀로 이미 유명하고,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서 상징 마크도 볍씨로 만들었다. 그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인 볍씨를 가지고 상징 로고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전 세계를 나가서도 자랑이 될 수 있다.
-‘쌀’에 대한 생각은.
나는 선사고고학자기 때문에 쌀의 의미를 정확하게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쌀 학자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쌀은 우리 체질에 가장 잘 맞는 식량이라고 한다. 노인병 치료와 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밀보다는 인간에게 더 잘 맞는 음식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주식’에 더 많은 연구를 투자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쌀 연구에 보다 더 국가적인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볍씨와 관련해서도 많은 연구들이 지지부진되기도 했다. 위정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인력을 늘리고 자기 분야에서 외로운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나 기관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출처 :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토종볍씨, 5천년 한민족의 밥맛
-현대에서 토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토종의 사전적 의미는 ‘본디부터 그곳에서 나는 종자’를 뜻한다. (사)한국토종연구회에서는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해 대대로 사육, 재배 또는 이용되고 선발돼 내려와 한국 기후·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말한다. 토종은 자생종과 재래종을 합쳐서 정의하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토종은 야생종, 재래종, 잡초형을 포함해 토종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 토종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
-토종과 재배종의 차이는 무엇인지.
일반적으로 재배되는 품종은 편이성, 수량성, 식미 등 목적에 따라 육종돼 상품성이 높은 방향으로 개발된 자원이다. 반면, 토종자원은 재배종보다 수량은 적으나, 환경에 잘 적응해 생존해왔기 때문에, 환경저항성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센터에서 보유한 벼 유전자원은.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세계 110여 개국으로부터 수집·도입한 총 4만2000여 벼 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 자원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재래종, 잡초형 벼인 앵미 등과 통일벼 등 국내육성 품종이 있고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벼의 선조종인 벼야생근연종 등이 있다. 북한이 원산인 벼도 1200여 자원이 있다.
최근의 벼 유전자원 연구로는 흰잎마름병과 도열병 저항성 유전자원 발굴과 쌀의 미질과 관련된 아밀로스와 조단백 함량을 자원별로 분석했고, 육종소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씨앗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중 ‘토종 벼’ 유전자원의 보유 현황은.
토종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벼 자원은 7483자원(전체 보유 토종자원의 13.6%)으로 잡초형 6034자원, 재래종 1449자원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농가방문을 통해 지역별 풍토에 적응된 자원을 수집하거나, 연구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원의 기탁을 받고, 과거에 국외유출된 자원을 일본·미국에서 반환받기도 했다.
벼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조사한 ‘조선도품종일람’에 의하면 1451종에 달했으나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인 벼로는 이천의 ‘자채도’와 김포의 ‘자광도’ 정도가 있다.
-벼 유전자원의 가치를 평가하자면.
벼는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중요한 곡물로 인류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에 아주 중요한 작물이다. 특히 벼는 우리나라의 식생활의 주식일 뿐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다양하게 선발돼 온 귀중한 자원으로 종자 전쟁 시대에 자원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이다.
-센터에서 분양한 벼 유전자원은 어떻게 활용되나.
유전자원의 분양은 주로 신품종 육성을 위한 육종 소재로 분양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신의약품, 신소재 개발, 교육 등 목적에도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토종벼를 육종 소재로 활용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2000년 개발된 적진주, 고아미, 2006년 홍진주, 2010년 적진주찰, 2011년 새고아미, 2013년 도담쌀, 2015년 흑진미, 2017년 적진주 2호 등 품종의 개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토종은 특히 재배종과 달리 환경 저항성과 병충해 저항성 등을 지니고 있다. 재배종에 없는 부분을 토종에서 끌어와 재배종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종자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농업 유전자원을 연구하는 목적이 있다면.
농업유전자원을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 자원들이 우리나라 생명 산업의 기반이 되며 안전하게 보존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에 있다.
코로나19나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 농업이라면, 농업의 핵심은 종자다. 우리 센터는 종자산업의 원천이 되는 자원을 공급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종자는 우수한 품종을 만드는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기능성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생명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출처 : 한국농업신문(http://www.newsfarm.co.kr) 토종볍씨 특집 | | 2021-10-14 ~8.1
전국 지역별 토종벼 품종 특성 연구 및토종볍씨 보존과 보급
이근이* / 우보농장 대표
이근이: 고양시에서 <우보농장>을 운영하며 100여 종의 토종벼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지역의 소농과 도시농부에게 볍씨를 나누고, 쌀맛 테이스팅과 전시를 통해 토종벼의 맛과 멋을 알리고 있다
공통항목별 논생물 조사결과
구분 | 논둑식물 | 양서류 | 어류 | 수서곤충 |
관행논 | 27 | 2 | 1 | 24 |
금개구리논 | 43 | 5 | 5 | 43 |
포식성 특정 생물의 조사결과 비교
구분/마리 | 8/28 잠자리 | 물방개 | 물자라 | 장구애비 |
관행논 | 34마리 | 2종 | - | - |
금개구리논 | 64마리 | 9종 | 매우많음 | 매우많음 |
출처: 20181.20 전국 토종벼 농부대회
출처: 한새봉 봉두레 토종쌀 테이스팅 워크숍 17.1 |
벼 40kg 정부 수매가 40,000원 백미도정 28kg / 1kg당 1,429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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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평 4필지 논 일반 벼농사 | 투입비용 | 벼농사 수익 |
-1250kg (3백평딩 500kg)수확 | 퇴비 :900,000원 | 백미 740KG x 1500원 1,110,000원 1,100,000-2,654,000=1,544,000 |
-50kg 종자 | 트렉트: 400,000원 | |
-1,200kg >840kg 백미 | 황토흙(모판용): 120,000 | |
-100kg 자가소비 | 이앙기: 400,000 | 백미 740KG x 3,000원 2,200,000원 2,200,00-2,654,000=434,000 |
-740kg 판매 | 콤바인: 400,000 | |
농약: 84,000원(3회 가정) | 백미 740KG x 4,000원 2,960,000원 2,960,00-2,654,000=306,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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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비: 150,000 | ||
도정비: 200,000 | 백미 740KG x 4,000원 2,960,000원 2,960,00-2,654,000=306,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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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비용 2,654,000원 | ||
800평(논두레)생물다양성 벼농사 투입비용 | 수익 | |
-800kg(100평당 100kg)수확 | 트렉트: 400,000원 | 백미 425kg x 4,000 1,700,000 1,700,000-1,000,000=700.000 |
-50kg 종자 | 콤바인: 400,000 | 백미 425kg x 5,000 2.125,000 2.125,000-1,000,000=1,125,000원 |
-750kg >525kg 백미 | 도정비: 200,000 | |
-100kg 자가소비 | ||
-425kg vksao | 총 비용 1.000,000원 |
토종벼 특성 읽는 법
• 까락의 역할
벼의 조상은 갈대이다. 갈대에서 까락은 바람에 날려서 씨를 퍼트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갈대에서 벼로 진화하면서 까락의 기능 또한 그에 맞게 변화하였다.
①참새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②이삭이 여물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는데 이 때, 논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③까락이 수분(이슬)을 머금어서 마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까락이 밤새 이슬을 머금었다가 뿌리에 수분을 떨어트려준다.
• 왕겨의 구조
왕겨는 윗판(넓은 판, 쌀눈이 있는 쪽, 배)과 아랫판(얇은 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왕겨 사이(윗 판과 아랫 판 사이)가 벌어진 것을 배절도, 배탁도, 등터지기 배라고 부른다. 이러한 모양에 따라 이름 붙여진 대표적인 벼에 장삼도와 날개도가 있다.
• 벼의 분얼
분얼은 다른 말로 하면 새끼치기이다. 물을 잘 대서 새끼치기를 잘 해주는 것이 수확량을 늘리는 데에 관건이다.(유효 분얼) 늦게 분얼하는 것은 이삭이 여물기까지 기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분얼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물을 빼 분얼을 막는다. 이 때, 논이 등딱지처럼 갈라질 때까지 물을 빼는 것이 관건이다.(무효 분얼)
• 벼의 등숙 과정
벼가 익는 것을 등숙이라고 한다. 이천칠일찰의 경우는 7일동안에 등숙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칠일찰이라고 불리운다. 실제로는 7일만에 등숙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다른 벼에 비해 빠르게 등숙이 이루어진다. 벼 이름에 ‘황’이 들어가는 벼 품종도 등숙이 빠르다. 벼 이름의 ‘황’은 ‘구황’의 ‘굶을 황’이다. 이 중 황토종은 극조생종으로 남부지방에서 이모작이 가능하다.
• 야생벼
액미라고 불리우는 쌀은 야생성이 강한 쌀이다. 강화도에서는 ‘사래벼’라고 부르며, 특징은 주로 빨간색을 띄운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자광도가 있다. 연못에서 자라는 ‘금미’라는 쌀은 갈대와 벼의 중간 정도인데, 이 품종도 빨간색을 띈다. 미국에서는 야생쌀의 약리 효능 때문에 금값으로 거래되고 있다.
Q. 야생벼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약리효능도 좋음에도 불구하고 야생벼를 재배하지 않는 이유는?
A. 벼를 재배화하다 보니 야생벼가 살아남지 못했다. 연못 같은 곳에 심거나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수확이 번거로워져 재배를 하지 않게 되었다.
• 쌀 부위별 기능성 성분의 분포
쌀의 기능성분은 주요한 1차 생성물을 지키기 위한 2차 생성물이다. 1차 생성물은 탄수화물, 단백질 등의 성분이다. 2차 생성물은 쌀눈에 66% 포함되어 있으며,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옥타코사놀, 리놀레산, 페룰린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쌀의 미질
미질은 쌀의 외관 특성과 이화학적 특성을 말한다. 쌀의 외관은 쌀의 모양이나 크기, 균일도, 심복백(가운데가 하얀 정도), 투명도 등으로 종합 평가한다. 미질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들어와 고정화시킨 개념이다. 일본에서는 투명할수록 미질이 좋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버들벼의 경우, 가운데에 하얀 것이 박혀있어 일본의 관념에 있어서는 품질이 낮은 쌀로 취급된다. 토종의 경우, 성분이 한 곳에 집중되어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성분이 집중 분포하게 되면 쌀알이 투명하지 않고, 하얀 것이 군데군데 분포하게 된다.
정미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현미를 주로 섭취하였다. 정미 기술이 좋아지면서 백미 문화로 바뀌었다. 현미의 경우 쌀눈이 있어서 산패가 잘 되기 때문에 백미가 현미에 비해 보관이 용이하다. 현미는 도정한지 일주일이 지나면 쌀눈에서 나오는 물질 때문에 산패하기 시작하므로 냉장보관을 해주거나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좋다. 일본이 백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이와도 연결이 되어 있는데, 전쟁시기에는 쌀 보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가루로 만들거나, 백미로 보관을 하던 것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백미는 쌀눈이 없기 때문에 영양분이 부족해 백미 문화권에서는 각기병이 많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선(특히, 등푸른 생선)과 함께 섭취하는 식문화가 발달하였다. 밀가루가 주식인 문화권에서는 부족한 단백질을 고기와 함께 섭취하는 식문화가 발달하였다.
• 알칼리 붕괴도
알칼리 붕괴도가 5~7인 쌀이 적당하다. 알칼리 붕괴도에 따라 호화도가 결정된다. ‘호화’란 밥이 풀어지는 정도를 말한다.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잘 풀어지지 않는다. 호화도가 높은 쌀은 노화가 빠르게 온다. 여기서 노화란 밥이 딱딱해 지는 정도를 말한다. 찹쌀이 멥쌀보다 노화가 잘 된다.
• 쌀의 찰기
쌀의 전분의 형태는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쌀의 찰기는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 아밀로스는 멥쌀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아밀로펙틴은 찹쌀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쌀을 오랫동안 숙성시키면 아밀로스 성분이 아밀로펙틴으로 바뀐다. 이를 활용해 쌀을 숙성시켜 먹는 문화도 있다. 이태리의 리조또 쌀의 경우 7년 숙성시킨 쌀을 사용한다. 일본에서도 숙성쌀을 판매하고 있다.
Q. 찹쌀을 먹으면 잘 체하는데, 찹쌀이 멥쌀보다 소화가 잘되는 게 맞는 건가요?
A. 체하는 것과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다르다. 아밀로펙틴이 많으면 소화가 잘 된다. 그래서, 아밀로펙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찹쌀이 멥쌀에 비해 소화가 더 빠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화가 천천히 되어 포만감을 오랫동안 주는 멥쌀이 주식이 된 것이다. 멥쌀이 주식이 된 이유는 다른 이유도 있는데, 찹쌀의 경우 멥쌀에 비해 벼의 키가 크기 때문에 재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멥쌀을 더 많이 재배하게 되어 멥쌀이 주식이 되었다.
• 쌀의 단백질 함량
쌀 표면에 단백질이 주로 많이 함량되어 있는데,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으면 물의 흡수가 잘 되지 않아 밥이 딱딱해진다. 반대로 단백질 함량이 너무 낮으면 밥이 잘 풀어져 씹는 맛이 덜하다. 토종벼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단백질 함량에 따라 사용처가 달라지는 데, 가공식품(누룽지 등)으로 사용할 경우 단백질의 함량이 높아야 한다. 단백질의 함량이 높아야(세포벽이 두꺼워야) 가공하는 과정에서 쌀이 풀어지지 않는다. 다만, 막걸리의 경우 단백질의 함량이 높으면 발효과정에서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물질이 생성되어 단백질 함량이 높지 않은 것이 좋다. 그래서 막걸리 담글 때 쌀을 여러번 씻어서 사용하는 것이다.(쌀을 백번 씻어서 담구는 ‘백세주’)
고전의 토종벼 이야기 1 -박영재
임원경제지는 곡식을 논하면서 오곡을 맥류, 기장, 조, 삼, 콩으로 이야기한다. 여기서 마가 오곡으로 기술된 것이 특이하다. 황제내경과 예기 그리고 월령 등 옛 문헌에 고루 이렇게 열거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장과 조로 신에게 제사지내고, 콩과 삼으로 농민을 먹이고, 맥류로 묵은 곡식이 떨어지고 햇곡식이 나올 때까지의 사이를 이었다면서 여기에 쌀을 포함하지 않는 이유는 귀해서 상류층 사람들만 먹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후에 벼가 오곡에 합류하고 삼이 탈락한다.
그렇지만 곡식명에 대해서 밝히면서 제일 먼저 논곡식으로 벼에 대해서 적고 있다. 벼의 이름에 규칙을 두어 올벼는 선(秈), 찰벼를 나(稬 또는 糯), 메벼를 갱(秔 또는 粳)이라고 하고, 이옥은 여기에 더해서 그 당시 벼를 선갱, 나갱으로 구별해왔다고 전한다. 밭벼를 육도(陸稻), 한릉(旱稜), 한점(旱占)이라 부르고, 이름 가운데 벼 각 부분의 색상에 따라 자색줄기는 비(비), 백색 줄기를 찬(찬), 적색을 만(만), 홍색을 사(사), 까마귀색을 릉(릉), 청색을 혐(혐), 백색을 예(예), 흑색을 부(부)라고 하였으니 나름대로 그 구분을 위한 체계가 예부터 지켜왔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렇게 불러서 나름 규칙을 두었으나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로 불리면서 한 종류인데 섞이고 하여 같은 달리 부르는 말이 많아 파악하기 어려웠음을 고전 농서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토로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토지가 다르고 형색이 다르고 절후가 달라 명칭이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서유구 선생은 어쩔 수 없이 금양잡록에 실린 목록과 증보산림경제에 실린 벼 품종을 참고하여 나이든 농부에게 자문을 구해 그 이름을 정리했다.
올벼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다.
⃝ 빙도(얼음걷기, 융조도, 되오리)는 ‘까락이 없고 색은 누렇고 껍질은 얇으며 성질은 부드럽다. 비옥하고 물이 마르지 않은 곳에서 잘 자란다’고 적고 있다. 우리 말로 물이 마르지 않고 솟아나오기 까지 하는 고래논에서 심었던 품종으로 여겨진다. 샘이 솟으니 찬물에 대한 냉해 저항성이 있었던 품종일 것이다. 이옥은 마디 사이에 약간 검은 빛이 돌고 쌀알은 매우 희다고 얘기 하며 옥저광이 같은 것이라 얘기한다. 냉도(IT002914)와 특징이 유사하다. 그 유래는 중국의 서북지역에서 유래된 것으로 융적(戎狄)이 음차되어 사용된다.
⃝ 세도(자채) 까락이 있으며 처음 이삭은 하얀색이었다가 익어가면서 누렇게 된다. 빙도와 마찬가지로 비옥한 땅과 고래논에서 잘 자란다. 여주와 이천 등지에서 생산된 것이 질이 좋다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흔히 임금님 진상미로 알려진 자채쌀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어느 품종을 이르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 소도(저광이) 까락이 짧고 이삭이 연한 흰색에서 익어가면서 황적색이 된다. 탈립이 잘 안되고, 좋지 않은 땅에서도 이삭을 팰 수 있는 품종이다. 역시 지금의 어느 품종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 유도(버들올여) 까끄라기가 있고, 연한 누런색이고 탈립이 잘 된다. 조금 늦게 파종해서 참새 쫓는 수고로움을 덜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의 버들벼를 잘 설명하고 있다.
⃝ 마함도(재갈벼) 까끄라기가 있고 연한 흰색을 띤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 추맥도(보리따르기, 맥쟁장)으로 보리를 뒤따라 가장 먼저 익어서 타작 마당을 다툴 정도라는 것이다. 이옥은 이것을 보리올벼라고 부르며 까끄라기가 매우 길며 바리아라고 불렀다고 하니 곧 사발벼를 말한다. 지금의 맥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 유두도(유두벼) 까끄라기가 길고 희며 일찍 익는다. 유두절에 익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면에 이옥은 까끄라기 색을 붉은 색으로, 그리고 쌀이 건조하고 딱딱하고 가장 먼저 여문다고 얘기 한다. 지금의 어느 것을 말하는 지 알 수 없다.
⃝ 노인조도(노인자채) 까끄라기와 껍질이 희기 때문에 이렇게 붙여졌으며, 올벼와 늦벼 두 종이 있다. 이렇게 일찍 익는 벼에는 자채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 이옥은 이 벼의 또 다른 이름이 대궐벼라고 부르고 있다. 대궐벼와 노인조도는 같은 벼 품종을 달리 부른 것이다. 이보다 조금 늦게 익는 것은 왜올벼라고 불렀다. 지금의 노인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 정근조도(정근자채) 이 품종도 올벼와 늦벼가 있다. 지금은 정근벼로 남아 있다.
⃝ 옥조도(옥자강벼) 까끄라기가 없고 연한 누런색이다. 쌀이 옥과 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한강 이북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이옥은 이 것을 옥저광이라 표현하며 얼음풀이올벼와 같은 것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이것도 냉도(IT002914)를 표현한 것이다.
⃝ 장경도(목긴벼) 까끄라기와 껍질이 희고 쌀알이 조금 길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 앙징도(앙증다리벼) 까끄라기와 껍질이 희고 쌀이 조금 작다. 지금 전해내려온 은조와 닮았다.
⃝ 부어도(붕어자채) 까끄라기가 밋밋하고 껍질은 희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 치도(꿩의자채) 색이 알록달록해서 꿩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까투리찰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 대궐도(대궐벼) 까끄라기는 짧고 껍질은 희다. 앞에서 지적 했듯이 대궐벼와 노인조도는 같은 벼 품종을 달리 부른 것이다. 생김이나 성질은 비슷하지만 이보다 조금 늦게 익는 것은 왜올벼라고 불렀다. 지금의 대궐도다.
⃝ 독도(몽근벼) 까끄라기가 없고 껍질은 누렇다. 호남지방에서 대부분 심었다. 지금까지 내려온 졸장벼나 도도(IT005903)와 닮아 있다.
⃝ 천상도(천상벼) 까끄라기는 연한 적색이고 호남에서 많이 재배했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천주도와 비슷하다.
⃝ 밤올벼 까끄라기가 없고 쌀알이 조금 붉다. 지금 남아 있는 품종 중에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조선도 품종일람에 율도(栗稻)로 기록되어 있다.
⃝ 지마올벼 껍질이 희다고 얘기한다. 지마는 깨를 말하는 것이니 깨벼로 지금도 전해오고 있는 벼 품종이다.
⃝ 각시올벼 마디와 껍질이 모두 흰 것으로 지금 전해 내려오는 각시나와 비슷한 메벼품종인 듯 하다.
중생벼는 다음과 같다.
⃝ 건도(에우디) 처음 이삭은 연한 흰색에서 익으면 까끄라기는 적색이고 껍질은 누렇고 쌀알은 맑은 흰색이다. 밥을 지으면 매우 부드럽다. 바람에 잘 견디는 품종이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 왜자도(왜자벼) 까끄라기가 짧아 있는 듯 없는 듯 하고, 처음 이삭은 푸른색을 따다가 익으면 까끄라기는 누렇고, 껍질은 연한 흰색이고, 쌀알은 맑은 흰색이다. 밥을 지으면 조금 단단하다. 바람에 잘 견디고 좋지 않은 땅에서 잘 자라고 냉수 저항성이 있다. 지금까지 전해 온 앉은뱅이벼와 닮아 있다.
⃝ 철융조도(쇠노되올여) 까끄라기가 없고, 이삭이 처음엔 푸른색을 띠다가 익으면서 누렇게 된다. 바람에 약하고 기름진 땅을 좋아하고 찬물에 약하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 황금자(황금자) 까끄라기가 길고 이삭은 처음에 흰색이다가 누런색으로 된다. 쌀알은 크고 길며 맑은 흰색이다. 밥을 지으면 아주 좋다. 바람에 약하고 기름지고 물기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영남사람들이 많이 재배한다. 이옥이 말하는 홍도의 다른 이름이 호상도 즉 맛이 좋은 벼라는 것을 보면 같은 품종을 말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특징이 원자벼와 유사하다.
⃝ 청융조도(푸른되올여) 까끄라기가 없고 누런색이며 술을 담그면 좋다. 지금의 청군벼와 같은지 눈여겨 보아야 한다.
⃝ 중실도(중실벼) 까끄라기는 희고 껍질은 누렇고 탈립이 잘된다. 지금 전해오는 승실도와 유사하다.
⃝ 송자도(잣다리) 까끄라기가 없고 황적색이며 탈립이 잘된다.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 칠승도(칠승벼) 까끄라기가 없고, 자줏빛을 띤다. 한 말을 찧으면 쌀 일곱되를 얻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어느 품종인지 알 수 없다.
⃝ 녹두도(녹두벼) 지금까지 녹두도로 전해 오고 있다. 이옥은 녹두도에 대해서 흰녹두벼와 옥녹두벼가 있는데, 흰녹두도는 모두 흰데 반하여 옥녹두도는 까끄라기와 눈이 검다고 표현하고 있다. 까끄라기가 있고 누렇게 익는다.
⃝ 익도(날개벼) 지금의 장삼도와 닮아 있다. 까끄라기가 짧고 흰색을 띤다. 알갱이의 좌우에 양쪽 날개처럼 엷은 껍질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붙었다. 이삭이 패자마자 바로 익는다. 장삼도의 이름의 유래도 장삼자락을 펼친 듯 하다는 모양에서 나온 이름이니 날개벼와 잘 어울린다.
⃝ 홍도는 호상벼의 또 다른 이름으로 조금 일찍 여물면서 맛이 좋은 것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황금자의 특성과 유사하다. 맞다고 하면 그것은 지금까지 전하는 원자벼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늦벼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 작도(새느린벼) 까끄라기가 길고 처음 이삭이 팰 때 적색이다가 익으면 연한 적색이 된다. 절 넘어지지 않고 냉수저항성이 강하다. 까끄라기가 짧고 처음에 프른색을 띠는 것도 있다. 흙살림에서 선발해서 보급하고 있는 붉은메벼와 닮았다. 그 이상의 정보가 없어서 더 이상 알기 어렵다.
⃝ 흑작도(검은새느린벼) 까끄라기가 짧고 처음에는 이삭이 검다가 익으면서 흰색이 된다. 벼알이 매우 빽빽하게 붙어있다. 성질이 강건하여 바람과 가뭄에 잘 견디며, 땅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지금의 오백조와 닮았다. 더 관찰이 필요하다.
⃝ 고작도(고새시느린벼) 까끄라기가 길다. 처음 이삭이 흰색이다가 누런색이 된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철도(쇠느린벼) 까끄라기가 길다. 처음 이삭이 흰색이다가 까끄라기는 누렇고 껍질은 연한 누런색이 된다. 쌀알은 크고 길며, 밥을 지으면 조금 단단하다.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이 또한 원자벼와 비슷하다.
⃝ 만왜자도(늦왜자벼) 까끄라기가 짧다. 처음 이삭은 연한 흰색을 띠다가, 익으면 까끄라기는 누렇고 껍질은 흰색이 된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동아도(동아느린벼) 까끄라기는 짧다. 처음 이삭은 푸른색이다가 익으면 누렇게 되다. 바람에 잘 견디며, 땅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우득산도(우득산도 또는 후도)까끄라기가 길고 색은 붉으며 쌀알은 희고 작다. 밥을 지으면 조금 단단하다. 꼭지는 약하나 바람에 잘 견디며 땅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백도(흰검부기) 까끄라기가 길고 적색이며 껍질은 연한 흰색이다. 바람에 강하고 땅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흑도(검은검부기) 까끄라기가 길고 껍질은 연한 검정색이다. 바람에 잘 견디고 아무 땅에서나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동정도(동솥가리) 까끄라기가 길고 껍질은 희며 얇다. 성질이 강건하며 바람에 잘 견디고, 아무 땅에나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영산융도(영산되올여) 까끄라기가 없다. 처음 이삭이 팰 때는 푸른색을 띠다가, 익으면 흰색을 띠고 얇다. 바람에 잘 견디고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흑안작도(고새눈검이) 까끄라기가 길다. 처음 이삭이 팰 때 흰색을 띠다가 누렇게 된다. 줄기의 마디는 검정색이고 쌀알은 연한 흰색이다. 밥을 지으면 조금 단단하다. 바람에 잘 견디며 아무 땅에서나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누자도(다다기) 까끄라기가 길고 굽어 있으며, 흰색을 띤다. 밥을 지으면 향기롭고 부드럽다. 기름지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은도라고 부르기도 한 것을 보아 다다조, 은조로 여겨진다.
⃝ 왜수도(왜수리) 까끄라기가 있고 적색이다. 한식 이후에서 망종까지 아무 때나 파종하고 모내기에 좋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밀도(밀다리) 까끄라기가 없고 진한 적색을 띤다. 기름진 밭이 아니면 파종할 수 없다. 죽, 밥, 떡, 인절미 등을 만들면 맛이 모두 좋다. 메벼인데 인절미? 이건 궁금하다. 및다리(IT006241)로 전해지고 있다. 이옥은 색상을 황적색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품질이 좋다고 지적하고 있다.
⃝ 조도(대추벼) 까끄라기가 없고 진한 적색을 띤다. 탈립이 잘 안되고 모내기에 가장 좋다. 대추찰 말고 메벼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옥은 대추벼에 대해서 오대추벼, 대추벼, 중달대추벼, 거올대추벼로 나누고 있다. 이 중에서 오대추는 까끄라기가 없고 일찍 여문다고 말한다. 최근 세종시에서 수집된 대추찰벼와 비슷하다. 원래 대추는 까끄라기가 있고 줄기가 긺, 거올대추는 까끄라기가 매우 길고 적색이라고 말한다. 경기도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품종이라고 전하고 있다.
⃝ 융도(되올여) 까끄라기가 없고 연한 적색이고 탈립이 잘된다. 이옥이 말하는 벼 품종 가운데 강올벼는 이름은 올벼인데 늦게 익으면서 오랑캐(티벳) 품종임을 지적한 것으로 보아 비슷한 벼를 말하는 것 같다. 단 이옥은 금빛처럼 누른색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해남도(해남벼) 까끄라기가 없고, 자줏빛을 띤다. 바람과 서리에 잘 견딘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합도(조개벼) 까끄라기가 없고 옅은 누런색이다. 밥을 지으면 달고 부드럽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노인도(노인벼) 까끄라기가 길고 줄기, 잎, 벼 껍질 까끄라기 모두 흰색이다. 지금의 노인도, 노인조를 말하는 것 같다.
⃝ 축항도(목움츠리) 까끄라기가 없고, 황흑색을 띤다. 이삭이 아주 늦게 패는데 줄기와 잎 안에 싸여 있어서, 이삭이 팰 듯 하면서도 패지 않는 것이 마치 목을 움츠리고 있는 것과 같아서 이름 붙여졌다. 바람에 강하고 비옥한 땅에서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정근도(정근벼) 까끄라기가 짧고 껍질은 연한 누런색을 띤다. 경기도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품종이다. 정근도로 지금까지 전래되고 있다.
⃝ 탁배도(등터지기) 익으려고 할 때 익지 않으면서 껍질의 등이 갑자기 터지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바람에 강해서 산골의 바람 부는 곳에서 많이 재배한다. 이옥은 껍질이 매우 얇기 때문에 금이 간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라고 한다면 합도가 탁배도와 같은 품종이 아닐까?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일제강점기 작성된 조선도품종일람에 따르면 배절도, 배탁도, 등특도, 등특이도로 기록되어 있다.
⃝ 천일도(천일벼) 까끄라기가 길고 껍질은 연한 누런색을 띤다. 바람에 잘 견딘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청총도(청총벼) 까끄라기가 짧고 껍질은 연한 누런색으며 바람에 강하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천교도(샘다리벼) 까끄라기가 없고 껍질은 진한 자줏빛이다. 물이 찬 곳에서 잘 자라고 포천 사람들이 즐겨 재배하는데, 홍도라고 부른다. 지금의 홍도도나 천주도와 그 모양이 달라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일제강점기 작성된 조선도품종일람에 따르면 철달이도, 철교도, 천달도로 기록되어 있다.
⃝ 천홍도(분홍벼 또는 경상도벼) 까끄라기가 길고 짙은 적색을 띠고, 줄기와 잎이 매우 강하며 쌀알이 크고 단단하다. 기름진 땅에서 잘 자라고 벌레에 강하다. 이옥은 천상벼를 색이희고 까끄라기가 길며 이삭은 잘 끊어지지 않는다고 표현 하고 있어서 천홍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배탈도(배탈벼) 호남에서 재배하는 늦벼로 까끄라기가 짧고 껍질은 누렇다. 밥을 지으면 젖 냄새처럼 은은한 향기가 나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다. 일제강점기 조선도 품종일람에 따르면 기도(機稻)로 베틀機자를 써서 표현하고 있다. 또 배기도(倍機稻), 배탈도(背脫稻), 포기도(布機稻)로 기록하고 있다.
⃝ 강올벼 이름은 올벼인데 늦게 익으면서 금빛처럼 누른색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융도와 같은지와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궁금하다.
⃝ 두충벼 적색이다(이옥). 응지진농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들어온 지 십수년이 되어서야 호서에 심기 시작했는데 서리가 내린 뒤에 익기 시작하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해를 입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 천상벼 색이 희고 까끄라기가 길며 이삭은 잘 끊어지지 않는다(이옥). 위에서 언급한 천홍도와 그 특성이 비슷하다.
찰벼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 구랑나(구랑찰) 까끄라기가 없고 껍질은 연한 적색이다. 바람에 강하고 지름지고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이옥은 구렁이찰벼라고 설명하며 얼룩 반점이 있다고 얘기한다. 뒤에 나오는 박나(얼룩찰)과는 까끄라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다. 또한 푸른물찰벼 즉 수청나와도 설명이 비슷하다. 수청나에도 얼룩이 있다. 까락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일제강점기 작성된 조선도품종일람에 따르면 구령나로 기록되어 있다.
⃝ 철나(쇠찰) 까끄라기가 짧고 처음 이삭은 푸른색이다가 누렇게 되고 껍질은 얇다. 바람에 잘 견디고 땅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누자나(다다기찰) 누자도처럼 까끄라기가 길고 굽어 있으며 흰색을 띤다. 일제강점기 작성된 조선도품종일람에 따르면 다작나, 다덕나로 기록되어 있다.
⃝ 유두나(유두찰) 유두도처럼 까끄라기가 길고 희며 일찍 익는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양분나(양분찰) 까끄라기가 없고 껍질은 연한 흰색이다. 쌀알이 가장 크다. 농요에서 자주 나오는 양푼찰처럼 보이지만 생김에 대한 설명이 달라 확인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작성된 조선도품종일람에 따르면 양풍찰, 양분찰로 기록하고 있다.
⃝ 정근나(정근찰) 까끄라기가 길고 껍질은 두껍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 이옥은 정금찰벼라고 설명하면서 흰벼처럼 희다고 표현하고 있다. 지금의 정근도의 특성과 비슷한 찰벼 품종으로 흰베라고 하는 품종과의 비교도 필요하다. 일제강점기 작성된 조선도품종일람에 따르면 정근나로 기록되어 있다.
⃝ 징검나(징검찰) 까끄라기가 길고 껍질은 흰색이다. 모내기를 할 수 있다. 지금의 어느 작물인지 알 수 없다.
⃝ 홍나(붉은찰) 까끄라기가 있고 적색이다. 찰벼 가운데 가장 좋은 품종이다. 붉은차나락인데 품질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의문이다. 붉은차나락은 썩 좋지는 않다. 오히려 이옥이 비단찰벼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서 금도의 찹쌀 품종을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옥은 비단찰벼를 달리 코끼리털찰벼 즉 상모찰이라 표현하고 있다.
⃝ 박나(얼룩찰) 까끄라기가 있고 얼룩덜룩한 빛을 띤다. 왜나라 부르기도 한다. 이옥은 가배찰벼를 비슷하게 표현하면서 다른 이름이 메추리찰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금의 까투리찰이나 가위찰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저나(돼지찰) 순검정색을 띤 벼로 물이 찬 논에 가장 좋다. 이옥은 돼지찰벼는 까끄라기가 검은색이어서 까마귀찰벼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이 돼지찰이다.
⃝ 각시찰벼 쌀알이 매우 하얗고 흡사 올벼처럼 생겼다. 각시올벼의 찰벼 품종으로 각시나로 전래되고 있다.
⃝ 왜찰벼(메추리찰) 허리 부분이 길다. 지금 전래되는 벼 품종 가운데 어느 것인지 알기 어렵다.
⃝ 꾀꼬리찰벼는 정황색이다. 어느 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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